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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뛰는 공연예술의 감동, 전주 문화산업의 힘

어떤 일은 쉽게 잊히고, 어떤 일은 끝끝내 잊히지 않는다. 그 일이 마음을 얼마만큼 움직였느냐에 따라 다른 것이다. 보통 일상에서 겪는 다양한 사건과 감정들은 어느 샌가 무심히 사라진다. 우리 마음에 오래도록 남는 것은 어떤 ‘찰나’, 즉 마음을 반짝이게 하거나 찡하게 울리거나 벼락 맞듯 무언가를 깨우친 감동의 순간들이다. 예술은 우리에게 그 ‘잊히지 않는 소중한 순간’을 선물한다. 문학, 미술, 음악, 연극, 영화, 모든 분야가 그렇지만, 특히 공연자들이 빚어내는 세계를 현장에서 함께 느끼는 공연예술은 특별한 감동과 기억을 남긴다. 눈앞에서 공연자들의 작은 숨소리와 표정의 변화까지 함께하면서, 관객은 공연의 또 다른 세계를 구축하는 동반자가 된다. 타인의 경이로운 세계를 경험함과 동시에 각자의 시선으로 공연을 이해하고 느끼며, 자신만의 독창적인 세계를 만드는 것이다. 우리는 이 세계에서 때로 진정한 자신을 만나거나 스스로를 객관화해서 바라보는 등의 놀라운 경험을 한다. 이는 그 자체로서의 감동을 떠나 새로운 미래를 상상하고 실행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공연예술의 힘은 그 확장된 세계관에서 오는 것이다. 전주시는 풍요로운 문화 자원을 지닌 도시로 문화예술의 중심이자 다양한 공연예술을 창조하고 공유하는 주도적인 역할을 해왔다. 특히 전주시립예술단을 중심으로 국악과 서양음악의 협연과 음악과 연극의 만남 등 공연예술의 다각화는 시민들에게 품격있는 문화체험의 기회를 제공하고 창조적인 문화예술의 세계를 제시해왔다. 전주시립예술단은 지난 1976년부터 순차적으로 창단된 교향악단, 국악단, 합창단, 극단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세계적으로 활약하는 예술감독들과 200여명의 뛰어난 단원들이 빛나는 역량과 열정을 다해 지역문화의 수준을 고도화하고 타지역의 많은 문화 관객들을 끌어 모으는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코로나19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2020년과 2021년에 각 100여 건의 공연을 선보였고, 올해는 8월까지만 이미 92건의 공연을 펼치며 관객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정기공연 뿐만 아니라 연합공연, 순회공연 등을 통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고품격의 대중문화 조성에도 노력하고 있다. 문화예술의 감각은 학습을 하듯 익히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는 일상 속에서 자연히 높아지는 것이라고 한다. 우리는 전주에 살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풍부한 문화자산과 예술의 토대 위에서 매 순간 감동을 느끼고 삶의 깊이를 들여다보는 기반이 마련되어 있다고 자부한다. 민선8기 전주시는 이러한 지역 문화예술의 가치를 높이고 관광산업과 연계하는 문화산업에 남다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 2023년 동아시아 문화도시에 선정되어 세계적 문화교류의 발판을 마련했으며, 전주의 유·무형자산을 총괄하는 조선궁원 프로젝트, 전라감영 프로젝트, 야간경제·관광특구 조성을 추진하는 등 다양한 문화산업을 통해 전주의 미래를 일깨우고 있다. 전주의 다채로운 공연예술 또한 그 미래의 든든한 힘이 되리라고 확신한다. 우리는 코로나19의 어려움을 지나며, 가장 소중한 삶의 가치를 돌아보는 기회가 되었다. 우리를 둘러싼 세계의 다양한 이면을 펼쳐 보이는 공연예술의 감동이 그 깊이를 더해 주리라 믿으며, 많은 관객과 함께 지역문화의 꽃을 피우고 전주 문화산업의 날개를 달기를 희망한다. /오재수 전주시 예술단운영사업소장

  • 오피니언
  • 기고
  • 2022.09.05 14:17

옛 대한방직 석면 건축물 철거, 차질 없도록

전주시가 석면이 사용된 옛 대한방직 건축물 철거 방안을 마련해 추진하기로 했다. 시민 건강보호 측면에서 늦은 감이 있지만 크게 반길 일이다. 옛 대한방직 폐건물은 지난 2018년 공장 가동이 중단된 후 도심 속 거대한 흉물로 장기간 방치됐다. 안전사고 위험도 있었고, 무엇보다 유해물질로 인한 환경오염 및 시민 건강에 대한 우려가 높았다. 특히 주변에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조성돼 시민건강을 위협한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지난 2014년에는 이미숙 전주시의원이 시의회 5분 발언을 통해 대한방직 전주공장 대규모 석면 지붕의 위해성을 지적하고, 대책을 요구했다. 하지만 전주시의 체계적인 대책은 없었다. 공장 주변에 대한 석면 환경영향조사가 실시됐지만 형식적 조사에 그쳤다는 지적만 받았다. 이후 대한방직 부지 개발을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면서 석면 건축물의 위험성에 대한 논의와 관심은 상대적으로 약해졌다. 석면은 ‘침묵의 살인자’로 불린다. 그만큼 강력한 발암물질이다. 이런 위험성 때문에 건축자재 사용이 금지된 지 10년이 넘었지만 옛 건축물에 그대로 남아있어 위협은 지속되고 있다. 석면슬레이트 노후화에 비례해서 주변 토양의 석면 검출비율은 높아진다. 풍화작용에 의해 부식되거나 빗물에 녹은 석면이 공중에 날리고 토양에 침투되면서 인근 지역에 막대한 피해를 줄 수 있다. 옛 대한방직 전주공장 건물은 지난 1974년에 준공됐으니 50년이 다 돼 가는 노후 건축물이다. 대규모 아파트 단지 인근에서 오랫동안 석면 분진이 흩날렸을 가능성이 높다. 전주시는 늦어도 내년 초부터는 공사가 추진될 수 있도록 ㈜자광 측과 건축물 철거 방안을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지역사회에 이슈가 된 대한방직 부지 개발 방향에 관계없이 쾌적한 도시환경을 만들어 시민안전을 지키는 일이 당연히 우선돼야 한다. 전주시는 시민 건강을 최우선에 두고 토지 소유주 측과의 원만한 협의를 통해 대규모 석면 건축물 철거 공사가 차질없이 진행되도록 행정력을 집중해야 한다. 아울러 대규모 아파트단지 인근에서 진행될 석면 철거 과정에서 행여 주민들이 발암물질이나 소음에 노출되는 일이 없도록 철저하게 관리·감독해야 할 것이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2.09.05 11:48

