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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교육이란?

IB교육은 국제적 시각을 가진 세계시민 양성을 목적으로 1968년 스위스 비영리교육재단인 IBO(International Baccalaureate Organization)에서 개발·운영하는 교육체계이자 교육과정이다. 또한 IB교육은 과목간 경계를 넘나들며 진행하는 역량중심 교육과정을 기반으로 개념이해와 탐구중심의 학습, 논·서술형 평가를 통한 자기주도적 성장을 추구하며, 미래역량을 강화하는 창의적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국제인증학교 교육프로그램이기도 하다. 초기에는 국제학교 중심으로 운영되었지만 그 우수성으로 인해 전 세계 161개국 5595교(2022.08.기준)에서 운영 중이다. IB교육은 학생이 얼마만큼 알고 있는 것보다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보다 중요하게 여긴다. 학생들 스스로 주제를 정해 연구하고, 개념이해와 탐구활동을 통해 지식을 완성해 나간다. 이 때문에 학생들을 평가할 때 단답식 지필고사가 이루어질 수 없고, 서술형 논술형 평가가 진행된다. 개인별 프로젝트 중심의 학습이 이루어지는 경우, 평가는 발표와 토론에 따른 결과물로 이루어진다.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정답을 암기하는 방식을 탈피하여 스스로 사고하고 질문하여 답을 찾는 과정에서 창의적이고 비판적인 사고를 키우게 되고, 문제해결을 통한 유연한 의사소통능력을 배운다. IB교육은 PYP(Primary Years Programme, 초등학교), MYP(Middle Years Programme, 중등학교), DP(Diploma Programme, 고등학교)로 구성되어 있다. PYP과정은 전인적 성장, 자신과 타인의 존중을 추구하며 6개 교과군을 중심으로 학습한다. MYP과정은 학습과 실생활의 연계를 위한 도전적 과제해결을 목표로 폭넓고 균형 잡힌 교육을 받는다. DP과정은 신체적, 지적, 정서적, 윤리적 성장 및 학문적 성장을 추구하면서 이를 위해 6개 교과군 및 핵심과정을 공부한다. 세계 3300여개 대학에서 DP성적을 인정하며 DP점수만으로 대학에 진학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2019년 대구와 제주를 중심으로 IB교육을 도입하여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한국의 DP과정은 한국어로 4과목, 영어로 2과목을 이수한다. PYP, MYP, DP 모두 IB인증학교(월드스쿨)가 되기 위해서는 IB교육에 관심을 가지고 준비하는 준비학교, 후보학교의 신청을 준비하는 관심학교, 인증을 받기 위해 교육활동을 운영하는 후보학교를 거쳐야 한다. 제주대는 IB교육을 지원하기 위해 2023.06.23. 약대, 수의대의 지역균형 선발 인원 가운데 3명씩을 2026학년도부터 수능 최저 없는 학생부 종합전형으로 선발한다고 발표했다. 만약 국내 의대에서도 DP학생을 위한 입학전형이 시행된다면 그 파급력은 대단할 것이다. 사교육을 받지 않으면 입학할 수 없다는 인식이 지배적인 의대에서 IB교육만으로 의대에 진학할 수 있다면 공교육 정상화에 큰 전환점이 될 것이다. 2023.11.14. 경기도교육청과 서울대는 IB교육의 정착을 위해 업무협약식을 맺고 IB교육정책 실천, 교원양성과 교육과정 개선, IB교육 역량강화 등의 연구 개발에 함께 노력하기로 하였다. IB교육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전북도교육청도 전북대와 손을 맞잡고 IB교육 발전과 IB교원양성을 위한 프로그램을 진행해 주길 바란다. 2024년 초에 대구와 제주에서 DP교육을 이수하고 대학 진학을 하게 되는 학생은 193명이다. 대학에서는 주저하지 말고 DP과정을 이수한 학생들에게 입학의 문을 보다 활짝 열어 주기를 바란다. OECD 38개국 중에서 수능, 내신이 모두 객관식 상대평가인 곳은 우리나라 뿐이다. IB교육의 도입을 통해 객관식과 주입식에 몰입되어 있는 한국 교육이 근본적으로 변화되길 바라며 성적주도교육이 아닌 역량주도교육을 통한 교육발전이 되기를 희망한다. 김대규(용북중학교 교장·법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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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2.21 17:14

1년에 한 번 세금 내는 날

필자에겐 1년에 한 번 내는 세금이 있다. 종합소득세도 아니요, 자동차세도 아니다. 바로 지구에 내는 ‘지구세’이다. 조금 더 정확히 말하자면 1년에 한 번씩 돌아오는 생일날, 나를 지금까지 있게 한 모든 것들에게 다시 돌려주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세금을 덜 낼 수 있을지 묘수를 찾는 시대에서, 이름도 없고 누가 시키지도 않은 세금을 자발적으로 내야겠다고 생각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2019년 생일날, 선물로 배송되어 키만큼 높게 쌓인 택배들을 풀어 테이프와 운송장을 하나씩 떼고 있는데 순간 허망함이 찾아왔다. 나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왜 이런 가내수공업을 하는 것인가? 거실에 쌓인 물건들은 나에게 필요한 물건이 아니었으며, 심지어 똑같은 물건을 선물 받아 이걸 다른 사람에게 선물로 줘야 할지, 당근마켓에 내다 팔아야 할지 고민하던 찰나였다. 택배의 테이프를 떼는 일은 굉장히 번거롭고 귀찮은 일이다. 다만, 그것들에 귀찮음을 느낄 때 ‘테이프를 떼지 않고 그대로 버린다’가 아닌 ‘테이프를 뗄 일이 없게 만든다’로 생각이 귀결됐을 뿐이다. 그래서 이런 무의미한 짓을 멈추기로 했다. 더 이상 쓰레기가 될 물질적인 선물을 받지 않고, 주변의 감사한 마음을 내가 아닌 다른 곳에 쓰이도록 결심을 한 것이다. ‘덜 소비하고, 더 존재하라’라는 말이 있듯, 생일이라는 이유로 지인들의 소비를 부추기고 싶지 않다. 내가 지금껏 자라는 데까지 온 마을과 온 세상이 도왔으며 누군가의 보이지 않는 희생과 착취가 있었을 터이니 그들에게 다시 돌려주는 마음이 필요했다. 그다음 연도 생일날 프로필 사진에 선물보단 기부에 동참해달라고 적었다. 의아해하는 반응, 속상해하는 반응도 있었으나 이내 기꺼이 동참하겠다는 연락, 내 이름으로 기부했다는 메시지가 하나, 둘 도착한다. 이 세금을 내게 된 지는 4년째. 어떤 방식으로든 잊지 않고 착실히 납부하고 있다. 세금을 납부한 지 2년째에 금액이 70만 원으로 늘어났고, 그다음 연도에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뇌사 시 장기기증과 인체조직기증을 신청하였다. 올해에는 100만 원을 유기견 보호소에 납부했다. 사실 1년에 한 번 내는 세금치고 큰돈은 아니다. 그렇지만 기부에 마음이 없다면 만 원도 아까운 것을 알고 있기에 적은 돈이라도 거르지 않고 내려고 한다. 그렇다면 이 ‘지구세 납부’ 프로젝트를 하고 난 후로의 필자의 인생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첫째로 쓰레기를 양산하지 않게 되어 무척 마음이 편안하다. 소비는 쓰레기를 남기고 더 많은 생산을 종용한다. 따라서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삶에 지장이 없는 것들을 소비하지 않게 되어 무해함을 느낀다. 둘째, 주위의 사람들이 덩달아 기부를 하게 된다. 나의 세금 프로젝트는 생일날 받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껏 받은 사랑을 (쓰레기를 만들지 않고) 주위에 돌려주는 방법도 있다고 하나의 선택지를 더 알려준 셈이다. 그래서인지 본인의 생일날 기부를 하고 장기기증을 신청하는 사람도 생기기 시작했다. 마음속 깊이 감사한 일이다. 솔직한 심정으로 선물을 받고 싶지는 않냐고? 주위에서 선물을 주지 못 해 서운해하는 사람이 있길래 카카오톡 위시리스트에 물건을 담아둔 적이 있다. 환경문제와 동물권에 관련된 책이었다. 나의 솔직한 심정은 광활한 우주에서 먼지처럼 작은 내가 바람과 같이 지구를 스치듯 살다 가면서 쓰레기를 남기고 싶지는 않다는 것이다. 나의 생은 이걸로 충분하다. 그러니 이 글을 읽고 있는 그대, 당신의 생일날엔 지금껏 받은 것을 어떻게 돌려주고 싶은가? 그리고 어떻게 존재할 것인가? 깊이 생각해 봄 직 하다. /모아름드리 환경단체 프리데코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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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2.21 17:14

