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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문학에 깊이 더하고 국민과 바다 이어주길"

바다의 소중함을 알리고 해양문학 발전을 위해 제정된 제19회 바다문학상 시상식이 2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국제회의장에서 열렸다. 전북일보사와 ㈜국제해운이 주최하고 바다문학상운영위원회가 주관하는 제19회 바다문학상은 대상(시)에 정연정 시인, 본상(수필)에 김미정 수필가가 선정됐다. 찾아주는 바다문학상은 김영 시인에게 돌아갔다. 시상식에는 서창훈 전북일보사 회장, 윤석정 ㈜국제해운 대표이사, 류승규 군산지방해양수산청장, 소재호 바다문학상운영위원장, 백봉기 전북문인협회장, 서정환 신아출판사 대표, 이형구 전북시인협회장, 김현조 전주문인협회장, 정군수 시인, 이소애 시인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서창훈 전북일보 회장은 “올해 바다문학상 응모작이 유독 많았다. 심지어 해외에서 응모작이 왔을 정도로 바다문학상에 대한 문학적 성취와 권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며 “내년에 20주년을 맞는 바다문학상이 앞으로도 질적·양적으로 바다처럼 넓고 깊어지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윤석정 국제해운 대표이사(전북일보 사장)는 “내륙지방으로 이뤄진 전라북도는 바다에 관심이 크지 않다. 바다에 관심을 두게 하자는 의미로 바다문학상을 제정하게 됐다”며 “내년이면 바다문학상이 20주년이 된다.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맞이할 수 있도록 많은 분이 관심 가져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류승규 군산지방해양수산청장은 해양문학에 깊이를 더하고 국민과 바다를 가깝게 이어주는 바다문학상 운영위원회와 수상자들에게 감사를 전했다. 류승규 청장은 “바다는 삶의 터전이자 미래의 자산이다”며 “2007년부터 시작해 올해 19회에 이르기까지 바다문학상이 바다의 가치와 인식제고에 폭넓은 영향을 주고 있다”라고 했다. 이날 시상식에서 대상을 받은 정연정 시인에게는 해양수산부 장관상과 상금 300만 원과 순금 10돈이 수여됐다. 본상 수상자 김미정 수필가는 전북일보사 회장과 ㈜국제해운 대표이사 공동 시상으로 상패와 상금 300만 원을 받았다. 찾아주는 바다문학상 수상자인 김영 시인에게도 해양수산부 장관 표창과 순금 10돈이 수여됐다. 찾아주는 바다문학상을 받은 김영 시인은 “망해사 앞바다를 보면서 시인을 꿈꾸고 문학의 싹을 틔웠다. 망해사는 동해나 남해에 비해서 (물이) 깊지도, 맑지도 않다”라며 “하지만 아침저녁으로 확 달아오를 줄 안다. 망해사 앞바다의 낙조와 낙조를 바라보며 늙어가는 팽나무, 범종 소리와 함께 기쁨을 나누고 싶다. 앞으로 바다처럼 더불어 사는 삶을 살겠다”라는 소감을 밝혔다. 바다문학상은 바다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높이기 위해 매년 공모를 통해 선정하는 문학상이다. 올해는 4월 1일부터 30일까지 한 달간 전 국민을 대상으로 작품 공모를 진행했다. 접수 결과 시 부문에서 435명 1308편, 수필 부문에서 134명 271편 등 총 569명 작가의 작품 1579편이 접수됐다.

  • 문학·출판
  • 박은
  • 2025.07.02 18:25

냉철하고 단정한 언어로 '사랑'을 사유하다…김잠선 ‘이브의 지혜’

사람의 내면을 꿰뚫는 투명하고 냉철한 현상학적 시선과 다채롭고 흥미로운 이미지로 독특한 시 세계를 펼쳐온 김잠선 시인의 세 번째 시집 <이브의 지혜>(신아출판사)가 출간됐다. ‘사랑’을 주제로 펴낸 이번 시집은 사물과 내면을 골똘하게 바라보는 시인의 날카롭고 지적인 통찰과 예민한 감성이 어우러진 단정한 75편의 시가 수록됐다. 새로운 각도로 일상을 들여다보며 세상의 양면적 속성과 존재의 본질을 파고드는 철학적 사유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총 3장으로 구성된 시집은 1장 이브의 탄생에서 자신과 타자를 알아채는 이브의 세계를 담아냈다. 이브의 지혜라는 타이틀이 붙은 2장에서는 사랑과 이별을 극복한 이브가 다른 존재의 탄생과 성장을 이끄는 내용으로 채워졌다. 마지막 3장 판도라의 상자에는 현상을 이루는 이면들을 시편으로 표현한다. “바로, 그 순간/너는 있었다/존재자로서 다른 무엇이 있기 이전/그것은 무엇인가라는 물음을 지닌 채/기척도 없이/너는 있다가//(…중략…)//너를 생각하던, 바로/그 찰나/너는/있는 무엇으로/모든 현 존재자의 삶을/기약하며/너로부터 파생된/모든 물음을 묻는다//나는 그렇게 태어났다”(‘이브의 탄생1’부분) 김잠선의 시에는 욕망과 억압에 얽매인 존재들의 처절한 몸부림이 묻어있다. 시인은 내면을 응시하는 비평적 시선으로 어둠에서 빛을, 과거에서 미래를 응시하는 태도로 관조와 성찰의 시편을 선보인다. 장신대에서 서양철학을 전공한 시인은 전북대에서 흄의 미적 속성으로 석사와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위조예술을 주제로 논문을 준비하고 있으며 여러 기관에서 미학 강의도 진행하고 있다. 현재는 기린봉에 인문학당을 마련해 운영하며 청년 후학 양성에 힘쓰고 있다. 펴낸 시집으로는 <이브의 관점>과 <아담의 아들>이 있다.

  • 문학·출판
  • 박은
  • 2025.07.02 18:25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이경옥 동화작가-로이스 로리 '기억전달자'

