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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병무지갑을 통해서 병적증명서를 발급할 수 있나요?

병무청에서는 병역의무자 편익 향상을 위해 모바일로 안전하고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다양한 비대면 서비스를 발굴하고자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e-병무지갑’은 스마트폰에 익숙한 MZ세대 병역의무자들의 취향을 저격하는 전자지갑 민원서비스로, 병무용 ‘e-병무지갑’을 통해 각종 행정서비스를 스마트폰으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병역의무자들이 그동안 종이로 출력하던 병역의무 이행 관련 병역서류 28종을 스마트폰으로 발급받고 보관·관리할 수 있는 병무용 전자지갑 민원서비스가 제공되고 있습니다. 특히, ‘e-병무지갑’ 서비스로 병적증명서를 비롯하여 국외여행허가서, 사회복무요원 복무확인서, 입영(예정) 사실 확인서, 군 지원 수험표 등의 전자문서를 스마트폰으로 간편하게 발급을 받을 수 있으며 디지털 신분증 발급도 받을 수 있습니다. 또한, e-병무지갑 앱을 통해서 병역판정검사 건강검진서, 출석 및 결과 확인서 등을 할 수 있습니다. 병역동원훈련소집(소집점검) 입영확인서, 사회복무요원 교육 소집, 예비군 훈련 확인 등 다양한 병무 관련 정보를 한 번에 확인할 수 있는 편리한 서비스입니다. 그리고 사회복무요원증을 이용한 신원확인으로 나라사랑포털의 e-러닝, 영화 할인, 숙박 할인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으며, 은행을 방문하지 않아도 앱을 통해 간편하게 장병내일준비적금 가입이 가능합니다. ‘e-병무지갑’ 서비스는 병무청 민원 포털 이용 시 ID, 비밀번호를 입력하지 않아도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앱스토어, 원스토어에서 ‘e-병무지갑’앱을 다운로드 하여 블록체인 간편인증을 등록한 뒤 휴대폰에 저장된 생체번호 또는 핀번호로 편리하게 인증 절차를 거쳐 사용하면 됩니다. ‘e-병무지갑’외에 병적증명서 발급 방법은 지방병무청을 방문하시거나, 인근 주민센터를 통해서 팩스민원 신청, 정부24 누리집(www.gov.kr)을 통하여 인터넷으로 발급받는 방법도 있습니다. /전북지방병무청

  • 오피니언
  • 기고
  • 2023.01.26 14:06

장수농협 갑질여부 철저히 수사해라

지난해 직장인 10명 중 3명이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 시행으로 전년대비 감소한 것이나 괴롭힘 수준은 '심각하다'는 답변은 오히려 늘었다. 직장 내 갑질 문제는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음을 웅변한다. (사)직장갑질119는 2022년 4분기 직장인 1000명 대상으로 실시한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지난 1년 동안 직장 내 괴롭힘 경험 여부'에 대해 응답자의 28%가 '있다'라고 답했다.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한 노동자의 22.1%가 회사를 그만뒀는데 특히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는 절반 수준인 47.4%가 퇴사해 대기업(11.3%)의 4배가 넘었다. 노동약자가 훨씬 심각한 상황에 놓여있다는 얘기다. 괴롭힘 경험자 중 7.1%는 '자해' 등 극단적인 선택을 고민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실에서도 직장 갑질로 의심되는 극단 선택이 발생했다. 신혼 3개월 된 30대 장수농협 직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가운데 원인이 직장 내 갑질이었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당장 철저한 수사를 통해 극단적 선택을 한 원인이 직장 내 괴롭힘 때문인지 여부부터 파악해야 한다. 유족들은 이 남성이 근무지에서 특정 간부의 모욕적인 말과 괴롭힘을 견디지 못해 이 같은 사고가 벌어졌다며 억울함을 밝혀달라고 눈물로 호소했다. A씨는 지난 2019년 장수농협에 입사했고 지난해 1월 간부 B씨가 부임한 이후 괴롭힘이 시작됐다고 한다. 조금만 더 일찍 제대로 조치가 됐더라면 소중한 목숨을 건질수도 있었다는 점에서 아쉽기만 하다. 지난해 9월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남긴 뒤 잠적했고, 경찰 추적을 통해 무사히 발견된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농협은 지난해 12월5일 정식조사결과 심의위원회를 통해 피신고인의 혐의가 없다고 결론지었다. 하지만 30대 젊은이는 이달 12일 농협 인근에 세워진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직장내 갑질이 실제로 행해졌는지, 그로인해 우울증이 발생했고 급기야 목숨을 끊는것으로 귀결됐는지 철저하고도 객관적인 수사로 밝혀내야 한다. 이후의 조치는 수사 결과에 따라 법과 원칙대로 하면 된다. 수사당국은 한점 억울함이 없도록 완벽하고도 신속한 수사를 통해 진실을 밝혀야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3.01.26 11:25

장애인 복지, 전국 최하위…지자체 분발해야

전북지역 장애인 복지 수준이 전국 최하위로 나타났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이 발표한 ‘2022년도 전국 시도별 장애인 복지 교육 비교’ 결과 전북은 경북과 함께 2021년에 이어 2년 연속 최하위에 머물렀다. 인구도 줄고 경제력도 취약한 가운데 장애인복지마저 바닥을 기고 있어 지자체와 장애인단체의 관심과 분발이 촉구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전북의 장애인 인구는 13만명으로 전국 265만명의 4.9%를 차지한다. 이는 전국 대비 인구가 3.4%인데 비해 장애인 비율이 높은 편이다. 하지만 지역간 비교에서 전북의 장애인 교육 수준은 상대적으로 양호한 반면 복지분야는 매우 취약했다. 장애인단체총연맹은 지표별 전국 평균 점수를 기준으로 최하위인 분발부터 보통, 양호, 우수로 나눠 발표하는데 전북의 장애인 복지는 48.05로 전국 53.70에 비해 한참 낮았다. 구체적으로 보면 총 5개 분야 중 소득 및 경제활동, 보건 및 자립 지원, 복지서비스, 이동편의·문화여가 및 정보접근 등 4개 분야는 최하위며 복지행정 및 예산영역만 양호했다. 특히 이 가운데 1인당 장애아동수당 지급액, 직업재활시설 장애인 이용자 비율, 장애인 1인당 자립생활센터 등 지원예산, 장애인 1인당 주거권 보장을 위한 지원예산, 직업재활시설 확충 수준, 단기 거주시설 및 공동생활가정 확충, 장애아 통합 및 전담 어린이집 비율, 장애인 특별운송수단 충족률 지표는 최하위였다. 장애인단체총연맹은 “지역간 편차를 감소시키기 위해 무엇보다 소득 및 경제활동 지원 수준을 향상시키기 위한 각 지자체의 보다 적극적인 노력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나아가 UN장애인권리위원회는 “한국은 장애여성과 장애아동, 소수장애인과 정신·지적 장애인에 대해 차별적 환경을 가지고 있다”면서 “교육과 고용에서 발생하는 배제와 차별을 제거하기 위한 구체적 프로그램의 개발”을 권고했다. 장애인을 위한 사회복지는 하루아침에 획기적인 개선이 쉽지 않다. 그리고 지자체가 우선 관심을 갖고 실천해야 하지만 장애인단체의 역할도 중요하다. 장애인단체 당사자들이 주도권을 갖고 지자체의 실행력을 견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자체와 장애인단체의 긴밀한 협조로 전국 최하위인 장애인 복지수준을 최소한 전국 평균만큼이라도 올렸으면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3.01.25 17:58

