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end news
무더위가 성큼 다가왔다. 초여름 더위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올여름은 예년보다 기온이 더 올라갈 것으로 예고돼 독거노인과 거동 불편자 등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철저한 폭염 대책이 요구된다. 올여름에도 집중호우와 폭염 등 기후재난이 되풀이될 가능성이 높다. 집중호우와 마찬가지로 폭염도 수많은 인명을 앗아가는 심각한 자연재난이다. 전북특별자치도소방본부에 따르면 전북지역에서 최근 3년간 발생한 온열질환자는 모두 381명에 이른다. 게다가 매년 그 수가 늘어나는 추세고, 지난해에는 4명이 온열질환으로 사망했다. 아직 폭염이 닥치지는 않았지만 계절상 여름에 접어든 만큼 미리 대비책을 세워 인명 피해가 없도록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여름철, 독거노인과 빈곤층·장애인·야외노동자·만성질환자 등 폭염 취약계층의 건강이 벌써부터 걱정이다. 이들이 불볕더위에 방치돼 불상사로 이어지는 일이 없도록 특별관리대책을 철저하게 세워 추진해야 한다. 특히 농어촌 지자체에서는 고령의 농업인들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영농철을 맞아 논·밭에 나간 어르신들이 땡볕에 쓰러지는 일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온열질환 예방 요령 알림 서비스와 드론을 활용한 논·밭작업 현장 예찰활동 등 맞춤형 대책을 확대 시행해야 할 것이다. 각 지자체가 책임감을 갖고, 꼼꼼하게 점검하고 대응해서 취약계층을 비롯한 지역 주민의 안전을 보호해야 한다. 정형화된 폭염 대책을 해마다 반복하기보다는 기후변화에 맞춘 현실적이고 효율적인 대책을 찾아야 한다. 우선 폭염기간 중 더위에 취약한 어르신 및 취약계층을 보호하기 위해 지정·운영하는 무더위 쉼터를 수요에 맞게 늘리고, 기존 무더위 쉼터에 대해서도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지 철저하게 점검해야 한다. 폭염이 닥치기 전에 무더위 쉼터의 위치를 알리는 안내시스템도 재정비해 어르신들이 뙤약볕에서 쉼터를 찾아 헤매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더불어 그늘막과 같은 폭염 저감시설 확충 등 피해 예방 대책을 다각도로 추진해야 한다. 이와 함께 취약계층의 주거환경과 건강상태 등을 살피는 현장 점검을 통해 폭염 대응 사각지대가 없도록 특별히 신경써야 한다.
서울에 본사를 둔 장기요양기관 운영업체가 군산에 진출하려 하자 군산지역 요양기관들에 비상이 걸렸다. 자본력과 조직, 노하우를 앞세운 업체들이 체인점과 프랜차이즈 형식으로 장기요양기관을 설립하게 되면 지역시장이 잠식될 수 있기 때문이다. 노인인구가 급증하면서 앞으로 장기요양에 대한 수요도 계속 늘어날 전망이어서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노인장기요양기관은 고령이나 치매·중풍 등 노인성 질환으로 일상생활을 혼자서 수행하기 어려운 노인들에게 신체 또는 가사활동을 지원하는 기관이다. 노인장기요양보험법 제31조에 의해 일정한 격식을 갖춰 신청하면 시장·군수가 지정토록 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의하면 노인요양서비스 제공기관은 2022년 말 현재 전국적으로 2만7484곳이다. 전북에는 방문요양, 방문목욕, 주야간보호 등 재가급여 1198곳, 노인요양시설 등 시설급여 252곳 등 모두 1450곳에 2만2521명이 서비스를 받고 있다. 문제의 발단은 서울 C업체가 군산시에 재가노인복지센터 지정 심사신청을 하면서 비롯되었다. 이 업체는 전국에 체인망을 두고, 법인을 여러 개로 나눠 10곳의 지자체에 주간보호센터, 방문요양, 복지 용구 등 34개의 직영점을 운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요양보호사 전국 채용 등 요양 인프라 확충을 들어 2025년까지 전국에 100개 센터 오픈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군산시는 1차 지정 심사에서 서류 미비를 들어 부결시켰지만 서류를 보완해 다시 제출하면 승인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이를 보는 시각은 두 가지다. ‘자유 경쟁’이라는 시장 논리에 맡겨야 한다는 주장과 이들 업체가 진출하면 대형마트가 그렇듯 지역업체들이 고사할 것이라는 주장이 그것이다. 지역업체들은 이들이 비영리사업인 노인복지센터 운영보다 실질적으로 의료기구, 공동구매 등 복지용품 시장을 점유하는 영리 행위를 확장해 나가려는 의도가 있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이를 막기 위해 조례 제정 등을 통해 규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쨌든 이들의 진출을 막기 어려운 게 현실이고 결국 서비스의 질을 높여 경쟁하는 수밖에 없지 않을까 한다. 이는 비단 군산만의 문제가 아니다. 서울에는 이들과 유사한 벤처업체들이 여럿 있고 돈이 된다면 전주 등 어느 곳이든 진출할 것이다. 이번 기회에 지역업체들도 서비스 질 향상을 통해 경쟁력을 높였으면 한다.
푸르름으로 가득한 5월은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날, 부부의날 등 소중한 가족을 생각하고 함께하며 서로 축하해주고 기념할 수 있어 계절의 아름다움과 함께 마음까지 따뜻한 시기이다. 그러나 5월은 소중한 가족을 잃어버린 아픔으로 가슴 시리고, 민주주의를 잃어버린 아픔을 품고 있기도 하다. 1980년. 당시 국민들은 기나긴 군사독재가 종식되고 국민이 주인이 되는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이야기를 꽃피웠고, 필자 역시 초등학교를 다니면서 민주주의라는 의미를 조금씩 알아가게 된 시절이었다. 그러나 국민주권의 기대는 또 다른 군사정권이 무고한 국민을 무자비하게 탄압하면서 기약 없이 미뤄져야만 했다. 영화 ‘서울의 봄’에서 전두광은 권력 공백을 틈타서 보안사령관과 합수부장의 직위를 이용해 참모총장을 강제연행할 계획을 세웠다. 나름 민주적 절차를 의식했던 것일까? 연행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일을 벌여놓은 후 대통령의 재가를 받기 위해 소위 장군들을 등에 업고 대통령을 압박하는 모습은 파렴치한 집단이 자신들의 이득을 위해 법을 악용하는 결정판을 보여주고 있다. 실제 1980년 전후로 있었던 이런 일련의 사건들이 서슬퍼런 군사정권 시절에는 공론화되지 못 하다가 십수년이 지난 후에야 법원으로부터 모든 것이 위법하다는 판결을 받았다. 유신정권도 마찬가지다. 억지로 헌법을 개정하며 법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권력 찬탈의 명분을 확보하려고 했다. 그렇기에 권력 찬탈자들도 민주적인 절차를 통해 집권했다고 말하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을 우리는 목격했어야 했다. 그 후로 40여 년이 지난 지금. 군사정권은 검찰정권으로 바뀌었고, 국민탄압은 현재진행형이다. 겉으로는 민주주의를 말하면서도 국민들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국민들을 폄훼하고 있다.