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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화폐 국비 삭감, 커뮤니티 화폐 창조를 통한 지역 연대‧애정‧활력의 가치 부정

지금도 세계적으로 인기가 높고, 여전히 경제학자와 정책 입안자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영국의 경제학자 케인스는 <고용, 이자, 화폐의 일반이론>(1936)의 말미에서 실비오 게젤(Silvio Gessel)에 더 많은 지면을 할애하지 못해 안타까워한다. “앞으로 우리는 마르크스 보다는 게젤의 정신에서 다 많은 것을 배울 것이라 믿는다 … 그의 스탬프를 붙인 화폐(stamped money)는 어빙 피셔교수로부터도 호의적인 승인을 받았다.” 흥미롭게도 실비오 게젤은 화폐에 유통기한을 정해서 돈을 오래 갖고 있을수록 손해보고 시간과 함께 가치가 사라지는 노화하는 돈(aging money)을 발명했다. 과연 그런 돈이 있을까 싶지만 실제로 통용되었다. 1929년 세계대공황으로 부채가 많고 실업자가 넘쳐나던 오스트리아 뵈르글 도시에서 노화하는 화폐시스템이 도입되었다. 돈은 매월 1%씩 가치가 감소한다. 뵈르글 시민들은 매월 1%분의 스탬프를 사서 노화하는 돈에 붙여야만 화폐가치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었다. 노화하는 돈을 은행에 저축하면 손해만 보다가 휴지조각이 될 터였다. 즉각 소비하는 것이 이득이었다. 이자도 없기 때문에 누구든 돈을 쉽게 빌려서 일을 시작할 수 있었다. 실물경제가 힘차게 돌았다. 노화하는 돈을 시행하고 2년 후 뵈르글에는 공공부채와 실업자가 사라졌지만 오스트리아 국가가 개입해서 중단시키고 말았다. 노화하는 돈의 정신은 보편적 화폐 용도에 제한을 가하는 특수목적 화폐를 통해 발전해왔다. 화폐에 로컬리티를 부여하고 인간화하는 작업은 디지털 시대에 더욱 손쉬워졌다. 간단히는 코로나 19 사태의 재난지원금이나 지역화폐가 대표적이다. 재난화폐는 국내(달러와 교환 불가능)를 벗어나지 못하고 대형마트와 온라인 쇼핑 몰 사용이 제한되었다. 은행 저축이 불가능하여 이자도 기대할 수 없었다. 지갑에 넣어두기만 해도 안 되었다. 일정 시간이 지나서도 돈을 쓰지 않으면 자동으로 기부되어 카드에 충전된 돈은 사라져버렸다. 지자체별로도 다양한 지역화폐가 소비를 촉진하고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 넣었다. 케인스가 실비오 게젤의 정신에서 더 많은 것을 배울 것이라 말했던 역사적 내용이기도 하다. 지역화폐는 부가 밖으로 유출되지 않고 순환하여 지역의 생산과 소비를 촉진하고 살찌우는 휴먼 로컬 화폐로서 지속적으로 발전해왔다. 취약계층이나 특정대상에게 지급되는 바우처를 비롯해 지역사랑 상품권이나 교통카드 지원도 모두가 화폐를 인간화하고 지역을 풍요롭게 만들기 위한 로컬 화폐시스템이다. 작년도 전북의 경우 내 지갑에 있는 전주사랑 상품권(돼지카드)을 포함한 지역화폐 사용액은 1조 7231억 원으로 전국에서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지금 지역화폐가 멈칫하게 되었다. 윤석열 정권이 내년도 지역화폐 국비지원 예산을 한 푼도 남기지 않고 전액 삭감하였다. 문제는 더 큰데 있다. 몰인격화된 시장 화폐를 시장 밖의 따뜻한 커뮤니티에 ‘배태시키고 묻어서(embed)’ 연대, 애정, 활력을 불러일으킨다고 하는 지역운동의 고유한 가치와 역동성이 국가에 의해 부정당하는 것이다. 거장 케인스의 고전에 기대서 보니 공부와 성찰이 부족한 경제 관료들의 무지 또한 끔찍하다. 지역화폐 덕분에 그나마 사람들이 오가던 따뜻한 골목 동네가게에 찬바람이 분다. / 원용찬 전북대학교 경제학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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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0.30 15:22

신흥계곡에서 만난 ‘오래된 미래’

추색 깊은 천변을 같이 걷던 J가 고개를 돌려 계곡물 속에서 피라미들만 수군거리는 모습을 보고 한마디 한다. “스무 가지도 넘는 물고기가 살았던 곳인데…” 말없이 나는 한 소녀를 떠올리며 걷는다. 사라진 물고기에 마음을 두고 그리워하는 J는 어스름한 저녁 양파망에 반딧불이를 잡아넣고 입구를 단단히 쥐고 여름의 계곡을 내 달리던 소녀였다. 움직일 때마다 빛을 발하는 다발을 손에 쥐고 이 별과 저 별 사이의 공간을 빛으로 연결하며 어둠 속을 향해 질주하는 유쾌한 소녀였다. 세속의 피로를 반짝이는 양파망과 함께 통과하는 짧은 그 순간 이 작은 물질감이 부리는 행복을 온몸으로 누렸을 신흥계곡 거주민(소녀)의 여름은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분명 거기 그 장소에 있었는데, 사라져버린 원본은 J의 기억을 넘어 전설이 되어 신흥계곡 위로 흘러 다닌다. J는 절대로 원치 않겠지만, 반짝이는 양파망을 들고 달리던 마지막 인간인 것 같다. 신흥계곡 거주민으로 사는 ‘지금’은 과거로부터 연속적인 시간의 흐름을 타고 이곳에 도래해 있는 것이고, 다시 지금의 이 시간은 축적되어 미래로 향할 것이다. 지줄거리며 흘러내리는 계곡물은 싸늘했고, 햇볕에 달궈진 바위는 따뜻하여 아이들은 항상 그곳에서 놀며 가차 없이 다음 세대의 아이들에게 자리를 내주었다. 이처럼 아이들이 자라는 자연과 환경 역시 과거로부터 지금까지 그리고 미래로 향해 나갈 것이다. 그런데, 그 오래된 미래가 여기, 신흥계곡에서 가능할까. 지금의 계곡을 언제까지 계곡이라 부르는 게 가능할까. 이제 계곡은 수초와 해캄으로 뒤덮여 흐르는 물이 보이지 않을 지경에 이르다 못해 군데군데 마치 동산처럼 보이기도 한다. 사라져 버린 것들을 그리워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상이 되었다. 세속이 농담처럼 느껴진다. 세속의 농담 속에서 황폐해지고 그 전망조차 불투명해진(원시에 가까운 가장 아름다운 신흥계곡의 한 구간에 도로를 내겠다고 덤벼 망가트리는 행위를 보고 ‘인간이라는 실수’를 목격하기도 했다.) 신흥계곡은 결국 돌이킬 수 없는 계곡이 되는 것이 아닐까. 결국 지는 싸움이라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은 아닐까. 온갖 무력감에 지쳐갈 무렵 신흥계곡에 가야 시대의 제철지가 발견되었다. 이 지역을 기록하는 눈 밝은 황재남 사진가가 가던 길을 놓쳐 잘못 든 길에서 잠시 쉬다 제철 슬러지 더미를 발견했던 것. 가야문화와 제철지에 대한 이해가 있던 사진가는 이를 가야문화연구소 곽장근 교수에게 보이고 마침내 몇몇이 답사를 하게 되었다. “이렇게 건강한 곳(제철지)은 없다. 완주의 복이다. 마치 유적공원을 조성한 것 같다.” 역사적 상상력을 가지고 종횡무진 가야의 제철지에 대한 설명을 마친 곽교수의 결론이었다, 그러면서 물길이 제철지와 가까워 내년을 기약할 수 없을 것 같으니 앞으로가 걱정이라는 당부를 잊지 않았다. 그런데, 어떻게 그 오랜 시간 숨어 있다가 하필 이 불완전한 시기에 나타난 것일까. 이제는 버틸 수 없는 기미를 알아채고 지금 우리에게 나타난 것이 아닐까. 천년을 숨어 있던 가야의 제철지 앞에서 대책 없는 감격을 느끼면서도 두려웠다. 발견으로 나타난 역사적 특정 시간과 장소에서 우리가 슬금한 지혜를 제대로 부리지 못한다면 어찌 되는 걸까. 그래서 세속의 농담 속에서 무너지지 않기를 고집하며 걷는다. “깨어 있는 눈빛과 따뜻한 발목 살아 있음이란 그런 것이었나”(권경인) /이선애 농부∙완주자연지킴이연대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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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0.30 15:22

