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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민이 참여할 때 ‘선제적 재난예방’

첨단기술의 발전과 고도산업사회로의 진입으로 대한민국은 복잡·다양해지고 있다. 또 세계에 일고 있는 혁신 바람은 사회를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다. 그러나 급격한 사회 발전의 이면에는 각종 재난·재해 위성 또한 함께 커지고 있다. ‘신속·편리’라는 단어가 국민 삶 속에 익숙히 자리 잡으면서 다른 한편으론 ‘예방·대비’에 소홀해지고 있는 셈이다. 바로 ‘안전불감증’이다. 대표적 사례가 지난해 발생한 이태원 참사다. 사망 158명. 대한민국 수도 한복판에서 일어났다고 믿기 어려운 대규모 압사 사고였다. 당시 할로윈을 맞아 이태원 곳곳에는 대규모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견됐지만, 안전에 대한 인식과 대비는 태부족이었다. 예측하기 힘든 자연 재난도 마찬가지다. 연초 발생한 튀르키예·시리아 강진은 공식 집계된 사망자 수만 5만 명을 훌쩍 넘는다. 강진과 여진 속 내진 설계가 제대로 되지 않은 건물 등이 힘없이 무너지면서 희생자 폭을 키웠다. 재난·재해 그리고 안전불감증의 대책은 선제적 예방뿐이다. 안전에 대한 강조와 반복, 과할 정도의 대비만이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킬 수 있다. 국민의 눈높이에 부응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기도 하다. 정부는 2015년부터 재난의 선제적 예방을 위해 행정안전부 주관으로 「대한민국 안전大전환 집중안전점검」을 시행하고 있다. 올해는 4월 17일부터 6월 16일까지 61일간 전국에서 동시 실시된다. 도내에서는 도와 14개 시군이 참여하여 7개 분야 1,553개소의 시설물을 점검한다. 건축, 토목, 전기, 가스, 소방 등 각 분야별 민간전문가로 구성된 『민관 합동 점검반』을 구성·운영하여 내실있는 안전점검을 추진할 계획이다. 또한 안전 점검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도민, 민간전문가 등을 대상으로 여론조사 및 의견수렴을 진행했다. 이 결과 도민들은 시급한 사회재난 대비로 ‘노후 시설물 안전 점검’(49%)을 최우선 사업으로 꼽았으며 ‘점검 및 예찰 활동’(40%)이 그 뒤를 이었다. 전북도는 도민·전문가·민간단체 등을 통해 의견수렴을 바탕으로 ‘2023 집중안전점검’을 보다 근본적이고 내실화를 꾀할 수 있는 예방에 집중하고자 한다. 먼저 안전 점검 실효성을 강화할 방침이다. 코로나19 엔데믹으로 체육·관광 등 도민 생활 전반의 활동량이 대폭 증가하고 있다. 이에 우리 도는 사회 인프라 점검과 더불어 안전 우려가 높은 출렁다리 등 레저시설에 대한 일제 점검에 나선다. 또한 접근이 어려운 시설물에 대해 드론 등 과학기술장비를 활용해 신뢰성 확보 및 점검의 질을 향상하고자 한다. 다음으로 안전 문화 확산과 도민 참여를 확대하고자 한다. 정책은 도민의 관심과 참여로 완성된다. 우리 도는 집중점검을 앞두고 가정 및 다중이용시설의 자율안전 점검 홍보를 강화하고 민간부문의 안전단체들과 협업하여 홍보 캠페인 등을 전개해 나갈 방침이다. 마지막으로 점검 결과의 체계적으로 이력 관리를 추진한다. 책임성을 강화하기 위해 안전 점검을 통해 구축된 데이터베이스를 바탕으로 보수, 보강 등 정기적 조치를 점검 관리해 나갈 예정이며 이와 더불어 시군 평가 및 점검 결과를 도민에게 공개·공유한다. 재난·재해의 최선이 ‘예방’이라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실행’에 옮기는 것은 개개인의 몫이다. 안전하고 건강한 전북, 행복한 도민을 위해 나태·익숙함을 과감히 결별해야 한다. 올해 집중안전점검을 계기로 우리의 안전의식을 되돌아보고 안전이 생활화될 수 있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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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4.17 18:56

소부장 전문기업을 육성 발굴하자

요즈음 여기저기서 소부장 기업이라는 말을 쉽게 들을 수 있다. 기업을 운영하시는 분들은 소부장 이라는 뜻을 잘 알고 있다. 소부장은 소재 부품 장비업종의 기업을 말하며 국내 제조업의 근간이 되는 산업을 일컫는다. 특히 전기차, 배터리, 반도체 소자와 자동차부품, 제조를 위한 제조 장비등 우리나라 산업의 중심인 제조업의 뿌리가 되는 산업을 말한다. 한마디로 기술 자립도가 근간인 기초산업이다. 우리나라는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에 대응해 1년 내에 20대 품목, 5년 내 80대 품목의 공급 안정화를 달성하기 위한 1100대 품목 소재의 산업경쟁력 강화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로 인해 2019년 일본의 무역전쟁을 발단으로 2020년 4월부터 소부장 경쟁력강화 특별조치법이 개정되었다. 소재 부품 장비산업은 제조업의 허리이자 경쟁력의 핵심요소이다. 우리나라의 주력산업 핵심분야를 소재부터 완성품까지 집적화하기 위한 첨단산업 육성법이라 할 수 있다. 이로 인하여 각 기업들은 자립 경쟁제품들을 개발하기에 이르렀다. 2021년에는 소부장 특화단지 지정을 통해 국가경쟁력을 확보하고자 반도체 이차전지등 5개 분야 소부장 특화단지를 지정하기에 이르렀다. 소부장 특화단지는 앵커기업을 중심으로 소부장 기업들을 집적화하여 기업간 협력 생태조성과 기술자립화를 위해 추진되고 있다. 우리 전북에는 탄소소재를 중심으로 탄소국가단지가 선정되었다. 탄소산업 인큐베이션 허브를 설립할 예정으로 수요공급 글로벌가치 사슬을 통한 탄소소재로 도약을 비젼으로 삼고 탄소산업의 수요창출을 사업화 하고자 하는 것이다. 2026년 완공예정인 탄소소재 국가산업단지를 기대하는 바가, 비전을 공유 하고픈 향토기업인의 한 사람 으로써 마음이 굴뚝같을 뿐이다ㆍ. 이러한 현실 속에서 우리 전북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우선, 소부장 전문기업들을 발굴, 육성하는 것이다. 일찍이 전북테크노파크나 경제통상진흥원에서는 중소기업 성장 사다리 지원프로그램을 통해 전북의 핵심사업을 단계적으로 성장 시키는데 큰 역할을 했다. 돋움기업, 도약기업, 선도기업, 스타기업, 글로벌 스타기업 등, 지역거점, 중소. 중견기업 육성을 위해 단계별 성장 사다리를 구축함으로써 전북경제의 근간을 이룰 수 있었다. 이러한 축적된 노하우를 통해 이제는 실력발휘를 해야 할 때이다. 소부장 전문기업을 발굴하여 전북만의 특화된 또 하나의 성장프로그램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최근 완주에는 수소특화 산업단지가 국가 첨단산업단지로 최종 선정 되었다. 글로벌 산업을 선도할 초 격차 기술의 중심지로 거듭날 것이다. 이러한 환경들을 바탕으로. 활용하는 여건을 만들어 가야한다. 먼저 기술적 퍼즐을 맞추는 소부장 장인들을 찾아야 한다. 나아가 소부장 전문기업 확인서가 아닌 진성기업을 평가하는 인증체계를 만들고 더 나아가 인증센터를 구축하면 시험센터와 시험장비들이 만들어질 것은 자명한 일이다. 소부장 으뜸기업들이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소부장 100대 핵심 전략기술 분야에서 국내 최고 역량과 미래성장 가능성을 보유한 기업을 발굴하여 소부장 대표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선정 지정된 기업을 말한다. 전국에는 약 70여개의 으뜸기업들이 있다. 전북에는 유일하게 1개가 있어 열악하지만 꾸준히 유망업체를 발굴하면 미래의 전망은 밝다고 생각한다. 준비하는 자에게 기회가 오는 것이다. 필자는 제품을 개발해 오면서 항상 느끼는 것이 있다. 특허의 기술적 재산가치도 중요하지만 더 큰 사업적 요소를 활용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알 수 있었다. 이제 틈새를 찾아 선점하는 길을 찾아보고 머리를 맞대고 방법들을 찾아 육성, 발굴하는 성장프로그램을 만들어 보자. /임동욱 이노비즈협회 전북지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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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4.17 16:57