수소충전소에 대한 오해와 진실

유엔 기후변화협약에서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2050년까지 실질적인 탄소 배출량을 제로로 만드는 탄소중립을 목표로 제시하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로 지구온난화가 심각한데,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 1℃ 이상 상승하였다. 평균 기온이 1.5℃ 이상으로 오르게 된다면 재난적인 이상기후가 발생하고, 해수면이 상승하여 해발고도가 낮은 지역은 수몰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화석연료 사용은 지양하고, 수소 에너지와 같은 친환경에너지 사용이 불가피하다. 유럽연합에서는 온실가스와 미세먼지를 배출하는 내연기관 차량 판매를 2035년부터 중단하고, 다른 선진국 역시 시기만 다를 뿐 내연기관차를 대체할 친환경차 생산에 앞다투어 경쟁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자동차 등 이동오염원에서 배출되는 초미세먼지량은 전체의 25.3%, 온실가스 배출량은 14.4%로 비교적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이에 친환경차 보급 확대가 필요하며, 특히, 대표적 친환경차인 수소차 보급과 수소충전소가 필요하다. 수소는 거의 모든 곳에 존재하지만 혼자 있는 경우 또한 드물어 물을 비롯한 여러 화합물의 형태로 존재한다. 따라서 수소를 사용 가능한 에너지원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탄화수소나 물 등에서 추출이 필요하다. 이렇게 추출된 수소는 연료전지를 통해 수소차를 구동하게 된다. 이때 발생하는 유일한 부산물은 수증기로서 화석연료와는 달리 오염물질이 발생하지 않는다. 전북도는 지난행 11월까지 1,719대의 수소차를 보급했으며, 9개소의 수소충전소가 준공되었다. 수소차 구입시 승용(넥쏘)기준 국비 2,250만원, 지방비 1,400만원, 총 3,650만원을 보조금으로 지급하고 있으며, 2030년까지 수소차 17,790대를 보급할 계획이다. 또한 수소차 충전 어려움을 해소하고자 추가로 36개소의 수소충전소를 보급할 계획이다. 수소충전소는 2019년도 강릉 수소탱크 폭발사고 등으로 인해 ‘수소폭탄’이라는 잘못된 이미지가 확산되어 위험시설, 혐오시설로 인식되고 있다. 차량이 많은 도심지 인근에 수소충전소를 설치해야 하는데, 주민들의 반대로 설치가 어려운 실정이다. 수소폭탄은 수소충전소와는 다른 원리로 작동된다. 수소충전소는 공장에서 생산된 수소를 파이프나 튜브 트레일러를 통해 공급받거나 충전소 내에서 증기 또는 물 전기분해 등을 이용해 생산한다. 반면 수소폭탄은 핵융합반응을 이용하는데, 기폭을 위해 원자폭탄 수준의 에너지가 필요하다. 그리고 수소는 공기보다 14배나 가벼워 확산속도가 빨라 밀폐된 공간에서 축적되지 않는 이상 폭발하기 어렵다.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에너지(석유, 전기, LPG, 천연가스 등) 중 위험요소가 아예 없는 것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안전하게 관리하면서 유용하게 사용된다. 마찬가지로 수소가 위험하여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은 과학기술 시대에 합리적인 자세가 아니다. 어쩌면, 수소는 지구가 직면한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가장 강력하고 실용적인 해결책일지 모른다. 2050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우리 도는 수소차 보급과 수소충전소 구축에 앞장서 나갈 계획이다. 강해원 전라북도 환경녹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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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1.25 15:44

위기의 시대, 최고의 리스크는 윤석열 정부

정부 정책의 기조는 진보와 보수에 따라 다르다. 정당이 추구하는 이념이 다르기도 하고 집권을 한 지도자(대통령)의 정치철학 차이 때문이다. 그러나 국방과 외교는 진보와 보수의 이념적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속성을 가져야 한다. 국내적으로는 사회적 안정과 대외적으로는 국제관계의 신뢰도 유지 때문이다. 미국이 그렇다. 민주당과 공화당도 집권시 어느 정당을 불문하고 미국 제일주의라는 기조는 변함이 없다. 공화당 트럼프 정부 시절의 미국 제일주의가 민주당 바이든 정부에서도 동맹국의 국익과 안정보다 미국 제일주의가 우선시 되는 경향이 있다. 우리 정치의 현실을 보면 기승전-전(前)정부 탓으로 돌리는 전임 정부 색깔 지우기를 넘어 손바닥 뒤집듯 전부를 바꾸고 있어 우려가 크다. 특히, 대북정책 등 전임 정부의 정책적 결정에 사법 권력을 동원하고 있어 국내 정치권의 논란을 떠나 국제사회 신뢰도까지 심각한 손상을 주고 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지금 우리 사회는 정권교체기의 혼돈을 넘어 외교 국방을 비롯한 총체적 위기의 시기로 받아들여진다. 가장 심각한 분야는 한반도 전쟁 위기 고조 분위기를 대통령이 부추긴다는 사실이며, 윤 대통령의 1월초 핵무장 검토 발언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한미간 핵전쟁 연습을 하느냐는 질문에 NO라도 답했다. 한반도 비핵화에 전면 배치되는 발언일 뿐만 아니라 한미간 공조를 공고히 한다는 외교 및 국방의 정책 기조에도 정면으로 배치되는 발언이다. 한국의 핵무장은 가능하지도 타당하지도 않으며, '칼자루'를 손에 쥐는 것이 아니라 '칼날'을 손에 쥐게 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외교로 인한 위기도 적지 않다. 지난해 9월 미국 방문 당시 논란이 되었던 ‘날리면’과 ‘바이든’ 등 비속어 논란이 진실 공방에 이어 소송으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아랍에미레이트 방문시 “UAE의 적은 이란”발언 등은 참사 중의 참사로써 국격이 크게 훼손된 사례로 기억될 것이다. 또, 한일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에 대해 정부는 “한국 기업이 기금을 조성해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배상금을 변제하는 방식의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징용피해자가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재판을 통해 어렵게 일본의 배상 판결을 끌어냈는데, 피해자에 대한 보상을 피해자 나라의 기업(포스코)가 대신하고 가해자(일본제철, 미쓰비시중공업)과 가해자 정부는 사과 한마디 없는 방식이 과연 정당한가? 여당의 표현대로 전임 정부가 방치한 문제의 해결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 국내적 위기도 있다. 이태원 참사는 현장 대응에 대한 무능이고, 사고 이후 수습과정의 혼란과 정부의 무책임으로 귀결된다. 경찰청 특수본의 출범 74일 만에 나온 수사 결과는 국가의 안전을 책임진 행정안전부 장관, 경찰청장 등 윗선의 조사 한번 없이 무혐의로 결론을 내렸다. 집중호우에도 퇴근한 대통령이나 안전을 지키지 못한 행정안전부 장관이 사회적 안전에 대한 위기를 방치하고 있다. 위기의 시대다. 최고의 위기는 한국정부라는 표현이 적절하다. 이 국면을 돌파하기 위한 대안으로 승자독식 구조 타파를 위한 중대선거구제 도입 등 제도적 변화를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대통령제에서 다당제 도입이 적절한 대안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대통령의 소신이나 실천 하나면 위기는 극복할 수도 있다고 본다. 입법, 사법, 행정이 상호 견제하는 몽테스키외가 말한 삼권분립의 실천이다. 학문적 접근을 떠나 최고 측근이 아니라 최고 전문가를 기용한다는 대통령 본인이 밝힌 소신, 야당과 대화를 멈추지 않는 전임 대통령의 협치철학 하나면 족하다. /이원택 더불어민주당∙김제 부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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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1.25 15:44

