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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특별자치도 감사위원회에 바란다

전북특별자치도 감사위원회가 지난 7일부터 공식 업무에 돌입하였다. 양충모 전 새만금개발청장이 초대 감사위원장을 맡았고 도지사ㆍ도의회ㆍ교육감이 각각 2명씩 추천해 감사위원을 구성하였다. 이는 전북특별법 시행에 따른 것으로 기존 감사관실이 행정부지사 소속 독임제 행정기관에서 도지사 소속 합의제 행정기관으로 변경된다. 뿐만 아니라 과거 감사관 중심의 감사 행정이 양충모 감사위원장을 비롯한 감사위원 7명의 협의를 통해 진행된다는 것과 감사범위가 전북특별자치도교육청 및 그 직속기관ㆍ교육지원청, 교육기관(유치원ㆍ학교), 학교법인 또는 사립학교 경영자까지로 확대된 것도 눈여겨 볼만하다. 전북특별자치도는 도민으로부터 부여받은 권한을 효과적이고 공정하게 행사해야 하며, 도민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해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 이를 위해 전문적이고 투명한 감사 체계 구축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차원에서 감사위원회의 출범은 큰 의미가 있다. 전북특별자치도 감사기능의 독립성을 강화하고 공정하고 투명한 감사 행정을 추진해 도민에게 신뢰받는 전북특별자치도를 만들어 나가는 데 이바지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도민이 신뢰하는 청렴 전북특별자치도라는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몇 가지 당부사항을 전하고자 한다. 첫째, 감사위원회의 독립성 확보가 필요하다. 성역 없는 투명한 감사를 위해서 최우선으로 감사위원회의 독립성이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감사위원장을 비롯한 감사위원은 도지사ㆍ도의회ㆍ교육감의 추천을 통해 임명됐으며, 감사 인력·재정 등 모든 영역에서 집행부에 예속된 형태로 감사의 공정성·투명성에 대한 논란이 발생할 여지가 상당하다. 향후 독립성 확보를 위한 감사위원회 차원의 부단한 노력이 필요한 부분이다. 둘째, 감사 전문성 확대가 필요하다. 감사의 전문성은 결국 우수한 사무국 직원에서부터 나온다. 지자체 감사의 대부분은 내부 행정직 공무원이 자체적으로 진행한 탓에 전문성이 떨어지고 동료를 감사해야 한다는 부담감에 감사업무를 맡는 것을 꺼리는 것이 현실로 감사업무를 전문으로 하는 감사직렬 신설, 전문 임기제 채용 등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다. 셋째, 교육·학예 관련 감사에 대한 전북특별자치도교육청과의 협의가 필요하다. 현재 전북특별자치도교육청에서는 교육·학예에 관한 자체 감사권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전북특별자치도 감사위원회 구성 및 운영에 관한 조례' 제16조를 보면 감사위원회는 교육청 및 직속기관을 제외한 곳은 도교육감에게 감사를 의뢰하나 요건이 충족되면 위원회가 직접 감사나 재감사 요청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어 충돌이 발생할 여지가 충분하다고 판단된다. 이러한 문제들은 사전에 충분한 협의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양충모 감사위원장과 감사위원들이 전북특별자치도교육청과 긴밀히 소통하여 교육·학예 관련 감사에 대한 해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2023년 국민권익위원회의 청렴도 평가에서 전북특별자치도는 3등급, 전북특별자치도교육청은 4등급으로 청렴도 수준이 낮은 것으로 평가됐다. 행정을 바라보는 도민의 냉정한 시각을 돌리기 위한 노력 역시 요구된다. 진정으로 특별한 전북이 되기 위해서 도민의 신뢰가 기본이 되어야 할 것이다. 새롭게 탄생하는 감사위원회가 그 막중한 임무를 성실히 수행해 줄 것을 기대하며 물심양면으로 돕겠다. /김이재 전북특별자치도의회 행정자치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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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2.21 16:41

보조금 지원은 왜 독이될까?

지역에서 활동하다 보면 수많은 보조사업을 접하게 된다. 우린 이런 보조사업을 통해 활동을 시작하기도 하고 동력을 얻고 다양한 활동을 하기도 한다. 지역에서 활동하는 커뮤니티 팀들을 도와주는 보조사업 예산은 참 고마운 돈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보조사업 예산을 몇 번 지원 받아본 나도 그렇고, 지역에서 좀 활동을 해온 커뮤니티 팀들을 보면 다들 보조사업을 하고 싶지 않다고들 말한다. 우리를 도와주기 위한 보조금 지원은 왜 우리를 힘들게 할까? 우선 보조사업 예산의 장점부터 살펴보자. 지자체나 여러 중간지원조직을 통해 지원되는 보조금은 청년, 문화예술, 공동체, 로컬, 성평등, 환경, 장애 등 정말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지역 단체에 교부되어 활용된다. 지역 단체들은 이 예산을 통해 지역에 필요한 일을 하기도 하고, 새로운 도전을 하고, 부족한 것들을 채우는 데 쓰인다. 보조금 예산을 통해 새로운 커뮤니티가 만들어지기도 하고, 성장하는 데 활용되기도 한다. 이렇게 보조사업 예산은 잘 쓰면 더없이 좋은 지원이다. 그런데 뭐가 문제길래 지역에서 활동깨나 했다는 팀들은 보조사업을 멀리하려 할까? 가장 먼저 어려움을 겪는 건 정산이다. 나라의 예산을 지원받는 일이니 당연히 정산은 잘해야 한다. 하지만 정산은 생각보다 큰 품이 든다. 세상이 변하고 물가도 올랐지만, 보조금 예산 지출기준은 수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한 게 없고, 지출에 있어 생각보다 제약도 많다. 이런 문제들 때문에 최근에는 적은 금액이긴 하지만 무정산 지원사업도 생겨나고 있다. 하지만 정산은 익숙해지면 수월해지는 법, 진짜 중요한 문제는 정산이 아니다. 2년 차 이상 지역에서 활동한 커뮤니티 및 단체에 해당하는 문제일 것이다. 초기 보조금을 통해 활동도 이어오고 규모나 활동의 깊이도 깊어질 시기의 팀들 말이다. 이런 팀들은 이제 좀 규모 있는 보조사업에 지원하고 활동을 이어나가게 된다. 하지만 그 규모에 비해 보조사업은 사업을 운영하는 주체의 인건비, 기획비 등은 여전히 지원이 불가하다. 여기서부터 문제가 시작된다. 보조사업을 맡아 운영하는 주체는 점점 지쳐간다. 그렇게 보조사업을 받지 않겠다는 팀들이 하나둘 늘어간다. 그럼에도 보조사업을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는 지역에서 활동의 비용을 마련하는 가장 쉬운 방법이 보조사업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역에서 활동하는 단체들은 보조사업의 쳇바퀴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것이 비단 보조사업 구조의 문제일까?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일단 지원을 받은 우리들의 시선부터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저 활동에 필요한 예산을 만드는 일이 아닌 해당 보조사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득과 그에 따른 비용을 계산해 적절히 보조사업을 활용해야 한다.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도 필요하다. 어떤 방향으로 활동을 지속할 것인지 말이다. 이런 고민이 없는 보조사업 수행은 예산을 쓰는 활동에 그칠 수밖에 없다. 또 보조사업에만 의지하지 않고도 활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필요한 자원과 예산을 마련하는 방법을 다각화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이제 막 초기 단계를 벗어난 단체들이 뚝딱 해결책을 마련할 리 만무하다. 더군다나 지역에서는 다양한 단체의 성장사례를 접하기도 어렵다. 지역 활동단체의 로드맵이 없는 것이다. 결국은 지역에 남은 커뮤니티 팀들이 경쟁하기보다 서로 연대하고 소통하며 서로의 경험을 나누는 것이 답이 아닐까 싶다. /류영관 둥근숲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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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
  • 2024.02.21 16:38

