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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안심망, 도내 전역으로 확대하라

치매는 세상에서 가장 슬픈 병이다. 점차 기억을 잃어가다 가족은 물론 자신마저 잃기 때문이다. 이러한 치매에 대해 전주시가 시민 누구나 복지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튼튼한 치매 안심망을 갖춰 나가기로 했다. 개인이 감당하기 어려운 질병에 대해 자치단체가 관심을 갖고 좀 더 많은 서비스를 지원한다고 하니 반가운 일이다. 전주시는 19일 ‘2023년 치매사업 확대보고회’를 갖고 치매 안심망을 대폭 확대키로 했다. 이날 보고회에서 전주시보건소는 내년부터 전 시민 치매치료비 지원사업 확대는 물론 조호물품 지원사업 확대, 치매안심마을 확대 운영 , 치매환자 맞춤형 사례관리 확대 등 기존 사업을 대폭 늘려나가기로 했다. 또한 신규사업으로 치매환자 돌봄재활 지원사업을 비롯해 치매안심병원 지정·운영, 치매 안심 송영 교통서비스, 동네방네 찾아가는 치매예방사업, 인공지능(AI)인형 활용 치매예방 돌봄서비스 등도 추진한다. 나아가 치매 관련 인프라를 확충하기 위해 ‘(가칭)행복누리마을’을 조성하고, 치매안심센터도 추가 설립하는 방안을 검토키로 했다. 치매는 예전에 망령, 노망이라 부르면서 하나의 노화현상으로 보았다. 하지만 치매는 후천적 원인으로 인해 기억, 언어, 판단력 등의 인지기능이 떨어지는 뇌질환이다. 주로 노년기에 많이 생기며 심장병, 암, 뇌졸중에 이어 4대 주요 사인으로 꼽힌다. 중앙치매센터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2020년 65세 이상 노인 중 추정치매환자수는 84만명이다. 전북은 4만3465명으로 유병률이 11.58%에 이른다. 노인 10명 중 1명 이상이 치매를 앓고 있는 셈이다. 또한 치매환자 1인당 연간 관리비용은 2061만원이며 국가치매 관리비용은 17조3000억원(전북 8958억원)으로 GDP의 0.9%를 차지한다. 앞으로 치매환자는 계속 늘 것이며 고령화가 급진전되면서 치매환자 돌봄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자치단체가 이에 대한 관심을 더 가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전국 각 보건소에 설치돼 있는 치매안심센터 중 전북의 서비스 이용률은 60.9%로 전국 64.1%에 못 미친다. 치매 상담콜센터 이용률도 2.88%로 전국 5.36%에 비해 현저히 떨어진다. 전주시의 치매 안심망을 도내 시군으로 확대하고 보여주기가 아닌 실질적인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2.12.20 18:15

새만금 신항은 걸작(傑作)이 돼야 한다

국가경제발전의 핵심 인프라는 항만이다. 국내 거의 모든 수출입 물류가 항만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항만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런만큼 항만은 기업의 물류를 지원하는데 불편함이 없이 건설됐다는 평가를 받아야 한다. 군산항에 대한 평가는 어떨까. 졸작(拙作)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1979년 1부두 완공이후 40여년 동안 조단위가 넘는 막대한 자본이 투입돼 항만 건설이 이뤄졌다. 오늘날 31개 선석을 갖추고 있지만 항만인들은 '항만이 왜 이렇게 건설됐냐 ' 며 비판을 서슴지 않는다. 원활한 하역 서비스 제공을 위한 부두간 하역장비 이동도로가 없는데다 배후 단지를 조성할 수 있는 배후 부지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해 항만경쟁력을 높일 수 없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군산항은 관계 공무원들이 장인의식(匠人意識)없이 일처리를 한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새만금 신항 건설기본계획 수립과 과련, 해양수산부의 '영혼없는 일처리'가 수면위로 부상했다. 지난 2019년 기본계획수립 당시 꼼꼼하게 신항의 교통량을 산정치 못함으로써 신항 진입도로의 총사업비 협의 과정에서 기획재정부와 차로 규모를 놓고 논란을 벌이는 단초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항만교통량은 부두뿐만아니라 배후부지에서 발생하는 교통량을 합해서 산정돼야 한다. 그러나 당시 해양수산부는 부두 발생 교통량만을 고려해 엉성하게 기본 계획을 수립했다. 해양수산부가 진입도로공사 발주를 앞두고 새로 교통량을 산정한 결과 2030년 신항에서 발생하는 교통량은 당초 기본계획상 산정된 교통량의 2.35배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이에 근거해 해양수산부는 총사업비 협의에 나섰고 4차로를 요구했다. 반면 기획재정부는 기본계획상 당초 산정된 교통량을 충족시킬 수 있다며 2차로의 개설을 주장하면서 논란이 진행중이다. 기본계획수립 당시 관계 공무원이 철두철미하게 교통량을 산정했더라면 이같이 불필요한 논란은 야기되지 않았을 것이다. 새만금 신항 건설사업은 오는 2040년까지 2단계로 3조이상의 사업비를 투입, 환황해권 거점항만을 조성하는 국가 차원의 인프라 구축사업이다. 새만금 신항은 육지와 접해 건설되는 다른 항만과 다르다. 인공섬 형태의 항만으로 우회도로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2차로 도로에 고장차량이라고 발생하면 물류가 중단된다. 또한 2차로를 먼저 건설하고 추후에 2차로를 추가하면 건설 비용이 더 소요된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항만진입도로의 경우 인천 신항은 8차로, 평택당진항과 목포신항은 6차로, 광양항은 10차로 규모인 만큼 새만금 신항의 진입도로는 최소한 4차로로 개설돼야 마땅하다. 그런만큼 관계 공무원들은 신항의 진입도로 개설부터 장인의식없이 허투루 일처리를 해선 안된다. 해양수산부는 기본계획상 산정된 교통량에 대해 오류가 있었음을 인정하고 있다. 그런만큼 기획재정부도 협의과정에서 추후 '감사' 등만을 고려해 2차로의 입장을 견지할 게 아니다. 새만금 신항은 하나의 작품이다. 추후에 군산항과 똑같이 악평(惡評)을 받아선 안된다. 해양수산부와 기획재정부 등 관계 공무원들의 철저한 장인의식이 투영된 걸작(傑作)이 돼야 한다. /안봉호 선임기자

