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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홍근 '청산해야 할 군사문화'

제20대 대통령선거가 치러진 2022년 3월 9일. 서울대병원에서 79세를 일기로 한사람이 별세했다. 개인에게는 삶을 마감하는 순간이었으나 어느 누구도 고인에게 큰 관심을 갖지 않았다. 그의 묘비에는 “한으로,불꽃으로 살았다”는 문구가 새겨졌다. 으레 그렇듯 그의 존재는 서서히 잊혀져갔다. 한세대는 가고 또 한세대는 오는게 세상의 이치 아니던가. 세상과 하직한지 약 2년 뒤 황상무 시민사회수석은 김제 출신 언론인 오홍근을 다시 불러냈다. 황 수석은 지난 14일 기자들과 오찬 도중 "MBC는 잘 들어"라면서 정보사 테러사건을 언급했다. 1988년 8월 어느날 아침, 중앙경제신문 사회부장이었던 오홍근 기자가 자신의 집 앞에서 괴한들로부터 습격을 당한 일을 말한다. 회칼을 사용한 공격에 오 기자는 허벅지가 깊이 4㎝, 길이 30㎝ 이상 찢길 정도로 크게 다쳤다. 괴한들은 군 정보사령부 소속 현역 군인들로, 군을 비판하는 오 기자의 칼럼 ‘청산해야 할 군사문화’에 불만을 품은 이들의 준동이었다. 황 수석의 발언이 보도되자 여론이 들끓었고, 집권여당내에서도 초대형 총선 악재라는데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자진사퇴 형식으로 봉합했다. 오홍근씨는 1942년 김제시에서 태어나 전주고, 고려대를 졸업했다. 1968년 TBC 보도국 기자로 입사했으나 1980년 언론통폐합때 TBC가 강제 통폐합되자 중앙일보로 이적해 사회부장, 부국장, 판매본부장 등을 거쳤다. 발행 부수를 기준으로 '조동중'으로 불리던 상황에서 지금처럼 '조중동'으로 정착된 것이 오홍근의 중앙일보 판매 담당자 시절 업적이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1999년 5월 국민의 정부 초대 국정홍보처장으로 임명되며 공직에 입문한 그는 대통령비서실 공보수석 겸 대변인, 한국가스안전공사 사장 등도 지냈다. 필자가 오홍근씨를 처음 만난 것은 2003년 무렵이었다. 직선적이면서도 솔직담백한 이미지가 강했던 그는 회식자리 등에서 자신의 언론인 시절 에피소드 등을 자주 언급하곤했다. 2004년 제17대 국회의원 선거 때 전주 출마를 준비했으나, 우여곡절끝에 새천년민주당 후보로 김제시·완주군 지역구에 출마했다. 정치운이 없었는지 생각지도 않았던 노무현 대통령 탄핵이 터졌고, 그는 열린우리당 최규성, 무소속 이건식 후보에 밀려 3위로 낙선했다. 절치부심하다 2009년 상반기 재보궐선거에서 이무영 의원의 선거법 위반으로 공석이 된 전주시 완산구 갑에 무소속 출마했으나, 막판에 역시 무소속으로 나온 신건 후보를 지지하면서 사퇴했다. 묘하게도 필화사건을 겪었던 오홍근을 소환한 황상무는 설화사건으로 낙마했다. 중국 오대십국 시대 후당에서 재상을 지낸 풍도는 처세술을 묻자 설시(舌詩)에서 이렇게 답했다. “입은 재앙의 문이요, 혀는 몸을 베는 칼이다. 입을 닫고 혀를 깊이 감추면 처해 있는 곳마다 몸이 편하다” 정말 어려운 게 바로 설(舌)인 모양이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위병기
  • 2024.03.20 13:32

발목 잡힌 전북 현안, 총선 공약으로 풀어야

중요한 전북 현안들이 줄줄이 발목이 잡혀 있다. 대광법과 새만금 등 전북의 미래 성장을 견인할 대규모 사업들이 정부 관련부처 처리 지연과 예산 미반영, 중앙부처 간 이견 등으로 제동이 걸려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전북특별자치도와 도내 정치권은 이번 총선을 계기로 이들 사업에 대한 숨통을 트는데 함께 노력했으면 한다. 현재 발목이 잡혀 있는 과제들은 해묵은 것이 대부분이다. 흔히 대광법이라 불리는 광역교통망 구축사업은 전북에 대도시권이 없어 광역교통 지원에서 배제돼 있다. 대광권 구축 명목으로 배정된 127조원의 정부 예산 가운데 유일하게 전북만 한푼도 배정되지 않았다. 또 새만금 신항 1-1 단계 배후부지 조성사업은 신항만 완성과 함께 서둘러야 할 현안이다. 새만금에 입주한 이차전지 기업들이 본격 생산에 들어가면 원자재 수입과 완제품 수출 등에 차질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현재는 민간투자로 되어 있어 이를 최대한 빨리 정부 재정사업으로 전환해야 한다. 옛 김제공항 부지를 활용한 종자산업 혁신클러스터 조성사업은 국유재산 관리전환을 둘러싸고 중앙부처 끼리 대립하고 있다. 농림식품부는 공공용이기 때문에 이를 무상으로 받으려 하는 반면 국토교통부와 서울지방항공청은 유상 관리전환을 요구하는 상황이다. 또 군산항 특수목적선 선진화 단지 및 중량물 부두조성사업은 정부의 항만기본계획 반영 지연으로 차질을 빚고 있다. 이와 함께 전주-김천간 횡단철도의 예타면제, 폐교된 서남대 정원을 활용한 공공의대 설립, 국민연금 연기금 등을 이용한 제3금융중심지 지정 등도 오랜 현안이지만 전혀 진척이 없는 상태다. 이러한 현안들은 전북특별자치도의 힘만으로 실현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도내 정치권이 대통령실과 중앙부처,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를 움직여야 그나마 희망이 보일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번 총선을 활용했으면 한다. 여야 중앙당의 공약으로 채택토록 하고 총선 후 이를 계기로 중앙부처를 움직여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이들 사업들은 장기간 표류하다 흐지부지되기 십상이다. 전북은 지금 사면초가다. 짝사랑했던 민주당은 호남정당 탈피를 위해 전북을 외면하고 국민의힘은 전북을 아예 거들떠 보지도 않고 있다. 이런 악조건에서 총선을 기회로 삼아 전북의 활로를 찾았으면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4.03.20 11:38

갈 길 먼 '배리어프리'