글을 쓰고 있는 오늘, 여름의 태양이 강렬하게 내리쬐고 있다. 빨간 태양은 불길처럼 타오르고 해가 질 때는 사위어가는 빛깔로 눈길을 사로잡는다. 나뭇잎들은 금방이라도 초록 물이 주르륵 흐를 것 같다. 아무리 바빠도 계절에 따른 변화를 민감하게 느낄 수밖에 없다. 여름 한가운데에 놓인 여러 색깔과 형태의 다름은 다양한 감정을 불러온다. 하지만 우리가 사는 사회에 색깔이 사라진다면, 계절이 사라진다면, 감정을 표현하지 못한다면, 선택하지 않아도 먹는 것과 직업에 대한 고민이 없어지고, 아이를 낳지 않아도 배급받을 수 있다면, 나이가 들어도 질병이나 죽음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감정의 동요 없이 일상을 맞이하고 보낼 수 있다면 어떨까? 무채색의 사회, 변화가 없어서 ‘늘 같음 상태’를 유지하는 사회라면? 위와 같은 사회를 보여주는 작품이 ‘로이스 로리’의 ⟪기억 전달자⟫이다. 작품 속 사회는 모든 것이 규격화되어 있다. 아이를 낳는 산모가 따로 있고, 차이가 가져오는 사회적 혼란을 막기 위해 거울도 없는 사회, 자전거를 탈 수 있는 나이도 정해져 있고, 주머니가 있는 재킷을 입는 것도 선택할 수 없다. 1년에 50명의 아이만 낳을 수 있는 사회, 배우자도 신청해야만 한다. 이곳은 공동체에 적합한 사람이 되도록 표준화된 교육을 받는다. 가정마다 스피커가 있어서 모든 것을 통제한다. 마치 ⟪1984⟫나 ⟪멋진 신세계⟫처럼 암울한 미래 세계를 보여준다. 살아가다 보면 예상치 못한 일에 당혹스럽기도 하고, 위험한 일에 직면할 때도 있다. 그럴 때마다 인간의 나약함에 무기력해지기도 하지만 끝끝내 이겨내기도 하고, 반전이 펼쳐지기도 한다. ⟪기억 전달자⟫속의 규격화된 사회도 흔하지 않지만 우발적 상황을 맞닥뜨린다. 이에 대처하기 위한 최후의 처방은 ‘기억 전달자’이다. 기억은 과거로부터 모든 어려운 상황을 겪어낸 경험의 축적이다. 이곳에서는 누구도 기억을 가지지 못한다. 즉, 색깔, 계절, 사랑, 할머니, 할아버지, 죽음, 전쟁, 고통, 행복, 크리스마스의 저녁, 썰매, 언덕, 냇가, 초록의 나뭇잎 등을 기억 전달자 외에는 아무도 모른다. 우리가 일상에서 너무 쉽게 얻을 수 있는 것들이 사라진 도시. 그러나 ‘늘 같음 상태’가 유지되어야 평온하다고 여기는 이곳도 우발적인 현상 앞에서 당혹스러워한다. 그것을 해결할 수 있는 게 과거의 기억이다. 기억은 평안함을 위한 처방전인 셈이다. 과거 선조들이 경험했던 기억들. 그 사회에서 주인공 ‘조너선’이 12살이 되던 해 직업 직위를 받는데 ‘기억 전수자’가 되어 기억 전달자로부터 그동안 알지 못했던 감정들을 하나씩 전수받는다. 그러면서 자신이 속한 사회가 철저하게 비정상적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아버지가 산모들이 낳은 아기들을 키우는 보육사이면서도 몸무게가 미달 된 아이들을 임무해제 시키는 것을 목격하고 절망한다. 임무해제는 이 사회에서 필요 없는 존재를 죽이는 것이다. 아무런 죄의식 없이 몸무게가 미달 되거나 밤에 우는 아기들은 임무해제 시킨다. 조너선은 기억 전달자로부터 사랑과 기쁨, 고통, 전쟁, 추위, 햇볕의 따스함, 가족의 일상, 하늘에서 내리는 눈에 대한 감촉들을 느끼며 용기라는 감정을 전수받고 자신이 사는 곳으로부터의 탈출을 꿈꾼다. 조너선의 집에서 돌보던 가브리엘은 밤에 운다는 이유로 임무해제를 앞두고 있다. 조너선은 어두운 밤, 가브리엘을 자전거에 태우고 마을을 떠난다. 마을을 벗어나자 비를 맞기도 하고, 배가 고파 산딸기나 냇가에서 물고기를 잡아 허기를 채우며, 눈보라 속에서 추위에 떤다. 평온하고 안락한 것을 버리고 오직 기억 전달자가 전해준 따스함과 사랑을 기억해내며 발길을 멈추지 않는다. 조너선이 선택한 삶은 평온을 깨뜨린 것이다. 평온 대신 인간의 희로애락을, 많은 감정을, 자연에 펼쳐진 색깔을, 계절을 얻었다. 이제 일상은 위험과 고통, 인내와 고난과 아픔과 상처, 슬픔, 우울, 연민, 증오, 체념 등을 안고 살아내야 한다. 그러나 조너선의 선택에 위로를 건네지 않으련다. 입체적인 일상 속에서 다양한 삶의 결을 느낄 수 있으니까. 다양한 기억을 소유하고, 자신의 기억까지 만들어가는 삶은 누군가의 길잡이가 될 것이라 믿는다.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힘겨운 시간도 미래의 등불이리라. 이경옥 동화작가는 2018년 전북일보 신춘문예에 동화 <두번 째 짝>으로 등단했다. 이후 2019년 우수출판제작지원사업과 지난해 한국예술위원회 ‘문학나눔’에 선정됐으며, 2024년 안데르센상 창작동화부문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그의 저서로는 <달려라, 달구!>, <집고양이 꼭지의 우연한 외출> 등이 있다.

  • 문학·출판
  • 기고
  • 2025.07.02 18:25

후쿠시마 원전 참상, 사진소설로 재탄생 ‘파라-다이스’

어떤 사건은 쉽사리 잊히지 않는다. 대체 왜? 라는 물음에 사로잡혀 형언할 수 없는 고통의 시간에 머무르게 한다. ‘만약에’라는 가정으로 수없이 친 가슴에는 결국 ‘그 순간 우리는 무엇을 했나?’라는 분노가 들어찬다. 2011년 천재(天災)와 인재(人災)가 겹쳐 일어난 동일본 대지진 사건을 목도한 이들이 그렇다. 그들이 겪은 고통은 생과 맞닿아 있어 더욱 가혹하다. ‘지금, 여기’의 문제지만, 무색무취의 방사능이 사라졌다고 망각한 국가정책은 언젠가 삶을 송두리째 흔들지 모른다는 두려움으로 다가온다. 그래서 재일조선인 작가 故서경식은 사진작가 정주하(67)에게 후쿠시마 사진 프로젝트를 제안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방사능을 기록하고, 기억할 사람이 반드시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정주하 작가는 2015년부터 후쿠시마 희망목장의 소들을 사진에 담기 시작했다. 동일본 대지진으로 원자력발전소가 파괴되고 방사능에 노출된 소들은 버려졌다. 죽음만 남은 땅에서 한 목부는 소들이 자연사할 때까지 돌보겠다며 희망목장을 운영하게 된다. 정주하 작가가 소들을 찍은 연작에 붙인 제목은 '파라-다이스'이다. 거부 혹은 확장이라는 의미를 가진 그리스어 접두사 ‘파라(para-)’에 ‘죽음(dies)’을 결합했다. 인간의 과오로 고기가 될 운명에서는 벗어났지만 인간 세상에서는 거부당한 아이러니가 내포되어 있다. 지난 1일 전주의 한 카페에서 만난 정주하 작가는 “희망목장에 있는 소들을 보면서 제 방식으로 재해석하며 사진으로 기록했다”며 “죽이지 않아 죽지 못하는 소들이고, 죽지 않기 때문에 살아가야 하는데 어쩌면 삶이 죽음보다 고통스러울 수 있다는 의미가 담겨있다”고 설명했다. 2019년까지 이어진 '희망 목장' 에 대한 기록을 최근 사진소설집 <파라-다이스>(연립서가)로 출간했다. 정주하의 연작 사진에 소설가 백민석과 황모과의 소설을 엮었다. 2023년 별세한 서경식 작가가 기획한 책으로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인한 참상을 사진과 소설로 표현했다. 백민석의 소설 ‘검은 소’는 무국적자처럼 살아온 재일조선인 출신 게이코가 남편의 폭력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도망친 죽음의 땅이 된 후쿠시마로 향하는 이야기다. 황모과 소설 ‘마지막 숨’은 2023년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로 죽은 인어 고기를 먹고 목장의 소들이 불로불사하게 된다는 이야기다. 2810년 인간은 죽지 않는 소들을 우상화하지만 소들은 전설과 신화가 되기를 거부하며 죽음을 택한다. 작가의 사진에서 출발한 소설은 외형상 ‘사진소설’로 볼 수 있지만, 단순한 결합이 아닌 세계를 구성하고 있는 요소(언어와 이미지)를 절취하여 또 다른 세계로 형성됐다. 이미지와 텍스트가 충돌하면서 서로를 보완하고, 더욱 풍성하고 생생한 세상을 보여주는 것이다. 정 작가는 “그동안은 이미지에 텍스트가 결합된 출판물은 종종 접할 수 있었지만 소설이라는 장르적 시도는 흔치 않았다”며 “사진과 문학을 결합해 새로운 장르가 만들어졌다는 것이 독특한 지점”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깨달은 것이 있다"며 "범람하는 사진으로 인해 사진이 없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이렇게 문학과 결합돼 새 장르로 탄생돼 즐거웠다"고 덧붙였다.

