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25-12-18 10:47 (Thu)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문화 chevron_right 영화·연극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배운다] 다양성 확대 통해 '아시아 영화 플랫폼' 자리매김

아시아영화의 창을 표방하는 부산국제영화제가 성년을 바라보고 있다. 지난 2일부터 11일까지 부산시 해운대구와 남포동 일대에서 열린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에는 역대 가장 많은 23만 여명이 다녀갔다. 관객 규모로는 베를린영화제와 토론토영화제에 견줄 정도. 지역도 한국과 중국일본 3개국 중심에서 아시아 전역으로 확장되고 있고, 독립영화에 대한 비중도 높아지는 등 다양성이 확대되고 있다. 부대행사로 마련되는 아시안필름마켓(Asianfilmmarket) 위상도 높아졌다. 올해 영화제의 화두처럼 안정 단계에 들어선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전북지역 축제들이 배워야 할 점을 짚어본다.△ 담론 확장세계 영화제 도약 시동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는 79개국 314편의 작품이 초청됐다. 이 가운데 부산에서 처음 공개되는 영화가 134편(월드 프리미어(world premiere) 98편, 인터내셔널 프리미어(international premiere) 36편)에 달했다.영화제는 한중일 3개국 영화를 중심으로 출발했지만 베트남 미얀마 방글라데시 파키스탄 레바논 등 세계 영화시장에서 소외된 서남중앙아시아 국가들로 지평이 확장되고 있다. 이들 국가의 유명 감독이나 신인들의 영화에 주목하고 있다. 또한 올해는 터키와 조지아(옛 그루지아)특별전을 마련하는 등 꾸준히 새로운 영화담론을 만들어가고 있다.독립영화 비중도 커지고 있다. 부산영화제는 애초 백화점식 영화제를 표방하면서 대중성에 무게를 뒀다. 그러나 독립영화에 대한 관심을 높이면서 최근에서는 독립영화가 차지하는 비중이 전체 상영작의 2030%에 달한다. 지난해에는 김동현 감독의 독립영화 만찬을 폐막작으로 선정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아시아영화에 집중하겠다는 부산영화제가 유럽과 아프리카로 눈을 돌리는 것도 예사롭지 않다. 장기적으로 부산영화제가 아시아를 넘어 세계로 도약하려는 준비다.북경영화제 조직위원회가 부산에서 대규모 파티를 열고, 아시안필름마켓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도 부산영화제가 아시아 영화의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면이다.부산영화제는 아시아를 중심에 두고 있지만 꾸준히 다양성을 확대하며 세계로 지평을 넓혀가고 있다.△ 세계적인 필름마켓으로 성장부산시가 주최하고, 영화제 조직위원회와 부산영상위원회가 주관하는 아시안필름마켓도 부산영화제의 위상을 보여주는 행사다.올해로 9회째 열린 아시안필름마켓에는 30여개 나라에서 200여 영화관련 업체가 참가했다. 전년대비 30% 증가한 규모다.마켓 스크리닝(market screening)에 선보인 작품은 15개국 84편. 이 가운데 17편은 영화제 공식 상영작으로 선정됐고, 67편은 아시안필름마켓에서 첫 선을 보였다.특히 올해는 북경영화제조직위원회와 중국 기업들의 조직적인 참여가 이뤄졌다. 중국 최대 온라인플랫폼 기업인 아이치이(iQIYI)는 국내 제작사 두 곳의 작품 90여 편의 온라인 독점 판권을 계약하기도 했다.투자와 제작, 배급에 집중됐던 영화관련 산업군도 확대됐다. 특히 올해는 한중일 3국을 대표하는 기획사(man agement company)들이 대거 참가했고, 포털사이트 기업도 부스를 차렸다.유럽국가들도 부산영화제를 아시아 영화시장 거점으로 삼기 위해 아시안필름마켓에 공을 들이고 있다.김형래 아시안필름마켓실장은 부산아시안필름마켓이 유럽필름마켓, 칸필름마켓과 더불어 세계 3대 필름마켓으로 성장했다며 중국과 유럽기업들의 참가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아시아 국가에서 진행 중인 영화 프로젝트 투자 유치를 위한 아시아 프로젝트 마켓(Asia Project Market)과 출판콘텐츠와 영화를 연계하는 북 투 필름(Book to Film), 대륙 간 국가 간 공동제작과 공동캐스팅에 대비한 아시아 스타캐스팅 포럼과 스타라인업도 아시안필름마켓에서 주목받고 있는 콘텐츠다.● 이용관 집행위원장 "독립성이 필수요건안정적 재원도 과제"다큐멘터리 다이빙 벨 상영문제를 두고 논란이 일었던 부산국제영화제. 이용관 부산국제영화제 조직위원회 집행위원장은 예술인들의 자유로운 창작활동을 존중하고, 관객들의 다양한 욕구에 부응하기 위해 상영을 결정한 것이라며 독립성 확보와 유지는 부산영화제가 아시아를 넘어 세계영화제로 나아가기 위한 필수요건이자 과제라고 말했다.독립성과 함께 안정적인 예산확보도 부산영화제의 지속 과제로 꼽았다. 이 위원장은 부산시민들의 적극적인 후원과 함께 부산시의 간섭 없는 지원이 오늘의 부산영화제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기업후원이 늘고는 있지만 정부지원이 줄어 장기적인 시각에서는 아쉬움이 크다고 덧붙였다.그래도 부산영화제는 축제의 가장 기본요소로 볼 수 있는 독립성과 재원이 비교적 안정적으로 확보되는 편이라며 이러한 점에서 국내에서 개최되는 100여 개의 축제들이 부산을 부러워한다고 말했다.축제 규모에 대한 집착도 지양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부산영화제가 세계 유수의 영화제와 견줄 만큼 성장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광안리에서 12만명이 모이는 작은 영화제를 꿈꿨는데, 첫 해부터 18만 명이라는 관객이 영화제를 찾았다고. 그는 다양한 영화에 대한 갈증이 커지는 시기에 마당을 먼저 열어준 것이 영화제가 비약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요인으로 분석했다. 관객 규모나 수준으로는 세계 1,2위를 다투는 베를린이나 토론토영화제에 뒤지지 않지만 규모가 중요한 평가지표가 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이 위원장은 또 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 명예집행위원장과 전양준 아시안필름마켓위원장, 김지석 수석프로그래머, 박광수 감독 등 20여명의 영화인들이 하나의 목표를 두고 영화제 태동부터 지금까지 함께 해온 것도 부산영화제가 지닌 힘이라고 설명했다.20회 성년 맞이는 성장통을 마무리하고 안정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목표라며, 초심과 청렴이 부산영화제가 지금도 새기고 있는 화두(話頭)라고 들려줬다.이 위원장은 부산이 백화점식 영화제라면 전주는 대안과 독립이라는 뚜렷한 색깔이 있는 만큼 특성을 지키고 다듬으면서 규모 있게 가꿔가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며 전주국제영화제를 사랑하는 세계 영화인들이 많다고 덧붙였다.