  • 오피니언
  • 안봉호
  • 2022.12.20 18:14

규제 개혁의 충분 조건

지난 2018년 무렵이다. 고향 선배가 한옥마을 인근에 상가를 새로 지었다. 공사가 끝나갈 즈음 그는 큰 낭패를 겪었다고 한다. 1층에 커피숍 등 프랜차이즈 임대 문의가 줄을 이었는데 행정 규제 때문에 계약을 할 수 없다며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그 뒤 수 차례 상가협의회를 통해 생존권 위협하는 규제를 풀어달라고 읍소했지만 허사였다. 한옥마을 보존과 정체성을 지킨다는 명분아래 전국에서 몰려드는 관광객 취향과 선호도에 역행하는 근시안 행정을 고집한 것이다. 꽉 막힌 행정은 전북에 본사가 있는 업종 장사만 강요한 셈이 됐다. 먹고 즐기는 데 한계가 있다 보니 한옥마을은 그냥 스쳐 지나가는 관광지로 전락했다. 팔달로 주변 상가들은 각종 규제로 묶을 때는 한옥마을에 포함하고, 개발과 인센티브 혜택 때는 제외시키는 이중고를 겪어야 했다. 이처럼 지역경제 성장을 가로막는 ‘규제 대못과 전봇대’ 를 뽑기 위해 우범기 시장이 칼을 빼들었다. 그는 시민 의견을 수렴해 불합리한 규제를 풀고 서민경제 활성화에 앞장서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한옥마을 음식 품목 자율화와 함께 프랜차이즈 입점 제한 등을 속도감있게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우 시장은 선거 때부터 '경제도시 전주' 를 표방하고 이를 위해 그간 엄두를 내지 못했던 대한방직과 종합경기장 개발을 약속해 왔다. 그의 강공 드라이브는 지역경제 침체가 가속화되는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다. 과거 선거 유불리에 따른 정치적 판단으로 행정이 불합리한 규제를 만들어낸 점도 간과할 수 없는 대목이다. 우 시장 입장에서 규제 개혁을 둘러싸고 딜레마에 빠져 있다. 그가 전주 변화를 위해 규제 완화를 발표할 때마다 시민단체와 이익집단들이 제동을 건다. 침체된 분위기를 걷어내고 역동적인 전주를 만들어달라는 시민 요구에 부응함에도 막무가내식이다. 실제 재건축 재개발 용적률 완화를 통해 건설 경기 활성화를 추진하자 시민단체들이 반대 움직임을 보였다. 그런데도 건설 단체 어느 곳 하나 지지 성명은커녕 입장문 한줄 내지 못한다. 서울과 광주 업체가 지역 건설 시장을 싹쓸이하는 상황에서 지역업체가 맥을 못추는 이유다. 아무리 자본과 기술력이 부족 해도 자기 밥그릇과 관련해서 제 목소리를 낼 때는 똘똘 뭉쳐 내야지 그마저도 못하면 더 쪼그라드는 건 시간문제다. 전주의 개혁 드라이브는 우 시장 혼자 하는 게 아니다. 유관 기관이나 관련 단체들이 함께 나서 추진동력을 만들어줘야 한다. 최근 대한방직 석면 철거를 위한 대형 가림막 설치와 관련해 환경단체가 인근 맹꽁이 서식지 훼손이 우려된다며 공사 중단을 요구했다. 지난 2010년 전주 서곡교 부근 교통난 해소를 위해 언더패스 설치 주장이 나왔을 때 인근 전주천 수달 보호를 주장하는 환경단체에 막혀 무산된 적이 있다. 지금 그 일대는 출퇴근 상습 교통체증으로 악명이 높아 운전자들 불만이 폭발하기 일쑤다. 개혁 과제를 선거 때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됐으면 그것을 실천하는 것도 우 시장 몫이다. 김영곤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영곤
  • 2022.12.20 17:28

인물을 키워야 전북이 산다

지난 1987년 직선제 개헌과 함께 치러진 제13대 대통령 선거 때 노태우 김대중 김영삼 등 대선후보들이 새만금 개발을 대선공약으로 내세웠다. 이후 89년 11월 농림수산부에서 새만금종합개발사업 기본계획을 발표했고 노태우-김대중 담판을 통해 1991년 11월 새만금 방조제 공사가 착공됐다. 환황해권의 경제중심지를 표방한 새만금 개발은 낙후 전북의 비상과 함께 대한민국이 글로벌 자유무역의 중심축으로 우뚝 서길 기대했다. 하지만 31년이 지난 지금도 새만금은 여전히 바닷물 속에 잠겨 있다. 대통령이 일곱 번이나 바뀌면서 화려한 수사를 동원해가며 새만금의 성공을 굳게 약속했으나 결과는 말뿐이었다. 그나마 문재인 정부 들어 공항과 항만 철도 건설이 가속화됐지만 아직도 언제 내부 개발이 완공될지는 장담할 수 없다. 전북은 다른 모든 개발 기회를 포기한 채 30년 넘도록 오직 새만금에만 올인 해왔다. 그러다 보니 산업은 쇠락하고 경제는 쪼그라들고 젊은이는 고향을 등지면서 인구는 격감하고 있다. 전주를 제외하곤 13개 시군이 소멸 위기에 처했고 전주마저 인구가 감소세로 돌아서면서 성장 동력을 잃어가고 있다. 여기에 전북의 각종 경제지표는 전국 최하위를 맴돌고 있다. 이 같은 전북의 낙후와 퇴보는 무엇 때문일까. 혹자는 역대 정부와 정권의 푸대접과 차별을 탓한다. 그러나 결국은 전북에 인물이 없다는 게 이구동성이다. 전북을 대표할 만한 사람, 지역 발전을 챙길만한 인물이 보이지 않는다는 게 안팎의 중론이다. 그러면 전북에 과연 인물이 없었을까. 집권여당 시절 전북출신 국회의장이 둘이나 나오고 사상 첫 집권당 대통령 후보도 배출했다. 여당 대표와 총리도 여럿 나왔다. 이들 모두 스포트라이트 받는 꽃길을 걸었으나 정작 전북 발전의 이정표가 될 만한 일을 한 게 별로 없다. 집권당 시절 남원에 부지까지 마련한 공공의대 설립은 흐지부지되었고 국제금융도시를 표방한 전주 제3금융중심지 지정은 공염불이 되었다. 국가철도망 계획에서 전북만 모두 탈락해 도민적 공분을 사자 뒤늦게 전주~김천 철도 타당성 조사를 끼워 넣었으나 진척 여부는 미지수다. 초광역경제권에서 외톨이 신세를 면하기 위해 전북특별자치도를 설립하려 하지만 국회 법사위에 발목이 잡혀있다. 이런 암울한 상황은 우리 스스로 자초한 면도 없지 않다. 지난 12대 총선 때 황색 돌풍 이후 옷 색깔만 보고 찍다 보니 옥석을 가리지 못해왔다. 그동안 공천 여부가 당락을 좌우하고 선거는 요식행위에 불과했다. 그러니 당 대표 눈치 보고 공천장에만 목줄을 댈 뿐 지역과 주민들은 안중에 없다. 이러한 선거 풍토가 바뀌지 않는 한 제대로 된 인물이 나오기 어렵고 전북 발전은 요원하다. 선거를 앞두고 매번 도민 여론조사를 해보면 전문성과 능력을 갖춘 인물을 뽑겠다는 응답이 항상 높다. 그렇지만 막상 투표 결과를 보면 특정 정당의 공천 여부가 절대적이다. 물론 여타 정당에서 인물다운 인물을 내세우지 못한 대목도 있지만 여전히 지역정서가 맹위를 떨친다. 앞으로 전주을 재선거와 22대 국회의원 선거가 치러진다. 줏대 있게 처신하고 중앙 정치무대에서 당당히 전북 목소리를 내며 전북 몫을 제대로 챙길 수 있는 인물을 내세워야 한다. 그러려면 한풀이식 투표는 이젠 그만해야 한다. 그 인물 됨됨이를 보고 그간 전북을 위해, 지역을 위해 무엇을 해왔고 미래 비전 능력과 실행 역량이 있는지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선출직들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역량이나 능력이 미치지 못하면 즉시 내려와야 한다. 걸맞지 않은 옷을 입고 대접만 받으려 자리에 연연하면 지역 발전에 걸림돌만 될 뿐이다. 전북의 미래가, 우리의 앞날이 우리 자신의 선택에 달려있다.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권순택
  • 2022.12.20 14:16

