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26-06-22 05:20 (월)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오피니언 chevron_right 경제칼럼

[경제칼럼] 전북의 새 리더십, 성장의 청사진을 실행으로

2026년 6월 지방선거 이후 전북은 새로운 리더십과 함께 또 하나의 전환점에 서 있다. 단순한 인적 교체를 넘어 중앙정부 중심의 발전 방식에서 벗어나 지역이 스스로 미래를 설계하고 실행하는 ‘지역 주도 성장’ 시대로의 본격적인 진입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전북특별자치도라는 제도적 기반은 이미 마련됐다. 이제 이를 실질적인 성장과 도민 삶의 변화로 연결하는 일이며, 그 성패는 새로운 리더십의 비전과 실행력에 달려 있다. 전북은 인구 감소와 산업 기반 약화라는 구조적 과제를 안고 있지만, 새만금이라는 국가적 자산과 농생명 산업, 재생에너지, 금융산업이라는 강점을 보유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자산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전북만의 성장축을 구축하는 것이다. 즉 전북특별자치도의 성공을 위해서는 독자적 성장 기반 강화가 필수적이다. 금융도시 육성, 공공기관 추가 이전, 첨단산업 클러스터 조성 등 새로운 성장 동력도 확보해야 한다. 특히 새만금 산업축과 전주 금융축을 연계하는 전략을 통해 전북 경제의 자립성과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한 과제이다. 물론 전남·광주 등 인접 지역과의 전략적 협력을 통해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는 균형 있는 발전 전략도 필요하다. 전북의 미래를 결정할 핵심 동력은 새만금이다. 이제 새만금은 더 이상 장기 개발사업이 아니라 AI, 반도체, 이차전지, 로봇, 재생에너지 산업이 집적되는 국가 첨단산업 거점으로 성장해야 한다. 공항과 신항만, 산업단지와 연구개발 기능이 연계된 글로벌 비즈니스 허브를 구축한다면 전북 경제를 견인하는 강력한 성장 엔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에너지 전환 역시 전북이 선도해야 할 분야다. RE100 기반의 재생에너지 공급체계는 환경정책을 넘어 기업 유치와 산업 경쟁력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가 되고 있다. 서해안의 풍부한 풍력·태양광 자원을 활용해 안정적인 친환경 전력을 공급한다면 전북은 글로벌 기업들이 선호하는 투자 거점으로 도약할 수 있다. 여기에 광주·전남과의 에너지 협력 네트워크가 더해진다면 호남권 전체의 경쟁력도 한층 높아질 것이다. 지역 경제의 체질 개선을 위해서는 자본의 선순환 구조가 필요하다. 20조 원 규모의 메가펀드는 지역에서 형성된 자본이 다시 지역 기업과 산업에 투자되는 구조를 만드는 핵심 수단이 될 수 있다. 이를 통해 유망 기업을 육성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함으로써 지역경제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전북이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청년이 떠나는 지역이 아니라 돌아오고 정착하는 지역이 되어야 한다. 산업과 교육, 창업과 주거가 연결된 정주 환경을 조성해 지역에서도 미래를 설계할 수 있다는 확신을 제공해야 한다. 이는 단순한 인구정책이 아니라 지역의 미래를 결정하는 핵심 과제다. 이제 전북은 가능성의 단계를 넘어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 독자 성장과 광역 협력의 균형을 통해 새만금과 금융도시, 재생에너지와 첨단산업, 공공기관 이전과 청년 정착이라는 과제를 실현해 나갈 때 전북특별자치도의 비전은 현실이 될 수 있다. 새로운 리더십과 도민 역량의 결집을 통해 전북이 대한민국 균형발전의 새로운 모델이자 지역 주도 대전환의 시대를 이끄는 중심지로 도약하기를 기대한다. 이제 전북의 미래는 선언이 아니라 실행으로 증명해야 할 시간이다.

  • 오피니언
  • 기고
  • 2026.06.15 19:19

[경제칼럼] 전북이 꿈꾸는 창업도시

대한민국은 전쟁의 폐허 위에서 압축성장을 거쳐 GDP 세계 15위권의 경제 선진국이 되었다. 반도체·자동차·조선 등 제조업 강국이자 영화·드라마·웹툰·음악으로 세계 문화산업을 선도하는 나라다. 그러나 또 다른 과제를 안고 있다.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에 산업과 인재가 집중되고, 비수도권은 정체되거나 쇠퇴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회를 찾아 서울에 정착했던 세대는 이미 기성세대가 되었고, 청년들은 지역에서도 서울에서도 좋은 일과 삶을 꾸리기가 쉽지 않다. 산업화 시기, 지역 도시들은 창업의 중심지였다. 삼성의 모태인 삼성상회는 1938년 대구에서, LG의 모태인 락희화학공업사는 부산에서, 하림은 1978년 전북 익산에서 시작했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창업의 중심은 서울로 집중됐다. 제조업의 시대를 넘어 지식산업·IT 창업으로 무게추가 옮겨가고, 서울이 글로벌 네트워크의 중심이 되었기 때문이다. 지역에서 출발한 대기업들도 본사를 서울로 옮겼고,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는 점점 깊어졌다. 정부도 손을 놓고 있던 것은 아니다. 참여정부는 공공기관 지방 이전을 통한 혁신도시 사업을 균형발전의 핵심으로 추진했다. 1단계 공공기관 이전, 2단계 산·학·연 정착, 3단계 혁신 확산이라는 로드맵이었다. 이전은 꾸준히 진행됐지만, 공공기관이 지역 혁신생태계와 의미 있는 연결고리를 만들지 못하면서 2·3단계는 제대로 작동했다고 보기 어렵다. 2026년 정부는 수도권 쏠림을 완화하기 위해 10개의 창업도시를 조성하겠다고 발표했다. 창업도시에는 인재·R&D·규제·투자·공간이 패키지로 지원된다. 중기부는 이를 “인재와 자본, 기술이 결합해 새로운 혁신을 창출하고 창업가가 지역에 정착하는 환경을 만드는, 지역 창업생태계를 구조적으로 바꾸는 정책”이라 설명한다. 멈춰 있던 혁신도시의 2·3단계를 잇는 시도로 볼 수 있다. 다소 늦었지만 환영할 일이다. 올해는 4대 과기원(KAIST·DGIST·GIST·UNIST)이 있는 대전·대구·광주·울산이 테크 창업도시로 우선 선정됐다. 과기원은 세계적 과학기술 인재 양성을 목적으로 설립돼 그동안 지역 창업생태계와 연결될 계기가 부족했는데, 창업도시가 그 연결의 통로를 열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이후 지역 주력산업과 연계해 6곳이 추가 선정되며, 정부가 든 예시 산업에는 ‘로컬’이 포함된다. 전북도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전북에는 과기원이 없다. 그러나 농촌진흥청과 국립한국농수산대학교가 전주에, 네 곳의 국립 과학원과 한국식품연구원이 완주에, 국가식품클러스터가 익산에, 스마트팜 혁신밸리가 김제에 있다. 전국 어디에도 없는 농식품 혁신 기반이다. 여기에 국민연금공단을 축으로 블랙록 등 글로벌 금융사가 전주로 모여들며 자산운용 금융도시로, 새만금과 군산은 이차전지·재생에너지 기반의 에너지 신산업 도시로 변모하고 있다. 이 세 축 모두 정부가 창업도시 선정 기준으로 든 지역 주력산업과 맞닿는다. 최근 3년간 도내 TIPS 선정 기업은 2개에서 28개로 늘었고, 4월에는 지역성장펀드 조성 지역으로 추가 선정돼 정부 출자 600억 원에 지방비와 민간 자금을 더한 1,000억 원 규모의 지역 모펀드를 결성하게 됐다. 한성숙 장관이 말한 “자생적 창업생태계”는 멀리 있지 않다. 지역의 자본과 인재가 지역 안에서 순환하는 도시, 전북은 그 길 위에 서 있다.

  • 오피니언
  • 기고
  • 2026.06.08 18:23

[경제칼럼] 물처럼 감싸며 생명력을 불어넣는 전북경제

노자의 『도덕경』에는 “상선약수(上善若水)”라는 말이 있다. 최고의 선은 물과 같다는 뜻이다.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하면서도 다투지 않고, 늘 낮은 곳으로 흐르며 생명을 키운다. 부드럽지만 강하고, 겸손하지만 결국 세상을 바꾸는 힘을 지닌 존재가 바로 물이다. 오늘날 지역경제를 바라보는 시선에서도 우리는 물의 지혜를 배울 필요가 있다. 특히 전북특별자치도 경제는 물과 같은 생명력을 필요로 한다. 물이 생명을 키우고 살리듯 경제도 생명력을 불어넣는 방향으로 흐를 때 지속 가능한 발전이 가능하다. 물의 특징 가운데 주목할 점은 포용을 통해 생명을 살리는 힘이다. 물 분자 사이에는 수소결합이 형성되어 안정된 구조를 유지한다. 그래서 물을 끓이려면 100℃라는 높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그러나 생명을 살리는 과정에서 물은 자신들끼리의 결합을 내려놓고 다른 물질을 품는다. 예를 들어, 소금(NaCl)을 물에 넣으면 물 분자가 자신들끼리의 결합을 양보하고 나트륨(Na)과 염소(Cl) 이온을 감싸서 용해시킨다. 생명체 내부에서도 단백질, DNA, 효소, 당질, 비타민, 무기질 등 수많은 분자들이 물에 의해 용해되어 생명 활동을 이어간다. 이는 생명체내의 물이 끼리끼리의 결합을 양보하고 다른 분자를 감싸기 때문에 생명력 발휘가 가능해지는 것이다(리더의 길과 지혜). 경제도 마찬가지다. 물이 다름을 거부하지 않듯 건강한 경제 역시 다양성을 받아들이고 공존 속에서 성장한다. 산업과 기업, 지역과 사람이 연결되고 협력할 때 비로소 지속 가능한 경제 생태계가 만들어진다. 물은 또 멈추지 않고 흐른다. 작은 물줄기는 모여 강을 이루고 결국 바다에 닿는다. 지역경제 역시 단기성과에 집착하기보다 꾸준한 산업 육성과 지속적인 투자, 장기적인 비전을 통해 성장해야 한다. 또한 물은 늘 낮은 곳으로 흐른다. 이는 겸손과 협력의 가치를 상징한다. 경쟁만으로는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루기 어렵다. 물은 어떤 그릇에 담겨도 모양을 바꾸듯 변화에 대응하는 유연성을 가지고 있다. 급변하는 산업 환경 속에서 지역경제 역시 새로운 기술과 산업 변화에 능동적으로 적응해야 한다. 더 나아가 물이 강과 바다를 연결하듯 산업과 산업, 도시와 농촌, 기업과 연구기관이 연결될 때 새로운 가치가 창출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전북경제의 미래 방향도 분명해진다. 전북은 오래전부터 농생명산업의 중심지였다. 이제 여기에 미래 산업을 더해 생명산업과 미래산업이 공존하는 경제 구조로 발전해야 한다. 특히 주목할 분야가 바이오와 AI 융합 푸드·헬스테크다. 식품과 건강, 바이오와 디지털, AI기술이 결합된 이 산업은 빠르게 성장하는 미래 산업이다. 전통과 미래가 공존하는 경제, 생명산업과 미래산업이 함께 성장하는 산업 구조, 그리고 ‘푸드·헬스테크의 심장부 전북’이라는 정체성을 분명히 해야 한다. 지표면 아래의 물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생태계를 지탱하고 생명을 키우는 힘을 지니고 있다. 지역경제 또한 눈앞의 성과만이 아니라 사람과 산업에 생명력을 불어넣고 미래를 준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상선약수의 지혜는 단순하다. 경제는 경쟁만으로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협력하고 연결하며 미래를 키울 때 지속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전북경제가 물처럼 포용하며 생명력을 불어넣는 경제로 나아가길 기대한다.