매매계약을 해제 하면 양도세는 무조건 없을까

주택을 매매하게 되면 양도세를 내게 됩니다. 그 시기를 정함에 있어 세법에서는 잔금을 치르는 날과 등기를 한날 중에 가장 빠른 날을 양도시점으로 보고 양도세를 부과 합니다. 양도시기가 도래하여 세금 납부의무가 발생했지만 과다한 세금으로 인하여 이를 취소하고자 하는 경우에 어떤 상황이 있을지 이번시간에 다루어 보고자 합니다. 실제 상담사례에서 의뢰인이 주택을 매매했는데 중과세율이 적용이 되는지 모르고 주택을 양도하여 잔금치르고 등기까지 완료하였다고 합니다. 뒤늦게 세무서에서 중과세율을 적용한 고액의 고지서를 받고나서 매수인에게 계약을 합의해제 요청하여 합의해제를 하였습니다. 이 경우 부과된 양도소득세 고지서는 어떻게 될까요? 계약의 해제 원인이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매수자의 잔금 미납에 의하여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해제의 경우 등기가 완료가 되었다 할지라도 계약의 위반으로 보고 양도행위가 소급하여 효력을 잃기 때문에 양도세 납부의무가 없게 됩니다. 하지만 합의에 의한 계약의 해제는 조세심판원과 대법원의 판단의 차이가 약간 있습니다. 조세심판원은 당사자간의 매매계약의 하자 없이 잔금이 적법하게 청산이 되고 소유권 이전 등기를 마친 후 계약의 해제 원인으로 소유권이 당초 소유자로 환원된 것이므로 양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적법한 절차에 의하여 소유권이 넘어 간것이므로 단순히 계약의 해제만으로 양도세 납부의무를 없애지 않았습니다. 반면 대법원은 조금 더 실질적인 관점에 의하여 바라보았습니다. 양도세가 부과된 이후에 해제가 되는 경우에 해제사유가 충분히 있고 대금 반환 및 이전등기를 원상회복한다면 양도세 납부의무를 없앴습니다. 주택을 매도시 부과된 세금을 단순히 세금이 부담스럽기 때문에 계약을 취소하는 것은 어렵다고 보시면 될 것같습니다. 따라서 양도세 부과 여부를 충분히 검토해보고 등기를 이전해야 할 것입니다. /조정권세무회계사무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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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2.21 17:14

전주 덕진동 옛 법원부지 개발 속도내야

전주시 덕진동 ‘옛 전주지방법원·전주지방검찰청 부지 개발사업’이 별다른 진척없이 다시 해를 넘기게 됐다. 향후 사업 추진 일정도 명확하지 않다. 옛 전주지법·전주지검 부지 개발사업은 지난 2019년 말 만성동 법조타운 시대 개막과 함께 법원과 검찰청이 이전함에 따라 발생한 유휴 국유지를 토지개발을 통해 도시재생의 거점으로 조성하는 프로젝트다. 사업은 수탁자인 LH가 약 2만8000㎡ 부지에 총사업비 423억원을 투자하여 토지를 조성한 후 법문화체험시설인 로파크(Law Park, 법무부 시설)와 공공주택, 도시지원시설 등을 조성하는 게 핵심이다. 도시개발사업 인허가 등의 절차를 거쳐 2027년에 부지조성을 완료한다는 게 당초 계획이다. 전주시는 로파크 건립 등 옛 법원부지 개발 사업이 공공기관 이전 후 침체된 주변 상권을 회복시키는 기폭제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또 덕진권역 도시재생 사업과 연계해 전주 발전을 이끌 또 하나의 중심축으로 만들겠다는 청사진도 내놓았다. 올초에는 우범기 시장이 신년 핵심사업 현장 방문 일정으로 로파크 건립 예정지를 방문해 속도감 있는 사업 추진을 주문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관심 속에서도 사업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핵심 사업으로 주목받는 로파크는 법무부가 기존 건물 리모델링에서 신축으로 방향을 전환하면서 기재부에 사업비 증액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전주시에서도 도시계획심의와 도시개발계획 수립, 실시계획 인가 등의 행정절차를 남겨놓고 있다. 전주 덕진동 법조거리 일대는 수년째 공동화 현상이 진행되면서 완전히 활기를 잃었다. 법원 부지를 지금처럼 방치한다면 도시재생을 통한 덕진권역 활성화는 기대할 수 없다. 도시의 역사와 시민들의 삶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이 상징적인 공간을 하루빨리 주민들에게 돌려줘 침체된 구도심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할 것이다. 우선 로파크 건립 사업의 주체인 법무부가 기재부와의 조율을 통해 예산 확보에 속도를 내야 한다. 또 전주시도 법무부 등 정부기관과 협력해 사업이 신속하게 추진될 수 있도록 행정력을 집중해야 한다. 첫삽도 뜨지 못한채, 지연에 지연을 거듭하고 있는 전주교도소 이전사업의 전철을 밟아서는 안 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3.12.21 13:41

하림, HMM 인수…전북경제의 견인차되길

익산에 본사를 둔 하림그룹이 HMM(옛 현대상선)을 품게 됐다. KDB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가 하림그룹·JKL컨소시엄을 HMM 매각을 위한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한데 따른 것이다. 이 컨소시엄은 추가 협상을 거쳐 연내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하게 된다. 하림그룹은 HMM 인수 후 벌크선 분야 1위 업체인 팬오션(옛 범양상선)과 컨테이너선 주력인 HMM이 시너지를 내겠다는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현재 재계 순위 27위인 하림의 그룹 자산은 약 43조 원으로 재계 순위가 13위까지 올라간다. 전북의 향토기업으로 출발한 하림그룹이 HMM을 인수하게 된 것을 도민과 함께 축하한다. 일부에서 ‘새우가 고래를 품었다’고 말하기도 하나 최종 협상을 체결하고 승승장구해 전북의 긍지를 드높였으면 한다. 이번에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었지만 아직 난관이 없지 않다. 세계적으로 해운 경기가 침체한데다 자금 조달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인수금액 6조4000억원을 하림그룹 자체만으로 조달하기 어렵고 서울 양재동에 국내 최대 규모의 도시첨단물류단지를 짓고 있어 더욱 그러하다. 또 HMM 노조의 반발도 넘어야 할 산이다. 그러나 창업주 김홍국 회장은 병아리 10마리로 신화를 일군 인물이다. 1978년 익산시에 황등농장을 세우며 양계업에 뛰어들어 각종 M&A를 통해 회사 몸집을 불렸다. 1986년 하림식품을 세운 뒤 2001년 천하제일사료를 계열사로 편입하며 하림그룹을 출범시켰다. 이어 사료기업 선진, 돈육업체 대상팜스코를 차례로 사들였다. 육계 사료 원료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점을 감안해 2015년엔 곡물 등을 실어나르는 벌크선 회사인 팬오션을 인수했다. 당시 무리한 투자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성공적으로 안착시켰다. 김 회장은 평소 나폴레옹을 존경해 ‘불가능은 없다’는 도전정신을 앞세운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역 사랑 정신이 남다르다. 하림그룹은 서울 본사를 2019년 익산으로 옮겼을 뿐 아니라 전북지역에 17개 개열사 55개 사업장을 두고 전북도와 익산시가 추진하는 여러 사업을 후원하고 있다. 전북 도민들 역시 2003년 익산의 도계공장 화재시 성금과 자원봉사로 지켜주었다. 이번 인수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돼 하림그룹이 글로벌 대기업으로 발돋움했으면 한다. 나아가 낙후된 전북경제에도 크게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3.12.20 18:27

