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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키즈존(No Kids Zone)’이 대세? 장수군은 ‘웰컴키즈존(Welcome Kids Zone)!’

2023년 말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0.72명으로, 특히 수도 서울의 합계 출산율은 0.55명을 기록했다. 한국노동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맞벌이 청년 부부 3쌍 중 1쌍이 딩크(맞벌이 무자녀 부부)인 것으로 조사됐다고 하니 문제는 더욱 심각해 보인다. 그런데 나라의 존망이 저출산 해결에 달렸다는 작금에도 여러 이유로 도심 속 노키즈존(No Kids Zone)의 인기는 식을 줄 모른다. 평온한 어른들만의 휴식 공간은 아이들 눈앞에서 조용히 빗장이 걸린다. 지난 2017년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노키즈존이 차별이라고 규정했음에도 불구하고, 현실의 부모는 노키즈존을 피해 아이들을 위한 공간을 찾아 나선다. 결국 어린이 전용 공간이라는 이름으로 아이들이 어른과 분리되고 있는 게 아닐까? 어른들이 편해지는 만큼, 아이들이 살아가기엔 조금 불편한 세상에서 출산율 반등은 어려울지 모른다. 장수군은 아이들의 천국, 웰컴키즈존(Welcome Kids Zone)’이 되고자 한다. 대표적으로 군이 100만 관광의 거점으로 조성하고 있는 92,169㎡ 규모의 ‘장수누리파크’에는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마인크래프트 모형의 야외놀이터는 물론이고 숲놀이터와 키즈카페인 ‘장수어린이생활문화센터’, ‘상상나래 누리쉼터’, ‘동물 카라반’ 등이 다채롭게 마련돼 가족 관광객들의 발걸음을 이끌고 있다. 또 아이들과 함께 찾는 부모도 일상에서 벗어나 충분히 힐링할 수 있도록 계절별 야생화를 보며 걷기 좋은 유럽 정원 등 휴식 공간 확보에도 세심하게 신경 썼다. 이러한 아동 친화적인 시설 덕분인지 작년 누리파크 관광객 수는 전년도 대비 170% 이상 증가했고, 최근 군 공식 인스타그램의 ‘장수누리파크’ 영상이 각 24만뷰와 11만뷰를 달성하기도 했다. 지난해 장수군의 잠정 합계출산율은 1.13명으로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를 크게 웃돈다. 아이 낳고 키우기 좋은 곳을 목표로 체계적인 연령별 지원정책을 마련한 결과다. 우리 군에서는 임신부터 대학 교육까지 1자녀일 경우 8천 3백여만 원, 2자녀일 경우 1억 5천여만 원, 3자녀일 경우 2억 3천여만 원, 4자녀인 경우 3억 1천여만 원을 여러 분야에서 꼼꼼히 지원한다. 아이 하나를 키우려면 온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처럼 0~2세 어린이집 필요 경비를 월 3만원씩 지원할 뿐 아니라 다함께 돌봄센터, 공동육아나눔터, 아이돌봄서비스를 통해 부모가 온전히 양육의 부담을 지지 않도록 우리 군과 이웃이 든든히 짐을 나눠 짊어지고자 한다. 한편 청년 세대들은 오히려 이타적인 이유로 결혼과 출산을 원치 않는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지금의 불행을 후대에 물려주고 싶지 않다는 의지다. 도시로 몰려 바쁘게 물질적 풍요를 좇는 만큼 정신적 풍요와 균형점을 찾기 어렵고 행복지수는 점차 떨어진다. 장수군이 청년 세대들의 안정적인 정착에 관심을 갖는 이유다. 도시 생활에 지친 청년 세대들에게 물질적인 풍요는 조금 부족하지만, 정신적 풍요가 넘치는 고장을 만들어 주는 것이 우리가 할 일이다. 이를 위해 청년들의 건강한 삶을 지원해 행복지수를 높일 수 있는 시스템을 탄탄하게 만들어 나가고자 한다. 청년 부모와 아이 모두가 행복한 아이들의 천국을 꿈꾸는 ‘웰컴키즈존’ 장수군은 아이들이 자연에서 마음껏 소리치며 뛰어놀고, 맑은 햇살 아래 건강하게 자라날 수 있도록 열렬히 환영해 반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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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5.26 17:52

권토중래 한 정동영

정동영만큼 냉온탕을 오가며 부침을 거듭한 정치인도 없다. 22대 총선 경선에서 김성주와 리턴매치를 치르면서 5선이란 자리에 올랐지만 지금 전북도가 안고 있는 문제들이 너무 산적해 이를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지 걱정스럽다. 정 당선자가 지난 4년간 낙선한 후 와신상담해서 권토중래한 케이스라서 더 중압감을 느끼게 한다. 그는 이번 민주당 경선 때 운발이 빳빳하고 좋았다. 지난해 새만금 잼버리 실패 후 도민들 사이에 21대 국회의원들 갖고는 전북 발전을 도모할 수가 없다는 여론이 파다하면서 올드보이였던 정동영을 다시 정치판으로 소환한 것. 그 전만 해도 출마 명분이 약해 고향 순창에서 집 지으면서 지인들과 그 문제를 놓고 결론을 못 내리고 있었는데 위기 상황이 그한테는 기회로 작용했던 것. 특히 김성주 의원이 송하진 전 지사를 컷오프 시키는데 직접 간여해서 낙마시켜 송 전 지사 캠프 사람들이 보복심리로 경선 때 자진해서 정 캠프 쪽을 열심히 도왔다. 여기에 김 의원 지역구 일부 시의원들이 국주영은 도의장의 전주시장 출마 기회를 만들어주려고 우범기 전주시장을 시정질의를 통해 난타질한 것도 정 의원 쪽에 도움이 되었다는 것. 현역인 김 의원이 도시의원 등 지방의원을 끝까지 한명의 이탈자 없이 장악, 유리한 국면을 만들었지만 민심이 돌아서버려 경선에서 패배했다. 너무 김 의원이 자만했고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한 탓이 결정적 패인이었다. 이재명 당대표가 정동영 당선인한테 의리를 저버리지 않고 우여곡절 끝에 경선판을 만들어준 것도 큰 행운이었다. 정 당선인이 대선 후보 시절 이재명 대표가 선거캠프 부대변인으로 참가, 선거운동을 해준 덕에 정 당선인이 이 대표 성남시장 출마를 적극 도와준 인연이 이번 선거판에 보은으로 작용했다. 인간지사 새옹지마 란 말이 실감나는 대목이다. 정 당선인은 선거운동 기간 지금은 윤석열 정권과 싸울 때 라고 지적하면서 전북을 살려내기 위해 본인이 팀장을 맡아 전북 발전을 이끌어내겠다고 다짐했다. 그 결과 지난 20일 전주 그랜드힐스턴호텔에서 전북 재도약을 위한 100인 원탁회의를 실질적으로 주도, 전주완주 통합 문제와 새만금특별시 문제를 화두로 끌어냈다. 정 당선인이 다시 등판하는 동안 중앙정치 무대에서 여야 간에 인적 변화가 많이 생겼기 때문에 예전 같은 정치력을 빨리 복원하는 게 관건이다. 다음으로 당 지도부한테 건의해서 10명의 전북 의원들을 중복되지 않고 골고루 배분해야 하는 문제가 생겼다. 본인부터가건교위를 희망하지만 4선 이춘석 당선인이 희망해 제일 나중에 전북 몫 찾기를 위해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정 당선인이 전북 의원을 원팀으로 만들어서 그간 실추된 존재감을 찾겠다고 의욕을 과시하지만 당내 역학구조상 이재명 대표와의 관계 정립을 통해 본인 위상을 찾아야 가능할 수 있다. 다음으로 박찬대 당 원내대표와 최고위원들이 5선인 정 당선인의 무게감을 제대로 인정해주느냐 여부다. 이 모든 게 정 당선인이 풀고 나가야 할 숙제라서 그의 일거수일투족이 주목된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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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성일
  • 2024.05.26 17:51