취임 두달 지난 김관영지사

취임 두 달여가 지나면서 김관영지사의 업무 스타일이 가시적으로 드러났다. 국회의원 할 때 도정을 바라본 것과 많은 차이를 느꼈을 것이다. 하지만 도정을 혼자 이끌고 가는 게 아니라서 때로는 협치와 소통부재로 답답한 생각도 가졌을 것이다. 김지사는 젊고 패기가 넘쳐 먼저 자신의 공약사항인 대기업 5개 유치를 위해 올인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기업유치는 지사의 의지여하에 어느정도 영향을 미치지만 그냥 쉽게 되는 게 아니다. 이윤추구를 목표로 삼는 기업들이 전북으로 이전할 때 그 장단점을 면밀하게 분석해서 결정하므로 도청 직원들이 탁상에만 머무르지 말고 적극 현장 중심으로 뛰어야 한다. 완주군과의 분양가 때문에 입주가 무산된 쿠팡도 행정이 기업이익관점에서 역지사지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기업유치 할 때는 행정기관이 갑이 아니라 을로서 자세를 낮추고 대응해야 한다. 김 지사와 유희태 완주군수가 다시 쿠팡을 상대로 힘은 들겠지만 적극 유치 전략을 펴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취임 후 곧바로 두산그룹 계열사를 유치한 것도 그의 강력한 기업유치의지를 엿볼 수 있다. SK가 청주에 있는 반도체공장을 추가로 증설하지 않는다는 정보를 전북도가 입수 유치를 위해 물밑접촉을 한 것으로 탐문 된다. 기업유치는 전국 각 시군이 경쟁적으로 사활을 걸고 추진해 분양가부터 시작해서 세제지원 고급인력제공방안 정주여건 문화시설 확충 등에 신경 써야 한다. 전북도가 그간 새만금에다가 기업 유치하려고 목매달았지만 아직도 매립해야 할 바다가 광활해서 설사 기업을 상대로 설명회를 가져도 체면에 못 이겨 적당히 MOU정도만 체결하고 끝난 사례가 다반사였다. 그럴 바에는 이탈리아 물의도시인 베네치아나 태국 방콕처럼 수상도시를 건설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어야 한다. 굳이 매립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경쟁력을 갖출 수가 있다는 것이다. 김 지사가 새만금에 하이퍼 튜브를 직접 프리젠테이션해서 유치했지만 그 사업은 송하진 전 지사가 거의 유치해 놓은 것을 막판에 김 지사가 운 좋게 뜸들여 가져온 것. 이 때문에 김 지사가 이달중으로 미국 LA로 날아가 도내 농축수산물 판로개척은 물론 그의 야심작인 디즈니랜드 새만금 유치를 위해 다각도로 현지에서 접촉할 것으로 보인다. 사실 환경단체 등이 반대하고 있지만 거시적 관점에서 볼 때 새만금에 중국인 등 외국인을 겨냥해서 카지노를 적극 유치해야 한다. 그간 큰 정치를 염두에 두고 주변 참모진을 외지인들로 썼다는 비판을 받아온 김 지사가 정치인 출신 답게 여야를 넘나들며 소통강화에 신경 써야 한다. 국가예산 확보를 위해 국힘 정운천·이용호 의원 그리고 한병도 도당위원장과의 협력관계를 강화해야 한다. 다음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 보인 그의 결기와 정치력이 전북발전의 밑거름이 되도록 해야 한다. 지금 도민들은 고시3관왕인 그가 중앙에 남다른 인적네트워크가 잘 형성돼 있을 것으로 보고 정치인 출신 지사로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당은 다르지만 전북 몫 확보를 위해 실용적인 측면에서 윤석열정권과 가까운 관계를 형성하길 바란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 오피니언
  • 백성일
  • 2022.09.04 18:18

유리천장 없애고 모두가 존중받는 사회를

9월 1일~7일은 ‘양성평등주간’이다. 사실 양성평등주간은 ‘여성주간’에서 시작됐다.1995년 제정된 여성발전기본법이 2014년 양성평등기본법으로 전면 개정돼 이듬해부터 시행되면서 기존 여성주간도 양성평등주간으로 명칭이 변경됐다. 정부의 성평등 정책을 놓고 남성 역차별 논란도 있지만 우리 사회에서 양성평등의 문제는 여전히 여성의 사회참여 확대 및 권익증진에 초점이 맞춰진다. 그리고 아직도 우리 사회 유리천장은 사라지지 않았고, 성평등 의식도 부족하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내놓은 지역 성평등지수(2020년 기준)를 보면 전북은 전국 17개 시·도 중 최하위권에 속한다. 여성의 사회참여와 인권·복지, 그리고 성평등 의식·문화 부문에서 취약했다. 특히 지방의원과 5급이상 공무원, 지자체 위원회 위촉 위원의 여성 비율 등을 평가하는 의사결정 분야에서 대부분 하위권을 기록했다. 지역사회 유리천장이 다른 지역보다 더 단단한 셈이다. 양성평등기본법에서는 국가뿐 아니라 지자체에 대해서도 양성평등 이념을 실현하기 위한 책무를 부여하고 있다. 양성평등 실현을 위한 제도적 장치와 이에 필요한 재원 마련에 전북도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심각한 인구위기를 부른 저출산 극복을 위해서도 양성평등 실현을 통한 일·가정 양립 조직문화 확산이 요구된다. 젊은 여성들에게는 직장을 갖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시대다. 기존 양육·일자리 환경의 패러다임을 바꾸지 않으면 저출산 정책을 성공시키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민선 8기 전북도를 비롯한 도내 지자체의 최대 현안은 역시 지역소멸을 부르는 인구위기 극복이다. 각 지자체에서 성평등 전담부서를 신설해 저출산 극복 정책을 발굴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전북도가 지난 1일 여성계를 포함한 지역사회 인사들을 대거 초청해 2022년 양성평등주간 기념행사를 열고, 양성평등 실현 의지를 천명했다. 전주시 등 도내 14개 시·군에서도 다채로운 행사를 열 계획이다. 보여주기식의 형식적 행사에 그쳐서는 안 된다. 우선 지역사회에 아직도 견고한 유리천장을 깨는 데 지자체가 앞장서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2.09.04 17:55

막 올린 정기국회, 지역 현안 가시적 성과 내야

지난 1일 막을 올린 올해 정기국회는 전북 국회의원들의 역량을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5년 만에 정권교체를 통해 여야 공수교대가 이뤄진 데다 차기 총선의 공천 향방을 가를 수 있는 성적표가 나오기 때문이다. 특히 민주당 색채가 강한 전북으로서는 이재명 체제가 새롭게 출범했기에 변화의 거센 물결은 인물 교체에서 시작될 거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의원 평가 자료 중 핵심인 의정 활동에 따른 성과물이 어느 때보다 긴요한 시점이다. 결국엔 지역 현안 해결 여부가 의원들의 공천과 직결된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총력전 태세로 의정 활동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제3금융중심지 지정을 비롯해 전북특별자치도법 통과, 남원 공공의대 유치 등 굵직한 지역 현안들이 산적해 있다. 예산 확보를 위한 전방위적 활동까지 병행되면서 100일의 대장정이 시작된 셈이다. 물론 상임위 활동부터 의원들의 촘촘한 노력이 전제돼야 하지만 무엇보다 전북 발전을 위한 ‘원팀 정신’ 이야말로 최고의 전략임을 잊어선 안될 것이다. 실제 지역 경쟁력이나 의원 숫자에서 열세인 점을 감안하면 여야 공조에 따른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런 관점에서 최근 전북 정치권의 여야 협치는 높게 평가할 만하다. 김관영 도지사와 정운천 의원이 앞장서 이를 주도함으로써 의미 있는 변화를 가져왔다. 국민의힘 인사를 도청 3급 정책보좌관에 기용하는가 하면, 정 의원이 한병도 민주당 도당위원장과 함께 전북특별자치도법 통과를 공동 추진함과 동시에 여야 예산정책협의회를 통한 공감대 확산 등 일련의 조치들은 여야 공조의 진일보한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런 전례없는 여야 협치를 통해 기존 유권자들이 갖고 있는 정치권에 대한 불신과 무능력의 이미지 쇄신에도 큰 도움이 되리라 확신한다. 이번 정기국회도 험난한 가시밭길이 예상된다. 시작하자마자 이재명 대표의 검찰 소환에 따른 후폭풍이 거세게 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우리 주변을 둘러싼 대내외 악재가 중첩돼 있다. 그 중에서 글로벌 경제 침체와 코로나 장기화에 따른 서민들의 팍팍한 살림은 민생 법안의 신속히 처리를 재촉하고 있다. 이와 함께 지역 현안 해결에도 비상한 관심을 갖고 가시적 성과를 내기 위한 노력이 요구되고 있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2.09.04 17:54

