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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원문이 한글로 기록되어 전하는 백제계열의 유일한 가요로 순수한 백제의 것이냐 아니냐에서부터, 그 내용이 '정절의 미덕'이냐 '남녀상열의 음사'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해석과 논란을 달고 있는 「정읍사」. 그러나 통일신라와 고려를 거쳐오는 동안 적지 않은 변형이 이루어졌다 하더라도 그것이 「정읍사」인 한에서는 오히려 우리 민족의 고운 손때가 묻고 다듬어져 더욱 값진 것이지 않을까?그 의미를 '부덕'에 한정하는 것도, 그것을 '음사'로 매도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그 해석과 울림이 다양하고 풍부할수록 문학다운 맛과 멋이 있는 것 아니겠는가?「정읍사」는 아득한 백제 시절부터 민간에 불리워졌을 것이며 아악으로 궁중 나례의식에 사용되었었고, 또 소설로 재 탄생하게 되었으며, 가무악극으로, 오페라로 만들어져 공연되었으며 무용으로 다시 태어나기도 하고 수많은 시인들에게서 다시 노래되고 있으며 이후로도 그러하리라. 그리하여 수많은 「정읍사」가 다시 생겨난다면 더욱 우리의 문학사는 풍요로워질 것이다. 시대가 바뀌면서 그 현재적 의미가 새록새록 재창출되는 것 또한 중요하리라 생각한다
한 여인을 만나러 떠난다. 돌아오지 않는 남편을 기다리다가 돌이 되어버린 여자, 돌이 되어서 세세년년 이 땅의 모든 가슴속에 생생한 숨결로 살아있는 백제의 여자...단순히 문학적 공간을 더듬는 기행이 아니라 천년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이루어지는 체험이어야 한다는 점에서 어떤 자세로 그 여인을 대할 것인지 설레임이 앞선다.현관문을 나서자 아내가, 늦지 않게 조심해서 다녀오란다. 늘 듣던 말이라 귓등으로 들어넘기고 나는 출발한다. 보름에 가까워지는 낮달이 하나 내 뒤를 따른다.산미나리아재비가 노랗게 무더기 꽃을 피운 한적한 지방도로를 택했다. 5월, 산과 들의 초록이 손끝에 옷자락에 묻어날 것만 같다. 저 신록의 아름다움이 결코 꽃보다 못하지는 않으리라 싶다. 들에서 못자리를 만들고 하우스를 걷는 사람들의 모습이 푸르름에 묻힐 것만 같다.순창을 지나 해발 347미터 천치재를 넘으니 웬걸, 정읍이 아니라 전남 담양이 나온다. 다시 내장산 쪽으로 길을 잡으니 80년대 내 여자 동기생이 첫 발령을 받고 울었다는 순창 복흥이 나온다. 토끼와 발을 맞출 만큼은 아니어도 꽤 깊숙한 산간오지로 느껴진다. 길은 몇 굽이 힘겹게 몸을 뒤틀어 내장산 고갯마루로 이어진다. 내장사가 가까워졌음을 즐비한 모텔들이 먼저 알려준다.평일 대낮인데도 선글라스를 낀 젊은 남녀를 태운 승용차가 모텔의 주차장 어둠 속으로 빨려들어간다. 그들의 여유와 당당함이 참 부러웠다. 립스틱을 짙게 바른 어여쁜 여자에 한참 눈을 빼앗긴다. 온 저자거리를 떠돌며 행상을 하던 그 「정읍사」 여인의 남편도 나처럼 한눈을 팔았을까? 고단함을 핑계로 질펀한 유곽을 꿈꾸기라도 했을까?'정읍사'노래에, "즌 ?? 드?욜셰라”에서 "즌 ?(진 땅-진흙탕)”는 여성의 성기, 혹은 매음굴을 비유한 것이라고 해석하는 견해가 한껏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행여 행상을 떠돌다가 매음굴에 빠져들 남정네를 노심초사 염려하는 여인의 보편적인 심정으로 읽을 수 있는 것이다. 중종 때 '동'과 함께 남녀간의 음사(淫辭)라 하여 궁중음악에서 제외시켰다는 이유도 여기에 있지 않나 싶다.그나저나 망부석은 있을까, 있다면 어디에 있을까? 우리 설화에는 참 많은 망부석이 등장한다. 얼마나 기다림이 간절했으면 돌이 되었을까?내장사를 벗어나 몇 분 차를 몰았을까? 길 오른 쪽에 자그마한 공원이 눈에 띄었다. 여기에 망부상(望夫像)과 함께 '정읍사' 노래비가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 조성되었다는 <정읍사 공원>의 그 망부석과 노래비는 아니다. 아마 지금의 정읍시 시기동 아양산에 <정읍사 공원>이 들어서기 이전의 조형물이리라. 그 곁에는 고 박정만 시인의 시비와 함께 생존해 있는 지역 시인의 시비도 서 있었다.관련 자료들을 보면 『신증동국여지승람』에 언급된 망부석의 위치를 두고 논란이 많은 모양이다. 고증에 따라 시(市)는 현재의 위치에 <정읍사 공원>을 조성하였으며, 「정읍사」를 설화소설로 재탄생시킨 소설가 문순태도 기록에 의존하여 "현의 북쪽 10리 지점”인 현재의 시기 3동 아양고개를 망부석이 있던 자리로 추정하였다고 한다.그러나 설화 속의 내용 모두를 역사적 사실로 입증하려는 실증적 태도를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본다. 예를 들어, 얼마 전 경주의 '나정'이라는 곳에 신라의 시조 박혁거세와 관련된 유적유물이 발굴되었다고 크게 보도된 바가 있다. 그 내용이 사실이라 할지라도 박혁거세가 알에서 태어났다는 설화의 내용까지를 사실로 증명해주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따라서 기다림에 끝내 죽어 돌이 된 여인, 망부석이 있었다는 말의 그 사실 여부보다 그 것이 함축하고 있는 문학적인 진실과 그것의 현재적 의미가 더 중요하지는 않을까?어쨌든 바로 그 <정읍사 공원>에는 망부상이 서 있다. 망부상 오른쪽 언덕 위에 있는 사우(祠宇)는 굳게 문이 잠겨 여인의 영정을 볼 수 없어 아쉬웠으나, 소박하고 단아하면서 위엄을 잃지 않은 망부상은 「정읍사」의 그 여인을 마음 속에서 불러오기에 충분했다. 백제 여인의 복색을 알 수 있는 자료가 없어서 고구려 벽화 속의 여인의 복색으로 조형했다고 한다. 애초 한 핏줄이었으니 복색이야 크게 달랐으랴. 가슴에 손을 모은 기다림의 자세가 한없이 애처로웠다. 그러나 단정하고 야무진 체격에 그니의 표정에는 선 채로 돌이 되어도 그 기다림의 마음을 놓지 않겠다는 단호함까지 어려있다. 순후하고 넉넉한, 그래서 허구헌 날 역사 속에서 빼앗기고만 살았던, 그러나 불의 앞에서는 분연히 떨쳐일어섰던, 그리고 평화의 날들을 기다려 오늘도 묵묵히 밭을 갈고 씨를 뿌리는 정읍사람들을 그대로 닮았다. 망부상 뒤편 조형물에는 이런 글이 새겨져 있다. 설화소설로 다시 태어난 『그 천년의 기다림』의 한 대목이다. 그 일부를 옮겨본다. "기다림 때문에 죽을 수 있다는 것은 슬프지만 아름답다. 기다림이란 절망 속에 피어나는 희망의 꽃과 같다. 기다림이란 절망 속에서 피어나는 희망의 꽃과 같다. 어쩌면 인내이고 희생이며 용서이고 그리움이며 사랑이 아닌가 한다. 그러므로 기다릴 줄 아는 사람만이 사랑할 수가 있고 사랑 받을 수 있다.”하늘을 보니 아까 집을 나설 때 따라나섰던 낮달이 여기까지 따라왔다. 문득 겹쳐지는 얼굴들이 있다. 그 옛날 먼 길 떠나는 아버지에게 무사귀환을 빌며 배웅하던 우리 어머니의 얼굴이며, 아침에 현관에서 배웅하던 아내의 얼굴이다. 달에 감정을 이입한 이 땅의 모든 우리의 여인들인 것이다. 돌아오는 길, 백제의 여인은 만월보살의 얼굴로 떠올라 그 월인(月印)을 천강(千江)에 던져주고 있었다. 스쳐가는 저 모텔들의 창가에도 하나씩 달을 걸어놓고 있으리라. 뒤로 물러나는 내장산 봉우리에 솟은 바위들도 하나 하나가 모두 망부석으로 보였다. "내 가논 ? 졈그?셰라” 나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재촉하였다.
