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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선과 무능 vs. 쇄신과 미래의 유능

최근 대통령과 정당 지지율에 변화의 조짐이 나타난다. 작년 5월 10일 대통령 취임부터 최근까지 실시된 여론조사는 모두 455개로 이 중 면접조사 139개 ARS 조사 316개다.주간 단위로 적게는 2개 많게는 19개의 여론조사가 실시되었다. 평균적으로 한 주에 8개 내외의 여론조사가 있었다. 가장 많은 여론조사는 대통령 취임 1주년 때였다. 대통령 지지율은 4월 중순부터 상승추세를 보인다. 지난 5주 동안 실시된 여론조사는 모두 54개였는데,이 기간 동안 대통령 지지율은 평균 32.1% 34.2% 34.7% 37.4% 37.9%를 기록한다. 반면 대통령 부정평가는 63.7% 62.8% 61.2% 59.1% 59%로 변화한다. 주별 평균으로 본 대통령 긍정평가가 한 달 이상 계속해서 상승하는 모습을 보인 것은 윤석열 정부출범 후 처음이다. 다른 조사도 비슷한 양상인데 갤럽조사는 3주,리얼미터 조사로는 4주 연속 상승을 기록한다. 이제 40%를 목전에 둔 대통령 지지율의 다음 목표는 40% 중반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대선승리의 중도보수연합 재건이 중요하다. 대통령의 행보가 출발점인데 윤석열 대통령의 선택이 주목된다. 정당 지지율은 같은 기간 동안 민주당 하락세의 약보합, 국민의힘 상승세의 약보합 양상이다. 주별 평균으로 보면 지난 한 달 민주당이 국민의힘에 계속 앞섰지만 그 격차는 점점 줄어드는 경향을 보인다. 지난 한 달 동안 가장 크게는 양당 지지율이 10% 포인트 가까이 차이가 나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양당 지지율이 오차범위 내로 좁아진다. 양당 지지율의 격차가 줄어든다는 것은 양당의 지지율의 흐름이 다르다는 말이기도 하다. 민주당의 최고 지지율은 한 달 전이고 국민의힘 최고 지지율은 가장 최근이다. 민주당 주별 평균 지지율은 이 때 최저 37.7% 최고 42.7%를 기록한다. 국민의힘 주별 평균 지지율은 최저 33.7% 최고 36%를 기록한다. 5.18에서 5.23까지는 전통적으로 민주당의 시간이다. ‘광주에서 봉하마을로’ 이어지며 지지율 상승까지는 아니더라도 민주당이 최소한 여론과 관심의 초점이 되는 기간이다. 그럼에도 민주당 지지율은 지난 한 달 동안 하락세였고 최근 한 조사에 따르면 “윤 정부출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지지율이 하락한다. 추락하는 민주당 지지율은 연속된 구조적 위기의 당연한 결과다. 이재명 사법 리스크의 리더십 위기가 계속되고 있는데 여기에 ‘송영길의 전통과 구태의 관행’ 돈 봉투 파문에 이어 ‘김남국의 신기술 코인’파동이 이어진다. 엎친데 덮친 격이다. 여당에 비해 잘하는 것은 고사하고 잘못하지만 않아도 지지를 잃지는 않는데 스스로 자초한 위기다. 특히 김남국 파문은 ‘윤미향-양정숙-김홍걸-오거돈-박원순-노영민-김상조’로 이어진 위선 시리즈의 끝판왕일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는 모습이다. 김남국 사태는 지금 시작으로 그 끝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민주당 위선 시리즈’의 가장 앞에는 조국이 있다. 국민의힘 지지율이 상승세의 약보합인 것은 그들이 무엇을 잘한 결과는 아니다. 굳이 해석한다면 최근 대통령의 외교성과에 기댄 부산물의 지지율 상승세다. ‘김재원과 태영호 징계’이후 국민의힘은 여론의 관심에서 사라졌다. 야당은 실수하지 않으면 되지만 여당은 그렇지 않다. 그들은 잘해야 한다. 그래야 골든 크로스가 가능하다. 지금 여당은 무능의 다른 말이다. 국민의힘은 지금 내년 총선을 향한 조용한 준비의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다. 벌써부터 영남 일부지역에서는 몇몇 다선의 물갈이와 이들을 대체하게 될 “검사출신 공천”설이 횡행 한단다. 어느 정도의 과장과 오해도 있겠지만 국민의힘은 ‘윤석열의 이름으로 윤석열의 중간심판 선거’를 지향한다. 지금부터 내년 총선까지 양당은 ‘새로움의 도전 앞’에 선다. 누가 먼저‘New 민주당’ 또는 ‘새로운 국민의힘’으로 국민에게 다가가느냐의 시험대다. 양당 모두 누가 더 과거로 되돌아가느냐의 경쟁에서 벗어나야 할 시기다. 이제 더 이상 서로가 서로의 등불과 희망이 되는 ‘반사이익의 정치’는 국민들이 용남하지 않는다. 누가 위선과 무능의 정치에서 벗어나 쇄신과 미래의 유능한 정치를 보여주느냐가 문제다! 국민의 힘? 민주당? 아니면 제3당? /박명호(동국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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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5.25 16:55

도시농업으로 일궈가는 마을 공동체

다양한 가치 창출과 발전·성장을 위해 6차 산업이 강조되고 있는 현재, 농업은 농촌지역뿐만 아니라 도시에서도 곳곳의 공간을 활용하여 농사를 지으며 건강과 더욱 안전한 먹거리를 원하는 소비자의 니즈를 토대로 변화하고 있다. 6차 산업의 일환인 도시농업은 도시와 농업의 합성어이다. 도시에서 1차 산업인 농산물 재배를 시작으로 가공과 유통 그리고 서비스, 체험 등을 개발하며 이를 통해 일자리를 창출한다. 도시에서 능동적으로 기존 휴식 공간을 공동 텃밭 등으로 만들어 공동의 작물을 재배하고, 아파트·사무실 자투리 공간을 가꾸며 과거 대부분 농촌에서만 이뤄졌던 농업이 이제는 도심 속에서 다채롭게 진행되고 있다. 내가 근무하고 있는 신복마을도 주민들과 도시재생사업의 일환으로 매입한 마을의 공간을 활용하여 도시농업을 진행하고 있다. 주민들과 서로 소통함을 기반으로 공동의 공간을 디자인하고 텃밭을 조성하였다. 궁극적으로는 정서적 안정과 공동체 문화 형성을 통해 마을경쟁력 재생을 하고자 한다. 2021년, 농업에서 가장 기본적인 작물 심기를 시작으로 2022년에는 작물 외에 미래먹거리로 부상한 곤충 사육을 경험해 보았다. 주민들이 직접 관리하는 방법을 배워 전문가와 함께 마을에서 직접 기르고 가공하는 과정을 진행하였다. 올해는 농업에 필요한 물품들을 직접 제작하고, 그 물품들을 활용하여 조별로 텃밭을 개간·재배하는 과정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마을잔치를 통해 재배되는 작물을 음식으로 만들어 주민들과 나누려고 한다. 이러한 시간을 통해 현재 도시농업을 함께하고 있는 주민을 시작으로 더 많은 마을 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홍보하고 소통의 장을 만들어 나갈 예정이다. “그 전에 주민들간의 함께 할 수 있는 게 없었는데, 옆 집에 누가 사는지 몰랐었는데 이런 활동을 통해 친밀감도 생기고 함께 가꾸는 즐거움이 있어”, “마을에서 모르는 사람과 새롭게 대화도 해 볼 수 있고, 당번이 있어서 일거리도 생기고, 책임감도 생기는 것 같아” 평소 집 앞마당에 하나씩 작은 텃밭을 가꾸어 농업이라는 콘텐츠가 일상 중 하나로 어색함이 없는 주민들은 마을 공동의 공간에서 함께 키우는 작물들 덕분에 책임감과 일궈내는 재미가 생겨 공간을 더욱 자주 방문하게 된다고 했다. 물론 진행하는 과정에는 이상과 현실 사이, 어려움도 있지만 연차별 과정이 마을에 테스트 베드가 되어 우리 마을만의 도시농업 콘텐츠를 만드는데 자양분이 될 것이다. “이 많은 걸 어떻게 혼자 먹어, 동네 사람들이랑 같이 나눠먹어야지” 키우는 수고로움에도 자연스레 이웃을 생각하는 마음이 움트는 걸 보며, 이런 따뜻한 마음이 신복마을 도시농업이 주는 긍정적인 영향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였다. 우리는 앞으로 마을에 지어질 도시농업 발전소을 염두하고 마을에서 주민들이 향후 자생할 수 있는 콘텐츠를 찾기 위해 준비하고 실행하고 있다. 마을을 가꾸어 나가는 과정의 아름다움과 나누는 정을 시작으로 서로가 서로를 이끌어주며 시작은 미미할 수 있으나 조화로운 마을 공동체로 성장 되기를 바란다. /박주연 팔복도시재생지원센터 선임코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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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5.25 16:52