  • 오피니언
  • 기고
  • 2026.06.01 18:39

[경제칼럼] 전북 AI 신산업의 미래, 공공조달 혁신이 마중물 되다

올해 초 전북특별자치도에는 AI 신산업과 관련된 반가운 소식이 잇따랐다. 현대차그룹이 지난 2월 새만금 부지에 AI 데이터센터, 로봇 제조 및 부품 클러스터, 200MW 수전해 플랜트, 태양광 발전, AI 수소시티 등을 포함한 약 9조 원 규모의 단계적 투자를 발표한 것이다. 이 거대한 민간 투자가 신산업의 펌프를 마련했다면, 조달청은 약 225조 원 규모의 공공구매력이라는 마중물을 부어 이 펌프를 힘차게 가동하고 있다. 대기업의 인프라 구축과 정부의 조달 정책이 전북의 미래 전략이라는 하나의 물줄기 안에서 유기적으로 결합한 셈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전북특별자치도는 ‘피지컬 AI(Physical AI)’ 실증 및 연구개발 거점으로 도약하고 있다. 피지컬 AI는 센서로 물리적 세계를 인식하고 로봇, 자율주행 장치, 제조 설비 등 현실의 장비를 직접 구동하는 고도화된 차세대 AI 시스템이다. 현재 전북의 AI 산업은 정부의 2026년 국비 766억 원 규모의 재정적 지원과 함께 전북자치도가 주도하는 2030년까지 총 1조 원 규모의 실증·인프라 기반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전북대학교 역시 ‘첨단분야 AI 제품응용기술 전문인력양성사업’을 통해 휴머노이드 로봇, 디스플레이, 메카노바이오헬스 중심의 맞춤형 인재 양성으로 인적․연구 기반을 조성하여 정부, 지자체, 지역대학이 단단한 삼위일체 시스템을 이루고 있다. 공공조달은 이 인재들과 기술이 시장이라는 넓은 바다로 나아가는 첫 번째 통로다. 아무리 뛰어난 기술이라도 초기 고객과 이를 검증할 실증 무대라는 실질적인 원동력 없이는 성장의 펌프질을 이어가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부응하여 2026년 혁신제품 시범구매 예산은 전년 대비 58.6% 증가한 839억 원으로 확대되었으며, 이 중 26%가 AI 제품에 배정됐다. 또한 조달청은 AI 소프트웨어를 다수공급자계약(MAS) 방식으로 전환하는 신규 공고를 통해 스타트업과 공급기업에도 참여 기회를 넓혔다. 우수한 기술력을 갖춘 전북의 청년 창업가와 AI 기업들이 공공조달시장에 도전할 길이 넓어진 것이다. 관건은 민간의 펌프와 조달청의 마중물이 만든 기회들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것이다. 새만금 AI 인프라 구축, 지자체의 현장 지원, 대학의 인재 확충, 그리고 조달청의 혁신 구매 채널이 긴밀하게 맞물려 끊임없이 수량을 공급하는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 지역 기업들이 실증 단지에서 기술을 검증받고, 그 성과를 바탕으로 혁신제품 지정을 받거나 MAS 등록을 추진하며, 나아가 새만금 산업 생태계의 핵심 공급기업으로 성장하는 전주기적 물길을 설계해야 한다. 전북은 이미 스마트농업, 자율주행 농기계, 드론, 수소 산업 등 AI 융합 산업에서 차별화된 강점을 지닌 지역이다. 여기에 새만금을 중심으로 한 대기업의 미래 투자와 피지컬 AI 실증 거점으로서의 역할이 결합된다면, 전북은 대한민국 AI 신산업의 핵심 거점으로 확실히 도약할 것이다. 공공조달은 단순한 구매 행정이 아니다. 지역 산업을 육성하고 AI 혁신기업의 성장을 견인하며 거대한 산업의 물줄기를 만들어내는 정책 핵심 엔진이다. 전북의 AI 기업들이 공공조달이라는 새로운 기회의 마중물을 적극 활용해, 더 큰 시장이라는 바다를 향해 힘차게 나아가기를 기대한다.

  • 오피니언
  • 기고
  • 2026.05.25 18:49

[경제칼럼] 새로운 프런티어, ‘블루 이코노미’가 바꿀 전북의 미래

전북은 오랫동안 ‘황금들녘’으로 상징되는 대표적인 곡창지대이자 역사와 문화가 살아 숨 쉬는 지역으로 사랑받아 왔다. 최근에는 농생명 바이오와 첨단 전략산업, 새만금사업을 중심으로 산업구조 전환에 속도를 내며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전북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또 하나의 성장축인 ‘섬과 바다’에 주목해야 한다. 육지 중심 성장의 한계를 넘어 해안과 섬이 가진 잠재력을 적극 활용하고, 해양자원을 보전하며 새로운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블루 이코노미’도 전북의 새로운 미래 전략에 포함되어야 한다. 블루 이코노미는 단순한 해양 개발이 아니다. 해양생태계를 지속 가능하게 활용하면서 산업과 관광, 물류, 에너지, 바이오 산업을 함께 성장시키는 미래형 경제 모델이다. 전북은 새만금과 서해안, 고군산군도를 중심으로 이러한 전략을 실현할 충분한 잠재력을 갖추고 있다. 이제 바다는 단순한 수산업 공간이 아니라 미래 산업과 글로벌 경제를 연결하는 핵심 플랫폼으로 인식돼야 한다. 전북의 해역은 해양 바이오산업 발전 가능성이 매우 크다. 풍부한 해조류와 수산자원, 다양한 해양생물은 전북의 농생명 바이오산업과 결합할 때 높은 시너지를 낼 수 있다. 단순한 수산물 생산과 가공을 넘어 의약품, 기능성 건강식품, 화장품 원료 등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확장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해양 바이오 클러스터 조성이 필요하다. 이는 침체된 어촌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청년 인재 유입을 이끄는 계기가 될 것이다. 전통 수산업의 디지털 전환도 중요한 과제다.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를 활용한 스마트 양식 시스템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고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친환경·저탄소 어업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수온과 질병 등을 실시간 관리하는 기술이 확대되면 어업 경쟁력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어민들의 경험과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이 결합될 때 전북의 바다는 미래 산업의 전진기지로 성장할 수 있다. 블루 이코노미의 핵심 거점은 새만금이다. 군산항과 새만금 신항을 연계해 해양 바이오와 재생에너지 산업 물류에 특화된 동북아 해양 물류 허브로 발전시켜야 한다. 특히 전북자치도가 추진하는 새만금 신항 크루즈 활성화 전략을 통해 전북 해양경제를 세계와 연결하는 전환점을 마련해야 한다. 2027년 세미크루즈 유치와 2028년 정식 취항 목표가 현실화된다면 전북은 글로벌 해양관광 중심지로 도약할 가능성이 크다. 섬 발전 전략도 다시 새롭게 추진돼야 한다. 명도·방축도·신시도 등을 중심으로 기반시설과 생활 인프라를 개선하고, 고군산군도를 체류형 해양관광지로 육성해야 한다. 인도교와 트레킹 코스 조성, LPG 공급시설 확충 등은 관광 활성화뿐 아니라 주민 삶의 질 향상에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섬은 단순한 관광지을 넘어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생활공간이기 때문이다. 전북은 이제 내륙의 경계를 넘어 바다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 스마트 수산업과 해양 바이오산업, 글로벌 항만과 크루즈 관광, 활력 넘치는 섬이 조화를 이룰 때 전북의 블루 이코노미는 비로소 완성될 것이다. 물론 해양 생태계 보전과 지속 가능한 이용이라는 책임도 함께 지켜 나가야 한다. 바다는 준비된 지역에 새로운 기회를 준다. 전북 미래의 또 하나의 축은 섬과 바다에 있으며, 그 새로운 여정을 채비해야 할 때이다.

