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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 하이퍼튜브(HTX) 종합시험센터 사업이 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 대상에서 탈락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달 31일 국가연구개발사업 평가총괄위원회를 열어 이 사업이 예타를 통과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크게 기대를 걸었던 전북으로서는 유감이 아닐 수 없다. 지난 8월 새만금 지역이 국토부의 공모에서 선정되자 전북도는 축제 분위기였다. 그러나 아직 실망할 단계는 아니다. 국토부가 보완을 거쳐 재신청키로 한다니 이번에는 다시 탈락하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탈락의 원인은 구체적인 로드맵 제시 부족으로 알려졌다. 시험센터 건설 이후 핵심기술연구, 시험선 구축, 실증기간 등 연구기간 9년 외에는 상용화 일정 및 계획 등이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하이퍼튜브가 공기저항이 없는 아진공(0.001기압) 튜브 안에서 최고 시속 1200㎞ 이상의 주행이 가능한 만큼 사고 발생 시 안전성이 크게 문제될 수 있는데 이에 대한 구체적 계획이 명확하지 않았다는 점도 탈락 이유 중 하나였다. 한마디로 국토부와 전북도의 준비가 부실했다고 볼 수 있다. 하이퍼튜브 종합시험센터 사업은 새만금 농생명용지 1~3공구에 2024년부터 2032년까지 9046억원을 투입해 시험선로 12km와 연구동, 차량기지 등을 건설하는 대규모 사업이다. 미국 등에서 시험중인 하이퍼루프의 한국형 모델로, 항공기의 속도와 열차의 도심 접근성을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어 미국과 일본 등 주요국에서 기술 선점 경쟁이 치열하다. 새만금 지역은 광활한데다 민원이 없는 국가 땅이어서 최적의 장소다. 20㎞이상의 직선거리와 국내 최대 규모인 3GW급 재생에너지 공급까지 갖추고 있다. 전북도는 시험센터 구축과 실증, 연구와 연계된 관련기업 유치를 통해 앞으로 20년간 9조8000억원의 경제효과를 기대했다. 자칫 이러한 효과가 물거품이 될 수 있다. 문제는 1개월 남짓 기간에 이를 수정·보완해 예타를 통과할 수 있느냐 여부다. 과기부가 사업기획의 완성도 및 안전성에서 부정적 의견이므로 이를 대폭 보완해야 할 것이다. 나아가 과기부와 국토부간 이견도 조율해야 할 것이다. 전북 정치권에서도 이번 일이 성사될 수 있도록 적극 협조했으면 한다.
조선의 건국(1392년)과 임진왜란(1592년)의 딱 중간인 1492년 스페인에선 역사적인 3대 사건이 발생한다. 레콩키스타 운동을 통해 무려 800년 가까운 이슬람 통치를 종식시켰고, 스페인 왕국 수립과 더불어 알함브라 칙령을 발표했다. 또한 이를 기반으로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이 이어졌다. 알함브라 칙령은 한마디로 로마 가톨릭교로 개종하지 않는 무슬림과 유대인을 쫒아낸다는 거였다. 하지만 훗날 역사는 1492년에 이르러 최고 정점에 이른 스페인은 바로 알함브라 칙령으로 인해 몰락이 시작됐다고 한다. 신념과 종교, 나라와 피부, 학교와 고향이 다르다고 마음속에서 누구를 차별하거나 추방한 결과는 스페인이 훗날 2등 국가로 전락하는 단초가 됐다. 언제 어디에서든 외지인에 대한 배타적 감정은 존재하기 마련인데 그게 바로 '축객령(逐客令)'이다. 지금부터 약 2200년 전, 중국 최초 통일제국의 진시황제도 한때 축객령을 내렸다. 천하통일 전 치수사업을 벌이다 간첩사건이 발생하자 격분한 시 황제는 다른 나라 출신 관리들의 진나라 밖 추방을 명령했다. 초나라 출신이던 이사 역시 쫓겨날 위기에 처했으나 그는 “추방만이 정답이 아니다”는 내용의 편지를 올렸고 진시황제가 이를 받아들이며 사건은 마무리됐다. 이 사람은 이래서 안 되고, 저 사람은 저래서 안 된다면 쓸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요즘 전북 정치권에 부쩍 외지인 논란이 번지고 있다. 한술 더 떠서 민주당 출신이 아닌 국민의당이나 국민의힘 출신에 대한 배타적 감정도 여과 없이 표출되고 있다. 김관영 지사 취임 이후 발탁한 인사들이 하나같이 전북이 아닌 타 시도 사람이라는 거다. 면면을 따져보면 딱히 틀린 말도 아니다. 민주당이 주축인 지역 정치권에서는 과거 국민의당 출신들이 대거 발탁되는 게 곱게 보일리 만무하다. 여기에 일부 참모나 산하기관장 후보가 자격 시비를 불러일으키면서 외지인 논란에 기름을 끼얹고 있다. 그런데 사안의 본질은 외지인 논란이나 자격시비가 아니다. 그것은 하나의 구실일 뿐 발단은 민주당 지사 경선 때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민주당을 줄곧 지켜왔던 세력과 국민의당 출신 세력 간 힘겨루기는 경선으로 결말이 났으나 아직 앙금이 남아있다는 얘기다. 대놓고 말은 안하지만 “우리가 민주당을 지켜올 때 당신들은 살길 찾아 탈당하지 않았느냐”는 속내도 조금씩 표출되는 것 같다. 여기에 도의회 일각에서는 지방의원을 제대로 대접 해주지 않는다는 불만이 팽배해지면서 자격 시비로 포장된 ‘외지인 배제론’이 확산되고 있다. 지역 출신으로 전북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 찬 인사가 능력까지 갖췄다면 더 말해 무엇하랴. 하지만 작금의 현실은 우리도 모르게 전북에서 또 다른 형태의 축객령이나 알함브라 칙령을 반포하면서 사람들을 내쫒고 있는것은 아닐까. 위병기 수석논설위원
며칠 전 전북개발공사 사장 임용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이 있었다. 문화관광재단 대표이사에 이어서 민선 8기 두 번째 인사청문회였다. 재단 대표이사 인사청문의 경우, 리모델링이라도 하면 그나마 안정적인 거주를 기대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면 이번 개발공사 사장 인사청문은 철거 후 재건축이 필요한 수준이었다. 청문위원으로서 유감이다. 도지사와 임원추천위원회가 이런 후보자를 선정해서 청문 대상으로 요청하는 사례는 이번이 마지막이어야 한다. 두 후보자의 공통분모는 공교롭게도 광주 출신의 타지역 인사라는 점이었다. 이 때문에 청문회 시작 전부터 타지역 인사 중용에 대한 비판과 우려가 확산됐다. 물론 타지역 인사라고 해서 조건반사적으로 거부감을 갖는 것이 과연 합당한 태도인가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도 의문이 든다. 중요한 것은 자질과 능력이지 고향이 어디냐를 우선적으로 따지는 것은 폐쇄적이고 고루한 사고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우연이 반복되면 필연이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연이은 타지역 인사, 그것도 광주출신 인사를 고집하는 도지사의 의중이 있는 것만 같아서 유쾌하지 않았다. 두 후보자에게서는 광주출신이라는 하나의 공통분모가 있었지만 그 외에는 많은 부분에서 차이점을 보였다. 가장 특징적인 것은 공직후보자로서의 언어였다. 당시 문화관광재단 대표이사 후보자는 달변은 아니지만 겸손한 언어로 일관했던 반면, 개발공사 사장 후보자는 달변의 기술에만 과도하게 의존한 나머지 발언의 진정성을 온전히 체감하기에 부족해 보였다. 특히 개발공사 사장 후보자의 입에서 ‘하층민’이나 ‘다방 레지’라는 단어가 나온 것은 충격이었다. 귀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언어는 생각을 담아내는 그릇이라고 했는데, 후보자에게는 본인 스스로 의식하지 못하는 ‘그들만의 세계관’이 장착되어 있고 이러한 세계관이 하층민이라는 단어에 투영되어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었다. 굴지의 대기업 고위 임원 출신이면서 권력기관을 상대로 한 대관업무 전문가라는 이력을 갖고 있다 보니 사회를 상층민과 하층민이라는 이분법적 층위로 구성된 세계로 이해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발언의 맥락이 무엇이 됐든 공직후보자의 자질과 능력을 검증하는 책임 있는 자리에서 그런 단어를 입에 담았다는 것은 결격사유로 삼기에 충분하다. 이번 청문위원들이 청문과정을 모두 마치지 않은 상태에서 청문을 중단하고 경과보고서 채택 여부에 관한 논의 자체를 생략해버린 이유 중 하나다. 물론 공직후보자로서의 부적절한 언어 문제가 유일무이한 이유는 아니었다. 