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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곡의 ‘만언봉사’

조선 중기 문신이자 학자인 율곡 이이가 왕(선조)에게 올린 상소문이 있다. <만언봉사(萬言封事)>다. 갑술년(1574년)에 올린 만 글자에 이르는 상소라는 뜻으로 <갑술만언봉사>나 <만언소>로도 불리는데 실제로는 1만 2천 자가 넘는 긴 문장이다. 선조는 즉위 초기 과감한 인재 등용으로 국정 쇄신에 나서고 여러 전적을 편찬해 유학을 장려했지만, 당파 분열과 정쟁이 심화되면서 정치 기강은 무너지고 결국은 일본의 침략까지(임진왜란) 불러들였다. 사실 다른 왕들과는 달리 검소했던 선조는 즉위 후에도 학문에 정진했으며 그림과 글씨에도 재능이 뛰어났다고 알려져 있다. 왕에 즉위하자마자 뛰어난 30대의 학자들을 조정으로 불러들여 등용한 것도 그가 학문에 쏟아온 열정과 신념의 소산일 터다. 선조는 특히 인재를 등용하는 과정에서도 과거시험 성적에만 의존하지 않고 학행이 뛰어난 사람을 중용하기 위해 애썼다고 전해진다. 그러나 그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가 통치하는 조선은 부정부패가 극에 달하고 정쟁을 일삼는 당파 싸움으로 사회는 혼란해졌으며 백성들은 고통스러운 삶에 허덕여야 했다. 다행히 선조의 특별한 인재 등용 정책으로 조정에 들어간 30대 학자들은 사회적 정치적 혼란을 몰고 온 ‘적폐’를 청산하고 시대에 맞는 정치개혁을 주장하고 나섰다. 그 선봉에 섰던 사람이 율곡 이이다. 당시 조선은 동인과 서인의 갈등으로 당파 싸움이 심화되고, 정치 사회적 혼란에 재난까지 겹쳐 백성들의 살림살이는 말이 아니었다. 선조도 정치력의 한계를 깨달았는지 조정 관리부터 초야에 있는 학자들에게까지 위급한 상황을 벗어날 수 있는 지혜를 구하는 교지를 내리는데, 우부승지였던 율곡이 왕의 이 교지에 답해 올린 상소문이 <만언봉사>다. 율곡은 이 상소문에서 ‘백성들의 원기(元氣)가 이미 쇠퇴해 10년이 못 가서 화란이 일어난다’며 ‘습속을 따르고 전례나 지키려는 의견들로 인해’ 흔들리지 말고 정성으로 해결책을 구하라고 권고한다. 사실상 동인과 서인들에게 휘둘리며 나라를 위태로움에 빠트리고 있는 선조를 향한 질타(?)다. 당대의 정치를 분석하며 그 공과를 지적하고 비판한 <만언봉사>는 당시 사회를 전반적으로 진단하고 분석하면서 어떻게 대처해나가야 하는지를 정리한 내용으로 후대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치에서는 때를 아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일에 있어서는 실효에 힘쓰는 것이 긴요합니다. 정치하면서 시의적절함을 모르거나 일을 하면서 실효와 업적에 힘쓰지 않으면 비록 훌륭한 임금과 지혜로운 신하가 만나더라도 통치의 효과가 없습니다.’ 들여다보면 440년여가 지난 오늘에도 여전히 유효한 내용이 적지 않다. /김은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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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정
  • 2022.03.10 17:52

14.4%, 전북에 부는 변화의 바람을 타고 쌍발통 정치 재건하자

14.4%, 새로운 대통령을 향한 전북도민들의 마음이다. 전북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22일간의 대장정이 막을 내리고 새로운 정부가 탄생했다. 제20대 대통령선거의 최종 투표율은 77.1%, 윤석열 후보가 48.6%를 득표하면서 47.8%를 얻은 이재명 후보를 0.8% 차이로 따돌리고 대한민국의 새로운 대통령으로 선출되었다. 이번 대선에서 승리의 바로미터라고 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전북이었다. 선거마다 민주당에게 몰표를 주던 전북이 새로운 보수정당 대통령에게 보낸 지지율은 14.4%.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아쉬운 결과다. 그동안 전북은 보수정당의 불모지라고 불려왔다. 과거 이명박 대통령의 전북지역 득표율은 7%, 박근혜 대통령은 13.2%에 이르면서 조금씩 희망을 보았고, 필자가 20대 총선에서 철옹성 같은 지역 장벽을 깨고 당선됨으로써 망국적인 지역주의가 무너지는 듯했다. 그러나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진 지난 대선에서 전북은 다시 보수의 불모지가 됐다. 당시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가 받은 전북에서 받은 지지는 3%에 불과했다. 그에 반해 문재인 후보에게 64.8%라는 압도적인 지지를 보내주었다. 21대 국회에 들어와 국민의힘은 호남 없이는 국가도 없다는 의미의 ‘약무호남시무국가’라는 슬로건 하에 친(親) 호남 전략을 구사해 왔다. 필자 역시 전북을 비롯한 호남에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거듭 강조하면서, 김종인 비대위원장 체제에서 국민통합위원장을 맡아 호남동행 활동 등으로 친호남 정책에 많은 공을 들여왔다. 지난 2년간 59명의 호남동행 의원들은 예산, 법안 등 현안문제 해결에 앞장섰으며, 필자는 6년 연속 예결위원으로도 활동하면서 전북의 예산을 9조 원대로 끌어올렸다. 이러한 진정성 있는 활동들로 지난 대선 3%에 불과했던 지지율이 20% 이상 높게 나타나는 등 많은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다. 여기에 더해 30대 청년 이준석 대표의 호남 방문, 윤석열 후보의 손편지와 김대중 대통령 생가 하의도 최초 방문, 그리고 4차례에 걸친 전북 방문 등 과거와는 다른 진정성 있는 모습들이 전북도민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물론 기대했던 30%의 지지를 받지는 못해 아쉬움이 남지만, 전북에 큰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는 것은 분명하다. 이제 변화의 바람을 타고 전북의 진정한 발전을 이뤄내야 한다. 경쟁도 없고 긴장감도 없었던 지난 30여 년간의 민주당 1당 독주체제에서 벗어나 여야가 균형을 맞추는 쌍발통 정치 시대를 열어야 한다. 보수정당의 텃밭이라 불리는 대구지역의 민주당 기초의원은 55명, 경북지역은 59명으로, 긴장감 속에서 치열한 경쟁을 통해 지역의 발전을 이뤄내고 있다. 반면, 전북에는 보수정당 소속 기초의원들이 단 한 명도 없다. 전북지역 선거구의 도민들은 허전함과 아픔만이 있을 뿐이다. 일당 독주와 외발통으로는 전북 발전을 가져올 수 없다. 건강한 경쟁 체제와 쌍발통 정치가 있어야 전북이 발전할 수 있다. 기초의원 몇 명이라도 보수정당 소속 후보를 선택해 지역을 위한 보초를 세워 민주당이 긴장감 속에서 의정활동을 펼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전북의 발전을 이뤄낼 새로운 수레의 몸통은 잘 갖춰졌다. 이제 수레를 굴릴 수 있는 균형 잡힌 바퀴가 필요하다. 윤석열이라는 수레에 7:3 민주당과 국민의힘이라는 균형 잡힌 쌍발통을 장착해 전북의 발전을 이뤄내자. /정운천 국민의힘 국민통합위원장·전북도당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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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3.10 14:15