  • 오피니언
  • 기고
  • 2026.05.18 19:04

[경제칼럼] 창업가에게 필요한 좋은 멘토의 조건

누구나 일생에 있어 한번 이상 창업을 고민하는 시대가 되었다. ‘창업’이라는 말을 들으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많은 이들이 IR 피칭, 시리즈 투자, 유니콘 같은 이미지를 먼저 떠올린다. 그러나 창업의 본래 모습은 훨씬 다양하다. 창업은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첫째, 큰 성장을 추구하는 창업이다. 액셀러레이터와 벤처캐피탈의 투자를 받아 빠르게 규모를 키우고, 상장이나 인수합병을 통해 투자자와 창업가가 함께 자본을 회수하는 모델이다. 둘째, 안정적인 수익과 이익 창출을 추구하는 창업이다. 무리한 외부 투자 없이 꾸준한 매출과 이익을 내며 오래 운영되는 기업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셋째, 개인이 자신의 전문성과 콘텐츠를 기반으로 일하는 프리랜서 또는 솔로프리너 창업이다. 문제는 창업의 길이 이렇게 다양한데도, 멘토링은 종종 한 가지 성공 공식만을 전제로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안정적인 창업이 맞는 사람이 빠른 성장을 추구하다가 큰 손실을 보거나, 반대로 빠른 성장이 가능한 창업가가 투자 유치 기회를 얻지 못해 성장의 시점을 놓치는 일은 모두 피해야 한다. 창업가가 자신이 어떤 유형에 맞는지 명확히 아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안정성 추구 창업을 했다가 혁신형 창업으로 옮겨가거나, 그 반대의 경우도 많다. 결국 자신의 길을 찾아갈 수 있도록 적합한 조언을 얻고, 적시에 자본을 조달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된다. 좋은 멘토를 만난다면 창업가가 자신에게 어떤 길이 최적인지 찾아갈 수 있도록 돕는다. 그러나 잘못된 조언을 받는다면, 자신에게 맞지 않는 길을 맞는 길이라고 착각하게 될 수 있다. 멘토의 역할은 자신의 성공 경험을 모범답안처럼 제시하는 것이 아니다. 첫 번째 유형으로 성공한 이가 모든 창업가에게 같은 길을 권하거나, 두 번째 유형으로 자리 잡은 이가 외부 투자 유치 자체를 부정적으로 바라본다면, 그 조언은 창업가의 길을 좁힌다. 좋은 멘토는 자신의 경험을 절대적인 기준이 아니라 하나의 사례로 내어놓고, 창업가가 스스로 자신의 길을 발견할 수 있도록 돕는 안내자다. 이를 위해서는 멘토 한 사람의 경험만으로는 부족하다. 세 가지 유형을 두루 경험하거나 깊이 이해하는 멘토 풀이 지역에 형성되어 있어야 한다. 또한 멘토가 창업가의 길을 자신의 이해관계와 분리해서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투자자가 멘토를 겸할 때, 자신의 투자 회수 구조에 맞는 길만을 권하게 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전북도는 지난 3년여간 액셀러레이터를 유입하고 벤처펀드를 결성하면서 첫 번째 유형의 창업을 위한 인프라를 빠르게 갖춰왔다. 이제는 그 다음 단계가 필요하다. 두 번째와 세 번째 유형의 창업가들에게도 적합한 조언과 자본이 닿을 수 있는 길을 함께 마련하는 일이다. 전주 원도심에서 자기 브랜드를 단단히 키워온 로컬 경영자, 농식품·문화콘텐츠 분야에서 견고한 사업을 일군 선배 창업가들이 후배의 안내자가 될 수 있도록 멘토 생태계를 두텁게 만들어가야 한다. 창업가의 길은 정답이 정해진 길이 아니다. 자신에게 맞는 길을 찾아가는 여정이며, 그 여정에서 시기마다 유형이 바뀔 수도 있다. 멘토가 그 여정의 안내자로 자리할 때, 창업가는 자기 길을 잃지 않고 걸어갈 수 있다. 전북이 진정한 창업의 땅이 되려면, 좋은 창업가만큼이나 다양한 길을 이해하는 좋은 안내자가 많아져야 한다.

  • 오피니언
  • 기고
  • 2026.05.11 18:49

[경제칼럼] 과학과 문화, 전통과 첨단이 견인하는 전북경제

과학과 문화, 전통과 첨단이 함께 견인하는 전북경제의 미래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다. 유럽연합(EU)의 혁신성장 전략인 Horizon 2020이 ‘미래를 향한 지평’을 내걸고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 사회문제 해결을 동시에 추구했듯, 전북 역시 과학기반의 농생명자원활용과 건강 식문화를 바탕으로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을 구축해야 할 시점이다. 오늘날 글로벌 식품산업은 단순한 먹거리를 넘어 건강, 환경, 문화, 경험이 결합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클린 라벨’, ‘지속가능성’, ‘기능성 식품’, ‘푸드테크’ 등으로 대표되는 흐름은 생산 중심에서 소비자 경험 중심으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전북은 오히려 기회의 중심에 서 있다. 풍부한 농생명 자원과 전통 식문화, 그리고 국가식품클러스터를 중심으로 한 산업 인프라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충분한 기반이다. 전북은 농생명 산업을 축으로 한 K-푸드의 핵심 거점이다. 한식, 로컬푸드, 전통과 문화라는 삼중의 자산 위에 과학기술과 산학연관 협력이 더해진다면, 단순한 식품 생산지를 넘어 세계 식문화 혁신의 중심지로 도약할 수 있다. 특히 발효와 미생물 활용, 약용식물재배 및 가공 등 전통 식품기술은 바이오헬스 산업과 결합할 때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중요한 자산이다. 앞으로 전북 식품산업은 세 가지 방향에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첫째, K-푸드의 글로벌화다. 전통 한식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과학적 데이터에 기반해 표준화함으로써 세계 시장으로 확산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한식진흥원의 전북 이전과 지역 기반 연구·마케팅 기능 강화가 요구된다. 아울러 전주 비빔밥과 같은 대표 콘텐츠의 국제적 브랜드화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추진은 전북 식문화의 위상을 높이는 핵심 과제다. 비빔밥은 각자의 개성을 갖는 다양한 재료가 조화를 이루는 음식으로, 존중과 화합, 융합과 시너지의 가치를 상징하는 우리의 대표 식문화융합 자산이자 과학기반 글로벌화 가치가 충분한 식품이다. 둘째, 푸드테크와 바이오헬스의 융합이다. 식품의 기능성과 안전성에 대한 과학적 검증을 강화하고, 개인 맞춤형 식단, 고령친화 식품, 저속노화 식품, 뷰티 푸드, 대체식품 등 미래형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 이는 의료·복지·뷰티와 농업을 연결하는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형성하며, 고령화 사회에 대응하는 핵심 성장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셋째, 식문화 기반의 지역 활성화다. 식품산업은 관광, 교육, 문화와 결합할 때 파급력이 극대화된다. 전북의 농촌은 생산, 가공, 체험, 교육, 치유가 어우러진 복합공간으로 재탄생해야 한다. 특히, ‘전북발 건강 식문화 국민운동’을 시작하는 것도 고려해 볼만하다. 아침식사 등 건강한 식문화 확산, 로컬 식재료 기반 맞춤 영양 및 식생활교육 등은 국민 건강과 지역경제를 동시에 살리는 정책이다. 일본이 ‘어린이 중심의 식생활 교육(식육)을 국민적 운동으로 추진하고, 전통 식문화를 산업·관광 자원으로 활용하여 지역경제 활성화와 국제적 확산을 도모한 사례’는 우리에게 분명한 시사점을 준다. 결국 전북 식품산업의 경쟁력은 ‘전통의 현대화’와 ‘과학의 현장화’에 달려 있다. 전통 식문화에 과학기술을 더하고, 지역 자원을 산업과 연결할 때 전북은 스스로의 가치를 증명할 수 있다. 국가식품클러스터를 중심으로 한 산업 집적화와 K-푸드 글로벌 전략, 바이오헬스 융합 산업이 유기적으로 작동할 때, 전북은 대한민국 식품산업의 심장을 넘어 세계 식문화의 중심으로 도약할 것이다. 식문화가 여는 경제의 길, 그 중심에 전북이 서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 오피니언
  • 기고
  • 2026.04.27 17:40

[경제칼럼] 자율엔 책임이 따른다… 더 엄격해진 ‘공정의 잣대’

금년부터 전북특별자치도와 경기도를 대상으로 지방정부 조달자율화제도를 시범도입하였다. 이는 지방정부가 조달청을 거치지 않고 주도적으로 조달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 지방분권과 수요자 중심으로 조달체계를 변화하는 것이다. 전북특별자치도에서 시작된 조달 자율화 시범사업을 바라보는 도민들의 시선 한편에 “지자체 마음대로 계약하면 불공정 행위가 늘어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음을 잘 알고 있다. 특정 업체 몰아주기나, 법령해석 오류와 복잡한 조달제도를 잘못 적용하는 등의 사례가 발생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목소리다. 이에 조달청은 자율화 시범도입과 함께, 그 균형을 맞출 강력한 ‘공정의 안전장치’를 가동한다. 그 핵심은 바로 2025년 말 도입된 전자조달법에 따른 ‘조달청장의 시정요구권’ 도입이다. 그동안은 공공기관이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입찰에서 특정 업체에 유리한 독소 조항이 발견되거나 법령 위반 소지가 있어도, 조달청이 이를 강제로 바로잡을 법적 권한이 미비했다. ‘권고’ 수준에 그치다 보니 불공정 관행이 반복되는 악순환이 있었다. 예를 들어, 특정 규격을 과도하게 제한하여 사실상 내정된 업체만 입찰에 참여하게 만드는 식의 ‘꼼수’가 있어도 이를 시정할 마땅한 수단이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수요기관의 나라장터를 이용한 자체 조달 과정에서 위법 사항이나 공정성을 해치는 내용이 확인될 경우, 조달청장은 해당 기관에 입찰 공고 수정이나 계약 조건 변경을 공식적으로 요구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자율화된 시장이 ‘기울어진 운동장’이 되지 않도록 감시하고 바로잡는 강력한 ‘심판의 휘슬’이 생긴 셈이다. 잘못된 공고는 즉시 시정하고, 불합리한 조건은 고쳐야만 한다. 이와 함께 ‘원스트라이크 아웃제’가 시행된다. 자율 구매 권한을 가진 기관에서 입찰·계약 비리가 적발될 경우, 즉시 그 권한을 회수하고 다시 조달청 의무 구매 대상으로 환원시키는 강력한 조치다. 자율을 주되, 그 권한을 오남용할 경우 즉시 책임을 묻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다. 또한, ‘수요기관 불공정조달 신고센터’를 상시 운영하고 전담 인력을 확충하여 입찰 공고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한다. 누구나 불공정 행위를 발견하면 익명으로 신고할 수 있고, 조달청은 이를 철저히 조사할 것이다. 사회적 약자를 위한 배려도 잊지 않았다. 효율성만을 좇다가 자칫 소외될 수 있는 중소·여성·장애인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자율 구매 시에도 ‘사회적 약자 기업 구매 비율’을 의무적으로 준수하도록 했다. 전북 내 지자체들은 자체 구매를 하더라도 지난 5년간의 평균인 약 95% 수준 이상을 약자 기업 제품으로 구매해야 한다. 자율화가 되었다고 해서 대기업 제품만 사거나 가격만 보고 구매처를 바꾸는 일이 없도록, 최소한의 안전판을 마련해 둔 것이다. 이는 지역 경제의 뿌리인 중소 기업들을 지키기 위한 조치다. 이러한 제도들은 결코 수요기관을 통제하거나 기업을 옥죄기 위함이 아니다. 오히려 기업들이 ‘배경’이나 ‘줄서기’가 아닌, 오직 ‘실력’과 ‘품질’로 정정당당하게 경쟁할 수 있는 토양을 만들기 위함이다. 공정한 경쟁이 보장될 때, 비로소 혁신적인 기술을 가진 기업들이 성장할 수 있다. 전북지방조달청은 자율화의 물결 속에서도 ‘공정’이라는 닻을 더욱 깊게 내릴 것이다. 기업인 여러분은 불공정에 대한 걱정은 내려놓으시고, 혁신 기술 개발에만 전념해 주시길 바란다. 공정한 경쟁의 룰은 우리 조달청이 확실하게 지켜낼 것이다.