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에서 통과한 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과 대장동 50억 클럽 특검법은 거부권을 행사하고, 언론을 탄압하며 대통령의 심기를 건드리면 누구든지 틀어막는 행태는 국민의 눈높이를 무시하는 것일뿐만 아니라 과거 군사독재시절의 그것과 전혀 다를 바 없는 것이다. 민주주의라는 제도는 어떤 의도와 목적을 갖고 활용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극과 극으로 갈라진다. 선한 집단은 제도를 극대화시켜 우리사회를 윤택하게 만들겠지만, 전 세계의 역사에서 볼 수 있듯 욕망에 눈이 먼 집단은 제도를 악용해 근본을 파괴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는 더 이상 국민을 핍박하고, 조롱하는 세력이 민주주의를 유린하도록 방치하지 말아야 한다. 여전히 불완전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보완하고, 발전시키고자 하는 국민들의 염원은 매년 5월이 되면 더 강하게 타오른다. 5월은 대한민국 근현대사 가운데 비극적인 페이지를 장식할 역사적 사건들이 많기 때문이다. 민주주의를 정착시키기 위해 수 많은 희생을 치러야 했던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이름 없이 산화한 소시민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민주주의를 더욱 견고하게 세우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자 하는 것이다. 특히 필자같은 정치인들은 대한민국을 위해 희생하신 분들이 남겨준 소중한 유산을 훼손시키지 않고 후대에 물려줄 막중한 책임이 있다. 가슴 시린 63년 전 5.16 쿠테타의 비극을 되새기고, 44년 전의 광주를 추모하며 미래세대들은 선배세대들이 겪었던 아픔을 경험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온 국민이 힘을 모으자. 우리의 민주주의는 우리가 함께 책임져야 할 소중한 가치이다. /권요안 전북특별자치도의원
최근 필자의 시선을 사로잡은 특이한 두 개의 장면이 있다. 하나는 길거리에서 본 장면인데, 젊은 세대와 나이 든 세대의 걷는 모습이다. 젊은이들은 이어폰을 끼고 여유 있게 걷고 있는 반면, 제법 나이가 들어 보이는 분들은 어딘가를 향해 분주하게 가고 있는 모습이다. 다른 하나는 기차역과 버스터미널에서 목격한 두 세대의 모습이다. 젊은 세대들은 핸드폰에 있는 앱을 통해 표를 구입하고 시간에 맞춰 대합실에 도착하는 반면, 나이 든 분들은 과거에 하던 방식대로 일찍 와서 매표소에서 표를 사고 승차를 기다리는 모습이다. 이 두 장면은 평균적인 시선으로 표현된 것이지만, 다분히 역설적이다. 두 세대의 다른 모습에 주목한 것은 젊은 세대들은 바쁘게 살아야 하고 시간적 여유가 많은 시니어들은 상대적으로 더 여유 있게 살 것이라는 필자의 고정관념 탓인지도 모른다. 어쩌면, 대면접촉을 중시하고 사회적 관계에 익숙한 기성세대와 관계의 불편함과 다름을 피할 방어적 개인주의에 익숙한 MZ세대들의 일상을 대변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세상을 사는 방식과 태도인 아비투스적인 관점에서 보면, 사람은 언제, 어디서 태어났느냐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기성세대들은 분업과 협력을 기반으로 하는 산업사회에서 성장한 반면, MZ세대들은 소셜미디어가 보편화된 디지털 사회에서 성장했다. 이것은 두 세대가 다른 사회적 맥락과 문화 속에서 살아왔음을 의미한다. 같은 시대를 살아감에도 불구하고, 두 세대의 일상이 다른 소이이다. 어쨌든 우리는 디지털 사회로의 전환이 급격하게 이루어지면서 정보의 홍수 속에 살고 있고, 살기 위해 과거보다 더 숨 가쁜 일상을 보내야 한다. 전문가들은 소셜미디어의 보편화로 사회적 고립과 스트레스가 증가한다고 말하고 있다. 미래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미래 사회는 유사성을 지닌 것과는 과잉으로 접속하고 차이가 나거나 다른 것에는 관계를 차단하는 단속사회가 될 것으로 예측한다. 이는 시간이 흐를수록 세대 간의 차이와 차별, 공동체 의식의 약화가 커질 것이라는 얘기다. 이런 비관적인 미래 전망에 지혜롭게 대응하는 방안은 없을까? 다양한 해법이 있겠으나, 필자는 단순하게 살아보기, 이른바 심플라이프를 권하고 싶다. IT 기술의 발달은 우리에게 빠르면서도 느리게 살아야 하는 이중적 삶을 요구한다. 빠름은 생활의 편리와 효율을 주지만, 우리를 지치게 하기 때문이다. 이럴 때일수록 더 나은 삶을 위한 보상적 느림이 필요하다. <단순하게 산다>의 저자 샤를 바그네르는 단순함을 인간다운 삶의 특징으로 규정하고, 유전되는 생물학적 능력이 아니라 끈질긴 노력의 결과로 보고 있다. 단순하고 소박한 삶을 위해서는 단순하게 생각하고 말하는 동시에 의무와 욕구를 단순화하고 단순함에서 즐거움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거절하지 못하게 하는 인간관계를 정리하는 것도, 아무렇지도 않은 척 묻어둔 묵은 감정과 과거의 미련을 떨쳐내는 것도 심플라이프의 핵심이다. 우리를 지치게 하는 것과 이별하는 방법으로 농촌에서 살아보기와 여행을 권하고 싶다. 시골은 감성을 깨우는 자연의 아름다움과 목가적인 전원생활을 체험하는 느림의 공간이자 쉼터이며, 여행은 우리를 지치게 하는 일상의 피로를 덜고 타인의 삶을 통해 자신을 발견할 수 있는 최고의 기회이자 위로다. 조금 있으면 여름 휴가철이다. 우리의 삶을 더욱 분주하게 만들고 사회적 고립과 스트레스가 증가하는 지금, 우리의 멋진 시골로 여행을 떠나보자. /서순탁(서울시립대학교 교수, 前 총장)
2024. 5. 13 ~ 6. 1 Gallery 숨 미술가: 박지녕 명 제: 사라짐에 대하여 - 길 재 료: 골판지 위에 아크릴 규 격: 130.3x130.3cm 제작년도: 2024 작품설명: 유와 무·존재와 허상의 경계에서 보이지 않는 것들에 대한 질문이다. 사라진다는 건 이미 존재했다는 증거이고, 다시 생성하는 개연성을 방증하는 거다. 골판지 골의 빈 곳을 드러내고, 결을 따라 아크릴 물감을 고집스럽게 쌓아 올리는 노동집약적 행위로 견고한 점을 만든다. 그 개념적 실존 너머의 세상을 향해 허허롭게 사라져가는 자화상이다. 미술가 약력: 박지녕은 아트 스테이지 싱가폴, 키아프, 서울아트쇼, 한국현대미술제, 화랑미술제, 서울아트페어 등에 출품했다. /문리 (미술학 박사, 미술평론가)
