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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수필]이런 실수만은 제발

어머니는 나를 초등학교에 입학시킨 뒤 얼마 동안은 교실 뒤쪽에 서서 공부하는 내 모습을 지켜보곤 했다. 산수 시험을 보던 어느 날, 가운데 분단의 맨 끝자리에 앉아있던 내 곁에 다가와, 무릎을 쪼그려 앉던 어머니가 손가락으로 톡톡 문제를 가리키며 동그라미를 하나 더 그려 넣으라고 소리 죽여 재촉했다. 왼쪽에 제시한 숫자보다 동그라미 하나가 더 많은 시험지는 결국 백점을 놓쳤다. 나는 집에 돌아와 엄마 때문이라며 한참을 울었고 엄마는 무척 속상해하며 나를 달래느라 어쩔 줄 몰라 했다. 어머니의 욕심에 뼈아픈 실수였지만, 어쩜 내 소신대로 하지 못한 잘 못이었다. 중학교 시절, 나이 많은 물상 선생님은 말도 빠르고 성격도 몹시 급했다. 선생님의 두 눈이 늘 충혈되어 있던 것은 전쟁터에서 적군을 많이 죽여서 그렇다더라며 그 말이 사실인 양 친구들은 이야기를 퍼뜨리기도 했다. 판서를 하는 선생님의 분필 소리와 우리들의 연필 사각거리는 소리 외엔 교실이 쥐 죽은 듯했던 그 날, 지우개를 빌리느라 두런거렸던 뒷자리의 친구가 이내 내 등을 쿡쿡 찔렀고 나는 지우개를 전해 주려 팔을 뒤로 올렸을 뿐이었다. 그런데 느닷없이 휙 뒤를 돌아보던 선생님이 벼락같은 소리로 "너, 너, 너, 거기 네놈 이리 나와!" 하고는 나를 포함한 친구들을 찍어 불러내더니 우리를 무릎 꿇려 앉히고는 이유불문 없이 넓적하고 두꺼운 검정 표지의 출석부로 머리를 사정없이 내리쳤다. 난생처음 당하는 모욕적 체벌에 견딜 수 없는 수치심에 억울함은 뒷전이었다. 이미 고인이 된 선생님이지만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문득문득 생각 날 때면 아직도 원망과 분노의 마음이 지워지지 않는다. 새색시 시절의 여름, 외출을 준비하던 시아버지의 덜 마른 모시 두루마기를 어머님이 나에게 급히 다림질을 맡겼는데 하필 그때 검지손가락을 베어 동여매고 있었다. 그래서 거즈에 배어 나온 피가 어찌하다 하얀 두루마기 옷깃에 살짝 묻었다. 그래서 당황한 나머지 얼른 물수건으로 비벼댔더니 그 자리가 연분홍으로 번지고 말았다. 다시 물수건으로 비비고 마른 수건으로 두들겨대며 허둥지둥 물기를 빼 다림질을 해서 올렸다. 그런데 하얀 두루마기 옷깃에 설핏한 분홍자국은 슬쩍봐도 티가 났는데 긴장하고 있던 새 며느리의 눈치를 아셨는지 아무 말씀이 없었다. 칠칠맞고 조심성 없던 내 손에 땀이 흥건했다. 수 없는 실수를 이어가며 사는 것이 인생 아닐까. 말 실수든 행동 실수든 내 잘못에는 관대하면서 같은 실수를 이어왔다. 그러면서도 내 인격이나 자존심에 상처를 주는 상대에게는 한 치의 이해도 없이 그 잘못에 화를 참지 못한다. 조금만 더 이해하고 더 신중하고 인내했더라면 상대의 마음을 아프게 하지 않았을 거라는 후회를 한다. 그러면서 똑 같은 실수는 다시 하지 않겠다도 다짐하지만 아직 덜 익은 인생으로 남았다. 내 삶을 이어온 크고 작은 이런저런 실수야 지나간 이야깃거리로 세월에 씻겨 간다지만, 정작 내 의지로도 어찌할 수 없는 앞으로의 실수가 큰 걱정이다. 냉장고 문을 열고도 한참을 멍하니 서서 문을 연 이유를 생각해 내느라 애쓰고, 현금 인출기에서 돈은 두고 통장만 빼오는 한심함에 내 머리를 쥐어박는 일이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더 두렵고 끔찍한 일은 가족의 인연과 정(情)마저 잊어버리는 치매라하니 제발 이런 일 만은 다가오지 않기를 간절히 소원해보는 것이다. △김덕남 작가는 <대한문학>,<에세이스트>로 등단했다. 전북문인협회, 전북수필문학회, 행촌수필문학회, 교원문학회 회원, 수필집 <아직은 참 좋을 때>, <여섯 교우의 분향> 한국수자원공사 전국 물 사랑 공모전 은상을 수상했으며 전주 기령당 충효(忠孝)양양 글짓기 공모전 대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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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4.20 18:08

괴력난신(怪力亂神) vs 상덕치인(常德治人)

“튀어야 시청률이 올라갑니다.” 방송국 PD가 인문고전 강의를 하던 필자에게 자주 하던 말이다. 처음 들어본, 상식으로 설명이 안 되는, 괴상하고 기이한 강의라야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켜 시청률을 높일 수 있다는 마케팅 논리다. 삭발을 하든, 기발한 복장을 하든, 기괴한 목소리로 소리를 지르든, 신비적이고 충동적인 논리로 말하든, 이 어느 한 가지라도 있어야 시청률이 올라갈 수 있다는 나름 대중을 분석하고 있다는 그 분야 전문가의 조언이다. 한마디로 평범하고 정상적인 언변으로는 사람들의 이목을 끌 수 없으니 이상하고 특별함으로 보여주어야 한다는 충고였다. 그러고 보니 세상이 온통 괴상하고 이상하고 특별한 것으로 가득하다. 먹는 즉시 효력이 발생하는 건강식품,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특별한 상품, 신비하고 오묘한 효능은 그런대로 들어줄만 하다. ‘마귀와 사탄이 들려서 그렇다(怪).’ ‘내 능력은 사람의 생사와 국가의 운명을 주관한다(力).’ ‘혼란의 세상이 다가왔다(亂).’ ‘하늘에서 벌을 내릴 것이다(神).’ 이 정도 되면 괴력난신(怪力亂神) 마케팅으로 자신의 배를 채우고, 권력을 만들고, 왕국을 만드는 선동가이며 사기꾼이다. 예수님, 부처님 입장에서 보면 신을 모욕하고 능멸한 자로서 벌 받아야 할 대상이며 신성(神性)을 가장한 혹세무민(惑世誣民)의 목회자이다. 공자는 괴력난신을 경계하고 멀리하였다. 공자가 살던 춘추전국시대도 튀어야 팔리던 시대였다. 불확실성의 시대에 정상적이고 평범한 논리는 수요자인 귀족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가 없었다. 당시 왕들과 귀족들은 신들의 이야기와 비약의 논리를 선호하였다. 당대의 백가(百家)들은 온갖 특별하고 신비한 이야기로 유세하여 자신의 이익을 채우려 하였다. 공자 역시 귀족들의 지지를 받아 정치에 참여하여 자신의 정치적 목표를 달성하고 싶었지만, 괴력난신으로 접근하는 것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방법이었다. “세상을 속여서(欺世, 기세) 이름을 도둑질하지 않겠다(盜名, 도명).” 비록 14년 동안 유랑의 길을 걸으며 세상이 알아주지 않는(遯世, 둔세) 고난의 삶을 살았지만 결코 후회하지 않았던 공자의 선택이 오늘날까지 공자를 있게 한 이유다. 괴력난신으로 이름을 날리고, 왕국을 세우고, 권력을 얻었던 승려, 마술사, 목회자, 차력사, 신비주의자들은 봄날에 녹는 잔설(殘雪)처럼 역사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괴력난신에 대항하는 말이 상덕치인(常德治人)이다. 상식(常)은 재미없고, 인격(德)은 평범하고, 질서(治)는 따분하고, 인간(人)은 흔하다. 그래서 괴상(怪)하고, 능력(力)있고, 혼란(亂)하고, 신비(神)한 것에 항상 밀린다. 그러나 결과는 시간이 지나면 역전된다. 가장 상식적인 것이 가장 정의로운 것이다. 물은 맛이 없는 무미(無味)의 맛이나 영원히 질리지 않는다. 달콤하고 새콤한 것은 아무리 혀를 유혹하고 마음을 사로잡아도 그때뿐이다. 어머니는 평범했지만 가장 뼛속 깊이 새겨진 인생의 추억이었고, 공기는 흔했지만 생명의 근원이 되어 나를 숨 쉬게 한다. 우리가 당연하고 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드러나지 않는 위대함이고 특별함이다. 하늘에는 솔개가 날고, 연못에는 물고기가 뛰고, 들에는 말이 달리는 것이 상식이다. 그 상식이 자연이고, 자연은 영원하다. 가장 평범한 것이 가장 영원한 것이다. 신을 빌려 자신의 권력을 행사하고, 혼란을 이용해 이기적인 욕망을 채우는 목회자들이 사회에서 활개를 치고 있다. 마음이 허전하고 갈길 몰라 하는 사람들은 황당하고 신비적인 이야기에 기대어 자신의 빈 마음을 채우고 있다. 비약은 마약처럼 정도(正道)를 마취시켜 사회를 비정상으로 변모시키고 있다. 괴력난신(怪力亂神)이 상덕치인(常德治人)을 위협하고 있는 시대가 안타깝다. 내세가 아닌 현세에서, 미래가 아닌 지금에 집중하며, 가장 평범한 것이 가장 위대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가슴에 새긴다. /박재희 석천학당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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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4.20 16:50