100년을 숨겨온 기록, 세계의 기억이 되다

동학농민혁명 기록물이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지 1년이 되었다.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사업(Memory of the World: MOD)은 1992년 세계의 중요 기록유산이 인류 모두의 중요 자산이라는 인식의 바탕 위에서 시작되었다. 전쟁이나 사회적 변동 등으로 소멸 위험에 노출되기 쉬운 인류 기록유산의 항구적인 보존과 함께 세계 각국의 접근성을 높이고자 함이 그 목적이다. 2023년 현재 세계기록유산 등재 건수는 총 494건이며 이 가운데 한국의 등재 건수는 18건으로 세계적으로 다섯 번째, 아시아에서는 가장 많이 등재된 국가가 되었다. 세계기록유산의 등재 기준은 세계사적 중요성을 담고 있는 당시의 기록이어야 한다. 단순히 오래된 기록이라고 등재되는 것은 아니다. 역사적으로 정치 경제 사회적 발전이나 인간과 공동체의 전환을 견인한 전환점이 된 사건이나 문화·예술을 보여주는 기록이어야 한다. 아울러 유네스코 헌장에 위배되는 기록이나 정치지도자와 정당의 기록이나 국가의 헌법 등은 등재 대상이 아니다.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대표적인 기록은 중국의 갑골문, 아이작 뉴턴의 과학 및 수학 기록물, 슈베트트 컬렉션, 쉐익스피어 문서들, 체게바라 기록물, 난징학살 기록물 등이 있다. 한국의 세계기록유산 등재 기록물은 훈민정음 해례본, 조선왕조실록, 고려대장경판과 광주민주화운동 기록물 등이며 2023년 5월에 4.19혁명 기록물과 함께 동학농민혁명 기록물이 등재되었다. 동학농민혁명 기록물은 총 185건 1만 3000여 쪽에 이른다. 그러나 이를 생산자별로 구분하면 당시 농민군 기록은 30건에 불과하다. 대부분이 정부 기록(122건)과 진압군 기록(16건)이다. 그 외 지방 유생들의 견문록들(17건)이 있다. 농민군 기록의 내용을 살펴보면 30건 가운데 임명장류가 18건이며 사발통문과 포고문 등이 4건, 편지글 2건, 각 군현이나 마을 단위의 동학 인명록 3건, 기타 3건이다. 동학농민혁명 기록물 가운데 농민군의 기록이 희소한 이유는 1894년 이후 이 사건 자체가 조선왕조에 대한 반란으로 규정되었고 농민군 참여자는 역적으로 간주되었기 때문이다. 동학농민혁명이 좌절된 이후 참여자들은 피신과 도피의 과정을 겪었고 설령 고향으로 돌아갔더라도 가족을 데리고 피신해야 했다. 심지어는 성과 이름을 바꾸고 살았던 사람이 한두 사람이 아니다. 죽음에 이르러서도 자신이 동학농민혁명 참여자라는 사실을 후손들에게조차 말할 수 없었다. 이 때문에 동학농민혁명 관련 기록물을 보관하는 것은 큰 화를 불러올 것이기에 모두 불태워 없앨 수밖에 없었다. 지금까지 남아있는 동학농민 기록물은 지난 100년 이상 방안의 천장이나 책의 표지 속에 숨겨 두었던 기록물들이다. 그나마 30여 건 남아있어서 당시의 상황을 조금이나마 짐작할 수 있다. 이렇게 보존되고 있는 동학농민혁명 기록물은 대부분 한문 기록이지만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이 지난 10여 년에 걸쳐 한글 번역을 완료하였다. 지금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 홈페이지 ‘사료아카이브’에서 원문 이미지와 탈초본, 번역본을 동시 열람이 가능하다. 지난 100여 년을 꽁꽁 숨겨왔던 반란과 반역의 기록이 세계의 기억으로 거듭난 일은 동학농민혁명의 세계사적 복권이다. 아울러, 비록 일시적인 후퇴와 반동의 시기는 있을지라도 역사는 자유와 공정과 정의를 향해 나아가고 있음을 입증하는 일이다. /신순철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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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5.26 16:35

소신 투표와 당심 투표

국회의장 선출을 둘러싼 민주당의 대이변 속에 다음 달로 예정된 도의장 선거에도 이 같은 변화를 기대했으나 실망 그 자체다. 친명 지원사격에 힘입어 사실상 ‘추미애 의장’ 통과의례로 여겨졌던 민주당 국회의장 경선에서 우원식 의원이 당선되는 반전이 일어났다. 불의의 일격을 당한 친명 개딸들은 극도의 분노를 표출, 당 안팎 후폭풍이 가라앉지 않은 상태다. 이런 상황의 태풍 영향권에서 비껴갈 수 없는 도의회이기에 혹시라도 선거전의 기류 변화를 주목했는데 일부 국회의원 당선자들의 이중성만 확인하는 꼴이 됐다. 그들은 자신의 대외적 위상을 감안해 국회의장 선거는 소신 투표를 한 반면 도의장 선거는 지역위원장으로서 기득권에 급급한 나머지 당심 투표를 강요하는 이율배반적 행태를 보였다. 도의장 선거를 앞두고 전북 정치권 움직임은 정중동(靜中動) 양상이다. 7월 1일 출범하는 후반기 일정에 맞춰 집행부 선출을 겨냥해 3∼4명의 입지자 경쟁이 물밑에서 치열하다. 벌써 선거에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국회의원 당선자, 이른바 지역위원장들이 깊숙이 개입한 정황이 포착되고 있다. 그들은 친위그룹 확대를 포석으로 특정 후보 밀어주기를 노골화 하고 있다. 이것은 계파색을 뛰어넘어 오로지 국회 위상을 고려해 당심을 거부한 국회의장 경선 때와는 딴판이다. 자칫 당내 갈등으로 비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기득권 강화의 집착은 시대 흐름에도 역행하는 처사다. 입지자 입장에서도 정치적 역학관계를 고려하면 지역위원장 만한 우군도 없다. 문제는 자기 지역구 의원이 출마하지 않는 위원장과의 전략적 '딜' 을 통해 자충수를 두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12명의 도의원이 몰려 있는 전주는 사전 교감을 통해 지역구끼리 교통정리로 충돌을 피하기도 한다. 실제 예약을 통해 자리를 보장해 줌으로써 원만한 관계는 물론 권력 카르텔을 계속 유지한다. 그들 스스로 선거 취지를 무색케 해 위상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다. 아무래도 후보자 자질 보다는 이해관계로 엮여진 정치적 목적에 좌우되는 모양새댜. 전체 의원 3분의 1을 차지하는 만큼 전주 지역의 표심은 집행부 선출의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한다. 국회의장 경선의 대이변은 정치권에 신선한 충격을 던져 주었다. 친명 색채가 더욱 강해진 민주당에서 헌법기관으로서의 국회의원 당선자들이 모처럼 만에 자신들의 위상을 높였기 때문이다. ‘아바타 이재명 당’ 이란 오명을 스스로 부정한 결과이기도 하다. 따지고 보면 4월 총선 민심에도 그와 같은 기류가 반영돼 있다. 조국혁신당이 돌풍을 일으킨 배경에는 민주당에 대한 강한 불만과 경고가 담겨 있다. 특히 호남에서 비례대표 지지율이 민주당을 앞선 것은 대표적 예다. 집행부 선출을 계기로 도의회가 자존감을 곧추세우는 결단과 용기가 필요한 이유다. 김영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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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영곤
  • 2024.05.23 18:31