전북 교육협력사업 차질 있어선 안된다

지난해 민선 8기 출범 이후 전북도와 도교육청간 크고작은 협력 사업이 원활하게 진행되면서 모처럼 교육 활성화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10년 넘게 전북도와 교육청은 상생 협치는 커녕 오히려 충돌하는 모습만 보여왔던 전례와 비교해보면 정말 고무적인 일임에 틀림이 없다. 그런데 역대 최대 규모의 세수 결손 여파로 인해 학교 급식 등 전북도 및 14개 시군과 전북교육청이 함께 실시해 온 교육협력사업에 당장 적신호가 켜졌다. 지방정부나 지방교육청이 잘못한 것은 아니지만, 자칫 일선 교육현장에 향후 부정적 파급효과가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제한된 상황속에서나마 최선의 해법찾기에 나서야 한다.전북도는 최근 형평성·중복성 우려사업 교육청 추진, 격차없는 영유아(유치원·어린이집) 지원, 학교 급식 지원사업 급식비 분담률 조정, 친환경농산물 학교 급식 유기농쌀 공급대상 확대를 이유로 협력사업에 대한 예산 분담 비율을 조정하자는 의견을 도교육청에 공식 전달했다. 예를들면, 예체능 전북의 별 육성(6억1100만원)과 기숙형고교 급식비 지원(8억 2100만원)을 내년부터는 전북교육청이 100%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체능 전북의 별 육성사업은 도내 초·중학교 40여 곳에 강사비 및 운영비를, 기숙형 고교 급식비 지원은 기숙형 고교 12곳에 아침·저녁 식비를 지원해왔다. 오랫동안 쟁점이 됐던 학교 무상급식은 기존 분담비율 5(지자체)대5(교육청)에서 4대6으로 조정하고 친환경급식은 기존 6.8대3.2에서 5대5로 변경해줄것을 요청했다. 사립유치원 유아 무상교육비 지원금액은 전년수준인 동결을 요구했는데 두 기관간 합의가 이뤄지면 어린이집은 원생 1인당 월 11만원, 사립유치원은 13만5000원이 지원될 전망이다. 세수가 확 줄어든 전북도로서는 고육지책이기는 하지만 전북교육청 역시 받아야 할 교부금 역시 큰 폭으로 감소했기에 애로가 많다. 전북교육청은 올해 중앙정부에서 받는 보통교부금이 당초 계획보다 무려 5824억원(14.4%)이나 감소할 예정이며 내년도 교부금도 5628억원 가량 줄어들 전망이다. 핵심은 두 기관이 고통분담이라는 큰 틀에서 운용하는게 기본원칙이라는 점이다. 다만 어떤 경우라도 곳간이 비어있음으로 인해 전북도와 교육청이 갈등을 빚어선 안된다. 어려울때일수록 힘을 모아야만 둘 다 살아남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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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3.10.30 15:11

불균형의 시대, ‘20명 교실’ 가능할까

너무 많아서 문제고, 또 너무 적어서 걱정이다. 지역별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는 초‧중‧고교의 학생 수 얘기다. 농어촌과 원도심 학교는 폐교를 걱정하고, 반대로 아파트가 밀집한 신도심은 학생 수가 너무 많아 골머리를 앓는다. 우리 사회 각 분야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 불균형 현상은 학교에서도 심각하다. 20명. 코로나19를 겪으면서 교원단체와 정치권에서 적정 수준의 학급당 학생 수로 제시한 인원이다. 공교육의 질을 높이고 교육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학급당 학생 수를 20명 이하로 낮춰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수년 사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이 잇따라 발의됐다. 하지만 20명이라는 구체적 숫자를 법령에 명시하지는 못했다. 이런 가운데 세종과 서울‧ 울산‧ 강원‧ 광주교육청 등이 ‘초등 1학년부터 단계적으로 학급당 학생 수를 20명 이하로 편성하겠다’는 방침을 속속 밝혀 눈길을 모은다. 전북교육청에서도 ‘2023학년도 학급편성 기준’을 정하면서 초등 1학년에 한해 학급당 학생 수 기준을 20명으로 낮췄다. 다만 택지개발지구 등 교실이 부족한 지역은 예외로 했다. 신도심의 과대‧과밀 학교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서다. 전주 에코시티의 모 초등학교는 운동장에 임시 모듈러 교실을 설치할 정도로 과밀 현상이 심각하다. 현행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은 교육감이 학년도별로 관할 학교의 학생 배치계획을 수립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시‧도별로 학급당 학생 수를 달리 정하고 있고, 같은 시‧도 내에서도 농어촌과 도시, 그리고 원도심과 신도심 학교의 기준이 각각 다르다. 전주의 경우 올해 학생 배치 기준으로 정한 초등학교의 학급당 학생 수는 일반 학교 27명, 택지개발지구 28명, 원도심 학교 26명이다. 최대한 현실 여건에 맞춘 것으로 풀이된다. 전주지역 75개 초등학교 중 9곳이 전교생 100명 이하의 작은학교다. 반면 7곳은 1000명이 넘는 과대‧과밀 학교로 나타났다. 이들 신도심 과밀학교에서 ‘20명 교실’은 상상조차 어렵다. 학급당 학생 수 감축을 위해서는 학급 수를 늘리거나 학교를 새로 건립해야 하고, 늘어나는 학급 수만큼의 교사 증원도 필수다. 그런데 교육부에서는 학령인구 감소를 이유로 학교 신설을 억제하고, 교사 정원마저 감축하면서 엇박자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과대·과밀 학교의 학생을 인근 원도심과 농어촌 작은 학교로 분산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버스로 30~40분 거리 내의 작은 학교로 통학 수 있도록 공동통학구를 확대하고, 차량을 지원해주는 방식이다. 하지만 자녀 교육 문제에서는 극도로 예민해지는 학부모들에게 동의를 얻어내는 일은 기대하기 힘들다. 지역 간 인구 불균형, 그리고 신도심과 원도심으로 나뉘는 도시 내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이 앞서야 한다. 또 학교 간 불균형 문제를 풀어낼 새로운 방식의 해법도 찾아야 할 것이다. / 김종표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종표
  • 2023.10.30 14:47

고교 합격자 번복 사태, 재발방지 근본 대책을

전북지역 모 공립 직업계 고교가 2024학년도 신입생 선발 과정에서 합격자를 번복하는 소동을 일으켜 논란이다. 이 학교는 최근 1차 합격자 명단을 발표한 후 이틀 만에 13명에 대한 합격을 취소하고, 재공지를 통해 다른 13명에게 합격을 통보했다. 수험생 26명의 당락이 뒤바뀐 것이다. 최종 선발인원의 120%를 뽑는 1차 합격자 수가 133명이니 당락이 뒤바뀐 수험생 수가 적지 않다. 전북지역 고교의 신입생 선발과정에서 이미 발표한 합격자를 번복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담당자가 실수로 신입생 선발기준을 잘못 적용해서 발생한 오류라는 게 학교 측의 설명이다.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 발생했다. 단순한 실수로 넘어갈 일이 아니다. 해당 학교 측의 단순 실수라기엔 당락이 뒤바뀐 10대 학생들에게 가해진 충격파가 너무 크다. 사춘기 수험생들에게는 자신의 미래가 달려있는 중차대한 일이다. 합격자 발표에 신경을 곤두세웠을 것이고, 학교 측 잘못으로 명단에 포함되지 않은 10여 명의 학생들은 말 못할 절망에 빠져 고통의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또 한 순간에 합격자에서 불합격자로 180도 처지가 바뀐 수험생들이 감내해야 할 아픔도 클 것이다. 생각지도 못한 이 시기의 아픔과 좌절이 사춘기 청소년의 마음에 어떤 상처를 남길지는 당사자들만이 알 뿐이다. 학교와 교육청 등 공교육 기관이 지역사회로부터의 신뢰를 스스로 떨어뜨렸다는 점도 큰 문제다. 가장 신경써야 할 신입생 선발 과정에서부터 학교와 교육청이 학생·학부모들에게 믿음을 주지 못한다면 교사에 대한 불신, 나아가 공교육 불신 풍조는 더 확산될 수밖에 없다. 전북교육청에서 철저한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번 사태의 원인을 학교 담당자의 실수로 한정 짓고, 안일하게 대응해서는 안 된다. 애당초 담당자의 실수가 생길 수 없는 시스템 마련 등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합격자 발표 전 이중삼중의 검증을 의무화하는 장치를 마련해 다시는 이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학교 담당자들의 업무부담이 따르겠지만 어처구니없는 일로 사춘기 청소년들이 충격을 받는 일이 생겨서는 안 된다. 교육행정의 중심은 학생이어야 한다. 학생이 우선이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3.10.29 19:02

