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잉진료 온상, 건보재정 축내는 '사무장병원' 여전...전북지역 전국서 여섯 번째로 많아
 전북지역에서 비의료인이 면허를 가진 의료인을 바지 사장으로 앉혀두고 병원을 개설해 운영하는 일명 ‘사무장 병원’이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무장 병원’은 법인이 아닌 개인이 의료기관을 개설한 후 의사를 고용해 운영하는 형태로, 현행 의료법상 의사가 아니면 병원을 개설할 수 없기 때문에 사실상 의료면허 미소지자가 개설해 운영한 것으로 단속 대상이 된다. 6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 2009년부터 2021년까지 전북지역에서 적발된 의료기관 중 불법 개설기관(사무장 병원)으로 환수결정 조치가 이뤄진 곳은 86곳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국 17개 시·도 중 여섯 번째에 달하는 규모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불법 개설기관이 적발된 지역은 경기도 343곳으로 전체 적발된 1698곳 중 20.2%를 차지했다. 이어 서울이 329곳, 부산 198곳, 인천 164곳, 경북 87곳, 전북86곳, 경남 78곳, 광주 74곳, 충남 68곳, 대구 66곳, 충북 53곳, 전남 45곳, 강원 44곳, 대전 33곳, 울산 22곳, 제주 7곳, 세종 1곳 순이었다. 적발된 도내 86곳을 분석한 결과 의원이 46곳으로 가장 많았으며, 요양병원 18곳, 한의원 13곳, 병원 5곳, 한방병원 3곳, 약국 1곳 순이었다. 불법 개설기관의 가장 큰 문제는 지나친 영리추구로 각종 불법 및 과잉 진료 등 행위로 건강보험 재정에 손실을 야기한다는 점이다. 건강보험공단이 추산한 불법 기관개설의 건보료 손실분은 지난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전국적으로 3조 3415억여 원에 달한다. 14년간 3조 3000억원이 넘는 재정이 손실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환수하기 어렵다는 것이 공단 측의 설명이다. 공단의 ‘불법 개설기관 환수 결정 및 징수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9년부터 2022년까지 환수한 금액은 전체 3조 3415억 2400만 원 중 불과 6.54%인 2186억 4900만 원에 불과했다. 이에 대해 건보 관계자는 “불법 개설기관을 적발해 환수 조치를 내려도 이미 재산을 은닉하거나 처분해 징수하기가 어렵다”며 “어렵사리 환수해도 항소에서 패소하는 경우가 허다해 다시 돌려주는 일도 적지 않다”고 토로했다. 실제 건보의 ‘불법 개설기관 행정소송 현황’에 따르면 지난 2016년부터 2020년 사이 불법 개설기관을 대상으로 진행된 168건의 재판 중 승소 건수는 31건이다. 적발된 불법 개설기관 운영자들의 재범도 적지 않다. 건보에 따르면 전북도에서 지난 2020년 9월부터 지난해 8월 동안 신규 개설된 의료기관 14곳 중 2곳에서 과거 불법 개설기관 운영으로 처벌받은 이력이 있는 이들이 근무 중이다. 전국적으로는 신규 의료기관 506곳 중 60곳에서 72명이 불법 운영에 재가담했다. 이 같은 관행이 반복되자 건강보험공단은 조사 단계에서 확인된 불법 개설기관의 재산을 검찰 기소 시점에 즉시 압류해 재산처분 행위를 사전에 막아 환수하는 방안 등을 마련했다. 또 지난달 28일부터는 '은닉재산 포상금제'를 도입해 불법 개설기관이 숨긴 재산을 신고하면 최대 20억 원의 포상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건강보험공단 관계자는 “도민 여러분들의 적극적인 신고를 통해 소중한 환자들의 안전과 세금 누수를 방지할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