  • 영화·연극
  • 은수정
  • 2014.10.14 23:02

[⑮ 산타바바라] 취하라! 술이든 詩든…그대 마음 내키는 대로

사파이어 빛 하늘이 깊어지는 가을이다. 양떼구름 토실토실 떠있는 저 하늘 아래로 길게 뻗은 길을 보면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 마음이 일렁인다. 지평선 너머 소실점 이루는 곳에 내 꿈이 익고 있을 것만 같다.이런 설렘의 계절에는 영화 또한 로드무비가 제격이다. 길을 떠나면서 여러 사람과 사건을 만나게 되고, 그 속에서 삶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게 되는 길 위의 영화 말이다. 그동안 수많은 로드무비가 가을 속을 지나갔다. 내 인생에 끼어든 영화도 무수히 많다. 한 여인을 두고 삼형제가 사랑의 몸살을 앓는 〈가을의 전설〉. “이 길과 똑 같은 길은 없어! 세상의 길은 모두 다르니까.”라는 대사로 로드무비의 대명사가 된〈아이다호〉. 동경 뒷골목, 노란 은행잎 빼곡한 길에서 삶을 재조명하는 〈텐텐〉. 특히 킬러와 인질의 사랑을 그린 〈섬머타임 킬러〉 는 압권이다. 금발의 주인공이 오토바이를 타고 광란의 질주를 하는데, 억새풀 사이로 ‘Like a play‘라는 곡이 감미롭게 흘러 매혹적이다. 꼬깃꼬깃한 기억으로 남아있지만 이 영화들은 틈만 나면 재생되어 내 여린 감성을 자극하고 삶을 간섭한다.우리영화 〈산타 바바라〉는 일과 사랑이 뒤엉켜 풀지 못하고 전전긍긍하는 한 청춘남녀를 미국 서부 산타바라라로 떠나보낸다. 광고 전문사원(AE라고 부름)‘수경’(윤진서 분)은 잘 나가는 커리어우먼이다. 밤낮없이 일에 매달려 산다. 고객과 술 마시는 일도 잦아 다른 곳에 눈 돌릴 겨를이 없다. 일중독자가 되어간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어쩔 수 없다. 광고음악을 만드는 과정에서 영화음악감독인 ‘정우’(이상윤 분)라는 청년을 만나게 된다. 이 사람은 매사가 무사태평이다. 좋은 게 좋다는 주의. 선배가 사기치고 도망가는 바람에 채권자가 들이닥쳐 자신의 분신과 같은 기타를 들고 가버려 머릿속이 오직 기타 찾는 일로 가득 차 있다. 과음 하던 날, 정우가 횡설수설 하다가 탁자에 머리를 박고 잠들어 버린다. 들쳐 업고 바래다주는 과정에서 수경은 이 남자가 자기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엄마가 재혼하여 미국에 산다는 것도. 자신도 언니와 이복인 것을…. 수경은 내색하지 않고 일에 열중한다. 녹음을 위하여 스튜디오가 있는 산타바바라로 함께 출장을 간다. 그곳에는 영화 〈사이드웨이〉에 나오는 유명한 와이너리(양조장)가 있고, 끝없이 펼쳐진 포도농장이 있으며, 맛있는 와인이 있다.LA에서 해안 도로를 타고 북서쪽으로 약 1시간 반 정도 올라가면 산타바바라다. 아름다운 석양, 온화한 기후, 스페인식 건축양식, 팝스타 ‘마이클잭슨’이 살았다는 네버랜드…. 나도 몇 년 전에 그곳에서 갔었는데, 바다로 길게 뻗은 부두가 인상적이었다. 기다란 부두 끝 바다와 맞닿은 자리에 서니 세상 시름이 다 녹는 것 같았다. 둘은 와인에 취한다. 〈사이드웨이〉의 이혼한 교사 ‘마일스’가 그랬던 것처럼. 마일스가 찾아가는 와인 여정은 샛길(사이드웨이)같은 것 이었다. 이는 어두운 터널을 지나는 사람이 그곳에서 새 길을 찾는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마일스를, 그의 사이드웨이를 동경하는 두 사람 앞에 과연 어떤 길이 나타날까. 영화는 끝없이 펼쳐진 해안도로, 확 트인 바다, 석양의 타는 노을을 보여주며 길을 정하라고 재촉한다. 아! 검붉은 태양의 불콰함은 마일스가 햄버거와 함께 마셔버린 ‘슈발블랑’의 맛을 방불케 한다.해변을 돌아 스페인 풍 빨간 지붕이 즐비한 주택가 길을 걸을 때 정우가 비장한 어조로 말한다. “우리 아버지처럼 엉성한 사랑은 하지 않을 거야.”수경이 답한다. “다 사정이 있었을 거야.” 정우가 수경을 돌려 세운다. “이 세상에서 가장 슬픈 사랑이 무슨 사랑인지 알아요?” “…” “외사랑 이라고요. 그것은 짝사랑하고 달라요. 상대방이 낌새를 알아차리고도 반응을 보이지 않는 사랑 말예요.”수경이 함박웃음을 터트린다. ‘술에 곯아떨어진 날 감지했어요. 우리는 비슷한 상처로 힘들어 하잖아요.’수경의 마음이 스르르 열린다. 한편 영화는‘취하라’는 메시지도 진중하게 전한다. 일에 취하고, 술에 취하고, 사랑에 취하고, 인생에 취하라. 계속 취하라!시인 보들레르도 ‘취하라’라고 노래하지 않았던가. ‘늘 취해 있어야 한다/ 모든 것이 거기 있다/ 이것이야말로 본질적인 문제이다/ 어깨를 짓누르고 허리를 휘게 하는/ 시간 신의 끔찍한 짐을 느끼지 않으려면/ 늘 취해 있어야 한다.’후략.‘취(醉)하지 않으면 취(取)할 수 없다.’고 말하는 한양대학교 유영만 교수는 “막히는 길에서 오마이 갓!”을 연발 하면 갓길이 쫙 열린다고 하며 웃었다. 이 가을, 취하기 위해서 우리는 사이드웨이를 간다. 산타바바라든 어디든.한국영상영화치료학회 전북지부장