분열도 안되지만, 혁신없는 민주당도 안된다

국민의힘이 비대위 체제를 선언했다. 강서구청장 선거에 이은 부산 엑스포 유치 실패 이후, 인요한 혁신위도 공염불이 되면서 더불어민주당의 총선승리가 목전에 왔다고 생각했더니, 지금은 그야말로 여당이 들끓고 있다. 민주당을, 야당을 이번 총선에서 어떻게든 이겨보겠다고 하는 몸부림이다. 그런데 지금 더불어민주당은 어떤가. 이번 총선은 야당에게 윤석열 정부의 일방주의 국정운영방식에 맞서고 엉망진창 폭정을 타파해야하는 중차대한 임무가 부여된 선거다. 하다못해 부산 엑스포 유치에 잼버리 예산의 몇 배를 써놓고 터무니없는 숫자로 유치실패했는데, 새만금 잼버리 때와 달리 감사원에서는 감사의 ㄱ(기역)자도 나오지 않고 있다. 영부인의 명백한 부정청탁방지법 위배 소지 있는 행동은 덮고 언론사의 함정취재 이야기만 나오고 있다. 이와 같이 기준도 없고 일관성도 없는 막무가내 국정이 계속되고 있다. 그런 와중에 우리 민주당은 분열의 위기에서 신음하고 있다. 회색 코뿔소는 멀리서도 눈에 잘 띄기 때문에 적정하게 거리만 유지한다면 사람들은 다들 안전하다고 여긴다. 그러나 막상 회색 코뿔소가 점점 가까이 와 눈앞에 닥쳤을 때, 사람들은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무방비로 당할 수밖에 없다. 민주당을 둘러싼 정치상황도 이와 같다. 개연성이 높고 파급력도 큰데다 지속적인 경고로 충분히 예상할 수 있지만 정작 대처가 미비하여 위험에 온전히 대응하지 못하게 되는 현상, 지금 민주당에는 ‘여당의 혁신’이라는 회색 코뿔소가 계속 다가오고 있는 상황이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뻔히 알면서도 우리 민주당은 지금 그 위험신호를 무시하고 분열 일보직전에 다다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분열은 윤석열 정부와 여당에겐 천재일우의 기회가 될 것이다. 그리고 우리의 분열은 여당과 이 정부의 엉망진창 폭정, 일방주의 국정운영을 막아서지 못하는, 국민들에게 씻을 수 없는 중죄를 짓게 되는 것이다. 새만금은 감사하면서 부산 엑스포는 감사하지 않는 비일관성만해도, 이 정부가 호남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명확히 드러내는 한 단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여기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는 힘을 모으지 못하고, 총선조차 지게 된다면, 이것은 호남과 대한민국 국민에게 큰 죄를 짓는 것이다. 민주당의 분열은 결코 용인할 수 없는 일이다. 그 어느 때보다 통합이 필요하다. 한편으로, 바로 그렇기 때문에 야당의 지도부는 통합을 위해 모든 것을 버릴 수 있는 용단과 혁신이 필요한 것이다. 혁신없이 이렇게 “다 잘될거야”라는 식으로 가는 것은 또 다른 일방주의적 운영이면서 국민의힘의 변화라는 ‘회색 코뿔소’가 오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스스로 뒤처지겠다는 이야기밖에 되지 않는다. 지금이야말로 당의 통합을 위한 지도부의 결단, 비상한 각오와 계획을 한시바삐 발표할 때다. 야당의 분열을 막기 위한 민주당의 쇄신과 혁신, 그 동력은 결국 당의 지도부로부터 나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필자는 작년에 민주당의 당 대표가 되겠다고 나선 바 있다. 민주당을 사랑하고, 그 어느 때보다 절절히 더불어민주당의 총선승리를 염원한다. 그래서 절절하게 계속 말씀드린다. 당의 통합을 위해 모든 것을 버릴 각오를 하고 비상한 혁신과 변화를 시작해야 한다고. 민주당의 통합, 나아가 더불어민주당의 총선승리를 위한 지도부의 비상한 결단을 촉구한다. 혁신의 가운데에서 당이 단합되고 통합될 수 있도록 민주당 지도부가 지금이야말로 나서야 할 때다. 그것이 호남, 나아가 대한민국 국민을 위한 수권정당으로서의 자세일 것이다. /박용진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서울 강북구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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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2.20 16:41

아이들의 ‘놀 권리’를 되찾아 주세요!

작년 2022년, 대한민국을 들썩이게 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드라마에서 인상 깊은 대사가 나온다. 학교와 학원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기 때문에 놀지 못하는 아동들이 “어린이는 지금 당장 놀아야 한다.”, “어린이는 지금 당장 건강해야 한다.”, “어린이는 지금 당장 행복해야 한다.”라고 외치는 장면이다. 그 장면은 아직까지 잊혀지지 않고 뇌리에 박혀 떠나지 않는 장면이다. ‘어린이는 지금 당장 놀아야 한다’는 이 시대 아동들의 외침이자 처절한 몸부림이다. 드라마 속의 장면이라고 간과해서는 절대 안 되며, 아동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놀이권에 관한 굿네이버스 연구 자료에 따르면, 놀이시간이 충분하다고 응답한 청소년은 그렇지 않은 청소년보다 행복감과 삶의 만족도가 높으며, 스트레스 수준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에 참여한 75.7%의 청소년들은 놀이 및 여가의 권리가 청소년의 권리라고 응답했다. 또한, 2021년 아동권리 인식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아동이 놀 권리를 보장받는 데 방해요인’으로 ‘어른의 간섭’이 47%로 가장 높은 응답율을 보였으며, ‘놀 시간 부족’ 27.4%, ‘놀 권리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 부족’ 13%, ‘놀 공간 부족’ 6.3%가 그 뒤를 이었다. 아동의 놀 권리는 유엔아동권리협약에서 명시된 아동의 권리 중 하나이며, 행복추구권으로부터 도출되는 기본권이다. 더불어 놀이는 각종 스트레스와 건강의 위협으로부터 아동을 보호하고, 아동의 전인적 발달 돕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놀 권리와 놀이를 빼앗긴 우리나라의 아이들. 놀이라는 ‘놀 권리’를 되찾아 주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우리의 미래라고 일컫는 아동이 존중받고 행복하며, 스스로의 권리를 되찾기를 기대하며 필자는 다음과 같이 제언한다. 첫째, 놀이환경을 보장해 주어야 한다. 아동들은 인위적인 학습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발현되는 놀이를 통해 세상을 배운다. 즉, 제대로 된 놀이를 통해 배워갈 수 있도록 제반 환경을 마련해주어야 하며, 놀 권리도 충분히 보장해 주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방편으로 ‘아동 놀이환경 자치단’을 구성하여 우리 동네 구석구석 숨은 놀이환경을 찾아 디자인(아동의 요구를 반영)하며 아이들만의 키즈존을 확충하도록 한다. 특히, 상업화된 놀이자료보다 자연물은 아동의 상상력과 문제해결력, 창의력을 증진시킬 수 있는 좋은 환경자료이다. 일례로, 순천에서 보았던 기적의 놀이터는 동네 곳곳에 설치되어 있고, 흙미끄럼틀, 거미줄 네트 놀이 시설, 흙모래를 나르는 도구 및 설치대 등 다양한 자연물을 활용한 놀이시설로 구성되어 있다. 아동 스스로 놀이장소를 발견하고 아동들의 요구를 반영하여 설치된 자연놀이시설은 매력적이고 아동 주도성의 ‘진짜 놀이’를 즐길 수 있는 명소가 될 것이다. 둘째, 진짜 놀이가 발현되도록 놀이지도사 관련 교육을 통해 놀 권리의 중요성을 자각하고, 아동놀이의 동반자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놀이의 3요소인 ‘무목적성, 자발성, 아동 주도성’이 발현될 때 가짜놀이가 아닌 진짜 놀이가 발현된다. 진짜 놀이를 할 때 아동들은 긍정적 정서, 내적동기, 자유선택, 과정 중심, 융통성의 특징을 보인다. 어른의 놀이 성향, 방식, 생각 등을 아이에게 강요하거나 놀이를 학습을 위한 도구로 생각하고, 아이와 놀이할 때 노는 척을 하며 아이가 힘들어하는 가짜놀이가 되지 않도록 진짜 놀이 즉 진정한 놀이의 실현이 보장되어야 한다. 모든 아동들이 건강하고, 행복한 아이로 성장할 수 있도록 아동보호체계가 촘촘하게 마련되어야 하며, 부모뿐만 아니라 모든 어른들이 함께 노력하여 아이들의 진짜 ‘놀 권리’를 되찾아 주자! / 황지애 원광보건대학교 유아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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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2.20 16:41