전북정치권 금융중심지 대응 너무 약하다

제3금융중심지의 전주 지정이 무산 위기에 직면하면서 도민들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한편에선 현 정부의 정책 의지에 대한 비판 여론이 일어나고 있고 또 다른 한편에선 민주당 중심의 지역 정치권이 그동안 너무 미온적으로 대응했다는 뼈아픈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윤준병 국회의원(정읍·고창)은 25일 민주당 정책조정회의에서 대통령의 공약은 "국민에 대한 약속의 공약이 아니라 빌 공(空)자 공약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한 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대선기간 전북을 방문해 전주를 서울 다음 가는 제2의 국제 금융도시로 만들어 새만금과 전북 산업을 확실하게 지원해주겠다고 했으나 실행계획도 없고 국정과제에도 포함시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지난 11일 국회 정무위에서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전북 제3금융중심지가 대통령 공약은 맞지만, 산업은행 부산 이전과 같은 우선적인 국정과제가 아니라고 알고 있다’면서 사실상 거부의사를 밝힌데 대해 더 이상 희망고문을 이어가지 말라는 지적이다. 민주당 김성주 의원(전주병)과 박용진 의원(서울 강북을), 진보당 강성희 의원(전주을)도 이날 전북금융중심지 추진 관련 기자회견에서 강한 톤으로 올해 수립되는 ‘제6차 금융중심지 조성 및 발전에 관한 기본계획’에 전북 제3금융중심지를 꼭 포함시켜야 한다"며 대선 공약 불이행에 대해 비판했다. 만시지탄의 감이 있지만 이들 의원들이 대선공약 이행을 거듭 주문한 것은 사실상 전주금융중심지가 무산될 개연성이 커진 때문이다. 하지만 도민들 사이에서는 민주당 집권기에 국회 절대다수를 가진 상태에서 확실한 갈무리를 하지 못한 것이 결국 오늘에 이르러 이런 상황을 불러왔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물론, 정부여당이 선거를 앞두고 금융중심지 문제를 ‘토사구팽’식 정치 아이템으로 전락시킨 것은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일이지만 전북정치권 스스로 반성이 앞서야 한다는 거다. 지역정치권에서는 선거 과정 등에서 금방 다 될것처럼 호언장잠 해놓고도 흐지부지 되는 상황에서도 별다른 행동이 없었기 때문이다. 최근들어 금융중심지 현안 문제가 다시 불거진 것은 전북 국회의원이 아닌 서울을 지역구로 둔 민주당 박용진 의원으로 부터 비롯됐다는 점은 도내 의원들이 뼈아프게 새겨야할 지점이다. 전북은 민주당이 집권하던 좋은 시절에도 누구하나 당차게 지적하지 못하고 정부 눈치만 살폈던게 사실이기에 이젠 말 보다는 보다 확실한 행동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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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5.25 15:23

남원 춘향제, ‘세계적인 지역축제’ 로 거듭나야

1931년 시작된 남원 춘향제는 우리나라 지역 축제의 효시로 꼽힌다. 일제 강점기에도 명맥을 유지했고, 문화관광부의 한국 상징 문화관광축제로 7년 연속 선정될 만큼 뿌리가 깊다. 또 신의를 저버리지 않는 춘향의 정신을 되새기고 전통문화를 계승 발전시키는데 일익을 담당해왔다. 현대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굳건히 전통을 계승하면서 축제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려는 노력도 있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지역축제 춘향제가 올해로 제93회를 맞았다. 올해는 ‘춘향, 빛을 그리다’를 주제로 25일부터 29일까지 닷새간 광한루원 및 요천 일원에서 열린다. 물론 그동안에도 전국적인 명성 속에 역사와 권위를 인정받아온 게 사실이지만 여기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 춘향제 100주년을 앞두고 국내 명성을 넘어 ‘세계적인 지역축제’로 거듭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춘향제와 비슷한 시기에 단오제를 여는 강릉시는 일찌감치 강릉 단오제의 세계화를 선언했다. 우선 시대변화에 맞춰 축제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고, 폭넓은 의견수렴을 통해 축제의 방향성을 재검토해야 한다. 춘향제의 새로운 100년을 모색하는 자리는 반드시 필요하다. 해마다 대동소이한 모습으로 반복되고 있는 프로그램부터 새로운 시각에서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특히 대표 프로그램인 ‘춘향 선발대회’와 관련, 당초 취지를 제대로 살리고 있는지 냉철하게 돌아봐야 할 것이다. 여성의 상품화를 부추긴다는 지적과 함께 미인대회가 속속 폐지되고 있는 상황에서 ‘춘향 선발대회’를 여전히 대표 프로그램으로 내세워 홍보해야 하는지 숙고할 일이다. 전국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눈요기식 프로그램은 과감히 폐지하고, 전통도시 대한민국 남원에서만 보고 체험할 수 있는 특색있는 프로그램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 일본 삿포로 눈축제와 영국 에든버러축제, 스페인 부뇰 토마토축제처럼 세계화에 성공한 지방도시의 축제들이 지역의 특색을 살린 독특한 아이디어와 방문객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지역의 가치가 강조되는 글로컬(Glocal) 시대, 대한민국 대표 축제 춘향제가 세계인이 몰려드는 지구촌 축제로 거듭나 전통문화도시 남원의 관광 활성화를 이끄는 첨병 역할을 해내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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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3.05.25 12:32

바보 정신과 정치개혁

“꽃들이 바보가 됐나 봐요.” 봄꽃이 줄지어 피어난 아파트 화단을 지나다 문득 열 살 남짓한 여자아이의 목소리에 귀가 기울여졌다. 꽃이 피는 시기와 순서가 뒤죽박죽됐다는 엄마의 설명을 들은 아이의 천진난만한 표현이었다. 아이의 말처럼 꽃이 바보가 된 것이 아니라 바뀐 환경에 바르게 적응한 것이라 생각한다. 꽃과 나무는 말없이 올바른 선택을 하지만, 인간의 고정된 시각에서는 ‘바보’라 단정하게 되는 셈이다. 5월이 되면 사무치게 그리워지는 바보가 한 명 있다. 바로 ‘바보 노무현’ 전 대통령이다. 노 전 대통령은 스스로 자신을 ‘바보’라는 별명을 좋아했다. ‘바보’라는 별명은 2000년 제16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정치 1번지라는 종로구의 현역 국회의원 지위를 내려놓고 지역주의 타파를 위해 부산에 내려가 낙선하면서 붙게 됐다. 1990년 3당 합당 때 ‘야합’이라고 비판하며 김영삼 전 대통령을 떠나며 꼬마민주당에 입당하는 등 ‘꽃길’ 대신 ‘가시밭길’을 선택했다. 현명한 국민은 오랜시간 그의 진정성을 확인했고, 결국 ‘대통령 노무현’을 만들게 된 것이다. ‘노무현’이라는 이름은 동시대를 살았던 우리에게 다양한 정치적 가치를 표상하고 많은 메시지를 남겼다. 지역구도 타파, 지방분권, 탈권위와 수평적 리더십, 소외된 이들에 대한 애정, 상식이 통하는 사회,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 등으로 대변되는 ‘바보 노무현의 정신’은 지금도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무엇보다 삶의 매 순간 올바른 일을 하고 국민과 국가의 미래를 위한 선택을 하기 위해 혼신을 다 바친 치열한 고뇌의 모습이 정치적 입장을 떠나서 ‘노무현’이라는 한 사람의 삶과 죽음 앞에 모두를 숙연하게 만들었다. 필자 역시 1996년 첫 만남의 순간부터 노무현재단 전북위원회 공동대표를 맡은 오늘까지도 그의 정신을 본받고 따르고자 힘쓰고 있으며,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는 마음의 빚을 지고 산다. 노 전 대통령의 참여정부 말기 한 인터뷰에서 “바보 정신으로 정치를 하면 나라가 잘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바보 정신’은 세상을 올곧게 바라보겠다는 의지이자 인간다움이라고 생각한다. 이해득실만 따지는 정치판 속에서 여야가 발목을 잡고, 정치 개혁을 방관하면 국가의 발전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 일부 국회의원 지역감정과 사회갈등에 기댄 정치를 하고, 거대 미디어에 아부하며, 자본의 이익을 위한 대변자로 일한다. 대화와 타협의 정치가 발붙이기 어렵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우리는 정치개혁을 위한 갈림길에 서 있다. 올바른 정치인이라면 코앞의 선거 승리와 권력을 쟁취하는 길이 아니라 원칙에 따라 국민을 위한 험로를 택해야 한다. 시민들의 다양한 요구와 소망을 최대한 실현하는 정치로 개혁하자. 국회는 선거제도를 개편해 전국단위 비례대표를 늘리고 다양성이 보장되도록 만들어 ‘혐오의 경쟁’이 아니라 ‘잘하기 경쟁’을 하는 정치풍토를 만들어야 한다. 정당은 조직된 시민의 힘을 믿고 ‘반칙과 특권’을 향해 칼을 빼 들고 기득권에 맞서 싸울 수 있는 용기 있는 인물을 공천해야 한다. 모든 과정은 시민과 당원의 의사를 존중하고 반영해야 한다. 그것이 ‘바보 노무현 정신’을 계승하는 정치개혁의 첫 단추가 될 것이다. /정희균 노무현재단 전북위원회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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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5.24 18:04