선택에 관하여

옛어른들 말씀이 열두 재주 가진 놈 조석끼니 없다고 했는데, 어린 시절의 나는 속으로 코웃음을 쳤다. 그때 나는 장래 희망을 묻는 질문에 과학자랑 외교관이랑 작가요! 라고 대답하는 아이였다. 어른들은 껄껄 웃으며 셋 중 무엇이 되어도 좋겠다고 했는데, 그때는 그게 덕담인줄 모르고 왜 하나만 하라고 하는걸까 이상하게 여겼다. 그때는 내가 벤저민 프랭클린에 맞먹는 인재인줄 알았다. 거창한 미래상은 겨우 대학 입시 한번을 치르며 현실에 맞게 조정되었다. 나는 세가지 꿈 중에 과학자의 미래를 선택하면서 이 정도 아담한 꿈이라면 얼마든지 성취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분자생물학과라는 낯선 학과를 선택했는데 분자 단위에서 생명현상을 연구한다는 그 학과의 취지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생명과학은 미래의 핵심산업이 될 것이 확실했다. 나는 내 선택에 만족했다. 막상 공부를 시작해보니 과학자의 길이 결코 만만하지 않았다. 우주와 생명의 기원, 생명작용의 과학적 메커니즘 같은 근사한 어휘에 매혹되어 시작했지만, 연구의 실제는 끝도 없는 실험과 논문연구, 데이터와 그래프와 통계의 연속이었다. 알고보니 나는 문과였구나, 속으로 후회했다. 게다가 찬란해보였던 생명과학의 미래가 실은 그리 밝지 않다는 식의 암울한 전망들이 줄을 이었다. 전세계적으로 생명과학 연구인력은 너무 많은데 좋은 일자리는 적다는 것이었다. 힘들고 어려운데 전망까지 어둡다니, 나는 잘못된 선택을 한 것 같았다. 이십대의 용기와 낙관을 긁어모아, 나는 문학에 다시 도전하기로 결심했다. 과학자의 재목이 아닌 것을 깨달았으니 내 진짜 적성은 문학에 있는 것이 분명했다. 다행히 문학계는 나를 받아주었다. 나는 좋은 상을 받으며 근사하게 등단했고 내가 예술로서 인류에 이바지할 미래를 다시 한번 확신하며 집필의욕을 불태웠다. 그리고 10년 뒤, 나는 또다시 번아웃에 나자빠져 있었다. 알고보니 나는 문학적 재능마저도 그리 뛰어나지 않았던 것이다. 이과도 아니었는데 문과도 아니면 난 도대체 뭐란 말인가! 게다가 문학계 전망은 더할수없이 암울하다고 했다. 문학 시장은 점점 쪼그라드는데다 인구마저 급감해, 백년 뒤에는 한글 자체가 소멸할 것이라고 했다. 이 시점에서 세 번째 카드, 외교관의 꿈을 들먹일만큼 눈치없는 사람은 없기를 바란다. 나는 이미 사십대였고 지칠대로 지쳤고 꿈은커녕 현재도 지탱하기 힘겨웠다. 더 황당하게도, 전세계적으로 수명이 연장되고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예전에 전망이 어둡다고 했던 생명과학은 이제야 빛을 보고 있다고 했다. 꾸준히 연구자의 길을 걸었던 나의 동료 선후배들은 모두 중견 과학자 또는 바이오산업계의 전문가들이 되어 절정의 기량을 발휘하고 있었다. 나름 심사숙고했던 두 번의 선택이 모두 나를 배신했고 남은 것은 남루한 현실과 몰락해가는 미래 뿐이라니, 나의 미래가 과학자도 작가도 아니었다면 도대체 나는 무엇이 되었어야 옳았던 것일까? 의사? 변호사? 교사? 경찰? 무엇을 했어도 지금보다는 나았을 것 같았고, 또는 무엇을 했어도 아무 것도 안 되었을 것 같기도 했다. 다시 십년이 흘렀고, 나는 이제 그때보다는 좀더 철이 들었다. 이제는 열두 재주 가진 놈이 조석끼니 없다는 옛말이 무슨 뜻인지 안다. 그것은 선택이라는 미혹에 대한 깨우침이다. 어떤 최선의 선택이 최상의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착각 때문에 나는 오랫동안 앙앙불락하며 어리석은 시간을 보냈다. 세상은 그런 것이 아니었다. 선택은 좋은 결과와 사실 거의 아무런 관계가 없을 때조차 있다. 어떤 선택이든 그것을 좋은 결과로 이어지게 하는 것은 긴 시간과 집념, 그리고 끝없이 매만지는 손길이다. 대한민국은 최근 아주 중요한 선택을 했다. 그 선택에 만족하는 사람도, 실망한 사람도 있다. 이전에 해왔던 선택들에 대해서도 모두 다른 의견들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한국 사람들이 이 나라를 좋은 방향으로 이끌기 위해서 오랜 시간 악착같이 싸워왔다는 점이다. 그 독한 집념에서 우리는 확실히 세계적으로 남다른 사람들이었다. 자부심을 가져도 좋다. 우리는 각자의 방식으로 이 나라를 좀더 좋은 곳으로 만들겠다는 의지가 충만한 사람들이고, 때로는 넌더리나는 이 집념을 버리지 않을 것이다. /심윤경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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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3.10 14:10

용을 그리려다 비늘만 그리다

이번정부 들어 2017년 8.2대책을 시작으로 총 24번의 부동산정책의 변화가 있었습니다. 이에 대한 논거는 공급을 늘려서 주택가격을 안정시키기 보다는 수요측면에서 1세대1주택비과세에 대한 요건강화, 다주택자에 대한 중과 및 주택담보대출의 규제라는 세 가지의 상수에 지역과 세율, 담보대출비율등의 변수가 상호작용하여 최종적으로 주택가격을 안정시키겠다는데 방점을 찍게 되는데, 결국은 시장논리에 의해 공급을 늘리는 것이 아닌 규제를 통한 수요억제로 주택가격을 안정시키겠다는 정책은 실패로 귀결되고 맙니다. 과거 어느 정권이든 부동산시장 자체는 뜨거운 감자일 수밖에 없었고 실수요자 및 무주택자, 서민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시장논리가 아닌 정치논리에 좌우되는 경우가 많아서 공급위주의 정책으로 가는 경우가 대다수였습니다. 반면에 현 정부는 2017년 출범당시 주택공공성의 강화란 기조아래 주택은 ‘투자의 대상’이 아닌 ‘거주의 대상’이라는 시그널을 시장에 표방하여 투기수요를 근절하고 실수요자중심의 시장으로 재편 하는 것을 골자로 한 지원 및 공급정책을 펼치게 됩니다. 이러한 논거의 중심에는 그 동안 공급확대정책의 결과 주택재고가 300만호 이상 누적되고, 주택보급율이 100%가 넘는 등 양적인 측면에서는 전반적인 공급확대가 이루어졌다는 오판에서 출발을 하게 됩니다. 그러나 공급확대의 이면에는 민간건설사가 수익성확대를 위해 중대형규모의 공급을 중시한 결과 서민이나 실수요자를 위한 소형이나 임대주택 등은 만성적인 재고부족의 상황, 즉 공급측면에서 기울기는 개선되지 않아 근본적인 주택문제의 해결에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특히 2018년 자금시장에서 풍부해진 유동성을 바탕으로 한 투기자금이 주택시장으로 유입되면서 중대형아파트를 중심으로 가격이 상승하자 소형아파트까지 상승하는 밴드웨건효과가 동반되어 급등했으나 뒤늦게 정부가 공급확대에 나서면서 통계청의 조사에 의하면 2017년 대비 2022년 1월 기준 18% 상승에 그치는 의외의 결과를 나타냅니다. 결국 이번정부의 부동산정책은 실패로 꼽는 근간에는 일부 정책집행자들의 도덕적해이로 인해 시장의 신뢰를 잃었고, 윤리적으로 접근해 시장을 이기려고 했다는 점과 풍부해진 유동성자금을 흡수 할 공급시기를 놓쳤다는 점을 꼽을 수가 있습니다. /노인환 한국세무사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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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3.10 14:09

국민통합 대통령

대한민국을 이끌어 나갈 새로운 대통령이 선출됐다. 이번 제20대 대통령은 그 어느 때보다 막중한 책무를 걸머지고 있다. 세계 강국의 패권 경쟁 속에서 외교 안보와 경제, 기후위기 문제 등 국내외적으로 대한민국이 당면한 현실이 매우 엄중한 상황이기에 대통령으로서 역할과 리더십이 요구된다. 특히 반도 국가라는 지정학적 위치에다 총성 없는 글로벌 경제전쟁, 중국의 팽창과 북핵 문제 등으로 우리의 앞길은 순탄치만은 않다.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려면 무엇보다 국민 통합이 중요하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보듯이 우크라이나 국민의 통합된 힘으로 결사항전에 나서면서 예견하지 못한 국면을 맞고 있다. 우리도 미국과 중국의 패권 다툼 속에 국가 안보와 경제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실리를 추구하면서 균형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북핵과 사드 문제 등 안보 변수로 인해 우리의 입지가 좁아지는 것도 현실이다. 이러한 국가적 어려움을 타개해 나가려면 외환위기 때처럼 온 국민의 마음을 모으고 통합된 힘으로 대처해야 한다. 하지만 이번 대선 국면에서 각 정당과 후보 진영은 사생결단식 선거전을 펼치면서 국민의 마음을 갈라놓았다. 진보와 보수 진영은 더 극단으로 치우치고 다시 지역주의를 조장하는가 하면 세대와 계층 간 대립은 더 심화했다. 여기에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으로 젠더 갈등을 촉발하더니 급기야 이대남 이대녀 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하면서 성별 갈라치기도 노골화됐다. 이래서야 나라가 온전할 수 있을까 하는 국민들의 걱정이 크다. 여야 후보 모두 출사표를 내걸 땐 “편 가르지 않는 통합대통령” “국민통합의 나라”를 표방했다. 하지만 이것은 빈말에 불과했다. 예측불허의 초초박빙의 선거전을 치르면서 말투는 격해지고 편 가르기와 갈라치기는 더 심해졌다. 억지 주장과 흑색선전 등 네거티브도 난무하면서 국민을 오도하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취임 첫 메시지로 ‘국민통합’을 내걸었다. 취임식에서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다짐했지만 여야 간 정쟁은 더 격해지고 진영 간 갈등은 더 첨예해졌다.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 20대 대통령은 국민통합 대통령으로 역사에 기록되기를 바란다. 정치 보복이나 제왕적 국정 운영을 지양하고 정파를 떠나 국정 운영의 동반자로서 서로 협치하는 통합의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진영이나 지역, 세대와 계층, 젠더 갈등을 치유하고 회복하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모을 때 안보와 경제 위기도 극복하고 나라다운 나라로 더욱 든든히 서갈 수 있다. 취임 때뿐만 아니라 떠날 때도 국민에게 박수받는 국민통합 대통령이 되길 소망한다.

