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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연금관리공단 전북지부 폐쇄...

전북특별자치도가 출범했으나 전북은 여전히 호남의 변방 취급을 받고 있다. 독자적인 경제권역, 생활권역으로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시시콜콜 광주·전남권역에 예속되고 있는 것이다. 하나의 사례에 불과하지만 공무원연금공단 전북지부가 폐쇄된 것은 전북의 갈 길이 얼마나 먼 것인가를 상징적으로 잘 보여준다. 공무원연금공단 전북지부가 1일부터 광주광역시지부와 통폐합됐다. 종전 전북지부에는 지부장 외에도 직원 4명이 근무했으나, 이번 통폐합으로 직원 4명은 모두 광주로 이동했다. 기존 전북지부장은 제주지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번 조치는 정부의 '공공기관 효율화' 정책의 일환이다. 과거 대면으로 이뤄지던 업무들이 디지털화되면서 민원 응대 역할이 축소됐고, 소규모 운영에 따른 기능 수행의 한계가 있었다고 한다. 조직의 효율적 운영과 비용편익 측면에서 꼭 잘못된 결정이라고만 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매번 전북만 희생양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그동안 공공기관 경영 효율화를 내세워 광주 중심의 통폐합 작업을 진행해 왔는데 그 결과 호남을 관할하는 지방기관 13곳 중 10곳(검찰청·노동청·국세청·보훈청 등)은 광주와 전남을 중심으로 개편됐다. 전북에는 익산지방국토관리청, 전주 서부지방산림청, 전북지방환경청 등 3곳에 불과하다. 사실 공무원연금공단 전북지부가 관리해 온 도내 전·현직 공무원은 9만여 명에 이른다. 이번 공단 이전으로 이용자들의 불편은 불을보듯 뻔하다. 온라인상에서 발급받지 못하는 서류가 있을 수 있고, 특히 대면 상담을 받으려면 광주까지 이동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국민연금공단과 사학·공무원연금기관 등을 집적화해 전북을 제3금융중심지로 지정받아 육성하겠다는 전북의 구상은 현실과 거리가 있다. 여론이 빗발치자 결국 임시방편에 불과한 이동 민원실을 운영하고 있다. 공무원연금공단 광주·전북지부가 매주 금요일 마다 주 1회로 한정해 도청 1층 민원실 창구에서 지역 가입자 및 수급자들의 민원 업무를 처리할 이동 민원실을 운영 중인데 그야말로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이다. 공무원연금공단 전북지부는 1999년 설립된 이래 연금과 후생복지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이제 고령 수급자들은 광주에 있는 사무실로 민원 업무 처리를 위해 이동해야 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전북지부 환원 가능 여부를 잘 타진해서 무슨 수를 쓰든 전북사무소 설치를 반드시 관철해야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4.04.23 14:47

조국혁신당, 전북과 상호협력 강화하라

조국 대표를 비롯해 조국혁신당 당선자 12명 전원이 22일 전북을 찾았다. 4·10 총선 이후 시도당 방문지로 전북을 찾은 것이다. 전북을 첫 방문지로 선택한 이들의 뜻을 고맙게 생각하며 앞으로 전북과의 관계를 돈독히 해 주길 기대한다. 전북특자도와 시군에서도 조국혁신당과 지속적인 관계를 갖고 협조와 지원을 아끼지 않았으면 한다. 이들 일행은 이날 KTX 열차로 익산에 도착해 순직한 해병대 채수근 상병의 모교인 원광대를 찾아 헌화했다. 이것은 초미의 관심사인 ‘채상병특검법’ 처리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힌 것이라 볼 수 있다. 이어 전북특자도의회를 방문해 기자회견을 갖고 전북특자도법 보완 등 전북현안에 대해 언급했다. 그리고 김관영 도지사와 차담회, 우범기 전주시장과 간담회를 가졌다. 이같은 일련의 행보는 조국 대표의 말대로 “전북에서 조국혁신당에 놀라울 정도로 강한 지지를 보내준 것”에 대한 응답으로 보인다. 전북은 지난 총선에서 비례정당인 조국혁신당에 45.53%를 몰아줬다. 광주 47.72%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높았다. 전주는 무려 48.95%에 이르렀다. 더불어민주당의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에 던진 37.63%보다 월등하게 높았다. 그만큼 도민들이 조국혁신당에 대한 기대가 컸다는 방증이다. 전북은 그동안 민주당의 텃밭이나 다름 없었다. 1988년 이래 40년 가까이 압도적으로 밀어줬다. 그러다 보니 국회의원이나 지자체장 등 선출직들은 모두 중앙당의 눈치만 보며 도민들의 삶을 등한시했다. 이번 총선에서도 민주당에 대한 피로도가 높았으나 정권심판론과 국민의힘에 표를 줄 마땅한 인물이 없어 민주당을 찍을 수밖에 없었다. 조국혁신당이 비례대표에서 그 대안으로 나타난 것이다. 조국혁신당은 이제 민주당과 협력 및 경쟁관계 속에서 낙후된 전북발전에 기여해줬으면 한다. 다만 이제 갓 태어난 신생정당으로 지역구를 갖지 못하고 비례만을 가진 정당이어서 한계가 있다. 더구나 12명으로 원내교섭단체 구성도 어려운 상태다. 또 22대 국회 1호법안인 한동훈특검법과 김건희특검법 발의에서 보듯 윤석열 정권에 대한 심판이 첫 번째 목표인 당이다. 따라서 저변확대와 함께 지역에 뿌리를 내리는 작업이 급선무다. 도민들은 조국혁신당에 높은 지지를 보낸만큼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4.04.23 13:59

쉰 살 전주대사습놀이

전주대사습놀이가 30주년을 맞았던 2004년. 판소리 명창부 장원은 스물아홉 살 젊은 소리꾼 장문희에게로 돌아갔다. 이십 대 소리꾼이 명창의 반열에 오른 것이 처음은 아니었지만, 그해 명창이 된 이 젊은 소리꾼을 향한 관심은 유독 높았다. ‘명창감이 없다’는 자조적 한탄이 나올 만큼 타작(?) 환경이 신통치 않아서이기도 했지만, 어렸을 때부터 소리 길에 들어서 20년이 넘는 시간을 소리 공부에 쏟아온 젊은 소리꾼의 탁월한 기량 덕분이었다. 그해, 그의 타고난 성음과 빼어난 기량에 탄복한 심사위원들은 모두 사실상 만점인 99점을 주었다. 전주대사습 사상 이례적인 일이었는데, 어찌 됐든 이 단단한 재목은 정체되어 있던 판소리의 새로운 동력이 됐다. 예부터 판소리 명창이 되는 길은 험난했다. 명창은 일종의 소리 실력의 우월을 가르는 등급이다. 소리를 열어주는 스승의 엄한 가르침을 품고 자기를 극복하는 치열하고 처절한 과정을 거치고서야 얻을 수 있는 자리다. 여전히 그 기원이 분명치 않은 판소리사에서 명창이 등장한 것은 1800년대다. 19세기 전반에 활동했던 전기 팔명창(권삼득, 염계달, 송흥록, 김제철, 모흥갑, 고수관, 신만엽, 방만춘)이 그 시작이다. 19세기 후기에는 팔명창이 등장했고, 20세기에 이르러서는 오명창이 이름을 알렸다. 그러한 명창의 맥을 잇게 한 통로가 있는데, 바로 전주대사습놀이였다. 그러나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판소리가 묻히자 전주대사습놀이의 명맥도 끊겼다. 다시 명창이 등장한 것은 1964년, 중요무형문화재 제도가 만들어지면서다. 박녹주 김연수 김여란 정광수 박초월 김소희 정권진 박동진 박봉술 한승호 같은 소리꾼들이 이 제도의 예능보유자로 인정받아 명창의 반열에 섰다. 달라진 환경은 또 하나의 통로를 만들어냈다. 1975년 현대적 경연 대회로 부활한 전주대사습놀이다. 전주대사습놀이는 그 뒤 오랫동안 국악인들의 가장 권위 있는 등용문으로 자리했다. 대회가 배출한 명창들의 역할도 빛났다. 첫 명창 오정숙을 비롯해 조상현 성우향 성창순 이일주 최승희 조통달 김일구 김영자 은희진 김수연 송순섭 등 대부분 명창이 판소리를 대중화하고 발전시키는 데 앞장섰다. 그러나 해를 더하면서 대회의 명성과 권위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대사습을 이끄는 단체의 폐쇄적 조직운영과 잘못된 관행이 원인이었다. 게다가 부정 심사와 패거리 담합 의혹이 불거지면서 전주대사습은 위기를 맞아야 했다. 전주대사습대회가 올해 50회를 맞는다. 그래서인지 의미 있는 변화와 명예 회복을 바라는 국악인들의 기대가 그 어느 때보다도 크다. 대회를 이끄는 보존회의 노력으로 쉰 살 전주대사습의 명예가 회복되었으면 좋겠다./김은정 선임기자

