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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老)-노(老)학대의 시대, 우리의 역할은 무엇인가?

보건복지부는 2020년부터 노인학대 예방을 위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노인학대 예방은 대국민 인식개선에서 출발하여 가정 내 학대 예방과 시설 내 학대 예방을 의미하며, 이 정책은 노인학대 조기 발견을 위한 신고 앱과 신속 대응을 위한 신고 의무자 직군 확대 등 노인학대 발굴 체계를 다양화시켰다. 이와 동시에 AI 모니터링 기반 비대면 사후관리 사업을 확대했으며 ICT 모니터링 기기를 활용하여 상시적인 안전 확보를 주도하였다. 또한 노인복지법 개정에 따른 학대 행위자 대응 체계 강화를 위한 교육 및 상담으로 재학대 비율이 전국적으로 7%가 감소하는 등 의미 있는 성과를 보이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노인학대 신고는 5년간(2018~2022년) 매년 평균 8.14%씩 증가하는 추세이며, 우리 전북특별자치도 또한 10.32%로 전국 평균에 비해 2.18% 높은 수치를 나타내고 있다. 이 중 가정에서 발생한 학대 사례가 10년간 평균 87%에 이른다. 그동안 노인학대 예방 대책에 대하여 현장이나 학계에서 여러 대안을 제시하고 보건복지부는 정책적 대안을 내놓고 있지만 노인학대는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최근에는 학대 행위자 또한 큰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그동안 노인보호전문기관이 설치된 이래 17년간 학대 행위자 1순위가 아들이었으나 2021년부터 아들에서 배우자로 전환되고 있다. 여러 요인이 있겠으나 평수 수명의 증가로 인해 부양 의존도가 높은 고령인구가 증가하고 있으며, 이에 더해 자녀들의 부양에 대한 인식의 부재와 함께 노(老)부부만 살아가는 세월이 갈수록 길어진다는 것을 핵심적인 원인으로 보고 있다. 학대 행위자의 변화는 노인이 노인을 부양해야 함으로써 발생하는 심리·사회적 스트레스 지수가 높아지는 가운데 배우자에 의한 학대 즉, 노(老)-노(老) 학대가 현실화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우리도(道) 또한 2022년부터 학대 행위자 1순위가 아들에서 배우자로 바뀌면서 노인이 노인을 학대하는 상황을 전국 추세와 맞물려 가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서 우리의 역할에 대한 고민이 절실히 필요해 보인다. 노(老)-노(老) 학대를 노인만의 문제나 폭력의 범주 내에서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사회적 고립과도 맞닿아 있음을 새롭게 인식하면서, 사회적 고립 예방을 위한 사회적 지지체계와 자원의 활용을 연계하는 것이 노인의 안전을 확보할 뿐만 아니라 노인학대 발생을 예방할 수 있는 기본적 접근이 되어야 한다. 다시 말해서 전·후기 노인에 대한 지역사회의 돌봄 강화와 다기관 협력과 연대방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제는 “노인을 보호한다.” 정도로는 노인학대와 노(老)-노(老)학대 문제를 해결하는 데 효과적이지 않다. 노(老)-노(老) 학대에 있어서 행위자를 가해자라고 말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피해자일 수 있는 노인을 생애적 관점에서 보다 구체적인 정책을 마련하는 등에 대한 적극적인 대안 마련이 모색되어야 한다. 더불어 노인이, 지역사회에서 보통의 일상을 지킬 수 있도록 우리 모두의 힘이 필요한 시점에 와 있다. 우리 기성세대가 그분들의 학대 상황에 대한 “슬픔과 온전한 바라봄”이 있어야만 노인이 노인을 학대하는 문제가 다소나마 해결되지 않을까 고민해 본다. 의존적 인간에게 함께 돌봄은 단순한 시혜가 아니라 공동체 안에서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 필수 불가결한 선택임을 꼭, 기억했으면 한다. /서양열 전북특별자치도사회서비스원 원장

  • 오피니언
  • 기고
  • 2024.05.07 15:49

아동 성범죄 강력히 처벌해야 재범 줄인다

아동 대상 성범죄는 국민 법 감정과 괴리가 있는 대표적인 범죄로 꼽힌다. 일반인들의 법 감정상으론 엄격하게 중벌로 다스려야 할 것 같아도 솜방방이 처벌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결론은 지속적인 교육과 관리뿐 아니라 선진국처럼 강력한 처벌을 병행해야 한다. 아동 대상 성범죄는 특히 재범률이 매우 높기 때문에 성범죄자에 대한 지속적 관리, 왜곡된 성인식 교정에도 주안점을 둬야 하지만 죄에 걸맞는 처벌이 뒤따라야 한다. 국내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사건의 최종심 선고 결과를 살펴보면 집행유예나 벌금형이 무려 60%나 된다. 집행유예(54.8%), 징역형(38.3%), 벌금형(6.3%) 순이었다. 과거보다는 엄격해졌다고는 하지만 시민들의 법 감정은 아동·청소년 성범죄를 엄벌에 처하는 선진 외국처럼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 미국은 12세 미만의 아동과 성적 행위를 한 경우 30년 이상의 유기징역이나 무기징역에 처하고 있고 동종 범죄를 다시 저지르면 무기징역이나 사형으로 다스린다. 영국은 13세 미만의 아동을 대상으로 강간을 저지를 경우 종신형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아동 대상 성범죄가 너무 관대하다는 비판을 받을만 하다. 여성가족부는 최근 ‘2022년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판결 분석’ 보고서를 발표했는데 아동 피해자 평균 연령은 13.9살로 전년(14.1살)보다 어려졌다. 전북의 경우 인구 감소로 인해 아동들의 숫자는 계속 줄고 있으나 아동 성범죄는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전북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5년(2019~2023년)간 발생한 도내 아동(만 12세 미만) 대상 성범죄 건수는 총 259건에 달한다. 특히 지난 2021년 기준 강간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처벌의 평균 형량은 60.8개월로, 지난 2020년 65.5개월 대비 4.7개월 가량 줄었으며, 유사 강간 또한 평균 55개월에서 52.8개월로 형량이 줄어들었다. 아동·청소년 성폭행의 경우 징역 5년 이상을 선고할 수 있는데, 평균 형량 60.8개월(약 5년)은 법원이 최소치만을 선고하는 관대하고 소극적인 판결을 내리고 있다는 거다. 더 이상 논란은 필요가 없다. 엄격한 처벌만이 아동 성범죄를 줄이는 핵심이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4.05.07 14:28

세계기록유산 등재, 그 이후

전북일보가 동학농민혁명의 역사를 조명하기 위해 기획 취재를 시작한 것은 백 주년을 한해 앞둔 1993년이었다. 그 뒤 취재팀은 꼬박 2년 동안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의 동학농민혁명 유적지를 답사하며 후손들을 만났다. 전문가들과 함께한 취재였지만 동학농민혁명의 역사를 알아가는 과정은 결코 평탄치 않았다. 가장 큰 어려움은 기록이 거의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었다. 역사가 기록으로 말하는 것이라면 이미 대부분 기록이 묻힌 갑오년 역사는 온전한 실체를 얻기 힘든 대상이었다. 갑오년의 역사가 민란이 아닌 혁명으로 제 이름을 찾은 것도 1994년 백 주년을 맞은 즈음이었다. 이후에도 ‘갑오농민전쟁’과 ‘동학농민혁명’을 두고 학계의 명칭 논의가 뜨거웠지만 2004년 특별법이 제정되면서 갑오년 역사는 비로소 ‘동학농민혁명’이란 이름을 얻게 됐다. 돌아보면 동학농민혁명 100주년은 역사 찾기의 새로운 분수령이었다. 연구자들의 연구작업이 활발해진 것도 이즈음부터였는데 덕분에 숨겨졌거나 묻혀있던 갑오년 기록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동학농민군 임명장과 회고록, 동학농민군 진압에 가담한 관료와 진압군의 공문서, 조선 정부 기록, 민간인의 문집이나 일기, 동학농민혁명을 경험했거나 전해 들은 개인의 견문 기록 같은 자료들이었다. 1894년부터 그 이듬해까지 이어진 동학농민혁명과 관련된 이 기록물들은 사료의 희귀성에서도 그렇지만 시간과 공간, 사건의 주체가 각각의 관점으로 해석하고 기록한 자료라는 점에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었다. 지난해 5월, 유네스코는 동학농민혁명기록물을 세계기록유산으로 선정했다. 세계기록유산은 유네스코가 1992년부터 세계의 귀중한 기록물을 보존하고 활용하기 위해 선정해온 문화유산이다. 지금까지 등재된 세계기록유산은 2023년 기준 193개국 1,092건. 독일이 67건으로 가장 많다. 우리나라는 훈민정음과 조선왕조실록, 직지심체요절, 승정원일기, 조선왕조 의궤, 고려대장경판과 제경판, 5·18 민주화운동기록물, 난중일기를 비롯해 가장 최근 등재된 동학농민혁명기록물까지 12건이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되어 있다. 세계기록유산이 되면 보존과 관리를 위해 유네스코로부터 재정과 기술을 지원받을 수 있게 되니 그 가치를 세계적으로 인정받으면서도 보존의 길까지 열리는 일거양득의 기회를 얻게 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따로 있다. 이들 기록물의 활용이다. 역사적 사료는 보존만으로도 의미가 있지만 잘 활용할 수 있을 때 더 큰 가치를 얻게 된다. ‘조선 백성들이 주체가 되어 자유, 평등, 인권의 보편적 가치를 지향했던 세계사적 중요성'을 인정받은 이 기록물의 다양한 활용법이 모색되기를 기대한다. /김은정 선임기자