웨슬리와 감리교

감리교의 창시자 존 웨슬리는 개신교의 한 종파를 세운 인물이자 기독교 역사에서 한 획을 그은 인물이다. 살아서 그가 꽃길을 걷지는 않았다. 개인사는 논외로 하더라도 신학적으로 적잖은 공격을 받았다. 웨슬리의 동시대 사람으로 웨슬리와 함께 감리교의 기틀을 세운 주요한 인물로 꼽히는 조지 휫필드는 웨슬리를 이단으로 비난하며 “당신의 하나님은 나의 악마”라고 말했다. “하나님은 모든 사람이 구원받기를 원했다”는 보편구원설이 공격의 근거였다. 비기독교인 보기엔 보편구원설이 문제가 없지만, 소위 개신교 정통교리에선 은총을 받은 선택된 사람이 구원을 받는다고 믿는다. 보편구원론은 감리교의 사회적 성화 교리와 연결되고, 노예제 반대 등 인권 중시의 실천적 사회참여로 연결된다. 웨슬리의 사회적 관심이 형성된 역사적 배경은 산업혁명과 자본주의였다. 제철과 섬유 산업의 발전은 단순노동을 기계노동으로 대체하여 자영업을 몰락시켰고, 곡물 생산량을 늘리기 위한 2차 인클로저는 농촌 사회를 다시 한번 교란하며 도시빈민과 산업예비군을 형성했다. 부르주와 프롤레타리아가 동시에 역사의 전면에 등장하는 이 시점에 영국에서는 기독교가 역사적 두 계급의 대립을 완충하면서 자체의 활로를 확보해야 하는 전환에 직면했는데, 감리교가 그 역할을 수행할 잠재력을 갖게 된다. 보편구원론은 자본주의의 발흥은 물론 근대국가의 토대 형성에 긴요했다. 웨슬리가 개인적으로 민주주의에 부정적이었다고 하여도 보편구원론과 노예제 반대, 여성권을 포함한 인권 중시 등의 태도는 근대 서구민주주의의 이상과 일치하는 것이었다. 보편구원론과 사회적 성화의 교리는 제도적인 보편선거의 도입과 내용상 봉건체제의 대체와 맥을 같이한다. 감리교가 이러한 전환에 복무하였다기보다 이런 시대의 전환에서 종교가 감당해야 할 변화를 감리교가 떠맡았다고 해야 한다. 웨슬리는 가난을 가난한 사람들의 나태함의 결과이거나 하나님의 선택에서 제외된 사람들의 불변적 운명으로 여기지 않았다. 가난을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극복해야 할 불행으로 여겼기에 끊임없이 그 원인을 연구하고 책임 있는 이들을 질책하며, 또한 격려하고 부지런히 일하도록 부추겼으며, 사회적인 불의를 제거하기 위하여 부유한 사람들과 영향력 있는 이들의 책임의식을 일깨우려고 시도하였다. 경제적 불평등과 빈곤 문제에 대한 국가의 적극적 개입도 요청했다. 그렇다고 웨슬리가 혁명적 사상을 전파했다고 할 수는 없다. 노예제 반대, 여성인권 신장, 빈민구제 등 진보적 사유가 확연했지만 정치적으론 보수주의자였다. 그는 왕정을 옹호하고 민주주의에 반대했다. 도식적으로 분류하면 정치적으로 보수, 사회적으로 개혁, 종교적으론 진보적이었다 하겠다. 그의 감리교는 근대사회의 전환기에 사회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며 종교가 해야 할 일을, 정치혁명이 아닌 사회적 성화란 이름으로 수행했다. 웨슬리는 “(기독교를 공인한) 콘스탄티누스가 스스로를 기독교인이라 부르고 기독교 교회와 성직자의 세계에 부와 권력이 흘러넘치게 함으로써, 이전에 있었던 수십 번의 박해가 가져온 것보다 더 악한 일들을 교회에 불러들였다”며 “콘스탄티누스 이후 종교개혁까지 이런 상태는 실로 한탄할 만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곧 성탄절이다. 지금의 한국 기독교도 한탄할 만한 상황이다. 웨슬리가 꼭 정답을 제시했다고 할 수는 없지만 당시에 시대정신을 고민하며 종교의 활로를 모색한 건 사실이다. 기후위기와 4차산업의 중층 위협 속에서 지금 표류 중인 기독교가 새로운 ‘사회적 성화’를 제시할 수 있을까. /안치용 ESG연구소 소장

  • 오피니언
  • 기고
  • 2022.12.20 14:14

연말연시 공직기강 확립태세 확실히해야

6∙1지방선거를 계기로 도지사, 교육감, 시장군수, 도의원, 시군의원 등 전북 지방권력도 리더십에 대한 변화의 열망을 담아 상당히 큰 폭으로 바뀌었다. 새로운 리더십은 기존과는 다른 방식의 사고와 접근이 필요하고 사안을 보는 시각도 달라야 하는데 이러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일관되게 지켜져야 할 것이 있다. 바로 공직기강 확립이다. 선진국일수록 대통령이 바뀌고, 단체장이나 의원이 교체돼도 관료를 중심으로 한 공직사회는 철저히 법과 원칙, 상식에 기반을 두고 질서를 유지한다는 게 후진사회와의 차이점이다. 우리 공직사회 현실은 아직 갈 길이 멀다. 공직사회의 의식개혁과 시스템에 의한 제어장치가 보다 강하게 작동해야 하는 이유다. 전북도나 도교육청, 도내 시군과 산하기관, 지방의회 어느 분야도 예외가 있을 수 없다. 특히 연말연시를 맞아 음주운전이나 성범죄, 금품·향응 수수 등 주요 범죄를 저지른 본청 및 산하기관 직원에 대해서는 승진이나 교육을 제한하는 등 무관용 원칙을 엄격하게 적용해야 한다. 성범죄 등 사안 발생 시 즉시 전보·분리조치 및 직위해제 조치하고, 비위 공직자에 대해선 징계 이력을 지속적으로 관리해 승진에 제한을 둬야 한다. 과거 성희롱 등에 연루된 사람이 승진하는 경우가 있었으나 이젠 이런 관행을 타파해야 한다. 인원이 많은 전북도나 전주시 등 산하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임직원 등에 대해서도 이들의 권한과 책임이 크고 주민들과 접점에 있는 만큼 꼼꼼한 점검이 필요하다. 단순히 잘못을 하지 않는 소극적인 태도만으로 무사해서는 안 되고, 일부 역할이 미흡했을 경우 냉정한 성찰과 쇄신이 병행돼야 한다. 최근 제설작업을 소홀히 한 전주시 사례가 대표적이다.책임의식이 결여된 상태에서 관성적, 관습적으로 그냥 굴러갈 것으로 여기는 태도는 더 이상 용납돼선 안 된다. 전북교육청이 연말 느슨해진 공직기강을 바로잡기 위한 특별점검에 나서기로 한 것은 시의적절하다. 금품·향응 수수, 직무해태 등 기강 해이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함인데 교육청과 교육지원청, 직속기관, 공립 고등학교·특수학교·공립 유·초∙중학교 등에 대해 감사팀이 꼼꼼히 들여다본다고 하니 그 결과가 주목된다. 근무지 이탈, 허위출장, 유연·재택근무 위반 등 복무실태나 민원처리 지연 등 직무를 게을리 하는 사례, 음주소란·폭력 등 품위손상 행위도 철저히 점검해야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2.12.20 10:45