의료대란과 캄보디아 예수병원

“한 인간에게는 작은 걸음이지만, 인류에게는 위대한 도약이다.” 미국의 우주 비행사 닐 암스트롱은 자신이 달에 첫 발을 내딛는 장면을 시청하고 있던 6억 명의 지구인들에게 이렇게 짧지만 웅장한 한 마디를 던졌다. 1969년 7월 16일 유인 우주선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선 이글 호가 ‘고요의 바다’라고 명명한 달 표면에 착륙했는데 마침내 7월 20일, 인간이 처음으로 달에 발을 내딛으며 전한 말이다. 한 미국 여성이 고요한 아침의 나라에 첫 발을 내디딘 것도 그에겐 작은 걸음이지만 선교와 의료분야에선 위대한 대장정의 시작이었다. 때는 1897년 9월 15일 마티 잉골드가 처음 한국 땅을 밟았다. 미국을 떠나 54일간의 항해 끝에 한국 제물포항에 도착했고, 그로부터 50여 일 후 전주에 도착했다. 미국 남장로교 선교사로 한국을 찾은 마티 잉골드(1867∼1962) 여사가 설립한 예수병원의 역사가 시작된 것이다. 마티 잉골드가 전주 성문 밖에 초가 한 채를 사들여 진료한 게 예수병원의 뿌리다. 국내 근대식 병원으로는 세브란스의 전신인 광혜원(1885)에 이어 두 번째로 오래됐다. 말을 타고 왕진을 다니며 불우이웃과 환자를 사랑으로 섬기며 불꽃 같은 삶을 살았다. 잉골드는 1962년에 미국 플로리다주 묘지에 전주 서문교회를 세웠던 남편 테이트 목사 옆에 묻혔다. 묘비에는 "28년 동안 한국에서 선교사로 봉사했다"고 기록됐다. 사랑과 봉사를 실천하던 잉골드의 정신은 사라지지 않고 누군가는 이어받았다. 대한민국 최초 민간의료 선교병원이자 호남 첫 의료기관인 예수병원이 개원 126년을 맞았는데 최근 사랑의 씨앗을 캄보디아에 옮겨 심었다. 전주 예수병원이 캄보디아의 수도 프놈펜에 캄보디아 예수병원을 개소한 것이다. 초대 예수 병원장인 마티 잉골드가 척박했던 곳을 찾아 생명이 살아 숨 쉬는 곳으로 만든 것처럼 이젠 잉골드의 정신으로 무장한 한국인들이 캄보디아 프놈펜 지역에 뛰어들었다. 예수병원은 오래 지속된 사랑을 이제는 나누어 줄 때라고 판단해 1979년 내과 전문의 이용웅 선교사를 통해 첫 해외의료봉사를 시작했다고 한다. 마침내 도움이 필요한 의료 현장에서 사랑과 복음을 인술로 펼쳐나갈 수 있게됐다. 신충식 예수병원장은 “어떤 경우에도 예수병원의 숭고한 정체성을 잊지 않고 리더를 키워 국내 최초로 의료선교사를 파송했다”고 전했다. 오늘날 대한민국의 의료현장은 의사들이 진료를 거부하면서 대혼란이 계속되고 있고, 머지않아 아수라장이 될 것이란 우려도 커진다. 의사 역시 생활인이기에 마티 잉골드 만큼의 헌신과 봉사 정신을 그대로 실천하라고 할 수는 없지만,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해 환자를 외면하는 현실은 이해하기가 어렵다. 불우이웃과 환자를 사랑으로 섬기기는 커녕, 아픈 이들을 내팽개친 의사 자신이 훗날 별세했을때 묘비에 어떤 문구가 씌여질지 참으로 궁금하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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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병기
  • 2024.02.21 13:45

세계한인대회, 잼버리를 반면교사로 삼아라

올해 전주에서 열리는 제22차 세계한인비즈니스대회(옛 세계한상대회) 개최 장소가 전북대로 변경됐다. 당초 국립무형유산원에서 치를 예정이었으나 장소가 협소하다는 이유에서 내린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한다. 장소를 포함해 각종 시설과 프로그램 등 철저한 준비로 지난해 8월 새만금에서 열렸던 세계스카우트잼버리의 전철을 밟지 말아야 할 것이다. 세계한인비즈니스대회는 전 세계 한인 상공인이 모이는 글로벌 비즈니스 네트워크 행사로 4000여 명의 참석 규모를 자랑한다. 행사 기간에는 기업 전시, 수출 상담 등이 이뤄진다. 지난 2002년부터 세계한상대회라는 이름으로 매년 열리다가 21차 대회부터 세계한인비즈니스대회로 이름을 바꾸고 해외와 국내에서 번갈아가며 열리고 있다. 지난해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열렸으며 올해 제22차 대회는 10월 10월 22∼24일 3일간 열린다. 전북은 국제공항과 컨벤션센터 등 기반시설 부족 등의 약점을 '고국의 균형발전을 위한 기회로 삼아달라'며 호소한 것이 유치에 주효했다고 한다. 전주에는 대규모 행사를 치를 컨벤션센터가 없고 숙박시설, 음식점 등도 열악한 게 현실이다. 그런만큼 준비를 철저히 하지 않으면 망신을 살 수 있다. 이번 대회의 주 행사장인 기업전시장은 전북대 대운동장을 활용하는데 우천 등 기후 여건을 감안해 실내 천막 형태인 대형 돔을 임시 건축물로 조성할 예정이다. 또 1400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삼성문화회관을 개‧폐회식 장소로, 실내체육관은 오‧만찬 장소로 조성할 계획이다. 진수당과 국제컨벤션센터, 한옥형 법학전문대학원 회의실 14곳에서는 각종 세미나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전북도는 6월에 도내 기업 120개사가 참가할 ‘Pre온오프라인 수출상담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그동안 도내에서 대규모 기업 전시, 수출 상담이 진행됐던 적이 없었던만큼 본 대회 예행 연습 차원에서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새만금 잼버리대회는 당연히 치러야 할 Pre 대회를 치르지 않아 점검의 시기를 놓친 바 있다. 이번 대회는 수출상담이나 전시, 해외진출 등 효과를 극대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안전하고 참가자들에게 불편을 주지 않는 대회여야 한다. 대회 준비에 만전을 기해 전북도 국제적인 대규모 행사를 멋지게 치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으면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4.02.21 13:35