  • 영화·연극
  • 기고
  • 2014.09.29 23:02

익산장애인영화제 개최, 24~26일 공공영상미디어센터

제6회 2014 익산장애인영화제가 오는 24일부터 26일까지 익산공공영상미디어센터에서 개최된다. 장애인이 직접 만든 영화부터 각종 영화제에서 화제가 되는 영화까지 모두 20편이 상영된다. 먼저 24일에는 개막작으로 만복아 약 먹자!(오후 2시 감독 초청)를 시작으로 극장가에서 뜨거운 화제가 되었던 인간중독(오후 7시)이 화면 해설 음성과 자막이 있는 배리어프리 버전으로 상영된다. 이어 25일에는 장애인의 일상과 꿈(오후 2시 감독 초청)이라는 주제로 만든 단편영화를 모아서 선보인다. 이들 상영작들은 익산공공영상미디어센터에서 진행하는 장애인미디어교육을 통해 만들어진 작품이다. 그중 카페 이매진은 제12회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개막작으로 상영되기도 했다. 또 서울여성영화제에 소개돼 국내 다양한 영화제에서 러브콜을 받은 반짝이는 박수소리(오후 3시30분)와 이탈리아 정신지체장애인 11명이 성공적으로 협동조합을 만든 실화를 다룬 영화 위 캔 두 댓(오후 7시)도 만나 볼 수 있다. 영화 상영 뒤에는 감독과의 대화가 진행된다.영화제의 마지막 날인 26일에는 피부색깔=꿀색(오후 7시)을 볼 수 있다. 벨기에로 입양돼 프랑스에서 그래픽노블 작가로 활동 중인 융 에낭(한국명 전정식, 50)의 자전적 작품으로 새로운 가족 속에서 생활하지만 차별의 상처로 고민하고 방황하는 성장담이다.익산장애인영화제의 상영작은 모두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자세한 문의는 익산공공영상미디어센터 홈페이지(www.ismedia.or.kr)나 전화 070-8282-8078.