‘손으로 보는 졸업앨범(?)’을 처음 만난 것은 10년 전쯤이다. 서울의 디자인플라자가 개관 1주년을 맞아 기획한 전시 <함께 36.5 디자인>이라 이름 붙인 전시에서였다. ‘공존’과 ‘공생’, ‘공진’을 주제로 한 전시회는 ‘달라서 아름답고, 함께 해서 행복한 세상을 꿈꾸는 화이부동의 장’이라 내세운 취지를 다양한 기획으로 살려냈다. 그중에서도 가장 빛났던 전시는 국립서울맹아학교 학생들을 위해 기획한 ‘손으로 보는 졸업앨범’이었다. 앨범은 졸업하는 아이들의 사진을 3D 프린터로 제작한 것이었다. 3D 프린터는 2D 프린터가 활자나 그림을 인쇄하듯이 입력한 도면을 3차원의 입체물로 만들어내는 기계다. 기획자들은 3D 프린터로 맹아학교 졸업생들의 사진을 입체물로 만들어 전시했다. 아이들은 처음 만져보는 친구들의 얼굴을 신기해하며 ‘내 친구가 이렇게 생겼었구나’ 놀라고 즐거워했단다. 다름을 존중하고 서로를 배려하는 세상을 향한 특별한 졸업앨범이 관객들에게 전한 감동과 깨우침은 컸다. ‘배리어프리(barrier-free)’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배리어프리는 장애인과 고령자, 임산부 등 사회적 약자들의 사회생활에 지장이 되는 물리적인 장애물이나 심리적인 장벽을 없앤다는 뜻이다. 문화예술 분야에서도 베리어프리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이어지고 있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누릴 수 있는 무장애 공연과 전시가 그 결실이다. 지난해에는 전주국제영화제와 전주세계소리축제도 배리어프리 행렬에 참여했다. 전주영화제는 수상작 세 편을 배리어프리 버전으로 제작해 주목을 끌었고, 소리축제는 <오셀로와 이아고>로 배리어프리 프로그램을 처음 선보였다. 무장애 무용극, 무경계 락페스티벌, 손과 귀로 감상하는 미술관 등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가 함께 누릴 수 있는 문화예술 무대도 넓어지고 있다. 안타까운 소식이 있다. 지난 2003년에 시작해 올해로 22회를 맞는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가 위기에 처했다. 영화제를 지원해왔던 서울시가 지원금을 전액 삭감하면서 영화제 개최가 어려워진 탓이다. 장애인들의 축제로 자리 잡은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는 4년 전부터 서울시의 예산을 받아 영화제 상영작 전체를 배리어프리로 제작해 상영해왔다. 그러나 서울시의 예산지원이 끊기면서 올해 영화제는 배리어프리 제작을 비롯해 전반적인 프로그램을 축소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시민들의 후원금으로 영화제를 유지할 계획이라지만 영화제의 위축은 불가피해 보인다. 장애인들의 축제로 자리 잡고서도 자치단체의 외면으로 위기에 처한 장애인인권영화제의 현실. 배리어프리가 확산되고 있다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것을 우리에게 일러준다./김은정 선임기자

  • 오피니언
  • 김은정
  • 2024.03.19 19:32

회귀와 선거부정

최근 ‘회귀’ 드라마가 인기를 끌었다. ‘내 남편과 결혼해줘’, ‘재벌집 막내아들’ 등이다. 그 주인공들은 억울한 죽음 후 과거로 ‘회귀’한다. 이후 자신만 알고 있는 정보를 이용해 악당에게 복수하거나 큰돈을 번다. 회귀를 원하는 주인공과 ‘선거 부정’을 주장하는 이들은 비슷한 점이 있다. 억울한 죽음 혹은 받아들이기 싫은 선거 결과를 되돌리고 싶어 한다는 점이다. 먼저 선거 부정을 주장한 대표적인 사례를 보면 제21대 국선에서 낙선한 **선거구 후보자 A는 선거 부정을 이유로 소송을 제기했으나, 법원은 이를 기각 후 소송비용을 A에게 부담시켰다. 다음으로 제18대 대선에서 낙선한 후보자를 지지했던 언론인 B는 2017년 선거 부정을 주장하는 영화를 발표했으나, 내용은 모두 오류로 밝혀졌고, 이어진 선관위 합동 공개검증 제안에는 응답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제16대 대선에서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한 C 정당은 2003년 1월 개표결과에 대한 재검표를 요구했고, 선관위는 이를 받아들여 재검표가 이루어졌다. 그 결과 당락의 변화는 없었고, 수억 원의 재검표비용은 C정당이 부담했다. 참고로 지난 제21대 국선 관련 선거소송 126건 모두 기각 등의 결과로 종결됐다. 대법원까지 간 소송도 다수 있었음을 고려하면 수백명의 판사가 선거부정이 없었다고 인정한 셈이다. 문민정부 이후 제기된 다른 선거소송도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거 부정을 주장하는 이들은 여전히 존재한다. 이들의 선거부정 주장은 다음과 같다. 첫째, 사전투표함이 바뀐다는 점이다. 하지만 사전투표소에서 선관위로 투표함이 이송될 때 정당의 참관인들이 함께한다. 이후 사전투표함은 CCTV가 설치된 장소에서 보관되며, 해당 CCTV는 실시간 공개된다. 사전투표함의 개표소 이송 또한 각 정당 참관인, 선관위 위원이 참관한다. 모든 과정이 참관인, 위원 감독 하에 이루어진다. 따라서 사전투표함은 바뀔 수 없다. 둘째. 개표소 사용 투표지분류기를 해킹·조작한다는 주장이다. 투표지분류기에는 유무선통신랜 카드가 없어 원격 해킹은 불가능하다. 또한 투표지분류기를 거친 후보자별 투표지는 심사집계부와 위원 검열 등 육안 확인을 거쳐 공표된다. 분류기 도입 후 투표지분류기가 구분한 후보자별 투표지가 바뀐 적은 없으며, 만에 하나 바뀌더라도 추가 확인 과정이 있어 정정된다. 따라서 투표지분류기를 해킹·조작할 수 없다. 마지막으로 개표결과를 조작한다는 주장이다. 개표시 정당의 개표참관인은 모든 개표과정을 참관한다. 참관인은 개표 전 과정을 촬영할 수 있고, 실제 투표지 수량·내역을 각 정당에 보고한다. 개표결과가 조작되어 실제와 다르다면 각 정당은 고발 등 즉각적인 조치를 할 것이다. 또한 수백명의 개표사무원도 개표결과 조작을 좌시하지는 않을 것이다. 따라서 개표결과는 조작할 수 없다. 앞에서 본 것처럼 선거부정은 발생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선거부정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현실에서 회귀가 일어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선거가 끝나면 선거 부정을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휩쓸리지 말고, 당선인에게 축하 박수를 보내자. 올바른 절차에 따라 실시된 선거 결과를 기꺼이 인정하는 것 또한 성숙한 민주시민의 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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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3.19 17:47

‘오마카세’ 열풍과 ‘빈자의 식탁’