부동산 투기가 의심돼 관련 자료를 요청했고 제출을 거부했던 금융거래내역에 대해서도 재차 제출을 요청했지만 후보자는 끝내 거부했다. 이 역시 재단 대표이사와 크게 달랐던 점이다. 제출거부 의사를 표명하면서 나름의 사유를 들긴 했지만 청문위원들은 인사청문회 협약서에 근거해서 요청을 한 것이었고 그간 자료제출을 거부한 사례도 없었기 때문에 청문위원들 입장에서는 도의회를 경시하고 인사청문회를 무력화하려는 시도로밖에 읽히지 않았다. 이번 개발공사 사장 후보자는 마지막으로 근무한 회사가 건설회사였을 뿐, 실제 업무는 개발공사의 핵심 사업영역과는 무관한 이력의 소유자였다. 타지역 인사이고 주된 주거지가 서울이다 보니 전북에 대한 이해도 일천할 수밖에 없었다. 애초부터 개발공사 사장 임용후보자로 결정된 것 자체가 이해할 수 없는 처사였다. 그런데도 그런 인사를 청문대상으로 요청한 것은 의도가 무엇이 됐든 도의회에 책임을 전가한 것밖에 되지 않는다. 그래서 말하건데 김관영 지사와 7명의 임원추천위원은 도민들께 공식적인 사과를 표하고 새로운 후보자 물색에 나서야 한다. 헌 집을 고집할 게 아니라 철거하고 재건축하는 것만이 답이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행여라도 강행한다면 인사청문은 폐지하는 게 낫다. 설령 존속시켜도 나는 청문위원에서 빠지고 싶다. 후보자 입에서 나온 하층민 발언으로 귀를 의심한 것도 모자라 이번에는 김관영 지사를 바라보는 도민의 눈을 의심케 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이명연 전북도의원
농민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쌀을 주식으로 하고 살아온 우리 역사의 증언이고, 식량안보를 지키기 위한 미래의 당부다. 지난해부터 쌀값이 폭락해 산지 쌀값(80kg 기준)은 올 9월 161,572원으로 전년 대비 24.9%나 떨어졌다. 관련 통계조사 이후 전년 동기 대비로는 가장 큰 폭의 하락세다. 정부·여당은 작금의 쌀값 폭락을 전임 정부의 실패 탓이라고 호도하고 있지만, 문재인 정부는 19만원대를 지켜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 출범 후 4개월 동안 무려 12.5%나 폭락했다. 지난 10월 19일, 국회 농해수위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의 거센 반대 속에서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필자는 국회 농해수위 안건조정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동 개정안의 안건조정위 및 상임위 통과를 주도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3회의 안건조정위원회 회의 동안 매번 회의 참여를 거부하고서도 자신들이 진지하게 고민할 시간이 없었다는 등의 궤변으로 일관했다. 동 개정안에는 쌀값 정상화를 담보하는 기제(機制)인 쌀 시장격리 의무화와 쌀 생산조정제(논 타작물 재배지원)에 대한 법적 근거가 담겨 있다. 구조적 생산과잉(약 20만톤)은 타작물 재배지원 등 생산 조정을 통해서, 풍작 등에 의한 일시적 과잉은 시장격리를 통해서 쌀값을 안정시키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정부·여당은 시장격리가 의무화되면 매년 1조가 넘는 국민 혈세가 들어간다며 ‘양곡관리법’ 개정을 강력히 반대해 왔다. 이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농식품부 산하 연구기관인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이 발표한 “쌀 시장격리 의무화의 영향분석” 보고서를 반대 논리의 증거로 활용하기도 했다. 그러나 해당 보고서는 농식품부가 요청하여 작성된 부실한 보고서임이 최근 국정감사를 통해 밝혀졌다. 보고서의 저자는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필자 등의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연구원장으로부터 보고서를 작성하라는 지시를 받았고, 농식품부 사무관으로부터 법안의 핵심내용인 쌀 생산조정제의 효과는 ‘제외’하라는 요청을 받았음을 실토했다. 벼 재배면적(쌀 생산)이나 쌀 소비는 쌀값의 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는 비탄력적 속성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시장격리가 의무화되면 재배면적이 큰 폭으로 늘어나 쌀 생산과잉이 심화될 것이라는 정부·여당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정부가 추진하는 전략작물 직불제나 논 타작물 재배지원 등을 통해 쌀 생산을 조정하면 시장격리를 할 필요가 없어져 추가재정을 투입할 상황 자체가 발생하지 않게 된다. 그렇게 국정감사장에서 필자는 ‘쌀 생산조정제’를 배제하고 시장격리 의무제만으로 '양곡관리법' 개정효과를 분석하는 것은 무의미함을 지적했다. 결국 필자를 포함한 다수의 민주당 의원들이 발의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옳다는 사실이 판명된 것이다. ‘양곡관리법’ 개정의 목적은 농가소득 보장 및 식량안보를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것이다. 쌀값이 5% 이상 떨어질 경우 등에 한해 시장격리가 의무화되는 ‘조건부’ 의무화라 하더라도 이러한 입법은 정부로 하여금 쌀 생산조정제를 더 내실있게 시행하도록 강제하는 실효적 기제(機制)가 될 것이다. 정부·여당은 물가안정을 핑계로 농민을 낭떠러지로 몰아넣는 혹세무민(惑世誣民)의 국가경영을 멈춰야 한다. 법사위와 본회의에서 '양곡관리법' 개정안 의결에 국민의힘의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한다. /윤준병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정읍고창)
40여년간 영국과 캐나다 등에서 의사로서 수많은 죽음을 지켜본 데이비드 재럿(Dr David Jarrett)은 『33가지 죽음 수업』이라는 저서에서 이렇게 말했다. “죽음에는 다양한 양상이 있다. 신체적, 정신적으로 불편한 상태에서 오래 겪어야 하는 느린 죽음이 있고, 우리 모두가 선택권만 있다면 한 표 던질 돌연사도 있다. 물론 그런 선택권은 우리에게 없다. 돌연사는 죽는 당사자에게는 너그러울지 몰라도 가족과 목격자들에게는 잔인할 때가 많다.” 특히 그에게 가장 충격적인 경우는 젊은 사람들에게 발생하는 심정지 상황을 맞닥뜨릴 때였다고 한다. 의학드라마에서와 달리 현실에서 심폐 소생술은 힘들고 혼돈으로 가득하다며 대개는 실패한다고 털어놓았다. 최근 며칠간은 뉴스를 보는 것도 너무 떨렸다. 세월호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우리 사회에서 또 다시 있어서는 안 될 일이 일어났다. 이태원 핼러윈 참사로 전북 도내 연고자 7명을 포함, 156명의 소중한 생명들이 허망하게 떠났다. 유가족들은 단장(斷腸)의 아픔을 겪고 있다. 전문적인 의사들조차도 힘든 돌발적 상황을 생존자들은 눈앞에서 겪어야 했다. 충분히 예견할 수 있는 일이었지만 정부는 무능했고 지자체는 소임을 다하지 못했다. 대통령은 철저한 원인규명과 재발방지를 약속했다. 수사 당국은 즉각 수사에 착수했다. 정치인들은 당 차원의 재발방지책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언론은 본질보다 자극적인 속보 경쟁에 치중한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발생했던 수많은 대형 참사의 데쟈뷰를 보는 듯하다. 그래서 화가 치민다. 아니 더 허망하다. 안전을 책임진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경찰과 소방인력을 미리 배치해서 해결될 수 있었던 문제는 아니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구청에서는 할 수 있는 역할은 다 했다. 인파가 이정도로 몰릴지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아직 대통령을 포함해 정부차원에서 그 누구도 책임지겠다는 사람은 없다. 초나라 시인 굴원(屈原.BC 343?~BC 278?)이 한탄하며 외쳤다던 와부뇌명(瓦釜雷鳴)이 세상 곳곳에 판치고 있다. 질그릇과 솥이 부딪치는 소리를 듣고 천둥이 치는 소리로 착각한다는 뜻이다. 