나의 연잎 사랑

잠시 왔다가는 세상 헛되고 헛된 것인 줄 알고 있지만 나의 짧은 생각과 욕심은 언제나 실망을 안겨주었다. 모든 것을 믿고 생각이 앞서다 보니 생각과 결과가 너무 다르다. 완전함을 꿈꾸던 고집과 아집 때문에 따라오지 못하는 생각과 행동에 화가 치밀어 올라 혼자 우는 시간이 많이 있었다. 누구를 원망할 수도 없고 나 자신을 탓하며 내려놓아야 한다고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담금질하여 좋은 인연을 만들어 가야겠다고 생각하며 인내하면서 비움의 미덕을 배우고 있다. 또한 나는 연잎의 겸손을 배우고 사랑한다. 물방울이 채워지면 자연히 흘려보내고 또다시 새로운 물방울로 채운다. 나는 연꽃을 무척 좋아한다. 깊은 수렁에서 피어나는 연꽃을 바라보며, 때 묻지 않은 고고하고 아름다운 자태에 내 모습을 비추어본다. 혼탁한 세상과 타협하지 않고, 묵묵히 앞만 바라보는 숭고한 자의 뒷모습을 유유히 밟아 본다. 커다란 연꽃은 흙탕물 속에서 피어난다. 다시 말하면 어떠한 어려움도 굴하지 않고 큰 꽃이 피어날 때까지 과정은 우리 삶의 과정과 같다는 생각이 든다. 때가 되면 꽃잎이 하나하나 낙화하여 제 모습을 감추어버리고 열매만이 남겨놓고 세월이 지나면 땅에 떨어지고 세월이 흐르면 또다시 꽃이 피고 지고를 반복하며 아름다운 꽃을 피워주므로 보는 이로 하여금 기쁨과 행복을 준다. 요즘 세상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슬픈 마음이다. 진흙탕에서 함께 뒹굴며 서로 험담하며,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며 분열을 일삼고, 주인의식 없이 자신의 욕망에 사로잡혀 고집과 아집을 버리지 못하고 분란만 일삼고 있다. 한 주인을 섬기지 못하는 인간으로서 해서는 안 되는 일을 일삼는 파렴치한이 많아졌다. 눈을 뜨면 탈당이네, 신당 창립이네, 누가 누구를 헐뜯고 투기하는 모습은 조선시대 당파싸움과 조금도 다를 게 없는, 변화되지 못한 시대의 흐름에 환멸을 느끼게 한다. 정책은 젊은이들을 무기력하게 만들고, 일하지 않고 놀고먹는 폐쇄적이고 타락한 일상에 젖어 범죄만 늘어가고 있으니 한심하기 짝이 없는 세상이 되어가고, 마음 놓고 아이들이 자랄 수 없는 범죄 국가로 전락 되어 가고 있다. 젊은이들이 윗사람들 눈치 보거나 두려워하지 않고, 마음껏 꿈을 펼치고 할 말을 하고 전진해 나가는 당당한 젊은이가 되었으면 한다. 물론 윗사람들이 문제이지만. 피어나는 새싹을 짓밟아 자라지 못하게 하고, 젊은이들의 앞길을 가로막는 사람답지 못하는 윗사람이 자중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말로만 선진국이면 무엇하랴? 똑똑하고 젊은 인재를 키워주고 이끌어주는 정신적인 선진국이 되어야만 국가가 올바르게 성장해 나갈 것이다. 지저분한 세상에 굴하지 않고, 타협하지 않으며, 연꽃처럼 흙탕물에서도 꿋꿋하고 정결하게 피어나기를 바라며, 책임과 의무를 다하는 존재 이유를 알고, 목표를 정하고 사회에 진출하여 자신의 가치와 희망을 이루어 가기를 바란다. 사회지도층이나 정치인들이 자신의 욕망과 권력을 앞세우기 전에 떳떳하고 당당하여 사회가 서로의 이익을 추구하는 넉넉하고 훈훈한 사회를 이루어 가기를 바란다. 윗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미련 없이 자리를 비워주자. 새순이 돋아나야 아름다운 꽃을 볼 수 있듯이 생동감 있고 진취적인 새로운 세대가 이끌어갈 수 있도록 자신을 비우고, 남들이 박수쳐줄 때 물러날 줄 아는 지혜로운 자가 되었으면 좋겠다. 세상은 지식으로 사는 게 아니라 지혜로 살아가는 것이더라. /김종숙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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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2.20 16:41

전북혈액원과 헌혈 전도사

교통 통신이 발달하지 않았던 시절, 1970년대에는 라디오에서 정규 방송 도중 간간히 이런 뉴스가 흘러나왔다. “∼병원에서 위급한 환자가 긴급히 Rh 마이너스 O형 혈액을 필요로 합니다. 해당 혈액형을 가지신 분은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크고작은 사건사고나 질병으로 인해 수술을 받아야만 하는 응급환자는 선의의 헌혈자로 인해 생명을 구하곤 했다. 세월이 좀 흐른 1980년대에도 사정은 비슷했는데 특히 TV자막을 통해 비슷한 유형의 호소가 이어지곤 했다. 그로부터 오랜 시간이 흘렀으나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매스미디어를 통해 헌혈자를 구한다는 호소문이 난무하지 않을뿐이지 요즘에도 희생정신으로 무장한 선의의 헌혈자가 없는 한 응급환자 치료에 필수불가결한 혈액은 만성 부족상태다. 지난달말 현재 기준 혈액 보유량은 전국적으로 5.8일분, 전북은 5.3일분에 불과하다. 만일 혈액보유량이 1일 미만으로 떨어질 경우 보건복지부는 ‘심각단계’로 분류, 지속출혈이 있는 환자나 응급수술 환자, 수혈없이는 생명이 위급한 환자, 중환자 치료중인 암환자등에게만 우선순위를 두고있다. 일반인들이 잘 몰라서 그렇지 사실 이름없는 헌혈전도사들이 우리 사회에는 제법 많다. 송태규 시인(전 원광중고 교장)은 가족 헌혈 횟수가 무려 700회가 넘어 유명한 헌혈전도사이자 헌혈명문가로 널리 알려져있다. 이영진 원광대 진단검사의학과 교수, 오창석 한솔케미칼 경영지원팀장, 김병호 전주신흥고 교장 등도 상상을 초월하는 헌혈 기록을 지닌 명실공히 ‘헌혈전도사’들이다. 전북도 강영석 국장의 경우 직장내에 헌혈동아리를 만들어 회장으로 활동하면서 헌혈운동 확산에 앞장서고 있다. 장 앙리 뒤낭이 제창했던 적십자 운동의 일환으로 펼쳐지는 헌혈은 사실 인도주의의 발로, 그 자체다. 대한적십자사 전북혈액원(원장 강진석)은 지난 10월 4일 전북도와 함께 전북도민 헌혈의날 선포식및 헌혈 릴레이를 펼치고 있다. 전국적인 모범 사례로 평가 받으면서 타 시도에서도 잇따라 헌혈의날 선포식을 갖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기만 하다. 헌혈 직업군 분류에서 고교생이 압도적으로 많은데 학교에서 단체로 하는 것은 봉사활동으로 인정하는 반면, 개인헌혈은 봉사활동 실적에서 제외, 헌혈 인구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더욱이 조국사태를 거치면서 향후에는 고교생의 헌혈 전체를 봉사활동 실적으로 인정하지 않기로 함에따라 향후 심각한 혈액 부족 사태가 우려된다. 지역보건 향상을 위해 시민들이 함께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때마침 오는 26일 오후 2시 전북대에서는 의미있는 행사 하나가 열린다. 김철수 대한적십자사 총재가 참석한 가운데 헌혈의집 전북대 한옥센터가 공식적으로 문을 연다. 한옥센터는 전국 첫 사례라고 하는데 이번 행사를 계기로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헌혈운동 붐이 일었으면 좋겠다. 올 11월말 현재, 전북의 헌혈 횟수는 총 9만742건이다. 수백번씩 헌혈을 한 이들의 희생정신은 두말할 나위없이 소중하지만, 한 사람의 백보 보다는 백사람의 일보가 더 가치가 있고 효과가 있는게 바로 헌혈이다. 청룡의 해인 갑진년 새해 전북에서 헌혈 횟수 10만 건을 당당히 돌파하길 간곡히 소망한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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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병기
  • 2023.12.20 14:28

