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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짙푸른 녹음으로 지역의 소중한 자산이 될 푸른 전북대를 만든 장조림(張造林) 총장을 영원히 기억하겠습니다.” 전북대 캠퍼스에 푸르른 녹음을 선물한 고(故) 장명수 전북대 제12대 총장을 기리는 2주기 추념식이 21일 대학 본부 앞 교정에서 열렸다. 캠퍼스를 풍성한 숲으로 가꿔 ‘푸른 전북대’라는 상징을 만든 고인을 추모하고, 그의 뜻을 이어받기 위한 마음들이 모였다. 특히 이날은 추도식 직전까지 소나기가 퍼부어 행사 진행을 걱정케 했지만, 마치 고인을 맞이하듯 하늘이 곧게 개며 맑은 날씨가 펼쳐졌다. 대신 뙤약볕이 내리쬐는 무더위 속에서 참석자들의 이마엔 연신 땀이 흘렀지만, 묵묵히 자리를 지키며 고인을 기리는 경건한 마음을 함께했다. 추도식은 양오봉 전북대 총장을 비롯한 교직원과 제자들의 묵념으로 시작됐다. 이어 양 총장이 인사말을 전하며 대학 구성원들과 함께 그의 발자취를 되새겼다. 이날 추도식은 작년 1주기에 맞춰 심어진 반송나무 아래에서 진행돼 더욱 뜻깊었다. 이 나무는 ‘전북대를 푸르게 가꾸고자 했던 장명수 총장의 정신’을 상징하며, 올해 다시 그 아래에서 참석자들이 고인을 기렸다. 이어지는 헌화식에서는 내빈과 제자들이 차례로 헌화를 하며 고인을 추모했고, 마지막으로 참석자 전원이 함께 기념사진을 촬영하며 식이 마무리됐다. 이날 추도식에는 전북대 유응교·이종덕·조순구·고영호·양문식 교수, 문광섭·임유영 전 전북대 과장, 백성일 전북일보 부사장 등 학계와 언론계 인사들이 함께했다. 또 주영식 아람 대표, 김진옥 전 전주시의원, 박형배 전주시의원, 오경섭 통일연구원 연구위원, 엄성복 완주혁신포럼 위원장, 양준화 조국혁신당 완주·진안·무주·장수군 지역위원장, 김윤권 전북 지속가능발전위원회 사무처장, 박영호 정심 대표, 박종서 희망찬 코리아 부장, 김창주 전주문화재단 팀장, 정재안 박사 등도 함께하며 자리를 빛냈다. 도시계획 전문가 1세대인 장 총장은 1991년 9월 전북대 제12대 총장으로 취임해 전국을 돌며 기증받은 나무를 심고, 캠퍼스 공원화 사업을 대대적으로 추진해 지금의 ‘가장 아름다운 캠퍼스’를 만들어냈다. 삼성문화회관을 건립해 지역민들의 문화 공간도 마련하는 등 캠퍼스의 환경과 시설을 지역사회와 적극 공유하는 기반을 닦았다. 1963년부터 32년간 전북대 교수로 재직하며 전북대·우석대 총장, 전북연구원 이사장 등을 역임했고, 도쿄대에서 도시계획 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2023년 7월 90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양오봉 총장은 “우리 대학의 큰 발전을 위해 헌신하신 고 장명수 총장님의 뜻을 다시 한번 깊이 기린다”며 “또 오늘 이 자리에 함께해 주신 여러분께도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북대는 장 총장님과 관련한 많은 자료를 보관하고 있어, 내년 상반기 중으로 개관할 역사관을 통해 장 총장님의 기록을 앞으로도 소중히 영구적으로 보전할 계획”이라며 “다시한번 존경하는 장 총장님을 깊이 그리며, 오늘 이 자리에 함께해 주신 모든 분들과 늘 함께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다음 달 13~17일 열리는 ‘2025 전주세계소리축제’가 전통의 원형을 만날 공연 프로그램을 공개했다. 전주세계소리축제조직위원회(이하 소리축제)는 ‘본향의 메아리(echoes from the homeland)’를 주제로 축제 기간 한국소리문화의전당과 전주 일대에서 닷새간 다채로운 공연을 선보인다. 판소리를 비롯한 전통음악, 월드뮤직, 클래식, 대중음악, 어린이 프로그램 등 모든 세대가 함께 즐길 수 있는 무대가 펼쳐진다. 이 가운데 전통음악의 원형과 깊이를 오롯이 느껴볼 수 있는 무대들이 주목받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무대는 ‘판소리 다섯바탕’이다. 소리축제의 대표 브랜딩 공연으로, 개막일부터 마지막날까지 매일 오후 3시 소리전당 연지홀에서 열린다. 개막일인 13일에는 남상일 명창이 ‘수궁가’를, 14일에는 이난초 명창의 ‘흥보가’, 15일 윤진철 명창의 ‘적벽가’, 16일 염경애 명창의 ‘춘향가’, 17일 김주리 명창의 ‘심청가’가 무대에 오른다. 각 명창의 유파와 소리의 깊이를 비교하며 판소리의 정수를 음미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즉흥과 질서가 공존하는 산조의 진면목을 만날 수 있는 ‘산조의 밤’도 준비됐다. 다음 달 15일 오후 4시 30분 소리전당 명인홀에서 열린다. 가야금 명인 이지영이 전통 산조의 질서를 유지하며 이지영류 특유의 변화무쌍한 가락과 장단의 묘미를 보여주고, 피리 명인 이용구는 전추산류 단조 산조를 통해 악기의 한계를 극복한 깊이 있는 농음의 세계를 들려준다. 두 명인의 깊고 치밀한 연주가 산조의 미학을 다시금 깨닫게 할 예정이다. 전통 성악의 진면목을 집중 조명하는 ‘성악열전’ 시리즈도 놓칠 수 없다. 다음 달 15일부터 17일까지 매일 오후 1시 30분 명인홀에서 열린다. 또 15일에는 70년 넘게 불교의식 음악인 범패를 재장에 올려온 동희스님의 ‘범패’ 무대가 펼쳐진다. 