  • 오피니언
  • 김은정
  • 2024.05.07 13:49

혁신도시 공공기관, 지방은행 거래 높여라

지방 혁신도시로 옮겨 온 공공기관들이 지역균형발전에 기여하고 있지만 금융 면에서는 껍데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전국 혁신도시 공공기관 110곳 중 지방은행을 1순위 거래은행으로 둔 곳은 4곳 뿐이기 때문이다. 그나마 전북의 경우 전북은행을 주거래 은행으로 하는 기관은 단 한 곳도 없다. 이전 공공기관의 지역인재 30% 의무채용처럼 지방은행 이용을 위한 제도적 보완책 마련이 절실하다. 국회 윤영덕 의원(광주 동구남구갑)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혁신도시 이전 공공기관의 금융권 거래 현황'에 따르면 전국 10개 혁신도시 공공기관 110곳 중 지방은행을 1순위 거래은행으로 이용한 곳은 4곳이다. 영화진흥위원회와 게임물관리위원회가 부산은행을, 한국사학진흥재단과 중앙병역판정검사소가 대구은행을 이용했다. 나머지는 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 및 농협은행 등과 거래했다. 부산, 대구혁신도시는 1순위 거래은행 이외에도 2순위 거래은행으로 부산은행과 대구은행을 이용하며 자금을 예치했다. 그러나 전북의 경우 공공기관 12곳 가운데 전북은행은 주거래은행뿐만 아니라 2∼3위 순위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이에 대해 공공기관들은 본사가 지방에 있더라도 전국에 분포한 기업, 개인을 대상으로 사업을 진행하는 만큼 전국적으로 수요와 접근성이 높은 대형은행 비중이 높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혁신도시법은 이전한 공공기관은 지역인재 의무채용 및 이전하는 지역에서 생산되는 재화나 서비스의 우선 구매를 촉진하는 등 지역발전계획을 이행토록 하고 있다. 따라서 국가균형발전과 지역 상생을 위해 이전한 만큼 본래 목적에 맞게 지방은행과의 협력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는 게 맞다. 그러나 현실은 공공기관들이 수익성 위주의 경쟁입찰에 따라 시중은행과 거래를 지속하고 있어 지방은행이 끼어들 틈이 없는 상황이다. 지방은행은 지방내 재투자, 소상공인 지원, 지역환원사업 등을 통해 지역경제에 이바지하고 있어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공공기관 거래은행 지정시 지방은행에 우선권을 부여하거나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시 지방은행과의 거래실적 반영 등을 검토했으면 한다. 반면 지방은행도 우는 소리만 할 게 아니라 스스로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을 찾아봐야 할 것이다. 지방소멸 위기 앞에 공공기관과 지방은행이 상생하길 바란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4.05.07 12:58

전북에 피해장애아동쉼터 만들어라

장애아동은 아동과 장애 두 가지의 특성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이들에 대한 치료나 처방은 훨씬 전문적이면서도 집중적인 방식으로 진행돼야만 한다. 학대를 당한 장애아동의 치료나 처방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더 필요한 이유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등이 있는 5월 가정의 달에 한번쯤 생각해 봐야할 문제다. 며칠전 울산 피해장애아동쉼터가 문을 열었다. 피해장애아동쉼터는 학대를 당한 만 18살 미만 장애아동을 가해자로부터 분리해 긴급 보호하는 비공개 시설이다. 화장실 하나만 봐도 지체 장애인을 위한 양변기 등받이와 안전 난간이 설치돼 있다. 이번에 문을 연 울산시 피해장애아동쉼터는 지난 2021년 개정된 ‘장애인복지법’에 따라 마련됐다. 서울·경기·인천 등에 이어 6번째다. 쉼터에서는 24시간 내내 생활재활교사가 장애 아동을 보살피며 이들의 일상생활 회복을 돕는다. 한 달에 두 차례 심리상담사가 방문해 심리 치료를 하기도 한다. 최대 1년 동안 지낼 수 있는데 입소한 아이가 이곳에서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되찾는 곳이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전북엔 이러한 시설이 없다. 보건복지부가 조사한 '장애인학대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의 18세 미만 학대피해 장애아동의 수는 2020년 164명, 2021년 206명, 2022년 285명 등으로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그런데 전북지역 장애아동은 학대 피해가 발생했을 때 원가정과 분리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장애인이나 비장애인 구분없이 피해 아동들이 함께 거주하는 사설 피해아동공동생활시설을 이용해야 한다. 장애인, 비장애인 섞여있다보니 자칫 2차 피해 우려가 있다. 분리 필요성이 있다는 점에 모두 공감하고 있으나 쉼터가 없는 전북은 분리거주를 할 방도가 딱히 없다. 전북엔 피해장애인 쉼터가 1곳이 있으나 현재 5명 정원이 꽉 찬 상태다. 보다 특성화된 ‘피해장애아동쉼터’의 필요성이 더욱 큰 실정이다. 인간의 존엄과 가치는 그냥 실현되는게 아니다. 사소한 것부터 하나하나 준비하고 갖춰야만 한다. 학대 피해를 본 장애아동들이 전문적인 쉼터에서 몸과 마음을 편히 쉴 수 있는것은 사실 별거 아닌거 같아도 당사자들에겐 죽고살만큼 중요하고도 시급한 문제다. 이번 기회에 전북에 피해장애아동쉼터를 건립할 수 있도록 모두가 지혜를 모아야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4.05.06 16:49

완주·전주 통합, 통큰 양보로 성사시켜라

완주·전주 통합의 불이 당겨졌다. 민간단체가 나서 통합의 불씨를 살린데 이어 이제는 주민투표 청구를 위한 서명작업이 한창 진행 중이다. 완주·전주 통합은 지역 소멸을 막고 전북이 다시 일어서기 위한 필요충분조건이다. 완주군과 전주시 주민들은 이러한 움직임에 관심을 갖고 관계자들 또한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차질없이 추진했으면 한다. 완주·전주 통합의 당위성은 차고 넘친다. 역사와 생활권이 같고 소멸 위기에 처란 전북의 변화를 이끌기 위해 필요하다. 특히 해마다 1만 명 안팎의 청년들이 취업과 학업을 위해 수도권으로 탈출하고 있는데 이를 막기 위해서도 절실하다. 미래세대를 위해 완주와 전주가 통합함으로써 앵커도시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3년 전 재출범한 (사)완주·전주통합추진연합회가 발 벗고 나서 주민투표 청구 서명작업을 주도하고 있다. 지난 1월 10일부터 시작해 6월 8일까지 서명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방분권균형발전법 시행령 제45조에 따르면 청구 서명자는 주민투표권자 총수의 50분의 1 이상이다. 이에 따라 전주시는 1만884명, 완주군은 1693명이면 가능하다. 현재 전주시 서명자는 요건을 훨씬 넘겨 서명이 종료됐다. 완주군은 지난주까지 1400명이 서명했고 5월말까지 3000명 이상의 서명을 받을 예정이라고 한다. 이 서명부는 6월 8일 전주시장과 완주군수에게 전달되고 주민투표는 빠르면 11월 중 실시될 전망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행정이나 정치권은 중립성을 훼손해서는 안된다. 찬성이든 반대든 주민들의 자유로운 의사를 보장해야 한다는 뜻이다. 완주·전주 통합은 1997년 이래 세 번 죄절되었다. 하지만 이제 여유가 없다. 더 머뭇거리다간 전북이라는 자치단체가 해체될 처지다. 문제는 통합이 완주군민에게 이익이 되느냐 하는 점이다. 이익이 되어야 완주군민이 마음을 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통합시청사 완주군 이전, 혐오시설 완주군 이전 금지, 완주군 공무원에 대한 공정한 처우보장, 재정특례에 따른 10년간 보통교부세 4936억원의 완주군 지원 등이 담보되어야 한다. 나아가 초대 통합시장을 완주군 출신으로 보장하는 문제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 정치권과 행정, 통합단체가 통 큰 양보로 전북을 다시 일으켜 세웠으면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4.05.06 16:49