△ 푸른학교 바른교육농업경제학자이자 3선의 교육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최규호씨(도교육위원회 의장)의 교육칼럼집. 청소년 문제를 포함해 교육현장이 안고 있는 문제점을 예리하게 분석해 대안을 제시했다. 교육현장의 여러 문제에 대한 해법과 지방대학의 활로를 모색하는 대안도 눈길을 끈다. 도서출판 두인/1만원. △ 브랜드 코리아색깔 있는 도시로 탈바꿈하기 위해서라면 꼭 한번 펼쳐 볼만한 책. 도시·문화 마케팅 전문가인 황태규씨(용인대 객원교수)가 시티마케팅의 중요성을 거론하며 국가를 어떻게 마케팅 할 것인가를 구체적으로 다뤘다. 저자는 임실출신으로 국내문화마케팅 전문서를 펴내기도 했다. 다할미디어/9천8백원. △ 이 가랑잎에 은총입니다전북문인협회·표현문학회·열린시창작회 회원으로 활동하는 이찬용 시인의 시집. 천연스러운 목소리와 안정감 있는 시어들이 돋보이는 시편들을 '은총이신 줄을' '찬란한 겨울' '하늘을 우러르다' '근황' '시인 김은혜' 등 5부로 엮었다. 신아출판사/6천원. △ 여행철학을 위하여철학자 황필호씨가 책의 사이사이에 생생한 기행문을 삽입해 읽는 재미를 높인 여행철학 입문서, '생각하는 여행기'다. 여행철학의 필요성을 낭만적으로 설명했고, 여행의 교훈을 인생무상의 정신과 나그네 정신, 떠나과 돌아옴의 변증법으로 소개했다. 신아출판사/1만원. △ 시문학 394호신규호 시인을 집중탐구 했으며, 오진현 시인의 시론을 들어봤다. 상반기에 나온 이근배 시집 '사람들이 새가 되고 싶은 까닭을 안다'와 신봉승의 '직언', 홍신선의 '홍신선시선집', 문덕수의 '청마 유치환 평전' 등을 북리뷰로 엮었다. 일본시인 이이지마 타케타로오의 한글시도 이색적인 재미를 준다. 월간 시문학사/5천원.
완주군은 책을 많이 읽는 주민들에게 다독상을 수여하는등 좋은 책을 서로 권하고 읽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완주군도서관은 지난 12일부터 일주일간 실시된 제40회 도서관주관 행사의 일환으로 지난해 4월부터 올해 3월말까지 1년간 도서관에 비치된 책을 가장 많이 읽은 주민 12명을 선발, 지난 1일 도서관에서 상장과 상품을 수여했다. 이번 시상에서 일반부는 이장훈씨(29), 이금남씨(35·이상 봉동읍), 김용미씨(39·삼례읍), 청소년부는 오경학군(15), 구성회군(16), 권상현군(15), 어린이부는 유예림양(9), 최연희양(9·이상 삼례읍), 읍면을 순회하는 이동도서관 분야는 유미순씨(25), 김병로씨(47·이상 화산면), 장애인에게 찾아가는 열린도서관에서는 신상진씨(37), 이현욱씨(34·이상 삼례읍)씨가 다독상을 수상했다. 이들이 1년동안 읽은 책은 총 2천여권에 달하며 특히 수상자중 청소년부 오경학군은 한해동안 무려 3백7권의 책을 읽어 한달 평균 25권의 책을 읽은 것으로 나타났다. 오군은 "책이 좋아 많이 읽었는데 이렇게 상까지 받아 무척 기쁘다”며 "읽고 싶은 책을 언제라도 빌려볼 수 있는 도서관이 주변에 있어 참 좋다”고 말했다. 도서관은 주민들에게 양질의 책을 제공키 위해 비치 희망도서와 베스트셀러를 중심으로 한달에 2∼3회 신간을 비치하고 매년 도서관 주간에 연간 대출실적이 우수한 회원들에게 다독상을 수여할 계획이다.
각박한 세상이라도 모두가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작가의 마음이 가득 담겨있는 책 '행복을 팝니다'. 등단한지 10년째를 맞는 늦깎이 수필가 김갑순씨(71)가 세번째 수필집을 냈다. "수필을 쓰려면 거짓말을 쓸 수 없으므로 끊임없이 진실하도록 수련하는 마음공부가 필요해요. 자신의 인품과 동떨어진 허구를 쓴다면 금방 드러나는 것이 수필이라고 생각합니다.”글 속에 '진실'을 담으려고 노력한다는 김씨는 고독을 향유하고 오랜시간 사유를 통해 얻어지는 것들로 글맛을 낸다. 계절이 바뀌어가는 풍경이나 세상살이에서 느껴지는 따뜻한 마음, 재래시장에서 만난 소박한 기쁨으로 독자에게 다정하게 다가간다. "반짝이는 생각도 시간이 지나가면 녹슬기 마련”이라는 그는 성급하게 쓴 글을 다듬고 정돈하면서 세상 보는 법을 배울 수 있다고 말했다.'문예사조'로 등단, 한국문인협회·한국수필가협회·지구문학·표현·전주문협·전북수필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저서로는 '세월의 그늘' '만추'가 있다.