  • 오피니언
  • 기고
  • 2026.04.20 17:19

[경제칼럼] 숫자가 아니라 머무름, 지역 관광의 새로운 공식

관광객은 늘었다지만 지역은 여전히 쉽지않다. 외국인 관광객 2,000만 시대에도 한국 관광의 구조적 한계는 분명하다. 무엇보다 방한 관광객의 80% 이상이 수도권에 머무르면서 지역은 ‘경유지’에 머물고, 연관된 소비와 일자리도 수도권에 집중된다. 관광객을 유치하고도 소득으로 이어지지 않는 구조가 반복되는 이유다. 방문객 수 확대에 집중해온 정책은 이미 한계에 이르렀다. 이제 필요한 것은 더 많은 관광객이 아니라, 더 오래 머무르고 더 깊이 소비하는 구조로의 전환이다. 이러한 전환의 해법으로 ‘로코노미(loconomy)’가 주목된다. 로코노미는 지역의 문화와 생활 자산을 데이터와 플랫폼 기술로 연결해 경제적 가치로 전환하고, 소비와 소득이 지역 내부에서 순환하도록 만드는 구조다. 그러나 기술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관광의 기획과 운영에 지역 주민과 로컬 사업자가 주체로 참여하고, 생산·소비·재투자가 지역 안에서 반복되는 구조가 함께 설계돼야 한다. 결국 문제는 관광객 수가 아니라 돈이 머무르지 않는 구조에 있다. AI 추천 시스템과 위치 기반 서비스는 관광객의 이동과 소비를 분석해 골목 상권으로 확산시키는 데 효과적일 수 있다. 개인 맞춤형 동선 설계와 실시간 혼잡도 관리, 재방문을 유도하는 콘텐츠 전략이 결합되면 관광은 단순 소비를 넘어 체류형 경험으로 확장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주민이 직접 만든 체험과 상품이 연결될 때 관광객은 소비자를 넘어 지역과 관계를 맺는 참여자로 바뀐다. 이 변화는 방문을 체류로, 체류를 정착으로 이어지게 한다. 전북은 이러한 전환 가능성을 보여주는 지역이다. 전주 한옥마을과 군산 근대문화유산은 스토리 기반 체험으로 확장 가능한 자산이며, 김제 평야의 농촌체험은 관광과 생활을 연결하는 사례다. 특히 주민과 청년 창업자가 협업해 콘텐츠를 만들고 이를 관광으로 확장하는 방식은 수익이 외부로 빠져나가지 않고 지역 안에서 순환하는 구조를 만든다. ‘보는 관광’에서 ‘살아보는 경험’으로의 전환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조건이다. 지역 관광의 경쟁력은 얼마나 많이 방문하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오래 머물고, 어떻게 연결되느냐다. 주민과 지역 조직이 주도하는 구조가 형성될 때 청년 창업과 로컬 브랜드, 체험 콘텐츠가 유기적으로 결합하며 이는 인구 유입과 정착으로 이어진다. 관광은 더 이상 소비 산업에 머무르지 않고 지역을 재생하는 기반이 된다. 물론 과제도 분명하다. 바가지 요금과 서비스 품질, 젠트리피케이션은 관광 신뢰를 훼손하는 요소다. AI 기반 가격 모니터링과 리뷰 분석, 다국어 안내와 디지털 결제 인프라 구축이 병행돼야 한다. 동시에 관광 데이터와 수익이 외부 플랫폼에 집중되지 않고 지역으로 환류되는 구조 설계가 중요하다. 답은 분명하다. 기술과 지역성, 그리고 사람이 결합될 때 관광은 비로소 지속 가능한 산업이 된다. 골목의 이야기를 데이터와 플랫폼으로 연결하고 이를 주민이 주도하는 구조로 확장시킬 때 지역 경제는 다시 살아날 수 있다. 3,000만 관광 시대를 앞둔 지금, 골목이 살아야 지역이 산다. AI와 로컬 생태계의 결합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 오피니언
  • 기고
  • 2026.04.13 19:01

[경제칼럼] 고향사랑기부제, 지역 자본의 새로운 통로

고향사랑기부제가 시행 4년 차를 맞았다. 2023년 651억 원이던 모금액은 2025년 1,515억 원으로 두 배 이상 늘었고, 전체 기부금의 92%가 비수도권으로 흘러 들어갔다. 수도권 자본이 지방으로 이동하는 통로가 만들어진 셈이다. 이 제도의 원형은 일본의 고향납세다. 2008년 ‘나를 키워준 고향에 세금을 낼 수 없을까’라는 물음에서 출발해 2015년 세액공제 확대, 절차 간소화, 민간 플랫폼 개방을 거치며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2023년 기부 총액은 한화 약 10조 원을 넘어섰고, 납세자 6명 중 1명이 참여하는 국민적 제도가 되었다. 일본 고향납세는 지방세의 사실상 이전 효과를 만들어내었다. 도쿄에 사는 직장인이 지방에 납세하면 도쿄에 낼 주민세가 그만큼 줄어든다. 요코하마시에서만 2022년에 한화 약 2,000억 원의 세수가 다른 지역으로 이전되었다. 이 같은 효과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답례품이 만들어낸 기업 생태계다. 인구 16만 명의 미야코노조시는 화우와 소주에 답례품을 집중해 2022년에 약 196억 엔을 유치했고, 인구 2만 명의 몬베쓰시는 가리비와 유빙 투어로 같은 해 약 194억 엔을 모아 당시 재정 규모에 맞먹는 기부금을 끌어냈다. 답례품의 범위도 넓다. 교토시는 장인이 세공한 전통 수공예품과 리조트 숙박권을, 네무로시는 도쿄 왕복 항공권을 제공해 기부자의 지역 방문을 유도한다. 답례품 수요 덕분에 지역 농가와 가공업체가 안정적인 매출을 확보하고, 지역 브랜드가 전국화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졌다. 한국의 고향사랑기부제는 일본을 벤치마킹했지만 구조적 차이가 적지 않다. 첫째, 일본 고향납세는 지방세 이전의 성격이지만, 한국은 국세에서 세액공제되는 별도의 기부금 제도로 지자체간 세수 이전은 일어나지 않는다. 둘째, 일본은 소득에 비례해 공제 한도가 커지지만 한국은 10만 원까지만 전액 세액공제되어 기부금의 98%가 10만 원 이하에 집중된다. 답례품 시장도 3만 원 안팎의 소액 상품 중심으로 형성되기 쉽다. 셋째, 법인 기부가 허용되지 않는다. 일본은 2016년 ‘기업판 고향납세’를 도입했지만, 한국은 법인과 지자체 간 이해관계 우려로 개인만 참여할 수 있다. 이런 구조에서는 답례품을 통한 기업 생태계 활성화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고향사랑기부제는 관계인구, 활력인구를 만들어내는 경로가 될 수 있다. 한 번 기부한 사람은 그 지역에 관심을 갖게 되고, 답례품을 통해 특산물과 문화를 경험하며, 나아가 방문과 체류로 이어질 수 있다. 전북에서도 긍정적인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무주군은 지역아동센터 통학 차량 지원 같은 생활 밀착형 지정기부 사업으로 1인당 모금액 전국 4위를 기록했다. 흩어진 사람들과 지역을 다시 연결하는 관계의 인프라가 만들어지고 있다. 지역 소멸의 위기가 깊어질수록 고향사랑기부제의 중요성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세액공제 구간 확대, 기부 한도 상향, 법인 기부 허용 논의 등 제도 개선을 통해 기부액은 꾸준히 커져갈 가능성이 높고, 답례품이 지역 기업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도 함께 커져갈 것이다. 전북에는 농식품, 전통문화, 로컬 브랜드 등 답례품으로 전환할 매력적인 자원이 넘친다. 전국에 흩어진 전북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과 자본을 지역으로 끌어올 수 있다면, 고향사랑기부제는 전북 지역경제를 선순환시키는 강력한 엔진이 될 것이다.