새만금과 문화예술의 콜라보레이션(Collaboration)

사람들은 압도적인 크기의 건축물이나 광활한 자연환경에 대하여 호기심을 느끼며, 이러한 흥미로운 명소를 직접 방문하고자 하는 욕구를 가진다. 또한 해당 지역 주민들은 자신들이 그러한 곳에 살고 있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낀다. 국가나 지자체는 이러한 지역에 더욱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기반시설 조성에 적극적인 투자를 한다. 최근에는 기존의 명소에 기술과 혁신을 접목한 관광, 문화, 예술 분야 유치를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와 국가경제 성장에 기여하는 다양한 활동도 전개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세계적인 기록을 보유한 명소를 보유하고 있으며 그중 한 곳이 전북에 있다. 광활한 토지를 만들고 국토를 확장한다는 의미에서 김제와 만경을 뜻하는 금만(金萬) 평야에서의 ‘금만’을 ‘만금’으로 바꾸고 새로운 땅을 의미하는 ‘새’를 붙여 탄생한 ‘새만금’이다. 새만금은 서울 면적의 3분의 2 규모이며, 1991년 착공 이후 2010년 준공한 ‘새만금방조제’는 네덜란드 쥬다찌 방조제보다 1.4km 더 연장된 세계 최장 방조제로 기네스북에 등재되어 있다. 새만금은 최근 변화의 중심에 서 있다. 국제공항과 신항만, 철도, 도로 등 하늘, 바다, 땅을 연결하는 트라이포트 핵심지로 개발되고 있으며 이러한 새만금의 비전을 보고 기업의 대규모 투자와 인구, 건축수요가 날로 증가하고 있다. 변화하는 새만금이 미래 전북의 중심이자 대한민국 신성장 동력으로 거듭나고, 향후 지속가능한발전을 위해서는 기업의 투자유치뿐 아니라 관광과 문화, 예술을 아우르는 개발이 필요하다. 관광, 문화, 예술기능을 가진 유형의 시설과 이를 활용한 무형의 자산을 통해 지역경제 발전과 지역사회 아이덴티티를 강화할 수 있으며 무엇보다 새만금의 매력을 국내외에 효과적으로 홍보할 수 있다. 신기술을 접목한 신산업도시에서 아름다운 자연풍경을 감상하고, 세계인이 공감할 수 있는 문화예술까지 체험할 수 있는 곳은 관광객이 끊이지 않는 세계적인 도시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예술가와의 공동작업, 체험활동 등 새로운 문화 경험 제공은 지역 예술과 문화를 발전시키고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으며, 국내외 예술가와 예술에 관심있는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활동함으로써 에너지가 넘치는 유니크한 도시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그 자체로 풍부한 역사와 문화를 가지고 있는 새만금을 주제로 한 작품과 공연은 문화유산의 보존과 동시에 다음 세대에 전달할 수 있는 매개체가 될 것이며, 이는 지역사회 유대감을 강화하고 지속가능한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원동력이다. 마지막으로 모두가 공감하고 소통할 수 있는 국제영화제 개최는 문화예술 중심지로의 새만금과 전북의 매력을 알리는 데 가장 좋은 방법이다. 영화는 보는 이로 하여금 다채로운 감정과 경험을 제공한다. 이러한 장점을 가진 다양한 영화를 한곳에서 만나볼 수 있으며 문학, 음악, 미술 등 다방면의 예술가와 영화인에게 창작 기회를 제공하고 관광객과 지역주민에 즐거움을 선사하는 국제영화제는 그 자체만으로 훌륭한 문화자원인 것이다. 새만금의 새로운 물결이 이제 시작되고 있다. 이러한 물결을 세계인의 방문이 끊이지 않는 문화, 예술의 중심지로서의 황금물결로 바꿀 수 있는 기회가 우리 앞에 펼쳐져 있다. 새만금을 후대에 물려줄 소중하고 가치 있는 유산으로 만드는 것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의 의무이자 소명이다. /나경균(새만금개발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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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
  • 2024.05.06 15:19

오일장을 기록하자

오일장은 마음을 나누는 곳이다. 장날이면 일부러 사고팔 물건을 만들어 나오거나 하다못해 사돈의 팔촌이라도 만날 요량으로 시끌벅적한 장터에 나섰다. 뜨끈한 국밥을 나누며 안부를 물었고, 막걸리 한 사발에 묵은 감정을 털어 냈다. 형편에 따라 살림을 들이거나 내놓았다. 자연에서 얻은 재료를 솜씨 삼아 엮어 낸 것이 대부분이지만, 그것들에는 만든 사람의 체온이 스며 있었다. 그 온기는 지치고 상한 마음을 다독이는 힘이 있었다. 20년 전만 해도 60여 곳에 이르던 전북의 오일장이 40여 곳으로 줄었다. 교통이 발달하고, 대형할인점이 들어서고, 인구가 감소하면서 장터 역시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흥성하던 옛 풍경은 사라졌지만, ‘오일장’이라는 말은 여전히 우리를 설레게 한다. 오일장에는 그 지역의 특별한 먹을거리와 볼거리와 놀거리뿐 아니라, 스스럼없이 건네는 다정함이 흔전만전하기 때문이다. 수확의 기쁨과 수고로움에 대한 존중도 넘친다. 서툴거나 틀리게 적은 가격표시판마저 옅은 미소를 선사하고, 아무개 집과 상회라는 가게 이름들은 잠시 밀쳐두었던 아련한 추억을 되살린다. 그래서 장터는 먹먹한 그리움이기도 하다. 전북의 오일장들은 본래 명성이 자자했다. 200여 년의 전통을 가진 고창 해리장, “1910년경 임피군 남삼면에서 주민들이 물물교환을 위한 난장을 시초로 씨름·도박·농악이 횡행했다.”라는 기록이 남은 군산 대야장, 동학농민혁명 당시 호남의 동학 지도자들이 참가한 금구·원평 집회가 열린 김제 원평장, 전국 3대 장터 중 하나로 우시장이 유명했던 남원장, 전라도와 경상도 사투리가 한데 섞여서 들리는 남원 인월장, 전라·경상·충청의 문화가 만나던 무주 무풍장, 영화 <행복>(2007)에서 주인공들이 짜장면 데이트를 즐긴 장수 번암장, 대를 이은 상인이 많은 장수 장계장, ‘용머리장’이라고도 불리는 정읍 산외장 등이다. 생강의 봉동장, 인삼의 진안장, 고추의 임실장 등과 같이 특산물 하나만으로도 금세 떠오르는 장터도 여럿이다. 사라져가는 오일장의 가치를 찾아서 알리고 보존하기 위한 노력이 시급하다. 땅이 내어준 것들을 성실히 일궈낸 사람들이 꾸려온 오일장의 역사와 풍경은 또 하나의 자랑스러운 콘텐츠이기 때문이다. 오일장에는 땀내 나는 삶이 있고, 고단한 일상을 꾸려가는 상인들의 한숨과 비탄도 녹아 있다. 장터 사람들의 이야기가 잊히기 전에 세심하게 기록돼야 한다. 대학의 관련 학과와 지역의 청소년·부녀회원 등을 기록자로 활용하면 효과는 더 클 것이다. 어물전의 칼과 도마, 오래된 국밥집의 주걱과 국자 등 상인들이 쓰던 도구를 전시하는 <장터 도구 전시회>와 까맣고 투박한 손의 주름마다 새겨 있을 상인들 삶의 굴곡을 살피는 <장터 상인들의 손 사진 전시회>, 특산물을 활용한 <장터 음식 맛 겨루기>, <장터 특산품 뽐내기>, <단골손님 자랑하기> 등은 재미뿐 아니라, 색다른 역사를 새기는 시작이다. 초·중·고교의 체험학습에 오일장을 포함해 물건 구매를 비롯한 <노포 운영자와의 대화>, <우리 동네 특산물 찾기>, <어르신들과 이야기> 등의 시간을 갖는다면 지역을 이해하고, 다양한 삶의 지층을 깨닫는 데 도움이 된다. 무엇보다도 오일장에서는 그저 마음껏 해찰하며 기웃거리기만 해도 사람 사는 정과 때묻지 않은 풍경을 만나리라. 그 고장의 생생한 사투리를 듣는 호사는 덤이다. /최기우 (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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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
  • 2024.05.06 15:19