전주한지 세계화, 생산기반 대폭 확대해야

전통문화도시 전주는 ‘한지(韓紙)’의 본향이다. 전주천·소양천의 깨끗한 물 등 유리한 지리적 입지와 숙련된 제조기술, 그리고 인근에서 원재료인 닥나무가 대량으로 생산된 덕에 한지 제조업이 성황을 이뤘다. 고려 때부터 왕실에 진상됐고 외교문서에 사용됐다. 지금도 우리나라에서 ‘종이’ 하면 전주한지를 떠올릴 만큼, 전주한지의 가치는 매우 높다. 전주시가 지난 19일 천년한지관에서 주민들과 함께 한지의 주원료인 닥나무를 찌고 껍질을 벗기는 ‘닥무지 행사’를 진행했다. 전통한지의 정통성 계승과 세계화의 의지를 다지는 행사다. 전주시는 지난 2017년부터 7개 농가 15필지(2만1478㎡)에 1만4000여 그루의 닥나무를 계약 재배해 왔다. 전주 전통한지의 정체성을 지키고 안정적인 닥나무 원료공급 기반을 구축하기 위해서다. 이 같은 노력으로 인해 전주와 완주 지역에서의 닥나무 생산량은 매년 증가했다. 전주시는 오래전부터 전통한지의 우수성을 보존·계승하고, 나아가 산업화·세계화하려는 노력을 계속해 왔다. 한지의 주원료인 닥나무 생산에서부터 한지 제조시설에 이르기까지 지속가능한 한지산업 생태계를 만들고, 세계적인 미술관과 박물관 등을 통해 전주한지의 우수성과 가치를 알리겠다는 포부다. 지난해에는 전주한지의 원형을 지키고 세계화를 이끌기 위해 국내 최대 규모의 제조시설을 갖춘 한지 복합문화공간 ‘전주 천년한지관’을 개관하기도 했다. 우수한 품질의 전통한지를 안정적으로 생산하기 위한 전주시의 노력이 계속되기를 바란다. 전주한지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문화상품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우선 안정적인 생산기반을 갖춰야 한다. 하지만 여전히 전주·완주 지역에서 생산된 원료로 제작된 전주한지는 전체의 10%도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나 아쉬움을 남긴다. 전주시는 올해서야 닥나무 계약재배 대상을 완주 지역 농가로 확대했다. 지난해까지는 전주 지역 몇몇 농가에서만 닥나무를 계약재배했던 셈이다. 한지의 주원료인 닥나무 생산기반을 대폭 확대하고, 품질을 향상시켜 전주한지의 상품성과 가치를 높이는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 우선 완주 지역 닥나무 계약재배 면적을 더 늘려 안정적인 원료공급 기반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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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3.12.20 13:13

무장은 동학농민군 기포지가 아닌 경유지라고?

전북일보 2023년 10월 4일자 10면에 김정일씨의 글 “전봉준 공초록(심문기록)에 무장은 동학농민군의 ‘기포지’가 아닌 ‘경유지’였다.”라는 글을 보고도 나의 농사일 등이 바빠서 반론의 글을 쓰지 못했었다. 늦었지만 두 가지 이유로 반론을 쓰고자 한다. 첫째, 이 이야기는 오래 전부터 나온 이야기인데, 공부는 하지도 않고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고 있다는 점이다. 둘째, 이런 엉터리 논리가 나와도 우리가 아무런 반론을 안 하는 것을 보면 이 글에 동의하는 것으로 인식될 것 같아서다. 먼저 사발통문부터 시작해야겠다. 1985년 신용하 교수께서 「고부민란의 사발통문」이란 글에서 “현재의 ‘사발통문’은 ‘사발통문원본’도 아니고 ‘어떤 분이 고부민란에 관한 훨씬 뒤의 회로록의 극히 일부를 필사한 것’이라고 본다”하였다. 그렇다고 이 문서가 후대에 만들어진 ‘위문서(僞文書)’라고는 보지 않는다. 다만 “어떤 동학도가 자기도 참가한 계사년(1893) 등장(等狀)과 갑오년 고부민란 및 농민전쟁(1894)을 회고하여 기록한 ‘진짜’ 회고록을 일부 필사한 것이다.”라고 하였다. 그렇다 여기까지이다. 만일 이 이상 무슨 말을 자꾸 붙인다면 이는 사족(蛇足)일 뿐이다. 둘째는 ‘특히 주목할 점은 3월 20일 무장이 기포지가 아니라 고부에서 기포해 전주를 향했고 경유지는 무장, 태인, 금구를 거처 전주까지 진출했다고.’ 진술했단다. 그러면서 공초록에는 ‘동학혁명군의 행진 경유지다’라고 기록돼 있는데 이는 견강부회로 1894년 3월 무장이 동학농민혁명 기포지로 둔갑했단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말이다. 공초록에 ‘供. 所經邑則由茂長·古阜經泰仁,’ 여기에서 由茂長의 由자는 말미암다, 부터, 원인, 까닭 이유, 움, 새싹 등으로 원인이나 시작점을 의미하거늘, 마치 경유지인 양 해석하는 것은, 한문에 대한 무지를 드러내는 것이며, 이런 경우가 견강부회가 아니겠는가? 이 부분 ‘전봉준판결선고서원본’ 세 번째 장에도 나오니 살펴보시기 바라고, 또한 무장은 전주의 반대방향으로 왕복 이백리 길도 넘는데, 왜 갔다와야 되는가? 또 하나 ‘고부에서 기포해 전주를 향했고’라고 했는데 김덕명포, 김개남포, 손화중포인가? 아니면 또 다른 포(包)가 있는가? 무장기포는 고부봉기를 훨씬 뛰어넘는 김덕명 김개남 손화중 대접주와 전봉준, 그리고 이들의 스승 격으로 배후 역할을 하는 서연주까지도 함께 모의(1965년 11월 5일자 중앙일보, 이치백 기자, 동학란과 전봉준 장군)하였고, 이어서 무장포고문과 4대명의 12조 군율을 발표하고 지역의 경계도 무시한 채, 무장, 고창, 흥덕 3현의 농민군 3,000여 명이 3일째 되는 3월 23일 밤, 고부성을 점령한 후 3일 동안 머물면서 고부군민들의 원한을 풀어주지 않았던가? 이 부분에 대하여 정읍 시민 그 누구도 이야기 한 사람을 보지 못했고 오로지 동학의 모든 것을 정읍에서 소유하고자 일부 시민들과 정치인들은 지금도 판을 벌리고 있다. 물론 박정희 정권 시절부터 동학농민혁명에 애착을 가지고 선양사업을 비롯한 명예회복에 관하여 애쓰고 노력한 부분을 누가 모르겠는가? 그러나 ‘역사는 있는 그대로 보고 함께 가는 것이 순리에 맞다’고 본다. 우리나라 어디를 가더라도 처절한 죽음이나 고통 없는 곳이 몇 곳이나 되던가? /진윤식 ㈔고창동학농민혁명기념사업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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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2.19 15:34

도시재생, 도시의 풍요를 꿈꾸며....