기록을 통해 생동(生動)하는 우리 마을

“지금 많이 깨끗해지고 좋아지고 있는 것 같아요. 길도 좀 깨끗해지고요. 제가 여기 1993년도에 이사 왔는데 그 뒤로 이런 적이 한 번도 없었어요. 쓰레기 문제가 제일 마음에 걸리는데 그 문제도 많이 완화되고, 어르신들이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도로가 정비되면 좋겠습니다. 조금씩 변화해서 활기가 넘치는 동네가 되면 좋겠어요.”,“보기 좋게 꽃길이나 가꾸면 어찔까 싶어. 단순히 한 번 심어서 끝나는 것이 아니고, 사계절 내내. 여름 끝나면 가을 꽃 피고, 가을 끝나면 겨울 꽃 피고. 운치 있는 걸로. 사계절 꽃길이 되면 외부 사람들도 놀러 오고, 입소문 나서 북적대고. 그래야 살맛도 나고 하는 거지.” 신복마을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 (2022). “이곳, 신복마을”. 70, 177쪽 위 내용은 신복마을 도시재생 아카이빙사업의 일환으로 제작된 <이곳, 신복마을> 이라는 기록집 내용 중 일부이다. 인터뷰를 하고자 마을 모정, 경로당에 방문할 때면 그곳에는 언제나 살갑게 맞아주시는 주민들이 계신다. 질문마다 정성껏 답변해 주시는 말씀을 듣다 보면 마을에 대한 애정어린 마음을 느낄 수 있다. 그렇게 아카이빙 사업은 마을에 대한 관심과 애착심에서부터 시작된다. 주민들의 이야기를 듣고 기록할 때 작가의 언어로 정돈하여 작성할 수도 있지만 한 분, 한 분의 말투 그대로 글을 정리할 때, 그 따듯한 마음이 고스란히 글에 배어든다. 아카이빙은 사전적 의미로 기록의 보관이라는 뜻이다. 우리는 신복마을 도시재생 아카이빙을 통해 주민들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마을에 도시재생이 시작된 시점부터 현재까지 마을이 변화되고 있는 과정, 전경, 사람 등의 이야기를 담아 주제별 사진, 영상, 인터뷰, 책자 등으로 다양하게 구성하여 제작하고 있다. 제작물들은 외부기관과 마을주민들이 마을에서 진행되는 도시재생사업에 대해 보다 쉽게 이해하고, 살펴볼 수 있도록 공유하고 있다. 2021년에는 영상·사진 촬영을 통해 사업 대상 구역을 기록하고, 소식지로 제작하였다. 2022년도에는 주민, 사업 담당자, 활동 주체를 대상으로 각자의 시선에서 바라본 사업에 대해 주제별 인터뷰를 진행하여 분기별 소식지에 그 내용을 담았다. 그 외에도 계절별 마을의 모습을 촬영한 사진집, 연간 기록화집 등을 발간하였다. 올해는 기존의 소식지, 사진집, 기록화집뿐만 아니라 지역의 작가, 디자인 전문가들과 협업하여 우리 마을의 도시재생사업 현황과 주민들의 소소한 소식을 전하는 월간지를 제작할 예정이다. 매달, 월간지를 통해 마을 내 곳곳의 소식을 알리는 알리미와 같은 역할을 하고자 한다. 사업이 진행되는 4년, 짧은 시간일 수도 있지만 다양한 기록의 보관이 신복마을 도시재생사업만의 정체성과 일련의 과정을 가시적으로 보여주고, 마을에 대한 기록들이 모여 사업 이후에도 기억되고 궁극적으로는 하나의 마을 콘텐츠로 자리 잡아 주민간 소통의 매개가 되었으면 한다. 마을 안에 있는 다양한 사람·공간·시간이 기록을 통해 생동할 수 있도록, 그 때의 좋았던 감정·기억이 가치 있는 기록이 될 수 있도록 앞으로도 사업을 통해 지속적으로 그려나가고자 한다. /박주연 팔복도시재생지원센터 선임코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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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4.20 16:49

국외여행 허가대상 및 허가 제한대상이 궁금합니다

병역의무자 국외여행 허가 대상은 25세 이상자로서 병역판정검사대상, 특수병과 사관후보생, 보충역 또는 대체역으로서 소집되지 아니한 사람 등이며, 24세 이하자라도 승선근무예비역, 예술·체육요원, 사회복무요원, 전문연구요원, 산업기능요원, 공중보건의사, 병역판정검사전담의사, 공익법무관, 공중방역수의사, 또는 대체복무요원으로 복무 중인 사람은 복무기관장의 추천서 등을 첨부하여 국외여행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국외여행 허가 제한 대상은 다음과 같습니다. 병역판정검사를 기피 중에 있는 사람 또는 기피 사실 있는 사람, 입영 또는 소집을 기피중에 있는 사람 또는 기피 사실이 있는 사람, 사회복무요원 등의 복무를 이탈하고 있거나 이탈한 사실이 있는 사람, 국외여행허가 의무를 위반한 사실이 있는 사람, 영주권취득자 등 국외이주자로서 국내 영리활동 등의 사유로 병역면제 또는 병역연기 처분이 취소된 사람, 병역의무를 기피하거나 감면 받을 목적으로 신체손상이나 사위행위를 한 사람, 의무복무 기간이 연장된 예술체육요원의 경우입니다. 국외여행허가 신청 방법은 허가대상 및 허가목적에 따라 구비서류가 상이하므로, 병무청 홈페이지를 참고하여 관련 서류 구비하여 병무청 누리집 또는 병무청 모바일앱(병무민원-국외여행/체재), 방문, 팩스를 통하여 민원 신청하면 됩니다. 국외여행허가를 받은 사람이 허가기간 내에 귀국하기 어려운 때에는 허가기간만료 15일전까지, 24세 이전에 출국한 사람은 25세가 되는 해의 1월 15일까지 국외여행(기간연장)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국외에 체재중인 경우에는 병무청 홈페이지 또는 관할 영사관이나 대사관을 통하여 접수하여 주시면 됩니다. 국외여행 허가 사항은 병무청 누리집-병무민원-국외여행/체재-국외여행 허가사항 조회를 통해 확인 가능합니다. 더 궁금하신 사항은 전북지방병무청 민원계(전화 063-281-3257)로 문의하여 주시기바랍니다. 끝. /전북지방병무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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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4.20 16:49

