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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구가 익을 무렵

순창으로 이발하러 갔다. 목욕탕 안에 이발소가 있다. 이른 아침이라 나이 든 사람들이 많다. 나이가 만들어가는 육체는 움직이는 동작이 불편하고 직립의 거동이 위태위태하다. 육체는 체념하는 중인데 왕년의 일상을 포기하지 못하고 다스리지 못한 몸들은 외롭고 슬프고 짜증나고 성질난다. 이발하고 강천사로 물 받으러 갔다. 몸에 좋다는 이 물을 받아다가 먹은 지 2년쯤 되었다. 이 물을 마시고 건강해지거나 오래 살 생각은 없다. 물이 맛나서 이 물로 아내는 고추장 담고, 나는 봄 여름에 찬물로 마신다. 물 받으러 가는 길은 순창읍 가기 전에 오른쪽으로 낮은 두 고개를 넘어 몇몇 마을들을 지난다. 낮은 산굽이를 돌 때마다 아늑한 들끝 저 멀리 산아래에 마을들이 편안하게 앉아 있다. 낮은 고개 하나를 넘어 들길을 가는데, 저쪽 마을 앞 도로에 초등학교 3학년과 2학년쯤 되어 보이는 여자아이가 멀리서 왼손을 번쩍 들고 길을 건넌다. 내 차 때문에 저런 강한 경고 자세를 취하고 길을 건널 텐데, 그러나 내 차하고는 거리가 멀어도 너무 멀어서 나는 혼자 크게 웃을 뻔했다. 이 길은 차들의 왕래가 아주 뜸한 곳이다. 그래도 아이들은 학교와 집에서 단단히 교육 받은 대로 교통 도덕을 철두철미하게 준수한다. 나도 속도를 아주 줄였다. 길은 건넌 아이들이 상당히 높은 논두렁에 올라서 있다. 그 모습도 웃겼다. 아이들은 분홍색 잠바에다 짧은 치마를 입고 흰 스타킹 차림이다. 둘 다 가방 색까지 같다. 등교 차림이 주위 풍경에 약간 어색해 보였다. 가까이 다가가서 앞뒤를 살핀 후 차를 멈추고 차창을 천천히 열었다. 나는 반갑고 명랑한 표정으로 “얘들아, 안녕!”하며 손을 흔들었다. 절대 그냥 지나칠 수 없는 반가운 풍경이었다. 아이들이 서 있는 논두렁 풀잎에 이슬이 맺혀있다. 아이들이 딛고 지나간 이슬 털린 발자국이 두어 군데 보인다. 아이들 신발에 이슬이 묻어있을 것이다. 언니로 보이는 아이가 나를 향해 고개를 까닥하더니, 팔을 반 쯤 들어 두어 번 손을 흔들고, 동생은 언니 누구야, 하는 표정으로 언니를 올려다본다. “학교 잘 갔다 와“ 나는 다정하고 다감하게 웃으면서 인사를 하고 아이들 앞을 천천히 지나갔다. 가다가 백미러를 들여다보니, 아이들이 내 차를 바라보고 있다. 어떤 영화 장면처럼 차창 밖으로 손을 내밀고 크게 흔들어 주었다. 지난 봄 날 이 길 오른쪽 마을 2층 집 붉은 기와 지붕 위로 살구 꽃이 피어 있는 것을 본 기억이 났다. 아이들이 그 집에 사나? 언젠가 평양에 갔을 때 보았는데, 개선문 부근에 가로수가 살구나무였던 것 같다. 길가에 이발소가 있어서 유리창 너머로 이발 하는 모습이 똑똑히 보였다. 의자에 앉은 사람과 이발사, 이발사가 가위질을 하다가 고개를 살짝 돌려 우리 쪽을 바라보았다. 나는 그 이발사 얼굴을 잊을 수 없다. 그때 가본 북쪽 어느 고원에 흰 감자꽃이 서늘할 때였으니, (이건 어디까지나 내 생각이지만) 아마 살구가 익을 무렵이었는지도 모른다. 갔던 길을 따라 집으로 왔다. 아이들 둘이 논두렁에 서 있던 단정한 모습이 눈에 선하다. 이제 생각해보니, 그 길에서 학교 버스를 기다리는 학생을 처음 만나서 뭔가 그렇게 낯설고 인상적이었는지도 모른다. 도시에서 시골로 이사를 온 지 얼마 안 된 것은 분명해 보였었다. 몇 가지 이런저런 사연의 경우가 생각나기도 했다. 생각이 복잡하지는 않았다. 단정하게 잘 빗어 묶은 아이들의 머리를 보면 엄마 솜씨인 것 같기도 하다. 이상하게도 종일, 살구나무가 있는 가로수 길 평양의 이발소와 북쪽 어느 고원 너른 감자밭가에 서서 희고 고운 감자꽃을 바라보던 서늘한 생각과 논두렁에 낯선 듯 서 있던 아이들의 빈틈없던 모습이 눈에 어른거린다. 아이들의 무표정한 얼굴이 약간 파리하다는, 생각이 났다. 논두렁에 서 있던 아이들과 평양의 거리와 감자꽃은 서로 이어지지 않은 풍경인데도 말이다. 이상하여, 오히려 아주 이상하였다. 그러나 지금 우리에게 분명한 것은, 그 무엇인가 어떤 중요한 어떤 것들을 버려둔 채, 아무 일 없다는 듯 태연하게 살아간다는 생각에, 나는 허전한 어떤 구석이 사라지지 않아 자꾸 허기가 찾아왔다. /김용택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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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5.16 15:57

꼬리에 꼬리를 무는_로컬에서 살아남기 2

이전 칼럼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에서 로컬에서 청년들이 자리 잡기 위해선, 다수가 모여야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개인의 힘보단 소수, 소수보다는 다수의 힘이 크다는 것은 모두 같은 생각을 할 것이다. 그렇다면, 지역에서 같은 뜻을 가진 사람들이 모이고 난 후의 행보는 어떻게 해야 할까? 오늘 글에선 '꼬리의 꼬리를 무는'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말해보려고 한다. 우선 사람이 모이면 ‘뭐’라도 하게 된다. 이때 그 ‘뭐’가 정말 중요하다. 그리고 그 ‘무엇’을 하게 될 때 의미를 담고 잘 해내야 한다. 지금 내가 하는 말이 추상적으로 들릴 수 있다. 예를 들어 설명해 보겠다. 내가 지역에서 처음 하게 된 일의 시작은 지역 커뮤니티에서 만난 분의 소개로 지역 축제 체험 부스를 운영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날의 기록을 블로그에 기록하였다. 그 게시물을 보고, 또 다른 행사 기획자분에게 섭외를 받았다. 매 행사마다 블로그에 글을 올렸다. 그러다 보니 꼬리에 꼬리를 물어 1년에 100회 이상 강연과 체험부스를 운영하게 되었다. 나에게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고, 결과를 좋게 내니 이분 저분 소개를 받아 점차 우리를 불러주는 곳들이 많아졌다. 그리고 이 기회들은 축제 체험 부스 운영뿐만 아니라 대형 기업 강연, 공공기관 강연 및 학교 강연으로 이어졌다. 로컬의 좋은 점은 좋은 것이 있으면 서로 공유하고 추천해 준다는 것이다. 이는 물건 뿐만이 아니라 사람도 마찬가지다. 일 잘하는 사람이 있으면 서로 소개시켜준다. 또한, 일(work)들이 꼬리를 물기 위해선 나름의 전략이 필요하다. 나는 나에게 ‘일을 줄 대상은 누군지, 나를 어떻게 노출시킬 것인지, 만족하는 포인트는 무엇인지,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를 전략적으로 생각했다. 예를 들어 설명해보자. 내가 완주에서 활동하고 있는 악기를 다루는 ‘청년 음악인 A’라고 생각해보자. 예술인 A가 예술 활동을 하면서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예를 들어,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음악 교육을 하는 것으로 정의해보고 그리고 나에게 일을 줄 ‘대상’을 생각해보자. 대부분 일반인 교육생을 생각할 것 같다. 하지만 일반인 교육생뿐만 아니라 문화 예술 재단이나 기관에서 진행하는 사업에 참여하는 방법도 있다. 그렇다면 이들 눈에 띄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나라면, 우선 나의 포트폴리오를 만들고, 내가 연주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찍어 sns에 올릴 것 같다. 그리고 해시태그를 사용해(#완주음악강사 #전주바이올린) 그들의 눈에 빠르게 띄도록 온라인 PR을 할 것이다. 그리고 과정을 전부 온라인에 아카이빙하고 교육 과정 동안 교육생과 기관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세밀하게 관찰할 것이다. 그리고 나의 부족한 점을 보완하고 이들의 만족도를 높일 것이다. 그러다 보면 일은 꼬리를 물고 들어올 것이다. 어쩌면 내가 너무 당연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당연한 것들을 제대로 하지 못해 지역에서 정착하지 못하고, 지역을 떠나거나 예술을 그만두는 예술인들이 많다. 일이 없는 것은 정말 할 일이 없는 것이 아니다. 내가 일을 할 준비가 안되어서 일이 없는 것이다. 로컬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끊임없이 일이 들어오는 구조를 만들어야 하고, 이 구조를 만드는 것은 오로지 본인뿐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이소정 문화예술교육공간 오이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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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5.16 15:56

병력동원소집과 병력동원훈련소집의 차이점에 대하여 궁금합니다.