도시재생의 시작이 시민의 자산을 기반으로 하여 운용과 사회적 투자로 시작했다면... 어땠을까.... 고도로 성장했던 도시의 성장 속도가 한계에 다다르고 즉, 공급과 소비가 도시의 성장을 이끌었던 시대가 저물고 공급을 위한 소비체제 강화 속에 자본이 자본을 증식하는 시대로 자꾸 몰리고 있는 듯하다. 또한 정체된 인구성장은 감소로 이어지고 어떤 지역은 소멸을 논하기도 한다. 더불어 지역을 떠나는 청년들은 늘어나는 추세다. 지역 곳곳에서 인구감소, 산업체 급감, 슬럼화 등의 지표로 쇠퇴지역은 고령화와 청년인구 감소와 더불어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도시재생이 지역적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최소한의 방법론적 정책일 것이다. 도시재생 정책에 대한 몇 가지 질문을 해보면, 침체된 지역의 활성화가 정책적 지원만으로 지역의 쇠퇴 현상과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도시재생이 급격한 도시성장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세우는 단순한 도구로 쓰임으로만 대두되었을까? 지역의 시민 자본과 그 지역 주민들의 고유한 자산이 모여지지 않고 정책적 지원만으로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려 한다면 지역의 자생력은 더욱 약해지지 않을까? 도시재생의 지역 활성화 정책에서 주요한 개념인 시민 혹은 주민참여란 방법의 접근방식이 지원사업의 운용에만 국한된다면 지역은 새롭게 활성화되거나 새로운 출구를 만들어내지 못할 것이다. 그간 여러 지원사업으로 인한 주민 간 갈등과 예산 대비 사업성과의 실효적인 측면의 한계가 현재 드러나 있기도 하다. 주민역량증진과 참여가 계몽적 방식으로 치우쳐 문제의 해결자가 되어야 할 주민들이 계몽적 학습안에 갇히거나, 참여하는 방식이 또 다른 민원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지역의 쇠퇴와 문제를 해결할 거라는 시작의 설렘과 순수했던 목적을 잃어버리는 답답한 상황이 생기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문제를 공감하고 함께 해결할 수 있는 지역사회의 합의와 실천력 또한 그것을 뒷받침할 수 있는 공공성 등 우리가 만들어 왔고 지켜왔던 도시의 건설방식과는 다른 다양한 접근방식의 해법과 사회적 실험이 여전히 우리에게 숙제로 남아 있다. 개인의 편의와 편익의 욕구에서 공공과 개인의 이익이 조화를 이루는 지역사회에 대한 깊은 이해를 기반한 보편적 정당성을 추구해야 하기 때문이다. 도시의 성장만이 보편적 이익을 가져줄 수 있는 시대가 다시 올지 기대하기 어려운 이 시기에 지역에서 살아갈 우리에게 매우 다양한 분야의 많은 과제가 주어지고 있다. 성장의 정량치도 중요하지만, 성장의 내용과 과정 그리고 질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기이다. 도시의 부는 도시의 생명력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만큼 균형감 또한 매우 중요하다. 인구지표, 산업적 증가 등 총량이 절대적으로 성장하는 시대는 분명히 아니다. 그러나 물리적 풍요는 차고 넘치는 시대라 한다. 반면 불균형 또한 극심한 시대라 한다. 중년 이후는 고령화의 노후를 고민하고 청년들은 자기 성장과 욕망을 실현할 수 있는 기회가 빈곤한 시대라 한다. 그만큼 세대 간 연대와 이해 공간에는 세대 간 경쟁과 불만, 불안이 채워지고 있는 시대이다. 도시는 우리 삶에 어떤 무대로 관리되고 만들어져야 할까 진지하게 고민할 때이다. 우리는 이러한 시대에 각자의 삶을 어떻게 지탱하면 살아가야 할까. 도시의 풍요로움, 물질적 풍요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삶에 대한 상상력, 실천력, 그러한 새로운 내일을 만들어 갈 수 있는 실험적 접근과 도전을 받아줄 수 있는 여유가 우리의 도시를 풍요롭게 하지 않을까. /소영식 전주시도시재생지원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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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2.19 15:34

전북 정치 왜소화,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제대로 된 대접을 받아본 적 없다고 말하는 시민을 대변하겠다” “지방 검사장을 시민 손으로 뽑는 직선제를 도입하겠다” 내년 총선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되자 포문이 열렸다. 하지만 ‘게임의 룰’은 공중에 떠 있다. 총선이 채 4개월도 남지 않았지만 선거구는 미완이다. 경기가 어느 곳에서 치러질 지도 모르는데 선수명단부터 등록 받고 있는 꼴이다. 정당과 국회의 직무유기다. 이 와중에 전북에게는 최악의 선거구 획정안이 던져졌다. 중앙선관위의 선거구획정위는 지난 5일 서울과 전북이 각 1곳씩 줄고, 경기 인천이 각 1곳씩 늘어난 획정안을 내놨다. 지역구 153석, 인구편차 2대1, 인구하한 13만6600명 상한 27만3200명, 거대 선거구 방지를 위한 자치구와 일부 시군의 분할 허용을 근거로 한 것이다. 전북 선거구 9개. 심리적 마지노선인 두자릿수가 깨졌다. 충격이 클 수밖에 없다. 1948년 제헌의회 때 전북 지역구 의석은 22개였다. 3~4대까지는 24석이었다. 1966년 전북 최다인구인 252만명 시절이다. 그뒤 쭉 내리막길을 걸었다. 원인은 수도권으로의 인구 이탈 때문이다. 정읍고창 선거구는 ‘정읍고창순창부안’으로, 남원임실순창 선거구는 ‘남원진안무주장수’로, 김제부안 선거구는 ‘김제완주임실’로 통합 조정됐다. 인구하한 미달 선거구의 자치단체가 공중분해돼 뿔뿔이 흩어졌다. 문제는 왜 유독 전북만 한석이 줄었느냐는 것이다. 인구감소는 충청이나 경상, 전남 모두 공통 현상이다. 심지어는 부산도 인구가 줄고 있다. 그런데도 지방에선 전북의 선거구만 감소했다. ‘10석 유지’를 철석 같이 믿고 방심한 민주당 전북 국회의원들의 책임이 크다. ‘10석 유지 해법’을 획정위에 내놨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전남 부산 등은 자신들의 약점을 보완했다. 책임론이 불거지자 “수용할 수 없다. 여야 합의가 안되면 본회의에서 부결시키면 된다”고 했다. 정치 참 쉽게, 편하게 한다. 근본적인 것은 선거구 획정제도를 인구 수만이 아닌, 농산어촌 지역의 대표성을 보장하도록 개혁하는 일이다. 공직선거법(제25조)은 ‘인구편차 2대1의 범위 안에서 농산어촌의 지역대표성이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기는 하다. ‘노력해야 한다’는 표현이 함정이다. 강제력을 띠도록 개정해야 한다. 호남 경상 충청 강원의 공통현상이고, 여야와 지방의 이해가 맞아 떨어지는데 왜 이걸 해결하지 못하는가. 미국 같은 나라는 철저하게 지역대표성을 보장하고 있다. 인구가 적은 알래스카 주에도 인구가 많은 다른 주처럼 상원의원 2명이 배정된다. 지금처럼 인구편차 2대1의 기준을 획일적, 기계적으로 적용하면 농산어촌 지역은 초토화될 수밖에 없다. 이번 획정에서 속초시와 철원· 화천· 양주· 인제· 고성 6개 시군이 1개 선거구로 묶였다. 면적이 4922㎢에 이른다. 서울(605㎢)의 8배 면적이다. 그런데도 국회의석은 한석이다. 이런 식이라면 지방은 지역대표성과 정치력은 갈수록 약화되고, 소멸로 이어질 것이다. 전북정치의 문제는 외형적 크기의 감소뿐만 아니라 질적인 수준도 기대이하라는 점이다. 이걸 극복하기 위해서는 지역 국회의원의 당내 지도부 진출, 일당백의 역량, 존재감 있는 의정활동이 전제돼야 한다. 꿈도 없이 국회의원 한번 더 할려고 권리당원 관리에만 치중하는 정치인이라면 퇴출돼야 마땅하다. 내년 총선은 정권심판과 함께 전북 정치 쇠락의 문제도 주요 이슈가 될 것이다. 이와관련한 인적, 제도적 개혁방안을 놓고 활발한 공론이 펼쳐지면 좋겠다. 이것이야말로 선거의 순기능이다. 선거는 검증하고 심판하는 것이다. /이경재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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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2.19 15:34