민주 ‘전주을’ 밀실 논란, 전북이 그리 만만한가

4·10 총선이 바짝 다가오고 있는데도 전북지역 유권자들은 혼란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유권자는 안중에도 없는 정치권의 비상식적인 행태 때문이다. 선거일이 불과 40여일 밖에 남지 않았는데 아직껏 운동장도 선수도 정해지지 않았다. 그야말로 역대급 깜깜이다. 특히 전북은 선거구 조정으로 의석수가 1석 줄어들 가능성마저 배제할 수 없다. 그렇게 되면 전북지역은 전면 해체 후 재조립 수준에 가까운 선거구 변화로 다시 한번 대혼란의 소용돌이에 빠지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전주을’선거구를 당리·당략적 차원의 공천 저울질 대상으로 삼아 유권자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 전국적인 격전지로 부상하며 관심을 모으고 있는 전주을이 민주당 밀실공천 논란의 중심에 선 것이다. 민주당은 전주을 선거구를 현역의원 탈당 지역으로 분류해 지난달 전략선거구로 지정했다. 이후 전략공천설에 무게가 실리고 전략공천 대상자까지 거론되면서 논란이 일었다. 그리고 진보당과의 연합공천설까지 흘러나와 민주당 예비후보와 유권자들을 혼란에 빠뜨렸다. 그러더니 최근에는 출처가 모호한 여론조사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 19일부터 실시된 이 여론조사는 어느 기관에서 의뢰했는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정황상 민주당이라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공천 논란의 중심지에서 실시된 이 여론조사는 그 의도를 놓고 온갖 추측을 만들어내며 가뜩이나 혼선을 겪고 있는 지역구를 다시 발칵 뒤집어 놓았다. 민주당이 전주을 선거구를 아직껏 공천방식조차 정하지 않은 채 ‘주머니 속 공깃돌 가지고 놀듯’ 만지작거리는 데는 분명 ‘공천이 곧 당선’인 오랜 텃밭이라는 안이한 인식이 바탕에 깔려 있을 것이다. 만약 민주당이 전주을에서 밀실공천을 강행할 경우 전북 정치권은 방향을 잃은 채 사분오열되어 이리저리 갈라질 가능성이 높다. 유권자들이 바라지 않는 결과다. ‘경선’은 가장 민주적인 절차로 반론의 여지가 없다. 지각공천에 이은 밀실공천은 지난 수십년간 민주당에 힘을 실어온 전북지역 유권자를 우롱하는 처사다. 전북이 그리 만만한가. 숱한 실망과 배신감 속에서도 ‘미워도 다시 한번’이라며 변함없이 힘을 실어준 지역 유권자들을 언제까지 우롱할 텐가. 민주당은 지역 유권자들의 분노에 하루빨리 답해야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4.02.21 13:15

'구마모토 아트폴리스'의 힘

1950년대 중반, 일본 구마모토현 미나마타 시에서 주민들이 집단으로 수은에 중독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미나마타 인근에 있던 화학공장들이 바다에 방류한 유기수은이 주범이었다. 금속 성분이 몸에 축적되어 수십 년 동안 진행되거나 수개월 안에 사망하기도 하는 미나마타병은 일본 사회를 충격에 빠트렸다. 미나마타 시에서 발병했다 하여 같은 이름을 갖게 된 이 병은 구마모토현 안의 도시들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구마모토 도시들이 더 성장하지 못하고 추락하기 시작한 것도 그즈음부터였다. 20여 년 지속된 추락의 시간을 멈추게 한 것은 호소카와 모리히로 지사였다. 1983년 구마모토현 지사로 취임한 그는 도시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씻고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정책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1988년, 호소카와 지사는 뜻밖의 정책을 내놓았다. ‘풍부한 자연과 풍토를 살리면서 후세에 문화적 유산으로 남길 수 있는 우수한 건조물을 만들고’ ‘주민들의 도시문화와 건축문화에 대한 관심을 높이며 지역 발전을 이끌 구마모토만의 생활공간을 창조해나가는’ 정책. 도시 전역에 아름다운 건축물을 들여놓는 <구마모토 아트폴리스> 프로젝트였다. 가장 먼저 주목한 것은 공공 영구 임대아파트였다. 기존 임대아파트가 갖고 있던 획일적인 디자인과 주거의 양적인 측면만을 고려한 건축 방식 대신, 아름다운 디자인과 쾌적한 환경의 주거지를 주민들에게 제공하자는 것이 목표. 오늘날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리면서 도시의 관광상품이 된 <호타구보 단지>나 <신치 단지> 등 구마모토현청이 관리하는 서민 아파트 단지가 그렇게 탄생했다. 새롭게 만들어지는 건축물보다 오래된 공간에 의미를 부여하고 변화와 재생의 힘을 불어넣는 <구마모토 아트폴리스>에 공공건축물과 민간건축물들이 지정되면서 도시는 스스로 빛을 낼 수 있게 됐다. 집합주택, 교육과 스포츠시설, 관광시설, 농업시설, 박물관 미술관 관공서 등 종류도 다양하고 공원이나 전망대 다리 같은 조형물과 화장실도 여럿. 역사적 건축물은 별도로 지정해 지역 문화유산의 의미와 가치를 온전히 살렸다. 지금까지 추진된 건축물은 109개(2021년 7월 기준), 이 중 95개가 완공됐다. 주목하게 하는 것이 있다. 이 정책이 35년이 지난 지금도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구마모토현은 그사이 세 번이나 지사가 바뀌었지만, 정책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변화되는 환경에 맞추어 더 적극적인 방식을 보완해 진행한다. 자치단체장이 바뀌면 하루아침에 정책과 사업이 중단되거나 소멸하는 우리의 현실에서는 그저 놀랍고 감탄스러운 일일 터. 들여다보니 이 정책의 진정한 힘 또한 여기 있음을 새삼 깨닫게 된다./ 김은정 선임기자

  • 오피니언
  • 김은정
  • 2024.02.20 17:37

공천학살, 전북정치권에 던지는 화두는

중원 제패를 둘러싸고 자웅을 겨뤘던 항우와 유방은 전혀 다른 캐릭터를 가진 인물이었다. 요즘으로 치자면 항우는 벌죽한 집안 출신으로 모든 면에서 뒤질게 하나도 없었던 반면, 유방은 학력, 경력, 집안 등이 소위 듣보잡이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유방이 최종 승리해 한나라를 열었고, 항우는 패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유방에겐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들었으나 항우 곁은 떠나는 사람들이 많았다. 사람보는 눈이 있는가, 없는가 하는게 결국 승패를 갈랐다. 구태여 옛 이야기를 할 필요도 없다. 요즘 국민의힘과 민주당 안팎에서 벌어지고 있는 공천 과정을 보면 과연 누가 향후 국정의 주인공이 될 것인가를 짐작케 한다. 국민의힘은 용산을 중심으로 한 친윤계를 대거 꽂아야 하고, 한동훈 비대위원장과 가까운 이도 요소요소에 끼워넣는 줄타기를 하고있다. 반면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를 중심으로 한 소위 친명계로 완벽하게 포진시키려 하고있다. 차기 대권을 염두에 둔 한동훈과 이재명의 명운은 오는 4월 10일 총선에서 확연히 갈린다. 그에 앞서 자신의 진영 엔트리를 정하는 공천전쟁이 여야를 막론하고 막바지에 이르고 있다. 김대중, 김영삼, 김종필 등 소위 3김시대가 무려 30년 넘게 계속되는 동안 이들은 제왕적 총재로서 국회의원 공천을 떡주무르듯 했다. 특히 양김씨의 경우, 전국 지도를 펴 놓고 마치 바둑돌을 놓듯 자신의 의중대로 공천자 하나하나를 결정했다. 개인적으로 보면 국회의원은 나름대로 역량과 자질을 갖춰서 된 것 같아도 양김씨가 볼때는 하나의 바둑돌에 불과했다. 총재의 의중에 따라 요석이 폐석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사석작전의 희생양이 되기도 했다. 때론 폐석이 요석이 되기도 했다. 신인이건 중진이건 예외가 없었다. 총재로서 권력을 유지하고 훗날 대권가도에 도움이 될 만한 가치가 얼마나 있는가 하는게 가장 중요한 잣대였다. 눈 밖에 나면 물갈이의 대상이 되곤했는데 전북에선 한때 이철승, 손주항, 김원기 등이 마법에 걸리기도 했다. YS 대통령 만들기에 앞장섰으나 사석이 됐던 김재순 전 국회의장은 정가에 “토사구팽(兎死狗烹·토끼 사냥이 끝나면 사냥개를 삶아 먹는다)”이라는 화두를 던지고 정계를 은퇴하지 않았던가. 역대 국회의원 초선 비율을 보면 21대 때 무려 50.3% 였고, 18∼20대는 44.8%, 49.3%, 42.3% 등이었다. 이재명 대표 체제를 굳히기 위한 이번 총선에서도 전북은 가장 먼저 사석이 될 가능성이 큰데, 아이러니컬 하게도 모난돌이 거의 없는데다 유력한 도전자도 없기에 현역 생존율이 높을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독특한 컬러가 없이 공천권을 쥔 당 지도부나 실세들만 바라보는 해바리가 정치인이나 생계형 정치인들로 대거 포진돼 있다는 얘기다. 공천장을 쥐기위해 오로지 이재명 마케팅만 하고 있는게 오늘 전북의 현주소다. 그런데 최근들어 홍영표, 이수진, 박용진, 윤영찬 등 전북 출신 의원들이 퇴출 조짐을 보이고 있고, 전북 지역구 의원 중에서도 재선 한명, 초선 한명이 낙제점을 받았다는 관측도 난무하고 있다. 2000년 제16대 총선때 당에 갓 들어온 이회창 총재는 김윤환, 이기택 등 중진들을 대거 낙천시켜 공천학살이라는 말이 그때부터 생겼다. 가히 이번 국민의힘, 민주당 공천은 한동훈, 이재명 체제를 굳건히 하기위한 공천학살이 재연될 공산이 크다. 그런데 자기 계보가 없는 한동훈과 달리, 이재명은 완벽한 당 장악을 기도하고 있는 듯 하여 물갈이와 공천학살의 칼날이 휘몰아치고 있다. 그 결과 총선 이후 전북정치권은 과연 어떤 모습으로 재편될지 도민들은 우려와 기대를 동시에 갖고 있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위병기
  • 2024.02.20 17:19