[금요수필]아버지의 바다

싸~아 바람이 분다. 밀려오는 파도 소리, 망둥이가 빈 낚시를 물고 허공에서 펄떡거린다. 망태기 안이 갑자기 소란스러워진다. 탈출 기회를 노리는지 묘한 움직임으로 서로를 경계한다. 진한 생명력으로 서로 살을 비비며 위로 솟는다. 공포스런 눈망울이 안쓰럽다. 몸부림치는 망둥이는 아랑곳하지 않고 밀물은 몰려오고, 연신 낚싯줄을 놓는 아버지 손길은 더욱 바빠진다. 아버지가 바다낚시를 할 때면 개펄은 나의 놀이터다. 진흙 바닥에서 게를 잡으며 재미있었다. 뽀글뽀글 거품으로 밥을 짓는 달랑게, 위협적인 집게발로 으스대던 농게, 겁먹은 두 눈을 곧추세워 적을 살피던 칠게, 두 눈이 툭 불거진 짱뚱어랑 놀다 보면 시간 가는 줄도 몰랐다. 옆집으로 놀러 가는 게나 거품 밥 짓는 게를 쫓아가 잡으려다 놓치는 일은 다반사였다. 그래도 게 잡는 일을 포기하지는 않았다. 게가 구멍 속으로 숨어버리면 그 구멍 속에 손을 쑥 집어넣고, 손가락 끝에 까칠한 감촉이 느껴질 때 게딱지를 잡아 꺼내는 요령도 터득했다. 게 잡는 재미에 푹 빠졌을 때쯤, 손가락을 꽉 물고 놓아주지 않는 놈을 만났다. 게를 떼어 내려고 허공에 뿌리치고, 게딱지를 잡아당겨도 보았지만 잡아당기면 당길수록 떨어지지 않으려고 이를 악물고 더욱 세게 조여 왔다. 살점이 떨어질 듯 아팠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겁에 질려 울고 있을 때 아버지는 “게를 허공에서 떼어 내려고 하면 게도 저 살려고 더 꼭 물고 늘어지지. 그럴 때는 게를 땅바닥에 놓아주어야 한단다. 그래야 게도 저 살려고 너를 놓고 도망가지.” 하신다. 딸에게는 관심도 없이 낚시만 즐기시는 줄 알았는데, 아버지는 멀리서 나를 지켜보고 계셨던 모양이다. 물린 손가락이 너무 아파 아버지 말씀대로 게를 땅바닥에 내려놓았다. 그때에야 게도 내 손가락을 풀어주고 도망쳤다. 손가락 살점에 구멍이 나고 피가 흘렀지만 살기 위해 도망가는 게를 잡지 않았다. 놀다 지치면 둑에 앉아 물길을 봤다. 갯골을 메우며 차오른 물이 순식간에 둔덕을 감추었다. 둔덕이 물에 잠기니 통통배가 뜨고 낚시꾼들은 바다에서 밀려났다. 아버지는 갓 잡은 망둥이를 초장에 찍어 입안에 가득 넣고 막걸리를 따른다. “사람의 욕심은 한이 없어. 그걸 다 채우려 들면 낭패를 보는 법이여. 물이 들어오는데도 자꾸 고기가 문다고 낚시를 하고 있으면, 물은 항상 낮은 곳부터 차오르기 때문에 갯골에 물이 차서 건너오지 못하고, 그만 망둥이가 사람을 잡아가기도 허는 법이여.”하시며 긴 낚싯대와 망태기를 짊어지셨다. 아버지는 처자식을 건사하려고 희망의 땅을 찾아 초전리로 오셨다. 일본인들이 쌀을 착취해 가기 위해 개간한 땅, 짠물이 솟아 우물조차도 만들 수 없었던 땅, 밭농사를 짓지 못하고 벼 수확만으로 살아야 하는 마을이었다. 아버지는 이곳에 뿌리를 내리고 칠 남매를 기르셨다. 오빠들은 농사짓는 일꾼이 되었고, 일꾼이 많은 아버지는 농토를 늘려 부농이 되셨다. 아버지가 농사지은 쌀로 밥을 지으면 윤기가 자르르 흘렀다. 그런 쌀을 소달구지에 싣고 새챙이다리를 건너 솜리장으로, 만경을 거쳐 김제장으로 내셨다. 아버지는 마을 사람들에게 풍물을 가르치셨다. 각 지역에서 모여든 사람들이 한마을에 어우러져 살아야 했으니, 사람들의 마음을 한데 모으는 데는 풍물만 한 것이 또 있었을까. 정월에 지신밟기, 칠석에 기접놀이를 하고, 농사철에 물꼬 싸움으로 섭섭했던 마음들을 풀 수 있도록 했다. 아버지의 바다에서 파도가 춤을 추듯, 마을의 애경사가 풍물 가락에 파도쳤다. 설장고 가락을 바닷물에 풀어 터를 다지며 낯선 땅에 정을 붙이셨던 아버지. 아버지의 한숨을 받아내던 그 바다가 꿈을 일구는 새만금 옥토로 변해 간다. 수평선 너머로 맑은 햇빛이 일렁인다. △박귀덕 수필가는 <수필과비평>을 통해 등단했다. 전북문인협회 부회장, 전북여류문학회 회장, 전북수필문학회 회장, 행촌수필문학회장을 역임했다. 작촌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수필집 <사막으로 가는 배>외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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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5.23 17:26

지역이 콘텐츠가 되는 시대에서 우리가 생각해야 할 것들

최근 유튜브 채널 ‘피식대학’의 콘텐츠 하나가 논란이 되었다. ‘메이드 인 경상도’라는 지역탐방 콘텐츠인데 그 지역 출신 유명인이 함께 나오기도 하고 직접 지역을 돌아다니며 웃음을 주는 개그 콘텐츠다. 나도 꽤 재미있게 즐겨보던 콘텐츠라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최근 경북 영양군을 방문하여 찍은 편에서 지역을 개그의 요소로 사용하는데 선을 넘었고 지역 비하 논란으로 구설에 오르고 있다. 채널 운영자는 논란이 불거진 뒤 경솔하고 무지했음을 반성하며 사과문을 올렸다. 지역이 콘텐츠가 되는 건 환영이지만 이런 일들이 영 달갑지 않다. 보통 우리가 일상에서 접하는 로컬콘텐츠라는 것들을 대부분 지역의 유명한 것들을 찾아보기좋고 이쁘게 만들어낸 것들이지만 그렇지 않은 것들도 없지는 않았다. 노잼의 도시 대전이라던가 마계인천 등 지역의 이미지와 연관 지어진 별명들이 밈처럼 개그콘텐츠화 되어 다양하게 소비되기도 했다. 이런 밈들은 지역에 사는 사람들에게도 공감을 이끌어냈기 때문에 유쾌하게 콘텐츠가 되었지만 이번 피식대학의 영양군 콘텐츠는 그렇지 못했고 불쾌함만 남겼다. 나도 이런 실수를 할 수도 있지 않을까? 지역에서 로컬크리에이터랍시고 콘텐츠들을 기획하는 나를 돌아보게 했다. 그동안 나는 어떤 마음가짐으로 지역을 소재로 콘텐츠들을 만들어왔나? 지역을 소재로 콘텐츠를 만들 때는 어떤 것들을 고려하고 고민해야 하는가? 주의해야할 것은 무엇인가? 질문들이 머릿속에 쏟아졌다. 그동안 깊게 고민해 본 적 없는 것들이다. 지역에 살고 지역이 좋다고 말하면서 지역이 좋은 콘텐츠로 많은 이들에게 소비되는 것이 지역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고 말하면서 왜 그 기준에 대해선 고민한 적이 없었다. 로컬시장이 조금씩 커지고 있다지만 아직은 작고 지역에서 활동하는 이들에게는 여전히 당장에 소비되는 콘텐츠를 만드는 데 집중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그렇다고 팔리기 위한 자극적인 콘텐츠만 생각하다 보면 외부인이 아닌 지역에 사는 우리조차도 이런 실수를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이라도 고민해 두어야 나도 나중에 비슷한 실수를 하지 않을 수 있을 것 같다. 피식대학 사건과 관련한 기사에 댓글 중에 기억에 남는 게 있다. ‘웃음을 만드는 것과, 웃음거리로 만드는 건 다르다.’ 무엇이 지역을 웃음거리로 만들었는가. 결국은 태도와 공감이 결여된 콘텐츠가 차이를 만든 게 아닐까 싶다. 여기서 내가 말하는 태도는 지역을 보이는 것만 보고 다 안다고 생각하지 않고 깊이 알아보고자 하는 마음가짐이다. 사람도 겉모습만 보고 다 알 수 없듯 지역 또한 마찬가지다. 그러니 보이지 않는 진짜 모습을 찾으려는 노력이 없다면 콘텐츠의 깊이도 부족하고 콘텐츠를 소비하는 이들에게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중요한 게 콘텐츠를 만나는 이들에게 공감을 얻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그 대상이 되는 지역 주민들의 공감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지역은 한 사람처럼 하나의 대상이 아니다. 그곳에 정말 수많은 사람들이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내가 만든 콘텐츠가 누군가에겐 불편함과 상처가 될 수 있으니 말이다. 지역 콘텐츠라고 해서 마냥 좋은 메시지만 전하자는 게 아니라 그 지역 사람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러기 위해선 앞서 말한 깊이가 정말 중요할 것이다. 지역소멸의 시대에 로컬콘텐츠는 이제 우리에게 익숙하고 흔한 것이 될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마냥 소비하다간 이번 피식대학 사건처럼 지역이 상처받는 일이 또 생기게 될지 모른다. 우리가 지역을 지키며 잘 알리기 위해서는 지역에서부터 이런 고민을 해두어야겠다. /류영관 둥근숲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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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5.23 15:00