  • 오피니언
  • 김은정
  • 2024.04.23 13:53

인구절벽 시대, ‘학교 재배치’ 지역사회 공론화를

농어촌 작은 학교인 부안 하서초등학교에서는 24일 아주 특별한 행사가 열린다. 부안군 하서면 지역의 3개 학교를 합쳐 새롭게 문을 여는 ‘통합 개교식’이다. 하서면에 있던 기존 하서초와 백련초, 장신초 등 3개 초등학교가 하나로 합쳐 지난달 새 학기를 함께 시작하고, 이날 기념행사를 열게 된 것이다. 이들 3개 학교 통합은 교육청이 아닌 지역주민 주도로 차근차근 추진됐다는 점에서 전국적인 관심을 모았다. 지난 2011년 하서면 주민들이 교육청에 학교 통합을 요구했고, 설문조사 등을 통해 지역사회의 의지를 확인한 교육청에서 행정절차에 나섰다. 그리고 올해 예정대로 통합학교가 문을 열었다. 통합학교 부지는 접근성이 좋은 장신초, 교명은 지역의 정체성 유지 측면에서 하서초로 결정됐다. 남원에서도 학생 수 감소로 존폐 위기에 몰린 농촌 작은 학교 통합이 추진되고 있다. 공간적 범위가 훨씬 넓어졌다. 대상 학교는 대강중, 수지중, 금지중, 송동중으로 학교명과 같은 이름의 4개 면 지역에 딱 하나씩만 있는 중학교들이다. 이 중 수지중학교는 당장 운영이 어려워지면서 먼저 송동중학교에 통합됐다. 인접한 2개 학교가 통합한 후에도 비슷한 상황이 되풀이돼 재통합을 추진해야 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는 만큼 권역을 넓혀 ‘거점형 학교’를 조성, 육성하겠다는 게 교육청의 방침이다.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학교의 위기는 농어촌만의 문제가 아니다. 신도시로의 인구이탈이 계속되는 원도심지역 학교도 처지가 농촌 학교와 별반 다르지 않다. 도심 작은 학교로 전락한 전주 완산초와 곤지중은 지난해 하나로 합쳐 초‧중 통합 운영 학교가 됐다. 전주지역 중학교의 경우 학교 간 불균형도 심각한 문제다. 교육청이 학생들의 학교 선택권을 강화한다는 명분으로 선호도가 낮은 학교의 학급 수를 줄이고, 지원자가 많은 선호 학교의 학급 수를 지속적으로 늘려왔기 때문이다. 여기에 에코시티와 혁신도시 등 택지개발지구에서 과대‧과밀학교가 속출해 원도심 학교와 극명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 작은 학교 통폐합 문제는 1980년대 이후 줄곧 우리 사회의 ‘뜨거운 감자’였다. 학교 통폐합이 지역공동체 붕괴를 부추길 수 있다고 우려했지만, 학교와 상관없이 지방도시는 소멸 위기를 맞았다. 이제 학교를 넘어 지역 소멸을 먼저 걱정해야 할 판이다. 교육환경이 급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뚜렷한 대안도 없이 작은 학교 통폐합을 금기어로 내세운다면 이렇다 할 처방조차 내놓지 못한 채 ‘출구 없는 소멸’로 갈 수도 있다. 인구절벽 시대, ‘학교의 위기’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대한민국 수도 서울에서도 학생 수 감소로 인한 폐교를 피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렇다고 농어촌과 원도심지역의 작은 학교 통폐합에만 집중해서는 안 될 일이다. 지역의 교육여건을 다각도로 검토해 학교 재배치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학교 운영 자체가 어려워져 어쩔 수 없이 서둘러 통폐합을 추진하기보다는 지역의 모든 학교를 폭넓게, 멀리 보면서 학교 재배치 방안을 미리 검토해야 한다. 지역 내 학교 불균형 문제와 지역공동체의 지속성도 함께 고려해야 할 것이다. 일찌감치 예고된 ‘학교의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지역사회 공론화 절차를 지금 시작해야 한다. 숱한 논란과 날선 공방이 불가피할 것이다. 그렇다고 애써 피하거나 배척할 일이 아니다. 우리 아이들의 미래, 소멸 위기를 맞은 지역공동체의 미래를 위해서다. 이제 교육청과 지자체, 학교‧학부모‧지역주민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학교 재배치와 폐교 활용 방안 등을 차근차근 논의해야 할 때다. / 김종표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종표
  • 2024.04.23 10:19

군산항, 쌀의 기억

반세기 전만 해도 보릿고개라 불리며 끼니를 걱정해야 했던 계절, 군산항에 쌀이 무더기로 쌓였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 17일 군산항에서 ‘FAC(식량원조협약) 쌀 10만톤 원조 출항기념식’을 열었다. 우선 1만5000톤의 쌀을 실은 화물선이 다음달 3일 군산항에서 방글라데시로 출항한다. 빛바랜 흑백사진으로 남아있는 100년 전 군산항의 모습이 오버랩된다. 군산항은 일제강점기 한반도 쌀 수탈의 본거지였다. 곡창 호남평야에서 생산된 양질의 쌀을 반출하던 통로였다. 이 항구의 야적장에 일본으로 반출될 쌀가마니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모습의 옛 사진은 수탈의 아픈 역사를 대변하는 생생한 기록물로 남아 있다. 특히 1926년 일제가 군산항 제3차 축항 기공을 기념해 쌀 800가마니로 거대하게 쌓아 올린 쌀탑 사진은 아직까지도 분노를 유발한다. 하늘 높이 치솟은 쌀탑의 높이 만큼 우리 농민들의 피눈물과 원성이 쌓였을 것이다. 그리고 100년 후, 식량 수탈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군산항에 다시 쌀포대가 쌓였다. 물론 상황은 그때와 많이 달라졌다. 수탈과 착취의 통로가 이제 나눔과 원조의 출구가 됐다. 우리나라는 지난 2018년 유엔 식량원조협약에 가입해 매년 5개국에 쌀 5만톤을 지원해왔다. 그리고 올해부터는 그 규모를 두 배로 늘려 11개국에 쌀 10만톤을 지원하기로 했다. 대형 화물선에 무더기로 실려 나가는 우리 쌀을 바라보는 농민들은 여러 갈래의 생각이 들 것이다. ‘남아도는 쌀이 너무 많아 해외 식량원조 규모를 늘렸을 것’이라는 판단에서 마음이 복잡할 수도 있다. 우리 정부가 개발도상국에 식량을 지원하기로 한 것은 ‘쌀 공급과잉’ 해소 방안의 일환이다. 실제 정부가 2017년 발표한 ‘중장기 쌀 수급안정 보완대책’에 ‘식량원조협약(FAC) 가입을 통한 쌀 해외원조’ 방안이 포함됐다. 그러니 올해 해외원조 규모를 대폭 늘린 것은 남아도는 쌀이 더 늘어난 것도 하나의 이유일 것이다. 대규모 해외 식량원조를 통해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나라의 달라진 위상을 재확인할 수 있었다. 동시에 우리 쌀과 농업의 위상 변화도 다시 확인해야 했다. 민족의 목숨줄이었던 쌀이 어느 순간 공급과잉으로 바뀌면서 가격 폭락을 불렀고, 이는 곧 농업‧농촌의 위기로 이어지고 있다. 기후위기 시대, 식량안보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식량이 무기가 되는 시대다. ‘농촌 없는 도시, 농업 없는 국가’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대로라면 지방소멸의 비극은 농촌에서 시작될 게 뻔하다. 이 ‘상실의 땅’에 희망의 씨앗을 뿌리기 위해 정부와 관련 기관‧단체가 쌀 소비 확대 방안을 찾고 있지만 여의치 않다. 해외 식량원조는 여러 면에서 큰 의미가 있다. 식량원조 규모를 늘렸다고 홍보하면서 은근히 국가 자부심을 기대하기보다는 농촌 소멸, 국가 소멸을 부를 수 있는 ‘쌀의 위기’ 해소 방안부터 찾아야 할 것이다. / 김종표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종표
  • 2024.04.22 15:30