정부는 새만금국제공항 공기 단축하라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전주를 찾아 “새만금 국제공항을 조기 착공해 공항·항만·철도 등 ‘새만금 트라이포트’를 구축하겠다”고 발표했다. 새만금국제공항을 앞당겨 짓겠다고 공약한 것이다. 당시 도민들은 이 공약을 크게 반겼다. 미군 공항에 의존해 온 전북에 새로운 하늘길을 열어 새만금 내부 개발을 촉진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믿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공약은 헛공약이 될 공산이 크다. 국토교통부 등 정부가 전혀 움직일 기미를 보이지 않아서다. 반면 부산 가덕신공항은 조기 개항을 위해 건설을 전담할 공단 설립이 가속화되고 있어 대조적이다. 정부는 힘 있는 정부 여당 의원들의 눈치만 보지 말고 대통령의 공약에 따라 새만금국제공항을 조기 착공토록 해야 할 것이다. 새만금국제공항은 지난해 6월 기본계획을 확정 고시했다. 이 계획에 따르면 총사업비 8077억원을 투입해 2500m 길이의 활주로와 항공기 5대가 주기할 수 있는 계류장, 1만510㎡의 여객터미널, 750㎡의 화물터미널, 주차장, 항행안전시설 등이 설치된다. 미군 공항인 군산공항 서쪽으로 1.35km 떨어져 있다. 2028년까지 건설을 완료하고 시험운항 등을 거쳐 2029년에 개항할 예정이다. 전북도는 그동안 공항 건설에 목을 매다시피 해왔다. 2019년에는 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를 위해 다른 사업들을 포기했다. 국제공항은 새만금이 동북아의 경제허브로 도약하기 위한 필수적인 기반시설이다. 국내 뿐 아니라 외국 자본유치에 사활을 걸어야 하는 입장에서 공항의 공기 단축은 너무도 당연하다. 더구나 올해 8월에는 새만금지역에서 세계잼버리대회가 열려 168개국 5만 여명의 청소년들이 참여하게 된다. 이러한 대규모 국제행사에 변변한 국제공항이 없어 망신을 당할 판이다. 그러나 국토교통부는 미동도 하지 않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가덕도 신공항 공단 설립에 힘을 실어주고 공항 준공 후 건설인력 운용 방안까지 내놓았다. 또 그동안 공단 설립에 제동을 걸었던 기재부마저 힘있는 부산정치권 여당의원들의 등쌀에 밀려 공단 설립쪽으로 방향을 선회하고 재원마련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힘센 의원이 없는 전북 같은 곳은 현 정부에서 설 자리가 없다. 이게 윤석열 정부가 지향하는 공정이고 정의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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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3.05.24 18:04

윤석열 정부 출범 1주년, 대한민국이 실종됐다

지난 5월 10일,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한 지 어느새 1년이란 시간이 지났다. 윤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자유, 인권, 공정, 연대의 가치를 기반으로 국민이 진정한 주인인 나라, 국제사회에서 책임을 다하고 존경받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국민 앞에 약속했다.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 정부 출범 1년을 앞두고 이루어진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의 국정수행에 대한 부정평가가 무려 63%를 기록했다. 지난 한 해 여당 국회의원들은 대통령실의 여의도 분소에서 일하는 직원처럼 굴었고, 정권에 대한 비판적 자성을 배제시키더니 독선만이 난무했다. 정부에게 야당은 대화와 타협의 대상이 아니라 무조건적으로 배척하고 반대해야 하는 대상이 되어버렸다. 정치의 본령인 갈등조정은 내팽개치고 오히려 갈등을 주도하고 조장하는 형국이다. 그렇게 지난 1년, 정치는 실종됐다.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양곡관리법과 간호법 개정안에 대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정치 포기 선언 그 자체였다. 안에서 새는 바가지가 밖이라고 안 샜을 리 없다. 윤석열 정부의 외교는 그야말로 참사 수준이었다. 전 국민이 난데없는 듣기평가를 치러야 했던 ‘바이든/날리면’ 논쟁이나, 영국 여왕에 대한 조문 없는 조문외교, 미국의 동맹국 도청에 꿀먹은 벙어리 마냥 침묵했다. 일본에게 강제징용 배상 문제 해법이라며 셀프배상안을 만들어 바치더니, 이젠 조사 권한 하나 없는 시찰단을 파견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보증이라도 설 기세다. 정부가 ‘심리적 G8 국가’, ‘사실상 핵공유’ 같은 허황된 표현으로 없는 성과를 짜내는 일에 골몰하는 동안 미국의 IRA법, 반도체법 규제에 직격당한 우리 기업들은 각자도생하기 바쁘다. 수출과 대외의존도가 높은 경제구조 속에서 국익 없는 외교를 펼쳤으니, 경제도 위기다. 현재까지 한미동맹 강화에 올인(All in)한 후과라고는 삼성전자 중국 법인의 역대 최저 매출, 1%대로 추락한 현대차 중국시장 점유율 뿐이다. 가뜩이나 반도체 산업의 위축으로 수출도 녹록지 않은데 사상 최대 한미 간 금리 격차로 수입 물가까지 상승세니 경상수지 흑자 전망은 줄어만 간다. 물가와 실업률을 더한 경제고통지수는 지난 1월 8.8로 같은 달 기준 24년 만에 최고점을 찍었다. 국민들의 팍팍한 삶이 최고조에 이르렀다는 의미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이 정부가 국민의 말을 귀담아 듣지 않는다는 점이다.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조합 활동을 탄압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화물연대 파업을 두고 북한 핵에 비유하며 노골적으로 적대시하고, 건설노조를 조직폭력배에 빗대며 건폭이라는 신조어까지 탄생시켰다. 결국 한 노조원의 억울함을 해결하는 것 보다 경찰의 구속영장으로 압박하더니 급기야 분신 자살하게 이르렀다. 언론에 대한 적대적 태도로 국민의 알 권리도 제약당하고 있다. 출근길 약식 기자회견은 6개월만에 자취를 감췄고, 색깔론과 고발을 무기로 언론의 입을 막기 급급하다. 그 결과 국경없는기자회의 언론자유 지수 순위는 작년 43위에서 올해 47위로 떨어졌다. 지금까지가 임기 1년의 성적표다. 남은 4년이 지난 한 해와 같이 반복해선 안 된다. 협치부터 시작해야 한다. 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취임 1년이 넘도록 야당 대표를 만나지 않은 대통령은 윤석열 대통령이 유일하다. 민주당이 줄기차게 요구해온 영수회담을 기점으로 오직 국민과 민생을 위해 힘을 합쳐야 할 때다. 잊지 마시라. 국민을 적으로 돌리고서 성공한 정부는 없고, 그럴 수도 없으며 그래서도 안 된다. 국민이 주인인 나라, 국제사회에서 존경받는 나라를 진정으로 소망한다. /안호영 국회의원(민주당 수석대변인∙완주진안무주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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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5.24 15:47

