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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 오지의 불편한 진실

새만금 예산 3000억이 복원된 데는 나름 정치권의 선방 결과라며 애써 자위해 보지만 그래도 실망감은 감추지 못한다. 큰 폭으로 깎여 충격파가 컸던 탓인지 일부만 회복됐는데도 그나마 다행이라고 한다. 이 여파로 전체 예산 확보 상황을 보면 양적으로 질적으로 기대치에 못 미치는 건 사실이다. 전국 9개 광역자치단체 중 사실상 전북만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구체적으로 새만금 신공항의 경우 내년 착공을 앞두고 부처 요구 580억 중 327억만 반영됐다. 글로벌 시대 국제공항은 그 지역의 경쟁력이자 외자 유치의 관건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유독 새만금에만 '적정성 검토' 라는 족쇄까지 채워 예산 집행마저 어려운 처지다. 여차하면 사업 중단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안갯속 국면이다. 타시도 공항과 비교하면 정치 공학적 노림수도 무시할 수 없는 기류다. 부산 가덕신공항만 하더라도 내년 예산이 5300억으로 전년비 41배나 늘었다. 주목할 점은 공항 개항의 명분이었던 2030 부산세계박람회가 실패했음에도 당초 2035년 준공 일정을 6년 앞당겨 2029년에 마무리 하겠다는 계획이다. 대통령이 부산에 내려와 이 같은 개항 시기를 직접 못 박은 것이다. 가덕신공항은 박근혜 대통령 시절 최대 이슈였던 동남권 신공항 후보지로 밀양, 김해와 3파전 끝에 김해 신공항에 밀려 탈락했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 때 김해 신공항을 백지화시키고 여야 특별법을 통해 가덕도 신공항을 선정함으로써 정치적 특혜 논란이 일었다. 뿐만 아니라 충남 서산공항은 지난 5월 예타 통과를 못했는데 우회적 루트를 통해 기사회생한 가운데 10월엔 대구경북 신공항이 예타를 면제 받았다. 잼버리 파행을 빌미로 기다렸다는 듯이 무더기로 새만금 예산 삭감을 강행했다. 이를 통해 정부 여당의 책임을 돌리고 야당 독점의 지역 정치권에도 일종의 견제구를 날린 것이다. 한마디로 전북에 크게 아쉬울 게 없다는 속셈이다. 일각에선 도내 의원들의 예산 투쟁을 깎아내린다고 못마땅해 하는 눈치지만, 내년 총선을 앞둔 그들에겐 이 문제에 사활이 걸려 있다. 다시는 전북 몫을 빼앗기지 않도록 정치권이 단합해 자강 노력을 기울이라는 채찍인 셈이다. 전북이 항공 오지로 전락한지도 꽤 됐다. 정부 홀대는 물론 도민 일부의 부정적 견해도 한몫했다. 그들은 정부 논리에 따라 새만금 신공항의 경제적 가치를 비관적으로 본다. 공항이야말로 지역간 연결고리인 동시에 세계 진출의 통로 역할을 한다. 실핏줄처럼 연결된 공항 현황을 보면 더욱 뚜렷하다. 인근 전남은 광주와 무안, 여수공항을 비롯해 충청지역은 청주공항, 부산 경남의 김해, 울산, 사천공항과 함께 TK는 대구와 포항공항, 강원도는 양양과 원주공항이 있다. 최근 논란을 일으킨 재경 도민회장의 새만금 신공항 반대 발언을 둘러싼 공방이 달갑지 않은 이유다. 도민 역량을 결집해도 모자랄 판에 자칫 찬물을 끼얹지 않을까 격정된다. 김영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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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영곤
  • 2023.12.28 17:34

[금요수필]첫눈 오는 날 가족이랑

첫눈이 내린다. 목화솜 같은 함박눈이 수만 수천 개의 날개를 달고 하늘에서 내려와 겨울 풍경화를 그리며 겨울의 본 모습을 보여준다. 자연은 순수함과 진실함을 보여주기 위해서인지 계절의 끝자락에 하얀 눈꽃을 피운다. 첫눈이 내리면 달려가고 싶은 곳이 고향이다. 고향은 언제나 기억 속에서 아름답고, 고향은 기다려주는 사람이 없어도 영혼 깊숙이 밀려드는 영원한 향수다. 고향을 떠나온 사람만이 그리움을 안다. 코로나로 인해 삶에 지쳐있는 메마른 가슴을 적셔주려는 듯, 새하얀 눈이 소복소복 쌓이면서 마을이 고요하다. 손자와 함께 불렀던 '동요'가 떠오르기도 하고, 전방에서 군 복무 증인 두 손자의 모습이 펑펑 쏟아지는 함박눈 사이로 어른거린다. 영하 30도를 오르내리는 곳에서 군 복무를 하는 두 손자가 왠지 뇌리에서 떠나지 않아 새벽이면 교회로 달려가 두 손을 모은다. 이제는 내자신이 우리 아이들에게 고향이 되는 나이가 된 것 같다. 아들도 고향이 그리웠는지, 아들 내외가 첫눈을 맞으며 선물을 한 아름 않고 들어선다. 고향의 안방처럼 절절 끓는 아랫목은 아니지만, 거실 카펫에 깔아놓은 따뜻한 이불속에 발을 묻어주며, 그동안 가슴 가득 서렸던 정을 쏟아내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잠시 뒤 아들이 가지고 온 상자를 열더니 신발을 꺼낸다. 아버지, 어머니 눈길에 미끄러질까 봐 미끄럼방지 방한화를 구입했다며 신어보라고 한다. 신어보니 푹신하고 따뜻했다. 남편과 함께 신발을 신고 폴짝폴짝 뛰며 마치 어린아이처럼 기뻐했다. 아들이 어릴 때는 겨울이면 어린 아들이 미끄러질까 봐 걱정되어 새 신발을 사다 신겼는데, 어느 덧 세월이 흘러 이제는 아들이 부모가 염려되어 새 신발을 사왔다. 가족은 설렘과 감동을 주는 '첫 눈' 같은 사람들이다. 세월이 흐르 고 흘러도 언제나 희로애락을 같이하며 사는게 가족이다. 부모는 자녀걱정, 자녀는 부모걱정, 서로를 보듬어 주며 산다. 자식에게 부모 는 영원한 본향이다. 전방에서 근무하는 손자가 안쓰러워 걱정하던 차에 제 아빠가 며 칠 뒤에 휴가를 온다는 반가운 소식을 전해준다. 오늘같이 첫눈이 내리면, 손자는 마냥 좋아했다. 눈을 흠뻑 맞으며 손을 호호불면서도 눈사람을 만들어, 머리에 모자를 씌워주고 눈, 코, 입을 그려 화단 앞에 눈사람을 세워놓고 자신이 대견스러운 양 좋아했었다. 그렇게 놀다가 피곤하면 쓸어져 할머니 품에 얼굴을 묻 고 스르르 잠이 들던 손자! 그 손자가 내 가슴에서 이야기하는 소리 가 들려오는 것만 같다. 가족은 첫눈 같은 사람들이다. △소종숙 수필가는 대한문학을 통해 등단했다. 전북문협, 행촌수필, 은빛수필문학회 회원으로 활동했으며 수필집으로 <가을을 그렸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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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2.28 17:24