어른이

어릴 적 치과라는 곳은 기계 소리가 들리면 비명이 겹쳐 들리는 공간이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한 탓에 충치가 생기면 치료받을 때 아플까 봐 고통의 걱정이 앞섰다. 그래서 치아가 온통 까매지고 아파야만 치과에 겨우 갈 수 있었는데 높은 확률로 의사 선생님께서는 하루라도 빨리 충치를 치료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럴 때면 나를 치과에 데려온 엄마마저도 매정해졌다. 모두가 나를 위하는 것은 알지만 차갑고 쓰고 날카로운 것들이 내 입안을 한 바탕 헤집고 나면 볼이 퉁퉁 부은 채로 울면서 치과를 나와야 했다. 하지만 현재 충치가 생기면 치료의 고통보단 비용의 걱정이 앞선다. 치료의 고통은 잠깐이고 비용의 고통은 쓰고 오래 갔다. 그래서 입안에 조그마한 검은 점이 보이면 비용과 고통이 두려운 마음을 갖고 얼른 치과에 간다, 그래서 대부분 미미한 충치는 충치가 늦게 진행되기 때문에 양치를 평소보다 더 신경 써서 해보고 조금 더 경과를 지켜보자는 소견을 내려주신다. 그럴 때마다 느껴지는 안도감과 동반되는 불안함은 양치를 하기 전 귀찮음, 졸음과 매일 싸우지만, 결국엔 치과에서 이가 썩을 대로 썩어 신경치료를 할 때 안내받은 치료 비용이 무거운 내 엉덩이를 일으키게 한다. 그런데도 칫솔만으로는 내 불안함을 해소하기엔 역부족이었다. 그래서 날이 갈수록 치실부터, 어금니 칫솔, 치간칫솔, 워터픽까지 하나둘 양치 도구들이 늘어갔다. 시한폭탄 같은 치료되지 않은 미미한 충치들은 내 신경을 더 곤두서게 하고 충치가 있는 자리는 더욱 힘껏 칫솔질하게 했다. 어느 날은 양치하면서 문득 생각했다. 어릴 땐 충치가 생겨서 아플까 봐 양치했는데, 이제는 하나라도 더 많은 치아를 지키기 위해 양치를 한다니. 그런 의미로 태어나면서 한 자리에 치아가 3개는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어릴 땐 영구치를 빼면서 성장을 하는 거라고 알려줬으면서, 그다음엔 바로 하나하나가 소중하다고 하냐고 말이다. 그러나 세상 이치는 항상 두 번은 허용하지 않는다. 하지만 자연의 섭리가 그렇다면 받아들이고 최대한 빨리 적응해서 개선하는 수밖에 없다. 살다 보니 모든 이치가 그런 것 같다. 그래서 사람들은 모두 실수한다. 그런 맥락에서 인간관계도 충치가 생기고 뽑는 과정과 비슷하다. 처음엔 나의 세상이 가족에서부터 사회생활을 처음 시작할 땐 친구로 세상을 서서히 넓힌다. 어릴 땐 나와 동등한 위치가 아니면 나의 감정을 모두 받아주는 사람밖에 없었지만, 나이를 먹어갈수록 나의 감정을 받아주는 사람은 적어지고 남의 감정을 나누거나 받아주는 입장이 된다. 일정 나이를 먹었을 때 관계에 까만 점이 보이면 양치를 최대한 꼼꼼하게 해서 더 이상 썩지 않도록 노력한다. 그런데도 모든 관계에는 끝이 있다. 무던히 노력해도 끝내 뽑아내야 하는 관계. 충치와 달리 희망적인 것은 새로운 관계가 자랄 자리를 남겨두다 보면 어떤 관계로든 빈 곳이 채워진다는 것이다. 미련으로 공간을 그대로 내버려 둔 채 결국엔 또 다른 아픔을 낳기 마련이다. 그런 의미에서 자신의 실수를 온전하게 용서해줄 존재인 자신을 믿고, 미련이 남는 공간을 내버려 두는 게 아니라 충치가 생기면 치과에 가는 것처럼 똑바로 직면해서 깨끗하게 치웠으면 좋겠다. 결국엔 모든 관계를 맺고 끊는 과정을 겪어야 하는 사람은 온전히 자신밖에 없다. 모든 관계를 대체 할 수 있는 존재 또한 나 자신밖에 없다. 우리는 모두 나고 자라고 뽑아내는 과정을 겪으면서 어른이 되어가고 있다. /백지은 우석대 미디어영상학과 조교

  • 오피니언
  • 기고
  • 2022.09.04 14:32

슬픈 교실

한국의 교육열은 오랫동안 우리의 자부심이었다. 전쟁의 폐허에서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부상한 원인을 한국의 특별한 교육열에서 찾는 분석은 새삼스럽지 않다. 미국의 오바마 전 대통령조차 한국의 교육을 칭찬하고 한국을 배워야 한다고 말했을 정도다. 언젠가부터 그 한국의 교육에 위기음이 들리기 시작했지만 속수무책으로 변방만 뒤적거리면서 세월을 보낸 지 오래다. 며칠 전 보도된 뉴스는 충분히 충격적이었지만 예견할 수 없었던 장면도 아니었다. 학생이 교단에 드러누워 수업 중인 여교사를 촬영하는 듯한 모습, 수업 시간에 윗옷을 온통 벗은 채 앉아 있는 모습 등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아이들은 이제 교실에서 누구의 제재도 받으려 하지 않는다. 수업 중에 떠드는 학생에게 “조용히 해”라고 말하는 것도 아동학대, 정서학대라고 고발당하는 상황이라고 하니 교사들은 고소·고발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무기력할 수밖에 없다.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거나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를 말했던 고래(古來)의 언어들뿐만 아니라 ‘스승의 날’을 기념하고 ‘스승의 노래’를 불렀던 기성세대의 추억은 이제 박물관에 가서나 찾아야 할 지경이 되었다. 교실의 붕괴는 교권의 추락과 맞물려 있다. 교권의 추락은 실력 있는 선생님들의 교단 회피 현상을 낳아 악순환을 반복한다. 교육이 지난 70여년 동안 한국을 일으키고 성장시킨 원동력이었다면 그 교육의 추락은 한국의 미래를 좀먹는 것이다. 세상은 4차 산업혁명의 궤도에 올라서 있는데 우리 교육은 여전히 암기와 속도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문송합니다(문과라서 죄송합니다)”가 한때의 유행이었지만 그 결과 인문학은 병들어 문·사·철(문학·역사·철학)은 취업시장에서 효율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대학에서 퇴출당하고 있는 중이다. 산업의 혁명뿐만 아니라 교육에서도 혁명이 필요하다. 여전히 국·영·수에 매달려 있는 커리큘럼의 전면적 개편도 필요하고, 창의적인 인재 육성이 단지 구호에 머물지 않도록 미래 사회에 적합한 인재를 키워내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교육은 공부를 잘하는 것으로 사람의 값어치를 평가하거나 국·영·수를 잘하는 시험 기계를 양성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그러나 현실은 입시 위주 교육과정 편성으로 고교생들은 체육과 미술·음악 시간마저 상당 부분 저당 잡혀 버렸다. 그 적은 예·체능 시간조차도 자습 시간에 양보해야 한다. ‘네이퍼빌의 혁명’이라고 불리는 실험을 했던 미국 일리노이주 네이퍼빌 센트럴 고등학교는 ‘학생들에게 운동이 부족하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0교시에 전교생이 1.6㎞를 달리는 체육수업을 배치했다. 한 학기 동안의 실험 결과 학생들은 오히려 놀라운 학업 성취력을 보였다. 2차 대전이 한창일 때 독일 잠수함 U보트에는 항상 토끼를 태웠다고 한다. 토끼가 꾸벅꾸벅 졸기 시작하면 잠수함에 산소가 부족하다는 신호였다. 지금 우리 교실에 U보트의 토끼가 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아마 호흡곤란으로 쓰러져 버렸을 것 같다. 이제 우리는 무작정 가던 길을 멈춰 서서 되돌아봐야 한다. 지금 가는 길이 맞는지, 방향 전환이 필요한 것은 아닌지, 어디로, 어떻게 가야 할지 생존을 건 치열한 고민이 필요하다. K-시리즈의 환호 뒤에서 가쁜 숨을 내쉬고 있는 우리 교육을 살려내야 한다. 매스컴을 떠들썩하게 장식했던 중학교 교실의 슬픈 모습은 결국 기성세대의 책임이다. /전정희 전북여성교육문화센터장

  • 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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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9.04 14:28