전라감사 김학진

1894년 5월 22일, 고종은 신임 전라감사에 김학진(1838~?)을 임명했다. 그런데 김학진은 임금 앞에 엎드리더니 도무지 일어나지 않았다. 고종이 물었다. “무슨 할 말이라도 있느냐?” 김학진이 말했다. “재량권(便宜從事·편의종사)을 주신다면 바로 부임하겠습니다”. 고종은 머뭇거렸다. 그러다가 할 수 없다는 듯 “그대에게 맡기겠다”라며 허락했다. 당시 전라감사 자리는 ‘독(毒)이 든 성배’였다. 5월 31일, 전주성이 농민군 손안에 떨어졌다. 6월 7일, 청나라군대가 아산만에 상륙했다. 6월 9일엔 일본군 선발대가 제물포에 올랐다. 안팎 상황이 긴박했다. 김학진은 전주 근교인 삼례에 머물며, 전봉준과 수차례 ‘물밑 밀사 교섭’을 가졌다. 그렇게 6월 10일 전주화약(和約)이 맺어졌다. 7월 23일 새벽, 일본군이 경복궁을 점령했다. 7월 24일, 고종은 느닷없이 김학진을 병조판서에 임명했다. 이에 김학진은 “제가 만약 (전라감영에) 하루라도 없으면, 동학무리를 어루만져 귀화시키는 국면은 파탄이 날 것”이라며 거부했다. 신하들은 ‘도적을 끼고 임금을 협박한다’며 김학진을 당장 잡아들이라고 아우성쳤다. 7월 25일 일본 해군이 아산만 풍도 앞바다에서 청나라함대를 기습 격침하며 청일전쟁이 터졌다. 7월 27일 조선조정에선 김홍집 친일내각이 들어섰다. 전주는 아전들의 악명이 높았다. 아전들은 서울에서 내려온 감사의 눈과 귀를 가렸다. 백성들의 고혈을 쥐어짜기 바빴다. 일찍이 대원군은 “조선엔 3가지 큰 폐단이 있는 데, 충청도의 사대부, 평양의 기생, 전주의 아전이 바로 그렇다”라며 탄식했을 정도였다. 김학진은 우선 ‘아전들의 입김’부터 차단해야 했다. 그는 고심 끝에 서울에서 유능한 참모를 데리고 갔다. 김성규(1863~1936)가 바로 그 인물이었다. 김성규는 개화파 지식인으로 실용적이고 영민했다. 그의 아들이 바로 ‘사의 찬미’ 윤심덕과 현해탄에 몸을 던진 연극인 김우진(1897~1926)이다. 언어학자 김방한(1925~2001) 전 서울대교수가 김우진의 아들이기도 하다. 8월 6일 김학진과 전봉준은 전라감영 선화당에서 ‘관민상화(官民相和)’를 맺고 집강소 체제를 출범시켰다. 집강소란 ‘기강을 세우는 곳’이란 뜻. 관리와 함께 농민군이 직접 지방행정에 참여해 양반-상놈, 상전-종놈과 같은 차별적 구질서를 깨부숴 버렸다. 노비 문서를 불태우고, 과부 개가를 허용하는 등의 <12개 폐정개혁안>을 실시했다. 그 밑그림의 실무자가 바로 김성규였다. 조선 양반사회는 발칵 뒤집혔다. 매천 황현은 “아침에는 김학진의 머리를 매달고, 저녁에는 전봉준의 시체를 찢었으면 좋겠다”라며 펄펄 뛰었다. 하지만 당시 일본군 내부보고서엔 “김학진은 동학당의 전주 입성을 전후해서 목숨을 걸고 구민 사업을 주선하는 데 전력을 다했다.”라고 적혀있다. 김학진은 과연 어떤 사람인가. 그의 공식 전라감사 재임(5.22.~11.6.) 기간은 6개월이 채 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의 ‘보이지 않는 역할’은 컸다. 그는 소신이 뚜렷하면서도 세심했다. 무조건 백성에게 호통치지 않았다. 명색이 전라감사인데도 늘 전봉준을 앞세웠다. 농민군의 2차 봉기 때도 후방에서 전봉준에게 식량과 무기를 운반해 줬을 정도였다. 예나 지금이나 행정은 ‘작은 생선을 굽듯이(若烹小鮮·약팽소선)’ 펼쳐야 한다. 낮은 자세로 백성의 눈높이에 맞춰, 조심스럽게 다가가야 한다. 가을밤, 전어 굽다가 홀라당 태운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관리들이 내놓는 정책은 대부분 겉보기에 꽤 그럴싸하다. 문제는 그것이 현장에 적용될 때이다. 으레 삐걱대고 불만이 터진다. 그러다 끝내 민심이 폭발하기도 한다. 그렇다. 악마는 언제나 '디테일'에 있다. /김화성 전 동아일보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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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5.24 15:47

순환골재와 잼버리

며칠전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기자회견을 통해 기후위기에 대응하고, 폐기물 발생을 최소화하는 ‘녹색정비’ 신도시 정비 원칙을 담은 ‘녹색순환정비법안’을 발의해 눈길을 끌었다. 지난해 대선 이후 잘 보이지 않던 심 의원은 민감한 정치 현안도 아닌 기후위기를 언급했는데 내용을 보면 작은 것 같아도 매우 중요한 게 있었다. 눈에 띄는 것은 건설폐기물 발생 최소화를 위해 재활용 건축자재인 순환골재 사용을 공공건설에만 적용되던 현행 법체계에서 더 확대했다. 건축물 기초 재료로 쓰이는 모래와 자갈을 뜻하는 골재(骨材)는 품질이 보장되지 않으면 건축물의 안전 역시 담보할 수 없다. 매년 산과 강에서 채취하는 골재는 2억㎥ 이상으로 추산되는데 확보하는 과정에서 산림·하천 훼손과 환경 파괴가 가속화하고 있다. 천연골재를 채취하는 과정에서 환경 훼손이 불가피한 만큼 대체 자원으로 떠오른 것이 순환골재다. 순환골재는 폐(廢)토석 등 폐기물을 처리한 후 품질 기준에 적합하게 만든 것을 의미한다. 기존 자원을 재활용하면서 제품 가격은 천연골재의 60% 수준이다 보니 많이 사용할수록 공사 예산을 절감할 수 있기에 도로 공사, 주차장 겉흙, 매립시설의 복토 등으로 활용되고 있으나, ‘폐기물로 만들어 믿을 수 없다’는 편견 때문에 아직 널리 이용되지 않고 있다. ‘건설폐기물의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국가나 지자체 등 공공기관에서 일정 규모 이상의 건설공사를 발주하는 경우 순환골재 및 순환골재 재활용 제품을 전체 공사 자재의 40% 이상 사용을 의무화 하고 있다. 한국산업규격(KS)의 순환골재 품질기준 비교표에 따르면, 콘크리트용 굵은 골재 기준으로 순환골재의 절대 건조밀도는 2.5g/㎤ 이상으로 천연골재와 같고 흡수율(3.0% 이하)과 안정성(12% 이하) 분야도 순환골재와 천연골재의 기준이 같다. 요즘 새만금잼버리 대회의 성공 개최 여부가 최대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침수 문제를 단기간에 해결할 수 있는 해법은 야영장 일대에 순환골재를 조속히 깔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차오른 물을 빼내는 펌핑만 가지고는 한계가 있기에 대회가 끝난뒤에도 지반을 다져야 하는 만큼 전문가 의견을 취합해서 순환골재로 골치아픈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비전문가의 막연한 판단에 맡기지 말고 반드시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야만 새만금잼버리가 끝난 뒤 두고두고 후회 할 일이 없다. 그런데 때마침 자원순환 분야 전문가들이 오늘(25일)과 내일 무주 나봄리조트에서 ‘2023년 전북 자원순환 워크숍’을 개최한다. 이번 워크숍에는 전북도 및 각 시군 공무원, 한국폐기물협회, 한국환경공단 등 다양한 기관에서 참여한다. 워크숍에서 한국건설자원협회의 ‘건설폐기물 재활용 정책·제도 현황 및 순환골재 활용 사례 등의 정보가 공유될 예정이라고 하니 잼버리 관계자들은 직접 가서 한번 들어보고 순환골재 활용 여부를 판단할 일이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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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병기
  • 2023.05.24 15:44

