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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보이스피싱 유형 및 대응요령-유현석 금융감독원 전북지원장

2006년 국세청을 사칭한 사기범에게 속아 자금을 이체한 국내 최초의 보이스피싱 사건이 발생한지 벌써 17년이 흘렀다. 그간 금융당국과 수사당국의 피해예방 노력과 홍보 활동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사기수법은 더욱 교묘하게 진화하며 가뜩이나 어려운 서민들을 울리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통신기술의 발달, 코로나19 등으로 메신저․SNS 등을 활용한 비대면 소통이 활발해짐에 따라 가족, 지인 또는 금융회사 직원 등을 사칭하는 메신저피싱의 비중이 크게 증가하고 있어 일반 국민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최근의 주요 메신저피싱 유형을 살펴보면, 사기범은 택배기사를 사칭하거나 결혼식․돌잔치에 초청한다는 등의 가짜 문자메시지를 발송한 후 피해자가 메시지 내 URL 주소를 클릭하면 피해자의 휴대전화에 악성 웹을 설치해 개인정보를 탈취하거나, 피해자의 뱅킹 웹 등에 접속해 자금을 편취하는 등의 수법을 사용하고 있다. 카카오톡 채널에서 은행 등을 사칭하며 대출상담을 목적으로 개인정보를 편취한 사례도 있다. 사기범은 피해자에게 은행 직원을 사칭하며 접근한 후, 상세한 대출 상담을 위해 필요하다며 카카오톡 채널로 접속을 유도한다. 카카오톡 채널 프로필에서는 실제 금융회사의 로고를 사용하여 제도권 금융회사 상담채널인 것처럼 꾸며 피해자를 오인하게 한 뒤, 대출실행을 위해 필요하다며 개인정보 및 사전 자금입금 등을 요구한 후 잠적해버리는 수법이다. 이러한 신종사기로 인해 피해를 입지 않으려면 우선 내가 잘 모르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받은 경우 사실관계가 맞는지부터 철저히 확인하고, 문자메시지의 발신인을 반드시 확인하여야 한다. 특히, 사기범이 보낸 URL 주소를 클릭할 경우 휴대전화에 원격조종 악성앱이 설치되어 개인정보가 모두 유출될 수 있으므로 출처가 불분명하고, 형태가 의심스러운 URL주소는 절대 클릭해서는 안된다. 만약 악성 웹이 이미 설치된 경우에는 모바일 백신 웹으로 검사한 후 이를 삭제하고, 데이터를 백업한 후 휴대전화를 초기화하는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악성웹이 한 번 설치되면 휴대전화의 사진첩, 파일폴더, SNS 전송 내역 등에 보관되어 있는 개인정보(신분증, 신용카드, 운전면허증, 기타 계약서 등)가 모두 노출될 수 있으므로 평소 휴대전화에는 개인정보를 저장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카카오톡에서 금융회사로 인증된 채널의 경우 채널명 우측에 사업자정보 확인 배지()가 있으므로 이를 확인하면 된다. 보이스피싱은 당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지만, 불가피하게 사기 피해를 입은 경우라면 이를 인지한 즉시 피해금이 인출되거나 입금된 금융회사 콜센터에 전화하여 해당 계좌의 지급정지를 요청하고 피해구제를 신청해야 한다. 또한 개인정보가 유출된 경우 금융감독원 금융소비자 정보포털 ‘파인’의「개인정보노출자 사고예방 시스템」에 개인정보 노출을 등록해 추가 피해를 예방할 필요가 있다. 보이스피싱은 피해자에게 금전적인 손해를 입힐 뿐 아니라 ‘내가 사기를 당했다’는 자괴감 등 더 큰 정신적 상처를 남기게 되므로 피해를 입지 않도록 사전에 철저히 예방하는 것이 최선이다. 사기범은 끊임없이 새로운 방법으로 우리의 생활 속 깊숙이 파고든다. 하지만, 보이스피싱의 유형이 아무리 새롭게 진화하더라도 그에 대응하는 원칙은 변하지 않는다. “한 번 더 의심하고, 한 번 더 확인하는 것!”, 보이스피싱 사기로부터 나 자신을 보호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 오피니언
  • 기고
  • 2023.06.20 18:27

개인형 이동장치(PM), 길거리 방치 규제해야

전기 자전거, 전동 킥보드 등 새로운 이동수단이 빠르게 진화하고 있는 반면 사고나 무분별한 주차 등 불편도 커지고 있다. 이들 개인형 이동장치(PM)는 집 근처에서 목적지까지 이동할 때 더할나위 없이 편리한 교통수단이다. 가격도 비싸지 않고 도착지 인근 어디에나 주차할 수 있어 인기를 끌고 있다. 이에 비해 사고 위험이 높고 아무 곳에나 주차하는 바람에 시민들에게 불편을 주고 있다. 편리함이 오히려 다른 시민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는 것이다. 안전교육을 확대하고 신속한 법령 정비를 통해 규제에 나섰으면 한다. 청소년이 많이 이용하는 이들 이동수단의 사고는 급증하는 추세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킥보드 사고는 2386건 발생했으며 26명이 사망했다. 특히 19세 이하 청소년의 개인형 이동장치 사고는 지난해 1096건을 기록했다. 또한 전기 자전거의 경우도 사망자 수가 지난해보다 30% 이상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이러한 사고 위험과 함께 집근처나 영업장 입구 등 아무 곳에나 주정차해 지나가는 행인이나 업체의 불편이 크다. 다음에 유념했으면 한다. 첫째, 지쿠터, 카카오T 등 PM 업체가 나서 합리적인 질서 유지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이들 신사업에 뛰어든 업체는 돈만 벌고 시민들의 안전과 불편을 나 몰라라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지자체, 교육청 등과 함께 이용 및 안전교육에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 교육 내용에는 PM의 주차금지구역 및 이용자 안전 수칙, 2종 원동기장치자전거운전면허 이상의 면허요건, 안전모 착용, 2인 이상 탑승 금지, 자전거도로 이용·보도 통행금지 등의 정보가 담겨야 할 것이다 둘째, 지자체는 각 시군마다 2∼5명에 불과한 단속요원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시민신고 플랫폼을 만들어 시민 감시망을 활성화해야 한다. 서울시의 경우 ‘PM 주정차 위반 신고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지자체는 조례 등을 강화해 지원과 규제를 구체화했으면 한다. 셋째, 국회는 하루 빨리 법률 정비에 나서야 한다. PM이 널리 활용되고 외국계 기업까지 사업에 뛰어 들고 있지만 아직 이를 관리하고 진흥·규제할 법과 제도가 마련돼 있지 않다. 2020년 이후 여야 의원들이 각각 PM 이용 관련 법안을 발의했지만 국회에 계류 중이다. 법안 통과를 서둘러야 할 것이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3.06.20 18:27