구도자로서, 예술가로서의 삶이 오롯이 녹아든 범패의 깊이를 확인할 수 있다. 성악열전 조순자의 여창가곡/사진=소리축제 16일에는 절제와 느림의 미학이 담긴 여창가곡의 정수를 조순자 명인이 들려준다. 17일에는 선유가, 아리랑, 금강산타령 등 경기민요의 대표적인 악곡을 이춘희 명인의 목소리로 감상할 수 있다. 여기에 16일 오후 5시 놀이마당에서는 전북 순창 금과면 대장마을의 농요를 복원한 ‘들소리’ 공연이 이어진다. 지역의 땅에서 일했던 선조들의 노동의 노래가 현대에 다시 울려 퍼진다. 차세대 소리꾼들의 열정적인 무대 ‘청춘예찬 젊은판소리’도 주목할 만하다. 13일과 14일 오후 1시 30분 명인홀에서 열린다. 공모를 통해 선발된 젊은 소리꾼 5인이 무대에 오른다. 13일에는 황지영(심청가), 류창선(흥보가), 김미성(춘향가)이, 14일에는 김기진(수궁가), 이서희(적벽가)가 무대에 올라 저마다의 색깔로 전통의 소리를 새롭게 해석한다. 젊은 소리꾼들의 개성과 패기가 돋보이는 무대가 될 전망이다. 전통 연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공연도 마련됐다. 다음 달 15일 오후 6시 30분 놀이마당에서는 ‘[강릉단오제×전주세계소리축제] 푸너리’ 공연이 열린다. 푸너리는 강릉단오제 무격 전승자 9인이 결성한 연희 단체로, 전통 연희를 바탕으로 한 창작작업을 활발히 해오고 있다. 이번 공연에서는 강릉단오굿의 주요 요소들을 현대적으로 풀어낸 대표작 ‘구룡이 나르샤’를 선보인다. 관객들에게 소망과 축원의 의미를 전하는 특별한 무대를 선사한다.
유휴열 화백의 작품은 간결하고 현대적이며 방대하다. 어떤 재료에도 구애받지 않는 자유로움으로 동양 정신의 본성과 서양의 물성을 융합시켜 유휴열화 시키기 때문이다. 특히 화백이 오랜 시간 천착해 온 주제인 ‘生(생)-놀이’ 는 인간의 삶을 놀이라는 개념으로 해석해 역동적인 예술관과 우주관을 예술로서 승화해 철학적 메시지를 던져왔다. 삶과 죽음, 동양과 서양 등 복잡하게 얽혀있는 생의 실타래를 기법이나 장르 제한 없이 풀어낸 유휴열 화백이 '生, 놀이-相生'를 주제로 21일부터 26일까지 일본 오사카 AMANO GALLERY(아마노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갖는다. 1987년부터 일 년에 한번씩 아마노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열어 온 화백은 도쿄와 오사카의 미술제에서는 아마노 갤러리 작가로 참여하기도 했다. 올해는 아마노 갤러리 개관 40주년을 기념해 갤러리 측에서 화백을 초대해 개인전을 열게 됐다. 늘 그렇듯이 한번 전시했던 작품은 다시 걸지 않는 유 화백은 이번 전시를 위해 지난 겨울부터 새로운 재료와 방법으로 작품 활동에 몰두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예전 작품들보다 훨씬 간결해지고 단순화된 평면 작품 30여 점을 선보일 예정이다. 유휴열미술관 유가림 관장은 “이번 전시회가 유휴열 화백의 작품세계에 또 다른 분기점이 될 것”이라며 “한국적 미의식의 원형과 삶의 굴곡을 감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소리문화의전당이 선보인 감성 체험 전시 ‘가루나무모래흙’이 관람객들의 호응 속에 순항 중이다. 20일 전당에 따르면 개막 일주일 만에 누적 관람객 1200명을 돌파한 이번 전시는 ‘가루야 가루야’로 잘 알려진 이영란 작가의 신작으로, 자연 소재를 활용한 체험형 콘텐츠를 선보인다. <가루나무모래흙>은 누적 관람객 20만 명 이상을 기록한 국내 대표 아동·어린이 체험전으로, 지난 2022년 이후 3년 만에 다시 전주를 찾았다. 전시 공간은 가루, 모래, 흙, 나무 등 4개 테마로 구성됐다. 관람객들은 밀가루, 모래, 흙, 나무 등 다양한 자연 소재를 직접 만지고, 그리며 자연과 예술을 오감으로 체험할 수 있다. 아이들의 예술적 감수성을 깨우고, 자연의 물성을 경험할 수 있는 교육적 전시로 평가받는다. 전시는 오는 9월 21일까지 계속되며, 매주 월요일은 휴관한다. 관람은 네이버 예약을 통해 가능하며, 자세한 내용은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누리집과 전화(063-270-8000)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방'이라는 사적 공간과 '바깥'이라는 공적 공간의 의미를 탐구하는 실험적인 전시회가 우진문화공간에서 열리고 있다. 우진문화재단은 2025년 우수기획전시 지원사업으로 선정된 '방 그리고 바깥 : 12개의 방'을 다음달 24일까지 우진문화공간 갤러리에서 연다. 이번 전시는 예술가들에게 사적인 공간인 '방'과 공적인 공간인 '바깥'에 대한 의미를 질문하며 시작됐다. 총 12명의 작가가 각자의 방을 하나의 전시실로 구성해 개별성과 연결성을 동시에 표현한다. 전시는 두 개의 파트로 나뉘어 릴레이 형식으로 진행된다. 전시 주제 속 '방'은 작가의 내면과 창작의 공간을 상징하고 '바깥'은 그 사유가 뻗어나가는 사회와의 관계를 의미한다는 게 우진문화재단의 설명이다. 이를 통해 김누리, 김판묵, 이가립 등 참여작가들은 각자 회화와 입체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해 정체성과 기억, 상처, 환상, 치유 등 동시대의 복합적인 시각과 생각을 예술작품으로 완성했다. 