호모 모벤스를 위하여

계묘년 새해의 화두는 ‘고향’이다. 인구 소멸지역을 활성화하기 위한 방책으로 고향사랑기부제가 시행되니 전국 곳곳에서 유명 인사들의 기부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각 언론 지상에서도 고향에 관한 글이 넘친다. 이동성이 풍부한 현대는 내가 태어난 고향과 현재 살고 있는 주소가 대부분 다르기 때문에 생겨난 시책이랄 수 있다. 인간은 원래 이동하는 동물이었다. 대략 기원전 7천 년 전 농업혁명이 일어나면서 정착생활을 하게 된다. 그 뒤로 인류 문명은 상상 이상의 발전을 거듭해왔다. 산업혁명과 정보화 혁명을 거쳐 21세기 찬란한 문명을 이룩했다. 어렸을 적 우리는 철이 들어야 한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 철이란 시절이다. 성장하고 정착하여 직업을 갖고 가정을 꾸리는 방식이다. 흔들리지 않는 굳건한 뿌리, 안착하는 삶, 안정적인 생활이 가장 핵심적인 가치였다. 정주하는 시대에도 그늘이 있다. 순혈주의, 집단 간의 편가르기와 갈등이 상존한다. 게다가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는 혼잡하다. 농촌과 도시 그리고 국가간의 빈부격차는 더 벌어지고 있다. 지역간 불균형은 당장 치유책이 필요할 만큼 심각하다. 인간의 문명을 촉진시켜온 가장 큰 원동력인 정주성(定住性)이 해결해야 할 많은 문제의 원인이 되어간다. 이런 상황을 타개할 시대정신(zeitgeist)은 무엇일까? 우리가 고민하고 대안을 만들어야 하는 지점이다. 로버트 링거는 움직이지 않으면 아무 것도 이룰 수 없다고 진단했다. 움직이지 않아서 생기는 문제는 움직여서 풀어야 한다. 인류는 이를 위해 이미 제2의 유목 생활을 시작하였다. 편도 통행에만 2시간 걸리는 출퇴근도 불사한다. 좋은 일거리가 있으면 국경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철학적으로 보면 이것은 고정되어 있던 생각과 관습에서 벗어나 새로운 땅(Terra Incognita)을 찾아나서는 것이다. 특정한 가치와 삶의 방식을 고집하는 대신 끊임없는 혁신을 통해 새로움을 만들어내는 창조성이 그 기저에 있다. 들뢰즈는 이것을 노마드라고 칭하면서 ‘시각이 돌아다니는 세계’로 명명하기 까지 했다. 이제는 사람과 정신, 재화와 가치가 마구 움직이는 시대이다. 따라서 사회의 기본 운영 방식은 유동하는 인간을 전제로 해야 한다. 먼저 공간에 대한 개념을 바꾸어야 한다. 내가 살고 있는 곳이 하나가 아니라 여러 곳이다. 따라서 집은 여러 개 일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다. 한 지역에서 발전을 기획하고 미래를 설계하기 위해서는 정책 대상을 달리 해야 한다. 정주하는 인구가 줄어드는 시대이다. 새로운 사람을 찾아 나서야 한다. 그게 바로 끝없이 이동하는 인간이다. 우리 지역에 주소를 둔 사람만이 주민이던 시대는 벌써 지났다. 찾아오는 사람, 찾아올 가능성이 있는 사람도 주민이다. 이런 생각은 올 해에 생활인구 개념으로 법제화되었다. 이제 바야흐로 호모 모벤스(Homo Movens), 움직이는 인간의 시대이다. 자크 아탈리는<호모 노마드>에서 유목하는 인간의 미래를 박애와 공동체 정신에 두었다. 타자에 대한 개방과 포용이 필요하다. 그래야 움직이는 인간을 수용하는 정책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개방과 포용의 정신으로 관광과 새로운 일자리, 볼거리 등을 통해 사람들이 전북을 찾아오게 하자. 이런 성찰 속에 ‘먼저 온 미래’, 즉 인구 감소 시대를 극복할 새로운 대안이 있다고 본다. /김광휘 행정안전부 지역경제지원관 △ 김광휘 국장은 전북도 정책기획관, 새만금환경국장, 행정안전부 자치행정과장 등을 역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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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1.25 15:43

단체장과 의원 3선 딜레마

이 세상에는 죽었다, 살았다 하는 게 몇 가지 있다고 한다. 바둑이 그 일례인데 죽었던 흑돌이 훗날 전투나 패싸움 도중 살아나기도 하고, 멀쩡히 살아있던 백마가 어느 순간 죽어있는 경우도 허다하다. 대선 과정에서 요석처럼 보였던 나경원 전 의원은 어느 순간 폐석이 돼서 결국 25일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런가 하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듯했던 이낙연, 정동영, 정세균, 김경수 등은 이재명 리스크가 현실화하면서 스멀스멀 무대 뒤편에서 앞쪽으로 나오는 분위기다. 대마불사라는 말이 틀린 게 아닌가 보다. 이번 설 연휴기간 중 사람들의 첫째 화두는 역시 먹고사는 경제문제였으나 1년여 앞으로 다가온 총선도 정치권의 화두였다. 현직 도내 국회의원들은 모두 초선 또는 재선이어서 정치적 중량감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평을 받고 있다. 국회 상임위원장만 하려고 해도 3선은 돼야 하는데 그렇다고 정권 수뇌부 핵심인사가 있는 것도 아니다 보니 나름대로 부지런히 뛴다고 하지만 의원 스스로 가채점한 것과 시민들의 실제 채점결과는 천양지차가 있다. 그래서 요즘 지역정가에서는 ‘썩어도 준치’라는 말이 나돌고 있다. 3선 고지를 넘어선 중량감 있는 인사가 필요하다는 거다. 하지만 한편에선 “과거에 3선, 4선 했던 이들이 정작 자신의 영달은 꾀했을 망정, 막상 한게 뭐가 있느냐”는 불편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정반대의 시각을 가진 주민들 중 누가 더 많을지 지켜볼 일이다. 대체적으로 의원은 선수가 쌓일수록 중책을 맡는 반면, 단체장의 경우는 마의 3선이라는 말이 있을 만큼 3선은 하기도 어렵거니와 안 하는 게 더 나은 경우가 많다. 전북에 국한해보면 유종근, 김완주, 송하진 지사가 재선을 하는 것으로 마감했고, 강현욱 지사는 단 한번만 지냈다. 유종근 전 지사는 재선 때 경쟁자가 없어 경선도 없이 추대대회로 진행될 만큼 성가를 구가했고 그 여세를 몰아 대권에 도전했으나 실패했고, 김완주 전 지사는 3선에 대한 강한 의지를 불태웠으나 악화된 정치적 여건, 측근의 만류 등으로 뜻을 접어야 했다. 송하진 전 지사 역시 3선가도에 거침세가 없어 보였으나 정치적 반대세력의 연합작전에 의해 컷 오프됐다. 공교롭게 전북지사는 ‘3선불허’ 라는 불문율이 생겼는데 이제 막 시작한 김관영 지사의 추후 행보에도 눈길이 쏠린다. 교육감의 경우 3선을 노렸던 최규호 전 교육감은 사법리스크로 인해 뜻을 접었고, 김승환 전 교육감은 생불여사(生不如死)라는 말처럼 오히려 3선을 하지 않은것만도 못한 평가를 받는것 같다. 민선단체장 선거가 도입된지 28년을 회고해보면 도내 14개 시장∙군수의 경우를 보면 3선을 역임한 사람치고 뒷모습이 추하지 않은이가 전무한 실정이니 단체장 3선은 고심, 또 고심끝에 결단하라는게 새해 아침의 덕담일듯 싶다.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 오피니언
  • 위병기
  • 2023.01.25 14:05

전주드림랜드 현대화사업 ‘신중하게’

전주시가 시민 휴식공간인 전주동물원 드림랜드 현대화사업을 본격 추진하기로 하면서 기대와 우려의 시선이 엇갈리고 있다. 전주드림랜드 현대화사업은 전주동물원 내에 있는 기존 놀이시설을 동물원 인근의 외곽 부지로 확장 이전하는 사업으로 올해 타당성조사 및 기본계획 수립 용역이 실시된다. 전주시에 따르면 전주드림랜드는 동물원 후문(남측) 주차장과 외곽 부지 일대 6만8600㎡ 부지에 놀이시설 4만5000㎡와 휴식공간 2만3600㎡ 규모로 새롭게 조성된다. 기존 부지면적(2810㎡)에 비해 20배가 넘는 규모다. 개장 40년이 훌쩍 넘은 전주드림랜드는 시설 노후화로 고장이 잦아 이용자 안전에 심각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 또 시설 노후화로 젊은층이 제대로 즐길 수 있는 놀이기구가 제한돼 방문객들에게 외면당하고 있다. 최근에는 안전성 문제까지 크게 부각돼 제 역할을 못하고 있는 전주드림랜드를 이대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점에서 확장 이전을 통한 현대화 사업은 일단 반길 만한 일이다. 하지만 우려되는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전주시가 약 620억 원 정도로 추산되는 막대한 사업비를 일시에 투입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결국은 민간 투자 방식으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전국적 규모도 아니고, 인구가 지속적으로 줄어 장래 수익성을 기대하기 힘든 지방 소재의 놀이공원에 수백억 원을 쏟아부을 수 있는 민간 투자자가 선뜻 나타나기를 기대하기는 사실상 힘들다. 민간 투자자를 찾지 못해 사업이 장기 표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노릇이다. 게다가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는 신규 놀이공원 건립사업이 중앙투자심사위원회의 심의를 통과할 수 있을 지도 장담하기 어렵다. 전주시가 올해 타당성조사 및 기본계획 수립 용역을 추진하기로 했다. 철저하고 신중한 연구 조사를 통해 전주시민의 휴식공간을 현대화하면서도 사업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단지 시장의 공약사업이라는 점에서 무리하게 추진해서는 안 될 일이다. 게다가 도시개발 차원에서 현재의 전주동물원 위치가 부적합한 만큼 시설 이전 논의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도시의 미래를 보는 폭넓은 안목이 필요하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3.01.25 11:17