현자들은 세상을 만나지 못하여 이름 없이 사라지고 아첨꾼만이 세상에 가득 차 세상이 혼탁해지고 가치관의 혼란이 오던 당시를 한탄하며 지은 시의 한 대목이다. 매미 날개처럼 가벼운 것을 무겁다고 하고, 3만 근이나 나가는 무게를 가볍다고 여기는 결과는 결국 초나라를 멸망으로 몰았다. 산업화 시기 우리는 성장에 치중하여 안전을 소홀히 함으로써 비싼 대가를 치러야만했다. 성수대교 참사, 삼풍백화점붕괴, 대구지하철 화재사고, 세월호 침몰까지, 반복되는 대형 참사 속에서 재발방지는 늘 공염불이 되었고 슬픔은 늘 국민들의 몫이었다. 특히 희생자 156명중 104명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20대는 이미 10대 시절, 또래들이 4.16 세월호 참사로 트라우마를 함께 겪었던 세대인데 또 다른 아픔을 준 것 같아 어른 세대로서 정말 그들에게 너무나도 부끄럽고 미안한 마음뿐이다. 세월호 진상규명마저도 8년이라는 시간이 무색하게도 해경 123정장 처벌 외에 진상규명도, 책임자 처벌도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채 미완의 숙제로 남아있다. 결국 엄중한 책임자 처벌과 함께 무능한 내각의 쇄신만이 희생자 유가족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위로하는 첫 출발점이 될 것이다. /민경중 한국외대 초빙교수·전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사무총장
전북의 유일한 하늘길인 군산~제주 항공노선이 다시 흔들리고 있다. 제주항공이 군산공항 철수 수순을 밟고 있다. 수익성이 떨어지는 국내선 대신 국제선에 항공기를 추가 배치하려는 의도다. 현재 군산~제주 노선은 저비용 항공사인 진에어와 제주항공이 하루 오전·오후 각 2편씩 8회 운항하고 있다. 제주항공이 다음달 군산공항에서 철수하게 되면 진에어만 남게 돼 전북의 하늘길은 반토막이 나게 된다. 도민들의 불편은 물론 군산공항 활성화에도 걸림돌이 될 게 분명하다. 군산공항의 군산~제주 노선은 매우 불안정한 상황이 계속됐다. 국내외 항공운송산업 여건에 변화가 있을 때마다 가장 먼저 군산~제주 노선이 감축 대상에 올랐다. 올 6월에도 국토교통부가 시간당 항공기 도착편수(슬롯) 배분에 따라 군산∼제주 노선의 운항편수를 절반으로 줄여 논란이 일었다. 지역사회의 반발이 거셌다. 결국 전북도와 군산시가 군산공항 활성화를 위해 국토부에 지역 여론을 반영해 달라고 요구하고, 지역 정치권이 나서면서 군산~제주 노선은 기존 체제를 유지할 수 있게 됐다. 그리고 도민들이 안도의 한숨을 쉰 지 몇 달 지나지 않아 또 다시 노선감축 위기에 직면했다. 현 정부는 출범과 함께 국정목표로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를 열겠다’고 강조하면서 ‘지방공항의 국내 항공 네트워크를 확충하겠다’고 했다. 민간항공사가 오로지 기업의 이윤 창출을 위해 지방공항을 철저히 외면하는 상황에서 군산공항 활성화는 사실상 요원한 일이다. 우선 지방시대를 열겠다고 한 정부가 나서야 한다. 항공사업법(제18조)에서도 ‘지역 간 항공서비스의 심각한 불균형으로 지역 균형발전을 저해한다고 인정되는 경우 국토교통부 장관이 항공의 공공성, 안전성 또는 이용 편리성 확보 등 공공복리를 위하여 직권으로 운항시각을 배분 또는 조정할 수 있다’고 규정해 놓았다. 지역 균형발전 차원에서 국토교통부가 지방공항 활성화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또 전북도에서도 군산~제주 노선의 안정적 운항을 위한 대책을 세워 정부에 강력하게 요구해야 한다. 군산공항 노선감축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전북도는 ‘국토부 심의에서 군산~제주 노선이 안정적으로 운항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말뿐인 ‘최선’이 아니길 바란다.
"지난 2020년 첫 민선체육회장 선거 때 다른 후보를 도왔다는 이유로 저를 찍어내려고 한 데다 오는 12월 15일 회장 선거가 있는데 저를 못 움직이게 하려고…" 부당 해고를 주장하며 6월 기자회견에서 억울함을 호소한 전 체육회 본부장이 밝힌 내용이다. 그는 직장 내 폭행과 업무추진비 부정 사용 등을 문제 삼아 자신에게 내려진 중징계 결정과 관련해 과도한 갑질 이상의 인권 유린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그로부터 3개월 뒤 김 본부장은 지방노동위로부터 “체육회 징계는 중대한 하자” 라는 판정을 받아냄으로써 그에게 내려진 해임 결정이 잘못됐다는 것을 확인시키고 원대 복귀했다. 그에게 처음 징계가 내려질 당시 체육회 내부는 물론 지역 체육계가 뒤숭숭한 가운데 사태 추이를 예의주시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30여 년 체육회에 몸담으면서 전북 체육의 역사와 고락을 함께한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그에게 해임 징계를 한 도 체육회 결정이 부당하다는 판정이 내려짐에 따라 이 문제가 40여 일 앞으로 다가온 체육회장 선거에서 불씨로 작용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최근 회장 선거를 앞두고 입지자들의 출사표가 잇따르며 분위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최형원 전 체육회 사무처장과 김동진 전 체육회 부회장에 이어 31일 권순태 전 전북유도협회장이 출마를 공식화했다. 최 처장과 김 부회장은 과거 김 본부장과 한솥밥을 먹으며 깊은 인연을 맺었다. 이들 동시 출마가 예사롭지 않은 것도 김 본부장과 함께 3명이 지난 회장 선거 때 유력 후보를 도운 전력이 있어서다. 그들 조합 여부가 선거에 어떤 영향을 줄지 관심이 높은 가운데 김 본부장은 정중동(靜中動) 모드에 들어갔다. 체육회는 곧 선거운영위를 구성해 300명 정도의 선거인단을 꾸릴 예정이다. 이를 위해 지난 7월 도 선관위와 선거 위탁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선거의 최대 이슈는 뭐니뭐니 해도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이 꼽힌다. 지난달 끝난 울산 전국체전에서 전북이 기록한 종합 14위는 대전과 제주 세종을 제외하면 사실상 최하위다. 초라한 성적을 둘러싼 책임론이 체육계 안팎에서 제기되는 가운데 출마자들도 이를 선거 쟁점화할 태세다. 지난 2014년 제주 전국체전 당시에도 전북은 종합순위 14위를 기록해 거센 후폭풍에 시달렸다. 책임 소재를 포함해 인적 쇄신 요구가 빗발치고 그에 따른 충격파가 얼마나 컸던지 도의회 특별감사까지 받았다. 여론의 압박을 견디다 못해 사무처장이 결국 책임지고 사퇴했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터널을 지나야 했던 체육계가 다시 용틀임을 하고 있다. 민선 정강선 회장은 코로나에 휩쓸려 제대로 역량을 발휘할 기회조차 잡지 못했다. 그도 나름 월급을 반납하는 등 분위기 반전에 나섰지만 운이 없었다. 그런 와중에 도청과의 관계마저 매끄럽지 못해 예산 삭감, 인사 잡음 등 후유증을 낳았다. 민선 시대 역동성을 기대하는 체육인들은 특유의 조직력을 통해 힘찬 날갯짓을 꿈꾸고 있다. 체육회장 선거가 갖는 의미다. 김영곤 논설위원
군산항은 바다를 통한 전북의 유일한 해양물류 창구다. 군산항의 활성화는 전북 경제의 활로와 직결된다. 그런데 군산항은 수심이 낮고 물동량 부족으로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한 수심 확보다. 군산항은 금강하구에 자리잡고 있어 해마다 토사가 밀려와 쌓인다. 준설토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이다. 규모에 맞게 설계 수심이 확보된 곳이 없어서 그렇다. 5만t급 부두는 14m, 3만t급은 12m, 2만t급은 11m로 수심이 확보돼야 한다. 하지만 현재 수심은 7부두 5만t급은 10m안팎, 2만t급 5부두는 7m, 2만t과 1만t급 1∼2부두는 최저 4.5m에 그치고 있다. 이에 따라 선박의 밑이 해저에 닿는 바텀 터치(bottom touch)나 접안 선박이 미끄러지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또 낮은 수심으로 하역이 빨리 이루어지지 않으면 간조 때 선박의 밑바닥이 뻘에 앉히는 등 안전사고의 우려도 높다. 이로인해 대형 선박들이 다른 항만에 들러 일단 화물을 하역한 후 수심이 낮은 군산항의 실정에 맞게 흘수를 조정해 입항하는 게 현실이다. 군산항이 잠시 쉬어가는 세컨드 콜링포트로 전락한 셈이다. 