성실실패자 재기지원이 필요한 이유

사람은 누구나 넘어질 수 있다. 사업도 마찬가지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발명가 토마스 에디슨(Thomas Alva Edison)도 많은 실패를 겪었고, 대량생산으로 인류에게 마이카 시대를 열어준 헨리 포드(Henry Ford)도 첫 창업에 실패한 후 재창업을 통해 성공했음은 잘 알려진 이야기다. 고교동창 친구의 20년전 이야기다. 대기업에 입사하여 10여년 근무하다 퇴직한 후 창업하였지만 실패하여 빈털터리가 되었다. 사업에 실패하니 궁핍을 면하기 어려웠고 가정도 파탄이 났다. 어느 날 그 친구가 찾아왔다. 제2금융권 대출 400만 원을 갚지 못해 신용불량자가 되어 금융거래가 중단되었고, 이로 인해 아무런 경제활동을 할 수 없다며 도움을 청하였다. 나는 어떻게 도울 것인지 고민하였다. 우선 친구를 재기시키기 위해서는 신용을 회복시키는 것이 급선무라 생각했다. 십시일반 주변의 도움으로 자금을 마련하여 빚을 상환하고 신용회복 절차에 착수하였다. 3개월 간의 신용회복과정을 마친 후 신용보증기금의 소액보증지원제도를 안내하였다. 친구는 신보를 통해 지원받은 소액보증대출을 종자돈(seed money)으로 수산물 공급업체를 차렸다. 그는 실패를 교훈삼아 치밀한 계획을 세우고 열심히 일했다. 그 결과 지금은 매출액 60억원에 이르는 알짜 회사의 대표가 되었다. 가정의 평화와 행복도 되찾았다. 40여년의 공직생활 중 가장 보람을 느꼈던 그 일. 나는 친구가 실패의 아픔을 딛고 다시 일어서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공공기관이 왜 성실실패자의 재기 지원에 앞장서야 하는지 절실히 깨닫게 되었다. 고심 끝에 창업한 자영업자나 소상공인들은 대부분 성실하게 사업을 하고 있다. 하지만 고금리, 고물가, 불경기의 어려운 환경과 빠른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한 번의 실패로 인생이 회복할 수 없는 나락으로 떨어지는 경우도 허다하다. 실패는 이제 더 이상 족쇄가 되어서는 안된다. 우리 사회의 발전을 위한 소중한 자산이자 동력이 되어야 한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일반 창업기업의 5년 생존율은 29.2%이지만 재창업기업의 5년 생존율은 73.3%나 된다. 한번 넘어져 본 사업가의 성공확률이 2.5배나 높은 것이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우리 속담이 실제로 입증되는 사례가 아닌가? 전북신용보증재단은 성실실패자 재기 지원 업무를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여기서 성실실패자라 함은 현재 재산이 전혀 없고 전차 사업 시에도 재산도피와 같은 도덕적 해이가 없었던 자를 의미한다. 채무감면·채권소각 등을 통해 신용규제의 멍에를 벗겨주고, 정책자금 및 경영컨설팅을 함께 지원하여 재창업을 유도함으로써 그들이 조속히 경제활동에 복귀할 수 있도록 도울 예정이다. 작년에 성실실패자 940명을 대상으로 133억원의 채권을 소각하였고 올해도 1,400명을 대상으로 200억원을 소각하여 그들의 새출발을 뒷받침할 예정이다. 당서(唐書)의 배도전(裵度傳)에 한번 이기고 지는 일은 병가상사(一勝一敗 兵家常事)라는 말이 나온다. 아마존 창업자인 제프 베이조스(Jeff Bezos)도 "실패와 혁신은 쌍둥이다"라고 했다. 그 만큼 실패와 성공은 가까이에 있다. 실패한 사업가도 우리 이웃이자 동료이며 형제자매임을 기억하자. 재도전이 가능한 경제 생태계를 조성하는 일. 우리 공공기관이 앞장서야 하는 이유는 이것으로 충분하지 않은가? /한종관 (전북신용보증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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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4.22 15:28

전통한지 연구는 표류하고 있다

국립산림과학원이 그동안 한지에 대해 연구한 내용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한지의 원료가 되는 닥나무에 대한 기본 연구조차 하지 않으면서 전통한지 제지 기술에 대한 연구에만 집중하고 있다. 연구 내용은 학문 발전과 관계가 멀고 심지어 연구 윤리까지 심대하게 훼손하고 있어 연구자들로부터 질타의 대상이 되고 있다. 확인해보니 실상은 이러하다. 먼저 태지를 재현했다. 연구자들은 연구에 앞서 선행 연구자 J교수를 만났고 그를 통해 태지에 대한 연구 내용을 자문 받았다. 서지학자 J교수는 1991년 연구 논문을 통해 태지의 역사와 더불어 원료가 되는 해캄의 존재에 대해 규명했다. 그럼에도 산림과학원 연구 보고서에는 단 한 줄도 선행 연구자의 논문을 인용하지 않았고 심지어 참고 문헌에서조차 누락하였다. 그러면서 그들은 한국 최초로 태지의 원료가 해캄이었음을 밝혔다고 하면서 100년 전에 사라진 태지를 복원하는데 성공했다고 대대적으로 연구 업적을 부풀려 홍보하는데 열을 올렸다. 언론은 이들의 거짓 정보에 발을 맞추듯 자체 검증 없이 복사 보도했다. 100년만에 재현에 성공했다는 태지는 지금도 한지 공장에서 생산하고 있으며 인사동에서 얼마든지 살 수 있다. 다음 시지를 재현했다고 주장한다. 조선시대 과거 시험 답안지는 응시자가 준비한다. 이 종이는 크기와 품질이 규격에 맞아야 한다. 일반적으로 시지는 두껍고 질이 좋으며 표면이 매끄럽다. 조선시대에 시지는 과거 시험이 폐지된 1894년까지 생산되었다. 산림과학원은 이 종이가 어떻게 만들었는지 알려진 바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1933년 다트헌터가 은평(지금의 신영동)에서 장판지 뜨는 광경의 사진을 유일한 근거자료로 제시하고 있다. 또 세검정 장판지 기술이 의령의 장판지 기술과 출발이 다름에도 억지로 연결시켜 마치 의령식 장판지 제지기술이 시지 기술인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 산림 과학원은 사진을 오독했고 사실을 심대하게 왜곡했다. 그들이 재현한 것은 1970년대 의령지방을 중심으로 발달한 장판지였을 뿐 시지는 아니었다. 시지와 장판지는 재료와 초지법이 다르고 제조 공정이 다르다. 특히 시지는 인쇄 적합성에서 매우 우수한 종이로 장판지와 완전히 다른 종이이다. 세 번째 감지를 재현했다. 감지는 쪽물을 들여 완성하는 종이이다. 이 감청색 염색지는 고려 조선시대에 주로 불교 경전을 사경하거나 변상도를 그리는데 사용해 왔다. 지금까지 짙은 청색의 감지를 재현하는 것은 불가능한 영역이고 연구의 대상이다. 감지는 완성된 한지에 염색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우선 종이의 섬유가 강한 잿물 성분을 감당하지 못하여 내절강도나 인장강도가 현저히 약화된다. 감지 재현에 성공했다고 주장하는 상황을 보면 재현 과정이나 절차 그리고 완성도에 문제가 많다. 더 이해하기 어려운 사실은 감지를 재현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이 용역에 참여하여 자신이 이미 완성한 기술을 복수로 이용하여 프로젝트를 진행하였다는 점이다. 이런 일은 학자로서 해서는 안 될 일이다. 학문 연구는 자료와 사실을 바탕으로 과학적으로 접근해야한다. 연구 성과는 결론에 이르게 된 과정과 앞으로 해결해야 할 연구 과제 등에 이르기까지 서술해야 한다. 그럼에도 산림과학원 한지 연구자들은 연구 성과를 훔치고 왜곡했다. 그리고 역사적 사실조차 곡해했고 기 발표한 연구조차 중복 수행했다. 거짓과 속임수에 국민을 속이고 있다. 국가기관의 연구자의 연구윤리가 이정도면 도려내야 하는 것 아닌가? /김호석 수묵화가·전 한국전통문화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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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4.22 15:28

공자(孔子)의 소망을 실천하는 제22대 국회를 바라며...