트럼프와 툰베리

‘생태계 전체가 무너지는데 여러분들은 돈과 경제성장의 신화에 대한 이야기만 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몇 마디 말로 제 꿈과 유년기를 앗아갔습니다. 어떻게 그러실 수 있습니까’. 2019년 9월 뉴욕에서 열렸던 유엔기후행동 정상회의에서 청소년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기후변화 해결에 소극적인 세계 정상들을 앞에 두고 울먹이며 질타한 연설이다. 그의 연설은 유엔총회에서 가장 큰 주목을 받았지만, 더 뜨거운 화제를 불러온 사진이 있다. 툰베리가 연설하는 미국 트럼프 대통령을 뒤에서 노려보는(?) 모습이 찍힌 사진이다. 이 사진이 화제가 된 후 트럼프는 트위터에 ‘툰베리는 밝고 멋진 미래를 기대하는 매우 행복한 소녀 같다. 보기 좋다’고 올렸다. 조롱하는 듯한 이 글에 툰베리는 트위터 계정 자기소개를 ‘밝고 멋진 미래를 기대하는 매우 행복한 소녀’로 바꾸며 응수했다. 그해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올해의 인물로 툰베리를 선정하고 표지에 싣자 트럼프는 다시 글을 올렸다. ‘상황이 너무 웃긴다’며 ‘그레타는 분노조절 프로그램에 참여해 분노조절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 그리고 친구와 좋은 옛 영화라도 보러 가라’는 일종의 야유였다. 툰베리 또한 그냥 넘어갈 리 없었다. 그의 트위터 계정은 다시 이렇게 바뀌었다. ‘분노조절 문제에 신경 쓰는 청소년. 지금은 진정하고 친구와 좋은 옛 영화를 보고 있음’. 이후에도 여러 차례 계속되었던 여섯 살 소녀 툰 베리와 일흔세 살 미국 대통령의 신경전(?)은 그 자체만으로 화제가 되었지만, 우리에게 전해준 메시지는 따로 있었다. 기후재난이 불러올 위태로운 미래에 대한 인식과 태도의 차이였다. 미국은 2015년 오바마 대통령이 주도한 ‘파리기후변화협약’ 협정을 그 다음해에 체결했으나 트럼프는 미국 대통령이 되자 곧바로 파리협정 탈퇴를 선언했다. 2021년 조 바이든 대통령이 재가입했지만 그 사이 미국은 파리협정에 서명한 국가 중에서 유일하게 탈퇴한 국가였던 셈이다. 지도자의 인식이 한 국가뿐 아니라 전 세계의 미래까지도 좌우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주는 예다.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알리는 기후활동가들의 활동이 절박해지고 있다. 그들의 활동을 보호하기 위해 인권단체도 가세했다. 국제앰네스티가 기후활동으로 인권을 탄압받는 기후활동가들을 보호하기 위한 캠페인에 나섰다. 지난해, 마을에 지어진 석탄발전소를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가 최대 10년 징역형 위기에 처한 방글라데시 기후활동가 샤흐네와즈를 비롯한 8명 활동가를 위한 캠페인이 그 시작이다. 앰네스티 캠페인의 제목은 ‘정의에 대가를 물을 순 없다’다. 기후활동은 곧 정의라는 명시가 새삼스러우면서도 반갑다./ 김은정 선임기자

  • 오피니언
  • 김은정
  • 2023.01.24 16:38

전북도, 이차전지 특화단지 반드시 유치해야

전북도가 정부에서 추진하는 국가첨단산업 특화단지 유치에 나섰다. 지난해 11월 전담팀(TF)을 구성하고 기업간담회를 개최한데 이어 지난 19일 기업 전략회의를 가졌다. 이에 앞서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26일부터 올해 2월 27일까지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공모에 들어갔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등 3대 산업분야로 전북은 이차전지 분야에 공을 들이고 있다. 특화단지로 지정되면 산단 입지 및 인프라 구축, 투자 인센티브, 연구개발(R&D) 예산 우선 반영, 예타 특례 제공 등 다양한 인센티브가 지원된다. 이차전지는 방전 후에도 충전이 가능한 배터리로, 미래 경제성장을 이끌 핵심기술 중 하나로 꼽힌다. 노트북, 휴대전화, 카메라는 물론 전기자동차의 소재로 성장 추세가 가파르다. 특히 차세대 이차전지는 기존 상용 이차전지인 리튬이온전지가 갖는 화재·폭발 위험성을 극복하고 고성능, 고안전, 경량, 친환경을 실현할 수 있다. 이번에 이차전지 특화단지를 전북도가 유치하게 되면 지역경제는 물론 산업발전에 엄청난 파급효과가 예상된다. 반드시 성공해 전북이 첨단산업의 전초기지로 발돋움하는 계기를 마련했으면 한다. 그러나 특화단지 유치는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니다. 이미 각종 인프라가 갖춰지고 관련 기업이 다수 소재하고 있는 경북 포항시와 울산광역시 등이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또 지난해 이차전지 분야 소재부품장비 특화단지로 유일하게 지정된 충북 청주시는 오창과학산업단지에 대규모 특화단지를 조성하는 등 한참 앞서가고 있다. 포항시는 지난해 11월 용역 착수보고회를 갖는 한편 중국 CNGR과 1조원 규모의 투자 양해각서를 맺는 등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경북도는 구미시에 반도체, 포항시에 이차전지 분야를 유치한다는 전략을 세우고 권역별 선정으로 불이익을 받을까봐 정치권이 나서야 한다고 독려하고 있다. 울산시 역시 지난해 12월 산학연관이 참여하는 이차전지 얼라이언스(연합체)를 출범시키고 울산(U)-2030 전지산업 재도약 전략을 발표했다. 울산시는 지난해 ‘차세대 이차전지 상용화지원센터’를 유치한 바 있어 유리한 입장이다. 이처럼 다른 지역과 경쟁이 불가피한 만큼 탄탄한 논리 개발과 강점 부각 등 철저히 준비하기 바란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3.01.24 16:35

항공레포츠체험관광의 최적지 새만금

현재 우리나라 항공레저산업은 중앙정부의 오랜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초기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점차 항공레저스포츠 종목이 다양화돼 저변이 확대되고 있어 향후 유망 레저산업으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국토부가 오래전부터 ‘하늘에서 바라보는’ 관광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항공레포츠 인프라 구축, 항공체험관광 활성화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항공레저관광 육성방안’을 꾸준히 검토해왔지만 극소수의 항공레저 선진 지자체를 제외한 대다수 지자체는 아직 무관심속에 방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열기구 등 항공레포츠 체험관광이 자리 잡으려면 관련 단체나 기업의 힘만으로는 어려움이 많아 지자체의 공익적 관심과 지원이 필수적으로 우선돼야 한다. 새만금지역이 군산공항 관제권에 인접해 있어 통제를 받지않을까 하는 선입견이 있는데, 대부분 지역이 자유비행구역이어서 문제가 없고, 관제권과 관련해서도 서울항공청을 통해서 간단하게 비행승인을 받을 수 있다. 열기구 등 항공레포츠 비행승인은 단순 기속행위로 비행승인 신청 및 승인절차는 ‘초경량비행장치비행승인업무지침 제18조 및 제19조’에 의거해 서울항공청에만 신청서를 제출하면 3일 이내, 필요시 최장 7일 이내에 일괄처리하게 돼있다. 벌을 모이게 하려면 꽃이 필요하듯이 항공레저 체험관광객을 유치하려면 화제성을 갖춘 안전한 이착륙시설이 우선적으로 구축돼야 한다. 이착륙장은 종목별 특성에 맞춰 검토돼야 하는데, 특히 열기구는 장애물이 없고 광대한 면적의 평원이 펼쳐지는 새만금 지역이 국내 어느 지역과도 비교되지 않는 최적지로 평가되고 있다. 전문가들이 검토한 내용에 따르면 새만금지역은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바닷가를 낀 수평선과 지평선을 갖추고 있어 1년에 200일~250일 열기구 사계절 비행이 가능한 지역이다. 이는 세계 최고의 열기구 관광지 터키 카파도키아와 비슷한 수준이며 일본 사가와 대만 타이퉁, 필리핀 루바오 등 열기구를 관광 상품으로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들보다 유리한 환경조건을 갖추고 있음이 분명하다. 천혜의 자연조건을 갖추고 있는 새만금지역에 인프라 구축이 선제적으로 추진되면, 이를 계기로 새만금이 새로운 항공레저 관광명소로 자리 잡아 항공레포츠 마니아들과 체험관광객들에게 각광받을 뿐 아니라 인근지역의 관광자원과 연계된 시너지효과가 크게 나타나서 다양한 분야의 서비스업 일자리 창출 등 지역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이렇듯 새만금지역은 열기구를 비롯한 다양한 항공레포츠를 하기에 매우 적합할 뿐 아니라 세계적인 항공레포츠 관광명소로 자리매김할 무한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다만 바람 방향에 따라 어느 곳에서 이착륙하는 것이 보다 안전한지, 경관이 좋은 장소로 비행할 수 있는지를 검토하는 테스트 비행 등 필수적인 사전 점검과정이 선행돼야한다. 오는 8월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에 맞춰 새만금 홍보와 새만금 관광 활성화에 열기구 등 항공레저 비행을 하기 위해서는 비행코스 선정과 안전성 점검 등을 서둘러 최적의 이착륙지부터 확보돼야 한다. /윤병순 사단법인 새만금항공레저스포츠협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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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1.24 15:26