  • 문학·출판
  • 박은
  • 2025.07.02 16:55

최수란 시인, 첫 시집 '당신의 어둠을 가질 수 있겠습니까' 출간

최수란 시인이 첫 시집 <당신의 어둠을 가질 수 있겠습니까>(시인동네)를 시인동네 시인선 255번째 책으로 펴냈다. 이번 시집은 등단 절차를 생략한 채 세상에 내민 시인의 첫 언어다. 그 언어는 부서진 채로도 여전히 타자를 향해 열려 있으며, 시는 관계의 윤리에서 출발해 끝내 타자에게 도달하려는 시적 여정으로 읽힌다. 문학평론가 오민석은 해설에서 이 시집을 바흐친의 ‘다성성’ 이론을 통해 조망한다. 시인의 언어는 단일한 목소리가 아닌, 끊임없이 다른 발화자와의 응답 속에서 구성된다. 독백과 진술이 아닌 질문과 응답, ‘너에게로 가는 먼 길’이라는 제목처럼 이 시집은 너와 나, 자아와 타자 사이의 거리를 가늠하고, 떠난 자와 남은 자, 말해지지 않은 이름들을 불러내는 시적 공간이다. 본문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밤”과 “바람”은 실존의 불확실성과 상실을 상징하는 이미지다. 하지만 시인은 사라짐을 단순한 소멸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는 ‘사라진 것들’을 끌어안고, 그들과의 관계를 복원하려는 시적 몸짓을 이어간다. 또 이 시집은 텍스트 내부에서도 다성적인 구조를 지닌다. “나”, “너”, “당신”, “사람” 등 다양한 주체들이 한 편의 시 안에서 공존하고, 시인은 자신의 목소리를 타자의 자리로 내어주며 듣는 태도를 실천한다. 최수란의 시는 불확실한 세계를 향해 질문을 던지며, 말해지지 않은 존재들을 끝내 호명하고자 한다. 그 호명이야말로 사라진 것들의 존재 가능성을 증명하는 시적 윤리이자, 이 첫 시집이 우리에게 건네는 가장 조심스럽고도 단단한 요청이다.

  • 문학·출판
  • 전현아
  • 2025.07.02 16:54

조두진 작가 연작소설 '365번째 편지' 출간

4가지 색깔의 사랑을 담은 연작소설이 나왔다. 기자이자 소설가로 활발히 활동 중인 조두진 작가가 네 가지 사랑의 빛깔을 담은 연작소설집 <365번째 편지>(이정서재)를 출간했다. 이번 소설집은 사랑을 말하지 못한 사람, 사랑을 알아보지 못한 사람, 그리고 너무 늦게 서로를 알아본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사랑의 본질과 상처를 조용히 되묻는다. 총 네 편으로 구성된 이번 연작 가운데 첫 작품 ‘이치카’는 너무나 사랑했기에 오히려 사랑한다고 말하지 못한 한 남자의 이야기다. ‘365번째 편지’는 첫눈에 운명을 알아본 한 사람이,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는 상대를 애타게 바라보는 이야기다. 작가는 이 작품 속 질문을 통해 전체 연작의 정서를 압축한다. “왜 나는 당신을 첫눈에 알아봤는데, 당신은 나를 알아보지 못했을까?” ‘리에의 사랑’은 사랑이 아닌 이유로 사랑을 묻어야 했던 사람의 슬픈 선택을, 마지막 작품 ‘못생긴 여자는’은 변한 것은 하나도 없는데 여전히 예쁜 얼굴인데 왜 그 사람은 못생긴 사람이 돼버리는가를 묻는 난처하고 고통스러운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조 작가는 “사랑은 언제나 양방향으로 흐르지 않는다”며 “먼저 알아본 사람과 끝내 알아보지 못한 사람 사이에는 침묵의 시간이 길게 흐를 뿐”이라고 말한다. 그는 이어 “첫눈에 반한다는 것은, 연인 스스로는 알지 못하지만 사실 두 사람이 오랜 세월 서로를 찾고 기다려온 결과일지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365번째 편지>는 각기 다른 방식으로 사랑을 마주한 네 인물을 통해, 독자에게 자신의 사랑은 어떤 색인지 돌아보게 만든다. 누구의 이야기에 마음이 가장 먼저 닿는지에 따라, 독자는 자신이 어떤 사랑을 그리워하는지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조 작가는 임진왜란 말기 일본군 장교의 시선을 통해 전쟁의 참혹함을 그린 장편소설 <도모유키>로 제16회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했다. 경북 안동의 400년 된 무덤에서 발견된 ‘원이 엄마의 편지’에서 영감을 받은 소설 <능소화>는 출간 직후 베스트셀러에 올랐으며, 필리핀 이주노동자의 삶을 다룬 단편 <게임>으로 근로자문학제 대통령상을 받은 바 있다.

  • 문학·출판
  • 전현아
  • 2025.07.02 16:18

공동체 위한 리더의 자질, 무엇이어야 할까

‘어떤 사람이 공동체의 리더가 되어야 할까. 리더가 갖추어야 할 기본과 덕목은 무엇일까.’ 30여 년의 공직 생활과 변호사 활동을 통해 공동체의 가치와 시민 상생, 공익 실현을 고민해온 이건리 변호사가 신간 <공동체를 살리는 리더의 품격>(지식과감성)을 펴냈다. 2년 전 출간된 <공동체를 살리는 리더의 기본>에 이은 두 번째 리더십 저서다. 이 변호사는 “아무나 리더가 될 수 없고, 아무나 리더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며, 진정한 리더십의 품격에 대해 성찰한다. 책은 다년간의 공적 직분 수행과 분쟁 현장에서 체득한 경험과 통찰을 바탕으로, 공동체를 살리는 리더의 자질을 네 가지로 정리하고 이를 다시 열 가지 키워드로 풀어낸다. 그가 첫 번째로 제시하는 자질은 ‘공감하는 사람’이다. 진실과 정직, 신뢰를 바탕으로 말과 행동이 일치하고, 구성원들로부터 믿음을 얻는 인물이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두 번째는 ‘헌신하는 사람’이다. 구성원을 섬기는 자세와 함께, 기꺼이 책임을 감당하고 자율·책임·분업·협업의 조화를 통해 성과를 창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세 번째는 ‘희망을 주는 사람’이다. 순리와 상식, 비전, 공정성과 정의를 갖춘 인물이어야 구성원에게 희망과 방향을 제시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네 번째는 ‘통합하는 사람’이다. 포용의 리더십과 함께, 만기친람하지 않고 인치(人治)가 아닌 시스템으로 조직을 이끄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이 변호사는 “요즘 우리 사회에서 진정한 리더십이 실종됐다”며 “삶 속에서 마주치는 작지만 의미 있는 순간들을 통해 리더로서의 품격을 실천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또한 “누구나 완벽할 수는 없지만, 공동체의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품격은 갖춰야 한다”며 “거창한 구호가 아닌 실천적 태도야말로 진정한 리더십의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이건리 변호사는 서울대 법과대학 재학 중 제26회 사법시험에 합격, 사법연수원 16기 수료 후 1990년 검사로 임용됐다. 2009년 검사장으로 승진해 2013년까지 검찰에 몸담았으며, 현재는 법무법인(유한) 동인에서 파트너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특히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데 깊은 관심을 갖고 다양한 공익 활동에 힘쓰고 있다.