  • 오피니언
  • 권순택
  • 2022.03.09 20:42

산불! 최고의 예방책은 국민 관심과 조심

3월에 접어들면서 봄기운이 완연하다. 이시기는 절기상 겨울잠을 자는 동물과 벌레들이 기지개를 펴고 만물이 소생한다는 경칩이 있고, 조금 있으면 춘분이 다가와 농가에서는 농사일 준비로 바쁜 시기이다. 또한 여기저기에서 논·밭두렁 태우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는데, 이는 논․밭두렁에 남아있는 병해충 방제를 위함이지만, 연구결과에 의하면 병해충 방제효과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요즘 전국적으로 크고 작은 산불이 하루가 멀다하고 계속되고 있다. 산불이 연중 가장 위험한 시기는 3~4월중 청명, 한식 즈음이지만 지구온난화 등의 영향으로 겨울이 따뜻해져 시기를 가리지 않고 발생하고 있으며, 특히 올 해는 예년보다 산불발생 건수도 거의 2배에 이르고 있다. 산불조심기간은 가을철(매년11.1~12.15)과 봄철(매년 2.1~5.15)으로 나누어 운영되어 왔지만 최근에는 가을철과 봄철이 합쳐져 11월부터 4월말까지 약 6개월 동안 산불과 전쟁을 벌이고 있다. 금년 기상청 예보에 따르면 봄철 강수량은 평년과 비슷하지만 기온은 평년보다 높아 건조한 날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어 기후 여건이 불리하고, 대선, 재보궐 선거, 코로나 19 장기화 등 국민적 관심이 분산되어 있어서 산불 경각심이 낮아질 우려가 있어 평년보다 산불이 많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최근 10년 동안 연평균 산불발생 현황을 보면 한 해에 474건의 산불이 발생해 여의도 면적의 약 6배인 1,200ha의 산림이 불에 타 잿더미가 됐다. 산불을 원인별로 분석해보면 입산자 실화가 40%로 가장 많고, 쓰레기 소각이 10%, 담배불이 10%, 기타 순으로 나타났다. 통계 자료에서 알 수 있듯이 대부분의 산불은 사람의 실수로 발생하는 인재(人災)이며, 더욱 이해할 수 없는 점은 산이 좋아서 산을 찾는 사람들로 인해 산불이 가장 많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얼마 전 경북 영덕에서 큰 산불이 발생해 많은 진화인력과 산불진화헬기를 투입하는 등 사투에도 불구하고 축구장 500개 면적에 달하는 400여 ha의 산림이 잿더미로 변했으며, 경남 합천에서 시작한 산불은 도 경계를 넘어 고령까지 번져 여의도 면적의 약 3배인 600여 ha가 소실됐다. 산불이 발생하면 수십 년 된 산림자원 손실은 물론이고 생태계가 파괴되어 홍수, 산사태, 풍해 등 자연재해에 대한 방어기능도 상실되어 산림이 주는 다양한 기능이 한꺼번에 사라져 버린다. 또한 풀 한 포기 남지 않은 숲을 원래 상태로 되돌려 놓으려면 최소 50년이 걸리고 많은 인력과 예산이 필요하다. 한순간의 실수로 인해 지불해야할 대가는 참으로 엄청나다. 산림청 정읍국유림관리소에서도 산불을 사전에 예방하고 신속하게 진화하기 위해서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산불방지대책본부를 설치하고 관내 9개 시․군 산불방지 유관기관과 정보를 공유하는 한편, 300여명의 산불감시인력을 산불위험이 높은 취약지역에 집중 배치하는 등 예방활동에 주력하고 있다. 또한 산불무인감시카메라, 산불위치관제시스템, 산불감시 드론 등 다양한 최첨단 장비를 갖추어 대응하고 있다. 특히 대형산불에 대비하고 산불이 발생할 경우 신속하게 현장에 투입해 초기에 진화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고도로 훈련된 산불재난 특수진화대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진화인력과 최신의 장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산불은 해마다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는데, 되풀이되는 산불을 예방하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은 아주 간단하다. 먼저 산행 전에 입산통제, 등산로 폐쇄여부를 확인하고 산불위험이 높은 통제지역은 가지 말아야 하겠다. 또한 산에 갈 때에는 불이 잘 붙는 인화성 물질을 소지하지 말고, 취사를 하거나 모닥불을 피우는 행위는 삼가며, 산불위험 시기에는 무단으로 논ㆍ밭두렁과 농산폐기물을 태우지 않으면 된다. 수십 년간 정성들여 가꿔온 산림은 우리의 후손들과 함께 누려야 할 공동의 재산이다. 실수와 부주의로 인한 인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국민 모두가 산불에 대해서 조심하고 예방활동에 관심을 가져 산불이 발생하지 않기를 기대한다. /채진영 산림청 정읍국유림관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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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3.09 15:16

내 인생의 올림픽, 2023 전북아태마스터스 대회

코로나19 위험에 따른 개최 논란 속에서도 도쿄 올림픽에 이어 어렵게 개최한 베이징 올림픽이 막을 내렸다. 올림픽을 위해 수년간을 훈련하며 보냈을 선수들을 생각하니 마음이 뭉클하다. 추억의 88올림픽 호돌이, 굴렁쇠 소년도 기억할 만큼 숱하게 올림픽을 보아왔지만, 2021년 도쿄 올림픽, 2022년 베이징 올림픽이 특별히 눈에 들어오는 것은 이제야 올림픽을 제대로 볼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생긴 것일까? 아니면 승자의 웃음 뒤에 가려진 패자의 눈물에 공감할 수 있는 나이가 된 것일까? 아마도 내년에 있을 2023 전북 아태마스터스 대회를 준비하고 있어서인 듯도 하다. 쇼트트랙 경기를 보면서 수명이 줄어드는 것만 같은 심장의 쫄깃함을 느꼈다. 최민정 선수의 결승 경기는 코로나로 답답한 국민의 마음을 한순간에 시원하게 뚫어 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오랜 시간 최선을 다해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한 결과다. 우리는 선수들이 자신과의 싸움을 이겨 내고 좋은 성적으로 환호를 지를 때 감동을 받지만 결과와 상관없이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더욱 감동한다. 이왕이면 메달이면 좋고, 이왕이면 금메달이면 좋겠지만, 그게 아니면 뭐 어떤가? 주인공들이 표현해 내는 삶의 희노애락을 느끼며 정주행하는 TV 드라마도 긴 여운을 남기지만, 아무도 결과를 알 수 없는 올림픽 경기는 주인공과 국민이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살아있는 감동과 기쁨을 선사한다. 사느라 바빠 한동안 잊고 살다가 이렇게 올림픽을 보게 되면 내 안에 자리한 열정이 살아난다. 지금까지는 올림픽 선수를 통해 경기에 참여하고 그들을 응원하는 것으로 만족하며 살아왔다면 앞으로 남은 인생은 내 몸을 쓰면서 내 인생의 올림픽에서 내가 선수가 되어 살아 가보자. 인생의 올림픽을 만끽하고 싶은 사람에게 2023 전북 아태마스터스 대회를 추천하는 이유다. 2023 전북 아태마스터스 대회는 26개 생활체육 종목에 30대 이상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국제 종합 생활체육 대회다. 당장 적합한 종목을 찾지 못했다면 일단 걷기라도 좋다. 음악을 들으며 신나게 걸으면 언제나 삶의 고민거리로 꽉 차있던 머리가 몸의 움직임에만 집중하게 된다. 몸을 썼을 뿐인데 오히려 정신건강에 좋다. 몸을 움직이다 보면 테니스, 배드민턴, 탁구, 볼링 등 다양한 아이디어가 떠오를 것이다. 3개 종목까지 참가할 수 있으며 14개 시군에서 분산 개최되기 때문에 각지역에서 국내외 생활체육인들과 경기하며 소통할 수 있고, 탁구의 현정화, 김택수, 유상민, 농구의 박찬숙, 야구의 김성한 등 종목별 레전드 선수와의 한 판 승부도 기대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문체부 발표에 따르면 2021년 생활체육 참여율(주 1회, 30분 이상 규칙적 체육활동)은 60.8%로 코로나19 상황에도 불구하고 전년도 60.1% 대비 0.7%포인트(p) 증가했다고 한다. 이제 생활체육은 우리삶의 큰 축을 이루고 모든 세대에서 그 규모 역할이 매우 높아지고 있으며, 삶의 보람과 장수사회의 지표로 자리잡고 있다. 이번 대회의 슬로건은 자발적인 스포츠 활동을 통해서 경쟁보다는 자신의 인생의 가치와 자아를 실현함으로써 참된 화합과 즐거움을 추구하고자 하는 내용을 담은 “하나된 스포츠! 즐거운 어울림! ENJOY SPORT! PLAY LIFE!” 이다. 이 대회를 통해 생활체육의 확산이 더욱 빠르게 진행되고 생활체육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발판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도전하자. 운이 좋으면 세계적인 아마추어 선수가 되어볼 수도 있고 그런 운이 없더라도 몸도 마음도 건강해지는 중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어려운 경기든 쉬운 경기든 내 실력이 어떻든 충분히 즐기고 힘껏 자신의 한계에 도전해 보는 것 그리고 결과와 상관없이 경기에 임했다는 것 자체가 내 인생의 올림픽을 잘 치르고 있음을 느끼게 해 줄 것이다. /이강오 전북아태마스터스 조직위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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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3.09 15:09