적십자의 역사는 곧 앙리 뒤낭과 함께한다. 매년 5월 8일은 적십자의 날인데 창시자인 앙리 뒤낭의 생일을 기념해 정했다고 한다. 우리가 흔히 보는 ‘적십자 표장’은 흰색 바탕의 붉은색 그리스식 십자로, 국제적십자 운동 창시자인 앙리 뒤낭의 조국 스위스에 경의를 표하는 의미로 스위스 국기 문양의 색상을 반전한 것이다. 다만 튀르키예를 중심으로 한 이슬람교 국가들은 ‘적신월’을 사용하며, ‘적십자’와 ‘적신월’을 사용하지 않는 국가는 ‘적수정’을 사용할 수 있다. 적십자 표장을 사용하는 사람이나 건물은 전쟁 시 공격의 대상이 아니라는 의미를 담고있으나 때로는 공격을 받을 수 있기에 분쟁지역에선 매우 위험하다. 그런데 우크라이나의 전설적인 영웅 이야기를 다룬 영화 ‘도뷔시’가 오는 23일 개봉해 눈길을 끈다. 우크라이나 영화가 국내에서 상영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 18세기 실존 인물인 도뷔시가 귀족의 폭정에 맞서 민중을 지키는 내용을 담은 액션 블록버스터다. 주변국의 귀족, 군벌 세력의 억압에 대항하는 백성들의 모습은 우크라이나가 지금 처한 현실과 묘하게 오버랩된다. 대한적십자사 김철수 회장이 며칠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 있는 보건부 청사에서 긴급후송용 구급차 40대를 우크라이나 정부에 전달했다고 21일 밝혔다.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하고 있는 우크라이나에서 신속하게 부상자를 병원으로 이송하기 위한 인도적 차원의 구급차 지원이다. 전달식에는 김철수 대한적십자사 회장, 김형태 주우크라이나 한국대사, 빅토르 랴쉬코(Viktor Liashko) 우크라이나 보건부 장관, 막심 도첸코(Maksym Dotsenko) 우크라이나적십자사 사무총장 등이 참석했다. 대한적십자사의 역사도 상당히 오래됐다. 1899년 9월 19일 독립신문에는 홍십자 관련 최초의 논설이 게재됐고, 1903년 1월 8일에는 대한제국정부가 제네바 협약에 가입했다. 대한적십자사의 오랜 역사에서 전북인으론 첫 수장에 오른 이가 바로 김철수 회장(김제)이다. 그는 이번에 만 80세의 노구를 이끌고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방탄 차량을 타고 무려 13시간을 달려 키이우에 도착할 수 있었다며 힘든 여정을 필자에게 전했다. 김철수 대한적십자사 회장은 “한국도 70년 전 비슷한 상황을 겪었던 나라이기에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고통을 잘 알고 있다”며 “구급차가 필요한 곳에서, 어려움에 처한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생명을 구하는데 사용됐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지난 1월 부산항에서 선적된 구급차 40대는 4월말 우크라이나에 도착했으며, 폴타바, 도네츠크, 자포리자, 오데사, 하르키우, 헤르손, 체르니히우 등의 의료시설에 배치돼 구급활동을 시작할 예정이다. 대한적십자사는 현금 70억원, 물품 258억원 등 총 328억원을 모금해 우크라이나 인도적 지원에 사용했다. 70여년 전 동족상잔의 비극을 겪는 과정에서 도움을 받았던 우리가 이국땅에서 조금이나마 베푸는 것 같아 푸근하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최근 전북지역 사찰에서 화재가 잇따라 발생해 도민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지난달 국가 명승 지정을 앞둔 천년고찰, 김제 망해사에서 불이 나 극락전이 전소된 데 이어 지난 20일에는 완주 구이면 용광사에서 화재가 발생해 대웅전이 모두 불탔다. 화재는 일단 발생하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에 예방이 중요하다. 특히 사찰 화재는 각별한 예방 대책이 요구된다. 우리나라의 국가지정문화재 중 불교 문화재가 35%를 차지하고, 국보와 보물 등 주요 문화재를 보유한 사찰이 많아 이 곳에서 화재가 발생할 경우 문화재 소실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유서 깊은 전통사찰은 대부분 목조 건축물이어서 화재 위험성이 높다. 물론 소방당국에서 매년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사찰 화재 예방대책을 수립해 추진한다. 전북특별자치도소방본부에서도 최근 도내 전통·일반사찰 140곳을 대상으로 화재 안전조사를 실시했다. 마침 김제 망해사 화재 직후여서 지역사회의 관심이 높았다. 하지만 화재 안전조사는 전통사찰 위주로 진행돼 조사 대상에서조차 빠진 사찰이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최근의 화재로 대웅전이 불탄 완주 용광사도 이번 안전조사 대상이 아니었고, 화재 당시 사찰 내 소화설비도 크게 부족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우리나라에서는 대부분의 사찰이 산속에 위치해 화재 발생 시 소방차가 현장에 신속하게 진입하기 어렵다. 이로 인해 작은 불씨나 사소한 부주의가 대형 화재로 이어지거나 대규모 산불로 확대될 가능성까지 안고 있다. 우선 대형 화마로 번질 수 있는 사찰 화재 예방 대책을 강화해야 한다. 아울러 사찰의 초기 대응과 자체 진압도 예방 못지않게 중요하다. 일반 건축물 기준에 맞춰 구비된 소화시설 및 장비만으로는 목조 건축물인 사찰 화재를 제대로 진압할 수 없다는 점이 그간의 사례에서 입증됐다. 엄청난 재앙을 초래할 수 있는 사찰 화재를 막기 위해서는 화재 안전기준을 강화해 모든 사찰에서 주기적인 방염 처리와 함께 화재 예방 및 초기 진압 시설·장비를 확충하도록 하는 등 적극적인 안전대책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소방당국과 지자체의 화재 안전점검도 한층 확대·강화할 필요성이 있다.
대구시와 경북도의 행정통합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제안하자 이철우 경북지사가 화답하면서다. 대구와 경북을 합쳐 인구 500만 명의 메가시티로 만들어 한반도 제2의 도시로 도약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여기에 윤석열 대통령까지 힘을 보탰다. 지도자들이 통 크게 결단하고 일을 추진하는 모습이 부럽다. 이에 비해 전북은 어떤가. 광역 통합은 커녕 30년 동안 기초 통합도 못하고 있으니 답답하다. 기득권을 가진 지역정치인들이 소지역주의를 부추긴 결과다. 지역의 일을 지역민들이 주도하지 못하고 낙후타령만 하고 있다. 이번 기회에 다른 지역의 사례를 통해 스스로를 뒤돌아 보았으면 한다. 지금은 예전처럼 교통이 불편하고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는 시대가 아니다. 전국이 반나절이면 오가고 SNS 등 통신수단도 발달했다. 인구가 급감하고 생활권도 같은데 굳이 행정구역이 다를 필요가 없다. 행정개편을 통해 지방소멸을 막고 효율을 높여야 한다. 이러한 흐름에 발 빠르게 대응해야 살아남는 시대다. 대구·경북은 올해 내 시·도의회 의결, 내년 상반기 대구경북행정통합 법안 국회 통과, 2026년 지방선거 때 통합단체장 선출 등 구체적인 로드맵을 내놨다. 조만간 우동기 지방시대위원장, 이상민 행안부장관, 대구시장, 경북지사가 만나 통합 지원 방안을 논의키로 했다. 전국은 지금 행정통합이 봇물이다. 대구·경북은 물론 충청권 4대시도가 추진하는 ‘충청지방정부연합’, 부울경(부산·울산·경남)의 초광역경제동맹과 부산·경남 행정통합, 광주·전남 행정통합 등이 속도를 내고 있다. 이와 함께 기초단위도 군위가 대구에 편입했고, 목포·신안이 순항 중이며 충남 금산군이 대전 편입에 적극적이다. 기장 모범사례는 10년 전 청주시와 청원군이 통합한 통합 청주시다. 청주시 발전은 옛 청원 지역인 오창과 오송을 중심으로 눈부시다. 통합에 실패했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오송은 국내 바이오산업의 중심이 되었고 오창은 세계 최고 이차전지 특화단지와 방사광가속기를 활용한 첨단전략 핵심지역으로 거듭나고 있다. 인구도 증가했다. 10년이 지나면서 통합 시너지 효과가 뒷심을 내고 있다. 전북도 이제 남의 얘기만 할 때가 아니다. 완주·전주 통합, 새만금권 통합 등에 속도를 내야 한다. 남의 등만 보고 가다간 늘 꼴찌를 면치 못한다.