‘병력동원소집’이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가 발생했을 때, 국가방위를 위하여 부대편성이나 작전소요 병력을 충원하기 위하여 예비군을 소집하는 것이고, ‘병력동원훈련소집’은 병력동원소집 대상자의 부대 및 기능별 임무 수행 능력을 배양시키고, 동원소집 입영 절차 등 전시임무를 숙지하도록 실시하는 평시 훈련입니다. 매년 군에서는 국가비상사태 시 필요한 병력을 산출하여 병무청으로 통보하고, 병무청은 전역한 예비군을 대상으로 병력동원소집 대상자를 지정하고 있습니다. 병력동원소집 지정은 부대별로 신속하게 동원이 가능한 지역에서 가능한 한 최근 전역자를 군사특기 등을 고려하여 지정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부대편성이나 작전소요 병력을 예비군으로 보충하는 것을 ‘병력동원소집’이라 하며 동원 지정된 예비군에게는 평시에 ‘병력동원소집통지서’를 교부하게 되고 동원령이 선포된 경우 통지서에 기재되어 있는 일시와 장소로 입영하여야 합니다. 이렇게 동원된 예비군으로 병력을 보충하여 부대를 다시 편성하게 될 경우, 동원 즉시 부대의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예비군들이 그 부대 및 개인의 임무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훈련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매년 부대별로 동원 지정된 예비군들을 대상으로 평시훈련을 실시하며, 훈련을 위해 예비군들을 모으는 것을 ‘병력동원훈련소집’이라 합니다. 병력동원훈련은 전역한 다음 해를 1년 차로 기산하여 장교와 부사관은 6년 차까지 그리고 병은 4년 차까지 실시합니다. 매년 3월부터 11월 사이에 부대별 일정계획에 의거 2박 3일간 실시하는 훈련의 내용은 부대의 편성 절차훈련, 부대임무 및 개인별 직책수행훈련 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훈련대상자에게는 ‘병력동원훈련소집 통지서’를 교부하게 됩니다. 한편 병무청에서는 통지서를 ‘등기우편’ 또는 ‘전자우편’과 ‘이동통신단말장치 어플리케이션’으로 송달하고 있습니다. 각종 통지서를 전자적 방법으로 받아보기 위해서는 본인의 ‘수신동의’가 반드시 필요하며, ‘수신동의’는 병무청 누리집(https://mma.go.kr)에서 신청할 수 있습니다. 신청은 ‘병무청 누리집 > 병무민원 > 동원/예비군 > 모바일앱, Email 병력동원소집통지서/병력동원훈련소집통지서 수령 신청’에서 하실 수 있습니다. /전북지방병무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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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5.16 15:55

전북에 자산운용 중심 공공기관 이전해야

인구감소로 인해 극심한 소멸위기에 직면한 지역을 살리기 위해서는 공공기관 지방이전을 서둘러 추진해야 한다. 특히 수도권 중심의 발전전략으로 인해 지역과 수도권 간 격차는 이제 치유 불가능한 상태에 이르고 있다. 결국 국정 최상위 정책과제는 첫째도, 둘째도 지역균형발전에 방점을 둬야한다. 이제 2차 공공기관 이전 문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공공기관 몇개를 지방에 이전한다고 해서 당장 침체위기에 빠진 지역이 살아나는 것은 아니지만 발전 동력이 될 수 있고, 성장과 발전의 마중물이 될 수는 있다. 일자리가 살아나고 지역 인재를 육성하는 효과도 있기 마련이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공공기관 이전 정책을 '지역 맞춤형'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전북의 '자산운용 중심' 공공기관 이전 가능성 여부가 화두로 등장했다. 윤 대통령이 1차 공공기관 이전이 기대만큼 경제 효과가 크지 않다고 지적한 것은 의미심장하다. 결국 공공기관 이전이 각 지역의 경제 활동을 원활히 할 수 있도록 지역 산업 특성에 맞춰서 맞춤형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의미다. 윤 대통령은 "지역과 계속 협의하면서 빠른 시일 내 계획을 짜서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미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가 자리잡고 있는 전북의 경우 핵심은 한국투자공사(KIC)와 7대 공제회를 추가로 이전함으로써 금융중심지로 육성하는 전기를 마련해야 한다. 사실 세계 3대 연기금 운용기관인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가 있는 전북은 앞으로 한국투자공사와 7대 공제회 추가 이전이 될 경우 '자산운용 중심지' 로 급격히 발돋움할 수 있다. 수년째 논란만 거듭하고 있는 금융중심지 문제는 이제 전북에서도 점차 관심권 밖으로 밀려나고 있다. 국내 1위 자산운용사인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가 있는 전주에 만일 국내 2위 자산운용사인 한국투자공사가 이전한다면 일거에 전북의 금융산업은 탄력을 받을 수 있다. 7대 공제회 자산은 지난해 기준 128조 5546억 원이나 된다. 한국투자공사 운용자산은 지난해 기준 1894억 달러(약 258조 원)나 된다. 하지만 한국투자공사와 7대 공제회 이전을 위해선 관련 법률 개정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새롭게 구성될 제22대 국회에서 빨리 결론을 내야한다. 특히 조만간 전북을 찾아 민생토론회를 갖게 될 윤석열 대통령이 화끈하게 전북의 자산운용 중심 공공기관 이전 필요성에 화답해주기를 간곡히 기대한다. 그게 지역발전의 요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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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5.16 14:36

학교 성범죄 근절, 실효성 있는 대책을

교육현장에서 학생과 교사를 상대로 한 성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 교육당국이 학교 내 성폭력 근절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현실과 동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최근 경북지역에서는 불법촬영 등 학교 내 디지털 성범죄가 논란이 되면서 불법 촬영 카메라 점검 장비와 화장실 안심스크린 설치 등의 대책이 나오기도 했다. 전북지역에서도 학교 성범죄가 빈발하고 있다. 전북특별자치도교육청에 따르면 지난 2020년 1월부터 2023년 10월까지 약 4년 동안 교육청 성희롱·성폭력신고센터에 접수된 성희롱·성폭력 신고는 모두 224건에 달했다. 학생과 교직원 모두 학교 성범죄의 피해자, 또는 가해자가 될 수 있다. 같은 학교에 다니는 교우끼리, 또는 사제지간에 범죄의 가해자와 피해자가 되어야 하는 비극적인 일이 발생해서는 안 될 것이다. 게다가 성범죄가 갈수록 다양화·지능화되면서 학교 내 성범죄 예방을 위한 근본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물론 일선 초·중·고교에서 성교육 및 성폭력 예방교육은 이뤄지고 있다. 전북특별자치도교육청에서는 학교 성범죄 근절을 위해 지속적인 학생 성교육과 함께 △성희롱·성폭력 근절 추진단 및 온라인 신고센터 운영 △고위직 공무원 대상 예방교육 △성비위 교직원 재발 방지 교육 등을 강화하기로 했다. 하지만 지금의 학교 성교육과 성범죄 예방 대책만으로는 부족하다. 사실 초·중·고등학교에서 성범죄 예방을 위해 연간 15시간 이상 성교육을 하도록 정해져 있지만, 교과서조차 없어 형식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한 사설 성교육 강의가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자녀가 성범죄의 피해자, 또는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학부모들이 자구책 마련을 위해 사설 업체를 찾는 것이다. 우선 아동·청소년 성범죄 예방을 위해 학교에서 실효성 있는 성교육이 이뤄져야 한다. 성교육 전문강사 또는 전문상담사 확대 배치와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교육 프로그램 지원을 위한 학교성교육지원센터 설치도 적극 검토해야 할 것이다. 또 기간제 교사를 포함한 교직원과 방과후 학교 강사 등을 대상으로 한 성인지 감수성 향상 교육도 확대·강화해야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4.05.16 12:38