정체성·재원 모호한 ‘전주 왕의궁원 프로젝트’

전주시가 ‘왕의 궁원 프로젝트 전문가 릴레이 포럼’을 잇달아 열고 있다. 우범기 시장의 대표 공약 중 하나인 ‘왕의 궁원 프로젝트’를 구체화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 프로젝트는 후백제부터 조선왕조에 이르는 전주만의 역사문화 유산을 활용해 미래 관광자원으로 육성하기 위한 사업이라고 한다. 발상은 충분히 이해할만하다. 전주는 후백제의 왕도며 조선 왕조의 탯자리이기 때문이다. 1100년 전, 이 땅에서 견훤왕은 도탄에 빠진 백성을 구하기 위해 ‘백성과 더불어 바른 세상을 연다(與民正開)’는 구호를 내세워 후백제를 세웠다. 그리고 37년 동안 전주를 왕도로 기세 좋게 뻗어 나가다 갑자기 멸망했다. 후백제의 유물과 유적들은 호남을 비롯해 영남, 충청 등 123개소에 산재해 있다. 전주에는 동고산성, 남고산성 등 34곳에 이른다. 이후 전주는 고려 470년 동안 짓눌려 있다 조선이 개국하면서 역사의 전면에 등장했다. 지금 전주에는 경기전을 비롯해 오목대, 이목대, 전라감영, 풍패지관, 풍남문 등 조선시대 유물이 남아있다. 이를 보존 발굴하고 하나로 꿰어 활용하는 것은 반드시 해야 할 일이다. 다행히 최근에는 「역사문화권정비 등에 관한 특별법」에 포함돼 국가의 지원을 받게 되었다. 그런데 문제는 왕의 궁원 프로젝트가 모호하다는 점이다. 첫째는 정체성이 모호하다. 우선 이름부터가 그렇다. 궁원(宮苑)은 '궁중의 정원'으로 전주에는 궁원이 없다. 있다면 후백제 궁원을 말할텐데 재개발로 손을 놓고 있다. 후백제 왕궁에 대해서는 학계에서 여러 설이 있으나 노송동 문화촌과 인봉리 일대가 비정된다. 그런데 프로젝트에는 왕의 궁을 구도심, 왕의 정원을 아중호수와 승암산, 왕의 숲을 덕진공원·건지산· 동물원 등으로 보고 있다. 나아가 케이블카 사업 등 전주의 관광자원을 뭉뚱그려 넣어 놓고 이름만 왕의 궁원 프로젝트로 붙여 놓았다. 둘째는 재원이 모호하다. 이 프로젝트는 앞으로 20년 동안 1조5000억원을 들여 조성하겠다고 발표했다. 장기계획을 세우는 것은 좋으나 재원 대책이 없고 막연하다. 또한 국립후백제역사문화센터 건립 등 가시적인 성과에만 급급한 느낌이다. 그것도 용역예산 2억원이 삭감되어 버렸다. 지금은 경주·부여·공주·익산 등이 포함된 고도(古都) 지정에 힘을 쏟는 게 급선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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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3.10.29 19:01

새만금 예산 삭감과 물갈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도민들의 민주당 지지도가 더 견고해졌다. 새만금 관련 국가예산이 대폭 삭감되자 정부와 국민의 힘을 비난하는 반발여론이 거세졌기 때문이다. 상당수 도민들은 전북 정치권이 무능해서 이를 막아내지 못했다면서 내년 총선 때 대거 물갈이를 시켜야 한다는 여론이 대세를 이룬다. 도민들은 그간 각종 선거 때마다 민주당을 일방적으로 지지해왔기 때문에 이번 예산 삭감문제는 민주당이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는 것. 하지만 국감기간 새만금 관련예산 삭감문제가 여야간 정쟁대상으로만 부각되었지 아직껏 뚜렷한 해결방안이 마련되지 않아 비대위원들의 속만 새까맣게 타들어간다. 도민들은 1차적으로 정부 여당에 불만을 강하게 표출하면서도 민주당 도내 의원들의 정치력이 약해서 이 같은 일이 발생했다면서 노골적으로 현역들에 대한 불만을 표시한다. 특히 도민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국회의원이 된 사람들이 맡은 당직을 보면 한심할 정도라면서 이런 사람들을 믿고 전북발전을 맡길 수가 있겠느냐고 성토하는 분위기다. 모두가 공천 때문에 당 대표한테 쓴소리 한번 제대로 한 사람이 없다면서 이런 무능한 사람들이 한번 더 한다고해서 지역이 나아질 게 없다고 비판한다. 최소 재선 의원이 되면 최고위원 정도는 출마해서 전북 몫을 챙겨 올 줄 알아야 하지만 보신 하기에 급급하다 보니까 하위당직에 머물러 있다. 원내대표나 최고위원 정책위의장 사무총장 수석대변인 정도가 되어야 당내에서 일정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데 전북 의원들은 이 같은 직책을 맡지 못해 정치적 비중이 갈수록 약해졌다. 이재명 대표 영장 기각 이후 친명계의 보폭이 더 커지는 상황에서 전북 의원들의 입지가 작아졌다. 설사 친명계로 분류가 되어도 당 대표와의 친소관계가 멀어 말발이 제대로 서질 않고 있다. 예전 DJ대통령 시절만해도 초재선 의원들이 용기있게 나서 쓴소리를 했지만 지금은 공천 때 불이익을 볼까 봐 모기소리도 못내고 있다. 전두환 군부독재정권하에서도 국회의원이 애국지사 같은 강단과 정치력을 보여줬는데 지금은 샐러리맨화가 되어서인지 용기있는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다고 개탄한다. 아무튼 도민들은 민주당이 윤석열 대통령과 담판을 지어서라도 삭감된 새만금관련예산을 전액 살려내야 한다면서 그 정도가 아니면 국회의원직을 모두 사퇴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다음달 7일 도민들이 대거 상경해서 출향인과 손잡고 예산부활투쟁에 나설 계획이지만 민주당 의원들이 그 이전이라도 정치력을 발휘해서 예산을 살려내야 한다는 것. 지금은 국회의원들 보다도 지방의원들이 삭발투쟁에 나서는 등 더 적극적으로 대응한다. 야당 국회의원들이 국감 때 가장 힘을 받을 수 있는데 그런 기회도 제대로 살리지 못해 도민들만 답답해 한다. 내년 1월18일 특별자치도 출범을 앞둔 시점에 이런 일이 터져 안타깝지만 이번 일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고 다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 이번 일을 계기로 총선 때 역량있는 인물을 발굴해서 중앙정치무대에서 전북의 존재감을 과시하도록 밀어줘야 한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 오피니언
  • 백성일
  • 2023.10.29 19:01