‘전주~김천 철도’ 언제까지 미적거릴텐가

전북 전주시에서 진안·무주군을 거쳐 경북 김천시까지 연결하는 동서횡단철도는 총연장 101㎞의 단선전철로, 사업비 2조 5000여 억 원에 이르는 대규모 SOC사업이다. 이 철도가 건설되면 시간과 운임 절감 효과는 물론 영호남 간 인적·물적 교류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전북도와 경북도, 그리고 철도 통과노선 지자체장들은 공동건의문을, 주민들은 호소문을 제출하면서 정부에 사업을 촉구했다. 특히 전북도와 지역정치권에서는 새만금지구의 물류기반을 확보한다는 목적으로 전주~김천 동서횡단철도 조기 착공에 사활을 걸었다. 전주∼김천 철도가 건설되면 군산항과 새만금 신항 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2014년 이전 착공이 전북도의 당초 목표였다. 이렇게 내부에서 소리는 요란했지만 정작 정부를 움직이지는 못했다. 전주∼김천 철도 건설사업은 2006년 제1차 국가 철도망 구축계획부터 제2차, 제3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까지 추가 검토사업으로만 분류되다 2021년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서 우여곡절 끝에 가까스로 사전타당성조사 대상사업으로 선정됐다. 이후 2021년 12월 사전타당성조사 용역에 착수했지만 조사기간이 지난해 말에서 올해 3월, 그리고 올해 말로 잇따라 연장되면서 사업에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전북도에서 장기간 사활을 걸고 추진한 광역교통망 사업인데도 정부를 제대로 설득하지 못해 사전 절차에만 세월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사업추진을 장담할 수도 없다. 사전타당성조사를 통해 경제성을 인정받을 경우 예비타당성조사 대상 사업에 선정될 수 있지만, 사업 추진의 관문인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하는 일도 결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전북도와 지역정치권의 역량 부족을 그대로 보여주는 안타까운 현주소다. 한반도 남부 동서축을 연결하는 전주~김천 동서횡단철도는 영호남 인적·물적 교류 활성화와 국가균형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SOC다. 지역사회의 요구도 오래 전부터 지속돼왔다. 더 이상 미적거려서는 안 된다. 정부가 마땅히 국책사업으로 서둘러 시행해야 하고,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사업으로 추진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아울러 전북도와 지역정치권도 다시 한번 역량을 총결집해 정부를 설득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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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5.24 12:27

전북 떠나는 청년들, 양질의 일자리로 잡아야

청년층의 탈(脫)전북 러시가 계속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청년 인구의 계속된 유출은 생산가능인구 감소로 이어지고 지역경제의 약화를 가져온다. 또 지역이 활력을 잃고 결국 지방소멸을 앞당기는 요인이 된다. 전북은 가뜩이나 고령화율까지 높아 이대로 가다간 ‘전북’이라는 간판을 내리는 날이 올수도 있다. 전북도와 14개 시군, 대학, 기업 등은 서로 손잡고 청년층의 유출에 머리를 맞댔으면 한다. 호남지방통계청이 22일 발표한 '2023년 1분기 호남권(전북·전남·광주) 지역경제 동향'에 따르면 전년 동분기 대비 1분기 전북지역 인구는 전입인구보다 전출인구가 많았다. 순유입은 50대 464명, 60대 361명이었으며 순유출은 10대 411명, 20대 2176명 등으로 모두 1764명이 순유출됐다. 문제는 20대의 유출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20여 년간 전북을 떠난 청년층이 20만 명에 달하는데 이어 올해 1분기에만 2000여 명이 빠져나가면서 앞으로 계속해서 청년층 인구가 유출될 것으로 전망돼서다. 이같은 청년층의 유출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더구나 뾰족한 대책이 없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수도권 등으로 빠져나가는 이유를 보면 10대는 교육, 20대는 일자리가 첫번째로 꼽힌다. 이들을 붙잡기 위해서는 일자리와 교육, 주거, 금융, 문화, 복지 등 다양한 요소가 충족되어야 가능하다. 그 중 가장 중요한 일자리는 기업 유치가 지름길이지만 말처럼 쉽지 않다. 다음으로 지역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서는 청년 창업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청년 창업 역시 수도권 집중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전북 등 비수도권의 경우 자영업자 중심의 유통, 개인서비스업이 대부분으로 부가가치가 낮은 편이다. 정부의 창업 지원 규모도 매년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대도시 중심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내년 출범하는 전북특별자치도법에 청년창업에 관한 다양한 특례를 신설해 다각적인 지원책을 마련했으면 한다. 이와 함께 사회적 기업 육성과 산학협력, 문화욕구 향유, 돌봄 환경 등도 청년들의 눈높이에 맞췄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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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3.05.23 18:38

​재래시장의 선택과 지혜

지금은 거의 사라졌지만 3일장이니 5일장이니 하여 일정한 기간의 간격을 두고 정기적으로 열리는 장이 있었다. 상설 시장과는 달리 일정한 날에 장이 서는 그날을 우리는 ‘장날’이라 불렀다. 5일장이라면 매월 1일과 6일, 2일과 7일, 3일과 8일, 이렇게 짝을 맞추어 열리는 형식이다. 지역의 특성에 따라 3일 간격으로 혹은 5일 간격으로 열렸던 이들 정기적인 시장은 일종의 사설시장이었지만 상업이 발달했던 조선 후기, 장시문화를 주도했을 정도로 크게 번성했다. 그러나 한국사회의 근현대화로 시장의 환경이 크게 변하면서 재래시장(상설시장)은 쇠락하거나 소멸의 위기에 처했다. 상설시장보다도 생명력을 보장받기 어려웠던 정기시장의 처지는 말할 것도 없었다. 돌아보면 3일장과 5일장은 상업 활동의 중심이자 지역주민들이 교류하고 소통하면서 지역문화 공동체의 결속을 이어내는 의미 있는 장소였다. 이들 시장이 번성했던 시절은 1970년대. 전국적으로 1천개의 시장이 존재했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급격한 현대화와 함께 몰려온 유통 환경의 변화는 재래시장의 쇠락을 부추겼다. 그 결과 2000년대 들어서면서 살아남은 사설 시장은 반절 수준. 숫자는 500개로 줄었고 이후 더 급감하기 시작해 지금 살아남은 3일장 5일장은 얼마 되지 않는다. 2000년대 초반 즈음, 위기에 처한 재래시장을 살리기 위해 ‘재래시장 현대화’를 내세운 사업이 각 자치단체마다 유행처럼 번졌다. 한결같이 엄청난 예산을 들여 시장을 현대식으로 개조하는 방식이었다. 낡고 오래되어 불편했던 재래시장은 번듯한 현대식 상가로 변신했으나 아쉽게도 효과는 미미했다. 우리지역에도 순창장이나 무주 설천장, 진안 장계장처럼 이름을 알렸던 5일장이 많았다. 그러나 1923년에 시작되어 일제 강점기를 거치면서도 건재했던 순창장이나, 현대화 사업으로 화려한 변신을 내세워 옛 영화를 꿈꾸었던 설천장도 쇠락의 위기를 넘어서지 못했다. 당시 재래시장의 현대화는 현실적 과제였지만 외형에만 치우친 개량 사업이 가져온 폐해는 오히려 악영향을 가져왔기 때문이다. 최근 지역소멸 위기에 놓인 지역들의 전통시장이 더 큰 위기를 맞고 있다는 소식이다. 전북에서도 10년 사이 6개 시장이 사라졌다. 인구 감소가 가장 큰 원인이지만, 다시 낡아지고 불편해진 재래시장이 불러온 한계다. 그러나 비슷한 환경에서도 살아남아 이름을 알리는 재래시장과 거기 기대어 맥을 잇고 있는 5일장들이 있다. 들여다보면 시설의 현대화에만 기대지 않고 재래시장이 지켜왔던 독창적인 정서를 살리기 위해 분투해온 곳들이다. 시장의 기능에 문화적 요소를 더해 관광지로 변화시킨 선택과 지혜에 박수를 보낸다. /김은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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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정
  • 2023.05.23 18:37