행복의 방법, 타자를 위하기

누군가 '행복'의 반대는 불행이 아닌 '욕망'이라고 했다. 행복은 개인에 따라 모두가 다르게 인식하는 것 같다. 같은 회사, 같은 학교에 다니고 있는데 어떤 이는 만족하고 누군가는 불행하다. 같은 공간에 있어도 개인에 따라 전혀 다른 삶의 맥락이 있다. 모두가 제각각이다. 오래전이다. 모 지자체에서 최고위층까지 오르고 은퇴하신 분이 계셨다. 고향에서 활동 해 보려고 했지만 잘되지 않았는지 외국에 나가셔서 사업을 하다가 갑자기 돌아가셨다. 지인들이 공직에 있을 때의 자기 권위를 내려놓지 못하면서 현실에서 오는 괴리감에 힘들어했다고 전했다. 이 바닥에서 오래 일하다 보니 교육계, 정치계, 행정 등 고위공직에서 은퇴한 분들의 삶에 대해서 조금씩 알게 된다. 새로운 삶을 멋지게 살아가는 분들도 계시지만 또 한편에서 60대 초반부터 80~90 어르신 행세 하는 분들도 있었다. 이런 분 중 은퇴 후 1, 2년 만에 외모까지도 완전히 나이 들어 버리는 경우가 있다. 마흔이 되면서 월급 주던 직장을 사직하고 프리랜서를 몇 년 하면서 개인 연구소를 운영 했었다. 나와 보니 알았다. 명함에 이전에 내가 가졌던 기관장이라든지 단체에 어떤 위치 등 내세울 게 없었다. 이름만 만들어 놓은 무허가(?) 연구소가 다였다. 완전히 벌거벗은 느낌이었다. 당시 내가 가진 역량이 무엇이고 어떤 사람들이 나와 진정성 가지고 함께 하는지 정확하게 알 수 있었다. 나는 은퇴를 아주 빨리한 거다. 그리고 몇 년 있다가 다시 지역에 돌아와 ‘청소년자치공간 달그락달그락’을 기획 운영하고, 이후 ‘길위의청년학교’도 시작하게 된다. 나는 지금도 20대에 하던 일을 똑같이 반복하고 있다. 현장 활동뿐만 아니라 연구와 집필 등 질적으로나 네트워크적으로 차원이 다르기는 하지만 결국은 ‘청소년활동’이다. 지금이 행복한가? 모르겠다. 행복의 정의를 내리기 어렵지만 한 가지는 안다. 이 일이 청소년들에게 복이 된다고 확신하고 있다. ‘달그락’에 선생님들도 그 때문에 다른 지역에서 군산까지 와서 방 얻어 살면서 청소년활동을 함께 하고 있다. 청소년과 지역사회, 그 안에 많은 사람과 연대하면서 그래도 조금은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들고자 전문적으로 움직여 가는 활동. 그게 우리가 하는 ‘일’이다. 우리 모두에게 은퇴는 없다. 하는 ‘일’이 바뀌어 갈 뿐이다. 돈을 벌고 안 벌고의 문제는 다른 차원이다. 일의 목적에서 자기 ‘욕망’을 내려 놓고 ‘본질’을 보게 되면 평생에 걸쳐 우리가 해야 할 가치 있는 일이 보인다. ‘행복’이다. 그것은 바로 나를 통해 타자가 잘 되기를 바라는 삶이다. 세상의 모든 일은 나를 통해 타자와 이어졌다. 이 글도 누군가 읽히기 위해서 쓴다. 의사도 환자를 돌보고 있고, 기자도 사회 정의를 위해서 누군가를 위한 기사를 쓴다. 택시 기사는 손님을 안전하게 목적지에 태워준다. 정치인은 어떤가. 우리 사회의 모든 일은 누군가를 위해서 함께 하도록 시스템화 되어 있다. 모든 직업이 그렇다. 나와 연결되어 있는 사람들과 함께하며 그들을 위한 삶이 무엇인지 살피고 조금이라도 복이 되도록 거드는 일이 우리 행복을 판가름한다. 우리우리 설날이 막 지났다. 누군가에게 행복한 삶을 묻는다면 ‘마틴 루터 킹’ 목사의 말을 들려주고 싶다. “인생의 가장 지속적이고 긴급한 질문은 다른 사람들을 위해 당신이 무엇을 하고 있느냐다.” 또 다른 새해다. 모두 행복하기를. / 정건희 청소년자치연구소 소장 △정건희 소장은 여성가족부 청소년정책위원∙국가인권위원회 아동인권전문위원 등을 지냈으며, 현재 군산시교육발전진흥재단 이사∙한일장신대학교 겸임교수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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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1.24 15:25

특별자치도가 되면 무엇이 어떻게 달라지는데?

지난 연말 전북특별자치도 특별법 국회 통과 이후 특별자치도 의제가 지역사회의 화두로 부상해 있다. 전북 곳곳엔 ‘전북특별자치도 통과’ 플래카드가 나붙고, 정치권도 환영 일색이다. 도민은 물론 설 명절 고향을 방문한 출향인들도 큰 관심을 나타냈다. 플래카드에 표기된 홍보 카피처럼 ‘더 특별해진 전북, 더 새로워질 전북’에 대한 기대 때문이다. 헌데 그들은 묻는다. “무엇이 어떻게 달라지는데?” 이 질문에 대한 해법을 마련하기 위해 전북도가 기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세미나와 토론회가 잇따라 열리고 기구조직에 추진단을 꾸렸다. 올 한해는 특별법에 담아야 할 조문 보완과 전북형 특례 발굴, 규제 개혁, 전북의 특성을 살린 컨텐츠 개발 등에 행정기관과 정치권이 분주할 것 같다. 한발 앞서 있는 강원도는 오는 6월 출범 예정인 강원특별자치도의 비전을 ‘미래산업 글로벌도시’로 정했다. 23개이던 법 조문을 181개로 늘린 개정안을 최근 국회에 넘겼다. 4월 입법이 목표다. 제주특별법도 2006년 제정 이후 6차례에 걸쳐 법률 개정작업이 이뤄지면서 조문이 481개로 늘었다. 상황에 따라 보완이 이뤄지는 건 당연하다. 설 연휴 직전 강원도민들에게 공개한 강원도특별자치도법 개정안이 눈길을 끈다. 이를테면 농업진흥지역을 지정·변경 또는 해제할 수 있는 권한, 환경영향평가 권한을 각각 도지사에게 이양해 달라는 특례가 그것이다. 별도의 부교육감을 별정직 지방공무원으로 한명 더 교육감이 임명할 수 있게 해 달라는 특례도 개정안에 포함돼 있다. 접경지역인 강원도는 각종 규제에 묶여 피해의식이 강하다. 때문에 규제를 풀어 강원지역을 획기적으로 발전시키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부교육감 추가 임명 특례도 국제교육특구를 지정, 국제학교를 설립·운영하려는 강원도로서는 절실하다고 보고 있다. 문제는 중앙정부의 태도다. 이른바 분권의 인정이고 권한의 이양인데 장관 권한을 선뜻 자치단체한테 내놓겠느냐는 것이다. 이걸 눈여겨 보는 이유는 전북도도 마찬가지 상황에 직면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지역의 강점인 농생명, 식품, 바이오 부문과 전통문화 관련 콘텐츠, 기업유치, 새만금, 국제학교 유치 등 이른바 ‘전북형 특례’를 실행하기 위해선 강원도처럼 장관의 권한을 도지사가 이양 받아야 할 사안이 숱하게 나올 수 있다. 강원도가 요구한 ‘농업진흥지역의 지정·변경·해제 권한, 환경영향평가 권한, 부교육감 1명 추가 임명권’ 등은 특별자치도의 자치권과 자율권을 인정 받는 상징적 시금석이 될 것이다. 이와관련해 국토정책의 전문가들은 경직된 중앙정부의 태도를 지적하면서 부정적 전망을 내놓고 있다. 지역간 형평성과 난개발 등을 이유로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농업, 환경단체들이 동의할 지도 의문이다. 이런 저런 이유로 분권과 권한 이양이 이뤄지지 않으면 특별자치도는 특별하지 않은, 무늬만 특별자치도에 머물 것이다. 특별자치도 도지사가 자치권을 갖고 독자권역으로서 지역을 창의적으로 디자인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수사는 그야말로 장밋빛 전망에 그치게 된다. 특별자치도를 성공적으로 정착시키려면 분권과 자율권, 권한이양에 대한 정부 부처의 유연한 태도가 관건인데 저항이 클 것이라는 건 불문가지다. 결국 통치권 차원의 인식과 접근이 핵심 키워드가 될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과연 그럴 의지가 있을 것인가. ‘특별자치도가 되면 무엇이 어떻게 달라지는데?’에 대한 해답도 이에 달려 있다. /이경재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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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1.24 14:07