더는 인생의 시중을 들지 않겠다

한파가 맹수처럼 한반도를 가로질러 가는 동안 대지 위의 웅덩이와 강은 죄다 얼고, 삭풍은 빈 나뭇가지를 붙들고 울어댄다. 나는 옷을 껴입고 올해의 마지막 일몰을 보러 임진강변으로 나섰다. 저 아래 평지는 월동을 위해 몽골에서 날아온 독수리 도래지다. 전망대에서 바라보면 강 이쪽은 평야, 강 너머는 북녘 마을이다. 북녘에서 흘러온 물은 평야와 북쪽 마을 사이를 돌아 서해 쪽으로 무심히 흘러간다. 밤이여, 오라! 시간이여, 흘러라! 우리는 시간을 달려서 동지도 지나고 한 해의 끝에 닿는다. 지금은 떠들썩한 소란보다는 고요 속에 머물며 한 해를 돌아볼 때다. 우리는 다른 처지에서 하루를 맞고 떠나보내는데, 어느 하루도 똑같지 않다. 그 다른 하루들이 모여 인생이 된다.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았나? 살아보니 인생의 목적을 돈이나 명예, 출세에 두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다. 그것은 뜬구름 같이 흘러간다. 인생의 여정은 의미를 찾는 것이어야 한다. 이 세상에서 누가 가장 불행할까? 병을 앓는 사람도, 직장을 잃은 사람도,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낸 사람도 아니다. 삶의 경이를 찾지 못한 채 무미하게 하루를 사는 이들이 불행하다. 줄 없는 기타를 연주하는 사람같이, 과녁을 겨냥해 화살 없이 활시위를 당기는 사람같이 사는 이들은 공허하고 불행하다. 올해 나는 아침마다 사과 한 알씩 먹고, 새로 나온 책을 부지런히 구해 읽으며, 새 책도 냈다. 여름에는 야구장에서 안타를 치고 준족을 뽐내며 베이스를 돌아 홈으로 내달리는 야구선수를 응원하고, 늦가을에는 대관령에 가서 독일가문비나무 숲속을 걸었다. 나쁜 일보다 좋은 일이 더 많았다. 집고양이 둘과도 사이좋게 지냈으니, 좋은 한 해를 보낸 셈이다. 당신의 올해는 어땠는가? 나는 성실한 세탁부처럼 하루하루를 보내고 최선을 다했다. 다만 기대만큼 소득은 없었다. 그래도 좋았던 것은 남들에게 손가락질 당할 만한 과오없이 한 해를 보낸 점이다. 동시대를 사는 우리는 시절 인연으로 맺어진다. 지금 누군가 어디선가 울고 있다면 그는 까닭 없이 우는 게 아니다. 그는 나 때문에 울고 있다. 지금 누군가 어디선가 웃고 있다면 그는 까닭 없이 웃는 게 아니다. 그는 나 때문에 웃고 있다. 당신은 나 때문에 울고, 나 때문에 웃는다. 더러는 서로의 지옥까지 내려가 서로를 물어뜯기도 할 것이다. 올해도 아이들은 옥수수처럼 자라고, 어른들은 늙어 마른 잎처럼 바삭거린다. 누군가는 애기를 낳아 식구를 늘리고, 누군가는 가족을 잃은 슬픔에 잠겨 진질머리를 쳤을 테다. 묵은해를 돌아보고 새해 소망도 몇 가지 적어본다. 새해에는 욕심을 줄이겠다. 책을 덜 읽고, 집안 구석구석에 쌓아둔 책들은 나누겠다. 돈벌이에 소비하는 시간을 줄이겠다. 멀리 떠나는 여행 대신에 벗들과 자주 만나서 많이 웃겠다. 산책 거리를 조금 더 늘리고, 식사는 하루 두 끼만 챙기겠다. 멀리 사는 벗에게는 편지를 쓰겠다. 새해에 어른은 더 어른답고, 아이들은 아이답기를 바란다. 미아로 떠돈 이들은 부모의 품으로 돌아가기를. 실직한 가장들은 새 직장을 구하기를. 학대받는 반려동물들은 더 착한 주인을 만나기를. 당신과 나는 세상의 사막과 황량한 풍경을 더 그리워하고, 우리보다 연약한 동물을 더 사랑하자. 아직 살아보지 못한 미지의 시간과 걷지 않은 낯선 길들을 더 갈망하고, 꿈이 깨지거나 계획한 일들이 틀어지는 것 따위를 무서워하지 말자. 새해에는 외부의 충고보다 내 안의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이자. 굶주린 이들은 주린 배를 채우고, 집 없는 이들에겐 따뜻한 잠자리가 주어지기를 바란다. 전쟁으로 시름하는 이들에게 벼락같이 평화가 주어진다면 나는 면도를 하면서 콧노래를 부르리라. 하늘에 더 감사하고, 이웃에게 더 자주 미소를 보이리라. “더는 인생의 시중을 들지 않으련다. 그냥 생긴 대로 살련다.” 나는 결심한다. 늘 옆에 끼고 읽는 시인 아틸라 요제프가 노래한대로 살겠다고. 망각된 약속들, 망가진 꿈과 기대들, 지루한 기다림들, 이것들은 묵은해와 함께 흘려보낸 뒤 새해에 처음 솟는 해를 벅찬 가슴으로 품으리라. /장석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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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2.28 16:59

사회복무요원 복무 중 복무이탈자 및 근무태만자는 어떤 불이익 조치를 받게 되나요?

사회복무요원이 무단결근으로 복무를 이탈하거나, 복무분야에 근무하지 아니한 때 또는 지참(지각) 등 정당한 근무명령을 따르지 않은 때는 그 기간 또는 횟수에 따라 연장복무나 형사 처벌을 받게 됩니다. 먼저 연장사유에 따른 연장복무 기간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정당한 사유 없이 복무기간 중 모두 합하여 7일 이내 복무이탈(무단결근)한 경우, 이탈 일수의 5배 기간 연장복무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4일 복무이탈 시, 복무이탈일수 4일과 4일의 5배수 기간인 20일이 연장되어 총 24일을 연장복무하게 됩니다. 둘째, 무단 지참(지각) 등 임무수행 태만행위자의 경우 7회 이내의 경고를 받은 경우, 1회 경고 시마다 5일 연장복무하게 됩니다. 셋째, 정당한 권한없이 다른 사람의 정보를 검색 또는 열람한 경우, 1회 경고 시 5일의 연장복무 처분을 받습니다. 마지막으로 폭력, 강·절도 등의 일반 사회범죄로 인한 구속 기간은 복무기간에 포함되지 않으므로 형사 처분 종료 후 연장복무하게 됩니다. 또한, 다음의 경우는 고발되어 형사처벌 받을 수 있습니다. 첫째, 정당한 사유 없이 복무기간 중 모두 합하여 8일 이상의 복무를 이탈한 사람은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게 됩니다. 둘째, 정당한 근무명령에 따르지 아니하여 복무기간 중 모두 합산하여 4회 이상 경고 처분된 사람은 1년 이하의 징역에 처합니다. 셋째, 정당한 사유 없이 일과 개시 후에 출근하거나 허가 없이 무단으로 조퇴하거나 근무지를 이탈하여 합산하여 8회 이상 경고 처분된 사람은 1년 이하의 징역에 처합니다. 넷째, 정당한 권한없이 다른 사람의 정보를 검색 또는 열람한 경우, 2회 경고 시 고발 조치 됩니다. 마지막으로 복무 중 취득한 다른 사람의 정보를 무단으로 유출 또는 이용한 경우 즉시 고발 조치 됩니다. 사회복무요원 복무부실 관련 규정은 '병역법'제 32조 및 33조, 89조의 4, '병역법 시행령' 제65조의4, 제66조, '사회복무요원 관리규정' 제29조 내지 33조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전북지방병무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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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2.28 16:59