그럼에도 청소년 자치활동을 하는 이유

토요일 아침이다. 중학생인 큰아이가 청소년자치공간 달그락달그락(이하 달그락)에 간다고 했다. 달그락은 지역 시민들과 후원자들의 지원으로 운영되는 민간 청소년 자치활동 공간이다. 아이가 오전에는 줌(zoom)으로 인도네시아 청소년들과의 국제교류 참여하기로 했고, 오후에는 기자단 활동으로 지역 취재한 이후 여름방학에 진행하는 상상캠프를 준비하는 기획 회의도 한다고 했다. 토요일에 큰아이는 거의 달그락에서 또래 청소년들과 자치활동 하면서 보낸다. 오래전이다. 주 5일제 되면서 얼마나 좋았는지 모른다. 최소한 토요일은 청소년이 입시에서 해방되어 여가와 함께 청소년 진로와 사회참여 활동 등 ‘청소년 자치활동’이 이루어질 것으로 알았다. 당시 보충수업 자율화, 야간자율학습이라고 했던 강제 학습의 자율화를 위해서 싸워 왔다. 학원 또한 12시 넘어서까지 수업하는 것이 학생들의 건강권 침해라고 주장하는 교육·청소년단체의 연대활동에도 참여했었다. 이제는 야자, 보충도 자율이고 주5일 된 지도 오래다. 그런데 꿈꾸었던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오히려 입시는 강화되었고 입시학원이 학교의 야자와 보충의 빈 공백을 모두 메워 버렸다. 뜻있는 소수가 청소년의 건강한 삶을 위해서 치열하게 싸워 왔던 결과가 사교육 시장만 키우는 데 도움을 준 것은 아닌지 자괴감까지 들었다. 청소년이 건강한 생활을 하고 의미 있는 진로를 찾도록 돕기 위해서 해야 할 일이라고 믿고 활동해 왔는데 제도가 바뀌어도 그러한 실제적인 사회 변화는 쉽게 오지 않았다. 시간이 가면서 머리가 복잡해졌다. 그럼 어떻게 하나? 내 결론은 그냥 할 일 꾸준히 행하는 거다. 제도나 사회적 인식이 바뀌어서 행하는 일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소년의 삶에 옳은 일을 선택해서 활동할 뿐이다. 사교육이 강화되고 입시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에서 인지교육과 함께 그 근본의 삶을 이해하고, 경험하고 체험하면서 삶을 능동적으로 살아 내도록 사회적 가치 실현을 조금이라도 추동할 수 있는 활동을 한다. 나는 이러한 활동을 ‘청소년 자치활동’이라고 주장한다. 최소한 일주일에 하루 정도라도 자치활동 하면서 청소년이 숨도 좀 쉬고 시민성도 기르면서 사회를 알아가며 학교에서 공부할 수 있는 에너지도 만들면 안 될까? 학원도 가지 말라는 게 아니다. 입시를 사교육에 모두 의존하지는 말아야 한다는 말이다. 평균 수명 80살 조금 넘는다고 하는데 그 시간 동안 가장 열정적이고 머리도 번뜩이며 몸 상태가 최고인 10대에 아무것도 못 하게 하고 10여년을 책상머리 앉혀 놓고 문제집만 풀게 하는 게 정상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렇게 일 년에 학원비 몇백, 많게는 몇천만 원씩 쓰고도 결국 목적했던 서울에 대학 가는 학생들이 한 반에 1, 2명 내외나 될까 말까 한 현실에서 왜 그렇게 하는지 이해하기도 어렵다. 일주에 하루 이틀 자치활동 하면서도 일류대라고 하는 대학에 입학할 수 있느냐 묻는 이들이 있는데, 당연히 입학할 수 있다. 함께 활동했던 청소년 중 서울에 좋은 대학이라는 곳에 많이도 입학했다. 물론 지방대 간 친구도 있고 소수는 대학을 저항하기도 했다. 대학이 목적이 아니지만 청소년이 원하는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 가야 하는 대학이라면 당연히 진학하기를 바란다. 그러니 청소년의 미래와 함께 지금, 이 순간 청소년의 삶에 가장 이상적이고 중요한 일이 무엇인지, 곧 다가오는 따뜻한 여름방학에 한 번쯤은 멈추어서 생각해 보면 어떨지? /정건희 청소년자치연구소 소장

  • 오피니언
  • 기고
  • 2023.06.20 18:27

제2, 제3의 하림 김홍국 출현 기대한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메시나 음바페 같은 초대형 선수 한명의 연봉은 1천억원을 훌쩍 넘나들기에 국내 프로축구단 선수 전체를 합친 것보다도 훨씬 많다. 지명도가 그렇게 중요한 거다. 기업체 역시 마찬가지다. 높은 브랜드 가치는 무궁무진한 부를 창출한다. 산업화 과정에서 우뚝 솟은 기업이 바로 정주영으로 대표되는 현대그룹과 이병철의 삼성그룹 이었다. 호사가들이 흔히 하는 말이 있다. 다 가졌다는 이병철 선대 회장이 못한게 3가지가 있었다고 한다. 삼성그룹의 미풍이 미원을 이기지 못한 것과 중앙일보가 동아일보를 넘어서지 못한 것, 자녀를 서울대에 넣지 못한 것 이라고 한다. 덤핑을 무기로 한 저가공세로도, 빼어난 일타강사를 동원해봐도 세상사 안되는게 있나 보다. 그런데 이건 호사가들이 재미삼아 하는 것일뿐 진짜 핵심은 적어도 이병철 생전에는 정주영을 넘어서지 못했다는 것이다. 정주영 회장이 항상 이병철 회장 보다 적어도 반걸음은 앞서간 것으로 봐야 한다. 그런데 한 세대가 가고 또 한 세대가 오면서 판도는 확연히 바뀌었다. 20일 기준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순위를 보면 10위 이내에 삼성전자,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전자우, 삼성SDI 등 4개가 딱 버티고 있다. 현대쪽은 현대차와 기아 정도다. 그런데 삼성전자 시총이 대략 420조 남짓되는데 현대차가 42조에 불과한 점을 감안하면 만일 피안의 세계에서 이병철, 정주영 초대 회장이 조우할 경우 만감이 교차할 듯 싶다. 삼성전자 하나만 가지고도 현대그룹을 누를 수 있기 때문이다. 전북도민들은 지금까지 지역 출신 대통령 배출에 실패했고,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대통령을 통해 대리만족을 해 왔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형만큼 대우받지 못하는 아우신세를 안타까워 하고 있는듯 하다. 경천동지할만큼의 사단이 있지 않는 한 단기간내에 전북 출신 대통령 배출도 쉽지 않아 보인다. 비단 정치 영역뿐 아니라 경제 분야의 허탈감은 더욱 크다. 아쉽게도 전북 기업은 30대 그룹에 랭크되지도 못했다. 그런데 몇년 전부터 김홍국으로 대표되는 하림그룹이 자산총액 16조원으로 재계서열 26위에 오르면서 주목 받고 있다. 나폴레옹 모자를 26억원에 낙찰받으면서 눈길을 끌었는데 팬오션을 인수한뒤 제2의 카길을 지향하고 있다. 하림그룹은 이제 100개 가까운 법인을 보유하고 있고 종사자 수만 2만여명에 달하는 거대기업이 됐다. 팬오션을 인수하면서 곡물유통분야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하림은 30대 그룹으로선 매우 드물게 서울이 아닌 지방(익산)에 본사를 두고있고 얼마전 익산형일자리 사업에도 참여했다. 김홍국 하림회장은 재경 전북도민회 회장직도 맡고 있다. 김 회장에 앞서 오래전 일이지만 명성그룹 김철호가 있었고, 한국합판, 세대제지, 호남잠사로 유명한 세풍그룹 고판남도 있었으나 이들은 결국 재벌의 반열에 들어가지 못했다. 지금까지 온 것만 해도 김홍국 회장은 신화를 썼다고 봐야 한다. 하지만 아직 뭔가 부족하다. 제2의 카길을 표방하고 있으나 아직은 멋쩍고 그룹이 이런저런 문제로 구설수에 종종 오르는 것도 아름답지 못하다. 하림그룹이 깔끔한 이미지를 바탕으로 카길처럼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를 바랄 뿐이다. 그러려면 김홍국 회장이 대도무문의 자세로 거인의 행보를 보여야 한다. 20일 새만금수변도시 매립공사 준공식이 현지에서 열렸다. 때마침 이차전지를 중심으로 한 대기업들이 새만금산단에 몰려들고 있는데 수변도시의 앞날이 기대된다. 분당신도시 면적의 20배에 달하는 수변도시가 제2, 제3의 분당이나 판교가 되고 이 도시를 배경으로 제2, 제3의 하림 김홍국 회장이 속속 출현 하기를 기대한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위병기
  • 2023.06.20 16:29