기업하기 가장 좋은 전북특별자치도 강성노조 파업 상생의 길 찾자!

1988년 개최된 서울올림픽은 ‘화합과 전진’이라는 기치 아래 160개국 1만 3626명의 선수단이 참가하여 기량을 겨루었다. 이 대회에서 한국스포츠가 이룩한 세계 제4위라는 지위는 스포츠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었다. 정치·경제·문화적으로도 세계 열강의 지위를 굳힐 수 있는 계기와 바탕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와 같은 서울올림픽의 유치와 대성공에는 현대그룹 고 정주영 회장의 숨은 공로가 있다고 한다. 당시 우리의 경쟁상대였던 일본은 IOC 위원들을 상대로 그 당시 일본의 대표 상품인 세이코 시계를 개별적으로 선물하고 로비를 했다고 한다. 반면에 고 정주영 회장은 서독에서 가장 싱싱한 장미꽃을 사서 IOC 위원들이 묵고 있는 호텔방 앞에 매일매일 갖다 놓고 시들면 즉시 갈아주었다고 한다. 이 부분에서 우선적으로 IOC 위원 아내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을 것으로 생각한다. 우리 전북도 마찬가지다. 전북에 기업을 유치하고 전북경제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기업유치와 투자가 가능하도록 감동을 주어 기업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한다. 첫째, 기업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서는 기업하기 좋은 노사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 전북은 기업과 강성노조 간의 갈등으로 많은 파업이 발생하며, 이는 기업의 이윤추구를 저해할 수 있다. 이를 해소하고 상생하기 위해서는 기업은 노조의 입장을 고려하여 반영하고. 노조도 요구만 할 게 아니라 소통하고 협력하여 최소한의 갈등으로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 전북이 기업하기 가장 좋은 지역으로 만들어야 한다. 둘째, 기업이 전북으로 유입될 수 있도록 각종 기업규제를 완화 시켜야 한다. 현 김관영 도지사가 추구하고 있는 적극적인 기업유치 정책은 매우 환영할 만하다. 기업의 가장 큰 목표는 이윤추구이다. 각종 기업규제는 이윤추구 하락과 기업의 진출 적극성을 위축시킬 수 있다. 규제 완화를 통해 기업들이 전북으로 유입되도록 해야 한다. 셋째, 전북의 정치인들은 기업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가용할 수 있는 인맥과 정치력을 발휘해야 한다. 삼성그룹의 홍라희 여사는 고 이건희 회장의 아내이자, 현 삼성그룹 이재용 회장의 어머니이다. 여사는 당시 전주에서 판사를 지내던 홍진기의 장녀로 전주에서 출생하였다. 지금까지 전북은 전주 태생이면서 세계적인 그룹 삼성의 대모인 홍라희 여사의 빅찬스를 살리지 못한 아쉬움이 크다고 할 수 있다. 물론 기업은 혈연과 지연이 아닌 이윤에 따라 움직이고 이윤 추구가 목적이다. 하지만 정주영 회장이 IOC 위원들의 아내에게 감동의 울림을 주어 올림픽 유치권을 따온 것처럼, 삼성의 투자를 받기 위해서는 전북의 딸인 홍라희 여사에게 감동을 주어 전북에 투자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2024년도는 128년간의 전라북도라는 이름 대신 전북특별자치도가 새롭게 출범한 해다. 앞으로 전북특자도는 대한민국 생명경제 중심지를 넘어 세계생명 경제를 선도하는 글로벌 도시로 도약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모든 역량과 모든 인맥을 동원해야 하며, 전북경제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기업투자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다각도로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 이상덕 전북교육장학제단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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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2.20 17:17

청소년 아침 결식 개선 시범사업, 먹거리 통합돌봄의 마중물

“밥 안 먹고 학교가면, 큰 일 난다.” 어렸을 적 필자의 엄마는 학교갈 때 무조건 아침밥을 먹어야 한다고 가르치셨다. 그래서 당연히 초등학교를 다니는 아이들에게도 아침밥을 꼭 먹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아이들의 친구 중에는 아침밥을 먹고 오지 않는 친구도 꽤 있다고 한다. 한참 성장하고 공부를 해야 할 나이에 아침을 먹지 않는다고 하니, 괜히 마음이 쓰인다. 국민건강영양조사(1998~2018)에서 우리나라 전체 청소년의 아침 식사 결식률은 1998년 약 17.9%에서 2008년에는 약 27.0%, 2018년 약 37.4%로 지난 20년 사이에 2배 가까이 증가한 것을 볼 수 있다. 2022년 교육부와 질병 관리청에서 조사한 ‘학생 건강’ 및 ‘청소년 건강 행태 조사’에 따르면 아침 식사 결식률은 39.0%로 나타났다. 식사 결식 이유로는 아침 식사 결식 이유로는 ‘시간이 없어서(35.1%)가 가장 많았고, ’식욕이 없어서(21.4%)가 뒤를 이었다. 전북교육청은 올해부터 도내 중학교 대상 ‘아침 결식 개선 시범사업’을 시행한다. 위 조사에서 도내 초·중·고 학생 44.3%가 아침밥을 먹지 않는 것으로 나타나 전국 1위의 결식률을 보인 것에 대한 대책으로 보인다. 시범적으로 15개 학교를 대상으로 올해 3월부터 운영 계획이다. 아침 결식 시범사업 지원 대상은 교직원 간의 충분한 의견수렴을 거친 도내 중학교 중 희망교 신청 학생이며, 학생 1인당 1일 3000원씩 연간 총 190일까지 지원할 예정이다. 아이들의 결식률을 낮추기 위한 노력으로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다만, 우려가 되는 것은 현장의 준비 상황과 예산의 부족이다. 아침 식사 제공을 위하여 조리원 근무를 확대하기 어려우며, 예산도 건강한 한 끼를 제공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학생들에게 건강한 한 끼 식사가 아닌, 간편 가공식품이 제공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전북 익산에는 사회적협동조합 청년식당이 있다. 애초 학교 밖 돌봄에서 출발했지만 최근 방 중 초등돌봄 도시락공급에 이어 인근 대학교 천원의 아침밥 공급으로 먹거리 돌봄 영역을 확장 중이다. 가능한 한 지역산 식재료를 쓰고, 인스턴트에 의존 않는 직접조리로 밥상안전과 질을 높이며, 일자리를 창출하는 1석 3조의 사회적 효과를 거두고 있다. 청소년 아침 결식 사례를 포함해 생애주기별 먹거리 돌봄 수요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대학생 천원의 아침밥이 그러하고, 총선 국면에서 급부상 중인 주 5일 경로당 무료급식이 대표적이다. 문제는 공공성에 기반한 양질의 먹거리 서비스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새로운 시스템이 부재하다는 점이다. 그 방식은 청년식당 사례에서 보듯이 사회적경제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옳다. 단순한 현금지원 방식을 벗어나 밥상 질을 높이고, 지역 농업 연결망을 강화하며, 그 결과가 양질의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는 시스템을 먹거리 제 주체가 참여하는 거버넌스를 통해 현실화해야 한다. 한편, 먹거리 돌봄은 시군 단위 또는 읍면 단위에서 통합적으로 접근하고 추진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 아동, 학생, 청년, 여성, 노인, 장애인, 취약계층 등 먹거리 돌봄을 수행할 핵심주체와 네트워크를 구축하자는 것이다. 그 대안으로 공공형‧통합형 먹거리돌봄센터 모델이 떠오르고 있다. 전북특별자치도가 모델 구축의 선구자가 되길 기대한다. /이효진 (사)세상을바꾸는밥상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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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2.20 17:17

