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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층의 유출과 고령화 등 인구구조의 변화가 앞으로 전북의 지역경제 성장을 가로막을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국은행 전북본부가 전북대 정호진·황운중 교수와 함께 ‘전북지역 인구구조 변화가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 분석’을 주제로 연구용역을 수행한 결과다. 충분히 예측할 수 있는 일이지만 정확한 수치로 분석 결과가 나오니 심각함이 피부로 느껴진다. 이번 연구는 지금까지 연구가 국가 차원에서 이루어진데 비해 지역맞춤형 대책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결론은 우수한 기업 유치를 통해 청년층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고 고령인구도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전북지역의 전체 인구 대비 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율은 2022년 22.4%에서 2050년 46.8%로 가파르게 증가하는 반면 생산가능인구는 같은 기간 66.7%에서 45.5%로 빠르게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30년 이후 전북의 고령인구는 생산가능인구를 추월해 근로자 1인당 노인부양비 가중이 클 것으로 예측됐다. 특히 열악한 산업구조로 인해 청년층의 순유출 및 고용문제는 심각한 수준이다. 2001년 이후 20년간 전북의 청년(20∼34세) 순유출 규모는 22만6000명으로 전북 전체 순유출 24만6000명의 92.1%를 차지하고 있다. 해마다 1만명의 청년층이 전북을 탈출한 셈이다. 나아가 전북의 청년(20∼29세) 고용률은 2019년 기준 46%로 전국 평균 58%보다 크게 낮은 반면 60세 이상 고령층의 고용률은 48%로 전국 평균 42%를 앞지르고 있다. 이대로 갈 경우 지역내 전체 인구 중 15세 미만의 구성 비율인 유소년 인구 비중도 2022년 11%에서 2030년 7.8%로 주저앉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미래 생산가능인구 측면에서 지역경제에 커다란 부정적 요인이다. 또한 향후 지역내총생산(GRDP)도 더욱 급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구문제는 출산과 보육은 물론 교육, 주거, 소득, 문화, 복지 등 다방면에 걸쳐 세심한 대책이 요구되는 사안이다. 이 가운데 가장 시급한 것은 일자리 문제다. 하지만 변변한 기업이 많지 않은 전북으로서는 해법이 쉽지 않다. 지자체와 대학, 기업이 손잡고 실효성 있는 일자리 창출에 나서는 수밖에 없다.
중국 청자의 본향이 오월이다. 우리나라 역대 왕조 중 오월과 가장 돈독한 국제외교를 펼친 나라가 후백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전의 청자 연구에서 후백제는 거의 초대를 받지 못했다. 그 이유는 문헌이 남아 있지 않기 때문이다. 요사이 전북에서 검증된 고고학 자료로 초기청자를 논의하는 과정에 후백제가 가끔 거론된다. 흔히 푸른 빛깔의 자기를 청자라고 한다. 청자는 인간이 만든 가짜 옥으로도 비유된다. 청자의 푸른색은 태토 속 3.4% 내외의 산화철이 굽는 과정에 환원된 것이다. 중국식 벽돌가마에서 구운 월요 청자는 대부분 황갈색을 띤다. 절강성 북쪽 소흥, 여요 일원에 밀집 분포된 월요는 당나라 때 월주요로 그 이름이 바뀌었다. 우리나라 청자의 제작 기술도 그 출발지가 오월 월주요였다. 한나라 때 처음 시작해 당나라, 오월을 거쳐 북송시대에 이르는 긴 시간 동안 청자를 생산했던 곳이다. 당나라 절도사 전류가 세운 오월은 월주요를 지배했던 나라로 항주에 도읍을 두었다. 978년 송나라에 의해 멸망할 때까지 월주요의 후원으로 경제적 번영을 이루었다. 2012년 필자는 중국 절강성 일대로 청자 국외답사를 다녀왔다. 처음 찾은 상림호 월주요 벽돌가마는 국가 문화재로 지정되어, 보호각 속에 가마가 그대로 노출되어 있었다. 벽돌가마는 장방형 벽돌로 대부분 가로 쌓기 방식을 적용하여 아주 정교하게 만들었다. 벽체는 3~5단 높이로 남아있었고, 가마는 길이 40m 이상 이었다. 절강성 청자 답사는 후백제와 오월을 재회시킨 브릿지였다. 항주만 입구 영파는 해상 실크로드 출발지로 본래 이름은 명주였다. 명주와 전주를 이어주던 바닷길로 40여 년 동안 국제외교를 펼친 나라가 후백제이다. 필자는 영파박물관 주관 ‘천봉취색(千峰翠色)’ 월요 청자 특별전에서 청자를 본 순간 진안 도통리를 떠올렸다. 2014년 진안 도통리 청자 요지 첫 발굴조사가 시작됐다. 다행히 문화재청과 전라북도, 진안군 발굴비 지원으로 큰 성과를 거두어 진안군 최초로 국가 사적으로 지정됐다. 진안군 성수면 도통리 중평마을 모정 아래에서 그 존재를 드러낸 중국식 벽돌가마는 상림호 월주요에서 본 벽돌가마를 그대로 옮겨온 것처럼 쏙 빼닮았다. 안타깝게 진안 도통리 벽돌가마는 끔찍한 모습이었다. 무슨 이유로 최첨단 국가산업단지가 참혹하게 파괴됐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후백제 멸망을 암시하는 변고(變故)가 아닌가 싶다. 만약 고려가 만들고 다시 부쉈다면 그것은 난센스(nonsense)이다. 후백제 멸망으로 벽돌가마를 운영하던 국보급 도공들은 전쟁 포로가 되어 진안 도통리를 떠났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황갈색을 띠는 가장 이른 시기의 청자를 초기청자라고 부른다. 천하제일의 상감청자로 유명한 부안청자보다 200여 년이 앞선다. 진안 도통리 벽돌가마에서 구운 초기청자는 최상급으로 진안청자라고 새 이름도 지었다. 고창 반암리에서도 중국식 벽돌가마에서 초기청자가 쏟아져 후백제와 초기청자의 연관성을 더더욱 높였다. 중국 월주요 청자 제작 기술은 반도체를 능가하는 최첨단 과학의 집약체이다. 고려는 오월과 국제외교가 거의 확인되지 않지만, 후백제는 40년 이상 오월과 혈맹적 국제외교를 펼쳤다. 진안 도통리 벽돌가마의 방사성 탄소 연대 측정 결과도 잇따라 후백제를 가리켰다. 그렇다면 후백제와 오월 국제외교의 결실로 청자문화가 곧장 후백제로 전래된 것이 아닌가 싶다. /곽장근 군산대 교수
매년 3월에 실시되는 ‘전국단위 고1 모의 고사’를 전북의 학생들은 전국적으로 유일하게 응시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몇 년전 이루어진 전북교육청과 전북교육단체가 맺은 ‘전국단위 고1 모의고사 시행금지’협약으로 하루빨리 전북교육청과 교육단체는‘전국단위 고1 모의고사 시행금지 조항’을 삭제하고 전북 학생들의 평가 선택권을 조속히 보장해야 한다. 지금까지 전북의 교육환경과 기초기본 학력 수준은 안타깝게도 강원도와 함께 전국 최저 수준을 몇 년간 유지해왔다. 이에 따라 전북에 거주하고 있는 학부모들은 자녀의 교육을 위해 대도시로 이동하는 현상이 꾸준히 이어져 오고 있으며, 전북의 학령 인구는 복합적인 이유(출산율, 교육열, 이직등)로 인해 현저하게 줄어들고 있다. 이는 지방의 인구소멸을 넘어서 전북 소멸까지 우려해야 하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작년 6·1 지방선거를 통해 새롭게 선출된 서거석 전북교육감은 2023년 1월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기초학력 책임 원년으로 만들 것을 약속했으며, 전북의 학력신장을 위해 다양한 교육정책 발표와 핵심과제를 제시했다. 이는 전북교육의 고무적인 현상으로 앞으로 전북학력이 기대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와 같은 학력신장 교육정책은 전북교육청의 노력만으로는 달성할 수 없는 부분이다. 전북교육청이 주도하는 학력신장을 위한 과감한 예산 투자·교육정책과 함께 특히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교사들과 밀접한 전북교육단체들도 함께 발을 맞추어 나가야 할 것이다. 