강력하고 신속하게 엄중 경고하라

유인탁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장 대한민국선수단은 첫 경기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지난 2월 7일 베이징 Capital indoor stadium에서 열린 쇼트트랙 남자 1000M에서 우리나라 선수들은 준결승을 통과해 결승에 진출했지만 비디오 판독 끝에 황대헌과 이준서는 페널티를 받아 탈락해 버렸다. 레인변경 위반을 했다는 이유였다. 오심이 한 번 이상이면 그것은 고의다. 이대회를 준비하기 위해서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굵디굵은 땀방울을 흘려온 우리 선수들 땀방울의 의미를 송두리째 부정해 버리는 아주 나쁜 판정이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박장혁 선수는 상대선수의 반칙으로 손등에 11바늘을 꿰매는 부상을 입고 중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더욱 화가 났던 이유는 우리 선수들이 실력이 아닌 오심과 타의에 의해 모두 실격되고 실격된 그 자리에 모두 중국선수들이 차지했다는 것이다. 점입가경은 결승에서 1등으로 들어왔던 헝가리 선수를 비디오 판독으로 우승을 빼앗더니 그 자리를 중국 선수들에게 1∼2위를 만들어줘 버렸다. 필자는 오랜 선수와 지도자 생활 중에 현장에서 수많은 경기를 봐왔지만, 이번 경기처럼 조금의 양심도 없고 눈치도 보지 않고 드러내놓고 천방지축 조자룡 헌 칼 쓰듯 함부로 칼춤을 추는 심판은 처음인 것 같다. 선수만 fair play가 필요한 것이 아니다 심판도 지도자도 관중도 sportsmanship이 필요한 것이다. 우리나라 선수단에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중국선수들과 한 조가 되면 위축이 돼서 제 기량을 발휘할 수 없는 지경까지 이르게 되었고 절대적으로 우리 선수들에게 안정감을 심어줘야 하는 일이 가장 큰일이었다. 오심이 아닌 고의 편파 판정이 계속 된다면 우리 선수들의 경기력이 위축될 것이 불 보듯 뻔하기에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했다. 그래서 이기흥 IOC위원겸 대한체육회 회장과 윤홍근 올림픽선수단 단장과 필자 등 선수단 긴급회의를 하게 됐다. 결론은 내려졌다. 강력하고 적극적이며 즉각적이고 엄중하게 경고하자는 것이었다. 첫째 심판위원장에게 이의서 제출 . 둘째 국제빙상연맹(ISU)항의 서한 발송 및 강력 민원제기. 셋째 IOC에 항의 서한 발송 및 바흐위원장 면담 요청. 넷째 CAS(국제 스포츠 중재 재판소)에 제소. 다섯째 대한체육회장과 선수단장 및 국제빙상연맹 회장과의 영상회의를 통해 편파판정 재발 방지 및 심판 교체 요구. 여섯째 국내,외 언론과의 기자회견을 통한 항의. 일곱째 의기소침해진 선수들에게 심리안정을 위한 심리상담사 투입. 마지막으로 계속 편파 판정이 이어진다면 팀 철수까지도 고려하자는 의견이 나올 정도로 엄중했었다. 윤홍근 단장께서 선수들을 경기 전날 불러서 미팅하였다. “너희는 경기에만 열중해라. 나머지는 우리가 한다” 라고 격려하면서 다독여 줬다. 경기 당일 심판도 바뀌었다. 분위기도 확 바뀌었다. 선수들은 신이 났다. 시빗거리를 원천 차단하기 위해서 처음부터 앞서 내달렸다. 리더의 판단이 우리 선수단에게 미친 지대한 영향력은 우리 선수단의 분위기를 완전히 뒤바꿔 놓았다. 그 결과 2014 소치올림픽 보다 1개의 메달을 더 획득하는 성과를 거뒀다. 두려움 없는 도전, 최선을 다하는 열정, 국경을 뛰어넘는 우정, 공정한 경쟁 속에서 빛나는 스포츠맨십을 통해 국민께 감동과 기쁨을 선사 할 수 있도록 열렬히 응원해 주신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 인사드립니다. /유인탁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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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3.09 15:03

새만금 잼버리 1년 연기, 더 알차게 준비해야

코로나19 위기 시대, 어느덧 1년 앞으로 바짝 다가온 ‘제25회 새만금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대회’가 결국 2024년으로 1년 연기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대회 조직위원회가 세계스카우트연맹에 대회 연기를 건의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국내외 코로나19 확산세를 고려한 결정이다. 조직위원회는 전세계 170개국에서 5만 여명이 참여하는 역대 최대 규모의 청소년 행사를 예정대로 개최할 경우 감염병으로부터 참가자의 안전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세계스카우트연맹이 다음 달 이사회에서 이 사안을 최종 결정할 예정이라고 한다.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연맹에서 개최국의 의견을 존중해 대회 연기 결정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안타깝지만 국내외적인 감염병 안정화까지는 시간이 더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무리해서 예정된 일정을 소화하는 것보다는 모든 참가자가 안전한 상황에서 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르는 게 중요하다. 이런 점에서 대회 1년 연기를 건의하기로 한 것은 시기적절하게 내린 합리적인 판단이다. 새만금 잼버리대회가 1년 연기된다면 전북도와 조직위원회는 성공적인 대회 개최를 위해 정부 및 관계기관과 긴밀하게 협력해 더 짜임새 있게 행사를 준비해야 한다. 우선 새만금~전주 고속도로 조기 개통을 비롯해서 교통·기반시설 등 대회 인프라 구축에 속도를 내야 한다. 행여 대회가 연기됐다고 해서 인프라 조성 사업을 소홀히 하거나 연기해서는 안 될 것이다. 아울러 새만금에서 지구촌 청소년들이 모여 코로나19를 극복하는 회복과 희망의 대회가 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다시 정비하고 더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 무엇보다 ‘북한의 청소년과 청소년 지도자들을 초청해 새만금이 민족화합과 남북통일, 나아가 인류평화의 장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당초의 계획을 다시 차근차근 논의하고 추진해야 한다. 세계 스카우트잼버리대회 새만금 개최가 확정된 직후 조직위원회에서 야심차게 내놓았던 계획이지만 남북관계 경색으로 지금껏 본격적인 논의는커녕 아예 공식 언급조차 되지 않고 있는 프로젝트다. 대회 연기를 기회로 삼아 새만금 잼버리대회가 역사적인 세계 청소년 잔치로 기록될 수 있도록 더 알차게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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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2.03.09 13:51