특히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되는 오프닝 행사에서는 공연과 함께 도슨트 강연, 미술품 경매가 진행되어 전시의 취지와 내용을 풍부하게 전달할 예정이다. 오는 23일에 열리는 '전시 A' 오프닝 행사에서는 하모니카 연주자 박윤호와 기타리스트 송은채의 공연이 준비되어 있다. 공연 이후 이어지는 강연에서는 도슨트 이창용이 "당신이 미술관에 가지 않은 이유-좋은 작품이란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관람객과 함께 작품을 보는 관점에 대해 흥미롭게 풀어낼 예정이다. 8월 8일 '전시 B' 오프닝에서는 클래식 기타리스트 조성현의 연주가 펼쳐진 뒤, ‘예술을 통한 여행’이라는 주제로 도슨트 홍다형이 스페인 초현실주의 작가 살바도르 달리의 삶과 작품 세계를 들려 줄 계획이다. 강연 이후 열리는 미술품 경매는 참여 작가들의 작품을 가까이에서 만나보고 소장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로 지역 예술 활성화와 관객 참여의 장을 확장시키는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시단에서 정양 시가 차지하는 역할이 큽니다. 자기를 핍박의 대상을 허용하고, 농경언어를 활용해 독보적인 시 세계를 구축해 왔습니다. (그렇기에) 앞으로도 한국 시단에 정양의 시는 기억될 겁니다. 정양 시인이 생전에 힘을 쏟아 시작(詩作)한 작품을 읽고 기억하는 한, 시인도 우리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으리라 믿습니다.” 지난 18일 오후 전북작가회의 사무실. 정양(1942~2025) 시인의 오랜 문우인 윤흥길 소설가의 추모사에 일순간 숙연해졌다. 정양 시인의 49재에 맞춰 열린 ‘정양 시인 추모의 밤’에는 유가족을 비롯해 윤흥길 소설가, 김용택·김사인·안도현 시인 등 문화예술계 지인과 그가 가르쳤던 신흥고, 우석대 제자 등이 참석했다. 이날 120여 명의 인파가 몰려 일부는 사무실 내부로 진입하지 못하기도 했다. 추모의 밤 참석자들의 발언이 길어지면서 오후 6시 30분에 시작된 행사는 9시를 넘겨서야 마무리됐다. 윤흥길 소설가는 1970년대 초 정양 시인의 가족사를 듣고 완성한 소설 ‘장마’ 와 관련된 일화를 소개했다. 윤흥길 작가는 “새벽에 소설을 탈고하고 통행금지 시간 풀리자마자 건네줬다”며 “(소설을 건넨 뒤) 이튿날 만났는데, 소설이 어떻다는 이야기는 없고 그저 ‘짜식’이라고 말하더라. 속으로 ‘내 작품이 성공했구나’ 싶었다”고 했다. 정양 시인에게 가르침을 받은 신흥고등학교 3학년 2반 제자들의 감사 인사도 이어졌다. 제자 대표로 마이크를 잡은 이은홍 만화가는 학생들에게 친구처럼 형처럼 대해준 따뜻한 분이라고 회상했다. 이은홍 만화가는 “오랜 시간 선생님과 만남을 이어가면서도 한 번도 제대로 말씀을 못 드렸던 것 같다”며 “선생님 고맙습니다”라고 말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정동철 시인이 정양 시인을 생각하며 쓴 헌시 ‘보리누름’ 낭송에 이어 박남준 시인은 은희의 ‘고향생각’을 직접 기타로 연주하며 노래했다. 김헌수 시인은 대표작 <내 살던 뒤안에>를 낭송했고, 김수예 시인은 <가을밤>을 낭송하며 시인의 작품세계를 함께 음미했다. 이번 추모의 밤을 주최한 전북작가회의 유강희 회장은 “정양 시인은 문학적 스승뿐 아니라 어두운 한 시대를 이끈 어른이셨다”며 “49재를 맞아 이제는 닿을 수 없는 그곳에서 부디 평안하시길 빈다”는 마음을 전했다. 이병초 시인은 “아직은 선생님의 죽음이 객관화가 안된다”며 “추모의 밤을 준비할 수 있도록 도와준 안도현 시인과 강형철 한국작가회의 이사장 그리고 유족분들께 깊은 감사의 말씀 전한다”고 했다. 1942년 전북 김제 신풍리 출생인 정양 시인은 1968년 대한일보 신춘문예에 시 ‘천정을 보며’가 당선되며 등단했고, 1977년에는 윤동주에 관한 평론 ‘동심의 신화’로 조선일보 신춘문예 평론 부문에 당선됐다. 원광고와 신흥고 우석대에서 후학을 양성했다. 전북작가회의 창설에 주도한 시인은 2016년 안도현·김용택 시인 등과 함께 지역 출판사 ‘모악’을 창립해 독립 문학 출판 생태계 조성에 앞장섰다.
전라감영에 선자청(扇子廳)을 두었지요. 진상한 부채를 단오절에 하사했었지요. 전주 부채가 소문 난 것은 품질 좋은 대나무와 한지 때문이랍니다. 멋을 알고 풍류를 아는 땅이어서랍니다. 부채의 역사는 길고 멀지요. 기원전 14세기 이집트, 투탕카멘의 타조 깃털 황금 부채가 있었지요. 우리나라에서도 3, 4세기 가야 고분에서 손잡이가 발견되었지요. 나뭇잎과 깃털이 종이와 비단으로 바뀌었고요. 토막 장마 끝나자 세상이 절절 끓습니다. 티베트 고기압과 북태평양 고기압이 복지개처럼 한반도를 덮고 있기 때문이랍니다. 오존층이 파괴되고 빙하가 녹는답니다. 선풍기와 에어컨을 끼고 산 우리 모두 한몫거든 거지요. 기상이변 악순환은 가속될 것이랍니다. 액자 속 부채를 꺼냅니다. 바람 한 채 더불어 삼복을 나겠습니다. 할랑할랑, 뙤약볕에 악쓰는 목쉰 매미부터 달래겠습니다. 활짝 펴 보기 싫은 얼굴은 가리고 접어 얼쑤 장단치며 세상 흥을 돋우겠습니다. 방구부채와 접부채, 한 마리 나비처럼 바람을 불렀지요. 산들산들 바람을 타다 슬며시 그 바람을 재웠지요. 시를 쓰고 그림을 그려 안부를 묻고 마음을 전했었습니다. 사라지는 것이 부채뿐 아닙니다. 여름이니 덥습니다.