좋은 수변도시 만들기

간척지는 바다를 막아 갇힌 물길과 그것을 막아선 방조제가 만들어내는 땅이다. 그 땅을 만드는 간척의 과정은 대부분 ‘보존’과 ‘개발’이 맞서는 첨예한 대립과 갈등의 시간을 거친다. 간척의 나라 네덜란드는 국토의 상당 부분을 바다를 막아 만들었다. 전 국토의 27%가 해수면보다 낮은 네덜란드의 땅 만들기는 사실 생존을 위한 일이었다. 그 결과 네덜란드는 세계에서 가장 긴 방조제였으나 ‘500m’ 차이로 ‘세계에서 최장’의 자리를 새만금에 내준 주다치(Zuiderzee) 방조제와 성공적인 간척도시들을 갖게 됐다. 치밀한 정책과 뛰어난 간척 기술이 만들어낸 결실이지만 관심을 끄는 것은 따로 있다. 철저한 국토 계획과 간척을 위한 수질 계획을 세우고 시행하는 정책이다. 네덜란드는 간척으로 얻는 새로운 땅을 농업지역, 도시지역, 위락휴양공간, 자연생태 보전지역 등 다양한 성격으로 개발하고 보존한다. 간척지마다 곳곳에 숲과 습지를 살려 보존하고 개발이 유보된 담수호는 '스프레이-프리-팜'이란 친환경농법으로 수질을 유지한다. 그들 간척 도시 중 암스테르담 북동쪽에 성공적 수변도시로 꼽히는 ‘알미르(Almere)’가 있다. 암스테르담의 위성도시로 계획된 알미르는 1967년 매립이 시작돼 1976년부터 본격적으로 개발했으니 도시 역사가 짧지만 자급자족형 도시로 자리 잡은 지 이미 오래다. 인구도 2019년 기준, 20만 7천 명을 넘어 플레볼란트주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도시가 됐다. 그 바탕에는 개발 초기부터 나무를 먼저 심어 녹지공간을 확보한 알미르만의 개발방식이 있다. 동시다발적으로 대규모 공간을 건설하지 않고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하여 그 과정을 관찰하고 다음 단계에 접어드는 방식으로 개발 속도와 내용을 조절하면서 수요와 필요에 따라 도시를 만드는 방식이다. 이 도시의 선택은 주효했을까. 오늘날의 알미르는 살기 좋은 도시로 꼽힌다. 지속해서 늘어나는 인구가 그 증거다. 도시로서의 경쟁력을 갖고 수요를 창출하기 시작한 알미르는 뛰어난 기능과 디자인을 가진 현대건축물의 도시로도 이름을 알렸다. 매립지가 갖는 도시환경의 한계를 주거지나 공공건축물 현상설계를 통해 창조적이고 혁신적인 건축 환경으로 극복해낸 결실이다. ‘새만금 스마트 수변도시’ 매립 공사가 끝났다. 수변도시는 새만금에 조성되는 첫 도시다. 계획으로는 인구 2만 5천 명이 머물 수 있는 복합거주지가 목표다. 글로벌 교육환경, 복합의료서비스, 공공기관 유치 등 다양한 구상이 펼쳐져 있으나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만만치 않아 보인다. 국제투자진흥지구를 위한 환경 조성도 그렇고, 새만금 관할권 분쟁도 있다. 철저한 계획과 실행 의지가 필요한 이유다. / 김은정 선임기자

  • 오피니언
  • 김은정
  • 2023.06.20 15:20

전북신용보증재단 재정난 점검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신용보증제도는 공공기관 보증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1976년 신용보증기금이 국내 최초로 설립된 이래, 1989년 기술신용보증기금가 잇따라 설립됐다. 지역신용보증재단의 경우 1996년 경기신용보증재단의 설립을 필두로 전국 15개 시도에서 운영중이다. 전북신보재단은 2002년 설립된 이래 공적 보증 기관으로서 나름의 역할을 다하고 있다. 그런데 소상공인 보증을 해오던 전북신보재단의 재정이 위기에 처해 있다고 한다. 자영업자들에게 든든한 담보가 돼 줬으나 막상 빚을 갚지 못하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지역신보가 대신 갚아준 여파가 결국 문제다. 당장은 정부의 대출 상환 유예로 연쇄 파산은 피하고 있으나 유예조치가 끝나는 올 하반기부터 위기가 직접 다가올 것이기 때문이다. 지속된 경기 불황과 고물가·고금리가 겹치면서 소상공인들이 대출금을 갚지 못하는 ‘사고’와 이를 전북신보가 대신 갚아주는 소위 ‘대위변제’가 급증, 이제 한계상황에 이르렀다. 코로나19가 본격화된 2020년 보증공급은 4만 1124건·9089억 6600만 원으로 전년도(2만3987건·4662억 100만원)보다 두 배 넘게 늘어났다. 2021년(2만7563건·5714억 8400만 원), 2022년(3만8776건·7625억 8200만 원)에 이어, 올 상반기에는 1만9465건·4457억 732만원에 달하는 실정이다. 전북신보를 담보로 대출한 채무자가 대출금을 갚지 못하는 대출보증사고율도 예년보다 2배 넘게 증가했다. 정작 문제는 지금부터다. 코로나19 확산 초기 집중적으로 발생했던 보증 공급이 대출만기 시점(9월)이 다가오면서 사고·대위변제가 본격화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상황이다. 더욱이 전북신보는 자체 재원 820억원을 투자, 전북금융센터를 건립키로 해 재정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물론, 전북금융센터 건립에 필요한 투자는 자금유동성 등을 충분히 감안해서 전북도와 교감을 가진 상태에서 결정한 사항이기에 극단적 상황은 없을게 확실하지만 만의 하나 재정위기가 닥쳤을때 어떻게 대처할지 관계부서에서는 충분한 준비를 갖춰야 한다. 중요한 것은 전북신보재단의 출연금이 너무 적다. 전북도나 시군, 전북은행을 비롯한 도내 기업들이 전북신보재단의 출연금을 더 늘려야만 지역 상공인들에게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갈 수 있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3.06.20 15:15

효율적인 항만운영전략수립에 빈틈없어야

오는 2026년이면 전북은 2개의 항만을 운영하게 된다. 새만금 신항(이하 신항)이 5만톤급 2개 선석의 규모로 문을 열기 때문이다. 군산항과 신항을 운영하게 됨으로써 전북은 보다 양질의 항만물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전국에 지방관리무역항 17개, 국가관리 무역항 14개 등 31개의 무역항이 산재해 있고 무역항을 갖고 있는 자치단체마다 항만을 통한 경제활성화을 위해 치열한 물동량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된다. 신항이 개장했으니 물류서비스 경쟁력면에서 타지역에 비해 비교 우위에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때문에 군산항의 현주소를 명확히 진단하고 신항의 기능 차별화를 통해 시너지 효과를 가져야 하는 방안 강구에 적극 나서야 한다. 군산항의 현 상황은 초라하기 짝이 없다. 총 31개의 선석으로 연간 3000만톤의 하역 능력을 가졌지만 심각한 토사매몰현상과 땜질식 준설에 따른 낮은 수심으로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 국제 카훼리선과 컨테이너선이 운항의 생명인 정시성(定時性)을 지킬 수 없고 부두에 정박한 선박은 밑바닥이 뻘에 닿는 현상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처리 물동량은 전국 항만 물동량의 2%에 불과하다. 도내 수출 물량의 80%, 수입 물량의 약 40%가 광양항과 인천항등 다른 항만에서 처리되고 있다. 도내 수출입 업체들은 물류비용부담으로 한숨을 몰아쉬고 있다. 이런 상황속에서 2년 6개월후에 신항이 개장한다. 그러나 항만기본계획상 신항의 2개 선석은 물론 오는 2030년까지 건설토록 돼 있는 5만톤급 6개 선석 중 컨테이너 1개 선석을 제외한 나머지 5개 선석이 군산항과 중복되는 잡화를 취급하도록 돼 있다. 또한 신항은 계획수심 14m인데다 토사매몰현상이 군산항에 비해 심하지 않다. 이 상태에서 신항이 문을 열면 물류의 생리상 군산항에서 취급되던 화물의 신항 이전으로 군산항의 위상은 쪼그라들게 뻔하다. 갈수록 낮아지는 수심으로 작은 무역선들이 드나들다가 결국 연안항으로 전락하게 될 지 우려스럽다. 특히 신항이 2040년까지 5만톤급 9개 선석으로 건설되는데다 새만금 개발은 2050년 완공 계획이다. 때문에 그동안 신항을 뒷받침할 물동량 확보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는 점이 이같은 우려를 더하고 있다. 이같은 우려의 해소책이 마련되지 않은 가운데 신항은 군산항과 기능이 다른 스마트 식품 콜드 항만, 수소 전용항만으로의 육성이 논의되고 있다. 또한 전북도는 새만금 식량 비축기지 조성과 함께 신항을 국내 최대의 농식품 전용항으로의 조성 비전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군산항의 근본적인 준설 대책이 강구되지 않으면 군산항의 쇠락과 함께 신항의 기능 차별화도 구두선(口頭禪)에 그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신항 개장으로 기대하는 시너지 효과는 군산항의 근본적인 준설 대책 추진을 전제로 할 때만이 가능하다는 점을 좌시해선 안된다. 치열해지는 물류 전쟁속에서 항만은 도내 수출입 기업들이 바다를 통해 전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는 거점으로서 전북 경제의 앞날을 좌우할 핵심 인프라 시설이다. 그런만큼 군산항과 신항, 2개 항만의 효율적인 운영 전략 수립에 한 치의 빈틈도 있어선 안된다.