국제학교 유치 서둘러야 한다

각 시도가 앞다퉈서 국제학교 유치전에 나서면서 특별자치도 출범을 앞둔 전북 역시 이 문제에 대해 발 빠르게 다각도로 접근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국제학교 유치는 작아 보여도 중요하면서도 매우 급한 문제다. 금융중심지 육성이나 공공기관 추가 이전은 물론, 새만금 개발에 있어 국제학교 유치 여부는 핵심 과제다. 언뜻 생각하면 국제학교 한두 개 있는 게 별거냐고 반문할 수 있으나 이는 세상의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하는 편협한 시각임을 알아야 한다. 국제학교는 비단 외국인 정주 여건을 개선해 외국인 투자 유치를 활성화하고 글로벌 산업도시의 위상을 확보하기 위한 것만이 아니다. 관련 법 개정 여하에 따라 내국인 학생 비율을 얼마든지 조정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과거 화교학교처럼 외국인 몇 명을 겨냥한 외국인학교는 전북이 지향할 바가 아니다. 외국인은 물론, 내국인들이 양질의 학교가 없어 전북을 꺼리는 현상을 없애야 한다는 점에서 인천 송도, 제주, 대구 등의 사례를 잘 살펴봐야 한다. 강원도교육청은 강원특별자치도교육청 출범 이후에 대비해 올 연말까지 '강원형 국제학교' 연구용역에 나선다. '강원형 국제학교'의 타당성과 방향성 등을 체계적으로 분석· 연구하는 것이 목표인데 아직 관련 법령이 통과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할지를 먼저 살펴보는 의미가 있다.원주시도 지난해 말 강원특별자치도 출범에 따른 강원특별법 특례 조항에 국제학교 설립을 포함시키며 국제학교 설립에 대해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제주특별자치도의 선례를 볼 때 국제학교 설립이 가시화되려면 향후 4~5년 정도가 소요될 전망이다. 충북 역시 AI바이오영재고는 2026년, 오송 국제학교는 2027년에 개교 예정이다. 오송 국제학교 입학 대상은 국내 학생 30%와 외국인 자녀 70% 정도로, 유, 초, 중, 고교 교육 과정이 운영될 예정인데 전북으로선 타산지석으로 삼을만 하다. 사실 전북엔 전국에 내세울만한 고교가 자사고인 상산고를 제외하곤 전무한 실정이다. 인천 송도의 채드윅 국제학교나 제주국제학교와 같은 수준 높은 교육 시설의 유치는 민선 8기 김관영 전북지사의 핵심공약이라는 점에서 속도를 붙여야 한다. 새만금지역은 국제학교 유치를 전제로 개발되고 있기 때문에 향후 국제투자진흥지구로 기능하려면 관련 절차를 착착 밟아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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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3.01.24 13:30

때아닌 '시민후보' 논란

전주을 재선거 ‘시민후보’에 대한 부적절 논란이 예사롭지 않다. ‘시민후보’ 명칭을 둘러싼 시민사회단체간 불협화음이 불거졌다. 결속력이 강한 것으로 알려진 이들 단체 내부에서조차 명칭 사용을 놓고 문제 제기를 한 것이다. 텃밭을 자부해온 민주당이 이번 선거에서 무공천 결정을 함에 따라 일부 시민사회단체가 그 틈새를 노리고 ‘시민후보’를 내세울 계획이었지만 아군 진영부터 반기를 들고 나왔다. 이유인즉슨 이들 진영에서도 그간 핵심 역할을 해온 농민회와 민노총을 주축으로 한 진보성향 단체들이 일방통행식 추진 방침에 제동을 건 셈이다. 한마디로 전쟁터에 나가기도 전에 적전분열 양상을 보였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오는 4월5일 전주을 재선거를 앞두고 시민후보 추천을 위한 사전 물밑 작업이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주도하는 모임은 “전주을 재선거는 전북 정치 혁신의 장이 돼야 한다” 며 “국민의힘 후보와 민주당 탈당 후보는 혁신이 대상이지 주체가 될 수 없다” 면서 시민후보 추천에 대한 당위성을 역설했다. 이와 관련 문제는 유권자나 정치권에서 이를 반대한 것이 아니라 이들 시민사회단체 내부에서 먼저 불만이 터져 나왔다는 것. 극히 이례적인 상황에서 농민회 도연맹은 논평을 통해 “시민후보와 같은 예민한 사항은 객관적이고 합리적 기준에 의해 투명하게 추진돼야 한다” 면서 “일부 시민사회단체나 개별 인사들만의 참여로 ‘시민후보’ 명칭이 부여된다면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다” 며 시민후보 자격의 대표성 문제를 지적했다. 유권자 입장에서도 불편한 기류가 감지된다. 도 단위 선거도 아니고 한낱 지역구에 국한된 데다 재선거라는 불명예스런 상황에서 치러지는 선거인데 때아닌 ‘시민후보’가 거론되는 것에 대해 달갑지 않은 반응이다. 저변에 깔려 있는 이번 선거 의미는 불행한 사태를 불러온 민주당의 독점적 기득권을 심판하는 것이다. 그에 따른 책임론을 주장하는 여론 압박에 굴복해 결국 민주당도 무공천을 결정함으로써 기득권을 포기했다. 유권자 입장에선 오랜 굴레에서 벗어나 홀가분하게 후보 선택의 기회가 주어졌다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 혁신 운운하며 시민사회단체가 또 다른 기득권 정치를 모색하는 것 자체가 유권자에겐 반가울 리 만무하다. 이들 단체가 주도해 뜨거운 반향을 불러일으켰던 총선 매니페스토 운동은 물론 부적격 후보자의 낙선 운동과는 대비가 된다. 시민후보를 추천하려는 이들 단체의 충정은 십분 공감하나 정작 그 길 만이 정치 혁신에 부합하는지는 숙고해야 할 것이다. 기득권 타파를 열망하는 유권자 코드에도 맞지 않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인물 경쟁력을 선호하는 시대 흐름에 찬물을 끼얹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무엇보다 시민사회단체 내부에서도 추진 방식에 대해 시각차가 존재하는 건 ‘시민후보’ 명분이 그만큼 약하다는 방증이다. 지역 발전에 대한 비전과 함께 정치적 소신이 뚜렷하다면 당당하게 홀로서기를 통해 유권자 심판을 받는 게 순리다. 김영곤 논설위원