승수효과와 전북자치금융

고물가·고금리·불경기의 3중고로 소상공인들이 아우성이다. 영업은 부진한 데 물가는 높고 임대료는 꼬박꼬박 내야 하니 한숨이 절로 난다. 자영업자 연체율은 0.45%로 2021년 0.16%에 비해 2.8배나 높아졌고 지역신용보증재단의 대위변제율도 1.01%에서 3.59%로 3.5배나 증가했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자금부족으로 발을 동동 구를 수 밖에 없는 현실이다. 최근 정부의 긴축재정으로 민생예산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지원을 위한 예산축소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법인세 및 부동산세율 조정과 경기침체로 세수가 줄어드니 정부도 도리가 없는 듯하다. 영국의 경제학자 리처드 칸(Richard Kahn)과 케인즈(Keynes) 등은 대공황이 진행되던 1930년대 승수효과(multiplier effect) 이론을 정립했다. 승수효과는 정부가 지출을 늘릴 경우 국민소득이 몇배수로 늘어나는 것을 말한다. 예컨대 승수가 5일 경우 100원을 투입하면 사회전체로는 500원의 소득효과가 나타나므로 정부의 적자는 -100원이지만 사회전체로는 +400원이 된다. 아무리 어려워도 살길은 있다. 지난 8월 7일 전주시 소상공인들에게 단비가 내렸다. 희망더드림 특례보증이 그것이다. 새벽 5시부터 전북신용보증재단 완산지점과 덕진지점은 고객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전주시가 36억원 전북은행이 44억원을 출연하고 이를 재원으로 전북신보가 12.5배의 승수효과를 발동하여 1,000억원의 희망더드림 특례보증을 개시하였기 때문이다. 전주시의 희망더드림 특례보증 모델이 다른 시군(市郡)으로 들불처럼 확산되고 있다. 14개 시군에 의견조회한 결과 반응이 매우 뜨겁다. 진안군의 경우 예산이 적음에도 郡에서 5억원, 전북은행 2.5억원 농협은행 2.5억원으로 총 10억원을 만들고 전북신보에서 12.5배의 승수효과를 발동하여 11월부터 125억원을 지원키로 합의했다. 그렇다면 매칭출연 특례보증은 지자체·은행·소상공인에게 얼마나 도움이 되는가? A지자체가 50억원, B은행이 50억원을 출연하고 전북신보가 1년 거치 4년 분할상환조건으로 승수효과 12.5배를 발동하여 1,250억원의 특례보증을 지원한다고 가정하자. 첫째, 은행은 손해볼 일이 전혀 없다. 시뮬레이션 결과 B은행의 5년간 예대마진은 106억원이 발생되어 출연금 50억원을 공제해도 56억원의 순수익이 창출된다. 연간수익률로 환산하면 무려 22.4%에 이른다. 전북신보가 보증하기 때문에 대손 위험도 없다. 둘째, 지자체의 지원효과는 25배로 증폭된다. 지자체 단독으로 50억원 출연시 지원금액은 625억원이지만 지자체·은행 매칭으로 100억원 출연시에는 지원금액이 1,250억원으로 증가된다. 소상공인에 대한 지원규모가 대폭 늘어나는 셈이다. 셋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은 가장 큰 수혜자가 된다. 평소 보다 약 2배로 운영자금을 지원이 늘어나 안정적인 경영을 할 수 있게 된다. 소상공인들이 만성적인 자금난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이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고 했다. 전북신보는 내년부터 보증공급 1조플랜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지자체와 은행이 매칭으로 출연하고 전북신보가 승수효과를 발동하면 전북의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게 1조원 이상의 지원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내년은 우리 전라북도가 특별자치도로 다시 태어나는 해이다. 이렇듯 뜻깊은 시기에 우리 모두 하나되어 전북자치금융 모델을 만들어 보자. 전라북도와 시군이 200억원, 은행 200억원을 출연하고 전북신보가 자체재원 400억원을 투입하여 1조원의 자금을 공급하는「전북자치금융 1조플랜」을 함께 추진해 보자. 전북신보를 매개로 지자체·은행·소상공인이 상생(win-win)하는 길. 이미 희망더드림 특례보증이 그 가능성을 입증하지 않았는가. / 한종관 전북신용보증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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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0.29 18:58

새로운 성장동력으로서의 농식품과 전북의 미래

최근 우리 경제는 대외 여건 악화에 따른 수출 위축 등으로 경기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 우리 경제가 건실한 성장을 지속하려만 새로운 성장 동력 발굴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에 농업의 성장성과 미래가치가 주목을 받고 있다.현재 농어업의 우리 GDP에서 비중은 1.8%에 불과하지만, 세계적으로 먹거리에 대한 높아가는 관심과 농생명 과학기술로 인해 농업의 성장 잠재력도 날로 커가고 있다. 코로나와 기후위기 이후 식량안보의 중요성을 깨닫은 많은 나라들도 농업 혁신에 앞다투어 뛰어들고 있다.  우리 정부도 ‘농업의 미래산업화’와 ‘농식품의 수출산업화’를 국정과제로 추진중이며, 전북도는 금년 2월 ‘농생명산업 수도, 전라북도’ 비전을 선포했다. 필자의 과거 국제 농업 협상 경험을 돌아 볼 때 이러한 농업정책의 변화는 상전벽해같은 격세지감을 느끼게 한다.과거에는 외국 농산물을 막는 무역 장벽을 쌓고 국내 생산량을 늘리는 데만 집중했다면, 이제는 농생명 과학기술에 의한 고품질 농업과 K-푸드 마케팅과 수요창출형 농업으로 우리 농식품의 해외 진출을 적극 추진중이다. 작년 우리 농식품 수출이 104.8억달러였고, 이중 전북의 수출은 5.0억 달러였다. 전북의 수출 품목은 라면 등 면류, 펫푸드 등 대기업 중심 가공 식품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삼계탕, 조미 김 등 농수산 가공품이 두 번째로 많다. 파프리카, 배, 장미 등 신선 농산물도 일본, 대만, 동남아 등 인접국으로 수출이 증대되고 있다. 전북 농수산식품 수출은 2009년 1억불, 2016년 2억불 달성 이후 6년만에 2.5배 증가하는 성과를 거두었으나, 수출을 계속 늘리려면 효자 수출 품목들을 발굴하고, 농식품 품질과 가격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것이 급선무이다. 이에 전북도는 첨단농업-식품-미생물-종자-ICT 농기계 등 5대 농생명 클러스터가 전북 농식품 수출 경쟁력 제고에 최대한 매진하도록 하고, 이를 위해 정부, 농업계, 연구소가 긴밀하게 협업하고 있다. 전국 최초로 설립된 김제 스마트팜 혁신밸리에서는 임대형 온실에서 실습을 거쳐 지능형 스마트팜 청년농을 육성해 농업 수출 역군으로 키워 나가고 있다. 나아가, 중국, 일본 등 인접국과 미국에 치우친 농수산 수출 시장을 중앙아, 중남미, 아프리카 등 신시장 개척을 통해 확대하고 있다. 전북도는 장기적 수출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농업 기술 전수 등 대외원조(ODA) 사업을 적극 활용중이다. 아프리카 및 중남미 6개국 농업 공무원에 대한 스마트 농업 연수와 몽골 고비 알타이주에 스마트팜 연수사업도 시행중이다. 최근 한류의 세계적 인기는 농식품 수출 확대를 위한 절호의 기회라고 할 수 있다. 10월 12일 미국 LA 한인축제에서 전북 23개 농식품업체가 한류를 활용한 전북 농산품 홍보관을 개설했고, 김관영 전북지사는 10월 13일 H-Mart에서 개최된 전북 농수산식품 판촉 행사에 참석하여 직접 홍보활동을 하여 현지인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전북 농수산식품으로 세계 시장을 공략한다는 적극적 의지를 가지고 노력해 간다면 전북이 우리 농수산식품 수출을 선도해 가지 못할 이유가 없다. 전북이 농생명 과학기술로 무장된 농식품 수출 기지로서 우리나라가 향후 농식품 수출 강국으로 우뚝서는 데 큰 역할을 해나가기를 기대하며, 도민들의 관심과 성원을 기대한다. /류창수 전북도 국제관계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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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0.29 18:58