여야 막판 협상, 전북 선거구 10석 고수하라

총선을 48일 앞둔 21일까지도 선거구 획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여야가 서로 선거구에 관한 이해를 달리하는데다 공천에 매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지역구 감축 대상으로 꼽히는 전북지역의 경우 자칫 그대로 굳어질 수 있어 비상이다. 도내 정치권은 혼자 살 궁리만 하지 말고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할 것이다. 현행 공직선거법은 선거구 획정을 선거일 1년 전에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번 총선은 이미 지난해 4월부터 불법을 저지르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이를 어기더라도 강제규정이 없어 속수무책이다. 여야는 29일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서 선거구 획정안을 처리한다는 계획이지만 이마저 불투명한 상태다. 여야가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어 3월 임시국회를 별도로 소집할 수도 있다.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선거구획정위가 설치된 15대 총선 이후 국회에서 선거구 획정안이 가장 늦게 처리된 때는 17대 총선으로 선거일 37일 전이었다. 4년 전인 21대 총선에서는 39일 전, 20대 총선은 42일 전에야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이렇게 획정안이 늦어지고 막판 협상이 결렬되다 보면 결국 총선을 중앙선관위 안으로 하거나 아니면 현행대로 치를 수밖에 없게 된다. 그런데 현행 선거구로 치르면 위헌 소지가 있어 추후 선거 무효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 헌법재판소가 국회의원 지역선거구 인구 편차를 2대 1로 하고 있어 이를 넘는 선거구는 무효가 될 수 있어서다. 아니면 지난해 12월 국회로 넘어온 중앙선관위 선거구 획정안이 유력하다. 이와 관련해 김진표 국회의장은 19일 열린 임시국회 개회식에서 “총선에 적용될 선거제와 선거구 획정을 두고 4년마다 반복되는 파행은 국민의 참정권을 침해한다”며 “이제라도 선거제도 개편 절차를 법률로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선거구 획정 기한을 선거일 전 1년에서 6개월로 현실화하고, 6개월 전까지 확정하지 못할 경우 선거구획정위가 제출한 획정안 그대로 확정하도록 법에 규정하자”고 제안했다. 이는 귓등으로 들을 일이 아니다. 전북으로서는 지역구 10석이 9석으로 줄어 들어 큰일이다. 가뜩이나 인구가 줄고 경제력마저 취약한 전북은 국회의원 1석이 천만금보다 귀하지 않은가. 도내 정치권은 끝까지 정신을 차리고 선거구 10석을 사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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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4.02.20 16:22

환자 생명 대가로 얻는 이득 무엇인가

의료나 보건 문제에 정통하지 않은 일반인들의 입장에서 볼때 의사 숫자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정부의 말을 들으면 그게 맞는 것 같기도 하고, 그렇게 많이 부족하지는 않다는 의료계의 반박을 들어보면 그 또한 그럴 듯하다. 하지만 이 시점에서 분명한 것은 있다. 어떤 경우에도 의사들의 기득권 보호를 위한 투쟁 과정에서 치료를 제때 못받아 방치돼 죽는 환자가 나와선 안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전공의(인턴·레지던트)들의 집단 이탈 사태로 인해 피해를 보는 환자가 있다면 과연 그 책임을 누가 질 것인가. 당장 치료받아야 하는 사람이 있다면 지나가던 행인도 발길을 멈추고 그를 돌봐야하는게 상식 이거늘 전문적인 지식과 기술, 정신적 무장까지 된 의료인들이 이를 방기한다면 과연 누가 그 행동에 공감할 것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이런 사태에 이르기까지 사실상 도발을 한 정부에 책임이 있다는 주장이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상식과 국민들 눈높이에서 볼때 어떤 이유를 대더라도 병원 현장을 떠나는 의사들에게 돌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아직 응급환자 사망 등 최악의 상황은 일어나지 않았다고 하지만 수술이나 진료가 연기되는 환자의 심정을 생각해봤는가. 의대생들이 휴학계까지 제출하며 집단행동에 가세하고 있고, 이를 음으로 양으로 독려하는 의사 선배들은 과연 어떤 사람들인가. 의료 파행 사태가 장기화 하면 결국 여론에 굴복해 두 손, 두 발 다 들것이라는 얄팍한 심산은 아닌지 심히 우려스럽다. 백번 양보하여 의대 2000명을 증원하겠다는 정부의 판단이 잘못됐고, 근거가 박약하다고 하더라도 의사들이 고통받는 환자 곁을 떠나는 모습, 이건 아니다. 기득권을 지키고, 돈 좀 더 벌기위한 특권의식의 발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의사, 정부 중에 누가 잘못했는지 그 판단은 유보하더라도 분명한 것은 당장 환자를 돌봐야 한다.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얻어내는 유무형의 이득은 가치있는 소득이 아니라 사람 목숨을 대가로 배를 채우는 범죄행위일 뿐이다. 그런 상황까지 가선 절대 안된다. 이번 사안에 관한 한, 정부도 보다 진지한 대화를 더 절실하게 진행해야 한다. 이와는 별개로 “집단행동을 하면 뭐든 관철된다” 는 잘못된 관행을 차제에 확실히 뿌리 뽑아야 한다. 그래야 다시는 이런 일이 재현되지 않는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4.02.20 15:58

