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팔 청춘] "할아버지, 안녕하세요!"⋯학교에 가는 할아버지들
 "할아버지, 안녕하세요!" 마치 손주가 할아버지를 보고 반갑게 인사하는 듯했지만, 알고보면 제자와 선생님 사이다. 할아버지인 듯 할아버지 아닌 이 분의 정체는 바로 '전통나눔 할아버지'다. 최근 문화체육관광부는 한국국학진흥원과 함께 오는 12월 12일까지 전국 어린이집·유치원·초등학교 총 132개 교실에서 남성 어르신(만 56∼74세)이 참여하는 전통나눔 할아버지 시범사업을 운영한다고 밝혔다. 올해 처음 진행되는 전통나눔 할아버지는 남성 어르신이 각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산가지, 윷놀이, 승경도 등 전통놀이와 예절 등을 통해 유아·아동의 인성을 교육하고 전통문화를 보급하는 사업이다. 전국에서 4대 1의 경쟁률을 뚫고 할아버지 44명이 최종 선발됐다. 이중 전북에서는 2명이 포함됐다. 전북일보 연중 기획 '팔팔 청춘의 인생 이야기'의 일곱 번째 주인공인 조명훈·김영원 할아버지를 만나봤다. △'에이스' 조명훈 할아버지 지난 16일 오전 10시 완주군에 있는 간중초등학교에서 만난 조명훈(57) 할아버지는 인터뷰를 진행하기도 전에 "전국 전통나눔 할아버지 중 막내다. 아직 60도 안 됐는데, 할아버지라는 말이 조금 어색하다"며 멋쩍어했다. 평생 목회 활동을 해 온 조 할아버지는 도서관도 만들고, 늘봄학교를 운영하는 등 항상 어린 아이들과 함께했다. 그는 나를 드러내는 일보다는 시민단체나 사회에서 좋은 영향력을 미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조 할아버지가 전통나눔 할아버지를 하게 된 이유다. 그는 "요즘 말하는 인생 이모작에 진입하게 됐다. 어떻게 의미 있는 삶을 사느냐, 사회적으로 어떤 역할을 하느냐에 대해 고민했다. 그러던 중 아이들을 위한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주변에 계시는 이야기 할머니들께서 너무 좋은 일이라고 해 주셔서 해 보고 싶었다"며 웃어 보였다. 조 할아버지의 진심이 닿았는지 아직 활동을 시작한 지 1개월밖에 안 됐지만, 벌써 에이스로 등극했다. 그는 "익산시에서 운영하는 전통놀이 관련 교육 과정도 들었다. 그러면서 전통 쪽으로 접근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이 예절을 지킬 수 있도록 하고, 재미있게 노는 법을 알려 주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조 할아버지가 아이들에게 알려 주고 싶은 건 예절과 우애다. 전통놀이는 협동을 바탕으로 하는 경우가 많아 자연스럽게 함께 어울리고 배려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가 꿈꾸는 전통나눔 할아버지는 친구 같은 할아버지다. 조 할아버지는 "아이들이 우리와 같이 놀아 주는 할아버지, 우리의 마음을 이해해 주는 할아버지, 삶이 재미있다고 느끼게 해 주는 할아버지로 기억해 주면 좋겠다"면서 "세상은 나 혼자만 사는 게 아니라 같이 협력해서 살아갈 사람이 있다고 느끼길 바란다"고 말했다. △'베테랑' 김영원 할아버지 지난 19일 오전 9시 정읍시에 있는 동신초등학교 3학년 교실에서 만난 김영원(69) 할아버지는 본인은 '빵원 할아버지'라고 소개했다. 이름이 영원이라서, 0원, 빵원에 빗댄 것이다. 그 소리에 아이들은 까르르 웃으며 자연스럽게 할아버지를 반겼다. 김 할아버지는 지난 2014년 경찰관으로 정년퇴직한 뒤 수년 전부터 전통놀이 전문 강사로 활동해 왔다. 1년 뒤인 2015년 정읍시 평생학습관에서 처음 접한 전통놀이와 사랑에 빠져 지금까지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그는 "이전에 정읍전통놀이전문연구회장도 했었다. 원래 전통놀이에 관심이 많았던 것은 아니다. 계속해 보니까 재미있었고, 어릴 때 했던 놀이다 보니 더 즐겁게 느껴졌다. 평소 가만히 있는 걸 좋아하지 않다 보니 활동적인 걸 할 수 있어서 더 마음에 들었다"고 설명했다. 어릴 적 꿈이 선생님이었던 김 할아버지는 제2의 인생을 시작하고서야 꿈을 이루게 됐다. 전통나눔 할아버지를 하기 전부터 계속해서 아이들과 만나면서 전통놀이를 가르치는 베테랑 선생님이다. 그는 "아이들에게 있어서 건강도 중요하지만, 창의적인 머리로 활동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단순히 놀이만이 아니라 역사·교육적으로 지혜가 발동될 수 있게끔 신체 균형뿐 아니라 좌뇌, 우뇌를 동시에 활용할 수 있는 놀이를 해 주고 싶다"고 했다. 김 할아버지가 기억되고 싶은 모습은 거창하지 않았다. 그는 "아무 때라도 다가올 수 있는 할아버지, 진짜 친할아버지, 어디서 봐도 아는 척할 수 있는 할아버지로 남고 싶다. 아이들과 함께면 언제든 행복하다. 아이들에게 뿜어져 나오는 그 에너지, 활력에서 보람을 느끼고 있다"며 오히려 아이들에게 고마워했다. △"청춘들아, 이렇게 살아라." '팔팔 청춘'의 마지막 질문은 모두 다 같다. 지금을 살아가고 있는 청춘들, 인생 이모작을 앞둔 세대에게 하는 인생 조언 한마디다. 두 할아버지의 대답은 별반 차이가 없었다. 인생은 준비하는 자에게 더 의미 있고, 마음먹기에 따라 더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이었다. 먼저 조 할아버지는 "진짜 젊을 때는 자기의 목표와 꿈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거기에 다 만족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인생 후반전에 그동안 못해 본 의미 있는 일, 하고자 하는 일을 준비해서 노년을 맞이했으면 좋겠다. 그게 건강한 노후를 보내는 길이다"고 강조했다. 김 할아버지는 "행복은 손바닥 하나 차이다. 마음먹기에 달렸다. 요즘 흔히 '금수저'를 찾던데, 모두 만능으로 갖춰지다 보면 뭔가를 모아보는 재미를 느낄 수 없다. 손을 쥐면 펼 줄도 알아야 한다"며 "골고루 사랑을 베풀고 나눌 줄 알아야 한다. 인생은 흘러가는 것이다. 아무리 어려운 일도 그때뿐이지, 다 지나간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