전북교육단체들의 ‘냉혹한 비판과 뜨거운 성찰’을 통해 전북교육의 미래와 학력신장을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 전북교육청은 몇 년전 교육단체와 맺은 협약내용 중 ‘전국단위 고1 모의고사 시행금지’라는 내용으로 단체 협약을 맺었다. 이는 전국에서 전북만 유일하게 ‘고1 모의고사 시행 금지’ 협약내용이다. 전국단위 모의고사를 전북만 유일하게 보지 못하는건,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학생들의 평가 선택권을 억압하는 부분일 수 있다. 현장에서 아이들을 직접 가르치는 단위학교 교사들뿐만 아니라, 학부모, 교육학자들도 학력신장을 위해서는 평가도 함께 수반되어야 한다고 주창한다. 학생들을 줄 세우는 일제식 시험이 아니라, 평가를 통해 학생들을 진단하고, 지도 계획을 세우는 방향은 교육의 근원적인 방식이다. 우물 안 개구리처럼 전북의 학생들끼리만의 교육활동이 아닌 전국의 고1 아이들이 함께 대학입시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제 고등학교 1학년이 된 학생들 스스로도 본인의 실력이 궁금하고 앞으로 공부할 계획을 세울 진단의 기회를 갖고 싶은 것은 아닐지 어른들이 깊이 고민할 부분이다. 올해부터는 초2학년부터 고1학년까지 기초진단평가를 실시할 예정이다. 또한 다양한 평가를 적극적으로 학생들에게 시행하여, 현장의 선생님들이 평가를 통해 정확하게 학생들을 진단하고 학생 맞춤형 수업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야 한다. 전북교육청과 교육단체는 ‘한쪽은 무조건 맞고 다른쪽은 무조건 틀리다’라는 생각보다‘한쪽도 맞고 다른쪽도 맞을 수 있다’라는 열린 마음으로 전북교육을 함께 머리 맞대고 고민해 보았으면 한다. 앞으로 전북에 있는 학생들도 타시도의 학생들처럼 ‘전국단위 고1 모의 고사’를 볼 수 있도록 전북교육청과 교육단체가 머리 맞대어 고민하고 협약 내용이 조속히 보완되기를 기원한다. /이상덕 전북교육장학재단 이사장
미국에서는 향후 20년 동안 미국의 모든 부와 자산의 약 57%를 보유한 베이비 붐 세대(1946~1964년생)에게서 현재 성인이 된 X세대(1965~1980년생)와 밀레니얼 세대(1981~1996년생)의 자녀에게 최대 68조 달러에 이르는 엄청난 금액이 이전될 것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닌데, 2020년 연령별 가구 평균 자산 자료를 보면 5~60대의 자산은 평균 5.8억원으로 2~30대의 자산 대비 2.2배 정도이다. 비록 한국의 세대 간 자산 차이는 미국보다 작지만, 현재의 50~70대는 유사 이래 한반도에 거주했던 사람들 중 가장 많은 자산을 축적한 세대로 기억될 것이다. 그러니 우리나라에서도 전무후무한 거대한 자산의 대물림이 일어나게 될 것이 자명하다. 일제강점기 이후 6∙25를 거치면서 확산한 평등사상과 능력주의로 인해 과거 신분제 시절의 상징이었던 자산의 대물림은 대폭 약화되었다. 실제로 현재 60대 이후의 노령층 사이에서는 개천에서 용이 나는 시대를 배경으로 하여 맨주먹으로 일군 성공 신화가 빈번히 회자되곤 하였다. 그러나 점차 세대 간 부의 격차가 커지면서 부의 대물림은 다시 강화되고 있다. 실제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한국의 소득 하위 10% 계층이 평균 소득 계층으로 진입하는데 무려 다섯 세대의 시간(=150년)이 걸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우리 사회가 부의 세습이 낮은 사회에서 높은 사회로 옮겨가고 있다는, 다시 말해 계층 간 이동성이 낮아지고 세습이 강화되고 있다는 것의 방증이다. 영화 《친구》에서 ‘느그 아부지 뭐하시노?’라고 물으시며 학생을 혼내는 선생님의 모습으로부터 우리 사회에서 고착된 계층의 사다리를 떠올리며 씁쓸함을 느끼는 데는 다 이유가 있는 셈이다. 오죽하면 우리나라 청년들이 생각하는 성공의 제1 조건이 부모의 재력일까? 청년들 사이에서 ‘헬조선’, ‘영끌’과 같은 비관적인 단어가 횡행하는 것, 세대 간 극심한 정치문화적 갈등이 표출되는 것, 지방도시가 소멸하는 것 모두 양태는 다르더라도 바로 이러한 계층의 고착화 현상과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물론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 팬데믹, 기후재난,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미-중 패권 경쟁 등 격변의 상황에서 맞이하게 된 고유가, 고물가 시대가 이러한 사회 현상의 가속화에 일조했을 수 있다. 하지만 성공의 제1 조건으로서 여전히 일본, 중국의 청년들은 재능을, 미국의 청년들은 노력을 꼽는다는 사실은 계층이 고착화되어 가는 한국 사회가 얼마나 청년 세대에게 냉혹한지를 상기시켜준다. 국민연금의 재정위기, 늘어나는 나라의 빚, 극심한 출산율의 저하로 현재 청년세대는 그 어느 세대들보다도 미래가 불투명한 불안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세상에 나오기 전부터 자유의지와 무관하게 이미 인생의 길이 정해져 있다면 신분제도가 있었던 과거와 다를 것이 무엇인가? 기성세대를 비롯한 사회 지도자들은 청년세대의 생각을 가슴으로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할 것이고, 그들의 삶에 들어가 애환을 나누는 한편 함께 미래를 설계하는 일에 마음을 다해야 할 것이다. 계층 간 이동이 개인의 노력으로 얼마든지 가능한 세상, 부모의 자산보다 자신의 능력으로 평가받는 세상, 학연·지연·혈연으로 얽힌 연결고리로부터 자유로운 세상이야말로 지금 대한민국의 기성세대가 자라나는 젊은 세대에게 물려줘야 할 진정한 자산이 아닐까? /김진상 (KIST 전북분원장)
이웃의 애경사를 그냥 지나치지 않고 슬픔과 기쁨을 함께 나누는 것이 우리의 미풍양속이다. 요즘은 지방자치단체가 나서 주민들의 경사를 직접 챙긴다. 각 지자체가 경쟁하듯이 조례를 통해 다양한 명목의 축하금을 새로 만들거나 지급액을 늘리고 있다. 지역의 인구 유출을 막고 주민들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자는 취지의 현금성 복지시책이다. 냉정하게 따지면 무턱대고 축하할 일이 아닌 경우도 있다. 이맘때쯤 각 지자체가 주민신청을 받아 지원하는 대학입학 축하금이다. 각 대학이 해마다 신입생 모집에 애를 먹고 있다. 우리나라 청소년의 대학진학률이 OECD 국가 중 부동의 1위인데도 대학은 신입생이 모자란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넘쳐나는 구조이니 대학에 들어가는 것은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어느 대학에 가느냐가 문제일 뿐이다. 그러니 대학입학 자체가 큰 축하를 받을 일은 아닌 셈이다. 순창과 고창 등 주로 농어촌 지자체들이 대학입학 축하금을 주고 있다. 요즘은 지자체나 교육청에서 초·중·고교 신입생에게도 입학축하금을 주는 곳이 많다. 하지만 그 성격이 다르다. 초·중·고교 입학축하금은 해당 연령대의 지역 아동·청소년 대다수가 혜택을 받는다. 하지만 대학은 그렇지 않다. 여러 사정으로 대학 진학을 포기하거나 다른 진로를 택한 적지 않은 수의 청소년들은 상대적 불이익에 박탈감을 느낄 수 있다. 모두가 아닌 필요한 사람에게만 서비스를 제공하는 선별적 복지사업은 주로 저소득층이나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다. 하지만 대학입학 축하금은 그렇지 않다. 급격한 인구 감소로 인해 지역 소멸의 위기가 심화되면서 농어촌 지자체들이 급해졌다. 인구 유출을 막기 위해 주민 복지정책에 사활을 걸고 있다. 지자체의 관심이 온통 인구 문제에 쏠려 있다는 점에서 이해가 간다. 출산축하금(출산장려금)은 전국 대부분의 지자체에서 지원하고 있다. 지자체 간 경쟁이 붙으면서 금액은 갈수록 늘어난다. 출산율 제고에 실질적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잘 알면서도 다른 이유에서 냉정한 결정을 내리기 어렵게 돼버렸다. 결혼축하금도 있다. 김제시와 장수군은 무려 1000만원이다. 청년층 유출을 막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익산시는 입양축하금을 준다. 이밖에 지역으로 전입하는 대학생에게 전입축하금을 주는 지자체도 있다. 이처럼 지자체의 축하금 종류와 지급액이 확대되고 있는데도 정작 돈을 받는 수혜자는 점점 줄어든다. ‘밑빠진 독에 물붓기’다. 묘안을 짜내며 안간힘을 쓰는데도 좀처럼 효과가 없는 지자체 인구 늘리기 시책의 결과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안타깝다. 지자체의 현금성 복지시책은 사실상 중단하기 어렵다. 효과가 전혀 없어도 돌이킬 수 없다. 이미 지원에 익숙해져 이를 기대하는 주민들의 의견이 곧바로 표심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선출직 단체장이 표심을 거스르면서까지 주민 원성을 살 결단을 내릴 리 없다. 그래서 처음부터 신중해야 한다. / 김종표 논설위원