개나리와 변산바람꽃

24절기 중 두 번째 절기인 ‘우수(雨水)’가 지났다. 이렇게 또 겨울이 지나간다. ‘엄동설한(嚴冬雪寒)’이라는 말이 무색한 계절이었다. 어쨌든 봄이 온다. 포근한 날씨가 계속되던 지난주 전주지역 어느 학교 담장 위 축축 늘어진 가지에 무더기로 매달린 샛노란 꽃송이가 눈길을 끌었다. 봄의 대명사 개나리다. 어느 때부터인지 겨울 개나리꽃은 보기 드문 기현상이 아닌 ‘그럴 수도 있는 일’이 됐다. 겨울철 이상고온 현상이 지속되면서 주변에서 철 잊은 개나리꽃을 보는 일이 익숙해졌다. 그리고 입춘을 지나 눈과 얼음이 비와 물이 된다는 절기, 때맞춰 봄을 재촉하는 비가 대지를 흠뻑 적셨다. 봄의 상징인 개나리가 이미 도심에서 꽃소식을 전했으니 봄의 전령으로 알려진 야생화 변산바람꽃과 복수초·노루귀도 어느 볕 좋은 산기슭 양지뜸에서 진작 꽃망울을 활짝 터뜨렸을 것이다. 때마침 국립공원 내장산과 변산반도에서 변산바람꽃 개화 소식을 전해왔다. 한국 특산식물인 변산바람꽃은 이른 봄에 개화하는 대표적인 야생화로 변산반도에서 처음 발견돼 학명에 그 지역명이 붙은 이 지역 깃대종이다. 오래전부터 이 땅에 자리잡고 해마다 봄소식을 알려왔겠지만 정식 이름을 얻어 세상에 제대로 알려진지는 약 30년밖에 안됐다. 1993년 전북대 선병윤 교수가 처음 발표한 이 들꽃은 ‘변산아씨’라는 친근한 별칭까지 얻으며 단번에 야생화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았다. 꽃 이름에서도 나타나듯 가벼운 바람에도 꽃잎을 파르르 떠는 작고 가냘픈 들꽃이다. 변산반도국립공원사무소는 이 시기 변산바람꽃을 관찰하려는 탐방객들을 위해 내변산 탐방로 인근에 대체서식지를 조성해 2011년부터 개방하고 있다. 변산반도국립공원 안의 자생지는 탐방로 외 구간이어서 서식지 보호를 위해 출입을 통제하고 있어서다. 전국 곳곳에 자생하고 있지만 개체수가 적어 보호해야 할 필요성이 높은 식물종이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올해도 내변산의 이 야생화 대체서식지를 오는 23일부터 다음달 17일까지 개방한다. 지리산국립공원에서도 며칠 전 복수초 개화 소식을 전했다. 샛노란 복수초를 신호로 형형색색의 야생화들이 연이어 앙증맞은 꽃망울을 터뜨리면 지리산에서도 볼거리 가득한 꽃철이 시작될 것이다. 계절의 길목, 봄을 재촉하는 들꽃들이 일찌감치 꽃망울을 터뜨리면서 꽃샘추위를 예고했다. 손톱만 한 작은 꽃이지만 겨우내 응축된 생명의 기운을 품어냈으니 온 산에 봄기운을 불어넣기에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남녘의 꽃소식을 기다리는 상춘객들의 마음이 설레는 시기다. 생명의 계절 봄, 매화와 산수유·개나리가 주인공이 되는 떠들썩한 꽃잔치가 찾아오기 전에 청초한 ‘변산아씨’를 만나러 꽃마중, 봄마중에 나서보면 어떨까. 겨울색이 채 가시지 않은 산자락, 메마른 낙엽더미 사이에서 수줍게 고개를 내민 작은 꽃잎을 발견했을 때의 반가움과 기쁨도 있을 것이다. / 김종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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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표
  • 2024.02.19 18:23

협동의 깃발 아래 한데 뭉치자!

‘벌들은 협동하지 않고는 아무것도 얻지 못한다. 사람도 마찬가지다.’라고 말한 영국의 시인 허버트의 말이 떠오른다. 양봉을 하는 사람들에게 말벌은 골칫거리다. 포식자인 장수말벌 10마리가 꿀벌 3~5만 마리를 죽이는데 30분도 안 걸린다고 한다. 그렇다고 해서 꿀벌도 가만히 앉아 당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수백 마리가 한꺼번에 뭉쳐 장수말벌 한 마리를 에워싸고 죽여서 벌집을 지킨다고 한다. 맹자 역시 어떠한 일을 도모함에 있어서 성패를 좌우하는 요인으로 ‘천시불여지리, 지리불여인화(天時不如地利, 地利不如人和)’라 말하며 사람 간의 화합 즉 협동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협동은 경쟁과 더불어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중요한 행동양식이다. 협동보다 경쟁의 가치가 우선시 되었던 초기 자본주의 시대에는 빈곤과 차별 등 여러 가지 사회적 문제들이 발생하였다. 이러한 병폐를 해결하기 위한 시민사회의 자발적인 노력들이 있었는데 그 가운데 1844년 영국 로치데일 시민 28명이 뜻을 모아 설립한 협동조합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우리나라에서 협동조합이라고 말하면 농협을 떠올릴 만큼 농협은 협동조합의 대명사라고 할 수 있다. 지금의 농협은 1961년 8월 15일 시작되어 올 해로 64주년을 맞이하였다. 이런 농협의 지난 발자취를 잠시 되돌아보고자 한다. 1960년대에는 150개 이동조합이 연합해 상호금융을 시작으로 고리대금업으로 힘들어 하는 농업인의 안정적인 삶 정착에 노력하였다. 1970년대에 들어서는 농협은 ‘자조·자립·협동’을 지도이념으로 새마을 운동을 주도하여 농촌 근대화에 이바지 하였으며, 1980년대에는 농협은 ‘우리 몸에는 우리 땅에서 생산된 농산물이 제일’이라는 의미의 ‘신토불이’ 구호와 함께 우리 농산물 소비촉진을 위해 앞장섰고, 1990년대를 맞이해 농업 경쟁력 제고를 위하여 농가부채 경감을 추진하여 더 잘사는 농촌을 만들고자 했다. 이후 현재에 이르러서는 농업인들의 실질적인 권익 향상에 힘써오며 ‘함께하는 100년 농협, 지속가능한 100년 농촌 구현’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지난 1월 25일 17년 만에 전국의 농축협 조합장을 유권자로 하는 직선제를 통해 제25대 농협중앙회장이 선출됐다. 신임 농협중앙회장은 농축협 경제사업활성화와 상호금융수익성 향상을 약속하며 ‘새로운 대한민국 농협’이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물론 새로운 농협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우리 농업, 농촌의 발전과 농업인의 복지 향상이며 그 중심에 새롭게 변화된 농업협동조합이 있어야 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이러한 협동조합의 정신은 올해 출범한 전북특별자치도의 성공에 가장 필요한 DNA를 만들어 갈 수 있다. 전북특별자치도라는 이름의 깃발을 다시 내건다고 기존의 모든 것이 바뀌거나 성공을 담보하진 않는다. 새로운 이정표를 향해 한마음 한뜻으로 도민과 모든 기관이 함께 협동해 나갈 때 비로소 가능하리라 생각한다. 전북특별자치도는 새로운 길을 가려한다. 기존에 없던 길을 가는 험난한 여정을 함께하는 동료와 협동의 정신이 있다면 그 짐의 무게를 덜고 더 멀리 더 힘차게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농협의 노래 가사 가운데 “강산도 아릅답다, 기름진 터전. 여기서 나고 자란 정든 내 고장. (중략)협동의 깃발 아래 한데 뭉치자.” 라는 구절이 있다. 노랫말 그대로 모두가 뭉쳐야 농촌이 살고 농도인 전북도 살아난다. 전북농협은 다시 한 번 ‘협동’이라는 깃발을 높이 들어 전북특별자치도라는 새로운 시대에 농업, 농촌, 농업인이 주인공이 될 수 있도록 그 초석을 다지고자 한다. 우리 모두 협동의 깃발 아래 한데 뭉치자! /김영일 농협중앙회 전북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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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2.19 16:42