부안 출신 고려 명현 김구선생 시, 2023년 수능 한국사 문제에

2023년도 대학 수학능력시험은 지난 11월 17일에 끝났고, 12월 9일에는 성적까지 개별 통보된 마당에 수능시험문제 얘기를 하려니 다소 뜬금없는 면이 없지 않다. 그럼에도 이야기를 꺼내는 까닭은 이번 수능의 한국사 문제에 우리 전북 부안출신으로서 고려 말에 목민, 정치, 외교, 학문, 문학 등 다방면에서 큰 공적을 남긴 문정공(文貞公) 지포(止浦) 김구(金坵) 선생의 시 「철주를 지나며(원제:과철주過鐵州」가 제시문으로 출제되었기 때문이다. 김구 선생의 시가 수학능력시험 출제의 자료가 되었다는 것은 선생의 시가 그만큼 당시의 역사적 사실을 절실하게 묘사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시를 ‘시로 쓴 역사’라는 뜻에서 ‘시사(詩史)’라고 한다. 중국 당나라 때의 시인으로서 한자문화권 최고의 시인으로 추앙받는 두보(杜甫)의 시를 ‘시사’라고 평가하는 이유도 두보가 ‘안록산의 난’을 직접 겪으면서 당시의 비참한 상황을 날카로운 필치로 진실하고 처절하게 묘사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한 수의 시는 만민을 울리는 노래가 되기도 하고, 후대에 길이 전해져서 역사를 증명하기도 한다. 고려 고종 18년인 1231년, 살리타이가 이끄는 3만의 몽골군은 함신진을 점령한 후 철주성에 이르렀다. 살리타이는 포로로 사로잡은 고려의 서창낭장(瑞昌郎將) 문대(文大)에게 철주성을 향해 “항복하라”고 외치게 했으나 문대는 오히려 “항복하지 마라!”라고 외치다가 죽임을 당했다고 한다. 철주방어사 이원정(李元禎)과 판관 이희적(李希勣)은 몽고군이 대부분 기병이라는 점에 착안하여 군민들과 병력 2,500명을 평지에 위치한 철주읍성으로부터 산에 자리한 철주산성으로 옮기고 방어태세를 갖추었다. 보름 동안의 치열한 전투 끝에 식량이 떨어져 더 이상 버틸 수 없게 되자, 이원정은 남은 화약을 적에게 넘겨 줄 수 없다며 화약고에 불을 놓아 처자와 함께 불길에 뛰어들어 자결했고, 이희적 또한 성안의 백성들과 함께 불 속으로 뛰어 들어 방어전을 펴던 관민 모두가 자결하였다. 참으로 처참한 전쟁이었다. 김구 선생은 29세에 서장관으로 원나라에 가면서 철주를 지나게 되었을 때 당시의 처참한 전투와 장렬한 전사를 회고하며 이 시 「철주를 지나며」를 지은 것이다. 시는 이렇게 끝맺음 되어 있다. “화약고가 붉은 불을 뿜던 어느 날 저녁, 즐거이 처자와 함께 재로 변하였네. 충성스런 그 혼과 장한 넋은 어디로 갔나? ‘철주전투’라며 고을이름만 속절없이 남아 있겠지…” 지포 김구 선생은 24세에 초임으로 제주판관이 되어 태풍과 야생동물로부터 농작물을 보호하고 경작지의 경계를 분명히 구분하기 위해 밭담 쌓기를 정책으로 시행함으로써 오늘날 세계적인 문화유산인 제주밭담이 있게 한 인물이다. 빼어난 문장으로 몽골의 원나라에 보내는 외교문서를 도맡아 작성함으로써 외교로 고려를 지켰는데, 『동문선』에 그의 시문이 95편이나 수록되어 있다는 점이 그의 문장력을 입증하고 있다. 유학진흥에 진력하여 성리학이 유입되는 바탕을 마련하였고, 우리 역사상 처음으로 국립통역관양성기관인 통문관을 설치하는 등 많은 공적을 남겼다. 관직은 정승의 반열인 평장사에 이르렀다. 2023년 수능시험에 선생의 시가 출제의 소재가 된 것을 기회로 전북의 자랑인 선생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가져야 할 것이다. /김병기 전북대 명예교수

  • 오피니언
  • 기고
  • 2022.12.19 18:05

전주시의 늑장 제설, 관재(官災)였다

폭설이 내린 지난 주말, 전주 시내는 아수라장이었다. 백제대로와 팔달로 등 전주시내 주요 도로는 빙판길로 교통대란을 겪어야 했다. 시민들은 "전주시에 제설대책이 있나?"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이번 늑장 제설은 한마디로 관재(官災)였다. 대설특보가 내렸는데도 전주시 행정체계가 작동되지 않아 빚어진 결과였기 때문이다. 홍수나 폭설 등 재난에 대한 대응 실패는 곧 자치단체장의 관심 부족이요 공직 장악 실패라고 할 수밖에 없다. 행정의 첫번째 목표는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게 아닌가. 선진국의 경우 이로 인해 다음 선거에 낙선되는 경우도 흔하다. 이번에 전주시민들은 엄청난 불편을 겪었다. 전주시는 지난 17일 오후 3시 45분께 '전주시 대설경보 발령'이라는 재난 안내 문자를 카톡으로 발송했다. 하지만 이미 눈은 도로에 쌓이고 교통혼잡은 시작되었지만 전주시 차원의 대처는 찾아볼 수 없었다. 도로 곳곳에는 크고 작은 접촉 사고로 비상등을 켜 놓은 채 멈춰 있는 차들이 즐비했고, 제때 염화칼슘을 뿌리지 않아 얼어붙은 도로에서 운전자들은 위태로운 거북이 운전을 해야했다. 일부 시민들은 시내버스를 기다리다 지쳐 추위 속에 떨며 빙판길을 걸어가야 했다. 이날 시내버스들은 제설작업이 제대로 안돼 배차간격을 2배에서 3배로 늘렸으며, 이를 알려야 할 버스정보시스템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이번 전주시의 제설대책은 총체적인 난맥상을 드러낸 무능행정의 극치였다. 준비도 미흡했고 대처는 더 엉망이었다. 전주시는 지난 11월 대설·한파 대비 재난상황 대응계획을 수립했다. 내년 3월 15일까지 4개월 동안 겨울철 재난상황실을 가동하고, 기상예보에 따른 국지성 적설 및 결빙 예상 시 24시간 상황근무 체계를 편성했다. 그러나 해마다 똑같은 계획만 세우면 뭐할 것인가. 지난 주말도 전주시는 뒤늦게 "시청 전 직원이 비상근무에 돌입해 장비 55대와 60여명의 인력을 투입해 제설작업을 벌였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시민들은 "교통사고 날 것 다 나고 무슨 비상소집이냐"는 등 냉담하다. 우범기 시장은 "모든 일은 공무원이 하는 것"이라고 강조하지만 나사 빠진 공무원들과 무엇을 하겠다는 건지 믿음이 가질 않는다. 앞으로 연말연시에 닥칠 재난 대응을 지켜보고자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2.12.19 18:04

반계 탄생 400주년과 유적지

올해는 반계 유형원(1622-1673) 탄생 400주년이 되는 해다. 실학의 비조(鼻祖)로 알려진 반계는 그 업적에 비해 저평가된 감이 없지 않다. 올해의 끝자락에 부안과 서울에서 꽤 규모가 큰 '반계 류형원 선생 탄신 400주년 기념행사'가 열려 그나마 다행이다. 15-17일 고려대와 부안에서 가진 '동아시아 실학 국제학술회의'와 '영호남 지역교류 문화행사'가 그것이다. 특히 지역교류행사로 '퇴계학과 반계학의 만남'이라는 주제가 눈길을 끌었다. 조선 최고의 성리학자 퇴계 이황과 100여 년의 시차를 두고 이를 극복하고자 한 실학자가 만난다는 것 자체가 무척 흥미롭다. 이에 앞서 지난달 11-12일 부안에서 '전북지역 유학과 유학자'를 주제로 제2회 전북학대회가 열렸다. 첫날은 광주전남의 한국학호남진흥원과 전북의 전라유학진흥원간 통합을 둘러싸고 전남북 학자들 사이에 논쟁이 뜨거웠다. 이어 다음날 반계유적 답사가 있었다. 예전에 잠깐 반계서당을 들렀으나 이번에 제대로 볼 수 있으리라 기대가 컸다. 반계는 32세 때인 1653년 겨울, 가솔들을 이끌고 이곳에 내려와 운명하던 때까지 20년을 이곳에서 보냈다. 안내는 예원예술대 이동희 교수가 맡았다. 처음 들른 곳은 우반동(현 보안면 우동리) 반계서당으로, 반계는 산중턱에 자립잡은 이곳에서 '반계수록'을 집대성하고 제자들을 가르쳤다. 지금 건물은 1981년 복원된 것으로 건물 안과 밖에 반계가 팠다는 우물이 전해지고 있다. 이곳에서 바라보면 앞이 탁 트여 우반동(인근에 선계폭포와 허균이 홍길동전을 쓴 정사암이 있음)의 너른 들녁과 멀리 줄포만 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왼쪽으로 돌아 올라가면 초빈이 나온다. 1673년 3월 운명하자 5월에 임시안장하고 장사를 지냈으나 10월에 반계의 유명에 따라 경기도 죽산(현 용인시 백암면)의 부친 묘소 아래로 옮겨 모셨다. 이곳 임시 안장터는 근래에 봉분을 만들고 안내문을 세웠다. 이어 한참 내려가 반계의 집터를 방문했다. 길가에 반계가 팠다는 우물이 있고 안내비가 세워져 있다. 이 우물을 지나면 반계집터라고 하여 공원이 조성돼 있다. 하지만 본래 집터는 이곳이 아니라 그 앞 논자리라고 한다. 이 논 가운데 돌기둥이 서 있는데 병사들을 훈련시켰다는 곳이다. 반계집터는 경지정리로 후원의 대나무 밭까지 밀어버려 지금은 100여 평만 남아있다. 또 반계서당에서 8km 떨어진 상서면에는 반계를 배향했던 동림서원지가 있으나 1868년 훼철돼 지금은 유허비와 주초돌만 남았다. 이밖에 동진과 상서에 반계농장이 있었다고 하며 광주 풍양정에 반계의 유일한 글씨가 편액으로 남아 있다. 부안군이 보물같은 문화자원을 제대로 보존·활용하지 못한 것 같아 씁쓸했다.