대선 후유증 극복과 국민통합 최우선 과제다

이번 대통령 선거는 역대 어떤 대선보다 국민들의 스트레스가 컸다. 대통령 후보는 물론 후보 가족들까지 도덕성과 자질 논란을 빚으며 역대 최악의 비호감 대선이라는 오명을 남겼다. 선거 기간 내내 살벌한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선거과정에서 후보의 민낯과 밑바닥까지 보여준 이번 대선을 통해 어떤 후보가 대통령이 되던 과연 국민들의 존경과 추앙을 받을 수 있을지 걱정스러울 지경이었다. 후보 간 상호 비난이 도를 넘으며 국민들까지 크게 분열시킨 선거였다. 많은 상처와 흠결을 드러냈기에 대통령 당선인이 풀어야 할 숙제도 그만큼 높이 쌓였다. 가장 큰 숙제가 분열된 국민을 통합하는 일이다. 이번 선거에서 지역 갈등은 많이 완화됐으나 이념과 세대, 계층 갈등은 여러 곳에서 표출됐다. 특히 젊은 유권자들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세대 갈라치기는 무책임 정치의 극치였다. 낙선 후보를 지지한 유권자들도 당분간 상실감이 클 수밖에 없다. 국민 통합을 위해 낙선 후보 지지자들의 깨끗한 승복도 필요하지만, 당선인의 포용 리더십이 더욱 요구된다. 다행이 당선인은 국민화합과 능력 있는 인재들을 널리 국정에 참여시키기 위해 통합정부를 내세웠다. 그러나 국민통합은 말로만 이뤄질 수 없다. 국민들이 잘 선택한 대통령이라는 확신을 갖도록 국정을 잘 이끌 때 국민통합이 가능하다. 현재 국내외 상황이 녹록치 않다. 당장 코로나19로 많은 국민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부동산 문제와 양극화 등 경제문제도 산적해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사회가 불안정하기만 하다. 미국과 중국간 갈등에 한반도 평화도 위협을 받고 있다. 국가의 나아갈 방향을 확실한 비전으로 제시하고 국민적 에너지를 결집할 때 국민통합도 이뤄질 수 있다. 당선인은 자신을 선택하지 않은 절반의 국민을 생각해야 한다. 겸손한 자세로 국민을 받들지 않으면 민심은 언제든 등을 돌릴 수 있다. 정파와 노선을 초월해 다양한 사람과 계층의 의견을 듣고 이를 융화시켜야 한다. 공약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공약보다 더 우선해야 하는 게 국익이다. 대선 과정에서 표를 얻기 위해 선심성 공약이 남발됐기 때문에 국가재정을 우려하는 국민들이 많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통합과 합리의 정치로 국민의 선택에 부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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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2.03.09 13:50

안철수와 손가락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지난 3일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와 단일화를 선언하면서 대선 후보에서 사퇴한 뒤 시중에서 화제를 모은 것은 안철수의 ‘손가락 발언’이었다. 지난달 23일 울산의 전통시장 유세에서 윤 후보를 무능한 후보라고 비판하는 과정에서 나온 발언이다. 안 대표는 당시 유세에서 “전문가들 중에서 제대로 아는 전문가를 뽑을 머리가 없는 대통령은 엉터리 전문가를 뽑아서 나라를 망가뜨린다”고 윤 후보를 몰아세웠다. 이어 “상대방을 떨어트리기 위해 마음에 안 들고 무능한 후보를 뽑아서 그 사람이 당선되면 1년만 지나고 나면 ‘내가 그 사람 뽑은 손가락 자르고 싶다’고 또 그럴 거다”라며 윤 후보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였었다. 그랬던 안 대표는 열흘도 안돼 “국민이 키운 윤석열과 지난 10년간 국민과 함께 달려온 안철수가 국민의 뜻에 따라 힘을 합쳤다”며 대선판에서 스스로 철수했다. 2011년 서울시장 선거와 2012년 대선 등 지난 11년 정치 인생에서 여러 차례 퇴장과 등장을 반복해 오면서 그의 닉네임이 된 ‘철수 정치’를 다시 보여줬다. 안 대표는 그동안 ‘새정치’와 ‘기득권 양당체제 종식’, ‘다당제’ 등 정치 개혁을 외쳐왔다. 윤 후보와 나란히 단일화 기자회견을 가진 뒤에도 “다당제는 여전히 본인의 소신”이라고 밝혔다. 눈 앞으로 다가온 제1야당과의 합당이 다당제를 향한 길인지 선뜻 이해되지 않는다. 20대 대선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정치 교체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정권 교체 구호가 격돌하고 있다. 정치 개혁과 정권 교체를 함께 외쳐오던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스스로 밝혀온 새정치와 다당제의 정치 개혁 대신 ‘그 사람 뽑은 손가락 자르고 싶다’고 할 것이라던 후보의 손을 맞잡았다. 정치판에서는 ‘정치는 생물’이라는 말이 격언처럼 쓰인다. 정치적 상황은 살아 있는 생물처럼 움직여 앞날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안철수의 손가락 발언은 단일화의 사망 선고처럼 보였지만 열흘도 안돼 단일화는 생물이 됐다. 그러나 유권자의 표심은 정치공학적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대선 결과가 또다시 정치는 생물이라는 말을 소환할지도 모를 일이다. 지난 4일과 5일 이틀간 진행된 20대 대선 사전 투표율은 2014년 사전 투표제 도입 이후 가장 높은 36.93%를 기록했다. 전북은 48.63%의 사전 투표율로 전남(51.45%)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높았다. 유권자 10명 중 4명이 투표에 참여한 높은 사전 투표율을 놓고 정치권에서는 ‘단일화 역풍’과 ‘정권 교체 열망’이라는 제각각의 분석을 내놓고 있다. 정치 교체와 정권 교체에 대한 국민들의 판단은 3월 9일 본 선거에서 확인된다. 선거가 끝난 뒤 투표하지 않은 손가락을 자르고 싶다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소중한 주권 행사에 나서야 한다. /강인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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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인석
  • 2022.03.07 17:01

대한민국 미래 선택에 소중한 주권 행사를

20대 대통령 선거가 마침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5년간 대한민국을 이끌 대표자를 뽑는 선거임에도 이번 선거는 선거기간 내내 각종 이슈에 덮여 대선 후보의 공약과 정당 정책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후보와 정당들이 표 셈법에만 함몰되면서다. 국민들을 현혹하는 정치공학적 접근이 결코 표에 도움 되지 않는 무용지물임을 유권자들이 보여줘야 한다. 양강 구도의 치열한 접전 속에 선거 사전투표율이 전국 평균 36.9%를 기록하며 역대 최고치를 크게 넘어섰다. 전북지역 사전투표율은 48.63%로, 전남(51.45%)에 이어 전국 두 번째로 높았다. 대선에 첫 사전 투표제가 도입된 지난 대선 때 보다 무려 17%p 높게 나타났다. 이번 대선에서 전북지역 투표율을 90%대로 가정하더라도 절반 이상 유권자가 사전투표를 한 셈이다. 이 같은 높은 사전투표율 배경을 놓고 양강 후보 진영은 각기 아전인수식 해석을 내놓고 있다. 그 결과는 개표 후 드러나겠지만, 진영의 유불리와 상관없이 나라의 미래를 책임질 후보를 뽑겠다는 유권자 주권의식의 발로라고 본다. 그러나 선거관리위원회의 사전투표 관리는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 특히 코로나 확진·격리자 투표 관리를 부실 대응하며 전국의 많은 투표장이 아수라장이 됐다. 확진·격리자들이 실외에 급조된 임시 기표소에서 1∼2시간씩 대기하는가 하면, 기표지를 투표함 아닌 종이박스나 쇼핑백에 담아 이동시켰다. 코로나라는 미증유 상황임을 감안하더라도 확진자와 격리자의 투표권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으면서 선거관리 전반의 신뢰마저 실추시켰다. 내일 본투표에서는 이런 논란이 재발하지 않도록 철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번 대선은 유력 후보들에 대한 비호감도 선거라고 할 만큼 진영간 네거티브 선거가 극성을 부렸다. 중도층들이 선택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이기도 하다. 사전투표를 하지 않은 유권자 중에 그런 중도층이 많을 것으로 본다. 유권자마다 후보 선택 기준은 다르겠으나, 최소한 대한민국 미래에 대한 투표여야 한다. 특히 이번 대통령 선거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대한민국 미래를 이끌 국정 최고 책임자를 선택하는 선거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막중하다. 우리의 미래를 결정짓는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길 바란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2.03.07 16:26