매번 반복되는 지적인데 전북에서 발주되는 대형공사에서 지역업체는 강 건너 구경만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내로라하는 수도권 1군 업체가 주도적으로 공사를 맡아 꾸려가는 것은 브랜드 지명도, 자금조달능력, 시공능력 등에서 비교 대상이 되지 않기 때문에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만 지역업체가 얼마든지 처리 가능한 하도급 물량마저 배제되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국제입찰 규정이나 공정거래 관련 법률과의 충돌 등으로 인해 한계가 있기는 하지만, 얼마든지 지역과 상생할 수 있는 것조차도 외지 대형업체의 독차지가 돼선 안된다. 대표적인게 새만금과 관련해서 벌어지는 크고작은 공사다.대우와 현대, 대림산업 등이 수주한 새만금 방조제 공사의 경우 전북업체 참여가 전무했던 쓰라린 기억이 있다.새만금 동서2축 1공구와 2공구의 경우에도 지역업체 참여비율이 각각 15%에 불과했다.앞으로 새만금국제공항 건설공사를 포함한 기술형 입찰이 2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지역업체들의 참여확대를 위한 적극 행정이 시급하다.전북도민들로서는 다른 것을 상당 부분 포기하고 대신 어렵게 확보한 새만금 예산을 외지업체들만 배불리게 되는 상황이 계속돼선 안된다. 당장 추정금액 5609억원 규모의 ‘새만금국제공항 건설공사’가 설계∙시공 일괄입찰을 하는 턴키 방식으로 발주 예정이다. 전북지방조달청은 조만간 이 공사에 대한 입찰공고를 할 예정인데 업계에서는 현대건설과 DL이앤씨, HJ중공업이 대표사로 출전할 것으로 보고있다.현대건설은 금호건설 및 전북지역건설사와 컨소시엄을 구성할 것이란 전언이며 DL이앤씨는 한라, 도화엔지니어링, 수성엔지니어링을 비롯, 중견건설사 1곳과 전북 지역사 3~4곳을 추가로 확보해 컨소시엄을 구성할 전망이다. HJ중공업은 대우건설, 코오롱글로벌, 이산, 동부엔지니어링과 컨소시엄을 꾸렸고, 지역사 4곳을 추가할 계획이다. 그런데 도내 업계에서는 굵직한 공사 발주를 앞두고 희망에 부풀기는 커녕, 땅꺼지게 걱정부터 하는 분위기다. 그동안 새만금 관련 기술형 입찰때마다 지역업체들의 참여폭이 극히 미미했던 쓰라린 기억 때문이다.영세한 도내 업체로서는 막대한 돈을 들여 턴키 입찰에 응했다가 실패할 경우 어려움에 처할 수 있기 때문에 함부로 덤비지 못하는게 현실이다. 일자리도 창출하고 지역민들이 어떤 형태로든 많이 참여할 수 있도록 전북도와 새만금개발청 등 관계당국은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
지역의 굵직한 현안과 숙원사업을 일일이 짚어가며 전북의 미래를 약속했고, 도민들은 큰 기대를 걸었다. 이제는 약속한 사업에 대해 추진 의지를 확실하게 보여줘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된 지 벌써 1년이 지났다. 윤 대통령이 후보 시절 내놓은 전북 공약은 △새만금 메가시티·국제투자진흥지구 지정 △전북 금융중심지 지정 △주력산업 육성·신산업 특화단지 조성 △동서횡단철도·고속도로 건설 △농식품 웰니스 플랫폼 구축 △국제태권도사관학교·전북스포츠종합훈련원 건립 △관광산업 활성화·동부권 관광벨트 구축 등이다. 대선 후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지역발전특별위원회가 전북을 찾아 지역 공약을 재확인하고, 차질없는 이행을 약속하기도 했다. 판단하기에 조금 이른 감이 있지만 아직까지 정부의 전북 공약 이행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 상당수 사업이 해당 부처와 협의 단계에서 좀처럼 진척되지 않고 있고, 초반부터 소용돌이에 휘말리면서 대통령 공약이라는 사실이 무색한 사업도 있다. 이러다 보니 기대를 걸었던 대통령 공약 사업이 결국은 공수표로 끝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현 정부는 출범과 함께 국정목표로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를 열겠다’며 국가 균형발전을 강조했다. 물론 역대 정권이 하나같이 균형발전을 외쳤지만 말뿐이었다. 오히려 ‘수도권 1극 체제’만 강화됐고 지방은 소멸 위기에 몰렸다. 지방 위기의 시대, 이제는 정말 균형발전 정책에 집중해야 할 때다. 그렇지 않으면 지방 소멸을 넘어 대한민국 소멸 위기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지역민의 염원이 담긴 지역 공약을 충실히 이행하는 게 곧 지역 소멸 위기 극복, 나아가 국가 균형발전의 길이 될 것이다. 특히 전북은 역대 정권의 관심 밖에 놓이면서 낙후를 벗어나지 못했다. 그런 만큼 국가 균형발전 차원의 지역발전 사업은 전북에서부터 추진하는 게 맞다. 지역의 주요 현안과 숙원사업을 모아놓은 대통령 공약사업에 대한 정부의 이행 의지를 확실하게 보여주는 게 그 첫걸음이다. 전북에 과감한 투자와 지원을 약속했던 윤 대통령이 더 늦기 전에 통 큰 결단을 내려야 한다. 아울러 정부가 전북 공약사업 이행에 빠른 결단을 내릴 수 있도록 지역정치권에서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전북문화관광재단이 2023년 지역문화예술육성지원사업 선정 결과를 발표했다. 당초 2월중 발표하기로 했다가 10일로 연기해 발표한 것이다. 이날 재단은 선정 결과와 함께 심사위원 명단과 심사평도 함께 발표했다. 올해 공모사업에는 총 1125건에 57억2900여만 원이 신청되었다. 심사 결과 10개 분야에 30.3%인 341건이 선정의 영광을 안았다. 사업비는 지난해와 같은 16억5000만원으로 신청액수의 28.8%에 해당한다. 사업비가 한정되다보니 지난해보다 선정자가 적어 아쉬움이 없지 않다. 지역문화예술육성지원사업(옛 문화예술진흥기금)은 도내 예술인 및 단체를 대상으로 창작역량 강화 및 성장도모를 위한 문화예술창작활동 지원을 목적으로 한다. 해마다 선정 결과에 대한 시비가 불거졌다. 공정하고 투명하게 심사가 이루어졌는지는 더 두고 보아야겠으나 올해는 잡음이 없었으면 한다. 이 사업은 해마다 지속되는 만큼 앞으로 좀 더 전향적인 자세로 지원이 이루어졌으면 한다. 첫째, 가능한 한 지원 대상과 액수를 늘렸으면 한다. 문화예술인들에게 이 사업에 선정된다는 것은 한 해의 중요한 설계에 힘이 실리는 일이요, 긍지이기도 하다. 창작열을 고취시키고 좀 더 나은 수준의 작품을 창작할 수 있다. 재단은 국비든 지방비든 사업비를 최대한 확보해 많은 문화예술인들에게 혜택이 돌아갔으면 한다. 둘째, 젊은 문화예술인들의 참여를 유도했으면 한다. 장르별로 다르긴 하나 대체로 젊은이들의 참여가 저조한 편이다. 물론 나이들수록 원숙미와 완성도 높은 작품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전북의 미래를 위해서는 패기 넘치는 젊은 문화예술인들의 도전이 늘어나야 지역의 장래가 밝다. 전북은 고령화가 심각한 지역이어서 노장청(老長靑)이 조화를 이루도록 세심하게 배려했으면 한다. 셋째, 장르별 형평성과 심사위원 구성문제다. 문학과 음악, 미술을 하는 인구가 많고 당연히 신청자도 많다. 그러나 지역적 특성이나 소외된 장르에 대한 지원을 늘리는 문제도 검토했으면 한다. 또한 심사위원 구성에 있어 지역인사와 외부인사의 적절한 배분으로 역차별이 없었으면 한다. 지난해는 도내 문인들이 심사위원에서 배제되는 바람에 집단반발로 홍역을 치렀다. 이 사업이 도내 문화예술인들의 창작열을 북돋우는데 도움이 됐으면 한다.