항상 나와 함께 다니며 내가 하는 대로 따라 해요 내가 화내면 따라서 화내고 내가 매~롱 하면 함께 혀 내밀고 매~롱 하며 약 올려요 그런데 내가 큰소리로 하 하 하 웃으면 거울은 입만 크게 벌리고 소리는 못 내요 거울이 따라 못 하는 것 또 있어요 내 마음속에 감춰둔 생각들은 따라서 하지 못해요 △ 시인의 곱고 순수한 열정과, 천진한 순화의 과정과, 해맑은 마음을 곱게 쓴 동시가 나를 불렀다. 말을 건넨다. 아름다운 봄꽃들이 유혹하는 순간부터 동심으로 돌아간다. 거울 앞에 진달래꽃 한 송이를 놓았다. 온 방 안이 진달래꽃으로 물들었다. 거울 속 꽃과 한데 어우러진 봄꽃의 향기가 참 좋다. <거울이 못하는 것>에서 분노의 싹이 사그라들었다. “내 마음속에 감춰둔 생각들은 따라서 하지 못해요”라지만 꽁꽁 묶어둔 미운 생각도 거울이 등을 다독이며 위로해 주었으면 어떠리./ 이소애 시인
정동영. 우리 정치사에서 그만큼 부침이 심한 인물은 없다. 1996년 15대 총선에서 전국 최다 득표를 기록하면서 정계에 화려하게 진출한다. 천정배, 신기남과 함께 새천년민주당의 정풍 운동을 주도한다. 권노갑 의원 등 동교동계의 퇴진과 민주당의 쇄신을 강하게 요구하면서 일약 개혁의 기수가 된다. 2002년 대선 후 집권 여당으로 새로 창당한 열린우리당의 당 의장이 되어 17대 총선을 진두지휘하여 노인 폄하 발언 파동에도 원내 과반을 확보하는 승리를 이뤄낸다. 통일부 장관이던 2005년 6월 김정일 국무위원장을 만나 개성공단, 북핵 문제 등 남북관계를 크게 진전시키는 역할도 해낸다. 2007년 대선을 앞두고 정치 입문 11년 만에 이해찬, 손학규 등 거물들을 물리치고 대통합민주신당 후보로 선출되면서 최고 정점을 찍게 된다. 이때가 정동영 인생의 화양연화(花樣年華)였다. 그런데 아쉽게도 딱 거기까지였다. 정동영에게 2007년 대선 후보 이력은 이후 정치 여정에 큰 굴레로 작용한다. 대선 참패의 책임을 오롯이 독박 쓴 채 말이다. 어쩌면 그때 대선 후보가 되지 않았다면 그의 정치 인생은 크게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그 이후 정동영에게는 되는 일보다 안 되는 일이 더 많았다. 2008년 18대 총선에서 서울 동작을에 출마하였으나 한나라당의 정몽준에게 패배한다. 이듬해에 뜻하지 않게 전주 덕진 김세웅이 선거법 위반으로 의원직을 상실하면서 기회가 찾아온다. 그러나 민주당이 정동영의 출마를 반대하자 무소속으로 출마를 강행한다. 결과는 압도적 지지로 당선. 민주당에 복당한 정동영은 2012년 19대 총선에서 험지 출마 압력을 받아 서울 강남을에 출마하였지만 낙선하고 만다. 2015년 서울 관악을 재·보궐 선거에 무소속으로 출마, 3등으로 낙선하는 치욕을 겪기도 한다. 2016년 20대 총선에서 전주 병에 국민의당 후보로 출마하여 그의 보좌관 출신인 민주당의 김성주 후보에게 989표 차이로 신승한다. 2020년 21대 총선에서 민생당 후보로 출마, 민주당 김성주 후보에게 5만여 표 차이로 패배. 와신상담 끝에 지난 4월 22대 총선에서 김성주 의원과의 민주당 당내 경선에서 승리하면서 5선 국회의원이 되었다. 파란만장, 우여곡절 끝에 다시 돌아온 정동영의 마음을 사자성어로 표현하자면 일모도원(日暮途遠)일 것이다. 날은 저무는 데 갈 길은 멀다. 한때 진보 정치권의 최정상, 호남 인맥의 대부, 전북의 자랑이던 정동영의 정치 근력이 이울어가고 있다. 이제 정동영은 스스로 호랑이처럼 바람을 일으키거나 용처럼 구름을 불러 모으지는 못할 것이다. 그래도 썩어도 준치다. 여든 야든 누구도 민주당의 큰 어른인 정동영을 가벼이 여기진 못할 것이다. 잼버리대회 파행으로 인한 새만금 예산의 대폭 삭감, 지역 정치인들의 형편없는 대응력과 존재감을 지켜본 전북도민들이 정동영을 다시 소환한 이유는 간단하다. 윤석열 정권과 제대로 싸워라. 무너진 도민들의 자존감과 무력감을 다시 세우라는 것이다. 덧붙여 후배 정치인들을 잘 이끌고, 도움을 주는 맏형 역할을 해주면 좋겠다. 대체로 정치인의 뒤안길은 쓸쓸하다. 김종필은 말년에 정치는 허업(虛業)이라고 하였다. TK의 영원한 킹메이커 허주(虛舟) 김윤환도 토사구팽당하고 빈 배로 세상을 떠났다. 도종환 시인은 “꽃은 젖어도 향기는 젖지 않는다/꽃은 젖어도 빛깔은 지워지지 않는다”라고 하였다(라일락꽃). 세월이 가도 향기와 빛깔을 잃지 않는 정치인, 결코 뒷모습이 쓸쓸하지 않은 정치인 정동영으로 기억되기를 바란다. / 권혁남 전북대 명예교수
황금 땅도 잘못 운용하면 쓸모없는 돌밭이 되고 만다. 가치를 누릴 줄 알아야 하는 지혜로움이 절대적이다. 욕심과 이기는 고귀한 지혜를 통째로 망가뜨려 집어삼키는 결과일 뿐이다. 지금 새만금은 전북특별자치도 발전의 맹주 역할을 해야 하는 절실한 상황이다. 각 지역은 지방자치시대를 맞아 가장 단점으로 지적되는 것이 이기주의로 인한 지역 간의 갈등요소로 나타나고 있다. 그렇지만 군산시와 김제시, 부안군 의회와 주민 모두는 관할권분쟁에 극한적 투쟁을 벌여오다 작금에 이르러서는 약간의 완화 모습을 보이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는 줄로 안다. 지금 새만금사업은 30년이 지나 제방이 완공돼 항만건설, 공항건설, 내부 십자로개통, 내부개발과 입주기업 등 새만금사업의 기초적 단계를 벗어나려 전북특별자치도와 새만금 개발청은 온갖 노력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이러한 상황에 효율적인 새만금 운용을 하려면 3 시군의 주민을 대표하는 의회가 앞장서서 전북특별자치도의 거대한 발전 축의 하나로 자리 잡을 새만금 자치시를 건설하는데 선두 적 역할을 해야 하리라고 본다. 우선 1단계로 새만금 지역 내의 자치시를 건설 운용하는 과정에서 문제점이 나타나면 수정 보완하고 궁극적으로는 3 시군과 새만금 자치시를 통합, 새만금 특별자치시를 건설, 전북특별자치도의 서부지역에 대단위 시를 건설하자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현 군산외항을 새만금 신항과 일원화시켜 군산 새만금 국제항만, 군산 새만금국제공항, 철도, 도로망 구축 등 대단위 메가시티 국제도시가 탄생한다. 이러한 사업은 전북특별자치도 서부지역에 커다란 발전의 축이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문제는 인구다. 새만금 특별자치시에 50만 인구는 기본이고 궁극적으로는 1백만명 수용의 도시건설에 매진해야 한다. 이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인력충원요인의 산업체 유치가 뒤따라주도록 해야 한다. 이제는 세계를 무대로 하는 혜안이 있어야 한다. 새만금은 최소한 국제적 무대의 요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소이기주의적인 단위지역이 아닌 최소한 메가시티의 관점에서 획기적인 조명이 필요하다. 우리 시대의 지금까지는 지역을 본위로 해온 거 틀림없다. 그러나 AI시대를 맞고 있어도 우리에게는 앞으로 30년, 50년, 1백년을 내다보는 멀고 긴 역사 앞에 후세에 부끄러움이 없는 선각자적인 설계가 절대적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세계를 무대로 하는 혜안이 필요하다. 새만금은 최소한 국제적 무대의 요건을 갖추고 있어 손색없는 메가시티개발에 충족시킬 수 있다. 