최근 젊은이들 사이에서 ‘오마카세’ 열풍이 끊이지 않고 있다. 오마카세는 일본어로 ‘맡긴다’는 뜻으로, 손님이 메뉴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주방장이 그날의 재료를 보고 적절한 요리를 알아서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이것이 값비싼 코스 요리로 알려지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 상에서 ‘인증’이 유행하고 있는 것이다. 메뉴도 한식과 중식까지 다양해지고, 1인 30만원의 코스도 예약이 꽉 찰 만큼 여전히 인기가 식지 않고 있다. 반편, 한쪽에서는 ‘빈자의 식탁’이 이슈가 되고 있다. 국내 한 신문사에서 2021년 연재했던 ‘빈자의 식탁 : ’선진국‘ 한국의 저소득층은 무엇을 먹고 사나’는 잔잔한 울림을 만들어 냈다. 매일 라면만 올라오거나, 일주일 중 사흘을 소면에 설탕만 뿌린 ‘설탕 국수’를 먹은 사람도 있었다. 이 기획에서는 건강에 좋지 않은 것을 알면서도, 먹고 싶은 음식이 아니어도 어쩔 수 없이 주어진 음식을 먹는 사람들에 주목했다. 경제 성장에 따라 줄었지만, 경제적인 양극화 심화로 안전하고 건강한 먹거리를 충분히 먹지 못하는 사람이 여전히 많다.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 포럼의 발표에 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의 5.4%는 먹고 싶어도 경제력 등 여러 이유로 해당 식품을 구매하지 못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2023 FAO 한국협회에서 배포한 세계식량통계연감에 따르면 2021년 전 세계건강한 식단 비용 추정치는 구매력 평가(PPP) 환율 기준 하루에 1인당 3.66 달러로 2020년 대비 4.3% 상승했다. 2020~2021년에 북미·유럽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건강한 식단 비용이 5% 이상 상승했는데, 이는 식량 인플레이션이 심화에 따른 것이다. 2021년 전 세계 인구의 42% 인 31억명 이상의 사람들이 건강한 식단을 경제적으로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경제력으로 인한 식품 구매력 감소는 영양섭취 부족으로 이어졌다.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발표하는 한국의 인권 통계에 따르면, 2020년 기준으로 70세 이상 노인의 영양섭취 부족자 비율이 19.9%에 달했다. 전년도인 2019년 18.9% 보다 1% 증가했으며, 2015년 10.2%에 비하면 무려 17.5에 비하면 9.7%나 증가한 것이다. 소득수준별로 살펴보면 소득수준 ‘하’의 영양섭취부족자 비율은 18.9% 이다. 이는 지난해와 돌일하나 5년 전인 2015년 14.7%에 비하면 4.2% 증가한 수치 이다. 경제가 성장하고 있지만, 취약 계층의 먹거리 질과 영양상태는 더 나빠진 것이다. 우리는 취약 계층의 건강 및 인권 증진을 위해 ‘먹거리 돌봄’에 주목해야 한다. 먹거리 돌봄은 시혜·자선적 차원의 선별적 식품 제공이 아닌 보편적인 인권 차원의 먹거리 보장으로 전환하는 것을 말한다. 이를 효율적으로 진행하기 위해서는 지역 농업과 지역 사회 연계를 모색해야 한다. 지역 단위로 먹거리 돌봄 시스템을 위한 협력적 거버넌스가 확대되어야 한다. 특히 공공의 관점에서 먹거리를 바라보고, 지역과 농업 그리고 사람을 함께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시범적으로 추진했던 대학생 1천원의 아침밥 사업, 농식품 바우처 사업, 임산부 친환경 농산물 지원 사업 등이 그 맥락에서 지속되고 확대되기를 바란다. 누구나 안정하고 건강한 먹거리를 먹는 지역, 전북특별자치도를 꿈꾼다. /이효진 (사)세상을바꾸는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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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3.19 15:35

총선 여론조사 제대로 읽기

대한민국은 여론조사 공화국이다. 정당의 국회의원 후보는 물론이고 대통령 후보마저 여론조사로 결정된다. 전 세계에 이런 나라는 없다.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여론조사에서는 소변검사나 피검사처럼 모집단 전체를 꼭 닮은 대표표본을 확보하기가 어렵다. 설사 대표표본을 확보했다 하더라도 500명 조사는 ±4.3%포인트, 1,000명은 ±3.2%포인트의 표본오차가 반드시 발생한다. 따라서 500명 조사는 8.6%포인트, 1,000명 조사는 6.4%포인트 이내의 격차는 차이가 없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그런데도 단 1%포인트 차이만 나도 표본오차를 무시하고 정당의 후보자를 결정한다. 참으로 위험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 선거 여론조사는 매번 예측에 실패했다. 실패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무엇보다도 응답자 선정이 잘못됐기 때문이다. 성, 연령, 지역별로 인구 비율에 맞추어 표본을 할당하지만, 실제 조사에 응한 응답자들의 특성이 모집단과 다르기 때문이다. 모집단은 둥글게 생겼는데 추출된 표본은 세모나 네모처럼 생겼다면 표본 수를 아무리 크게 해도 틀릴 수밖에 없다. 면접조사냐 ARS냐, 조사 시점에 따라서 응답자들의 성향이 달라진다. 낮과 주중에는 보수 응답자들이, 저녁과 주말에는 진보 응답자들이 많이 표집 된다. 조사기관에 따라서도 달라지는 이른바 하우스 효과(house effect)도 있다. 대체로 갤럽조사는 보수 성향, 여론조사 꽃은 진보 성향의 응답자들이 과잉 표집 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같은 시점에 실시한 조사들이 제각기 다르게 나타난다. 자칭 선거전문가들이 전체 정당 지지율만 가지고서 총선 의석수를 예측하는 것을 보았다. 이건 거의 사기나 다름없다. 단일선거구인 대선과는 달리 총선은 254개 선거구를 분석하지 않고서는 선거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 지난 21대 총선에서 지역구 전국 득표율을 보면 민주당 49.9%, 미래통합당 41.4%였다. 양당 간 득표율은 8.5%p 차이에 불과했지만, 지역구 의석은 163석 대 84석으로 큰 차이를 보였다. 20대 총선에서도 민주당의 지역구 전국 득표율은 37.0%로 새누리당의 38.3%보다 적었지만, 지역구 의석수는 110대 105로 오히려 5석이 더 많았다. 전체 정당 지지율을 근거로 총선 결과를 예측하는 전문가나 언론이 있다면 그건 무시해도 된다. 연령, 지역별 등 소위 하위집단 분석 결과를 읽을 때는 조심해야 한다. 1,000명 조사의 경우 서울에 할당되는 표본 수는 약 183명에 불과하다. 이때 서울만의 표본오차는 ±7.3%포인트로 오차가 크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전국 1,000명의 갤럽 3월 1주차 조사에서 서울 지역의 국민의힘 지지도는 45%, 민주당 24%로 양당 간 격차가 무려 21%p였다. 그러나 바로 다음 주인 3월 2주차 조사에선 민주당 32%, 국민의힘 30%로 지지도가 대 역전되었다. 그러자 언론은 일제히 “서울에서 국민의 힘 지지도가 15%포인트 빠지는 등 민심이 급변했다”라는 엉터리 해석을 해댄다. 민심이 마치 누구 널뛴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표본 수가 작은 하위집단의 추이 분석에서는 흔히 일어나는 현상이다. 과연 이번 총선 결과는 어떻게 될까? 지금까지의 여론조사들을 종합하면 야당의 승리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우리나라 선거에서는 여론조사 보다는 투표율의 예측이 더 정확하다. 투표율이 높으면 진보가, 낮으면 보수 정당이 항시 승리했다. 투표율 기준은 대략 60%였다. 이번에도 여론조사보다는 투표율이 선거 결과를 정확히 예측해 줄 것이다. /권혁남 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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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3.19 15:35

시군마다 다른 보훈수당, 통일시켜야

전주시의 참전유공자 보훈수당 인상이 낯내기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보훈수당을 인상하면서 자체 예산을 추가로 부담하지 않고 전북특별자치도가 인상해준 돈으로 생색만 내기 때문이다. 전주시는 20일 열리는 전주시의회 임시회 안건으로 ‘전주시 국가보훈대상자 보훈수당 지원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올렸다. 이에 따르면 참전유공자 본인에 대한 지원금을 종전 8만원에서 10만원으로 인상할 예정이다. 이중 전주시의 부담액은 6만원이다. 나머지 4만원은 전북특별자치도가 종전 2만원에서 4만원으로 인상한데 따른 것이다. 결국 전주시는 자체 예산은 부담하지 않고 낯내기성 인상을 한 결과를 가져왔다. 문제는 지자체별로 참전유공자에게 지급하는 수당이 제 각각이라는 점이다. 보훈대상자들은 국가보훈기본법에 따라 국가가 지급하는 보훈급여와 별개로 지자체로부터 참전 또는 보훈수당을 받는다. 대상자가 사망할 경우에는 유가족이 명예수당을 받게 된다. 그런데 보훈대상자나 유족이 받는 보훈명예수당은 지자체별로 천차만별이다. 지자체 재량이어서 재정여건이나 지자체장의 의지, 조례 등에 따라 다르다. 올해의 경우 보훈명예수당은 경남 양산시 10만원, 충북 충주시 15만원, 강원 춘천시 17만원, 충남 금산군과 서산시 20만원 등으로 조사됐다. 또한 참전명예수당도 서울시와 경남 양산시가 15만원인데 비해 충남 금산군, 서천시, 천안시는 30만원, 충남 서산시는 50만원을 지급한다. 이렇게 지자체별로 수당지급이 차이가 나자 국가보훈부는 2022년 12월 전국 지자체에 형평성을 고려해 전국 평균액 수준으로 맞춰 달라는 협조공문을 보낸 바 있다. 하지만 이는 권고사항이어서 개선되지 않고 있다. 도내의 경우도 보훈수당이 전주시 10만원, 순창군 13만원 등 각각이다. 6·25 전쟁이나 베트남전 등 국가의 부름을 받고 전쟁터에 나가 젊음을 바친 참전유공자들이 사는 지역이 다르다고 해서 차별을 받아서는 안된다. 국가적으로 통일이 안된다면 전북도가 나서 시군별 실태조사를 통해 통일된 단일안을 마련했으면 한다. 아무리 쥐꼬리 보훈수당이지만 상대적 박탈감을 줘서야 되겠는가. 나아가 보훈수당을 지자체가 아닌 국가가 일괄적으로 지급하는 방안도 검토했으면 한다. 순직군경의 보훈예우는 지역에 따라 달라서도 안되고 가능한한 최고여야 할 것이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4.03.19 15:27