다행인 것은 군산항 제2준설토 투기장 건설사업이 지난 8월 기재부의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했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와는 별개로 군산항에는 해마다 300만∼400만㎥의 토사가 쌓인다. 이러한 퇴적량의 토사를 준설해야 하는데 찔끔찔금 예산이 편성돼 땜질식 준설에 그치고 있다. 과감한 예산 투입으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물동량 확보도 해결해야 할 현안이다. 도내 항만 수출 물동량의 80%이상, 수입 물동량의 약 40%가 타지역 항만으로 유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군산항은 물동량 2149만t을 처리해 신기록을 세웠다고 자화자찬했지만 전국 항만 물동량 15억8070만여t의 1.36%에 불과하다. 더구나 이 물량은 연간 하역능력의 70%선에 그친다. 전국 항만 중 보령항에도 밀려 12위의 실적을 보였다. 문제는 타지역은 물론 도내 물동량마저도 대부분 뺏기고 있다는 점이다. 군산지방해양수산청과 전북도 군산시 등이 머리를 맞대고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특송물품 통관장 설치, 휴일 검역 등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선생님하고 공놀이를 해요 선생님이 던질 때는 공이 엄청 쎄고 오재민이 던질 때는 공이 조금 쎄고 최지우가 던질 때는 공이 안 쎄고 나는 선생님을 따라잡고 싶어요. △따라잡고 싶다. 친구는 물론이고 선생님을 따라잡고 싶어하는 용문 어린이의 노력하는 모습이 눈에 선해요, 재민이와 지우의 공던지기를 살펴보고 더 노력하다 보면 선생님도 따라잡을 수 있을지도 몰라요. 공놀이를 즐기다 보면 용문이의 실력이 힘껏 성장할 것입니다. 자신도 모르게 한 뼘씩 성장해 있을 용문이의 키 눈금이 보이는 듯하네요. /박월선 아동문학가
교육 현장 속에는 ‘장학’이라는 단어가 있다. 그리고, ‘장학사’라는 전문직이 있다. 그렇다면, 장학사들이 하는 ‘장학’의 어원적 개념과 정의를 내려봐야 하는데, 대표적인 것이 ‘supervision’이라는 단어다. 이 단어는 ‘superior’와 ‘vision’의 합성어다. ‘높은 곳’과 ‘감시한다’의 뜻으로, ‘높은 곳에서 감시한다’라는 단어로 쓰인다. 의미가 부정적인 어감을 갖고 있어서인지 아무리 ‘장학’이라는 부드러운 말로 불러도 우리나라 교사들은 장학에 대하여 여전히 부정적인 태도다. 하지만, 우리가 흔히 말하는 ‘장학’은 ‘교사들의 교수학습 태도 개선과 향상을 위한 조언으로 보다 잘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봉사활동’의 좋은 개념이다. 그렇다면, ‘장학’이라는 것은 학생들의 학습을 돕고자 동원하는 수업 과정의 변화에 영향을 직접 주는 인적·물적 요소를 다루는 일임에도, 무엇이 그토록 ‘장학’이라는 단어를 부정적인 이미지로 남게 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하지만, 본인은 ‘장학’이라는 단어와 행위가 교육 현장 속에서 중요한 요소를 포함하고 있어서 긍정적으로 사용하고 싶다. ‘장학’은 교사의 교수학습 행위에 의도적이면서 계획적으로 직접 영향을 주는 활동으로, 장학을 통해 학교의 존재 이유라 할 수 있는 학생의 학습 촉진이라는 궁극적 결과를 구체화하는 활동이기 때문이다. 즉, ‘장학’을 통해 학습 개선을 위하여 교사의 교수학습 행위에 불투명한 변화가 아닌 의도적이고 목적이 있게 변화시켜주고 있어서다. 이처럼 ‘장학’은 교수학습 행위의 개선을 위하여 제공되는 조언과 학생의 학습·성장 발달에 관한 모든 여건을 향상시키는 전문적 기술 봉사다. 본론으로 들어가자면, 최근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요구하는 학력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이뤄졌지만, 기초학력의 개념을 정립하기 위해서는 먼저 학력과 기초학력 간의 관계를 정리해야 한다.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상’이라는 질문을 통해 얻어낸 학력의 개념과 기초학력이 부족해서 학습을 따라가지 못하는 학생들에게 ‘무엇을 어떻게 지도’해야 하는가라는 개념 간 온도 차가 크게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때 앞서 언급한 ‘장학’이라는 것이 투입되어야 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요구하는 인재는 단순히 지식과 정보를 수집하고 축적하는 수준에 머물러서는 안 되고, 다양한 지식을 활용하고 융합해 새로운 지식을 창출할 수 있는 핵심 역량을 갖춰야 하기 때문에, 교사의 전문적 성장과 학생의 학습 환경 개선을 위해 ‘장학’이 적극적으로 개입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교사가 학생들에게 미래 사회의 새로운 상황에서 적응을 잘하고, 창의적이면서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협업할 수 있도록 바람직한 인성 역량을 갖춘 인재로 만들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최근 급격한 사회·기술의 변화로 인해 평생 배워야 한다. 이는 학생들이 ‘어떻게 배우는지를 배우는’ 자기 주도 학습 역량을 키워줘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가르치고 배우는’ 교육에서의 교사의 역할이 크다. 그리고, 교사의 교수학습을 전문적으로 조언해줄 수 있는 ‘장학’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학생들이 스스로 자신의 사회를 만들어가는 주체! 이 사회적 주체가 될 수 있도록 도내 교육 현장 속에서 ‘장학’이 적극적으로 펼쳐지기를 바란다. /박정희 전북도의회 교육위원회 부위원장
급격한 금리 인상과 집값의 추가 하락 가능성이 커지면서 전국 아파트 매매가 최악의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지금보다 집값이 더 내려갈 것이라는 심리가 만연하면서 가격은 고하간에 아예 거들떠 보지도 않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그 여파가 고스란히 지역경제에 미치고 있다. 유수의 전북 업체가 심각한 자금난을 겪고 있고, 특히 건설업계의 경우 상당수 기업이 조만간 최악의 사태를 맞을 것이라는 흉흉한 말까지 나돌면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건설업체의 비중이 큰 전북의 경우 그 심각성은 이루 헤아리기 어렵다. 구태여 실제 사례를 들지 않더라도 요즘 기업 경기가 어떤 것인지는 누구나 잘 알고 있다. 충청권에 800여가구의 대규모 아파트 단지 조성을 추진하던 전주지역 한 중견 건설업체는 최근 사업추진을 전면 중단했다. 이미 하도급업체 선정까지 계획하고 있었으나 은행에서 PF자금이 나오기 어렵다는 통보를 받고 내린 결정이다. 또 다른 업체는 PF를 통해 막대한 자금을 동원했는데 천정부지로 치솟는 금리로 인해 이자부담이 거의 2배로 늘어나 들지도 놓지도 못하는 상황에 처해 있다. 금리 인상과 자금시장 경색으로 민간사업이 전면 중단되면서 지역경제는 엄청난 위기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대규모 아파트 단지 건설과 물류센터 건립이 중단되면서 그 여파는 하도급업체 등 관련업계에 그대로 전가되는 상황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집계한 10월 CBSI(건설기업경기실사지수)는 전월대비 5.7p 하락한 55.4로 조사됐다. 이는 2013년 2월의 54.3 이후, 9월 8개월 내 가장 낮은 수치다. 자금경색으로 어려움을 겪는 곳은 건설업계 뿐 아니라 유통, 제조업체 등 전북지역 기업 전반적으로 감지되는 상황인 만큼 중앙정부의 대응에 맞춰 자치단체 차원에서도 좀 더 실효성 있고 구체적인 대응책이 강구돼야 한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현장의 위기감을 금융당국이나 자치단체 등에서 제대로 체감하지 못하는 듯하다. 전 세계를 휩쓰는 경제위기를 지역차원에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지만 모든 행정력을 경제회생에 쏟아야 한다. 기업 한 개가 쓰러지면 길거리에 나 앉게 되는 실업자는 몇 명이며, 붕괴되는 가정은 얼마인지를 감안해서 전북건설업계의 자금난에 대한 정밀한 분석과 대응이 뒤따라야 한다.