‘학교 업무분장 갈등’ 방지대책 마련해야

일선 학교에서 업무분장을 놓고 교장과 교사, 교원과 행정직, 행정직과 공무직 등 조직 구성원들 간의 갈등이 끊이지 않는다. 교사들은 행정직원이 해야 할 일을 교사에게 분담시켜 업무를 가중시키고 있다며 반발하고, 반대로 교육청 공무원노조는 교육감이 교원 업무를 불합리하게 행정실로 이관하려 한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최근에는 전북교육청이 ‘불법촬영카메라 설치 여부 점검계획’ 공문을 일선 학교에 보내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전북교사노조에서는 ‘행정실 업무를 교사에게 분담시켜서는 안 된다’는 성명을 냈다. 또 전북교육청이 최근 교직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는 ‘부당한 업무지시를 받은 경험이 있다’는 응답이 11.9%에 달했다. 업무분장이 잘못됐다고 판단한다면 해당 분야의 업무지시도 곧 부당하다고 생각할 게 뻔하다. 학교 업무는 세부적으로 차이는 있겠지만 궁극적으로는 모두 학생을 위한 일이다. ‘우리 업무가 아니어서 못 하겠다’는 식의 학내 갈등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게다가 학생 수 감소로 농어촌 작은학교가 너나 할 것 없이 생존의 위기에 몰린 급박한 상황에서 교사와 행정직 공무원들이 ‘서로 업무 떠넘기기에 몰두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올 수 있다. 하지만 다른 각도에서 보면 이해도 된다. 학교시설 안전 등 법령 강화와 전산화 등으로 학교 업무가 지속적으로 늘고, 이에 반해 교직원은 점점 줄어들고 있으니 새로운 업무가 생길 때마다 현장에 갈등이 생길 수 있다. 학교 교직원의 직종이 세분화되고 확대되면서 그들 사이에 일어나는 갈등의 양상도 매우 다양하다. 특히 교원과 행정직, 그리고 공무직 간에는 눈에 보이는 칸막이가 존재하고, 업무와 책임소재가 모호해 갈등이 표면화 될 개연성이 높다. 학교에서 계속되는 이 같은 갈등을 막기 위해서는 우선 도교육청이 업무분장부터 제대로 해야 한다. 학교뿐 아니라 모든 조직에서 업무분장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구성원 간 갈등으로 조직의 건강성을 확보할 수 없게 된다. 교육당국의 체계적인 대책이 필요한 이유다. 학교에 새로운 업무가 부여되면 도교육청이 이 업무의 성격을 면밀하게 분석해서 명확한 입장을 밝히고, 일선 학교에 대한 지도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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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북일보
  • 2022.03.07 16:25

대통령이 참석한 군산조선소 협약, 실천이 관건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를 재가동한다는 소식은 만시지탄의 감이 없지 않다. 그러나 4년 7개월 만에 재가동한다는 소식은 군산을 넘어 전라북도 도민 모두에게 손뼉을 치지 않을 수 없는 일로 받아들여진다. 지난 2월 24일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산업통상산업부 문승욱 장관, 고용노동부 안경덕 장관, 송하진 전북도지사, 강임준 군산시장, 현대중공업 한영석 대표이사는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재가동에 따른 협약을 체결하고 오는 2023년 1월부터 재가동하기로 했다. 군산과 전북으로서는 역사적인 일대 사건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2017년 현대중공업은 물량과 경영을 들어 군산조선소를 사실상 폐쇄에 들어갔으나 재가동을 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군산조선소 가동중단은 협력사를 포함한 5천여명이 일자리를 잃었거나 군산을 떠나는 등 군산경제를 황폐화시켰다 할 정도로 엄청난 충격을 안겨 주었었다. 그동안 군산시민들은 군산경제의 절벽을 어떻게 넘길 것인가를 놓고 고통에 빠진 마음이었으나 2020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당시 더불어 민주당 신영대 후보는 당선되면 의원직을 걸고 1년 안에 재가동하도록 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았다. 당시 군산시민들은 실낱같은 희망으로 당선의 영광을 안겨주었다. 이정도로 군산조선소 재가동은 시민경제의 큰 축이라는 관점에서 희망을 가져왔다. 1년을 지키지는 못했으나 재가동이라는 약속이 지켜진 셈이 됐다. 문제는 현대중공업이 이날의 협약을 성실히 지킬 것이냐는 것이다. 이날 협약의 내용을 보면 △2023년 1월 군산조선소 가동 재개, △물량 및 공정 단계적 확대, △향후 완전하고 지속적인 가동, △지속적인 가동을 위한 인력확보 등이다. 실행계획이 되면 군산조선소는 2023년 1월부터 10만 톤 규모의 블록제작을 하게 되며 이에 필요한 인력은 최소 6백명에서 최대 1천명 정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지역적 생산유발효과는 1천989억원에 이르게 될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날 문재인 대통령은 “봄을 맞이하면서 현대중공업의 재가동을 하게 되는 협약은 차가운 겨울을 녹이고 따뜻한 봄을 가져올 날이 머지않았다”며 “과거 5천여명의 조선소 근로자들의 뜨거운 열기가 다시금 타오르게 됐다“고 격려를 했다. 또한 ”지금은 외부환경변화에 흔들리지 않는 강건한 조선산업 생태계구축을 위해 민관이 힘을 모아야 할 때인 만큼 임기에 상관없이 전북도와 군산시는 조선업 생태계복원에 생산인력확보에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다. 여기까지 온 것은 지역의 정치권과 행정당국의 적극적인 노력의 결실이라 하지만 최소한 문재인 대통령의 관심이 주효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문 대통령은 군산이라는 지역의 새만금과 관련하여 지대한 관심표명을 해오고 있는 군산이 조선소 가동 중단으로 지역경제에 엄청난 타격을 주고있으며 일자리 창출은 물론, 군산 경제살리기 일환으로 조선소 재가동을 현대중공업에 촉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날의 협약에는 30여개의 협력업체와 3-4천명에 이르는 근로자문제는 어떻게 한다는 내용이 빠져있다. 이들 협력업체들은 산산 조각난 상태로 알려져 있다. 후속조치가 곧바로 따라야 할 것이다.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체결된 협약서는 어떠한 정치적 공약보다도 생명력있는 소중함을 지니고 있다. 특히 현대중공업은 이번 협약을 지키지 않을 때는 현대그룹차원의 저항이 따를 것에 대해서도 염두에 두어야 할것으로 보인다. 거리에 환호와 박수가 담긴 현수막은 도민의 마음이다. /김철규 시인∙전 전북도의회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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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3.07 14:10