  • 문학·출판
  • 전현아
  • 2025.07.02 15:25

공연이 피서다!…전주 도심 곳곳서 시원한 예술 무대

연일 이어지는 폭염 속, 문화예술 공연장들이 더위도 식힐 다채로운 무대로 시민들을 초대한다. 전주시립예술단의 연합공연 ‘해어화’를 비롯해, 클래식 시리즈 비르투오조의 두 번째 무대 ‘쇼팽’, 그리고 국내외 소외아동을 위한 뮤지컬 공감콘서트까지, 7월 첫째 주 전주 곳곳에서 예술이 숨 쉰다. △ 전주시립예술단 연합공연 ‘해어화’ 전주시립예술단은 오는 4일과 5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연지홀에서 창작음악극 ‘해어화’를 무대에 올린다. 이번 작품은 하영준 원작, 백하룡 각색, 조민철 연출, 이정호 작곡으로 새롭게 재구성된 종합극으로, 뮤지컬·연극·국악가요·한국가곡·동요·클래식·트로트·엔카·창작무용 등 다양한 장르가 결합된 복합예술 무대다. 젊고 신선한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이 시대극은 관객에게 한국적 미학과 감성, 그리고 NT(뉴 트렌디)한 로맨스를 함께 선사할 예정이다. 총 3막으로 구성된 작품의 총감독 겸 지휘는 심상욱 전주시립국악단 지휘자가 맡았으며, 조민지(소율 역·전주시립극단), 김보경(연희 역·전주시립합창단), 이건일(윤우 역·전주시립극단) 등이 주요 배역으로 출연한다. 공연 시간은 4일 오후 7시 30분, 5일 오후 4시. 티켓은 R석 1만 원, S석 7000원으로 나루컬쳐에서 예매할 수 있다. △ 2025 비르투오조 시리즈 두 번째 무대: 조재혁의 ‘쇼팽’ 전주 문화공간이룸에서는 오는 5일 오후 5시, 피아니스트 조재혁의 ‘낭만의 비르투오조, 쇼팽’ 무대가 열린다. 이번 공연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공연예술창작주체 지원사업에 선정된 ‘너머의 예술–이룸’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진행된다. 유럽과 아시아를 무대로 활발히 활동 중인 조재혁은 독보적인 해석력과 깊은 감수성으로 주목받는 연주자다. 이날 무대에서는 쇼팽 특유의 즉흥성, 시적 감수성, 구조적 긴장감이 어우러진 대표작들을 선보일 예정이다. 주요 프로그램은 ‘즉흥곡 1번 A♭장’, ‘발라드 1번 g단조’, ‘발라드 4번 f단조’, ‘피아노 소나타 3번 b단조’ 등으로 구성된다. 예매는 네이버에서 ‘비르투오조 시리즈’를 검색하거나 전화(063-223-5323)로 문의하면 된다. △ 아트컴퍼니 두루 ‘소외아동돕기 뮤지컬 공감콘서트’ 뮤지컬 창작집단 아트컴퍼니 두루는 오는 5일 오후 6시 30분, 전주 중부비전센터에서 ‘국내외 소외아동돕기 뮤지컬 공감콘서트(Musical24 공감콘서트)’를 개최한다. 이번 공연은 극단 골무와 공동 주최하며, 수익금 전액은 국내외 소외아동 지원을 위한 후원금으로 기부된다. 공연에는 ‘뮤지컬팀 반짝’과 ‘뮤지컬플레이어’, ‘극단 골무’가 출연해 다양한 장르와 세대를 아우르는 무대를 선보인다. 전 세대가 함께 즐길 수 있는 뮤지컬 넘버와 스토리텔링 중심의 구성으로, 관객들에게 따뜻한 울림과 감동을 전할 예정이다. 공연 문의 및 참여 신청은 전화(010-4919-7936)로 가능하다.

  • 전시·공연
  • 전현아
  • 2025.07.01 16:27

세계 11개국 청소년들, 전주서 '춤으로 말해요'

전 세계 청소년들이 ‘춤’으로 우정을 나누는 무대가 전주에서 펼쳐진다. 사단법인 국제청소년연합(IYF)이 주최하고 전주시가 후원하는 제13회 2025 세계문화댄스페스티벌이 오는 3일 오후 7시, 전북대학교 삼성문화회관에서 열린다. 이번 축제에는 치열한 예선을 거쳐 선발된 11개국 11개 청소년 댄스팀이 참가한다. 각국의 전통문화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창작 댄스 공연을 선보이며, 언어와 피부색을 넘어 문화로 소통하는 무대를 꾸밀 예정이다. 출전 국가와 공연작품은 △몽골팀 ‘더 에로우 레슨’ △키리바시팀 ‘더 벌드 플라잉 투 호프’ △미얀마팀 ‘라이즈 어게인’ △케냐팀 ‘쿰부카’ △태국팀 ‘매지컬 타일랜드’ △멕시코팀 ‘피에스타’ △우크라이나팀 ‘베레히냐’ △인도팀 ‘군즈나’ △파라과이팀 ‘조아주’ △홍콩팀 ‘우멍’ △필리핀팀 ‘끼낭’ △한국팀 ‘부채춤’ 등으로, 각 나라의 정체성을 담은 다채로운 스토리텔링 퍼포먼스가 준비돼 있다. 지난달 말부터 참가국들의 입국도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파라과이(30명), 케냐(35명), 우크라이나(17명), 필리핀(25명), 미얀마(26명), 인도(23명), 멕시코(30명), 태국(36명), 몽골(34명) 등 총 400여 명의 청소년들이 한국에 도착했으며, 전북 도내 여러 지역에서 숙식하며 공연 준비에 한창이다. 특히 올해 행사는 참가자와 관객 모두에게 더욱 따뜻한 경험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지역 내 30여 개 음식점과 업체들이 식사와 물품을 후원하며 세계 청소년들을 환영하고 있다. 장영철 세계문화댄스페스티벌 조직위원장은 “춤을 매개로 다양한 문화와 가치가 어우러지는 이번 페스티벌이 한국문화를 세계에 알리고, 전북과 전주시가 글로벌 문화도시로 도약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경연을 마친 참가자들은 1주일 동안 전주 일대에 머물며 시민들과 교류하고, 도내 주요 관광지를 둘러볼 예정이다. 이후 이달 6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리는 ‘2025 IYF 월드문화캠프’ 전야제를 시작으로 약 2주간 한국에 체류하며 마인드 강연회, 문화 아카데미, 한국문화 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이어간다.