세계적 역사관광도시의 관문 제대로 세워야

천년도시 전주의 관문인 전주역사(全州驛舍)가 새로 건립된다. 한옥 양식으로 42년 전에 건축된 현재의 전주역사는 낡고 비좁아 신축 요구가 많았다. 한옥마을이 전국적 관광명소로 뜨고 전라선 KTX가 개통되면서 늘어난 철도 이용객을 수용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또 주차장마저 너무 좁아 이용객들의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방문객들이 마주하는 역사관광도시의 첫 모습이자 지역에 대한 첫인상이라는 점에서 아쉬움이 많았다. 전주시가 지난 19일 국가철도공단, 한국철도공사와 합동브리핑을 열고 “2025년까지 450억원을 들여 전주역사 개선사업을 한다”고 발표했다. 이들 세 기관이 예산을 분담해 짓는 새로운 역사는 지하 1층∼지상 3층에 전체 건물면적 1만1210㎡ 규모다. 도시의 위상에 비해 지나치게 왜소했던 전주의 관문이 새롭게 단장된다고 하니 늦은 감도 있지만 일단 반길 만한 일이다. 하지만 전주시가 밝힌 역사 신축 계획을 차근차근 살펴보면 큰 아쉬움이 느껴진다. 더불어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도 부각된다. 우선 42년 만에 새로 건립되는 역사의 규모가 만족할 수 없는 수준이다. 기존 역사에 비해 전체 면적은 4배, 주차 공간은 2배로 늘어난다고 하지만 다른 도시와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작다. 세 기관에서 분담하는 총사업비(450억 원)의 규모가 시민의 기대에 못 미친다. 오송역과 천안아산역 등 비교적 최근에 새로 건립된 다른 도시의 역사 건립 예산과 비교해도 차이가 크다. 전주시는 최근 ‘왕의 궁원(宮苑) 프로젝트’를 통해 전주를 아시아 최고의 역사관광도시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42년 만에 신축되는 전주역사가 과연 아시아 최고 역사관광도시의 관문이자 랜드마크로 그에 걸맞은 규모인지 생각해 볼 일이다. 무엇보다 새 역사의 규모를 도시의 위상에 걸맞게 확대하는 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 더불어 전주시는 역사 신축사업과 연계해 역세권 개발과 역 주변 교통체계 개편사업에도 행정역량을 집중해야 할 것이다. 전주시가 역 주변 복합환승센터 건립과 전주역 전·후면을 연결하는 지하차도 개설 사업을 역점 추진하고 있지만 예산 문제 등으로 현재까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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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3.04.20 13:29

전주비빔밥 맛과 가격 두토끼 잡아야

전주나 전북을 잘 모르는 외지인들을 만나면 첫 손에 전주콩나물국밥이나 전주비빔밥을 꼽는 경우가 많다. 그중에서도 전주비빔밥은 다른 지역과 달리 고유의 맛과 정성, 전통까지 머금고 있으니 전북으로선 매우 자부심을 가질 만하다. 특히 최상의 재료를 사용하는 전주비빔밥을 맛보기 위해 식도락가들이 연중 지역을 찾고 있으니 차별화를 위해 요식업계는 물론, 행정기관를 비롯한 관련 기관, 단체에서 묘안을 짜내야 한다. 그런데 얼마 전 충격적인 조사결과가 전해졌다. 전북지역 비빔밥이 전국에서 가장 비싸다는 통계가 나온 것이다. 지난달 전북지역 비빔밥 1인분 가격은 1만650원으로 전국에서 가장 저렴한 경남(8154원)보다 무려 2500여원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2500원이면 별거 아닌 거 같아도 서민들 입장에서는 특히, 외지 관광객으로선 매우 쇼킹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부분이기에 많은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 종합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평균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모두 올랐다. 실제로 1인분 기준 전북지역 김치찌개 백반은 13.16% 오른 8600원, 자장면은 12.5% 오른 6300원, 비빔밥은 11.52% 오른 1만 650원, 냉면은 7.69% 오른 9100원, 김밥(1줄)은 5.70% 오른 2780원 등이었다. 특히 전주와 전북의 대표음식인 전주비빔밥이 타 시도에 비해 월등히 비싼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비싼 임대료, 고급 식재료 사용 등 그만한 이유가 있겠으나 어쨋든 한옥마을 일대와 전주비빔밥 유명업소에서 비빔밥 한 그릇에 1만원~1만2000원, 육회비빔밥은 1만2000원~1만5000원이나 된다고 하니 자칫 외면받지 않을까 우려된다. 물론, 이들 지역을 제외한 식당의 전주비빔밥 가격은 5000원~7000원, 육회비빔밥은 7000원~8000원으로 저렴한 편이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재료의 양이나 품질이 큰 차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좀 이름있는 곳의 전주비빔밥이 이렇게 비싼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브랜드 가치가 엄청난 전주비빔밥이 만일 대중성을 잃는다면 향후 명성과 존재조차 위태로워질 수 있다. 대형 식품기업들이 1인 가구나 맞벌이 가구에 초점을 맞춰 전주비빔밥과 유사한 형태의 간편식을 저렴하게 내놓고 있는 현실을 직시하지 않을 경우 소비자들로부터 외면 받을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3.04.20 11:22

만경 8경, 새만금 8경

우리 전라북도에 가장 큰 강은 만경강(萬頃江)이다. 길이 80.86km, 유역면적 1,504.35㎢에 이르는 만경강은 동진강, 금강 등과 함께 호남평야의 젖줄로 완주군 밤샘에서 발원하여 고산천, 소양천, 전주천 등과 합류하여 새만금호로 흘러든다. 넓은 들 가운데로 흐른다는 뜻이 담긴 만경강은 황금빛 들녘과 푸른 물길이 만나는 풍요의 강이기도 하다. 본래의 이름은 사수강(泗水江)인데 일제 강점기에 우리 민족 말살의 목적으로 강제로 이름을 바꾸어 버렸다는 안타까운 유래도 있다. 하지만 물길 따라 옛이야기가 어우러지는 만경강에는 자연과 함께할 수 있는 아름다운 풍경들도 많았다. 이 아름다운 풍경들은 지난 70~80년대 도시화와 산업화로 아쉽게도 사라졌다가 새만금 수질개선 사업과 만경강 하천 정비사업 등으로 새만금과 연계한 ‘만경 8경’으로 새롭게 조성되었다. ‘만경 8경’은 그 옛날 선조들이 학문을 논하고 풍류를 즐겼던 곳과 독특한 스토리와 역사를 가지고 있는 공간이 많다. ‘만경 8경’ 중 제1경은 만경낙조(萬頃落潮)다. 만경강의 아름다운 노을을 조망할 수 있는 곳이면서 만경강과 바다가 만나 소중한 생명을 품고, 수많은 철새가 반기는 곳이다. 강변을 따라 이어진 갈대의 낙조가 어우러져 수려한 경관을 자랑하는 만경강의 대표적인 조망공간이다. 제2경은 신창지정(新倉之情)이다. 일제 강점기 김제평야 쌀을 군산을 통해 일본으로 수탈하기 위해 만들어진 우리나라 최초의 시멘트 다리인 새창이 다리가 있는 곳으로 새창이 나루를 오가던 사람과 이곳에 남겨진 역사 문화의 정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제3경은 사수곡류(泗水曲流)다. 만경강의 옛 이름인 사수를 표현하여 굽이치는 만경강의 중심에서 옛 물길과 사람들의 어우러짐을 의미하는 곳이다. 제4경은 백구풍월(白鷗風月)이다. 김제시 백구면에 있는 백구정에서 만경강을 내려가 보며 아름다운 경치를 벗 삼아 자연을 노래하는 곳이다. 제5경은 비비낙안(飛飛落雁)이다. 완주군 삼례읍에 있는 비비정에서 바라보는, 만경강 백사장에 내려앉은 기러기 떼와 낙조가 아름다운 곳이다. 비비정 옆 옛 전라선 폐철교 위에는 멋진 카페 열차가 있어 최근에는 많은 사람이 찾고 있다. 제6경은 신천옥결(新川玉潔)이다. 옥같이 맑고 깨끗하다는 의미로, 만경강의 허파 역할을 하면서 강폭이 250m 이상으로 넓어지고 유속이 느려져 습지 형태의 하천이 되는 신천습지가 있는 곳이다. 제7경은 봉동인락(鳳東人樂)이다. 편안하고 즐거운 봉동의 자연환경과 사람들이 모여 즐거운 곳이다. 제8경은 세심청류(洗心淸流)다. 완주군 고산면에 있는 세심정에 앉아 마음을 씻고 흐르는 만경강에 마음을 치유할 수 있는 곳이다. 아름다운 만경강 하구에 새롭게 조성된 새만금에는 상류의 영향을 받아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새만금 나름의 모습을 찾아가고 있고, 아름다운 모습을 갖춰가고 있다. 409㎢ 넓이로 조성된 새만금 공간 하나하나에 품고 있는 사연도 많고, 나름의 이야기가 있다. 아름다운 공간이 많으니, 우리가 의미 있게 바라볼 수 있도록 아름다운 ‘만경 8경’과 같은 아름다운 ‘새만금 8경’도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새만금을 둘러싼 환경이 수질만으로 표현하기에는 한정된 면이 없기 때문에 새만금이 가진 자연의 치유력으로 새로운 새만금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강신교 전라북도농업기술원 행정지원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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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4.19 17:26