새만금 SOC 예산 무조건 살려내라

내년도 예산안 처리가 여야간 막판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최대 쟁점인 새만금 SOC 예산의 향방이 초미의 관심사다. 정부·여당은 새만금 SOC 예산 복원에 여전히 난색을 표하며 기존 입장을 그대로 유지하는 반면, 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야권은 "새만금 예산 복원 없이 정부예산안 처리는 없다"며 국회 농성에 돌입했다. 결론은 어떤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새만금 SOC 예산은 무조건 살려내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의힘과 민주당 여야 원내대표는 막바지 협상을 통해 656조 9000억 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논란을 거듭하고 있으나 결론에 이르지 못했다. 여야는 정부 특활비와 새만금 SOC, 연구개발, 지역사랑화폐 관련 예산 등 56조 9000억 원 규모의 예산 증·감액 여부를 두고 뚜렷한 시각차를 보이고 있는데 핵심은 새만금 관련 부분이다. 야당은 정부·여당에 새만금 SOC, 연구개발 예산 등을 증액한 수정안 수용을 요구하는 반면, 정부·여당은 기존 정부 편성안보다 늘어난 지출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런 상태라면 내년도 예산안은 20일 본회의 처리가 어려워질 수밖에 없어 결국 28일 본회의까지 연기될 가능성이 크다. 최후의 보루는 전북정치권의 역량과 민주당 수뇌부의 의지다. 만일 이번에 새만금 예산을 살려내지 못할 경우 현직 국회의원들은 전원 물갈이 쓰나미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폭발 직전의 민심을 잠재울 수 있는 해법이 없는 상태에서 총선 정국에 돌입하기 때문이다. 18일 민주당 전북도당이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 8명 전원이 모여 국회 본관 항의 농성을 시작한 것은 이러한 위기감의 반영이다. 최종 단계에 이르면 민주당 수뇌부의 의지에 새만금 예산 부활 여부가 달려있다. 지금까지 여야 합의가 안 된 예산은 정부 특활비와 R&D, 새만금 예산 뿐이다. 내년 예산안 민주당 단독 처리는 전북에 좋을게 하나도 없다. 정부 특활비 삭감과 함께 새만금 예산도 원상 복원없이 정부 삭감안대로 통과되기 때문이다. 성난 전북민심은 단순히 새만금 예산을 삭감했다는데 있지않다. 정부여당 어느 누구도 공정과 상식의 잣대를 적용했을때 삭감의 이유를 명쾌히 설명하지 못하기 때문아닌가. 민주당 수뇌부와 전북정치권은 무슨 수를 써서든 새만금 예산을 살려내야 한다는 지엄한 도민의 명령을 무겁게 받아들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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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2.19 15:19

결핵과 크리스마스 씰

인류를 괴롭혀 온 질병은 많다. 그중에서도 가장 많은 사망자를 낸 질병은 결핵으로 알려져 있다. 인류와 결핵의 관계는 석기 시대, 독일의 하이델베르크에서 발견된 인골에 남아있던 흔적이 시작이다. 이미 석기 시대부터 수천 년 동안 인류를 괴롭혀 온 질병의 존재는 놀랍다. 결핵은 시기도 따로 없이 세계 전역을 휩쓸었다. 앞선 것은 유럽인데, 산업혁명을 치른 19세기 말 유럽에서 창궐했던 결핵은 20세기 들어서면서 아시아와 아프리카를 휩쓸었다. 전염병인데다, 치료법도 없고 원인도 규명되지 못했던 시기였으니 전 세계를 휩쓴 결핵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이 희생되었을지 짐작하는 일은 어렵지 않다. 프레데리크 쇼팽, 에밀리 브론테, 안톤 체호프, 프란츠 카프카, 데이비드 로렌스 등 한 시대를 풍미했던 예술가들도 결핵으로 세상을 떠났다. 결핵이 전염병이라는 것이 과학적으로 입증된 이후 치료제와 치료법이 개발되면서 사망률은 많이 감소했으나 ‘후진국형 질병’으로 치부되는 결핵을 완전히 퇴치하지는 못했다. 더 놀라운 사실은 결핵이 여전히 진행 중인 질병이고 우리나라가 OECD 국가 중 발병률과 사망률이 가장 높다는 사실이다. 결핵의 존재가 새삼스러워지는 이유다. 10년 전만 해도 연말이면 학교 등 공공기관에서 의무적으로 사게 하는 ‘크리스마스 씰’이 있었다. 크리스마스 씰은 일종의 항결핵을 위한 모금 운동이다. 1904년 네덜란드에서 처음 발행된 이후 전 세계적으로 확산됐다. 우리나라에서는 1932년 12월 캐나다 출신 선교 의사인 셔우드 홀(Sherwood Hall)이 처음 만들어 판매했다. 이후 부정기적으로 발행되다가 1953년 대한결핵협회가 창립하면서 해마다 발행, 국가가 공공기관 의무구입 규정을 만드는 등 앞장서면서 범국민 모금 운동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2014년 공공기관 크리스마스 씰 의무구입 규정은 폐지됐다. 판매 대부분을 공공기관에 의존하고 있던 크리스마스 씰 사업이 사라질 수도 있는 위기였으나 다행히 살아남았다. 우리나라 크리스마스 씰은 대부분 아름다운 도안으로 호평 받고 있다. 고유한 전통, 동식물 등 자연과 화제의 인물, 캐릭터 등 해마다 선정하는 주제도 다양하다. 결핵협회는 이제 크리스마스 씰 발행에만 그치지 않고 씰의 그림을 다양한 상품(굿즈)으로 만들어낸다. ‘크리스마스 씰은 구입하는 것이 아니라 기부’라며 사랑과 나눔의 실천을 독려하고 있다. 씰은 10장 세트가 3,000원이니 부담도 적다. 70주년을 맞은 올해는 세계적인 그림책 작가 앤서니 브라운의 동화 속 주인공이 등장했다. 오랜만에 크리스마스 씰을 샀다. 누구에게나 즐겁고 반가운 선물이 될 것 같다. / 김은정 선임기자

  • 오피니언
  • 김은정
  • 2023.12.19 15:00

무분별한 정당 현수막 규제, 법령 개정 급하다

도심 곳곳에 덕지덕지 나붙은 자극적인 문구의 정당 현수막이 논란이 된 지 오래다. 도시 미관을 해치고 시민 안전을 위협한다는 지적과 함께 이를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게다가 폐현수막으로 인한 환경문제도 불거지고 있다. 하지만 실효성 있는 대책은 없다. 이를 규제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선거철이 다가오면서 그 정도가 날로 심해지고 있다. 정책을 홍보하거나 상대 정당을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내용의 ‘정당 현수막’이 부쩍 늘었다. 국회가 지난해 6월 ‘옥외광고물 등의 관리와 옥외광고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규제를 완화했기 때문이다. 정당 정책이나 정치적 현안을 표시한 현수막은 지자체장 허가나 신고 없이 게시할 수 있고 장소나 수량의 제한도 받지 않게 됐다. 정당 현수막은 크기나 위치 등에 관계없이 자유롭게 설치할 수 있도록 법률과 시행령에 규정되면서 이로 인해 발생하는 각종 문제점에 대해 지방자치단체가 대처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무분별한 정당 현수막을 규제해달라는 민원이 잇따르자 각 지자체들이 옥외광고물법과 시행령 개정을 정부에 강력하게 건의했다. 또 인천시와 울산·대구·서울·제주 등 전국 각 지자체에서 정당 현수막을 규제하는 내용을 담아 관련 조례를 개정했거나 속속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조례는 상위법 위반의 소지를 안고 있어 지자체와 중앙정부 간 갈등을 초래하고 있다. 지자체의 독자 행보가 이어지고, 국민 여론이 나빠지자 정당 현수막을 규제하는 내용을 담은 옥외광고물법 개정안이 국회에 여러 건 발의됐다. 하지만 아직 국회 문턱을 넘은 법안은 없다. 무분별한 정당 현수막을 규제해야 한다는 데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됐는데도 정치권이 민의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정치권이 자신들의 정치활동에 제약이 되는 법안에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법령의 특례 규정은 국민이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정당 현수막 특례’는 그렇지 못했다. 오히려 시민들의 반감과 분노만 키우고 있다.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국민 불신과 행정력 낭비를 막기 위해서라도 국회는 하루빨리 관련 법률을 개정해 각종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는 정당 현수막 특례 규정을 없애야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3.12.19 12:39