지난 18일 전주홍지서림은 '꿈꾸는 책벌레'들로 분주했다.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 책의 날'(World Book Day·4월 23일) 기념행사인 '책과 장미의 축제'가 고객이 많은 휴일을 택해 몇 일 앞서 치러진 탓이다. 홍지서림 양계영 전무는 "18일 하루동안 3천여명의 시민에게 책과 장미를 선물했다”며 앞으로 더 많은 행사들을 기획해 고객과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 '세계 책의 날' 당일인 23일은 지난 달 경원동에 문을 연 대한문고에서 전 고객을 대상으로 장미가 그려진 초콜릿을 제공하고, 다음 달 5일 '책의 날' 행사와 연계해 제1회 대한문고 독서감상문 대회를 연다. '세계 책의 날'은 독서인구의 저변을 넓히고, 책을 통해 배우는 인생의 소중함을 깨닫는 시간. 책을 읽는 일이 반짝 관심으로 끝날 일은 아니지만, 다양한 이벤트를 통해서라도 무관심했던 책에 대한 애정을 환기시키고 책과 대중의 행복한 만남을 이끌어 책과 함께 하는 삶의 아름다움을 전하는 것은 긍정적으로 여겨진다.그러나 전주·군산·익산 등 도내 서점가와 도서관들은 이 날 별다른 이벤트를 마련하지 않아 아쉬운 목소리가 많다. 한 서점 관계자는 "다양한 행사들로 고객에게 가까이 다가가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전주에 대형서점들이 늘어 매출이 감소하고 있는 데다 전반적으로 책 읽는 분위기가 마련되지 않아 행사를 기획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스페인 카탈루냐 지방에서 책을 사는 사람에게 꽃을 선물했던 '상트 호르디' 축제일인 4월 23일을 기념해 결정된 이 날은 1616년 세계적인 작가인 스페인의 세르반테스와 영국의 셰익스피어가 동시에 세상을 떠난 날이기도 하다.
이규창 전 군산대 교수(77)가 국어학·국어교육·민속에 관한 논문 17편을 추려 엮은 '한국어학논총'(韓國語學論叢·신아출판사 펴냄)을 출간했다. 오랜 세월 일편단심 한 길만을 고집해 온 학자의 삶을 그대로 옮겨놓은 귀한 책이다. 각각의 논문이 주제를 달리해 통일성이나 사상의 체계화를 찾기 어렵고, 5백여 페이지가 온통 한자로 이뤄져 쉽게 읽기 힘든 것이 흠이지만, 호남의 민속을 깊이 있게 분석한 글이나 한국어와 일본어에 나타난 한자어에 대한 고찰, 교육자의 역학과 학생들의 자세를 정리한 교육학 관련 논문, 된소리·반말(놓는말)·문장의 호응관계로 엮은 국어문법론 등 수록된 논문들이 대부분 높은 가치를 지니고 있어 소장해 두고 볼만한 책이다. 특히 전북의 자연환경과 연혁, 각 지역에 산재한 민속자료와 방언·속담·속어 등에 대한 방대한 자료는 다른 학자들의 귀감이 될만하다. 또 '닭발을 먹으면 돈을 헤프게 쓴다' '김치 대가리 잘 먹으면 부자로 산다' '낙숫물을 손에 받으면 무사마귀 생긴다' '여자가 참새 고기를 먹으면 그릇을 잘 깬다' '집안에 개미가 많이 살면 부자가 된다' '달무리가 지면 쉬 비가 온다' 등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하고 갸웃거려지기도 하는 '선인들의 가르침'(속어)이 책의 뒷부분에 부록처럼 수록돼 아이들의 교육용으로도 충분하다. 올해가 희수(喜壽)인 이 전 교수는 그동안 전북지역에서 수집한 39편의 무경(巫經)을 싣고 있는 '전라민속논고'(집문당·1994)와 존대법의 본질과 기능을 개관하고 각각의 변화현상을 심도 있게 다룬 '국어존대법론'(집문당·1992) 등 20여권의 저서를 펴냈다.
스님과 신부가 나란히 명상록과 수필집을 펴냈다. 대우스님의 '한 생각 쉬면'(신아출판사 펴냄)과 서석구 신부의 '삶에는 연습이 없다'(신아출판사 펴냄). 스님과 신부 모두 삶의 체험을 통해 얻은 순간들을 묘사한 글과 단상, 최근 언론을 통해 발표했던 글 등을 엮었다. 특히 서 신부의 책에는 익산 성글라라 봉쇄수도원에서 1년 동안 생활하며 텃밭을 통해 경험한 행복한 시간들이 정겹게 묘사돼 있다. '사제의 텃밭 이야기'나 '마당지기의 꿈' 등으로 엮인 '봄 잔치가 벌어지고 있는 작은 텃밭'같은 느낌을 안기는 글이다. 대우스님의 책에는 시와 시의 형식으로 분한 설법이 돋보인다. '참회' '풍경소리' '승단' 등 종교적 색채를 안고 있는 글도 있지만, '어머님' '추석' '호국발원문' '개혁'처럼 감성이 가득하거나 시대에 일침을 가하는 글도 함께 한다. 힘의 제일은 욕심을 버리는 일. 전혀 다른 문체로 비슷한 감성을 안기는 두 종교인은 전 세계를 불안하게 하는 '전쟁'으로 인해 마음을 합한다. 스님은 "미치광이나 살인 범죄자라도 평화라는 이름으로 저지르지 않을 속보이고 냄새나는 짓에 인류와 세계는 죽어가고 있다”며 "그 누구도 힘의 노예나 도둑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신부는 "전쟁은 아무리 정당한 것이라 할지라도 삼가야 한다”며 "많은 사람의 생명을 앗아갈 뿐만 아니라 죽은 자와 산 자의 지울 수 없는 상처 그리고 전쟁의 피해와 후유증은 인류의 재앙”이라고 말한다. 종교는 다르지만 인류가 서로 반목하기보다 대화하고 이해하는 모습을 보고 싶기 때문이다. 1959년 출가한 대우스님은 대한불교 조계종 총무원에서 교무부장·포교부장·총무부장 등 다양한 역할을 해 왔으며, 선운사 본사 내소사 은적사 실상사 주지를 역임했다. 현재 정읍 내장산 고내장 벽련선원 백련 참회굴에서 수행을 하고 있다. 저서로 '길을 묻는 이에게' '생사' '인연있는 이들에게' '반야심경' 등이 있다. 장수 번암 출신인 서 신부는 1974년 사제 서품을 받고, 진안성당·함열성당·고창성당·전주화산동성당·김제신풍성당·익산성글라라수도원 등 이 지역과 골고루 인연을 맺었다. 현재 김제 원평천주교회 신부로 있다. 시집 '하루를 살아도' '세월이 지나간 자리'와 수필집 '인생은 품앗이라네' '당신은 복 받을 거야' 등이 있다.