1박 2일

경민대학교에서 운영하는 의정부 베이비부머 행복캠퍼스에서 생애설계교육 특강을 맡았다. 목요일과 금요일 오후 두 시부터 네시까지, 이틀에 걸쳐 진행하게 되어 휴가를 내고 1박 2일의 일정으로 다녀오게 되었다. 경기도는 용인을 비롯하여 포천, 화성, 의정부, 양주, 안성, 양평 등 7곳에 베이비부머 행복캠퍼스를 운영하고 있다. 1955년~1974년 출생한 중장년의 미래를 위한 종합서비스 공간으로 재사회화 교육, 취업, 창업 관련 전문교육 등의 교육과정과 상담, 소통, 휴식, 동아리 활동 등을 지원하고 있다고 한다. 경기도에서만 일곱 군데를 운영한다니 그 규모가 부럽다. 의정부 경민대학교 베이비부머 행복캠퍼스는 시니어플래너, 인지재활 놀이상담사, 부동산 경매재테크, 커피바리스타 등 4개 반을 운영하며 4주 생애설계과정과 8주 기술과정 100여 명이 수강하고 있다. 교육비는 전액 무료다. 강사나 사회자로서 연단에 서서 첫인사를 하면 대충 분위기가 파악되고 행사의 맥이 잡힌다. 청중의 수준과 결이 느껴진다. 배움에 대한 열의가 있고 인생 후반기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실천의 의지가 엿보인다. 하기야 자의든 타의든 어떠한 교육기관을 찾아오기까지 목적의식과 용기가 있으니까 가능한 일 아니겠는가. 강의를 듣는 의정부 시민들의 품격 높은 태도는 강사인 나에게 큰 감동을 주었다. 50+, 신중년 중장년, 베이비부머 명칭은 달라도 어쨌든 동시대를 호흡하는 사람들이기에 무작정 애정이 간다. 나는 「나의 삶을 스토리텔링한다」라는 주제로, 각자의 삶을 ‘나도 PD’라는 인식으로 당당하고 멋지게 기획, 구성, 연출하여 살아가자고 말했다. 많은 분들이 큰 박수로 피드백해 주어 이 또한 감사했다. 엘리베이터에 탄 여성분이 수줍게 “오늘 강의 잘 들었습니다. 참 좋았어요..”라고 말씀해 주셔서 내 책을 한 권 드린 것을 인연으로 커피를 마시게 되었다. 그분은 65세로 지난해에 이어 올해는 다른 과정에 등록하셨다고 한다. 나의 강의에 대해 “머릿속에서 다음 문장을 미리 만들어 놓고 말하는 것 같다.” “겸손하고 청중을 배려하는 마음이 느껴졌다.”라고 평가하셨는데 그 말에 깜짝 놀랐다. 강의에 임하는 나의 마음이 전해져서 반가웠다. ‘누군가는 진심을 알아준다.’는 생각이 확신이 되어 행복했다. 그분은 또 “나이 들수록 수입이 없으니 지출을 줄여야 한다.”며 “30분 이내에 걸어서 다닐 수 있는 곳”에서 일과를 해결한다고 하셨다. 이 말씀만 들어도 생애 후반을 어떻게 살 것인지 목표가 분명한 분 같아 감동되었다. 짧은 시간에 오히려 내가 더 배우는 것이 많았다. 가까이 살면 자주 뵈면서 마음으로 배우고 싶은 분이다. 이튿날 강의도 성황리에 마쳤다. 강의실에 도착하여 마시는 아이스티가 시원한 음료인데도 마음이 훈훈해진다. 어딜 가든 참 다정하고 속 깊은 사람이 많다. 이 나이, 이 시점에서 공감할 수 있고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되어줄 수 있어 기쁘다. “나의 삶을 스토리텔링하자”라고 말했지만, 그날은 정작 내 인생에도 잊을 수 없는 스토리로 남았다. 간혹 삶의 경계에서 지치고 힘이 들 때 그날의 선명한 기억을 떠올리면 맑은 눈빛과 다정한 손길, 격하게 공감하며 고개 끄덕이던 따뜻한 분들이 생각날 것이다. 꽃송이 분분하고 빗방울 살포시 맺히던 의정부와 서울 북촌의 그곳에서 행복했던 순간순간들이 산소 방울처럼 떠오를 것이다. 그 교훈만으로 앞으로 살아갈 날이 든든하여 행복하다. /김사은 전북원음방송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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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4.17 16:57

집행유예 실효와 취소

의뢰인은 2023년 1월경 음주운전 사건으로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확정되었다. 의뢰인은 최근 2022년 12월경에 있었던 술자리 폭행 사건으로 기소되었다. 의뢰인은 집행유예가 취소되는 것은 아닌지, 본인이 교도소에 들어가게 되는 것은 아닌지 물어왔다. 변호사 입장에서 형사 처벌의 종류를 나누면 벌금과 징역형이 있고, 징역형은 집행유예와 실제 구속이 되는 실형이 있다. 형사사건에서 무죄를 다투기도 하지만 대부분 직장, 취업 등을 위해 벌금형을, 교도소행만이라도 막기 위해 집행유예를 목표로 삼게 된다. 범죄를 저질렀다고 실형을 선고하면 범죄자를 양산하는 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 범죄자에게 반성과 사회적응을 위한 기회를 주기 위해 징역형의 집행유예로 선처하는 경우가 있다. 누군가는 벌금을 안 낸다고 좋아하지만, 집행유예는 단지 선고 시점에 실형의 집행을 유예한다는 의미에 불과하다. 집행유예와 관련해 집행유예의 요건은 형법 제62조에, 집행유예의 실효는 형법 제63조, 집행유예의 취소는 형법 제64조에 규정되어 있다. 집행유예 기간에 고의로 범한 죄로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아 확정되면 집행유예가 실효될 수 있고, 보호관찰 등 준수사항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집행유예가 취소될 수 있다. 집행유예가 실효되거나 취소될 경우 선고된 징역형을 모두 살아야 하기에 작은 처벌이 아님에 유의해야 한다. 다시 의뢰인의 사건으로 돌아가면, 의뢰인의 폭행 범죄는 음주운전 사건의 확정판결 이전에 발생한 범죄이다. 집행유예 기간은 2023. 1. 음주운전 사건 확정판결 이후부터 시작하기에 폭행 사건에서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는다 하더라도 집행유예 실효와 관련이 없다. 의뢰인의 폭행 사건으로 실형을 선고받지 않는 한 의뢰인이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음주운전 사건으로 구속될 염려는 없다. 하지만 의뢰인은 집행유예 기간 중 실효될 염려가 있으므로 앞으로 집행유예 기간 중 범죄를 저지르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최영호 법무법인 모악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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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4.17 16:57

보리밭 나들이

일상에서 벗어나 어디든 훌쩍 떠나고 싶은 계절이다. 들녘에선 매서운 겨울 한파를 이겨낸 보리가 봄 햇살에 쑥쑥 자라난다. 짙은 초록으로 물든 보리밭은 특별한 봄날의 정취를 만들어낸다. 싱그러운 초록의 향연이다. 하지만 들판에 나가도 보리밭 보기가 쉽지 않다. 가을걷이가 끝난 논에 보리를 파종했던 농민들이 어느 때부턴가 ‘돈 안 되는 보리’ 대신 비닐하우스를 세워 채소·원예작물을 가꾸거나 아예 땅을 놀리면서 보리밭은 서서히 자취를 감췄다. 우리나라에서 쌀 다음가는 주곡이었던 보리는 이제 경관농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농지와 농작물을 활용해 조성한 운치 있는 경관을 관광자원으로 활용해 경제적 이익을 창출하는 농업이다. 이맘때면 고창 학원농장과 제주 가파도·포항 호미곶·보령 천북폐목장 등 전국 곳곳의 청보리밭 명소에 나들이객들이 몰린다. 이 중 가장 인기를 끄는 곳은 고창군 공음면의 학원농장이다. 고창군은 이곳에서 매년 봄 청보리밭 축제를 연다. 올해로 벌써 20회째다. 살랑바람에 파도처럼 넘실대는 청보리밭은 도시인들에게 녹색 쉼터가 된다. 쌀이 부족했던 시기, 보리는 중요한 식량자원이었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보릿고개’라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가을에 거둬들인 쌀이 바닥나고 추수 후 논에 심은 보리는 아직 여물지 않아 극심한 식량난을 겪어야 했던 봄철, 우리네 삶이 험난한 고개를 힘겹게 넘어가는 것과 같다고 해서 이를 빗대어 부른 용어다. 1970년대에는 정부가 ‘혼·분식 장려운동’을 정책적으로 펼쳤다. 흰 쌀밥 대신 보리 등 여러 잡곡을 섞어 먹거나 밀가루 음식을 먹자는 캠페인이다. 표현은 ‘장려’였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적인 방법이 다수 동원됐다. 주식인 쌀의 생산량이 부족해서 생긴 일이다. 그리고 이제는 쌀이 남아도는 시대다. 품종개량과 농업의 기계화로 생산량이 크게 늘어난 쌀은 어느 순간 찬밥 신세로 전락했다. 과거 ‘혼·분식 장려운동’처럼 ‘쌀 소비촉진 캠페인’이 펼쳐지고는 있지만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국민 주식 쌀은 과잉생산으로 천덕꾸러기 신세가 됐고, 보리는 구경거리가 돼 간신히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이렇게 쌀 소비량이 줄어 쌀값이 폭락한다면 벼농사도 조만간 보리처럼 다른 각도에서 대안을 찾아야 할 수도 있다. 정부가 쌀 과잉생산 문제를 풀기 위해 벼 재배면적 축소 정책에 강도를 높일 게 뻔하다. 결국 농민들도 쌀보다 돈이 더 되는 체험·관광 목적의 벼농사로 눈을 돌릴 지 모른다. 마치 숲체험장처럼 황금물결 넘실대는 들판을 ‘농경체험장’으로 꾸며놓고 옛 정취를 갈망하는 도시인에게 볼거리를 제공하거나 아동·청소년 대상의 체험학습장으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실제 벼농사를 관광자원화하는 사업이 곳곳에서 추진됐다. 추수철 황금벌판에서 농경문화 체험을 테마로 열리는 김제 지평선축제에 전국에서 관광객이 몰리고 있으니 그렇게 멀리 볼 일만도 아니다. / 김종표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종표
  • 2023.04.17 15:36