  • 전시·공연
  • 전현아
  • 2025.07.01 14:48

화려했던 전북 연극, 전국 최하위 예산에 설자리 잃었다

과거 화려했던 전북 연극이 쥐꼬리 예산과 행정의 무관심으로 설 자리를 잃고 있다. 국내 최고 권위의 대한민국연극제로 향하는 관문인 전북연극제 예산이 수년째 2000만원 남짓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전북 연극이 중앙 무대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대한민국연극제에서 다섯 번의 대통령상을 받으며 전국적으로 주목받던 전북 연극의 명성을 되찾을 수 있도록 지자체의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다. 30일 전북도에 따르면 올해 전북연극제는 도비 보조금 2300만원으로 치러졌다. 3개 팀이 출전해 극단별 700만 원 정도로 연극제를 준비한 셈이다. 1985년 시작된 전북연극제는 지역을 대표하는 연극 행사이자 창작 예술의 꽃을 피울 수 있는 중요한 무대로 꼽힌다. 특히 국내 최고 권위의 대한민국연극제로 향하기 위해 거쳐야 하는 필수 관문이다. 하지만 전북도의회에서 합당한 기준 없이 문화예술 예산을 무더기로 삭감하면서 최대 4000만 원이 지원되던 전북연극제 예산이 2015년부터 2600만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이후 2017년까지 2000만원의 예산으로 행사가 치러졌고, 가까스로 예산이 증액되면서 2018년부터 현재까지 2300만원의 예산으로 운영되고 있다. 대한민국연극제 본선에 진출한 단체에 주어지는 예산도 턱없이 부족하다. 전북연극제에서 최우수 작품상을 받은 단체에 2000만원의 본선 진출 지원금이 지급된다. 본선 진출 지원금으로 연극제가 열리는 공간 규모에 맞춰 무대를 수정하고, 식사와 숙박, 이동 경비까지 모두 해결해야 한다. 올해 전북연극제에서 최우수 작품상을 받은 까치동의 정경선 연출가는 “전북연극제를 준비하려면 극작부터 무대연출, 연기까지 최소 2~3달을 투자해야 한다”며 “그런데 그 기간 동안 연극제를 준비하는 스태프와 연기자에게 돌아가는 돈은 고작 30만 원이 전부”라고 털어놨다. 적은 예산을 출전하는 팀들이 쪼개서 갖다 보니 연극의 질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실제 공간 대관료부터 조명, 무대 제작, 의상, 소품, 인건비까지 700만 원으로 충당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상황이 열악하다 보니 인건비를 아끼기 위해 사람 한 명이 여러 가지 역할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했다. 전북연극협회가 공개한 ‘2024년 시‧도별 연극제 보조금 현황’을 보면 전국 16개 시‧도 가운데 2023년 사고지회로 지정된 전남을 제외하면 가장 적은 예산이다. 지난해 시·도별 예산을 살펴보면 △전남 3500만원 △전북 4300만원 △제주 4500만원 △경북 5500만원 △강원 5600만원 △충남 6000만원 △충북 6400만원 △경기 1억800만원 △경남 1억8000만원 순으로 집계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전북연극제 참여 자체를 꺼리거나 예선에 출전했더라도 대회 참가를 두고 고민하는 분위기가 심심찮게 발견된다. 조민철 전북연극협회 회장은 “다른 시도와 비슷한 수준으로는 지원이 되어야 하는데, 몇 년째 똑같다. 연극제 치르고 나면 다들 적자”라며 "예산이 빠듯하다 보니 작품 수정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적절한 지원과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전북도는 “매년 도의회에 연극제 예산 증액을 요청하고 있지만, 심의를 넘기지 못하고 있다”라며 “지역 연극 발전과도 맞닿아 있는 만큼 예산 증액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 문화일반
  • 박은
  • 2025.06.30 18:03

제51회 전주대사습놀이 판소리 명창부 장원에 최호성 씨

제51회 전주대사습놀이 판소리 명창부 부문에서 최호성(38·광주광역시) 씨가 장원을 차지했다. 제51회 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제43회 전주대사습놀이 학생 전국대회가 30일 본선을 끝으로 24일간의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지난달 7일부터 30일까지 전주대사습청을 비롯해 한국전통문화전당, 우진문화공간, 전북특별자치도청, 전주 천양정, 국립무형유산원 등 다양한 장소에서 내로라하는 실력자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특히 올해 전국대회는 일반대회 부문에서 고법 신인부와 판소리 신인부를 폐지하고 고법 명고부와 무용 전공부를 신설 개편하는 등 전국대회 수준 격상을 위한 변화도 시도됐다. 올해 역시 투명하고 공정한 전국대회 진행을 위해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판소리 명창부 본선 심사 청중평가단을 공개 모집 운영됐다. 이번 대회에는 판소리 명창부 15명, 농악부 5팀 193명, 무용 명인부 21명, 민요 명인부 25명, 고법 명인부 13명, 가야금병창 명인부 18명, 기악부 34명, 무용 일반부 33명, 판소리 일반부 14명, 시조부 40명, 무용 전공부 11명, 고법 일반부 22명, 궁도부 312명 등 모두 563팀 751명이 출전했다. 장원(대통령상)에 오른 최호성 씨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 11명의 심사위원에게 94.4점, 50명의 청중평가단에 3.5점을 받아 총 97.9점으로 대통령상과 함께 상금 7000만 원을 수여했다. 이날 최 씨는 ‘심청가’ 중 ‘인당수 빠지는 대목’을 열창해 관객들의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이영희 심사위원장은 “51회를 맞은 전주대사습놀이가 해마다 발전하는 모습에 심사위원장으로서 자부심을 느낀다. 올해는 초등학생이 현악부 본선에 오르고, 남성 소리꾼의 활약이 두드러지는 등 질적·양적으로 의미 있는 성과가 많았다. 오늘의 수상이 끝이 아닌 시작이 되길 바란다"고 총평했다. 장원 최호성 씨는 ”소리꾼의 길이 쉽지 않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기에 이번 장원은 더욱 값졌다“며 ”변성기와 생계의 벽을 넘으며 지켜온 판소리, 그 울림이 누군가에게 닿았기를 바란다. 이 상이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 생각하겠다“고 수상소감을 밝혔다. ◇제51회 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 부문별 입상자 △판소리 명창부=장원 최호성(광주광역시) △가야금 병창 명인부=장원 박지원(충남 아산시) △기악부=장원 이동건(서울 송파구) △민요 명인부=장원 김리한(경기 하남시) △농악부=중앙대학교 중앙타악연희단 △무용 명인부=장원 박차은(전북 정읍시) △시조부=장원 최한규(경북 구미시) △판소리 일반부=장원 김승국(전북 부안군) △무용 일반부=장원 동우진(서울 성북구) △궁도부=장원 박병수 (전남 여수시) △고법 일반부=장원 천선우(서울 구로구) △무용 전공부=장원 이가원(인천광역시 부평구면) △고법 명고부=장원 김영주(서울 금천구) ◇제43회 전주대사습놀이 학생 전국대회 부문별 입상자 △판소리=장원 김현서(국립국악고 3학년) △가야금 병창=장원 김은채(국립전통예술고 1학년) △관악부=장원 서수연(국립국악고 2학년) △민요부=장원 박세인(국립전통예술고 3학년) △현악부=장원 김태연(국립전통예술중 2학년) △무용부=장원 김연진(원미고 3학년) △농악부=장원 국립전통예술중학교 △고법부=장원 이준우(국립전통예술고 3학년) △시조 초등부=장원 이로하(덕산초 4학년) △판소리 초등부 저학년=장원 이승우(고창초 4학년) △판소리 초등부 고학년=장원 임사랑(목포백련초 6학년)