해는 기을고요― / 울던 물새는 잠자코 있습니다./ 탁탁 푹푹 흰 언덕에 가벼이/ 부딪치는 푸른 물결도 잔잔합니다. … ― 기우는 해 ―위의 시는 평생을 이 고장에서 시와 더불어 살다가 간 우리나라 시단의 고봉 신석정(辛夕汀?1907~1974) 시인이 1924년 4월 19일 17세 때 조선일보에 발표한 처녀시의 한 구절이다. 석정은 한 때 불교학을 공부했다. 서울의 중앙불교전문강학원의 석전(石顚) 박한영(朴漢永) 교종 밑에서 불심과 시심을 닦았던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일제의 압박 밑에서 고통을 겪는 민족의 아픔을 생각하는 마음도 익혔다. 또 그가 좋아했던 시인은 만해 한용운(萬海?韓龍雲) 스님이었다. 특히 만해에게서는 굽힐 줄 모르는 정의감과 지조를 배웠다. 석정이 처녀 시집을 낸 것은 1939년의 「촛불」이었다. 만해의 시에서 '님'은 항상 '조국'을 상징적으로 비유하고 있지만, 석정은 '님'대신 '어머니'를 통하여 조국을 노래했다. 민족의 어두운 시절에 석정은 태양이 가고/ 빛나는 모든 것이 가고 / 어둠은 아름다운 전설과 신화까지도 먹칠하였습 니다./ 어머니 / 옛 이야기나 하나 들려 주세요. / 이 밤이 너무 길지 않습니까” 그는 「이 밤이 너무 길지 않습니까」라고 민족의 새벽을 간절하게 기다렸던 것이다. 이어 「슬픈 牧歌」「氷河」「山의 序曲」 등 그밖에 제5시집에 수필집까지 냈다.詩歷 50년, 평생을 나라와 겨레를 걱정하고, 아름다운 자연과 서정을 노래한 석정시인. 그의 시풍은 조용한 전원적인 정서를 우리 민족의 전통 가락에 담아서 노래한 것이었고, 그의 맑고 고운 심성으로 채워진 詩는 만나는 사람마다 다숩게 순화시키는 호소력을 지녔다. 그가 67세로 세상을 떠난 것은 1974년 7월 6일, 장대비가 억수로 쏟아지던 한여름이었다.
누가 흘린 피자국을 풀잎 이슬은이리도 참 기막힌 구슬로빛내고 있는가?빛나고 있는가?어제의 피몸부림 아픔일랑한으로 맺히는 하늘 땅이어도이슬은 내리고해는 다시 돋아서 싱그러운새 아침 들길이 열리는 것을 본다. /최형(시인)
전주에서 17번 국도를 타고 1시간, 다시 88고속도로를 달리다가 장수 IC에서 빠져나와 20여분 더 달려야 만나는 전형적인 산골 마을. 산간 벽지, 이 아름다운 마을의 역사와 문화를 정리한 보고서가 나왔다. 산촌의 전통적 생활문화가 비교적 온전하게 보존되고 있는 전북 장수군 번암면 논곡리 성암마을의 역사와 생활문화를 기록한 마을지 '전북 장수군 성암마을 조사보고서'. 잊혀지고 묻혀져가는 우리 삶의 문화에 새롭게 눈뜨게 하는 결실이다."전라북도는 과거 모습이 온전히 보존돼 있는 곳이 많아요. 그러나 상대적으로 민속이나 향토사 연구가 부족해 비교연구가 어려워요. 한국문화의 근본자료가 마을조사입니다.”서구문화의 영향과 도시화·산업화로 전통문화가 소멸되고 있는 전통마을을 주목한 전북대 전라문화연구소(소장 이정덕)가 발간한 이 책은 2002 문화관광부 선정 사업으로 진행된 것이다."전통문화가 남아있는 지역의 개별연구를 통해 자료를 축적하고 이를 통해 전반적인 비교 연구가 이뤄져야 하지만, 그동안의 마을조사는 주제별로 묶여 표피적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았어요.”한 마을의 역사와 민속분야가 집중적으로 다뤄진 마을조사는 전북에서 성암마을이 처음이다. 지난해 8월부터 11월까지 실시된 성암마을 마을지는 전북대 박물관 학예연구사를 거친 한국정신문화연구원 전경목 교수와 김병남(팬아시아종이박물관 학예연구사) 안광호(한국정신문화연구원 박사과정) 서해숙(전북대 강사) 한미옥(전남대 강사) 이옥희(전남대 박사과정)씨가 연구자로 참여했다. 산간벽지 성암마을을 통해 산촌마을의 형성과 변천, 삶의 모습을 집중적으로 조사해 옛 문화의 가치를 살폈다. 성암마을의 자연순환형 생산양식과 산촌의 전통문화를 통해 산촌 활성화 사례를 정립하고, 산촌 지역사회의 활성화 모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이번 조사는 의미가 깊다.자료가 부족해 현장에서 수집하고 분석해야 하는 어려움과 생활과 관련된 현장의 많은 모습들을 전부 담을 수 없었던 것이 가장 큰 아쉬움. 성암마을에 대한 총체적 조사로 마을에 대한 세세한 파악이 가능하지만, 성암마을로 그 범위가 한정돼 이웃마을과의 비교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있다."오래되고 거창한 것으로 생각하지만, 지금의 우리 생활과 풍습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바로 전통문화입니다. 전통문화가 삶 속에 녹아있는 마을조사는 그래서 중요합니다.”이정덕 소장은 역사·지리환경·생활환경 등을 기초로한 마을조사는 지역에 대한 종합적 이해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의례·풍습·대동놀이 등 생성과 소멸, 역할을 통해 전통과 현대로의 변화, 마을 사람들과의 관련성도 찾을 수 있다.이소장은 "마을조사가 진행되더라도 개별연구로 끝나버리는 경우가 많았다”며 문화권 내에서 마을을 이해할 수 있도록 마을조사 사례를 데이터베이스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전라문화연구소는 전통동족마을 특성이 두드러지는 '오수 둔덕리' 마을조사를 진행 중이다. 전북의 문화를 연구한 '판소리 총서'와 '혼불 총서' '무녀의 생애사' '전북의 여성농악단' '전주의 문화정체성' '전주 나이트클럽에서의 축제적 성격'등도 올해 안으로 발간할 예정이다.