팀보다 더 큰 선수는 없다

‘뭉쳐야 찬다’는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TV 스포츠 예능프로그램이다. 출범 당시만 해도 백전백패를 면치 못하던 ‘어쩌다 FC’였다. 하지만 일취월장, ‘어쩌다 벤져스’가 되어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의 막강한 조기 축구팀과 대등한 경기를 하는 경지에 이르렀다. 축구의 묘미와 예능의 즐거움 그리고 안정환 감독의 변화무쌍한 리더십으로 한 주의 피로가 풀린다. 전북도 김관영 호가 출범한 지 1년 6개월이 흘렀다. 젊은 지사답게 과감한 추진력과 배짱, 그리고 능숙한 정치력으로 숙원인 전북특별자치도를 성취하였다. 이로써 내년이면 126년 만에 특별자치도로 거듭나 전북 르네상스 시대를 구가하게 될 것이다. 또한 특유의 친화력과 뚝심으로 이미 판세가 인천으로 기울어졌던 '한인 비즈니스대회'를 유치했다. 기적이다. 이는 3000여 재외경제인 행사로 전북경제 활성화의 토대가 될 것이다. 새만금 잼버리 파행으로 낙심한 전북도민에게 큰 위안이자 선물이 아닐 수 없다. 잼버리 파행의 교훈은 중앙정부의 무책임은 차치하고 유치보다 중요한 것은 철저한 준비와 실행력, 그리고 조직의 팀워크이다. 전북도는 조직의 효율성을 증대하고 일하는 분위기를 만들겠다며 ‘팀별벤치마킹’과 ‘자율팀제’를 추진했다. 팀별 벤치마킹은 사무관급 팀장들이 타 시·도를 방문해 얻은 노하우를 도정혁신 방안으로 제시하는 제도이다. 시즌1에 268개, 시즌2에 323개의 아이디어가 제출되었다. 문제는 개별 팀별로 의무적으로 아이디어를 제출해야 하는데, 대다수 팀에서 하급 직원들이 관련 업무를 수행한다는 것이다. 더구나 우수 아이디어 선정 인센티브는 대개 팀장이 독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이 벌고 있는 셈이다. 자율팀제도 일하는 도정을 구현하겠다며 도입했다. 성과 중심의 책임행정 구현, 조직의 유연성과 생산성 확보, 인력 운영의 효율성을 추구하겠다는 목적에서다. 하지만 부서 면담과 설문조사 결과는 우려했던 대로다. 다수가 부정적(66.8%)이다. 특히 5급이상 응답자의 99%가 자율팀제 축소를 원했다. 구체적으로 성과중심 책임행정(부정 54.5%)과 유연성·생산성(부정 68.6%), 인력 훈련 효율성(부정 68.7%)이 심각히 저해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무런 인센티브도 없는 자율팀은 한직이 되었다. 업무만 늘어난 자율팀장은 억지춘향이다. 충분한 준비와 소통 없는 일방통행의 결과다. 조직쇄신이 아닌 조직원들의 소외감과 사기 저하만 초래하였다. 제2의 잼버리 파행이 아른거린다. 끔찍하다.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는 한국인 최초 영국 프리미어리그 박지성 선수를 등용한 전설의 감독, 퍼거슨 감독의 축구 철학이다. 그는 유기적인 협력과 이타적인 플레이를 강조했다. 침체기였던 맨유가 전 세계적인 클럽 반열에 올랐다. ‘함께 혁신, 함께 성공, 새로운 전북’을 만들고자 하는 김관영 지사의 이상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조직의 내적 단합과 화목 없는 구호는 리더의 리사이틀에 불과하다. "리얼리스트가 아닌 시인은 시인이 아니다." 노벨상을 수상한 칠레 시인 네루다의 직설법이다. 오늘밤 ‘뭉쳐야 찬다’에서는 안정환 감독이 어느 전술을 擧(거)하고 어느 전략을 取(취)할지 눈여겨볼 일이다.

  • 오피니언
  • 기고
  • 2023.12.18 18:08

전환점 맞은 익산 왕궁축산단지

숨쉬기 힘들 정도로 코를 찌르던 악취가 사라졌다. 물론 반세기 넘는 세월 땅속 깊이 스며든 똥내까지 모두 걷어내지는 못했다. 그래도 괄목할 만한 변화다. 익산시 왕궁면(王宮面) 온수리‧구덕리 일원 179만㎡에 자리잡은 왕궁축산단지에 새바람이 불고 있다. 유서 깊은 역사의 땅, 왕의 터전이었던 이곳은 전통의 향기가 아닌 지독한 악취와 축산폐수의 진원지로 악명을 떨쳤다. 국내 최대 규모의 돼지 축사가 밀집돼 있던 이곳은 1948년 정부가 한센인 격리정책의 일환으로 조성한 ‘한센인 정착촌’이다. 정부가 강제 이주시킨 한센인들에게 축산업을 장려하면서 축사가 난립했다. 이후 1980년대 초반 축산업 호황기를 맞아 시설 규모와 사육두수가 급격히 늘었다. 그러면서 수질오염‧악취 등 환경문제가 부각됐다. 밀집된 축사에서 대량으로 발생한 축산분뇨는 그대로 단지 내 소류지에 쌓였고, 인근 하천으로도 흘러들었다. 왕궁특수지역이라 불리며 지역사회에서 비껴나 있던 이곳이 관심의 대상이 된 것은 새만금 수질오염 논란이 격화되면서부터다. 새만금 수질오염의 주범으로 꼽힌 것이다. 논란 끝에 건립된 왕궁축산폐수처리장이 1998년부터 가동됐지만 금세 한계를 드러냈다. 고농도로 쏟아져 나오는 대량의 폐수를 기준에 맞춰 처리하기는 애초부터 역부족이었다. 결국 근본대책이 나왔다. 정부와 지자체가 축사를 사들여 철거하는 방식이다. 2010년 정부 7개 부처가 합동으로 ‘왕궁 정착농원 환경개선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이듬해부터 축사 매입을 시작했다. 하지만 순탄치 않았다. 애초 5년 안에 마무리하는 것이 목표였지만 거듭 해를 넘겨야 했다. 협의매수는 난항의 연속이었고, 예산 문제도 불거졌다. 그래도 끝은 있었다. 익산시가 지난 8일 ‘모두 204개 축사를 매입하면서 13년에 걸친 현업 축사 매입사업에 종지부를 찍었다’고 밝혔다. 완벽한 마무리는 아니었다. 농가 4곳과는 끝내 협의에 실패했다. 환경부는 내년 하반기께 매입 축사 철거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왕궁축산단지는 이제 체계적인 ‘생태계 복원’의 과제를 안게 됐다. 익산시는 지난해 왕궁축산단지 생태복원 프로젝트를 내놓았다. 영국의 ‘에덴(Eden) 프로젝트’를 도입해 생태체험학습공간으로 바꿔 놓겠다는 청사진이다. 하지만 이 야심찬 프로젝트는 막대한 예산문제 등으로 인해 동력을 잃었다. 다행히 왕궁축산단지가 올해 환경부의 ‘자연환경 복원 시범사업’에 선정되면서 익산시는 정부 지원을 통한 생태축 복원에 기대를 걸고 있다. 환경부 사업은 기본계획 수립 등의 절차를 거쳐 2025년께 본격 시행될 전망이다. 한센인의 아픈 역사에 지독한 악취가 덧칠된 왕궁축산단지는 지금 전환점에 서 있다. 이제 다시 시작이다. 앞으로는 축산단지라 부를 수 없게 된 이곳이 혐오·기피 지역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 역사‧문화가 살아 숨쉬는 쾌적한 생태 마을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 / 김종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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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표
  • 2023.12.18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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