약속 안 지킨 국힘, 표 달라는 말이 가당치 않다

전북을 비롯한 호남에서 집권당인 국민의힘 후보로 나서는 것은 독립운동을 하는 것보다 더 어렵다고 한다. 비민주당계 인사들이 호남에서 당선되는 것은 낙타가 바늘귀를 뚫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것은 삼척동자도 잘 아는 일이다. 심한 경우 전북에서는 총선이나 지방선거때 아예 후보조차 내지 못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그래서 고육지책으로 당선 안정권에 호남 출신 인사를 배치하거나 하다못해 지명직 최고위원을 배정하는 경우도 드물게 있었다. 무려 16년만에 전북 10개 선거구에 후보를 모두 낸 국민의힘 입장에서는 이번 총선때 승패를 떠나 의미있는 득표를 할 경우 명실공히 집권당으로서의 면모를 보이는 셈이다. 특히 거의 포기하다시피 한 서진정책에도 시동이 걸릴 수 있게 됨은 물론이다. 그런데 가장 생각하고 싶지않은 그림이 그려졌다. 지난 18일 국민의힘 비례대표 위성 정당인 국민의미래는 비례대표 국회의원 후보자 35명의 명단과 순위를 발표했는데 경악할만한 결과가 나왔다. 국민의힘은 직전 총선 정당 득표율 15% 미만 지역(광주, 전북, 전남) 출신 인사를 당선 안정권인 20위 이내에 25% 규모로 우선 추천하는 제도를 도입해, 공천 과정에서 호남 출신 인사를 전진 배치하기로 했으나 보기좋게 이를 무시했다. 당선 안정권인 20번까지 호남 출신 인사들은 전무했다. 전북의 경우 35명의 명단에 단 한명도 없었다. 급기야 이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것도 현 정권 핵심 인사들의 입을 통해서 나온 것이어서 주목을 끈다. 친윤 핵심인 이철규 의원은 이번 비례대표 순번의 문제점 중 하나로 '호남 홀대'를 지적한 뒤 당 지도부는 후보 등록일 전까지 바로잡으라고 강력 촉구했다. 핵심 실세인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도 "국민과 한 약속은 지키는 게 맞다"며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급기야 국민의힘 전북 지역 총선 후보자들은 19일 비례대표 명단에서 호남 인사를 당선권에 추가 배치해달라며 조정되지 않을 경우 후보를 사퇴하겠다고 긴급 성명을 발표했다. 기대했던 전북 현장 정치인에 대한 배려는 전혀 없기에 나온 당연한 반발이다. 당세가 열악한 지역에 대한 관심과 배려는 국민의힘을 전국 정당으로 거듭나게 하고 국민통합의 국가적 염원을 이루는 첫걸음이다. 단순히 배지를 달기위해 갓 입당한 인사를 발탁하라는게 아니다. 수십년씩 독립운동을 하듯 불모지에서 당을 지켜온 인사들을 발탁하는게 공정과 상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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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4.03.19 13:47

춘래불사춘, 전북의 봄

바야흐로 봄이다. 남도의 꽃소식이 성큼 문 앞으로 다가와 고개를 내민다. 그런데 도민들이 애타게 기다리는 ‘전북의 봄날’은 소식이 없다. 유난히 혹독한 겨울을 보낸 만큼 따스한 봄볕을 더 간절히 기다렸지만 좀처럼 그 기운을 느낄 수 없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다. 청룡의 해, 떠들썩하게 출범한 전북특별자치도에 대한 ‘특별한’ 기대도 잔설 녹듯 사라져가고 있다. 장바구니 물가는 하루가 다르게 치솟고, 고금리와 경기침체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은 벼랑 끝에 내몰렸다. 인구절벽 시대, 급격한 학생수 감소 추세는 농어촌을 넘어 도시학교로까지 번지고, 지역의 미래를 짋어져야 할 청년들의 무더기 이탈현상도 계속되고 있다. 저출산 고령화 현상에 청년인구 이탈까지 겹쳤으니, 전북은 늙어갈 수밖에 없다. 정부와 의료계의 강대강 대치가 장기화하면서 의료대란을 염려해야 하고, 또다시 떠오른 ‘서민의 발’ 시외버스 감축 운행 위기에 농어촌 주민들은 걱정이 태산이다. 축제의 계절이 왔지만 여유가 없다. 올 봄에는 꽃축제와 함께 민주주의의 꽃이자 잔치인 선거가 예정돼 있다. 주권자의 손으로 선량을 뽑는 그날이 이제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그런데 정작 유권자들은 이 잔치판에서 속절없이 밀려나 관객이 돼 버렸다. ‘공천이 곧 당선’인 일당독식 구조의 지역 선거판에서 민주당의 경선 후보들은 지역의 미래를 위한 정책대결보다는 네거티브로 일관된 진흙탕 싸움만 벌였다. 아직도 혹한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서민들의 삶, 민생에는 관심이 없다. 구태 정치인들이 만들어 낸 진흙탕 선거판에서 주민들은 이리저리 흔들렸고, 지역사회는 갈등과 분열의 소용돌이에 휘말려야 했다. 잔치가 되어야 할 선거가 이렇게 지저분한 싸움판이 되어버렸다. 우여곡절 끝에 겨우 대진표가 완성되고 이제 막 본격적인 선거전이 시작됐다. 하지만 이전투구로 점철된 정당 경선 과정에서 피로감이 쌓인 유권자들은 이미 맥이 빠져버렸다. 진흙탕 쌈박질로 얼룩진 그들의 시간이 지났다. 이제는 유권자의 시간이다. 채 한 달도 되지 않는다. 민의를 대변할 수 있는 참일꾼을 가려내야 하는 시간이다. 뚜렷한 정책과 비전도 없이 그들끼리의 세 대결, 그리고 선거공학에만 집착해서 이를 잘 활용하는 후보가 승리하는 양상이 되풀이된다면 지역의 미래, 지역의 봄날은 담보할 수 없다. 특정 정당의 공천을 받은 후보에게 무조건적으로 표를 던지는 것은 국민의 소중한 권리인 참정권을 포기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선거의 주인공이 되어야 할 주권자들이 들러리를 자처하는 꼴이다. ‘희망의 봄날’을 기약하기 위해서는 유권자들이 먼저 달라지는 수밖에 없다. 결국 개인의 영달을 위해 나선 후보자들은 언제든 민생보다 승리 공식에 따를 게 뻔하기 때문이다. ‘그들만의 리그’인 특정 정당의 경선이 곧 본선이 되는 기형적인 선거 구도를 이제는 바로잡을 때가 되지 않았는가. / 김종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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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표
  • 2024.03.18 17:26