박제가의 <백화보서 百花譜序>를 보면 꽃에 미친 김군(金君)의 이야기가 나온다."바야흐로 김군은 꽃발으로 서둘러 달려가서 눈은 꽃을 주목하며 하루종일 눈도 깜빡이지 않고, 오도카니 그 아래에 자리를 깔고 눕는다. 손님이 와도 한 마디 말도 나누지 않는다. 이를 보는 사람들은 반드시 미친 사람 아니면 멍청이라고 생각하여, 손가락질하며 비웃고 욕하기를 그치지 않는다.” 저자인 정민 교수의 조사에 의하면 <백화보>의 김군은 당시 규장각 서리였던 김덕형 이었다 한다.이 책에 등장하는 허균, 권필, 홍대용, 박지원, 이덕무, 박제가, 정약용, 김득신, 노긍, 김영 등의 인물은 18세기를 풍미하던 조선의 대표적인 "마이너”였다. 이른바 잘 나가는 메이저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비껴갔던 일종의 안티세력이었던 셈이다.한 가지에 몰두하는 힘으로 우뚝한 보람을 남긴 이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들은 하나같이 고달프고 신산한 삶을 이어갔다. 천대와 멸시 속에, 세상으로부터 인정받지 못하는 데 대한 좌절과 분노 속에, 그렇게 잊혀져갔다. 굶어죽고 만 천재 천문학자 김영, 과거시험 대필업자라는 조롱 속에 세상을 냉소하였던 노긍, 불온한 문체를 쓴다는 이유로 견책을 입고 군역을 갔던 이옥, 저자는 사람들의 기억 속에 그렇게 잊혀져 간 이들의 삶을 정성스레 복원해내고 있다.이 책의 제목인 "不狂不及”. 즉 "미치지 않으면 미치지 못한다”는 문장은 결국 학문도 예술도 사랑도 나를 온전히 잊는 몰두 속에서만 빛나는 성취를 이룰 수 있음을 깨달은 조선시대 마이너 지식인들의 슬픈 자화상이지 않을까.
육체 이미지를 분석한 '감각, 사유의 문'을 비롯해 '문학에서 시각 읽기' '감각으로 되돌아가기' '시각과 섹슈얼리티' 등 인문학의 개별 분야에서 시각의 힘이 갖는 의미를 여러 관점에서 묻는다. 강웅경 권희창 김건 신방흔 이대규 이상엽 이혜자 임성철씨 공저. 한양대학교 출판부 펴냄 / 1만1천원 △ 한국연극사 근대편40년간 연극을 연구해온 고려대 국문과 서연호 교수가 3권으로 기획한 저술의 첫 권. 1902년 한국 최초의 실내극장인 협률사 설립기부터 1950년대의 연극을 연극양식사의 입장에서 신파조극, 창극, 사실극, 대중극, 악극, 프로극, 표현주의극, 역사극, 고전의 현대화, 친일극 등 10가지 양식으로 분류했다. 1만8천원/연극과 인간 펴냄△ 분노의 역류시인이자 상지대 인문사회학부 교수인 김정란씨의 산문집. '이제는 유권자 혁명이다' 등 시류를 반영한 글들과 '고정희를 기리며' '여성과 성스러움' 등 문학과 여성에 관한 글들이 실려 있다. 9천8백원/아웃사이더 펴냄△ 래플스 호텔류의 소설을 읽는 일은 현대인의 삶과 상처를 탐닉하는 일이다. 1989년 일본에서 발표한 작품으로 4년전 국내에서 '눈부시게 찬란한 내 안의 블랙홀'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된 바 있다. 저자가 싱가포르·말레이시아 등을 무대로 베트남전 종군기자 출신인 사진작가와 여배우의 사랑이야기를 다뤘다. 무라카미 류 지음. 정윤아 옮김. 8천9백원/큰나무 펴냄△ 우리 세계의 70가지 경이로운 건축물그 놀라운 건축물들은 어떻게 세워졌을까? 스물 여덟 명의 선구적인 건축가와 토목기사, 건축사가, 예술사가들이 하기아 소피아, 피사의 사탑, 알람브라, 베르사유,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에펠 탑, 금문교, 자유의 여신상 등 우리의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건축물들이 설계되고 건축된 과정을 설명한다. 닐 파킨 지음. 남경태 옮김. 4만5천원/오늘의책 펴냄△ 국어 순화 자료집우리말을 다듬고 가꾸는 국어 순화 운동을 펼치고 있는 국립국어연구원이 서구 외국어가 뒤섞여 그대로 쓰이거나 국적 불명의 단어가 많은 영화 용어를 순화 대상으로 삼았다. 희곡 문학·연극사·극작, 연출 및 연기·무대 장치·무대 조명·극장 용어 등 연극 용어와 영화 제작·영화 산업·영화사/영화 이론/영화 비평 등 영화 용어의 올바른 표현을 소개한다. 국립국어연구원 펴냄
김학씨 수필집 전자책 제작중견 수필가 김학씨(전북대 평생교육원 교수)의 수필집 7권이 전자책으로 제작, 인터넷 한국문학도서관(http://www.kll.co.kr)에서 소개되고 있다. 수필집 '밤의 여로' '호호부인' '춘향골 이야기' '철부지의 사랑연습' '오수땅, 오수사람들' '아름다운 도전' '가을앓이' 등이며, 권당 3천3백원에 다운받을 수 있다. 전주예고 최성아양, 푸른작가 청소년 문학상 우수상 수상전주예술고 3학년 최성아양이 (사)민족문학작가회의(이사장 염무웅)가 실시하는 제3회 푸른작가 청소년 문학상에서 우수상을 수상했다. 당선작은 '종이꽃' 외 2편. 최양의 시는 '나와 가족의 일차원적 관계에서 벗어나 이웃에게로 관심의 폭을 확장시켜가려는 의지를 보여주었다'는 평을 얻었다. 특히 본심 심사를 맡은 이경림·김사인 시인은 "이웃에 대한 애정을 시로 승화해낸 노력이 소박하면서도 꾸밈없다”고 소개했다. 시상식은 지난 9일 서울 민족문학작가회의 세미나실에서 열렸으며, 수상 작품은 이 달 중 작품집으로 발간될 예정이다. 울산광역시 북구청, 환경동화 공모울산광역시 북구청에서 어린이들에게 환경의식을 고취할 수 있는 '환경동화'를 공모한다. 자연환경보전을 주제로 어린이들이 쉽게 읽고 이해할 수 있는 동화면 응모할 수 있다. 분량은 이백자 원고지 50매 내외. 공모기간은 다음 달 11일부터 25일까지. 우편(울산광역시 북구 연암동 10041 울산광역시 북구청 환경위생과)과 방문, 인터넷(북구청홈페이지 환경동화 접수 게시판)을 통해 접수할 수 있다. 최우수상 1명에게 상장과 상금 2백만원, 우수상 1명에게 상장과 상금 1백만원, 장려상 1명에 상장과 상금 50만원이 수여한다. 문의 052)219-7362