허술한 학교 수목 관리, 법제화 시급하다

도내 778개 초·중·고교에서 자라고 있는 학교 수목 관리가 허술하다. 대부분의 수목들이 관리대장에 등재돼 있지 않고 관리할 전문 인력도 없는 상황이다. 전북교육청의 경우 이제야 자체 매뉴얼을 제작하고 있다고 한다. 학교 수목은 재산적 가치뿐만 아니라 교육적 효과가 크다. 따라서 이를 법제화해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관리를 했으면 한다. 전북교육청이 갖고 있는 지난해 각급 학교 입목죽 주요 수종별 현황(기관 제외)에 따르면 도내 초·중·고교에 심어진 수목은 총 9만8992본이다. 가이즈까향나무, 꽝꽝나무, 느티나무 등 총 35종에 달하는 수목만 관리대장에 등재되었으며 재산가치는 141억6100만 원으로 집계됐다. 수목의 크기, 식재 위치, 활착 면적, 탄소 고정량 등 기본 정보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도내 한 국립대에서 GPS 시스템을 활용해 파악한 수목은 이보다 훨씬 많으며 재산가치도 터무니없게 산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목이 우리에게 주는 영향은 막중하다. 가로수나 공원, 학교, 아파트 등에 식재된 나무들은 미세먼지를 저감시키고 폭염이나 이상고온을 완화시키는 등 국민 건강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나아가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발생하는 기후위기 극복을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특히 학교 수목은 미관은 물론 학생들의 정서 함양에 큰 영향을 미친다. 나이 든 졸업생들은 학교 역사와 함께해온 수목을 기억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수목이 체계적으로 관리되어야 마땅하나 일부를 제외하고 방치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1년에 한 번 이상 실태조사를 하도록 하고 있으나 이마저도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법제화를 통해 체계적 관리를 의무화해야 한다. 관련법에는 초·중·고교와 직속기관 등에 식재된 수목을 데이트베이스화 하고 예산과 전문인력을 투입하는 내용이 들어가야 한다. 현재는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과 ‘지방회계법’이 엇박자여서 학교현장에서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이러한 법제화와 함께 학교장과 행정실장 등에 대한 정기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학교를 관리하는 책임자들이 수목과 조경 등에 관심을 가져야 관리가 제대로 되기 때문이다. 수목은 애정과 함께 꾸준한 관리가 중요하다. 법제화를 통해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생명력을 불어넣어 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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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3.04.19 17:26

호모 클리마투스를 위하여

2013년 4월 10일, 지구의 날 기념식 때 삼천변에 만개한 벚꽃 사이로 눈이 내렸었다. 기억하는 가장 상징적인 기후변화 사건이다. 10년 후 4월 중순인 지금 벚꽃은 벌써 졌고, 5월말이나 찾아오던 철쭉이 활짝 폈다. 기후가 변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아우성이다. 튠베리는 자신의 미래를 빼앗겼다고 일갈했다. 과연 우리에게 시간이 남아 있고, 대처방안도 있는 것일까? 기후는 ‘특정 장소에서 매년 비슷한 시기에 출현하는 평균적인 대기상태’를 가리킨다. 기후는 우리의 삶을 규정한다. 춥고 덥고 가문 곳 등 기후 특성에 따라 삶의 양식이 달랐고, 그런 역사를 수천 년 동안 반복해왔다. 그런데 20세기 후반부터 이런 패턴이 급격히 바뀌고 있다. 첫째, 온도가 올라간다. IPCC의 제6차 보고서에 의하면 최근 10년간 지구 표면 온도는 1900년 산업화 이전에 비해 1.09°C나 높아졌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비중이 높아져서 생기는 현상이다. 시베리아 툰드라의 영구 동토층이 녹기 시작했다. 온갖 균이 세상 밖으로 출몰하고 울창한 타이가가 불타 없어진다. 북극권의 성층권이 뚫려서 차가운 공기가 쏟아져 겨울은 더 추워진다. 둘째, 해수면이 상승한다. 2018년 지구 평균 해수면은 산업화 이전에 비해 0.2m 높아졌다. 지구의 온도가 높아져 빙하가 녹으니 바닷물이 넘치면서 투발루 같은 섬나라는 물에 잠겨서 사라질 위기다. 전 인류의 10%가 모여 있는 저지대 해안가가 침수되고 있다. 셋째, 이상 기상현상이 자주 발생한다. 비는 점점 덜 내린다. 남부 지역은 올해 극심한 가뭄을 겪고 있다. 비가 내리면 집중호우로 피해가 막심해진다. 가뭄이 지속되면서 산불은 연중 대비해야할 가장 큰 위협이 되었다. 봄, 가을은 짧고, 여름은 한 없이 길어졌다. 한반도의 아열대 化는 매우 빠르게 진행 중이다. 넷째, 식생이 변화한다. 비가 오지 않으니 농작물이 말라 죽고, 동물들이 괴사한다. 지구상의 많은 지역이 점차 사람이 살 수 없는 땅(unoikoumene)으로 변해가고 있다. 온도가 높아지면서 식물들의 한계선도 거침없이 올라간다. 70년대 사과는 ‘대구 능금’이었지만 지금은 장수사과인데 30년 후면 강원 산간에서만 가능하다고 한다. 이상과 같은 기후변화를 대처하기가 쉽지 않다. 변화 속도가 너무 빨라서 손쓸 대안이 그리 많지 않다. 전 지구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한 나라만의 노력으로는 효과가 없다. 또한 각 국마다 경제발전의 정도가 달라서 재원과 수단이 마땅치 않다. 그렇지만 당장 해야 한다. 마지막 빙하기 이후 전 세계에 닥친 홍수를 이겨낸 인류의 신화는 중동의 노아의 방주부터, 인도의 마누, 멕시코의 틀락록 까지 무수하다. 인류학자 파스칼 피크는 이를 호모 클리마투스(Homo Climatus), 즉 기후에 적응하는 인간이라 했다. 우리는 해낼 수 있다. 역사상 수많은 생물종 중 인간만이 유일하게 태풍과 빙하기, 폭염과 가뭄을 극복해내고 현재의 문명을 일구었다. 서두르자. 세 가지가 중요하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를 400ppm이하로 내리기, 기업이 필요로 하는 에너지 전량을 재생에너지로 충당하는 RE100, 탄소중립을 위한 온실가스감축 등이다. 이들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참여, 솔선수범, 공동 노력, 국제 공조 등이 필요하다. 미래세대와의 공존을 위한 호모 클리마투스의 길이 여기에 있다. /김광휘 행정안전부 지역경제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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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4.19 16:14