이야기로 전하는 행복의 맛

남도의 맛을 자랑하는 고장에 살고 있는 나에게도 외지에서 찾아오는 지인들이 있으며, 주저 없이 그들에게 추천해 줄 수 있는 맛집은 어디인지 곰곰이 생각해 본다. 내 나름대로 추천하는 곳은 객사 근처 ‘동창갈비’와 전북대병원 앞 ‘이연국수’, 전주남부시장내 ‘조점례남문피순대’ 그리고 익산역 앞 ‘엘베강’과 전주남부시장 ‘현대옥’이다. 복잡하지 않고 부담스럽지도 않은 곳들이다. 맛은 기본이요, 공간이 주는 분위기와 연륜을 넘어서는 나름의 역사 덕분에 음식을 맛보는 즐거움이 배가 될 수 있는 곳으로, 잘 차려진 프랜차이즈 식당과는 다른 그 무엇이 존재하는 우리만의 노포(老鋪)이다. 이 맛집 중 엘베강은 ‘역전할머니맥주’로 현대옥은 ‘현대옥프랜차이즈’를 통해 전국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대기업의 물량 공세는 물론 유명 프랜차이즈와의 경쟁을 이겨내며 선전하고 있다. 잘 짜인 메뉴와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음식 맛이 한몫을 했을 터이다. 반면 엘베강과 현대옥의 시작은 그다지 거창하지는 않다. 군산에 살던 김칠선 여사는 제주도에 다녀오는 길에 기차 안에서 어린 딸을 잃게 되고, 1982년 익산역 앞에 작은 호프집 엘베강을 개업한다. 애당초 돈보다는 잃어버린 딸을 찾는 것이 목적이었던 그녀는 3일간 냉장고에서 숙성한 생맥주와 저렴하지만 식사 대용까지 가능한 안주들을 푸짐하게 내어놓게 된다. 사람들은 살얼음생맥주의 신기함과 오징어입이라는 생소한 안주에 열광하게 되며, 국민 반찬 소시지가 저렴한 안주로 등장할 수 있음에 행복을 느끼게 된다. 젊은 나이에 남편을 떠나보내고 어린 네 자녀를 홀로 키워야만 했던 양옥련 여사. 평소 남편이 좋아하던 음식인 콩나물국밥으로 1979년 전주남부시장속 작은 국밥집 현대옥을 시작한다. 오롯이 아이들을 키우기 위함이며, 비장한 그녀의 마음으로부터 놀라운 신공이 시작된다. 토렴을 통해 국밥 최적의 온도를 맞춰내는 것은 물론, 속풀이 손님이 보는 즉석에서 마늘을 찧고, 오징어를 데치며, 대파와 고추를 썰어서 국밥에 넣어준다. 음식을 맛보기 이전 그녀의 손놀림에 모두가 반해버린다. 대한민국 골목상권을 점령하고, 이익을 위해서는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대기업과 유명인들을 앞세운 프랜차이즈와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힘은 어디에 있을까? 물론 음식 본연의 맛과 품질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렇지만 그들이 갖고 있지 않은 약점이 있는데, 그것은 음식 속에 담겨, 듣는 이의 가슴을 울리는 ‘이야기’이다. 엘베강과 현대옥이 갖고 있던 공간의 의미를 이야기로 살려보는 것은 어떨까? 6대의 냉장고에서 숙성되는 생맥주와 맥주잔. 고작 8천 원인 오징어입과 2천 원이라는 놀라운 가격에 제공되는 소시지 안주. 엘베강이 남들과 다르게 운영될 수 있는 것은 딸을 기리는 김철선 할머니의 마음이 여전히 그곳에 담겨있기 때문이다. 주문과 동시에 토렴하고 즉석에서 찧은 마늘과 시장에서 바로바로 구입한 대파와 고추로 맛을 내는 콩나물국밥에는 양옥련 할머니의 정성이 담겨있다. 자본과 아이디어로 이겨낼 수 없는 그 집만의 오랜 ‘이야기’야말로 신세대 소비자들의 취향에 맞는 개성 강한 아이템일 수 있다. 김칠선과 양옥련. 두 할머니의 처음을 기억하며, 지금이라도 이러한 이야기를 누구나 이해할 수 있게 안내해 보자. 부족하지 않은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맛을 넘어, 진정 우리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은 음식 속에 담겨있는 아름다운 이야기일 수 있을 것이다. /홍현종 JTV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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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2.19 16:41

계약서와 구두계약

의뢰인은 지인으로부터 돈을 빌리고 차용증을 작성하였다. 의뢰인은 변제기한이 지난 후 이자를 빼고 원금만 갚기로 합의하여 현금을 건넸다. 그런데 지인은 몇 년이 지나 지난번 갚은 금액은 이자에 불과하다며, 원금과 추가된 이자를 다시 갚을 것을 요구했다. 의뢰인은 돈을 모두 갚았는데, 또 돈을 줘야 하는지, 이 경우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어왔다. 계약서는 왜 작성해야 할까? 말로 한 약속도 효력이 있다. 구두계약이 효력이 없다는 건 틀린 말이다. 형식을 요구하는 계약이 있긴 하지만, 대부분의 계약은 형식을 요구하지 않는 불요식 계약으로 구두계약도 효력이 있다. 그런데 문제는 구두계약의 효력이 아니라 어떻게 입증할 것인가에 있다. 만약 상대방이 법정에서 그렇게 약속한 사실이 있지만 구두계약이라 효력이 없다고 주장한다면 계약 사실을 인정해 주는 고마운 일이겠지만, 대부분 그런 약속을 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할 것이다. 그럼 그런 약속이 있었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하는데, 계약서가 없다면 입증은 어려운 문제가 된다. 그럼, 언제 거래 관계를 입증하는 서류를 남겨야 할까? 누가 그 서류를 요구해야 할까? 위 사례를 요약하면 돈은 돈을 빌릴 때 지인에서 의뢰인에게, 돈을 갚을 때 의뢰인에서 지인에게 건너간 사실이 있다. 반드시 돈을 건네준 사람이 서류를 요구해야 한다. 지인은 의뢰인에게 돈을 빌려줄 때 차용증을 요구해 받아야 한다. 지인의 입장에서는 의뢰인이 돈을 받은 사실이 없다, 대여금이 아니라 증여로 받은 것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의뢰인이 지인에게 돈을 갚을 때는 의뢰인이 지인에게 변제확인서를 받아야 한다. 지인이 돈을 받은 사실이 없다거나, 이자만 갚았다고 주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돈을 받는 경우에는 서류를 먼저 작성할 필요 없지만, 돈을 주는 경우에는 반드시 서류를 요구해 받자. 좋은 게 좋은 거라며 문서를 생략한다면, 상대방만 좋게 해주는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 /최영호 법무법인 모악 변호사

  • 오피니언
  • 기고
  • 2024.02.19 16:41

환자 볼모로 한 집단행동은 죄악이다

응급실 뺑뺑이, 소아과 오픈런, 지방병원들의 의사 부족현상을 타개하기 위한 의대정원 확대 방침이 의료인들의 결사적인 반대로 인해 중대한 기로에 섰다. 결론부터 말하면 환자를 볼모로 한 단체행동은 어떤 명분으로도 정당화 될 수 없다. 구태여 히포크라테스 선서 운운한 필요도 없이 의료인들이 환자의 소중한 생명을 담보로 자신들의 의지를 관철시키려 한다면 이는 법적 금도를 넘어선 인륜을 저버린 행위로 비판받아 마땅하다. 김대중 정부때, 문재인 정부때, 고비고비 마다 정부는 의사들의 집단투쟁에 굴복했고, 그 결과 또다시 정부와 국민을 상대로 으름장을 놓고 있다. 만일 이번에 의대정원 확대를 하지 못한다면 앞으로 어떤 정부도 이를 관철시키기 어렵다. 비단 의료계뿐 아니라 모든 직역에 있어 단체로 떠들고 나서면 정부가 무릎을 꿇는 나쁜 관행이 확고히 자리잡게 될 것이다. 중앙정부, 지방정부 할 것 없이 이번 사태에 비상한 각오로 임해야 하는 이유다.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방침에 반발한 전공의들의 사직서 제출 움직임이 전국으로 확산하면서 의료 공백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전국적인 현상인데 전북대병원의 경우 20개 진료과 전공의 189명 전원은 19일 사직서를 제출했고 20일 오전 6시부터 근무를 중단할 예정이다. 병원측은 비상 진료 대책을 마련하고 과별로 상황을 확인해 환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할 것 이라고 하는데 우려스럽다. 앞서 전국 40개 의대 가운데 원광대 학생들이 유일하게 집단 휴학계를 제출했으나 다행히 이를 철회했다. 이처럼 불안한 상황속에서 의사 출신 강영석 전북특별자치도 복지여성국장이 지난 18일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에 맞서 집단행동을 추진하는 대한의사협회를 향해 쓴소리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의사는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의로운 사명감을 가진다"고 전제, "때론 정권과 정책에 불만족이 있을 수도 있고 개선을 위해 다양한 집단행동도 가능하지만, 수단과 방법이 우리 국민의 마음을 아프게 하거나 등지는 것이라면 절대 정당하다고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의사 출신의 외로운 외침인데 파장이 크다. "만약 지금과 같은 방법이라면 저는 의사협회원임을 부끄럽게 생각하며, 더는 회비납부도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왜 이런 주장이 나오는지 의료인들은 한번 더 생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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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4.02.19 14:33