전북투어패스 개선하되 정책은 지속돼야

전북도가 역점적으로 추진해 온 '전북투어패스'가 판매실적 부풀리기는 물론, 전반적인 운영이 부실한 것으로 드러남에 따라 정확하고도 투명한 운영시스템을 갖추는 게 매우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지난해 9월 전북도의회 진형석 의원(전주2)은 정례회에서 긴급 현안질문을 통해 전북투어패스가 회계 관련 법령 위반, 수탁업체에 대한 지도·감독 부실 등의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진 의원은 "투어패스는 2017년부터 2022년 6월까지 누적판매액이 32억여원으로, 지출금을 제외하면 약 10억원의 누적 수익을 올렸으나 관광산업 발전에 쓰여야 할 수익금이 수탁업체 명의 통장에 방치돼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결과적으로 회계원칙이 지켜지지 않음으로써 지난 5년 동안 전북도는 약 27억원의 세외수입 결손을 입었다고 한다. 심각한 것은 투어패스의 판매실적 부풀리기였다. 전북도와 일선 시·군이 독려하면서 유관기관, 기업 등이 구매에 적극 나섬으로써 판매액이 늘어난 것 처럼 착시효과가 있었으나 이런 부분이 무려 누적 수익금의 40%에 달했다. 결국 진 의원은 김관영 지사에게 지도나 감독 부실 등 진상 규명을 위한 특별감사를 촉구한 바 있다. 전북도의 감사 결과, 진 의원의 지적은 대부분 사실로 드러났다. 전북 관광 활성화라는 대명제는 좋았으나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처럼 운영과정에서 판매 수입금과 가맹점, 통합시스템 등이 소홀하게 운영·관리되는 등 전북투어패스의 총체적 부실이 사실로 밝혀졌다. 전북도 감사관실은 '전북투어패스 운영 특정감사'를 통해 △판매 수입금 반환 등 부적정 △가맹점 관리·정산 부적정 △ 위탁사업비 예산 편성 등 부적정 △통합시스템 최초 개발 부적정 △통합시스템 유지·보수 위탁 부적정 △통합시스템 재개발 부적정 △통합시스템 임차계약 부적정 △통합시스템 자료·보안관리 부적정 △구입·배부·관리 소홀 △상품권 구매·관리 지침 제정 업무 소홀 등 모두 9건 문제를 적발했다. 관련 공무원 11명에게 주의 등 경징계와 훈계 처분을 내리고, 약 6000만 원을 환수 조치하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사실 액수로 보면 그렇게 크지 않은 것 같아도 시민의 세금은 단 한푼도 불투명하게 집행돼선 안된다는 점에서 경종을 울리는 사례다. 다만 일부 문제점이 드러나긴 했으나 전부관광활성화라는 큰 명제에서 시작된 만큼 잘못은 고치되 정책은 흔들림없이 추진돼야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3.04.17 14:28

자치단체, 무엇을 감추려고 정보공개 않나

전북지역 자치단체의 원문정보 공개율이 17개 시·도 가운데 밑바닥을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의 알권리 보장이나 주민과의 소통을 위해서도 행정기관에서 생산되는 정보는 공개되어야 마땅하다. 그런데도 원문정보 공개율이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것은 투명행정에 역행하는 처사다. 전북도를 비롯해 14개 시군은 앞으로 사생활 보호 등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단체장의 업무추진비 등 원문정보를 더 적극적으로 공개했으면 한다. 행정안전부 정보 공개포털에 따르면 전북지역 자치단체의 원문정보 공개율은 2020년 66.7%에서 2021년 64.5%, 2022년 60.5%, 2023년(1∼3월) 43.2%로 급감했다. 올해 들어서는 1월부터 3월까지 전북지역 자치단체 공무원 결제시스템에 등록된 1만9091건의 대상 문건 가운데 8245건만 공개해 원문공개율이 43.2%에 그쳤다. 이는 17개 시·도 가운데 경북, 충북, 강원 다음으로 낮은 수준이다. 같은 기간 전국 시·도의 평균 원문공개율은 50.1%를 기록했다. 전북지역 시군 중에서는 김제가 20.4%로 가장 낮았고 남원 23.6%, 전주·군산 25.0%, 완주 26.1% 등의 순이었다. '공공기관의 정보 공개에 관한 법률(정보 공개법)'은 헌법상 기본권인 국민의 알권리를 보장하고 국정에 대한 국민의 참여와 국정운영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정보 공개를 원칙으로 한다고 선언하고 있다. 한발 더 나가 공공기관이 보유·관리하는 정보를 적극적으로 공개할 것을 권유하고 있다. 다만 처벌 조항을 두지 않아 단체장의 의지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공공기관의 정보 공개 범위는 갈수록 넓어지는 추세다. 최근 대법원은 검찰총장과 서울중앙지검장의 특수활동비·특정업무경비 지출기록을 공개하라고 판결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재임하던 당시의 것까지 포함돼 있다. 이러한데도 자치단체나 지방의회의 경우 업무추진비를 일부만 공개하는 경우가 많다. 오히려 갈수록 전부 공개보다는 부분 공개율이 더 높아지고 있다. 또한 정보 공개심의위원회는 상당수가 전·현직 공무원이나 관변단체 관계자로 구성돼 있다.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공기관은 건강한 감시와 비판을 받아야 부패하지 않는다. 투명하고 열린행정을 통해 자치단체가 주민들과 더 가까워졌으면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3.04.16 16:57

전주 상습 정체구간 해소, 교통대책 서둘러야

출퇴근 시간이면 극심한 교통체증이 반복돼 시민들의 민원이 끊이지 않는 상습 교통정체 구간이 전주지역 곳곳에 산재한다. 전주시에서 시민편의를 위해 교통환경 개선사업을 꾸준히 시행하고 있지만 여전히 미흡하다. 전주 서부신시가지와 혁신도시·만성지구·하가지구·에코시티·효천지구 등 대규모 택지개발사업으로 도시공간이 빠르게 확장되면서 기존 인프라만으로는 늘어나는 교통수요를 감당하기엔 역부족이다. 물론 지자체가 도로 신설·확장, 구조개선 사업 등을 꾸준히 시행하고는 있지만 뒤늦게 추진되는 경우가 많아 시민불편이 이어지고 있다. 게다가 예산을 제때 확보하지 못해 어렵게 시작된 사업이 지연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인구절벽 시대, 도시의 미래를 위한 정주여건 개선사업은 쾌적하고 안전한 교통환경 조성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 전주시가 최근 ‘서곡교 교차로 교통개선사업’ 추진계획을 밝혔다. 올해 사업계획을 수립한 뒤 내년 총 20억원의 사업비를 확보해 완산구 서곡교와 홍산교 일대 도로를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차량 흐름을 원활하게 하는 동시에 인도와 교통섬을 정비해 보행환경도 대폭 개선할 예정이다. 사실 전주 서곡교 교차로 구간은 오래전부터 극심한 차량 정체로 악명 높은 곳이다. 택지개발로 인근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속속 들어서면서 매년 이 구간을 지나는 차량이 늘어났지만 근본적인 교통 대책은 없었다. 이 구간의 교통혼잡 해소를 위한 대안으로 10여 년 전부터 언더패스 설치 방안이 수차례 논의됐지만 환경단체의 강력한 반대로 추진력을 잃고 논란만 되풀이해야 했다. 결국 뚜렷한 대책 없이 장기간 교통체증이 계속되면서 시민들의 원성이 이어졌다. 매일 되풀이된 시민들의 불편을 감안하면 지자체의 대책이 많이 늦었다. 그런 만큼 전주시는 행정력을 집중해 이번 교통환경 개선사업에 차질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서곡교 네거리처럼 출퇴근길 시민 불편이 계속되고 있는 상습 교통체증 구간에 대한 현장조사와 정밀 분석을 통해 맞춤형 교통대책을 서둘러야 한다. 아울러 전북혁신도시 정주여건 개선과 전주 서부권 교통난 해소 대책으로 추진되고 있는 황방산 터널 개설을 비롯해 효천지구 연계도로 2단계 등 택지개발지구 주변 교통망 확충사업에도 속도를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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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4.16 16:57