인구감소와 지방소멸의 위협 사이에서

연말이 되면, 나는 매년 나만의 의례처럼 한 해의 키워드를 뽑아본다. 매해 그해가 가장 다사다난하고 심란하다고 생각하지만, 그렇게라도 한해를 정리하면서 내년에 대한 한 가닥 희망을 잡아보고 싶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올 한해 내가 가장 많이 접한 키워드는 무엇일까. 폭염과 산불, 장마와 한파로 이제 피부로 와 닿은 기후위기, 챗GPT와 인공지능의 눈부신 활약상도 익히 겪었다. 하지만 내가 일상과 일터에서 가장 절실하게 느꼈던 키워드를 꼽아보라고 하자면 아무래도 인구감소로 인한 ‘지역소멸’인 것 같다. 사업 현장을 가면 갈수록,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점점 더 사람들이 줄어들고 있다. 얼마 전에는 뉴욕타임스에 ‘한국은 소멸하는가’라는 칼럼이 실렸다는 소리도 들렸다. 해당 칼럼에서는 14세기 흑사병이 창궐했던 유럽보다 한국의 인구가 더 빨리 감소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쯤 되면 정말 궁금하다. 정말 인구가 줄어드는 것이 최악의 상황일까? 하지만 한편으로 설혹 그것이 최악의 상황이라고 하더라도 인구가 줄어드는 것은 정도의 차이일 뿐, 우리가 아무리 노력해도 피할 수 없는 미래라는 생각이 든다. 필연적으로 인구는 감소할 수 밖에 없는 환경이라는 얘기다. 물론, 이게 이상적이고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얘기하는 것은 아니다. 국가적인 차원에서는 더 말할 것도 없겠지만 정부는 매해 인구감소에 대한 대책을 내놓는다. 지역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어떤 지자체장들은 해당 시군의 인구가 한 주마다, 한 달마다, 일 년마다 얼마나 줄고 늘었는지 촉각을 곤두세운다. 뾰족한 수가 없는 상태로 담당 공무원들만 머리가 아프고 애가 타들어간다. 그렇게 ‘인구’는 시시각각 떨어지는 숫자이자 꼬리에 꼬리를 무는 재앙의 시작처럼 여겨진다. 게다가 고령화까지 진행되는 시점에서는 더 이상 할 수 있는 말도 없을 것 같다. 실무자로서도 어쩔 수 없이 ‘관계인구’, ‘생활인구’라는 측정이 모호한 개념들을 만들어내면서라도 인구감소의 낙인만큼은 피해가고 싶다. 그렇다면 정말 지역에는, 한국에는 희망이 없는 걸까? 인구가 줄어들면 경제성장이 둔화되고, 사회의 활력이 떨어진다. 이것이 우리가 ‘인구감소’에 대해 알고 있는 사회적 통념이다. 그런데 한편으로 관점을 좀 달리해서 이런 질문도 해보고 싶다. 우리는 대체 얼마만큼 우리 경제가 성장한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GDP가 매년 몇 퍼센트씩 상승해야만 하나? 사회가 가진 활력은 대체 어떤 기준으로 바라봐야 할까? 사업화시대의 부흥기? 아니면 IMF 이후의 재도약기? 성장에만 맞춰진 프레임으로는 보이지 않는 것들이 너무 많았다. 인구가 줄어든다는 것은 어쩌면 그동안 성장을 위해, 대의라는 명분으로 등한시 해왔던 노동환경 개선, 노동에 대한 차별과 처우를 개선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길수도 있다. 학령인구는 감소할 수 있지만 오히려 공교육 서비스의 질을 높일수도 있고, 너무 많은 인구로 인해 발생하는 환경오염을 줄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반드시 선행되어야 할 것이 있다. 우리가 가진 그 동안의 성장패러다임에서 벗어나 탈성장 시대, 고령화시대, 인구감소의 시대를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에 맞게 사회적 구조와 정책을 재편해야 한다. 확실하게 인구는 줄어들 것이다. 하지만, 어쩌면 인구가 줄어드는 것이 꼭 재앙은 아닐 수 있다. 준비만 한다면 말이다. /오민정 완주문화도시지원센터 공생문화팀장

  • 오피니언
  • 기고
  • 2023.12.28 16:59

‘노송동 얼굴 없는 천사’ 선한 영향력 확산하길

전주 노송동의 ‘얼굴 없는 천사’가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와 감동을 안겼다. 24년째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이어진 선행이고, 누적 성금액은 9억6479만7670원에 달한다. 유난히 다사다난했던 2023년, 한파 속에 시린 계절을 보내고 있는 지역사회에 온정과 희망의 불씨를 살리는 소식이어서 더 반갑다. 노송동 천사는 지난 2000년 4월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달라’는 메시지와 함께 58만4000원의 성금을 놓고 간 것을 시작으로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연말 성탄절 전후로 성금과 편지가 담긴 상자를 두고 가면서도 자신의 이름과 얼굴을 전혀 드러내지 않아 화제가 됐다. 성금은 생활이 어려운 지역 주민과 학생들에게 연탄과 쌀, 장학금으로 전달됐다. 이후 그의 선한 영향력은 지역사회에 널리 퍼졌다. 전주는 ‘천사의 도시’로 불리게 됐고, 노송동 주민들은 그의 뜻을 기리고 선행을 본받자는 의미에서 10월 4일을 ‘천사의 날’로 지정하고, 천사축제를 개최해 불우이웃을 위한 나눔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전주시는 얼굴 없는 천사의 선행을 기리기 위해 노송동 주민센터 앞 화단에 ‘얼굴 없는 천사’ 기념비를 세웠다. 또 천사마을이 된 노송동에서는 특화사업으로 매월 ‘얼굴 없는 천사의 날’을 정하고 지역 어르신들을 초청해 △중식제공 △이·미용 봉사 △문화누리카드 장터 개장 등 다채로운 행사를 개최하면서 천사의 나눔 정신을 기리고 있다. 특히 이 얼굴 없는 천사는 HD현대1%나눔재단이 어려운 이웃을 위해 헌신하는 시민 영웅을 발굴·지원하기 위해 올해 새롭게 제정한 ‘제1회 HD현대아너상’ 대상 수상자로 선정돼 그의 선행이 다시 한 번 부각되기도 했다. HD현대1%나눔재단은 얼굴 없는 천사의 뜻을 존중해 전주시 노송동 주민센터에 상금과 상패를 전달했고, 상금 2억원은 전액 소외계층 지원 사업에 활용될 예정이다. 연말연시를 맞아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한 희망나눔 캠페인이 한창이다. 얼굴도 이름도 알리지 않은 채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그대로 무려 24년째 선행을 실천해온 노송동 얼굴 없는 천사의 뜻을 되새기면서 나눔의 의미와 가치를 생각해볼 때다. ‘더불어 행복한 사회’를 추구해온 얼굴 없는 천사의 바람이 이뤄질 수 있도록 우리 사회 ‘나눔의 선순환’이 더 확산하길 기대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3.12.28 12:50

전북 농촌유학 메카로 만들어라

서거석 교육감이 사령탑을 맡은 이후 야심차게 추진중인 농촌유학 프로그램에 대한 교육계 안팎의 기대가 커지고 있다. 이같은 분위기를 감안해 전북교육청이 전북도와 손을 맞잡고 농촌유학 확대를 적극 모색중인데 갑진년 새해에는 명실공히 전북을 농촌유학의 메카로 만들어야만 한다. 사실 농촌 유학은 위기에 몰린 작은 학교를 살리기 위한 하나의 방안이다. 시골 학교의 폐교를 늦추거나 줄여 지역 공동화를 완화하는 의미도 있다. 하지만 학생이나 학부모가 관심을 갖는 것은 대도시 학교의 획일화된 교육 과정에서 벗어나 자연과 함께 호흡하면서 독특하면서도 차별화한 학습 프로그램의 장점을 누릴 수 있다는 거다. 폐교위기에 직면한 농촌 학교의 경우 학생이 너무 적을 때 언감생심 시도조차 할 수 없었던 각종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일선 교육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보면 대도시에서 유학온 학생이나 학부모의 만족감은 차고 넘친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기만 하다. 농촌 유학을 더 확대하고 제대로 정착시키려면 단순히 시골 학교의 장점만 가지고는 충분하지 않다. 도시 학생과 학부모 맞춤형 정책 등을 도입해서 만족도를 더 높여야 한다. 자치단체나 교육청이 실효성있는 지원을 해줘야 한다. 때마침 전국에서 주목을 받는 전북 농촌유학이 내년 3년째를 맞아 특색 프로그램 지원을 강화하는 등 더욱 확대키로 한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2024학년도 전북지역 농촌유학에 도시 학생 89명이 신규 신청했다. 서울 37명, 경기 29명, 인천 6명, 부산 2명, 대전 2명 등 대도시에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숫자로는 별거 아닌거 같아도 기존 유학생 중 농촌유학 연장 신청을 한 48명을 포함해 총 137명이 내년도 전북 농촌유학에 참여하게 된다. 전북교육청이 농촌유학을 처음 도입한 2022년 27명에 불과했는데 2024년엔 5배 이상 늘어났다. 농촌유학 운영학교도 2022년 6곳에서 2024년 31곳으로 크게 증가했다. 내년부터 유학생 모집 시기를 1학기와 2학기, 연 2회로 확대해 더 많은 농촌유학생을 확보할 계획이다. 내년에는 농촌유학생의 경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매달 전북교육청이 30만원, 지자체가 20만원을 체재비로 지원한다. 기존 유학생과 학부모 의견을 더 세심하게 반영해서 전북이 전국 최고의 농촌유학 메카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배전의 노력을 당부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3.12.28 11:58