  • 오피니언
  • 조상진
  • 2022.12.19 16:47

저당권이 있는 주택을 임차했어요

의뢰인은 2년 전 전세 계약을 맺어 주택을 임차했다. 의뢰인은 최근 임차 주택에 대한 경매 절차가 개시되었다고 연락받았다. 의뢰인은 등기부를 확인해보니 전입신고 일자 이전에 선순위 저당권이 있는 것을 확인했고, 이 경우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어왔다. 반복해서 설명하자면, 상가 또는 주택 ‘임대차보호법’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은 대항력, 우선변제권, 최우선변제권이다. 이는 모두 서민의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보증금에 관한 것이고, 이를 법적으로 어떻게 보장하는지에 대한 제도이다. 우선변제권이나 최우선변제권은 경매 후 배당에 관한 것이다. 확정일자를 갖췄다면, 근저당권 등 후순위권리자보다 우선해서 변제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선변제권, 특정 금액에 미치지 않는 임대차의 경우 선순위권리자보다 우선해서 변제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 최우선변제권이다. 하지만 이는 모두 배당을 신청하고 이사를 가야 한다. 대항력은 집주인이 바뀌더라도 새 집주인에게 대항할 수 있다는 거다. 집값이 내려 깡통 전세라도, 매각대금이 보증금이 미치지 못하더라도 당장 위험은 면하고 새 집주인에게 보증금을 달라고 하면 된다. 대항력만 있다면 경매가 개시됐다 하더라도 당장의 걱정은 피하게 된다. 그런데 임대차 계약 당시 선순위 권한이 있다면 대항력이 발생하지 않는다. 그래서 임대차 계약을 맺기 전에 꼼꼼히 등기부를 살펴봐야 하는 이유이다. 임차하려는 주택에 이미 저당권이 설정되어 있거나, 압류 또는 가압류 등기가 되어 있다면, 해당 주택이 경매로 소유자가 바뀔 경우 대항력이 인정되지 않는다. 배당을 신청해 배당받는 수밖에 없다. 집값 하락 시기이다. 임대차에 관한 문의가 늘어나고 있다. 선순위 물권이 없는 깨끗한 집을 임차했다면, 대항력이 있으니 우선 집에 살고 계시라고 조언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내가 돌려받을 수 있는 돈이 얼마가 될지 계산해야 한다. 혼돈의 시대에 부디 피해가 없길 바랄 뿐이다. /최영호 법무법인 모악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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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
  • 2022.12.19 14:25

지역주민 사회적 삶의 심장 ‘작은학교’, 통폐합 문제는 미래적 관점서 찾아야

학령인구가 가파르게 감소하고 있다. 학령인구란 초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취학연령인 만 6~21세 인구이다. 지난 2,000년 1,138만명에 달했던 학령인구는 2021년 770만명으로 감소해 20년 새 약 370만명이 감소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35년부터는 학령인구의 500만명 선이 무너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같은 현실은 우리 전북에도 불어닥쳤다. 학생들이 줄다 보니 학교는 통폐합 위기에 내몰리고 있어서다. 최근엔 전북 도시권에서도 폐교 분위기가 커지고 있다. 이는 농어촌만이 아닌, 전주와 군산 그리고, 익산 등 인구밀집 도시에서도 문제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전주시의 한 중학교도 소규모 학교 통폐합 권고 기준에 따라 폐교가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교육은 중대한 사회인프라다. 의무교육인 초·중·고일수록 지역 흥망을 가름하는 운명공동체에 학교의 역할이 결정적인데, 학교가 사라진 지역사회는 단순히 교육기관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교육기관을 뛰어넘어 지역공동체를 떠받치는 핵심 뼈대가 사라지는 것으로, 교육토대의 약화와 상실 그 자체가 지역활력의 근원변수인 지역소멸을 뜻하기 때문이다. 즉, 학교가 사라지면 지역주민들도 떠나기 때문에 지역이 소멸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제 시대는 바뀌었다. 사회적 차원에서 전북도교육청이 이러한 문제를 재인식하지 않으면 제대로 된 해법을 찾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우리가 살고 있는 전북에서만이라도 ‘적정규모 육성 권고기준’을 짚고 넘어가야 한다. 현재 정부가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작은학교 통폐합 정책에서 늘 지역 주민과 학생들의 학습권은 무시되어 왔고, 전북에서 학생 수를 기준으로 통폐합한다는 것이 어려운 현실이기 때문이다. 최근 농촌·도시할 것 없이 ‘아이들이 귀해지는 시대, 마을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을 보는 것이 점점 어려운 시대’가 도래했다. 학교 통폐합 문제는 학생과 학부모, 학교와 지역사회 등 관계자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되는 사회적 현상이기 때문에 전북도교육청의 통폐합 정책이 원활히 추진되려면 사전에 반드시 검토하고 논의되어야 할 사항들이 있다. 어떠한 학교들이 통폐합 대상이 되어야 하는가? 그 기준은 무엇이어야 하는가? 어떠한 절차를 통해서 학교 통폐합이 결정되어야 하는가? 학교 통폐합의 결과는 그 전과 비교했을 때 학생들에게 더 바람직하며 학생중심 교육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가? 학교 통폐합은 관련 지역사회에 어떠한 영향을 주게 될 것인가? 등이 작은학교를 통폐합하기 이전에 반드시 검토되어야 한다. 비록 교육부가 최소주의에 입각해 학교 통폐합 정책을 결정하더라도 학교가 통폐합되는 지역에서는 다양한 이해관계자에 의한 사회적 갈등 현상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 현상을 최소화하고 학교 통폐합에 따른 사회적·교육적 역기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합리적이고 공정한 의사결정에 근거해 학교 통폐합을 추진하여야 한다는 뜻이다. 만약 작은학교 통폐합을 진행해야 한다면 전북도교육청이 학생과 학부모, 지역사회에 미칠 다양한 영향력을 분석해야 하며, 이를 기초로 신중하게 결정을 내려야 할 것이다. /김명지 전북도의회 교육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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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
  • 2022.12.19 14:16