코로나의 어두운 굴레를 벗어나면서 무주가 대한민국 대표관광 1번지로의 위상을 찾아가고 있다. 미국 CNN 선정 ‘한국관광 50선’에 이미 그 이름을 올렸던 무주는 반디랜드와 태권도원이 ‘한국관광 100선’에 선정됐는가 하면 세계태권도문화엑스포가 한국방문의 해 K-컬쳐 관광이벤트 100선에 뽑혔고 태권도원은 웰니스 관광지로도 선정되었다. 국가보물로 지정된 한풍루와 공립박물관으로 공인된 곤충박물관에도 많은 이들의 발길이 머물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또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발표한 지역관광 매력도시 1등급 10개소에 당당히 그 이름을 올렸다. 덕유산국립공원과 적상산성, 반디랜드와 머루와인동굴, 반딧불축제와 산골영화제, 방탄소년단의 뮤직비디오 배경으로 사용된 안성낙화놀이, 연일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구천동 어사길 등 무주 어느 곳을 둘러봐도 예사로운 곳 하나 없이 관광객들의 오감을 사로잡는다. 국립공원이 전체면적의 3분의 1에 달하고 산악지대가 82%를 차지하는 등 관광발전을 저해하는 법률적·구조적 문제점을 극복하고 “대한민국 10대 관광 매력도시”로 우뚝 선 것은 대단히 자랑스럽고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무주가 꿈꿔 왔던 천만 관광객시대가 목전에 와있는 듯하다. 그렇긴 하지만 풀어야할 과제 또한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그래서 늘 ‘내일의 관광지는 어디가 될 것인가?’ ‘사람들이 어디에 많이 몰릴까?’ ‘사람들이 무엇 때문에 이곳에 많이 올까?’를 끊임없이 생각해 봐야 한다. 그러면 무주관광이 나아갈 방향이 눈에 들어온다. 지금까지 무주관광의 두 가지 큰 줄기는 반딧불이와 태권도였고 결국 반딧불축제의 세계화와 태권도의 활성화가 무주관광을 일으키는 성장 동력이자 필살기로 보여 진다. 이를 바탕으로 무주의 가치와 브랜드를 새롭게 조명해 “사계절 테마가 있는 문화·관광·레포츠의 종합 메카”로,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대표관광 1번지”로 독보적인 대내외 경쟁력을 갖춰 나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주만의 특별한 무언가가 관광종합개발계획에 담겨있어야 한다. 지역을 풍요롭게 하고 군민에게 행복한 종합선물세트가 될 “무주군 관광종합개발계획”에 심혈을 기울이는 이유다. 국제태권도사관학교 설립 또한 매우 중요한 요소다. 경기지도자와 심판 등 태권도 전문과정과 태권도 전문 재활물리치료사와 한방 氣치료사 등 태권도 의료인 양성, 그리고 영화 및 드라마 태권무술 엑스트라 양성 등 모두에게 더 가깝고 특별한 교육의 장으로서의 기능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5000년 역사의 민족적 토양에서 자란 태권도가 K-POP이나 뮤지컬 등과 어우러져 인류가 함께 즐길 수 있는 태권문화 콘텐츠 개발의 산실이 되어 전 세계인이 꼭 한번은 방문하고 싶어 하고 다시 방문하게 되는 관광도시로 만들어져야하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인간과 자연이 공생하는 힐링과 치유의 청정환경 조성, 무주만의 가치를 인정받는 반딧불문화 창달, 전천후 레포츠관광휴양의 4계절 국민관광 요람 조성 등을 통해 “모든 관광의 길은 무주로 통한다”는 공식을 만들어 내는 일도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비수기가 없고 얘깃거리가 많고 만남이 넘쳐나는 ‘자연특별시 무주‘의 천만관광객시대를 열어 지역소멸 위기를 돌파해야 한다. 사람들을 오게 하되 다시, 또 자주 오게 하는 2024년 무주방문의 해가 대한민국 대표관광 1번지의 꿈을 이루는 성공의 꼭지점에 이르기를 간절히 기원해 본다. /황인홍 무주군수
배추흰나비 두 마리 날아간다 자기야 자기야 깔깔 호호 엉켰다 풀어졌다 풀어졌다 엉켰다 허공마당을 누벼 활활 타오르던 봄 내내 긴 하루였다 △짧고 아름답다. 시속으로 걸어가 보니 동심의 내가 된다. 저절로 눈 앞에 펼쳐지는 그림이 봄을 색칠하고 있다. 봄이 “엉켰다 풀어졌다” 하면서 나비 날갯짓은 “활활 타오르고” 있으니 “자기야”를 수백 번 불러서 보여주고 싶을 것이다. 겨울은 봄을 이길 수 없던가. 통증의 고통에 부대끼며 사는 사람에게 이 시를 읊어주고 싶다. 얼마나 평화로운가. 허공 마당을 누비며 춤추는 나비가 얼마나 부러울까. 마당에 꽃처럼 피어오르는 봄볕으로 얼마나 뛰어가고 싶을까. / 이소애 시인
오랫동안 과학자의 길을 걸어온 나는 질서라는 말에 익숙하다. 질서의 사전적 의미는 ‘전체를 형성하고 있는 다수의 구성물 사이의 규칙적인 관계’를 뜻한다. 필자는 수십 년 동안 이 보이지 않는 ‘규칙적인 관계’를 탐구하며 자연의 위대한 질서에 경탄하곤 하였다. 그 중에서도 봄날 꽃피는 과정은 경이로움 자체다. 현화(顯花)식물들은 어떻게 기온이나 밤낮 길이의 변화를 알아채고 꽃피울 시기를 판단하는 걸까. 그 의문에 대한 답으로 식물학자들은 1930년대부터 잎에서 생성되는 플로리겐(florigen)이라는 호르몬과 개화유전자의 상호작용 결과라는 무미건조한 개화생리이론을 제공해줄 뿐이었다. 그래서 필자는 공허한 과학자의 눈을 닫고 봄날 꽃의 영혼이 활짝 피어나는 순간을 간절하게 지켜보았다. 겨울이 아무리 추워도 꽃은 제 삶의 온도를 잘 알고 있다. 물이 해수면의 대기압에서 100℃에 끓어오르듯, 살아있는 모든 것들은 영혼이 피어나는 저마다의 비등점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동백, 매화, 산수유, 목련, 개나리, 진달래, 벚꽃, 유채, 철쭉, 복사꽃들은 자기 영혼의 비등점 순서에 따라 꽃을 피운다. 관찰한 바에 따르면, 매화는 10℃ 이하에서도 작고 앙증맞은 꽃잎을 연다. 목덜미가 선득한 날에도 쨍하고 볕이 나면 매화는 주저없이 속을 내보인다. 산수유도 10℃ 언저리에서 노랗게 빛을 낸다. 목련은 낮 기온이 13℃를 넘어가는 날을 기다렸다가 소리 없이 꽃을 피운다. 이때 쯤 개나리가 덩달아 노랗게 울타리를 덮는 사이 진달래도 슬그머니 피어난다. 며칠 지나면 양지바른 곳의 벚꽃이 이르게 피기도 한다. 벚꽃은 16℃ 이상이 사나흘 지속될 때 핀다. 이렇듯 꽃은 온도에 맞춰 본심의 꽃을 세상에 내놓으며 자연의 질서를 지키며 제 삶을 살아간다. 식물이 꽃피우는 일을 두고 세상의 질서를 들먹이는 것은 단순한 수사적 비약이 아니다. 봄꽃을 관찰하다가 삶의 온도를 생각해본다. 오래전에 읽었던 소설 냉정과 열정 사이가 떠올랐다. 현재의 내 삶은 냉정과 열정 사이 어디쯤일까? 젊은 날 정의감과 패기로 천방지축 내달리며 영혼을 한껏 고양시켰던 때를 떠올린다. 동시에 고희(古稀)를 바라보는 지금 평온하고 차분한 시선으로 지난날을 반추하는 나를 본다. 장고 끝에 사는 일은 한 송이 꽃을 피워가는 과정이라는 생각에 이르렀다. 누군가는 젊은 날 일찍 화려한 꽃을 피우기도 하지만 보통 사람들은 자신의 꽃을 피우기 위해 여전히 최선의 삶을 살아내는 중이다. 필자도 마찬가지다. 매일 아침 눈을 뜨며 이렇게 다짐한다. “오늘이야말로 내 꽃을 피우기 딱 좋은 온도가 아닐까?” 하루하루 자기 삶의 온도를 올리며 살아가는 사람들은 무질서한 세태나 세파에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봄꽃이 열정의 최고조에 이를 때 비장(秘藏)의 속잎을 드러내는 것처럼, 우리도 최선의 삶을 살면서 차분히 영혼의 온도를 높일 때 눈부신 인생의 꽃을 피워낼 수 있으리라. 꽃을 피우는 건 사람만이 아니다. 한 나라나 지역의 자긍심, 문화, 역사, 과학·기술 같은 것들도 꽃피울 날을 기다린다. 나라꽃 무궁화도 개화할 날을 끈기 있게 기다리고 있듯 대한국인 모두 조금씩 삶의 온도를 높인다면, 우리의 어우러진 열정이 비등점에 이르러 한민족의 영혼을 찬란하게 꽃피울 수 있지 않을까. /신형식(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장, 시인)