  • 오피니언
  • 김영곤
  • 2023.01.19 17:00

내 인생사용법

가끔 인생 뭐 별거 있나, 하는 생각이 스쳐간다. 이런 생각은 주로 잠 안 오는 밤에 찾아온다. 물거품처럼 사라진 소규모 인생 계획들, 커피 삼천사백스물 세 잔, 후추와 소금 약간, 대통령 여럿, 쓰라렸던 백수 시절, 21그램도 채 안 되는 키스와 연애, 그리고 무수한 실패. 그게 특별할 것 없던 내 인생사용법이었다. 아들이 생기면 아이에게 야구 글로브를 사주고 둘이 캐치볼을 해야지, 했지만 그 소망을 이루지 못했다. 사느라 바빴던 탓이라는 변명은 비겁하다. 거위처럼 어기적거리며 변명이나 늘어놓는 인생은 비루하다. 나이 드니, 그토록 혼란에 감싸였던 인생의 전모가 또렷하게 보인다. 시간이 완전함을 가늠하는 인생의 시험이라는 걸 부정할 수가 없다. 인생 처음의 시련은 벌에 쏘인 것이다. 설마 여섯 살에 통렬한 아픔 속에서 인생이 녹록치 않음을 깨달았다는 것은 아니다. 벌 쏘인 턱이 금세 부풀고, 마치 불에 덴 듯 따끔거렸다. 외손자를 들쳐 업은 외할머니는 찐 옥수수를 물려주며 달랬다. 벌에 쏘인 그 선연한 통증이 어떻게 사라졌는지는 가물가물하다. 요즘 들어 내가 여섯 살이었을 때 엄마라고 알았던 외할머니 얼굴을 자주 떠올린다. 평생 시 쓰기에 매달렸다. 열다섯 살 때 김소월 시집을 읽고 그 운율을 흉내내어 시를 적었다. 학생잡지 '학원'에 뽑혀서 활자화된 시를 길거리에서 여러 번 읽었다. 그 어린 시절 내가 쉰 해 동안이나 시를 미련스럽게 붙잡고 있으라고 어찌 상상이나 했을까? 시를 환대하고 정중하게 대했다. 시를 아는 것은 우주를 아는 것이라 여기고, 급류 같은 사나운 세월을 시라는 난간을 붙잡은 채 건너왔다. 시가 아니라 다른 일을 그토록 열심히 팠더라면 삶은 지금보다 더 나았을까? 그건 알 수 없는 일이다. 스물일곱 살에 출판사에 사표를 내고 창업을 했다. 1인 출판사였다. 혼자 책상에 엎드려 코를 박고 기획과 원고 교정, 표지 디자인을 다 처리하고 인쇄소며 제본소를 쫓아다니며 제작 감리를 봤다. 운 좋게도 창업 직후에 낸 책이 기적 같은 성공을 거두며 직원을 두어 명 뽑고 사무실을 넓혀 이사를 했다. 내가 만들고 싶은 책들을 맘껏 펴내는 동안 출판사는 번창해서 직원이 서른 명으로 늘고, 창업 십년 만에 강남에 사옥을 지었다. 그게 내가 일군 사업의 정점이자 전성기였다. 필화사건으로 구속되고, 두 달 만에 집행유예로 풀려나서 출판사 폐업을 결심했다. 열다섯 해 동안 출판편집자로 책 만들며 보낸 세월을 후회하지는 않는다. 인생 후반부엔 제주도에서 작은 서점이나 꾸리며 살고 싶었다. 은둔 거사로 살며 멀 데서 온 젊은 벗들과 담소하고 오후엔 바닷가나 걷고 싶었다. 그 꿈은 이루지 못했다. 차선으로 시골에서 영농후계자로 살려는 야무진 꿈을 꾸며 경기도 남단에 집을 지었다. 봄, 가을마다 물안개가 집과 마당을 삼키는 시골에서 나는 처절하게 외로웠다. 낮엔 나무시장에서 사온 유실수와 관상수를 부지런히 심고, 밤엔 안성시립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을 읽으며 물안개와 고독을 견뎠다. 가끔 벗들이 들고 온 붉은 포도주나 동네 슈퍼에서 사온 좁쌀막걸리를 한잔씩 마셨다. 어둠 속에서 고라니나 너구리가 집 마당을 서성거리다 기척없이 사라졌다. 그 동물들은 야생이었다. 십오 년 뒤 영농후계자라는 난망한 꿈을 접고 시골을 떴다. 돌아보니 인생이란 미친 엄마가 품고 다니는 태아 같다. 우연이라는 날개를 달고 붕붕거리는 애처로운 인생아! 잘 사는 일이란 무엇인가? 곰곰 생각해보니 진실의 환한 빛 속에서 사랑하고 슬퍼하며 사는 것, 바람에 펄럭이며 마르는 빨래를 지켜보는 시간을 갖는 것, '일하는 육체와 창조하는 정신'으로 사는 것이다. 평생 읽는 자이자 쓰는 자로 살았다. 내 인생사용법에 실수와 오류가 없었다고 우길 수는 없다. 그러나 엉터리로 살지 않았다는 자부심조차 없는 건 아니다. 내 귀는 바흐를 듣고, 내 눈은 권진규의 '붉은 가사를 걸친 자소상'을 보았다. 청년 시절 추앙하던 작가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고향인 지중해 크레타 섬을 찾아가 그의 돌무덤 위에 붉은 꽃 몇 송이를 바쳤다. 내 인생 추는 갈망과 현실 사이 한 가운데에서 어느 쪽으로도 기울지 않고 균형을 이룬다. 그게 내 인생사용법이 아주 나쁘지는 않았다, 라고 스스로를 위로하는 근거다. /장석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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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1.19 16:17

어떤 농사를 짓고 계십니까?

요즘 농촌에서의 새로운 꿈을 찾아 귀농·귀촌을 알아보는 분들이 많이 있다. 특히 청년층에서도 귀농에 관한 관심이 그야말로 “핫”하다. 2023년부터 대폭 확대된 “청년창업형후계농 영농정착지원사업!” 기존보다 파격적인 지원확대, 예를 들면 정책자금의 대출한도를 최대 5억까지 늘렸으며 상환조건 또한 대출금리 연 1.5%(고정금리) 기준으로 5년 거치 20년 원금 균등 분할 상환! 거기에 영농초기의 안정적인 정착을 위한 영농정착지원금 월 110만 원까지. (물론 2년 차와 3년 차에는 100만 원, 90만 원으로 차등지급) 그만큼 농업·농촌 분야에 청년의 역할론이 강조되고 있으며 정부의 지원 속에서 많은 청년 농부들이 육성되고 정착해 나가고 있다. 필자 또한 2018년도 청년창업형 후계농 1기로 선정되어 귀농한 경우로 농촌에 정착한 지 벌써 6년 차에 접어들었다. 그 옛날 할아버지께서 꿀 농사를 지으셨고 아버지 또한 젊었을 때 그 밑에서 양봉을 하셨던 걸 알았기에 품목을 정하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사실 상담학과 사회복지학을 전공했고 10여 년 동안 상담만 해왔던 내게 농업과의 연관성이라고는 단 1도 없었다. 농업이라 하면 그저 학창시절 수업시간에 흘려들었던 앨빈 토플러 할아버지의 제3 물결 중 가장 첫 번째 물결이 농경시대였음을 일컬었던 정도? 하지만 청소년법인기관에서 사직하고 귀농을 결심하며 품목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끊겼던 가업을 잇는 청년 농부”, “3대째 꿀벌 농사를 짓는 청년꿀벌농부”라는 마케팅 활용에 아주 탁월한 타이틀이 그저 달콤하기만 했기에 호기롭게 양봉을 선택했고 벌통 30군으로 꿀벌 농사를 시작했다. 그리고 그해에 이상기후로 아카시아꿀을 구경도 하지 못했다. 대한민국에서 생산되는 꿀의 75%를 차지하는 아카시아꿀을 한 방울도 수확하지 못했다는 말은, 그냥 그해 꿀 농사가 망했다는 뜻이다. 그리고 두 번째 해는 꿀벌의 최대 숙적인 진드기 방제를 위해 처리한 약품처리를 너무 적게 해서 꿀벌이 많이 죽어 나왔고 2021년에는 양봉장 인근의 과수원에서 살포한 농약으로 인해 꿀 수확 직전에 가장 왕성한 세력의 벌통들이 피해를 보았다. 그리고 대망의 다섯 번째 해였던 작년 봄, 전국적인 꿀벌 연쇄 실종사건으로 78억 마리가 일제히 사라졌을 때 필자의 꿀벌들 또한 피해를 보았다. 그 짧은 기간에 참, 기구하기도 하다. 그런데도 이 농사를 포기할 수 없는 이유는 단순히 먹고 살기만을 위함이 아니다. 꿀벌을 지켜야 우리가 살아가는 생태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신념과 더불어, 농촌에 청년들이 있어야 우리의 농촌 또한 지켜질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농업은 1차 농산물 생산을 통해 우리의 먹거리, 즉 식량자원을 책임지는 아주 막중한 역할을 감당하고 있지만, 그뿐만 아니라 농촌의 생태환경자원과 농경문화만이 가지고 있는 전통적 가치와 공동체의 기능, 그 안에 숨겨있는 공익적 가치를 계승 발전하기 위해서는 청년들의 역할이 절실하다. 필자를 향해 어떤 농사를 짓고 있냐는 질문을 한다면 꿀벌 농사를 짓는 것과 함께 청년농촌활동가로 활동하며 사람이 농촌에 머물고 정취를 누리며 언제든 다시금 돌아올 수 있도록 하는, “사람을 남기는 농사”를 짓고 있다고 말하고 싶다. 앞으로 본 기고를 통해 농촌에 정착하는 지역 청년들의 좌충우돌 농촌 생활과 더불어 다양한 농촌 활동들을 포장도 가감도 없이 전해드릴 예정이니 기대하시길! /박넝쿨 농촌기업브랜드 신비 대표 △박넝쿨 대표는 현재 익산시희망농정위원회 심의위원, 익산시농촌활력지원센터 청년농촌활동가 대표, 익산시문화도시지원센터 이리랑익산(유튜브채널) CP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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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1.19 16:17