초라한 국가예산…부끄러운 줄 알라

“2024년 국가예산 2년 연속 9조원대 확보!”. 26일 전북도청에서 김관영 도지사는 이같은 글을 배경으로 국가예산 관련 기자회견을 했다. 이 자리에는 민주당 한병도 전북도당 위원장과 국민의힘 정운천 의원을 비롯해 도내 국회의원 상당수가 함께 했다. 이들은 “정부의 건전재정 기조와 새만금사업 적정성 검토 등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내년도 국가예산 9조163억 원을 확보해 2년 연속 9조 원대 전북예산을 지켜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날 기자회견은 궁색했다. 초라하기 그지없는 성적표를 받아들고 도민들을 호도하는 자리에 불과했다. 역대 처음으로 국가예산이 줄어드는 수치스런 자리임에도 자화자찬을 할 용기가 어디서 나오는지 의아하다. 내년 국가예산은 전국 9개 광역도 가운데 유일하게 전북만 줄었다. 2023년 9조1595억원보다 1.6%, 1432억 원이 감소했다. 이에 반해 나머지 자치단체들은 늘어났다. 충남 12.2%, 전남 10.6%, 경남 7.9% 등 모두 역대 최대 규모의 국가예산 확보잔치를 벌였다. 인구가 153만명인 강원도는 9조5892억 원으로 올해 처음으로 전북을 제꼈다. 이처럼 초라한 성적을 낸 전북도와 정치권은 다음 몇가지를 고려했으면 한다. 첫째, 윤석열 정부의 전북 차별에 대한 대처다. 윤 정부는 지난 8월 새만금세계스카우트 잼버리 이후 전북에 대해 전방위적으로 보복을 자행하고 있다. 대표적인 게 새만금 SOC 예산이다. 우여곡절 끝에 4513억원을 확보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1조원대를 투입한 것과 대조적이다. 이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다. 둘째, 민주당의 일당독주 체제에 대한 해법이다. 30년 넘게 민주당 일당 독주가 진행되면서 도내 국회의원들은 도민들보다 중앙당의 눈치만 보는 행태가 계속되고 있다. 이를 대폭 바꿔야 한다. 하지만 같은 민주당 텃밭이면서 실속을 챙긴 전남의 사례도 눈여겨 봐야 한다. 셋째, 새만금에 집중된 예산 전략이다. 국가 예산철만 되면 전북도와 정치권은 모두 새만금에 매달린다. 새만금이 중요하지만 다변화 전략을 세워야 한다. 특히 윤 정부는 예타를 통과한 새만금사업에 대한 적정성 검토와 새로운 MP 수립 등으로 새만금의 발목을 잡아 더욱 그러하다. 전북은 투쟁과 논리 개발, 정치권의 대폭 교체 등 새로 판을 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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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2.27 17:54

국립의전원법 통과 의미와 과제

국립의전원법이 국회 보건복지위를 통과했다. 앞으로 법사위와 본회의 절차가 남아 있지만 8부 능선은 넘었다고 봐야 한다. 공공의대 설립은 박근혜 정부로 거슬러 올라간다. 의료취약지역 및 공공의료분야 의사인력 양성방안 연구(서울대, 2013)를 시작으로 공공의료 인력 양성을 위한 기반 구축방안(서울대, 2015)연구용역을 거쳐 문재인 정부 때 국립공공의료대학 설립방안 연구(서울시립대, 2018)로 이어졌다. 공공의대설립법이 처음 발의된 때는 20대 국회인 2018년이었다. 그때도 야당인 새누리당의 반대로 좌절되었다. 21대 국회에서는 의대 정원 확대 방침에 따라 지역의사제와 함께 김성주 의원의 대표 발의로 다시 공공의대 설립에 시동을 걸었다. 재추진되던 공공의대는 20년 8월 전공의단체의 진료 거부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와 의사단체 합의문에서 코로나가 안정되면 의정협의를 거쳐 재추진 여부를 결정하기로 한 협약에 다시 발목을 잡혔다. 왜 국립의전원을 설립하려고 하는가? 응급실 뺑뺑이, 소아과 오픈런, 새벽 KTX 상경 현상은 필수 지역 공공의료의 붕괴에 기인한다. 의대 정원을 늘리고 기존 의대에 맡기면 필수의료를 살릴 수 있을 것인가? 아니다. 이미 의대는 정원의 30% 내에서 지역균형선발제도를 시행해왔으나 지역근무 기피 및 수도권 쏠림을 막을 수 없었다. 이미 실패한 길을 반복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의대 정원을 늘려도 소아과 산부인과를 선택하지 않을 것이다. 아무리 수가를 올려도 더 많은 소득 기회가 있는 성형외과, 피부과를 선호하는 것을 막을 수 없는 것이다. 현재 의대의 양성과 배치방식으로는 특정 과목 쏠림을 현상을 막을 수 없다. 결국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다루는 의료의 붕괴를 막고 서울과 특정 과목 쏠림을 막으려면 국가가 나설 수밖에 없다. 이제는 국가가 필수의료 인력을 책임지고 양성하여 일정 기간 지역에서 의무복무하는 제도가 절실한 것이다. 공공의대 대신 의전원으로 부르기로 한 것은 기존 의대와 달리 학부 졸업자에게 석박사 과정의 교육과 실습을 시행하기 때문이다. 학생의 선발 교육을 거쳐 수련과 배치에 이르기까지 국가가 책임지고 지원하는 것이 기존 국립대 의대와 차이점이다. 국립의전원법은 다음 내용을 담고 있다. 공공보건의료인력의 양성을 설립 목적으로 삼고 있고 의학전문대학원, 보건대학원 등을 두게 된다. 학생의 입학금, 수업료, 교재비, 기숙사비 등 학업에 필요한 경비는 학교가 부담한다. 졸업 후 의무복무 기간은 10년으로 하여 필수의료 분야에서 오래 근무할 수 있게 했다. 남원이라는 입지를 들먹이며, 수련병원이 없으며 49명 규모는 너무 적다는 비판도 나온다. 의사 양성에서 지역은 유불리 조건이 아니며 국립중앙의료원과 남원의료원, 공공병원 등 실습이 가능한 수련병원이 있다, 정원을 49명으로 한 이유는 기존 서남대 의대 정원을 그대로 가져온 것이므로 의대 정원을 늘릴 때 국립의전원에 추가 배정해주면 된다. 최고의 교수진, 우수한 학생, 훌륭한 수련병원을 갖춘 '의사사관학교'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윤석열 정부가 단지 의대정원만 늘리면 해결될 것처럼 주장하면서 지역의사제와 국립의전원 설립을 반대하는 것은 대단히 무책임하다. 국립의전원 1호는 남원이 될 것이다. 이제 남은 것은 법사위를 거쳐 본회의에서 통과시켜 의전원 설립 절차에 속도를 내는 것이다. 더 이상 시간을 끌수록 보건의료의 미래는 더 심각해진다. /김성주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전주시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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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2.27 17:04