이제 용광로보다 더 뜨거웠고 치열했던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끝났다. 여전히 정치판은 혼란스럽고 여소야대의 정국이지만, 국민들은 다시금 새로운 국회를 바라보며 새희망을 품어본다. 43.6%에 달하는 초선의원들은 지금까지 살아온 삶의 궤적과는 다른 새로운 위치에서 임기를 맞이할 것이다. 국회의원은 개개인이 입법기관으로써 평천하(平天下)를 통해 국민의 안위와 복리를 증대시키는 사명과 역할을 하는 대표적 핵심권력이다. 그렇다면 새로운 국회에 걸맞는 진정한 국민복리는 무엇을 지향해야할까? 공자와 그의 제자들의 어록을 엮은 경전인 『논어(論語)』「공야장(公冶長)」을 통해 그 해법을 찾아보자. 어느 날 공자께서 제자들과 함께 토론을 하고 있었다. 마침 그 자리에는 제자들 중 가장 나이가 많았던 자로(子路)와 공자의 가장 촉망받던 제자인 안회(顔回)가 있었다. 공자가 먼저 물었다. “자네들의 소망하는 바를 각자 말해 보지 않겠느냐.”고 대화를 시작했다. 그러자 자로가 먼저 “제가 타고 다니는 수레와 의복 등을 벗들과 같이 쓰다가 망가지거나 헤져도 아깝지 않을 교제를 해보고 싶습니다.”고 대답했다. 다음은 안회가 답한다. “능력이 있다고 자랑하지 않으며, 공로가 있다고 과장하지 않기를 원합니다.”고 말했다. 이어서 자로가 선생님께서 소망하는 바가 무엇인가를 물었다. 그러자 공자가 대답하길, “노인들을 편안하게 해주고, 벗들이 서로 믿게 하며, 젊은이들을 잘 보살펴 주고 싶다.”고 말한다. 이를 다산 정약용이 풀이하길 “봉양하여 편안하게 해드리고(安之以養), 믿음으로써 신뢰하게 하고(信之以信), 애정으로써 품어준다(懷之以愛)”고 공자의 뜻을 재해석한다.(『논어고금주(論語古今注)』, 1813년) 범부의 입장에서 바라보면, 개인의 소유물을 사유화하지 않고 남과 더불어 공유하면서도 전혀 아까워하지 않겠다는 자로의 베품의 미덕도 대단하고, 능력이 출중함에도 자신의 능력을 자랑하지 않고, 많은 공적을 이룩했음에도 그 공적을 과시하지 않겠다는 안회의 겸손함 또한 숭고하다. 하지만 평천하 할 수 있는 성인(聖人)의 도를 지향하는 공자의 뜻이 가장 포괄적이면서도 보편타당한 가치와 불변의 진리가 아닌가 싶다. 평천하(平天下)는 평화롭고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 이에 대해 다산 정약용은 그 도리는 따로 있지 않고, 인간 삶 속의 윤리 근간인 효(孝)·제(弟)·자(慈)의 삼덕(三德)을 통해 가능하다고 보았다. 즉 효(孝)란 부모는 물론 임금을 포함한 모든 연장자에 대한 예의로 인간관계의 뿌리 역할을 한다고 했으며, 제(弟)는 친구, 형제, 동료 등 수평적 관계의 우애로 신의를 중시 여겼다. 자(慈)는 윗사람이 아랫사람에 대한 자애 또는 외로운 이를 구휼히 여기는(恤孤) 것이라 보았고 이를 통해 평천하를 이룬다고 보았다. 이러한 공자의 소망을 현세에 적용하면, 기본적으로 인간이 인간다운 구실을 할 수 있도록 사회적 분위기와 토대를 형성해 나가면서 100세 시대에 걸맞는 복지정책을 제대로 세우고, 세대간·지역간·계층간·성별간 갈등을 아우르는 신뢰 사회를 구축하고, 청년들이 편안하게 일할 수 있는 터전을 만들기 위해 온전히 헌신하는 자만이 국회의원이라는 막중한 자리를 자각한 이요, 이것이 조만간 개원할 제22대 국회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진정한 바람이자, 국민복리임을 다시금 고전을 빌어 되새겨본다. /김도영 (재)한국전통문화전당 원장∙문화재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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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4.22 15:28

전북경찰, 대학가 방범 특단대책 세워라

비교적 치안 안전지대인 전북에서 최근들어 대학가 주변에서 크고작은 사건사고가 발생,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혼자사는 여성들이 두려움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아 전북경찰이 대학가 방범 활동에 더 치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대학가 주변 원룸촌을 중심으로 창문열림 방지 장치 설치나 전기충격기·호신용 호루라기 구매, 홈 카메라 설치 등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한다. 그만큼 불안감이 엄습하고 있다는 얘기다. 얼마전 전북 전주에서 여성 2명을 대상으로 한 강력범죄 사건이 발생하자 전북특별자치도 자치경찰위원회가 '업무지휘 2호'를 의결한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핵심은 순찰망 구축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서인데 한편으론 전북 자경위와 전북경찰청의 권한 문제에 대한 논란이 일기도 했다. 지난 10일 새벽 3시 30분과 오전 4시 두 차례에 걸쳐 전주시 덕진구 금암동 인근에서 성범죄 목적으로 여성 2명을 각각 폭행해 살해하려 한 혐의를 받는 A(28)씨가 구속된 바 있다. 이에 전북 자경위는 '야간·심야시간대 순찰강화'를 골자로 한 업무지휘 2호를 심의·의결했다. 전북경찰청 기동순찰대를 활용해 야간·심야시간 순찰 강화로 지역 치안을 안정시키는게 핵심이다. 이번 사안은 대학가 주변 강력범죄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음을 반증하는 대표적 사례다. 그런데 기동순찰대가 본래 취지를 살려 제대로 운영되려면 직원들의 새벽 근무가 수반돼야 한다. 물론, 초과수당 지급의 어려움으로 주간에만 운영되고 있는게 엄연한 현실이다. 별개 사안이지만 전주시에서 실종된지 무려 18년이나 지났으나 생사조차 알 수 없는 그야말로 의문투성이인 여대생 실종사건이 부모의 기자회견을 계기로 최근 다시 사회적 관심사로 떠오른 바 있다. 전북대학교 수의학과생 이윤희 씨(당시 29세) 사건이다. 그는 지난 2006년 6월 종강 총회 후 실종됐는데 당시 주변에는 CCTV가 없었고 새벽 시간이기에 목격자도 없었다. 경찰은 윤희 씨가 거주하던 원룸 부근인 전북대학교와 전북대학교병원, 전주 덕진동 건지산 일대 야산, 폐가 및 공사 중단 건축 현장, 기도원 등 숙식이 가능한 합숙 시설 등을 대대적으로 수색했지만 윤희 씨의 행방을 찾지 못했다.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최근 사회적 이슈로 부각된 이들 대학가 치안 문제에 대해 전북경찰청이 더 성의있고 실효성 있는 대책을 바로 추진할 것을 강력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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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4.04.22 14:45

태권도, 국가무형유산 지정 너무 늦다

한국의 국기(國技)인 태권도의 국가무형유산 지정이 재추진되고 있다. 문화재청이 지자체의 추천을 받아 태권도 등 올해 8개 종목을 대상으로 국가무형문화재 신규 종목 지정을 위한 조사를 벌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태권도가 아직도 국가무형유산에 올라가 있지 않다는 게 이상할 정도다. 태권도는 우리나라의 대표적 전통무예로 역사성과 탁월한 보편성을 고루 갖춘 무형유산이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빈틈없는 준비로 반드시 국가무형유산에 등재되었으면 한다. 나아가 다음 단계로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에도 등재되길 바란다. 이와 관련해 전북특별자치도의회가 태권도의 국가무형유산 지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지난 19일 열린 제408회 임시회 본회의에서 ‘국기 태권도, 국가무형유산 지정 촉구 건의안’이 발의돼 이를 만장일치로 채택한 것이다. 태권도는 2019년 국가무형문화재 신규 종목 지정 조사 대상에 포함돼긴 했으나 최종 인정되지는 못했다. 태권도의 국내외적인 위상과 가치에도 불구하고 현재 태권도는 2016년 전북특별자치도 무형유산으로 지정되어 있을 뿐이다. 하지만 태권도는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 키워드 중 하나로 한류문화의 원조격이다. 1959년 국군태권도시범단의 해외파견을 기점으로 정부와 민간에서 태권도 사범을 전 세계에 파견해 4000여명 이상이 민간 외교 및 홍보대사로 활동하고 있다. 213개국 1억5000만 명 이상이 수련하는 세계적인 무예 종목이다. 올림픽에서도 지난 2000년 시드니올림픽 정식 종목 채택 이후 2028년 LA올림픽까지 8회 연속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되었다. 스포츠 분야에서 우리나라 국위 선양에 크게 기여하는 전무후무한 사례다. 뿐만 아니라 태권도는 ‘태권도 진흥 및 태권도공원 조성 등에 관한 법률’ 제3조의2에 ‘대한민국 국기는 태권도로 한다’고 명시돼 있다. 특히 전북은 태권도원이 있어 태권도 성지로서의 역할이 기대되는 곳이다. 무주군 설천면에 위치한 태권도원은 서울올림픽경기장의 10배가 넘는 규모로 2475억원을 들여 2014년 개장했다. 국기원 등이 입주하지 않아 아쉽긴 하나 세계 태권도 종주국의 위상을 높이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올해는 태권도가 전문가 및 무형문화재위원회 검토 등을 거쳐 반드시 국가무형유산으로 지정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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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4.04.22 12:32

‘역대 최악’ 오명 21대 국회, '국립의전원법' 통과로 유종의 미를 거두길 바란다!