  • 오피니언
  • 기고
  • 2026.04.06 18:41

[경제칼럼] ‘무인운송 시대의 출발점, 새만금에서 시작되는 물류 혁명’ 오양섭 자동차융합기술원장

우리는 자율주행이라 하면 흔히 ‘사람을 태우는 자동차’로 떠올린다. 그러나 물류에서 자율주행의 주인공은 사람이 아니라 ‘화물’이다. 이 차이는 자율주행 기술을 바라보는 관점 자체를 바꾼다. 승용차 자율주행은 복잡한 도심 환경에서 수많은 변수에 대응해야 한다. 반면 화물을 운송하는 상용차는 비교적 규칙적인 물류 흐름 속에서 운행된다. 물류는 보통 거점에서 거점으로 이동하는 ‘허브 투 허브(Hub to Hub)’, 지역 물류 거점을 연결하는 ‘미들 마일(Middle Mile)’,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라스트 마일(Last Mile)’로 구분된다. 자율운송상용차는 이 가운데 허브 투 허브와 미들 마일 영역에서 가장 먼저 상용화될 가능성이 높다. 항만이나 산업단지의 물류허브에서 출발한 트럭이 고속도로를 통해 내륙 물류거점까지 이동하는 구간은 운행 환경이 비교적 단순하기 때문이다. 복잡한 도심보다 규칙적인 장거리 물류 구간부터 자율주행을 적용하는 것이 현실적인 전략이다. 이미 해외에서는 이러한 변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자율주행 트럭 기업들이 고속도로 중심의 장거리 물류 운송을 실제 서비스로 확대하고 있다. 유럽에서도 전기트럭과 자율주행 기술을 결합한 새로운 물류 서비스가 등장하며 물류 산업의 구조가 변화하고 있다. 차량을 소유하지 않고 필요한 만큼 운송 서비스를 이용하는 방식도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우리나라에서도 의미 있는 시도가 시작되고 있다. 바로 전북 새만금에서 추진되고 있는 자율운송상용차 실증사업이다. 새만금 국가산업단지와 전주 물류거점을 연결하는 약 57km 구간에서 실제 도로를 활용한 자율운송 실증이 진행되고 있다. 이는 단순한 기술 시험이 아니라 실제 물류 환경에서 자율운송 기술을 검증하는 중요한 시험장이다. 자동차융합기술원을 중심으로 기업과 연구기관이 참여해 자율주행 상용차의 안전성과 운송 효율성을 검증하고 있으며, 향후 실제 물류 서비스로 확장될 가능성도 높다. 특히 전북은 국내에서 드물게 상용차 산업 기반이 집중된 지역이다. 완주, 군산, 김제를 중심으로 상용차와 특장차 산업이 형성되어 있으며 물류 차량과 관련된 산업 생태계도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이러한 산업 구조는 자율운송상용차 산업을 육성하는 데 중요한 기반이 된다. 여기에 최근 현대자동차그룹이 새만금 지역에 대규모 투자를 추진하고 있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인공지능과 로봇, 수소 에너지 기반의 미래 산업 거점이 조성된다면 새만금은 단순한 산업단지를 넘어 미래 모빌리티 산업의 핵심 거점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물류 산업은 운송수단과 데이터, 에너지가 결합되는 산업이다. 자율주행 기술과 인공지능 데이터, 물류 자동화 로봇, 친환경 상용차가 결합될 때 물류 산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만들어진다. 새만금은 이러한 미래 물류 산업의 핵심 요소를 한 지역에서 실험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드문 공간이다. 지금 새만금에서 진행되는 자율운송 실증은 단순한 기술 개발을 넘어 전북의 산업 지형을 바꾸는 새로운 출발점이다. 상용차 산업 기반과 57km 자율운송 실증 노선, 그리고 미래 모빌리티 투자가 맞물린다면 전북은 대한민국 물류 산업의 새로운 중심지로 도약할 수 있다. 무인운송 시대는 이미 시작되었다. 그리고 그 변화의 출발점이 바로 새만금이 될 가능성이 크다. 머지않아 대한민국의 물류 지도를 이야기할 때 사람들은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무인운송 시대는 새만금에서 시작되었다.”

  • 오피니언
  • 기고
  • 2026.04.05 19:01

[경제칼럼] 전주–새만금 광역도시, 더 늦출 수 없는 선택이다

보름전 인구 119만의 수원시를 찾았다. 도시에 들어서는 순간 공기가 달랐다. 거리는 살아 있었고, 사람들의 움직임에는 리듬이 있었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것은 수원 화성 일대였다. 정조대왕의 혼이 깃든 성곽 위로 이어지는 시간의 깊이, 그 아래로 펼쳐진 현대 도시의 역동성, 그리고 멀지 않은 곳에서 숨 쉬는 첨단 산업의 심장.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하나의 구조로 맞물려 돌아가는 도시였다.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살아 있는 도시 모델’이었다. 그 현장에서 던져진 질문은 분명했다. 왜 전주는 이 길로 나아가지 못하는가. 전주는 지금 기로에 서 있다. 인구 65만의 중견 도시로서 전통과 문화의 중심을 지켜왔지만, 국가 균형발전과 산업 재편의 흐름 앞에서 더 이상 현재의 규모에 머물 수 없는 상황이다. 전북의 현실은 더욱 엄중하다. 1949년 대한민국 인구 2천만 시절 전북은 200만 명, 국가의 10%를 차지했다. 그러나 오늘 5,200만 시대에 전북은 170만 명으로 축소됐다. 성장해야 할 지역이 오히려 수축한 것이다. 이는 단순한 통계가 아니라 구조적 쇠퇴의 경고다. 전북 내부를 돌아보면 더욱 답답한 대목이 있다. 전주-완주 1차 통합을 소지역 이기주의와 근시안적 계산으로 가로막은 일부 지역 정치인들의 책임은 결코 가볍지 않다. 광역 생활권과 산업 재편이라는 시대의 대세를 읽지 못한 채, 눈앞의 표와 이해득실에만 매달린 정치는 지역의 미래를 갉아먹는 행위일 뿐이다. 우물 안 개구리식 정치는 과거 전북의 활로를 막았고, 그 대가는 결국 주민과 다음 세대가 치르고 있다. 전주의 한계 역시 명확하다. 수도권의 수원처럼 고밀도 산업 도시도 아니고, 대구광역시처럼 광역권을 포괄하는 규모도 아니다. 문화와 행정 기능은 갖췄지만 산업과 인구 확장성이 부족하다. ‘좋은 도시’이지만 ‘강한 도시’는 아니다. 해법은 광역화다. 전주시를 중심으로 완주·김제·군산·부안을 묶는 전주–새만금 광역도시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특히 새만금은 항만·공항·산업단지·에너지·물류가 AI로 결합될 수 있는 국가적 공간이다. 이 거대한 잠재력과 전주의 문화·행정 기능이 결합할 때 비로소 새로운 성장 구조가 만들어진다. 문제는 결단이다. 지역 간 이해와 정치적 계산이 발목을 잡고 있지만, 이미 생활권과 산업 흐름은 행정 경계를 넘어 움직이고 있다. 더 늦출수록 기회는 줄어든다. 필요한 것은 완전한 합의가 아니라 방향에 대한 결단이다. 전주–새만금 광역도시는 기능 분담, 광역 교통망, 통합 거버넌스라는 세 축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전주는 문화·행정 중심, 군산은 항만·물류, 김제는 피지컬 AI.농생명, 부안은 관광·에너지로 역할을 나누고, 이를 하나의 생활권으로 묶어야 한다. 결론은 분명하다. 전주는 내륙의 문화도시에 머물 것이 아니라, 항만과 공항을 갖춘 전주 광역시로 도약해야 한다. 새만금을 통해 바다로, 국제공항을 통해 세계로 연결되는 도시, 그리고 역사와 산업이 공존하는 도시로 변해야 한다. 전북의 쇠퇴를 멈출 길은 오직 하나다. ‘전주만의 전주’에서 ‘세계로 열린 전주’로 나아가는 결단뿐이다.21세기 AI시대는 국가간 경쟁이 아닌 도시간 경쟁 시대이기 때문이다. 곽영길 전북도민회중앙회장

  • 오피니언
  • 기고
  • 2026.04.01 19:02

[경제칼럼] 속도와 방향이 조화를 이루는 감동의 전북경제

경제를 평가할 때 우리는 흔히 성장률이나 투자 규모 같은 ‘속도’에 주목한다. 얼마나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지, 얼마나 많은 성과를 만들어 내고 있는지가 경제의 성적표처럼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제의 미래를 결정짓는 것은 단순한 속도만이 아니다. 속도와 더불어 더 중요한 요소는 바로 방향이다. 아무리 빠르게 달려가더라도 방향이 잘못되면 결국 목적지에 도달할 수 없다. 그렇다면 지금 전북경제는 어느 정도의 속도로, 또 어떤 방향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가.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질문이다. 건강한 경제는 속도와 방향이 조화를 이룰 때 만들어진다. 방향이 기본요소라면 속도는 감동요소라고 할 수 있다. 건축에서 기초가 튼튼해야 오랜 시간 견디는 건물을 지을 수 있듯이, 경제 역시 올바른 방향이 먼저 세워져야 한다. 음악에서도 멜로디가 탄탄할 때, 템포의 변화는 더욱 큰 감동을 만들어낸다. 멜로디가 충분히 안정적이지 않으면, 빠른 템포는 음악적 완성도를 높이기보다 소음처럼 느껴지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경제에서도 기본이 되는 방향이 분명할 때 비로소 속도는 의미 있는 성과와 감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전북경제가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멀리 내다보는 원려의 지혜”가 필요하다. 안중근 의사는 “사람이 멀리를 내다보는 생각이 없으면 큰일을 이루기 어렵다”는 말을 여순감옥에서 남긴 유묵에 담았다(리더의 길과 지혜). 경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단기적인 성과에 매달리기보다 장기적인 비전과 목표를 분명히 하고, 이를 흔들림 없이 추진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추진력이 중요하다. 지역경제는 단기간에 완성되지 않는다. 방향을 세우고 꾸준히 나아갈 때 변화의 힘이 쌓이고, 그 축적된 힘이 결국 새로운 도약을 가능하게 만든다. 전북경제의 진정한 힘은 거창한 구호에서 나오지 않는다. 오히려 서로를 연결하고 엮어내는 능력에서 비롯된다. 사람과 사람을 잇고, 산업과 기술을 연결하며, 지역의 다양한 자원을 하나의 가치로 묶어내는 힘이다. 특히 사람을 중심에 두는 경제가 중요하다.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고 산업의 구조도 끊임없이 변하지만, 결국 경제를 움직이는 주체는 사람이다. 사람을 품고 기술을 융합할 때 새로운 산업이 태어나고 새로운 기회가 만들어진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교육과 일자리, 그리고 정주가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일이다. 지역에서 배우고, 지역에서 일하며, 지역에서 삶을 이어갈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될 때 지역경제는 지속 가능한 기반을 갖게 된다. 청년들은 지역을 떠나지 않고, 떠났던 청년을 포함한 중·장년은 돌아와 일하고 정착할 수 있는 지역, 기업이 사람과 함께 성장하는 지역이야말로 건강한 경제가 자리 잡을 수 있는 토대다. 최근 추진되고 있는 전북형 RISE 정책의 핵심 또한 대학과 지역, 산업을 연결하여 이러한 선순환 구조를 제도적으로 만들어 가는 데 있다. 결국 전북경제의 미래는 ‘사람’에 달려 있다. 사람을 품는다는 것은 단순한 구호가 아니다. 서로를 존중하고 공감하며, 공동체의 미래를 함께 책임지겠다는 용기에서 출발한다. 지역사회와 기업이 이러한 가치를 공유할 때 경제는 단순한 생산과 소비의 체계를 넘어 공동체의 미래를 만들어 가는 힘이 된다. 사람을 품는 전북, 사람을 존중하는 전북의 기업문화는 결국 사람을 중심에 둔 전북경제로 이어질 것이다. 그리고 그 길이 바로 지속 가능하고 행복한 전북, 풍요로운 전북을 만들어 가는 길이다. 이제 우리는 다시 물어야 한다. 전북경제는 지금 어디를 향해 가고 있으며, 우리는 그 길을 어떤 속도로 걸어가고 있는가. 속도와 방향이 조화를 이루는 감동의 전북경제, 그것이 앞으로 전북이 만들어 가야 할 새로운 성장의 모습일 것이다.