  • 영화·연극
  • 엄철호
  • 2014.09.19 23:02

[⑭나의 첫 번째 장례식] 나는 지금 어떤 가면을 쓰고 살고 있는가

모 기업체 여직원 휴게실에 ‘간 걸개’라는 글씨가 선명하게 적혀 있어 뜻을 물으니 ‘간을 거는 걸이’라고 했다. 작업장에 나가면서 간을 걸어놓고 간다? 용왕님 만나러 가는 토끼도 아니고……. 눈이 휘둥그레진 나를 보고 그들은 “짓궂은 고객과 상대하려면 별수 없다” 라며 웃었다. 고객의 비위를 맞추려니 어쩔 수 없이 다른 얼굴로 살아야만 하는 사람들의 애환이 가시넝쿨처럼 엉켜있는 듯 했다. 이 얼굴을 설명하는 말로 ‘페르소나’가 있다. 그리스 어원의 ‘가면을 쓴 인격’이다. 정신분석가 ‘김상준’은 말한다. ‘사람이 사회생활을 하려면 남들과 관계를 맺어야 하고 남과 자신을 맺기 위해서는 무엇인가 타협이 있어야 하는데 그 산물이 페르소나, 즉 가면이다. 이것은 자신의 진짜 모습은 아니며, 사회에서 만들어진 것을 받아들인 것이다. 따라서 시대가 바뀌거나 문화가 다르면 그 모습도 달라질 수 있다’라고.‘짐 케리’가 주연한 영화 〈마스크〉는 가면을 쓰는 이유를 보다 현실적으로 풀이해 준다. ‘숨겨진 욕망인 본능적 충동은 억압받고 있어서 사회적으로 용납 받을 수 있는 형태로 표출하는 것’이라고. 여기서 영화는 ‘다 같이 쓰는 가면’이 있는가 하면 ‘나만 쓰는 가면’이 따로 있는데, 이를 구분하지 못한다든가 맹목적으로 쓰게 되면 큰 낭패를 볼 것이라고 경고한다.〈나의 첫 번째 장례식〉이란 영화를 이런 관점에서 봤다. 원제는 〈Vijay and I〉, 즉 ‘비제이’라는 다른 나를 진짜 나와 비교해 보자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내용을 희화화하여 포스터를 달았다. 제목 속에 내가 죽지 않았다는 사실이 또 두 번째, 세 번째 장례식이 계속될 수 있음이 암시되고 있어 재미있다. 영화는 방송국에서 ‘운 나쁜 토끼’라는 이름으로 항상 녹색 토끼 인형 옷을 입고 연기하는 ‘윌 와일더’(모리츠 블라이브 트로이 분)의 삶을 조명한다. 40세 생일, 녹화 중 PD의 반복되는 지적에 흥분한 윌은 토끼 인형 복장을 한 채로 방송국을 뛰쳐나온다. 주유소에서 자동차까지 도난당하고, 단짝인 ‘라드’(대니 푸디 분)의 집에서 하룻밤을 묵는다. 그런데 아침에 일어나보니 이 차가 밤에 연쇄 충돌사고로 전소하였다는 것이다. 윌은 현장에서 한줌의 재가 되었다고 방송은 대대적으로 보도한다.졸지에 죽은 사람이 되어버린 윌. 가족이 놀랠까 봐 집으로 전화하다 말고 갑자기 생각을 바꾼다. 자신의 죽음을 두고 세상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해진 것이다. 전문가인 라드의 도움을 받아 인도인으로 변장한다. 은행가이면서 윌의 절친한 친구 ‘비제이’로 변신하는 것이다. 장례식에 참석한다.장례식은 그가 아끼던 유품을 매장하면서 시작된다. 멀거니 바라보고 있는데, 자신의 에이전트가 나선다. “수많은 아이의 친구이자 사랑스러운 아내의 남편, 어여쁜 딸의 아버지, 그리고 우리 모두의 친구가 영면했다.” 조금 뒤 비제이에게 마이크가 넘어온다. 사양하던 그는 “우리 시크교에서는 죽음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삶으로 가는 다리입니다.”라며 점잖을 떤다. 아내 ‘줄리아’(패트리시아 아퀘트 분)가 머리를 조아린다.사단은 윌의 집 추모회에서 난다. 옛 애인을 자처하는 한 여인이 비제이를 향해 쏘아 붙인다. “당신은 윌이 대단한 존재인 줄 아는 모양인데 전혀! 덩치만 컸지 완전히 유치하고 이기적이었죠. 불만투성이에 자기밖에 모르는 루저 라고요.” 다시 나타난 에이전트는 “세상사람 모두가 운 나쁜 토끼로만 기억한다.”라며 다른 배역이 적절치 않았다고 말한다. 장인 장모는 은행가인 비제이에게 딸의 비자금 운영방법을 상의한다.모란꽃을 들고 가 아내를 유혹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얼마나 됐다고 아내는 비제이에게 잠자리까지 허락한다. 심지어 침대 위에서 “그는 방송국 토끼일 뿐 아니라 잠자리에서도 토끼였어요.”라고 서슴없이 말한다.자신이 쓰고 있던 토끼 인형만 답답하게 여겼던 윌, 방송국만 벗어나면 자기가 최고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최악이었다. 침대에 걸터앉아 습관대로 양말을 털다가 아내에게 정체가 탄로 나고, 따지려 드는 줄리아에게 황급히 말한다. “이제 윌은 없어!” 줄리아가 말한다. “비제이는 너무 품위 있고 유혹적이었어요.”잘 나가는 식당 사장으로 변모한 인도인 비제이의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영화는 끝난다. 씁쓸한 느낌 뒤로 두 가지 생각이 교차한다. 윌의 정체성과 다음 장례식에 대한 우려가 그것이다. ‘죽어야 산다. 버려야 산다.’고 하지만, 그래도 그렇지. 본질까지 버려서야 되겠는가? 그나저나 가면을 어찌해야 하나. 김상준은 말한다. 잘못된 가면을 벗는 방법은 ‘자신에 대한 끊임없는 성찰과 지금 이것이 누구 것인지 확인하는 습관이라고.’한국영상영화치료학회 전북지부장