정부 미래위, 완주전주 통합부터 지원하라

정부가 급변하는 행정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미래지향적 행정체제개편 자문위원회(미래위)'를 구성했다. 급격한 인구감소와 지방소멸 등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완주·전주 통합과 새만금특별자치단체 설치 등이 지역의 가장 큰 현안 중 하나인 전북으로서는 정부 차원의 미래위 구성이 적절한 시기에 이루어진 것을 환영하며 통합의 기폭제가 되길 기대한다. 우리나라 행정체계는 1995년 7월 민선자치제 출범 이후 인구감소·지방소멸은 물론 행정구역과 생활권의 불일치, 복잡한 행정수요 증가 등 급격한 변화가 있었으나 30년간 큰 변함 없이 지속되었다. 이로 인해 주민 불편 및 지역경쟁력 저하의 원인이라는 지적이 제기되었다. 이에 따라 행정안전부는 정부 차원에서 행정체제 개편 방향을 보색하기 위한 미래위를 설치한 것이다. 정부는 1994년 ‘도농복합형태의 시 설치에 관한 법률’ 제정에 따른 행정구역 개편에 따라 ‘행정구역 자율통합’을 권고했고, 그 결과 통합대상 92개 시·군 중 90곳이 새로운 도농 통합시로 개편됐다. 마지막까지 통합에 실패한 2개 시·군은 완주와 전주 뿐이다. 완주·전주와 흐름이 비슷했던 청주·청원은 4전 5기 끝에 2014년 통합에 성공했다. 통합청주시는 국가로부터 통합시청사 건립비용은 물론 각종 인센티브를 받아 통합 초기 위기를 극복하고, 100만 도시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새만금특별자치단체는 매립된 새만금 지역과 군산 김제 부안을 하나로 묶는 것으로 통합의 전 단계 형태다. 하지만 지난해 6월 전북도가 나서 추진하려 했으나 출범도 전에 관할권 다툼으로 갈등의 골만 깊어졌다. 완주전주 통합은 3년전에 (사)완주·전주통합추진연합회가 불씨를 살려냈으며 현재 주민투표 청구를 위한 서명운동이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일부 정치인들의 기득권 유지를 위한 반대가 만만치 않은 상태다. 미래위는 자문위원회이고 앞으로 6개월 활동 후 이를 토대로 범정부 차원의 TF를 구성할 예정라고 한다. 따라서 미래위가 완주·전주 통합을 바로 지원하기는 힘들 것이다. 하지만 정부가 완주·전주 통합을 행정체제 개편의 시범사례로 삼아 직·간접적으로 지원해 줬으면 한다. 완주·전주 통합 성공이 곧 정부의 행정체제 개편의 성공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예산과 법 개정 지원 등 정부의 선제적 대응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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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4.05.15 16:52

우리 시대 스승과 제자, 그 의미를 다시 새기자

‘스승의 날’이 지났다. 사랑과 정성으로 가르쳐주신 스승에게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전하자는 뜻에서 카네이션을 달아드리고, 선물을 전달하는게 관행이자 예의였던 시절이 있었다. 학생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선생님께 작은 선물을 함께 전달하기도 했다. 졸업 후 옛 은사를 찾아가 감사인사를 드리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위해 교육청에서 ‘스승 찾기 서비스’를 운영하기도 했다. 하지만 촌지 문제가 불거지면서 큰 변화가 왔다. 논란을 차단하기 위해 아예 이날을 재량휴업일로 정하는 학교가 늘어났다. 그리고 2016년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서 선물은 법으로 금지됐다. 확 달라진 스승의 날 풍속처럼 스승과 제자의 관계도 많이 변했다. 어느 때부터인가 스승의 날이 다가오면 교권 침해 문제가 이슈로 부각된다. 교권 침해의 주체는 주로 학생과 학부모라는 점에서 사제 간의 관계가 다시 조명된다.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교육 현장에서 보호해야 할 권리는 교권이 아닌 학생인권이었다. 일부 교사들이 사회적 분노의 대상이 되고 교권의 상징이었던 회초리를 빼앗긴 데는 그만한 시대적 배경과 이유가 있었다. 그리고 다시 학교 현장에서 교권 보호가 시급한 과제가 됐다. 올해는 현직 교사 10명 중 8명이 ‘다시 태어나면 교직을 선택하지 않겠다’고 답한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의 설문조사 결과가 나와 더 씁쓸한 스승의 날을 맞았다. 교사들의 교직생활 만족도가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교육의 3주체인 교사와 학생·학부모가 서로의 권리를 침해하는 ‘잠재적 가해자’로 인식되고 있다는 점이 안타깝다. 학생인권과 교권은 한쪽에 무게가 실리면 다른 쪽은 공중에 붕 떠야 하는 운동장의 시소 같은 관계가 아니다. 함께 존중받아야 한다. 지금은 그 균형점을 찾아야 할 때다. 시대적 조류에 밀려 다시 어느 한쪽에만 무게를 실어준다면 문제가 되풀이 될 수도 있다. 교사들이 스승으로서의 긍지와 사명·열정을 잃게 되면 교육의 질이 하락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교사와 학생·학부모 사이의 신뢰 회복이 급하다. 변질된 스승과 제자의 관계와 의미를 다시 생각해야 할 때다. 존경받는 참스승, 사랑받는 제자들이 함께 웃는 교실을 복원해야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4.05.15 16:52

철도와 이성당, 성심당

언제부터인가 빵지순례라는 말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전국의 유명한 빵집을 찾아다니는 일을 ‘성지 순례’에 빗대어 이르는 말인데 유명한 빵집을 다니며 줄을 서고, 맛있게 먹고, 이를 촬영해서 올리는 것도 하나의 유행이자 즐거움이다. 얼마전 매우 쇼킹한 뉴스 하나가 전파를 탔다. 충청도 대전 지역을 기반으로 한 빵집 ‘성심당’의 운영사 로쏘는 지난해 매출 1243억원, 영업이익 315억원을 기록했다. 프랜차이즈를 제외한 단일 빵집 매출이 1000억원을 넘은 건 전국에서 성심당이 처음이다. 1956년 대전에 설립된 성심당의 가장 큰 특징은 대전에서만 매장을 운영한다는 점이다. 한국 최초의 빵집으로 알려진 전북 군산 빵집 ‘이성당’은 작년 매출 266억원, 영업이익 34억원을 기록했다. 이성당은 1945년 해방 직후 일본인이 남기고 간 제빵 기구를 사용해 빵 맛을 재현한 업체로, 당시 개점한 본점을 비롯해 전국에 9개 매장을 직영으로 운영하고 있다. 대표 메뉴는 단팥빵과 야채빵으로 매 주말마다 1만개 이상 팔린다. 각 지역을 대표하는 빵이 이젠 단순한 주전부리 수준을 넘어 지역 경제 활성화에 단단히 한몫 하고있다. 성심당의 폭발적인 성장은 빼어난 맛과 마케팅 뿐만 아니라 철도를 기반으로 한 대전역의 성장과 궤를 같이한다고 볼 수도 있다. 하나의 재미있는 사례를 들어보자. 일제때인 1931년 대전, 익산, 김제 등은 동시에 읍으로 승격했다. 그런데 이듬해 대전역은 호남선과 경부선 철도의 분기점이 되면서 어마어마하게 커졌다. 먼 훗날 경부고속도로, 호남고속도로가 생기면서 대전은 익산이나 김제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대형 도시가 됐다. 도시의 발전과 성장의 원인은 수없이 많지만 하나만을 든다면 철도를 중심으로 한 교통망 이라고 할 수가 있다. 인구 144만명인 대전의 경우 경부선·호남선, 경부고속도로·호남고속도로의 분기점이 되는 교통의 요지라는게 결정적 이유다. 1905년 경부선의 통과역으로 결정되고, 1913년에 대전을 출발점으로 하는 호남선이 개통되어 영호남을 연결하는 교통상의 요지로 대두된게 결정타였다. 1931년에 대전면이 읍으로 승격하고, 이듬해 충청남도 도청이 이곳으로 이전하자 신도시 대전은 더욱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 익산시의 경우 일제강점기 미곡집산지로 발달하면서 1908년 전군가도(全群街道)가 개설되고, 1912년 호남선, 1913년 군산선, 1936년 전라선 철도가 개통되는 등 육상교통의 중심지가 됐으나 한계가 뚜렷했다. 삼한시대부터 오랜 역사와 전통을 지녔던 김제시도 대전, 익산과 똑같이 1931년 읍으로 승격했으나 철도망의 협소, 곡창지대의 잇점 등이 사라지면서 인구소멸과 싸우는 상황이다. 급격히 변화하는 시기에 그 기류를 타느냐, 못타느냐는 훗날 어마어마한 차이를 가져온다. 빵지순례 열풍이 불고있는 요즘 이성당과 성심당을 지켜보는 소회의 일단이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위병기
  • 2024.05.15 16:51