세상만사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도 있지만, 시작을 잘하는 것보다 끝을 잘 맺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21대 국회가 4년의 임기를 거의 다 채우고 이제 한 달 남짓 남았다. 임기 동안 무엇을 했고 남은 기간 동안 무엇을 더 해야 할지 점검하고 마무리를 준비해야 할 시점이다. 제21대 국회에서 여당과 야당은 서로를 악마화하면서 사사건건 대립했다. 국회를 통과한 법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휴지조각이 되기 일쑤였다. 입법과 행정은 물과 기름처럼 겉돌면서 서로 책임전가에 급급했다. 때문에 21대 국회는 ‘역대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21대 국회가 ‘역대 최악’이라는 오명을 벗고 유종의 미를 거두는 방법은 국가의 미래를 위한 법안들과 상임위를 통과한 민생법안들을 회기 내에 처리하는 것이다. 현재 정치권에는 정치개혁과 연금개혁 관련 법안을 회기 내에 처리하자는 움직임이 있다. 김진표 의장이 발의한 선거법, 개헌절차법, 국회법 등 3대 정치개혁 관련 법안과 연금개혁 공론화위원회 등을 통해 논의 중인 연금개혁이 그것이다. 정치개혁은 국가의 정치발전을 위해서, 연금개혁은 미래세대를 위한 지속가능한 연금제도를 위해서 반드시 손봐야 할 중요한 의제들이다. 조만간 여야 원내대표들은 앞에 언급한 굵직한 법안들 외에 임기 내에 처리해야 할 법안들을 추릴 것이다. 그 대상은 쉽게 합의 가능한 쟁점 없는 법안들이 될 것이다. 여기에 국립의전원법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 2020년 더불어민주당 김성주 의원이 대표발의한 국립의전원법은 정부·여당의 반대로 4년 동안 논의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다행히도 지난해 관련 상임위를 통과하고 법사위와 본회의라는 마지막 관문만 남겨두고 있다.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것은 의대정원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느닷없이 5년간 매년 의대정원 2,000명 증원계획을 발표하여 의사파업을 초래했다. 의대정원 증원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것은 의료인력의 수급에 대한 윤석열 정부의 무지 또는 외면 탓이다. 국립의전원은 필수의료와 지역의 의사 부족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국립의전원은 일종의 의료사관학교로서 정부기관에 근무할 우수한 의무직공무원을 양성하는 기관이다. 때문에 국립의전원을 설치하면, 의대정원 늘리지 않거나 의료계와 합의 가능한 최소한의 증원만 하고도, 필수의료와 지역 의사인력을 배출할 수 있다. 의료계가 반대할 이유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국립의전원을 설치하면 의대정원 문제가 쉽게 해결될 수 있다. 이 어찌 ‘마당 쓸고 돈 줍고 도랑치고 가재 잡는’ 상책이 아니겠는가. 만시지탄이지만 정부는 이제라도 국립의전원 설치에 적극 나서야 한다. 남원 국립의전원은 2018년에 정부가 약속한 이래, 부지 매입, 교육부 심사 등 모든 절차가 완료된 상태다. 법안만 통과되면 일사천리로 진행할 준비가 되어있다. 21대 국회는 오직 대한민국의 발전과 국민 건강에 기여하겠다는 마음으로 국립의전원법을 반드시 통과시켜 유종의 미를 거두기 바란다. /김원종 남원공공의대추진시민연대 공동대표 (전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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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4.21 18:56

전북몫 챙기기로 답해야

도민들이 총선 때 민주당 후보 10명한테 전폭적인 지지를 보낸 이유를 당선자들이 잘 헤아려야 한다. 지난 2년간 윤석열 정권이 집권하면서 국민 정서와 동떨어지게 국정을 잘못 운영해 민생을 도탄에 빠지게 한 것에 대한 강한 책임 추궁이었다. 못살겠다고 갈아치워야 하는 심판론이 주류를 이뤄 민주당이 압승했다. 민주당이 잘해서 표를 찍은 게 아니고 윤석열 정권이 워낙 잘못했기 때문에 민주당한테 몰표를 안겼다. 축하를 한 몸에 받은 당선자들이 환골탈태해야 할 것이다. 10명의 의원 중 다시 당선된 6명도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지만 21대 같이 안일하게 의정활동을 하면 큰코 다칠 것이다. 그들은 중앙정치 무대에서 야당 의원으로서 제 역할을 못하고 뚜렷한 성과를 못 내 존재감을 확보하지 못했다. 국회의원은 선수(選數)가 무게감으로 작용하지만 초선이라도 똑똑하면 얼마든지 이름을 날릴 수 있다. 재선 정도면 민주당 내에서 최고위원에 도전하는 배짱을 보여줬어야 했다. 전반적으로 전북 의원들의 성향이 온순한 편이다. 해병대 채상병 사건과 같은 것을 따지고 물고 늘어지는 근성이 있었어야 했는데 모두가 방기했던 것은 잘못이었다. 어찌 보면 야당의원 기질은 오간데 없고 월급 받는 샐러리맨처럼 돼버렸다. 면책특권의 그늘 속에 숨어 알게 모르게 자신이 누릴 수 있는 권한은 모두 다 챙겨서 누렸다. 우리 사회에서 국회의원만큼 좋은 직업은 없다. 공천받으려고 최소 6개월만 노력해서 공천만 받으면 당선은 떼논 당상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3년 6개월 정도는 목에다 힘주고 누릴 것 다 누리는 자리다. 하지만 예전과 달리 국회도 주변 환경이 달라져 전문성 없는 의원은 성과 내기가 힘들어졌다. 여소야대 정국에서 다수의 힘으로 밀어부쳐 얻어낼 수 있는 것도 있겠지만 민생과 관련한 입법은 디테일한 부분이 많아 전문성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친명 충성도 하나만 갖고 여의도를 왔다 갔다 하면 안 된다. 상임위에서 송곳 질문 잘하기로 소문난 의원은 장관부터 의식하고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기 때문에 국가 예산 확보하는 것도 한결 수월할 수 있다. 이제부터 당선자들은 항상 전북 몫 챙기기를 금과옥조로 삼아야 한다. 지역구 관리를 원활하게 하려고 농해수위 등 특정 상위에 몇 명씩 쏠리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전북의원 팀장 역할을 하겠다고 5선의 정동영 당선자가 팔을 걷어부치고 나섰기 때문에 전북 정치의 존재감 강화를 위해 다른 당선자들도 원팀으로 힘을 모아야 한다. 앞으로 당선자들은 검은 유혹으로부터 구린내 나는 일이 없도록 뒷태 관리를 잘해야 한다. 돈봉투 의혹에 연루돼 있거나 항상 검찰 캐비넷에 자료가 보관, 언제든지 꺼내들면 사건화가 될 수 있어서도 안된다. 항상 손이 깨끗해야 차가운 머리로 소신있게 의정활동을 할 수 있다. 지금부터는 당선자들이 말보단 성과로 답해야 한다. 전북경제가 전국 꼴찌라서 전북 몫을 챙겨오기 위해 다시 신발끈을 졸라메고 뛰어야 한다. 냉온탕을 두루 경험한 중진 정동영 이춘석 당선자가 초반부터 전북 정치권을 잘 이끌어야 한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 오피니언
  • 백성일
  • 2024.04.21 17:27