와인의 명품, 샴페인

“형제들이여, 나는 지금 별을 마시고 있소.” - 돔 페리뇽(Dom Perignon) ‘매장이 오픈(Open) 하면 바로 달려간다(Run)’라는 의미의 ‘오픈런(Open Run)’이란 용어가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연이은 명품의 가격 상승으로 줄을 서서 구매하는 현상에 새롭게 생겨난 신조어이다. 주류 업계 역시 가격 상승과 품귀현상으로 줄을 서서 구매하는 ‘오픈런’ 바람이 불고 있다. 바로 와인의 명품 ‘샴페인(Champagne)’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샴페인은 다른 와인에 비해 특별함과 희소성을 가지고 있다. 프랑스의 샹파뉴 지역에서 특정한 제조법으로 만들어진 스파클링 와인에만 샴페인이라는 수식어를 붙일 수 있기 때문이다. 샹파뉴 지역은 대서양의 영향을 받아 예측 불가능한 기후조건과 포도나무의 뿌리가 깊게 내려 영양분을 충분히 흡수할 수 있는 백악질 토양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조건 덕분에 포도가 신맛이 강하며, 세심하고 예리한 맛을 가지게 된다. 그리고 큰 탱크나 수조에서 숙성 과정을 거치지 않고 각각의 병에서 최소 18개월의 숙성 과정을 거친다. 이렇게 포도부터 숙성까지 많은 제약과 복잡한 공정을 거치기 때문에 다른 와인에서는 볼 수 없는 부드럽고 작은 기포와 깊고 풍부한 향을 느낄 수 있다. 샴페인은 맛과 품질을 보장받기 때문에 다른 와인보다 안정적인 가치를 지니고 있다. 런던국제와인거래소(Liv-ex)는 상위 50개 샴페인의 가격 변동성을 나타내는 ‘샴페인 50지수’를 발표하는데, 매년 8~10% 정도 상승하는 지수가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약 33.8% 상승했다고 밝혔다. 이렇게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데, 당시 런던증권거래소에서 발표한 세계 주가지수 상승률(15.4%)보다 높은 수치라고 한다. 샴페인 투자자들이 웬만한 주식 투자자들 못지않게 큰 이익을 거두었다는 의미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2020년에 비해 코로나19 위협의 점차적인 완화와 프리미엄 브랜드를 찾는 수집가와 투자자들의 움직임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보고 있다. 이처럼 샴페인은 단순히 그 맛과 향으로만 세계 시장을 뜨겁게 달구는 것은 아니다. 세계적인 명품브랜드 그룹인 루이뷔통모에헤네시(이하 ‘LVMH’)의 성장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LVMH는 18세기 ‘끌로드모에’의 와인 사업과 모엣&샹동의 샴페인 하우스로부터 출발하였고, 20세기에 코냑 회사인 헤네시와 패션 회사인 루이뷔통의 합병으로 현재의 LVMH가 된 것이다. 이러한 역사와 명성 아래 그들이 보유한 ‘돔 페리뇽’, ‘모엣 샹동’, ‘크루그’와 같은 샴페인 브랜드는 명품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존재감을 보인다. 이들의 지난해 와인 및 스피리츠 부문 실적은 전년 대비 약 25.3% 증가한 5,974백만 유로(약 8조 1천억)로 그들이 가진 경쟁력이 세계 시장에 입증됐다. 우리가 고작 술 한 병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샴페인이 ‘루이뷔통’, ‘디올’ 등과 같은 명품브랜드와 나란히 서서 독자적인 가치를 보여주고 있다. 오늘날 샴페인은 고유한 맛과 품질면에서 세계적으로 많은 애주가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나아가 특정 집단에게는 하나의 가치 있는 투자 상품으로 자리 잡고 있다. 샴페인을 찾는 의미는 제각기 다르지만, 결국 샴페인이 주는 의미는 하나라고 생각한다. 바로 ’행복과 기쁨을 나눈다‘라는 점이다. 샴페인의 오랜 역사와 명성과 같이 투자 상품으로 바라보는 것보다,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행복과 기쁨을 나누는 와인의 명품이 되기를 바란다. /송민각 호남주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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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3.07 14:04

폰지사기

의뢰인은 지인으로부터 유망한 투자처가 있다며 투자를 권유받았다. 가상화폐에 투자하는 업체로 고수익이 발생해 투자자를 모으고 있다고 했다. 1,000만원을 내면 월 3%의 수익금을 배당해주며, 지인을 데려올 경우 지인의 투자금액에 비례해 수익금을 준다고 했다. 비교적 소액으로 용돈 벌이가 가능한 투자이고, 많은 지인을 데려올 경우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설명을 들었다. 의뢰인은 투자 후 몇 달간 수익금을 받았고, 실제 수익금 발생 후 지인에게도 소개했다. 그런데 현재 더 이상 수익금 들어오지 않고, 원금도 받을 수 없다며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어왔다. 폰지사기. 실제 이윤 창출 없이 신규 투자자를 모아 그 투자금으로 기존 투자자에게 수익금을 지급하는 방식의 다단계 금융사기 수법을 일컫는 말이다. 20세기 초 미국의 찰스 폰지가 실제 투자 수익 모델은 고려하지 않고 투자자를 모집했다. 폰지는 90일 만에 원금의 1.5배 수익을 보장한다고 했고, 많은 사람은 이에 투자했다. 결국 수천만 달러의 피해액이 발생했고, 폰지가 설명한 투자수익은 불가능했고, 실제 뒷사람의 투자금으로 앞 사람에게 배당했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후 이러한 투자 사기를 폰지사기라 부르게 됐다. 불황, 저금리 시대 서민의 삶은 어려워지고 있다. 집으로, 주식으로, 코인으로 성공했다는 주위의 얘길 들으며 ‘인생 한 방’을 노리지만, 그 한 방이 있는 곳곳에는 수많은 암초가 도사리고 있다. 우선 연 이율 10%가 넘는 수익이 난다고 하면 의심을 하고 봐야 한다. 그리고 지인을 데리고 오면 추가로 배당해준다고 하면 확실히 폰지사기라고 생각하면 된다. 10%가 넘는 고수익이라면 본인이 수익금을 챙기면 되지 굳이 남들에게 투자를 권유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공짜 점심은 없다는 말을 반드시 기억하자. 보통 폰지사기는 본인의 피해로 끝나지 않는다. 처음에는 피해자였지만, 다단계의 고리가 길어져 그 피해자가 또다시 수많은 피해자를 만든 경우 피해자도 형사 가해자가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최영호 법무법인 모악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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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3.07 14:03

기후변화에 대한 그린세대의 이유 있는 외침

지구온난화라는 말은 일반 사람들은 자주 들으면서도 지금 현재 나와는 무관하다는 생각으로 지나쳐버리기 쉬운 말이다. 그러나 조금만 깊게 생각하면 이 말은 바로 오늘 나의 문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은 실제로 기후 변화를 느끼며 살고 있다. 겨울에도 눈이 오질 않고 봄, 가을은 느낄 겨를이 없고, 여름에서 곧바로 겨울로 변하는 시대가 이미 되어 버렸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온 상승으로 얼음과 눈이 녹고 토양의 수분이 증발하면서 건조한 조건에서 산불이 예년에 비해 자주 발생하는 것을 보고 있다. 인위적 온실가스 증가에 의해 지구의 기온이 상승 할 수 있다는 가설을 정량적으로 맨 처음 제시한 사람은 스웨덴의 노벨화학상 수상자였던 스반테 아레니우스이며, 그의 이론은 현대의 기후변화 과학의 태동을 여는 중요한 발견이었다. 현재 지구는 온난화로 인해 세계 여러 곳에서 자연 재해가 일상이 되고 있고, 우리 모두 탄소중립이라는 전 지구적인 과제에 적극 동참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점에 와 있다. 그린세대라 함은 환경 보호 운동에 적극 나서는 10대 후반-30대 초반 젊은이를 가리키는 말이다. 이들은 지구온난화로 인한 변화를 피부로 느낀 첫 세대로 환경문제와 기후 변화의 심각성을 알고 SNS와 개인 동영상을 통해 적극적인 환경 운동을 펼치고 있다. 그들은 기성세대의 안이함과 달리 기후위기의 결과를 온몸으로 겪어내야 하는 세대들이기에 각성은 절실하다고 보고 있다. “지금이 아니면 내일은 없다. 기후위기! 지금 말하고 당장 행동하라” 고 외치고 있다. 그린세대의 이유 있는 외침, 그 시작은 스웨덴의 16살 소녀 그레타 툰베리였다. 툰베리는 2018년 8월 스톡홀롬 의사당 앞에서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정책을 요구하며 1인 시위를 벌였고, 이 시위는 청소년들의 열띤 호응에 힘입어 ‘미래를 위한 금요일’이라는 기후파업운동으로 전개되었다. 문화예술인들 중 그린세대들과의 연대를 통해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 들고자하는 이들도 있다. “내가 가진 재능을 가지고 세상 곳곳을 아름답고 깨끗하게 만들고 싶다”며 산을 다니면서 생태정화 활동과 함께 재능기부를 실천하는 미술가가 있는가 하면 환경노래를 작곡해 보급하는 음악가도 있다. 필자가 이러한 기후변화 환경운동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1998년도와 2003년도에 알라스카 한국문화의 해를 맞아 기념공연에 참가하면서 부터이다. 당시 필자가 이끌던 錦林(비단숲)예술단의 작품은 자연환경에 대한 만물의 생성, ‘생동...林’이었다. 공연 후, 주최 측의 초대로 참가자들과 함께 배를 타고 빙하를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는데 아름답고 신비로움에 빠져있던 순간, 빙하 덩어리들이 녹아 떨어져 내려 모두가 지구온난화로 인한 재해를 우려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이러한 우려는 지금 현실이 되어 우리 앞에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의 산과 강, 바다, 습지 등 우리의 산하를 건강하고 아름답게 만들고 더 나아가 핵이나 오염, 지구온난화 등으로 위기에 처한 지구환경을 지키기 위해서는 그린세대뿐 아니라 모두가 나서야 하지만 기업들의 RE 100 ‘재생에너지 (Renewable Energy)100%' 참여와 문화예술인들의 예술 활동을 통해 기후변화에 대한 전 지구적인 과제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심가희 아트네트웍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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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3.07 13:44