당심 vs. 민심

총선 후 양당 모두 양당 모두 리더십 교체가 논란의 대상이다.국민의힘은 새 지도부 구성을 앞두고 황우여 비대위를 출범했다.윤석열 대통령 취임 만 2년에 4번째 집권여당의 비상대책위원회다. 국민의힘 차기 당권경쟁은 경쟁적으로 보인다.‘나경원 유승민 윤상현의 출마’를 예상하지만 한동훈의 거취가 결정적이다.스스로의 결정이든 끌려나오는 것이든 그의 당권도전은 기정사실로 보는 분위기다. 민주당 리더십은 이재명 대표의 연임여부가 쟁점이다.이 대표가 재출마한다면 사실상 추대가 될 전망이 대부분이다. 양당 리더십 재편의 핵심 ‘한동훈의 출마와 이재명의 연임’에 대한 여론은 혼란스럽다.두 사람 모두 당원과 핵심 지지층의 높은 지지를 받지만 당 밖으로 나가면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4월 하순 한 조사에 따르면 한동훈의 당권도전에 대해 유권자 10명 중 5명 이상(52%)는 반대한다.찬성은 43%.반면 국민의힘 지지층 또는 보수층에서는 58%가 그의 출마에 찬성한다. 한동훈의 당권도전에 대한 일반 국민의 여론과 국민의힘 지지층 또는 보수 유권자들의 생각이 엇갈리는 장면은 5월 초 조사에서도 확인된다.한동훈의 전당대회 출마에 대해 전체 유권자의 52%는 반대하고 찬성은 35%다.한 달 전 조사와 비교하면 반대는 비슷하고 찬성은 상대적으로 낮아졌다. 국민의힘 지지층은 정반대의 의견분포를 보인다.그들 중 56%는 한동훈의 전당대회 출마를 지지한다.그의 당권도전에 반대하는 국민의힘 지지층은 36%다.한달 전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지지층은 대체로 그의 전당대회 출마에 찬성한다.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당원 100% 경선으로 치러진다면 한동훈의 쉬운 승리가 점쳐지는 이유다.5월 조사에서 한동훈을 포함한 여러 출마 유력 후보들의 국민의힘 대표 적합도를 물은 결과도 앞선 여론동향과 유사하다. 국민의힘 대표로 한동훈을 적합하다고 보는 국민의힘 지지층은 48%에 이른다.‘원희룡(13%) 나경원(12%) 유승민(9%)’을 압도한다.한동훈(26%)은 전체 유권자 대상 조사에서도 유승민(28%)에 오차범위 내에서 뒤진다. 한편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연임여부에 대한 여론도 한동훈 당권도전의 여론 흐름과 비슷하다.4월 초 조사들에 따르면 일반 국민들은 이 대표의 연임에 대해 상대적으로 반대의견이 높다.‘찬성 46% vs. 반대 49%’ 또는 ‘찬성 43% vs. 반대 48%’다. 민주당 지지층 또는 진보적 유권자들의 생각은 정반대다.그들은 이 대표의 연임을 압도적으로 지지한다.‘찬성 61% vs. 반대 32%’ 또는 ‘찬성 68% vs. 반대 26%’다. 보수적 유권자들은 이재명 연임에 부정적이다.‘찬성 30% vs. 반대 68%’ 또는 ‘찬성 23% vs. 반대 74%’다.중도층은 일반 국민의 여론동향과 유사한데,‘찬성 40% vs 반대 45%’다. 5월 초 조사에서도 상황은 비슷한데 다른 게 있다면 일반 국민의 이 대표 연임에 대한 찬반의견이 접전양상으로 바뀐다.‘찬성 44% vs. 반대 45%.’한 달 전에는 오차범위 내외에서 반대의견이 상대적으로 높았지만 5월 초에는 찬반 비중이 붙었다. 민주당 지지자냐 아니냐의 간극은 한 달 전과 비교하면 더 벌어진다.민주당 지지층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찬성 83% 반대 12%,’무당층은 ‘찬성 25% 반대 47%’다. 국민의힘은 대표 선출절차를 논의해야 할 전당대회 준비위와 선관위를 꾸려야 하지만 속도를 내지 못한다고 한다.당원 아닌 일반 국민들의 의견을 어느 정도 어떻게 지도부 선출과정에 반영할지가 쟁점이다. 민주당은 “국회의장 후보,원내대표 당 지도부 경선 때 권리당원 의견 10% 이상 반영을 원칙으로 하는 10% 룰”을 넘어 “원내대표와 국회의장 후보 뽑을 때도 국회의원 50%+당원 50%를 적용하자”는 주장까지 나온다. 양당 모두에게 당원과 지지층은 중요하다.민주당은 “당원이 100만 명 넘고 당비가 연간 180억”이라고 한다.규모는 다르겠지만 국민의힘도 엇비슷할 것이다. 작년 우리나라 정당들에 지급된 국고보조금은 모두 475억.민주당에 223억 국민의힘에 202억으로 국민 세금이다.2022년 양대 선거나 올해 총선처럼 선거가 있을 때 국고보조금은 통상시의 두 배에 이른다. 양당의 리더십에서 민심과 당심은 어떻게 얼마나 반영되어야 할까? 양자가 충돌한다면 무엇이 우선이어야 할까? 그들은 선택하고 유권자는 평가한다. 선택의 시간이다. /박명호 (동국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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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5.23 15:00

별장으로 사용하고 있는 건물도 주택으로 볼수 있을까

최근에 양도세 관련하여 상담한 사례 중에 하나를 소개해드릴까 합니다. 서울에 거주하고 있는 납세자는 경치 좋은 동해안에 위치한 아파트를 매입하여 휴양용으로 가끔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보유하고 있는 주택을 양도하려는데 동해안에 위치한 아파트도 주택으로 볼 수 있는지를 문의 하였습니다. 납세인은 동해안의 아파트를 상시 거주하는 용도가 아니라 휴양용으로 사용하고 있어 이를 별장으로 보아 주택에서 제외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를 물어 보고 있지만 상시 주거용 건물을 주거 기능을 그대로 유지한채 다른 용도로 사용한다고 하여 주택에서 제외할 수는 없습니다. 과거에는 휴양, 피서 등의 용도로 사용하는 별장에 대해 비과세 판단시 상시 주거용이 아니므로 주택으로 보지 않는 관행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최근 조세심판원은 일반주택을 별장이라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 주택으로 보아야한다는 결정을 계속 내놓다가 지금은 종전의 비과세 관행은 종료되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따라서 가끔 휴양개념으로 사용하는 별장이라고 하더라도 주택수에 포함해서 양도세 계산을 해야만 합니다. 이와 비슷한 사례로 개인사업을 운영하는 납세자가 종업원의 복지를 위하여 사무실 인근의 다세대 주택을 구입하여 실질적인 기숙사로 사용하는 주택을 주택수에 포함시킬지의 여부가 문제가 된 경우가 있었습니다. 과거에는 재무제표에 사업용 자산으로 기숙사를 기입해 놓았다면 주택에서 제외한다고 해석하였으나 2003년 이후 부터는 주택에 포함하여야 한다고 해석을 하고 있습니다. 이는 본래의 기숙사가 아니라 일반 주택을 일시적으로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것에 불과하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주택수에 대한 판단은 양도세와 직결이 되어 있기 때문에 주택 양도시 보유하고 있는 주택해당여부를 전문가와 꼭 판단해보시길 바랍니다. /조정권세무회계사무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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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5.23 14:59