잇단 노동자 사망, 언제까지 불안해야 하나

전북지역 산업현장에서 노동자들의 사망사고가 잇달고 있다. 사업자와 노동자의 경각심 부족과 안전 불감증이 빚어낸 결과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지 2년이 넘고, 지난 1월 27일부터 50인 미만 5인 이상 사업장으로 확대 적용되고 있으나 사망사고는 줄지 않고 있는 것이다. 정부와 지자체는 이들 사업장에 다양한 산업안전 관련 지원과 함께 교육, 지도감독 등을 강화해 사망사고를 미연에 방지했으면 한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주까지 전국에서 발생한 산업재해 사망자는 151명으로 집계됐다. 이 중 전북에서 발생한 사망자는 11명으로 전체의 7%에 달한다. 지역별로는 군산 4건, 익산 3건, 전주 2건, 정읍 1건, 임실 1건 등이다. 전북지역 근로자는 전국 2900만명의 3% 수준인 101만명으로 노동자 대비 2배에 달하는 셈이다. 그리고 최근 3년간(2021년~2023년) 발생한 전북지역 산업재해 사망자는 75명으로 매년 평균 25명이 목숨을 잃었다. 노동 현장에서 이러한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해 제정된 법이 중대재해처벌법이다. 당초 이법은 2018년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로 일하던 24살 김용균씨가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숨진 사고가 제정 배경이었다. 산업재해에 대한 원청의 책임을 강화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고, 경영책임자에게 사업장의 안전 확보 의무를 지운 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된 것이다. 하지만 이 법은 중소업체들의 열악한 상황을 고려해 50인 이상, 50억 이상 사업장에만 적용되다 올해부터 근로기준법 적용 대상인 5인 이상으로 확대됐다. 이를 둘러싸고 논란이 많았으나 결국 노동자들의 생명과 안전이 우선이라는데 뜻이 모아진 것이다. 그러나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에도 불명예스럽게 우리의 산업재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상위를 놓치지 않고 있다. 특히 중소업체의 상황은 심각하다. 2022년의 경우 산재사망자 874명 중 41.7%인 365명이 5∼49인 사업장이었다. 이는 50인 이상 사업장 사망자 167명의 두배를 넘는다. 이들 사고는 떨어지거나 부딪히거나 끼어서 죽는 재래형 사고에 해당한다. 따라서 정부와 지자체는 사고가 자주 발생하는 중소업체의 산업안전과 컨설팅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전북의 경우는 대부분이 중소업체여서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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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4.04.21 17:25

교권침해 대책, 교육현장 신뢰관계 회복부터

지난해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을 계기로 교권침해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부각했다. 이후 교권과 공교육 회복을 위한 교육부의 대책이 잇따라 나왔다. 하지만 교육현장에서는 여전히 교권침해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교권보호 4법’ 개정을 비롯한 제도 개선, 그리고 교육부와 각 교육청의 ’교권보호 종합대책’ 시행에도 불구하고 교육현장의 변화를 체감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근본 대책이 요구된다. 무엇보다 교사와 학생·학부모 간의 신뢰관계 회복이 우선돼야 한다. 물론 당장 심각한 교권침해를 예방하기 위한 법적·제도적 장치는 필요하다. 하지만 학교현장에서 교육 주체 간의 신뢰가 무너지면 어떠한 법적·제도적 장치도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자녀 교육에 대한 학부모들의 과도한 관심도 교사들을 힘들게 하는 요인이다. 교사를 상대로 무분별하게 민원을 제기하는 일부 학부모들의 몰상식한 행위가 이어지고 있다. 전북특별자치도교육청이 최근 악의적으로 교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한 학부모를 고발했다. 교사의 정당한 교육활동을 방해하는 무분별한 교권침해 행위에 대해서는 엄중한 대처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교육청의 대응은 적절했다. 하지만 이 같은 법적 조치만으로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지금은 교권침해가 이슈가 되면서 학생과 학부모의 도를 넘는 행위가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지만,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상황은 달랐다. 몇몇 교사들이 제자들에게 저지른 충격적인 기행(奇行)이 속속 알려지면서 학창시절의 교실을 기억하고 있던 학부모들은 크게 분노했고, 교직사회는 숨을 죽여야 했다. 당시 교육현장에서 우선적으로 보호하고 확립해야 할 가치는 교권이 아닌 학생인권이었다. 교사들에게 쥐어준 회초리를 빼앗아야 한다는 데 사회적 동의도 있었다. 이렇게 교육현장의 신뢰관계가 처참하게 무너진 데는 분명 교사들의 책임도 있다. 상황이 다시 바뀌었다. 이번엔 교권을 위협하는 학생, 교사에게 갑질하는 학부모들의 행태가 부각되면서 공분을 사고 있다. 학생인권조례 열풍이 불던 때가 2010년대 초반이니 불과 10년 만에 생긴 변화다. 교육의 3주체인 교사와 학생·학부모가 서로의 권리를 침해하는 ‘잠재적 가해자’로 인식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 교권 바로 세우기는 교사와 학생·학부모 간 무너진 신뢰관계를 회복하는 일에서 시작돼야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4.04.21 17:25

생활인구 늘리기, 저출산 위기에서 답을 찾다

저출산과 인구감소를 다룬 보도나 기사가 연일 매체 한 켠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이제 낯선 일이 아니다. 2023년 합계출산율은 0.72명이지만 이미 2023년 4분기 합계출산율이 0.65명을 기록해 인구감소의 속도가 더욱 빨라지고 있다는 내용을 누구나 한번쯤은 접해봤을 것이다. 통계청의 ‘1월 인구동향’을 살펴보면 1월 출생아 수는 2만 1442명으로, 이는 1981년 통계를 작성한 이래 가장 적은 수치다. 아이를 낳지 않는 사회적인 이유들이 여러 가지 있지만, 한편으로는 아이를 낳으면 남부럽지 않게 최상의 관심과 사랑을 주려는 사회적인 분위기 역시 가득하다. ‘텐 포켓(Ten Pockets)’ 트렌드는 모든 가치의 최우선에 아이를 두는 분위기 속에서 탄생했다. 아이는 태어날 때 최소 6개에서 10개 정도의 지갑을 가지고 태어난다는 말이다. 부모 2개와 양가 조부모 4개는 기본이고 삼촌이나 이모들이 추가되면 한 아이를 위해 주저 없이 열리는 지갑이 10개나 된다는 것이다. 이 중에서 주목할 부분이 조부모들이다. 부모나 이모, 삼촌은 아낌없이 지갑은 열어주지만 하루의 대부분을 일터에서 보낼 수밖에 없어서 아이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부족하다. 반면 조부모들은 경력을 위해 더 이상 일에 종속되어 있지 않으면서 경제적인 여유가 있는 세대들이다. 시간적 여유가 있는 조부모들을 조명한 단어로 ‘세대를 건너 뛰는 여행(스킵 제너레이션 여행 skip-generation trip)’이 있다. 가운데의 부모를 건너뛰고 조부모와 손주들이 함께 하는 여행이라는 뜻이다. 부모 입장에서는 조부모가 자녀들과 여행을 가면 안심이 되고 경제적인 부담도 덜 수 있고, 조부모 입장에서는 어여쁜 손주들과 특별한 추억을 쌓으며 정서적인 유대를 강화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다. 우리도 이 부분에 주목해야 한다. 한국관광공사의 관광소비자조사에 따르면 경험하고 싶은 국내 웰니스 관광활동 1위는 휴식을 목적으로 한 한방·자연·숲 방문이었다. 진안군은 이미 홍삼, 산, 호수, 치유숲 등 웰니스 요소들을 두루 갖춘 생태·건강도시다. 하지만 이런 웰니스 여행은 조부모들을 포함한 성인들에게는 만족감을 주지만 아이들에게는 다소 심심한 여행이 될 수도 있다. 아이 친화적인 관광 프로그램을 고안한다면 진안은 한층 젊어진 지역 이미지를 갖게 됨과 동시에 관광경제도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미세먼지, 황사, 가공식품 등의 원인으로 아토피 같은 환경성 질환을 앓는 아이들이 점점 늘어나 주변에서 아토피로 고생하는 아이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아토피는 가려움을 동반해 주위 피부를 상하게 하거나 아이의 집중력을 저하시킬 우려가 있다. 진안군은 아토피를 앓고 있는 아이들을 위한 최적의 치유·교육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진안군은 현재 아토피 안심학교 2개소(조림초, 부귀중)를 중심으로 농촌유학 특화프로그램(치유·힐링) 운영을 지원하고 있다. 조림초 주변으로는 현재 ‘진안고원 치유숲’과 거주시설인 아토피 치유마을이 조성돼 있다. ‘진안고원 치유숲’은 깨끗한 자연환경을 인정받아 환경부가 2012년 국내 최초로 진안군에 설립한 ‘환경성 질환 예방 관리 제1호 시설’으로 ‘전북권 환경성질환 치유센터’가 정식 명칭이다. 이곳에서는 생활습관 전문 의학 연구진과 인문학이 결합된 다양한 맞춤형 치유 프로그램을 경험할 수 있다. 아토피를 앓고 있는 아이뿐만 아니라 부모 등 남녀노소 누구나 방문할 수 있어 ‘치유’도시를 표방하는 진안군의 대표시설로 꼽힌다. 진안군도 저출산과 인구감소의 위기를 피해 갈 수는 없다. 하지만 아이를 위해 언제든 열릴 지갑은 10개나 된다는 ‘텐 포켓’ 트렌드에 주목해 진안군이 보유한 ‘생태·건강’과 ‘치유’라는 이미지를 위기에 적절히 녹여낸다면, 관광인구와 생활인구의 유입으로 지역에 활기를 불어넣는 기회로 삼을 수도 있을 것이다. /전춘성 진안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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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4.21 17:25