  • 오피니언
  • 안봉호
  • 2023.06.19 17:52

제자 학대한 교사 엄벌하되 교권 추락 막아야

중학생 제자들을 성적으로 학대하고 무면허 운전을 강요한 혐의로 장수군의 한 중학교 교사가 직위 해제됐다. 이러한 사실은 동행한 학생이 다른 학생에게 얘기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전북도교육청은 이 교사가 근무하는 학교와 교사를 대상으로 긴급 감사에 돌입했다. 참으로 충격적인 일이다. 철저한 조사를 통해 엄벌하고 재발방지책을 마련해야 한다. 하지만 이번 사건을 계기로 가뜩이나 열악한 다른 교사들의 교권이 추락되는 일은 막아야 한다. 전북도교육청에 따르면 장수군 한 중학교에서 근무하는 30대 교사가 지난 4∼6월 역사탐방 교육을 한다는 명목으로 주말과 휴일 자신의 차량을 이용해 제자 4명씩을 데리고 인근 도시로 여행을 다녔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제자들에게 골프장에 설치된 에어건으로 성기에 바람을 쏘거나 강제로 시속 100㎞ 속도로 운전하게 했다는 것이다. 또 고속도로에서 제자들에게 윗옷을 벗은 채 노래를 부르도록 강요하고 야구장에서 시속 90㎞로 날아오는 공을 맞게 하는 등 여러 가혹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제자들에게 같은 학교 여교사와 여학생들을 거론하며 마음에 드는 사람을 고르라고 하고, 특정 여교사를 성적 대상화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피해를 받은 학생이 2-3학년 20명에 달한다고 한다. 요즘 학교 현장은 혼란스럽다. 교사는 교사대로, 학생과 학부모는 그들대로 불만이 그치지 않는다. 걸핏하면 교사를 상대로 학생과 학부모가 대들고 고소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반면 이번 학생에 대한 학대나 성희롱 같은 예기치 않은 일도 발생한다. 도대체 앞뒤를 가릴 수가 없다. 이번 일은 엽기적이고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 행동이다. 더욱이 이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지 않게 이 교사는 제자들에게 휴대전화 사용금지와 발설금지를 종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교사에 대해서는 엄하게 처벌하는 게 마땅하다. 또 한 교사의 일탈행동이라고 보기에는 석연치 않은 점도 있다. 따라서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나아가 상당수 학생들이 심각한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고 하니 치료가 우선이다. 그렇다고 학생과 학부모가 모든 교사를 신뢰하지 않고 경계한다면 정상적인 교육이 이뤄질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제자를 학대한 교사는 엄벌하되 교권 추락은 막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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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3.06.19 17:51

기업의 투자는 타이밍이다!

전북 경제의 핫 이슈는 무엇일까? 요즈음 부는 바람을 얘기하면 단연 새만금이다. 새만금 산업단지를 중심으로 전북 경제의 큰 그림들이 그려지고 있다. 이차전지 특화단지의 새만금 유치를 위해 지역 대학생들까지도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땅이 없어 바다를 더 메워야 하는 일들이 현실이 되어가고 있음을 느끼면서 응원을 보낸다. 완주군은 최근 수소 특화 산업단지가 국가산업단지로 최종 선정됨으로써 대한민국 수소 메카로 발돋움하고 있다. 봉동읍 일원에 완주 테크노 1산단이 조성돼있고 수소 관련 기업과 연구시설이 즐비한 경쟁력들은 최고 점수를 받음에 손색이 없을 정도이다. 또한 통계청이 최근 2023년 1분기 호남권 지역경제 동향 분석에서 순 이동자 수가 2000명을 넘어 전북 14개 시군을 넘어 호남 41개 시군구 중에서 가장 많은 인구 증가를 나타내고 있다고 밝혔다. 일자리를 통한 인구 증가는 완주군의 뛰어난 입지 여건을 강점으로 꼽을 수 있다. 김제시는 2014년부터 백구 특장차 전문단지를 조성하면서 특장차 생산, 인증, 검사의 원스톱 시스템을 갖춘 국내 유일의 특장차 전문단지를 보유하고 있다. 지평선 산업단지는 값싼 땅값으로 기업들의 러브콜을 이어받고 있다. 인구 정책위원회를 만들 정도로 인구 증가에 열을 올리기도 한다. 최근 1년 동안 1000명이 넘는 인구 증가를 보인 점은 어떠한 경쟁력으로 차별화를 부각했는지 배워볼 만하다. 익산시는 최근 하림을 주축으로 익산형 일자리를 구축하였다. 2026년까지 국가식품클러스터를 바탕으로 일자리 창출을 꾀하고 있다. 국내 수소연료전지 제조 기업 두산 연료전지는 2024년까지 익산산업단지에 1000억원 이상의 대규모 투자를 한다고 밝혔다. 신규 산업단지 조성을 통한 기업 유치의 성과를 이루어 낸 것이다. 전주시 탄소 소재 국가 산업단지는 지역에서 중점 육성하고 있는 탄소소재산업을 2019년 국토교통부가 탄소 산업단지로 최종 지정 승인한 후 산업단지 조성사업에 본격 착수한 사업이다. 2024년까지 약 20만 평을 2000억원을 들여 탄소 소재는 물론 항공 부품, 신성장 분야 등 100여개 기업과 함께 지원시설을 갖추어 전주의 미래 먹거리 조성을 위한 시동을 걸었다. 그런데 2021년 8월 문화재 발굴조사가 이루어졌다. 결국 사업이 중단되면서 기업 유치의 속도전은 저속형이 되고 말았다. 문화재 발굴 기간 1년 6개월의 시간은 기업으로서는 공허한 시간이었다. 2024년 탄소 산업단지의 분양 시기에 맞춰 공장 이전 및 확장 등을 계획하고 있는데 일정이 늦춰지면서 타 지역으로 이동하고 있다. 문화재는 고고학, 역사학, 생활양식 등에서 문화적 가치가 있다고 인정되는 인류문화 활동의 소산이다. 이를 잘 보존해 후손에게 물려주는 것이 현재를 사는 사람들의 책무이다. 그런데 문화재 보존과 SOC 사업이 충돌할 때는 기업적 셈법이 복잡하다. 머리는 이해하지만 그렇지 않다. 기업투자는 타이밍이다. 시기를 놓쳐버리면 투자를 할 이유가 사라지는 것이다. 해가 거듭될수록 공장의 건축비 상승과 토지비용 증가는 투자의 대상이 아닌 넓은 땅이 있을 뿐이다. 문화재 보존과 개발을 둘러싼 논쟁은 우리 사회 곳곳에서 상반된 의견으로 대립하고 있다. 유연성 있는 행정을 통해 개발과 보존의 윈윈 전략을 세워야 한다. 세월이 흐르면 기업은 이윤을 위해 어디론가 값싼 부지를 찾아 움직이는 것은 분명한 것일 것이다. /임동욱 이노비즈협회 전북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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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6.19 15:07