김관영 지사가 취임 9개월이 되어 평가하기가 빠른감이 없지 않지만 그래도 공약사항 이행여부나 조직장악여부 그리고 소통과 협력 등을 통해 파악해볼 수 있다. 민의 심판을 받아 지사가 된 것은 개인적인 영광을 넘어 자랑이 아닐 수 없다. 고시3관왕으로 단기필마로 경선을 거쳐 민선지사가 된 것은 도민들의 새로운 리더십에 적극 부응했기 때문이다. 50대 초반에 그의 포부를 도정에 반영시킬 기회를 잡은 것은 축복이 아닐 수 없다. 항상 일거수 일투족이 시비거리가 뒤따를 수 있기 때문에 언제든지 비판 받을 각오가 되어 있어야 한다. 젊은 패기로 도정의 지휘봉을 잡은 김 지사는 성과로 도민들에게 평가를 받으려고 안간힘을 쏟았다. 두뇌회전이 빨라서인지 성미가 급한 김 지사는 자나 깨나 기업유치에 올인하는 모습이다. 대기업 5개를 유치하겠다고 발벗고 나선 것은 무엇이 중헌지를 잘 파악한 것이다. 기업경쟁력을 높이려고 1사1담당공무원제를 채택, 기업애로를 덜어주는 것은 잘한 일이다. 김앤장에서 읽힌 성과주의를 도정에 접목했지만 그간 탁상행정에 이골 난 공무원들이 아직도 구태의연함에서 벗어나지 못해 걱정스럽다. 농축산물 판로망 확대를 위해 취임 초부터 미국 일본 아세안국가를 광폭 행보한 김 지사는 정치인 출신 답게 뛰고 있지만 참모진용이 제대로 뒷받침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철밥통에 찌든 공무원들의 생각이 하루아침에 바꿔지지 않아 큰 성과를 못내고 있다. 그간 전북도의 공무원들이 우렁각시마냥 변화에 민감하지 못했고 외부와의 소통이나 통합역량이 떨어져 주민들로부터 비판을 받아왔다. 하루가 다르게 세상이 변하는데 우물안 개구리 마냥 안일함과 보신주의에 급급한 탓이 컸다. 도민들도 김 지사에 대한 기대가 큰 반면 우려의 시각도 만만치 않다. 사람과 돈이 모이는 전북을 만들려고 김 지사가 불철주야로 뛰었지만 도민들에게 홍보부족으로 그의 철학이 제대로 스며들지 못했다. 엘리트 출신 답게 출연기관장 후보로 최고의 인물선택을 했지만 도 의회와 사전소통이 부족해 낙마한 일도 있었다. 정무직들이 사전에 김 지사의 인사배경을 의회에 충분하게 설명했더라면 최악의 참사는 막을 수 있었다. 사전내락설로 청문회 일정을 뒤로 미뤄 잡으면서 의회와 충분하게 소통해서 전북신보재단 이사장으로 진안 태생의 한종관 신보전무 출신을 기용한 것은 잘한 일이다. 김 지사가 이재명 대표의 영입인재 1호로 복당해서 지사가 되었지만 전북 국회의원들과 아직도 물 기름처럼 각자도생하는 구도라서 내년 총선 때 함께 철학을 공유한 사람이 몇이나 당선되느냐가 관건이다. 반면 정무 감각이 뛰어난 김 지사가 윤석열 대통령과 비교적 관계가 좋아 중앙정부나 국힘과도 소통을 잘하고 있다. 특히 예전과 달리 서거석 교육감 우범기 전주시장과도 소통과 협력을 잘해 전북발전에 모멘텀을 형성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취임2년차를 맞은 김 지사가 성과를 내려고 너무 급하게 도정을 이끈다는 지적도 있지만 겸손을 무기로 부드러운 리더십이 어떤 결과를 맺을지는 더 지켜볼 일이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도합 12년이나 되는 초중학교 시절은 대체로 지겹고 칙칙한 기억으로 남았지만 즐거운 시간이나 중요한 배움이 전혀 없었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내 경우 가장 기억에 남는 행복한 학교생활은 고2때 찾아왔다. 돌이켜보면 신기한 일이었다. 고2는 보통 코앞에 닥친 입시의 압박이 극에 달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공부 이야기는 오늘의 본론이 아니지만 이때 나는 성적도 일생의 바닥을 치고 있었다. 여러 가지 정황들을 보자면 일생 가장 우울하고 두려운 시간을 보내야 옳았을 시기에 나는 가장 행복했다. 나만 행복했던 게 아니었다. 그때 우리반은 전교에서 가장 사이가 좋은 반으로 소문이 났다. 입시를 앞두고 까칠해진 사춘기 소녀들 60명을 모아놓았는데 믿을 수 없이 다정하고 화목했다. 그때 우리가 행복했던 것이 대체 어떤 모습이었냐고 말하면 딱 꼬집어 말할만한 일이 없다. 그냥 우리는 학교에서 마음이 편안했고 각자의 문제들을 잊은 채 수다를 떨며 하루를 보냈다. 가장 기억나는 남다른 풍경은 우리의 점심시간이었다. 점심시간에는 수업시간동안 헤어져 있던 절친들이 다시 뭉치는 것이 중요했으므로 도시락을 들고 다른 반으로 뛰어가는 일도 흔했다. 인싸들은 커다란 그룹을 이루고 시끌벅적하게, 아싸들은 혼자 혹은 둘이서 조용히 밥을 먹는 것이 보통이었다. 하지만 행복했던 우리 교실에서는 그런 소란스러운 재배치가 일어나지 않았다. 누가 시킨것도 아닌데 우리는 그냥 앉은 자리 그대로 네다섯명씩 짝지어 도시락을 나누어 먹었다. 몇 주에 한번씩 자리를 바꾸었는데, 그래도 마찬가지였다. 우리는 새로 만난 이웃들끼리 새로 그룹을 이루어 종알거리며 밥을 먹었다. 곧 절친을 찾아 다른 반에서 달려오는 아이들이 없어졌다. 그들은 자기 절친이 낯선 아이들과 만족스럽게 밥을 먹는 모습에 놀랐고 절친들의 배타성이 없는 그 그룹에 굳이 끼어들 이유를 느끼지 못했다. 그들이 불평하지 않고 조용히 각자의 교실로 돌아갔던 것은 우리가 만든 희귀한 행복에 대한 존경의 의미였을 것이다. 우리 60명은 1년동안 절친도 왕따도 없이 오붓했다. 그것은 분명 흔치 않은 일이었다. 우리는 모두 우리 반이 특별하다는 걸 알았고 그 사실을 자랑스럽게 여겼다. 그 아름다운 시간에 보이지 않는 연출자가 있었음을 깨달은 것은 어른이 되고 난 뒤, 관찰자의 시선으로 교실을 다시 보게 된 이후였다. 그 탁월한 연출자는 우리 담임선생님이었다. 20대 후반의 미혼여성이었던 그분은 아주 침착한 성격이었고 말수가 적었다. 사이좋게 지내라고 강조한 적도 없었다. 하지만 그분은 이런 식으로 움직이셨다. 어느 날 담임선생님이 나를 부르시더니 어제 학급청소시간에 무엇을 했냐고 물으셨다. 나는 약간 죄책감을 느끼며 학생회 회의에 다녀왔다고 대답했다. 어쩌면 야단을 맞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는데, 선생님은 잠깐 생각하더니 이렇게 말했다. “알았다. 다음부터는 청소시간에 회의하지 마.” 겨우 그것 뿐이었다. 나는 이후로 청소를 땡땡이치고 학생회 회의에 가는 얄미운 행동을 다시 하지 않았다. 그것이 보이지 않는 손, 또는 어른의 일이었다는 걸 깨달은 것은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뒤였다. 그분이 그런 식으로 많은 일들을 보이지 않게 바로잡으셨으므로 우리는 누구나 사이 좋게 1년을 보낼 수 있었다. 하지만 그분은 한번도 그 일을 당신의 공적으로 내세우지 않았다. “우리 반 아이들이 참 착해서요.” 그때 우리반이었던 아이들 중에 유명인이 되거나 대 부호가 된 사람은 드물겠지만, 우리는 평범한 사람이 누릴 수 있는 영광의 시간을 살았다. 학교에서 일어날 수 있는 야만과 폭력의 일들로 한참동안 세상이 들썩였다. 드라마에서 보던 것보다 더 추하고 파렴치한 일들을 뉴스로 접해야했다. 아이들이 저지른 일이었지만 거기에는 보이지 않는 연출자가 있었다. 어른의 삶이 아이들의 삶을 연출하게 된다는 것은 놀랍고도 두려운 일이다. 나의 선생님은 모든 아이들이 싸우지 않는 행복한 1년을 연출했고 뉴스 속의 부모들은 법과 권력을 총동원한 학폭 드라마를 연출했다. 내가 연출한 폭력 드라마의 주인공이 내 자식이 되어 불행과 불명예까지 모두 그 아이의 목에 걸게 될 줄을, 그들은 알았을까. /심윤경(소설가)