지방자치, 국가의 미래이자 희망이다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가 끝나고 전라북도가 ‘지방자치’라는 시험대에 올랐다. 성숙한 사회라면 책임 공방 논쟁이 아니라 전 과정을 철저히 검증해서 다시는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하는데, ‘지방자치단체의 무능력, 타락한 지방자치’란 선정적인 언어로 흘러간 왜곡된 흐름을 제자리로 돌리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문제는 ‘지역 성장’을 명분으로 내세웠던 전국 지자체의 행사나 대형사업들이 파행 논란의 도마에 지속적으로 오른다는 점이다. 국회예산정책처의 ‘2022 대한민국 지방재정’에 따르면, 2022년도 전국 평균 ‘통합재정자립도’는 49.6%이고, 특별시·광역시·특별자치시 평균은 59.1%, 시 평균은 33.4%, 군 평균은 13.4%이다. 시군 별 재정 규모가 상당한 격차가 있다. 여기에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에 지원해 주는 교부세와 보조금 등을 합한 ‘통합재정자주도’를 보면 전국 평균이 72%, 특별시·광역시·특별자치시 평균은 67.35, 시 평균 62.%%, 군 평균 61.8%로 비교적 균등해진다. 지방자치에 닥친 난관은 중앙정부에서 ‘돈을 타다 쓰는’ 예산만이 아니다. 봄철 냉해, 폭염과 폭우와 이상고온 같은 기후위기가 일상 깊숙이 침투해 있다. 완주군은 최근 2020년, 2023년 폭우로 인한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되었는데, 당시 복구액은 2020년도 기준 피해액의 약 7.6배, 2023년도 피해액의 약 3.4배에 달할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때 경험했듯이, 재난을 비롯한 사회적 위기에 가장 먼저 타격을 입는 것은 취약지역과 취약계층이다. 가장 큰 문제는 사람이다. 기후위기든, 지자체의 사업 실패든 이어갈 사람이 있어야 후일을 도모할 텐데, 지역에는 ‘내가 죽고 나면 끝이라고 여기는’ 노인 인구가 대부분이다. 인구를 나이순으로 일렬로 세웠을 때 한가운데 있는 사람의 나이를 뜻하는 ‘중위연령’을 보면, 2020년도 전국 평균 중위연령은 52.6세이고, 전라북도는 55.6세로 전남, 경북, 강원 다음으로 높다. 완주군은 전라북도 14개 시군 중 유일하게 인구가 증가하고 있으나, 사망률이 출생률보다 높은 데드크로스가 현재진행형이라는 점에서 지역소멸의 위기감은 다른 지자체와 다를 바가 없다. 지방자치 강화에 대한 우려 속에는 기후나 인구 문제처럼 전국적,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는 현상을 지역이 무슨 힘으로 대처하겠느냐는 무기력과 자조적인 한탄도 섞여 있다. 정말 지방자치는 위기를 헤쳐갈 힘이 없는가? 지역의 자립과 주체성을 강화할 방법은 없는 것일까? 본 의원은 중앙의 입장에서 지역을 바라보는 시선을 한번 바꿔보자고 제안하고 싶다. 기후위기 때문에 못살겠는 농업농촌이 아니라 기후위기의 해법과 정책을 모색할 수 있는 농업농촌 지역. 인구정책이 실패한 초고령사회가 아니라 새로운 인구정책을 제안하고 시도해 볼 수 있는 지역. 수도권으로 향하는 송전탑이 즐비하고, 폐기물처리장으로 몸살을 앓는 소외된 지역이 아니라 국가의 에너지 문제, 처리장 문제 등에 가장 큰 목소리를 내야 하는 지역으로. 이렇게 보면 지역, 지방자치야말로 국가의 미래이자 희망이다. 거기 사람이, 그들의 목소리가 있기 때문이다. 지방자치의 책임과 신뢰도 바로 여기서부터 시작된다고 믿는다. /서남용 완주군의회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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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0.29 16:10

신공항을 둘러싼 지역감정 악몽

말 그대로 '어르고 뺨 때리는 격' 이다. 새만금 신공항의 적정성 재검토는 효율적 사업 추진을 위한 것이라며 국토부가 입장을 내놨다. 그제 국감에서 이같은 의견과 함께 환경영향평가 등을 빈틈없이 준비해 착공이 늦어지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지금 예산 삭감의 절체절명 위기에서 논란을 일으킨 문제에 대해 재론 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무엇보다 당장 시급한 것이 예산 회복을 통한 정부의 추진 의지와 더불어 영남권 신공항과의 형평성이 핵심이다. 잼버리 파행을 빌미로 새만금 죽이기를 겨냥한 것 아니냐는 강한 불신감에 휩싸여 있는 상황에서 여봐란 듯이 속도전을 방불케 하는 영남권 신공항을 바라보는 도민들 심사는 뒤틀릴 수밖에 없다. 과거 지역 감정의 악몽이 되살아나는 착각을 느낀다. 무려 78%나 예산이 잘려 나간 새만금의 위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도민 총궐기가 전개되는 가운데 부산의 가덕도 신공항과 TK 신공항은 날개를 달아 대조적이다. 수조 원이 투입되는 이들 신공항의 예타 면제가 기정사실화 되는 상황에서 새만금 신공항은 90% 가까이 예산이 삭감돼 좌초 직면에 놓여 있다는 점에서 지역 차별은 더욱 뚜렷해진다. 사업비가 무려 14조에 육박하는 가덕도 신공항의 내년 예산은 올해 대비 40배 가량의 5300억 규모다. 개항 시기도 2030 부산엑스포 유치 명분으로 5년이나 앞당겼다. 반면 새만금 신공항 전체 예산은 가덕도 내년 예산보다 3000억이 많은 8000억 규모에 불과하다. 전북 입장에선 이런 극단적 차별을 두고 정치적 해석 말고 달리 설명할 도리가 없다. 먼저 선거 공학적 측면에서 고도의 셈법이 작용했다고 본다. 역대 선거 성적표에서 드러났듯이 이 지역은 묻지마식 야당 텃밭임을 감안해 충격 요법의 시그널을 보낸 것으로 여겨진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새만금 때리기를 통해 그 예산을 줄여 영남권 텃밭에 몰아주기 위한 의도로 해석된다. 동시에 민주당의 무능과 존재감을 간접적으로 확인시켜 정부 여당의 반사 이익을 노린 측면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런데 세상 이치는 의도대로 풀리지 않는 게 민심이다. 영남권 신공항과의 역대급 차별에서 민심이 폭발하는가 하면 드러내놓고 지역을 편 가르는 꼼수 정치에 환멸을 느껴 비호감만 부추기는 역효과를 낳기도 한다. 새만금 예산을 살리기 위한 도민들 총궐기 상황에서 집안 단속의 필요성도 제기된다. 정부 경제성 논리로 새만금 공항에 대한 부정 기류가 여전한 가운데 일부 도민들의 동조 분위기도 감지된다. 하늘 길이 열리지 못하면 새만금 외자 기업유치는 물론 교통 오지로 낙인 찍혀 도민 삶의 질에 악영향을 미친다. 실제 군산공항이 올해 미군 활주로 공사로 5개월가량 멈췄을 때 도민들은 광주와 청주 공항을 이용하면서 큰 불편을 겪었다. 영남권 신공항은 그렇다치고 인근 전남 무안공항에다 충남 서산공항까지 가시화되는 형국에서 자칫 전북이 샌드위치 신세로 전락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김영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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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영곤
  • 2023.10.26 17:32

지역축제, 우리에겐 상상력이 필요하다

바야흐로 축제의 계절이다. 코로나로 그간 멈춰있던 행사들이 재개한다. 그 속에서 사람들은 답답함과 지루함을 스트레스와 함께 저 멀리 던져버리는 것처럼 보인다. 전북에서도 많은 축제가 개최되었다. 임실N치즈축제, 김제 지평선축제, 전주비빔밥축제, 정읍구절초축제, 완주와일드앤로컬푸드축제...... 주말마다 어디를 가야할지 고민해야 할 정도로 지역 곳곳은 축제로 물들었다. 공교롭게도 필자는 축제 조사 과업으로 주말마다 축제에 가야 했다. 좋겠다고 부러워하는 이도 있었다. 그러나 누가 축제는 즐거운 것이라고 했는가. 필자가 겪은 축제는 전혀 그렇지 못했다. 아니, 오히려 참상에 가까웠다. 축제는 지역의 문화자원을 활용하여 문화적 정체성을 구축하고, 경제적 효과를 창출한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그 모든 것이 철저히 ’인간‘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이다. 비인간동물은 인간을 위한 축제에서 상품이나 서비스가 되어 돈을 벌어다 줬지만, 그들은 이익은커녕 보상조차 받지 못했다. 하나의 생명체로 존중되지 못하고 도구로 전락해 물건으로 매매되며, 이리저리 이용되다가 축제가 끝나면 같이 ’끝‘이 난다. 완주와일드앤로컬푸드축제를 들여다보자. 시랑천에서 맨손 물고기 잡기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완주에서 ’물살이‘(물고기를 식용의 대상이 아닌 생명체로 부르기 위함)를 자체적으로 공급하지 못해 외부에서 양식용 송어 5,000마리를 데려왔다. 대량의 인간들이 송어를 잡아 죽이기 위해 물 속을 헤집자면, 송어는 더 이상 나아갈 곳도, 숨을 곳도 없는데 물가의 가장 경계 부분으로 피가 나도록 파고든다. 화천 산천어 축제와 진배없다. 동물 학대로 뭇매를 맞았던 축제이다. 한 쪽에서는 ’송어‘가 ’메뚜기‘로 이름만 바뀌어서 진행된다. 인간에게 잡힌 메뚜기는 강아지풀로 몸통을 관통 당하고 산채로 불에 달궈진다. 죽음의 참상 앞에서 사람들은 웃는다. 생명을 경시하고 전리품처럼 취하여 죽이는 방식이 진정한 ‘와일드’일까? 우리는 관습을 깨고, 서로 공생하는 새로운 방식으로의 ‘와일드’를 상상할 수는 없는 것일까? 임실N치즈축제에서는 홀스타인 소를 옴짝달싹 못하게 가두어놓고 젖을 짜는 체험이 진행됐다. 상상해 보시라. 내가 만약 소라면, 다른 종들에게 전시되어 자유의지를 박탈당한 채 신체 일부를 내어줘야 한다면, 모아름드리라는 고유의 이름도 잊힌 채 ‘젖인간‘이라는 기능으로만 불리게 된다면. 김제 지평선 축제 말타기 체험 역시 마찬가지다. 부족한 상상력은 지평선의 아름다움을 즐기는데 뜬금없는 말타기 체험을 탄생시켰고 누군가를 착취해서 남는 즐거움이 얼마나 오래갈지 물음을 남기게 된다. 동물 학대를 자행하는 축제는 추켜올릴 만하지 않다. 지역을 대표하는 문화콘텐츠가 없다는 반증이며, 감수성이 부족한 기획은 많은 사람들의 공감대를 끌어내지 못하고 결국 지속가능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생명을 무차별적으로 잡고 죽여도 된다고 허용하는 어른들의 관점은 그대로 미래세대까지 답습된다. 무서운 일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축제에서 어떤 상상을 해야 할까? 최근 정읍시는 내년부터 소싸움 행사를 열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간 전통이란 미명하에 이루어진 동물 착취 행사를 이제라도 중단하겠단 정읍시의 결단을 지지한다. 그 자리엔 비인간동물을 소비하지 않는 적절한 콘텐츠가 채워질 것이다. 아마 그 작업은 쉽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늘 보고 겪은 것은 동물 착취뿐이니까. 그럴수록 더욱 상상은 계속되어야 한다. 어떤 축제가 윤리적이고 지속가능할지 상상할 때, 축제는 새로 쓰일 수 있다. 생명들의 피로 쓰인 축제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모아름드리 환경단체 프리데코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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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0.26 16:34