새만금 신항 외곽시설부터 완벽하게 건설하라

항만 외곽시설은 외해로부터 내습하는 파랑, 표사(漂沙)이동, 해안선의 토사 유실 및 유입의 방지가 목적으로 항만의 외곽에 축조하는 구조물이다. 방파제와 호안, 파제제(波除堤) 등이 외곽시설이다. 이 구조물이 축조되면 항내에 정온과 수심이 유지되고 시설물이 보호된다. 무엇보다도 항만에서 가장 중요한 해수면의 안정 상태를 나타내는 항내 정온도를 확보한다. 정온도란 항구 또는 해안에 외부 파도 또는 바람 따위의 영향으로 생성되는 파도의 높이가 보통 1m 이내의 경우를 말한다. 항내에서 정온도를 유지하지 못하면 선박이 안전하게 정박하고 하역하며 항내의 모든 항만 시설물을 파랑과 표사로부터 보호할 수 없게 된다. 항만 외곽 시설이 항만 건설 과정에서 가장 먼저 축조돼야 하는 이유다. 그러나 새만금 신항(이하 신항)의 건설 과정을 보면 우선적으로 건설돼야 할 외곽 시설이 후순위로 밀려난 채 안벽 건설 등 각종 공사가 진행 중이다. 강한 서풍에 대비한 서측 방파제가 지난 2016년 완공된데 이어 북풍에 대비한 북측 방파호안 공사가 올해말 완료될 뿐이다. 반면 강한 서풍을 완전히 방어하기에는 부족하다고 판단된 서측 방파제의 연장 건설 계획이 수립돼 있지만 예산 확보는 삐걱거리고 있다. 또한 남서풍에 대비한 남측 방파 호안 공사는 2040년 이후로 계획돼 축조 시기를 가늠할 수 없다. 예측할 수 없는 기상 이변이 심화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신항은 항내 정온도 확보를 장담할 수 없는 상태에서 2026년 개장을 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 선박이 안전하게 정박하고 하역할 수 없어 항만 운영이 불안할 수 밖에 없다. 강풍이 불면 신항에 접안한 선박들마저 다른 항만으로 피해야 하는 상황까지 예견되고 있다. 또한 이미 시공된 시설물이 침몰하는 등 항만 시설물을 안전하게 보호할 수 없게 됨은 물론 공사 차질마저 우려된다. 실제 신항 1단계 운영과 관련, 관공선및 역무선 운영에 필요한 관리부두 건설을 위해 지난해 12월 함선의 거치가 완료됐지만 기상악화로 함선이 침몰, 다시 시공해야 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당시 신항에 가장 영향이 컸던 태풍에 의한 파고와 주기를 감안한 설계로 시공됐지만 강한 남서풍으로 설계치를 상회하는 파랑이 외해로부터 항내에 내습한 것이 주된 원인으로 항만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남서풍을 막아낼 수 있는 방파제가 축조됐더라면 이같은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진단이다. 특히 정온도 확보가 불안한 상태에서는 민자 유치도 어려워 2040년까지 신항의 계획 건설이 가시밭 길을 걸을 공산이 높다. 모든 일에는 우선 순위가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신항의 건설 과정은 앞뒤가 맞지 않다. 도내 정치권과 전북도는 신항의 외곽시설인 남측 방파제 건설 등이 조속히 추진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 신항 건설은 '환황해권의 물류 지원 거점'이란 청사진을 가지고 2009년부터 추진되고 있다. 민자를 포함, 무려 3조 7000여억 원이 투입될 신항은 후손들에게 대대로 물려줘야 할 하나의 예술작품이다. 절대로 졸작(拙作)이 돼선 안된다. 그런만큼 항만 건설의 하나 하나 단계마다 장인정신(匠人 精神)을 쏟아 부어야 되지 않겠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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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봉호
  • 2024.05.15 15:55

사람이 크는 지역을 만들자

문화정책을 하며 누군가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난 단연코 사람이라고 말한다. 다른 정책과 달리 문화정책은 사람에 의해 결정된다. 단적인 예로 골목에 빈 벽이 있다고 하면 거기에 그림을 그려야겠다는 생각은 누구나 할 수 있으나 실제 그림을 그리는 건 예술가고, 그가 누구냐에 따라 결과는 완전히 달라진다. 때문에 문화정책에 있어 핵심은 사람이다. 현장에서 일을 기획하고, 사람을 끌어모으며 정책을 집행하는 사람, 이들이야말로 문화정책에서 가장 핵심적인 자원이라 할 수 있다. 한때 이들은 소수에 불과했다. 예술 지원사업을 중심으로 정책을 추진한 결과 지역을 변화시키거나 문화적으로 재구성하는 인력은 제한되어 있었고, 문화매개자라는 이름으로 산발적으로 활동하였다. 그러다 2006년부터 시작된 ‘Art in City’(2006~2007)에서부터 ‘문화를 통한 전통시장활성화 시범사업’(문전성시, 2008~2012), ‘마을미술프로젝트’(2009~현재) 등 여러 지역 사업이 추진되며 역량을 쌓기 시작했고, 2014년부터 시작된 문화도시 사업을 타고 활동력을 높이기 시작했다. 지금은 그들은 스스로 돈을 모아 올해의 우수한 기획자를 시상하는 ‘내일의 기획자’라는 상을 운영하고 있을 정도로 성장했다. 지역 또한 마찬가지다. 2000년대 창조도시 열풍이 불던 시절에는 ‘창조적인 사람’, 즉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예술가나 금융가, 법률인, 건축가 등 이른바 상류층이 살만한 지역 만들기가 중요했지만, 지금은 지역을 혁신하고 재생할 전문가가 필요하다. 로컬 크리에이터라 부르는 창조적 행위자, 지역 혁신가가 필요한 것이다. 창조적인 계급이 아닌, 창조적인 역량을 가진 사람이 필요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사람은 어떻게 키울 수 있을까? 창조적 역량을 가진 지역기획자, 문화기획자를 키우려면 지역은 실험하고 도전할 기회를 줘야 한다. 교육을 통한 학습도 중요하지만, 그래도 효과가 있는 것은 직접 해보는 것이다. 지역을 바꾸고 문화를 바꾸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여러 사업을 해 봐야만 감(感)이 오는 일이다. 그렇기에 다양한 문화사업과 지역혁신 사업은 그들이 성장하는 판이 된다. 앞서 얘기한 사업들도 실제 나타난 성과를 보면 사업성과보다 사람 성장이 더 컸던 사업이다. 당시 일했던 사람들이 그 경험을 바탕으로 전국을 돌며 다양한 사업을 하고 있고, 각 지역에서 후배를 육성하고 있다. 지역이 문화기획자를 키우려면 가장 필요한 것은 그들이 해볼 수 있는 사업을 발굴하고 도전토록 하는 것이다. 경험보다 중요한 자산은 없다. 다른 한편 기획자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조성도 중요하다. 무엇보다 인증감을 부여하고 자존감을 불어넣어야 하며, 기획자로 생활하며 활동할 수 있는 여건도 만들어 주어야 한다. 사람은 함부로 크지 않는다. 적절한 환경과 지원이 있어야만 클 수 있다. 그리고 그렇게 큰 사람이 도시를 먹여 살린다. 2000년대 창조도시로 명성을 떨쳤던 영국의 게이츠헤드(Gatehead)가 연극전공자인 피터 스타크(Peter Stark)의 작품이었다는 점을 기억하자. 더불어 지금도 여러 부상하는 지역에도 다양한 기획자가 활동하고 있음을 기억하자. 전북에도 그런 기획자가 많을 것이다. 이들을 위해 전북은 과연 무엇을 하고 있을까? 그들이 성장하는 판을 깔고 있을까? 소멸의 위기에 빠진 전북의 미래를 위해 여러 생각을 해본다. /라도삼(서울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문화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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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5.15 15:01