새만금 잼버리, 성공적인 축제를 준비하자

세계잼버리는 세계스카우트연맹 주관으로 4년마다 개최되는 국제 청소년 야영대회이다. 원래 잼버리의 의미는 시바아리(SHIVAREE)라는 북미 인디언들의 언어에서 유래한 말로 유쾌한 잔치, 즐거운 놀이를 뜻한다. 스카우트 창시자인 베이든 포우엘이 영국 런던에서 열린 제1회 세계야영대회를 잼버리로 명명하면서 전파되었고, 이후 세계잼버리는 전 세계 청소년들이 함께하는 축제의 장이 되었다. 우리나라는 1991년 제17회 세계잼버리를 강원도 고성군에서 개최하였다. 고성 잼버리는 88서울올림픽 이후 최대 규모의 국제행사로서, 당시 정부의 전폭적인 지지와 국민적 관심을 받았다. 스웨덴의 칼 구스타프 국왕과 모로코의 물레이 라시드 왕자가 스카우트 대원으로 참가하기도 했다. 32년이 지난 올해, 잼버리가 다시 우리나라를 찾는다. 8월 1일부터 12일까지 12일간 전북 새만금에서 개최되는 이번 제25회 잼버리는 역대 최대 규모인 150여 개국 4만5천여 명의 청소년들이 모인다. 여의도 면적의 3배에 달하는 잼버리 대회장에 2만5천여 동의 텐트가 동시에 펼쳐지는 장관이 연출될 예정이다. 잼버리를 계기로 관광지를 찾는 참가자도 1만 4천여명에 달한다. 공식 추계에 포함되지 않는 동반 가족이나 자원봉사자들까지 생각하면 실제 관광객 수는 이를 훨씬 웃돌 것이다. 정부와 자치단체는 손님맞이에 분주하다. 정부는 지난 2018년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지원 특별법'을 제정하고 정부지원위원회를 구성하였다. 이를 통해 야영활동 외에도 개척물 만들기, 수상․산악활동, 스포츠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참가자 모집과 입․출국 지원, 안전 점검, 홍보 등에 범정부적인 역량을 결집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첨단 기술과 문화를 느낄 수 있는 자리도 마련한다. 메타버스 체험관을 통해 가상융합기술을 경험하고 드론, VR․AR 과정도 참여할 수 있다. K-pop 공연을 개최하고 템플스테이와 태권도, 고추장 요리 체험 등도 준비 중이다. 최근에는 여성가족부뿐만 아니라, 행정안전부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잼버리 조직위원장으로 위촉되어 힘을 보태고 있다. 전라북도는 물론, 전국 자치단체도 참가자 확대와 홍보에 힘을 싣고 있다. 전북연구원에 따르면 잼버리 대회와 참가자 관광을 통한 경제적 효과는 전북에만 5조 5000억 원, 국가적으로는 9조 8000억 원에 이른다. 금전적·산술적 득실을 떠나, 30여 년 만에 개최되는 잼버리가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남다르다. 1991년 고성 잼버리 참가자들이 성인이 되고 그 자녀들이 대를 이어 잼버리에 참가하는 사례도 있을 것이다. 다시 우리나라를 찾은 해외 참가자들에게 한 세대만에 이룩한 눈부신 성장을 보여줄 수 있다. 고향에서 개최되는 이번 행사에 대한 개인적 소회가 남다르다. 전라북도는 2015년 잼버리 유치에 뛰어들었는데 필자는 당시 전북 기획관리실장으로 여러 기관에 새만금 개최의 필요성을 알리는 유치 활동에 참여했다. 행정부지사 시절에 잼버리 준비상황을 챙기고 예산 확보를 위해 국회와 기재부를 뛰어다니던 기억도 있다. 최근 행정안전부 장관이 공동조직위원장이 되고 잼버리의 한 축을 담당하게 되면서 행정안전부로 복귀한 이후에도 잼버리와 인연을 계속 이어오게 되었다. 세계잼버리가 이제 4개월이 채 남지 않았다. 잼버리 개최를 위한 지난 8년간의 여정이 눈앞에 생생하다. 마지막까지 전라북도를 비롯해 정부와 지역 주민들이 하나가 되어 성공적인 축제를 만들어 가기를 기대해 본다. /최훈 행정안전부 지방자치균형발전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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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4.16 16:57

도시하천의 치수와 수생태계의 조화

전주천은 만경강의 제1지류로 완주군에서 발원한 지방하천 24.3㎞와 국가하천 7.0㎞가 전주시를 관류하는 하천으로 전주시민의 생활과 역사, 문화를 함께하고 있다. 1960~1970년대 이후로 급진적인 도시화, 산업화에 따른 생활하수와 공장폐수로 인하여 전주천 도심구간에서 수질 악화가 심각해져, 수질개선과 생태계복원을 위해 2000년부터 2002년까지 도심구간 7.2㎞를 대상으로 ‘자연형 하천 조성사업’을 추진하였다. 이수와 치수 중심의 하천관리에서 하천에 생명을 불어넣어 자연에 가깝게 복원하자는 자연형 하천의 기본개념이 도시하천의 특성상 일부는 공원형 하천으로 변질되었지만 국내 하천 사업의 성공적인 사례로 지목되어 왔다. 기상청의 ‘한국기후변화평가보고서(2020)’에서 한반도의 집중호우 빈도와 강도는 1990년대 중반 이후 확연하게 증가하는 경향과 2014년 이후 단기간 강우 강도가 증가해 중소 하천에서 홍수 발생 가능성이 실질적으로 늘어났다 하였으며, 국립기상과학원의 ‘한반도 기후변화 전망 보고서(2020)’에서도 총강수량 감소하는데 극한 강수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였다. 2000년 이후 집중호우와 이상기온, 강한 태풍 등 극단적인 기상 현상이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자연재해가 많이 발생하였다. 전주시는 2020년 집중호우로 주택침수, 도로 유실 등 54억원 피해가 있었다. 2022년 8월 서울 도심의 시간당 141.5mm의 폭우로 인근 저지대 주민들이 긴급 대피하였고, 9월에는 포항에서 시간당 110.5m의 집중호우로 인명 8인, 재산 200억원의 수해와 포항제철이 침수로 49년만에 가동 중지되었다. 하천 수질과 수생태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중요한 쟁점이지만 도심하천은 치수(治水), 이수(利水), 친수(親水), 생태(生態) 등 복합기능이 서로 조화를 이루도록 관리하여야 한다. 도심하천에서 침수 피해는 과거 농지하천의 수해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치명적이므로 치수에 조금이라도 소홀함이 없도록 관리하여야 한다. 주민의 인명과 재산 보호가 우선시 되도록 하천을 관리하는 물관리 정책을 추진하여야 한다. 제방증고, 하천확폭 등 치수기능 강화방안들은 전주천과 같은 평야지 완경사 도심하천에 적용하기가 매우 어려워, 기존 하천의 통수능을 유지관리 및 보완하는 방법이 최선이다. 하천에 대한 적절한 유지보수는 하천 수위 조절 및 범람 예방, 하천 부산물 제거, 하천 교량 및 제방 등의 안전 유지 등 다양한 측면에서 효과적인 대책이다. 하천 주변 시설물의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하도준설, 지장수목 제거, 시설물안전성을 꾸준히 점검․정비하고, 일률적 정비보다 구간별로 하천환경이 회복되도록 유도하여야 한다. 하도준설은 준설 필요성과 효과에 대해 면밀한 하상 조사와 통수능 개선 효과 및 흐름변화를 종합적으로 확인하여 주기적인 준설 위치와 시기, 수량을 결정하여야 한다. 지장수목 제거는 유속저하 등 하천 흐름 및 홍수위를 고려하여 관목 및 초화류 중심으로 하천환경을 조성하되, 하천 생태계 손상이 과하지 않도록 제거 대상 수종과 수량에 대하여 다양한 대안을 검토하여야 한다. 하상에 산재한 갈대, 잡초 등 유기물은 주기적으로 제거하여 만경강 수질오염의 영양물질이 되지 않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전주천의 치수기능을 강화하면서 취약해질 수 있는 수생태 기능에 대해서는 지역 주민 및 시민 사회와 소통하여 하천 생태계의 손상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하천과 인류가 공유하던 공간에서 인간의 영역을 더 많이 확보하기 위하여 제방을 쌓아 하천을 좁은 공간에 가두고 있는 우리 문명의 특성상 인간이 확보한 기득권을 얼마나 절제하고 양보할 수 있는지가 관건일 것이다. /순천대학교 토목공학과 교수 정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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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4.16 16:56