'아니 아니, 내가 꽃을 보고 있음은/황홀한 임의 빛 쬐고 있음./그 빛 흠뻑 쬘라치면,/사바가 온통 울긋불긋.'('꽃을 보며' 부분) '사바(娑婆)는 아름다운 꽃을 피움으로써 참고 견디어야 하는 세계'라고 말했던 눌당(訥堂) 하희주 시인이 사바를 떠나며 '사바의 꽃'(푸른사상 펴냄)을 헌사했다. 등단 50년 만에 펴낸 두 번째 시집이다. 세상과 삶의 근원, 자연의 섭리를 잔잔하면서도 매운 시어로 그렸다. 많은 작품을 선보인 시인이었지만, 책을 내는 일에 무감했던 그는 등단 40년만인 1994년 처녀시집 '자화상'을 냈고, 두 번째 시집 발간을 하루 앞둔 지난 달 30일 세상을 떠났다. 고인은 투병 중에도 교정을 보거나 책표지를 직접 고르는 등 이번 시집 발간에 많은 정성을 쏟은 것으로 알려졌다. 줄곧 그의 곁에서 함께 했던 문학평론가 이운룡씨는 "고인은 시를 사랑하고 인생을 사랑하고 섭리에 귀를 기울인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진정성과 겸허한 마음을 담고 있다”고 말했다. 문학평론가 채수영씨도 그를 '시의 신전을 찾는 나그네'라고 표현했다. '시는 강물처럼 흐르고 바다처럼 너울거리며 치솟아 부서져 잉태한 무지개를 찬연하게 비추는 물보라 같은 율어(律語)로 피워내는 꽃 중의 꽃'이라던 시인은 문학과 함께 해 온 평생을 이 한 권에 쏟아낸 모양이다. 시집에는 시에 대한 다양한 의미와 형태가 엿보인다. 특히 '언어유희'라는 테마로 엮인 시들이 안기는 감성은 특별하다. '김상술이 이상술이/수리수리 마하수리'('상수리' 부분)나 '이도돌이 김도돌이 히읗(ㅎ) 빠진 도토리들'('도토리' 부분)처럼 그의 시를 읽다보면 살포시 입가에 웃음을 머금게 하는 시들이 대부분이다. 시의 끝자락에서 어금니를 악 물어야 할 만큼 아픈 시도 있다. 지금껏 시인이 인생이나 사물의 접촉에서 깨닫고 느낀 버거운 충격들을 어떻게 꾹꾹 눌러 다독이고 참아왔는지 궁금할 뿐이다. '혼례식 주례설 사람, 축사할 때 조심하소./'검은머리 파뿌리 될 때' 운운하면 큰일날레./골드가 실버되도록 해로(偕老)하라 하시소.'('정문일침' 전문) 시인의 시는 자유를 얻은 듯 언어에 아무런 장애를 받지 않는다. 마음에 있는 말을 꺼내기만 하면 시가 된다. 고령의 시인임을 감안하더라도 소박한 언어를 통해 정겹고 친근하게 다가오는 선생의 시정신은 매우 맑고 순수하다. '가새짬시조'라는 새 구성미학의 시조 형식을 창안한 그의 흔적을 따라 시집을 넘기다 보면, 전북대 최승범 명예교수와 문학평론가 박이도·박진환씨의 시평도 함께 읽혀진다. 전주 출신으로 전주고와 중앙고 교사를 지낸 시인은 '고문교실' '바른 말 바른 글' 등 시집보다 더 많은 교육관련 서적들을 남겼다. 1955년 '현대문학'에서 시 추천을 받아 등단했으며, 1993년 전북문학사에 새로운 기틀을 마련한 모악문학상을 제정해 전북문학의 건강한 발전을 이끌기도 했다. 모악문학상은 적지 않은 상금과 상의 운영비를 시인이 모두 지원해 특별한 의미를 전했던 상이다. '노란 은행잎이/소리 없이 떨어진다,/가볍게 가볍게.//봄철의 가뭄과 여름철의 우박은/다 잊어버리고/훌훌 떠나는 마지막 길이매./소리 없을 밖에'('은행잎' 부분)
건전지는 극과 극이 서로 반대 방향으로 물려있다 애(愛)와 증(憎), 삶과 죽음의 자웅동체이다 어느 것 하나로는 심장은 뛰지 않는다 내 사랑도 죽이고 싶을 만큼의 똑같은 전압이 아니었다면 너와 나와의 온몸에 저릿저릿 피를 흐르게 하지 않았을 것이다제 몸에 꼭 맞는 관 속에 누워 죽어가면서 건전지가 극과 극에서 피워내는 저 아름다운 불꽃/복효근(시인)
얼마 전 인터넷 카페에서 '어머니의 모정'이라는 글을 읽었습니다. 가정부의 실수로 네 살배기 딸이 땅에 떨어져 머리와 목을 다쳐 전신마비가 되었습니다. 어머니는 딸을 위해 용하다는 병원, 한의원, 침술원을 다니며 딸의 병을 고치려고 했지만 고칠 수 없었습니다. 딸은 평생을 누워 살아야 했습니다. 그러는 동안 남편은 집을 떠나 다른 여인과 결혼을 했고 어머니는 홀로 불구의 딸을 키워야 했습니다. 어머니는 홀로 반세기를 넘게 누워있는 딸을 위해 살았습니다. 딸에게 글을 가르치고, 책을 읽도록 하였습니다. 그렇게 살아가는 동안 어머니의 연세는 101세가 되었고, 딸은 68세가 되었습니다. 어머니는 정부에서 보조하는 생활비로 연명하면서도 자신이 죽은 후를 대비하여 딸을 위해 생활비를 쪼개어 매달 저축을 합니다. 전신마비의 딸자식 때문에 늙을 수도 없었다는 어머니는 101세의 연세에도 불구하고 오직 아픈 딸에 대한 걱정뿐입니다.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칠 수 있는 사랑, 자식을 위해서 늙을 수도 없고, 세상을 떠나고 싶어도 차마 떠날 수 없는 사랑, 그것이 어머니의 사랑입니다. 어머니이기 때문에 딸자식을 위하여 자신의 온 생애를 희생할 수 있었습니다. 사랑은 사람이 고통과 시련 속에서도 이 세상을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커다란 힘입니다. 딸은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분이 나의 어머니”라며, "오늘까지 산 하루하루가 모두 어머니의 덕”이라며 눈시울을 적십니다.사람은 사랑을 먹고 살아갑니다. 그래서 누군가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 그것은 나에게 삶의 힘과 용기와 희망을 줍니다. 하느님은 우리를 위해 모든 것을 바쳐 사랑하시는 어머니입니다. "여인이 자기 젖먹이를 어찌 잊으랴! 어미는 혹시 잊을지 몰라도 나는 결코 너를 잊지 아니하리라.”(이사 49,15)고 말씀하시는 하느님이십니다. 요즈음 많은 이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는 가슴 아픈 소식을 종종 듣습니다. 죽음을 생각할 수밖에 없는 이들의 심정이 오죽하겠습니다. 그렇지만 나의 어머니가 나를 그토록 소중하게 여기셨고 나를 사랑하셨음을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지금은 일년 중 가장 거룩한 성주간입니다. 나를 사랑하시는 하느님께서 나를 위해 수난을 당하시고 십자가상에서 죽으심을 묵상하는 주간입니다. 나를 만드신 창조주 하느님께서 십자가에 매달려 죽기까지 나를 사랑하심을 깨닫고 느낌으로써 고통과 시련을 이겨내고 희망의 삶을 살기를 기도합니다.