청소년 해양교육의 성과와 미래에 거는 기대

청소년 해양교육은 해양이 자원의 보고(寶庫)이자 삶의 터전이며, 물류의 통로로서 국가경제와 국민생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요소임을 인식토록 청소년들에게 해양생태, 해양과학 및 해양안전 등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는 것을 말하여, 해양문화를 진흥시키고 인재육성을 통해 해양강국 기반을 조성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인류의 공동자산인 바다는 지구 표면의 약 70%를 차지하고 있고 모든 생명체의 80%가 이 바다에 살고 있다. 인류는 바다를 통해 문명을 전파하고 활발한 해상무역을 통해 산업화를 이루어 왔으며, 지금도 많은 인류가 바다에 의지하여 살아가고 있다. 바다는 우리에게 수산, 관광, 해상운송, 광물자원 등 무궁무진한 생존수단과 가치를 제공해 왔으며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러나 최근 이산화탄소 배출 증가로 극지방의 빙하가 녹아내려 해수면이 급격히 상승하고 해양생태계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으며, 각종 플라스틱과 폐어구 등 쓰레기로 인해 오염이 확산되고 무분별한 남획으로 어장이 황폐화 되어가고 있다. 이와같은 상황에서 바다는 우리에게 질문을 던지고 있다. ‘어떻게 할 것인가?’, ‘이대로 둘 것인가?’, ‘바다를 잘 보전하고 가꾸어서 후손들에게 물려주어야 하지 않을까?’ 라는 질문과 함께 즉각적인 행동을 촉구하고 있다. 이렇게 절박한 바다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군산지방해양수산청은 매년 전북지역 청소년들의 해양의식 함양을 위한 해양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해 오고 있다. 올해 성과를 살펴보면 2년간 축소 운영했던 해양교육을 대면교육으로 전환하여 바나나보트·모터보트 등 해양레포츠 체험, 갯벌생태탐방 및 갯벌체험, 찾아가는 해양안전교실·해양수산생명자원학교, 국립해양생물자원관 등 유관기관 협업 해양교육 등 다양한 프로그램들로 구성하였으며 관내 985명의 초・중학생이 교육과정을 이수했다. 교육에 참여한 학생중 95.1%가 지식습득에 도움이 되었으며, 89.8%가 다시 참여할 의사가 있다고 응답했다. 그 외 “해양쓰레기의 심각성을 잘 알게 되었다”는 의견도 다수 있었다. 적지않은 성과지만 아쉬움도 남는다. 제한적인 예산, 전문 교육기관과 인력 부족, 짧은 교육시간 등 당초 목표한 만큼의 충분한 교육효과를 거두기에는 부족함이 많았다. 해양교육 본래의 취지를 감안한다면 최소 1박2일 동안 바다와 갯벌에 몸을 맡기면서 그 속의 생물들과 더불어 호흡하고 미세플라스틱 오염 다큐멘터리 감상 후 토론을 하거나 해양쓰레기 수거를 통해 오염의 심각성도 직접 느껴보고, 기회가 주어진다면 배를 타고 나아가 괭이갈매기가 노는 우리 지역의 섬과 노을 등을 감상하면서 국토의 아름다움을 느낄 정도는 되어야 진정한 해양교육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해양수산부에서는 2020년 2월에 제정된 「해양교육 및 해양문화의 활성화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제1차 해양교육 및 해양문화 활성화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이해관계자 워크숍, 전문가 자문회의, 정책토론회 등을 통해 정책방향을 설정하고 추진과제를 발굴해오고 있다. 마침 정부는 이르면 내년 1월부터 실내 마스크 착용을 권고로 바꾸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맞춰 2025년까지 시행될 1차 해양교육 기본계획에 따라 해양교육을 더 체계화하고 내용적으로도 알차게 운영할 것을 약속하며, 선생님과 학생들의 많은 참여를 기대해 본다. /김해기 군산지방해양수산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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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
  • 2022.12.19 14:15

총선공약 완성도 제고위해 더 뛰어라

공약은 유권자와의 약속이기에 선출직 공직자인 국회의원의 경우 자신이 약속한 것은 끝까지 챙기는 것이 유권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라고 할 수 있다. 우리의 선거문화는 특정 정당 후보에 대한 묻지마식 투표 성향이 강해 그동안 선거 때 내건 공약을 지키지 않아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으나 이제는 약속을 지키지 않는 사람에 대해서는 다음번 선거과정에서 매우 비판적인 시각으로 걸러내는 관행이 정착돼야만 한다. 단순히 선거공약의 이행 여부 하나만 가지고 의정활동에 대한 평가를 하는 것은 무리가 있지만 선출직 공직자의 역량을 가늠하는 가장 중요한 척도임에는 분명하다. 제21대 국회의원들은 지난달 말로 취임 2년 6개월이 지나갔다. 4년 임기라고는 하지만 막바지 반년가량은 차기 총선에 올인하기 때문에 의정활동을 할 수 있는 시간은 사실상 1년 남짓 남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가 발표한 ‘21대 국회의원 공약이행 분석결과’에 따르면 전북지역 국회의원들의 평균 공약완료율은 31.11%로 울산, 경북, 세종·제주 지역에 이어 4번째다.추진 중인 공약은 56.24%로 결국 87.35%의 공약이 정상 이행되는 등 전북 국회의원들의 공약 이행 비율은 전국대비 비교적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속내를 살펴보면 아쉬운 점이 많았다. 폐기되거나 보류 상태에 있는 전북지역 총선 공약이 50여건에 달하고 있다. 특히 지역공약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소속 정당과의 협력이나 동료 의원들과의 유기적 협업 등 체계적 공약 관리 시스템이 필요한데 이게 부족했다. 특히 전북지역 공약 중 보류된 주요 공약은 국가차원의 지원을 얻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 과제를 남겼다. 보류 공약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혁신도시 공공기관 추가 이전, 전주역 KTX 증편 및 SRT 노선 신설 등이다. 이는 사소한 공약 10개보다 지역 사회 파급효과가 훨씬 큰 것이기에 중앙정부의 협조를 이끌어내고 다른 지역 국회의원이나 다른 정당의 지원을 받아내는 능력이 매우 중요함을 알 수 있다. 예술의전당 전북분원, 캠퍼스혁신파크(창업밸리) 조성을 비롯해 각종 문화시설 확충이나, 도로 등 SOC사업 다수가 보류 상태에 있는 것도 향후 해결해야 할 과제다. 결국 전북 국회의원들이 초심의 자세로 더 뛰어야만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2.12.19 11:32

고창 등 도시재생사업 4곳, 기대 크다

전북지역 4개 시군이 도시재생사업에 선정됐다. 새 정부 들어 처음 열린 국토교통부 제31차 도시재생특별위원회는 15일 전국 76개 지자체가 신청한 사업 중 26곳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전북은 익산과 임실, 부안, 고창 등 4곳, 550억원이 선정돼 전국에서 가장 많은 사업을 확보했다. 이번 선정은 쇠퇴해 가는 지역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계기가 될 수 있어 기대가 크다. 선정된 4곳은 지역의 특색을 살려 전주 한옥마을처럼 사람이 모이고 활기가 넘치는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으면 한다. 이번에 가장 눈길을 끄는 곳은 고창읍 공영터미널 일원의 혁신지구사업이다. 5년간 국비 250억원 등 1661억원이 투입돼 노후된 교통거점시설의 현대화 및 유기농 가공산업 육성공간 등이 조성된다. 고창읍 공용터미널은 다른 지역 읍 소재지가 그렇듯 인구 감소 등으로 이용자가 크게 줄었다. 더구나 개인 소유의 터미널 부지 사용으로 여러 가지 문제가 제기돼 왔다. 이번 선정으로 지하 공영주차장 개설 등 공용터미널의 새로운 단장과 함께 우유와 복분자 등을 활용한 유기농 가공산업, 청년들의 창업을 돕는 청년복합문화센터 및 공공오피스텔이 들어설 예정이라고 한다. 여기에 인근 좁고 복잡한 도로를 추억의 거리로 만들고 카페와 포토존 등이 들어서는 디자인 특화거리가 조성되면 고창읍내 분위기가 확 달라질 것이다. 도시로 탈출하는 청년들이 다시 유입되고 주거와 교통, 문화가 어우러진 농촌도시의 새로운 모델이 되었으면 한다. 또한 익산시 함열읍 사업은 한국식품산업클러스터진흥원 등과 연계해 식품상권 거점조성을, 임실군 오수면 사업은 ‘오수의견’을 활용한 반려동물 교육문화센터 조성 등 반려동물 특화사업을 추진한다. 부안군 부안읍 사업은 노후건축물 정비 및 주민공동이용시설 리모델링 등을 주요사업으로 한다. 도시재생사업은 당초 인구감소와 산업구조의 변화, 도시의 무분별한 확장, 주거환경의 노후화 등으로 쇠퇴해가는 도시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사업이다. 이 사업은 2012년 전주시와 창원 마산합포지구의 도시재생 테스트베드가 시작점이다. 그만큼 전북은 도시재생에 있어 앞선 노하우를 축적하고 있다. 이번 사업을 통해 도시경쟁력 회복과 주거복지가 실현되고 일자리 또한 창출되기를 기대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2.12.18 19:17