지방의회 조직권 보장해야

자치조직권은 지역의 인구 및 사회·경제·문화·역사적 특성, 행정수요 등 각기 다른 정책 환경에 부합하는 지방자치단체 및 지방의회의 조직을 창의적으로 구성할 수 있는 권한이라는 점에서 주요 이슈 중 하나다. 지방의회 자치조직권의 법적 근거로서 우리 헌법 제118조제2항 ‘지방의회의 조직·권한·의원선거와 (생략) 기타 지방자치단체의 조직과 운영에 관한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는 규정에 따라 지방자치법 제5장 제1절 의회의 설치 및 의원의 정책지원 전문인력, 제12절 사무기구와 사무직원의 정원 등을 규정했다. 그러나, 최상위법인 헌법에서 지방의회의 ‘조직’을 규정했음에도 불구하고 현행 법률체계에서는 지방의회에 자치조직권이 존재하지 않는다. 지방의회 사무기구 및 직속기관 등 조직권을 담은 대통령령인 '지방자치단체의 행정기구와 정원기준 등에 관한 규정'(제3조)에 지방자치단체의 행정기구와 정원의 관리 주체를 지방자치단체의 장으로만 명시를 하였고, 의회사무기구 설치기준 및 직급기준, 정수기준 등을 규정하여 의회 기구에 대한 자율성에 제약을 걸고 있기 때문이다. 이 조항은 몇 가지 문제를 안고 있다. 첫째, 여러 지방행정기관 중의 하나로 지방의회를 포함시켜 지방자치단체장의 관리하에 두었다. 직속기관 중 하나에 불과한 것으로 취급한 것은 그 자체로 형용모순이다. 삼권분립 원칙과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주의 원리에 현저히 위배된다.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지방의회 사무기구 및 정원관리도 맡고 있기 때문에 견제·감시 기능과 역할에 한계가 있다. 둘째, 헌법상 기관이기 때문에 지방의회 조직권 등 사무기구 관리주체를 지방자치법에 규정해야 한다. 즉 헌법의 하위법률인 지방자치법에 ‘지방의회 사무기구와 정원은 의장이 관리한다“라고 개정함으로써 지방의회 조직권을 확고히 보장해야 한다. 지방자치법 제12절 사무직원의 수와 인건비 등에 대해서도 주요 사항은 법에서 정하고 세부 사항들은 조례에서 규정하도록 개정함으로써 진정한 지방의회 독립성은 물론 자율성과 책임성을 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지방의회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논리다. 셋째, 이 조항은 중앙집중적 권력구조의 산물이다. 따라서, 지방분권 시대에 맞게 지방의회에 그 권한과 책임을 넘겨야 한다. 대통령령인 “'지방자치단체의 행정기구와 정원기준 등에 관한 규정'에서 정한 범위내”에서만 “사무직원의 수와 인건비에 관해 조례로 규정”해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중앙정부의 통제 상태에 있는 셈이다. 지방자치는 물론 지방의회의 자율성을 현저하게 침해한다. 이러하다 보니 최근 행정안전부가 '지방자치단체의 행정기구와 정원기준 등에 관한 규정' 일부개정(2024.3.29.)을 통해 인구규모에 따른 국장급 기구 설치를 자율화하는 등의 개선사항을 발표했음에도 광역의회에 국장급 기구 설치를 제외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지방의회가 헌법 상 기관이자 지방자치 입법기관이기 때문에 사무기구 조직권 등 관리주체와 사무직원의 수, 인건비 등에 대한 주요 사항을 시행령에서 삭제하고 법과 조례로 나누어 정하도록 입법하는 것이 법체계성에 맞고, 지방자치와 의회민주주의, 풀뿌리민주주의 원리에도 부합한다. 지방의회 독립성과 자율성, 책임성을 강화하기 위한 현안 문제가 아직도 산적해 있다. 국장직위(3급) 신설, 정수기준 조례 위임, 의원 1인당 1명의 정책지원관제 도입 등이 그것이다. 따라서, 지방의회 자치조직권을 지방자치단체의 장의 권한에서 신속하게 분리·독립시키고 지방자치법에서 명확히 규정하여야 한다. 나아가 지방의회법 제정과 지방분권형 헌법으로 개정 시 지방의회의 기능 및 권한의 범위를 헌법사항으로 규정할 필요가 있다. /김정수 전북특별자치도의회 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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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5.15 15:00

반성문 잘 쓰는 법

20대 초반의 의뢰인은 어릴 때부터 절도, 강도, 폭행 등의 전과가 있고, 다시 지인과 고의로 차량 사고를 내 보험 사기로 구속되었다. 의뢰인은 곧 재판을 앞두고 있는데, 자신이 삶을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다며, 어떻게 재판을 준비해야 하는지 물어왔다. 오래전 다른 의뢰인은 다른 변호사 사무실에서 선임하면 사무장이 반성문을 잘 써주겠다고 했다며, 반성문이 중요한 것인지 물어온 적이 있다. 솔직히 필자는 지금도 그러한 반성문이 큰 의미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사연이 있는 사건인 경우 반성문을 꼭 잘 써 볼 것을 권하곤 한다. 위 사례처럼 어린 나이에 가족과 어른들의 제대로 된 사랑과 훈육을 받지 못하여 옳고 그름을 구분하지 못하였던 것으로 보이거나, 범죄에 이르기까지 그 동기가 참작할 만하다고 생각된다면 반성문을 써보라고 얘기한다. 반성문에 담겨야 할 내용은 단순히 ‘잘못했어요’, ‘용서해 주세요’를 나열하는 것이 아니다. 보통 형사재판의 판사는 풀어준 범죄자가 다시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를 보게 된다. 판사에게 피고인이 재범 가능성이 작아 지금 선처해 줘도 다시 형사 재판에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심어줘야 한다. 위 의뢰인은 왜 자신이 범죄를 저지르게 되었으며, 다시 범죄를 저지르지 않고 정상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다는 인생 계획을 설명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먼저 자신의 지난 삶을 돌아보며 왜 범죄에 연루되어 전과가 발생했고, 왜 범죄가 계속돼도 괜찮다고 생각했는지, 왜 일을 하지 않고 돈을 벌 수 있다고 생각했는지에 대해서 설명해야 한다. 그다음은 이제 어떠한 기술을 배우고, 어떠한 직장을 잡고, 얼마의 돈을 매월 벌 것인지 계획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그 돈으로 자신의 생계뿐만 아니라 부모, 아내, 자식, 여자 친구와 어떻게 가족관계를 형성할지 다짐해야 한다. 사실 반성문 잘 쓰는 법 같은 건 없다. 또 반성문이 실제 피고인이 중형을 피하고자 거짓을 반복한 것인지, 양형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지도 알 수 없다. 다만 최소한 의뢰인이 반성문을 통해 자신의 삶을 반성하고, 새로운 계획을 세워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랄 뿐이다. /최영호 법무법인 모악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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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5.13 18:15