도쿄에서 만난 사람들

일본의 피아니스트 도고 노리코 씨는 혼자서 한국어를 익혔다. 뿐더러 한국어로 음악회 진행을 도맡아 한다. 노리코 씨는 무엇보다 음악을 통한 한국과 일본의 문화 교류에 진심이다. 지난해 12월 한국슬로푸드협회 주최 송년음악회에서 한국말로 해설하고 연주하는 최초의 일본인 피아니스트로 큰 관심을 모았다. 「행복한 응접실 김사은입니다」 방송에 노리코 씨가 전화로 출연한 것이 인연이 되어 5월 13일 도코 시부야 미타케살롱에서 열린 『한일, 일한 국제교류 콘서트』 취재차 3박 4일 일정으로 일본 도쿄에 출장을 다녀왔다. 한국의 신정혜 피아니스트, 일본의 도고 노리코 피아니스트가 출연하는 연주회다. 노리코 씨는 기획과 피아노 연주는 물론 사회도 맡았다. 김포 공항에서 하네다 공항까지는 피아니스트 신정혜 씨와 음악회 관계자 등 네 명이 함께했지만 귀국할 때는 나 혼자 돌아오는 일정이었다. 도쿄 아사가야에 있는 호텔 로비에 도착했을 때, 딱 봐도 에너지가 뿜뿜 넘치는 여성이 도고 노리코 피아니스트임을 직감케 했다. 얼굴에 미소를 가득 머금고 전화 통화와 똑같은 하이톤으로 반겼다. 한국어가 유창하다. 별도의 통역 없이 노리코 씨가 일정에 대해 콕콕 찍어 브리핑해 주었다.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동안, 뛰어난 미모에 실력을 겸비한 노리코 씨는 3대째 음악가 집안에서 태어났다. 음악가로서 탄탄대로를 달리던 20대 초반에 ‘자율신경 실조증’이라는 큰 병을 앓아 연주활동을 포기해야 했던 아픔이 있다. 힘든 시기를 견디어 낼 수 있었던 것은 바로 한국 드라마였다고. 한국 드라마를 보면서 한국어를 배웠고 언젠가 한국어로 연주회 사회를 보는 꿈도 꾸었다. 큰 호평을 받으며 연주 활동을 재개할 수 있었고 한국어로 연주회 진행을 하는 꿈은 드디어 현실이 되었다. 노리코 씨의 한국에 대한 관심과 사랑으로 한일 교류가 왕성하다. 공연일인 5월 13일 토요일에는 비가 내렸다. 빗속을 뚫고 시부야에 있는 미타케 홀에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간간히 한국어도 들렸다. 노리코 씨와의 친분으로 연주회를 찾은 사람들이다. 40대 여성은 전주출신이라고 소개하고 “유튜브에서 봤다.”며 나를 반갑게 맞이했다. 일본의 유명한 연구요리가 조선옥 씨는 김제출신이다. 도쿄 조선옥요리연구원을 운영하면서 한국의 음식은 물론, 문화를 전파하고 있다. 그녀는 스스로 “요리하는 예술가”라고 자부한다. 역시 문화라는 접점에서 노리코 씨와 인연이 되었다. 이번 출장에서 일본 도쿄에 있는 명문대학 ‘릿쿄대학교’ 출신의 연극배우 니노미 아사토씨와 만난 것도 의미가 크다. 20년 전 윤동주 선생을 주인공으로 한 연극에서 윤동주 역할을 맡아 윤동주에 대한 애정이 깊다. (윤동주 시인은 1942년 릿쿄대학 영문과에 입학했다가 1학기를 마치고 교토에 있는 도시샤대학으로 편입했다.) 릿쿄대학에서는 윤동주 시인을 기리며 해마다 <윤동주 추념제>를 지내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주었다. 그는 “윤동주 선생이 어려운 시절에 어쩌면 그리 아름다운 시를 쓸수 있는지 감동했다.”라고 말했다. 일본 화가 니시하마 사치코 씨는 “음악회가 입체적이어서 좋았다.”라고 ‘한국어’로 말했다. 요코하마에서 온 우메하라 씨 역시 한국어로 “음악을 통해서 좋은 교류가 되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인터뷰를 한 사람들 대부분 한국어로 응했다는 것이 새삼스럽게 다가온다. 일본 도쿄의 심장부 시부야에서 일본인과 한국인이 소통하고 문화로 교감하는 특별한 연주회였다. /김사은 (전북원음방송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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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6.19 15:07

전세사기

의뢰인은 이번에 1억 5000만원에 전세 계약을 체결했다. 의뢰인은 요즘 전세사기가 많은데, 자신의 전세 계약에 문제가 없는지 물어왔다. 우리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어떻게 하면 전세금을 보장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만들어진 법이다. 그래서 임대차(전세) 계약 체결 후, 실제 거주하고, 전입신고 후 확정일자를 받았다 전세금에 대해 걱정할 염려가 적다. 반복하자면 대항력은 선순위 근저당, 가압류 등이 없다면 바뀐 집주인에게 임대차를 주장할 수도 있고, 우선변제권은 거주하는 집이 담보물이 되는 효과, 최우선변제권은 전북의 경우 7,500만원이하 전세라면 경매에서 2,500만원까지 최우선으로 배당받을 수 있다. 그래서 전세 사기를 접한 후, 등기부를 확인하고, 전입신고 후 확정일자를 받았다면 큰 문제가 없을 텐데 왜 문제가 되지, 라고 생각했다. 전세사기에 대해 인터넷 검색을 하면, 1930년대부터 뉴스로 접할 수 있다. 전세는 보통 서민의 전 재산인 보증금을 집주인에게 맡겨놓는 것으로 사기 범죄의 타깃이 되는 경우가 많다. 사기 수법은 가장 흔하게 보통 집주인이 아닌 자가 집주인인 것처럼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고 전세금을 빼돌리는 것이다. 그래서 전세계약 시 계약을 체결하는 사람이 임대인이 집의 소유자가 맞는지 확인해야 한다. 그런데 요즘 전세사기는 전세의 가장 근본적인 리스크인 집값이 보증금보다 낮아지기 때문에 발생한다. 아파트는 비교적 시가가 명확하지만 빌라 같은 경우 시가 확인이 어렵다. 그래서 비싼 전세금을 지불할 경우 집값이 전세금에 미치지 못해 종국적으로 전세금 전액을 받지 못할 확률이 높아진다. 전세는 큰돈을 집주인에게 맡기는 방식의 임대 제도로 큰 위험이 내재되어 있다. 위험을 회피하기 위해 계약 상대방이 소유자인지, 등기부를 확인해 선순위 근저당, 가압류 등이 없는지, 집의 시가와 전세금 비율 등을 확인하고, 마지막으로 전세보증금 반환 보증에 가급적 가입해야 한다. 그래도 복잡한 법률 분쟁 또는 사기에 휘말릴 수 있는 게 전세이다. 부디 무사히 전세금을 돌려받을 수 있기만을 바랄 뿐이다. /최영호 법무법인 모악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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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6.19 15:07