10월의 남자

10여년 전 겨울, 친구들과 여행가자고 꺼냈던 이야기가 뜻밖의 방향으로 흘러서, 우리는 갑자기 하얼빈행 비행기를 탔다. 대륙의 작은 공항에 내리자마자 영하 25도의 찡한 추위보다 먼저 닥쳐온 것은 도시를 온통 뒤덮은 매캐한 석탄 냄새였다. 오리털 의복으로 중무장한 탓에 정작 피부에 닿는 추위는 그리 심하지 않았는데 그 석탄 냄새가 북방의 추위를 더 상징적으로 느끼게 했다. 하얼빈 기차역은 현대적으로 새로 지어졌고,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쏘았던 구 역사는 문화재로 보존되어 있었다. 유리창을 통해 오래된 플랫폼을 볼 수 있었는데, 안중근 의사와 이토 히로부미가 서있던 자리가 5미터 내외, 겨우 승용차 한 대 정도랄까, 거리라기보다 간격이라고 해야할만큼 너무나 가까웠던 것에 가장 놀랐다. 안중근은 세 발의 총알로 이토를 쓰러뜨린 후 “코레아 후라”를 외치고 체포되었다. 심문조사에서 그는 자신이 포수로 살아왔으므로 상박을 겨누면 흉곽을 뚫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진술했다. 어린 시절부터 산과 들을 누비며 짐승을 잡아왔던 청년 안중근, 사냥 기술자로서의 노련함이 보이는 그 진술이 나는 매우 인상깊었다. 스스로 배우지 못한 포수라고 칭한 것과는 달리, 이토 히로부미를 쏜 이유를 말하라는 심문관의 요구에 1, 조선의 왕후를 살해한 것, 2, 한국에 불평등한 을사 5조약을 강제로 체결한 것 으로 시작해 무려 15번까지의 이유를 막힘없이 서술한다. 그가 방아쇠를 당기는 것 이상으로 이 심문에 대한 답변을 중요하게 여겼고 철저하게 준비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안중근이 시종일관 강조했던 것 하나는 그가 개인이 아닌 대한의군 중대장의 자격으로 이토를 쏘았다는 점이었다. 하얼빈역에서 일어난 일이 테러리스트의 저격이나 심지어 애국지사의 의거조차 아니며 나라와 나라 사이에 벌어진 전쟁의 일부인 것을 그는 분명히 하고자 했다. 그것은 전쟁이 맞았다. 총 한자루를 품에 넣고 하얼빈으로 가기 전, 대한의군 참모중장이라는 직책으로 무장독립투쟁에 투신했다. 400여명 규모의 의병대를 이끌고 연해주에서 두만강을 건너 국내 진공작전을 벌이다 1908년 7월 결국 일본군에 의해 궤멸적 타격을 입고 흩어지는데 그것이 바로 영산 전투였다. 영산 전투의 패퇴 이전까지 부대는 승전을 거듭하고 있었으나 안중근은 생포한 일본군 포로들을 국제법에 의거해 석방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석방된 포로들은 당연하게도 일본군에 부대의 위치를 밀고했다. 그의 고집스러운 원칙주의는 수백명 동지들의 목숨을 대가로 요구했고 불신과 비난에 시달려 고립되는 처지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그는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과 후회에 시달렸으나 죽을 때까지 원칙주의자의 길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가 하얼빈 역에서 외친 ‘코레아 후라’는 흔히 알려진 것처럼 러시아어가 아니라 세계언어인 에스페란토 어였다. 그는 자신이 이토를 쏘는 일이 개인의 원한이 아니요 동아시아의 분쟁도 아닌 세계의 정의와 국가간의 존중에 관한 일임을 명확하게 인식했고 세상을 향해 일관되게 주장했으며 그것을 준비하고 표현하기에 철저함을 다했다. 안중근의 서른 해 짧은 생애를 한 단어로 요약하자면 원칙주의였다. 유럽과 중동에서 전쟁과 테러의 불길한 연기가 이어지고 있다. 죄없는 민간인, 심지어 어린이들까지 희생되고마는 참혹한 현실에 고개를 돌리려하면, 어느 쪽이 더 수준이 낮고 양심이 적은지 경쟁이라도 하려는 것 같은 졸렬한 국내 정치의 면면에 더욱 할말을 잃고 만다. 다만 시월의 하늘만은 차갑고 푸르고 맑았다. 가을의 구름없이 푸른 하늘을 이고 있는 남산 자락에 안중근 기념관이 있다. 1909년 10월 26일 대한의군 중장 안중근은 이미 매서운 추위가 찾아온 하얼빈 역에서 이토 히로부미의 흉곽을 쏘았다. 세계 언어로 대한민국 만세를 외치고 저항 없이 체포되어 이토 히로부미의 죄상 15조를 지목하고 항소하지 않은 채 처형된 그의 행적은 세계의 모범이 되고도 남음이 있으나 오늘 우리 모습은 그의 가르침과 거리가 멀다. 안중근 기념관에서, 10월의 남자 안중근의 꼿꼿한 원칙주의를 그리워했다. / 심윤경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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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0.26 16:33

주택을 팔 때 이것은 확인해보자

고객들이 주택을 팔기 전에 양도세 상담을 오게 되면 저희가 기본적으로 체크해보는 사항들이 있습니다. 주택을 파실 계획이 있으시다면 이 글을 읽어보시고 비과세를 준비하는데에 있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먼저, 세대의 범위를 확정하는게 좋습니다. 왜냐하면 본인의 주택 수만을 보는게 아니라 동일 세대원의 주택을 통합해서 판단하기 때문에 본인의 세대원이 어디까지인지 미리 체크해보시는게 좋습니다. 그래서 등본상에 세대편입 및 세대분리가 언제 되었는지 확인하시고 동일세대원이 주택을 가지고 있다면 양도 이전에 미리 세대분리도 고려해보는게 좋습니다. 두 번째, 보유하고 있는 주택의 수를 파악해야합니다. 주택의 수를 확인하는 것은 간단한 얘기가 아닙니다. 납세자들이 주택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들이 있는데, 대표적으로 주거용으로 사용하는 오피스텔이 그렇습니다. 그리고 시골에 누군가 살고 있는 오래된 낡은 주택도 그러하며 공동으로 상속받은 주택 등이 대표적으로 놓치는 내용들입니다. 분양권 및 조합원입주권은 2021년도 이후 당첨되거나 취득하는 분부터 주택을 가진 것으로 보아 비과세를 제외하기 때문에 이부분도 같이 고려해야만 합니다. 세 번째, 양도하는 주택의 종류를 파악해야합니다. 주택의 종류에 따라 판단할 영역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만일 단독주택이라면 신축인지 매수한 것인지 확인하고, 부수토지의 크기도 확인해야합니다. 그리고 상가주택이면 상가와 주택의 면적확인을 확인하고 중간에 용도변경 여부도 확인해야합니다. 같은 취지에서 일반 근생시설을 상시 주거용으로 사용하는 부분이 있는지도 고려해봐야 합니다. 다가구 주택이라면 1가구로 보는 요건에 해당할 지라도 옥탑방의 존재여부도 꼭 체크해야합니다. 납세자들이 전문가와의 상의 없이 주택이 한 개밖에 없다고 판단하여 주택을 팔고 양도세가 없으니 세금신고를 안하다가 추징되는 사례들이 많습니다. 위 내용을 읽어보시고 주택을 파시기전에 신중히 검토해보셔야 나중에 불이익이 없습니다. / 조정권세무회계사무소 대표

