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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전주세계소리축제 리뷰] 전주세계소리축제 속의 월드뮤직 공연들

올해 여름에도 전주세계소리축제는 한반도의 음악 애호가들을 즐겁게 할만한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닷새 꽉꽉 채워 준비하였다. 예년처럼 우리 전통음악 기반 무대가 대부분인 가운데, 클래식 혹은 팝 장르 외연에 쉽게 포섭되지 않는 이른바 월드뮤직 범주의 인상적인 공연들이 섞여 있었다. 이중 스페인 성악 앙상블 ‘비구엘라’의 무대를 가장 기억에 남는 연행으로 꼽겠다. 이들의 음악에는 다양한 기타류 현악기에 더해 유리병, 종, 삽, 그리고 항아리를 막대에 붙여 만든 가내수공업 버전의 레벡(유럽의 찰현악기)이 사용되었으며, 박수 소리로 이끌어지고 고양되는 리듬 속 힘 충만한 노래들이 세련되게 수놓아졌다. 인류의 삶 속에서 음악이란 주변 일상 환경의 사물과 소리의 가능성으로부터 우러나는 것임을 새삼 보여주는, 그리하여 먼 동네의 소리와 그에 묻은 문화의 형상을 감각하게 하는 높은 완성도의 공연이었다고 생각한다. 8월 16일 명인홀에서 열린, 제4회 <아시아 월드뮤직 어워드> 수상자 ‘미야타 마유미’의 쇼(shō) 독주는 압도적이었다. 일본 궁중음악에서부터 현대음악사의 최전선에 있는 작곡가들의 작품까지를 숨 막히는 집중력으로 40분여 이어 나가는 모습을 더 많은 관객들에게 보여주지 못해 아쉬울 정도였다. ‘디아스포라’라는 축제 키워드를 잘 보여준 <윤은화의 양금로드> 무대 초입에서는 양금의 친척들인 중동의 산투르 및 중국의 양친 등이 한반도의 양금과 번갈아 등장하였다. 풍성하고 즐거운 비교 음악적 경험을 제공하면서, 음악적 전통들이 어떻게 세계와의 다양한 교류 속에서 탄생하는지를 보여주는 기획이었다고 여겨진다. 폐막일 저녁 야외무대를 연 ‘시부시 치리멘타이코’의 공연도 즐거웠다. 다양한 크기의 타이코(대고, 즉 큰북)를 중심으로 한 타악 앙상블을 선보인 이들은 청소년 중심의 젊은 공연단으로, 앳된 모습에서 도무지 나올 것 같지 않은 힘과 절도, 합을 보여주었다. 중간중간 일본 전통문화를 테마로 한 연주 요소들을 통역 해설과 함께 삽입하며, 타국의 관객들을 위한 문화번역의 노력을 세심히 보여주었다. 이렇게 올해도 소리축제는 좋은 기량과 빛나는 기획의 여러 소리들을 소리문화의전당 무대에 성공적으로 초대하였다. 그렇지만, 여전히 한반도 밖 ‘세계의 소리’들이 ‘세계소리’축제에서 ‘변죽’ 내지 ‘고명’을 넘어서지 못한다는 인상이 없어지지 않는 것은 아쉽다. 국가의 이름을 달아 만든 기획 꼭지 [스페인 포커스]는 사실상 두 팀뿐이라 의도가 읽히지 않았고, 몇 무대는 다른 주요 무대 앞이나 사이에 삽입된 느낌을 떨쳐내기 어려웠다. 고즈넉하고 흥겨운 어쿠스틱의 미학을 보여준 비구엘라의 무대가 밴드-팝 앙상블의 증폭된 음향 사이에 끼어 상대적으로 초라해지는 대신 결이 맞는 팀들과의 라인업 속에서 드러났다면 어땠을까. 시부시 치리멘타이코의 타악이 한국의 청소년 앙상블과 나란히 배치되어 비교 감상이라는 ‘세계음악적’ 경험으로 묶이었다면 어땠을까. 하루 정도는 국내외 다양한 소수 장르 연주자나 악단에 초점을 두는 밤을 구성하였다면 어떨까. 비중 확대는 어렵더라도, 구성과 배치에 있어서의 아이디어들을 통하여 낯설고 귀한 타지의 소리들을 좀 더 아름답고 의미있게 전달하는 전주세계소리축제로 한 걸음 더 발전할 수 있지 않을까, 애정을 담아 제언해 본다. 박종현 전통음악평론가는 국민대학교 교양학부 겸임교수이며, 재단법인 월드뮤직센터에서 기획을 맡고 있다. 인류학 연구자이자 대중음악 창작·연행자이기도 하다. 제11회 국립국악원 학술상 평론부문을 수상했으며, 창작자로서 독집 음반(<생각의 여름>)이 EBS SPACE 공감의 <2000년대 한국 대중음악 명반 100>에 선정되기도 했다.