더 낯설게, 전주국제영화제

외지인이었던 나에게 전주살이가 즐거운 이유는 맛있는 음식, 여유로운 생활환경 그리고 전주에서만 느껴볼 수 있는 국제 규모의 축제 ‘전주국제영화제’가 열리는 것에 있다. 2000년부터 시작, 어느덧 20년 넘게 지속적으로 유지되고 있는 축제인데, 느닷없이 찾아오는 전국 각지의 지인들 덕분에 매년 봄, 설레는 밤을 함께 하였던 전주국제영화제 이야기를 해보자. 도대체 전주국제영화제는 어찌 알았으며, 전주에 내가 살고 있음을 어떻게 알았는지 알 수는 없으나, 꾸준히 다양한 사람들이 전주국제영화제를 찾고 있음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지 않겠는가? 영화제를 찾은 이유를 묻는 나의 질문에 ‘전주에 와야만 볼 수 있다’, ‘독특하다’, ‘새롭다’라는 대답이 돌아오고는 하는데, 내가 보아온 영화들도 하나같이 일반 영화관에서 만나볼 수 없었던 ‘난해’하고 ‘평범하지 않은’ 영화들이었다. 온종일 거리의 풍경을 고정된 화면으로 보여주는 영화, 수도자가 걷는 모습만 보여주는 영화, 남미와 아프리카와 중동의 낯설고도 어색한 영화. 어디서 이런 영화를 구해오는 것인지 궁금할 정도로 참으로 독특하다.반면 부산국제영화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와 함께 '대한민국의 3대 영화제'로 우뚝 설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이 ‘낯섦’에 있다. 비주류 작품이나 독립영화를 바탕으로 특색 있는 프로그램을 구성함으로써 평론가는 물론 영화팬들에게도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데, 그들이 영화제에게 원하는 것은 오로지 일상과 다른 ‘일탈’이다. 영화는 분명 상업적 측면과 함께 우리네 삶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낼 수 있는 예술이어야 하며, 전주국제영화제가 그러한 대안적 역할을 제대로 실천하고 있다. 반응은 어떨까? 영화제 종료 후에도 지속적으로 이슈가 만들어지고 있으며, 다양한 방식으로 상영이 지속되고 있다. 성공의 가장 큰 이유는 전주국제영화제가 직접 생산하는 콘텐츠에 있다. ‘디지털’ ‘독립’ ‘대안’을 내세우며 2000년 출발했던 전주국제영화제는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선택을 하게 되는데, 영화용 ‘필름’ 카메라가 아닌 방송용 ‘디지털’ 카메라를 사용해 영화를 제작하는 “디지털 삼인삼색”이라는 프로젝트를 기획하게 된다. 필름을 사용한 제작 방식에 비해 저렴한 비용으로 영화를 제작할 수 있는 방법이 디지털이었는데, 각기 다른 국가에서 선발된 3명의 감독이 하나의 주제를 목표로 만드는 3편의 단편영화는 영화제의 얼굴이 되었다. 이러한 전주국제영화제만의 독특한 제작 지원 사업을 통해 매년 독창적인 디지털 영화가 생산될 수 있었으며, 다양한 국적의 감독들이 전주와 함께 할 수 있었다. 결국 문화라는 것의 특성은 각기 다른 개성의 충돌에서 비롯되는 합종연횡. 그 속에서 발견되는 새로운 가치일 수 있는데, 일탈을 꿈꾸는 다양한 인류가 전주국제영화제가 열리는 공간에서 만나 영화를 넘어 전주만의 해방구를 만들고 새로운 대안을 창조하였다. 디지털이 주류가 된 지금은 “전주시네마프로젝트”로 규모를 키운 이 프로젝트는 최근 ‘노무현입니다’를 비롯한 특색 있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제작, 주류 영화계에 충격을 주기도 하였다. 전주만의 창의성과 자율성이 새로운 방식으로 결실을 맺고 있는 것이다. 25회를 맞이한 전주국제영화제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영화제로 더욱 발전하기를 응원하며, 시대를 관통하는 통찰력을 바탕으로 더 낯설게, 나의 일상과 다른 문화적 경험을 제공해, 새로운 즐거움과 뜻밖의 만남이 지속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홍현종 JTV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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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5.13 18:15

농민이 행복하게 웃을 수 있는 나라를 꿈꾼다

풍요와 다산의 상징인 MAY, 계절의 여왕 5월에는 전국 곳곳 지역 특색이 돋보이는 축제가 가득하다. 풍성한 볼거리와 먹거리로 내 고장을 알리기 위한 홍보 또한 한창이다. 시민들은 이러한 축제를 찾아다니며 다양한 볼거리로 오감을 충족하지만, 이에 반해 농민들은 1년 농사를 위한 모내기 준비로 하루가 부족하다. 필자는 요즘, 모내기에 손이 모자란 농부들 모습을 바라보며 올 한해는 농민들이 함박미소를 머금도록 수확의 결실을 거두길 기원하는 게 일상이 됐다. 지난해 산지 쌀값 하락으로 피땀 흘려 가꾼 한 해 농사를 포기하고 슬퍼하는 농민을 위로한 아픈 기억에 올해는 농민들 피땀이 제대로 된 결실로 보답받을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하고 있다. 최근 코로나19를 겪으며 그동안 홀대받던 농업의 중요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세계 각국은 코로나를 겪어내며 식량안보를 위한 다양한 비책에 돌입하고 있다. 식량 수출을 제한하는가 하면 먹거리 사재기 현상도 비일비재하다. 여기에 이상기후로 인한 기후위기 대비책이자 국가 안보 차원에서 농업에 대한 중요성을 재고하는 분위기다. 코로나 사태와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류대, 인건비, 농자재값 등 농업생산비는 천정부지로 치솟았지만, 쌀값은 과거 그대로 정체 상태다. 이 때문에 농업을 포기하는 농가가 속출하고 있어 무척 안타깝다. 특히 젊은 청년들은 농민에 대한 미흡한 처우, 미래 불확실성 등을 이유로 농업을 평생업으로 삼고자 하는 것을 극도로 꺼린다. 필자는 농민 행복을 위한 정책 패러다임 전환이 선재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농업·농촌의 공익적 기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정책 대안 찾기가 그 출발점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대통령의 첫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폐기됐던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4월 18일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를 열어 국회 본회의에 직회부했다. 이번 국회에 상정된 ‘양곡관리법’ 개정안 주요 내용은 쌀값이 기준가격에서 폭락 폭등하는 경우 정부가 초과생산량을 매입하거나, 정부관리 양곡을 판매하는 등 대책을 의무적으로 수립·시행하도록 한다는 내용이며, ‘쌀 수요 대비 초과생산량이 3∼5%거나, 쌀값이 전년 대비 5∼8% 하락할 때 정부가 초과생산량을 전량 매입한다’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이전 양곡관리법 개정안보다 정부 의무매입 부분을 완화했다는 야당의 입장이다. 또한 기준가격을 명시하지 않고, 이를 심의·결정하기 위해 ‘양곡수급관리위원회’를 신설하는 개정 법률안이다. 필자는 이번에 개정된 ‘양곡관리법’안에 다소 아쉬움이 남지만, 이 법률안으로 농민들 가슴속에 희망의 불씨가 다시 타오르는 계기가 되길 희망한다. 이번에는 대통령과 여당이 대한민국 식량안보를 위해 농민의 고통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빛을 보기를 기대하며 ‘제2의 양곡관리법’이 원안대로 가결되어 농민들이 행복한 나라를 소망해 본다. 세계적인 3대 투자자 짐 로저스도 21세기 최고 유망 업종으로 농업을 내세운 바 있다. 선진국 농업은, 최근 AI 기술과 접목하면서 세계에서 다시 각광받는 종목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도시와 농촌의 상생은 물론 농업인이 존경받는 직업이 될 수 있도록, 플러스 알파억이라는 수익, 바로 농부의 꿈이 아닌 현실이 되는 농업 선진국 대한민국을 기대한다. /김영자 김제시의회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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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5.13 18:14

농사같이 (農四價値)

소만(小滿)은 24절기 중 5월의 절기로 한자어로 ‘작은 만족’이라는 뜻으로 곡식이나 다른 식물들이 서서히 자라나기 시작하지만 아직 충분히 익지 않았다는 의미로 영농의 시작을 알리는 말이다. 소만에 대한 기록은 고대 중국의 농업 사회에서 비롯되었는데 농작물이 자라기 시작하면서, 여린 잎의 농작물을 잘 관리하며 보살펴야 튼튼하게 자랄 수 있기에 농부들의 손길이 바빠지기 시작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처럼 분주해야 할 5월 농촌의 현장은 그렇지 못 하고 있는 현실이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저출산과 고령화가 그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런 농업·농촌의 위기와 역경을 극복하기 위하여 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농협은 2024년 농업인과 국민이 같이하는 ‘농사같이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농사같이운동’은 농민존중, 농업성장, 농촌재생, 농협혁신의 4가지 농업가치를 기반으로 국민과 함께 해온 60년 농협·농촌운동의 전통과 정신을 계승한 새로운 대한민국 농협에 부합한 신농협운동 플랫폼으로 정부·지자체의 지원과 협력을 보태어 농업인과 국민에게 “희망”과 “행복”을 주기 위해 시작되었다. ‘농사같이(農四價値)운동’은 국민이 함께 “농사를 같이 하자”는 의미와 “농사(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공감하자”는 대중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으며 운동적 의미로는 과거 60년과 미래 60년을 아우르는 農四(농민·농업·농촌·농협)의 중요 價値 구현을 위한 운동적 의미를 담고 있다. 이처럼 ‘농사같이운동’은 뉴노멀 시대에 부합하는 새로운 소통의 방식으로 기업-농촌 이음운동, 고향사랑기부제, 국산농산물 애용 등 농업에 대한 국민 관심 제고 및 도농교류 확대의 마중물 역할을 하는 것으로 범농협 계통간, 농업인과 소비자, 동시와 농촌을 이어주는 플랫폼으로 승화하고 있다. 지역농축협은 지역발전센터로의 역할을 강화하여 도농상생기금 확대 등을 통하여 상생발전 리드 및 지역활성화·지역소멸에 대응을 하고 있으며 농민수당 도입 등을 통하여 농업인의 권익 신장에 앞장을 서고자 한다. 또한 국민들로부터 인정받고 존경받는 농업인(농민존중), 농업에 대한 본질을 농업에서 농산업으로 전화(농업성장), 살기 좋은 농촌·찾고 싶은 농촌·활력 넘치는 농촌으로 전환(농촌재생), 농업인과 농축협이 중심이 되는 농협(농협혁신)을 통하여 4대 농가가치를 기반으로 농업인·국민과 공감하고 함께하는 도농상생 활동을 다양하게 전개하여 정부·지차체 정책 연계 및 협력을 통해 효율성과 효과성을 확대함으로써 ‘농사같이운동’을 확산하고자 한다. 미래의 농업은 과거와는 확연히 다르게 변모하고 있다. 지구 온난화 등 환경적인 문제와 디지털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인하여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농업환경에 우리 농업도 그에 발 맞춰 준비를 해야 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전북특별자치도는 지난 1월 출범과 함께 미래의 농생명산업의 수도로 거듭 날 것을 선포하였다. 이에 우리 도민이 먼저 우리 농업의 중요성을 같이 공감하고 농사의 가치를 깨달아 함께 한다면 다가올 미래의 농업 중심에 자리 할 것은 당연할 것이다. ‘강산도 아름답다 기름진 터전~ 여기서 나고자란 정든 내고장~ 이 땅은 피땀고인 농민의 나라~ 우리는 주인이다 힘차게 살자~ 협동의 깃발 아래 한데 뭉치자~ 농촌이 살아야만 나라가 산다!’ /김영일 전북농협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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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5.13 18:14