윤리 기반의 금융사고 예방 전략이 필요한 때

지난번에 우리은행, 경남은행, KB저축은행 등에서 대형 금융사고가 발생한데 이어, 이번에 NH농협은행에서도 109억원 규모의 금융사고가 발생했다는 뉴스가 보도되었다. 2019년 외부감사법 개정 등으로 내부통제 규제환경이 강화되고 있는데도, 최근 사회 전반적으로 금융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사고가 얼마나 많이 났으면 ‘천하제일 횡령대회’라는 비아냥이 인터넷에 오르내릴 정도이다. 특히 금융기관에서는 횡령 사고뿐만 아니라 ELS(주가연계증권) 관련 소비자 피해 사고 등 다양한 유형의 사고가 분출되어 금융시장의 불안을 야기하고 국민적 신뢰를 떨어뜨리고 있다. 그런데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내부통제시스템을 개선하고 관계기관이 부단하게 노력하는데도 도대체 왜 이렇게 금융사고가 잦는 걸까? 그것은 바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데에 첫째 이유가 있기도 하지만, 여기에 더한 근본적인 원인은 휴먼리스크(Human Risk)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휴먼리스크는 사람 자체의 문제로 인해 발생하는 위험이다. 소위 조직 구성원의 도덕적 해이, 비윤리 의식, 무관심 등이 그것이다. 일반적으로 사람의 문제에 따른 금융사고 발생 원인은 미국 사회학자 Donald R. Cressey의 ‘부정 삼각형 이론’(Theory of The Fraud Triangle)으로 규명하기도 한다. 즉, 조직 내에 ‘압박’, ‘기회’, ‘합리화’의 세 가지 요인이 결부되면 금융사고가 발생할 개연성이 크다는 것이다. ‘압박’은 과도한 채무 등으로 사고를 실행하는 재무적•감정적 압박 상태로서, 이는 선택의 여지를 찾지 못한 사고자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기회’는 적발되지 않고 사고를 실행하는 기회를 말하는데, 이는 통제 원칙을 지키지 않는 관리자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합리화’는 사고를 실행하면서 부당한 명분을 내세우는 것으로, 이는 사고자의 문제이자 윤리문화 정착에 실패한 경영진의 문제이기도 하다. 그리고 사고자에게는 '문서행위', '행동', '생활방식'에 이례적인 행태가 나타나는데, 이러한 이상 행태를 목격하고도 귀찮다거나 설마하는 편견으로 내부고발을 외면하는 동료 직원의 문제로 인하여, 사고가 조기에 적발되지 못하고 걷잡을 수 없이 증폭되기도 한다. ‘백 명의 경찰이 한 명의 도둑을 못 잡는다’는 말이 있다. 이는 아무리 규제가 엄격하더라도 범죄를 저지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의미이다. 그래서 조직 내에 전사적(全社的)인 윤리준법 문화와 개개인의 윤리준법 의식이 정착되지 못하고 휴먼리스크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다면, 내부통제시스템이 잘 설계되었다 하더라도 항상 금융사고의 원인으로 작용할 여지가 있는 것이다. 이는 이제 사람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윤리 기반의 내부통제 접근 방식’이 중요시되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난 1월 2일에 내부통제를 강화하는 금융사지배구조법이 개정되었다. 내부통제위원회의 기능에 ‘윤리준법 문화 정착방안 마련’이 들어가 있다. 또 금융위에 민간자격으로 등록된 금융윤리자격인증제도를 통하여 금융권들은 윤리 문화를 정착하고 있다. 이번 내부통제 강화 조치가 공염불이 되지 않도록 ‘윤리 기반 내부통제’를 통해 금융사고의 근본적인 예방을 실현하여 안정적이고 건강한 금융시스템을 다져나가길 기대해 본다. /윤성식 금융윤리인증센터 교수·한국감사협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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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3.18 17:19

카메라 등 이용 촬영죄

의뢰인은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곳에서 몰래 여성들의 모습을 찍었다. 피해자는 몰래 자신의 모습을 찍는 의뢰인을 경찰에 신고했고, 의뢰인의 핸드폰에는 하체 사진이 수백 장 발견됐다. 의뢰인은 공개된 장소에서 얼굴이 나오지 않는 신체 부위만 찍었는데, 범죄에 해당하는 것인지 물어왔다. 성폭력처벌법 제14조 제1항은 “카메라나 그 밖에 이와 유사한 기능을 갖춘 기계장치를 이용하여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를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여 촬영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이라는 핵심 개념의 의미를 확인해야 한다. 우리 대법원은 이에 대해 “객관적으로 피해자와 같은 성별, 연령대의 일반적이고 평균적인 사람들의 관점”에서 고려하고, “피해자의 옷차림, 노출의 정도 등은 물론, 촬영자의 의도와 촬영에 이르게 된 경위, 촬영 장소와 촬영 각도 및 촬영 거리, 촬영된 원판의 이미지, 특정 신체 부위의 부각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구체적·개별적으로 결정”한다고 밝히고 있다. 기존 사례를 종합해 보면 엉덩이, 다리, 가슴 등 특정 신체 부위를 부각하면 범죄라고 보지만, 특정 신체부위를 부각하지 않고 전신을 어느 정도 떨어진 거리에서 촬영하면 범죄라고 보지 않고 있다. 화장실 탈의실 등 공개되지 않은 장소의 신체 촬영과 공개된 장소라도 치마 속 등 속옷 부위 촬영은 당연히 범죄에 해당된다. 하지만 일반 대중에게 공개된 장소에서 일상복을 입은 사람을 찍는 것이 범죄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일상적으로 CCTV가 촬영되고 있기에 자신의 촬영이 범죄라고 생각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 법은 공개된 장소에서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특정 부위의 사진은 성적 욕망과 수치심과 관련된다고 보아 처벌하고 있다. 의뢰인에게 논리도 억울함도 있을 수 있겠지만, 우리 법과 처벌 사례를 고려해 불미스러운 일을 벌이지 않길 바랄 뿐이다. /최영호 법무법인 모악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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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3.18 17:07

기름진 터전, 정든 내 고장!