판갈이 할 절호의 기회

후손들이 지역을 위해 무슨 일을 했느냐고 물으면 어떻게 답할 것인가. 대답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사실 보통사람들이 답하는 것보다 정치인을 포함 오피니언 리더들이 답해야 할 부분이다. 이런 질문을 한 것은 전북이 발전하지 못하고 피폐하게 된 원인이 국회의원 등 선출직들이 제 역할을 못한 탓이 크다는 뜻이다. 지금까지 국회의원들이 임기내내 목에다 힘이나 잔뜩 주고 다녔지 중앙에서 전북 몫을 가져오지 못해 전북이 이렇게 힘들고 어렵게 되었다는 것. 상황이 이런데도 모두가 남 탓이라고 그 책임을 돌린다. 대의민주정치를 실시하면서 국회의원 역할과 사명이 커졌다. 금배지만 달아주면 하늘에 있는 별이라도 따다 줄 것처럼 기세 등등했지만 막상 임기가 끝나면 거의가 공수래공수거(空手來 空手去) 로 마감한다. 대체로 전북 출신 국회의원 가운데는 권리위에서 낮잠 잔 의원이 많았고 역량이 부족해 전북 몫을 제대로 가져오지도 못했다. 단지 지방자치가 실시되면서 시장 군수 지방의원 공천권을 갖고서 전가의 보도 마냥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해 자신들만 등 따습고 배불리 살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북 낙후는 지금 당장 이뤄진 게 아니고 30∼40년간 서서히 이뤄졌다. 가랑비에 옷 젖듯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교육 체육 등 전 분야에서 전국 최하위로 쳐졌다. 돈과 사람이 모일 수 있는 유입환경이 만들어지지 않아 대학 나온 젊은피들만 떠났다. 이 모든 게 정치인 잘못이 크지만 그에 못지 않게 잘못 뽑아준 도민들 책임도 만만치 않다는 것. 전북인들이 DJ를 대통령 만든 것은 잘 했지만 지역을 발전시키는 일에는 악착스럽지 못했다. DJ집권 때는 혹시나 지역이 발전할 것이란 장밋빛 기대속에서 광주 전남사람들 들러리 서기에 바빴다. 이제는 광주 전남과 호남으로 묶인 굴레에서 벗어나야 한다. 내년 4·5 전주을 재선거는 무능한 정치판을 갈아엎을 좋은 기회다. 민주당 일색의 정치판이 전북발전을 더디게 만들었기 때문에 이를 청산할 절호의 기회가 온 것이다. 재선거로 어떻게 전북을 발전시킬 수 있겠느냐고 다소 회의적인 시각을 가질 수도 있지만 주인의식을 갖고 역량 있는 인물을 뽑으면 가능할 수 있다. 그 이유는 1년후에 닥칠 22대 총선 때도 계속해서 인물본위 선거로 가면 경쟁의 정치 틀이 만들어져 지역발전을 이뤄낼 수 있다. 이제는 전주에서 새로운 바람을 일으켜야 한다. 민주당 무풍지대에서 경쟁의 정치가 싹트도록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 전주시민은 그간 민주당 공천만 받으면 묻지마식 투표로 찍어줬지만 이제는 그런 틀을 깨줘야 한다. 그래야 정치인들이 정신 바짝 차리고 지역발전과 의정활동에 전념하게 된다. 아이러니칼 하게도 도민들이 그간 민주당의 당 이념과 강령도 모른 채 순진무구하게 집단으로 밀어준 결과가 오늘의 전북현실이다. 민주당이 공천자를 내지 않은 만큼 인물 본위의 선거를 해야 한다. 동학의 후예답게 동학정신을 행동으로 옮겨야 할 때가 왔다. 더 이상 부끄럽지 않은 전주시민이 되려면 무능한 정치판을 갈아엎어야 한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 오피니언
  • 백성일
  • 2022.12.18 17:39

교과서에서 사라지는 ‘성평등’

윤석열 정부 들어 ‘성평등’ 개념이 홍역을 치르고 있다. 대선 기간 중 윤석열 대통령은 “여성에 대한 구조적인 성차별은 없다. 차별은 개인적인 문제”라고 하고 “여성은 불평등한 취급을 받고 남성은 우월적 대우를 받는다는 건 옛날 얘기”라고 언급한 바 있다. 그러한 대통령의 생각에 충실하게 국가교육위원회는 2024년부터 적용되는 교과서에서 ‘성평등’이라는 단어를 삭제하기로 결정했다. 도덕 교육과정에서 ‘성평등’, ‘성평등의 의미’를 각각 ‘성에 대한 편견’과 ‘성차별의 윤리적 문제’로 수정하는 것이다. 일부 보수단체에서 ‘성평등’은 성전환이나 제3의 성의 존재를 인정한다는 의미를 내포할 수 있다며 두 개의 성만을 인정하는 ‘양성평등’이라는 표현을 사용해야 한다면서 반발했다고 한다. 그러나 ‘성평등’은 우리나라 고유의 현상이 아니라 전세계에서 보편적으로 통용되는 용어다. 아시아 지역에서 처음 우리나라에 설립된 유엔여성기구 전문센터의 명칭은 ‘유엔여성기구 성평등센터’다. 성평등 의제와 관련한 국내 최초의 유엔기구다. 여성가족부의 영문 명칭 역시 ‘Ministry of Gender Equality and Family’로 되어 있다. 즉, ‘성평등과 가족의 부처’인 것이다. 너무나 당연하고 보편적인 용어를 갑자기 교과서에서 삭제하겠다고 하는 것은 시계를 한참 거꾸로 되돌리는 일이다. 사실 ‘성평등’은 국가적으로 적극 권장해야 하고, ‘성평등’이 구현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당연한 국가적 책무다. 저출산 문제로 신음해왔던 국가들이 저출산의 늪을 벗어난 중요한 요인 중의 하나는 사회의 성평등 지수를 높인 것이다. 가사와 육아에 남성들이 적극 참여하고 일과 가정생활의 균형을 이루었을 때 저출산 문제에서 긍정적 변화를 가져왔다. 남녀가 함께 일하는 것이 보편화된 북유럽에서 출산율이 높다는 사실이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한다. 매년 발표되는 세계경제포럼의 성격차지수에서 2021년 우리나라는 총 156개국 중 102위를 차지했다. 성별 임금격차는 35%로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크다. 유리천장지수 역시 최하위를 면치 못하고 있다. 여성에 대한 폭력, 고용·승진·임금에 있어서의 차별, 정치·경제·사회적 지위에서의 차별의 문제는 여전히 심각하다. 성별 다양성과 성평등에 관한 젠더 이슈는 이제 ESG 평가 지표를 통해 기업의 문제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따라서 단순히 ‘편견’이나 ‘윤리적 문제’로 ‘성평등’을 치환해버린 것은 심각한 왜곡이다. 성평등은 편견이나 윤리적 문제와 같은 의식의 차원을 뛰어넘는, 사회 전반적인 법·제도·정책과 문화·정서를 모두 아우르는 포괄적 개념이다. 여성과 남성이 단순히 성별로 인해 불이익을 받지 않고 가정을 비롯한 사회의 모든 부문에서 동등하게 대우받도록 한다는 것이다. 저출산·고령화는 점점 여성인력에 대한 필요성을 높이고 있고, 여성의 문제는 곧 가족의 문제와 직결되어 있다. 남성과 여성은 대립하는 존재가 아니다. 사회를 구성하는 두 개의 기둥이고, 세상을 이끌어가는 수레의 두 바퀴라는 인식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한쪽의 기둥이, 다른 한 편의 바퀴가, 크기가 맞지 않고 고르지 않다면 그 사회와 그 세상은 온전하게 존재할 수 없다. ‘성평등’ 삭제 교과서 파동은 경제대국 대한민국의 민낯을 다시 한번 세계 만방에 드러내는 사건으로 기록될 것 같다. /전정희 전북여성교육문화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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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12.18 14:21