순창형 보편적 복지 완결판을 꿈꾸며

애절한 목소리의 주인공 가수 심수봉의 ‘비나리’ 노랫가사 중 “세상이 온통 그대 하나로 변해버렸어”라는 구절이 있다. 어느 날부턴가 이 대목에서 감정이입이 되는 이유는 갈수록 농촌지역의 인구감소와 지역소멸 위기가 눈앞의 현실이 된 요즘 세상이 온통 순창으로 변하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 때문일 것이다. 최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0.78명으로 또다시 최저치를 갱신했다. 신학기를 맞아 전국 6200여개의 초등학교 중 125개 학교에서는 신입생 단 1명인 ‘나 홀로 입학식’을 진행했고 131곳에서는 신입생이 없어 입학식을 열지 못했다고 한다. 순창군도 초등학교 15개교 중 올해 입학생이 한 자릿수에 불과한 학교가 13곳이나 된다. 이러한 안타까운 시대의 흐름을 극복하기 위해 순창군은 ‘보편적 복지’를 민선 8기 핵심 목표로 삼고 정주인구 증대는 물론 군민의 행복 생활기본권 보장을 통해 ‘군민 모두가 행복한 순창’을 만들기 위한 다양한 신규 복지정책을 추진 중에 있다. 그중 가장 주목받는 사업은 단연‘아동행복수당 지원사업’이다. 이 사업은 저출산으로 인한 지역소멸을 막기 위한 새로운 복지 급여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관내 주민등록을 둔 2~17세 아동에게 매달 40만 원씩 지급하는 사업으로 출산에 대한 문제를 개개인의 문제가 아닌 국가 차원의 문제라고 인식하고 경제적 수준에 상관없이 자녀 수에 따라 수당을 지급함으로써 부모들의 출산과 양육의 부담을 줄여주고자 하는 사업이다. 현재 아동행복수당 지원은 보건복지부 사회보장제도 신설 협의 단계에 있으며, 빠른 수당지원을 위해 필자는 지난 4일 국회를 방문해 여야 국회의원 10명을 차례로 만나 제도 신설 승인에 있어 힘을 모아줄 것을 적극 요청했고, 연초부터 중앙부처, 전라북도 등을 방문해 사업 필요성과 타당성을 설명하는 등 현안사업 해결을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 다음으로 꼽을 수 있는 사업은‘농촌유학 활성화 사업’이다. 학생 수 감소로 인한 면 단위 학교 폐교는 지역소멸을 가속화 할 것이 분명하기에 순창군은 전북도교육청, 순창교육지원청과 협력해 면 단위 학교 폐교를 방지하기 위해 전국적으로 농촌유학생 모집 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다. 실제 지난 1월에는 순창군이 농식품부 농촌유학 공모사업에 선정돼 2000만 원의 사업비를 지원받아 농촌에 유학 온 학생들에게 질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게 됐다. 다음으로 오는 5월부터 본격 시행에 들어가는‘대학생 생활지원금 지원사업’또한 빼놓을 수 없는 대표적인 순창군의 복지정책 중의 하나다. 이 사업은 순창출신 대학생들에게 1년에 400만 원씩, 4년간 총 1600만 원의 파격적인 금액을 지원하는 사업으로, 지원 대상은 순창에서 초·중·고를 졸업한 대학생으로 40세미만이 해당된다. 마지막으로 오는 6월부터 시행할 ‘청년 종자통장 지원사업’은 18세부터 39세의 청년근로자에게 개인이 매월 10만 원을 적립하고 순창군은 2배인 매월 20만 원을 지원해 2년 후에는 원금 720만 원과 적금 이자까지 받을 수 있는 사업이다. 필자는 그 희망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화려함은 멀리하고 실리를 취한다는 ‘거화취실(去華就實)’의 마음으로 ‘군민 모두가 행복한 순창’을 꽃피우기 위한 노력을 지속함으로써 머지않아 국내는 물론 세계가 온통 순창으로 물들 날이 오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최영일 순창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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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4.16 16:56

홀로아리랑 김지사

단기필마로 지사 자리를 꿰찬 김관영 지사는 취임 9개월을 맞아 가시적 성과를 보여주려고 전력투구한다. 김 지사가 민주당으로 복당해서 당선되었지만 국민의힘으로 정권교체가 이뤄졌고 여소야대 정국이 만들어지다 보니까 전북의 현안을 풀어 가기가 여간 쉽지 않다. 원팀이 돼서 김 지사를 돕기로 했던 도내 국회의원들도 내년 총선을 앞두고 각자도생 하기에 급급, 김 지사 한테 큰 도움이 안된다. 김 지사가 젊은 패기를 앞세워 냉·온탕을 넘나들며 전방위로 뛰지만 역부족일 때가 다반사다. 우군으로 믿었던 도내 국회의원들도 차기 지사자리를 놓고 잠재적 경쟁자 관계라서 신경만 쓰인다. 게다가 국힘 비례대표 출신인 정운천 의원 마저도 4·5 전주을 재선거 패배에 대한 책임을 뒤집어쓰고 도당위원장과 당협위원장직을 박탈당함에 따라 그간 폼 나게 움직이었던 여야협치가 깨지기 일보직전이다. 지금 김 지사는 대광법, 공공의대법, 특별자치도법 보완 그리고 새만금에 이차전지 기업유치 등을 위해 국회에 살다시피 한다. 서번전번(서울에서 번쩍 전북에서 번쩍)이란 별명을 얻을 정도로 바삐 뛰고 있다. 성과를 중시하는 김앤장 출신 답게 개인기에 의존해서 여야 의원과 윤석열정부에 매달리고 있다. 다행히도 김 지사의 행정고시 동기들이 아직도 차관급으로 부처에서 실무를 지휘하고 과거 재선 국회의원 하는 동안 함께 호흡했던 여야 의원들이 알게 모르게 도움을 줘 큰 힘이 되고 있다. 새만금잼버리 대회에 보이스카우트 출신인 윤석열 대통령이 참석키로 하는 등 대회개최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인 것도 시도지사 부회장인 김 지사의 믿음과 설득이 주효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 지사는 전북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면 천리길도 마다 않고 직접 찾아가서 만나기 때문에 도정이 예전과 달리 역동적으로 움직인다. 인하대 윤태익 교수의 세가지 성격유형에 따르면 김 지사는 머리로만 하지 않고 가슴과 장형이 믹스된 리더십을 취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학창시절부터 공부면 공부, 노래면 노래, 운동이면 운동까지 경쟁에서 뒤쳐지는 것을 싫어하면서 고시3관왕을 일궈냈기 때문에 자신의 임기동안 전국 꼴찌라는 낙후 꼬리표를 떼겠다는 각오가 남달라 보인다. 한동안 참모진과 출연기관장을 잘못 인선했다는 비난을 샀지만 한종관 전북신보재단 이사장과 최정호 전북개발공사 사장 등 전문가를 임명해 전화위복 됐다는 평가다. 김 지사가 내년 총선 전까지 스스로 성과를 내면서 자신과 호흡이 맞는 인물이 대거 국회의원이 되어야 롱런할 수 있다. 이번 전주을 재선거 결과가 말해주듯 도민들이 새로운 변화를 갈망해 김지사도 기업유치를 통해 청년일자리 창출에 더 신경써야 한다. 내년 총선 결과에 따라 김 지사의 입지도 종전보다 더 확대되거나 축소될 수도 있다. 이재명 사법리스크 때문에 민주당 한테 큰 도움받는 것도 쉽지 않고 정부여당인 국힘 한테도 지원받기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전북 현안을 타개해 나가려면 도민들의 지지가 더 필요해 보인다. 봄볕에 그을린 그의 얼굴빛이 피곤해 보이지만 전북발전에 대한 결기 만큼은 강하게 느껴진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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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성일
  • 2023.04.16 16:55