본격적인 봄을 알리는 경칩도 어느덧 지났다. 매화나무는 가지마다 겨우내 참았던 꽃망울을 부지런히 터뜨리느라 여념이 없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풍경들을 마주할 때마다 봄이 왔음을 실감한다. 요즘 들어서 필자는 ‘농협의 노래’의 가사를 자주 인용하곤 한다. 농업, 농촌의 가치를 알리기에 이보다도 쉽고 간결한 것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특히 농도인 우리 지역과 유난히 공감되는 부분이 많다. 전북특별자치도민으로 처음 맞이하는 봄이 특별하게 느껴진다. 농협의 노랫말처럼 ‘아름다운 강산, 기름진 터전, 여기서 나고 자란 정든 내 고장’인 전북의 희망찬 봄을 바라는 마음일 듯싶다. 우리 전북은 예로부터 대표적인 농도(農都)였다. <삼국사기>에 "신라 흘해왕 21년에 처음으로 벽골제를 만드는데, 둘레가 1800보"라는 기록이 나올 만큼 전북은 대한민국 농경 중심지로 일찍이 자리매김해왔다. 1928년에는 당시 국내 최대 규모의 농업용수 공급을 위한 운암제 저수지를 완공하여 국민들의 먹거리 해결에 앞장설 정도로 중요한 곳이었다 이처럼 전북은 기름진 대지를 바탕으로 우리나라 식량산업을 책임지며 많은 사람들에게 삶의 터전을 제공해 왔다. 그러나 산업화, 정보화가 진행됨에 따라 농업이 국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점차 줄어 갔다. 이에 맞물려 도시로의 노동력 이탈 현상은 심화되어 전북의 경우 2023년 3월 기준 인구수는 176만5000여명으로 지방소멸지수 0.42를 기록하며 소멸 위험에 놓였다. 설상가상으로 노인 인구 비율은 23%로 초고령화 사회로 접어들었다. 지난 1월 전북특별자치도 출범과 함께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농업, 농촌 가치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농생명 산업을 미래 최우선 육성 산업으로 정한 것은 매우 환영할 만한 일이다. 전국 처음으로 농생명산업지구를 지정함으로써 농생명 자원을 집적화하고 혁신성장을 도모할 수 있는 거점 지역을 조성하는 등 12개의 농생명산업 관련 특례가 마련됐다. 세계 3대 투자가 중 한명인 짐 로저스도 농업의 중요성에 대해 언급했다. ‘과거의 농부들은 하늘을 등지고 흙과 마주했다면, 미래의 농부들은 핸드폰 화면과 데이터를 마주한다’며 농업이 미래 산업이라고 했다. 전북은 이미 3년 전부터 김제스마트팜 혁신밸리를 통해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후 변화와 농가 고령화를 대비해 안전한 먹거리를 안정적으로 생산할 미래 농업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스마트팜 청년창업 보육센터 등을 중심으로 청년농업인 육성과 귀농인 지원을 위한 토대도 마련하고 있다. 이 결과 전북특별자치도는 농식품부 주관 우수후계농업경영인 6년 연속 전국 최다 선정이라는 영예를 안아 명실상부한 청년농업인을 위한 대표적인 지자체가 되었다. 전북특별자치도는 과거 단순 식량생산 역할에 머물렀던 위치에서 벗어나 미래의 농생명 산업의 중심지로 거듭나는 첫 걸음을 이제 떼었다. 이 첫 걸음을 시작으로 수많은 걸음들이 이어져 전북 발전을 위한 길이 되고, 그 길이 전북을 떠났던 청년들에게 이르길 바란다. 공장 굴뚝이 많고 산업화가 앞선 지역들보다 들녘 꽃내음이 가득하고 생명이 꿈틀거리는 논과 밭이 가득한 내 고장이 나는 그저 좋다. 좀 더디면 어떤한가! 내 고장 전북특별자치도는 이제 새 미래의 주역이 될 농생명산업의 주춧돌이 될 것인데 말이다. 돌아오라, 청년들이여! 기름진 터전, 정든 내 고장 전북특별자치도로! /김영일 전북농협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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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3.18 17:07

제발 지방방송 좀 꺼

“지방방송 좀 꺼!” 교실 한쪽 집중하지 못하고 떠드는 아이에게 주는 선생님의 핀잔이자. 술자리에서 자신의 의견을 강력하게 내세울 때 사용하는 독기 어린 표현이다. 오늘은 그 지방방송 이야기를 해보자. 내 어린 시절에는 1대의 텔레비전 앞에 수많은 동네사람들이 모였지만, 내 아이의 어린 시절인 지금은 1명의 시청자 앞에 수많은 텔레비전이 존재한다. 누구나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콘텐츠를 시청할 수 있는 세상으로 변하고 있으니, 지방방송의 경쟁력이 예전과 같지 않음을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참고로 서울을 중심으로 지역에 대한 차별을 의미하는 ‘지방(地方)’과 달리 ‘지역(地域)’은 사회 전체를 동등하게 나눈 일정한 공간의 의미이니, 지역에 사는 우리는 ‘지역방송’이라는 용어를 사용함이 옳다. 그래서 지금부터는 지역방송이다. 흔히 “지역방송은 재미가 없어요”, “왜 서울의 재미있는 방송을 못 보게 하는 거예요”라고 말을 한다. 지역방송 피디인 나로서도 부정하기 어려운 지점이 충분히 존재함을 고백한다. 그렇다면 정말 전주MBC와 JTV 같은 지역방송이 없어진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하루 종일 서울 중심의 이슈와 사건만 보도되는 뉴스, 인기 연예인이 출연하는 예능프로그램, 세계를 오가며 제작한 걸작 다큐멘터리의 세상이 될 수도 있다. 물론 훌륭하고, 재미있고, 의미 있을 수 있으나, 그 어디에도 지역에 사는 우리의 모습과 이야기는 발견할 수 없다. 지역에는 누가 사는지, 지역에는 어떤 문화가 있는지,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어떤 고민이 있는지? 알 수가 없다. 하루 이틀이 아닌, 매일 매일이 이렇다면 지역에 사는 우리들은 정말 행복할 수 있을까? 물론 지역방송도 당연히 볼만하여야 하며, 어디에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은, 더 나아가서는 타지에 살고 있는 출향민이 “이게 우리 동네 이야기야”라고 자신 있게 추천할 수 있는 방송이어야 할 것이다. 내 나름 우리 지역을 대표하는 장수 프로그램을 뽑아보았는데, 전주MBC의 ‘얼쑤 우리가락’과 JTV의 ‘와글와글 시장가요제’이다. ‘얼쑤 우리가락’은 1995년 첫 방송을 시작으로 2021년까지 26년을 이어온 국악전문 프로그램으로, 대한민국 지역방송을 대표하는 장수 프로그램이다. 국악 꿈나무를 발굴하는 것은 물론 고품격 콘서트의 기회를 제공해 국악의 저변을 확대하였으며, ‘광대전’ 등 다양한 시도를 통해 예향 전주의 자긍심을 높인 프로그램이다. 또한 2008년 5월, 첫 방송을 시작으로 17년간 지역 전통시장을 탐방하며 제작하는 ‘와글와글 시장가요제’는 매주 수많은 지역민들을 만나서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의 모습을 담아낸다. 더욱이 이 프로그램은 ‘방송’이기 이전에 누군가에게는 ‘복지’이고 ‘문화활동’이기도 하다. 특히 전주와 같은 도시를 떠나 시골의 작은 전통시장을 찾을 때 더욱 그러한데, 작은 면(面)에서 녹화가 있는 날이면 수백의 관중이 모이고, 도시의 대형 공연장 못지않은 흥겨움이 넘쳐난다. 지친 농촌생활을 벗어나 시골 장터에서 만나는 해방구 같은 역할을 지역방송이 하고 있는 것이다. 모든 것이 시장의 논리로만 결정된다면, 사회는 정상적으로 유지되기 힘들 것이다. 강자만이 살아남고 모두가 서울만을 바라보며 지역의 가치가 무시되는 사회, 과연 우리의 미래가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지역 소멸이 최대의 화두가 되고 있는 시대에, 지역을 보다 살기 좋고 즐거운 공간으로 만드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역에도 사람은 살고, 문화가 필요하며, 그러한 곳에 지역의 방송이 있으니, 얼마나 다행이란 말인가? /홍현종 JTV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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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3.18 17:07