남김없이, 후퇴없이, 후회 없이

‘평화를 원한다면 전쟁을 준비하라.’, 과거 로마인들은 외부의 적이 침략할 마음조차 갖지 못하도록 유비무환(有備無患)의 자세로 강한 무력을 갖추기 위해 준비하였다. 값비싼 첨단무기가 전장에 동원되는 오늘날에 와서는 압도적인 경제력과 과학기술 역량이 평화를 위한 전제조건이 될 것이다. 과거 필자는 ‘얼마나 빠르고 효율적으로 적을 제거할 수 있을까’ 라는 직업적인 고민을 하면서 개인적인 가치관과의 충돌을 경험하였다. 또한 내가 몸담은 조직을 ‘비리의 온상’으로 여기는 세간의 편견에 괴롭기도 하였다.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방위산업은 평화와 생명을 지향하는 산업이자, 대한민국에 부국과 강병을 동시에 가능하게 하는 유일한 산업이라는 것이다. 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세계 강대국들은 모두 방위산업을 핵심 주력산업으로 육성하고 있다. 숱한 전쟁과 동료의 죽음을 통해 강병 없이 부국과 평화를 유지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한국 역시 그렇다. 소총 한 자루 만들지 못했던 나라가 ‘대한민국 방위산업은 메이저리그 수준’이라는 전 세계적 찬사를 받기까지 온갖 고난과 역경을 겪으며 산업을 육성해 왔다.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이나 무인기와 같은 최첨단 기술들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그리고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에서 활용되고 있다. 실시간으로 위성과 통신하는 무인기와 여러 대의 지상·해상 무기가 하나의 시스템이 되어 움직이고 있다. 군(軍)에서 활용되는 무기체계와 첨단 국방기술은 얼마 지나지 않아 민간 영역으로 스며들어 우리의 일상을 크게 바꿀 것이다. ‘국가과학기술 혁신의 통로’, 그 자체만으로 방위산업에 대한 국가적 투자와 전폭적인 지지는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전라북도는 지난 3월, ‘K-방산, 안보전략 및 산업화 포럼’을 개최하면서 방위산업 육성 의지를 대내외적으로 발표한 바 있다. 전북도는 타지자체와 협업함과 동시에, 새만금의 광대한 부지를 활용하여 신소재·신기술 R&D 허브 조성과 관련 기반 구축 등을 핵심 비전으로 내세웠다. 그리고 지난 7월, 조직개편을 통해 방위산업팀을 만들어 신중하게 산업 육성 정책을 준비하고 있다. 전라북도가 방위산업 육성을 발표한 것은 대한민국 첨단기술 혁신을 전북도가 주도하고, 도내 대학·연구기관·기업 등과 협업하여 주어진 역할을 수행하겠다는 의미이다. 물론 절대 쉬운 길은 아니다. 산업 육성의 성패는 전라북도의 태도에 달려 있다. 일관성과 진심 외에 비결은 없다. 산업기반이 취약하고 달리 내세울 만한 인프라가 없다는 현실에 굴해서는 안 된다. 당장을 모면하기 위해 단견으로 판단하거나 퇴로를 만들어가면서 적당히 해서는 할 수 없는 일이다. 지난 4년간 전북도 인구는 5만 명이 넘게 줄어들었다고 한다. 우리에게는 여유 부릴 시간이 없다. 내 고향 전라북도가 다시 활력을 얻기 위해서는 지금 남김없이 일해야 한다. 다행스럽게도 아직 전북도에는 훌륭한 리더십을 가진 지도자와 묵묵하게 일하는 공무원,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대학·연구기관과 역량 있는 기업들이 있다. 마지막 칼럼을 마치며 다음과 같이 말하고 싶다. “남김없이! 후퇴 없이! 후회 없이!” 억만장자 상속도 포기하고 예일대 학위도 뒤로하고 선교사의 길을 걸었던 윌리엄 보든이라는 청년의 수첩에 기록된 강렬한 문구이다. 말하자면,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 /강은호 국방과학연구소 정책자문위원∙전북대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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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2.27 17:04

전북의 저력을 보이자

하늘 밑 한반도 전북은 대한민국 땅이 아닌가? 버려도 괞찬타는 것인지! 정답이 무엇인지에 대해 윤석열 정부에 물어보고 싶은 심정이다. 윤 대통령의 발언은 남아일언 중천금이 아니라 천금보다 더하리라 할 것이다. 대통령이기 때문이다. 대통령 입후보 당시 전북을 찾을 때면 “전북을 역동적으로 발전시키겠다, 새만금은 한반도의 허브요, 아시아의 중추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성공적으로 발전시키겠다”는 등 의 약속을 한 것으로 안다. 그러나 3년 차에 접어드는 지금쯤은 과연 어떠한 상황에 이르렀는가 하는 점이다. 세계잼버리대회의 종국적 책임은 정부에 있음에도 전라북도에서 잘못해 행사가 망쳤다는 식으로 모든 책임을 전북에 떠넘기는 상태에 이르렀다. 그로 인한 책임을 물어 2024년도 새만금사업예산 78%를 삭감, 새만금사업을 하지마라는 정도의 버림을 주는 윤석열 정부로 밖에는 치부할 수밖에 없다. 특히 새만금사업의 기본적 3대 요체는 항만, 철도, 공항이다. 공항은 예타를 지나 2024년도에 착공하려는 계획으로 580억 원의 예산을 요청했다. 이에 정부는 정책 기조 변화를 들어 국회에 겨우 66억 원을 넘겼다. 전북도 당국자는 이 예산으로는 착공식도 못 한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전북도와 국회의원 등 정치권은 당초 새만금사업예산회복에 전력을 쏟고 있다. 새만금 예산삭감은 전북도민들의 폐부를 찌르는 국토 갈라치기를 하면서도 종합적으로 적정성 용역을 재검토하여 더욱 새로운 발전을 기하게 될것이라는 허울 좋은 의견만을 내놓고 있다. 아무리 그럴듯한 건설을 해도 공항이 없으면 알맹이 없는 새만금사업이다. 지난해 국토부가 발표한 새만금국제공항 기본계획에 따르면 2030년에 75만 6050명, 2055년은 102만6833명(국내선 52만7373명. 국제선 49만9460명)으로 추산했다. 이러한 수요추산은 항공교통의 전문적인 조사에 따른 것으로 봐야 한다. 현재 새만금에 대형 프로젝트들이 입주계약을 하는 것은 하늘길이 당연히 건설될 것으로 보고 세계적인 기업들이 입주를 하려는 것이다. 정부는 부산 가덕도보다도 새만금의 국제공항이 더 시급한 국책사업임을 똑똑히 알아야 한다. 새만금예산 5천억 원을 가덕도 신공항공사에 투입하는 것은 국토균형발전차원을 떠나 새만금사업은 질질 끌어도 괞찬타는 것인지 묻고 싶다. 그런가 하면 인구감소는 국가적인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따라서 전국의 어느지역을 따질만한 내용이 없는 실정이다. 중앙선관위 선거구획정위원회는 유독 야당 강세지역으로 분석되는 전북에 현 10석에서 9석으로 1석씩 줄이는 안을 내놓았다. 역시 전북은 사실상 멸시하는 작태가 아니라면 이러한 선거구획정안을 내놓을 수 없다 할 것이다. 물론, 중앙선관위 선거구획정은 어디까지나 안이기 때문에 확정되는 것은 아니지만 기본이 잘못됐다는 것이다. 전국의 다른 지역도 인구감소로 인한 의원 정수감소요인은 얼마든지 있는 데도 왜 전북만 1석을 감소하겠다는 안을 내놓은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새만금사업예산 78% 삭감에 이어 국회의원 1석을 줄이려는 의도가 어디에 있느냐는 문제를 제기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지금까지의 상황으로 미루어 볼 때 윤석열 정부가 갖는 전북에 대한 인식의 본질적 문제를 분석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아닌가 싶다. 전북 도지사를 포함한 국회의원은 물론, 지방 정치권 모두는 한 마음단결로 왜 이러는지에 대한 대 정부 건의와 함께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 여당의 수뇌부와의 면담을 통해 전북도민의 의연한 결의를 보여야 할 때라고 본다. 전북도민의 성향은 온순하고 절개에 찬 결의 정신이 빼어난 토양을 갖고있는 선비정신의 고장이다. 그러나 현실정치에서의 현 집권 여당의 행태는 전북의 경우 국토균형발전은 물론, 기존의 국가 대형정책사업도 과감히 무너뜨리려는 인식이 아닌가 싶어진다. 전북도민에게 대동단결을 호소해 본다. 이런 현실 앞에서 제22차 세계한인비지니스대회에서 강팀 인천을 물리치고 전북 전주시 유치는 김관영 지사를 포함한 관계자들에게 환호의 박수갈채를 보낸다. 이것이 전북의 저력이다. . /김철규 시인∙전 전북도의회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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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2.27 17:04