전북 노동자 작업복 세탁소는 장애인 표준사업장으로 하자

참 반가운 소식이다. 전북에도 노동자 작업복 세탁소가 만들어진다고 한다. 전북 도의회 권요안 의원은 지난 15일 '노동자 작업복 세탁소 설치 및 운영 지원 조례안'을 대표 발의했다. 조례안은 노동자 작업복 세탁소 설치·운영 및 시설 확충, 세탁 시스템 구축 등에 관한 사항을 담고 있다. 노동자는 일을 하다 보면 기름, 분진, 각종 유해 물질에 작업복이 오염된다. 하지만 자체 세탁 시설을 갖춘 대기업을 제외한 대부분의 중·소 사업장은 오염된 작업복을 세탁할 수 있는 별도 시설이 없다. 일반 세탁소는 이를 취급하기 꺼리고 가정에서도 다른 세탁물과 별도로 세탁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노동자는 오염된 작업복을 입고 일할 수 밖에 없으며 이로 인해 건강권이 침해된다. 이를 해결하고자 2019년 김해에서 전국 처음으로 노동자 작업복 세탁소가 만들어졌다. 경남에서 시작된 노동자 세탁소는 전국으로 뻗어나가 현재 광주광역시, 경기도 등 산업단지가 있는 지역에서는 대부분 노동자 작업복 세탁소를 운영 중이다. 지역별로 운영 형태는 약간 차이가 있는데 전북 노동자 작업복 세탁소는 장애인 표준사업장으로 운영하는 것을 제안해 본다. 고용노동부는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을 통하여 지방자치단체 주도형 컨소시엄형 표준사업장 설립을 지원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가 기업 등과 연계하여 표준사업장을 설립하면 최대 20억 원까지 필요한 비용을 무상으로 지원해 장애인 일자리를 창출하는 사업이다. 세탁소 설립에 필요한 재원을 정부 지원을 통해 쉽게 해결할 수 있으면서 지방자치단체의 예산을 절감할 수 있어 효율성이 매우 높다고 하겠다. 또 장애인 표준사업장에는 고용한 장애인 수에 비례해 장애인 고용장려금을 장애유형과 정도에 따라 매월 1인당 35~90만원 계속 지원해 주고 보조공학기기나 근로지원인 지원도 해 주므로 안정적인 운영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장애인 표준사업장’이란 장애인 편의시설을 갖추고 최저임금 이상의 임금을 지급하는 장애인을 10인 이상 고용하고 있는 사업장을 말한다. 작년 말 기준으로 전국 622개 표준사업장에서 14,407명의 장애인이 일하고 있다. 세탁업은 장애인이 많이 근로하고 있는 대표적인 업종이다. 장애인 표준사업장의 11.4%인 71개소가 세탁업체이며 전북지역에도 4개소에서 48명의 장애인이 땀 흘리며 일하고 있다. 이미 세탁 직무는 장애인이 일을 잘하는 직무로 검증받았다는 말이다. 세탁업체의 일은 세탁물을 수거하여 분류하고 세탁, 건조 후 정리 포장하는 공정을 사람들이 반복적으로 수행하는 노동집약적 일이다. 특히, 지적장애 등 발달장애인이 잘 할 수 있는 일이기에 일자리 창출 의미가 더욱 크다고 하겠다. 이런 사유로 포스코, 한국타이어, SK하이닉스 등 대기업들이 노동자들의 작업복 세탁을 위한 자회사형 장애인 표준사업장을 만들어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장애인 표준사업장으로 운영되는 노동자 세탁소는 전북도민에게 복지와 건강 서비스를 제공함과 동시에 장애인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사업이다. 장애인이 깨끗하게 세탁한 작업복을 입고 신명 나게 일하는 노동자의 모습을 상상해 보라. 이것이야말로 정부의 국정목표의 하나인‘따뜻한 동행, 모두가 행복한 사회’를 만드는 것이라 하겠다. 전북의 노동자 작업복 세탁소는 꼭 장애인 표준사업장으로 만들어 지기를 기대해 본다. /양종주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전북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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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5.23 18:37

제 역할 못하는 국회의원 그냥 놔둘 텐가

요즘 국회의원 숫자에 대한 적정성 논란이 관심을 끌고 있다. 대체적 흐름은 정치권을 중심으로 지금 300명보다 많아야 한다는 주장에 맞서 국민 다수는 줄일지언정 더 이상 늘려선 안된다는 입장이다. 시각에 따라 의견을 달리할 순 있지만 이 문제를 관통하는 핵심 기류는 국회의원이 제 역할을 못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밥값’ 도 못하는 의원이 수두룩한데 무슨 염치로 숫자를 더 늘리자는 건지 정말 뻔뻔하다는 반응이다. 국회를 바라보는 정치 혐오가 이미 임계치를 넘어 ‘국회 무용론’ 까지 나돌 정도다. 하지만 전체 인구 대비 우리 국회의원 수가 OECD 국가 평균보다 적은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국민들이 강한 거부감을 보인 건 결코 숫자 문제가 아니라 함량미달 정치력 때문이다. 국민들이 이보다 크게 문제 삼는 건 국회의원에게 집중된 과도한 혜택을 대폭 줄이라는 것이다. 수 차례 ‘특권 내려놓기’를 공약에 내세우고도 선거만 끝나면 언제 그랬느냐는 식이다. 장기간 국회가 공전돼도 세비 매달 1천285만원씩 받아간다. 공식 연봉 외에 별도로 업무추진비, 차량 유지, 사무실 소모품 등으로 1인당 평균 1억153만원, 의원실마다 8명씩 보좌진 인건비로 5억원 안팎이 쓰인다. 선진국 의원보다 연봉이 높은 이들은 코로나 고통 분담을 외치면서도 2018년부터 줄곧 세비를 올렸다. 항공기 비즈니스석과 공항 귀빈실을 이용하고 KTX도 무료다. 시민단체 ‘특권폐지국민운동본부’가 국회의원이 누리는 특권과 특혜를 보니 줄잡아 186가지에 이른다고 한다. 의원내각제를 채택한 유럽 의원과 비교해 보면 기가 막힐 지경이다. 그들의 위상과 역할이 우리보다 결코 뒤처지지 않는다. 그런데도 의원들이 직접 운전하거나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 한다. 수시로 야근하며 의원 2명이 비서 1명을 쓰고 의정 활동 준비를 직접 한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 고 다른 것은 굳이 견줄 필요가 없다. 친근한 이웃으로서 봉사하는 이들에 대한 주민 신뢰도는 정말 대단하다. 부럽다기 보다는 왜 우리는 이렇게 안되는 건지 그저 답답할 뿐이다. 지금 국정 파트너로서 여야 관계는 최악이다. 거대 양당이 반사 이익만 노리고 서로 잘하기 보단 상대 잘못을 들추고 깎아내리는 데 여념이 없다. 오로지 기득권 정치의 생명 연장을 위한 포퓰리즘과 편 가르기 정치에 올인하는 형국이다. 국민 민생, 삶의 질 향상을 위한 개혁엔 별반 관심이 없다. 내년 총선 공천에 목을 매는 상황이라 선거구 논의도 그에 따른 유불리만 따지고 있다. 국회를 통하지 않는 국정 개혁 과제가 거의 없을 정도로 사실상 국회의원은 개혁 주체나 다름없다. 우리 생활에 직간접 영향을 미치는 법률 제정과 예산안 처리에 이들 의지가 관건이다. 아무리 국회의원이 밉다 해도 함부로 정치를 멀리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만큼 선거 때 정치인 옥석 고르기가 중요한 것도 맥락이 같다. 하지만 그동안 이들의 행태를 감안할 때 본인과 연계된 정치 분야 개혁엔 스스로 나설 리가 만무하다. 자기 희생을 통해 국민 눈높이에 맞추려는 혁신 의지가 전혀 눈에 띄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 정치가 4류” 라는 비아냥을 받으면서도 한 발짝도 벗어나지 못한 배경이다. 당장 기초단체장 기초의원 정당 공천제 폐지와 권리당원 경선 폐지 등을 통해 기득권 내려놓기에 대한 그들의 진정성을 보여줘야 할 때다. 국회의원이 바로 유권자의 정치 대리인이다. 그들의 운명은 선거 투표를 통해 좌우된다. 지난 2020년 초선 당선자 합동 연찬회에 참석한다며 국회 내 300m 거리를 이동하는데 버스 6대가 동원됐다고 떠들썩했다. 이런 국회의원을 국민들이 계속 봐야 하는가.

  • 오피니언
  • 김영곤
  • 2023.05.23 18:37

스승은 누구인가?