  • 전시·공연
  • 전현아
  • 2025.06.30 18:03

“박동진 선생 무대 보고 입문⋯판소리에 인생 걸었다”

전주대사습놀이 판소리 명창부 장원에 최호성(38) 씨가 이름을 올렸다. 올해로 두 번째 출전인 그는 30대 젊은 나이에 장원의 영예를 안으며, ‘연륜’ 중심의 전통 판소리 무대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었다. 최 씨가 소리 길에 들어선 건 여덟 살 무렵. 우연히 관람한 고(故) 박동진 명창의 무대에서 울고 웃는 관객들의 모습이 어린 마음에 강한 인상을 남겼다. “무대 위 모습이 너무 멋있어서, 부모님께 졸라 배우기 시작했죠.” 그의 수상은 단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앞서 도전했던 ‘전주대사습놀이’는 4~5년 전 첫 도전에서 예선 상에 머물렀다. 최 씨는 “이번엔 그저 방송에 내 소리를 한번 실어보자는 게 목표였는데, 장원까지 하게 돼 얼떨떨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장원이라는 결과 뒤엔 매일같이 연습실에 출퇴근하며 쌓은 시간이 있었다. “퇴근하면 연습실로 가고, 자고 출근하고 또 연습했죠. 특별한 비결은 없어요. 그냥 그렇게 살았습니다.” 그는 현재 국립창극단 창악부에서 활동 중이다. 한때 심한 변성기로 인해 소리를 포기할 뻔했지만, 수술과 재활을 거치며 목소리를 회복했다. 그는 “주변에서도 다 말릴 정도로 심했는데, 다행히 회복이 되어 지금까지 소리를 이어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전통 판소리의 위축된 현실도 언급했다. 최 씨는 “시대 흐름 속에 전통 판소리가 자꾸 뒷전으로 밀려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이번 수상이 전통예술 계승에 작게나마 힘이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최근 몇 년간 젊은 남성 소리꾼의 부재가 지적되는 가운데, 최 씨는 “먹고 사는 현실을 무시할 수 없는 게 사실”이라며 “저 역시 같은 고민을 겪어왔기에 무조건 하라고는 말 못하겠지만, 뜻이 있다면 길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번 장원수상은 그에게도 “새로운 출발점”이다. 최 씨는“이번 수상은 끝이 아니라 시작입니다. 더 좋은 소리로 보답하겠다”며 앞으로의 포부를 밝혔다.

  • 전시·공연
  • 전현아
  • 2025.06.30 18:02

믿고 보는 유휴열 미술관 기획전, 전주의 풍류를 들여보다

유휴열 미술관(관장 유가림)에서 준비한 7월 기획전이 눈길을 끈다. 수십 명의 작가가 참여하는 기획으로 전주와 풍류를 각기 다른 방식으로 풀어냈기 때문이다. 1일부터 열리는 ‘2025 AP111 풍류‧전주’ 기획전은 우리 시대의 ‘풍류’를 탐색한다. 코로나부터 이어진 침체기에서 벗어나 각자의 자리에서 새로운 작품을 선보이자는 기대와 소망의 의미도 담겨있다. 전시는 한국미술경제 월간지 <아트프라이스>에서 국내 미술계의 지역 소식을 전하는 편집장, 리포터,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며 인연을 맺은 24명의 미술인들이 참여한다. 이들은 각자가 바라본 풍류 전주가 무엇인지 근원적 질문을 던지고 작품으로 완성한다. 각기 다른 영역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자리에서 풍류를 다면적으로 접근한 결과물들을 관람할 수 있다. 김운규, 손일 등 24명의 작가가 내놓은 24점의 작품은 20여 년 동안 미술인으로 지내면서 터득해 온 경험과 연륜을 예술적 관점으로 빚어 시각화했다. 경험이라는 프리즘을 통해 전주와 풍류를 들여다본 것이다. 이번 전시는 회화부터 설치까지 다양한 장르를 쉼 없이 넘나들어 지루할 틈이 없다. 유가림 관장은 “AP111은 마니프 서울 국제 아트페어에서 인연이 닿은 미술인과 아트프라이스에서 활동한 미술인들이 2003년도에 결성해 현재까지 서로 예술적으로 교류하며 작품 활동을 펼치고 있는 모임”이라며 “지속적인 소통과 교류를 통하여 문화예술의 확산과 방향 제시를 추구하는 모임인 만큼 이번 기획전 풍류 전주에서도 다채로운 작품들을 관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시는 27일까지 이어지며 월요일은 휴관한다.

  • 전시·공연
  • 박은
  • 2025.06.30 18:01

먹고 체험하고 즐겨라…전주문화재단 '당신의 맛, 전주의 맛'

전주의 음식문화와 지역 정체성을 조명하는 특별한 체험 프로그램이 마련된다. 전주문화재단(대표이사 최락기)이 넷플릭스 드라마 콘텐츠와 연계해 전주의 음식문화를 나누는 경연‧체험 프로그램 ‘당신의 맛, 전주의 맛’을 7월 4일과 11일 2차례 한국전통문화전당에서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번 행사는 전주를 배경으로 촬영되고 전주 음식이 주요 콘텐츠로 활용된 넷플릭스 드라마 <당신의 맛>을 중심으로, 음식 인문학과 대중 콘텐츠가 만나는 색다른 문화 경험을 제공하고자 기획됐다. 프로그램은 총 2회로 구성되며, 드라마 푸드 총괄 디렉터의 강연과 드라마 속 음식 조리 체험이 각각 진행된다. 첫 번째 프로그램인 ‘눈으로 보는 맛’은 오는 4일 오후 7시 한국전통문화전당 교육실에서 열린다. 이 자리에서는 드라마 <당신의 맛>의 푸드 총괄 디렉터이자 식공간디자인 그룹 꾸밈 김민지 대표가 참여해 전주 음식이 드라마 속에서 어떻게 연출됐는지, 음식 콘텐츠 기획 배경과 촬영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려줄 예정이다. 이어지는 두 번째 프로그램 ‘당신의 손맛’은 11일 오후 7시 한국전통문화전당 조리체험실에서 열린다. 참가자들은 드라마에 등장한 섭산적과 당근 김밥의 조리 시연을 관람하고, 직접 당근 김밥을 만들어보며 드라마 속 음식을 현실에서 체험해 볼 수 있다. 이번 프로그램은 참가비 무료이며, 음식과 인문학에 관심 있는 전주 시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참가 신청 및 자세한 사항은 전주음식이야기 누리집(jeonjufoodstory.or.kr)에서 확인하면 된다.