실리외교! 마크롱하게, 메르켈하게

윤석열 대통령이 국빈자격으로 방미(訪美)길에 오른다. 미국 의회 상하원 합동 연설도 예정되어 있어 미국 행정부뿐만 아니라 입법부까지 총망라한 대규모 한미간 접촉이 이뤄진다. 그러나 국민들은 윤석열 정부의 외교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매우 높다. 한국갤럽에서 조사한 지난 4월 첫째주 여론조사 결과 대통령 국정 지지율에 대한 부정평가는 65%이며, 부정평가의 이유로 외교와 민생, 일본 관계가 1위로 나타났다. 제3자 변제 방식 등 대일 굴욕외교와 최근 도감청 의혹에 대한 저자세 외교에 대한 국민적 여론이 반영된 결과다. 윤석열 정부 이전까지 취했던 우리의 전통적 외교전략은 탄탄한 한미 군사동맹을 기본으로 평화를 유지하고, 그 바탕위에 교류를 통해 이뤄지는 균형자적 실리외교다. 2차 세계대전 이후 국제사회는 데탕트와 신냉전을 반복하면서, 국익은 시대와 상황에 따라 일차원적 단순함으로 유지될 수 없었다. 노태우 대통령의 중국 및 소련과 수교를 맺는 북방외교는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되는 국익 우선이다. 문재인 전대통령의 라오스·미얀마·말레이시아·베트남·브루나이·싱가포르·인도네시아·캄보디아·태국·필리핀 등 아시아 국가를 상대로 상호 교류 증진 행보를 펼친 신남방정책은 미국과 중국(G2국가)으로부터 촉발되는 경제 불확실성을 해소하겠다는 의지가 강하게 작용한 것이다. 최근 중국을 국빈방문하여 자국의 항공사 에어버스의 신규 조립 공장을 중국 톈진에 짓기로 했고 에어버스 항공기 160대와 헬리콥터 50대를 판매, 4조 원대 규모 컨테이너선 16척을 중국에 판매하는 성과를 올린 프랑스 마크롱대통령의 외교행보는 참고할 대목이다. 미중갈등 속에서 대만문제에 대해 전략적 중립성을 주장하면서도, "우리는 미국의 믿을 수 있고, 견고하며, 헌신적인 동맹이지만 스스로 결정하는 동맹이기도 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오늘날 프랑스 외교안보 기본노선으로 확립된 샤를르 드골 대통령이 만든 세력균형 외교노선에 따른 것이다고 평가한다. 미국과 러시아,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EU를 대표하여 프랑스가 실질적으로 균형자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는 관점이다. 16년 동안 독일 총리를 지내면서 그는 여러 명의 미국 대통령을 거친 메르켈 전독일 총리의 실리외교 사례도 참고할 가치가 있다. EU의 결속력을 강조하면서도 EU가 제재하는 중국과 경제적 수교를 이어나가고, 미국과의 동맹을 끊지 않으면서도 러시아에서 독일까지 이어지는 가스관 공사를 멈추지 않은 것이다. 메르켈하다는 그의 우유부단을 비꼬며 만들어진 말이지만, 가장 실리적인 외교를 펼쳤다고도 평가될 수 있을 것이다. 관세청 수출입현황 자료에 의하면 올해 누적된 무역수지 적자는 258억6,100만 달러로, 연간 기준 역대 최대였던 지난해 무역적자(478억 달러)의 54.1%다. 반도체 수출액이 1년 전보다 39.8%나 줄었다.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의 방미 과제1호는 미국의 반도체법과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관련해 한국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협상이다. 또 하나, 중요한 과제가 있다. 한반도 긴장완화를 위한 협상이다. 미국을 등에 업고 힘(핵우산 등)으로 북한을 압도하겠다는 정부와 핵무기로 대응하겠다는 북한의 대결 구도는 재앙의 길이다. 평화가 길이라는 간디의 목소리가 생생하다. 대한민국은 주변 강대국인 미국과 중국, 러시아와 일본 등과 시대와 상황에 따라 운명이 교차해 왔다. 이 사실은 이번 국빈방문 내내 반드시 명심해야 할 대한민국의 근현대 역사다. /이원택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김제부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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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4.19 16:14

정주영의 5백원 지폐와 새만금

며칠 전 햇감자축제가 성황리에 열렸던 김제시 광활면(廣活面)은 김제에서도 가장 서쪽에 있는 곳이다. 이름만 봐서는 막힌 데가 없이 매우 넓을 것 같은데 사실은 아주 작은 면이다. 1920년대 일제의 산미증산계획에 의해 방조제가 축조되면서 면 전역이 간척사업으로 생겨났다. 쌀이 넘쳐나는데 구태여 무슨 간척사업을 했을까 생각할 수도 있으나 사실 반만년 동안 굶주렸던 일반 서민들이 배고픔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은 간척사업에 힘입은 바 크다. 우리나라 전체 농지 중 간척농지는 무려 11만 2000ha(1120㎢)로 서울시의 두배에 달한다. 이는 전체 농경지의 7%가 넘는 수치다. 피땀을 흘려 조금씩 농경지를 늘려간 것이 최근 100년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선과정에서 정치공학적으로 시작한 측면이 없지 않으나 새만금간척사업도 어쨋든 처음엔 전체를 농경지로 쓸 예정이었다. 이후 계획을 변경해 30%만 농경지로 사용하고 70%는 산업단지나 관광단지 등으로 활용키로 했다. 간척사업을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게 바로 서산에 있는 천수만 간척지다. 당시 7.7㎞에 달하는 방조제를 쌓던 중 9m에 달하는 조수간만의 차, 초당 8m의 거센 조류 때문에 승용차 크기만 한 커다란 돌을 퍼부어도 물살을 버텨내지 못했다. 고심하던 현대그룹 정주영 회장은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것을 생각해냈는데 고철로 쓰기 위해 들여온 대형 유조선(23만t)을 방조제 구간에 가라앉히는 공법이었다. 소위 정주영 공법인데 당시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와 ‘타임’에도 소개됐다. 정경유착 등 어두운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졌으나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의 도전정신은 조선소 건설 때 최고조에 달한다. 조선소를 짓기위해 영국 최고 은행이던 바클레이은행과 큰 금액의 차관도입을 협의했는데 은행측은 손사래를 저었다. 이에 정 회장은 1971년 9월 바클레이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선박 컨설턴트 회사인 애플도어 롱바텀 회장을 찾아갔다. 그 또한 고개를 가로젓자 정 회장은 지갑에서 지폐 한장을 꺼내 들었다. 거북선 그림이 그려져있던 500원짜리 지폐였다. 400년전 이미 정교한 큰 배를 만든 경험이 있다는 메시지였다. 결국 추천서를 받아낸 정 회장은 차관도입을 통해 2년여만에 조선소를 완공해낸다. 애물단지 취급을 받던 새만금사업이 요즘 산업생태계의 메카로 부각되는 분위기다. 지난 8년간 100만평에 불과했던 산업단지 분양면적이 최근 1년동안에 무려 120만평이 매각됐다고 한다. 산업단지의 경우 전체 9개공구 약 540만평중 1, 2, 5, 6단지가 사실상 분양완료되고 3, 4, 7, 8지구 약 300만평은 빨라야 향후 2년후부터나 공급 가능하다고 하니 그야말로 상전벽해다. 지금까지 33년 계속된 새만금사업이 개발완료되려면 앞으로도 20년 남짓한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이차전지 특화단지는 도약의 첫 걸음인데 향후 정주영의 500원 지폐로 상징되는 기업가 정신으로 무장된 글로벌 회사들이 새만금지역으로 몰려올 날도 이젠 머지않아 보인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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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병기
  • 2023.04.19 15:35

‘예타 완화법’ 처리 연기 …지방은 안중에 없나

대규모 재정사업의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면제 기준을 대폭 완화하는 내용의 ‘국가재정법 개정안’ 처리가 연기됐다. 총선을 1년 앞둔 시점에서 ‘선거용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이 나오자 국민의힘이 돌연 입장을 바꿔 뒤로 물러선 것이다. 지난 17일 국회 기획재정위 전체회의에서 해당 법안은 상정되지 않았다. 재정건전성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예타제도의 목적인 ‘재정의 효율적 운용’도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지금은 재정운용의 지역 형평성이 더 시급한 상황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기 위해서는 해당 사업의 비용 대비 편익(BC) 분석에서 그 값이 1.0을 넘어야 한다. 예타 통과의 기준이 되는 BC값은 수도권에 비해 인구밀도가 현저히 낮은 지방도시에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결국 예타를 거쳐야 하는 대규모 재정사업은 수도권에 집중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로 인해 지방에서는 예타에 막혀 숙원사업을 아예 추진하지 못하거나 예산을 대폭 축소해 진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계속됐다. 경직된 예타제도가 수도권과 지방의 불균형을 부추긴 셈이다. 게다가 1999년 예타제도가 도입된 지 24년이 흘렀다. 그 사이 우리나라의 재정 규모는 엄청나게 증가했지만 예타 도입 때 설정된 기준은 변경되지 않았다. 국가 재정규모 확대를 반영한 현실적인 정책을 선거용 포퓰리즘이라고 단정하거나 이를 우려하는 시각을 이해할 수 없다. 불합리한 제도를 현실에 맞게 개선하는 과정으로 봐야 한다. 특정 지역으로 사람이 몰리면 당연히 주거·교통 문제가 발생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사회간접자본(SOC)을 확충하는 대규모 재정사업이 추진될 수밖에 없다. 이런 재정사업은 예타를 통해 인구밀집지역인 수도권 위주로 진행되고, 지방은 지역발전사업을 추진하지 못해 인구유출을 막지 못하는 악순환이 거듭됐다. 결국 근본 처방은 균형발전이다. 예타 기준을 완화해 지방에서 요구하는 대규모 SOC사업을 제대로 추진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지역균형발전을 이끄는 길이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과 함께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좋은 지방시대를 열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지역소멸 위기의 시대, 정부와 여당은 국가균형발전을 최우선에 두고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예타면제 기준 완화법안을 서둘러 처리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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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3.04.19 12:58