[금요수필]꽁냥꽁냥 살아가는 이야기

언제부터인가 나의 오전 루틴은 부엌에서 가스 불 스위치가 아닌 컴퓨터 전원을 켜는 일입니다. 그날도 오랜만에 떠오른 시상을 잊어버릴 새라 서재에서 키보드를 두드리는데, 거실에 누워 음악 감상에 심취해 있는 남편이 큰소리로 나를 부릅니다. "이 곡 들어봐. 당신 좋아하는 곡이네“. 쇼팽의 야상곡이 나오니 볼륨을 높이고 나를 부른 겁니다. “잘 들립니다.” 우리 부부의 하루는 이렇게 자기만의 공간에서 각자 코로 숨을 쉬며 하루가 시작 됩니다. 창밖은 봄 비가 내릴 듯 말듯 엉거주춤 하고 일기예보에서는 잠시일지라도 오늘부터 추워진다고 합니다. 잠시 후 남편은 나를 또 부릅니다. “점심은 뭐 먹을까” 라고, 실은, 나도 눈과 손은 컴퓨터에 있었지만 머릿속은 점심을 무엇으로 하나“ 그 생각을 하고 있던 참이었습니다.젊든, 나이 듦이든 주부들의 매일매일 펼쳐진 숙제는 식사 메뉴일 것입니다. 우리 집도 그렇습니다. 국이든 찌개든 둘 중에 하나는 꼭 있어야 하는 게 기본이고, 어제는 떡국을 만들었는데 오늘은 무엇으로 입맛을 맞춰야하나 가 고민입니다. 삼식이 아내로 사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예전에, 그러니까 지금 보다 조금 젊었을 때는 준비하는 과정이 귀찮기도 하고 맛 타령까지 하는 투정에 힘이 들어 짜증을 부리기도하였건만 이제는 불평 없이 준비합니다. 살아오는 동안 나의 마음도 무뎌졌고 또 남편 건강이 곧 우리 가족의 건강이기도하니까요. 5년 전, 건강검진에서 내 몸속에 작은 불청객이 찾아왔음이 발견되어 치료를 크게 받았습니다. 남편은 집안 청소며 설거지를 묵묵히 도와 주더니 완치 후에도 여전히 솔선수범입니다. 그 고마움에 나는 보답하고 싶은 마음이라서 순종을 합니다. 간혹 내 마음을 우울하게 할 때도 있지만...어제는 떡국에 고명도 얹혔습니다. 오늘 점심은 간단하게 누룽지를 끓여먹으면 좋을성싶은데 국수가 먹고 싶다하여 삶았습니다. 하지만 더 힘든 건 남편 입맛입니다. 국수도 진한 멸치 육수를 만들어야 하고 바지락도 넣어야 하고 양념은 이것저것 골고루 갖춰야하는 주문 성향이 까다로운 고객이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파 송송 계란 탁! 추가주문이 이어지면 동작 그만! 이라고 외치고 싶어도 어디서 인내심이 고여 있다가 쏟아지는지 나는 부드러운 종달새가 됩니다. 아마도 아팠을 적 나를 챙겨주었던 고마운 모습이 오버 랩 되어 다가온 게 아닌가 싶습니다. 어제는 대봉시가 맛있게 얼었기에 “이거 좀 먹어봐요”, 했더니 먹어보라고 했다며 답안지를 내줍디다. “잡수세요. 혹은 드셔 보세요” 라고 하여야 한다며 말투가 왜 그러냐는 겁니다. 이젠 이런 대화에도 별스런 감흥이 없습니다. 그저 내 발목이 아프지 않고 허리나 건강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올해는 남편이 팔십이라는 숫자를 맞이하는 해입니다. 새로운 나랏님 덕에 한 살이 줄었지만 우리 때 계산으로는 여든입니다. 듣기 싫지만 신문지상에는 고령자라고 호칭을 사용하기도 하고 어르신이요 영감님이라는 호칭으로도 불리기도 합니다. 엊그제까지 귀에 익은 아저씨는 어디가고, 귀에 익숙하지 않는 할아버지가 되었는지 나이 듦에 서글퍼지기도 합니다. 해 질녘이면 어미 잃은 강아지마냥 처마 밑에 앉아 집에 가고 싶다고 훌쩍이던 새댁 시절의 내 모습을 그려보니 우리가 씨줄날줄로 살아온 세월이 어느 새 50년이라니요. 장인, 장모가 되고 할아버지라고 불러도 어색함이 없이 “오냐!” 반기는 노부부가 되어버린 우리! 이제는 서로가 바늘과 실이 되어 외출에서 조금이라도 늦어지는 날이면 가슴에서 철거덩 소리가 납니다. 행여 무슨 일이라도...하는 방정맞은 생각이 앞서고 심장이 벌렁거립니다. 부부는 이렇게 보이지 않는 아득한 먼 길을 함께 걸어가는 가 봅니다. 따스한 바람이 부는 봄날이 오면 시들어버린 나를 찾으러 만경강 물길따라 만들어진 ‘옴서감서 쉼터’ 길을 가보고 싶습니다. 국토교통부에서 그곳에 어울리는 시를 찾고 있던 중 운 좋게 ‘저문 날의 생각’ 이라는 나의 시가 선택이 되어 시비(詩碑)가 세워진 곳입니다. 싯귀처럼 ‘그리움 하나 걸어놓고’ 물가에 한참을 앉아있고도 싶어집니다. 그리곤 돌아오는 길에 ‘당신’이라는 유행가 한 자락을 남편에게 청하려합니다. “이 생명 다 하는 날까지 당신을 사랑하리”라는 노랫말 끝부분을 가장 좋아한다고 멋쩍은 고백도 해보려고요. △박지연 시인은 경희대학교 국문학과를 졸업했으며 한국 문인협회 회원 및 전북 여류문학회장을 역임했다. 저서는 시집 <사랑은 어디쯤 가고 있는가>, <그 이름을 부르노니>와 시와 산문집 <촌스러움에 대한 보고서>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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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4.13 18:03

봄날이 가도 삶은 계속되어야 해

지뢰가 폭발하듯이 꽃은 만발하고, 대포가 터진 자리에는 꽃 사태였다. 봄은 다투어 피어나는 꽃들의 전쟁이다. 평지와 둔덕마다 흐드러진 개나리 산수유 진달래 목련 벚꽃들이 시샘하듯 불어 닥친 비바람에 덧없이 졌다. 길가 벚나무 아래에는 하얀 꽃잎들로 낭자하다. 봄은 서둘러 왔다가 철수할 기색이다. 사월의 태양 아래 꽃들은 지고 나뒹구는 꽃잎들은 철수하는 봄이 남긴 사체들이다. 봄꽃 진 뒤 느티나무 묵은 가지마다 연두색 새잎들이 돋고, 가랑잎 두텁게 쌓인 표토를 밀어 올리며 원추리 싹이 떼 지어 올라온다. 도처에서 피어나고, 돋고, 꿈틀거리고, 뻗치는 것은 봄에 대한 살아 있는 것들의 벅찬 생명 반응들이다. 봄꽃 둘레에 노오란 햇빛이 꿀벌처럼 잉잉거릴 때 우리는 벅찬 희망을 품고 낙관적인 기분에 빠졌었다. 심장은 보람으로 펄떡이고, 혈관의 피들은 온몸을 돌며 환호성을 지른다. 고양이 요람 같은 봄날에 우리의 쾌감지수는 상승하고, 우리는 가장 희망적인 호모 사피엔스로 재발명되는 것이다. 봄날 대기에는 꽃들이 어지럽게 내뿜는 방향만이 아니라 약간의 허무, 약간의 슬픔, 약간의 외로움도 함께 녹아 있다. 봄날의 바람과 태양이 우리 젊음을 약탈해가듯이 세월이 돈과 아름다움과 사랑을 열망하던 우리의 푸르고 아름다운 젊은 날을 앗아간다. 목련꽃 그늘 아래서의 첫 키스는 뇌리에 강렬함으로 각인되지만 어느 입술이 열일곱 번째로 내 입술에 가 닿았던 지는 기억하지 못한다. 이토록 얕은 기억의 용량이라니! 우리 오감을 문지르던 꽃이 다 지면, 보람과 기쁨을 앗아간 이 사태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아름다운 것들의 유효기간은 비정상적으로 짧구나! 종달새 우짖는 이 허전한 봄날을 어떻게 맨 정신으로 견딜 수 있나? 오래 전에 헤어진 당신은 잘 지내는가? 이제는 유난히 찰랑이던 당신의 검은 머릿결만 기억날 뿐 나머지 이목구비는 희미해졌다. 당신에게 미처 부치지 못한 편지들을 꿈속의 우체통에 집어넣는 꿈에서 깨어난 아침에는 가슴이 텅 빈 듯 허전하다. 나는 아침을 먹고 나가 공연히 근린공원을 한 바퀴 돌고, 볼 일도 없는데 동사무소에도 들렀다가 돌아온다. 오늘은 동네 도서관에서 철학책을 빌어 반나절 넘게 읽고, 저녁 무렵엔 강가를 따라 바람을 맞으며 걷었다. 봄날은 활시위를 떠난 화살처럼 지나간다. 희망과 기쁨과 보람으로 가득 하던 우리의 전성기도 지나간다. 우리는 팔짱을 낀 채로 속수무책으로 지나가는 것을 바라볼 뿐이다. 바다의 악령인 하얀 고래를 좇던 에이허브 선장처럼 용맹했던 우리의 모습을 이제 누가 기억할까! 아무도 우리가 삶에서 거둔 공훈을 기억하지 못하리라. 봄날 저녁의 어스름에 찾아드는 허무와 고통은 견딜 수가 없었다. 우리 보람이던 봄꽃의 수명은 짧고 우리가 견뎌야 할 고통은 길다. 빈센트 밀레이는 노래한다. "내 밥그릇은 고통으로 가득 차 넘친다. 내가 먹을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양이다"라고. 봄날의 달콤한 고통과 허무를 견디며 우리는 속절없이 하루하루 늙어간다. 한 살이라도 더 나이를 먹을수록 좋은 한 가지는 인생 마일리지가 쌓인다는 점이다. 인생 마일리지는 삶의 지혜를 체득할 수 있는 경험의 두터움이고, 그것에서 양조된 인격의 원숙함이다, 우리는 치열하게 고투하며 보낸 젊은 시절을 지불하고 그것을 손에 넣는다. 인생 마일리지란 자기 인생에 최선을 다한 자에게 주어지는 삶의 원숙함이란 이름의 훈장이다. 당신의 인생 마일리지는 얼마나 되는가? 봄의 무대에서 꽃들은 퇴장했다. 그렇다고 낙담하고 슬퍼할 일만은 아니다. 한 계절이 끝나면 새로운 계절이 달려온다. 우리에겐 살아갈 날들이 무궁무진하다. 봄을 여윈 슬픔을 딛고 우리의 갈망이 시키는 대로 살아가자. 먼 데서 당신이 새로운 아침을 맞을 때, 우리에겐 불의와 타협하지 않고 늠름하게 살아야 할 의무가 있다. 지금 당장 할 일은 봄이 떠나면서 흐트러뜨리고 어지럽힌 자리를 말끔하게 치우는 것이다. 봄날이 끝나도 삶은 계속되어야 하고, 우리는 저마다 제 인생의 이야기를 마저 써야 한다. /장석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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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4.13 17:37