재병역판정검사란 병역판정검사(병역처분)를 받은 다음 해부터 4년까지 입영연기 등으로 입영(소집)하지 않은 사람은 그 기간 동안에 신체건강 상태가 변할 수도 있으므로 병역처분을 받은 다음 해부터 5년이 되는 해에 건강상태를 다시 확인하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이는 재병역판정검사를 실시하여 그 결과에 따라 병역을 이행하도록 함으로써 병역처분의 정확성과 병역이행의 형평성을 제고하기 위한 위함입니다. 2023년 재병역판정검사 대상은 2018년도 병역판정검사시 현역 또는 보충역으로 병역처분을 받고 2022. 12. 31.까지 징집・소집되지 아니한 사람입니다. 다만 이미 재병역판정검사를 받은 사람, 재병역판정검사를 받아야 하는 해에 입영연기사유가 끝난 사람으로서 입영(소집)일자가 결정된 사람(단, 입영일자에 입영(소집)하지 않은 사람은 제외), 각종 병적에 편입된 사람 등은 재병역판정검사를 받지 않습니다. 또한 재병역판정검사 대상자들이 학업・직장생활에 맞춰 편리하게 재병역판정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재병역판정검사 일자 및 장소 본인선택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재병역판정검사 일자 및 장소 본인선택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병무청 누리집 → 민원신청 →병역판정검사 → 재병역판정검사 일자 및 장소 본인선택(신체검사 후 5년이 되는 해)에서 신청. 학생, 학원생, 직장인 등으로 학교, 학원(직업전문학교), 직장소재지 등 실거주지에서 재병역판정검사를 받고자 하는 사람은 실거주지 관할 지방병무청에서 재병역판정검사를 받을 수 있고, 다음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 중 관할 지방병무청 병역판정검사가 없는 기간에 재병역판정검사를 희망하는 사람은 인근지방병무청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광주・전남전북, 대전・충남충북, 부산·울산․경남, 강원도경기북부 ‘병무청 누리집(www.mma.go.kr) → 병역이행안내 → 재병역판정검사’란을 찾아보시면 보다 자세한 사항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전북지방병무청
약 한 달 전 필자는 유튜브에서 믿기지 않는 영상 하나를 보았다. 미국 교육계가 어떤 AI(인공지능) 때문에 골머리를 썩고 있다는 것이다. 영상에서 말하는 바로는 미국 학생들이 레포트나 시험 답안을 AI로 작성해 가는 통에 숙제가 사라지고 학교는 AI가 대필한 답지를 걸러내는데 애를 먹고 있다는 것이다. AI가 레포트에 담아야 할 주제를 제대로 이해하고, 이걸 완결된 문단, 한 편의 글로 쓸 수 있다고? 더군다나 이게 미국 내에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될 정도로 보편적인 현상이 되었다고? 믿을 수 없는 말이었다. ‘챗GPT’ 이게 그 AI의 이름이었다. 사용자와의 대화를 통해 필요한 정보를 전달해주는 일종의 검색엔진. 단순히 검색한 정보를 나열하기만 하는 구글이나 네이버와 같은 포털사이트의 검색엔진과 달리 자신이 가지고 있는 정보들을 나름대로 조합하고 걸러내어 완결된 문장과 문단으로 정리해준다는 AI. 당혹스러웠다. 필자가 AI에 대해 알지 못해서 그런 것이 아니었다. AI 알파고가 인간 이세돌을 이긴지 오래고, AI가 고흐나 렘브란트 같은 거장의 화풍을 따라 그리는 것이 놀랍지 않은 시대이다. 필자가 당혹스러웠던 지점은 AI가 가진 말도 안 되는 연산능력이나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정보력 같은 것이 아니었다. 필자를 당혹스럽게 했던 것은 AI가 ‘그럴듯한’ 정보를 새롭게 생산해내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문제는 이 정보들이 AI가 주는 인상만큼 정확성을 담보하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그토록 핫한 챗GPT 역시 스스로 제공하는 정보가 일부 부정확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당연한 얘기다. 당장에 챗GPT만 해도 2021년도까지 정보만을 학습한 채 22년 11월 대중에게 공개되었으므로 23년도 현재의 최신 정보에는 취약하다. 그리고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서비스인 만큼 온라인상에서 유통되는 데이터, 사용자와의 대화를 통해 새로운 정보를 습득하기도 한다. 이는 AI가 습득한 정보가 항상 공신력 있고 검증된 내용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이미 정보의 파도 속에 휩쓸리며 살고 있다. 온갖 인터넷 매체를 통해 수많은 정보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쏟아져 들어온다. 우리는 그 안에서 필요한 정보를 찾고, 검색한다. 하지만 우리가 보고, 듣고 있는 정보가 확실한 정보인지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판단을 할 때 한 가지 정보만 보는 것이 아니라 몇 개의 정보를 비교하고 거기서 나름대로 맞다고 생각되는 것을 ‘선별’해낸다. 그 선별의 과정이 정교할수록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있다. 챗GPT는 이러한 선별의 과정을 무색하게 만들어버릴 수 있다.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방대한 데이터를 가진 AI가 제안한 검색 결과물을 우리가 의심하는 것이 쉬울까? 압도적으로 똑똑한 AI가 내놓는 결과물은 대체로 맞는 말일 것이다. 하지만 그 안에 숨어 있을지 모르는 쌀 한 톨 만큼의 오차는 눈 감고 넘어가도 되는 것일까? 챗GPT와 같은 인공지능 프로그램이 늘어나고 훨씬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하더라도 우리는 정확한 정보를 선별해내는 과정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AI는 우리의 일상을 윤택하게 만들어주는 일종의 도구일 뿐이다. 대신 답을 찾아주는 정답지나 해결사가 아니다. 눈 깜짝할 새 이미 와버린 인공지능의 시대. 온전히 누리기 위해 우리는 의심하고 판단하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장보람 완주 문화도시지원센터 공유문화팀장