공보의 감소…공공의대 설립이 해법이다

지방의료의 근간을 이루는 공중보건의(공보의)가 해마다 줄어 비상이다. 의료 인프라가 열악한 농어촌을 중심으로 의료 공백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치과나 한의과 출신보다 의과 출신의 공보의가 대폭 줄었다. 여러 대책이 있을 수 있으나 의대 정원을 대폭 늘리거나 공공의대를 설립하는 게 해법이다. 보건복지부는 10일 올해 신규 공보의 1106명을 배치했다. 의과 450명, 치과 249명, 한의과 407명 등이다. 올해 3년차 복무 만료자 1290명에 비해 184명이 감소했다. 이 가운데 의과 출신은 복무 만료자 729명 대비 279명이 감소한 반면 치과와 한의과는 각각 48명과 47명이 증가했다. 이로써 4월 현재 근무하고 있는 전국의 공보의는 3176명이다. 전북의 경우 배치된 공보의는 의과 53명, 치과 17명, 한의과 41명 등 111명이다. 이 중 시군에 103명, 지방의료원 등에 8명이 배치됐다. 전북도는 “병원급 의료기관이 없는 무주 장수 임실 순창과 섬 지역인 군산 부안 등에 집중 배치했다”고 밝혔다. 4월 현재 전북지역 공보의는 325명으로 2021년 373명에 비해 48명이 줄었다. 이 중 의과 출신은 210명에서 155명으로 55명이 감소했다. 의료 취약지역의 든든한 버팀목이었던 공보의가 줄어들면서 농어촌 노인들은 의료서비스 사각지대에 놓일 수밖에 없게 되었다. 이처럼 공보의가 줄어든 것은 의대나 의학전문대학원에 여성 입학이 늘어난 데다 남성도 군의관·공보의보다 복무기간이 18개월로, 절반에 불과한 현역 입대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장 큰 원인은 의대 정원이 늘지 않고 있어서다. 전국 의대 정원은 18년째 3058명으로 묶여 있어 자원 자체가 늘어날 수 없는 구조다. 의대 정원을 늘려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으나 매번 의료계의 격렬한 저항에 부딪쳐 무산되었다. 대안으로 특정 지역에서 10년간 의무 근무토록 하는 지역의사제나 공공의료기관 의사를 별도롤 양성하는 공공의대 설립 방안이 논의되었으나 이 역시 의료계의 반대로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결국 의대 정원을 늘리거나 폐교된 서남대 의대 대신 공공의대를 설립하는 수밖에 없다. 이번에는 개혁을 앞세운 윤석열 정부가 이를 반드시 관철시켰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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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3.04.18 17:40

전북 정치판을 갈아 엎자

전북이 발전하지 못한 것은 거의 내부에서 비롯됐다. 가장 큰 문제는 정치적으로 중도통합론을 주장했던 소석 이철승 이후 큰 인물 키워내지 못한 탓이 컸다. 소석이 있을 당시만해도 전북정치가 중앙정치 무대에서도 존재감이 커 전북의 몫을 찾아왔다. 도나 시군이나 기업인들이 어려움이 있으면 곧장 서울로 달려가 소석 등 정치인을 만나 문제를 해결했다. 큰 정치인이 있었기에 정부요로에 부탁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격세지감(隔世之感)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도민들은 1971년 제7대 대선 때 김대중이 박정희 한테 94만표차로 패하면서 거의 한이 맺혔다. DJ를 대통령으로 만든게 소원이었다. DJ를 대통령으로 만들 수만 있다면 어떤 희생도 감수할 수 있었다. 그런 지역적 정서가 깔려 있다 보니까 DJ가 맘대로 전주에서 손주항을 출마시켜 소석을 낙선시켰고 장영달을 시켜서 손주항을 낙선시켰다. 정읍에서 한때 노선을 달리했던 김원기를 DJ비서이었던 가신 윤철상을 출마시켜서 거목의 순을 자른 것도 같은 맥락이다. 지금도 전북이 광주 전남 2중대 소리를 듣는 것은 DJ의 뜻에 도민들이 따라 움직여 줬기 때문이다. 전북은 DJ를 대통령 만든 것으로 만족하고 지역인물을 키워서 전북발전을 도모했어야 옳았다. 하지만 DJ가 공천장을 줘서 전북어디다가 꽂기만 해도 당선 시켜줬기 때문에 전북정치가 경쟁력이 약하고 존재감이 없게 되었다. 당시 공천을 준 DJ에게 저항한다거나 뜻을 거스른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전북2중대론 때문에 전북이 발전하지 못했다. 새만금사업만해도 광주 전남 정치인들이 예산국회때마다 태클을 걸어 힘들게 만들었고 특히 천혜의 요건을 갖춘 새만금신항 건설도 목포 대불과 광양항 때문에 터덕거렸다. 새만금신항을 본격 개발하면 전남 항구의 물동량이 줄어들기 때문에 지금까지도 정부로 하여금 견제구를 날린다. 항만 배후단지 건설에 국가가 재정 투자를 하지 않은 곳은 새만금신항만이 유일하다. 전북 정치가 퇴행토록 만든 것은 도민들의 탓이 제일 크다. 쪽수가 줄어들지만 계속 민주당 숙주 노릇을 하고 있는데다가 표를 던져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4.5전주을 재선 때 진보당 강성희가 당선된 것은 민주당이 귀책사유로 후보를 내지 않은 탓이 결정적이었지만 아마 내년 총선 때는 상황이 달라져 민주당 싹쓸이가 예상된다. 국힘 윤석열 정권이 들어서면서 지역주의가 더 견고해지면서 강화돼 민주당 후보 압승이 예상된다. 도민들은 그간 민주당을 계속 지지해준 결과가 뭣인가를 곱씹어봐야 한다. 민주당은 전북한테 도움준 게 거의 없다. 잡은 물고기 한테 먹이를 주지 않은 것처럼 믿고 따르기 때문에 별반 신경을 쓰지 않는다. 민주당 지도부는 또 여소야대 구도를 만들려고 개혁공천 내지는 혁신공천을 내걸 것이다. 수도권 표 결집을 위해 현재 8명의 민주당 전북 국회의원을 물갈이 할려고 할 것이다. 광주 전남은 유권자들이 억세고 강하기 때문에 손 못대고 전북 유권자들은 비교적 온순해서 말을 잘 듣기 때문에 개혁공천을 명분 삼아 물갈이를 할 것이다. 전북이 민주당 숙주 노릇을 계속하는 한 비젼은 없다. 지금부터라도 인물 중심의 정치가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현역이라도 깜냥이 안되는 사람은 팽시켜야 한다. 민주당 공천만 받으면 당선시켜 주는 구도가 전북발전을 이 모양 이꼴로 만들었기 때문에 유권자들이 정신 바짝 차리고 갈아 엎을 때는 확실하게 갈아 엎어야 한다. 그간 전북발전이 안된 것은 모두가 자질이 부족한 사람을 국회의원으로 뽑아준 도민들에게 있다. 남의 잘못이 아니라 내탓이다는 것이다. 과거 전주 사람들이 소석을 낙선시킨 사례를 교훈삼아 더 이상 우(愚)를 범치 말아야 한다. 내년 총선 때 여야가 경쟁하는 지역정치구도를 만들어야 전북이 발전할 수 있다. 지금처럼 무능한 사람들이 국회의원이 되면 전북은 더 망가진다.