역사적 사건의 기념조형물

뉴욕의 ‘자유의 여신상’이나 파리의 ‘에펠탑’은 현장을 가보지 않은 사람이라도 누구나 그 이미지를 떠올릴 수 있다. 두 조형물이 어떻게 조성되었는지는 잘 몰라도 그것이 미국의 독립혁명과 프랑스혁명을 기념하는 조형물이라는 사실쯤은 익히 알고 있다. 두 작품은 세계 10대 걸작 조형물로 평가받기도 한다. 그러나 한국의 대표적인 역사기념 조형물은 무엇일까? 하는 생각에 이르면 선뜻 대답이 쉽지 않다. 광화문의 ‘이순신 장군상’이나 ‘세종대왕상’일까? 아니면 워싱턴에 세워져 있는 한국전쟁 참전기념 조형물이 될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역사적 인물을 영웅으로 기억하기 위한 동상들은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의 도시에 세워져 있다. 역사적 사건을 기념하는 조형물은 혁명이나 건국을 기념하거나 전쟁의 고통을 기억하기 위한 작품으로부터 나치의 유태인 학살을 기억하기 위한 조형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의미로 여러 곳에 세워지고 있다. 국내에도 임진왜란으로부터 독립운동이나 근현대사의 역사적 사건을 기념하는 조형물은 곳곳에 조성되어 있다. 그러나 왜 우리에겐 세계적인 작품이 없을까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이러한 형편에서 최근 정읍과 고창에 각각 세워진 동학농민혁명을 기념하는 조형물은 우리가 주목하기에 충분한 작품이다. 2022년 정읍 황토현에 세워진 ‘불멸-바람길’이라 이름한 작품과 금년 초에 고창군청 앞에 세워진 ‘의(義)의 깃발 아래’라는 작품이 바로 그것이다. 두 작품은 모두 동학농민혁명을 주제로 한 조형물이다. 아울러 두 작품은 정읍시와 고창군이 비슷한 시기에 시, 군민의 성금과 각 지방자치단체의 예산을 들여 세운 공공미술 작품이다. ‘불멸-바람길’은 임영선 작가가 동학농민군의 1, 2차봉기의 행렬도를 전봉준을 중심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그리고 ‘의(義)의 깃발 아래’는 국경오, 강관욱 작가의 협업작품으로 무장기포에 나서는 농민군의 분노와 두려움, 결기와 용기를 표현한 작품으로 역시 전봉준을 앞세웠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전국의 공공미술 작품은 2만 3600여 점에 이른다고 한다. 이 가운데 대부분은 지방자치단체가 발주한 작품이다. 각 지자체가 경쟁적으로 지역 이미지 형상화나 관광객 유치를 목적으로 1년에 1천여 점의 조형물이 세워진다고 한다. 하지만 주목할 만한 작품은 찾아보기 어렵다고 한다. 오히려 최근 많은 지자체에서는 몇억 이상을 들여 세운 조형물이 흉물로 전락하여 철거 논란을 겪고 있거나 작가를 고발하는 등의 사례가 빈번하다고 한다. 우리의 공공미술이 세계적인 수준의 작품은 아니라 할지라도, 국민의 세금으로 조성된 조형물이 철거되어야 하는 원인은 무엇일까? 그 일차적인 문제는 지방자치단체의 공공미술 조성과 관련된 법률에 있다. 이 법은 공공미술 작품을 기업이 생산하여 납품하는 공산품처럼 간주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작가를 기업의 하청업자로 전락시키고 있다. 이러한 여건 속에서 훌륭한 작품을 기대할 수는 없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 그러나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자치단체와 지역주민과 관계 전문가와의 소통과 협력이 필수적이다. 고창군과 정읍시는 이 문제를 적극적인 소통과 협력을 통해 극복하였고 그 결과는 수준 높은 작품으로 완성되었다. 이들 작품을 본 대중들의 반응은 매우 긍정적이다. 아직 평가가 이르기는 하지만, 이 두 작품이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역사기념 조형물로 평가되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신순철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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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4.21 17:24

[기고]Dr. 정(正)의 길

두 눈 하나는 눈앞의 현실을 보고 또 하나는 가려진 진실을 본다 두 귀 하나는 어두운 소리를 듣고 또 하나는 빛나는 소리를 듣는다 두 손 하나는 나를 위해서 쓰고 또 하나는 너를 위해서 쓴다 Dr는 불붙은 몸 가로등으로 섰나니 너와 나의 길 태극이 환하다 이 시대를 선도하고, 고치는 박사에게 바치는 헌시-목천(沐川) △시에 대한 단평 주역에서 일음일양지위도(一陰一陽之謂道)라 하여 음양이 번갈아 되는 것을 도라 한다고 했다. 한편, 태극(太極)이란 말은 우주 만물 근원의 실체로서 하늘과 땅이라거나 역시 음양의 이치를 암유한 말일 것이다. 우주의 실체를 제대로 아는 이 없지만, 추측하여 대칭과 조화의 총체적 섭리라 일컬어 말하고 있을 것이다. 대칭은 반대 개념의 대립만을 뜻한다기보다는, 대척의 지점에 서로 놓임이니, 둘의 사이는 다시 합으로 가는 교응의 첫 단계인 셈이다. 이 시에서도, 눈, 귀, 손으로 인간 체위를 논하여 그 대칭의 상반됨에서 합일로 건너가 정(正)에 귀의함을 강조함이니, 철학적 사유(思惟)를 내포하며, 한편 이 혼돈의 세상을 정의 방향으로 나아가게 하려는 깊은 의도를 담고 있는 주지시로써, 올바른 지성인 또는 시대를 앞서가는 선각자로서 밝은 쪽만 보지 말고, 이면도 샅샅이 보라는 랭보의 견자(見者)로서의 이론도 숨어 있는 셈이다. 그러니까 동시에, 어둠을 밝음으로 영도하라는 메시지인 것이다. 다시 주역에서, 천존지비(天尊地卑)라 하여 하늘과 땅은 위 아래로 존재하나, 천지는 동등하게 교섭하며 그 위에 인간 삶의 세계가 형성된다고 이른다. 이 시에서 ‘가로등’은 매우 상징성을 띤다. 천지운행의 섭리도 마침내, 인간으로 인해 태극의 세계가 구현된다는 암시를 담지한다. 당면한 시대상의 풍자를 철리(哲理)로 풀어낸 지성적 주지시임을 감응하는 바다. 소재호(시인, 문학평론가) △목천 정병렬 시인은 전북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됐다. 중등 영어과 교원(교감)으로 정년을 마쳤고 두리문학회·강천문학회 회장을 지냈다. 다수의 시집을 냈고 전북문학상, 중산문학상, 전북시인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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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4.21 16:10