전북특별자치도의 대표 예술단체인 (사)호남오페라단이 창단 40주년을 맞아 오페라의 본고장 이탈리아 무대에 선다. 오는 25일과 26일, 이탈리아 움브리아주에서 열리는 제18회 Federico Cesi 페스티벌에 초청돼 ‘K-OPERA & ART SONG CONCERT’를 선보인다. 이번 공연은 전북특별자치도와 (재)전북특별자치도 문화관광재단의 후원으로 마련됐다. 이번 무대는 전북자치도의 역사적 자산인 정읍 동학농민혁명을 소재로 한 창작오페라 녹두의 갈라 콘서트와 한국 가곡, 민요 등 우리 음악의 정수를 이탈리아 관객에게 소개하는 자리다. 녹두는 지난해 정읍시와 (사)오페라단이 공동 제작한 작품으로, 지역의 역사적 정체성을 문화예술로 승화한 대표적인 창작오페라다. 여기에 예술성이 높은 한국 가곡과 민요가 더해져 한국 음악의 매력을 유럽 현지에서 알리는 뜻깊은 기회가 될 전망이다. 조지훈, 홍은혜, 최병준 이선영, 이대혁 /사진=호남오페라단공연은 이탈리아 움브리아주 페루자, 테르니 시에서 열린다. 1부에서는 녹두의 주요 아리아와 중창곡이, 2부에서는 그리운 금강산, 청산에 살리라, 신아리랑 등 대표적인 한국 가곡과 민요가 무대에 오른다. 소프라노 이선명, 테너 최병준, 바리톤 조지훈, 베이스 이대혁 등 호남오페라단의 주역 솔리스트들이 출연하며, 모두 이탈리아와 독일에서 활발히 활동해 온 실력파 성악가들이다. 호남오페라단은 그간 40년간 창작오페라 11편과 이탈리아, 독일 오페라들을 꾸준히 무대에 올려 국내 오페라계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다져왔다. 실제 2023년 대한민국오페라 어워즈 대상 수상,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우수창작오페라’ 9년 연속 선정되는 등 그 역량을 널리 인정받았다. 이번 초청 공연을 계기로 호남오페라단은 해외 예술인, 지휘자, 연출자와의 협업을 넓혀가며, 전북의 예술가들이 이탈리아 페루자와 테르니에서 열리는 페스티벌에 정기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국제 교류의 교두보를 마련할 계획이다. 단순한 해외 공연을 넘어 예향 전북특별자치도의 문화적 위상을 세계에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조장남 호남오페라단 단장은 “창단 40주년을 맞아 전북특별자치도의 문화와 역사를 세계에 알릴 수 있어 뜻깊다”며 “이번 공연이 현지 관객들과 한인사회에 깊은 울림과 감동을 주는 무대가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전주문화재단(대표이사 최락기)이 전주천년한지관에서 두 번째 특별기획전 ‘그럼에도 꽃이었다’를 열고 있다. 이번 전시는 시들지 않는 한지꽃을 통해 천년을 견디는 전통한지의 지속성과 현대 예술로서의 가능성을 함께 조명하고자 기획됐다. 한지로 제작된 ‘지화(紙花)’를 중심으로 인간의 삶과 죽음 그리고 그 사이의 감정 여정을 따라가는 감성 참여 형태로 구성됐다. 전시는 ‘그럼에도 꽃이었다’ 라는 주제 아래 ‘생(生)–노(老)–병(病)–사(死)’ 흐름으로 테마별 공간을 구현한다. 이와 함께 한지꽃이 흩날리는 영상과 자이언트 민들레홀씨 조형물로 삶과 기억의 흔적을 형상화한 ‘기억의 공간’도 마련됐다. 전시는 8월 16일까지 진행되며 전시관람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가능하다. 매주 월요일은 휴관한다.
한국소리문화의전당이 오는 19일 소리전당 연지홀에서 뮤지컬 ‘그해 여름’을 무대에 올린다. 소리전당의 자체 기획으로 선보여징 이번 공연은 (재)예술경연지원센터가 주최하는 ‘2025 공연예술 지역 유통지원 사업’의 선정작으로, 지역민들에게 수준 높은 공연예술을 선보이기 위한 취지로 마련됐다. 뮤지컬 ‘그해 여름’은 2006년 개봉한 동명의 영화를 원작으로, 배우 이병헌과 수애의 멜로연기로 사랑받았던 작품이다. 특히 드라마 킹덤, 시그널, 악귀 등으로 유명한 김은희 작가의 입봉작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이번 뮤지컬은 원작 영화의 감성을 무대에 옮기며, 1969년 가상의 농촌 마을 ‘수내리’를 배경으로 비밀을 간직한 도서관 사서와 한 대학생의 풋풋한 사랑 이야기를 그린다. 혼란스러운 시대 속에서도 사랑이 삶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는지, 그리고 사랑이 가진 순수한 힘을 수채화 같은 서정성으로 풀어낸 것이 이 작품의 매력이다. 영화가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구조였다면, 뮤지컬은 시간 순으로 이야기가 전개돼 관객의 몰입을 높이고 인물의 감정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했다. 음악 역시 다채롭다. 기본적인 뮤지컬 리듬에 스윙, 재즈, 발라드가 어우러지고, 고전 뮤지컬의 안무와 음악 형식이 더해져 영화 라라랜드를 연상시키는 감동과 설렘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관람은 12세 이상부터 가능하며, 공연 관련 문의는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누리집이나 전화(063-270-8000)를 통해 할 수 있다.