  • 오피니언
  • 백성일
  • 2023.04.18 17:40

견실한 업체 선정 위한 소신행정 필요하다

평등은 자유 민주주의 기본 사상이다. 인간은 누구나 차별 없이 고르고 한결같은 권리나 의무, 자격을 부여받는다. 대한민국 헌법에도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따라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차별을 받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완전한 평등은 개개인의 유전자, 환경 등 여러가지 요소들의 차이 때문에 모두가 쌍둥이로 태어나지 않는 이상 실현불가능하다. 달리기를 하려는데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과 일반인, 어린이를 평등하게 하자며 똑같은 출발선을 줄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차이를 인정하는 실질적 평등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지만 공식이나 정답은 없기 때문에 곳곳에서 충돌이 일고 있다. 특히 국가에서 추진하는 개별사업을 수행하는 용역업체를 선정하는 과정에도 모든 업체가 골고루 수주할 수 있도록 하는 게 평등일까 하는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만일 수행능력이 부족한 부실한 업체나 페이퍼 컴퍼니가 수주해서 과업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면 국민들의 생존과 직결되는 상하수도나 도로정비 사업이 제대로 되지 않아 큰 혼란에 빠질 것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입찰에 참가하고자 하는 사업자에 대해 유사실적, 기술능력, 경영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고 이행능력이 있다고 인정될 경우 입찰참가자격을 부여하는 사업수행능력평가(PQ)가 도입됐다. PQ제도가 도입되면서 부실시공을 방지하고 공사품질을 확보해 결과적으로 국민의 생명과 재산, 안전에 기여하는 효과를 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경쟁적 저가∙덤핑수주의 관행이 사라지고 정상적인 가격의 용역비를 받게됨으로써 자격증 대여에 의한 허위근무 등도 줄고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자격요건이 완화되면서 PQ제도마저 운찰제로 하향 평등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술자 보유조건이 기술사에서 특급으로 완화되고 개별평가였던 실적도 통합되면서 기술중심 평가체계가 흔들리고 있다. 여기에 자격을 부여받지 못해 수주기회를 갖지 못하는 신생이나 소규모 업체들이 특혜의혹을 제기하며 집단반발하면서 발주처에서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 물론 특정업체들의 수주기회가 확대되면서 독과점 형태가 형성되는 부작용이 있기 때문에 반발이 나오는 상황은 이해가 되는 대목이다. 하지만 기술 중심 평가체계에 적응하기 위한 기술개발이나 기술자 확보 노력은 등한시하고 제도 탓만 하는 게 아닌지 진지한 반성도 필요해 보인다. 전북건설시장을 외지 대형건설업체들이 독차지하며 최근 10년 동안 전북에 1군 업체가 없는 열악한 환경이 조성된 게 기술력 향상이나 경영능력을 확보하기 보다는 남들이 나보다 잘나가는 꼴을 보지 못해 어떻게든 끌어내리려고만 했던 행태가 만연했기 때문이 아닐까. 인근 광주 전남만 해도 1군 업체가 8곳이나 되며 전국적으로도 하이브랜드로 평가받고 있는 호반이나 중흥건설도 한때는 전북업체에 비해 한참 뒤떨어졌던 회사였다. 처지가 바뀌게 된 배경에 전북이 잘나가는 업체에 대한 시기와 질투로 험담을 일삼을 동안 광주 전남은 서로 응원하며 기술력 향상과 견실경영에 힘써왔기 때문이 아닐까. 최근 군산시가 발주한 하수도정비 기본계획(변경) 수립용역에 전차용역을 인정해 가점적용 여부를 놓고 도내 엔지니어링 업계에서 갈등이 커지며 불똥이 발주처인 지자체에게까지 튀고 있다. 우선 당장의 특혜시비와 반발을 잠재우기 보다는 예산을 절감하고 기간을 단축하며 제대로 과업을 수행할수 있는 견실한 업체를 선정하기 위한 소신있는 행정이 필요해 보인다.

  • 오피니언
  • 이종호
  • 2023.04.18 17:23

세계유산 되는 혁명의 역사

동학농민혁명 역사 복원은 2004년 제정된 ‘동학농민혁명군의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이 시작이다. 특별법 제정의 의미와 성과는 적지 않았다. 진실이 왜곡된 갑오년 역사 위에 ‘역도’의 오명을 쓰고 숨죽여 묻혀 있던 농민군들에게는 명예회복의 길이 열렸고, 기념관과 기념탑 건립 등 역사조명 사업이 힘을 얻게 되었으며 혁명의 진원지인 전북을 중심으로 치중되었던 동학농민혁명사업은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계기를 맞았다. 그러나 동학농민혁명의 역사적 위상을 바로 세우는 일은 만만치 않았다. 특별법 제정으로 기대되었던 농민군의 명예회복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특별법으로 출범한 명예회복심의위원회가 5년여 동안의 활동으로 찾아낸 동학농민혁명 참여자는 3,644명. 이들은 유족 10,563명과 함께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발굴되지 않은 참여자는 더 있었다. 2009년 위원회 활동이 종료되자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이 나섰다. 2010년부터 찾아낸 참여자만도 3백 명이 넘었다. 다행히 2018년 명예회복심의위원회가 다시 출범했다.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에 위탁된 이 위원회 활동으로 참여자 발굴이 이어져 지금은 3,745명 참여자와 12,962명 유족이 이름을 올렸다. 2019년에는 동학농민혁명기념일이 국가기념일(5월 11일)로 제정됐다. 왜곡됐던 역사의 면모를 바로 세울 수 있는 통로가 더욱 확장되는 계기였다. 유적지 발굴과 보존, 세계혁명사로서 인정받을 수 있는 연구작업 등 동학농민혁명의 역사를 조명하는 작업이 더 절실한 과제로 안겼다. 동학농민혁명기록물의 세계기록유산 등재도 그 하나였다. ‘동학농민혁명기록물’이 ‘4·19혁명기록물’과 함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국제자문위원회(IAC) 심사에서 세계기록유산 ‘등재권고’ 판정을 받았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두 기록물의 최종 등재 승인은 5월 10일부터 열리는 유네스코 집행이사회가 결정되지만 등재권고 결정이 뒤집히는 경우는 없어 사실상 등재가 확실시 된다. ‘동학농민혁명기록물’ 등재는 2015년부터 추진해온 일이다. 탈락과 재신청 과정을 거쳐 ‘등재권고’ 판정까지 8년이 걸린 셈이다. 동학농민혁명기록물은 1894년과 1895년에 일어난 동학농민혁명 관련 기록 185건이다. 농민군과 정부나 관이 생산한 것들이다. <사발통문>은 물론 참여자들이 가족에게 보낸 편지, 갑오년 상황을 기록한 유생들의 글도 망라됐다. 참여자 편지는 유족이 숨겨 지켜온 덕분에 살아나 빛을 본 결실이다. 동학농민혁명기록물의 세계유산 등재는 그 의미가 크다. 세계적인 기록물이 된다는 것은 세계사적으로 이 역사를 인정받는다는 의미다. 세계사의 노정에 들어선 동학농민혁명 역사가 자랑스럽다. /김은정 선임기자