  • 영화·연극
  • 기고
  • 2014.09.15 23:02

두 청춘의 동거 이야기...극단 자루 '하우스 메이트' 12~21일 소극장 판

가족인 듯 가족 아닌 가족 같은 하우스 메이트(house mate). 핏줄이 아니지만 한 지붕 아래서 여러 사람이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청년층의 취업문제와 주거문제 등의 시대상을 반영하는 풍조다. 하우스 메이트를 배경으로 꿈을 쫓는 청춘을 그린 연극이 올려진다.극단 자루는 12일부터 21일까지 전주시 완산구 경원동3가에 있는 소극장 판에서 연극 하우스 메이트를 공연한다. 오지윤 작연출.이번 작품은 지난 2011년 창단한 이후로 사회적 화두를 담은 창작극을 선보인 극단 자루의 16번째 이야기다. 박주영, 백진화 씨 주연으로 가난에게 뺏긴 꿈과 안정을 찾기 위한 젊은이들을 그렸다. 배우 지망생 김수정은 알바로 생활하며 수많은 오디션에 응시하고 떨어지기를 반복한다. 사고로 부모님을 잃어 마음을 나눌 수 있는 가족을 찾기 위해 저렴하게 방을 내놓는다. 반면 평범한 학벌에 평범한 직장인인 박영지는 넉넉하지 못한 가정 형편으로 가족은 짐이다. 가족으로부터 벗어나려는 순간 수정의 집이 눈에 들어온다. 하지만 서로 다른 환경과 취향을 지닌 둘은 시시때때로 부딪치며 갈등을 겪는다. 가족을 원하는 수정과 사생활을 방해받고 싶지 않은 영지는 멀어지는 듯 하면서도 서로를 조금씩 이해하게 된다. 공연 시간은 평일 오후 7시30분, 토요일 오후 4시7시 30분, 일요일 오후 4시다. 전좌석 2만 원이며, 자세한 문의는 063-232-6786, 온라인(www.art-pan.org).

  • 영화·연극
  • 이세명
  • 2014.09.12 23:02

추석 연휴 극장가 볼 만한 영화들, 어디 한 번 골라볼까…

민족 대명절 추석이 다가오면서 또 한 번 극장가가 들썩이고 있다. 여름 시장을 싹쓸이한 영화들의 흥행 불씨가 아직 살아있는 데다가 기대작들도 잇달아 개봉하기 때문이다.여름 극장가를 완벽하게 장악한 한국영화가 이번에도 선봉장이다. 타짜의 후속편 타짜: 신의 손과 강동원송혜교 주연의 가족 영화 두근두근 내 인생이 그주인공이다.△타짜의 아성에 도전하는 두근두근 내 인생객관적인 전력에서는 타짜: 신의 손이 앞선다. 전작인 타짜는 2006년 개봉 당시 684만 명의 관객을 모으며 상업적으로 주목받았다. 후속작도 전작과 마찬가지로 허영만 화백의 원작을 바탕으로 했다. 원작에서 시선을 끈 아귀 역의 김윤석과 고광렬 역의 유해진이 그대로 출연한다. 여기에 주인공 최승현과 신세경 등 젊은 피가 가세했고, 곽도원이경영이하늬오정세박효주김인권 등이 조연으로 나선다. 과속스캔들(2008), 써니(2011)로 1600만 명의 관객을 모은 강형철 감독이 진두지휘를 맡았다. 그러다 보니 순제작비만 80억 원에 이른다. 마케팅과 프린트 비용을 포함한 총제작비는 100억 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이 약점이다.타짜: 신의 손이 1번부터 9번까지 피할 타자가 없는 강타선을 자랑하는 영화라면 두근두근 내 인생은 최고의 원투펀치 투수가 버티는 영화라 할 만하다. 인기스타인 강동원과 송혜교가 울음과 웃음기 섞인 드라마를 이끈다.타짜만큼 화려하지는 않지만, 짜임새가 있다. 주목받는 30대 여류 작가 김애란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바탕으로 한 탄탄한 이야기와 가족애를 강조하는 부분은 강점이다. 전통적으로 코미디를 포함한 가족 영화가 추석시장에서 사랑받았기 때문이다. 순제작비는 타짜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37억 원에 불과하지만, 돌풍이 기대된다. 다만 송혜교의 탈세 여부가 흥행에 악재로 작용할 수도 있다.자타가 공인하는 업계 선두권 배급사의 자존심 대결도 볼만하다. 타짜: 신의 손은 롯데엔터테인먼트가, 두근두근 내 인생은 CJ엔터테인먼트가 각각 투자배급했다.△불씨 살아있는 명량과 해적역대 관객 수, 역대 매출액 등 영화 흥행과 관련된 거의 모든 기록을 깬 최민식 주연의 명량은 추석 극장가에서도 볼 수 있다. 1800만 고지를 앞두고 기세는 사그라들었지만 여전히 박스오피스 상위권에 포진하며 막판 스퍼트를 노리고 있다.특히 할아버지, 할머니를 포함한 가족 관객들이 극장을 대거 찾는 추석 극장가이기에 명량의 뒷심이 이어질 것으로 투자배급사는 내심 기대하고 있다.CJ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1800만 명 정도의 관객 수까지는 가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가족영화를 표방한 해적: 바다로 간 산적의 선전도 기대된다. 애초 명량의 파죽지세에 밀려 지난 6일 개봉 후 만년 2등을 면치 못했으나 지난 22일부터 박스오피스 1위로 치고 나가며 뒷심을 발휘하고 있다. 유해진의 코미디와 쉽게 즐길 수 있는 이야기, 컴퓨터그래픽을 이용한 매끄러운 액션 장면이 강점이다. 배급사 측은 추석 기간 상당한 관객을 동원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롯데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시장이 크니까 800만 관객까지는 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최민식과 조핸슨의 호흡 루시와 시원한 댄스 스텝 업여름 성수기 이후 제대로 힘 한 번 못쓴 외화들도 반격을 준비하고 있다. 할리우드 액션 영화 루시가 대장주 격으로, 급락한 외화의 점유율 반등을 이끈다.명량의 흥행을 이끈 배우 최민식이 할리우드로 날아가 스칼릿 조핸슨과 호흡을 맞춘 게 가장 큰 흥행 포인트다.최민식은 암흑가의 두목으로, 루시(스칼릿 조핸슨)를 납치해 그녀를 특수약물의 운반 도구로 활용하는 악역이다.영화는 뇌를 사용하는 비율이 높아질수록 점점 신에 가까운 능력을 발휘하는 루시에 대한 이야기로, 화려한 액션 장면이 즐비하지만 이야기는 다소 어렵다. 청소년관람불가라는 등급도 난제다.스텝 업의 다섯 번째 시리즈인 스텝 업: 올인도 선보인다. 세계 최고의 쇼 배틀에 참가한 인물들의 화려한 댄스가 이 영화의 가장 큰 볼거리다.추석보다 한 주 정도 앞서 개봉하지만 메간 폭스 주연의 닌자터틀이나 리처드 아미티지 주연의 인투 더 스톰도 추석 극장가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쉬고 싶은 부모아이들 손잡고 애니메이션 볼까휴일이면 아이와 어디를 가야 하나라는 고민에 빠지는 부모들에게 애니메이션 개봉은 희소식이다.사고뭉치 마야가 꿀벌왕국을 지키는 과정을 그린 마야를 비롯해 아프리카 초원에서 태어난 얼룩말 쿰바의 성장기를 담은 쿰바: 반쪽무늬 얼룩말의 대모험, 의리로 똘똘 뭉친 토끼 볼트와 친구들의 우정을 그린 브레이브 래빗: 새로운 영웅의 탄생은 어린이들이 즐길 만한 애니메이션이다.일본 애니메이션 시리즈로, 국내에서도 인기가 높은 원피스와 도라에몽 시리즈 신작도 선보인다. 연합뉴스