약무호남 시무국가

“약무호남 시무국가(若無湖南 是無國家)”는 충무공 이순신의 편지에 쓰인 글로 학창 시절 임진왜란을 배울 때 수 없이 들었던 문장이다. 군 복무 시절 호남 출신을 깎아내리는 '따블백'이라는 멸칭과 달리 호남인으로서 위상과 자긍심을 심어주던 표현으로 생각건대 “호남은 국가의 보루이며 만약 호남이 없으면 국가도 없다"란 큰 뜻이 담겨 있다. 최근 전북특별자치도는 방위산업을 특화전략산업으로 키우기 위한 협의체를 출범시켰고“방위산업은 우리 도의 미래성장동력의 한 축으로 전후방 산업과 연계 효과가 매우 크며, 여러 산업으로 확장이 가능한 첨단기술 혁신의 원천"이라고 김관영 도지사의 천명과 함께「전북특별자치도 방위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에 근거하여 △전북형 방위산업 육성계획 수립 △도내 국방 중소·벤처기업 육성 △방산혁신클러스터 조성사업 등 산업 전반에 대한 로드맵을 수립했다. 방위산업은 '방위산업 발전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2조에 ‘방위산업물자 등의 연구개발 또는 생산과 관련된 산업’이라 명시되어 있다. 사업 대부분은 군사력 개선을 위한 신규 무기체계 구매, 개발, 성능개량 등을 포함한 연구개발이다. 이 외 연구개발 시설의 설치 등을 행하는 방위력 개선사업과 무기체계 외의 장비, 부품, 시설, 그 밖의 물품 등 제반 요소를 다루는 전력지원체계 사업으로 구성되어 있다. 우리나라 방위산업은 6.25 전쟁 중 낙동강 전선 후방지원 기지로서의 부산, 창원, 경북 지역에 군수물자 지원의 지리적 이점을 살린 조병창 건립 등으로 시작되었다. 중화학 산업의 육성과 함께 구미, 여수, 언양 등 도시와 경북, 경남, 부산 등의 광역을 중심으로 총, 포, 탄약, 기동장비 등의 산업이, 항공분야는 사천, 해양분야는 울산·거제에 포진되어있다. 최근에는 첨단 K-방산의 핵심 연구개발기관인 국방과학연구원(ADD)이 위치한 대전이 방위산업 전진기지가 됐다. 현재 대부분의 지자체가‘방산 혁신클러스터’유치를 목표로 뛰고 있고 1차 창원(`20), 2차 대전(`22), 3차 구미(`24)까지 선정 완료됐다. 이렇다 할 대형 방산업체가 없는 전북으로서는 지역 내 방산기업 협의회를 조직하고 관련기업 유치를 위한 연구개발기관 본·분원 유치와 지역 내 상용차 및 특장차 생산라인과 부품생산 협력벤더를 활용하여 기아차의 군용차량 생산시설을 이전과 새만금 내 기동장비 주행테스트 필드구축 등 관련 인프라 조성이 절실하다. 이와 더불어 인접한 대전 ADD와 협업 등 지역연계 네트워크는 물론 큰 틀에서 이차전지, 바이오 등과 함께 미래산업으로 리소스를 투여하여 국가사업연계 기반조성 및 연구개발도 필요하다. 이를 통해‘대학↔기관↔기업’간 이해관계가 선순환하는 전문인력양성, 산‧학‧연‧관 거버넌스가 구축되는 한 편, 산업 전후방을 연계하는 밸류체인 앵커링을 일임 할 수 있는 관련 대기업 투자유치에 활로와 전기(轉機)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방위산업은 국가안보를 수호하는 평화산업이자 경제파급 효과가 높은 전략산업’이라는 방점을 두고 산업 생태계 육성과 인프라 조성사업에 총력을 다하는 동시에“약무호남 시무국가”의 현대적 해석을 통해‘전북이 강력한 방위산업 육성을 통해 국가의 전략안보산업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음’으로 받아들여지게 해야 할 것이다. /윤여봉 전북특별자치도경제통상진흥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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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5.06 15:19

모내기철, ‘쌀밥꽃’ 단상

꽃보다 푸른 잎이 더 아름다운 신록의 계절이다. 농촌에서는 한 해 영농을 시작하는 시기, 모내기철이다. 최근 수년간 이맘때면 극심한 봄가뭄으로 농심이 타들어갔다. 다행히 올해는 물 걱정이 없다. 유난히 봄비가 잦았다. 들녘에서 쌀농사를 준비하는 계절, 도시의 거리에서는 쌀밥이 꽃으로 쏟아진다. 화려한 봄꽃이 다 지고 나면 그 아쉬움을 달래주면서 여름의 문을 여는 이팝나무 꽃이다. 이팝은 이밥의 사투리고, 이밥은 입쌀(멥쌀)로 만든 밥을 가리킨다. 꽃 모양이 흰 쌀밥을 닮았다고 해서 이팝나무다. 쌀이 귀했던 시절, 나무를 올려다보며 사발에 소복이 담긴 흰 쌀밥을 연상했을 옛사람들의 고달픈 삶이 엿보인다. 게다가 반세기 전까지만 해도 힘겹게 보릿고개를 넘고 있을 때가 아니던가. 예전에는 이팝나무 꽃송이를 보고, 풍년과 흉년을 점치기도 했다고 한다. 절기상 입하(立夏) 무렵에 꽃이 피기 때문에 이팝나무라 불렀다는 설도 있다. 입하인 5일, 이미 절정을 넘긴 꽃무더기에 거센 빗줄기가 쏟아졌다. 한층 빨라진 여름의 문턱, 상춘(賞春)의 계절은 갈수록 짧아진다. 몰랐다. 주변에 이팝나무가 이렇게 흔했는지⋯. 쌀밥 같은 꽃을 무더기로 피워내야 비로소 눈에 띄고, 봄철 꽃놀이가 끝난 후에야 제철을 맞으니 꽃이 필 때까지는 관심을 끌지 못한다. 그래서 몰랐을 것이다. 그렇다 해도 확실히 개체수가 늘었다. 가로수로 인기를 끌면서다. 우리나라 자생종이고 병충해와 대기오염에 강하다는 게 장점이다. 예전 도로변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플라타너스와 은행나무가 도심에서 조용히 쫓겨났다. 꽃가루와 악취 때문이다. 그리고 이 자리를 이팝나무가 속속 차지하고 있다. 가로수의 세대교체다. 전북에도 이팝나무 명소가 많다. 1960년대 일찌감치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고창 중산리 이팝나무와 진안 평지리 이팝나무군을 먼저 꼽을 수 있다. 또 전주 팔복동 이팝나무 철길도 사진 명소로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이팝나무 꽃이 만발하면 그 해엔 풍년이 든다’고 했다. 올해는 유난히 이 쌀밥꽃이 풍성했다. 그런데 어느 때부터인가 풍년이 들어도 농민들은 웃을 수 없다. 쌀값 폭락이 거듭되는데 마땅한 대책이 없다. 쌀값이 폭락할 경우 초과 생산된 쌀을 정부가 의무적으로 사들이도록 하는 내용의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지난해 봄 우여곡절 끝에 국회를 통과했지만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다. 논란은 해를 넘겨서도 거듭되고 있다. 민주당이 지난달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단독 의결해 본회의에 직회부했다. 그러면서 쌀을 비롯한 농산물 수급 안정 정책이 다시 뜨거운 감자가 됐다. 쌀은 생명이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고 했지만 쌀 부족은 과잉공급과는 비교할 수 없는 문제다. 이팝꽃이 다 떨어지고 무성한 잎만 남으면 모내기가 끝난 들판도 온통 푸르게 변할 것이다. 올해도 이팝꽃처럼 풍성한 결실을 기대한다. / 김종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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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표
  • 2024.05.06 08:41