새만금 세밑 단상(斷想)

때에 따라 떠오르는 단편적 생각이나 그 생각을 적은 글을 좀 멋스럽게 표현해서 단상(斷想)이라고 한다. 추일단상, 세밑단상 하는 식이다. 2023 계묘년 토끼띠해가 서서히 저물고 있다. 2024년은 갑진년 용띠해인데 곧 동터오틀 태세다. 올 한해를 보내는 전북인들은 지역에서 생활하든, 타지에서 활동하든 ‘새만금’이라는 세 글자가 가장 강하게 각인돼 있을 것이다. 새만금 잼버리에서 시작해서 새만금 예산삭감, 새만금 기업유치 등등 평소 새만금에 별다른 관심이 없는 이들조차 일희하고 일비했던 나날이었다. 친구가 직장을 잃으면 불황이고, 내가 일자리를 잃으면 공황이라는 말처럼 사실 각 개인들에게는 자신의 소소한 일상 하나하나가 지역공동체의 일 보다 훨씬 더 강하고 중요할 것이다. 하지만 올해처럼 지역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전북인들이 스트레스를 받은 적은 일찌감치 없었다. ‘징게 맹갱 외에밋들’은 ‘김제 만경 너른 들’을 뜻하는 옛말이다. 사슴이 아름다운 뿔 때문에 소중한 목숨을 잃듯, 금만 평야는 그 풍요로움 때문에 봉건시대에 탐관오리에 시달렸고, 일제강점기에는 더욱 가혹한 수탈의 대상이 됐다. 김제 죽산면에 있는 하시모토 농장은 일제시대 죽산면 농토의 절반 이상을 소유했던 일제 지주 하시모토가 수백명의 소작인들을 관리하던 곳이다. 익산 춘포면 대장촌 일대 역시 대대로 구마모토의 영주 가문이었던 호소카와 모리히로 전 일본 총리의 친조부가 이 마을을 개척한 대농장 소유주였다. 일제때 일본에서 아무런 주소도 없이 '조선 대장촌'이라고만 적고 편지를 보내도 제대로 배달됐다는 믿지못할 이야기가 전해지는 것을 보면 대장촌 역시 얼마나 큰 농장이었는지를 가늠케한다. 예전 금만평야의 또다른 외연이 오늘날 새만금이라고 할 수 있다. 가난과 낙후를 해결해 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믿었던 새만금이 중앙정부로부터 외면받는 현실을 목도해야만 하는 도민들의 심정은 가히 헤아리기조차 어렵다. 새만금 세밑 단상은 그래서 더 우울하거나 처절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죽을 약 옆에 살 약도 있는 법. 어제 여의도 콘래드 서울에서는 현 정부 출범 이후 새만금 민간투자 10조원 달성을 축하하는 기념행사가 열렸다. 지금부터 꼭 10년 전 새만금개발청이 문을 연 이래 9년동안 1조 5천억원의 유치를 한 것과 비교하면 놀라운 성과임에 틀림없다. 일제가 패망한 뒤 광복 직후 국내 굴지의 기업인은 김연수 경성방직 회장과 박흥식 화신백화점 회장 정도였다. 6∙25 이후에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자본금 기준(1955년) 대한민국 재계 순위는 1위 삼양사, 2위 대한석탄공사, 3위 한국산업은행, 4위 락희화학공업사, 5위 금성방직 등이었다. 삼성그룹, 삼호그룹, 개풍그룹 등은 1950년대말에 이르러서야 재계 최상위권에 등극하게 된다. 며칠전 하림그룹이 국내 최대 컨테이너 선사 HMM(옛 현대상선)을 인수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일약 재계 순위 13위에 랭크될 전망이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새만금이 살아나면 전북에서 굴지의 기업이 활동하게 될 것이다. 새만금 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았던 도민들이 갑진년 청룡의 해에는 기쁨과 희망을 찾았으면 한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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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병기
  • 2023.12.27 15:10

늘어나는 폐교, 효율적 활용방안 찾아야

인구절벽 시대, 학령인구가 급격히 줄면서 문을 닫는 학교가 해마다 늘고 있다. 농어촌의 비중이 높은 전북지역은 다른 지역보다 상황이 더 심각하다. 실제 내년 초 폐교가 예정된 전북지역 학교는 모두 9곳으로 전국 17개 시·도 중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농어촌 공동체가 속속 무너지면서 앞으로도 학생이 없어 문을 닫는 폐교는 급속히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속속 발생하게 될 폐교 공간을 생각 없이 민간에 매각하거나 방치해서는 안 된다. 지역사회 활성화에 보탬을 줄 수 있는 효율적 활용방안을 찾아야 한다. 사실 전북교육청에서는 지금껏 수없이 생겨난 폐교 공간에 대해 매각이나 임대에 무게를 뒀다. 이로 인해 주변 경관이 좋은 폐교를 중심으로 상당수가 민간에 매각됐다. 하지만 팔리지 않은 곳은 세월이 흐르면서 점차 폐허로 변해가고 있는 실정이다. 또 매각 대신 자체 활용 계획을 세워놓은 폐교도 마땅한 활용방안을 찾지 못해 방치된 곳이 많다. 그러다 보니 잡목이 우거진 채 지역사회에 흉물로 남아 있는 폐교건물이 적지 않다. 1999년 제정된 ‘폐교재산의 활용촉진을 위한 특별법’은 시·도교육감이 지방자치단체의 의견을 들어 폐교재산의 활용계획을 수립하도록 하고 있다. 지역소멸 위기를 막고 농어촌 정주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교육청과 지방자치단체가 협력해서 폐교 건물의 효율적 활용방안을 적극적으로 찾아야 한다. 매각보다는 해당 지역의 여건을 감안해 교육청과 지방자치단체가 협력해 폐교를 지역사회 활력공간으로 재탄생시키는 방안이 최선이다. 학교의 소멸은 지역 공동체의 침체로 이어지는 만큼, 폐교가 학교를 대신해 지역사회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공간으로 재탄생한다면 더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교육청과 해당 지자체의 긴밀한 협업이 요구된다. 학교 통폐합으로 용도를 잃은 폐교 건물을 리모델링한 완주군의 지역경제순환센터와 완주 소셜굿즈혁신파크 등이 좋은 사례로 꼽힌다. 학교 통폐합 및 신설 대체 이전에 따른 교육부의 인센티브 교부금을 활용해 폐교 공간에 지역주민이 희망하는 교육·문화시설, 주민편의 시설 등을 조성해 학교를 대신할 수 있는 지역사회 거점 공간으로 조성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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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3.12.27 12:10