  • 문화일반
  • 박은
  • 2025.06.30 14:10

2025 전주세계소리축제, 소리프론티어 참가자 공개 모집

전주세계소리축제조직위원회(이하 소리축제)가 한국 전통음악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창작자들을 대상으로 ‘2025 소리프론티어’ 참가자를 모집한다. 접수는 다음 달 3일 오후 3시까지 온라인으로 진행된다. ‘소리프론티어’는 전통음악의 저변을 확장하고 국악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기 위해 2010년부터 시작된 소리축제의 대표 신진 아티스트 발굴 프로젝트다. 올해로 15회째를 맞은 이 프로그램은 지금까지 총 43개 팀을 발굴해 말레이시아 페낭 재즈페스티벌, 일본 스키야키 미츠 더 월드 등 세계 유수의 무대에 소개하며 국내 전통음악의 해외 진출을 도왔다. 올해 소리축제는 문화체육관광부와 (재)예술경영지원센터가 주관하는 ‘장르별 시장 거점화 지원 사업’의 전통 장르 대표 축제로 선정되면서, 전통음악 유통을 위한 플랫폼 ‘소리 NEXT’를 새롭게 선보인다. 이에 따라 ‘소리프론티어’ 역시 단순한 경연이 아닌, 전통음악 창작자와 음악시장을 잇는 과정 중심의 플랫폼으로 변화해 운영된다. 모집 대상은 한국 전통음악을 기반으로 한 고유의 레퍼토리를 보유하고 있으며, 야외에서 60분 이상 공연이 가능한 개인 또는 음악 단체다. 국악과의 단순한 합주 형식을 지양하고, 국내외 음악시장 진출에 의지가 뚜렷한 팀이라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다. 단, 국공립 문화예술기관에 소속된 단체(단, 전체 연주 인원의 20% 이하 허용), 학교나 종교기관 산하 단체, 초중고 및 대학 재학생 중심의 동아리는 참가할 수 없다. 또 선정팀 전원이 7월 19일(토)부터 21일(월)까지 진행되는 합숙 워크숍과, 8월 13~14일 사이에 열리는 쇼케이스 및 부대 프로그램에 반드시 참여해야 한다. 참가 신청은 소리축제 공식 홈페이지 공지사항에서 구글폼 링크(https://link24.kr/1xyoOwL)를 통해 가능하다. 신청서 작성과 함께 2개의 연주 영상(링크 불가), 3개 이상의 음원 파일, 개인정보 동의서를 압축한 ZIP 파일을 제출해야 한다. 심사는 1차 전문가 평가를 거쳐 10개 팀을 선발하며, 2차 실연 심사를 통해 최종 4개 팀을 선정한다. 최종 결과는 다음 달 12일 오후 7시 30분, 전주 남부시장 모이장에서 발표된다. 선정된 팀들은 8월 본 축제 기간 중 ‘소리 NEXT’ 쇼케이스 무대에 오르며, 관객 투표를 통해 최종 1위 팀이 현장에서 발표된다. 선정팀에게는 공연료와 기술지원, 영상·사진 기록, 국내외 전문가 멘토링 및 네트워킹, 향후 국내외 진출 기회가 주어진다. 특히 최종 선정된 1개 팀은 오는 9월 말 또는 10월 초 예정된 해외 쇼케이스 무대에 초청되며, 항공 및 숙박 전액 지원을 받는다. 김희선 소리축제 집행위원장은 “2025 소리프론티어는 단순한 경연을 넘어, 창작자들이 글로벌 무대로 도약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기반을 제공하는 데 방점을 뒀다”며 “예술적 실험성과 전통의 정신을 아우른 창작자들이 이 기회를 발판 삼아 세계로 나아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자세한 내용은 소리축제 공식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하며, 관련 문의는 이메일(soriprogram5@sorifestival.com)로 하면 된다.

  • 전시·공연
  • 전현아
  • 2025.06.29 18:15

신앙과 지역의 미래가 만나다…가톨릭 공직가족 피정대회에서 전북 2036 하계올림픽 유치활동

전북도가 추진 중인 2036 하계올림픽 유치활동이 전국 단위 신앙행사와 결합해 전국적인 공감대 확산의 기회를 만들고 있다. 지난 28일 전남 나주 종합스포츠파크에서 개최된 제40회 가톨릭 공직가족 피정대회 현장에서 전북도는 올림픽 유치를 위한 홍보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쳤다. 1984년을 시작으로 매년 전국 순회로 개최되는 대한민국 가톨릭 공직가족 피정대회는 전북도에서도 전주(1986), 익산(2000), 군산(2013) 등지에서 3차례 개최된 바 있다. 현재 전북에서는 도청을 비롯한 14개 시군에 3500여 명의 가톨릭 공직가족이 있으며, 매월 청내 미사를 봉헌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전국의 가톨릭 공직자와 가족 등 약 2000여 명이 참석한 이번 피정대회는 ‘네 이름이 무엇이냐’를 주제로 공직자의 소명을 다시 새기고, 믿음 안에서 봉사와 헌신을 다짐하는 신앙과 휴식의 시간이었다. 이 자리에서 도는 2036 하계올림픽 유치 캠페인을 전개하며 참가자들에게 유치 배경과 비전, 지역의 준비 상황을 알리고 지지를 호소했다. 공직자와 가족들이 자발적으로 홍보 슬로건을 외치며 전국적인 응원 분위기가 형성되기도 했다. 전북도는 2025년 2월 대한체육회로부터 국내 유치 후보 도시로 최종 선정된 이후, 유치 TF 구성과 국제대응 전략 수립, 전국 캠페인, 지자체 연대 등 유치 기반을 넓혀가고 있다. 이번 피정대회는 종교와 지역 비전이 결합된 새로운 홍보 플랫폼으로, 전국 각지에서 모인 공직자 신앙공동체를 통해 유치 공감대를 확산하는 의미 있는 계기가 됐다. 도 관계자는 “올림픽 유치는 전 세계에 전북을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며 “공직자와 가족, 국민 모두가 하나 되어 함께 염원해 줄 때 가능성이 현실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종교
  • 박은
  • 2025.06.29 18:15