또다시 봄, 아빠가 되어가는 중...

2023년, 어김없이 또다시 봄! 차갑게만 느껴지던 공기가 포근하게 느껴지는 4월, 봄기운이 완연하다. 그 덕에 올해의 벚꽃은 유독 빠르게 만개했고 청년꿀벌농부의 꿀벌들도 정신을 차릴 새 없이 분주하다. 꽃향기가 가득하고 화사한 색감이 여기저기 만발하니, 어디로든 꽃놀이 가라고 등을 떠미는 것 같다. 그 덕에 오랜만에 가족과 함께 익산시 성당포구의 벚꽃길을 거닐며 봄맞이를 했다. 귀농하고서 결혼을 했고, 그 이듬해에 딸아이가 태어난 뒤 어느덧 18개월이 지났다. 그 작았던 아이가 이제는 뛰어다니며 온갖 이쁜 짓을 다 하는 요즘, 아빠가 되고 나서 최고 난도의 시기를 보내고 있는 듯하다. 그 작은아이와의 신경전이랄까? 아이와 아빠인 내가 다투는 것 같기도 하고 나 혼자 서운해하는 것 같기도 하고, 이게 기 싸움인 건지 뭔지. 육아용어로 “재접근기”라 하여 생후 16~18개월, 길게는 24개월까지 아이의 정신 성장 발달 단계로써 양육자로부터 정신적 독립을 취하고 싶은 욕구와 더불어 자신의 신체 제어가 숙달되지 못함으로 인한 불안함 사이에서 혼란스러운 시기이기에 주 양육자의 역할을 하는 엄마의 품으로 파고드는 시기가 있다고 한다. 쉬운 말로 풀어보면 엄마 껌딱지 시기이다. 엄마 뒤만 따라다니고 가능하면 엄마를 자기 옆에 붙잡아두려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아빠는 언제나 뒷전이다. 안아주려고 하면 싫다고 떼쓰고 울면서도 바짓가랑이를 잡고 늘어진다. 정말 속을 모를 일이다. 이해가 안 되지만 그게 이 시기에 흔히 일어나는 일이라 한다. 아이 엄마는 지쳐가지만, 딱히 아빠로서 아이를 돌봐줄 수가 없다. 왜냐하면 내 손길은 아이가 원치 않기 때문에. 이게 나에겐 오히려 다행인 걸까? 허허 그러다가 이번 달부터 아내가 파트로 일을 시작하게 되면서 아이를 온전히 봐야 하는 날이 생겼다. 꿀벌이 한창 바쁠 때 이긴 하지만 농장의 일은 오전이면 마무리되기 때문에 작업을 마치고 딸아이를 어린이집에서 하원 시키는데 엄마가 없으니 꿩 대신 닭이라 생각했는지 아빠인 나에게 “쏙”하고 안긴다. 처음엔 너무 이쁘게 안겨서 그저 좋았는데, 그러고서 안 떨어진다. 물을 먹고 싶다고 해서 떠주려 해도 안겨서 안 떨어지고, 과일을 먹고 싶다고 해서 깎아주려 하는데도 꼭 안겨있어야겠다고 한다. 아, 재접근기! 그제야 아내가 얼마나 힘들었을지 이제야 알 것 같다. 아이가 세상에 태어나던 재작년 9월의 가을은 정말 전쟁이 따로 없었다. 한창 말벌과의 전쟁에서 꿀벌들을 지켜내야 했기에 양봉장에서 떠날 수가 없었고 하필 딸아이가 태어나는 날 전라북도농식품인력개발원 귀농·귀촌 사례 강의가 예정되어있었기에 태어난 아이를 보자마자 강의하러 출발해야했었고 또, 익산시로컬푸드직매장이 개장하는 날이어서 유튜브 영상 촬영이 예정되어있었다. 말 그대로 일복이 터지던 시점이었다. 그런데도 새벽에 농장일을 하고 낮에 외부일정을 소화하고 산후조리원으로 가 쪽잠을 자면서도 그저 행복했다. 자그마한 우리의 아기가 꼬물거리고 있고 안아주고 토닥여주고 쌔근쌔근 잠자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다른 어떤 것도 필요 없을 정도로 행복했다. 잠잠히 그때를 생각해보면 또 한 번의 전쟁이 지나가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아빠가 처음인지라 잘 모르고 어색하지만, 전쟁을 치르는 동안 힘든 것보다는 아이를 보며 행복하기에 두 번째 봄을 맞이하며 좀 더 부모로서 사랑하는 법을 배워가고 있는 게 아닐까? /박넝쿨 농촌기업브랜드 신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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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4.13 17:37

주택의 종류와 세법상의 취급

일반적으로 도시민이 주거하는 공간은 단독주택, 아파트, 다가구주택, 다세대주택, 오피스텔, 원룸등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며 용어 또한 혼재하여 사용되고 있습니다. 주택에 대한 세법상의 정의는 허가여부나, 건축물관리대장이나 등기부등본상의 용도구분에 상관없이 사실상 주거용으로 사용하고 있는 건축물을 의미 하며, 또한 세법은 정책적 목적에 따라 1세대1주택비과세나 다주택자중과 등의 혜택이나 제한을 규정하고 있는 바, 실생활에서 통용되는 개념에 의해 양도한다면 비과세적용이 배제되는 등의 불이익을 받을 수가 있습니다. 따라서 세법상의 주택의 범위에 대해 명확히 인지하고 있어야 하며, 가장 조심해야 할 부분은 원룸이라 불리는 다가구주택과 다세대주택의 구분 및 상가로 분양받았으나 실제로 주택으로 사용되고 있는 오피스텔입니다. 먼저 흔히 원룸이라 불리는 다가구주택은 주택으로 쓰이는 층수가 3개 층 이하이고, 19세대 이하가 거주할 수 있는 바닥면적 300평 이하의 건축물을 말하며 건축법상으로는 단독주택으로 분류되며, 소득세법은 양도 시에 세대별로 구분하지 않고 하나의 매매단위로 거래하는 경우 단독주택으로 보아 1세대1주택비과세여부를 판단하며, 고가주택(12억)여부의 판단 시에도 하나의 주택으로 보게 됩니다. 또한 다세대주택이란 주택으로 쓰이는 층수가 4개 층 이하이고, 바닥면적 300평 이하(300평을 초과하는 경우 연립주택)의 건축물로서 건축법상 공동주택으로 구분되며 세법에서도 당연히 각 세대별로 1주택으로 보아 비과세나 중과세여부를 판단하게 됩니다. 다음으로 가장 문제가 되는 오피스텔입니다. 오피스텔은 업무공간이 50%이상인 건축물로서 건축법상 업무시설로 분류되어 주택에 해당되지 않으나 주거공간으로 전용이 가능해 현실적으로 주택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빈번합니다. 또한 업무용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최초 분양 시 사업자등록을 한 경우 부가가치세를 환급받을 수가 있습니다. 그러나 주민등록을 전입하는 등의 주택으로 사용하는 경우 세법상 주택으로 보게 되어, 오피스텔 한 채라면 비과세적용이 가능하나 환급된 부가가치세는 추징되게 됩니다. /노인환 한국∙미국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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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4.13 17:37