  • 영화·연극
  • 연합
  • 2014.09.05 23:02

[⑬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 나쁜 기억은 행복의 홍수아래 가라앉게 하세요

G라는 중견 공무원이 있다. J대학교를 나와 20여 년을 근무했다. 직장에서 승진도 제때 했고, 맞벌이까지 하고 있어 무난해 보인다. 그런데 그의 어깨는 항상 처져 있다. 대중 앞에 서는 게 매우 어색하고, 매사에 주도적이지 못하다. 알고 보니 그는 내면에 커다란 아픔을 지니고 있었다. 그의 집안은 속칭 ‘사자(士字)’ 가문이었다. 가족 중 여러 명이 의료계에서 일하고 있다. 공부를 못했던 것도 아닌데, 동네에서 그는 항상 공부 잘하는 아무개의 동생으로 불렸다. 최고가 되지 못해 또 부모님 뜻에 부응하지 못해 그는 항상 죄송한 마음이다.‘존 브래드 쇼’는 〈상처받은 내면아이 치료〉라는 책을 통해 말한다. ‘아이의 감정이 억제되었을 때, 특히 화가 나거나 상처받았을 때의 감정들을 그대로 가진 채 자라서 성인이 된다면, 그 아이는 어른이 된 후에도 마음속에 자리 잡아 성인으로 행동하는 데 지장을 준다’라고.〈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이란 프랑스 영화를 내면아이라는 관점에서 봤다. 영화는 33세된 총각 피아니스트‘폴’(귀욤 고익스 분)의 잃어버린 시간에 초점을 맞춘다. 폴은 두 살 때 건물 붕괴사고로 부모를 잃고 그 충격으로 실어증에 걸렸다. 열등감과 상실감으로 늘 괴로워했다. 재능 있는 피아니스트이면서 수차례 콩쿠르에서 한 번도 입상하지 못했다. 이모들이 운영하는 댄스교습소에서 영혼 없는 반주를 하고 산다. 초점 잃은 눈동자에다 처진 어깨, 정면을 주시하며 걷는 습관…. 역동 (力動)이란 찾아볼 수 없다. 그의 마음 구조는 다분히 본능 쪽이다. 과자 ‘슈게트’를 먹을 수 있을 때 좋아하고, 먹을 수 없을 때 화를 낸다.영화는 그의 기억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한다. 시작부터 ‘마르셀 프루스트’의 말을 인용한다. ‘기억은 일종의 약국이나 실험실과 유사하다. 아무렇게나 내민 손에 진정제가, 때로는 독약이 잡히기도 한다.’기억을 꺼내는 데 두 가지 방법을 쓴다. 첫째는 꿈이다. 그의 꿈에 나타나는 아빠는 엄마를 때리는 폭군이고, 자신에게 괴성을 지르며 달려드는 괴한이다. 둘째는 최면이다. 어느 날 그는 맹인 조율사를 따라 같은 아파트 4층에 있는 ‘마담 프루스트’(앤 르니 분)의 비밀정원에 가게 된다. 마담은 신비한 식물을 가꾸고 있었다. 차와 ‘마들렌’이란 과자를 만드는데, 이를 먹는 사람은 최면에 들고, 그 상태에서 오만 가지 과거를 떠올리게 된다. 마담은 이 방법으로 심리치료를 하는 것이었다. 재미를 붙인 폴은 수시로 정원을 드나들며 과거로 여행한다. 기억의 소용돌이 속에서 웃고 울기를 반복하던 그의 눈에서 불똥이 튄 것은 아빠가 엄마를 때리는 장면에서다. 반복되는 이 상황은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말하려 함이지 싶다.폴은 댄스교습소를 하는 두 이모의 손에서 자란다. 질서, 논리, 이성이 지배하는 춤 그리고 음악을 강조하는 그녀들을 두고 수강생들은 “누가 클럽에서 ‘미뉴에트’를 출까요?”라며 비아냥거린다. 초자아의 화신이랄 수 있는 이모들의 욕망은 이율배반적인 데가 있다.아빠는 정말 나쁜 사람이었을까? 어느 기억여행에서 폴은 아빠와 엄마가 링 위에서 치열하게 싸우다가 끝날 때 다정하게 포옹하며 하트를 날리는 모습을 본다. 영화는 차츰 폴의 아빠에 대한 생각이 고상한 이모들 때문에 왜곡되었음을 암시한다. 이모들은 천사 같은 동생이 불한당 같은 남자(아빠를 지칭)에게 시집가서 고생하는 게 싫었을 터. 음악을 숭상하는 가문의 전통, 이를 거스르는 동생 내외의 삶이 미웠을 것이다. 아빠에 대한 미움은 폴에게 투사되고 폴은 자신의 무의식에 아빠를 나쁜 사람으로 저장한 것이다.영화는 폴의 기억에 모빌과 개구리 인형을 자주 등장시킨다. 모빌 뒤에는 항상 붉은색 원피스를 입은 엄마가 등장하고, 개구리 인형들은 패거리로 나타나 악단이 된다. 신명 나게 연주하는 모습은 폴이 원하는 음악세계려니 싶다. 심리치료가 진전을 보일 즈음 폴은 콩쿠르에 나가 당당히 우승한다. 연주할 때 개구리 인형의 환영이 나타나고 이들과 함께 미친 듯이 연주한다. 지긋지긋하게 발목을 잡았던 내면의 아이가 슬그머니 사라진다.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는다. 꿈속에서 아빠와 함께 등장하던 ‘그랜드 캐니언’에 간다. 이곳은 무의식의 숲이 아닐까? 폴은 계곡을 등지고 자기 아이를 향해 다정하게 말한다. “빠, 빠!”기억. 우리는 이를 어떻게 꺼내 쓰는가. 마담 프루스트는 말한다. “나쁜 추억은 행복의 홍수아래 가라앉게 해. 기억은 물고기처럼 물속 깊숙이 숨어 있거든. 네가 낚싯줄이라면 기억들이 좋아하는 미끼를 던져야 하겠지.”정원을 찾는 고객 중에 의사선생님도 있다. 그는 직업상 불안이 있다며 동물과 일하는 게 꿈이라고 말한다. 아빠의 뜻에 따라 의사가 되기는 하였지만…. 영화를 같이 본 G가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 “저런 정원이 실제로 있었으면 좋겠다.”한국영상영화치료학회 전북지부장