지금 절대로 늦지 않다. 윤석열 정부 들어 현재 진행 중인 사업내용자체를 재검토하라는 지시로 작업을 하고 있어 곧 그림을 내놓을 것이다. 이에 수반하여 우선 김관영 지사는 1차적 문제인 새만금자치시 건설에 매진해야 한다. 물론, 전반적인 도정에 여념이 없겠지만 하급자에게 미룰 일이 아니라 김 지사 자신이 직접 챙기고 발로 뛰면서 그동안 쟁점이 돼온 3 시군의 관할권문제와 관련하여 전북발전의 축을 이루는 새만금시 건설의 중요성에 대해 동의를 얻어내야 할 줄 안다. 사자성어에 소탐대실(小貪大失)이라는 말이 있다. 작은 것에 욕심을 부리면 큰 것을 잃게 된다는 말이다. 3 시군은 소의 보다는 대의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하리라는 것이다. 이제 작은 지역이 아닌 광야의 메가시티를 만들어 후손에 물려주자는 주장이다. 3 시군의 지도자들은 주민들과 난상토론을 거쳐서라도 어느 것이 우리 지역과 전북, 우리나라를 위한 일인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새만금개발청은 모든 사업은 국가사업이지만 전북특별자치도와 직결되는 사업들인 만큼 전북자치도와 긴밀한 협의를 통해 발전의 효율성을 찾아 아시아의 허브요, 세계무대를 향하는 새만금발전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새만금은 세계무대의 요람'이다 /김철규 시인, 전 전북도의회 의장
유홍준 선생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는 오랫동안 선풍적인 인기를 누렸다. 총 12권으로 완성된 국내 편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에는 ‘평양의 날은 개었습니다’ 와 ‘다시 금강을 예찬하다’라는 북한 문화유산 답사기도 포함되어 있다. 최근에는 일본, 중국 편까지 출간되었고 인기는 여전하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는 우리 문화유산을 대중화하는 데 크게 이바지하였고 유홍준 선생은 아주 막강한 문화 권력을 쥐게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책이 되었다. 국민은 답사 지침서가 된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를 들고 우리나라 곳곳의 문화유산을 찾아 열광했다. 당시 답사 열풍은 가히 강력한 태풍급이었다. 그런데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 산은 강을 넘지 못하고> 두 권째를 읽으면서 무척 속이 상했다. 정확하게는 자존심이 상했다. ‘옛길과 옛 마을에 서린 끝 모를 얘기들’ 편에 실린 글 때문이었다. 완주, 진안지역 사람들이 읽게 되면 누구라도 속이 상할 것이다. 유홍준 선생은 수많은 지역을 답사하면서 우리 문화의 우수성을 설명하여 탄성을 자아내게 했다. 그런데 완주, 진안지역을 지나면서는 유독 좋지 못한 기억만 되뇌고 무진장을 지나갔다. 유홍준 선생은 함양·산청을 답사하는 길에 완주군 소양면 화심을 지나면서 ‘가든’이 즐비하다면서 비웃었고, 무진장을 지나면서는 더욱 넋두리가 심해진다. 모래재는 사뭇 길이 험하다 하면서 사고가 잦다느니, 두 번의 답사 실패를 무진장에 눈이 많이 내린 데에서 그 연유를 찾고 있다. 다른 계절에 올 생각을 하지 않고 오직 ‘무진장’이란 말을 사용하기 위해 별일을 다 끌어들인다. 지금은 4차선 국도와 고속도로가 뚫려 전혀 다른 길로 진안을 오가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이 경치가 좋은 모래재를 이용하면서 낭만과 추억에 잠기곤 한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내용 중 가장 압권인 부분은 아주 어두웠던 시절의 캄캄한 시골 동네 이야기라며, 1972년 11월 유신헌법 찬반투표에서 무진장 지역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투표율을 보여 주었다고 소개하는, 그 대목은 이렇다. “내가 잊지 못할 무진장의 또 다른 추억은 1972년 11월 유신헌법 찬반 국민투표 때 일이다.…… 무진장은 전국에서 가장 높은 투표율을 보여 주었는데, 투표율은 자그마치 103%였다. 무진장 쏟아져 나온 것이다. 그 캄캄했던 시절의 캄캄한 시골 동네 얘기가 이제는 캄캄한 옛이야기로 전설이 되어서 들려온다.” -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2> 18쪽. ‘무진장’이란 단어를 사용하기 위하여 순박하게 살아가는 무진장 사람을 조롱하고 있다고 느끼게 한다. 참으로 자존심 상하는 글이 아닐 수 없다. 이미 수백만 독자가 이 대목을 읽었을 터인데, 그 독자들이 전북 무진장 지역을 어떻게 생각할까 끔찍하다. 캄캄했던 시절이라 하지만, 무진장 지역은 순진함을 넘어서 미개한 사람처럼 느껴지는 대목이다. 기회가 된다면 유홍준 선생과 출판사에 개정판을 낼 때 새롭게 기술할 것을 제안한다. 반드시 개정되기를 바란다. 무진장(무주, 진안, 장수)으로 묶어진 선거구는 유신헌법 찬반 투표가 아닌 당시 국회의원 선거구다. 그리고 진안군 최신 자료를 종합화한 <진안군 향토 문화 백과사전>에 의하면, 1972년 11월 21일 선거에서 진안군은 투표인 수 4만4306명, 투표수 4만 1408명 투표율 93.5%라 기록하고 있다. /이상훈 (진안문화원 부원장, 전라고 교사)
수업시간마다 들리는 왁자지껄 음악 소리 반장이 멈춰보려 하지만 음악 소리는 더 커질 뿐이다 그때 짠! 하고 나타난 선생님의 한마디 조용히 하자 친구들의 음악 소리가 뚝! 그쳤다 역시 우리 선생님이야 선생님은 우리 반 슈퍼히어로 △ 제목부터가 은유입니다. ~은 ~이다. 즉 A=B 이다. 반장이 멈춰보려고 했던 왁자지껄 음악 소리가 선생님의 “조용히 하자”란 한 마디에 조용해졌군요. 원지유 선생님은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능력자가 되셨군요. 원지유 어린이는 은유법을 잘 사용하였어요. 앞으로 좋은 작가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요./구순자 아동문학가