전북특별자치도와 함께하는 광복 80주년 기념 ‘희망 콘서트’가 오는 27일 오후 7시,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연지홀에서 열린다. 이번 공연은 클나무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주최·주관하고, 전북특별자치도 후원으로 진행되는 2025 전북특별자치도 문화예술단체지원사업 선정작이다 ‘기억에서 감동으로, 감동에서 희망으로’를 주제로 광복의 의미를 음악으로 풀어낸 이번 무대는 전통과 현대, 클래식과 국악, 합창과 뮤지컬 등 다양한 장르가 어우러진 융복합 콘서트로 꾸며진다. 클나무필하모닉오케스트라를 비롯해 가온현, 낭만보이스, 메디수피아, 전북레이디스, 이팝씽어즈, 완주맑은소리합창단, 효문중어머니중창단, JSM뮤지컬 등 150여 명의 출연진이 함께 무대에 오른다. 음악을 통해 위로와 회복의 메시지, 그리고 미래 세대에 전하는 평화의 의미를 담은 이번 공연은 세대를 아우르며 깊은 감동을 선사할 예정이다. 주최 측은 “단순한 기념 음악회를 넘어 역사의 깊이를 되새기고, 음악으로 세대를 잇는 희망의 장이 되길 바란다”며 많은 도민들의 참여를 당부했다. 클나무필하모닉오케스트라는 전북 최초의 민간 오케스트라로, 클래식 전공자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도민들에게 클래식 문화 향유 기회를 넓히기 위해 2009년 창단됐다. 뮤지컬, 발레, 열린음악회 등 다양한 공연을 연간 30~40회 이상 개최하며 지역사회에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이번 공연 관람료는 전석 2만원이며, 자세한 사항은 한국소리문화의전당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새만금 국제요트대회 10주년을 기념해 이대원 스포츠 사진전이 열린다. 17일부터 24일까지 부안군청 로비에서 열리는 스포츠 사진전에는 이대원 작가가 지난 1회부터 10회까지 바다에 나가 직접 부딪혀 촬영한 국제요트대회 사진 60여 점이 전시된다. 이 작가는 33년간 전북체육회에 재직하며 국내외 다양한 스포츠 현장을 누벼왔다. 그는 2015년 우연히 방문한 새만금 국제요트대회 매력에 빠져 매해 대회 현장을 카메라에 담기 시작했다. 작가는 전북일보와의 통화에서“30년 넘게 체육 분야에 열성을 쏟았고, 특히 바다에서 경쟁하는 국제요트대회에 큰 매력을 느껴 계속 사진 작업을 하게 됐다”며 “좋아서 시작한 일이다보니 꾸준히 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실제 경기 모습을 촬영하기 위해 많은 어려움이 뒤따랐지만, 부안의 탁트인 하늘과 시원한 바다 풍경이 좋아 꾸준히 촬영을 이어갔다고 했다. 그는 “파도가 높고 바람이 불면 균형 잡기가 힘들어서 카메라 초점 맞추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 종종 발생 한다”며 “하지만 바다물살을 가르는 요트경기가 환상적이고 아름답기 때문에 계속해서 촬영 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대원 스포츠 사진전은 24일 부안군청 로비에서 전시를 마치고, 오는 11월 14일부터 20일까지 전북예술회관에서 2차 전시가 열릴 예정이다.
#. 직장인 A씨는 오는 8월 13일 개막하는 제24회 전주세계소리축제 개막 공연 ‘심청’ 티켓 오픈 날을 손꼽아 기다렸다. 국립극장과 공동으로 제작하는데다, 심청을 사회적 약자의 상징으로 재해석했다는 점에 흥미를 느껴 공연을 직접 관람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개막공연 티켓 오픈 당일(15일) 예매 사이트에 접속한 순간, 뜻밖의 공지를 봤다. 안내문에는 ‘회차별 상세 캐스팅은 공연 준비 상황과 최종 확정 절차로 인해 공개가 어렵다’라는 내용이 실려 있었다. 고민 끝에 티켓을 예매했지만, 출연진 세부일정을 공개하지 않은 운영 방식이 납득되지 않는다고 했다. A씨는 “관객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출연자를 공개하지 않고 예매부터 하라는 게 이해하기 어렵다”며 “매해 소리 축제 개막 공연을 보러 가는데 올해는 유독 정보가 제한적이라는 느낌이 든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제24회 전주세계소리축제 개막 공연 심청에 대한 관객들의 볼멘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개막 공연에 오르는 출연진들의 상세 일정 공개 없이 예매부터 시작해 “장삿속”이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어서다. 개막 공연의 주요 배역인 심청 역에는 김우정과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김율희가, 심봉사 역에는 판소리계 아이돌 유태평양과 김준수가 더블캐스팅 됐다. 출연진 모두 실력에는 별 차이가 없지만, 각각 갖는 인지도가 다르다. 돈을 지불하고 관람하는 공연에서 자신이 원하는 출연진을 골라서 보고 싶은 마음은 어쩌면 당연한 심리이다. 그렇다보니 사전에 캐스팅 일정을 알려주지 않은 소리축제 측의 운영방침이 도마 위에 오르게 된 것이다. 이에 대해 소리축제 관계자는 “캐스팅 일정은 연출의 영역이기 때문에 축제 측에서도 관여하기 어려운 부분”이라며 “국립창극단 초연작이라 신경 쓸 부분도 적지 않아 일정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다음 주에는 세부 일정을 공개한다고 들었다”고 설명했다. 관객들의 불만은 또 있다. 첫날 공연의 경우 인기 구역인 무대 가운데 좌석 일부분이 예매 좌석으로 풀리지 않아 관객들의 공분을 부추기고 있다. 개막 공연인 심청은 8월 13일과 14일 이틀 동안 두 번의 공연을 올린다. 하지만 유독 첫날 공연에서만 좌석이 제한적으로 풀리면서 뒷말이 나오는 상황이다. 1500석 가운데 200석을 전북도와 도의회 관계자 등을 위해 확보하려고 한다는 게 소리축제 측 설명이다. 실제 A씨 역시 예매 시작과 동시에 사이트에 접속했지만, 사이드 좌석밖에 확보하지 못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전주세계소리축제가 공연 콘텐츠의 질을 높였다면, 이제는 ‘관객 서비스’를 한 단계 성장시켜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지역의 한 문화계 인사는 “관 주도 행사이기 때문에 일부 좌석은 초대권으로 남겨둘 수밖에 없다는 걸 알고 있다”며 “하지만 올해는 관객들이 적지 않은 금액을 지불하고 보는 공연이기에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문화계 인사는 “소리축제에서 열리는 공연들은 대부분 평균 이상의 수준을 갖춘 공연들”이라며 “콘텐츠의 질이 높아진 만큼 관객서비스 부분도 올라가야 한다. 관객 서비스가 좋아지려면 인력 확보와 서비스 마인드 교육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전북문학 여름호(통권 299호)가 간행됐다. 전북문학은 고하 최승범 선생이 1969년부터 약 50여 년 동안 291집까지 발행했다. 최승범 선생 타계 이후 고하최승범문학기념사업회에서 전북문학의 업적을 이어받아 계승하고 있는 계간지다. 여름호 특집으로 노용무 평론가의 ‘고하 시조시 읽기’와 양병호 시인의 ‘재미난 시 읽기’, 서철원 소설가의 엽편소설 ‘오드아이’ 등이 수록됐다. 이밖에 전북문학에 원고를 투고한 독자들의 시와 수필, 문학론 등 90여 편의 글이 실렸다. 특히 이번호에 실린 노용무 평론가의 ‘고하 시조시 읽기’는 최승범 선생의 작품을 계절적 감각과 연결시켜 풀어내 읽어봄직 하다. 고하의 시 속에 담긴 시적 정서를 다양한 시각으로 해석했다. 명안나 작가의 '여름풍경'이 여름호 표지화를 장식했다.