전북 봄 축제현장 바가지 상혼 없애자

상춘의 계절을 맞아 이달말부터 전북 곳곳에서 각종 벚꽃축제가 열린다. 전북특별자치도 출범 이후 처음 열리는 올 축제는 남다른 의미가 담겨있다. 오는 28일부터 4월 1일까지 '정읍 벚꽃축제'가 열려 정읍 나들목 사거리부터 상동교까지 4㎞ 구간 2천여 그루의 벚꽃으로 장관을 이를 전망이다. 연분홍빛을 뽐내는 정읍천 죽림교∼정동교 2.9㎞ 구간에 야간 경관조명을 설치하고, 샘골다리∼정주교(800m), 초산교∼달하다리(400m) 구간은 차 없는 거리로 운영한다. 특히 행사 기간중에는 먹거리장터를 비롯, 체험공간, 농·특산물 장터 등 40개 부스가 운영된다. 29일부터 사흘간 고창군 석정지구 일대에서는 '제2회 고창 벚꽃 축제'가 열리며 오는 30일부터 이틀간 임실군은 옥정호 출렁다리 앞 특설행사장에서 '옥정호 벚꽃축제'를 개최한다. 다채로운 공연과 함께 체험·판매 부스, 포토존, 먹거리 및 농특산물 판매 부스도 운영한다. 이밖에도 도내 전역에서 크고작은 봄 축제가 열려 상춘객을 맞이한다. 문제는 '바가지 요금'이다. 전북도는 18일 14개 시·군과의 회의를 통해 지역 축제 '바가지 요금' 근절 방안·페널티를 구체화하기로 했다. 전북자치도에서 '바가지 요금'을 관리하는 지역 축제는 제21회 고창 청보리밭 축제(4월 20일~5월 12일·50만 명), 전주 페스타 2024(10월 1∼31일·60만 명), 익산 천만송이 국화축제(10월 18∼27일·70만 명)다. 주로 큰 축제 위주로 집중관리를 할 계획인데 중요한 것은 맨 먼저 열리는 벚꽃축제 등 모든 축제현장에서 예외없이 바가지 요금을 근절해야 한다. 행정기관에서는 TF를 구성, '바가지 요금' 근절 이행 상황 등을 단속할 방침이다. 축제장 먹거리 판매 품목에 대한 가격표 게시, 적정가액의 책정, 중량 등 명확한 정보 표시 여부 등이 집중 점검 대상이다. 축제장 종합 상황실 내 '바가지 요금' 신고 센터를 설치, 운영하고 사전에 지역상인·축제장 먹거리 부스 참여자 대상 사전 교육을 실시한다. 관건은 타율적인 규제로는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전북에서 열리는 축제현장에 바가지 요금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소문이 한번 나면, 다시는 외지 관광객이 찾지 않게된다. 전형적인 소탐대실이 아닐 수 없다. 몇몇 얌체상인의 그릇된 상혼이 전체의 이미지를 망치고 결국 전북특자도에서 열리는 축제의 격을 떨어뜨리게 된다. 특자도에 걸맞는 축제 현장을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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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4.03.18 15:30

여야는 지역 맞춤형 공약 내놓아라

4·10 총선이 22일 앞으로 다가와 열기를 뿜어야 할 때인데 전북은 벌써 파장 분위기다. 지난 주 더불어민주당 경선이 끝났기 때문이다. 민주당 텃밭으로 여겨지는 전북은 민주당 공천이 곧 당선이나 다름 없는 지역이다. 하지만 경선이 끝나고 대진표가 확정된 만큼 여야는 이제부터 지역에 맞는 공약을 제시했으면 한다. 도민들도 후보들의 자질과 공약 등을 꼼꼼히 체크해야 할 것이다. 그동안 민주당 경선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심판이 최대 화두였다. 누가 더 세게, 윤 대통령과 정부를 비판하느냐가 관건이었다. 반대로 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누가 더 방탄하는가가 경선 승리의 바로미터였다. 그러나 지역정서가 아무리 반(反)윤석열이라 하더라도 총선은 지역의 대표를 뽑는 선거다. 총선이 낙후된 지역발전을 끌어 올리는 계기여야 한다는 뜻이다. 전북은 지금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인구가 급격히 줄어 지역소멸이 눈앞에 다가왔고 경제력은 전국 최하위권을 면치 못하고 있다. 그런데도 전북 정치권은 중앙정치에 매몰돼 중앙당만 바라보고 있으니, 대체 어쩌자는 건가. 이제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전북에 맞는 맞춤형 지역공약을 내놓아야 한다. 여야는 지난 14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총선 10대 공약을 제출했다. 양당 모두 저출생과 기후위기 해결. 서민 지원에 방점을 찍었다. 좋다. 하지만 이것은 전국적인 아젠다로, 중앙정부 차원에서 실천할 공약이다. 이제 지역으로 눈을 돌릴 차례다. 특히 전북은 올해 1월 전북특별자치도로 출범한 만큼 이에 상응하는 공약이 나와야 한다. 특화된 과제를 발굴하고 이를 공약으로 제시해야 한다. 또 새만금국제공항과 제3금융중심지 지정, 공공의전원 설립, 전주·완주 통합, 새만금권 통합 등 그동안 해결하지 못한 현안을 재설계함은 물론 새로운 미래 비전을 내놓아야 한다. 그래야 이 지긋지긋한 낙후를 탈출할 게 아닌가. 나아가 전북은 인구 고령화가 어느 지역보다 빠르고 독거노인도 많다. 그리고 기초생활수급자 비율은 전국에서 1위다. 청년들도 1년에 1만명 안팎이 전북을 탈출한다. 일자리, 주거문제 등 대안개발이 시급하다. 그런데 지금까지 눈씻고 봐도 이에 대한 비전을 보여준 후보는 하나도 없다. 이제 양당은 도당 차원에서 도민의 눈높이와 기대에 부응하는 지역정책을 내놓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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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4.03.18 13:27

‘유보통합’ 정책방향 명확하게 제시해야

윤석열 정부가 강력한 추진 의지를 밝히면서 관심을 모았던 ‘유보통합(영유아 교육·보육 통합)’ 정책이 삐걱이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해 1월 ‘저출생 위기 속에서 아이를 낳고 키우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해서는 교육과 돌봄 서비스의 획기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며 유보통합 추진방안을 발표했다. 국가 책임의 교육·돌봄 구현을 위해 2025년부터 어린이집, 유치원에 대한 관리체계를 교육부와 교육청으로 일원화하여 새로운 영유아 교육·돌봄체계를 만들겠다는 청사진이다. 그리고 지난해 5월에는 공모를 통해 전북을 비롯한 전국 9개 시·도교육청을 ‘유보통합 선도교육청’으로 선정했다. 이들 교육청은 각 지자체와의 협업을 통해 선제적으로 영유아 교육·보육의 질 개선을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그런데 교육부가 지난해 말 발표하기로 한 ‘유치원·어린이집 통합모델’에 대한 구체적 방안을 아직껏 제시하지 않고 있어 정책 추진에 의구심을 갖게 했다. 게다가 최근 수도권 지역 교육감들이 ‘유보통합 2년 유예’ 의견을 내놓으면서 일선 교육청과 학부모들이 혼란에 빠졌다. 유보통합은 김영삼 정부 이래 30년 가까이 우리 사회 미완의 숙제로 남아 있는 난제다. 여전히 논란이 있고, 쟁점이 많아 2025년 본격 시행까지 험로가 예상되지만 꼭 가야 할 길이다. 국가의 최대 과제인 저출산 극복을 위해서도 시급하다. 특히 전북처럼 공동체 소멸 위기에 놓인 지방에서 국가 책임 교육·돌봄 서비스의 필요성이 크다. 농어촌 지역의 열악한 보육환경은 인구 유출을 부추기고, 이는 학교의 위기, 교육환경 악화로 이어진다. 영유아 돌봄 및 교육환경이 열악한 곳에 청년들이 살 수 없고, 그 지역은 소멸의 길로 갈 수밖에 없다.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지역공동체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국가와 지자체·교육기관이 함께 나서 지역사회 돌봄·교육 환경부터 개선해야 한다. 유보통합의 당위성과 필요성은 충분하다. 이전 정부에서 그랬던 것처럼 또다시 용두사미로 끝나서는 안 된다. 우선 교육부가 정책 방향과 가이드라인을 다시 한번 명확하게 제시해야 한다. 더불어 우리 아이들의 건강한 성장을 위한 유보통합 모델이 제대로 만들어질 수 있도록 각 교육청과 지자체 등 관계기관의 노력도 필요하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4.03.17 18:13