더 굳어진 전북민심

전북의 대선사전투표율이 48.63%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민주당이나 국민의힘이 사전투표를 독려한 측면도 있지만 민주당이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와 안철수 후보간 막판 단일화에 따른 표 결집을 막기 위해 총 동원령을 내린 탓이 크다. 전북이 전통적으로 민주당 지지기반이라는 것이 다시금 증명되었다. 민주당은 막판 단일화가 위기라기 보다는 오히려 역풍을 가져와 표 결집현상을 가져왔다면서 80% 이상 득표도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정서상 전북은 민주당 절대우위 지역이라서 바닥민심이 이재명 후보 쪽으로 더 뭉친다. 하지만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는 화이트칼라층은 그렇지가 않다. 원래부터 먹물께나 튀긴 사람들은 자신의 속내를 드러내지 않고 상황에 따라 말 바꾸기를 잘해 속마음을 알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샤이 윤석열로 분류하기도 한다. 6일간 여론조사 공표를 못하기 때문에 깜깜이 선거기간 표심이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를 알 수 없다. 하지만 2일까지 실시한 여론조사는 윤 후보가 약간의 우위를 보이면서 오차범위내에서 초접전을 벌여 그 누구도 섣불리 예단을 못하고 있다. 다만 정권교체여론이 50%대 정권연장이 40%대가 계속해서 나옴에 따라 귀추가 주목된다. 농촌지역 표심은 경로당을 중심으로 여론이 집중 형성되므로 파악하기가 쉽다. 민주당 절대 우위가 그래서 나타난다. 전주 익산 군산 등 도시는 흐름상 민주당 우위지만 국힘 지지자가 알게 모르게 예전보다 많아졌다. 직장인 등 화이트 칼라층은 자기 속내를 드러내지 않아 파악하기가 힘들지만 그래도 은근슬쩍 표심을 드러낸다. 이 때문에 낮에는 민주당, 밤에는 국힘쪽으로 움직인다는 말을 듣기도 한다. 예전부터 여권은 표심 파악이 잘 안되는 넥타이부대를 야당성향으로 분류, 별로 공력을 들이지 않는다. 그러나 표의 등가성 때문에 여당은 주로 밑바닥 서민층을 집중 공략, 콘크리트 지지자로 만든다. 이번 대선이 비호감선거로 정치혐오까지 불러 일으켰지만 그래도 전북은 전보다 민주당 이재명 후보 지지율이 높게 나올 것으로 관측된다. 선거 막바지로 가면서 표 결집현상이 생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힘 윤석열 후보가 김대중 대통령 생가인 하의도를 처음으로 방문했고 전북방문 횟수도 지난 선거때와 달라 지지율이 예전 같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여기에 재선인 정운천 의원이 예산국회 때마다 전북 국가예산 확보를 위해 동분서주한 것과 남임순 이용호 의원이 무소속에서 국힘으로 옮겨 선거운동에 나선 것도 민심을 움직이게 한 것으로 보인다. 아무튼 60.70년대 대선 때는 여촌야도(與村野都)현상이 생겼지만 1987년 대선 이후부터 전북은 민주당이 당명을 바꿔가며 일당독주체제를 만들었다. 35년간 일당독주에 길들여져 경쟁의 정치가 만들어질 틈이 없었다. 국힘의 후보단일화에 따라 전북민심이 민주당 쪽으로 똘똘 뭉쳐진 것이 전북발전을 위해 바람직 한가는 대선 결과에 따라 좌우될 것이다. 이번 대선 결과에 따라 6.1 도지사선거 등 지방선거가 크게 요동칠 수 있다. 백성일 주필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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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성일
  • 2022.03.06 15:58

언제까지 과거에 갇혀 있을 것인가?

서울에 사는 친구가 얼마 전에 모처럼 고향 전주를 찾았다. 그는 고교 졸업 이후 서울로 올라가 사업을 하면서 의도하지 않게 40년 가까이 고향을 등졌다. 전주의 관문인 호남제일문에 들어선 그는 두 번 깜짝 놀랐다고 한다. 첫 번째는 오래 된 흑백필름을 보는 것처럼 개발이 덜된 전주 외곽과 구도심의 슬픈 모습에 놀랐고, 이런 현실을 무덤덤하게 받아들이는 주변인들에 다시 놀랐다고 한다. 그의 입에서 나온 “고향사람들이 아직도 먼지가 쌓인 과거에 얽매여 새로운 변화를 주저하는 것은 아닌지 안타깝다”는 말은 나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지방자치가 시작된 이후에 다른 지역의 도시는 상전벽해를 이루는데 전주만은 유독 멈춰있는 듯한 느낌을 갖는다. 필자만이 이런 생각을 갖는 것은 아닐 것이다. 20여년 전과 비교해보면 그야말로 변한게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일자리가 없어 청년들은 일자리를 찾아 타 지역으로 떠나가고 있고 유동인구가 없으니 경제적 활력도 없는 도시로 변해버렸다. 전주가 어쩌다 이렇게 멈춰있는 도시로 전락하게 되었을까! 반드시 변화와 혁신이 옳은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유지와 보존이 결코 나쁜 것도 아니다. 변화는 과거를 딛고 새로움을 추구하는 시도이다. 이런 점에서 과거에 얽매여 새로운 변화를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것은 문제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내 친구도 변화에 둔감한 고향의 이런 점을 지적했을 것이다. 변화 이이기를 하다보니 오래 전의 일이 떠오른다. 전주 한옥마을을 한옥지구로 묶었을 때, 주민들은 엄청난 저항과 민원으로 전주시를 압박했다. 한옥지구로 옥죄면 재산가치가 떨어져 사유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는 거센 반발이 가을날 들불처럼 번졌다. 주민들의 당시 주장도 일면 맞지만, 지금 결과론적으로 되돌아보면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린 말’이 된다. 당시 주민들의 우려와 정반대로, 전주 한옥마을은 지금 한국을 대표하는 관광지로 확실하게 성공했다. 연간 관광객이 1,000만 명을 넘어 전주 상권은 물론 경제, 사회, 문화 등 전반적인 지도까지 완전히 뒤바꾼 진원지가 됐으니 말이다. 만약 그때의 반발에 밀려 가만히 앉아 변화를 시도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까? 세계인을 감동시킨 한옥마을의 신화는 없었을 것이다. 다른 이야기를 해보자. 1992년 전주 서부신시가지의 개발계획을 수립할 당시의 일이다. 신시가지의 중심인 대한방직 부지가 제척되었는데, 그 이유는 회사의 반대도 있었지만 전주시 역시 지역의 일자리를 없애면 안 된다는 논리를 무시할 수 없었던 것으로 안다. 당시 사업성 분석을 할 때, 대한방직 부지를 포함해 개발할 경우 휴폐업 보상은 물론이고 감보율을 적용해 전체 상업지역으로 용도를 변경해도 적자를 면치 못한다는 판단이 서 최초 개발계획 밑그림부터 제척됐던 것으로 알고 있다. 지금은 상황이 많이 변해 특혜성 논란 등 말들이 회자하고 있다. 그래도 민간업체가 이 땅을 사들여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는 점에서 전주시민들은 예의주시하는 것 같다. 변화는 위험을 동반할 수 있지만 가만히 있는 것보다 낫다. 세상은 끊임없이 변하고 있어 변화를 거부하는 지역은 오히려 후퇴를 자초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미래로 가려면 과거에 매달려서는 곤란한 것과 똑같다. 민간회사의 제안 역시 타워와 컨벤션센터, 호텔, 대형 쇼핑몰, 주거시설 등 복합시설을 대한방직 부지에 들여놓자는 것이다. 그럴 듯한 컨벤션센터 하나 없어 국제회의는 꿈도 꾸지 못하는 전주시의 현실을 감안할 때 이해가 간다. 주변의 교통 혼잡과 시내 상권 초토화 등 우려의 목소리 또한 이해할 수 있다. 그렇다면, 역으로 상권이 더 활성화되고 소상공인도 직간접적 피해보다 경제적 이익이 더 클 수 있다는 생각은 할 수 없을까? 필자는 경제학자도 개발전문가도 아니다. 40여 년을 일선 행정업무를 맡았던 사람으로, 어느 것이 지역발전과 시민의 자존을 높여주고 어떤 것이 먹고 살 길인지 나름대로 판단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과거의 노예가 되면 현재의 변화를 추구할 수 없고, 변화에 뒤따라오는 기회도 잡을 수 없다. 주변이 흥해야 나도 흥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어제에 갇혀 내일의 희망을 놓쳐서도 안 된다. 뭔가 해야 한다면, 긍정적인 시각을 갖고 부작용을 최소화하며 미래로 나가는 방법을 물색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전) 전주시설공단 이사장 백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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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3.06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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