무더위 성큼, 취약계층 폭염대책 서둘러야

무더위가 성큼 다가왔다. 초여름 더위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올여름은 예년보다 기온이 더 올라갈 것으로 예고돼 독거노인과 거동 불편자 등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철저한 폭염 대책이 요구된다. 올여름에도 집중호우와 폭염 등 기후재난이 되풀이될 가능성이 높다. 집중호우와 마찬가지로 폭염도 수많은 인명을 앗아가는 심각한 자연재난이다. 전북특별자치도소방본부에 따르면 전북지역에서 최근 3년간 발생한 온열질환자는 모두 381명에 이른다. 게다가 매년 그 수가 늘어나는 추세고, 지난해에는 4명이 온열질환으로 사망했다. 아직 폭염이 닥치지는 않았지만 계절상 여름에 접어든 만큼 미리 대비책을 세워 인명 피해가 없도록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여름철, 독거노인과 빈곤층·장애인·야외노동자·만성질환자 등 폭염 취약계층의 건강이 벌써부터 걱정이다. 이들이 불볕더위에 방치돼 불상사로 이어지는 일이 없도록 특별관리대책을 철저하게 세워 추진해야 한다. 특히 농어촌 지자체에서는 고령의 농업인들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영농철을 맞아 논·밭에 나간 어르신들이 땡볕에 쓰러지는 일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온열질환 예방 요령 알림 서비스와 드론을 활용한 논·밭작업 현장 예찰활동 등 맞춤형 대책을 확대 시행해야 할 것이다. 각 지자체가 책임감을 갖고, 꼼꼼하게 점검하고 대응해서 취약계층을 비롯한 지역 주민의 안전을 보호해야 한다. 정형화된 폭염 대책을 해마다 반복하기보다는 기후변화에 맞춘 현실적이고 효율적인 대책을 찾아야 한다. 우선 폭염기간 중 더위에 취약한 어르신 및 취약계층을 보호하기 위해 지정·운영하는 무더위 쉼터를 수요에 맞게 늘리고, 기존 무더위 쉼터에 대해서도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지 철저하게 점검해야 한다. 폭염이 닥치기 전에 무더위 쉼터의 위치를 알리는 안내시스템도 재정비해 어르신들이 뙤약볕에서 쉼터를 찾아 헤매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더불어 그늘막과 같은 폭염 저감시설 확충 등 피해 예방 대책을 다각도로 추진해야 한다. 이와 함께 취약계층의 주거환경과 건강상태 등을 살피는 현장 점검을 통해 폭염 대응 사각지대가 없도록 특별히 신경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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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5.23 14:42

장기요양기관에 서울업체 진출, 대책 있나

서울에 본사를 둔 장기요양기관 운영업체가 군산에 진출하려 하자 군산지역 요양기관들에 비상이 걸렸다. 자본력과 조직, 노하우를 앞세운 업체들이 체인점과 프랜차이즈 형식으로 장기요양기관을 설립하게 되면 지역시장이 잠식될 수 있기 때문이다. 노인인구가 급증하면서 앞으로 장기요양에 대한 수요도 계속 늘어날 전망이어서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노인장기요양기관은 고령이나 치매·중풍 등 노인성 질환으로 일상생활을 혼자서 수행하기 어려운 노인들에게 신체 또는 가사활동을 지원하는 기관이다.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제31조에 의해 일정한 격식을 갖춰 신청하면 시장·군수가 지정토록 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의하면 노인요양서비스 제공기관은 2022년 말 현재 전국적으로 2만7484곳이다. 전북에는 방문요양, 방문목욕, 주야간보호 등 재가급여 1198곳, 노인요양시설 등 시설급여 252곳 등 모두 1450곳에 2만2521명이 서비스를 받고 있다. 문제의 발단은 서울 C업체가 군산시에 재가노인복지센터 지정 심사신청을 하면서 비롯되었다. 이 업체는 전국에 체인망을 두고, 법인을 여러 개로 나눠 10곳의 지자체에 주간보호센터, 방문요양, 복지 용구 등 34개의 직영점을 운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요양보호사 전국 채용 등 요양 인프라 확충을 들어 2025년까지 전국에 100개 센터 오픈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군산시는 1차 지정 심사에서 서류 미비를 들어 부결시켰지만 서류를 보완해 다시 제출하면 승인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이를 보는 시각은 두 가지다. ‘자유 경쟁’이라는 시장 논리에 맡겨야 한다는 주장과 이들 업체가 진출하면 대형마트가 그렇듯 지역업체들이 고사할 것이라는 주장이 그것이다. 지역업체들은 이들이 비영리사업인 노인복지센터 운영보다 실질적으로 의료기구, 공동구매 등 복지용품 시장을 점유하는 영리 행위를 확장해 나가려는 의도가 있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이를 막기 위해 조례 제정 등을 통해 규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쨌든 이들의 진출을 막기 어려운 게 현실이고 결국 서비스의 질을 높여 경쟁하는 수밖에 없지 않을까 한다. 이는 비단 군산만의 문제가 아니다. 서울에는 이들과 유사한 벤처업체들이 여럿 있고 돈이 된다면 전주 등 어느 곳이든 진출할 것이다. 이번 기회에 지역업체들도 서비스 질 향상을 통해 경쟁력을 높였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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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5.23 14:24

다시 생각하는 민주주의 그리고 ‘5월’