한국 전통 시 양식, 시조의 세계화를 위한 책이 발간됐다. 유응교 시조시인이 새롭게 펴낸 한영번역시조집<한국의 시조 꽃>(신아출판사)가 출간된 것. 이번 시조집은 제5부 126수로 구성됐다. 제1부는 26편 29수로 한국의 브랜드 파워로 한국의 전통 건축과 예술 문화를 시조로 표현했다. 제2부는 잘 알려진 꽃 23개를 단수로 각각 노래했고, 제3부는 시인의 종가인 운조루 찬양과 그 외 시제로 21편 31수이다. 제4부는 동화 이야기 24가지를 단시조화 했고, 제5부는 세계적인 건축물의 아름다움에 대해 16편 19수를 시조화했다. 유 시조시인은 “시조의 세계화를 위해 무언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던 중에 이정자 박사의 번역 시조집을 대하고 크게 감동을 받아 이번 영문번역을 하기로 마음먹었다”고 말하며 이번 한영번역시조집을 발간하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이어 그는 “우연히 언론을 통해 하버드대학교 맥캔 교수와 유타네 학교 피터슨 교수가 미국의 학생들을 상대로 시조 경연 대회를 매년 여는 걸 알고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며 “우리의 시조가 일본의 하라쿠를 뛰어넘는 놀라운 시라고 격찬한 맥캔 교수를 생각할 때 스스로 부끄러움을 느겼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우리는 이제 시조를 다시 조명하고, 사랑하고, 육성해 세계에 우뚝 서도록 다 같이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전남 출신인 작가는 전남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전북대 학생처장, 전북예총 부회장 등을 지냈다. 또 그는 한국예총 예술문화상 대상과 해운문학상 바다사랑상, 전북문학상 등을 받았다. 저서로는 <까만 콩 삼 형제>, <기러기 삼 형제>, <해바라기 삼 형제><거북이 삼 형제>, <동화 나라 삼 형제> 등이 있다.
한반도 선사시대 문화의 정수 ‘반구천 암각화’를 모티브로 한 그림책 <바위고래의 춤>(책마을해리)은 다양한 감각을 활용한 화면 전환으로 책장이 경쾌하게 넘어간다. 반구천의 암각화는 국보 제147호 천전리 각석과 국보 285호 반구대 암각화를 아우르는 명칭이다. 조영진 작가의 감각적인 그림과 김남수 작가의 생생한 필치가 돋보이는 그림책 <바위고래의 춤>은 석벽에 영원히 박제된 고래들을 통해 꿈과 현실을 넘나드는 신비로운 이야기를 펼쳐 보인다. 동화적 상상력이 담긴 이야기와 정갈한 색감, 세밀한 묘사로 완성된 그림은 최소 3000년 전 선사시대 사람들이 새겨둔 예술작품인 반구천 암각화를 떠올리게 한다. 특히 감각적 자극을 제공하기 위해 색의 질감을 풍성하게 활용하고 이를 통해 시‧청각적 즐거움을 선사한다. 그림책 <바위고래의 춤>에 그림을 그린 조영진 작가는 작가노트에서 “암각화를 보고 현실에 존재하는 동물들 사이에 둥둥 떠다니는 모습이 기괴하고 아름다워 선각(선을 새겨 넣는 방식)을 찾게 됐다. 모험에 대한 심리를 굵은 선으로 표현했다”고 밝혔다. 신석기 인류의 고래사냥 흔적을 바탕으로 상상력이 더해진 그림책 <바위고래의 춤>은 고래들이 춤추면서 높이 뛰는 모습을 말의 운율로 표현해 흥겹게 따라 읽을 수 있다. 또한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지역문화유산을 그림책으로 쉽게 풀어내 흥미롭다.