지방선거 이후 전주에는 곳곳에 “전주 다시, 전라도의 수도로!”라는 슬로건이 눈에 띤다. 우범기 시장이 내세운 것이다. ‘전라도의 수도’라? 여기서 전라도의 수도는 전주에 전라감영이 있다는 의미일까. 아닐 것이다. 전남북과 제주를 관할하는 감영이 있다고 수도는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전주가 한 나라의 수도였던 적이 있는가? 1100년 전 자랑스러운 나라 후백제가 바로 그거다. 전주를 천년고도(千年古都)라 하는 것도 여기에서 연유한다. 익히 알려진 대로 후(後)백제는 견훤(진훤)왕이 서기 900~936년 전주에 세운 나라다. 당시 국호는 ‘백제’였다. 후백제는 역사가들이 전(前)백제와 구분하기 위해 편의상 붙인 것이다. 굳이 얘기하자면 완산백제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전주의 위상을 재평가하기 위한 토론회가 지난 28일 전주시의회에서 열렸다. 전주시의회 양영환·채영병 의원이 주최하고 전북역사문화교육원이 주관한 이날 토론회의 제목은 ‘전주의 꿈! 후백제 도읍을 찾아서’였다. 그렇다. 전주의 꿈인 후백제의 도읍을 찾아야 한다. 전주가 언제 한반도의 중심에 서서 전국을 호령한 적이 있었던가? 후백제가 유일했다. 전주를 조선왕조의 본향이라 하지만 조선왕조 600년의 중심은 한양(서울)이었다. 대부분의 유적도 서울에 있고 전주는 이 태조의 6대조가 살았던 곳일 뿐이다. 이제 후백제는 왕도복원 등 실천단계에 들어설 때가 되었다. 몇 가지 제언을 하고자 한다. 첫째, 후백제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바꾸는 작업에 돌입해야 한다. 오늘날 후백제사가 왜곡·폄하된 것은 김부식의 ‘삼국사기’에서 비롯되었다. 고대사에 대한 사료가 거의 없는 상태에서 삼국사기를 바이블처럼 인용하지만 적어도 후백제에 관한한 편향된 시각을 보이고 있다. 단적인 증거가 견훤왕을 왕조사가 아닌 열전(列傳)에서 다루는데다 그것도 괴수, 원흉, 원수, 악독한 자라 표현한 것이다(송화섭 교수). 철저한 승자의 논리다. 이와 관련해 한국과 일본역사에 정통한 미국 펜실베니아대학 교수 캐머론 허스트3세의 논문은 이를 엄혹하게 비판한다. 삼국사기, 고려사 등은 고려왕조 창건과정에서 왕건을 선인(善人), 견훤을 악인(惡人), 궁예를 추인(醜人)으로 설정하는 등 고의적인 조작과 선택적 편집을 했다는 것이다(이도학 교수). 학계가 나서 바로 잡을 일이다. 둘째, 후백제 왕도복원 프로젝트는 호남과 영남 충청을 아우르는 최상의 대형 프로젝트다. 그리고 그 중심에 전주가 있다. 견훤왕은 경북 상주 문경출신으로 충남 논산에 묻혀있다. 그의 활동반경은 전북 전남 경기 충청 경북 경남에 걸쳐있다. 지금 상주와 문경에서는 해마다 견훤 관련 축제가 벌어지고 있고 논산에서는 왕릉제가 열린다. 그런데 정작 왕도였던 전주는 뭔가? 현재 전주 상주 논산 등 7개 시군이 후백제문화권 지방정부협의회를 구성해 활동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호남 영남 충청이 화합하는 광역프로젝트로 격상시킬 필요가 있다. 이들과 함께 역사문화권정비법과 고도 보존 및 육성법에 이름을 올려야 한다. 셋째, 후백제에 관한 유물유적을 발굴하고 보존·활용해야 한다. 지금까지 후백제의 유적은 어느 정도 밝혀졌다. 이제부터는 한 단계 더 나가야 한다. 그중 가장 중요한 게 왕궁터 발굴이다. 전주시 인봉리 일대로 비정(곽장근 교수)되는데 재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반드시 적법절차에 맞는 지표 및 발굴조사가 선행돼야 한다. 더불어 도성, 왕릉, 사찰도 발굴해야 한다. 또한 표준어진 제작, 기념관, 조례 제정 등 갈 길이 멀다. /조상진 논설고문
지난 주말 어느 노부부가 아침 일찍 설레는 마음으로 집을 나섰다. 교통 체증에 시달렸지만, 가을의 정취를 즐긴다는 기대감에 피로도 몰랐다. 서울 도심을 빠져 나와 단풍의 명소인 ‘○○숲’에 도달했다. 즐거움도 잠시였다. 매표소에 가니 예매했냐는 질문을 받고 당황한다. 여기는 온라인 예매만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이들 부부는 직접 현지에서 표를 구하면 될 것이라는 생각이었지만, 큰 착오였다. 입장할 수 없었다. 어디 이 뿐이랴. 주변 매장에 가서 늦은 아침을 먹으러 패스트푸드점에 들렀는데, 이제는 ‘키오스크’ 시스템이 사람의 손을 더듬거리게 한다. 일상을 영위하는 노인의 고통은 여기에서 멈추지 않는다. 인터넷 뱅킹은 먼 나라 얘기이다. 은행을 직접 찾아 오랜 시간 기다림 끝에 용돈을 인출한다. 온라인 쇼핑이나 카드 사용도 익숙지 않다. MZ세대들은 스마트폰으로 다 할 수 있다지만, 그들에게는 이 기계는 단지 전화일 뿐이다. 병원도 매일 출근하듯이 간다. 그나마 싼 가격으로 치료를 받는 것을 고맙게 생각한다. 오늘의 소일거리를 찾아본다. 딱히 떠오르는 일은 없다. 노인 부부의 평균적 삶의 모습이다. 우리나라는 이미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였다. 경제 소득의 증대와 의학의 발달로 평균 수명이 늘면서 노인인구가 크게 증가하였다. 기대 수명도 1970년 62.3세에서 2020년에는 83.5세가 되었다. 2005년에는 65세 이상의 노년 인구가 전체 인구의 7.4%로 증가하여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였다. 2026년에는 20.8%로 예상되어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할 것이라고 한다. 고령화 사회에서는 여러 사회문제가 발생한다. 경제 성장의 둔화, 노인 부양의 부담 증가, 노인 빈곤과 질병 및 소외 문제, 세대 간 갈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우리나라 노인의 삶을 드러내는 통계결과는 그리 밝은 편은 아니다. 노인 4명 중 3명은 현재 자신의 삶에 만족하지 못한다고 대답했다니 참 우울하다. 그래도 제도의 개선이나 관계 기관의 노력에 노인 복지가 많이 나아졌다. 반면에 일상 속의 노인 문제인 고독과 사회소외는 세대를 넘어 해결해야 할 공동과제로 남아 있다. 우리의 전통 윤리인 경로효친 사상이 복원되어야 한다. 젊은이도 예비노인이라는 의식이 필요하다. 또한 노년 세대도 젊은이를 이해하면서 자신을 스스로 가꾸는 당찬 삶을 살아야 한다. 노인은 그저 나이가 들어 힘없는 존재가 아니다. 젊음을 가꾸었던 위대한 경험이 있다. 인터넷도 배우면 그만이다. 노풍당당(老風堂堂)이다. OPAL족 (Old People with Active Lives)이 많이 늘었으면 좋겠다. 그럭저럭 시간을 보내는 노인이 아니라 적극적이고 활동적으로 자신의 삶을 가꾸어 가는 노인들을 지칭하는 말이다. 노인의 눈을 통해 드러나는 삶의 가치가 세상을 풍요롭게 하는 법이다. 그 인생론은 많은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여유와 관조에서 나온다. 노인들의 작은 시선이 모여 우리 사회를 가꾸는 아름다운 발라드로 울리길 기대한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 그 별 하나를 쳐다본다// 밤이 깊을수록/ 별은 밝음 속에 사라지고/ 나는 어둠 속에 사라진다// 이렇게 정다운/ 너 하나 나 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김광섭, <저녁에> 일부). 대중가요 가사로 친숙한 이 시에서 인생에 대한 새로운 깨달음에 이른 눈을 볼 수 있다. 그 눈은 우리 주변의 노인이다. 별을 통해 삶을 관조하는 시선이 참으로 아름답다. 감동적인 발라드이다. /김용재 전주교대 교수