쉬는 월요일, 학부와 대학원 강의가 있다. 강의 마지막쯤에 질문받으면서 정리하는 시간이다. 한 분이 말하다가 눈물을 보이면서 운다. 조금 당황했다. 강의 마친 후 울음 보인 만학도 학생이 단톡방에 미안하다면서 오늘 배운 내용 중에 자기 삶과 그대로 연결된 내용이 있어서 감정을 주체 못 했다고 했다. 괜히 가슴이 먹먹했다. 스승의 날이었다. 성경에는 “일만 명의 스승이 있을지 몰라도, 아버지는 여럿이 있을 수 없습니다”라고 했다. 일만 명의 스승이라? 요즘 우리 사회에 스승이 그렇게 많을까? 스승은 누구일까? 제자에게 지식을 가르치는 존재, 제자를 옹호하는 사람, 제자를 힘들게 하는 어떤 틀과 같은 정책을 부딪쳐서 깨는 존재, 아니면 친구와 같은 동반자인가? 오래전 홍콩의 쿵후 영화는 비슷한 줄거리가 많았다. 적들에게 목숨을 간신히 건져 숨어 있거나, 부모님을 죽인 원수를 피해 도망 나온 청년이 어렵게 스승을 만나서 훈련하고 복수한다는 이야기. 그 복수의 과정에서 어떤 깨달음을 얻게 도움을 주었다는 스승의 이야기다. 그리고 스승은 떠나고 제자는 혼자서 삶을 살아 내면서 또 다른 스승이 되어 간다. 홍콩 영화 생각하다 보니 한 가지는 알겠다. 스승은 자기 후배인지 제자인지 그 어떤 존재가 자신과 같은 수준으로 또는 자신보다 더 나은 존재로 세우려고 하는 사람이다. 그가 힘들어하는 어떤 틀을 대신 또는 함께 부딪치면서 깨 주는 선배이기도 하다. 30대 중반에 청소년활동시설의 기관장이 됐고 잠시 매너리즘에 빠지면서 박사과정을 시작했다. 몇 년 만에 다녔던 학교에 찾아가 지도교수님 찾아뵙고 시험 친 후 공부를 다시 시작했다. 서울 군산 오고 가면서 많이도 힘들 때였다. 어느 날인가 교수님이 밥 먹었냐면서 교수 식당 데려가더니 밥 사 주면서 잘 먹고 다니라고 했다. 석사 할 때도 고생한다고 학교 뒷문에 아직도 기억하는 작은 식당에 된장찌개 사 주면서 힘내라고 하셨다. 현재 청소년의 관점과 가치, 개념을 설명할 수 있도록 도와준 교수님이다. 아마 내가 그분의 두 번째 박사학위자일 거다. 교수님은 은퇴 이후 대학원에서 작곡 공부하셨고 지금은 작곡가로 변신해서 활동하고 계신다. 고3 때였다. 아버님 돌아가신 후 내 안에 갈등도 심했고 마음이 바닥일 때 성적도 좋지 않았다. 담임이었던 박 선생님께서 따로 부르셨다. 학교 다니는 12년 동안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상담 비슷한 것을 했다. 그때 말씀이 아직도 기억난다. “건희야 너는 성실하고 착하니 뭐든 잘할 거다.” 고3 말미에 아르바이트해서 첫 월급으로 선생님께 작은 선물을 드렸다. 선생님은 교장으로 은퇴하셨다. 어쩌다가 지역에서 뵈면 ‘건희야’라고 먼저 이름 불러 주는 박 선생님. 몇 달 전 출판한 <삶의 바다로 모험을 떠날 용기>라는 청소년 진로 책에도 박 선생님과 같은 교사가 있어야 한다고 실명을 기록해 놨다. 책 나오자마자 선생님께 바로 선물 드린다고 한 권 빼놓고 아직도 드리지 못하고 있는 못난 나. 식사도 대접하고 책도 선물하려고 마음만 가지고 있다가 오늘 스승의 날에 선생님 얼굴만 다시 떠오른다. 내 가슴에 스승으로 존재하는 분들이 계신다는 것만으로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스승의 날을 지나다가 알았다. 나 또한 누군가에게는 스승이었다. 하루 동안 연락해 오는 이전의 청소년, 청년들이 있었다. 스승이 제자를 위해 어떠한 일을 해 주기도 하지만 어느 순간 알게 된 것은, 스승이란 그 존재만으로 가슴이 벅차오르며 힘이 되는 사람이라는 것을. /정건희 청소년자치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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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5.23 15:56

전북의료붕괴는 공공의대가 해법이다

전북의 공공보건의료 밑바닥부터 흔들리고 있다. 전국적인 현상이나 고령화 심화, 인구감소에 더해 경제력이 취약한 전북에서는 임계점에 더 가까이 와 있다. 개업의는 늘어나는 반면, 정작 서민들의 버팀목이라고 할 공공의료는 인력 부족으로 인해 심각한 상황이다. 전북도의회 환경복지위원회와 공공의대 유치지원특별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22일 "의대 정원 확대에 앞서 남원 국립의학전문대학원(국립의전원)부터 설립하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지방의원들의 단순한 입장 표명이 아니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국립의전원 설립은 의대 정원 확대와는 별개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큰 틀에서 볼때 의대 정원 확대는 거스를 수 없는 사회적 요구다. 하지만 이는 의사단체의 반대 등으로 인해 지극히 어려운 협의 과정을 거쳐야 할 상황이다. 그래서 당장 해법은 국가 차원의 인재를 양성하는 일종의 보건의료 분야의 사관학교를 설립하는게 중요하다. 국가 차원에서 의료인력을 양성해 양질의 필수 의료를 제공할 수 있는 국립의전원이 우선 설립돼야만 전북처럼 낙후된 의료환경에서 버틸 수 있다. 사실 국립의학전문대학원은 폐교된 남원의 서남대 의대 정원을 활용해 남원에 설립될 예정이었다. 예정대로라면 벌써 오래전에 설립됐어야 하나 일부 의원들의 지역이기주의 등이 가세하면서 관련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해 장기간 표류 중이다. 민주당 집권 당시 전북 의원들의 역량부족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정권이 바뀌었으나 국회의석의 절대다수를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흐지부지됐다. 도대체 전북 출신 지역구 의원들은 어디에서 무엇을 하는지 질타하지 않을 수 없다. 관건은 정부의 의지다. 여러차례에 걸쳐 남원공공의대 설립을 약속하고서도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지 1년이 훌쩍 넘어섰으나 진전된게 없다. 군산의료원, 남원의료원, 진안군의료원 등 전북지역 3곳의 공공의료원 중 의사 정원을 채운 곳은 단 한 곳도 없는게 현실이다. 봉급을 수도권에서 근무하는 의사들보다 더 많이 준다하더라도 지방에서는 의사 개인의 역량을 키울 수 있는 다양한 수술 케이스를 경험할 수 없고, 생활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에 오지 않으려고 하는게 현장 상황이다. 공공의전원 설립은 한계 상황에 달한 지역 필수진료과 의사 부족과 의료 불균형 등 심각한 공공의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최단기 방안임을 재삼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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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3.05.23 11:51

고령농부의 30년에 걸친 아름다운 쌀 기부

고령농부가 자신이 수확한 쌀을 30여 년 동안 기부해온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미담의 주인공은 완주군 비봉면 원이전마을에 사는 76세의 박승희 농부 부부. 동갑의 이들 부부는 1990년대 초반부터 자신의 논에서 생산한 쌀을 전량, 경로당과 식당 등에 기부해 왔다. 참으로 흐뭇하고 고마운 일이다. 더욱이 이들의 선행은 본인들이 알린 게 아니다. 옆에서 그들을 지켜보던 안형숙 비봉면장이 최근 비봉면 경로당을 돌며 500만 원 상당의 백미를 기부하는 것을 보고 세상에 알린 것이다. 나이들수록 움켜쥐려고만 하는 세태, 조금만 남을 도와도 생색내려는 세태에 귀감이 아닐 수 없다. 이들 부부는 넉넉한 집안에서 태어나지도 않았다. 지독한 가난을 딛고 일어서 묵묵히 선행을 펼쳐온 것이다. 비봉면에서 나고 자란 박씨는 다섯 살 때 어머니를 여의면서 누구보다 배고픈 설움을 온몸으로 경험했다. 시냇물과 쑥으로 허기를 달랠 정도로 굶기를 밥먹듯 하면서 악착같이 품을 팔아 논밭을 모았다. 그렇게 끼니 걱정에서 벗어나자 어려운 이웃에 눈을 돌렸다. 40대 초반 무렵이다. 그 때부터 1600평의 논을 별도로 떼어내 밥맛이 좋은 신동진 벼만 재배해 한해 수확량 전체를 가난한 이웃을 위해 기부했다. 기부는 매년 5월과 7월, 12월 하순 등 매년 3차례씩 단 한해도 거르지 않고 이어졌다. 남은 쌀은 도내 한 대학교 앞에서 청년들에게 저렴하게 점심식사를 제공하는 곳에 기부하고 있다. 또 이들은 완주 고산시장이나 전주 모래내시장에서 채소를 팔아 번 돈도 빵이나 과일을 사 어려운 이웃들에게 나눠준다. 그래서 시장 주변에서는 ‘빵 아저씨’로 불린다고 한다. 자신이 겪은 어려움을 잊지 않고 어려운 이웃에게 베푸는 삶을 산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한 두번 기부에 동참할 수는 있다. 그것도 훌륭한 일이지만 30년 넘게 스스로 땀흘려 얻은 결실을 모두 기부하기는 쉽지 않다. 이들과 같은 나눔의 실천은 갈수록 팍팍해지는 우리 사회에 온기를 돌게 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공동체를 더욱 따뜻하게 만드는 원동력이다. 남이 할 때 박수를 보내지만 정작 내가 실천하기는 쉽지 않은 게 나눔이다. 하지만 나눌수록 그 가치는 커지고 전염된다. 이들 고령농부 부부의 나눔 바이러스가 더욱 멀리 퍼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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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3.05.22 18:58