1997년 제2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되어 사회적 이슈를 불러일으킨 다큐멘터리영화가 있다. 제주 4.3사건 생존자들의 증언을 모아 만든 조성봉 감독의 <레드 헌트>다. 당시 여야 정당 총재 등 정치인들도 영화를 관람했지만, 감독을 비롯한 관계자들은 국가보안법으로 수배를 당하거나 구속됐다. 제주 4.3은 1948년 4월부터 1954년 9월까지 7년 7개월 동안 대한민국 군인과 경찰이 공산 빨치산을 소탕한다는 명목으로 주민 3만여 명을 대량 학살한 사건이다. 오랫동안 말하는 것조차 금기시되었던 4.3사건이 조명되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 후반이다. 학계와 사회단체가 나서면서 4.3은 비로소 우리 역사의 전면에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1999년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이 통과되고 이듬해 2000년에는 제주 4.3 특별법이 제정됐다. 4.3사건 진상조사보고서가 세상에 나온 것은 2003년. 그해 노무현 대통령은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으로 제주를 찾아 '국가공권력에 의한 대규모 민간인 희생'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공식적으로 국가가 인정한 역사가 되었지만 안타깝게도 제주 4.3의 진상규명과 희생자들의 명예 회복은 순조롭지 않았다. 비극의 역사 제주 4.3이 또 한편의 다큐멘터리영화로 우리를 찾아왔다. 지난 10일 폐막한 전주국제영화제에서 공개된 <목소리들>(지혜원 감독)이다. 영화는 ‘제주 4.3 당시 희생된 수많은 여자와 끔찍한 기억을 안고 살아남은 여자들에 관한 이야기’다. 제주 4.3은 한국 전쟁을 제외하면 가장 많은 민간인 사망자를 낸 국가폭력 사건이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3만 명 희생자의 33%가 노약자와 여성이다. 1949년 5월, 민간인 수용소를 방문한 UN 위원단이 “여성의 수가 남성보다 대략 3배나 많았고 팔에 안긴 아기들과 어린이들도 많았다”고 전했다는 기록도 있다. 그럼에도 여성 희생자는 오랫동안 4.3 관련 연구 대상으로도 주목받지 못했다. 4.3 특별법 또한 희생자를 ‘제주4·3사건으로 인하여 사망하거나 행방불명된 자, 후유장애가 남아있는 자’로 규정하고 있어 성폭력 등 여성들의 희생은 제외되어 있다. 돌아보면 전쟁의 역사에서 여성들이 기억되는 일은 거의 없다. 제주 4.3도 성폭력 등 고통과 치욕의 시간을 지나온 여성들의 희생을 오랫동안 암흑 속에 묻어두고 있었다. 여성을 통해 4.3을 조명하는 첫 번째 영화가 된 <목소리들>을 더 주목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제주 4.3의 역사를 바로 세우는 또 하나의 통로가 될 <목소리들>은 이제 곧 상영관에서 관객들을 만나게 된다. 많은 관객들로 객석이 가득 찼으면 좋겠다. /김은정 선임기자
전주는 명실공히 맛과 멋의 본향이다. 산업화 과정에서 뒤쳐져 도시의 위상은 과거에 비해 말할 수 없이 떨어져있으나 계랑화 하기 어려운 맛과 멋의 가치는 상상을 초월한다. 그런데 이를 제대로 대중성있게 살려 관광자원화 하고 경제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국내 유일의 유네스코 음식창의도시라는 점에서 전주를 한식 세계화를 이끌어갈 거점도시로 더 통크게 육성하는 것은 그래서 시급하면서도 매우 중요하다. 전주가 K-푸드의 중심 도시임을 널리 알리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K-푸드의 가치와 다양성을 글로벌 문화 콘텐츠로 발전시키는 한편, 전통성에 기반한 과학기술을 접목해 세계시장을 선도할 미래 먹거리를 창출해야 한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전주시가 유네스코 음식창의도시로 지정된 것도 벌써 12년이나 됐다. 전주시는 콜롬비아 포파얀(2005년), 중국 청두(2010년), 스웨덴 오스터순드(2010년)에 이어 2012년 세계에서 네 번째로 유네스코 음식창의도시에 선정된 바 있다. 단순히 대한민국의 음식 수도에 그치지 않고 세계무대에서 커다란 상징성을 갖는다는 얘기다. 하지만 전주가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적인 음식도시로 성장하고 있다고 동네에서 자랑만 해봐야 아무런 의미가 없다. 다양한 음식 장인, 유구한 음식문화와 음식 수도로서의 역사성을 제대로 살리는게 중요하다. 그런점에서 '음식관광 창조타운 조성사업' 은 단순히 하나의 컨트롤타워를 갖는것에 그치지 않는다. 미식관광자원을 확충함으로써 잘만하면 국내·외 관광객 유치에 시너지 효과가 날 수도 있다. 세계적인 미식도시로서 확고히 자리잡으려면 국제한식조리학교, 국제발효음식엑스포, 전주비빔밥축제 등 음식 산업·문화·관광이 지금보다 더 발전해야 한다. 음식과 관련해 민간·공공 영역의 협력 체계 구축은 너무나 중요하다. 음식관광 창조타운은 전주시 경원동3가 일원 2829.8㎡ 면적의 부지에 조성될 예정이다. 약 337억7100만원을 들여 음식도서관, 전시판매장, 요리교실, 창업지원 체험공간, 음식 관련 유튜브 촬영공간 등 다양한 전시와 체험이 가능한 열린 공간으로 조성된다. 유네스코 음식창의도시답게 전주의 발전은 향후 세계적인 음식관광도시로 성장하느냐, 못하느냐에 달려있다. 전세계적인 맛의 메카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전주시가 더 집중해야 한다.
전북 재도약 원탁회의가 20일 전주 그랜드힐스턴호텔에서 열렸다. 전북애향본부가 주관한 이 행사에는 김관영 지사와 서거석 교육감을 비롯한 시장 군수, 정동영 의원을 비롯한 22대 총선 당선인, 그리고 각계 시민사회 대표 등 오피니언 리더 150여 명이 참석했다. 전라북도라는 행정구역이 생겨난지 128년만에 처음 열린 원탁회의는 전북현안을 둘러싸고 소통과 협력의 가능성을 보여준 현장이었다. 갈수록 쪼그라들어 소멸 위기에 처한 전북의 현실을 공유하고 한 마음으로 뭉쳐 돌파하자는 뜻에서 마련된 자리였다. 앞으로 원탁회의를 발전시켜 전북의 현안을 해결하는데 지혜를 모으는 자리로 활용했으면 한다. 이날 회의는 전북연구원 이남호 원장과 전북대 송기도 명예교수가 발제를 맡고 지정토론과 자유토론 순으로 진행됐다. 이 원장은 ‘전북 재도역 현안과 과제’라는 발제를 통해 △새만금 특별지방자치단체 설립: 호남권 2대 도시로 도약 △새만금 국제 공항: 아시아의 항공물류 거점 공항 △완주·전주 광역경제권: 직·주·락·교(職住樂敎) 앵커도시 △첨단 상용모빌리티: 전북자치도 경제 엔진 △한국의 맛·멋·소리: K-Culture 창의수도 등 5개 과제를 설명했다. 나름대로 대안도 제시했다. 이어 송 교수는 ‘새로운 전북시대와 정치권의 역할’이라는 발제에서 전북정치권이 이제는 행동해야 할 때(弗爲胡成)라고 강조했다. 이어 첨예하게 대립되고 있는 전주·완주 통합과 새만금권 특별지방자치단체 설립에 대한 열띤 찬반토론이 벌어졌다. 이번 회의는 전북 현안들이 백화점식으로 나열되고 갈등 현안들에 대해 각자 입장만 재확인하는 수준에서 마무리돼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민주당 일색의 정치권에 대한 따가운 질책과 통합의 당위성에 대한 호소력 있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와 함께 현대자동차 전주공장 지원 문제와 K-푸드 활성화, 태권도의 유네스코 등재, 전주 미식수도 도약 등 건전한 제안도 도출됐다. 전북은 급격한 인구 감소와 밑바닥을 기는 경제력 등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다. 청년들도 해마다 1만명 가량이 전북을 떠난다. 이대로 가다간 해체될 처지다. 이러한 위기를 희망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도민 모두가 똘똘 뭉치고 그 맨 앞줄에 정치지도자가 서야 한다. 원탁회의가 이러한 의견을 모으고 해법을 모색하는 자리로 더욱 발전하길 바란다.