양질의 간호돌봄서비스를 기대하며

코로나 상황이 호전될 기미를 보이고 있지 않다. 근 3년 만에 다시 찾은 여름휴가에 대한 들뜬 기대는 코로나19의 확산과 더불어 새로운 변이의 출현으로 엔데믹 상황이 되는 건 아닐까 하는 우려로 변하고 있다. 최근에 한국과 일본에서 코로나19가 재확산되면서 확진자의 수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7월 25부터 31일 일주일 동안 약 138만 명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였으며, 우리나라도 56만 명에 이르는 높은 확진자 수를 기록하였다. 백신 접종에도 불구하고 확진되거나 재감염되는 사례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어 코로나19에 대한 두려움은 클 수밖에 없다. 특히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 수도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어 이런 부정적 분위기에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정 감염병이 강력하게 삶의 기반을 뒤흔들었던 경험이 없는 세대에게 코로나19는 그 자체로 공포의 아이콘이 되고 있다. 확진자와 사망자 수가 증가하면서 코로나 감염에 대한 불안도 상승한다. 무엇보다 ‘나도 걸릴 수 있다’는 불안은 ‘나는 제대로 치료받을 수 있을까’하는 염려로 바뀐다. 이는 코로나19 감염 여부에 대한 주관적 불안으로부터 확진 이후 의료진의 치료와 돌봄에 대한 걱정으로부터 생기는 염려가 커짐을 뜻한다. 철학적 의미로 부연 설명하면 ‘불안’이 자기 자신과의 관계에서 해명되는 기분과 같은 존재 방식이라면, ‘염려’는 세계 안에서 주체가 타자와의 상호 관계에서 발생하는 존재의 본질적 속성이다. ‘간호사 사망’과 같은 의료현실의 어두운 면이 보도될 때 염려는 더욱 커지게 되고 이런 사건이 자기 자신의 문제가 아니라 타자와 더불어 사는 우리 공동체의 문제가 됨을 인식하게 된다. 이런 안타까운 사건의 배경에는 코로나19 이후 더욱 심각해진 간호사의 업무 중압감이나 열악한 근무환경, 또는 필수 의료인력의 부족 등과 같은 의료계의 구조적인 문제가 있음을 언론을 통해 보도된 바 있다. 대형병원을 포함하여 필수 의료인력이 부족한 병원들이 소위 비인기 분야에서 우리나라에는 불법이므로 존재하지 않아야 하는 의사보조원(PA, Physician Assistant)제도를 운영하기도 한다. 이 제도를 통해 간호사는 검사나 치료 등과 같은 일부 의사 업무의 불법 대행과 간호행위의 합법 사이를 오며 수행하고 있다. 필자도 몇 해 전 대학병원에 입원했을 때 경험한 적이 있다. 이에 코로나19 상황이 갈수록 심화되는 시점에서 뜨거운 이슈로 등장한 ‘간호법’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3월 국회에서 발의한 ‘간호법’ 제정안이 보건 의료계 내부 갈등으로 격화되고 있다는 소식은 치료에 대한 염려를 가중시킨다. 코로나 감염에 대한 불안감보다 제대로 치료를 받을 수 있을까 하는 염려를 떨칠 수 없다. 제대로 치료받기 위해서는 전문적이고 안전한 간호돌봄서비스가 필요함은 당연하다. 이를 보장하는 법이 ‘간호법’이며 이 법이 간호사의 근무환경 개선이나 전문성을 확보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 확신한다. 인간은 무병장수를 소망하지만 각종 질병이 영원히 사라지길 기대할 수 없다. 아마도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은 언제든 나타나고 또다시 인류를 위협할 것이다. 이런 위협이 존재하는 한 우리는 질병이 사라지길 기대하기보다 치료 가능한 양질의 의료기술과 간호돌봄서비스를 기대하는 편이 현명할 것이다. 바로 질병에 대한 불안을 넘어 치료 여부에 대한 염려를 해소할 수 있는 의료보건 분야의 재구조화가 무엇보다 절실하다. 심각한 코로나 상황과 열악한 근무환경에서 간호사들이 얼마나 희생적으로 돌봄서비스를 제공하였는지는 수 많은 언론에서 보도한 바 있다. 이를 ‘영웅’이라는 미사여구로만 칭찬할 게 아니라 구체적으로 법제화하여 보호함으로써 또다시 열악한 업부환경으로 인한‘간호사 사망’과 같은 비극이 이 땅에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양질의 간호돌봄서비스를 보장하는 간호법이 제정된다면 어떤 질병이 유행하더라도 치료와 극복에 대한 염려는 어느 정도 해소되리라 본다. /홍성하 우석대 교수·한국현상학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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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9.04 14:15

전북대병원 인턴 정원 확대 시급하다

지역 거점대학인 전북대학교 의과대학 졸업생들이 지역내에서 수련의(인턴) 과정에 참여하지 못하면서 지역내 의료인력 부족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지역 대학병원의 수련의 부족은 지역 주민들이 질 좋은 의료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는 기회를 박탈당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지역 의대를 졸업하고도 지역에서 인턴 과정에 참여하지 못한 졸업생들이 수도권으로 떠나면서 미래 지역 의료인력 유출이 반복되고 있다. 전북대병원에 따르면 올해 전북대 의대 졸업생은 142명이지만 전북대병원 인턴 정원은 45명에 불과했다. 전북대 의대 졸업생 수 대비 32%에 불과한 인턴 정원이다. 전북대병원 인턴 정원 모두를 전북대 의대 졸업생들이 채운다 하더라도 나머지 졸업생 2/3 이상은 타지로 떠나야 하는 셈이다. 실제로 올해 전북대병원 인턴에 지원한 전북대 의대 졸업생은 58명에 달했다. 최소 13명의 예비 의사들이 본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타지로 떠났다. 모교 졸업생 수 대비 전북대병원의 인턴 정원은 지방 국립대병원 중 최저 수준이다. 경북대병원은 올해 모교 졸업생 97명 가운데 70명(72%)을 인턴으로 채용했고, 부산대병원은 125명 중 84명(67%), 전남대병원은 133명 중 79명(59%), 경상대병원은 77명 중 40명(43%), 강원대병원은 모교 졸업생 49명 중 20명(41%)을 인턴으로 채용했다. 전북대병원의 모교 졸업생 대비 인턴 정원은 최근 3년(2019~2021년)째 30%대다. 사정이 이런데도 보건복지부는 코로나19 대응을 명분으로 서울·경기권 병원의 인턴 정원을 늘리고 지방 국립대병원의 인턴 정원을 감축했다. 지난해 52명이던 전북대병원의 인턴 정원을 45명으로 7명 감축하는 등 지방 국립대병원의 인턴 정원을 65명이나 줄여 수도권 병원 19곳의 인턴 정원 85명을 늘리는데 배정했다. 지방 국립대병원의 인턴 정원 부족은 전문의(레지던트) 부족과 지역 필수 의료진 부족으로 이어지고 결국 지역 의료체계를 붕괴시키는 요인이 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를 약속했다. 교육과 함께 의료는 지방 인구 유출을 막는 필수 조건이다. 지역의료 안전망 확보를 위한 지방 국립대병원 인턴 정원 확대가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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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2.09.01 18:32