자기 착취를 통한 성과주의가 만든 피로사회

‘일이 많아져서도 아니고, 스트레스가 늘어난 것도 아닌데 요즘 왜 이리 계속 피곤하지?’ 만성 피로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병원에 가고, 약을 먹고, 운동도 해 보지만 원인을 모르니 잘 낫지 않는다. 만성질환으로 굳어진다. 피로, 피곤함, 두근거림, 우울증,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 등은 모두 현대인의 만성질환이다. 철학자 한병철은 저서 <피로사회>에서 현대인들은 이러한 질환의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 유발자라고 진단하며, 이는 스스로를 착취하며 성과를 달성하는 피로사회에 살고 있기 때문으로 본다. 보통 착취는 누군가-타자가 나를 향할 때 성립해왔지만, 지금은 우리 스스로가 자신에게 착취를 강요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이유는 극도의 ‘성과주의’ 때문이다. 예전에는 ‘성과’를 강요하는 주체가 바깥에 있었다면, 현대에는 그것이 욕망이든, 되고 싶은 자아든지 내 안에 있다. 스스로 성과 목표를 설정하고 도달하지 못하는 자신을 꾸짖고 더 높은 목표를 세우고 돌진하는 식의 굴레에 갇혀있는 것이다. 이러한 자기 착취를 통한 성과 달성 방식은 생산성 향상에 최적이다. 노동자를 감시하는 장치도 필요 없고, 능률 향상을 위한 경쟁 유발 전략도 필요 없다. 개개인을 스스로의 경쟁자로 만들어 놓기만 하면, 과거의 자신보다 성과를 올리기 쉽고, 낙오한다고 해도 그것은 개인의 결함-무능력, 게으름-때문이니 스스로를 탓할 것이다. 시스템은 개인의 성과에 따라 ‘인센티브’만 지급하면 된다. 누가 왜, 얼마나, 더 많이 받았다더라 등의 정보는 철저히 숨긴 채로. 이래야 자기 착취 구조를 만들기 쉽기 때문이다. 어디까지 해야 되는지 알려주지 않으므로, 항상 그 이상의 목표를 스스로 세워야 한다. 결국 이렇게 만들어진 성과 주체들은 감시하지 않아도 스스로 열심히 일한다. “우리 ㅇㅇ맨은 창의적으로 생각하고, 당연히 인공지능을 활용해 효율적으로 일합니다.” 식으로 툭 던지면, 현대인들은 스스로의 시간을 투자해서 그런 사람이 기꺼이 되려고 한다. 운동도 열심히 해서 감기에 걸리지도 않아야 하며, 몸매 관리도 열심히 해야 한다. 그걸 우리는 자기관리 라고 부른다. 내가 세운 내 기준은 저 멀리 높고, 이를 쟁취하는 과정이 삶이고 기쁨이라는 생각. 이 틈을 만성 피로와 공황, 우울증이 파고든다. 자기를 착취하는 줄도 모른 채, 스스로 세운 성과 목표를 달성하고 보상받는 동안 정신과 몸은 망가지고 만다. 목적을 상실하고 성과만 존재하는 자기주도 학습, 스스로 달성 목표를 세우는 기술, 성과에 따른 공정한 보상에 대한 찬미 등에만 매몰된 성과주의사회는 초경쟁사회의 세련된 버전일 뿐이다. 그렇다면 만성 피로가 나를 덮치기 전에, 불안감과 초조함에 지배당하지 않으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바로 ‘멍 때리기’를 실천하는 것이다. ‘휴식’이나 ‘느리게 살기’가 아니다. 이런 방식은 성과 달성을 위한 재충전 시간이거나 바쁘게 살기의 반작용이므로 결코 자기 착취 구조를 깨지 못한다. ‘멍 때리기’는 많은 전문가들이 실제로 제시하는 꽤 효과적인 치료법이다. 여기에 걷기를 추가한다면, ‘사색하는 산책’ 솔루션이 만들어진다. ‘멍 때리며 걷기’의 핵심은 아무 생각 없이(최대한), 목적지를 정하지 말고, 무작정 걷는 것이다. 강변이든, 골목길이든, 공원이든, 운동장이든 어디든 상관없다. 평소에 익숙하지 않은 곳, 익숙하지 않은 시간이면 더 좋다. 계획하지 않고, 측정하지 않고, 방해받지 않고(휴대폰을 끄라는 뜻), 음악도 듣지 않고, 주변의 소음과 변화를 온 몸으로 느끼면 된다. 산들바람과 새소리, 물소리, 새벽의 먼지 냄새, 계절의 변화가 우리를 시간을 초월한 존재로 만들어 줄 것이다. 그러는 사이 달콤하게 보이던 성과 목표보다 더 중요한 것들이 우리 존재를 천천히 조금씩 채워가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박형웅 전주대 실감미디어혁신공유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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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5.22 17:34

더욱 그리워지는 ‘투사 노무현’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반듯한 세상, 누구에게나 기회가 균등한 사회, 모든 지역이 골고루 함께 발전하는 나라. 노무현 전 대통령이 꿈꾸었던 ‘사람 사는 세상’이다. 그가 우리 곁을 떠난 지 14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많은 이들이 그를 그리워하며 그의 꿈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시대를 앞서간 선각자였다. 권위주의 청산과 참여민주주의, 정경유착 근절, 동반성장 등 그가 추구했던 가치들 하나하나가 모두 소중하지만, 각별히 힘을 쏟았던 것은 균형발전이었다. 노무현 대통령이 추구했던 균형발전 정책의 핵심은 공공기관 행정수도와 혁신도시 건설이었다. 대법원의 판결로 행정수도는 ‘행정도시’로 바뀌었지만, 41개의 중앙행정기관들과 소속기관들이 세종시로 옮겼다. 전국의 10개 혁신도시를 포함하면 모두 152개의 공공기관들이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이전했고, 실제로 수도권 인구유입 비율과 지역내 총생산(GRDP) 격차가 줄어들었다. 균형발전 정책은 나라의 틀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것이다. 적어도 수십 년 동안 일관성 있게 추진되어야 한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어달리기’가 되지 않았다. 이명박 정부는 이미 시작되었던 세종시 행정도시 건설을 취소하려고까지 했다. 이로 인해 세종시 건설이 2년이나 늦춰졌다. 또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거꾸로 수도권 규제를 풀고 판교에 테크노밸리를 만들었다. 지방으로 가야 할 기업들이 오히려 수도권에 투자를 늘렸고 1270개 기업이 입주했다. 2017년 정권교체로 들어선 문재인 정부는 10년 동안의 퇴행을 극복하고 노무현 대통령의 균형발전 정책을 되살리기 위해 노력했다. 2차 공공기관 이전을 추진했고 혁신도시의 발전을 위해 4조 원을 투자했다. 공공기관뿐만 아니라 관련 기업들이 따라가고 지역의 대학과 연계하는 복합 클러스터를 구상하고 추진했다. 그러나 이 또한 ‘시간의 벽’을 넘지 못했다.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탓에 또다시 원점으로 돌아가 버렸다. 윤석열 정부는 수도권 규제 완화, 수도권인 경기도에 첨단산업단지 클러스터 조성, 용산 국제업무지구 재추진 등 균형발전에 역행하는 폭주를 일삼고 있다. 전라북도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공약마저 손바닥 뒤집듯 파기하고 있다. 그는 후보 시절에 전주역 광장에서 “속는 것도 한두 번이다. 전북을 포함한 호남이 달라져야 한다. 저 역시 ‘전북 홀대론’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공언하며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를 기반으로 하는 금융도시 전주를 약속했다. 그러나 아무것도 이행된 것이 없다. 그나마 유일하게 진척된 것은 국제금융센터 건립인데, 이마저도 국가예산이 아닌 전북신용보증재단의 적립금으로 짓는다. 약속은 지켜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전주 금융도시 지정에 반대하는 부산 지역의 목소리만 높아지고 있다. 이번 정부에서도 전북은 ‘소외’와 ‘홀대’를 떼어내지 못했다. 대통령 자신이 내건 공약이 청산돼야 할 지역주의로 폐기되며 전북은 이중 차별을 받고 있다. 균형발전에 대한 확고한 철학과 의지로 20년 전에 시작된 노무현의 꿈을 이어가야 한다. 당장은 윤석열 정부가 균형발전의 틀을 더 이상 망가뜨리지 못하도록 막아내는 것이 시급하다. 아무도 없는 유세장에서 당당하게 연설을 했던 노무현의 끝없는 도전, 시민과 함께 정치의 효능감을 창출해낸 ‘투사 노무현’이 전북에 필요하다. 국가권력의 불공정과 불신, 차별을 없애기 위한 정치가 필요하다. 강물이 바다를 포기하지 않듯 어렵고 힘들어서 보여지는 오늘 보다 미래를 준비하는 일을 포기해선 안된다. /황현선 전 청와대 선임행정관∙더전주포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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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5.22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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