전라북도를 떠나는 청년들

전라북도의회는 최근 행정사무감사를 마쳤다. 행정사무감사는 의회 일정 중에서 가장 중요한 일정이자 핵심이었다.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전라북도의 정책에 대한 성과가 제대로 이행됐는지 점검하고 도민의 혈세가 헛되이 사용되는 일이 없도록 감시하는 기능에 충실하고자 노력했다. 도민을 대표하는 도의원으로서 행정사무감사를 하면서 전라북도 일자리정책에 대해 많은 아쉬움이 남았다. 2023년 3분기 전라북도 청년실업률은 8.3%로 전국 17개 시도 중 16위로 전국 평균인 5.2%를 훌쩍 넘었다. 심각한 청년실업률을 반영하듯 전라북도 일자리 성적은 참담한 수준이었다. 2022년 상용 일자리는 145,558명, 임시 일자리는 28,573명이었지만, 2023년에는 상용 일자리 138,276명, 임시 일자리는 78,830으로 상용 일자리는 줄고 임시 일자리는 대폭 증가하였다. 청년들은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하다 보니 더 나은 일자리를 찾기 위해 전라북도를 떠나고 있다. 특히 지역 경제의 근간인 청년층 이탈이 심각한 수준이다. 전라북도에 따르면 지난 2020년에는 10만 8천여 명이, 2021년엔 9만 9천여 명이, 2022년에는 9만여 명의 청년들이 전북을 떠났다. 청년들은 월급과 성과금 등 보상체계와 안정적인 일자리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며 금전적인 보상뿐 아니라 문화생활이나 여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인프라가 있는 곳으로 가고 있다. 요즘 세대의 청년은 많은 짐을 짊어지고 살고 있다. 코로나19로 바뀐 사회 시스템, 실업률, 고금리, 경기침체, 높은 물가 상승률, 소득 대비 높은 주택가격으로 스스로의 삶을 비관적으로 표현하는 속어들도 생겨났다. 처음에는 연애, 결혼, 출산 3가지를 포기한 삼포세대라고 부르더니 집과 경력을 포기한 오포세대, 여기에 취미와 인간관계를 포기한 칠포세대, 건강과 외모를 포기한 구포세대까지 생겨났다. 이러한 신조어는 청년들이 겪고 있는 삶을 말해주고 있다. 2022년 출산율은 0.78로 OECD 세계 최저 수준이지만, 청년들에게 왜 결혼을 하지 않냐고, 왜 아이를 낳지 않냐고 말하는 것은 이러한 상황을 모르고 하는 소리이다. 말도 안 되게 치솟는 집값으로 전세 대출 이자와 생활비만 내기 벅찬 상황에서 청년들은 자연스럽게 하나둘씩 늘어난 N포 세대가 될 수밖에 없는 사회가 되어 버렸다. 힘든 청년의 삶 속에서 앞으로 전라북도가 따뜻한 보금자리가 되어야 한다. 이제는 청년을 전라북도에 머물게 하고 다시금 돌아올 수 있는 현실적인 정책이 필요하다. 청년 정책은 단순히 한 분야에만 특정해서 지원하는 것보단 일자리, 주거, 교육, 문화 등 삶의 전 영역에서의 개선과 지원이 필요하다. 또한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청년 정책뿐 아니라 전라북도 상황에 맞는 청년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전북에 청년이 없으면 인구 고령화 가속과 지역 활력 감소뿐만 아니라 지역경제가 침체되고 기업도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청년들의 문제는 우리 사회 모두가 함께 풀어야 숙제이다.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청년이 떠나면 도시는 소멸하고 전북의 미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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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2.26 18:37

장수가야 고분군, 세계유산 확장 등재하자

장수가야 고분군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확장 등재하자는 주장이 잇달아 제기되고 있다. 지난 9월 가야 7개 고분군이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유네스코 제45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이후 나오고 있는 주장이다. 7개 고분군은 전북 남원의 유곡리·두락리를 비롯해 경남 김해, 함안, 합천, 고성, 창녕과 경북 고령 등이다. 여기에 안타깝게도 장수가야 고분군은 들어가지 못했다. 이유는 발굴조사가 늦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전북연구원은 유네스코 발표 직후, 장수가야 고분군의 확장 등재를 주장한 바 있다. 이번에는 22일 한국전통문화전당에서 열린 '호남문화콘텐츠연구원 출범식 및 가야고분군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기념식'에서 제기되었다. 이날 곽장근 군산대 교수는 ‘장수 가야고분군 현황과 확장 등재’라는 발제를 통해 “유네스코는 등재 당시 조사가 충분하지 않아 포함되지 않았지만 그 이후에라도 등재 유산의 완전성과 진정성을 충족시키면 확장등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면서 “장수가야 고분군은 탁월성과 완전성, 진정성, 보존 및 관리상태를 대부분 충족시킨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문화재청과 전북도, 장수군은 지혜를 모아 확장등재를 추진했으면 한다는 것이다. 가야고분군은 한반도 남부에서 연맹이라는 독특한 정치체계를 유지하면서 주변의 중앙집권적 고대국가와 병존했던 가야문명을 실증하는 독보적인 증거다. 동아시아 고대문명의 한 유형을 보여주는 중요한 유적으로 꼽힌다. 시기는 1∼6세기에 걸쳐 있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한반도에 가야관련 고분군은 780개 남짓 분포하고 이 고분군들이 들어선 무덤은 수십만기를 헤어린다고 한다. 이 가운데 남원 운봉고분군은 가야가 백두대간을 넘어 호남에도 존재했다는 사실을 알리는 중요한 물증이다. 그동안 가야 연구는 영남의 전유물이었다. 그러다 곽 교수 등의 피땀어린 발굴 노력으로 유물이 쏟아지면서 전북동부에도 가야의 실체가 드러난 것이다. 특히 장수에는 동촌리, 삼봉리, 삼고리 등에 240여기의 고총과 120여 개소의 가야봉화망, 200여개소의 제철유적들이 산재한다. 학계의 검증을 더 받아야 하겠지만 이들 유적은 남원 고분군 못지 않다. 전북도가 기업유치에 매진하는 것도 중요하나 보물같은 역사문화관광 자원의 활용에도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3.12.26 18:35

견훤, 이성계, 김일성

오래 전에 전주가 세 왕조를 탄생시킨 곳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당시 솔깃했으나 곧 잊어 버렸다. 그러다 최근 몇 년간 역사에 관심을 갖고 답사를 다니다보니 잊어버린 기억이 되살아났다. 전주와 전북이 역사에 있어 결코 만만한 곳이 아니라는 뜻에서 하는 말이다. 세 왕조는 견훤왕이 세운 후백제(당시 국호는 백제)와 태조 이성계가 세운 조선, 그리고 북한의 김일성을 일컫는다. 현재 진행형인 북한을 언급하는 것은 조심스럽긴 하지만 굳이 따지자면 그렇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들에게서 성공과 실패의 리더십을 배울 수 있다. 또 풍성한 역사문화콘텐츠로 활용할 수도 있다. 먼저 견훤왕부터 보자. 경북 문경출신인 견훤왕은 900년 전주에서 후백제를 건국했다. 전주는 936년까지 37년간 왕도(王都)였다. 견훤왕은 남원 실상사 편운화상 승탑(국보)에서 보여주듯 정개(正開)라는 연호를 사용했다. 당시 통일신라는 부정부패가 만연했고 농민반란이 여기저기서 일어났다. 이들 민초들과 더불어 나라를 바르게 열기 위해 둔전(屯田)과 관개시설 확충, 승려선발 과거제에 해당하는 선불장(選佛場)을 실시하는 등 혁신적인 제도를 도입했다. 또 오월, 후당, 거란, 왜 등과 다변화된 외교를 펼쳤다. 다음으로 태조 이성계는 1392년 조선을 건국해 500년을 잇도록 했다. 알다시피 전주는 그의 6대조 이전까지 대대로 살던 곳이다. 조선왕조의 탯자리인 셈이다. 따라서 그와 관련된 유물유적이 많이 남아 있다. 전주에는 태조 어진을 모신 경기전을 비롯해 조경묘, 조경단, 오목대, 이목대 등이 몰려 있다. 또 왜구를 물리쳐 조선 건국의 발판이 되었던 남원 황산대첩, 새 왕조 개창의 천명을 받은 임실 성수산 상이암, 금척을 받은 진안 마이산, 고추장 설화가 어린 순창 만일사 등도 꼽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북한 김일성은 1945년 해방이후 80년 가까이 3대째 북한을 지배하고 있다. 민주공화국의 시각에서 보면 어처구니없는 일이지만 현실은 현실이다. 전주 모악산에는 그의 시조인 김태서 묘가 자리한다. 김태서는 고려 때인 1254년 경주 일대가 왜군의 침입으로 폐허가 되자 일족을 이끌고 전주군에 정착해 전주김씨의 시조가 된 인물이다. 김일성은 그의 32대 후손이다. 후세의 역사가들은 이를 어찌 볼지 모르겠으나 남북국시대로 부를 수도 있다. 어쨌든 한 지역이 왕도이고 왕조의 뿌리인 곳은 전주밖에 없다. 그런데 최근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후백제의 경우 그동안 철저히 외면하던 광주시가 자난 1일 ‘후백제 왕도 재조명’ 학술대회를 가졌다. 여기서 주목되는 것은 광주가 후백제의 첫수도(始都)라고 주장한 점이다. 고무적인 일이다. 광주뿐 아니라 견훤왕의 초기 활동지인 여수 순천 광양 나주 등도 함께 조명했으면 한다. 그런데 문제는 정작 37년간 왕도였던 전주시는 이에 대한 중요성을 간과하고 있어 답답하다. 또 지난 7일에는 ‘태조 이성계, 전북역사문화자산 어떻게 꽃피울 것인가’에 대한 토론회가 열렸다. 전북에 널려있는 이성계 관련 유산을 활용하자는 취지이다. 진작 나섰어야 할 일이다. 여기서 유념할 게 있다. 조선왕조의 중심은 서울이라는 점이다. 비록 이성계의 관향(貫鄕)이 전주지만 거의 대부분의 유물유적이 서울에 집중돼 있다. 흔히 왕조의 성립을 애기할 때 왕도와 왕릉을 본다. 고대국가에선 왕찰까지 있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후백제에 대한 관심을 한번 더 상기하고자 한다. 전북이 비록 산업발전에는 뒤졌으나 뛰어난 역사문화자원을 활용하면 수천억 원짜리 기업 유치보다 낫기 때문이다.