트로트 전성시대의 판소리

트로트(Trot) 전성시대다. 대중가요의 한 장르인 트로트에 한국인이 열광하고 있다. 따라 부르기 쉬운 가락에 구구절절한 삶의 애환을 담은 노랫말이 붙어 중독성이 강하다. 올봄 전국 곳곳에서 열린 꽃축제 무대도 몸값을 불린 트로트 가수들이 장악했다. 그렇게 꽃잔치가 지나간 여름의 길목, 전통문화의 고장이 국악의 향기로 물든다. 국내 최고 권위의 국악인 등용문인 ‘제50회 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가 18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 열린다. 전주대사습놀이의 꽃은 역시 판소리다. 대회 최고상인 대통령상도 13개 부문 중 판소리명창부 장원에게 수여된다. 이 대회 학생부(학생대회), 또는 일반부 판소리 장원의 영예를 차지한 예비 명창들이 엉뚱한 곳에서 속속 얼굴을 내민다. 트로트 가수들에게 활짝 열린 대중가요 무대다. 우리 국악의 미래를 짊어질 것으로 기대를 모은 판소리 신동들의 예상치 못한 행보도 눈길을 끈다. 모 방송사의 인기 트로트 경연 프로그램에서는 전주대사습놀이 학생전국대회 판소리 장원 출신들이 맞대결을 펼쳐 눈길을 끌기도 했다. 전주대사습놀이 판소리 일반부 장원에게는 병역혜택까지 주어진다. 전통문화의 명맥을 잇자는 취지다. 그런데도 굴지의 대회에서 두각을 드러낸 예비 명창들의 전향이 이어지고 있다. 당장 엄청난 돈과 대중의 인기가 눈앞에 있으니 그 유혹을 떨치기 쉽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정말 피나는 수련을 통해 득음의 경지에 가까워졌으니 경연에서의 자신감도 충만할 것이다. 학생대회와 함께 열리는 전주대사습놀이가 국악인이 아닌 트로트 가수 등용문으로 변질될까 우려된다. 실제 이 대회 판소리(일반부) 장원에게는 트로트 가수로의 전향 계획을 묻는 질문이 꼭 뒤따른다고 하니 웃지 못할 일이다. 소리꾼의 길을 걷는 예비 명창들이 흔들리지 않도록 충분한 기회를 만들어줘야 한다. 당장 익숙한 대중가요에 열광하는 시민들을 갑자기 판소리 애호가로 돌릴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소리꾼들이 설 수 있는 무대를 꾸준히 마련해 귀명창을 늘린다면 판소리의 위상도 점차 달라질 것이다. 대중에게 친숙하지 않다는 이유로 기회조차 주지 않는다면 국악 대중화는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 시민들이 쉽게 다가가 즐길 수 있도록 판소리를 비롯한 국악무대를 늘려나가야 한다. 소리의 고장 전주가 앞장서야 하는 일이다. 우선 지역 축제부터 달라져야 한다. 축제의 계절, 살인적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는 인기 대중가수를 굳이 거액을 들여 초청하는 대신 판소리 명창과 꿈나무들의 무대를 만들어보는 것은 어떨까. 수요가 공급을 창출한다고 하지만 분명 공급이 수요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문화예술 분야가 그렇다.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판소리의 예술적 가치는 두말할 나위가 없다. 판소리 전승과 대중화의 필요성도 마찬가지다. 그런데도 이제껏 성과가 없었다면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방식의 지원 방안을 찾아야 한다. / 김종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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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표
  • 2024.05.13 12:38

전북도, 세계미식관광포럼 반드시 유치하라

전북자치도가 2026 세계미식관광포럼 유치에 나섰다. 김관영 지사는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제3회 세계관광산업컨퍼런스와 제39회 서울국제관광전에 참석해 ‘2006 세계미식관광포럼’ 전북 유치 도전을 선언했다. 세계미식관광포럼은 각국 음식문화의 매력을 전 세계에 알리는 자리로, 음식이 다양한 관광요소와 결합해 도시 이미지와 함께 재방문을 높이는 외래 관광객 유치의 핵심요소로 자리 잡았다. 이 포럼은 이미 부산시가 2년 전부터 유치에 나선만큼 전북자치도는 철저한 준비로 반드시 좋은 성과를 보여주길 바란다. 전북자치도는 이 포럼 유치를 위해 160개 회원국을 보유한 유엔세계관광기구(UNWTO)와 70여 개국 1000여 개 회원사로 구성된 아시아태평양관광협회(PATA)와 교류 협력을 통해 전북 관광산업의 국제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행정력을 집중하겠다는 구상이다. 먹고 마시며 즐기는 미식관광은 지금 세계적인 추세로 세계관광산업의 목표와도 일치한다. 그렇지 않아도 전주시는 음식에 관한 한 스스로 ‘음식 수도’라고 자부하고 있는데다 유네스코 음식창의도시다. 콜롬비아 포파얀(2005년), 중국 청두(2010년), 스웨덴 오스터순드(2010년)에 이어 전주시는 2012년 세계에서 네 번째로 유네스코 음식창의도시에 선정됐다. 또한 2년 전에는 ‘K-푸드 세계 거점도시 전주 국제포럼’에서 전주가 K-푸드의 중심 도시임을 알리는 선포식을 갖기도 했다. 이 포럼을 유치하게 되면 음식관광과 함께 고부가가치를 지닌 마이스(MICE) 산업을 키울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전북에는 대규모 국제대회를 유치할 수 있는 컨벤션센터가 없어 그동안 큰 불편을 겪어왔다. 현재 철거 중인 전주종합경기장에 내년 7월에야 전시컨멘션센터를 건립할 예정이다. 하지만 올 10월에는 3일간 제22차 세계한인비즈니스대회가 열릴 예정이다. 이 대회에는 세계에 나가있는 한상 등 4000여 명이 참석한다. 전북은 음식은 물론 한옥, 한지, 태권도 등 전통문화유산과 우수한 관광지가 많은 곳이다. 이러한 관광자원의 가치와 매력을 충분히 강조해 2026 세계미식관광포럼을 유치했으면 한다. 이를 통해 전북의 산업지도와 품격이 한꺼번에 상승할 수 있기 때문이다. 행정과 정치권, 민간이 협력해 맞춤형 준비로 유치에 성공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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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4.05.13 12:35

