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판 세력 몰아붙이는 국정 운영; 노조 다음 시민단체
 현 정부의 시민단체 옥죄기가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노조 때리기’가 진행되더니, 다음 목표가 시민단체인 것이다. 감사원, 보수언론, 보수여당이 긴밀한 보조를 맞추고 있고, 서슬 퍼런 수사기관이 곧이어 등장할 것이다. 포문은 이미 조준되어 있었다. 대선 과정에서 윤석열 후보는 문재인 정부의 도움 세력으로 ‘민노총(민주노총), 전교조, 시민단체들’을 언급했었다. 현 정부 출범 이후에는 ‘비영리민간단체 보조금 투명성 강화’를 국정과제에 포함했다. 지난해 말 국무회의에서는 보조금 사업 회계부정을 정비하라고 지시했다. “혈세가 그들만의 이권 카르텔에 쓰인다면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시민단체를 전 정권과 야당의 ‘이권 카르텔’로 보는 인식이 편 가르고 갈라치는 정책으로 이어지고 있음이다. 하던 대로 감사원이 먼저 나섰다. 감사원은 5월 16일 비영리민간단체 대표·회계담당자 등 73명을 수사 의뢰했다고 밝혔다. 언론이 뒤를 이었고, ‘범죄단체 아닌 시민단체’, ‘문정부서 혈세 타내 펑펑 쓴 시민단체’, ‘횡령백화점 된 시민단체’ 등 자극적 표현을 앞세웠다. 이 와중에 언론은 자신들의 주특기들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첫째는 감사원의 조사결과를 사실로 전제하고 그대로 전달하는 ‘받아쓰기 저널리즘’, 둘째는 ‘비영리민간단체’를 ‘시민단체’로 일반화 하는 비틀기 기법, 셋째는 시민단체에 부정적 이미지를 덧칠하는 ‘프레임 씌우기’ 기법이다. 보수여당 역시 팔을 걷어 붙이고 나서 ‘시민단체 선진화 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 이 기구는 ‘일제강제동원 시민모임’에 대한 보수언론의 왜곡보도를 지렛대 삼았다. 차제에 시민단체 전반에 대해 점검하겠다고 보수여당이 나선 것이다. 시민단체 선진화라니...누가 누구를 선진화시키겠다는 것인지 어안이 벙벙하다며, 시대착오적 시민사회 재갈물리기를 중단하라는 질타가 이어졌다. 마침내 대통령실이 직접 나섰다. 지난 3년 동안 민간단체 보조금 314억이 부정사용 되었다며, 적발 단체에 대한 형사고발 및 수사의뢰를 발표했다. 내년부터 당장 보조금 5천억원 이상을 삭감하고, 향후 지속적으로 감축할 것이라 밝혔다. 대통령은 단죄와 환수를 철저히 하라고 지시했다. 민간단체 보조금 투명성, 선진화라는 규범적 수사(修辭)가 앞세워지고 있다. 하지만 내년 총선을 앞두고 비판세력을 흠집내고 위축시키기, 갈라치고 지지세력 결집시키기라는 그림이 보여진다. 이를 위해 보수정권, 보수여당, 보수언론이 한 팀이 되어 법치와 투명성 강조-부정적 이미지 씌우기-사법처리 수사라는 빌드업(build-up)을 진행하고 있다. ‘노조 때리기’, ‘비판언론 옥죄기’에 구사되었던 방식이 시민단체를 향하고 있는 것이다. 비판세력을 정해놓고 옥죄고 몰아붙이는 것이 국정운영으로 치환되는 듯 하다. 며칠 후면 6·10민주항쟁 36주년이다. 6·10항쟁은 오랜 군사독재를 끝낸 전국민적 항거였다. 우리 국민은 때때로 역사의 물줄기를 바꾸는 저력을 가지고 있다. 1960년 4·19혁명, 1980년 5·18광주민중항쟁, 1987년 6·10민주항쟁, 그리고 가깝게는 2016/2017년의 촛불혁명이 그랬다. 도도한 근현대사의 과정에서 볼 수 있듯이, 국민은 억압한다고 기죽지 않는다. 탄압을 숙명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처음엔 숨죽이는 것 같아도, 한 숨 돌리고 일어선다. 그것이 현재의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만들었고, 그러한 정신이 우리 국민이 일구어 온 진정한 국격이다. /김은규 우석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