지구력

금세 겨울이 오더니 2022년도 막바지다. 봄에는 춥다가도 따뜻해지더니만, 여름엔 무진장 더웠다. 또 가을은 덥다가도 추워지더니 겨울은 무진장 춥다. 날씨는 시기가 되면 변화무쌍하게 휙휙 변하는데, 나에게는 어떤 변화가 있었나. 12월 다가오는 생일에 엄마가 끓여준 미역국을 먹다 여전히 제자리인 내 모습에 조금 서글퍼졌다. 2022년이 2주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 한 해를 돌이켜보니 도전하면 실패했고,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었던 것 같다. 가장 크게 얻은 건 깨달음이다. ‘두 마리 토끼는 숙련된 사냥꾼만이 잡을 수 있구나’ 이러한 깨달음은 내 자신을 토끼 한 마리도 제대로 잡지 못한 무능력한 사냥꾼으로 만들었다. 그래서 가장 크게 잃은 건 지구력이다. ‘욕심은 앞서는데 행동은 망설이니 토끼가 도망가기 딱 좋겠지. 아 나는 무능한 사냥꾼. ‘이러한 자책을 반복적으로 계속 일삼다 보니 무능도 모자라 무기력한 사냥꾼으로까지 전락시켰다. 생일 전날. 무기력으로 밋밋한 일상은 생일이 코앞에 다가와도 아무런 기대가 되지 않았다. 졸업한 같은 과 친구들의 등쌀에 저녁 약속이 잡혔다. 우리는 겨울에 모이기만 하면 눈이 왔는데 그날도 어김없이 눈이 펑펑 내렸다. 다들 퇴근 후라 지친 몸을 이끌고 거친 눈바람을 해치며 삼례에서 전주, 익산까지 갔다. 애들이 준비해온 내가 좋아하는 연예인의 사진으로 만든 케이크를 보고 한참을 웃다가 거창하게 밥을 먹었다. 오랜만에 서로의 얘기를 주고받느라 누구 한 명의 눈이 반쯤 감긴 후에야 자리에서 일어날 수 있었다. 삼례로 돌아오니 11시였다. 친구가 같이 있다가 자정이 지나면 초를 불자는 제안했다. 그렇게 친구의 집에서 자정을 기다리다 좋아하는 연예인의 미간에 초를 꽂고 소원을 빌었다. 노력 없이 이루고 싶은 게 많아 구구절절 빌다 보니 좋아하는 연예인 얼굴에 빨간 촛농이 떨어져 있었다. 섬뜩했지만 이 섬뜩함도 즐거웠다. 아침에는 멀리 떨어진 친구들의 연락에, 학과 친구들의 정성 어린 축하에 즐거운 생일날을 보냈다. 그날은 자기 전 침대에서 한참을 혼자 피식거리다 잠이 들었다. 참나 기념일이라는게 뭐라고 이렇게나 사람을 들뜨게 하나. 이상하게도 들뜬 마음은 밋밋하던 일상을 조금씩 채웠다. 정확하게 말하면 일상보단 나를 채웠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불안하지 않았고, 마음속에 계산기가 나오기도 전에 베풀었다. 아무래도 실패에 집중하다 보니 고독에 빠졌던 것 같다. 그래서 반복된 일상에 지루하고 지쳐도 다시 지속 할 수 있게 도와준 것들을 잊고 있던 게 아니었나. 나는 올해 번듯한 성공은 없었지만, 과정 중에 사소한 즐거움과 변화가 있었다. 그렇기에 목표를 이루고 싶은 욕심과 의지까지 버리지 못했다. 그렇다 나는 아직 포기하긴 이른 사냥꾼. 거창한 생일을 보냈다고 자랑하려는 게 아니다. 단지 올해 지구력이 되어준 모든 것에게 감사함을 전하고 한 해를 마무리하고 싶은 마음이다. 주말에 보는 영화, 계속 들어도 좋은 노래, 친구들, 학교 사람들, 가족들, 오래된 인형들 전부 여전히 제자리에 있어 줘서 고맙다. 이 마음을 올해가 가기 전 깨달은 사실이 이번 생일에 받은 최고의 선물이지 않을까 하며 실패를 좋은 경험으로 생각하고 싶다. 새해가 다가온다. 항상 연말은 끝이라서 아쉽고, 연초는 시작이라서 두렵다. 실패하면 말고, 성공하면 좋고. 그러다 보면 언젠가는 나도 숙련된 사냥꾼. /백지은 우석대 미디어영상학과 조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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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12.18 14:19

보험사기 근절, 철저한 신고의식 필요하다

최근 몇 년 사이에 국내 보험사기 규모가 급속도로 커지고 있어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 단순히 허위사고로 위장해 보험금을 타먹는 데 그치지 않고 최근 들어서는 고령층의 보행자를 일부러 치어 숨지게 하고 가해자에게도 지급되는 운전자 보험을 악용하는 사례까지 등장하고 있다. 보험사기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피해자인 것처럼 위장해 보험금을 노리는 데 그치지 않고 타인의 생명까지 노리는 극단적이고 흉포화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어 이젠 경찰이나 보험사 뿐 아니라, 일반 시민들도 매서운 눈으로 감시해야만 할 상황에 이르렀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연도별 보험사기 적발액은 2017년 7302억원에서 2019년 8809억원, 2021년 9434억원에 달했고, 급기야 올해는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보험사기가 갈수록 늘어가는 것은 경제상황이 악화하면서 손쉽게 돈을 벌려는 사람들이 늘어난데다 다른 범죄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처벌 기준으로 인한 범죄의식 부족, 더욱이 젊은층의 일확천금식 범죄 가담 등으로 풀이된다. 회사원, 주부, 학생 등 평범한 일반 국민의 보험사기 적발 비중이 높아지고 있고, 일상 속에서 보험사기를 자행하는 경우도 많다. 대표적인 게 자동차보험사기다. 자동차 보험사기는 작년 적발인원 기준으로 전체 보험사기의 60%, 금액 기준으로는 45%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큰 편이다.보험사기를 잡기 위해 금융감독원과 보험사들은 보험사기 신고포상금 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나 아직 갈 길이 멀다. 제보가 보험사기 증가율에 비해 미흡하기 때문이다. 고육지책으로 금융당국과 보험사들은 보험사기에 대한 적극적인 제보를 유도하기 위해 내년부터 신고포상금 최고 한도를 20억원으로 상향하기로 했다. 은밀하게 행해지는 보험사기 적발을 위해 시민들의 적극적인 신고의식이 가장 절실한 상황이다. 도내에서도 전북경찰청이 지난 3월부터 7개월여 동안 교통사고 보험사기 집중 단속결과 196건을 적발해 155명을 검거했다. 특히 고의사고 보험사기범들은 진로변경 위반차량(51건), 노면지시 위반차량(36건) 등을 범행 대상으로 삼는 등 다소의 귀책사유가 있는 사람을 먹잇감으로 노렸다. 관계당국의 철저한 단속의지가 중요하지만 시민들도 더 이상 보험사기가 발붙이지 못하도록 주변을 잘 살피고 신고의식을 높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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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12.18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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