<금요수필>시끄러운 세상 살아가기

사람은 저마다 말을 하고 살기 때문에 때로는 시끄럽다. 아무렇지 않게 입들끼리 넘나드는 말들은 잡음이 되지만 때로는 화음이 되어 변덕이다. 사실 화자의 즐거움과 청자의 괴로움이 서로 다르다. 며칠 전, 우리 동네 식당이 문을 닫았다. 전주에서는 아예 거들떠보지도 않는 콩나물국밥집이었는데 식재료가 깔끔하고 간이 입에 맞아 시나브로 정이 들어가던 중이었는데 편의점으로 바뀌었다. 입간판을 세우고 있는 주인인 듯한 아저씨에게 여기 식당 어디 갔냐고 묻자 뚱한 눈길만 보탤 뿐이었다. 생각해보면 그간 우리 마을에서 가뭇없이 사라진 가게만 해도 벌써 열 곳이 넘는다. 그에 반해 대기업의 프랜차이즈는 우후죽순처럼 번창하고 있다. 향긋한 국화차의 전통찻집은 온데간데없고 그 자리에는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피자집이 들어와 동네 상인들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다. 어디 그뿐인가. 재래시장에 대형 할인점이 들어와 순대와 옥수수까지 팔고 있다. 신문이나 미디어에서는 매일 같이 대기업의 횡포가 도를 넘었다고 성토하지만, 친구의 세탁소도 언제 문을 닫을지 걱정이 앞선다. 걱정스런 것은 TV도 마찬가지다. 하루가 멀다고 신조를 쏟아내야 예능 프로 시청률 1순위를 차지할 수 있다. 나무는 고목일 때 불 때기가 좋고, 책은 옛날 것이 좋은 것이니 많이 읽어야 하며 친구도 죽마고우가 정답고 좋으며 술도 묵혀둔 술이 맛이 있다 했는데 이러한 온고지신(溫故知新)을 덕목으로 살다가 빠르게 변하는 세류에 우리는 어떻게 대처할까? 현재의 삶은 얼마나 새로움을 체험하려 노력하느냐에 달려있다. 따라서 이제 공자의 온고지신(溫故知新)은 단순히 머리로만 익히는 단편적인 지식이 아니라 가슴으로 느끼는 따뜻한 지식(知識)과 체험(體驗) 그리고 인간애(人間愛)로 새롭게 받아들여야 한다. 말은 소통과 화합의 수단이다. 말은 진흙 속에 연꽃처럼 신중함을 품고 느림을 미덕으로 삼아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종종 살아가며‘입만 살아 있는 사람’을 만나고는 한다. 말과 행동이 다른 사람, 실천이 뒤따르지 않는 화려한 말은 우리를 짜증 나게 한다. 사람은 누구나 말실수한다. 신이 아닌 이상 내 마음과 다르게 말이 나올 수 있다. 하지만 말 실수해서는 안 되는 사람들이 있다. 한 나라에 위정자나 책임 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다. 정치가는 정제된 언어 구사와 신의가 있어야 한다. 그네들이 말만 앞세우고 책임을 회피한다면 우리 사회는 어떻게 될까. 앞으로 나가기는커녕 계속 뒷걸음질만 칠 것이다. 장마가 지나간 황방산은 더없이 푸르고 청신하다. 산이 아름다운 것은 숲을 이루고 있는 꽃과 나무들이 제 각자의 자리에서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기 때문이다. 큰 나무와 작은 나무는 다툼이 없고 장미꽃은 족두리 꽃을 깔보지 않는다. 함께 하지 않으면 그저 나무 한 그루, 꽃 한 송이에 지나지 않지만 더불어 살아가니 큰 숲을 이루고 푸른 산이 된다. 나는 오늘 무슨 말을 했나. 쓸데없는 말은 하지 않았나. 택시기사님의 말뜻은? 친구의 하소연은…. 또 나는 그네들의 말을 귀담아들어 주었는가. 제일 가까운 남편과 아이들의 말을 제대로 듣긴 한 걸까. 언제 어디서든 누구는 말을 하고, 누군가는 말을 듣는다. 하지만 우리가 말만 늘어놓고 서로의 말을 들어주지 않는다면 말은 점점 말이 아닌 다른 것이 되고 말 것이다. 거리를 구르는 낙엽이거나 휴지통 속에 담긴 쓰레기거나…. 박경숙 수필가는 <계간수필>에서 수필 천료로 등단하였으며 전북 수필문학회 사무국장을 역임했다. 전북수필문학상, 산호문학상을 수상했으며 수필집 <미용실에 가는 여자>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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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9.01 15:34

‘농촌유학 1번지, 전북’ 준비 더 철저하게

지역소멸 위기의 시대, ‘농촌 학교와 지역을 살리는 대안’으로 농촌유학이 다시 부각됐다. 전북도와 전북교육청, 서울시교육청, 재경전북도민회가 ‘농촌 유학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전북도는 올해 성과 분석을 통해 내년부터는 도내 모든 지역 초·중학교로 사업을 확대해 전북형 농촌 유학의 성공모델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사실 농촌유학의 발원지는 전북이다. 섬진강변 작은 학교인 임실 덕치초에서 2006년 도시 학생들이 전학와서 공부하고 돌아가는 ‘섬진강 참 좋은 학교 프로젝트’를 실시했고, 2007년에는 한 시민활동가가 완주군 고산면에 고산산촌유학센터를 설립해 농촌유학의 새로운 모델을 정립했다. 이후 농촌유학은 전국으로 확산됐다. 전북도에서는 지난 2012년 ‘농촌유학 1번지’를 선포한 뒤 전국 최초로 ‘농산어촌유학 지원 조례’를 제정했고, 곧바로 농촌유학지원센터를 설립해 체계적으로 대응했다. 수도권에서 정기적으로 농촌유학 설명회도 열었다. 이처럼 농촌유학 활성화에 선도적으로 나섰지만 성과는 기대 이하였다. 오히려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는 전남지역에서 더 활발했다. 전남교육청은 지난 2019년에 이미 서울시교육청과 협약을 맺고 지난해 1학기부터 도시 학생들을 농촌학교에 유치했다. 최근 코로나19 영향으로 도시 학부모들의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이에 따라 서울시교육청은 전남·전북에 이어 유학지역을 전국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학생 유치를 위한 지역 간 경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농촌유학이 장밋빛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전가족이 아닌 학생만 단기간 전학 오는 형태의 농촌유학은 농촌지역 학생들에게 심리적 불안정과 상대적 박탈감만 줄 수도 있다. 부모와 떨어져 농촌유학센터나 농가에서 생활하는 도시 학생 안전 관리에도 특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교육을 통한 귀촌’이라는 궁극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보다 체계적인 준비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가족이 함께 농촌에 와서 거주하는 ‘가족체류형 유학’을 유도해야 한다. 지자체와 교육청이 긴밀하게 협력해 농촌유학 지원 조례 및 귀농·귀촌 지원 조례를 재정비하고, 유학센터 등 학생 거주시설 운영·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또 경쟁력 있는 특화 교육 프로그램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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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2.09.01 14:52

지역 민주화운동의 큰 별 조성용 선생

지난달 26일 ‘오송회 사건’의 주범으로 조작되어 억울하게 옥살이를 한 지역 민주화의 어르신인 조성용 선생님께서 향년 86세를 일기로 유명을 달리하셨다. 과거 군사독재 시대에 수많은 용공 조작 사건들이 있었지만 특히 ‘오송회 사건’은 지역 사회에 미친 영향이 가장 큰 사건으로 기억되고 있다. 서슬 퍼런 전두환 군사독재 시절인 1982년 겨울, 제자가 두고 내린 시집이 빌미가 되어 당시 군산 제일고 선생님들이 영문도 모른 채 대공 분실에 끌려가 갖은 고문을 당한다. 전기고문. 물고문. 통닭구이 등 듣기만 해도 오금이 저린 숱한 비인간적인 고문을 당하며 저들이 원하는 대로 받아쓰기해서 조작된 사건이 오송회 사건이다. 조성용 선생님은 군산제일고 영어교사로서 1년을 근무한 적이 있을 뿐인데 동문으로 어쩌다 몇 번 만난 적 밖에 없는 교사들의 리더로 조작되어 영문도 모른 채 끌려가 차마 상상조차도 허락되지 않는 가혹한 고문을 당하였다. 이렇게 오송회 사건은 아무런 객관적 사실과 증거도 없이 오직 고문에 의한 진술을 토대로 저들이 원하는 사건이 조작되었다. 당시는 전두환 정권의 폭압 중에도 5.18 이후 패배주의를 극복하며 서서히 민주화의 기운이 전국적으로 싹터 오고 있었다. 이를 막기 위해 하루가 멀다 하고 용공 조작 사건을 터뜨리고 있었다. 오송회 사건은 그 중심에 있었다. 워낙 근거도 없고 사건이 조잡하게 조작되어 하수인에 불과한 당시 사법부조차 1심에서 대부분 석방했으나 권부의 분노로 2심에서 7년형까지 올려치기 당하였다. 문정현. 문규현. 이수현. 박창신 신부님을 비롯한 천주교 진영과 인권 단체, 해외의 양심적인 인사들의 석방 요구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언론에 장식되며 권력 안위의 도구로 삼았던 오송회 관련 인사들이 몇 년 후 모두 석방되었다. 당시 전동성당과 중앙성당 정문에 걸린 프랑을 아직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전기고문 물고문 통닭구이 용공조작 오송회 사건 규탄한다.” “용공 조작 오송회 사건 관련자를 석방하라!”는 문구를 보며 섬뜩함을 느끼고 왜 성당에 무서운 플랑이 걸려 있지 하는 의문을 가졌다. 이후 시간이 지나 오송회 사건의 진실을 알게 되며 당시 군사정권의 포악함에 두려움이 일기도 하고 끓어오르는 분노를 주체할 수 없어 동료들과 술잔을 기울이며 울분을 토로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오송회 사건은 전두환 군사 정권의 안위를 위해 저지른 반인륜 범죄행위였다. 이후 2008년에 들어서야 오송회 사건의 재심에서 무죄가 되며 관련자들의 명예 회복이 이루어졌다. 조성용 선생님은 KBS 피디로서 문학과 예술, 역사 등에 높은 식견과 전문성을 가지고 있었다. 출옥 후에는 한겨레 창간에 참여하며 지국장을 지내고 생활고에 시달리면서도 서서히 기지개를 켜며 활발한 활동을 하게 된다. 전라북도 민주화운동협의회. 전북민족민주운동연합. 민주주의 민족통일 전북연합 등의 재야 단체, 동학혁명기념사업회,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등 시민사회의 어른으로서 활동하며 참다운 지식인의 길을 걸으셨다. 세상을 향한 사랑과 열정은 돌아가시기 직전까지 계속되었다. 최근 몇 년의 투병 과정에서도 약간이라도 호전되면 동료, 후배들과 더불어 대화하며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재야인사들이 대부분 종교인이지만 영원한 농민 고 이수금 의장과 더불어 일반 시민으로 참여하여 40여 년의 활동 과정을 통해 시대와 역사를 보듬어 안고 이 땅의 민초들과 함께 한 소중한 삶이었다. 어느 때는 자신 때문에 피해를 당한 가족을 생각하며 미안함으로 눈물을 보이며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고 좌절하기도 했지만 늘 오뚝이처럼 일어나 행동하는 지극히 인간적인 면모를 지니신 어르신으로 열정과 두려움으로 고뇌하는 지식인으로서의 삶의 전형을 보여주셨다. 선생님은 지역 민주화운동의 산 증인으로 우리의 가슴에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김영기 객원 논설위원(참여자치 전북시민연대 지방자치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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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9.01 14:02