  • 영화·연극
  • 기고
  • 2014.09.01 23:02

전주영화제 발전방안 포럼 "인력 강화·대표작품 발굴해야"

전주국제영화제(이하 전주영화제)가 내부 인력을 육성하고, 스타 감독을 배출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올부터 새롭게 시도한 디지털 삼인삼색의 장편화로 지속적인 제작배급을 통해 전주만의 색깔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문이다.이 같은 의견은 전주시와 전주국제영화제가 지난달 29일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에서 연 전주국제영화제 중장기 발전 방안을 위한 포럼에서 제기됐다. 이날 포럼은 이상용 전주영화제 프로그래머의 사회로 원도연 원광대 교수, 고영재 인디플러그 대표가 발제자로 나섰으며 박혜숙 전주시의회 문화경제위원장, 황우현 튜브온 대표, 박정범 영화 감독, 정지연 영화평론가, 김영진 전주영화제 수석프로그래머가 토론자로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올해 15회를 맞았던 전주영화제가 대표 작품이나 감독을 발굴하지 못한데에 공감하고 고질적인 인력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원도연 교수는 최근 4년간 관객수와 매진율 등에서 안정적인 성적인 보인 올 전주영화제의 성과를 바탕으로 전주국제영화제 15년의 의미와 발전 방안을 발제했다. 원 교수는 15년이 지났지만 영화제로서 아직 성장기가 아니다며 전주영화제가 키운 대표작이나 영화인, 지역 전문가가 없다고 진단했다. 원 교수는 매년 스탭이 바뀌어 늘 인력이 아쉽다고 말했다. 독립영화제작자인 고영재 대표는 디지털 삼인삼색의 장편화를 호평하며, 지속 가능성을 위해 역시 인력 육성을 지적했다. 고 대표는 전주영화제만이 할 수 있는 작품을 계속 만들기 위해서는 프로그래밍이 관건이며, 투자제작수입배급 체계의 안정화는 경험과 역량을 쌓은 영화제의 직원이 주체다면서 제작 기금을 확보하고, 작품을 다양하게 감상할 수 있도록 IP TV, DVD 등 플랫폼의 다변화와 아카이빙 등으로 부가 판권에 대한 수익을 창출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그는 이어 디지털 삼인삼색에 매년 작품성과 실험성을 겸비한 감독의 참여로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는 영화가 나오길 바란다고 덧붙였다.정지영 평론가도 칸, 베니스, 베를린 영화제도 각기 담론을 내세워 소개하는 감독들이 있다며 전주영화제만의 사람을 찾고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영화제작자 황우현 대표도 전주영화제는 부산영화제처럼 가지 말고 특색 있는 섹션으로 사람이 찾아오도록 해야 한다고 보탰다. 이와 함께 영화제의 성격에 대한 논란도 논의됐다. 영화제와 축제성과의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시민의 참여를 확대하는 방안이 요구됐다. 원 교수는 전주영화제는 처음 전주의 대표 축제와 영상문화산업 발전이라는 명제로 출발했지만 후자는 실패했다고 평가하면서도 기존 풍남제와 대사습 등의 자리를 성격이 다른 영화제가 대신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시민과 더 가까이 해야 하는 과제가 있는 만큼 대중적인 개막작 등으로 타협점을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고 대표는 지역민과 영화제의 점접이 넓어지도록 관, 시민, 영화제 조직이 서로 노력해야 한다며 감독과의 대화나 사진 촬영 등을 비롯해 게스트가 전주에서 지낸 흔적을 시민이 모으는 등 세부적으로 문화적 체험을 경험하는 계획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이날 포럼을 참관한 객석에서는전주영화제가 그들만의 리그인가, 함께 하는 축제인가라는 의문이 들며, 일반인에게서 떨어져 있는 게 현실이다면서 일반인, 청소년 등도 참여하는 프로그램이 있길 바란다는 의견도 나왔다.김영진 프로그래머는 영화제와 축제의 이분법적 구분을 경계하며 시민이 같이 열기를 느끼고 참여하는 방식은 더 고민하겠다고 말했다.하지만 전반적으로 치열하지 않은 포럼 내용에 대해 일부 객석에서는 자화자찬 일색이라는 평가과 함께 올해 관객 점유율이 높아졌다지만 실제 빈 좌석이 많았다며 계량적인 평가에 안일하게 의존하기 보다는 실질적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고 꼬집었다. 한편 지난 5월 초 개최된 전주영화제는 관객 수 6만8477명으로 역대 2위, 좌석 점유율 84.1%, 331차례 상영 회차 가운데 역다 최다인 214회차가 매진한 것으로 집계됐다.