서울 이태원에서 일어나선 안될 초대형 참사가 일어났다. 핼러윈 축제를 즐기기 위해 지난달 29일 이태원을 찾았던 젊은이들이 꽃 피워보지도 못하고 한순간에 시들어버렸다. 최소 154명이 넘는 젊은이들이 숨지고 또 그만큼의 젊은이들이 큰 부상을 당했다. 세월호 참사 이래 최대의 국가 재난이다. 이번 사고는 언제 어디서나 일어날 수 있는 만큼 도내 지역축제나 행사장 등에 대한 안전점검을 철저히 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정부는 지난 30일부터 이달 5일까지 일주일을 국가애도 기간으로 정했다. 참사가 일어난 서울 용산구는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됐다. 이제 사고 수습과 함께 책임을 규명하고 사고 원인을 밝힐 차례다. 비극적인 참사와 관련해 우리는 몇 가지 점을 돌아봤으면 한다. 첫째, 이번 참극은 예고된 인재였다는 점이다. 이번 참사가 일어난 곳은 너비 3.2m, 길이 40m의 경사진 골목이다. 이곳에 31일 핼러윈 데이에 앞서 28일부터 인파가 몰렸다. 사고가 난 29일은 토요일 저녁으로 정부에서도 10만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했다. 3년 만에 '노마스크'로 치러져 충분히 예견된 일이었다. 그럼에도 자치단체와 경찰은 손을 놓고 있었다. 기껏 경찰 137명과 소방대원 12명이 배치되었을 뿐이다. 한심한 안전 불감증이 아닐 수 없다. 대형 행사에는 미리 사람이 대거 몰릴 것에 대비해 정교한 안전관리 지침을 마련하는 게 당연하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각종 행사나 해외 나들이가 봇물터지듯 늘고 있어 사전 대비가 필수적이다. 둘째, 핼러윈 같은 외국 풍습에 대한 인식 제고다. 핼러윈 데이는 당초 켈트족의 축제다. 이 축제가 한국에 들어와 MZ세대에게는 명절처럼 되었다. 더욱이 교묘한 상업주의와 결부돼 전국 놀이공원이나 쇼핑몰, 클럽, 영어학원 등에선 젊은이들을 크게 유혹한다. 이대로 가다간 우리의 풍습은 뒷전이고 서양에서 전래된 풍습이 안방을 차지할 전망이다. 자성과 성찰이 따라야 할 것이다. 셋째 이번 참사를 계기로 도내 각 지역에서 계획된 가을축제 등 대규모 행사에 대한 안전점검이 필요하다. 일부는 취소나 축소되었으나 축제가 시행될 경우 안전대책을 면밀히 검토해야 할 것이다. 이번 참사가 안전에 대한 뼈아픈 경각심을 갖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하천은 도시의 자산이다. 예로부터 하천을 중심으로 도시가 형성됐고, 주민들은 하천에 기대어 삶을 꾸렸다. 전주에도 역사와 함께 흘러온 도도한 물길이 있다. 천년 전통 도시의 도심을 유유히 흐르는 전주천은 이제 시민들에게 없어서는 안될 공간이 됐다. 어느덧 시행 20년을 맞은 ‘자연형하천 조성사업’의 성과다. 도시화‧산업화 시기, 전주천은 국내 여느 도심 하천처럼 생명을 잃고 도시의 하수구로 변해갔다. 이런 가운데 1990년대 말 전주시가 시민 편의시설 조성에 초점을 맞춘 전주천 공원화 사업을 계획하자 지역 시민단체가 제동을 걸고 나섰다. 시민단체는 생태계 복원에 중심을 둔 자연형하천 조성을 제안했고, 전주시가 이를 받아들이면서 도심 하천의 큰 변화가 시작됐다. 깨끗한 1급수에만 산다는 쉬리가 돌아온 전주천은 도심 자연형하천 복원의 성공적 모델이 됐다. 생물종이 다양해지면서 도심에서 천연기념물인 수달과 원앙이 유유히 헤엄치는 놀라운 모습을 보여줬다. 생기를 되찾은 도심 하천에는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전주천이 생태하천으로 거듭나 시민의 자랑이 된 것은 인간의 편의가 아닌, 생명이 깃들어사는 자연환경에 초점을 맞춘 복원‧보전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자연과의 공존을 위해 인간의 욕심을 줄이고, 불편을 감내한 것이다. 전국적 모범이 된 전주천 자연형하천 복원사업은 많은 성과를 냈다. 하지만 이 하천의 미래를 둘러싼 논란은 여전하다. 우선 하류 생태계 복원이 과제로 꼽힌다. 삼천 합류구간에서 만경강 본류에 이르는 하류 국가하천 구간은 생태하천으로 집중 조명을 받은 중‧상류와 수질환경에서 확연한 차이가 난다. 환경단체는 하류 국가하천 구간에 여전히 남아 있는 5개의 대형 취수보가 물의 흐름을 막아 오염된 퇴적물을 늘리면서 수질이 나빠졌다고 주장한다. 하천 관리기관에서 최근 막대한 예산을 들여 전주천 국가하천 구간의 취수보 개량 사업에 나섰지만 논란은 여전하다. 점점 울창한 숲으로 변하면서 육상동물에게 서식처를 제공하는 하천 둔치의 식생도 생각해 볼일이다. 둔치에 형성된 숲이 물의 흐름을 방해해 홍수 피해를 키울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민선8기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던 지난 3월 22일 ‘세계 물의 날’을 맞아 시민‧환경단체들이 ‘흘러라 전주천’ 캠페인을 열었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전주시장 예비후보들은 환경단체와 ‘전주천 수질 개선과 자연성 회복을 위한 정책협약’을 체결했다. 하류 국가하천구간 생태계 복원과 전주천‧만경강 생태네트워크 연결 등이 골자다. 우범기 현 시장도 당시 후보 자격으로 동참했다.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도심 생태하천 전주천의 변화는 현재진행형이다. 시민의 휴식처이자 전주의 대표적 자연생태공간인 전주천의 물길을 더 관심 있게 살펴볼 일이다. 1급수 지표종인 쉬리와 천연기념물 수달이 사는 도심 생태하천. 전국에 내놓을 수 있는 전주의 자랑거리이지 않은가. / 김종표 논설위원
돌봄 사회로의 이전은 이미 시작되었다. 돌봄 사회로의 이전은 전 사회 구조적인 변화를 담고 있으며,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광범위한 준비과정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아직도 갈 길은 첩첩산중이다. 코로나19로 인해서 돌봄의 사회성 및 공공성 강화가 주요한 논의로 등장하였고, 돌봄 분야의 공적 투자의 요구가 늘어가고 있음에도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4월 노인돌봄성 강화 및 노인 돌봄 노동자 처우개선을 위한 제도개선을 권고했다. 인권위는 전체 장기요양기관 중에서 국·공립 장기요양기관 목표 비율을 설정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 이행계획을 수립할 것과 요양보호사의 공적 성격과 책임을 고려한 합리적 임금 수준을 보장하기 위하여 요양보호사 표준임금을 제시하는 임금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관련 규정을 정비할 것, 노인돌봄 노동자의 건강권, 휴식권 등을 보호하기 위하여 장기요양기관에 대한 대체인력지원제도를 마련할 것을 권고하였다. 우리나라 전체 어르신 중에서 2016년 12월 기준으로 총 49만 8000명(2017년 보건복지 노인실태조사 결과 생활시설 15만 8000명, 요양병원 32만 9000명, 정신의료기관 1만 1000명)이 시설 및 병원에서 생활하고 있다. 살던 곳에서 임종을 맞고 싶지만 실상은 병원에서 죽음이 OECD 최고수준이며(영국 49.1%, 일본 75.8%, 한국 76.25), 입원이 필요하지 않은데 입원하는 ‘사회적 입원’이 다수임이 나타나고 있다.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장기요양 서비스 등급 신청자는 2022년 8월말 현재 132만 7280명이 신청을 했고, 99만 3325명이 등급 판정을 받았다. 전라북도는 15만 1946명이 신청을 했고, 11만 368명이 등급 판정을 받았다. 전체 시·군·구별 장기요양기관 현황은 2만 7065개, 전라북도는 1458개 기관이 운영되고 있다. 이 현장에서 일하는 요양보호사는 전라북도 2만 5000여명 이다. 노인복지분야는 장기요양사업을 중심으로 매우 큰 변화를 맞이했다. 2008년 시작된 노인장기요양사업은 절반의 실패와 절반의 성공을 거두고 있다. 제도의 근본 취지는 매우 의미 있고 좋다고 인정한다. 그러나 인권위의 권고처럼 그 현장에서 일하는 분들에 대한 낮은 처우와 돌봄 전문성 상실, 지나친 민영화의 문제점 등은 풀 수 없는 난제가 되어가고 있다. 