한상대회 유치와 잼버리 실패

정부의 과도한 개입이 잼버리 실패의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와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장관과 국회의원이 자리만 꿰찼지, 책임 회피에 급급한 모습을 보인 공동위원장 5인 체제가 오버랩 되는 순간이다. 물론 대규모 국제 행사인 만큼 범정부 차원의 지원이 불가피한 측면도 있지만 그보다는 컨트롤 타워 혼선을 직접적인 파행 배경으로 꼽았다. 세계스카우트위원회 보고서에 따르면 급조된 공동위원장 5인 체제는 정부의 지나친 개입과도 일맥상통 한다. 그러나 스카우트위원회가 책임 떠넘기기를 위해 한국 정부 탓으로 몰아세웠다며 정부가 반박 함에 따라 책임 공방이 불거지기도 했다. 전북은 대회 개최지란 이유로 파행 책임의 덤터기를 쓴 것도 모자라 새만금 예산 삭감의 고통을 겪으면서 지금도 그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이처럼 호되게 곤욕을 치르면서 체득한 ‘학습 효과’ 는 뉴 노멀 대회 준비에 있어 패러다임을 바꿔 놓았다. 유관기관, 사회단체, 공무원들도 이런 문제 의식에 경각심을 갖고 재발 방지책 마련에 노력해야 함은 물론이다. 그런 관점에서 볼 때 잼버리 후폭풍을 딛고 어렵게 유치한 세계한인비즈니스대회는 명예 회복의 기회라고 생각한다. 일명 한상대회로 불리며 10월 22일부터 사흘간 전북대 일원에서 국내외 경제인 4천여 명이 참가하는 글로벌 경제네크워크다. 사전 점검을 위해 각국 준비단이 속속 입국하며 대회 홍보에 열을 올리는 분위기다. 경제효과만 무려 335억이 기대되는 것은 물론 전북 제품을 해외 시장에 알릴 수 있는 만남의 장인 셈이다. 그런 상황에서 가끔 잼버리 트라우마를 겪어서인지 노파심이 앞서는 것도 사실이다. 잼버리 파행의 원인으로 지적한 공동위원장 체제와 비슷한 한상대회 공동대회장에 각국 한인회장 4명이 임명돼 활동하고 있다. 실무적인 것보다는 참가 단체 유치에 주력하도록 역할 분담을 했다는 것, 실제 몇 개 경제단체가 참가 하느냐에 따라 대회 성패가 좌우되는 만큼 이들의 역할은 잼버리와는 판이하다는 것이다. 실무 총괄 사무국 역시 재외동포청과 전북도, 전주시 직원들로 구성돼 전문성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다. 잼버리 당시에도 스카우트 대원과 크게 엮이지 않는 여성가족부와 전북도, 부안군이 조직위에 투입된 사실을 되새기게 한다. 요약해 보면, 파견 공무원은 행정 지원에만 국한하고 실무적 전시 회의 준비는 전문가 그룹과 역할 분담을 하라는 의미다. 유명세 있는 조직위원장과 함께 전문성 없는 공무원 차출의 기존 패턴은 실익이 적다는 것이다. 잼버리 때마다 무더위, 침수를 비롯해 병해충, 안전 등은 논란의 단골 메뉴였다. 문제는 이 같이 예견된 상황에서 충분히 대처할 수 있었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는 것, 한상대회도 갑자기 장소가 바뀌고 기본 인프라가 부족한 가운데 유치한 만큼 돌 다리도 두들겨 봐야 한다. 김영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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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영곤
  • 2024.05.02 18:11

[금요수필]늙은 가지에도 꽃은 피나니

당나라 시인 이백(李白)이 찬양한 봄날의 서정이야말로 더 바랄 것이 없다. “무릇 천지는 만물이 쉬어가는 여관이요/ 시간은 긴 세월을 지나가는 나그네라/ 부평초 같은 인생 꿈같은데 즐긴다 한들 얼마나 되랴!/ 따뜻한 봄날의 아련한 경치로 나를 부르고/ 천지가 나에게 아름다운 경치를 빌려주었음이랴!“ 벚꽃이 만개하여 전국이 꽃 대궐에 싸였다. 역시 하동포구에서부터 가로수의 벚꽃이 환희에 차서 잔치를 벌이고 있었다. 데크 바닥에 떨어진 꽃잎이 수놓인 카펫을 밟으며 걷는 맛이 그윽하다. 언제 이런 풍경을 보았을까. 또다시 볼까. 천지의 은혜로움을 누리는 기쁨을 어찌 축복하지 않으랴! 이 순간, 시간이란 긴 세월을 지나는 나그네이며 또 오늘 벚꽃 길을 지나는 나그네라! 하늘에서 내려오던 눈꽃들이 잠시 나무 바닥에 붙어서 꽃구름으로 소복하게 쌓였다. 꽃나무 아래를 걷는 사람도 뭉게뭉게 모두 행복하다. 천천히 꽃비를 감상하며 봄날의 상념에 젖는다. 잠시 걸으면서 화개천의 흐르는 물줄기에 빠질 듯한 꽃가지들을 아련하게 바라본다. 눈처럼 휘날리는 꽃잎을 손들어 전송하기도 하고 바닥에 떨어져 모인 꽃을 사뿐히 ‘즈려밟으며’ 가는 길이 어디일지 마음으로 그리나, 알 수 없는 그 길, 같이 흐를 뿐이다. 애틋하게 고목이 된 벚나무들이 굵은 가지를 늘어뜨리고 화개천을 따라 줄 서 있다. 시커먼 둥치의 옆구리에서 불쑥 불거져 나온 꽃송이가 얼마나 기특한지. 알 수 없다. 그 신통력. 꽃잎들은 어디를 갔다가 봄날 이맘때만 되면 다시 나무속으로 들어갈까. 나도 거기가 어딘지 알고 싶다. 가면 다시 올 수 있을까. 아니, 떠나간 모든 임이 꽃잎이 되어 내려오는지도 모른다. 꽃이 세상에 태어난 이후로 나 역시 세상에 태어나서 몇십 번의 봄 향기가 나의 일부가 되어 쌓였을진대, 어찌 그 꽃님들을 반갑게 맞이하지 않으랴! 환희심이 뭉게뭉게 피어오른다. 늙은 벚나무도 옆구리에서 툭툭 생생한 꽃잎을 틔워낸다. 꽃잎 날리는 룸비니 동산에서 마야부인은 옆구리에서 싯다르타 태자를 생산했지 않은가. 그리고 세상을 떠났지. 그리고……. 나도 늙었지만 싱싱한 정신으로 옆구리에서 오래 기억될 글줄이나 터졌으면…. 늙은 벚나무의 몸피에서 피워낸 꽃잎 같은. 아니 가슴에 쌓인 그리움이 꽃 같은 글줄이 되어 생산되면 좋으련만, 황홀하고 환장할 봄이 누군가의 가슴에서 오래도록 살 수 있는 열매 같은 문장으로 익어가도록. 이백이 저런 명문장을 이미 써버렸고 송한필이 짧은 인생을 이리 읊었으니 나는 즐거이 시정(詩情)을 음미하며 묵묵히 세월을 이겨보리라. “花開昨夜雨 花落今朝風 可憐一春事 往來風雨中” 어제 내린 비에 핀 꽃이 오늘 아침 바람에 떨어지네, 가련타, 봄날의 일이 비바람 속에 오가네. 인생사가 또한 그러하니…. 어제 화사했던 꽃잎이 오늘 밤비에 다 떨어지겠다. △조윤수 수필가는 <수필과비평> 등단작가로서 '새전북 문학상 대상'을 수상했다. 한국문인협회, 전북문인협회, 수필과비평작가회 회원이며 저서 <기도하는 나무>,<치앙마이 한 달 살이>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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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5.02 17:53