  • 오피니언
  • 기고
  • 2026.03.30 18:41

[경제칼럼] 현장으로 간 ‘조달 셰르파’, 기업의 막막함을 뚫다

공공조달은 중소기업 특히 창업초기기업에게 성장의 강력한 엔진이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엔진도 시동을 걸 줄 모르면 무용지물이다. 현장에서 만난 수많은 전북의 중소기업인들은 “기술은 있는데 서류가 너무 복잡하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막막함을 호소한다. 연간 200조 원이 넘는 거대한 공공조달 시장은 준비된 기업에게는 ‘기회의 땅’이지만, 정보와 행정력이 부족한 영세 기업에게는 여전히 ‘그림의 떡’인 경우가 많다. 좋은 기술을 가지고도 행정력이 부족해 문턱을 넘지 못하거나, 정보의 부재로 기회를 놓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이러한 기업들의 답답함을 뚫어주기 위해 전북지방조달청이 시작한 것이 바로 ‘공공조달 길잡이’다. 이는 조달청 직원이 히말라야 등반가의 짐을 들어주고 길을 안내하는 ‘셰르파(Sherpa)’가 되어, 기업을 직접 찾아가 1:1로 밀착 지원하는 서비스다. 책상 앞에 앉아 신청서를 기다리는 소극적 행정이 아니라, 가능성 있는 기업을 발굴하러 현장으로 뛰어드는 적극 행정으로의 전환이다. 단순히 매뉴얼을 던져주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상황을 진단하고 가장 적합한 조달 시장 진입 전략을 함께 짠다. 우리는 이미 현장에서 그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지난해 완주군과 함께한 ‘공공조달 파트너스 데이’다. 완주군 내 기술력 있는 기업들이 판로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지자체와 손잡고 기업들을 한자리에 모았다. 단순히 제도를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길잡이들이 기업별 상황을 진단하고 ‘맞춤형 처방’을 내렸다. 혁신 기술을 가진 기업에는 ‘혁신제품 지정’을 위한 요건 분석과 컨설팅을 제공하고, 초기 창업 기업에는 ‘벤처나라’ 입점 절차를 안내했다. 해외 진출을 꿈꾸는 기업에는 ‘G-PASS(해외조달시장 진출 지원)’ 제도를 연결해 주었다. 그 결과, 막막해하던 기업 대표들의 얼굴에 “이제 길이 보인다”는 확신이 피어나는 것을 목격했다. 한 기업 대표는 “조달청 문턱이 높게만 느껴졌는데, 직접 찾아와서 내 일처럼 고민해 주니 큰 힘이 된다”며 고마움을 전하기도 했다. 2026년, 자율화라는 새로운 파도 속에서 이 길잡이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진다. 시장 진입 장벽이 낮아진 만큼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전북지방조달청은 길잡이 서비스를 한층 고도화한다. 첫째, ‘찾아가는 서비스’를 확대한다. 기업이 찾아오기를 기다리지 않겠다. 도내 테크노파크, 창조경제혁신센터 등 유관 기관과 협력하여 숨어 있는 보석 같은 기업들을 먼저 발[굴하러 나설 것이다. 전북의 구석구석을 누비며 기술력은 있지만 조달 시장을 모르는 기업들을 찾아내 그들의 손을 잡고 이끌 것이다. 둘째, ‘성장 단계별 지원’을 강화한다. 조달 시장 진입(Start-up)부터 혁신제품 지정(Scale-up), 해외 진출(Global)에 이르기까지 기업의 생애 주기에 맞춘 체계적인 로드맵을 제시할 것이다. 한 번의 지원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이 성장하여 더 큰 시장으로 나아갈 때까지 지속적인 멘토링을 제공하겠다는 약속이다. 히말라야를 등반하는 산악인 곁에는 언제나 짐을 나눠 지고 길을 안내하는 셰르파가 있듯, 전북의 기업들이 200조 공공조달 시장이라는 정상에 오르는 그날까지, 전북지방조달청은 가장 가까운 곳에서 함께 땀 흘리는 러닝메이트가 될 것이다.

  • 오피니언
  • 기고
  • 2026.03.23 18:01

[경제칼럼] 전북, 대한민국 균형성장의 새로운 중심축

저성장의 장기화와 저출산·고령화, 수도권 집중에 따른 지역 소멸의 위기 가운데 국가 균형발전의 실험 무대이자 핵심 거점으로 전북이 주목을 받고 있다. 이제 더 이상 변방이 아니라 국가 균형발전의 실질적 성과를 가늠할 전략적 공간이라는 시각이다. 즉 전북에 필요한 것은 단기 처방이 아니라 산업·인구·에너지 체계를 아우르는 전환 전략이다. 위기를 기회로 바꿀 과감한 선택과 책임 있는 리더십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그 출발점은 산업혁신이다. 농업 중심지라는 기존 이미지는 한편으로 한계처럼 보일 수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전북의 가장 확실한 자산이다. 농생명 자원과 식품 산업 기반에 데이터, 인공지능, 자동화 기술을 결합한다면 농생명 바이오경제의 선도지역으로 도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천연물·미생물 기반 소재 개발, 스마트팜 고도화, 산업용 헴프와 푸드테크 산업의 육성은 1차 산업을 연구·가공·유통이 결합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확장하는 전략이다. 이는 전통을 버리는 것이 아니라 미래 기술을 접목해 새로운 경쟁력을 만드는 과정이다. 최근 이슈가 된 현대자동차그룹의 전북 투자 계획이 현실화 될 경우 폭발적인 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인공지능 데이터 인프라 구축과 로봇 제조, 수소 활용 산업 구상은 전북 산업 생태계 고도화의 또 하나의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러나 핵심은 단순한 기업 유치가 아니라 지역 기업과 인재가 함께 성장하는 구조를 만드는 데 있다. 대기업 투자와 중소·중견기업의 역량 강화, 지역 인재 채용이 연결될 때 산업 체질은 근본적으로 개선된다. 에너지 전환 또한 전북이 주도할 수 있는 분야다. 재생에너지 잠재력을 바탕으로 수소 생산·저장·활용 체계를 구축한다면 전북은 친환경 에너지 산업의 거점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에너지는 단순한 발전 설비의 문제가 아니라 모빌리티와 제조업, 도시 시스템과 연결되는 플랫폼 산업이다. 에너지와 디지털 기술이 결합된 실증 모델을 축적해 나간다면 전북은 탄소중립 시대 국가 전략을 선도하는 지역으로 성장할 수 있다.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지역 내 성과 축적과 선순환 구조가 필요하다. 연구개발부터 사업화, 인력양성까지 전 과정을 지역 내에서 연결하는 산업 가치사슬을 구축해야 한다. 기업과 대학, 지방정부의 협력을 통해 지역 대학을 혁신 거점으로 육성하고 청년이 배우고 취업하며 창업까지 이어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인재가 머무는 지역만이 장기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인구 정책 또한 삶의 질 중심으로 새롭게 설계되어야 한다. 안정적인 일자리와 주거, 문화 인프라 확충과 함께 유·청소년부터 중장년, 시니어 세대까지 사회 참여 기회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다양한 형태의 정주와 교류를 허용하는 개방적 지역 모델 역시 전북 활력을 높이는 기반이 될 것이다. 결국 전북의 도전은 생존을 넘어 선도로 나아가는 과정이다. 산업혁신과 에너지 전환, 사람 중심 전략이 함께 작동할 때 전북은 대한민국 균형성장의 중심축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비전은 이미 제시되어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계획을 현실로 만드는 실행력과 흔들림 없는 추진력이다.