적어도 현장에서 돌봄 전문가로서 일하는 분들의 전문적인 지위와 그에 걸 맞는 제도개선이 시급하게 병행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 길은 전혀 보이질 않는다. 지방으로 갈수록 요양보호사를 하겠다는 분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으며, 요양원과 장기요양기관 운영자 분들은 여기 저기 아우성이다. 돌봄 서비스는 사람에 의한 사람을 위한 서비스이며, 매우 감정적이고, 매우 관계 중심적인 전문 실천영역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일어나는 면대면의 서비스 영역이라서 어느 영역보다도 심리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돌봄 전문가들은 그 일에 집중할 수 있는 충분한 대우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여전히 너무 부족하다. 돌봄은 특별한 사람들만 받는 서비스가 아니라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모두의 삶의 과정이기에 우리의 삶에서 더 나는 돌봄 서비스를 받고 싶다면, 돌봄에 대한 투자는 우리 모두를 위한 당연한 선택이다. 더 이상 미루지 말고 돌봄 현장에 대한 과 감한 투자로 우리 모두의 행복 미래를 준비하자. /서양열 전라북도사회서비스원 원장
전라북도 14개 시군 여기저기에서 다양한 축제와 행사가 개최 된다. 특히 코로나19에서 어느정도 심리적 자유를 찾아가는 시기와 맞물려 그동안 움추렸던 마음을 위로하고 활기를 찾는 모습이다. 문화와 예술 그리고 관광 관련 직종 모두 오랜만에 특수를 누리고 있다. 가지각색의 지역 축제와 행사들도 더 많은 관광객을 유치 하기 위해서 안간힘을 쓰고 있다. 현재 지역안에서의 공급 대비 인적 물적 수요를 맞추기 힘들정도의 상황이다. 전문가뿐만 아니라 단기 인력 조차도 구하기 어렵다고 한다. 그러나 가을 한시기에 이루어지는 너무나 많은 행사도 이유겠지만 무엇보다 인플레이션, 인건비 상승, 지역 인구 감소 등의 다양한 사회적 현실도 진행에 큰 문제가 되고 있다. 세금이 투입되는 행사는 예산이 정해져있다. 그리고 그냥 예산을 소비하고 끝나는게 아니라 여기에 맞는 명분과 실적도 요구 된다. 당연히 국민들의 세금이 투입되는만큼 냉철한 피드백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다 보니 예산 투입 대비 큰 효과를 내는 효율성 문제도 중요하다. 축제의 예를 들어보면 같은 예산으로 행사 규모도 크고 더 유명한 연예인을 부르는지도 경쟁이 되고 있다. 가장 쉽게 눈에 보여지는 부분이기도 하고 사실 많은 관광객 방문을 유도할수 있는 보증된 방법이기도 하다. 대부분 많은 사람들이 축제에 방문하여 그 지역 안에서 돈을 쓰게 하여 지역 경제가 활성화 되는 선순환 구조와 브랜드 가치를 통해 보이지 않는 경제적 효과를 이야기 한다. 그러나 눈에 바로 보이는 실적이 평가의 중심이 되면서 왜 축제와 행사를 하는지 이것을 통해서 무엇을 얻고자 하는지의 고민들이 많이 보이지 않는 것 같다. 눈에 보이는 평가를 하지 말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모든 비즈니스는 물가나 인건비 상승률 등 사회적 현상을 무시할 수는 없다. 민간의 영역도 공공의 영역도 마찬가지 이다. 주어진 환경은 무시한채 눈에 보이는 실적만 쫒다 보면 언젠가는 모두가 무리함에 지칠수가 있다. 예산은 한정적인데 규모의 경쟁만 중심이 되다보면 결국은 그 속에 연결된 많은 수많은 직업군의 사람들의 희생이 요구가 될 수밖에 없고, 희생의 요구가 지속되거나 반복되면 관광객들에게도 좋은 상품을 제공할수 없게 된다. 예산이 늘어나고 커지면 당연히 좋겠지만 세금도 한정적이기에 그것은 불가능하다. 크고 좋은 TV 스크린이 있다고 해서 좋은 프로그램을 볼수 있는게 아니라 좋은 콘텐츠를 먼저 고민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작년에는 버스킹 공연 10회 했는데 같은 예산에 이번에는 100번 했다가 좋은 평가를 받는게 아니라 축제나 행사의 가치를 찾고 그 속을 채워 나간다면 1번만 공연을 했다 하더라도 의미가 있고 더 큰 가치를 얻는 방법을 고민해야한다. 자본주의 시장에서 어느 한쪽이 맞다 틀리다를 이야기 하고자 하는게 아니다. 관광객이 많이 찾아오고 더 큰 실적을 이뤄 냈다면 박수칠 일이다. 그러나 예를들어 IP나 스토리 텔링 등 콘텐츠와 브랜딩을 고민하는것도 하나의 좋은 방법이 될수 있듯이 무조건 규모의 경쟁이라는 최고라는 인식의 전환을 통해, 문화예술관광의 생산자나 소비자 입장에서 모두가 상생할수 있는 방향을 한번쯤은 돌아봤으면 한다. 더 작은 예산으로 어떻게 하면 더 크게, 더 많이, 더 화려하게 할까의 고민에 벗어나서 이제는 어떻게 더 알차게 꽉 채울까를 먼저 고민한다면 축제나 행사도 더욱 가치있고, 오늘뿐만아니라 미래를 아우를수 있는 모두가 행복한 축제가 될거라고 생각한다. 코로나19 이후 시대적 요구와 4차산업시대 전환기속 문화 소비의 방법이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더 많은 고민을 요구하게 될 것이다. 최대한 저렴하게 비즈니스를 진행 해서 예산을 뛰어 넘는 실적에 대한 박수 받기에 앞서 축제나 행사의 정체성을 가지고 어떠한 결과를 가져왔는지에 대한 평가도 한번쯤은 중요하게 다루어지기를 바란다. /윤낙중 카피바라 대표
‘이태원 핼러윈 사고'가 발생했다. 좁은 골목에 인파가 몰리면서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한 ‘사회재난'이다. 자연재해가 아닌 화재, 붕괴 등의 사고를 사회재난으로 정의한다. 사회재난을 예방하려면 사전 통제가 중요하다. 명확한 행사 주체가 없었던 이번 사고는 3년 만의 ‘노마스크 핼러윈 행사’였다. 수십만 인파가 집결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대규모 인파의 이동과 통행 관리가 예측되지 못했다. 이로 인해 불확실한 사고 발생 시‘골든타임 4분'을 지키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국민 소득 3만 달러의 선진국에서 왜 이런 후진국형 사고가 반복되는 것일까. 이처럼 예상치 못한 위기의 가장 큰 특징은 불확실성의 증가다. 대개 불확실성이 커지면 커뮤니케이션을 회피하고 침묵으로 일관한다. 확실한 것이 없기 때문에 소통할 것도 없다고 생각해서다. 하지만 이런 때일수록 연결성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코로나 팬데믹은 역설적이게도 우리는 연결된 존재임을 깨닫게 했다. 이렇듯 디지털 대전환·기후변화·인구절벽 등과 같은 새로운 위기와 사회문제 앞에 우리 모두가 서로의 자원과 역량을 활용해 ‘연결'하고 ‘협력'해야 한다. 위기 대응에 대한 제도적 기반과 시스템, 국민 의식 강화, 더 나아가 적극적인 국가의 역할에 대해 고민해야 하는 것이다. 코로나로 인한 비대면 사회는 디지털 혁신을 가속화시켰다. 디지털 경제 시대에 걸맞는 정부의 역할이 디지털 플랫폼 정부다. 과학적 의사결정을 위한 국가 기반 인프라를 구축해 국민 안전과 편익을 높이기 위해서다. 이로 인해 디지털 혁신의 핵심 인프라인 공간정보가 부각되고 있다. 공간정보는 지하, 지상, 공중까지 우리가 생활하는 모든 공간을 뜻한다. 의사결정을 할 때 필요한 80% 이상이 위치·공간정보이기 때문이다. 전북혁신도시에 위치한 LX한국국토정보공사는 국내 유일의 공간정보 전문기관이다. LX공사가 구축하는 공간정보는 공공재이며 무형의 디지털 SOC로서 정부, 지자체, 민간이 공동 활용이 가능한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디지털 트윈국토'는 공간정보 기반의 핵심 플랫폼이다. 현실의 도시를 가상에 똑같이 구축해 시각화, 분석, 시뮬레이션하도록 지원하는 플랫폼으로 효율적이고 정교한 의사결정을 지원한다. ‘버추얼 전주'가 대표적 사례이다. LX공사는 2018년부터 전주시 전역을 ‘디지털 트윈국토'로 만들었다. 