호남고속도로 확장사업 빨리 추진해라

호남고속도로(삼례∼김제) 확장사업이 기본설계용역 결과 총사업비가 56% 정도 증가하면서 타당성 재조사 추진이 불가피해졌다. 결론은 자칫 많은 시간만 더 소요될 우려가 커진 셈이다. 이에따라 전북도는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 등에 신속한 타당성 재조사와 총사업비 조정을 건의, 그 결과가 주목된다. 호남고속도로 확장사업은 익산시 왕궁면 삼례IC에서 김제시 금구면 김제IC까지 총 길이 18.3㎞의 호남고속도로 4차로를 6차로로 확장하는 것으로 총사업비는 2299억 원 가량됐다. 그런데 기본설계용역 결과 총사업비가 2299억 원에서 3600억 원으로 56%(1301억 원)가 늘어나면서 또다시 타당성 조사를 해야 할 상황이다. 현재 논산JCT에서 익산JCT까지는 8차로, 익산JCT에서 삼례IC까지는 6차로, 삼례IC에서 김제IC까지는 4차로로 운영되면서 병목 현상이 발생, 이의 해소를 위해 이 사업이 추진됐다. 가까스로 2020년 8월 기재부 예타를 통과하면서 추진이 가시화 됐으나 총사업비가 15% 이상 증액되면 타당성 재조사를 받아야 한다는 규정에 따라 또다시 예타를 넘어야 하는 상황이다. 공교롭게도 상습 정체 구간인 호남고속도로 동광주~광산 나들목(IC) 구간이 기존 4차로에서 최대 8차로까지 확장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전북 구간은 복병을 만났다. 동광주~광산 나들목 구간 11.2㎞ 구간을 6~8차로로 확장하는 사업은 7072억원 가량이 투자되는데 이미 지난해 예타를 통과, 2028년 준공을 앞두고 있다. 이 사업 역시 2013년말 예타조사를 통해 20763억원으로 확장 사업이 추진됐는데 전략환경영향평가에서 방음시설 등 10467억원의 사업비가 증가해 2018년 타당성 재조사가 실시된 바 있고 2019년 실시설계단계에서 노선 주변 신규 아파트로 인한 추가 소음 대책이 필요해지면서 총사업비는 3천억원 이상 더 늘어나 3차 타당성 조사를 받아야 했다. 모든 일에는 규정과 절차가 있기에 이번에 늘어난 사업비로 인해 예타를 다시 받아야 하는 것을 나무랄 수는 없다. 하지만 지역민들의 숙원 사업인 만큼 진행절차를 빨리 밟아서 터덕거리지 않는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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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3.06.19 14:24

‘과유불급(過猶不及)’ 하천 편의시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 했다. 전주의 도심 하천 전주천과 삼천의 모습이 그렇다. 전주시가 지난 15일 서신동 삼천 둔치에서 파크골프대회를 열었다. 잔디구장 확충을 기념하기 위한 행사다. 전주시는 전주천‧삼천 둔치에 생활체육시설을 추가 조성하고, 공중화장실 등 시민 편의시설도 대폭 확충하기로 했다. 산책로를 정비하고 대규모 꽃밭도 조성한다. 하천 편의시설 확충은 우범기 시장의 공약이다. 전주천과 삼천을 생활 속 시민 힐링공간이자 통합문화공간으로 만들겠다는 전주시의 하천 정책을 반기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우려도 크다. 하천에 시설물이 늘어날수록 생태계 균형이 깨질 위험성이 높아진다. 자연재해 위험을 키울 수도 있다. 오래 전 전주천‧삼천 둔치 곳곳에 다양한 운동기구가 설치됐고, 일부는 지금도 교량 밑에 있다. 여름철 땡볕을 피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시민 요구를 반영했다는 것이다. 위험천만한 일이다. 폭우에 떠내려온 부유물이 교각 사이에 있는 이 운동기구에 걸려 물길을 막을 수 있다. 전주시가 최근 추가 조성 계획을 밝힌 파크골프장도 논란이다. 이미 전국 곳곳의 지자체가 하천부지에 파크골프장을 속속 조성하면서 생태계 훼손 논란을 키웠다. 전주시도 2년 전 만경강 둔치에 조성한 파크골프장을 놓고 홍역을 치렀다. 전주시가 사업을 추진하면서 환경영향평가를 거치지 않아 위법 논란에 휘말렸고, 환경단체는 시설 철거와 증설계획 중단을 요구했다. 하천 둔치 꽃밭 조성 계획도 마찬가지다. 이전 사례로 볼 때 꽃길만 기대할 수는 없다. 우선 ‘전주천 생태학습장’을 살펴볼 일이다. 전주시가 지난 2010년 국비 등 17억 여원을 투입해 추천대교 인근 둔치 2만 1000㎡에 조성한 생태학습장에는 초화류 44만본을 비롯해 관목류, 수변식물 등이 대거 식재됐다. 하지만 개장 2년도 안돼 식물 대부분이 고사했다. 대다수의 시민은 이 곳이 생태학습장이라는 사실조차 모른다. 이후 시는 이 곳에 돌연 분홍억새(핑크뮬리) 동산을 만들었다. 전국적인 핑크뮬리 열풍에 편승한 것이다. 하지만 환경부는 2019년 핑크뮬리를 생태계 위해성 2급 식물로 지정하고, 전국 지자체에 식재 자제를 권고했다. 전주시의 섣부른 결정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앞서 전주시는 1990년대 말 전주천과 삼천 둔치에 대규모 유채꽃밭을 조성해 시민과 관광객의 발길을 붙잡았다. 그러나 호평을 받았던 이 유채꽃밭은 불과 2년 만에 자취를 감췄다. 화학비료 살포에 따른 수질오염 논란이 일면서 사업을 중단한 것이다. 당시 시의회에서는 집중호우시 꽃밭 유실 가능성을 제기하면서 대책을 요구하기도 했다. 시민 휴식공간인 도심하천에 편의시설이 많을수록 좋은 것일까? 생태계의 균형을 깨뜨리지 않는 범위에서 꼭 필요한만큼의 시설은 이미 조성돼 있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다. 도심 하천의 건강한 미래를 다시 한 번 고민해야 할 때다. / 김종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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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표
  • 2023.06.19 11:40