34년 전통 ‘판소리 다섯 바탕의 멋’, 전주 여름을 울린다

한국 전통 판소리의 진수를 한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는 무대가 올여름 전주를 찾는다. 제34회 ‘판소리 다섯 바탕의 멋’ 공연이 다음 달 1일부터 5일까지 닷새간 전주 우진문화공간 예술극장에서 개최된다. 우진문화재단이 주최하고 전북특별자치도가 후원하는 이번 공연은 판소리 다섯 마당(춘향가·심청가·흥보가·수궁가·적벽가)을 정통 유파를 대표하는 명창들이 하루 한 바탕씩 올리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1991년 첫 무대를 연 이래 30여 년 넘게 이어져 온 이 공연은 전통 판소리의 보존과 계승은 물론, 예술적 완성도를 갖춘 공연으로도 인정받아 왔다. 매해 여름 전주를 대표하는 전통예술 기획공연으로 꾸준히 관객들의 발길을 모으며, 귀명창들뿐 아니라 젊은 관객층까지 아우르는 문화 소통의 장으로 자리매김했다. 올해 무대에는 동편제와 서편제, 보성소리, 동초제 등 각 유파의 특색이 뚜렷한 다섯 명창이 출연해 판소리의 깊이와 생명력을 전한다. 먼저 다음 달 1일 화요일 첫날 공연은 국립창극단 부수석 단원 유태평양이 미산제 흥보가로 막을 연다. 소리 신동으로 불리며 성장해온 유태평양은 담백하고 절제된 붙임새 속에서도 화려한 시김새를 살려내는 감각으로 주목받는 소리꾼이다. 특히 ‘가난타령’, ‘제비 다리 고쳐주는 대목’, ‘박 타는 대목’ 등 주요 장면에서 익살과 품격이 어우러진 흥보가의 미덕을 풍성하게 전할 예정이다. 둘째 날에는 연극과 창극, 창작 판소리까지 넘나드는 다재다능한 소리꾼 정은혜가 박초월제 수궁가를 무대에 올린다. 동편제 계열의 강한 고음과 유려한 구성미가 특징인 이 유파는, 토끼와 자라 등 동물 캐릭터의 의인화와 해학적인 요소가 어우러져 판소리 고유의 극적 즐거움을 배가시킨다. 약 1시간 35분간 이어지는 밀도 높은 구성은 정은혜의 개성 있는 소리 해석으로 생동감을 더할 예정이다. 3일에는 영화, 방송, 무대 등 다방면에서 활약 중인 이봉근이 박봉술제 적벽가를 들려준다. 남성적인 기백이 짙게 묻어나는 이 유파는 장쾌한 전투 장면과 강렬한 감정 표현이 특징으로, 이봉근 특유의 폭발적인 성량과 에너지 넘치는 소리가 무대를 장악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4일에는 고제(古制) 소리의 품격을 지닌 김세종제 춘향가가 민은경의 목소리를 통해 무대에 오른다. 보성소리의 전통을 계승하고 있는 민은경은 맑고 단단한 음색에 뛰어난 연기력을 겸비해 섬세한 부침새와 성음의 조화를 아름답게 풀어낸다. 고전미 넘치는 춘향가의 정수를 오롯이 전하는 무대가 될 전망이다. 마지막 날인 5일 오후 2시에는 전북특별자치도 무형유산 보유자 장문희가 동초제 심청가를 선보인다. 동초 김연수 명창의 계보를 잇는 장문희는 동초제 특유의 극적 구성과 음악적 완성도를 깊이 있게 펼쳐내며, 구조적 완성도와 표현의 섬세함이 조화를 이루는 동초제의 미학을 관객들에게 고스란히 전달할 예정이다. 이번 공연을 이끄는 김보라 우진문화재단 이사장은 “‘판소리 다섯 바탕의 멋’은 단순한 공연을 넘어 우리 소리의 뿌리를 지키고 미래로 이끄는 전승의 장”이라며 “세대와 시대를 아우르는 예술 소통의 장으로, 앞으로도 전주를 대표하는 전통공연으로 자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연은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는 오후 7시, 토요일은 오후 2시에 열린다. 전석 1만 원이며, 예매는 인터파크와 전주티켓박스를 통해 가능하다.

  • 전시·공연
  • 전현아
  • 2025.06.29 18:15

이정란, 교단 떠나 예술로 피어나다…'내 마음의 정원'

중학생 소녀에게 도화지는 해방구였다. 쳇바퀴 같은 생활 속에 숨이 막힐 때마다 명화집을 보면서 똑같이 따라 그렸다. 혼자만의 작품이었지만 그는 고흐도 되고 마네도 되었다. ‘즐겁다!’ ‘더 하고 싶다’ 가슴이 탁 트이는 해방감과 즐거움을 그때 맛봤다. 전북대학교 미술교육학과를 졸업한 후 1년 6개월 동안은 작업에만 몰두했다. 그러나 교사 임용 후 36년 동안은 미술 교사로 지내면서 창작활동과는 자연스레 멀어졌다. 교사는 학교가 세상의 전부여야 하기 때문이었다. 창작에 대한 갈증은 컸지만 ‘못해요’가 허용되지 않는 입시 시스템 안에서 교사로서의 삶에 충실할 수밖에 없었다. 평생을 교육자로 지내던 이정란(63)은 오는 8월 퇴직을 앞두고 깨달았다. 이제는 내 이야기를 작품으로 보여줘야 한다는 것을. 자신을 위해 창작에 대한 목마름을 채우고, 인생 2막을 준비해야 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교사’라는 외피를 벗겨내고 있는 이정란 작가는 오는 7월 2일까지 우진문화공간 갤러리에서 개인전 <내 마음의 정원>을 연다. 초기 대형 회화작부터 수공의 과정이 돋보이는 줌치 공예까지 32점을 선보인다. 전시를 앞두고 지난 25일 이정란 작가를 우진문화공간에서 만났다. 교사로 36년, 그동안 어떻게 작품 활동을 참았을까. 전시장에는 강렬한 색감과 개성 넘치는 작품들이 가득했다. 작가의 기억 속에서 추출한 감정과 정서를 찢고, 자르고, 오리고, 꿰매어 시각적 이미지로 풀어낸 그림에 눈을 뗄 수 없었다. 드로잉과 채색을 통해 완성된 작품들은 즉흥성과 치밀함이 공존하고, 조화로운 이미지로 신세계를 펼쳐냈다. 그동안 창작에 대한 아쉬움이 컸다는 작가는 예술적 영감을 얻기 위해 스크랩북도 따로 만들어 끊임없이 동기를 부여했다. 미술관도 자주 찾고, 신문이나 책을 읽으면서 창작의 연료로 쓰일 땔감을 비축했다. 퇴근 후에는 개인 작업에 집중하던 시기도 있었다. 무엇보다 학생 작품 지도에 정성을 쏟았다. “한국전통문화고 재직 당시 시간을 쪼개서 창작활동을 병행했는데, 밤새 작업에 몰두하고 출근하고를 반복하다 보니 몸에 탈이 났어요. 그때 남편이 건강을 해치면서까지는 안 했으면 좋겠다고 해서 작품 활동을 줄이게 됐죠” 창작을 향한 작가의 오랜 갈증은 다행스럽게도 도화지에서는 농밀한 색채로, 전시장에선 깊은 공감으로 자신에겐 즐거움의 밑거름이 되었다. 이정란 작가는 “작품 활동은 즐거움의 연속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변화는 성장의 과정이고, 예술의 궁극적인 목적은 행복"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학생들도 즐겁게 그림을 그렸으면 한다"면서 "전시장을 찾는 관람객들도 저의 작품을 보면서 행복하고 즐거웠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인터뷰를 마친 뒤 그는 “그냥 오지 말라고 할까 생각했다”며 “그래도 얼굴이나 보면 좋겠다 싶어서 따로 연락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래도 다행스럽게도 그의 삶을 마주 앉아 들을 수 있었다. 퇴직 후 어떻게 지낼 생각이냐는 질문에 작가는 세계미술관 방문부터 패션 디자인까지 여러 계획을 털어놨다. 그렇게 작가로서의 인생 2막을 준비하는 그에게 그림은 목표도, 미래도, 꿈도 아닌 현재 그 자체였다. 항상 목말라했던 창작 활동이 지금부터 다시 본격 시작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 전시·공연
  • 박은
  • 2025.06.29 14:44
문화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