푸르름으로 가득한 5월은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날, 부부의날 등 소중한 가족을 생각하고 함께하며 서로 축하해주고 기념할 수 있어 계절의 아름다움과 함께 마음까지 따뜻한 시기이다. 그러나 5월은 소중한 가족을 잃어버린 아픔으로 가슴 시리고, 민주주의를 잃어버린 아픔을 품고 있기도 하다. 1980년. 당시 국민들은 기나긴 군사독재가 종식되고 국민이 주인이 되는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이야기를 꽃피웠고, 필자 역시 초등학교를 다니면서 민주주의라는 의미를 조금씩 알아가게 된 시절이었다. 그러나 국민주권의 기대는 또 다른 군사정권이 무고한 국민을 무자비하게 탄압하면서 기약 없이 미뤄져야만 했다. 영화 ‘서울의 봄’에서 전두광은 권력 공백을 틈타서 보안사령관과 합수부장의 직위를 이용해 참모총장을 강제연행할 계획을 세웠다. 나름 민주적 절차를 의식했던 것일까? 연행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일을 벌여놓은 후 대통령의 재가를 받기 위해 소위 장군들을 등에 업고 대통령을 압박하는 모습은 파렴치한 집단이 자신들의 이득을 위해 법을 악용하는 결정판을 보여주고 있다. 실제 1980년 전후로 있었던 이런 일련의 사건들이 서슬퍼런 군사정권 시절에는 공론화되지 못 하다가 십수년이 지난 후에야 법원으로부터 모든 것이 위법하다는 판결을 받았다. 유신정권도 마찬가지다. 억지로 헌법을 개정하며 법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권력 찬탈의 명분을 확보하려고 했다. 그렇기에 권력 찬탈자들도 민주적인 절차를 통해 집권했다고 말하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을 우리는 목격했어야 했다. 그 후로 40여 년이 지난 지금. 군사정권은 검찰정권으로 바뀌었고, 국민탄압은 현재진행형이다. 겉으로는 민주주의를 말하면서도 국민들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국민들을 폄훼하고 있다.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에서 통과한 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과 대장동 50억 클럽 특검법은 거부권을 행사하고, 언론을 탄압하며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리면 누구든지 틀어막는 행태는 국민의 눈높이를 무시하는 것일뿐만 아니라 과거 군사독재시절의 그것과 전혀 다를 바 없는 것이다. 민주주의라는 제도는 어떤 의도와 목적을 갖고 활용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극과 극으로 갈라진다. 선한 집단은 제도를 극대화시켜 우리사회를 윤택하게 만들겠지만, 전 세계의 역사에서 볼 수 있듯 욕망에 눈이 먼 집단은 제도를 악용해 근본을 파괴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더 이상 국민을 핍박하고, 조롱하는 세력이 민주주의를 유린하도록 방치하지 말아야 한다. 여전히 불완전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보완하고, 발전시키고자 하는 국민들의 염원은 매년 5월이 되면 더 강하게 타오른다. 5월은 대한민국 근현대사 가운데 비극적인 페이지를 장식할 역사적 사건들이 많기 때문이다. 민주주의를 정착시키기 위해 수 많은 희생을 치러야 했던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이름 없이 산화한 소시민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민주주의를 더욱 견고하게 세우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자 하는 것이다. 특히 필자같은 정치인들은 대한민국을 위해 희생하신 분들이 남겨준 소중한 유산을 훼손시키지 않고 후대에 물려줄 막중한 책임이 있다. 가슴 시린 63년 전 5.16 쿠테타의 비극을 되새기고, 44년 전의 광주를 추모하며 미래세대들은 선배세대들이 겪었던 아픔을 경험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온 국민이 힘을 모으자. 우리의 민주주의는 우리가 함께 책임져야 할 소중한 가치이다. /권요안 전북특별자치도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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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5.22 16:33

복잡한 도시에서 단순하게 살아보기

최근 필자의 시선을 사로잡은 특이한 두 개의 장면이 있다. 하나는 길거리에서 본 장면인데, 젊은 세대와 나이 든 세대의 걷는 모습이다. 젊은이들은 이어폰을 끼고 여유 있게 걷고 있는 반면, 제법 나이가 들어 보이는 분들은 어딘가를 향해 분주하게 가고 있는 모습이다. 다른 하나는 기차역과 버스터미널에서 목격한 두 세대의 모습이다. 젊은 세대들은 핸드폰에 있는 앱을 통해 표를 구입하고 시간에 맞춰 대합실에 도착하는 반면, 나이 든 분들은 과거에 하던 방식대로 일찍 와서 매표소에서 표를 사고 승차를 기다리는 모습이다. 이 두 장면은 평균적인 시선으로 표현된 것이지만, 다분히 역설적이다. 두 세대의 다른 모습에 주목한 것은 젊은 세대들은 바쁘게 살아야 하고 시간적 여유가 많은 시니어들은 상대적으로 더 여유 있게 살 것이라는 필자의 고정관념 탓인지도 모른다. 어쩌면, 대면접촉을 중시하고 사회적 관계에 익숙한 기성세대와 관계의 불편함과 다름을 피할 방어적 개인주의에 익숙한 MZ세대들의 일상을 대변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세상을 사는 방식과 태도인 아비투스적인 관점에서 보면, 사람은 언제, 어디서 태어났느냐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기성세대들은 분업과 협력을 기반으로 하는 산업사회에서 성장한 반면, MZ세대들은 소셜미디어가 보편화된 디지털 사회에서 성장했다. 이것은 두 세대가 다른 사회적 맥락과 문화 속에서 살아왔음을 의미한다. 같은 시대를 살아감에도 불구하고, 두 세대의 일상이 다른 소이이다. 어쨌든 우리는 디지털 사회로의 전환이 급격하게 이루어지면서 정보의 홍수 속에 살고 있고, 살기 위해 과거보다 더 숨 가쁜 일상을 보내야 한다. 전문가들은 소셜미디어의 보편화로 사회적 고립과 스트레스가 증가한다고 말하고 있다. 미래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미래 사회는 유사성을 지닌 것과는 과잉으로 접속하고 차이가 나거나 다른 것에는 관계를 차단하는 단속사회가 될 것으로 예측한다. 이는 시간이 흐를수록 세대 간의 차이와 차별, 공동체 의식의 약화가 커질 것이라는 얘기다. 이런 비관적인 미래 전망에 지혜롭게 대응하는 방안은 없을까? 다양한 해법이 있겠으나, 필자는 단순하게 살아보기, 이른바 심플라이프를 권하고 싶다. IT 기술의 발달은 우리에게 빠르면서도 느리게 살아야 하는 이중적 삶을 요구한다. 빠름은 생활의 편리와 효율을 주지만, 우리를 지치게 하기 때문이다. 이럴 때일수록 더 나은 삶을 위한 보상적 느림이 필요하다. <단순하게 산다>의 저자 샤를 바그네르는 단순함을 인간다운 삶의 특징으로 규정하고, 유전되는 생물학적 능력이 아니라 끈질긴 노력의 결과로 보고 있다. 단순하고 소박한 삶을 위해서는 단순하게 생각하고 말하는 동시에 의무와 욕구를 단순화하고 단순함에서 즐거움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거절하지 못하게 하는 인간관계를 정리하는 것도, 아무렇지도 않은 척 묻어둔 묵은 감정과 과거의 미련을 떨쳐내는 것도 심플라이프의 핵심이다. 우리를 지치게 하는 것과 이별하는 방법으로 농촌에서 살아보기와 여행을 권하고 싶다. 시골은 감성을 깨우는 자연의 아름다움과 목가적인 전원생활을 체험하는 느림의 공간이자 쉼터이며, 여행은 우리를 지치게 하는 일상의 피로를 덜고 타인의 삶을 통해 자신을 발견할 수 있는 최고의 기회이자 위로다. 조금 있으면 여름 휴가철이다. 우리의 삶을 더욱 분주하게 만들고 사회적 고립과 스트레스가 증가하는 지금, 우리의 멋진 시골로 여행을 떠나보자. /서순탁(서울시립대학교 교수, 前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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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5.22 16:32