건강보험료 폭탄이 된 공적연금

전 국민 대부분에게 적용되는 건강보험은 직장가입자나 지역가입자 또는 가입자의 피부양자에게 많은 혜택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가입대상을 들여다보면 모든 사업장의 근로자 중 고용기간 1개월 미만, 월 근로시간 60시간미만이나 근로자가 없는 1인 사업장의 사업주를 제외한 모든 직장인은 직장가입자로 우선 분류되며 그 외의 자는 지역가입자가 되거나 다른 가입자의 피부양자가 되어 혜택을 보게 됩니다. 국민 대다수의 건강을 담보하는 건강보험에 문제가 발생한 것은 지난해 9월부터 건강보험료의 피부양자자격요건, 즉 본인은 건강보험료를 전혀 내지 않고 다른 가입자의 피부양자가 되어 보험 혜택을 받는 요건이 엄격해지면서입니다. 작년 9월부터 적용되는 피부양자의 요건은 소득세법상의 연간소득이 3400만 원 이하에서 2000만 원이하로 대폭 낮아졌고, 재산기준인 재산세 과세표준액 5억4000만원도 주택가격의 폭등으로 실질적으로는 낮아지는 효과가 발생해 피부양자자격을 갖추지 못해 지역가입자로 변경되어 그동안 내지 않았던 건강보험료를 부담하게 되었습니다. 구체적으로 피부양자의 요건이 되는 소득세법상의 소득을 살펴보면 사업자등록을 했으면 소득이 전혀 없어야 하며, 특히 사업이나 금융, 공적연금 등의 소득이 2000만원 이하여야 합니다. 여기서 기준이 되는 2000만원은 직장가입자의 보수월액에 추가 부담해야 하는 금액이 되기도 합니다. 그런데 문제가 되는 것은 소득의 범위에 개인연금 등의 사적연금은 제외되나 국민연금이나 공무원연금 등의 공적연금은 포함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즉, 다른 소득 없이 공적연금으로만 생활하는 은퇴자 중 월 167만원을 초과하는 사람은 피부양자자격이 상실되어 지역가입자로 변경되며 소득, 재산, 자동차 소유여부 등을 감안하여 적용되는 요율의 건강보험료를 내야 됩니다. 2019년 말 기준으로 공무원연금 월평균 수령액은 248만원(연 2976만원)으로 지난해 9월 이전에는 건강보험료를 전혀 내지 않아도 되었으나, 이번 개정으로 인해 공무원연금 수령자 대부분이 피부양자요건이 상실되어 건강보험료를 납부해야 합니다. /노인환 한국∙미국 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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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1.19 16:16

[금요수필]달밤에

자정을 갓 넘긴 포근한 밤, 언덕길에서 바라보는 달이 유난히 밝다. 늦여름의 잔영이 남아 있던 얼마 전만 해도 달빛에 몸을 적시면 서늘해지곤 했다. 그런데 오늘 밤 달은 불에 달군 듯 붉은 기운을 품고 있다. 달은 가끔 지나는 구름에 몸을 숨겼다가 나와 나를 지긋한 눈빛으로 바라본다. 그럴때면 한가롭게 달과 눈이 마주치며 생각 주머니가 열린다. 달을 바라보다 기억의 소실점에 이르면 그곳에는 언제나 고운 달빛을 맞으며 언덕길을 걸어가는 소녀가 보인다. 머리는 양갈래로 따고 군데군데 때가 낀 분홍 원피스를 입은 소녀다. 한 손에는 동냥 통, 나머지 손은 보따리를 들고 절뚝거리며 언덕을 걸어 간다. 소녀 뒤로 고만고만한 또래의 아이들 대여섯이 따른다. 이윽고 냇가에 이르면 소녀는 동냥 통을 내려놓는다. 달빛이 투영되어 반짝거리는 냇물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고개를 숙여 물을 마신다. 뒤따르던 아이들이 까치발을 하고 살금살금 다가가 소녀를 밀어 냇가에 빠뜨린다. 물에 빠진 소녀가 허우적거리며 발버둥을 치자 아이들이 깔깔대며 웃는다. 겁먹은 소녀는 급히 물가로 나와서 울음을 터뜨린다. 그 소녀는 절름발이였었다. 나이는 우리들 보다 몇 살 위였지만 몸이 부실하여 넘어지면 자주 울었다. 그 소녀는 마을 외딴곳의 허름한 토담집에 동생과 함께 살았다. 소녀의 어머니는 그녀가 세 살 때 도시로 돈 벌러 나갔다가 돌아오지 않는다는 말이 돌았다. 소녀는 매일 마을로 동냥을 하러 다녔다. 나는 친구들과 그녀를 자주 놀렸다. 이사를 한 뒤 몇 년 뒤 가보니 소녀가 보이지 않았다. 친구들은 그녀가 섬유공장에 취직했다느니, 남의 집 식모살이를 한다느니 하는 근거 없는 소문만 전했다. 몇 십 년이 지났지만 지금까지 그녀의 행방을 아는 사람은 없었다. 가끔 귀몽(歸夢)에서 깨어나면 그 끝자락에서 그녀가 울며 서 있었고, 달빛에 젖은 대나무를 바람이 훑고 지나간다. 널찍한 이파리 매단 칡덩굴이 여린 대나무의 몸을 감고 있다. 소녀는 대나무처럼 여렸고 코흘리개 우리는 칡덩굴처럼 그녀를 감고 오르며 괴롭혔다. 엉엉 소리 내어 울던 소녀의 얼굴이 가슴에 와 박힌다. 그 아이도 이제는 지천명을 훌쩍 넘겨 눈매가 부드러워졌는지…. 커다란 벽시계의 오후 시침처럼 달은 서편으로 기운다. 내 삶의 시침도 저 정도쯤 지나고 있을까? 돌아보면 언제부터였는지 딱 꼬집어 말할 순 없지만 인간관계가 뻑뻑해진 느낌이 들곤 한다. 세월 따라 걷다 보니 세상에는 영원한 게 없다는 것을 어렴풋이 깨닫게 되었다. 우리는 비록 소크라테스나 공자가 아니어도 삶의 연륜이 쌓이면 나름 철학자나 사상가가 되나 보다. '사람만이 희망이다.'는 말에는 공감하면서도 때로는 사람에게 등돌려 멀어지는 자신들을 합리화하곤 한다. 이제 인생의 나이테가 자화상을 그릴 만큼 겹겹이 쌓여 삶의 기둥이 굵어졌는데도 삶의 깊이와 넓이는 자꾸만 작아지는 듯하다. 가끔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그리움을 잊어버렸다는 말을 듣는다. 거창한 것은 아니지만, 한때 가슴 깊이 간직했던 소중한 추억들이 희미해지긴 마찬가지다. 육체가 쇠잔해지면 정신도 기력을 잃어가는 걸까? 오늘따라 달을 품은 호수가 거울을 방불케 한다. 남들이 보기에는 잔잔한 호수처럼 보여도 ​호수와 하늘의 심연 너머로 달빛은 하얗게 빛이 나고, 별빛을 뿌리친 나무와 풀 이파리들이 덩그러니 무심하다. △박경숙은 ‘대한문학’에서 수필로 등단했다. 전북문인협회. 행촌수필문학회, 영호남수필 회원이며 현재 전북수필문학회 사무국장을 역임했으며 수필집 <미용실에 가는 여자> 를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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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3.01.19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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