요즘 완주-전주 통합 재추진으로 완주군민들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 것 같다. 필자는 2013년 완주-전주 통합 추진과정에서 생긴 악몽이 되살아나지 않을까 걱정이다. 필자는 2013년 완주-전주 통합 찬반투표 당시 완주군 선거관리위원으로 통합 추진 과정을 지켜 본바가 있다. 당시 완주 군민들은 찬성과 반대 양쪽으로 나뉘어 서로 대립하고 비난하며 갈등이 심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필자는 아직도 그 날이 앙금 남아 있는 것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그런데 일부 정치인들과 일부 인사들이 다시금 그때의 악몽을 되살리려 한다. 그들이 제시하는 주장의 핵심은 완주-전주를 하나로 묶어 소멸위기에 놓인 전북의 변혁을 이끌어 낸다는 것이다. 완주-전주가 통합이 된다 하더라도 소멸위기에 놓인 전북을 되살릴 수 있을까? 어차피 완주-전주가 통합이 된다하더라도 광역시가 될 수가 없다. 그런데도 굳이 통합하겠다는 것은 완주를 전주에 흡수 통합하겠다는 논리밖에 달리 설명이 안 된다. 그나마 전주권에 있는 일부 단체는 통 큰 양보로 완주-전주 통합을 성사 시키라고 요구하고 있다. 필자는 오히려 이 단체가 주장하는 것이 솔직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라. 상생 발전하고자 하는데 왜 통 큰 양보를 한단 말인가? 통합은 완주군민들의 희생 하에 이루어지는 것이 때문에 완주군민들을 어루만지기 위해 통 크게 양보하자는 것으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 그나마 완주군민들을 생각해 주는 것은 감사하게 생각한다. 얼마 전 한 단체가 통합을 위해 20개 사업을 제안한 바 있다. 왜 이렇게 장황하게 제안을 할까? 이 또한 완주군민들의 희생이 따르기 때문에 보장을 받기 위해서 하는 말 아닌가? 완주군민을 위하는 마음은 감사하나 필자는 지켜지지 못할 약속으로 본다. 위 단체가 주장하는 20개 제안사업 중 하나이고, 완주군민들이 가장 우려하는 일이 현재 완주군 상관 면에서 발생하고 있다. 의료폐기물 설치문제가 그 것이다. 통합이 된다면 위와 같은 일은 더 쉬워질 것이다. 통합 전 원주군, 청원군, 가까운 익산군(함열읍)을 보라. 지금 그들은 통합 전의 상황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대목이다. 완주군은 전북특별자치도 내에 있는 14개 시∙군 중 유일하게 인구가 증가하고 있고 시로 승격하기 위해 시동을 걸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필자도 22대 총선에서 완주군을 '완주시'로 승격시키겠다고 공약을 한바 있다. 완주는 전주보다 면적이 5배가 넓고, 수소특화국가산단을 비롯한 여러 산업단지가 조성되어 있어 자체적으로 충분히 발전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지고 있으며, 법원을 비롯한 공공기관과 의료원, 양질의 학교를 유치하여 정주요건만 제대로 갖추어 진다면 전주시 다음가는 도시로 성장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노력해보자. 그런 다음에 그래도 필요하다면 완주-전주 통합을 진지하게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 또한 완주군민 스스로가 판단할 문제이다. 지금도 완주군민들은 완주-전주통합문제에 관한 이야기들을 쉽게 꺼내지 않는다. 예전의 아픈 상처를 다시 들 추어내기 가 두렵기 때문일 것이다. 이제 좀 아물어 가고 있다. 그런데 걱정이 앞선다. 그러하기에 필자는 지나가는 개구리에게 돌을 던지듯이 완주-전주 통합이라는 돌을 함부로 던지지 않기를 바란다. 2013년 그때의 분열된 완주를 지켜본 필자로서는 그때의 악몽이 되 살아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김정호 변호사(호산 공동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 완주군 동학농민혁명 기념사업회 회장)
봄의 절정인 5월! 온천지가 초록 초록하다. 나는 이러한 자연이 숨 쉬는 모습을 보면 더 없이 행복하다. 날로 푸르러지는 산야와 대지를 보면서 파릇파릇 성장하고 있는 아동 청소년을 생각해본다. 사람은 누구나 부모님 은혜로 태어나 철없고 행복한 유년기를 거쳐 아동 청소년으로 성장해간다. 육신의 골격이 갖추어지면서 집 밖으로 나가 시민 사회 일원이 되어 간다. 여러 사람과의 관계를 이루며 사회성도 발달하고 다양한 사회적 기술도 발전해간다. 부모 스승에 대해서도 비판적이 되며 ‘나는 누구인가?’ 의문을 던지면서 자아 정체감을 만들어가고 미래의 가치관을 정립 해간다. 필자는 30여년간 ‘익산법사랑 위원회’에서 자원 봉사 활동을 하며 학교폭력, 도벽 등 사회적 어려움에 처한 청소년들을 만나고 있다. 그들을 관찰하며 얻은 경험은 그들이 사고의 늪에 빠지게 된 이유가 다양함을 알게 되었다. 하나는 가정에서의 교육문제이고 둘은 성인의 지지 없이 또래친구들과 잘못된 만남이 만들어내는 호기심과 의기투합이다. 이 둘의 공통점은 인성교육의 부족에서 빚어지는 현상이라는 점이다. 자녀는 부모의 가치관과 행동양식을 이어받으며 자라고, 가정은 인성교육의 중요한 토대임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오늘 날 가족이라는 집단 가치에 앞서 개인의 자기실현이라는 가치가 중요하고 부부가 조화롭게 자기실현하기 어려운 현실 속에서 집집마다 자녀수 또한 적다보니 귀하게 허용적으로 또는 지나치게 통제적으로 훈육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학교에서 가정에서 투정과 불만을 제대로 바르게 털어놓지 못해서 비롯되는 문제도 많다. 발달의 결정적 시기에 바른 훈육 없이 청소년기에 도래하면 여전히 갈등 속에서 부모와 화합하지 못하거나 사회 적응에 불협화음을 일으키기도 한다. 주역에서 부부자자손손( 夫婦子子孫孫)은 가족 구성원들 각자의 역할과 책임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신체적으로 변화가 급변한시기에 정신적 사회적 성장에 도움이 되는 좋은 친구와의 건전한 상호작용과 자신의 미래 삶에 모델이 되어줄 건전한 성인을 만나는 것은 그들이 바르게 성장하는데 커다란 행운이라 할 수 있다. 각자의 위치를 바로 알고 토론하는 기회를 통해 바른 가치관을 정립하고 새로운 이정표를 찾을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면 최상의 인연복일 것이다. 우리는 모두 아동청소년이 바른 이정표를 찾고, 좋은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토대를 마련해주고 있는가. 반성해볼 일이다. 가정에서 사회로 안심하고 나올 수 있도록 손 내밀어주고 있는가? 청소년들이 잘못된 길로 가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을 때 성장에 좋은 친구가 되고 훌륭한 정신적 지지자가 되어 줄 수 있는 여유와 자기성찰을 갖고 있는 어른인가? 부모의 품을 떠난 청소년의 인성교육은 이제 가족의 역할만은 아닌 것 같다. 필자는 30여년전 3만 여명의 자녀와 부모들이 함께하는 ‘솜리 어린이 민속잔치’를 기획하고 진행하였다. 그 때는 아이들이 참 많았다. 건전한 놀이마당이 지역 사회에 스며들었고 마음이 뿌듯하였다. 아동, 청소년들은 놀이마당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에너지를 발산하고 자신의 삶을 이야기하며 노래 할 수 있는 기회를 다양하게 제공받고 즐거운 소풍처럼 부모와 함께 즐겼었다. 5월을 맞아 아동과 청소년을 생각하며 오른 동산에서 바라본 동네 풍경은 더더욱 푸르고 아름답다. /장하열 (철학박사, 산서도서관운영위원장)