시-마음속의 별- 하유리(이리동산초등 6학년)가만 가만별을 쳐다보면별들이 마음속으로 들어온다깜박이는 3등성도자그마한 샛별도반짝반짝 빛나는 1등성도모두모두 마음속으로 들어온다가만 가만별을 올려다보면희망도 기쁨도모두모두마음 속으로 들어온다.동시를 읽고)유리 어린이는 별들이 마음속으로 들어온다고 표현을 하였군요. 사람이 태어날 땐 마음속에 별 하나씩 갖고 태어난다는 말이 생각나네요. 별들도 사람처럼 태어났다가 어느 순간 생명을 다하고 사라진다는 말도 떠오르고요. 유리 어린이의 시를 읽노라니 밤하늘을 우러러보고 싶네요. 밤하늘을 올려다보면서 유리 친구처럼 밝은 별, 어두운 별 차별하지 않고 모두를 품을 수 있는 넉넉한 마음을 갖고 싶군요. 유리 어린이, 별을 올려다보며 별과 같이 빛나는 기쁨과 희망을 영원히 담길 바래요. 그리고 항상 삶에 바탕을 둔 건강한 꿈을 잘 키워 가기를 부탁해요. 오늘 밤 별들이 총총 뜨면 참 좋겠네요./임대섭(필명: 임청필·시인·신태인초등학교 교사)산문-엠피쓰리(MP3)- 장난성(신태인초등 3학년)시험 하루 전날 부모님께서는 MP3를 사주셨다. 어머니께서는 시험이 끝나면 들으라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나와 오빠는 빨리 시험이 끝나서 음악을 듣고 싶었다. 지루했던 시험 시간이 끝나자 집으로 달려와 음악을 들었다."이야……"너무너무 좋아서 내 입은 다물어지지 않았다. 오빠도 역시 입을 벌리고 다니는 것 같았다.다음 날 저녁 우리 가족은 기쁨에 흠뻑 젖어있었다. 시험 결과가 나왔는데 난 1등을 하였고 오빠는 3등을 해서 부모님께서 매우 좋아하셨기 때문이다.이튿날 아침, 차 타러 갈 때도 오빠 옆에 꼭 붙어서 음악을 들으며 갔다. 줄이 끊어 질까봐 발을 맞추어 걸었다.난 아기 때 빼고는 오빠하고 가까이 한 적이 없었는데, 오빠와 더욱 친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MP3가 우리 가족을 이렇게 행복하게 만들 줄 정말 몰랐다. 우리의 행복이 영원하길 바란다.엄마, 아빠 사랑해요. 글을 읽고)음악을 들려주는 조그만 엠피쓰리(MP3) 플레이어 하나가 이렇게 한 가족을 기쁘게 할 수 있을까요?난성이 글을 읽으며 저 또한 기뻤답니다. 삶 속에서 묻어나는 가족 사랑의 잔잔한 감동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랍니다. 특히, 차 타러 갈 때 오빠 옆에 꼭 붙어서 음악을 들으며, 발을 맞추어 걸어갔다는 부분을 읽을 때에는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MP3 플레이어 하나가 서먹서먹했던 오누이의 사이를 친하게 만들어 주는 매개체 역할을 톡톡히 해냈어요. 짧지만 결코 짧지 않은 글이었습니다. 글의 구성 또한 좋았고요. 난성이네처럼 행복한 가정이 많아지기를 기원합니다. /임대섭(필명: 임청필·시인·신태인초등학교 교사)시-신발 한 켤레- 상서중학교 3학년 박 인어느 날, 집 안에 들어서니군화 한 켤레가 안방 문 밑에자리를 잡았다.그 날 저녁 식탁엔수저가 하나 늘어났고국그릇도 하나 늘어났다.그 날 밤 형의 목소리가 그칠 줄 몰랐다.며칠 후집안에 들어서니구두 여자 구두 한 켤레가 안방 문 밑에 고이 모셔져 있었다.엄마께선 음식 준비를 하시고이모께선엄마를 거들어 주시느라 분주했다.엄마의 칼질 소리도 힘이 넘쳤다. 아빠 제사가 끝나고도 저녁 늦게까지사람들 소리로 잠을 설쳤다. 다음 날, 집안에 들어서니형의 군화도 이모의 구두도 보이질 않았다.작은 방엔 아직 치우지 않은아버지의 제사상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그 날 저녁형의 말소리도엄마의 도마소리도 들리지 않았다.다만, 내 귀에엄마의 울음소리만 맴돌았다.시를 읽고)어머니와 단둘이 생활하다 식구들이 느는 날은 아버지의 제삿날, 슬프고도 기쁜 날이다. 군대 간 형도 정겨운 이모도 와서 어머니의 상심을 달래준다. 하지만 그들이 가고 나면 다시 어머니는 시름에 잠기고 만다. 이런 이야기 시가 긴장을 잃지 않고 감동을 줄 수 있는 것은 내용의 ?읽는 이의 마음을 아리게 하는 진실성?에 있다. 방 밖에 놓인 불어난 신발과 방 안 밥상에 늘어난 젓가락의 선명한 이미지 역시 이 시의 또 다른 볼거리다. 아울러 '신발 한 켤레'는 사라진 아버지의 신발일 수도./이용범(시인)시-아버지- 박미화(백산고 2년)가을 들녘은 아버지의 땀방울이다.아버지 농사일의 겨운 신음소리도 가을이었고담배 연기 속에 묻어나는 허연 김은 아버지의 백발이 된다.쓸쓸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보리 씨앗을 땅에 묻는다.아버지는 저 빈들을 바라보시며 저 곳이 가득 채워질 그 날을 생각하신다.글을 읽고)농사일을 해보지 않은 사람은 농부의 심정을 헤아리지 못한다. 이 시는 땅의 정직함을 믿는 농부인 아버지가 힘들어하는 모습(현실)을 안타까워하는 자식의 안스러움이 잘 배어 있다. 신음 소리 절로 나고 흰머리 늘게 하는 농촌의 현실이지만 쓰러지지 않고 보리처럼 다시 일어나리 라는 의지를 갖게 하는 미더움을 보여준다. 말의 쓰임에 지나침도 부족함도 없다./이용범(시인)산문-자화상- 오보람(백산고 3년)아직 모든 것이 눈을 뜨지 않은 새벽. 요란하게 창문을 두드리는 밤바람 소리에 뒤척이다 의식적으로 눈을 꼭 감았습니다. '오늘 잠은 다 잤구나.'이미 의식은 살아났지만 무의식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안간힘을 씁니다. 하지만 그럴수록 정신은 더욱 또렷해진다는 것도 부정할 수 없지요. 자다가 한번 깨면 다시 잠을 잘 이루지 못하는 예민한 성격 탓에 이런 일은 종종 일어납니다. 