하반기 병역판정검사는 언제부터 시작되나요

하반기 병역판정검사는 10월 4일부터 12월 7일까지이며 상반기는 4월 15일부터 5월 18일까지 실시되었습니다. 올해 병역판정검사를 2회로 확대한 것은 전북 지역 수검자의 병역판정검사 일자 선택의 폭을 높이기 위함입니다. 병역판정검사 일자 선택은 병무청 누리집 ‘병무민원포털→병역판정검사→병역판정검사 민원신청→병역판정검사 일자 및 장소 본인선택’에서 가능하며, 공동인증서․휴대폰․아이핀을 통한 본인 확인 절차가 필요합니다. 공동인증서(구, 공인인증서)는 현재 금융거래 중인 은행․우체국 등 인증 등록 대행 기관을 직접 방문해 발급신청 해야 하며, 휴대폰 인증은 본인 명의 휴대폰만 가능합니다. 다만 인증서 사용이 곤란한 경우 지방병무청을 방문해 신청서를 제출하면 주민등록증, 여권, 운전면허증으로 본인 여부를 확인한 후 공석 범위 내에서 병역판정검사 일자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본인이 선택한 일자에 검사를 받기 어려운 경우 ‘병무민원포털→병역판정검사→병역판정검사 민원신청→병역판정검사 일자 및 장소 본인선택(변경)’을 통해 1일 전까지 공석 범위에서 본인선택 일자 및 장소 변경이 가능합니다. 참고로, 올해는 2003년생이 병역판정검사대상자이며, 전국의 검사기간은 2월 7일부터 12월 7일까지입니다. 만약 일정 기한 내에 본인선택을 하지 않은 경우 지방병무청장이 직권으로 일자를 정하여 12월 7일까지 모든 병역판정검사 대상자가 검사를 받도록 안내하고 있습니다. 직권으로 결정된 병역판정검사일자는 우편으로 통지서를 받아보실 수 있으며 병역판정검사 일자 확인은 병무청 누리집 ‘병무민원포털→병역판정검사→병역판정검사 일정 및 장소조회’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병역판정검사와 관련하여 궁금하신 사항은 언제든지 병무민원상담소 1588-9090으로 문의 가능합니다. /전북지방병무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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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9.01 13:59

가을에 살아 있음을 기뻐하라

가을 아침을 살아서 맞는 일은 기적이다. 가을은 자기만의 방식으로 질서를 세우며 강한 고요를 안쪽에서부터 확장해간다. 하늘은 청명하고, 모과나무 가지에서 모과가 익어갈 때 제 궤도를 도는 행성은 궤도를 이탈하지 않고, 물은 언제나 더 낮은 곳으로 흐른다. 한해살이풀들은 시들어 버석거리고, 철새는 기하학적 편대를 이루고 북쪽에서 날아온다. 하지만 저탄장에 쌓인 석탄은 더 이상 까매질 필요가 없고, 젖소에게서 짜낸 젖은 더 이상 하얘질 필요가 없다. 가을은 외롭고 슬픈 영혼들의 합주로 완성된다. 달이 가을밤의 지휘자라면, 물은 겸손하게 낮은 곳에서 저음의 음역대를 맡고 밤의 정적을 깨며 우는 풀벌레들은 높은 소프라노 파트를 맡는다. 가을에는 누군가에게 고해성사를 하고 싶다. 대성당의 늙은 신부이든 해안에 뒹구는 조약돌이든 상관이 없다. 누구라도 내 고해성사를 받아준다면 나는 조금 더 단순해지고, 조금 더 착해질 것이다. 우리는 단 하나의 삶을 살지만 동시에 하나의 삶에서 변주된 여러 삶은 산다. 여럿의 삶을 살다보니 여러 자아가 필요하다. 내 자아의 가장 밑바닥에는 시골 사람이 산다. 시골은 장소나 자연이 아니라 돌아갈 수 없는 시간이고, 잃어버린 낙원이며, 회복되지 않는 상처다. 나는 시골에서 나고 풀숲에서 새 둥지를 찾고, 봉분이 무너진 무덤가 구덩이에서 뱀이 떼를 지어 엉겨 있고, 비 온 뒤 마당에서 물고기들이 파닥거리는 걸 보며 자랐다. 죽을 수밖에 없는 것을 연민하는 일은 시골 사람의 덕목이다. 시골을 떠나며 내 안의 시골은 멸실되고, 시골에서 길러진 덕목은 사라졌다. 이건 내 안에 자연의 신비와 알 수 없음을 잃어버린 탓이다. 이제 나는 규격화되고 목적지향적인 삶을 지향하는 도시 사람이다. 나는 했다. 도시 사람은 도덕적 완성이나 영혼의 점진적 성장을 염두에 두지 않는다. 도시에서의 성공은 자신을 극복하는 게 아니라 타인과의 경쟁에서 승리한다는 뜻이다. 도시 사람은 땅에 씨를 뿌리거나 열매들을 땀 흘리며 손으로 딴 적이 없다. 그들은 마트에서 잘 익은 복숭아와 향기로운 포도를 고르고, 도정된 쌀과 포장육을 산다. 나는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으로 늘 시끄러운 도시에 산다. 나는 눈 먼 자들의 시장에서 거울을 팔며 냉혈한처럼 복잡한 계산을 처리한다. 주중엔 인터넷으로 먼 나라의 전쟁 뉴스를 검색하고 국내 주가의 등락을 주시한다. 주말엔 경마장엘 가거나 굴 요리를 먹고 친구 집으로 몰려가 포커게임을 한다. 나는 재산을 탕진하거나 알코올 중독자가 되지도 않았다. 허영의 깃발이 나부끼는 도시에서 나는 성공을 거뒀지만 정작 내가 갈망하는 삶에서 멀어지고 있음을 알았다. 가을이 열매들을 데리고 돌아온다는 것은 기쁜 일이다. 만물은 만물로써 무르익고, 슬픈 것들은 슬픈 것대로 제 영혼을 정돈한다. 내 영혼이 숱한 실수를 저지르고도 끝내 성숙하지 못했음은 슬프다. 잘못 살았다, 잘못 살았다. 회한은 잘 벼린 칼이 되어 내 영혼의 가장 깊은 곳을 벤다. 가을밤의 풀벌레들은 다른 세상을 포기하라, 포기하라고 속삭이는 듯하다. 이 세상 너머의 다른 세상이 있는지 없는지를 나는 모른다. 생명의 불꽃을 소진한 것들에게 가을은 제 자리를 찾아준다. 열매들은 제 무게를 못 이겨 땅에 떨어지고, 이 생이 처음이라고 울던 풀벌레들은 돌연 죽음을 맞는다. 무릇 생명을 품은 것들이 제 생명을 연소하며 장엄한 소멸을 맞는다. 내 안의 생체시계는 외로움을 동력 삼아 째깍거리는데, 나는 외로움을 도약대 삼아 질문을 던진다. 나는 삶을 두 번 살 수 있을까? 두 번째 삶이 주어진다면 또 다시 같은 실수를 저지르지 않을 수 있을까? 똑같은 삶을 두 번 살더라도 나는 실수를 되풀이하고 허둥거릴 게 분명하다. 하지만 나는 슬플 때 홑이불을 적시며 우는 여린 사람으로 살기를 바란다. 지금 이 찰나의 삶을 생동으로 죽음을 영원한 부동으로 분별하고, 작은 생명들을 더 연민으로 품게 되기를 소망한다. /장석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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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9.01 13:42