  • 오피니언
  • 조상진
  • 2023.12.26 18:34

한지발과 명장 유배근

한지발은 한지를 만들 때 쓰이는 도구다. 한지가 세계에서도 우수한 종이로 평가받는 바탕에는 이 한지발이 있다. 한지발은 한지를 뜰 때 쓰는 대나무로 만든 발이다. 못을 쓰지 않고 만든 발틀 위에 올려놓고 물질을 하여 종이를 뜬다. 좋은 한지는 우선 재료가 좋아야 하지만 한지를 뜨는 과정에서 이 한지발의 면이 고와야 매끄러운 종이를 얻을 수 있다. 질 좋은 한지를 만들기 위해 꼭 필요한 도구인 셈인데, 안타깝게도 그 쓰임이 얼마나 중요한지, 제작 과정이 어떤지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지난 2005년 국가무형문화재 종목이 된 한지장과는 달리 한지발장은 종목도 만들어지지 않았다. 한지발을 만드는 과정은 까다롭다. 재료의 특성을 잘 알고 단계마다 그에 맞는 도구를 잘 다루면서 숙련된 기술이 더해져야 원하는 한지발을 만들 수 있다. 그만큼 만드는 사람의 지혜와 슬기, 끈기가 있어야만 가능한 고단하고 힘든 일이다. 그래서인지 한지발을 만드는 사람은 예전부터 많지 않았다. 그조차도 점점 줄어들어 한지발을 만드는 사람은 전국에서도 단 한 명. 전주에서 활동했던 도 문화재 기능보유자 유배근 명장이 유일했다. 한지발 없이는 한지를 뜰 수 없고 제대로 된 한지발은 유배근 명장이 없이는 만들 수 없으니 그의 존재 자체가 한지의 맥을 잇는 상징이었던 셈이다. 1940년 일제강점기에 태어난 유배근 명장은 어린 시절, 가업이 된 한지와 한지발 만드는 일을 익혔다. 한지발은 그의 어머니가 먹고살기 위해 배웠던 기술이다. 그가 살던 동네에서 한지발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은 그의 어머니뿐이었다. 그는 어머니로부터 한지발 기술을 이어받았다. 결혼 후에는 아내와 함께 한지 공장을 운영하면서 한지발 제작을 이어갔다. 한지가 잘 팔리던 시절에는 자연히 한지발 수요도 늘었다. 덕분에 80년대 초반에 문을 연 한지 공장은 직원이 30명이나 될 정도로 성업을 누렸다. 그가 직접 만든 한지발로 떠낸 질 좋은 한지가 유배지란 이름으로 팔려나가면서 이름을 알리기도 했다. 그가 한지발 제작에만 매달린 것은 한지 폐수 문제가 불거지면서다. 그 뒤 온전히 전통 한지발 제작에만 일상을 바쳐온 그는 한지발을 만드는데 필요한 도구들마저 중단될 정도로 환경이 어려워진 환경에서도 직접 도구를 만들어 그 길을 지켜왔다. 그는 2005년 도 무형문화재 기능보유자로 지정됐다. 50년 가깝게 한지발을 만들어온 그의 시간이 비로소 빛을 얻게 된 지 열 여덟 해. 갑작스러운 부음이다. 유배근 명장이 23일 세상을 떠났다. 섬세하고 미려한 한지발이 그의 이름으로 남은 자리, 이제 길을 함께 걸어온 아내와 아들이 이어갈 것이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 / 김은정 선임기자

  • 오피니언
  • 김은정
  • 2023.12.26 17:54

군산형 일자리 실패 반면교사 삼아야

각종 정책 결정은 항상 성공과 실패 가능성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결정 당시에는 생각지도 않았던 상황이 발생해 뜻하지 않은 실패를 경험하는 경우도 수없이 많다. 뭔가를 해보려고 하다가 실패했다고 해서 그 정책 자체가 잘못됐다고 할 수 없고 특히 의사결정을 한 사람을 무조건 비판만 할 수도 없다. 하지만 누가 보기에도 정책의 합리성이 결여돼 있다면 이에대한 절차와 과정을 철저히 복기해서 다시는 유사한 잘못이 되풀이 되지 않게 해야만 한다. 대표적인게 군산형 일자리다. 전북을 포함해 전국 6개 자치단체가 상생형 일자리 사업을 추진했는데 군산은 대표적인 실패 사례다. 어려운 경제난을 해결하기 위해 고육지책으로 도입한 정책이 결과적으로는 지역경제를 더 어렵게 만들었다. 차량 생산도 중국에서 생산한 모델을 조립하는 저급한 단계에 머물렀다. 대량 조립 생산라인도 갖춰지지 않았음은 물론이다. 군산형 일자리 연구개발지원이 2600억 원 규모이고 참여기업도 연간 수십억 원씩 지원을 받는데도 사업 계획과 실적 사이엔 엄청난 괴리가 발생했다. 물론 그럴만한 이유는 차고 넘친다. 가뜩이나 글로벌 경기 악화로 인해 명신의 위탁생산 지연, 에디스모터스의 법정관리 등으로 당초 계획은 종이쪽지에 불과했다. 얼마전 전북·군산형 일자리 핵심 기업 (주)명신이 정부와 전북도‧군산시가 지원한 투자유치촉진지원금을 반납했다. (주)명신은 군산공장 확장을 위한 집중 투자 때문이라는 이유를 댔는데 결과적으로 군산형일자리에 악영향을 미칠 것은 불을보듯 뻔하다. 2019년 (주)명신은 한국GM 군산공장을 인수, 2021년 전북·군산형일자리에 참여해 1호 전기차 다니고 밴을 출시하면서 도내 자동차산업을 재도약시킬 것으로 기대를 모았고, 전북도와 군산시는 총 125억 원(국·도·시비)의 지투보조금을 지원키로 했다. 도내 경제계에서는 ㈜명신이 상대적으로 소규모인 사업계획(지투보조금 사업)을 이행하지 못했는데, 3배 이상 투자가 요구되는 전북·군산형 일자리 사업 이행이 가능하겠느냐고 묻고있다. 아산공장을 축소하고 군산공장에 집중투자 한다는 계획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지난 10월말 기준 투자 금액은 2539억 원(토지매입비 포함), 고용인원은 300여 명에 불과한데 이것마저 아산공장 전환자가 포함된 수치다. 이젠 전북·군산형일자리 사업 전반에 대해 철저히 점검하고 만시지탄의 감이 있지만 현 상황에서 최선책을 찾아야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3.12.26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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