  • 오피니언
  • 기고
  • 2023.10.26 16:33

소 전염병 차단방역 과하게 조치하라

설마설마 했는데 급기야 전북에서도 소 럼피스킨병이 발생했다. 부안군 백산면에 있는 한우농장(148두)에서 지난 25일 전북에서는 처음으로 럼피스킨병이 발생한 것이다. 럼피스킨병은 인수공통전염병이 아니기에 다소 안심이 되기는 하는데 엄연히 법정가축전염병이다. 소가 모기, 파리, 진드기 등 흡혈곤충에 의해 감염되기에 전파력이 클 수밖에 없다. 폐사율이 10% 이하여서 별거 아닌거 같아도 축산농가에는 치명적이다. 감염된 소는 피부에 울퉁불퉁한 혹이 나고 고열, 식욕부진 등의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상품성을 크게 상실할 수밖에 없다. 일단 전북도는 럼피스킨병 확진을 받은 부안군 한우농장 148두에 대한 살처분을 실시하고 긴급백신접종반을 편성해 오는 31일까지 반경 10㎞ 내 한우농장 1048호(5만 5116두)를 대상으로 백신접종을 마무리할 방침이다. 대책은 과할 정도로 차단방역을 하는 수밖에 없다. 가축전염병 방역은 축산농가 삶과 민생물가에 직결되기에 비상한 각오로 임해야 한다. 이미 발병한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추가로 발생하지 않도록 기민한 선제적 대응이 이뤄져야 한다. 과할정도로 차단방역을 해야한다. 소 럼피스킨병은 국내에서 발생한지 불과 일주일만에 38건이나 된다. 26일 현재까지 럼피스킨병 발생 지역은 전북을 비롯, 경기, 인천, 강원, 충북, 충남 등 6개 시·도인데 의심사례가 속출하고 있기에 시기의 문제일뿐 향후 전국적으로 확산될 것은 불을보듯 뻔하다. 정부는 백신을 긴급 도입해 전국 모든 소에 접종할 예정인데 얼마나 빠르게 조치가 이뤄지는가에 성패가 달려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내달 10일까지 백신 400만마리분을 동원해 전국 소농가를 대상으로 백신 접종을 마무리할 방침인데 그때까지 최대한 버텨야 한다. 백신접종만 중요한게 아니다. 발생농장 인근의 농장에서도 추가로 발생할 소지가 크기 때문에 농장 내·외부 소독 등 차단방역을 꼼꼼히 추진하는게 중요하다. 전파 차단을 위해 농장 주변 연무 소독 및 웅덩이 등 서식지 제거 등도 신속히 이뤄져야 한다. 일부 소비자들 사이에 번지고 있는 럼피스킨병 관련 우려도 불식시켜야 한다. 사람에게 전염되지 않을뿐 아니라 감염된 소는 모두 살처분돼 식품 유통망으로 들어오지 못하기 때문에 괜히 소고기와 우유를 꺼리는 풍토가 생겨선 안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3.10.26 12:40

전주 대중교통 혁신, 시내버스 서비스부터

전주시가 최근 대중교통체계 혁신방안을 밝혀 관심을 모은다. ‘도로 위의 지하철’로 불리는 ‘BRT(간선급행버스체계)’ 도입 계획을 구체화해 ‘기린대로 BRT 구축 기본 및 실시설계 용역’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BRT는 도심과 외곽을 잇는 주요 간선도로 중앙에 정류장과 버스전용차로를 설치해 급행버스를 운행하는 대중교통 시스템이다. 전주시는 오는 2025년까지 총 412억 원을 투입해 우선 1단계로 기린대로 10.6km 구간에 BRT를 구축할 계획이다. 예정대로 사업이 진행된다면 전주도 오는 2025년 말이면 BRT 시대를 열게 된다. 시는 BRT가 구축되면, 대중교통의 정시성과 신속성·안전성을 확보하는 것은 물론, 도시에 새로운 활력소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대중교통(시내버스) 이용률을 높이지 못한다면 오히려 BRT 시스템이 시민에게 불편만 안기는 애물단지로 전락할 수도 있다. 막대한 예산을 들여 새로운 버스운행 체계를 구축해놓아도 정작 시민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시내버스를 외면한다면 그 효과는 기대할 수 없게 된다. 그런데 전주 시내버스 서비스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최근 노선개편 등을 통해 시내버스 이용률을 높이려는 노력이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고 있지만, 이미 오래 전부터 지적된 불친절과 난폭운전은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러다보니 시내버스 관련 교통사고도 늘고 있다. 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9∼2023) 전주에서 발생한 시내버스 관련 교통사고는 270건으로 도내 전체 시내버스 교통사고 360건의 75%에 달했다. 시내버스 운전자들의 교통법규 위반 건수도 규모가 비슷한 다른 도시에 비해 월등히 많았다. 시내버스는 ‘시민의 발’이자 ‘도시의 얼굴’이다. 여행객들에게는 도시의 첫인상이 되는 만큼 관광 활성화를 위해서도 서비스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 기후위기 시대, 각 지자체가 대중교통 활성화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전주시가 추진하는 BRT 구축 사업도 주목을 받는다. 이 같은 대중교통 활성화 노력의 성과를 보여주는 대표 지표는 시내버스 이용률이다. 승용차 대신 대중교통을 이용하도록 시민들에게 권장하기에 앞서 시내버스 서비스부터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3.10.26 12:34

국립전주박물관장 공석 10개월, 이래도 되나

국립전주박물관장 자리가 10개월째 공석이다. 전북을 대표하는 거점 박물관장 자리 임명이 하세월이어서 조직 운영과 대외 교류 등의 공백이 우려된다. 이 자리는 이번 뿐이 아니다. 번번이 공석인 경우가 많아 지역 홀대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가능한 빠른 시일내 전북을 잘 알고 지역사회와 융합할 수 있는 인사가 배정되길 기대한다. 박물관장은 박물관의 조직 운영과 문화재 기증 및 기탁, 국가 귀속품 관리, 문화재와 학술자료의 연구, 조사, 발굴, 보관, 국민의 문화 향유 확대를 위한 전시 교육, 국내·외 문화기관과의 교류 지원 등을 주된 업무로 한다. 고위공무원 나급(3급) 자리인 국립전주박물관장 자리는 개방형 직위 공개모집을 통해 진행되며 임기는 2년이다. 이 자리는 홍진근 전 관장이 지난 1월 1일 공로연수에 들어가면서 10개월째 비어 있다. 이 자리 임명을 위해 인사혁신처는 지난 2월과 3월 두 차례 공개모집을 진행했다. 그런데 1차에는 1명, 2차에는 2명이 응모했으나 적격자를 뽑지 못했다. 홍 전 관장이 임명되기 전에도 그러한 일이 발생했다. 전임 천진기 관장이 임기를 마쳤으나 8개월만에 후임자가 결정된 것이다. 이런 일은 흔한 게 아니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지방국립박물관 13 곳 중 전주박물관이 유일하다. 이처럼 전주박물관장 자리가 잇달아 공석사태가 발생하면서 지역에서는 업무 공백과 함께 지역 홀대론이 나올 수밖에 없다. 올해 개관한지 33년째인 국립전주박물관의 역대 관장들은 평균 재임기간이 2년인데 2000년대 들어 대부분 1년이거나 2년이 채 안됐다. 짧은 재임 기간도 문제지만 전주박물관장 자리가 잠시 머물렀다 가는 자리로 인식되는 점도 문제다. 그러니 누가 애정을 갖고 지역을 위해 혼신의 힘을 쏟겠는가. 이런 공백 사태는 지난 10일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도마 위에 올랐다. 국립중앙도서관장 405일, 국립극장장 307일, 국립현대미술관장 149일 등 문체부 산하기관의 인사 공백이 문제되었다. 이와 함께 염려되는 것은 혹여 낙하산 인사가 내려오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지난 8월 단행된 국립새만금간척박물관장에 박물관과는 거리가 먼 인사가 임명된 것이 그 예다. 유인촌 장관이 새로 재임된 만큼 빠른 시일내 적임자를 선정해주길 당부드린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3.10.25 18:12