나비효과(Butterfly Effect). 나비의 날개짓 같은 작은 움직임 하나가 폭풍우를 일으킬 수 있다. 어떠한 일이든 조그만 변화가 시간이 지나면서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의미하는 말이다. 이는 미국의 기상학자 에드워드 노턴 로렌츠(Lorenz, E. N.)의 강연주제 '브라질에 있는 나비의 날개짓이 텍사스에 돌풍을 일으킬 수 있는가?'에서 유래된 용어이다. 지난 1월 전북소상공인연합회의 전안균 전(前)회장은 시군(市郡)과 전북신보에 제도개선을 건의하는 한통의 민원편지를 보내왔다. 14개 시군과 전북신보가 협약을 맺어 저금리로 지원하는 희망더드림 특례보증은 소상공인들에게 큰 힘이 되고 있지만 일부 시군에서 신용등급 1~10등급 중 상위 1~3등급인 경우에는 지원대상에서 제외하고 있어 애로가 많다는 것이다. 신용이란 믿음의 척도이므로 신용등급이 높으면 우대해 주어야지 거꾸로 불이익을 주고 있으니 불공정하다는 것이다. 본 제안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 전북신보는 곧바로 시군과 제도개선을 위한 논의에 착수하였다. 시군별 연합회장과 함께 시장·군수를 찾아다니며 신용등급 규제 폐지의 필요성을 설명하였지만 오랫동안 지속되어온 관행을 깨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더욱이 상위 1~3등급에 대한 지원제외는 조례에 명시된 경우가 많아 의회와도 긴밀히 협의해야만 하였다. 시군과 은행이 출연(出捐)하고 전북신보가 승수효과(12.5배)를 발동하여 지원하는 희망더드림 특례보증은 기관마다 입장이 달랐다. 시군은 저신용자 지원을 위한 구휼적 제도로 활용하고 싶어 했고, 은행은 미래성장가능성이 큰 기업을 고객으로 유치하고 싶어 했다. 하지만 소상공인들은 달랐다. 누구든지 자유로이 이용할 수 있도록 기회의 문을 열어주길 원했다. 이에 전북신보는 소상공인, 시군 및 의회, 교수 등이 한자리에 모이는 지역별 민관공학 협의체의 정책안건으로 「신용등급 규제 폐지」를 선정하여 논의토록 하였다. 그 결과 제도를 개선하는 방향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급기야 희망더드림 특례보증이 저신용자는 물론 미래성장가능성이 큰 기업까지 모두 지원할 수 있는 보편적 제도로 탈바꿈하게 된 것이다. 이와같은 제도개선은 전북의 정책금융 흐름에 큰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금년 4월말 기준으로 신규보증 공급이 전년동기 대비 31.6%나 증가하였고, 보증공급 증가로 자금 순환이 원활해 짐에 따라 전북신보의 부실률도 크게 낮아지고 있는 것이다. 전국 17개 지역신용보증재단 중 만년 꼴찌 수준이던 대위변제율(4.3%)이 세종(4.1%)에 이은 2위로 호전되었을 뿐만아니라 전국평균 대위변제율(5.7%)에 비해서 1.4%p나 낮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행정규제 폐지를 위한 한통의 편지. 소상공인연합회가 일으킨 날개짓 하나가 거대한 바람이 되어 전북의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성장발전을 위한 디딤돌이 되고 있는 것이다.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만든 규정이 오히려 독(毒)이 되어 기업의 활동을 옥죄는 경우는 매우 많다. 민심은 천심이라 했다. 시민의 불만은 뒤집으면 소중한 정책아이디어가 됨을 잊지 말자. 국민의 공복인 관(官)이나 공(公)이 먼저 어디 또 다른 날개짓은 없는지 두 눈 크게 뜨고 살펴 보자. /한종관 (전북신용보증재단 이사장)
짧은 칼럼 한 편 쓴다고 세상이 바뀔 수 있을까? 훗날, 어디엔가 자그마한 양심의 불씨로 살아있을 거라는 한 가닥 기대로 이 글을 세상에 남겨 진실의 종자로 삼고자 한다. 한지는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 콘텐츠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자원 중 하나다. 한국 문화에서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것 중 한지가 바탕이 된 것들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바탕인 한지를 제지하는 기술은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지 못하고 있다. 이미 등재된 일본과 중국의 종이와 비교되는 부분이다. 한지에 대한 기초 연구는 부끄러울 정도로 일천하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그 원료가 되는 닥나무에 대한 연구는 소수에 불과하다. 산림과학원은 닥나무의 실체가 명확히 규명되지 않은 현실에서 한지자원 연구보다 제지기술에만 집중하고 있다. 한 술 더 떠 ‘전통종이의 가치 조명과 활용을 위한 국제심포지엄’까지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필자는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고 있지 않은 기관에 대해 더 이상 기대도 원망도 하지 않는다. 다만 연구자로서 주무부서의 무능과 시대의 한계를 기록하고 있을 뿐이다. 닥나무 연구에서 제일로 중요한 것은 종자 연구이다. 우선 닥나무의 실체가 무엇인지 규명해야 한다. 닥나무에 대해 김무열 교수가 1992년과 2009년에 제출한 “한국산 닥나무는 애기닥나무와 꾸지나무의 교잡종”이라는 연구 성과에 대해 산림청은 학문적으로 답해야 한다. 또 자연 속에서 발생하는 닥나무가 형태학적 특징에 따라 교잡종으로 추정되더라도 애기닥나무와 꾸지나무의 혼생으로 탄생한 자연 잡종인지 인위적인 교잡종으로 한반도에 유입된 것인지도 밝혀야 한다. 다음 닥나무 육종을 위해 닥나무 씨앗을 발아시켜 다양한 유전자를 통한 품종 개량에 연구의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그리고 고려와 조선 시대에 전국 각 지역에서 성장하고 있는 특산 닥나무 종에 대한 조사와 연구를 진행해야 한다. 이에 대한 연구 조사 결과를 근거로 특산닥나무들의 섬유의 특징과 실제 종이로 생산되었을 때 어떤 물리화학 특징을 갖는지 실질 연구가 선행되어야 한다. 닥나무는 수종에 따라 껍질에서 얻어지는 섬유의 양과 성분이 다르다. 지금은 대부분 백닥을 구입하여 종이를 만들고 있다. 여기에는 어떤 닥나무가 얼마가 섞여 있는지 알지 못한다. 꾸지나무와 애기닥나무 그리고 닥나무 등을 대상으로 기준을 특정하여 각 나무별 섬유의 특징과 구성비를 조사 연구해야 한다. 현재처럼 원료의 장단점이 세분화되어 전문적으로 나뉘어 있지 않다면 조선시대와 같은 우량 종이를 만들지 못한다. 그 다음 닥나무는 잔가지가 적고 눈의 양이 적은 종자를 찾아야 한다. 지금처럼 가지와 눈이 많은 상태의 백닥은 품질저하는 물론 티와 조롱 등 이물질 제거에 많은 시간과 노동력을 투자해야 한다. 그것은 닥의 종자가 좋지 않음을 말하는 것이다. 이어서 최적의 닥나무를 생산하는 기술력을 확보해야 한다. 수율이 좋은 닥나무는 거름을 많이 주고 재배하여 빠르게 통으로 성장하는 것이어야 한다. 나무의 성장 속도는 닥 껍질의 두께와 섬유의 구성 비율 그리고 균일한 색상을 유지하는 등 우수한 종이 생산과 관계가 있다. 끝으로 닥나무는 성장 연도와 길이에 따른 하, 중, 상부에 따라 완성된 종이의 질이 다르다. 다양한 특성을 가진 종이를 생산하기 위한 연구는 필수다. 이상의 것은 닥나무 연구의 기초에 해당한다. 기초연구도 없이 한지가 세계최고의 종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자가당착이다. 닥나무 씨앗 한 톨 심지 않으면서 우수한 종자를 개량할 수 있다고 거짓으로 국민을 속이는 일이 언제까지 가능할지 두고 볼 일이다. 펙트는 녹슬거나 시들지 않는다. /김호석 수묵화가·전 한국전통문화대 교수
[사설] 재점화된 ‘새만금 복합리조트’ 긍정적 검토를
[사설] 전주시의회 감시보다 자정노력 급하다
[오목대] 노인일자리 사업의 방향
[청춘예찬] 골목문구생활 ⑥다시, 쓰는 마음으로
[금요칼럼] 여기는 딴 나라 같다
[금요수필] 걷노라면
[병무 상담] 병역이행 궁금하면 물어봐
[사설] PC방 가장한 불법 게임장 뿌리뽑아라
[사설] 공공기관 2차이전, 농협중앙회 등 집중해야
[전북아동문학회와 함께하는 어린이시 읽기] 북적상점-김유나 청명초 4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