전장의 김철수 대한적십자사회장

적십자의 역사는 곧 앙리 뒤낭과 함께한다. 매년 5월 8일은 적십자의 날인데 창시자인 앙리 뒤낭의 생일을 기념해 정했다고 한다. 우리가 흔히 보는 ‘적십자 표장’은 흰색 바탕의 붉은색 그리스식 십자로, 국제적십자 운동 창시자인 앙리 뒤낭의 조국 스위스에 경의를 표하는 의미로 스위스 국기 문양의 색상을 반전한 것이다. 다만 튀르키예를 중심으로 한 이슬람교 국가들은 ‘적신월’을 사용하며, ‘적십자’와 ‘적신월’을 사용하지 않는 국가는 ‘적수정’을 사용할 수 있다. 적십자 표장을 사용하는 사람이나 건물은 전쟁 시 공격의 대상이 아니라는 의미를 담고있으나 때로는 공격을 받을 수 있기에 분쟁지역에선 매우 위험하다. 그런데 우크라이나의 전설적인 영웅 이야기를 다룬 영화 ‘도뷔시’가 오는 23일 개봉해 눈길을 끈다. 우크라이나 영화가 국내에서 상영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 18세기 실존 인물인 도뷔시가 귀족의 폭정에 맞서 민중을 지키는 내용을 담은 액션 블록버스터다. 주변국의 귀족, 군벌 세력의 억압에 대항하는 백성들의 모습은 우크라이나가 지금 처한 현실과 묘하게 오버랩된다. 대한적십자사 김철수 회장이 며칠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 있는 보건부 청사에서 긴급후송용 구급차 40대를 우크라이나 정부에 전달했다고 21일 밝혔다.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하고 있는 우크라이나에서 신속하게 부상자를 병원으로 이송하기 위한 인도적 차원의 구급차 지원이다. 전달식에는 김철수 대한적십자사 회장, 김형태 주우크라이나 한국대사, 빅토르 랴쉬코(Viktor Liashko) 우크라이나 보건부 장관, 막심 도첸코(Maksym Dotsenko) 우크라이나적십자사 사무총장 등이 참석했다. 대한적십자사의 역사도 상당히 오래됐다. 1899년 9월 19일 독립신문에는 홍십자 관련 최초의 논설이 게재됐고, 1903년 1월 8일에는 대한제국정부가 제네바 협약에 가입했다. 대한적십자사의 오랜 역사에서 전북인으론 첫 수장에 오른 이가 바로 김철수 회장(김제)이다. 그는 이번에 만 80세의 노구를 이끌고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방탄 차량을 타고 무려 13시간을 달려 키이우에 도착할 수 있었다며 힘든 여정을 필자에게 전했다. 김철수 대한적십자사 회장은 “한국도 70년 전 비슷한 상황을 겪었던 나라이기에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고통을 잘 알고 있다”며 “구급차가 필요한 곳에서, 어려움에 처한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생명을 구하는데 사용됐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지난 1월 부산항에서 선적된 구급차 40대는 4월말 우크라이나에 도착했으며, 폴타바, 도네츠크, 자포리자, 오데사, 하르키우, 헤르손, 체르니히우 등의 의료시설에 배치돼 구급활동을 시작할 예정이다. 대한적십자사는 현금 70억원, 물품 258억원 등 총 328억원을 모금해 우크라이나 인도적 지원에 사용했다. 70여년 전 동족상잔의 비극을 겪는 과정에서 도움을 받았던 우리가 이국땅에서 조금이나마 베푸는 것 같아 푸근하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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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병기
  • 2024.05.22 14:28

잇따른 사찰 화재, 예방·진화대책 강화해야

최근 전북지역 사찰에서 화재가 잇따라 발생해 도민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지난달 국가 명승 지정을 앞둔 천년고찰, 김제 망해사에서 불이 나 극락전이 전소된 데 이어 지난 20일에는 완주 구이면 용광사에서 화재가 발생해 대웅전이 모두 불탔다. 화재는 일단 발생하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에 예방이 중요하다. 특히 사찰 화재는 각별한 예방 대책이 요구된다. 우리나라의 국가지정문화재 중 불교 문화재가 35%를 차지하고, 국보와 보물 등 주요 문화재를 보유한 사찰이 많아 이 곳에서 화재가 발생할 경우 문화재 소실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유서 깊은 전통사찰은 대부분 목조 건축물이어서 화재 위험성이 높다. 물론 소방당국에서 매년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사찰 화재 예방대책을 수립해 추진한다. 전북특별자치도소방본부에서도 최근 도내 전통·일반사찰 140곳을 대상으로 화재 안전조사를 실시했다. 마침 김제 망해사 화재 직후여서 지역사회의 관심이 높았다. 하지만 화재 안전조사는 전통사찰 위주로 진행돼 조사 대상에서조차 빠진 사찰이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최근의 화재로 대웅전이 불탄 완주 용광사도 이번 안전조사 대상이 아니었고, 화재 당시 사찰 내 소화설비도 크게 부족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우리나라에서는 대부분의 사찰이 산속에 위치해 화재 발생 시 소방차가 현장에 신속하게 진입하기 어렵다. 이로 인해 작은 불씨나 사소한 부주의가 대형 화재로 이어지거나 대규모 산불로 확대될 가능성까지 안고 있다. 우선 대형 화마로 번질 수 있는 사찰 화재 예방 대책을 강화해야 한다. 아울러 사찰의 초기 대응과 자체 진압도 예방 못지않게 중요하다. 일반 건축물 기준에 맞춰 구비된 소화시설 및 장비만으로는 목조 건축물인 사찰 화재를 제대로 진압할 수 없다는 점이 그간의 사례에서 입증됐다. 엄청난 재앙을 초래할 수 있는 사찰 화재를 막기 위해서는 화재 안전기준을 강화해 모든 사찰에서 주기적인 방염 처리와 함께 화재 예방 및 초기 진압 시설·장비를 확충하도록 하는 등 적극적인 안전대책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소방당국과 지자체의 화재 안전점검도 한층 확대·강화할 필요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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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4.05.22 12:44

대구·경북 통합…남의 일이 아니다

대구시와 경북도의 행정통합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제안하자 이철우 경북지사가 화답하면서다. 대구와 경북을 합쳐 인구 500만 명의 메가시티로 만들어 한반도 제2의 도시로 도약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여기에 윤석열 대통령까지 힘을 보탰다. 지도자들이 통 크게 결단하고 일을 추진하는 모습이 부럽다. 이에 비해 전북은 어떤가. 광역 통합은 커녕 30년 동안 기초 통합도 못하고 있으니 답답하다. 기득권을 가진 지역정치인들이 소지역주의를 부추긴 결과다. 지역의 일을 지역민들이 주도하지 못하고 낙후타령만 하고 있다. 이번 기회에 다른 지역의 사례를 통해 스스로를 뒤돌아 보았으면 한다. 지금은 예전처럼 교통이 불편하고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는 시대가 아니다. 전국이 반나절이면 오가고 SNS 등 통신수단도 발달했다. 인구가 급감하고 생활권도 같은데 굳이 행정구역이 다를 필요가 없다. 행정개편을 통해 지방소멸을 막고 효율을 높여야 한다. 이러한 흐름에 발 빠르게 대응해야 살아남는 시대다. 대구·경북은 올해 내 시·도의회 의결, 내년 상반기 대구경북행정통합 법안 국회 통과, 2026년 지방선거 때 통합단체장 선출 등 구체적인 로드맵을 내놨다. 조만간 우동기 지방시대위원장, 이상민 행안부장관, 대구시장, 경북지사가 만나 통합 지원 방안을 논의키로 했다. 전국은 지금 행정통합이 봇물이다. 대구·경북은 물론 충청권 4대시도가 추진하는 ‘충청지방정부연합’, 부울경(부산·울산·경남)의 초광역경제동맹과 부산·경남 행정통합, 광주·전남 행정통합 등이 속도를 내고 있다. 이와 함께 기초단위도 군위가 대구에 편입했고, 목포·신안이 순항 중이며 충남 금산군이 대전 편입에 적극적이다. 기장 모범사례는 10년 전 청주시와 청원군이 통합한 통합 청주시다. 청주시 발전은 옛 청원 지역인 오창과 오송을 중심으로 눈부시다. 통합에 실패했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오송은 국내 바이오산업의 중심이 되었고 오창은 세계 최고 이차전지 특화단지와 방사광가속기를 활용한 첨단전략 핵심지역으로 거듭나고 있다. 인구도 증가했다. 10년이 지나면서 통합 시너지 효과가 뒷심을 내고 있다. 전북도 이제 남의 얘기만 할 때가 아니다. 완주·전주 통합, 새만금권 통합 등에 속도를 내야 한다. 남의 등만 보고 가다간 늘 꼴찌를 면치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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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4.05.22 12:37