고물가 시대,  광역상수도 요금동결

최근 물가 상승률이 무섭다. 9월 소비자물가 지수는 전년 동월대비 3.7% 상승하며, 5개월만에 최대 상승치를 기록하였다. 특히, 전기·가스·수도 같은 공공요금은 19.1% 상승하여 국민들의 기본 생활에 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이다. K-water는 지난 9월 민생경제 안정을 위해 광역상수도 요금을 2년간 동결하겠다고 선언했다. 용수 수요에 적기 대응과 AI 등 디지털 기술의 적용 등 자구노력으로 원가상승분을 흡수하기로 한 것이다. 지자체, 기업 등에 공급하는 광역상수도는 지자체가 국민에게 공급하는 지방상수도 원가의 22%를 차지하는만큼 수도요금 변동에 직접적인 요소이다. 인천 등 30여곳의 지자체에서 수도요금을 인상한 가운데 광역상수도 요금동결은 수도요금 안정화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전라북도는 광역상수도 공급 비중이 86%로 타 시・도보다(49%) 높아 요금동결 효과는 더욱 클 것으로 기대된다. 이뿐 아니라, K-water는 지자체와 협업하여 지방상수도의 나머지 원가 78%를 절감하기 위한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60~70년대 건설된 지방상수도의 노후화로 공급과정에서 누수가 발생하고, 급속한 도시화에 맞춰 시설공급에 집중한 탓에 효율적 운영의 한계에 직면하는 등 지방상수도 요금은 대부분 원가에 미치지 못한다. 이에 환경부는 새는 물을 막는 ‘지방상수도 현대화사업’과 수돗물 공급 전 과정에 ICT기술을 적용하여 운영 관리하는 ‘스마트 관망관리 인프라 구축사업(SWM)’을 추진 중이다. 이 사업으로 수돗물 공급지역을 블록화하여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실시간으로 수량․수질관리 및 원격제어가 가능하여 원가절감뿐 아니라 수돗물에 대한 신뢰도를 크게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K-water 전북지역협력단에서도 전북지역 9개 지자체에 대해 사업을 추진 중이다. 금년까지 장수∙고창∙진안 3개 지자체는 평균 90%가 넘는 높은 유수율을 달성하여 생산원가 절감에 크게 기여 하였다. 그러나 수돗물의 생산원가가 계속 상승하고 노후시설 개선을 위한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한만큼 지속가능한 수도요금 안정을 위해서는 정부와 지자체뿐 아니라 국민들의 노력도 필요하다. 먼저, 정부의 역할이다. 4차산업혁명 시대에 맞춰 최신 IoT기술개발 및 접목 등 수도산업 생태계에 대한 지원과 노후시설 개선을 위한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전국 161개 지자체가 각각 수도사업을 수행하면서 규모의 경제효과는 미미하고, 요금, 서비스, 기술 격차가 발생하고 있다. 인구감소가 급속한 시・군 사업자간 통합 또는 광역 단위 공급중심의 수직형 통합 등 정부 주도의 수도사업 재편을 위한 제도 마련도 필요하다. 지자체의 노력도 절실하다. 그동안 열악한 재정으로 지자체들은 자체재원을 활용한 시설개선보다는 국고나 도비에 의존하였고, 운영 개선 보다는 현상을 유지하는 측면이 있었다. 이제 안전한 수돗물에 대한 국민의 기대수준을 맞추기 위해 그동안의 운영방식에서 벗어나 자체재원을 활용한 시설투자, 전문인력 양성, IoT기술 도입 등 수도시설의 선진 운영이 요구된다. 국민들의 동참도 필요하다. 수돗물은 인간 생활에 꼭 필요한 공공재로 전기∙가스∙통신료에 비해 가격이 낮게 유지되었다. 오늘날 상수도공급률은 97.7%에 달하는 등 과거에 비해 풍족한 세상에 살고 있다. 하지만, 생산원가에 미치지 못하는 수도요금은 사용할수록 손실이 발생한다. 적정한 수돗물 사용을 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국가와 지자체는 혁신기술 개발과 도입, 재정지원, 전문인력 양성 및 수도사업 재편을 위해 노력하고, 국민은 수돗물도 유한한 자원이라는 인식개선과 함께 바람직한 물사용을 한다면 고물가 시대에 안정적으로 수돗물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 오피니언
  • 기고
  • 2023.10.25 18:10

저들은 외친다, 살려달라고

하늘은 높고 말이 살찐다는 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이 우리 곁으로 슬그머니 다가와, 맑고 높게 보이고 온갖 곡식이 익는 가을철이 되어 농부의 손이 분주하고, 아름다움을 찾아 떠나는 사람들의 발걸음도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나 역시 분주한 틈을 이용해서 김해국제비엔날레 행사에 참여하고 추석 연휴를 놓칠 수 없어 산행을 마음먹고, 민박하면서 평소에 가지 못한 산을 찾아다녔다. 누구나 바쁘게 살아온 삶의 한 페이지마다 사연이 있고, 배꼽이 빠지도록 웃으며 행복을 노래했고, 때론 좌절하고 낙망하여 방황도 하고, 하늘을 향하여 목청껏 울부짖기도 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얼룩진 눈물 자국은 세월이 덧없이 흐르고 있지 않음을 알려주고 있을 것이다. 수많은 아픔과 상처는 삶의 도전에 후원자가 되었고, 그러므로 세월과 함께 끝없이 달려가고 있으며, 오늘 하루도 새로운 시작을 맞이하고 있지 않을까? 인생 살다 보면, 낙화유수(落花流水)와 같아서 세월이 흐르면 몸도 약해져 보잘것없이 쇠해져 가고, 모든 것에서 손을 놓고 물러날 때가 있는 것이다. 천년만년 살 것처럼 욕심부리지만 다 부질없는 짓이다. 요즘 자연이 몸살을 앓고 살려달라고 외치고 있다. 인구는 자꾸 줄어만 가는데, 조금 편리하게 살겠다고 자연을 희생시키고 있다. 10여 일 동안 돌아다니면서 느낀 것은 터널이 왜 그렇게 많은지, 가는 곳마다 터널을 지나지 않는 곳이 없으며, 산허리를 잘라 뻥뻥 뚫린 도로, 저들의 살을 깎고 핏줄을 끊어가면서 편하게 살겠다고, 희희낙락(喜喜樂樂)하며 떠드는 동안, 살 곳을 잃어가는 저들은 울부짖고 있다. 먹을 것을 찾아 헤매다가 길을 잃고 신나게 달리는 차에 치여 죽음을 맞이하는 가엾은 동물들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심히 걱정된다. 어디 그뿐이겠는가? 지저분하게 흘리고 다니는 사람들이 왜 그렇게 많은지. 내가 좋아서 찾아갔으면, ‘다른 사람들도 좋아서 찾아오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왜 못할까요? 많은 경비를 투자해서 광고도 하고 경고도 하지만 ’소귀에 경 읽기‘가 되었다. 내가 사용한 쓰레기는 자연에 버리지 말아야지, 여기저기 왜 던지고 다니는지, 내 집만 깨끗하면 된다는 사고방식을 가져서일까요, 아니면 자기관리가 잘 안돼서일까요, 내 것이 중하면 남의 것도 중하다는 생각을 왜 못할까요, 모든 사람이 사용하는 자연을 사랑하고 아꼈으면 좋겠다. 또 동물들의 먹이를 훔쳐 가는 사람들은 먹을 것이 없어서, 아니면 그들의 먹이가 맛있어서 훔쳐 갈까요. 저들의 겨울 동안 먹을 양식을 훔쳐 가면 어떻게 되나요. 문명이 발달 되어 잘 사는 나라가 되었다지만, 애완견을 모시고 부모를 버리는 시대에 살면서, 자연을 훼손하고 저들의 안식처를 침범하는 동안, 우리 사회는 얼마나 병들어가고 있는지 아무도 생각하지 못하고 있다. 청소년범죄가 늘어나고, 가정이 무너지는 일이 비일비재하며, 패륜(悖倫)을 저지르고도 반성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회가 되어 모두가 불안해하고 있다. 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면 동물들이 비참하게 죽어있는 모습을 볼 때 가슴이 아프다. 노인과 자연이 울부짖고 있는 소리를 아무도 들어주지 않고 있다. 앞으로 더 이상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잘 보존하기 위하여, 터널과 도로 확장은 그만하고, 모두가 쓰레기를 버리지 않고 배낭에 잘 담아 왔으면 좋겠다. 그리하여, 금수강산을 후손들에게 물려 주어야 하지 않을까? /김종숙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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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10.25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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