가치가 닿는 감정과 속도

누구나 삶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동기(원동력)가 있다. 무엇 때문에 살아가야 하고, 혹은 무엇을 위해 살아가고 싶은 이유 말이다. 어릴 적부터 나는 늘 내가 좋아하는 것과 이루고 싶은 소망이 가득 찬 사람이었다. 그렇게 내 삶을 계획하고 이뤄나가는게 유일한 기쁨이었다. 하지만 사람의 계획은 늘 뜻대로 되지는 않는 법. 마치 나의 소망과 계획은 모래성처럼 파도가 치면 자꾸 무너지는 것이다. 그렇게 열심히 다져놓은 나의 작품이 이불처럼 덮쳐오는 파도에 휩쓸려가면 또 짓고, 휩쓸리면 또 짓고, 그렇게 무한 반복이었다. 가로막는 장애물이 너무 많아 더이상 머릿속에 도안을 그리기가 무기력해질 때쯤, 내가 생각해내는 것보다 앞서 잘할 수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나이기에 할 수 있는 것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은 나에게 너무나 큰 설레임이다. 마치 해가 쨍쨍한 더운 날, 시원한 바람과 함께 바다가 발에 닿았을 때 느껴지는 감정이랄까? 장애를 경험했고, 앞으로도 경험해 나가야 하기에 깊이 경험하지 않은 사람보다는 진실된 목소리를 낼 수 있다. 바로 ‘장애이해교육’ 이다. 그리고 그 목소리에 누군가는 “이런 교육이 더 많아지면 좋겠어요.”, “선생님 저희 학교에 또 오세요!”라는 소중한 마음을 전해준다. 이러한 마음들이 교육의 가치를 존재하게 하고, 내 삶의 가치를 북돋아준다. ‘장애란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것이며, 이상한 것이 아니라 익숙하지 않는 것’. 우리 교육의 슬로건이다. 교육을 거쳐가는 사람들의 머릿 속에 부디 이 한 문장만은 남아있기를 바란다. 하지만 지식적인 이해보다 감정이 주는 ‘기분’이라는 것을 우리는 무시할 수 없다. 더더욱 나와 관련이 있을수록 장애는 쉽게 받아드리기 어려운 영역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교육을 하면서 늘 기쁘고 좋은 감정만을 교류하지는 않는다. 결국 교육을 듣고 나면, 내 가족이, 친구가, 혹은 ’나‘라는 사람이 장애가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 인지하게 된다. 한 초등학교 친구가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있다. “제 동생은 7살인데 눈도 잘 안 마주치고, 말도 못하고, 설명해주신 것처럼 혼자 똑같은 행동을 많이 해요! 그럼 제 동생도 장애가 있는 걸까요?” 별도로 몇 번의 질문을 통해 단편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은 학생의 동생이 자폐스펙트럼 특징을 보이는 상황이었다. 이에 “선생님이 지금 확답을 줄 수는 없지만 아까 우리 함께 공부한 특징이 보이고 있네요? 이런 상황들이 계속 반복되고 있다면 부모님과 함께 병원에 가서 진찰을 해봐야 할 것 같아요.”라는 답변을 하자, 순간 질문한 학생의 표정이 너무나 슬퍼졌다. 장애가 틀린 것도 아니며, 나쁜 것도 아니며 그저 다른 것인데 그 다름이 때론 ‘슬픈’이 되는 것을 알기에 학생의 표정에 익숙한 감정이 느껴졌다. 이처럼 개개인의 상황에 따라 교육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각자마다 닿는 속도가 달라질 것이다. 누군가는 그렇구나 하고 이해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에 또 누군가는 혼란과, 슬픔과 수용의 시간을 지나 닿게 되겠지만 결국 변하지 않는 사실이 있다면, ‘ 장애란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것이며, 이상한 것이 아니라 익숙하지 않는 것’을 이해하게 된다는 것이다. 오늘 이 글을 통해 바라는 점이 있다면, 부디 이를 경험하는 이들이 슬픔의 속도는 빠르게 흘러가고 기쁨을 만끽하는 순간은 아주 천천히 여유롭기를 바란다. / 윤해아 (사)사회적 협동조합 해시담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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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5.02 16:44

사회복무요원 소집일자를 연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사회복무요원의 소집일자를 연기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병역이행일 등 연기신청서’를 소집일자 5일 전까지 관할 지방병무청에 우편이나 FAX 또는 인터넷으로 제출하셔야 합니다. 인터넷을 통한 연기신청은 “병무청 누리집(www.mma.go.kr) - 병무민원–사회복무–사회복무 민원시청 - 소집일자 연기원 신청”에서 가능하고, 구비서류는 파일로 첨부하거나 우편 또는 팩스를 이용하여 담당 부서에 제출해야 합니다. 민원 처리 결과는 연기신청서를 접수한 때로부터 2일 이내에 소집 연기 여부를 결정하고 처리 결과를 실시간으로 소집대상자에게 통보합니다. 사회복무요원 소집일자 연기사유 및 기간은 '현역병 입영업무 규정'과 '생계곤란자 병역감면 처리규정'을 준용하며, 소집일자 연기는 2년(730일) 범위에서 현역병 입영일자 연기 횟수와 소집일자 연기 횟수를 통틀어 5회를 초과하지 못합니다. 즉, 현역에서 보충역으로 역종 변경된 사람 중 연기 횟수가 4회를 사용한 사람은 향후 소집일자 연기를 1회 신청할 수 있습니다. 다만, 질병사유로 소집일자를 연기하고자 하는 사람은 5회를 초과하였더라도 연기할 수 있는 기간인 2년(730일)을 초과하지 않은 경우, 연기를 희망할 경우 관련 증빙서류를 첨부하여 1회에 한해 추가로 소집일자를 연기할 수 있습니다. 소집통지 후 생계곤란사유 병역감면원을 신청하여 처리 중인 사람과 질병사유 병역처분변경원을 제출하여 정밀신체검사 또는 재신체검사 대상인 사람에 대해서는 직권 소집일자 연기처리 되며 연기 횟수에는 포함하지 않습니다. 또한 「입영연기 관리 규정」제16조(국외 입영연기 대상자)에 해당하지 않은 사람이 소집일 이전 국외출국한 사실이 확인되고, 소집일까지 연락이 안 되는 경우 소집일부터 입국일까지 직권으로 소집일자 연기처리 하되, 이는 연기 횟수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선복무자의 군사교육 소집일자 연기 횟수는 소집일 기준 1년 이내의 범위에서 2회를 초과하지 못하며, 나이 제한은 없고, 소집(입영)일자 연기일수는 합산하지 않습니다. /전북지방병무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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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5.02 16:44

의료사태가 명현(瞑眩) 현상이라고?

정부의 의대 정원 2000명 확대 선언을 기점으로 시작된 의료계 파행이 국민의 불편을 가중시키고 있다. 전공의들의 사표를 시작으로 의대교수들의 주 1회 휴진 등 의료계 집단행동이 확산되는 가운데 그 피해는 국민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가고 있다. 정부는 국민들의 의료 수혜 확대와 소외된 지방 의료의 복구를 위해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고, 의사들은 자신들을 이기주의 집단으로 몰고 가며 의논도 없이 밀어붙이는 일방적인 의료행정에 동의할 수 없다는 의견이다. 정부와 의사들의 팽팽한 대립 국면 속에 의료 서비스를 제대로 못 받고 있는 국민들만 죽을 노릇이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문제가 잘못되었는지 하나하나 따져서 풀지 않으면 의료 공백의 장기화로 대한민국의 의료는 파국을 맞이하며 회복불능의 상태에 빠질 것임에 분명하다. 이번 의료 사태를 주역(周易)의 관점에서 보면 불통과 반목이다. 불통의 괘는 비(否)괘이고, 갈등의 괘는 송(訟)괘이다. 불통의 비(否)는 하늘과 땅이 서로 반목하여 꽉 막혀 있는 형상이고 갈등의 송(訟)은 하늘과 물이 서로 등을 돌리며 소송하고 있는 형상이다. 불통은 인간사에서 가장 인간답지 않은 일이다(匪人, 비인). 하늘과 땅이 서로 소통하지 않고 자기주장만 하고 있기 때문이다. 송사는 중간(中, 중)에 그만두면 좋지만(吉, 길), 끝까지 계속하면(終, 종) 누구에게도 이롭지 못한 나쁜(凶, 흉) 일이다. 자기가 믿고 있는 것만 옳다고 생각하면 결국 파국은 끝나지 않는다. 꽉 막혀 있는(窒, 질) 형상이니 중간에 중재자를 두어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상책이다. 혹자는 말한다. 문제가 해결되기 위해서는 약간의 고통도 필요하니 병을 낫기 위한 명현(瞑眩) 현상은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명현(瞑眩)은 한의학에서 약을 투약한 후 병이 완전히 낫기 전에 있는 부작용을 말한다. 병이 치료가 되기 위해서는 약간의 부작용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좋은 약으로 병을 고치기 위해서는 어지럼증이나 구토 같은 부작용 없을 수 없다는 논리다. 이번 의료사태도 더욱 발전된 대한민국 의료 체계를 위해서는 갈등이나 반목이라는 명현 현상을 감수해야 한다고 한다. 문제는 명현 현상으로 고통 받는 사람은 힘없고 위중한 국민들이란 것이다. 건강하고 힘 있는 사람은 어떤 상황에서도 살길을 찾는다. 대통령과 장관이 아프면 의료계 파업이라도 치료를 못 받을 확률은 없다. 그러니 의료 파국의 심각성이 정책자들의 피부에 절실하게 와 닿을 리가 없다. 명현 현상 운운하며 한번은 겪어야할 부작용이라고 아무리 강조해도 일반 국민들이 받아들이기에는 쉽지 않다. 그리고 엄밀한 의미에서 명현 현상은 검증된 의료 치료도 아니다. 유교 경전인 서경에 나오는 구절을 근거로 이야기되는 잘못된 믿음이다. ‘만약에 약을 먹고 명현의 부작용이 없다면(藥不瞑眩, 약불명현), 그 병은 낫지 못할 것이다(厥疾不瘳, 궐질불추)’. 이 말은 원래 <서경>에 나오는 말로 맹자가 인용해서 사용한 말이다. 좋은 약은 반드시 부작용이 있으니 감수해야 한다는 논리인데, 어떤 과학적 근거를 찾아보아도 명현 현상이란 약리작용은 없다. 초유의 의료 비상사태를 맞이하여 국민들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선택이 아프지 않는 것뿐이라는 현실이 너무 서글프다. 아프지 않는 것이 어찌 사람 마음대로 되는 일이던가. 명현 현상이니 참으라는 정부의 무대책은 더욱 어이가 없다. 애초부터 전략과 협상도 없이 의대 증원을 확정하여 발표했던 당사자들은 빠지고 의료 당사자인 국민들과 의사들과의 갈등만 깊어가게 만든 원인 제공자들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 송사(訟)는 끝까지 가면 흉(凶)한 일이다. 불통(否, 비)과 송사(訟, 송)는 모두에게 이롭지 않은 안타까운(吝, 린) 일이다. /박재희(인문학공부마을 석천학당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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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5.02 16:44