‘도시가 사랑하는 우리 가게’

‘생활유산’은 ‘많은 사람에게 기억되고 이어져 내려오는 시설과 기술, 업소나 생활 모습, 이야기 등의 유무형 자산’을 이른다. ‘생활유산’ 개념이 도시정책에 도입된 것은 2015년 서울시가 발표한 ‘역사도심 기본계획’에서다. 당시 서울시는 법제화된 제도로 만들어 의무화하지는 않았지만, 도시의 기본계획에 이들 유형의 생활유산을 최대한 보존하고 활성화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문화재법에 따라 보호받는 문화재나 사적, 건축 전문가들이 보존 가치를 인정하는 근대문화유산 외에 ‘생활유산’이란 별도의 기준을 만들어 보존 의무를 부여한 것이다. 덕분에 적지 않은 생활유산이 지켜질 수 있게 되었다. 재개발 사업으로 철거 위기에 처했으나 살아남게 된 서울의 오래된 가게들이 대표적인 사례다. 3년 전쯤 논란 끝에 철거 위기에서 벗어난 서울의 냉면집 ‘을지면옥’도 그 중 하나였다. 그러나 을지면옥은 지난 6월 25일 결국 문을 닫았다. 재개발 시행사와의 지루한 법정공방 끝에 법원이 시행사의 손을 들어준 결과다. 이 과정에서 을지면옥과 시행사는 모두 분쟁의 고통을 겪어야 했다. 이제 을지면옥 외에도 서울의 오래된 가게들은 이미 문을 닫았거나 문을 닫을 상황에 처했다. 서울시가 보존해야 할 생활유산으로 지정한 49개 가게가 맞닥뜨린 현실이다. 법적 분쟁도 그렇지만 서울시가 역사도심기본계획의 ‘생활유산’ 관련 기준을 현실에 맞게(?) 재정비할 계획이라니 서울의 ‘생활유산’은 더 이상 보호받을 수 없게 되는 셈이다. 생활유산은 서울 같은 대도시만의 것이 아니다. 사람들의 삶이 닿아 있는 생활유산은 오래된 도시일수록 더 풍요롭고 깊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개발이 보존의 가치를 앞지르던 시대를 거치면서 모든 도시는 너나 할 것 없이 대부분의 생활유산을 잃었다. 서울시의 사례가 남의 일로만 여겨지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사실 생활유산은 일정한 시대만의 산물도 아니다. 끊임없이 생성되는 가치 있는 흔적, 곧 한 도시의 역사와 정체성을 규정하는 그릇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낙후된 구도심의 재개발이 불가피해지지만 이런 환경일수록 오래된 것과 새로운 것이 공존하면서 조화를 이루는 정책적 지원이 꼭 필요한 이유다. 때마침 흥미로운 전시가 있다. 전주 선미촌의 <뜻밖의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2022 도시가 사랑하는 우리 가게’ 전이다. 전시의 주인공은 화가들이 그려낸 전주 구도심의 서른 개 ‘우리 가게’들이다. 들여다보니 사람들의 기억을 불러내는 오래된 가게와 새롭게 문을 연 가게들 사이에 도시의 시간이 켜켜이 쌓여 있다. 화가들이 건네는 도시의 이야기, 그 소중한 기록이 반갑다. /김은정 선임기자

  • 오피니언
  • 김은정
  • 2022.09.01 13:35

‘전북은 이미 사멸(死滅) 중’

대한민국 인구가 2020년 5183만6239명으로 정점을 찍고 감소세로 돌아서면서 인구 격감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도 높다. 지난해 총인구는 처음으로 9만1363명이 줄었다. 앞으로는 감소 속도가 빨라져 2041년엔 4000만 명대로, 2066년엔 3000만 명대, 2080년대가 되면 2000만 명대 국가로 쪼그라들 것이라는 우려다. 21세기 말엔 1000만 명대를 예상하는 전문가도 있다. 총인구 감소는 일찌감치 예견됐다. 평균수명이 늘면서 인구 감소가 늦어졌을 뿐 출생아는 1971년 102만4773명을 정점으로 줄곧 하락했다. 1975년 80만 명대로 떨어진 출생아는 2002년 50만 명 아래로 내려오더니 지난해엔 26만562명을 기록했다. 50년 만에 출생아 74.6% 감소는 세계 역사상 초유의 일이다. 이제 막 시작된 총인구 감소와 달리 전북의 인구는 줄기 시작한 지 반세기가 넘었다. 1966년 252만1207명을 최고점으로 전북 인구는 매년 감소해 올해 7월 말 177만6949명으로 오그라들었다. 농촌지역은 더욱 심각하다. 1966년 17만5044명에 달했던 부안군 인구는 올해 7월 말 5만451명으로 56년 만에 71.2% 감소했다. 농사만 짓는 상서면 인구는 1965년 1만2454명에서 현재 2144명으로 82.8% 감소했다. 21세기 말 우리나라 인구가 지금의 5분의 1로 줄 것이라는 예상이 전북의 농촌에서는 이미 현실이다. 인구 감소의 공포는 학교에서 두드러진다. 1972년 49만1141명이었던 전북의 초등학생은 지난해 9만2914명으로 81.1% 줄었다. 250만 전북 인구가 30% 가까이 주는 데 50년 넘게 걸렸지만 앞으로는 더욱 가속화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농어촌학교는 대부분 생존의 기로에 서 있다. 필자가 졸업한 상서초등학교는 1970년대 학생 수가 1000명 안팎이었지만, 올해는 단 14명이다. 그것도 상서면 출신은 3명에 불과하다. 나머지 11명은 ‘어울림 학교’인 부안읍내 학교에서 꿔온 학생이다. 미래는 더욱 암담하다. 상서면 출생아는 최근 연간 2, 3명 수준이다. 상서면 내 2개 초등학교를 통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교사들의 인건비를 빼고도 14명의 어린이를 위한 교육 예산이 연간 4억 원에 이르기 때문이다. 수도권을 제외한 시골 지역의 인구 감소는 전국적 현상이다. 하지만 문제는 전북의 감소세가 가장 심각하다는 데 있다. 출생아 감소는 전국적 현상이지만 도내 인구의 극심한 타 지역 유출은 또 다른 문제다. 전라북도는 인구대책에 매년 1조 원이 넘는 돈을 투입해왔다. 하지만 효과는 없다시피 했다. 신혼부부에게 출산장려금을 주는 것도 필요하지만 타 지역에 뒤지지 않는 사회 인프라를 갖춰야 한다. 일자리, 정주 여건 및 교육환경, 지역 소득(GRDP) 등 다방면에서 타 지역에 뒤지지 않아야 인구 유출을 막을 수 있다. 고향에서 살아도 내 삶이 뒤처지지 않고 자식들을 경쟁력 갖춘 인재로 키울 수 있다는 확신이 들도록 해줘야 한다. 전북을 ‘살만한 곳 수준이 아니라 살고 싶은 곳’으로 만들어야 한다. 모든 인프라가 전국 꼴찌 수준인 이 상태가 지속된다면 21세기 중엽엔 전북 자체가 사멸할 수도 있다. ‘없는 것이 없는, 모든 물산의 집산지’라는 자랑스러운 뜻을 가진 전주(全州)를 중심도시로 둔 전라북도가 5000년 역사에서 이처럼 ‘거시기’했던 적은 없다. /하종대 전 채널A앵커