  • 오피니언
  • 기고
  • 2026.03.16 18:22

[경제칼럼] 배당을 살려야 지역 경제가 산다

지역이 발전하려면 좋은 일자리가 있어야 한다. 좋은 일자리는 기업이 성장해야 생긴다. 기업 성장의 연료인 자본을 조달하는 길은 크게 두 갈래다. 하나는 ‘융자’고, 다른 하나는 ‘지분투자’다. 그러나 오랫동안 지역의 중소기업들은 지분투자를 받기 어려웠다. 1997년 IMF 외환위기 이전까지 기업의 자본 조달은 사실상 융자에 의존했다. 경제위기가 닥치자 연대보증 부채를 안고 있던 많은 중소기업인들이 회생 불가능한 상황으로 내몰렸다. 같은 해 코스닥이 출범하며 지분투자 활성화 정책이 본격화됐다. 2000년 닷컴 버블 붕괴 이후 침체됐던 지분투자는 2010년대 들어 시리즈 투자와 코스닥 상장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었다. 그러나 이 생태계는 기술 기업 중심의 상장과 지분 차익 회수 구조로 굳어졌다. 투자사들도 결국 ‘상장 후 엑시트’를 향해 움직인다. 지역에서 기반을 다져온 중소기업들에게는 여전히 마땅한 돌파구가 없었다. 대전의 성심당을 떠올려 보자. 2005년 화재로 폐업 위기에 몰렸을 때, 어느 투자자도 그들에게 손을 내밀지 않았다. 결국 홀로 일어선 성심당은 이제 독보적인 지역 기업이 되었다. 2024년 매출은 약 1,937억 원, 당기순이익은 약 402억 원이다. 주주는 가족 3인뿐이다. 만약 그 어려운 시절 지역민 100명이 기업가치 10억 원 기준으로 100만 원씩 투자했다면 어땠을까. 2024년 순이익의 25%인 100억 원을 배당했다면 주주 1인당 한 해에 1천만 원씩 배당받을 수 있다. 투자 원금의 10배다. 10년 동안 같은 수준의 배당이 이어진다면 원금의 100배인 1억 원을 받게 된다. 그래도 지분은 그대로 남는다. 단순한 수익을 넘어 지역을 대표하는 기업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함께 만드는 경험이기도 하다. 주식회사의 기원은 바로 여기에 있다. 고대 로마의 공동사업은 주주들이 자본을 모아 사업에 투자하고 이익이 나면 배당을 나누는 것이 본질이었다. 증권거래소는 그보다 훨씬 뒤인 17세기 초에 네덜란드와 영국에서 주식 거래를 용이하게 하기 위해 등장한 제도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주식회사와 증권거래소가 거의 동시에 이식됐다. 비상장 기업에 투자하고 배당으로 수익을 나누는 문화가 자리 잡을 토양이 부족했던 셈이다. 문제는 세제에도 있다. 배당소득은 종합소득세에 합산 과세되고 금융·배당소득이 연 2,000만 원을 넘으면 건강보험료도 늘어난다. 대주주는 배당하기보다 다른 방식으로 이익을 가져갈 유인이 커지고, 결국 소액 주주도 배당을 받기 어려워진다. 주주들의 자본은 기업 안에 묶인 채 이익을 얻거나 원금을 회수할 길이 막히게 된다. 이 문제를 풀 열쇠가 배당소득 분리과세다. 종합소득세에 합산하지 않고 배당소득에 별도 세율을 적용하는 제도다. 정부는 올해 일부 상장사에 한해 이를 시행하기로 했다. 그러나 비상장사에 대해서는 아직 논의조차 없다. 이 제도가 비상장사로 확대된다면 내가 아끼는 동네 가게에 투자하고 배당을 받는 지역 금융의 선순환이 가능해진다. 전북에는 매력적인 중소기업과 창업가들이 많다. 이들이 반드시 코스닥 상장을 목표로 할 필요는 없다. 이익을 창출하고 그 이익을 주주들과 나누며 지역 자본을 순환시키는 기업이 많아질수록 좋은 일자리도 늘어난다. 비상장기업의 배당소득분리과세가 시작되면 전북의 창업가들뿐 아니라 지역민 자본이 지역 기업에 투자하는 길이 열릴 것이다.

  • 오피니언
  • 기고
  • 2026.03.09 19:13

[경제칼럼] 바이오기술 융합 : 전북을 푸드·헬스테크의 심장부로

산업 경쟁력의 패러다임이 급변하고 있다. 과거의 성장이 대규모 설비와 생산량 중심의 ‘양적 팽창’이었다면, 이제는 기술 간 경계를 허물고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질적 융합’이 생존의 열쇠다. 특히 바이오기술(BT)과 디지털 기술(IT)의 결합은 산업을 넘어 인류의 라이프스타일을 바꾸는 게임체인저로 부상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전북특별자치도는 ‘바이오융합 푸드·헬스테크’를 미래 성장 전략으로 내세우며 대한민국 경제의 새로운 중심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바이오기술은 생명체의 기능과 정보를 활용해 유용한 물질과 서비스를 창출하는 기술이다. 바이오융합산업은 농업·식품 중심의 그린바이오산업, 보건·의약·의료 중심의 레드바이오산업, 바이오 연료와 친환경 소재를 다루는 화이트바이오산업으로 구분된다. 여기에 인공지능(AI)과 데이터 기술이 결합하는 디지털바이오는 그린·레드·화이트바이오를 가속·정밀화시키는 촉매 역할하기에 그 확장성은 더욱 커진다. 특히 AI가 바이오 빅데이터를 분석해 개인 맞춤형 기능성식품과 신약을 설계하고, 스마트팜이 기능성 작물을 생산하는 ‘바이오융합 푸드·헬스테크산업’은 미래 헬스케어산업의 핵심 분야다. 산업의 성패는 결국 수요에 달려 있다. 건강, 장수, 뷰티 분야에 대한 지출이 늘어나는 이유는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살고자 하는’ 본능적 욕구 때문이다. 이제는 단순한 수명 연장이 아니라 삶의 질이 핵심 가치로 떠올랐다. 노화를 질병으로 인식하고 이를 예방하려는 흐름 속에서 건강과 자기관리는 개인의 경쟁력으로 인식되고 있으며, 이는 프리미엄 헬스케어 서비스와 기능성 식품 시장의 성장을 이끌고 있다. 전북은 이러한 수요를 산업으로 연결할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미생물, 발효, 약용식물 등 풍부한 생물자원을 보유한 농생명수도로서, 원료 생산부터 가공까지 지역 내에서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이 가능하다. 여기에 농촌진흥청, 한국식품연구원, 정읍첨단방사선연구소, 국가식품클러스터진흥원 등 핵심 연구기관과 대학, 산업화 지원기관이 집적돼 연구–실증–생산이 연계되는 소위 ‘골든 트라이앵글’을 형성하고 있다. 해외 사례는 바이오 융합의 파급력을 분명히 보여준다. 덴마크와 스웨덴을 잇는 ‘메디콘 밸리’는 그린바이오와 레드바이오를 융합한 대표적 클러스터다. 이곳에 기반을 둔 노보 노디스크(Novo Nordisk)는 비만 치료제 하나로 국가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인구 규모는 작지만 실제 생활 데이터(디지털 라이프 로그)와 의료 데이터를 활용한 데이터 기반 헬스케어, 장벽을 허문 공동 연구 인프라가 성공의 핵심이었다. 전북이 지향하는 모델 역시 ‘연구–실증–산업화’가 한 공간에서 작동하는 클러스터 전략이다. 메디콘 밸리의 사례는 전북의 바이오융합 푸드·헬스테크 전략에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전북 역시 노보 노디스크와 같은 글로벌 기업을 육성하고, 데이터 기반의 디지털 바이오 융합으로 푸드·헬스테크 산업을 키워야 한다. 바이오 빅데이터를 활용한 정밀 영양 식품과 맞춤형 헬스케어를 선점하고, 농진청·식품연·대학 간 칸막이를 허무는 오픈 이노베이션 체계를 통해 연구 성과가 즉각 산업 현장으로 연결되도록 해야 한다. 전북이 선택한 ‘바이오융합 푸드·헬스테크’ 전략은 식품 자원을 바이오 기술과 결합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전환하는 고도의 경제 전략이다. AI 기반 맞춤형 건강관리, 정밀 영양 메디푸드, 디지털바이오 치료제 등 산업의 확장성은 크다. 전북의 풍부한 생물자원과 연구 인프라, 그리고 새만금을 포함하는 산업현장 이라는 기회의 공간이 결합할 때 전북은 ‘K-바이오융합 푸드·헬스테크 산업’의 핵심 거점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 오피니언
  • 기고
  • 2026.03.02 18:54