"새만금개발청은 신시야미 관광레저용지 용도를 변경해 새만금의 빅픽처를 제대로 그려야 한다"

최근 새만금개발청과 새만금개발공사는 ‘기업지원 특화, 새만금 스마트 수변도시’를 주제로 수변도시 통합계획변경(안) 논의를 위한 해커톤 회의를 개최했다. 국제투자진흥지구 도입과 이차전지 특화단지 지정으로 기업 입주가 활발해짐에 따라 신속하게 기업종사자들의 정주여건 마련 필요성이 대두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안전하고 쾌적한 정주여건을 바탕으로 배후도시 역할을 해야 할 새만금 스마트 수변도시는 새만금 신항만 뒤편에 위치, 각종 먼지와 항만에서 나오는 환경유해 물질들이 배출되어 사실상 주거지역으로 적합하지 않다. 따라서 조성여건이 적합하고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춘 신시야미 관광레저용지(60만평)에 주거용지를 조성해야 한다. 새만금개발청은 신시야미 관광레저용지에 글로벌 해양리조트 조성을 위한 호텔·워터파크·골프장·마리나 등의 복합관광시설을 설치할 계획이지만 현재 진척이 되지 않고 있다. 사업 진행이 안 되는 가장 큰 이유는 관광객 수가 적어 이용할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단지 관광용지로만 지정된다면 주말에만 찾아오는 관광객 가지고는 사업의 수익분기점을 채울 수 없다. 일례로 비응항만 보더라도 이용객이 적어 바가지요금이 극성을 부리기도 했다. 신시야미 관광레저용지를 관광레저주거용지로 변경하면 비응항, 고군산군도 등 새만금 지역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어 새만금 발전의 초석이 될 것이다. 따라서 이차전지 산업단지 등 새만금 국가산업단지와 근접한 지역, 즉 신시야미 관광레저용지에 배후도시를 지정·주거용지를 만들어야 한다. 새만금개발청과 새만금개발공사의‘새만금 수변도시 생활인프라 조성방안 연구용역’ 최종보고회 연구용역 자료에 따르면 오는 2027년에 입주할 새만금 수변도시의 추정 인구는 총 4만700명이라고 한다. 하지만 창원시정연구원 연구에 의하면 진해신항 배후지역 선박과 대형 트럭에서 배출되는 대기오염 물질 발생과 해풍으로 인한 확산으로 일부 물질오염도가 법적 기준치를 초과했다. 심지어 신항로 대부분 지역의 소음도는 도로교통 환경기준 및 주거지역 환경기준을 초과하고 있고, 화물차량 등으로 인한 교통혼잡 문제 또한 주민들이 체감하는 불편도가 높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이렇게 새만금 신항만 배후지역의 주거환경은 대기오염, 소음, 교통혼잡 등을 유발하는데 4만 명은 고사하고 어느 누가 이 새만금 스마트 수변도시에 거주하려고 할까. 새만금 기본계획 변경안의 핵심은 바로 기업이다. 기업이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을 열어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근로자들이 쾌적하게 살아갈 공간도 마련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이에 새만금개발청은 새만금 수변도시 통합개발계획의 상위계획인 새만금 기본계획 재수립에 수변도시 주거용지의 용도 변경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새만금 빅픽처를 제대로 그리기 위해서라도 신시야미 관광레저용지를 관광레저주거용지로 변경해 배후도시를 조성· 인프라를 확충해야 만이 새만금 산업단지 근로자의 정주여건이 강화되어 새만금이 발전을 이루고 전북특별자치도의 미래 나아가 대한민국의 중심으로 우뚝 설 것이다. /김영일 군산시의회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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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환규
  • 2024.03.17 18:13

딜레마에 빠진 전북 유권자

4·10 총선결과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전북발전이 갈릴 수 있다. 지금 전북은 2022년 기준으로 GRDP가 전국에서 가장 낮은 3200만원을 기록, 가장 먹고 살기가 힘든 낙후지역이 되었다. 우리 스스로가 낙후를 떨쳐내려고 몸부림 치지만 아직도 산업생태계가 농업위주로 돼 있어 부(富)가 축적되지 않고 있다. 정치적으로 정부 여당과 대립각이 세워져 새만금사업 등 현안사업 추진도 어려움이 크다. 지난 대선 때 윤석열 후보의 지지율이 호남권에서 가장 높은 14%대를 기록해 나름대로 지역발전에 대한 기대가 컸으나 지난해 8월 잼버리 개최 실패에 대한 책임을 전북도에다 똘똘 몰아부치면서 정부 여당과의 관계가 소원해졌다. 그 결과 사상 유례가 없을 정도로 전북에 대한 국가예산이 대폭 삭감되어 전국에서 유일하게 마이너스 1.56%을 기록했다. 출향인들과 함께 국회의사당에서 국가예산 삭감에 따른 분노의 함성을 터뜨렸지만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는 결과를 낳았다. 민주당이 삭감된 국가예산을 살려 놓겠다고 약속했지만 그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못했다. 지난해 잼버리 개최 이후 전북도가 정부 여당으로부터 갖은 수모와 좌절을 겪었지만 초재선으로 구성된 전북정치권은 각자도생 하기에 급급해 큰 도움이 안되었다. 민주당 출신 김관영 지사가 그간 맺어온 국힘의원들과 정부 관계자를 상대로 설득작업에 나섰지만 힘이 달려 한계에 봉착했다. 그 이유는 워낙 국힘에서 새만금사업 추진을 부정적으로 여겨온데다 전북도가 주장해온 발전방안 등을 무시해버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례대표 정운천 의원이 전방위로 뛰면서 기대치에 한참 미치지 못했지만 어느정도 성과는 거뒀다. 총선을 앞두고 지금 전북의 정치상황이 더 악화되었다. 윤석열 정권이 전북을 외면하고 견제해 국힘에 대한 반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대표적 사례로 민주당 전주을 경선서 선거운동 10일 만에 서울중앙지검장을 지낸 이성윤 후보가 1차에서 53%를 얻어 공천을 따낸 사실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이 후보가 6명의 예비후보를 제치고 공천권을 확보한 것은 윤석열 검찰독재에 대항해 싸우겠다는 진정성을 당원과 시민들이 높이 평가, 지지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러나 지난해 재선거 때 공천자를 내지 않았던 민주당이 유리한 국면을 맞았지만 전북이 처한 상황을 종합하면 정부 여당과의 관계가 더 악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걱정이 앞선다. 그 이유는 이 후보가 김건희 종합특검과 윤석열 한동훈 특검을 추진하겠다고 공약한 것이 감정악화를 가져올 수 있다. 아무튼 전북은 8명의 민주당 현역 중 2명만 교체한 것으로 끝나 광주와 대조를 보였지만 이재명 대표가 인재로 영입한 이성윤 후보나 올드보이로 귀환한 정동영·이춘석전 의원의 역할에 대한 기대치는 높아졌다. 그러나 정부 여당이 계속해서 지지율이 낮다는 이유로 외면해 버리면 전북은 동토의 고도(孤島)로 전락, 또 다시 인고의 세월을 보내야 할 것 같다. 전국적인 관심선거구로 떠오른 전주을의 선거결과가 그래서 중요하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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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성일
  • 2024.03.17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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