나는 산길을 좋아한다. 어머니의 포근한 가슴을 품은 듯 너그럽고 유연한 출렁임이 더 좋다. 은근하고 여린 정취가 묻어 나오는 산골 집 사립문을 열면 물오른 초록 드레스의 창취한 솔 내음이 삼베보자기에 싸서 마시는 기분이다. 산은 음과 양을 지니고 있어 운치가 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4계절이 있고 두 팔 벌려 하늘을 올려보면 쇠락한 마음을 가져다준다. 바라볼수록 고요하고 평화롭다. 우러러보면 더욱 높고 자세히 바라보면 견고하다. 앞에서 보면 홀연히 뒤에 있는 것 같고 뒤에서 보면 문득 앞에 있다. 산은 나에게 언제나 예를 갖추라고 다듬어 주며 침묵으로 안아 준다. 산은 자연을 조절하는 조종사다. 이른 봄의 산은 요술 같은 색깔로 말을 건다. 산 그늘의 잔설 사이로 흐르는 차가운 물을 따뜻하게 해 줄 줄도 알고, 멧새들의 지저귐을 들어 주고, 산새들의 목청도 조절해 준다. 그리고 골짜기 논에는 진수성찬을 마련해 주기도 한다. 때로는 겸허해야 한다며 일러 준다. 또 산은 곁두리를 인 아낙들의 속치마를 날리는 짖궂은 장난기도 있다. 오래된 사찰의 돌담 옆 늙은 모과나무도 영글게 해주고 나물 캐는 아가씨들에게 찬란한 꿈도 선물해 줄 때도 있다. 참빗으로 빗은 듯 초록을 가지런하게 해주며 화가를 감동시키는 마력도 있다. 세상 사람들과 피붙이들은 나에게 가끔 고통과 절망을 주었지만 산은 누구에게나 휴식과 위안을 주며 추억을 안겨주고 힘들어 산응 찾는 자들에게는 용기와 희망과 힘을 주었다. 나도 노쇠해지면 산중에 집을 짓고 싶다. 산에 살면서 자연의 꽃밭을 일구어 먼 산의 햇살을 안방으로 초대해 대화할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을 것 같다. 초가삼간이면 어떠랴? 안방은 왕골자리를 깔고, 지금 가지고 있는 버들고리 장은 작은방에 들여놓고, 방에는 학 무늬가 돗자리 깔아 가끔 찾아오는 친구들 쉬어가라 하고 싶다. 진돗개 한 마리도 키우고 울타리가 없으니 온 산이 우리 집 마당이겠다. 봄에는 계곡의 부서지는 물소리를 들으면서 콩도 심고, 옥수수도 심고, 진달래꽃잎을 따서 술도 담그리라, 여름에는 맨드라미 잎을 얹어 시루떡도 빚고 친구들 불러들여 옥수수 쪄 먹으면서 달콤한 매실주도 마시고 매실주에 취해 노근해 지면 뚝배기에 송이버섯을 넣어 된장을 끓여 안주삼아 고등어 등빛 같은 하늘을 바라보며 막걸리도 한 잔 하고 싶다. 가을에는 다래가 익어가고 저녁이면 모닥불에 쑥 내음으로 모기를 쫒고, 별빛들과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여 오동잎 질 때면 더덕을 캐다 술 담아 술 좋아하는 작은사위에게 주고 싶다. 장작으로 군불 지핀 방에서 속세를 떠나 온 친구들과 겨울을 맞고 창호지를 발라 말린 창문으로 스며드는 부엉이 소리를 들으며 겨울을 살면 또 다시 봄이 찾아올 것이다. 산은 위대하다. 산 짐승들의 보금자리를 마련해주고 보호해 주는 자비와 덕을 지녔다. 그래서 사람들은 산을 찾고 산에서 살고 싶어 한다. 나는 TV에 나오는 산에서 사는 자연인들을 보면서 그들의 삶이 화려하진 않아도 순수해 보인다. 내가 꼭 이루고 싶은 소망이 있다면 산의 논 몇 마지기 값 마련하여 산골로 들어가 살고 싶다. 그리고 수필과 벗하면서 사는 자연인이 되고 싶다. 산은 무거운 짐을 진 과거를 벗어버린 자들에게 세속의 짐을 벗어 홀가분한 희열을 안겨줄 것이다. △황복숙은 성심여고 시절부터 꾸준히 수필을 써왔으며 <수필과 비평>으로 등단해 수필집 '그리움이 사는곳'을 펴냈다. 현재 안골수필반 총무를 맡고 있으며 전북문인협회. 대한문학작가회, 전북수필문학회, 온글문학 회원이다.
국회 체포동의안 무더기 이탈표로 촉발된 민주당 내홍이 예사롭지 않은 가운데 현역 의원 등 지역위원장을 평가하는 새 당무감사 방식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실상 결자해지 차원의 이 대표 용퇴를 촉구하는 메시지가 이탈표에 반영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뒤숭숭한 형국이다. 이런 상황에서 불거진 당무 평가 항목에서 권리당원의 영향력이 강화됨에 따라 내년 총선 공천 향배에 변수로 등장하고 있다. 정운천 의원의 불출마가 담고 있는 전주을 재선거 의미와 함께 기득권 독점 구조 민주당에서 혁신 공천이 과연 이뤄질지 최대 관심사다. 일부 언론 보도에 따르면 민주당 혁신위는 당무감사 평가 항목에 '권리당원 여론조사'를 새로 추가하는 방안과 함께 당 지도부 선출 시 권리당원 반영 비율을 늘리는 내용을 논의하고 있다. 전당대회 투표에서 권리당원 비중을 현행 40%에서 50%로, 대의원 투표는 30%에서 20%로 조정한다는 것. 권리당원 120만 명 중 이 대표 지지 강성 당원들이 절대 다수를 차지한다는 점에서 모종의 노림수가 있는 것 아니냐며 경계하고 있다. 지난 대선 전후 입당한 이들을 가리켜 '개딸'이라 부른다. 당 안팎에선 벌써부터 강성 당원에 의해 향후 공천 심사나 지도부 구성이 휘둘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권리당원 여론조사가 당무감사 평가에 포함되면 총선을 겨냥해 특정 계파 찍어내기에 악용될 소지가 있다며 껄끄럽다는 반응이다. 무엇보다 혁신위 안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권리당원의 입김이 세진다는 것이다. 이탈표 색출 작업을 주도하며 당을 소용돌이에 몰아넣은 이들 지지층이 당내 핵심 세력으로 활동하는 것에 대해 다소 불편한 시각이다. 마치 홍위병같은 이들을 통해 의원들을 줄 세우거나 대오 이탈을 방지하고 사법 리스크에 대응하려는 의도로 비쳐지기 때문이다. 이탈표를 둘러싼 당내 난맥상 이후 민주당 지지율이 30% 아래로 떨어졌다. 기득권 보루처럼 여기는 권리당원의 당무 개입이 지나치게 확대되는 건 민심을 좇는 대중 정당으로선 시대착오적 악재다. 정치 신인의 진입 장벽을 낮춰 세대교체를 열망하는 유권자 입장과도 정면 배치된 까닭이다. 특히 전북을 포함한 호남 지역은 민주당 독점 구조가 워낙 견고해 권리당원 비율이 곧 승패를 좌우할 정도다. 이런 가운데 정운천 의원의 전주을 불출마가 던져주는 메시지는 의미심장하다. 그는 전북 현안 해결을 위한 여야 협치의 중요성을 역설했지만 속내는 지지율 정체가 영향을 미쳤으리라 짐작된다. 민주당이 불참한 최상의 선거 대진표 상황에서도 그가 링에 오르지 못한 건 전북 정치의 현주소를 여실히 보여준다. 지역 현안 해결사로 명성을 쌓아 온 정 의원이야말로 인물 경쟁력 면에서 호평을 받는 건 사실이다. 그럼에도 ‘국민의힘 후보’ 타이틀로는 지역 정서의 두터운 벽을 넘지 못하는 것도 현실이다. ‘묻지마 투표’ 성향이 강한 지역 현실에서 아무리 인물론을 주창한 들 ‘메아리없는 외침’ 에 불과해 안타까울 뿐이다. 김영곤 논설위원