짜증나서 애꿎은 방바닥을 발로 쿵쿵 차고, 어떤 날은 차분한 음악을 들으며 다시 잠을 청해 봤지만 역시나 그것은 부질없는 일로 그치곤 했지요. 언제부턴가 그런 날에는 혼자 조용히 생각하는 저를 발견하게 되었어요.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오가며 때로는 얼굴 화끈거리는 실수를 떠올리고, 때로는 노력도 하지 않고 좋은 결과를 바라는 나를 질책도 해보고, 또 때로는 먼 훗날 꿈을 이뤄 잘 사는 모습을 상상하며 흐뭇해하기도 합니다.며칠 전, 수학 여행가서 찍은 사진을 앨범에 넣으려고 오랫동안 보지 않았던 앨범을 찾았습니다. 그 앨범 속에는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의 내가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약간 까무잡잡하고 주근깨가 있는 얼굴이 보입니다. 영락없는 시골 아이 모습입니다. 흙 냄새가 물씬 풍기는 그런 얼굴입니다. 그와는 대조적으로 희고 뽀얀 피부를 가진, 도시 냄새가 나는 아이도 보입니다. 바로 저보다 2살 많은 언니지요. 저는 언니와 매우 친해서 어딜 가든지 저는 언니를 꼭 따라다녔어요. 그러나 마주치는 사람들은 저마다, "자매가 안 닮았네" 라는 말을 하곤 했지요. 시간이 흐를수록 저는 그러한 사람들의 반응에 지쳐갔습니다. 그 말이 점점 "언니는 예쁜데 동생은 못생겼네." 라는 말로 들리기 시작했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제 얼굴도 미워지기 시작했어요. 초등학교를 졸업할 무렵 저는 부모님께 주근깨를 빼달라고 졸랐습니다. 그때만 해도 레이저가 널리 보급되지 않았고, 그 기술도 미숙한 상태였어요. 그리고 돈도 많이 필요했어요. 그래도 저는 그런 것은 신경 쓸 겨를이 없었어요. 다만 주근깨만 내 얼굴에서 없어진다면 그런 것쯤은 아무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지요. 부모님께서는, "크면 다 없어지는 거야"라며 저를 달랬어요. 저는 부모님 말씀을 믿어보기로 했지요. 그러나 그것도 잠시뿐, 중학교에 입학하고 저는 친구들에게 주근깨 때문에 놀림을 받아야만 했어요. 그것은 저에게 아주 커다란 상처로 남게 되었답니다. 그 후로 다시 부모님께 고집을 부렸지요. 부모님께서는, "겨울 방학 때 꼭 빼줄게"라고 약속을 하셨지만 그 약속은 번번이 깨졌어요. 그렇게 매년 겨울 방학만을 기다리다가 지금까지 온 것이지요.어젯밤, 예민한 신경은 저를 또 괴롭혔지요. 맹꽁이가 구슬프게 울어대는 바람에 저는 아예 잠을 청할 수가 없었어요. 잠도 안 오고 밤인데도 방 안이 후덥지근해서 저는 남으로 난 창문을 활짝 열어 젖혔어요. 그 순간 밤하늘에 총총히 박힌 별들이 제 방으로 쏟아져 내리는 게 아니겠어요? 별들은 밤하늘을 더욱 아름답게 해줍니다. 저는 생각했어요.'내 얼굴에 나 있는 많은 주근깨를 별과 같이 생각하자. 나를 더 예쁘게 해주는...'저는 더 이상 겨울 방학을 기다리지 않는답니다. 진정한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알았거든요. 요즘엔 외모 지상주의가 만연해서 예쁘고 잘생긴 사람을 많이 선호합니다. 텔레비전에서 비춰지는 연예인의 모습은 우리로 하여금 동경의 대상이 되게 하지요. 그러나 그러한 사람들은 왠지 개성을 잃어버린 듯합니다. 다 똑같은 얼굴 같지요. 저는 겉모습만 예쁜 것은 정말로 예쁜 것이 아니란 걸 알았습니다. "마음이 예뻐야 여자다." 라는 말이 있듯이 아름다움은 내면에 숨겨져 있는 게 아닐까요? 저도 아름다운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착한 마음과 고운 말씨가 모자란 겉모습까지 아름답게 감싸주리라 믿습니다.글을 읽고)글의 아름다움은 진솔함에 있다. 이 글의 감동은 사춘기에 말하기 쉽지 않은 자기 신체적 약점(?)을 솔직하게 그려내고 있다는 점이다. 얼굴에 난 주근깨를 밤하늘에 총총히 박힌 별로 표현해내는 재치와 여유는 무릎을 칠만하다. 아울러 이야기 형식을 빌어 지루함을 쫓는 일도 눈 여겨 볼만하다./이용범(시인)
우리가 굳이 떠밀지 않아도겨울이 떠나고우리가 굳이 손짓하지 않아도봄은 이렇게 절룩이며 오는데개나리 진달래 흐드러지게 피는데그러나 그 어느 곳에도 구경꾼은 없더라팔장 낀 구경꾼은 없더라지난 폭설이나 산불에도 온전히 죽지 못하고 썩지 못한 것들마침표 없이 출렁이는 저 파도 속에비로소 그 큰 눈을 감는데아무도 구경꾼은 없더라그때 우리 모두는 증언장에 갔으므로./허소라(시인·군산대 명예교수)
초현실주의 언어의 정상(頂上)을 보여주는 시인 소한진씨. 그는 과학 문명이 발전할수록 더욱 피폐해지고 왜소해지는 인간정신의 탈출구를 무의식의 영역에서 찾고, 이를 시의 세계로 끌어들였다. 문예한국사 펴냄 / 1만2천원△ 청와대가 변해야 대한민국이 산다'똑 소리 나는, 톡톡 튀는 정부만 있다면 대한민국 국민은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꿀릴 것도 기죽을 것도 없는 당찬 민족'이라고 말하는 현직목사 배시언씨가 펴낸 에세이집. 저자는 체제의 형식과 의식구조를 바꾸는 것만이 대한민국의 살길이라 말한다. 도서출판 경원미디어 펴냄 △ 문예한국 2004 봄호. 표지작가 성찬경 시인의 신작 작품집과 시론을 특집으로, 문학평론가 한상렬씨의 '수필창작의 새 패러다임', 문학박사 송경란씨의 '시적 상상력과 정서적 체험의 깊이'를 이 계절의 작품 읽기로 엮었다. 문예한국사 펴냄 / 1만2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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