이를 통해 하천 모니터링, 수질 관리, 건물 노후화 진단, 열섬 해소 등 10가지 도시문제를 예측하고 해결을 지원하는 행정 서비스를 제공했다. 수위가 범람하거나 건물 노후화로 시민 안전이 담보되지 않을 때 선제 대응하고 골든타임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원한 것이다. 코로나 팬데믹의 순기능이 있다면 전 세계 공공과 민간이 함께 협력하고 혁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는 점이다. 팬데믹에선 심해진 불평등을 줄이려는 노력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디지털 트윈국토’ 는 정부, 지자체, 민간이 공동 활용 가능한 플랫폼이자 모두의 디지털 혁신을 도모해 안전과 편익을 높이는 플랫폼이다. 정부는 지속 가능하고 회복력이 뛰어난 시스템을 만드는 것, 이태원 사고와 같은 예기치 못한 재난에 신속 대응할 수 있도록 ‘디지털 트윈국토’ 등과 같은 실효성 있는 플랫폼을 마련해야 한다. 이번 사고로 소중한 가족과 지인을 잃은 분들께 깊은 애도를 전한다. /최규명 LX한국국토정보공사 부사장
군산조선소가 무려 5년 3개월 만에 재가동에 들어갔다. 군산조선소는 내년부터 10만톤 이상 대형 컨테이너선 블록을 생산한다. 블록 10만톤은 일반 대형 선박(길이 280m, 폭 40m, 높이 20m)을 3∼5척가량 건조할 수 있는 분량이다. 현대중공업 측은 올해 본사 직원 40여명과 12개 사내 협력업체 종사자 330명을 투입하고, 내년까지 1000여명으로 늘릴 예정이다. 경제적 파급효과는 약 5000억 원에 달하며, 3600여 명의 인구유입 효과도 기대된다. 만시지탄의 감이 있지만 군산조선소 재가동은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뭔가 아쉽다. 종전엔 설계부터 시작해 선박 완성까지 이뤄졌으나 이젠 재가동된다고 해도 완성품에 필요한 블록만 생산하게 된다. 생산된 블록은 울산조선소로 옮겨져 대형 컨테이너선 건조에 쓰일 뿐이다. 조선업 상황에 따라 언제든 블록만 생산하는 군산조선소는 가동 중단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기우이길 바라지만 이게 엄연한 현실이다.물론, 블록 생산이 본격화하면 고부가가치의 액화천연가스(LNG)·액화석유가스(LPG) 등 친환경 선박 건조로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전북도는 중소형선박, 특수선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조선 생태계를 조성하고, 무탄소 엔진과 저탄소 연료 등 미래 친환경 선박과 기자재 산업 육성으로 조선업을 활성화할 방침이다. 이런 기조에서 김관영 전북도지사는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사업으로 채택된 ‘특수목적선 선진화단지 조성’을 위한 국가재정사업 반영을 한덕수 총리에게 직접 건의했다. 이게 실현돼야만 비로소 군산조선소의 옛 명성을 되찾을 수 있다. 군산조선소는 매년 10척 안팎(2015년 최대 17척)의 선박을 건조하는 등 활기가 넘치는 곳이었다. 매출액은 연간 8000억원을 웃돌았고 가동 중단 직전인 2016년까지 총 70척을 건조했다. 재가동에 돌입한 군산조선소는 내년부터 대형 컨테이너선용 블록 10만톤을 제작하며, 연간 약 1800억원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재가동이 돼도 과거와는 천양지차다. 국내 조선업 수주 호황을 발판 삼아, 블록 생산을 넘어 선박 건조도 가능할 수 있도록 중앙정부는 물론, 자치단체의 현명하면서도 집요한 노력이 펼쳐져야 한다.
2014년도 tvN에서 대성공을 거두었던 드라마 <미생>에서 수많은 사람은 살짝은 모자란 신입사원인 주인공 장그래를 보며 감정이입을 했었다. 나 역시 입사 초 드라마 속 사고뭉치 신입사원에게서 내 모습을 찾으며 매일 눈물 콧물을 뽑았었던 기억이 있다. 주말에 우연히 OTT 서비스를 뒤지다가 다시 찾아본 드라마에서 새로운 인물이 눈에 밟히기 시작했다. 성공보다는 일에 매진하는 상사와 천둥벌거숭이 인턴 사이에서 은근한 균형을 유지하며 보이지 않는 교각의 역할을 하는 영업 3팀 김대리다. 크지 않은 분량과 실제로 회사에서 마주쳐도 전혀 위화감이 없을 것 같은 평범한 외모. 그런데도 불구하고 미생의 김대리가 드라마 시청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지방 국립대 출신이지만 공모전 입상과 대외활동을 통해 입사한 성실함. 실적을 안겨주지 못하는 상사지만 끝까지 믿고 따르는 우직함. 낙하산이라고 손가락질받는 팀원의 성장을 누구보다 진심으로 응원하는 인간성. 그리고 이처럼 완벽하지 못한 관계 속에서 소통을 통해 더 끈끈한 관계와 의미를 만들어나갔기 때문이다. 문화예술계에서도 기관과 예술가, 예술가와 향유자 사이에서 따뜻한 김대리의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문화매개자’이다. 우리가 이해하고 있는 문화 매개의 개념은 1980년대의 프랑스 문화부에서 등장한 개념이다. 문화정책 담론 중 하나로 다루어졌던 이 개념이 등장한 이후로 이런 매개 활동을 전문적으로 진행하는 ‘문화매개자’가 전국에서 양성되고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이런 문화예술계의 김대리들은 단순히 떨어진 둘을 이어 나가기보다는 새로운 실천과 발전이 지속해서 이루어질 수 있도록 관계의 개념을 구체화하는 데 집중한다. 국내에서는 2007년도에 확대 개편된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 대학원에서 인력 양성을 진행하고 있으며, 전국의 문화재단에서도 하나의 과업처럼 문화매개자 양성과정이 근 몇 년 사이에 활발하게 이루어졌다. 최근에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문화예술후원 매개 전문가 양성사업>과 같이 다양한 분야에 매개자의 개념을 입혀 생산-소비의 관점에서 제공-향유라는 더 넓은 문화예술 관점을 제공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런 활동은 예술계에서 지속된 움직임이며, 이를 문화 매개와 아닌 개념으로 구분 짓고 있다는 비판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그러나 뉴미디어 시대가 도래하며, 문화예술이 좀 더 깊고 영향력 있게 향유자에게 다가가기 위해선 더 전문적이고 많은 문화매개자가 양성되어야 한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특히 최근 들어 유튜브, 틱톡 등 다양한 플랫폼의 등장과 SNS 네트워크의 확대로 향유자가 곧 생산자가 되는 구조적 변화를 겪었고, 변화된 문화예술 구조 속에서 연계된 장르를 분명하게 이해며 네트워킹을 구축할 수 있는 효율적인 매개자만이 전반적인 만족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지금도 문화매개자들은 여러 방면에서 문화예술의 가치를 알리고 향유자가 스스로 예술에 대한 의미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아직은 우리에게 생소한 매개의 길을 개척해나가고 있다. “성공이 아니라 문을 하나 연 것 같은 느낌이더라고. 어쩌면 우린 성공과 실패가 아니라 죽을 때까지 다가오는 문을 열어가면서 살아가는 게 아닌가 싶어." 성공은 순간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느냐에 달린 문제라는 김대리의 대사를 옮기며, 다가오는 문을 힘차게 열어젖힐 모든 매개자들에게 글을 통해 짧은 응원을 보낸다. /이수진 전주문화재단 팔복기획운영팀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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