원팀 정신의 유통기한

국회의원 책무 중 유권자들은 1순위 능력으로 국가 예산 확보를 꼽는다. 물론 입법 활동도 그에 못지 않지만 그래도 가장 핵심이라는 데 이론의 여지가 없다. 지역 발전 프로젝트 또한 이 같은 예산 뒷받침이 전제되지 않으면 말짱 도루묵이 된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사실상 추진 동력이 예산을 통해 나온다는 얘기다. 지난해 악몽 같았던 새만금 예산복원 과정은 이런 메카니즘을 도민들에게 적나라하게 보여준 셈이다. 그무렵 도민 불만이 극에 달했던 국회의원의 존재감과 역량 부족도 결국은 원팀 정신의 훼손에서 비롯됐다는 것을 인식했다. 혼자 싸우면 버겁지만 똘똘 뭉치면 그 어떤 난관도 헤쳐 나갈 수 있다는 세상 이치를 새삼 깨달았다. 이와 관련 정동영 당선인은 22대 국회 상임위 배정을 언급 “초선 의원에 우선권을 주고 재선, 3선, 4선 순으로 결정한다. 저는 다른 분이 먼저 고른 뒤 남은 상임위 중 전북에 도움 되는 곳을 선택할 예정” 이라고 밝혔다. 일단 국회의원들이 원팀 정신에 인식을 같이하고 해법 찾기를 모색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2년 전 국회 상임위 배정 논란을 떠올리면 공감이 가는 대목이다. 당시 도지사 경선 후유증에 따른 의원 갈등이 상임위 쏠림으로 현실화되자 뭇매를 맞았다. 원팀 정신은 고사하고 각자 도생으로 전체 17개 상임위 가운데 6곳에만 몰려 지역 현안 해결에 차질을 빚은 바 있다. 돌이켜 보면, 농림수산위에 안호영, 윤준병, 이원택 의원이 배정됐다. 문화관광위와 산업통산위는 김윤덕, 이용호 의원과 신영대, 정운천 의원이 각각 배치됐다. 이밖에 정무위 김성주, 기획재정위 한병도, 국토교통위 김수흥 의원이 각각 역할을 분담했다. 하지만 나머지 11개 상임위에는 단 한 명도 배치되지 않아 지역 발전보다는 개인 이익에 치우쳤다는 지적이 일었다. 특히 최대 역점 사업인 새만금과 전북특별자치도, 남원 공공의대 등을 다루는 행정안전위, 보건복지위는 아예 관심밖이었다. 의원들도 처음 21대 국회가 시작될 때는 입만 열면 원팀 정신을 외치며 일사불란한 팀웍을 과시했지만 점차 초심을 잃어가며 최약체란 평가를 받았다. 이번 선거에서 희비가 엇갈린 전북 정치권의 상황은 녹록지 않다. 압도적 지지율로 야당 텃밭 이미지가 더욱 강고해진 데다 지역구 의원도 민주당 일색이다. 그나마 정부 여당의 유일한 소통 창구였던 정운천 의원이 낙선함에 따라 당분간 그의 공백을 메우는 게 관건이다. 비례대표 바통을 넘겨 받은 5선 조배숙 당선인의 역할을 기대하는 눈치다. 다행히 당선자들의 면모가 한층 업그레이드 되면서 정치력은 훨씬 강해졌다는 평이다. 도민들 기대 또한 개인 지역구 문제에 집착하기 보다는 원팀 정신에 의해 전북 현안이 해결되고 예산 확보가 되었다는 뉴스를 자주 듣고 싶어 한다. 김영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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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영곤
  • 2024.04.18 18:22

다음 연도에 현역병(징집병)으로 입영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다음 연도(2025년도) ‘현역병 입영일자 본인선택’을 하시면 됩니다. 다음 연도 ‘현역병 입영일자 본인선택’은 올해 3회에 걸쳐 접수할 계획이며 7월, 9월, 12월 중 실시합니다. (지방청별로 접수일정이 다르며, 일정 변경 시 병무청 홈페이지에 공지됨) 신청 대상은 현역병 입영대상자로서 올해 병역판정검사 결과 현역병 입영대상으로 판정받은 2005년생, 재학생·국외 입영연기 중인 사람입니다. 아울러 사회복무요원 소집대상이 현역 복무를 희망하여 처분이 변경된 사람도 신청 가능합니다. 다만, 1997년 12월 31일 이전 출생한 사람과 입영일자 연기가 종료되어 직권으로 입영일자가 결정될 사람 등은 신청 비대상입니다. ‘현역병 입영일자 본인선택’ 시 1~12월의 공석 범위에서 입영일자를 선택하면 입영부대는 전산으로 자동 배정됩니다. 유의하실 점은 선택한 입영일자가 다음의 경우 변경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입영일자 선택 후 전공 또는 자격증 취득으로 적성이 변경될 경우, 선택한 입영일자 및 배정된 부대가 변경될 수 있습니다. 또한 12월에 상근예비역 선발 작업이 이루어짐에 따라 입영일자를 선택한 사람이 상근예비역으로 선발될 경우에도 신청한 입영일자 및 배정된 입영부대가 변경될 수 있습니다. 신청은 병무청 누리집 또는 병무청 앱을 통한 인터넷 신청만 가능합니다. 병무청 누리집(www.mma.go.kr)에서 신청 경로는 ‘병무민원 – 현역·상근입영 ― 현역병입영 본인선택원(다음연도 입영일자 선택) - 본인인증 – 신청)이며, 병무청 앱은 ’로그인 - 본인인증 – 민원서비스 – 현역·상근 – 2025년도 현역병 입영 본인선택(입영일자 신청)‘을 통해 신청하실 수 있습니다. 이외에도 의무자의 병역사항 등에 따라 신청이 제한되거나 기타 특이사항이 있을 수 있으니, 구체적인 상담은 병무민원상담소(1588-9090) 또는 지방병무청 현역입영과로 문의하여 주시면 자세한 안내를 받을 수 있습니다. /전북지방병무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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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4.18 18:22

[금요수필] 나를 불러주는 친절한 나무

동트기 전 맨 먼저 나를 불러주는 친구가 있다. 이른 새벽, 현관문을 나설 때마다 첫사랑 연인을 만날 때처럼 마음이 들떠서 두근거린다. 어둠을 가르며 천변을 천천히 걷는 나를 불러주는 친절한 나무가 있어서다. 가슴을 짓누르는 답답함을 한 꺼풀씩 벗겨주는 버드나무, 반려목이다. 강물이 흐르는 곳에 위태롭게 자란 나무는 그 자리에서 날 불렀다. 세찬 바람이 불 때면 우듬지에서 들렸다. 그 옆엔 잘려 나간 그루터기에서 파릇파릇 싹이 돋아 안타깝지만 예쁘다. 봄을 업고 얼굴을 내민 용기에서 아름다움이 보인다. 발걸음이 느려져도 속삭이는 반려목은 “괜찮아, 힘내”라는 말로 기울어져 가는 나의 어깨를 부둥켜안아 주니까 고맙다. 바람에 휘어진 나무껍질엔 강물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강물 쪽으로 가지들이 늘어져 있는 나무를 나는 사랑할 수밖에 없다. 오직 한결같은 모습에서 고개 한 번 돌리지 않고 행여 강물이 거꾸로 흐르지 않을지 강물만 바라보고 있다. 한결같은 모습에서 신뢰심을 준다. 그래서 사랑한다. 매일 천변을 걸을 때마다 어김없이 손을 흔들어 주는 버들가지. 나의 반려목도 잘려 나가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전주천 개발사업에 또 잘려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유는 벌목 사업이 홍수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고 방송에서 들었기 때문에 불안하다. 강가에 심은 나무들은 비가 오면 빗물을 땅에 머금어 오히려 홍수 피해를 막아준다. 그런데도 뽑혀 나간 나무는 지게차에 잘게 부서진 가지들이 울부짖고 있었다. 잘려진 나무의 생명은 전주천의 산 역사이며 내 발걸음 수를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봄이 파릇파릇 강물을 물들이고 있을 때면 얄미운 뻐꾸기가 울어댈 나무를 찾을 것이다. 갯버들은 뽀얀 털을 가득 달고 강아지 꼬리처럼 살랑살랑 흔든다고 버들강아지라고 부른다. 20여 년 넘게 자란 나무가 베어지면 그 나무에 둥지를 튼 새들은 어디로 갈까? 사람도 쓸모가 없다고 느낄 때 나무처럼 뽑혀 버려질 것이다. 점점 낡아지는 사람과 동행하기 위해 나무의 이름을 기억해 둘 일이다. 그리고 나무의 변화에 관심을 둔다. 사계절 변화와 나무껍질의 변화까지도 기억해 둔다. 생동감이 있는 봄의 모습,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라는 왕성한 성장, 누구에겐가 열매를 나눌 정성이 담긴 나눔의 풍성함은 가을이다. 겨울엔 눈이 가지에 쌓이지 않아도 바라만 보아도 고요함이 있다. 나무껍질을 만지작거리면 나무의 기쁨과 어려움을 감지한다. 나무를 가슴에 품는다. 그냥 지나가면서 먼발치에서 바라만 보는 것이 아니라 변화를 눈으로 인지할 때마다 대화를 나누면 어떨까. 나무가 치유되기보다 내 마음의 아픔이 위로받는다. 살아 있는 생명체인 나무의 왕성한 피톤치드로 나의 고독한 마음을 치유할 거라고 믿는다. 나무의 속마음은 나이테에 켜켜이 새겨져 있을 것이다. 간밤에 술에 취한 젊은이가 발로 등허리를 때렸다든가, 장애 노인이 혼자서 터벅터벅 걷다가 중심을 잃고 쓸어져 겨우 반려목을 붙잡고 일어서서 눈물 자국을 나이테에 새겼을지도 모른다. 비바람과 눈보라에 시달려도 그 자리에서 날 기다려 주는 나무에서 나의 삶은 희망이 싹튼다. 전주천에 반려목인 친구가 있어 행복하다. 초록 잎과 꽃이 세상을 아름답게 유혹할 때 난 웅크렸던 사랑을 애기똥풀에도 나눌 생각이다. △이소애 수필가는 정읍 출생으로 1960년 ‘황토’ 동인으로 문단 활동을 시작했다. 전주문인협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저서로는 <보랏빛 연가> 외 시, 수상 집을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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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4.18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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