[경제칼럼] 전북특별자치도, 대한민국 ‘조달 자율화_2026’의 닻 올린다

2026년 올해 전북특별자치도는 대한민국 행정사에 기록될 거대한 실험의 중심에 서게 되었다. 지난 1월 5일, 조달청이 선포한 ‘지방정부 조달 자율화’ 시범 사업의 대상지로 경기도와 함께 전북특별자치도가 선정된 것이다. 이는 단순히 행정 절차의 변화를 넘어, 70여 년간 이어져 온 중앙정부 중심 공공 조달의 패러다임이 ‘지방 분권’과 ‘수요자 중심’으로 대전환하는 역사적 모멘텀이다. 그동안 각 공공기관은 국가 예산의 투명한 집행과 효율성, 공정성을 위한 필수적인 장치로 일정 금액 이상의 물품을 구매할 때 의무적으로 조달청을 통해야 했다. 조달청이 단가계약을 하고 나라장터 종합쇼핑몰에 등록하면 모든 공공기관이 구매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은 지역의 특수성을 제때 반영하지 못하고 신속한 구매를 저해한다는 현장의 목소리도 있었다. 획일적인 기준이 때로는 지역 기업의 진입 장벽이 되거나, 긴급한 지역 현안에 대응하는 속도를 늦추는 인이 되기도 했다. 이에 조달청은 올해부터 ‘공공 조달 개혁 방안’의 일환으로 수요기관의 선택권을 대폭 확대하는 자율화 정책을 경기도와 전북특별자치도에 시범 도입하였다. 이번 시범운영 기간 전북도청을 비롯한 시군은 컴퓨터, 냉난방기, 가전제품 등 지역 수요가 많은 전기·전자제품 118개 품명에 대해 조달청을 거치지 않고 자체적으로 구매할 수 있는 방식을 선택할 수 있게 된다. 물론 예전처럼 나라장터 종합쇼핑몰을 통한 구매도 여전히 가능하다. 바로 지방정부에 공공 조달의 다양한 구매 방식을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 것이다. 하지만 자율화에 따른 부작용 최소화를 위해 수의계약 등 모든 조달 절차와 정보의 실시간 공개, 비리가 적발된 지방정부는 일정 기간 조달청 이용 의무화, 사회경제적 약자 기업 지원 실적의 상시 점검과 공개 등 제도적 보완 장치 또한 마련되었다. 자율화 정책은 지역 기업에 닫혀 있던 문을 여는 기회가 될 수 있다. 특히 신속한 유지보수나 지역 맞춤형 서비스가 강점인 우리 지역 기업에는 확실한 호재다. 예를 들어, 전주 시내 학교에 납품된 컴퓨터가 고장 났을 때, 서울에 본사를 둔 대기업보다 지역 업체가 훨씬 빠르고 세심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점은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이러한 지역 밀착형 서비스 경쟁력이 빛을 발할 기회가 온 것이다. 하지만 문이 열린 만큼 전국의 경쟁력 있는 기업들이 전북 시장을 노리고 들어올 가능성도 있다. ‘지역 업체를 이용해 달라’는 호소만으로는 부족하다. 냉정한 시장 논리 속에서 우리 기업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자체적인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기술개발과 철저한 품질 향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전북지방조달청은 이 거대한 변화의 파도 속에서 ‘방관자’가 아닌 ‘조력자’로 남을 것이다. 조달청이 가진 방대한 가격 데이터와 계약 노하우를 지자체와 공유하여 자체 구매가 시행착오 없이 안착하도록 돕겠다. 또한, 자율화가 지역 토착 비리나 예산 낭비로 이어지지 않도록 모니터링하면서도, 지역 기업들이 이 기회를 발판 삼아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지자체 담당자들을 위한 실무 교육과 컨설팅을 강화하고, 기업에는 변화된 제도에 맞는 맞춤형 정보를 제공할 계획이다. 전북에서 시작된 이 날갯짓은 내년 이후 대한민국 전역으로 퍼져나갈 ‘조달 자율화’의 표준이 될 것이다. 변화는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라 준비된 자에게 주어지는 선물이다. 전북의 기업과 지자체, 그리고 조달청이 원팀(One-Team)이 되어 이 변화를 ‘전북 경제 재도약’의 기회로 만들어 나가자. 우리는 지금 대한민국 공공 조달의 미래를 쓰고 있다.

  • 오피니언
  • 기고
  • 2026.02.23 19:08

[경제칼럼]‘지역에서 키운 인재’가 지역을 떠나지 않아도 되는 사회

대한민국 지방 소멸의 중심에는 인구 감소와 청년층 유출이라는 구조적 문제가 놓여 있다. 수도권은 교육과 일자리, 문화·복지 등 다양한 기회가 집중되며 인구를 유지·확대하고 있다. 반면, 전북을 비롯한 지방은 청년과 미래세대의 유출로 인구구조가 오래전부터 불안정하다. 단순히 명절에만 잠시 북적이는 귀성 풍경을 넘어,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살아가며 성장할 수 있는 지역 생태계의 안정화가 시급하다. 지역에 뿌리내리고 성장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하지 않으면, 지방 소멸은 단순한 미래 시나리오가 아닌 기정사실이 될 것이다. 인구 유출 문제는 청년기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우려스러운 점은 어린이·청소년 단계부터 지역을 떠나는 인구가 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교육, 문화, 체육 등 지역 생활 생태계 전반을 약화시키고, 지역에서 길러낸 인재가 성장 단계마다 외부로 빠져나가는 악순환을 반복하게 만든다. 유소년기부터 초·중·고로 이어지는 안정적인 성장 경로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이는 지역 전체의 인재 육성 기반이 무너지는 문제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전북은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이동하는 청년 유출이 지속되며 인구구조의 취약성이 큰 지역이다. 물론 최근 인구 감소세 둔화, 출생과 혼인 지표의 반등, 청년과 신중년층 유입 증가 등 긍정적인 변화의 조짐도 함께 나타나고 있다. 이는 정책과 환경이 제대로 갖춰질 경우, 지역 회복이 결코 요원한 일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는 의미 있는 신호이다. 그러나 이처럼 전북 도내 여러 기초 자치단체가 출산·양육 지원과 청년 정착 정책을 병행하며 인구 감소 속도를 늦추려고 애쓰고 있지만, 여전히 ‘이곳에 남아도 괜찮은가’라는 질문에 충분한 답을 주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더 나은 교육 환경과 기회를 찾아 떠나는 선택이 반복되면서, 지역 안에 쌓여야 할 경험과 역량은 빠져나가고 청년은 정체된 상태에 머물며, 지역은 점점 공백으로 남는다. 이러한 이탈과 단절을 개인의 선택이나 의지 문제로만 돌려서는 안 된다. 안정적인 성장 토대의 부재와 반복되는 이동, 그리고 좌절은 결국 중도 포기와 방향 상실로 이어지고, 이는 개인의 삶의 질 저하를 넘어 지역과 사회 전체의 인적 자산 손실로 귀결될 것이다. 이제 인구 정책은 단순히 사람 수를 늘리는 양적 접근에서 벗어나야 한다. 사람이 지역에서 태어나고 자라 성장하며 도전할 수 있도록, 삶의 전 과정을 설계하는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 청년 일자리와 주거 대책은 물론, 어린 시절부터 교육·문화·예체능을 통해 성장할 수 있는 지역 기반을 촘촘히 구축해야 한다. 성장 단계별 이탈 원인을 면밀히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연계 구조를 재설계하는 행정 혁신 또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이다. 교육·산업·복지·문화가 유기적으로 연결되도록 지역 기반 생태계를 재설계해야 한다. 전북의 인구 대응 전략은 ‘사람을 불러들이는 정책’을 넘어, 아이부터 청년, 신중년과 시니어에 이르기까지 모든 세대가 지역에서 존중받으며 자신의 삶을 주도적으로 설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가는 과정이어야 한다. ‘지역에서 키운 인재가 굳이 지역을 떠나지 않아도 되는 사회’, 머무르는 것이 불리하지 않은 구조를 만드는 것. 그것이 진정한 지역 인구 정책의 출발점이며, 지방 소멸을 넘어 지속 가능한 미래로 나아가는 길이다.

  • 오피니언
  • 기고
  • 2026.02.09 17:42

[경제칼럼]전주의 정체성을 다시 생각해본다

전 세계가 K-콘텐츠에 열광하는 시대다. 이는 어느 날 갑자기 만들어진 현상이 아니다. 지난 20여 년 동안 한국의 정체성은 끊임없이 확장되고 진화해 왔다. 이제 이 흐름 속에서 전주의 정체성 역시 다시 생각해볼 시점이다. 그 안에서 전주 콘텐츠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1999년, 한국 영화계에는 이른바 ‘서편제와 쉬리 논쟁’이 있었다. 「쉬리」가 전국 693만 관객을 동원하며 1993년 「서편제」의 290만 명 기록을 크게 넘어서자, 문화계 일부에서는 이를 두고 국적 불명의 영화라며 비판했다. 그러나 재야 철학자 탁석산은 다른 관점을 제시했다. 그는 2000년 출간한 『한국의 정체성』에서 정체성은 현재성·대중성·주체성이라는 세 요소를 갖출 때 성립한다고 보았다. 이 기준에서 「쉬리」는 남북 분단이라는 한국 사회의 특수한 현실을 서구적 형식에 담아냈지만, 동시대 관객이 공감하고 향유할 수 있었고, 분명한 주체성을 지녔기에 한국의 정체성에 부합하는 작품이었다. 형식이 서구적이든 한국적이든, 이 세 요소를 충족한다면 그것은 살아 있는 정체성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우리는 그 이후 한류의 역사를 이미 경험했다. 2000년대 초 H.O.T의 해외 진출과 드라마 「겨울연가」를 거쳐, 2019년 영화 「기생충」의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 2020년 BTS의 빌보드 차트 1위, 2021년 「오징어 게임」의 글로벌 흥행으로 이어지며 한류는 전 세계로 확산됐다. 이제 한국의 웹툰, 음식, 패션까지 전방위적으로 세계의 팬을 확보하고 있다. 정체성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한다. 탁석산은 2000년 당시, 한글은 한국의 정체성이지만 전통을 그대로 보존하는 데 머물러 있던 판소리와 한복은 현재성과 대중성을 잃어 정체성으로 보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판소리와 한복 역시 한국의 정체성이라 자신 있게 말할 수 있게 되었다. 이 변화의 중심에는 로컬 크리에이터들의 역할이 있었다. 판소리에 재즈와 댄스를 결합한 이날치밴드는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고, 전주의 로컬 기업 ‘한복남’은 한복을 입고 거리를 걷는 경험을 통해 외국인 관광객의 사랑을 받고 있다. 또 다른 전주의 브랜드 ‘리슬’은 한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글로벌 아이돌의 의상으로 선보였고, 밀라노 패션쇼 무대에도 올랐다. 생각해보면 우리가 오늘날 전통이나 정체성이라고 부르는 것들 역시 어느 순간 갑자기 완성된 것이 아니다. 서로 다른 문화가 만나고, 융합되고, 재창조되며 대중적으로 향유되는 과정을 거쳐 지금의 모습에 이르렀다. 이러한 창조성이 멈추는 순간, 정체성 역시 생명력을 잃게 된다. 전주의 정체성은 1990년대 중반 이후 ‘전통문화의 고장’으로 정의되어 왔다. 그러나 전주의 진짜 정체성은 전국에서 창의적인 인재들이 모여들고, 서로 교류하며, 새로운 예술과 문화를 향유해 온 역동적인 토양에 있지 않을까. 한국 최초로 세계 1위를 기록한 비보잉 그룹 라스트포원, 그리고 브리티시 갓 탤런트 무대에서 세계의 관객을 매료시킨 전주대학교 태권도학과 싸울아비팀의 등장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전통문화의 고장’이라는 정체성만으로는 이러한 전주의 창조적 에너지를 온전히 이해하거나 키워내기 어렵다. 다음 세대가 전주를 K-콘텐츠의 중요한 발신지로 만들어갈 수 있도록, 이제는 그 길을 열어줄 때다.

  • 오피니언
  • 기고
  • 2026.02.02 19:04
오피니언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