교사가 방검복 입고 출근하는 교육 현실

군산지역 한 공립고교에서 학생으로부터 살해협박을 받은 교사가 방검복을 입고 출근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추락하고 있는 교권 현장의 단면을 보는 것 같아 충격적이다. 전북특별자치도교육청은 최대한 빨리 진상을 파악하고 교사를 보호하는 등 대응책을 내놓았으면 한다. 전북교사노조에 따르면 이 교사는 일부 학생들로부터 "칼로 죽여버리겠다. 가족까지 죽인다" 는 등 지속적인 살해·협박에 시달렸다고 한다. 또 학생들은 “우리는 미성년자로 형사처벌을 받지 않으니 괜찮다”는 말도 했다고 한다. 사건의 발단은 2022년 3월부터 불성실한 수업태도 등을 훈계하는 해당 교사에게 불만을 품은데서 비롯되었다. 이후 체육시간 등 여러 차례에 걸쳐 신체적 접촉이 있었고 이같은 폭언 및 협박을 일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교사노조는 성명을 통해 "해당 교원은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방검복을 입고 출근하며 6개월 이상의 병가를 권고하는 정신과 진단을 받는 상황이 벌어졌으나, 학교장은 사안에 관련된 학생들의 분리 조치 및 피해교원 보호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학교교권보호위원회는 학생들에게 경미한 조치를 내렸고 학생 및 보호자는 이에 불복해 행정심판을 제기했다. 한편 교사는 민·형사상 소송을 냈으며 학생 및 보호자는 2년 전에 있었던 훈육 과정을 근거로 해당 교원을 아동학대로 신고한 상태다. 지금 학교 현장은 혼돈의 연속이다. 학생이 교사를 존경하지 않은지 오래고 교사들도 학생을 믿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또 걸핏하면 학부모들은 민원을 넣고 행패를 일삼는다. 한국교총에 따르면 지난해 교사가 습관적으로 욕설하는 학생에게 반성문을 쓰게하자 학생 아버지가 문자 폭탄에 이어 전화로 “내가 도축업자인데 도끼를 들고 가서 담임 목을 따겠다”고 협박한 일도 있었다. 또 교총이 지난 7월 전국 유·초·중·고교 교원 3만2천여 명을 대상으로 교권침해 인식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교사의 97.9%가 '심각하다'고 응답했다. 그 중 가장 스트레스를 느끼는 대상으로 66.1%가 학부모를 꼽았다. 교육은 흔히 국가 백년대계라고 한다. 그 중심에 학생과 교사가 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가뜩이나 열악한 교사들의 교권이 침해받지 않았으면 한다. 더불어 학생과 교사가 안전하게 가르치고 배울 수 있는 학교 분위기를 만들었으면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4.02.19 13:42

그대들을 응원합니다

일 년에 두 번 도교육청 고객지원실 민원 창구는 증명 발급을 기다리는 사람들로 붐빈다. 이 문전성시의 주인공은 다른 아닌 검정고시 응시용 증명 발급을 위해 민원 창구를 방문한 소중하고도 오랜 고객들이다. 이들 중에는 홈스쿨링으로 시험에 응시하는 청소년이 있는가 하면, 야학교를 다니며 만학도의 길을 걸어가는 어르신들도 있다. 청소년 수험생들은 검정고시를 거쳐 좀 더 일찍 목표점에 도달하기도 하고, 어려운 상황에 맞닥뜨리면 먼 길을 돌아가는 시행착오를 거치지만 그만큼 더 성장하기도 한다. 아이들이 학교를 나와 홀로 다른 길을 개척해 나가는 여정을 학교 부적응이라고 말하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 공교육에서 채워주지 못한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어딘가에 있을 우물을 찾아 용기를 낸 아이들은, 그렇게 학교 밖으로 나와 검정고시의 벽을 넘고 더 단단해져 사회에 합류하기 때문이다. 그들이 학교 안에 있든 학교 밖에 있든 우리는 모든 아이들의 미래에 대한 책임감을 가져야 하며, 고른 지원과 함께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다. 아이들의 잠재력이 발현되어 성취될 수 있도록 응원하면서 말이다. 검정고시 응시생들을 위하여 도움을 줄 수 있을까 궁리 끝에 익산의 한 야학교를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좁은 골목길을 돌아 가까스로 주차를 하고 오래돼 보이는 2층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나이가 지긋하신 교감선생님께서 나오셨다. 우리의 신분과 방문 목적을 밝히자 의외라는 듯한 표정을 지으셨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스스로를 소외되었다고 느끼는 그들에게 관공서 직원들의 예기치 못한 도움 제안은 그 자체로 놀라운 일이었던 듯 싶다. 조그마한 교실에는 만학의 열정이 가득한 어르신들이 시험을 준비하고 있었다. 찬란한 젊은 시절로 돌아갈 수는 없지만, 모두 현재의 삶에서 못다한 꿈을 꾸고 있는 모습들이 존경스러웠다. 현재의 삶에 만족하며 살수도 있겠으나 수십 년을 갈망했을 소망의 싹을 틔우기 위해 신념을 져버리지 않는 모습은 젊은이들의 그것 못지 않았다. 그래서 다양한 의견들을 청취하게 되었고 야학교의 교감선생님은 수험생들이 대부분 고령이다 보니 거동이 자유롭지 못해 힘들다며 시험 당일 시험장까지 이동할 수 있는 서비스가 필요하다는 말씀을 하셨다. 더위와 거동의 어려움 등으로 시험장까지 이동하는 동안 에너지가 소진되어 정작 시험에 대한 집중도가 떨어진다는 호소였다. 오히려 이동이 자유로운 청소년 수험생들은 청소년지원센터에서 시험장 운송 지원을 받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더욱 소외감을 느꼈을 터였다. 이후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관련 부서와 여러 차례에 걸쳐 협의를 진행하였고, 첫 시행이다 보니 여러 가지 우려되는 점들이 있었지만 보완책을 마련하여 사회적 약자에 대한 검정고시 운송서비스를 시행하게 되었다. 우리는 무엇이 최선인지 알고 있지만, 주변의 아우성에 귀를 기울이지 못한 채 외면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아야 한다. 갑진년 올해도 우리 고객지원실에는 꿈을 좇아 분주한 그들이 올 것이다. 그리고 그들에게는 또 무언가가 필요할 것이다. 지금부터 설레는 마음으로 그들을 맞이할 준비를 하자. /전북특별자치도교육청 총무과 사무관 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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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02.19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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