전북 공공기관 더 강도높은 내핍경영을

'신이 내린 직장', 아니 '신도 모르는' 최고 직장이라는 말이 회자되곤 했다. 공기업 등을 말하는 것인데 특유의 직업 안정성뿐 아니라 연봉도 대기업 수준에 가까이 가 있는 경우가 많기에 이런 별칭이 붙었다. 반복되는 근무기강 문제나 불투명한 각종 예산 집행 과정을 비롯해 도덕적 해이에 대해 숱한 질타가 이어졌고 개선 방안도 속속 발표됐다. 정부 차원에서 고강도 구조조정이나 치밀한 점검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차츰 많이 개선됐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기만 하다. 마른 수건도 더 짜는 내핍경영이 필요하다. 대다수 국민들의 허리띠를 졸라매며 극한의 경제위기 극복에 나선 마당에 공공기관이라고 해서 예외가 될 수는 없다. 지난해 327곳의 공공기관의 부채가 전년보다 5.7% 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신규 채용은 줄어 42만 명을 기록했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인 '알리오'를 통해 327개 공공기관의 2023년도와 2024년 1분기 경영 정보를 공시했다. 공공기관 부채는 709조 원으로 전년 670조 9000억 원보다 38조 원 가량 늘어 5.7%상승했다. 관심을 모았던 공공기관 총 정원수도 2022년 말 수립한 기관별 혁신계획 이행에 따라 전년에 비해 8000명 감소한 42만 1000명을 기록했다. 전국적인 수치는 비교적 양호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런데 지난해 전북지역 공공기관 부채는 전년보다 1000억원 넘게 늘었다. 신규 채용 규모는 1년 새 200명 이상 줄어 감소세를 이어갔다. 신규 채용 숫자가 줄어든 것은 경영 효율화를 위한 고육지책으로 여겨질 수 있으나 부채 증가는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다. 정부가 공공기관 경영평가 항목에서 재무 건전성 비중을 높이겠다고 표명했으나 전북 공공기관은 상대적으로 개혁이 부진한게 아닌가 하는 우려를 자아낸다. 지난해 전북 공공기관 10곳의 부채는 1조 6462억 1100만원으로 전년(1조 5434억 4000만원)보다 1027조 7100만원 증가했다. 국민연금공단이 7325억 4400만원에서 7851억 8500만원, 한국국토정보공사가 2286억 4600만원에서 2615억 3500만원, 한국전기안전공사 2076억 6300만원에서 2413억 8200만원 등으로 부채 증가 규모가 컸다. 속내를 들여다보면 부채가 늘어난 이유가 나름대로 있겠으나 어쨋든 전북에 있는 공공기관들은 지금보다 훨씬 더 강도높은 내핍경영을 통해 빚을 줄여야 하고 결과적으로 효율적인 경영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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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4.05.02 14:25

우 전주시장, 정치권과 쌍방향 소통 강화하라

전주시가 1일 시청 회의실에서 제22대 국회 입성을 앞둔 김윤덕·이성윤·정동영 당선인과 정책간담회를 열었다. 민선 8기 우범기 시장이 역점 추진하는 전주 대변혁 프로젝트와 주요 SOC사업 등 지역 현안에 대해 정치권의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하는 자리다. 제22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지자체장이 지역구 당선인들과 만나 지역 발전을 위한 ‘원팀 전주’ 협력체계의 첫발을 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소통·협력체계가 진정성 있게 지속될 것이냐에 있다. 사실 전주뿐 아니라 전국 대다수의 지자체가 총선이 끝나면 곧바로 해당 지역 국회의원 당선인들과 간담회를 갖고 지역발전 협력체계 구축에 나선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간담회는 형식적 행사로 변질되는 경우가 많다. 지자체의 간절한 요청에도 불구하고 임기 말이면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간담회에 불참하는 의원도 생긴다. 지자체와 지역구 국회의원 간담회는 주로 지자체의 일방적인 협조 요청으로 채워진다. 쌍방향 소통이 아쉬운 부분이다. 1일 간담회에서도 전주시는 주요 간부 공무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왕의궁원 프로젝트, MICE 복합단지 사업 등 핵심 프로젝트와 2025년 국가예산 건의사업 등을 일일이 소개하고, 정치권의 협조를 요청하는 데 공을 들였다. 첫 소통의 자리였던 만큼 당선인들도 지역 발전을 위한 제안을 의욕적으로 내놓았다. 당선인들은 이날 전주역사 증축사업 재검토, 전통문화산업 육성, 지역 관광자원 홍보 강화 등을 개별적으로 제안했다. 자체 건의사항에만 관심을 두고, 당선인들의 제안에 대해서는 형식적인 답변으로 대충 넘어가서는 안 된다. 당선인들의 지역발전 제안에 대해서도 심도 있게 검토하고, 사안별로 정치권과 긴밀하게 소통·협력해야 한다. 또 선거과정에서 당선인들이 내놓은 지역발전 공약 사업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고 세부 협력 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할 것이다. 지역구 국회의원들을 향한 지자체의 일방적 협조 요청이 아닌 진정성 있는 쌍방향 소통이 이뤄질 때 탄탄한 협력체계가 구축될 수 있다. 제22대 국회가 폐원하는 날까지 전주시와 지역구 의원들이 쌍방향으로 소통·협력하면서 지역 현안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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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4.05.02 12:50

다행과 은혜

유난히 슬퍼 보이는 경로석의 어르신 모습에 가슴이 아프다. 갑작스런 교통사고로 응급실에서 신음하고 있는 환자 옆에서 엄마가 펑펑 울고있다. 지금까지 함께 지내온 고향절친이 갑자기 급성 암 진단을 받고 짧게 투병하다가 하늘나라로 갔다. 살다보면 기쁜 일보다 가슴아픈 일들이 더 많은 것 같다. 우리들 주변에는 겉으로는 편안해 보이지만 알고보면, 크고 작을 따름이지 걱정거리 없는 사람도 없다. 모든 어려움과 고통, 힘든 일들을 참고 이겨내야만 하는 것이 인생이다. 어릴적 부모님 밑에서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지낼 때는 잘 몰랐지만, 지금까지 살아온 길을 뒤돌아 보니 참으로 위험하고 아찔했던 일들도 많았다. 누군가의 도움과 은혜를 받았음이 분명하다. 지금 이 만큼이 무척 다행이고 은혜라는 생각이 많이 든다. 은혜는 ‘사랑으로 베풀어 주는 신세나 혜택, 인류에 대한 신의 사랑’이고, 은혜하다는 ‘마음에 두어 애틋하게 생각하다’, 은혜롭다는 ‘매우 고마운 데가 있다’는 사전적 의미가 있다. 은혜를 받았으면 갚아야 하고, 매우 고맙고 애틋한 마음을 잊어서는 안되는 것이 은혜이고, 은혜하면서 은혜롭게 살아가야 한다는 의미라고 덧붙여 해석해 본다. 생각할수록 다행과 은혜는 늘 함께하면서 지금의 나를 존재하게 해 주었다. 부모님과 형제자매, 친구와 직장동료, 그동안 좋은인연들로 부터도 많은 은혜를 입고 살아 온 것이 틀림없다. 가족과 떨어져서 지낼 때 홀로에 익숙해 지기 위해서 사색과 명상을 자주하게 되었고, 다행과 은혜의 연속선상에서 갑작스런 죽음에 대비해야 함을 깨닫게 되었다. 내가 3일 밖에 살 수 없다고 가정하고, 유언장과 묘비명, 꼭 해야할 일과 하고싶은 일, 은혜를 갚아 나가면서 의미있게 잘 살아가는 목표들을 정리해 보았다. 매일 단전호흡을 하면서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서, 더 잘 살아가는 연습, 즉 '죽는연습'을 시작했다. 먼저 지금 이러한 생각을 하게 된 자체가 다행이고 은혜임을 알게 되었다. 저절로 부족한 나를 찾게 되었고 조금 더 삶의 여유와 모든 사람을 존중하면서 살아가야 겠다는 다짐도 하게 되었다. 삶의 가장 소중한 자산은 ‘사랑과 시간’이라고 했다. 시간을 아껴쓰면서 사랑을 실천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우선 가장 가까운 가족에게 미안함을 줄여 나가는 것이 사랑의 실천중에서 첫 번째라고 생각한다. 정리해 놓은 대로 은혜를 다 갚으면서 살아갈 수는 없지만 지금 가까이에서 만나고 있는 사람한테 잘 하면 된다고 본다. 기회가 되면 미루지 말고 실천하면 된다. “사람은 누구나 유토피아를 추구하면서 시작하지만 결국 마지막으로 남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무유호이 (無有乎爾)”라고 맹자는 고백했다. 인생은 물거품이고, 헛되고 헛되도다라고 탄식하지만 그래도 마지막 남는 것은 나눔과 봉사라고 했다. 어려운 이웃을 위하여 주는 것도 내 것이고 따뜻한 마음은 영원한 것이다. 평생 젓갈을 팔아서 모은 돈을 장학금으로 쾌척하신 수산시장 할머니, 전주시 노송동의 이름없는 기부천사, 이태석 신부님, 지금도 땀 흘리고 있는 수많은 자원봉사자들은 훌륭한 삶의 흔적을 남기고 있다. 우리들 모두가 받은 은혜다. 텅텅빈 은혜만 있다. 이 만큼에 다행임을 깨닫고 만족하고 감사하고, 은혜하면서 은혜롭고 아름다운 세상으로 채워 나갔으면 한다. /류영하 (시인, 전 국토해양부 고위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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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5.01 15:52