“환황해권 새만금 시대의 중심은 김제” 이어야 한다

김제시의장이라는 막중한 중책을 맡은 지도 어느덧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김제시의회의 수장으로써 지난 1년 김제시 농민들을 위해 “ 양곡관리법” 개정 건의안과 “2024년 공공비축미 신동진 벼 매입 제한 철회 촉구”를 위해 전북도의회 기자실에 의원님, 농민단체, 시민단체들과 함께 철회 촉구 기자회견을 한 바 있으며 최근에는 대한민국 국민 안전을 위해 “일본 정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 철회” 결의문을 채택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논쟁의 중심에 있는 새만금 동서도로와 신항만의 관할권 확보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김제시민의 오랜 염원인 새만금 동서도로, 남북도로 준공과 신항만 조성, 새만금 수변도시 매립 완료가 가시화되는 등 새만금 사업이 본격 추진되어 있어 그 어느 때 보다 우리 김제시가 환황해권 중심의 물류 중심도시로 도약하는 부푼 꿈과 희망을 품게 되었습니다. 새만금 사업은 단군 이래 최대 간척사업으로 명칭인 '새만금(새萬金)'은 김제·만경평야를 ‘금만평야'로 일컬어 왔던 말을 ‘만금'으로 바꾸고 새롭다는 뜻의 ‘새'를 덧붙여 만들어졌으며, 새만금 개발사업은 ‘환황해권 시대’를 맞이하여 서울 면적 3분의 2에 해당하는 바다를 메워 육지와 호소를 만든 국책사업으로 ‘동북아 물류 중심 지역’으로 조성되고 있으며 그 중심에는 김제시가 있고, 물류의 중심축을 담당하는 새만금 동서도로는 김제시 관할권인 새만금 2호 방조제 내측에 건설되었으며, 새만금 신항만 역시 2호 방조제 앞에 구축되고 있는 구조물입니다. 또한 새만금 공항 건설도 가시화되고 있어 2호 방조제를 중심으로‘육해공 트라이 포트’를 완성해 새만금 내·외부 간 물적·인적 자원 수송에 중추적인 역할을 맡게 될 김제시는 농업과 식품을 아우르는 첨단전략산업 중심도시로 거듭날 것입니다. 새만금 동서도로는 새만금 포항 고속도로와 연결되며 완주군 상관면부터 새만금 간척지 앞의 김제시 지역까지 연장되며 동서 2축과 연결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해상물류를 담당할 새만금 신항만은 2026년 개항을 앞두고 타 항만과 차별성과 경쟁력을 갖춘 동북아 물류 중심 항으로 조성하기 위해 스마트 식품 전용 콜드 체인(Cold-Chain) 산업의 거점항만 역할과 그린수소 에너지 거점항만으로 조성할 것이며 새만금 신항은 지역 산업 경제는 물론 국가 경제에도 긍정적 효과를 미칠 것은 자명하며 환태평양 김제시의 미래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인구 2만 5천 명을 수용하는 스마트 수변도시는 2023년 6월 매립 완료 예정으로 조성되고 있으며, 새만금 스마트 수변도시의 기반 시설은 2024년 말 조성될 예정으로 물류 항만 중심도시를 조성하기 위해 적극 앞장서고 있으며 국내 최초로 간척지 위에 조성되는 151㏊ 규모의 국립 새만금 수목원은 2026년 개원 예정이며, 농생명 용지에 조성되고 있는 지역 특화 임대형 스마트팜은 청년 농을 위한 청년창업 생태계 구축 및 농생명 산업의 새로운 성장동력 창출을 위한 확산 거점으로써의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간 새만금 간척사업으로 바다와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어업인들의 염원에 보답하기 위해 새만금 신항에 대한 관할권과 새만금 동서도로 관할권 확보 등 등 김제 몫 찾기에 최선의 노력을 다해나갈 것이며, 환황해권 시대를 맞이하여 김제시가 새만금 지역 물류의 중심도시로 우뚝 설 것을 약속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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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6.18 17:27

증가하는 노인학대, 조기 대응이 중요하다

노인학대가 해마다 늘고 있다. 노인 인구는 늘고 돌봄 부담이 커지면서 부양 스트레스가 쌓여 발생하는 것으로 보인다. 학대 피해 노인에 대한 조기 대응 등 사회적 관심이 절실하다. 보건복지부가 15일 발간한 ‘2022 노인 학대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65살 이상 노인 학대 피해자는 6807명으로 2021년 6774명보다 0.5% 증가했다. 학대 피해 노인은 여성이 77.1%인 5245명으로 남성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전국 37개 지역노인보호전문기관이 신고 접수한 1만9552건 가운데 현장 조사를 통해 학대로 판정한 사례다. 또 지난해 노인 학대 가해자 7494명 중에는 피해자의 배우자가 2615명으로 34.9%를 차지했다. 2021년 2455명보다 6.5% 증가한 것이다. 학대 가해 배우자는 남성이 87.8%인 2295명, 여성은 12.2%인 320명으로 남성이 절대 다수를 차지했다. 이어 아들이 27.9%인 2092명, 노인 입소시설 등 기관이 18.2%인 1362명 순이었다. 2020년까지만 해도 가해자는 아들인 경우가 가장 많았으나 2021년부터 배우자가 아들보다 많았다. 노인 부부 가구가 급증하면서 일어난 변화다. 노인 배우자 학대가 늘면서 학대 가해자 연령대도 70대 이상이 32.8%인 2458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50대가 23.5%, 60대가 18.8% 순이었다. 발생 장소는 86.2%가 가정 내이며 노인요양·주거시설 등 생활시설 내 학대 사례도 662명으로 2021년 536명에 비해 23.5% 급증했다. 이러한 노인학대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첫째, 조기에 적극 대응이 중요하다. 조기에 대응해야지 은폐되면 상습화되고 고질화돼 고치기가 어렵다. 둘째, 학대피해 노인의 심리적 지지체계를 확대해야 한다. 피해자는 우울증과 자살충동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아 전문상담사에 의한 상담서비스를 통해 심리적 상처를 완화해야 한다. 셋째, 노인학대는 대개 가정환경 내에서 전 생애를 통해 발생했던 문제들이 악화돼 나타나는 경우가 많으므로 체계적인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문제해결이 가능하다. 넷째, 가해자에 대한 치유가 반드시 동반되어야 한다. 수발자나 부양자들의 스트레스를 감소시키고 경제적 형편과 정신질환 치료, 교육 등 근본적 치유책이 중요하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3.06.18 17:24

‘전라도 천년사’ 자극적 비난·압박 이제 그만

전라도 정명(定名) 천년을 맞아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전북과 광주·전남 등 호남권 3개 광역자치단체가 24억원을 들여 추진한 역사 기록 프로젝트 ‘전라도 천년사’ 편찬사업이 자칫 물거품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전라도 천년사는 역사·문화·예술 등 각 분야 전문가로 구성된 213 명의 집필진이 5년동안 심혈을 기울여 34권에 달하는 분량으로 편찬한 방대한 역사서다. 전라도 3개 시·도는 이 역사서가 전라도의 역사와 문화를 널리 알리는 안내서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지난해 예상치 못한 역사왜곡 논란에 휘말리면서 발목을 잡혔다. ‘전라도 오천년사 바로잡기 500만 전라도민연대’라는 단체가 식민사관에 근거해 역사를 왜곡했다며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여기에 지역 정치권이 가세하면서 논란은 일파만파 확산됐다. 지난해말 진행하려던 봉정식도 결국 연기됐다. 3개 시·도와 편찬위원회는 주민 의견 수렴을 위해 ‘전라도 천년사’ e북을 시민들에게 공개했다. 이어 최근에는 공람 기간을 7월 9일까지 2개월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또 의견수렴 후에는 현저하게 상충하는 이견과 쟁점을 놓고 주제별 공개 학술토론회도 개최할 계획이다. 논란이 이어지자 호남지역 역사학계와 전국 11개 대학의 역사학 전공 대학원생들이 나섰다. 집필진에 대한 자극적인 비난과 선동 ·압박을 중단하라는 것이다. 전라도의 역사와 문화를 알려 호남인의 자긍심을 높이기 위해 야심차게 기획한 사업이 오히려 갈등과 분열만 부른 채 자칫 매듭도 짓지 못하게 생겼다. 200여명의 연구자가 전라도의 자존심을 걸고 5년간 심혈을 기울인 프로젝트다. 발간을 미룬채 소모적인 논쟁만 되풀이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자극적인 비난과 압박, 그리고 감정 섞인 식민사관 공방은 이제 그만해야 한다. 편찬위원회가 공람 기간을 연장하면서 각계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하고 있다. 또 학술토론회를 열어 공개적인 검증절차도 진행할 계획이다. 문제를 제기한 시민단체와 지역 정치권도 이제는 비난과 압박을 멈추고 공개 검증절차에 따라야 한다. 또 편찬사업의 주체인 호남권 3개 시·도는 검증과정에서 큰 문제가 드러나지 않는다면 절차에 따라 ‘전라도 천년사’ 를 봉정하고, 이 역사적인 프로젝트를 갈무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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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3.06.18 17:24