  • 오피니언
  • 김은정
  • 2023.04.18 17:06

격물에 대한 심심한 연구

수신 제가 치국 평천하! '대학'에 나오는 글귀이다. 여기서 강조점은 일의 우선 순위이다. 즉 천하를 다스리려면 먼저 자기 몸을 반듯이 닦으라는 것이다. 그런데 아시는가. 수신제가 앞에 더 우선해야 할 4가지 덕목이 있다. '격물格物 치지致知 성의誠意 정심正心'이다. 수신에 앞서 마음을 바르게 하고(정심), 뜻을 정성스럽게 하고(성의), 그에 앞서 제대로 알고(치지), 알기 위해 사물을 탐구하라(격물)는 것이다. 놀랍지 않은가? 흔히 경전은 마음가짐을 가르치는데, '대학'은 도덕과 윤리에 앞서 올바른 지식을 가져야 한다며 과학적 탐구를 강조한다. 지식이 없으면 어디로 가야할지 모호하고 불안해 미신에 빠지고 미흡한 판단으로 잘못된 뜻을 세울 수 있다. 마녀사냥 같은 역사상 인류가 저지른 많은 재앙은 과학적 지식이 약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새로운 문명이 밀려올 때 무지로 인해 물결에 저항하다 휩쓸려버린 사례는 넘친다. 산업혁명의 본산인 영국에서조차 한동안 공장의 기계를 파괴하는 러다이트 운동이 있었다. 앎이 바르지 않으면 뜻도 마음도 바로 세울 수 없다. '격물치지'를 우선해야 하는 이유다. 난 '격물치지'를 '대학'이 아니라 고 1때 국어 교과서에서 처음 만났는데 읽자마자 밑줄을 쫙, 그었다. [격물치지: 사물의 원리를 연구해서 앎에 이른다.] 그런데 맘 한켠에 의문이 남았다. 격물을 하면 진정한 앎에 이르는가? 격물은 무엇인가! 격물(格物)의 격(格)은 '나무의 가지를 친다'는 뜻이니, 격물은 사물의 요소에서 잔가지를 쳐내고 본질적인 속성을 잘 정리해서 규격화하는 것, 정도의 뜻이겠다. E=mc² 같이 사물의 원리를 다 파악하고 나면 이처럼 간단하게 규격화할 수 있는 것이다. 누군가를 규정하려면 그를 속속들이 알아야만 가능하다. 알지 못하면 규정할 수 없고, 규정하지 못하면 그건 아는 것이 아니다. 난 오랜 세월 그런 의식으로 무엇에 대해 규정하고 정의를 내리고 규격화하려 애쓰며 살아왔다. 현대는 무규정의 시대다. 사회에 나와 동창생을 만나고서 '이 친구가 그랬나?' 놀랄 때가 많다. 내가 규정한 그는 피상적이고 단편적인 경험에 의존한 이미지일 뿐이었다. 다시 보니 그는 내가 생각한 그가 아니었다. 훨씬 풍부했다. 애초에 그는 많은 가능성을 가지고 있었고 게다가 꾸준히 변화했을 것이다. 우린 몇몇 경험으로 사람을 규정하지만 사실 누군가를 어찌 안다고 할 수 있을까? 누군가, 무언가를 규정하는건 매우 위험한 일이다. 도서관의 나, 탁구장의 나, 뒷골목의 나는 나의 백,천,만 중 하나에 불과하다. 실은 자신마저도 자신을 모른다. '나'의 생각, 의식은 '내'가 아니라 가정, 학교, 사회가 지배한다. 진짜 '나'는 드러나지 않게 깊숙히 감춰 무의식의 창고에 저장된다는게 뇌과학자의 주장이다. 진짜 '나'의 9할은 무의식에 있으니 내가 어찌 나를 알 것이며, 내가 나를 모르는데 누가 나를 알겠는가? 학생은 어떠해야 한다는 규정, 무엇이 성공이라는 규정, 상식, 정의, 진보라는 규정, 이 모든 규정을 경계해야 한다. 규정은 수많은 요소를 쳐냄으로써 다양한 가능성을 잘라버린다. 무규정은 모든 요소를 그대로 살려 모든 가능성을 북돋운다. 무의식 속에 감춰진 학생 개인의 잠재력을 찾아 일깨워야 한다. 규정함이 없이 열어두어야 한다. 그래야 새로운 생각, 아이디어가 나온다. 그래야 새로운 세상으로 나갈 수 있다. 그것이 진보요, 창의다. /한긍수 전라북도교육청 정책국장

  • 오피니언
  • 기고
  • 2023.04.18 15:57

이·통장 연임 제한 현실에 맞게 운영을

오랫동안 특정인이 장기간 연임하면서 봉사직인 이장이나 통장직이 이익집단화되고 어떤 경우에는 지역 주민들 간에 심각한 편가르기 양상이 일어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각종 선거 때 나름의 영향력을 행사하고, 수당이나 자녀 장학금 등의 혜택까지 주어지면서 연임하는 일도 많았다. 결국 이러한 비판적인 여론이 거세지자 각 지역에서는 통장이나 이장을 여러 번 연임하는 것을 금하는 방식으로 규정을 뒀는데 급격한 인구 감소와 고령화 등으로 인해 이젠 통장이 없는 상황이 계속되는 일이 나타나고 있다. 전주시를 예로들면, 통장이 아예 없는 곳이 무려 40곳에 달하고 있다. 현재 35개 동에 1346개 통(완산구 702, 덕진구 644)이 운영 중인데 올해 1월 기준, 40개 통장이 공석상태다. 통장이 하는 일이 별로 없는 것 같아도 나름대로 지역사회를 위한 봉사하는게 현실이다. 주민의 거주이동상황 파악, 각종 사실 확인 및 사건·사고 보호, 재난·재해 발생시 주민대피 및 피해상황 조사 협조, 고지서 송달 협조 등 결코 기여하는 바가 적지 않다. 각 지역마다 사정이 다르기는 하지만 전주시의 경우는 이젠 할 사람이 없어 통장 공백상태가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과거엔 서로 하려고 했는데 이젠 할 사람이 없다는 얘기다. 별다른 혜택도 없는데 구태여 통장을 하려는 사람이 갈수록 적어진다는 것이다. 통장 활동에 따른 수당과 복지 등이 너무 적어 굳이 힘든일을 하려고 하지 않는 사회적 풍토가 똬리를 틀고있다. 문제는 앞으로 공석인 경우가 더 많아질 수 있다는 점이다. 보상금이라고 해봐야 월 30만원 이내다. 과거엔 통장을 하면 자녀 장학금 혜택이라도 있었으나 이것도 별다른 유인책이 못된다. 대학생 자녀로 한정된 데다 국가장학금 등 타 장학금과 중복해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결론은 전주시의 통장 임기에 관한 규정을 조금 완화하는게 현실성이 있어 보인다. 전주시 통·반 설치조례 및 시행규칙에 따르면 통장의 임기는 2년으로 하되, 1회에 한해 연임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대상자가 없을 경우엔 예외를 두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강원도 춘천시는 지난 2019년부터 이·통장 임기는 임명된 날부터 2년씩 연임이 3회로 제한됐음에도 현실에 맞춰 이를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3.04.18 14:11

장수농협 직원 극단 선택, 조합장 책임 물어라

지난 1월 장수농협 30대 직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과 관련해 정부가 직접 특별감독을 실시한 결과 노동법 위반 사실이 무더기로 확인됐다. 고용노동부는 15건의 노동관계법 위반 사실을 확인해 6건을 형사입건하고 총 677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고 밝혔다. 직장 내 괴롭힘, 즉 갑질이 잊을 만하면 반복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최근 도내의 경우 장수농협, 동남원새마을금고, 전주시보건소, 예수병원, 전북도청 등에서 발생했다. 이들 갑질 행태는 업무와 무관한 사소한 내용부터 욕설 등 언어 폭력, 업무 관련 부당한 지시, 신체적 폭력, 성추행 등 천차만별이다. 장수농협의 경우 여러 명의 상급자로부터 면박성 폭언을 듣거나 27만5000원의 킹크랩을 사오라는 등 사망 직전까지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 오죽하면 결혼 3개월밖에 안 됐는데 극단적 선택을 했겠는가. 이 같은 직장 내 괴롭힘이 문제되자 정부는 2019년 1월 근로기준법을 개정해 직장 내 괴롭힘 금지(제76조의2와 제76조의3) 조항을 신설했다. 하지만 법 제정 이후에도 직장 내 괴롭힘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를 근절하기 위해 평소 교육 등과 함께 엄정한 조치가 따라야 할 것이다. 첫째. 기관장에게 책임을 지워야 한다. 이번 장수농협의 경우 조합장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직장 내 괴롭힘으로 목숨을 끊는 경우가 한 해 20명가량 나타나고 있으나 가해자에 대한 처벌은 솜방망이에 그치고 있다. 검찰에 송치한 경우는 1%도 안 되고 대부분 경징계로 끝나고 있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기관장에 대한 처벌 등 책임을 엄중히 물어야 한다. 관계자에 대해서도 엄한 처벌이 따라야 함은 물론이다. 둘째, 내부 통제시스템을 갖추고 외부 전문가의 책임을 명확히 해야 한다. 장수농협의 경우 괴롭힘 신고를 해도 사실조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사측에 신고하자 부당한 업무명령 및 경위서 작성을 요구하는 등 근로기준법이 금지하고 있는 불리한 처우로 2차 가해를 했다. 가해자와 지인 관계인 공인노무사를 선임했고 이후 조사 과정에서 알게 된 비밀을 누설하는 등 편향적인 조사를 통해 직장 내 괴롭힘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는 공인노무사법상 성실·비밀엄수 의무 위반이다. 당연히 공인노무사에 대해서도 엄한 징계가 따라야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3.04.17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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