파리의 러너들

전북특별자치도의회 6명의 의원들이 인구감소 대응 및 이민·외국인 정책에 관한 선진사례를 벤치마킹하고자 프랑스 파리와 리옹 등을 방문했다. "오메~ 파리가 그냥 파리가 아니네…." 연수내내 방귀로다가 필자를 중독시킨 룸메이트 김정수 도의원의 감탄사다. 서울 면적의 1/6, 인구의 1/5밖에 안되는 파리는 '세계의 문화수도'라는 말이 결코 수사가 아니었다. 나폴레옹 3세가 오스만 남작을 기용해 에투알 개선문을 중심으로 개조한 파리는 제국의 중심이자 공화국의 수도다운 면모를 과시했다. 무엇보다 필자를 놀라게 한 건 고층빌딩이 없다는 것이다. 100년 이상 된 대리석 건물들은 5층 내외로 높이가 일정하며 지붕은 45도 기울어져 있었다. '문화=역사'라는 등식은 파리를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 "난민이든 이민이든 자국민과의 사회적 통합이 중요한데 파리는 이 문제를 어떻게 대처하고 있습니까?" 국제이주기구(IOM)와 이민자 사회복지 및 가족정책 서비스협회(ASSFAM)를 방문한 김이재 행정자치위원장을 비롯한 의원들은 외국인 정책을 논의했다. 이는 메이지유신 이후 선진문명을 배우고자 유럽과 미국 등을 방문한 이토 히로부미를 비롯한 일본의 '이와쿠라 사절단'의 재현이다. "아따메~ 이런 세상이 있는 줄 알았다면 진작 파리로 유학왔을 판인디…." 프랑스 파리 국제 기숙사촌(CITE)을 방문한 김성수 도의원의 감동이다. 1920년에 세계 최초로 설립된 CITE는 40여개국의 기숙사가 모여있으며, 2018년 한국관도 건립되었다. 이는 프랑스 유학생들 간의 소통과 교류를 통해 인류복지와 세계평화에 기여하고자 하는 똘레랑스의 진면목이 아닐 수 없다. "출산율을 높이는 근간으로 노동시간 주 35시간 단축, 안정적인 일자리 제공, 양육과 교육의 무상지원을 말씀하셨다. 우리 한국은 주 52시간으로 OECD 국가 중 최고이다. 그럼에도 윤석열 정부는 69시간으로 늘리는 개편안을 내놓았다. 이런 식으로 세계 최고의 저출산 문제를 극복할 수 있나요?"라고 오현숙 의원님이 리옹지역 가족협회(UDAF)에 질의하자 관계자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정치란 모름지기 시대정신의 실천이다. 목하 대한민국의 시대정신은 인구문제 해결과 지역균형 발전이다. "굳이 기업유치를 않더라도 전북특별자치도의 문화와 예술 그리고 자연환경으로 얼마든지 주민 소득을 높일 수 있고 인구감소를 줄일 수 있다." 탄광과 견직물 도시였으나 예술도시로 탈바꿈한 생티티엔과 알프스 산으로 둘러쌓인 관광도시 안시를 둘러본 강태창 도의원의 자신감이다. 파리 뿐만 아니라 안시에 이르는 프랑스는 비옥한 토양과 천혜 관광자원을 갖고 있다. 그야말로 젖과 꿀이 흐르는 축복받은 나라다. 이 대국을 유지할 수 있는 근간은 역사에 대한 자긍심이다. 그 기저는 프랑스 대혁명을 통한 시민의식의 발현이 아닐까. 동학농민혁명은 민족민주운동의 백두대간이다. 전북특별자치도는 그 본산이자 성지다. 이런 역사에 대한 자부심이 전북 부흥의 저력이 아닐 수 없다. 최근 필자가 발의한 '동학농민혁명 기념사업지원에 관련 조례‘가 상임위에서 보류되었다. 전남과 광주, 충남과 경남에는 이미 제정되었다. 부끄럽고 안타까울 따름이다. "꼬레~ 꼬레" 필자를 비롯한 연수팀 러너들이 센강 주변과 론강을 조깅하면서 듣는 한류 바람이다. '센강은 좌우를 가르고 한강은 남북을 나눈다'는 어느 저자의 자유의지 소산이 아닐까? /염영선 전북특별자치도의회 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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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5.01 15:51

산재 노출 건설노동자 안전대책 강화하라

건설현장은 항상 안전사고가 도사리고 있다. 공사기간을 맞추려 부실시공을 강행하다 일어나는 수도 있고 처음부터 안전시설이 미비하거나 부주의가 원인인 경우도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지 2년이 넘고, 지난 1월 27일부터 50인 미만 5인 이상 사업장으로 확대 적용되고 있으나 사망사고는 줄지 않고 있다. 특히 건설현장은 가장 많은 사망사고가 발생해 안전대책 강화와 함께 엄정한 관리감독이 요청된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23년 산업재해 현황 부가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재해사고 사망자는 598명, 사고 건수는 584건으로 나타났다. 이는 2022년 644명, 611건에 비해 감소한 수치다. 업종별로 보면 건설업이 303명으로 가장 많고 다음이 제조업 170명, 기타 125명 순이었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 미만(건설업은 공사 금액 50억원 이상) 사업장이 354명, 50인 이상 사업장은 244명으로 집계됐다. 사고 유형은 부딪힘, 맞음, 떨어짐, 끼임, 깔림·뒤집힘 등이다. 이처럼 전체적인 산재사망자 수가 줄고 있으나 전북은 거꾸로 늘고 있다. 2022년 17명에서 2023년 35명으로 늘었고 올해도 벌써 14명이 사망했다. 현재 건설업은 경기가 바닥이어서 건설노동자들의 일거리가 많지 않은 상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글로벌 공급망이 붕괴돼 자재값이 폭등한데다 고금리까지 겹쳐 부동산 시장이 타격을 받은 탓이다. 그러다 보니 건설직 일용노동자들은 위험한 일도 마다할 수 없는 처지다. 여기에 갈 곳 없는 고령자들까지 몰리는 바람에 건설업 재해사망자 중 39.0%가 60세 이상이다. 50대 이상으로 범위를 넓히면 사망자 비중은 73.4%에 이른다. 위험 작업과 저임금 때문에 젊은 사람들이 꺼려, 앞으로 이러한 추세는 계속될 전망이다. 건설 현장의 위험은 안전시설 미비가 가장 큰 원인이다. 이때 노동자에게 작업중지권을 인정하면 사망자를 크게 줄일 수 있다. 작업중지권은 산재사고 위험이 높다고 판단되면 노동자가 작업 중지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다. 삼성물산의 경우 건설현장에서 원청 시공사가 작업중지권을 보장해준 덕분에 국내 10대 건설사 중 가장 적은 재해 사망자를 기록했다. 이와 함께 중소업체에는 산업안전과 컨설팅, 교육 등에 대한 지원도 아끼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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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5.01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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