정동영의 길

정동영. 우리 정치사에서 그만큼 부침이 심한 인물은 없다. 1996년 15대 총선에서 전국 최다 득표를 기록하면서 정계에 화려하게 진출한다. 천정배, 신기남과 함께 새천년민주당의 정풍 운동을 주도한다. 권노갑 의원 등 동교동계의 퇴진과 민주당의 쇄신을 강하게 요구하면서 일약 개혁의 기수가 된다. 2002년 대선 후 집권 여당으로 새로 창당한 열린우리당의 당 의장이 되어 17대 총선을 진두지휘하여 노인 폄하 발언 파동에도 원내 과반을 확보하는 승리를 이뤄낸다. 통일부 장관이던 2005년 6월 김정일 국무위원장을 만나 개성공단, 북핵 문제 등 남북관계를 크게 진전시키는 역할도 해낸다. 2007년 대선을 앞두고 정치 입문 11년 만에 이해찬, 손학규 등 거물들을 물리치고 대통합민주신당 후보로 선출되면서 최고 정점을 찍게 된다. 이때가 정동영 인생의 화양연화(花樣年華)였다. 그런데 아쉽게도 딱 거기까지였다. 정동영에게 2007년 대선 후보 이력은 이후 정치 여정에 큰 굴레로 작용한다. 대선 참패의 책임을 오롯이 독박 쓴 채 말이다. 어쩌면 그때 대선 후보가 되지 않았다면 그의 정치 인생은 크게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그 이후 정동영에게는 되는 일보다 안 되는 일이 더 많았다. 2008년 18대 총선에서 서울 동작을에 출마하였으나 한나라당의 정몽준에게 패배한다. 이듬해에 뜻하지 않게 전주 덕진 김세웅이 선거법 위반으로 의원직을 상실하면서 기회가 찾아온다. 그러나 민주당이 정동영의 출마를 반대하자 무소속으로 출마를 강행한다. 결과는 압도적 지지로 당선. 민주당에 복당한 정동영은 2012년 19대 총선에서 험지 출마 압력을 받아 서울 강남을에 출마하였지만 낙선하고 만다. 2015년 서울 관악을 재·보궐 선거에 무소속으로 출마, 3등으로 낙선하는 치욕을 겪기도 한다. 2016년 20대 총선에서 전주 병에 국민의당 후보로 출마하여 그의 보좌관 출신인 민주당의 김성주 후보에게 989표 차이로 신승한다. 2020년 21대 총선에서 민생당 후보로 출마, 민주당 김성주 후보에게 5만여 표 차이로 패배. 와신상담 끝에 지난 4월 22대 총선에서 김성주 의원과의 민주당 당내 경선에서 승리하면서 5선 국회의원이 되었다. 파란만장, 우여곡절 끝에 다시 돌아온 정동영의 마음을 사자성어로 표현하자면 일모도원(日暮途遠)일 것이다. 날은 저무는 데 갈 길은 멀다. 한때 진보 정치권의 최정상, 호남 인맥의 대부, 전북의 자랑이던 정동영의 정치 근력이 이울어가고 있다. 이제 정동영은 스스로 호랑이처럼 바람을 일으키거나 용처럼 구름을 불러 모으지는 못할 것이다. 그래도 썩어도 준치다. 여든 야든 누구도 민주당의 큰 어른인 정동영을 가벼이 여기진 못할 것이다. 잼버리대회 파행으로 인한 새만금 예산의 대폭 삭감, 지역 정치인들의 형편없는 대응력과 존재감을 지켜본 전북도민들이 정동영을 다시 소환한 이유는 간단하다. 윤석열 정권과 제대로 싸워라. 무너진 도민들의 자존감과 무력감을 다시 세우라는 것이다. 덧붙여 후배 정치인들을 잘 이끌고, 도움을 주는 맏형 역할을 해주면 좋겠다. 대체로 정치인의 뒤안길은 쓸쓸하다. 김종필은 말년에 정치는 허업(虛業)이라고 하였다. TK의 영원한 킹메이커 허주(虛舟) 김윤환도 토사구팽당하고 빈 배로 세상을 떠났다. 도종환 시인은 “꽃은 젖어도 향기는 젖지 않는다/꽃은 젖어도 빛깔은 지워지지 않는다”라고 하였다(라일락꽃). 세월이 가도 향기와 빛깔을 잃지 않는 정치인, 결코 뒷모습이 쓸쓸하지 않은 정치인 정동영으로 기억되기를 바란다. / 권혁남 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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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5.21 18:08

새만금 메가시티 자치시 건설해야

황금 땅도 잘못 운용하면 쓸모없는 돌밭이 되고 만다. 가치를 누릴 줄 알아야 하는 지혜로움이 절대적이다. 욕심과 이기는 고귀한 지혜를 통째로 망가뜨려 집어삼키는 결과일 뿐이다. 지금 새만금은 전북특별자치도 발전의 맹주 역할을 해야 하는 절실한 상황이다. 각 지역은 지방자치시대를 맞아 가장 단점으로 지적되는 것이 이기주의로 인한 지역 간의 갈등요소로 나타나고 있다. 그렇지만 군산시와 김제시, 부안군 의회와 주민 모두는 관할권분쟁에 극한적 투쟁을 벌여오다 작금에 이르러서는 약간의 완화 모습을 보이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는 줄로 안다. 지금 새만금사업은 30년이 지나 제방이 완공돼 항만건설, 공항건설, 내부 십자로개통, 내부개발과 입주기업 등 새만금사업의 기초적 단계를 벗어나려 전북특별자치도와 새만금 개발청은 온갖 노력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이러한 상황에 효율적인 새만금 운용을 하려면 3 시군의 주민을 대표하는 의회가 앞장서서 전북특별자치도의 거대한 발전 축의 하나로 자리 잡을 새만금 자치시를 건설하는데 선두 적 역할을 해야 하리라고 본다. 우선 1단계로 새만금 지역 내의 자치시를 건설 운용하는 과정에서 문제점이 나타나면 수정 보완하고 궁극적으로는 3 시군과 새만금 자치시를 통합, 새만금 특별자치시를 건설, 전북특별자치도의 서부지역에 대단위 시를 건설하자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현 군산외항을 새만금 신항과 일원화시켜 군산 새만금 국제항만, 군산 새만금국제공항, 철도, 도로망 구축 등 대단위 메가시티 국제도시가 탄생한다. 이러한 사업은 전북특별자치도 서부지역에 커다란 발전의 축이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문제는 인구다. 새만금 특별자치시에 50만 인구는 기본이고 궁극적으로는 1백만명 수용의 도시건설에 매진해야 한다. 이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인력충원요인의 산업체 유치가 뒤따라주도록 해야 한다. 이제는 세계를 무대로 하는 혜안이 있어야 한다. 새만금은 최소한 국제적 무대의 요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소이기주의적인 단위지역이 아닌 최소한 메가시티의 관점에서 획기적인 조명이 필요하다. 우리 시대의 지금까지는 지역을 본위로 해온 거 틀림없다. 그러나 AI시대를 맞고 있어도 우리에게는 앞으로 30년, 50년, 1백년을 내다보는 멀고 긴 역사 앞에 후세에 부끄러움이 없는 선각자적인 설계가 절대적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세계를 무대로 하는 혜안이 필요하다. 새만금은 최소한 국제적 무대의 요건을 갖추고 있어 손색없는 메가시티개발에 충족시킬 수 있다. 지금 절대로 늦지 않다. 윤석열 정부 들어 현재 진행 중인 사업내용자체를 재검토하라는 지시로 작업을 하고 있어 곧 그림을 내놓을 것이다. 이에 수반하여 우선 김관영 지사는 1차적 문제인 새만금자치시 건설에 매진해야 한다. 물론, 전반적인 도정에 여념이 없겠지만 하급자에게 미룰 일이 아니라 김 지사 자신이 직접 챙기고 발로 뛰면서 그동안 쟁점이 돼온 3 시군의 관할권문제와 관련하여 전북발전의 축을 이루는 새만금시 건설의 중요성에 대해 동의를 얻어내야 할 줄 안다. 사자성어에 소탐대실(小貪大失)이라는 말이 있다. 작은 것에 욕심을 부리면 큰 것을 잃게 된다는 말이다. 3 시군은 소의 보다는 대의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하리라는 것이다. 이제 작은 지역이 아닌 광야의 메가시티를 만들어 후손에 물려주자는 주장이다. 3 시군의 지도자들은 주민들과 난상토론을 거쳐서라도 어느 것이 우리 지역과 전북, 우리나라를 위한 일인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새만금개발청은 모든 사업은 국가사업이지만 전북특별자치도와 직결되는 사업들인 만큼 전북자치도와 긴밀한 협의를 통해 발전의 효율성을 찾아 아시아의 허브요, 세계무대를 향하는 새만금발전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새만금은 세계무대의 요람'이다 /김철규 시인, 전 전북도의회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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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5.21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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