화려한 수사나 상징보다는 맑은 심상과 삶의 근원적 의미를 담담하게 전달하는 박송월 시인의 세 번째 시집 <수선화, 꽃불 켜다>(북매니저)가 출간됐다. 삶에 대한 깊은 성찰로 오랜 시간 흔들림 없는 시의 지층을 다져온 박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절제된 언어로 시대와 사람을 품는다. 시적 대상을 포착하는 시인의 눈은 섬세하고 조심스럽다. 섣불리 판단하지 않으며 행복이든 불행이든 치밀하게 들여다본 생의 단면을 실마리 삼아 풍경으로 그려낸다. “내려놓고 또 내려놓고/다 내려놓아야/살 수 있는/생(生)의 원리/어찌 알았을까//비우고/또 비워야/높이 올라 제 길을 찾는/삶의 이치/어떻게 터득했을까//뿌리 내릴/한 줌 흙만 있다면/주저거림 없이/내려앉은 민들레 꽃씨 하나//이제부터는/신의 가호가 있기를/간절히/기도하는 시간”(‘민들레 꽃씨 하나’ 전문) 그가 작품으로 형상화한 세상은 아름답지만 한편으로는 애처롭다. 시편에서 시인은 어떤 악조건에서도 생명을 이어가는 민들레 꽃씨를 우리의 인생으로 빗대어 표현한다. 87편의 시를 총 5부로 나눠 수록했다. 수록된 시들은 고통을 드러내면서도 절규하기보다는 침착하게 마음의 균열을 어루만지며 조곤조곤한 서정으로 위로를 건네 큰 울림을 준다. 소재호 시인은 평설을 통해 “시란 감동적 정서의 언어 예술이라고 할 때 박송월 시인의 시 갖춤은 필요, 충분조건을 확보했다”며 “삶의 일상이, 인간학의 시적 변용을 거쳐 박송월의 시에 당도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시는 철학도 과학도 종교도 아니지만 시적 철학이어야 한다는 당위성을 지닌다. 서정시다우면서 곰곰이 명상을 유발하는 시의 체지에 박송월 시인의 시는 합당하다”고 설명했다. 박송월 시인은 군산 출생으로 1997년 <문학 21>로 등단했다. 청사초롱문학 동인, 군산문인협회와 전북시인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시집으로는 <멍텅구리 사랑>, <네게로 가서> 등이 있다.
“좀 더 사랑했어야 했다. 좀 더 용서했어야 했다. 좀 더 나를 내주었어야 했다. 사랑하기 위한 지혜를 기도로 간구했어야 했다. 그러지 못한 아쉬운 세월을 뒤로하고, 이제야 내게 남아 있는 불확실한 짧은 기간이나마 여한이 없도록… 훌훌 덜어 여한이 안 남도록 죽어서 삼 일을 마치며 본향으로 갈 수 있도록, 사랑하고 감사하며 살아야겠다.”(수필 ‘죽어서 삼일’ 중에서) 수필가 이의가 등단 18년 만에 세 번째 수필집 <죽어서 삼일>(좋은땅)를 펴냈다. 이번 책은 노년에 접어들어 더욱 또렷해지는 삶의 의미, 인간관계, 자연에 대한 사유를 고요한 문장으로 풀어낸다. 제목처럼 생과 사의 경계를 응시하며 남은 시간을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 저자 특유의 사색과 기도 같은 고백이 담겼다. 기후위기와 미세먼지, 꿀벌의 실종, 플라스틱 쓰레기 같은 현대의 환경문제부터 매화차 한 잔에 깃든 봄날의 기억, 가족과 문우들의 따뜻한 모습까지 삶의 파편들이 정성스럽게 엮였다. 격정 없이 묵묵히 걸어온 세월의 끝자락에서 저자가 전하는 이 수필들은, 삶이 익어가는 한가운데에서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감각들을 일깨운다. 수필집의 해설을 맡은 김영 시인은 이번 책을 “인간과 비인간의 관계 복원을 위한 생활 담론”이라 평했다. 김 시인은 “이번 원고를 읽으며, 저자가 철저히 자신을 점검하고 돌아보는 문장들로 채워져 있음을 느꼈다”며 “환경, 신앙, 사회문제를 아우르며 생활 철학을 성찰하고 풀어놓은 글들”이라고 평가했다. 또 “수필가는 스스로의 삶에서 저지른 오류와 잘못을 정신적 이약(醫藥)을 통해 반성하고 발효시키고 있다”며 “사람과 사람, 사람과 절대자, 사람과 자연의 공생에 대해 깊이 사유한 결과물”이라고 덧붙였다. 이의 수필가는 2007년 <대한문단> 수필 부문으로 등단했으며, 수필집 <여자 나이 마흔둘 마흔셋>, <오이밭의 새둥지>를 펴낸 바 있다. 행촌수필문학상, 이더스에세이 작품상, 완산벌문학상을 수상했다.
시인 윤기묵이 시집과 산문집 두 권의 신간을 나란히 펴냈다. 푸른사상 시선 206번으로 출간된 시집 <곰팡이도 꽃이다>와 같은 출판사의 산문선 58번으로 나온 역사에세이 <교하와 염하 사이: 한강 하구 조강 이야기>다. 형식은 다르지만 두 책 모두 과거를 되짚고 기억을 복원하려는 ‘시간의 문학’이라는 문제의식을 바탕에 두고 있다. 시집 <곰팡이도 꽃이다>에는 시인이 과거를 성찰하고 기록하며, 새로운 역사의 진행에 참여하고자 하는 의식이 녹아 있다. 윤 시인은 정약용의 말을 빌려 “나라를 걱정하지 않으면 시가 아니고, 시대를 슬퍼하고 세속을 개탄하지 않으면 시가 아니다”라고 말한다. 그는 “기록이 기억을 지배한다”며, 역사가란 결국 승자의 기록이며 기억을 둘러싼 쟁투의 결과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그렇기에 역사란 권력을 쟁취한 이들의 전리품일 수도 있다는 비판적 시각에서, 시인은 역사의 교훈을 맹목적으로 따르기보다는 그 안에 담긴 허위와 기만을 드러내고 문제를 제기한다. 이러한 시인의 시선은 이름 없는 존재들의 끈질긴 생명력을 노래한 시들로 이어진다. 곰팡이도 결국 꽃을 피워 간장을 띄우고 술을 빚듯, 낡고 버려진 것 속에서도 생명이 움트는 경이로움을 포착하고 있다. 