바꿔야할 공천방식

전북정치를 쇄신하려면 근본적으로 공천방식을 바꿔야 한다. 특히 의원수가 10명 밖에 안되기 때문에 세력확대를 위해서는 재선한 의원들은 수도권으로 지역구를 옮겨서 험지출마토록 해야 한다. 지금 경제상황이 무척 안 좋아 밑바닥 여론이 심상치 않게 돌아간다. 현역의원들이 중앙정치권에서 존재감이 약해 전북 몫을 제대로 찾아오지 못하고 있다면서 대대적으로 물갈이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간 민주당 공천만 받으면 무작정 찍어줬기 때문에 현역들은 타성에 젖어 정치를 쉽게 하려고 유급당원 확보에만 전력을 다한다. 현행공천 방식은 유급당원 50% 일반시민여론조사 50%를 합산해서 결정하기 때문에 당원확보여부로 공천이 판가름 나게 돼 있다. 이 때문에 현역들은 오는 7월말까지 한명이라도 더 유급당원을 확보하면서 기존당원을 자기편으로 만들기 위해 조직정비에 박차를 가한다. 월 1천원씩 6개월 이상 당비를 납부하면 유급당원이 되므로 노골적으로 금권선거를 부추키는 결과를 낳고 있다. 전북은 당원이 아니라도 거의가 정서적으로 민주당으로 경도돼 있기 때문에 역선택이 적고 공정성을 기할 수 있어 100% 시민경선제를 실시해야 한다. 22대 총선은 AI출현에 따라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고 있어 그에 걸맞는 역량있는 인물이 공천 받도록 해야 한다. 특히 내년에는 전북이 특별자치도가 되는 원년의 해라서 전문가들이 대거 국회에 진입해야만 전북발전을 이끌어갈 수가 있다. 지금 전북도가 특례조항을 많이 발굴해서 특별자치도법을 보완 통과시키는 게 목표지만 이 작업은 한번으로 끝나지 않고 계속해서 해야 할 사항이라서 역량 있는 국회의원이 필요한 것. 전북정치권이 현재처럼 10석 고수가 가능할 것으로 여기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한두석이 줄어들 수도 있어 역량 있는 인물이 더 긴요하다. 이 때문에 최 약체인 전북정치권의 체질개선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 중진부활론이 대두된다. 지금 같은 야권상황에서는 중진들이 전북의 정치적 자산인 만큼 이들의 역량을 굳이 사장시킬 필요가 있느냐면서 중진부활론에 힘을 실어주는 사람도 만만치 않다. 민주당이 현재처럼 국회권력을 장악하려고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김은경 교수를 혁신위원장으로 임명했지만 당 내외상황이 녹록치 않아 기대반 우려반이다. 수도권 승리를 위해 호남권에서 물갈이폭을 확대할 경우 공천경쟁은 예전보다 더 뜨거워질 전망이다. 여기에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놓고 비명계를 중심으로 당 대표 사퇴압박이 거세질 경우 공천작업도 순탄치 만은 않을 것이다. 총선9개월을 앞두고 현역들에 대한 유권자의 시선이 곱지 않아 결말이 어떻게 날지 주목된다. 3년간 코로나 때문에 힘들게 살아왔기 때문에 정치판도 역량 있는 인물들로 채워지도록 판을 갈아 엎어야 한다. 도민들이 지금 같은 약체정치권을 만들어줬기 때문에 그에 대한 책임의식을 갖고 강한 정치권을 만들어줘야 한다. 도민들이 국회의원을 잘 뽑아야 전북 몫을 잘 확보할 수 있다. 모든 게 도민들 손에 달려 있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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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성일
  • 2023.06.18 17:24

기막힌 오해

내가 월남전에 파병되었을 때의 일이다. 불같은 정글 속에서는 아군과 적군이 하루에도 수십 명씩 죽어가는 때였다. 이런 상황 중에서 나는 군사령부로 파견가게 되어 병사들 몇 명과 비행기를 탔다. 비행기 안에는 미군 병사들이 꽉 들어차 있었다. 소음이 매우 커서 옆 사람의 말소리도 제대로 들리지 않을 정도였다. 비행기가 이륙한 지 얼마 뒤, 한국 병사들과 마주 앉은 미국 병사 중 한 명이 혼자 뭐라고 중얼 거리더니 나에게 장난을 걸어왔다. 나는 영어를 잘 모르는데 자꾸 장난을 걸어와 나도 오기가 생겼다. '니가 미국 병사면, 나는 한국병사다. 똑 같은 전쟁터에서 내가 너한테 꿀릴 것이 뭐가 있냐. 여기 비행기 안에서까지 너희들에게 한국군의 자존심을 굽힐 수 없다. 보아라! 내 전투복 양 어깨에는 대한민국 사단 마크가 선명히 붙어 있지 않느냐.' 이렇게 속으로 곱씹으며 기(氣)를 세웠다. 나에게 다시 말을 걸어오면 나도 손짓을 하며 맞장구를 쳤다. 이 광경을 한참 지켜 본 한국군 병사들은 제각기 '저 사람 진짜 영어 잘한다.'하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그 뒤 나는 사령부 통신대에 배치되어 근무하게 되었다. 그 곳은 통신이 불통나면 미군 측에 빨리 연락하 개통시켜야 했다. 신속히 개통을 시키지 못하면 통신대장은 엄한 문책을 받게 되어 있었다. 이런 막중한 임무를 영어 잘 하는 병사가 맡고 있었는데, 그가 갑자기 귀국하게 되었다. 이에 당황한 소대장은 즉시 영어 잘 하는 병사가 있는지 찾았던 모양이다. 그 때 나와 같이 비행기를 탔던 병사들이 '황 일병 그 사람 영어 기똥차게 잘한다'고 말했던 모양이다. 나는 그런 줄도 모르고 소대장이 나를 급히 찾는다하여 근무처로 갔다. 소대장은 나를 보자 반가운 듯 "황 일병 너 영어 잘하지?"하고 물었다. 나는 뜬금없이 묻는 말에 "예? 영어라뇨? 나 영어 못하는데요." 하자, 소대장은 처음엔 자기를 속이는 줄 알고 "이것 봐라? 너 정말 영어 못한단 말이야?"하면서 부드럽게 몇 번 더 말하더니 "정말 못하는가?" 재차 물었다. "정말 못합니다."라고 했더니, 화가 난 소대장은 느닷없이 내 뺨을 그대로 강타하면서 "임마, 너 비행기 안에서 미군 애들과 말 하는 것을 본 사람들이 있는데 나를 속여"라고 말했다. 느닷없이 뺨을 맞는 순간, 그 때 생각이 번개처럼 스쳤다. 이 얼마나 기가 막힌 일인가! 내 딴엔 한국군의 자존심을 굽히지 않으려고 기를 세운 것뿐인데… 그들이 나를 그렇게 오해를 했다니, 참으로 기가 막혔다. 소대장은 다시 말했다. "명령이다. 네가 인수를 받아라. 알았지? 불통이 나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개통을 시켜라. 알았나?"라고 말했다. 그 뒤, 나는 뺨까지 얻어맞고 할 수 없이 인계를 받아 죽도록 고생을 하였으나 나중에는 숙달이 되어 임무를 잘 마칠 수가 있었다. 돌이켜보면 나는 이름도 모르는 미군병사와 맞서 괜한 자존심을 굽히지 않으려 했을 뿐이었다. 그러나 그것이 나에게 황당한 사건으로 돌아올 줄이야, 내 어찌 알 수 있었겠는가! 참으로 기가 막힐 일 이었다. 그 뒤 나는 임무를 마치고 무사히 귀국하였다. 그러나 그 미군 병사는 어찌 되었는지 모른다. 그와 만난 것은 스치는 인연 정도였지만 그도 나와 같이 임무를 마치고 무사히 귀국을 하였는지… 이제 월남전이 끝난 지도 수 십년 세월이 지났다. 참전했던 전우들은 모두 70살이 넘은 노병이 되었지만 그 전쟁의 포성 소리는 아직도 내 귓전에 머물고 있다. /황만택 파월용사·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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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6.18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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