  • 영화·연극
  • 이세명
  • 2014.09.01 23:02

전주국제영화제 수입·배급사업 청신호

영화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의 흥행돌풍과, 장편 전환한 디지털 삼인삼색의 해외영화제에서의 연이은 성과에 힘입어 전주국제영화제가 추진해온 수입배급사업에 청신호가 켜졌다. (재)전주국제영화제가 수입한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은 개봉 24일 만인 지난 16일 관객 10만명을 돌파하고, 하루 평균 관객 4000명을 웃도는 꾸준한 관객몰이를 이어가고 있다. 이 영화의 흥행은 특히 명량과 해적 등 대작들이 개봉한 가운데 상영관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소규모 개봉영화라는 점에서 놀라운 결과로 받아들여진다. 전국 2500개 스크린 중 채 50개가 되지 않는 상영관 수로 올여름 극장가에 돌풍을 일으키며 거둔 성적이기 때문이다. 전주국제영화제는 지난 몇 년간 추진해온 수입배급 사업의 결실이라는 점에서 고무적으로 여기고 있다. 영화제 기간에만 잠깐 상영하는 한계를 넘어서 영화관객들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킨다는 취지로 2009년부터 시작한 수입배급 사업으로 지금까지 8작품을 선보였지만, 다양성 영화 흥행에서 꿈의 수치라고 할10만관객은 이 영화가 처음이기 때문이다. 영화제는 이와 더불어 2014년부터 단편에서 장편 제작으로 전환한 디지털 삼인삼색으로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달 카를로비바리국제영화제에서 디지털 삼인삼색 2014로 제작된 자유낙하가 3개 부문을 석권한데 이어, 지난 16일 폐막한 로카르노국제영화제에서 산다가 인더스트리 심사위원상을 수상하는 경사가 이어지면서다. 전주국제영화제 사무처는 영화제가 영화 상영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콘텐츠를 창출할 수 있는 능력이야 말로 영속성을 유지할 수 있는 부분이다고 밝혔다.

  • 영화·연극
  • 김원용
  • 2014.08.20 23:02

김제 지평선고, 전국 청소년연극제 대상

김제 지평선고등학교(교장 정미자) 연극부 아파시오나토가 17일 서울 아르코예술극장에서 열린 제18회 전국청소년연극제에 대상(국무총리상)을 수상했다. 또 개인상 부문에서도 이 학교 학생들이 연출상(조은아), 우수연기상 (서수민, 조은아)을 수상하는 등 주요상을 휩쓸었다. 전국청소년연극제는 한국연극협회가 주최하고 문화체육관광부한국문화예술 위원회교육과학기술부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한국대학연극학과교수협의회 후원했다전국 고등학교 연극동아리를 중심으로 펼친 전국청소년연극제는 전국 16개 시도 지역예선에서 1위 단체가 참가해 지난 15일부터 경연을 벌였다. 전북연극제 최우수상을 받으며 이번 연극제 전북대표로 출전한 김제지평선고의 대상 수상작은 우리읍내. 미국 극작가 쏜톤 와일더의 이 작품은 1938년 퓰리처상 수상작으로, 평범한 사람들의 평범한 삶을 통해 우리가 무심코 지나쳐버리는 하루하루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메시지로 담고 있다.전북연극협회(회장 조민철)는 지평선고의 대상 수상과 관련, 그동안 전국연극제 대통령상 최다수상 등 전국의 명성을 떨쳐왔던 전북연극의 저력을 다시한번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환영했다. 전북은 전주여고 연극동아리가 2012년 대상을, 지난해 최우수상을 각각 차지했었다.연극부 지도를 맡은 김덕중 교사는 항상 부족한 연습시간과 열악한 지원 속에서도 연극반 학생들이 항상 웃음을 잃지 않고 각자의 미래를 향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며 지금처럼 열정적인 모습, 순수한 모습으로 꿋꿋이 걸어 나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연극제 대상을 수상한 지평선고 연극팀은 내년 1월 도쿄도 고등학교 연극콩쿨중앙대회에 초청을 받아 일본 공연의 기회를 얻었다. 또 이번 단체상 및 개인상 수상 학생들은 각 대학 입시전형 기준에 따라 관련학과의 특 특례입학의 혜택에서 가산점도 받는다.

  • 영화·연극
  • 김원용
  • 2014.08.19 23:02
문화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