전북 기초단체장 공약 이행율 너무 낮다

전북 민선 8기 기초자치단체장들의 임기가 반환점을 돌고있으나 취임때 야심차게 약속했던 공약 이행율이 너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낮아도 보통 낮은게 아니라 전국 최저 수준이라는 조사결과가 나와 충격을 던져준다. 민선 8기 자치단체장들의 임기가 이제 2년밖에 남지 않았기에 자칫하면 현재 추진 중인 공약 대부분 폐기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대다수 시장군수들은 하루가 멀다하고 실적이 우수하다며 이런저런 상을 받는가 하면 일부 언론에는 칭찬일색의 보도가 넘치는 현실을 감안하면 이런 수치는 초라하기 그지없다. 결론은 지금부터라도 자랑하지 말고 묵묵히 지역주민을 위해 하나하나 뭔가 해야만 한다.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가 발표한 ‘2024년 민선 8기 2년차 전국 기초단체장 공약이행 및 정보공개 평가’ 결과를 보자. 전북 14개 시장군수들의 공약 이행 완료율은 평균 26.51%에 그쳤다. 전북은 제주를 제외한 내륙지역 8개 광역자치단체 평균 공약 이행률 32.20%과 비교할때 5.69%p 낮았다. 지난 2년간 전북지역 민선 8기 자치단체장 공약 1090개 중 완료된 공약은 고작 65개였다. 다만 이행 후 연계된 다른 사업을 진행 중인 공약도 224개나 있어 임기 중 성과로 분류됐다. 이밖에 공약들은 정상추진 722건, 보류 2건, 폐기 4건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공약 목표달성률도 전국 평균에 미치지 못했다. 규모가 크고 시민들의 체감도 높은 일부 사업의 경우 매니페스토본부의 평가 결과 재정이 확보가 되지 않은 상태인 것으로 드러났다. 종합경기장 개발, 새만금 전주-김천 철도, 황방산 터널 개통, 전주천 하류 상태계 복원 등은 재원이 마련되지 못했다고 한다. 공약이행에 필요한 재원은 32.18%밖에 마련되지 않았다. 한마디로 자치단체장의 공약목표 달성비율과 실제 공약 이행실적 간 차이가 클 수 있다는 의미다. 지금부터라도 꼼꼼히 잘 챙겨야 한다. 지역 주민들과의 소중한 약속이 임기 내에 반드시 완료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해야만 한다. 민선8기 출발때부터 공약을 각 부서별로 나눠 데이터베이스화하고, 공약지도까지 만들어 공개하는 열정이 있어야 한다. 자치단체장에 우호적인 이들만을 들러리로 세우지 않고 명실공히 각 분야 전문가와 시민단체대표 등을 중심으로 공약이행평가단을 꾸려 운영함으로써 이행상황을 날카롭게 점검하는 겸손한 자세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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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4.05.13 11:30

주군이 바뀌어 속내가 복잡한 지방의원

전북은 이번 총선 때 20년 만에 파란색으로 완전 도배했다. 예견된 결과였다. 전주병, 익산갑, 군산, 정읍고창 지역구에서 민주당 경선이 치열했다. 지난해 새만금 예산이 삭감되면서 정부여당발 한파가 몰아닥쳐 정권심판론이 우세했다. 정책과 공약 대결은 사라지고 지역 정서에 매몰된 싹쓸이 선거가 재현됐다. 정치권의 무능이 극에 달해 민주당 경선전에서 전체 판갈이 여론이 나돌았다. 광주와 달리 군산 신영대 의원만 비명이고 나머지 전원이 친명이라서 현역 2명 물갈이로 싱겁게 끝났다. 새만금 국가예산 삭감으로 촉발된 정치권 물갈이가 선거구 한 석 감소 여부를 놓고 정점에 다달았지만 막판에 현행처럼 유지 쪽으로 가닥이 잡히면서 도민감정이 많이 수그러들었다. 이번 총선에서 올드보이 정동영과 이춘석 귀환을 가능하게 했다. 잼버리가 끝난 후 모든 실패 책임을 전북도에다가 똘똘 뒤집어씌워 도민감정을 격앙시킨 게 결국 정동영을 소환하게 했다. 그 전만 해도 정동영은 정치 재개 명분이 약해 뚜렷한 결론을 못 내리고 있었다. 하지만 도민들 사이에 전북 정치권의 존재감이 너무 약한 것 아니냐는 여론이 강하게 형성되자 정동영이 구원투수 역할을 자임하고 나선 것. 동냥 벼슬인 국회의원이나 선출직 공직자는 그냥 되는 게 아니다. 3대의 신상이 고스란히 까발려지기 때문에 평소에 덕을 쌓지 않고 갑질한 사람은 아예 생각도 못할 일이다. 전주 을서 서울중앙지검장을 지낸 이성윤 후보가 정치 입문 2달도 안 돼 금배지를 거머쥐었지만 그의 내공이 결코 만만치 않았다. 교회와 직장 집만을 오가는 범생이 정도로 알려졌지만 윤석열 검사정권이 들어서면서 그를 독사로 만들어줘 승리할 수 있었다. 그는 윤석열 검사 독재정권의 타파를 위해 최일선에서 싸워나가겠다는 게 시대정신을 관통하면서 승리의 월계관을 쓰게 됐다. 정동영 이춘석 이성윤의 당선은 상대 후보보다 인물이 우위에 있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지방의원들이 주축이 되서 사즉생의 각오로 표심을 집중 공략한 게 주효했다. 경선이 당원 일반시민 50대 50으로 돼 있어 도전자한테는 권리당원을 모르는 상황에서 깜깜이 선거를 치러야 할 형편이었지만 그래도 개미들의 끈질긴 집념으로 승리를 일궈낸 것. 전주을은 경선 전에 지방의원들이 물밑 접촉을 통해 이성윤 후보를 밀기로 다짐하고 그에 대한 지지를 끌어올려 여론조사 1위로 후보 4명을 제쳤다. 사실상 국회의원이 지방의원 공천권을 쥐고 있기 때문에 공천받기 위해 물불을 안 가리고 뛸 수밖에 없다. 전주병은 지방의원 전원이 김성주 의원을 밀다가 패배해 정동영 당선자와 물기름처럼 묘한 동거를 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전원 물갈이냐 아니면 80% 물갈이냐를 놓고 설왕설래하면서 내심 긴장의 끈을 놓치 않고 있다. 지방선거 때 경선을 통해 물갈이가 되겠지만 선거 때 선거운동에 아예 참여치 않은 도의원은 일찍 신상정리를 한 것으로 보인다. 주군이 바뀌어 공천관계가 불리해졌지만 지방의원은 주민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후반부 의정활동을 잘해야 할 것이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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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성일
  • 2024.05.12 19:21

지방시대 실현, 공공기관 추가이전 서둘러야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공공기관 추가 지방이전 문제와 관련해 ‘빠른 시일 내에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공공기관 이전이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도록 지역의 특성에 맞춰 추진하겠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지난 2004년 노무현 정부 때 제정된 ‘국가균형발전특별법’에 따라 수도권에 있던 153개 공공기관이 2019년까지 전국 10개 혁신도시로 이전했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균형발전이 목표였다. 하지만 지역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수도권 쏠림 현상 완화 등 당초 목표로 했던 효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이후 수도권에 남아 있는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한 추가이전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됐다. 문재인 정부는 공공기관 추가 지방이전을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차일피일 미루다가 결국 동력을 잃고 말았다. 약속 이행을 촉구하는 지방의 외침을 흘려들으며 소극적 태도로 일관한 것이다. 임기 내내 공수표만 남발한 셈이다. 윤석열 정부도 공공기관 추가이전을 약속했다. 정부의 120대 국정과제에 포함됐고, 출범 후 ‘속도감 있는 추진’을 약속하면서 곧바로 이전에 착수할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기대는 오래 가지 않았다. 로드맵 발표는 하염없이 미뤄지고, 구체적인 논의도 찾아볼 수 없다. 공공기관 지방 이전은 수도권 집중 현상 완화와 지방소멸 위기 극복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정책이다. 정치적 셈법으로 눈앞의 유불리를 따지기보다는 대한민국의 최대 현안인 국가균형발전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역대 정부가 균형발전 정책을 앞다퉈 내놓았지만 항상 빈손이었다. 수도권 중심의 국가 운영 기조를 버리지 못한 탓이다. 이번 정부에서도 기대가 점차 실망으로 바뀌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과 함께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를 열겠다’고 했다. 국가균형발전 정책에 대한 의지를 강조한 것이다. 신도시 정책 등을 통해 수도권 블랙홀을 키우면서 지방시대를 열겠다는 것은 이율배반이다. 정부가 국가균형발전의 핵심 정책으로 내세운 공공기관 지방 이전이 선거에서의 셈법이나 정국 현안에 따라 오락가락해서는 안 된다. 이번에도 공수표로 끝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전철을 밟지 않도록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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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4.05.12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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