이병국 문학평론가는 해설에서 “지난 역사를 반성하고 그로부터 얻은 교훈을 통해 우리의 어리석음을 부끄러워하며, 이를 바탕으로 모든 존재를 포용해 새로운 역사를 기록해갈 의무가 우리에게 있다”며 “앞으로의 역사는 그렇게 다시 쓰여질 것이라는 메시지를 윤 시인은 이번 시집을 통해 전하고 있다”고 평했다. 역사에세이 <교하와 염하 사이>는 김포를 중심으로, 파주 교하에서 강화 말도까지 이어지는 한강과 조강 유역의 지리와 역사를 탐색한 책이다. 조강은 한강과 임진강이 합수하는 교하에서 시작해 김포와 강화를 지나 예성강이 합류하는 교동도 앞 말도까지 흐르는 물길을 뜻한다. 이 물길은 한성 백제의 위례성, 고려의 개경, 조선의 한성을 잇는 한반도 역사의 큰 흐름과 함께해왔다. 책은 ‘조강물참’, ‘갑비고차’, ‘평화누리’ 등 3부로 구성돼 23편의 이야기를 통해 시간의 층위를 따라 공간의 기억을 복원하고, 우리가 지나쳐온 땅의 역사를 어떻게 계승해야 할지 묻는다.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지역의 숨은 이야기들이 윤 시인의 시선으로 되살아난다. 윤 시인은 “현대에 이르러 조강은 남북한이 공동으로 이용할 수 있는 중립수역이 됐다”며 “지금은 군사분계선을 나타내는 부표만 강물 위에 떠다니지만, 언젠가는 배를 띄워 조강을 건널 날이 꼭 오리라 믿는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통일 한국이 오면 조강과 김포는 다시 한반도의 중심으로 부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깥이 아득한 것들은 눈 밟는 소리를 냅니다. 건조대에서 나부끼는 옷의 실밥 같죠. 창문에서 새어 나오는 불빛 같죠. 만져도 손을 베지 않습니다. 그러나 알갱이는 잘 여물어 있습니다. 그림의 마크 로스코가 그러죠. 색의 면은 힘세고 단순하지만, 가장자리는 숨결같이 나풀거립니다. 시의 유종화가 그러죠. “공황장애로 갑자기 숨이 안 쉬어지는” 화자와 “할아버진 나만 좋아해 하며 짱짱한 개망초꽃님으로 오시는”(‘얼굴’ 중) 손녀의 메시지는 진하지만, 안으로 팔을 잡아끄는 언어는 연하죠. “좋은 노래는/ 끝으로 갈수록/ 첫 소절 입김이었// 다”(‘짹!’ 전문). 첫 입김을 보면 그 노래를 판가름할 수 있다고 합니다. ‘첫’은 시작을 보여주는 것만은 아닙니다. 나아갈 곳을 가리켜주죠. 왜 거길 가야 하는지도 알려줍니다. 첫울음, 첫맛, 첫걸음, 첫말, 첫돌, 첫인상, 첫사랑, 첫날, 첫비…… 헤아릴 수 없죠. 순수와 무서움과 설렘이 펄럭이죠. 발끝에 차이는 이슬 소리가 새로이 들리죠. 뇌를 ‘띠옹’하게 하는 냄새가 나죠. 부러져 잔디밭을 뒹구는 햇발 같죠. 은빛 테두리를 뽐내는 구름 같죠. 하지만 끝으로 가는 길은 복숭아씨같이 단단합니다. 그 길은 한걸음 한걸음 따복따복 걷는 것이죠. 온몸이 짜임새 있게 짜여 걷는 것이죠. 가는 곳을 짐작하고 걷는 것이죠. 처음부터 끝까지 팔과 다리를 한결같이 움직이며 걷는 것이죠. “오른쪽이 내장산이야/ 근데 왼쪽도 내장산이야/ 그 줄기거든”(‘당신’ 전문). 좌우가 다를 바 없습니다. 단풍 빛깔이 무르지 않고 야무지기 때문입니다. 빗발이 그 사이로 발을 쏙 집어넣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누가 나에게/ 넌 ‘우우’를 잘하는 놈이야,라고 말한다// 이 사람 저 사람을 연결하여 한 판 만드는 일을 잘한다는 말인데/ ……// ‘우우’의 말뜻은 말야/ 함께 가는 거기부터가/ 선물 같은 생의 길이라는 거야”(‘우우’ 중). 사람을 잇는 일을 시인은 ‘조금 심란하고 무책임한’ 것이라 합니다. 그러나 함께 가면 꽃무릇 같은 것이라 합니다. “하늘이 높은 까닭은/ 땅 위가 편하라고 그랬다는 걸/ 나처럼 철없는 놈도 맘 편하라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 개울물은 많으나 적으나 흘렀고/ 나도 그만큼 그만큼 여기다”(‘하늘이 높은 것은’ 중). 시인은 철이 없어 날이 서있지 않습니다. 아니, 철이 덜 들었다고 해야 할까요. 그래서 중심은 흔들림 없이 강한데 변두리는 헝겊처럼 여립니다. 중심엔 묵직한 한 방이 있죠. 아니, 가운데가 어딘지 모르고 힘차게 날리는 바람 자루 같죠. 아니, 볼 때까지는 보이지 않죠. 하늘엔 천장이 없습니다. 장대를 짚고 날아도 머리를 찧지 않습니다. 비행기가 10km 남짓 상공을 보며 여행해도 콩~ 코를 부딪치지 않죠. 시인은 땅 위가 편하라고 그랬다 합니다. 적으나 많으나 그만큼, 그렇게 ‘아프고, 사랑하고, 살아내서’ 여기까지 왔습니다. 이영종 시인은 2012년에 전북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으며, 아르코 문학창작기금에 선정돼 2023년에 첫 시집 〈오늘의 눈사람이 반짝였다〉를 냈다.
윤흥길·박범신·안도현, 세 거장이 불러낸 ‘문학 도시 익산’
한강노벨문학상 수상기념 1주년 시화전 열린다
인문학적 사유를 바탕으로 나만의 사진언어를 제시하다
[2026 전북일보 신춘문예 예심] “다양한 소재와 내면을 살피는 작품 다수…글을 끌고 나가는 힘 아쉬워”
전주문화재단, 2025 탄소예술기획전 개최
정상현 우석대 명예교수 대통령 표창
[결산! 전북문화 2025] ①희비 교차한 전북 미술계
창의와 열정의 주인공…2025 주민시네마스쿨 영상콘텐츠대잔치 시상식 개최
미소로 건네는 작은 평화⋯박종권 사진전 ‘보시니 참 좋았다’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장은영 동화작가-윤일호 ‘거의 다 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