  • 오피니언
  • 기고
  • 2022.08.31 18:06

윤 대통령 공약사업 국가예산 반영 필수다

지난 30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639조 원 규모의 내년도 정부예산안에 전북 관련 예산이 982건 8조 3085억 원 반영됐다. 지난해 정부예산안에 반영된 전북 관련 예산 8조 312억 원 보다 2773억 원(3.45%) 증액됐다. 내년도 정부예산안이 재정 건정성 회복을 위한 긴축 예산안으로 편성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선방했다는 평가지만 정부예산안 증가율(5.2%)에 못미치고 대통령 공약사업 예산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한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내년도 정부예산안에는 1092억 원 규모의 지능형 농기계 실증단지 구축, 4915억 원 규모의 군산항 제2준설토 투기장 건설 등 대형사업 예산이 반영되고 수소 및 신재생에너지와 탄소산업 등 전북의 미래먹거리가 될 신규 사업예산이 다수 반영됐다. 새만금 산업단지 임대용지 확보, 전주 탄소소재 국가산업단지 조성, 3단계 산학연 협력 선도대학 육성 등 기업유치 및 산업구조 개편에 대응한 인재양성사업 예산도 상당액 확보됐다. 스마트팜과 종자생명산업 관련 예산 등 농생명산업수도 입지 구축을 위한 첨단농업과 종자산업 육성 예산도 확충됐다. 세계서예비엔날레관과 전주 독립영화의집 건립, 광역 해양레저체험 복합단지 조성 등 전북의 역사문화자연자원에 기반한 융복합 문화콘텐츠 확충과 지역특화 관광거점 조성 예산 확보로 문화관광산업의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도 기대된다. 새만금 내부개발 촉진과 지역 균형발전을 위한 사회기반시설(SOC) 예산 확보도 두드러진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 공약사업인 전북(남원) 국립 스포츠종합훈련원 건립사업과 국제태권도사관학교 설립 예산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한 것은 옥에 티다. 2000억 원 규모의 국립 스포츠종합훈련원 건립사업은 490억원 짜리 유소년 스포츠 콤플렉스 건립사업으로 축소돼 기본구상 설계비 3억원만 반영됐고, 국제태권도사관학교 설립 예산은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내년 국가예산 8조 3085억 원은 전북도가 목표했던 9조 2209억 원에 크게 못미친다. 전년대비 증가율 3.45%도 제주(10.9%), 전남(9.2%), 충북(5.8%), 충남(4.1%) 등을 밑돈다. 내년 국가예산은 국회 심의단계가 남아있다. 전북도와 정치권의 총력 대응과 협치의 성과를 기대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2.08.31 18:05

비양심적인 반려동물 유기

코로나19 거리두기 해제와 함께 여름 휴가철을 맞아 야외활동이 늘어나면서 반려동물 유기행위도 급증하고 있다. 휴가 가기 전에 반려동물을 맡기는 비용 부담에 인적이 드문 농촌지역에 키우던 개를 풀어놓고 도망치듯 떠나거나 아니면 휴가지에 버려두고 오는 몰지각한 개 주인이 많다. 또한 인플레이션 여파로 개나 고양이 사료가격이 폭등함에 따라 남몰래 내다 버리는 사례도 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버려지는 반려동물은 지난 2020년 통계로 13만여 마리에 달한다. 지난 4월부터 코로나19 거리두기 해제로 야외 활동이 많이 늘어나면서 유기된 반려동물 숫자는 더 증가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유기 동물은 개 75%, 고양이가 24%, 토끼 등 기타 1% 정도다. 반려동물 유기는 여름 휴가철인 7월과 8월 사이에 집중된다. 두 달 사이에 7만~8만여 마리에 달하는 개와 고양이가 버려진다. 비양심적인 반려동물 유기로 인해 농촌마을이나 피서지마다 원성이 들끓고 있다. 떼 지어 다니는 개나 고양이의 배설물로 집이나 길거리가 오염돼 눈살을 찌푸리기 일쑤다. 특히 유기동물들이 먹이를 찾아 쓰레기봉투를 뒤지면서 널브러진 쓰레기들로 쾌적한 환경을 해치고 있다. 게다가 버려진 개들이 야생에 적응하면서 개체수가 늘어나고 무리를 지어 다니면서 사육하는 닭과 염소 등 가축을 마구 해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심지어 노약자나 어린아이를 공격하는 경우도 생기면서 민원을 야기하고 있다. 참다못한 주민들이 유기동물보호센터에 신고도 해보지만 유기동물 처리는 더디기만 하다. 폭주하는 유기동물 신고로 인해 보호센터에서도 포획 활동 및 보호관리 하는데 한계상황에 처했기 때문이다. 반려동물 보호와 유실, 유기 방지를 위해 지난 2014년부터 반려의 목적으로 기르는 2개월령 이상의 개는 반드시 자치단체에 동물등록을 하도록 했다. 등록하지 않을 경우 1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특히 동물 유기는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이를 어길 때는 3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하지만 반려견 가운데 동물등록을 하고 키우는 개는 40%도 안 된다. 농림축산식품부에선 동물 유기를 줄이기 위해 ‘반려동물 보유세’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내후년까지 연구용역과 함께 의견 수렴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윤석열 대통령도 반려동물 보유세를 대선 공약으로 제시했었다. 그러나 보유세 도입에 대한 반대 여론도 만만찮아 논란이 예상된다. 한때는 가족처럼 반려동물과 지내다 싫어지고 부담된다고 해 내다 버리는 인간의 이기적이고 비양심적인 행태에 대한 각성이 먼저 요구된다.

  • 오피니언
  • 권순택
  • 2022.08.31 17:01

완산여고 교장 재임용 결정 철회하라

사학비리로 인해 관선 이사 체제로 운영되고 있는 전주 완산여고 교장 재임용 결정을 놓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임기 만료일을 코앞에 둔 관선 임시이사회가 서둘러 현 교장의 재임용을 결정했다. 사학비리가 불거지면서 학교 정상화를 위해 전임 교육감 추천으로 구성된 임시 이사들의 임기는 9월 9일로 끝난다. 제2기 임시 이사회 구성도 마무리 수순이다. 1기 임시이사회는 지난달 22일 기자회견을 열고 3년 간의 이사회 운영 성과와 함께 앞으로의 과제를 밝혔다. “미해결된 과제는 새로운 임시이사회와 전북교육청의 몫으로 넘기고 임기를 마친다”고 공식 발표했다. 전 교육감 추천으로 구성된 제1기 임시이사회가 역할을 마쳤다는 사실을 지역사회에 알린 것이다. 이사회는 이런 기자회견을 한 후에 현 교장 재임용이라는 주요 안건을 심의·의결했다. 관선 임시이사회가 지난 2019년 10월 전문대 교수 출신인 현 교장을 선임했을 때도 뒷말이 무성했다. 게다가 논란의 중심에 선 현 교장은 직무권한 남용과 관련해 전북교육청으로부터 감사를 받고 있는 상태다. 완산여고 교사들은 지난달 25일 기자회견을 열고 ‘교장 임기가 한 학기 남아 있는 시점에서 1기 관선이사들이 임기 만료 직전에 재임용 절차를 무리하게 추진하는 것은 매우 부당하다’며 교장 재임용 절차 중단을 촉구했다. 하지만 임시이사회는 교사들의 요구를 철저히 외면하고 지난달 29일 현 교장 재임용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처사다. 당연히 이 학교의 새 교장 임용이나 전 교장 재임용 문제는 제2기 임시이사회에 맡겼어야 했다. 게다가 현 교장의 임기도 아직 한 학기나 남아 있는 상태다. 서두를 필요도 없고, 그럴 이유도 전혀 없었다. 학교 정상화는 안중에도 없는 전형적인 알박기 인사다. 앞으로도 교사들과 갈등을 빚을 수밖에 없는 현 교장이 재임용돼 학교를 운영할 경우 학교 정상화는 커녕 또다른 내분만 키울 게 뻔하다. 임시이사회는 현 교장 중임 결정을 당장 철회하고 새 교장 공모 절차를 새로 출범하는 2기 임시이사회에 넘겨야 한다. 학교 정상화를 위해 구성된 관선 임시이사회의 책무를 조금이라도 새기고 있다면 부끄러운 결정을 늦게라도 바로잡아야 한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2.08.31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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