김대중, 김영삼 등 소위 양김씨와의 권력투쟁에서 밀렸고, 또 한편에선 사쿠라 논쟁의 한복판에 서기는 했어도 소석(이철승)이 한창 정계의 중심에서 활동하던 시절, 전북민들은 사회 전반적인 호남홀대의 기류 속에서도 적어도 공개적으로 함부로 무시당하지는 않았다. 여권이든 야권 인사든 그의 앞에서 전북에 대해 함부로 말했다가는 공개적으로 뺨을 맞을 각오를 해야 했기 때문이다. 비단 소석뿐만 아니라 박정희, 전두환으로 이어지는 군사독재정권 아래에서도 전북 출신 정치인이나 지도자 중에는 이런 결기가 있었다. 그래서 중앙무대 어디에서도 적어도 전북이나 전북도민이 공개적으로 비하당하는 일은 생각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이제 전북은 동네북 신세가 돼버렸다. 중앙에 가서 제대로 투쟁하고 목소리를 전달하라고 뽑아보낸 정치인들이 각자 제살길만 찾아 눈만 껌뻑이면서 결기를 보여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대표적 사례가 지난 7일 KBS1 라디오 프로그램 ‘성공예감 김방희입니다’에 출연한 한 KBS 기자의 발언이다. 그는 전주에 있는 국민연금 기금운영본부의 서울 이전 찬반에 관한 대화를 나누다 “제 친구 중에도 운용역(자금담당인력)으로 있다가 도저히 못 살겠다. 여기 소냄새 난다 돼지우리 냄새난다 (웃음) 그러면서 올라온 친구도 있다”고 발언했다고 한다. 급기야 국민의힘 공정미디어위원회는 “지금 전주에 사는 65만명의 전주시민들은 모두 다 고통 속에 살고 있다는 말인가”라며 “시청자들 항의가 빗발치자 KBS 자체 심의에서도 이 문제가 지적된 것으로 알려졌다. 아무리 자유롭게 자신의 견해를 피력하는 프로그램이라고는 해도 할 말이 있고, 하지 않아야 할 말이 따로 있는 법이다. 철없는 기자의 돌출 발언이라고 치부하기에는 너무나 어이가 없다. 전북도민의 자존심을 짓밟아놨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전북에서는 “비하발언이 아니라 망언에 가깝다”고 분노하는 목소리가 진동하겠는가. KBS 노조까지 성명서를 통해 ‘KBS의 기본 가치를 정면으로 무너뜨린 지역비하 발언’이라고 비판했겠는가. 어물쩡 이번 일을 넘겨선 안된다. 전북민의 자부심을 깡그리 짓밟은 행태에 대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버르장머리를 확 뜯어 고쳐야 한다. 확실히 사과하고 응분의 조치는 물론, 재발방지책도 제시돼야 한다. 전북의 지도자들이 이번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면 도민 앞에 설 자격이 없다. 모두 사퇴해야 한다.
전북도가 교육부의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사업 시범지역으로 선정됐다. RISE는 지자체 주도로 대학을 지원해 지역과 대학의 동반성장을 추진하는 체계다. 올부터 2년간 시범운영을 거쳐 2025년 전 지역에 도입될 예정이다. 전북도는 최근 ‘지자체-대학 협력기반 지역혁신사업(RIS)’에 이어 RISE사업까지 교육부가 역점 추진한 공모사업에 잇따라 선정됐다. 중앙정부의 재정지원으로 지방대학 혁신과 지역발전을 이끌 동력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전북도의 역량과 역할에 기대와 관심이 쏠린다. 인구절벽의 시대, 대학과 지역의 위기 극복을 위해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해야 하는 전북도의 책무가 더 막중해졌다. 지역과 대학의 동반성장을 이끌어야 하는 막중한 권한과 책임을 새로 가져왔기 때문이다. 저출산 고령화 시대, 수도권 쏠림 현상까지 심화되면서 대한민국의 지방대학과 지방도시는 백척간두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벚꽃 피는 순서대로 대학이 문을 닫는다’는 의미로 지방대의 암울한 현실을 빗댄 이른바 ‘벚꽃엔딩’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지역혁신의 플랫폼이 되어야 할 대학의 몰락은 지역사회의 붕괴를 앞당길 게 뻔하다. 전국적인 위기지만 전북지역이 상대적으로 더 심각하다. 노인인구의 비중이 높고 청년층 인구 유출이 심각해 14개 시·군 중 10개 지역이 소멸을 걱정해야 하는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돼 있다. 지역과 대학의 동반성장을 추구하는 지자체 주도 대학 지원사업의 성공모델을 전북에서 만들어 내야 한다. 중앙부처의 대학 재정지원사업 집행 권한을 지방자치단체로 넘기는 교육부의 RISE사업에 대해서는 기대와 함께 우려의 시각도 적지 않은 게 사실이다. 전북도는 민선 8기 출범과 동시에 전라북도 교육협력추진단을 구성하고 지자체-대학-교육청이 함께하는 교육협치 체계를 구축했다. 또 토론회 등을 통해 ‘지자체-대학, 지방 위기 공동 대응’ 방안도 모색했다. 일찌감치 지자체와 대학이 소통·협력시스템을 구축하고, 지역위기 공동 대응 및 동반성장 방안을 모색하면서 RISE사업 추진의 토대를 마련한 것이다. 전북도가 중심에 선 이번 RISE사업이 지역소멸 위기 극복을 넘어 전북 대전환의 시대를 여는 핵심 동력이 되길 바란다.
제3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8일 끝났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가운데 이날 순창군 구림면에서 안타까운 대형 교통사고까지 일어났다. 구림농협 조합장 선거에 투표하기 위해 줄지어 서 있는 조합원들을 향해 1t 봉고트럭이 돌진해 20명 가량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대부분 고령의 조합원들이라 후유증이 클 것으로 보인다. 이번 3·8 조합장 선거는 전국 1347개 단위조합에서 실시되었으며 전북에서는 110개 조합에서 조합장을 선출했다. 이중 단일 후보로 나와 무투표 당선된 조합이 13곳이다. 우선 새로 당선된 조합장들에게 축하의 박수를, 고배의 아픔을 맛본 낙선자들에게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 지금 농어촌은 심각한 고령화와 쌀값 폭락 등으로 위기에 처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농어촌 지역의 최대 조직인 농협과 수협 등의 책임은 막중하다. 특히 전북은 농도로서 최근 일어난 신동진벼 파동 등으로 농민들의 삶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이러한 때일수록 농협의 건실한 운영과 경쟁력 강화가 필수적이다. 이번에 뽑힌 조합장들은 이러한 농어촌의 위기를 최전선에서 돌파할 참일꾼이 되었으면 한다. 그러나 현실은 반드시 그렇지만도 않은 듯하다. 조합장에 당선되면 4년 동안 제왕적 권한을 갖고 군림하려 드는 경우가 없지 않다. 억대 연봉에 직원 인사권까지 쥐고 있어 무소불위의 권력이다. 여기에 하나로마트나 로컬푸드점, 주유소, 영농자재센터 등을 운영하고 대출 등 신용사업까지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농어촌지역의 경제 수장인 셈이다. 그래서 전국동시조합장선거를 ‘제2 지방선거’라 부르기도 한다. 이들은 또 정치권을 넘보는 경우도 상당수다. 이에 따라 선거 때마다 조합장 자리를 두고 학연 혈연 지연에 금품살포까지 횡행하는 게 현실이다. 이번 선거가 끝난 후 선거법 위반 등으로 수사를 받고 중도 하차하는 경우도 발생할 것이다. 국회는 이번 기회에 현재 계류 중인 비상임 농협조합장의 연임 횟수를 제한하는 법률 개정안을 통과시켰으면 한다. 또한 정부는 공명선거를 위해 후보자 토론회와 공동연설회 실시 등 부정선거를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주길 바란다. 어쨌든 이번 선거는 막을 내렸다. 이번에 선출된 조합장들은 위기에 처한 농어촌을 살리는데 앞장섰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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