‘강한 경제’ 전주의 조건

우범기 전주시정(市政)의 핵심은 강한 경제를 통한 지역 활력에 있다. 무기력한 지역 정서를 걷어내고 역동적 기운이 꿈틀대는 도시로 바꾸겠다는 청사진이다. 서민 경제를 옥죄는 불합리한 족쇄를 풀고 창조적 파괴에 나서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그는 취임 직후 재건축 재개발 용적률 완화와 함께 구도심 활성화를 가로막는 ‘규제 대못’ 을 뽑는 데 먼저 칼을 빼들었다. 환경 시민단체와 기득권층 반발을 무릅쓰고 이를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더 나아가 그동안 ‘폭탄 돌리기’ 로 인식될 만큼 논의 자체를 꺼려 했던 종합경기장과 대한방직 개발 문제를 테이블에 올려 매듭을 풀기 시작했다. 성장 동력이란 인식 아래 과감한 추진 의사를 밝혔고, 실제 구조물 철거 등 구체적 움직임이 가시화되자 개발에 대한 기대감도 한층 높아졌다. 이런 모습들이 “이번엔 뭔가 다르다” 는 긍정적 시그널로 비춰짐에 따라 우 시장이 꿈꾸는 미래 전주에 대한 시민 기대도 큰 편이다. 그는 선거 출사표 때부터 전주 대개혁에 강한 자신감을 피력해왔다. 개혁을 화두로 변화의 거대한 물줄기를 주도하는 배경이다. 선거 표심을 의식해 전임 시장이 망설였던 핵심 현안들이 그의 지휘 아래 서서히 기지개를 켜고 있는 셈이다. 변화에 대한 그의 목마름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케 한다. 사실상 공약 실현의 성패는 예산 뒷받침인데 그가 기재부에서 잔뼈가 굵은 예산 전문가라는 점이 신뢰도를 높여준다. 선거 때도 그는 유불리를 떠나 폭발성 높은 현안에 대해 거침없는 의견을 밝혀 논란을 자초했다. 전임 시장이 눈치만 보며 어정쩡한 입장을 취했던 완주전주 통합을 비롯해 전주역세권 개발, 천마지구 개발까지 추진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의 이같은 직진 본능이야말로 무사안일에 젖어 있던 공직 사회에 경종을 주고 있다. 미래 먹거리 개발 못지않게 그가 관심을 쏟는 게 전주의 문화적 자긍심 고취다. 새롭게 조명되는 후백제와 함께 조선왕조의 뿌리라는 사실에 자부심이 대단하다. 특히 후백제는 ‘역사문화권 정비 특별법’ 에 이를 포함시켜 고구려 백제 신라 문화권에 버금가는 명예 회복에 부심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이들의 역사와 문화가 작년 1100만 명 이상 다녀간 한옥마을과 연계해 관광자원으로 활용되느냐가 숙제로 남아있다. ‘가장 방문하고 싶은 도시’ 1위로 선정돼 13회 대한민국 국가브랜드 대상을 수상한 전주시가 그 명성에 걸맞는 프로그램 개발을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를 꽃 피우느냐 여부가 관건이다. 우 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큰 것도 역설적으로 전주 대변혁에 대한 간절함 때문이다. 기업 유치를 통해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야 하는 상황에서 공단 부지가 모자라 첫 단추를 꿰지 못하는 것도 전주의 현실이다. 눈앞 이익에만 급급해 근시안 행정에 안주한 것도 모자라 미래 투자까지 소홀히 한 것은 무능에 가깝다. 리더 한 사람의 가치 판단에 따라 어떤 후유증을 가져오는지 지금 목도하고 있다. 개혁의 전도사를 자처한 우 시장이 밤낮없이 뛰어야 하는 이유다. 김영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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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영곤
  • 2023.04.13 17:34

완주·전주통합 청장년위원회 활동 기대 크다

완주와 전주의 청장년들이 완주·전주통합에 힘을 보태고 나섰다. '완주·전주통합 청장년추진위원회'가 발기인대회를 갖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간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통합 논의가 멈칫거리고 있어 우려되던 차여서 반갑다. 그동안 활동해온 노년과 장년 중심의 완주전주통합추진연합회에 이들 청장년들이 힘을 더하면 지지부진하던 통합에도 탄력이 붙을 것이다. 전북도와 전주시 완주군도 대승적 차원에서 통합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길 기대한다. 이들 청장년위원회는 완주주민 28명과 전주주민 58명이 회원으로 참여하며 3040세대가 중심을 이루고 있다. 대부분 자영업자와 회사원 등으로, 여기에 뜻을 같이하는 지방의원, 교수 등도 멘토단으로 활동할 것이라고 한다. 이들은 “지역소멸 위기에 대응하고, 행정구역과 생활구역 간 불일치에 따른 주민불편을 없애기 위해 완주·전주 통합을 추진하게 됐다”며 “두 지역에 산재한 자원 등을 연계함으로써 도시 경쟁력을 높이고 외연을 넓혀 나가겠다”고 밝혔다. 전북은 지금 광역시도 특례시도 없어 사면초가인 상태다. 다행히 전북특별자치도법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대도시권 광역교통 관리에 관한 특별법’에서 제외되는 등 아직은 산 너머 산이다. 일자리가 없어 해마다 1만명 가까운 청년들이 타 지역으로 빠져나가는 게 현실이다. 이런 상태에서 완주전주 통합은 전북이 생존할 수 있는 첫걸음이다. 하지만 최근 우려스런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다. 전주시가 현 시청사 바로 옆에 제2청사 건립계획을 발표하고 완주군은 독자적으로 시 승격을 추진하고 있어서다. 전주시의 제2청사 추진은 완주군 부지에 통합청사를 짓겠다는 우범기 전주시장의 당초 약속을 파기하는 것으로 비칠수 있다. 또 유희태 군수가 김관영 지사에게 ‘전북특별자치도법 특례규정에 완주시 승격을 명시해 줄 것’을 요청한 것은 완주군이 통합 의사가 없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처럼 완주전주 통합이 식어가는 상황에서 청장년위원회의 구성은 다시 통합에 가속도를 붙이는 백만원군이나 다름없다. 특히 젊은이들이 지역의 문제에 목소리를 내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완주전주 통합은 관(官)에만 맡겨둘 일이 아니다. 그동안 세 차례의 실패가 그것을 증명한다. 노장청 모두가 나서 통합에 대한 의견을 모으고 지역발전을 견인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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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3.04.13 17:32

전주시 ‘왕의 궁원 프로젝트’ 지속성 확보를

전주시가 ‘왕의 궁원(宮苑) 프로젝트’에 시동을 걸었다. 민선8기 우범기 시장의 대표 공약사업인 왕의 궁원 프로젝트는 후백제와 조선왕조의 다양한 역사문화자산을 기반으로 전통과 현대가 조화된 글로벌 역사관광도시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올해부터 오는 2042년까지 20년간 약 1조5000억원의 막대한 사업비를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아시아 최고의 역사관광도시를 지향하는 전주시의 대규모 프로젝트에 기대가 크다. 하지만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전주시는 20년간 추진될 이 장기 프로젝트를 통해 옛도심과 아중호수·치명자산·건지산·덕진공원 일원에 대규모 관광·문화시설과 차별화된 콘텐츠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38개 세부사업에는 전주지방정원 조성·덕진공원 명소화 등 전주시가 그동안 추진해온 역점 사업과 전주관광케이블카 설치를 비롯한 민선8기 공약사업이 다수 포함됐다. 이 가운데는 관광케이블카 설치 등 찬반 여론이 분분해 추진과정에서 논란이 예상되는 사업도 있다. 20년 장기 프로젝트인 만큼 안정적인 예산 확보도 과제다. 전주시는 우선 막대한 국비를 지원받을 수 있는 고도(古都) 지정에 행정력을 집중하고, 다양한 정부 공모사업 등을 통해 국가예산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방침이다. 예산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사업의 지속성을 장담하기 어려운 구조다. 국비 확보를 위해서는 다른 지역과의 차별성과 경쟁력도 갖춰야 한다. 시작만 요란한 채 용두사미로 끝나는 일은 없어야 한다. 각 사업을 면밀하게 분석해서 탄탄한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힘 있게 추진해 구체적 성과를 이끌어내야 한다. 후백제의 왕도이자 조선왕조의 본향이었던 전주의 정체성을 바로 세우고, 살아 숨 쉬는 유·무형의 지역 문화자산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해 도시의 미래 문화관광자원으로 육성하는 일은 전통도시 전주의 오랜 과제다. 천년 문화도시의 미래를 그린 청사진이 제시됐다. 그동안 개별적으로 추진됐던 세부 사업들을 뚜렷한 비전과 체계적인 전략, 그리고 공간별로 묶어낸 마스터플랜이다. 지역의 정체성을 살려 도시의 미래를 여는 이 대규모 프로젝트가 차근차근 차질 없이 추진돼 전주의 대변혁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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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3.04.13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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