  • 전시·공연
  • 기고
  • 2025.09.21 18:51

[리뷰] 국악과 양악의 조화에서 느껴지는 가능성과 숙제

광활한 중앙아시아가 자연스레 상상됐다. 드넓은 초원을 말발굽 소리로 뒤흔들던 칭키스칸의 후예처럼 혼이 깃든 연주와 자유로운 선율은 단숨에 관객을 압도했다. 지난 18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에서 국악관현악 교향곡으로 관객들을 위로하는 여정이 펼쳐졌다. 전북도립국악원 관현악단(예술감독 이용탁)이 정기연주회 ‘아루누보Ⅲ’에서 선보인 다채로운 레퍼토리는 국악 관현악의 대중화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도립국악원 관현악단은 묵직한 울림으로 첫 레퍼토리인 ‘교향시 심청’을 선보였고, 판소리 협주곡 ‘춘향가 中 님 그리는 대목’에서 장문희 명창을 내세워 소리의 자신감을 보여줬다. 몽골 전통 악기인 마두금과 현악기 양금의 유려하고 이색적인 협연 무대 ‘바람의 노래’는 전주에서 이전에는 보기 힘든 장면으로 관객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특히 이날 장문희 명창의 소리와 마두금·양금 협주곡은 티켓값 1만원을 주고 보기 미안할 정도로 수준이 높았다. 이날 공연의 핵심은 세계 초연으로 선보인 칸타타 대합창곡 ‘해원(解寃)’ 무대였다. 망자의 극락왕생을 빌고 천도를 기원하는 진도의 씻김굿을 관현악의 다양한 색채와 무가의 조합으로 연결해 총 5악장으로 써내려갔다. 망자의 극락왕생을 기원하며 이승에서 맺힌 원한을 씻어준다는 의미를 표현한 1악장 ‘천도’는 애조 띤 거문고와 남성 합창의 염불조의 저음이 귓가를 맴돌았다. 망자의 저승 천도를 비는 4악장 ‘길닦음’은 소리꾼 한단영을 중심으로, 무가와 애소리, 하적소리 등이 일품이었다. 멜로디와 리듬이 쌓이고 여창과 남창의 소리까지 맞물리면서 음들이 만개했다. 망자의 넋을 달래고 좋은 곳으로 천도를 염원하는 무속 행위를 한국무용으로 표현해 깊은 몰입감을 선사했다. 발군의 5악장 ‘종천’은 씻김굿의 마지막 절차로 굿소리를 듣고 찾아온 모든 귀신과 잡귀를 퇴송한다는 의미를 담아냈다. 관현악과 합창 그리고 남·여창 판소리와 소프라노의 소리를 한데 모아 밀물처럼 서서히 곡의 기운을 끌어올려 웅장함을 살려냈다. 누군가를 떠나보낼 때, 슬픔과 아픔은 한(恨)으로 읽힌다. 도립국악원 관현악단이 들려준 ‘해원’은 망자를 위로한다는 내용을 완전히 새롭게 재해석해냈다. 이날 공연에서 음향 볼륨 조절 실수로 소리꾼들의 소리가 관현악단 연주 소리에 묻히는 아쉬움도 남았지만, 30분가량의 긴 호흡을 연주와 객석이 공유하는 드문 기회였다. 다만 국악 관현악에 첼로와 호른, 성악과 합창 등 여러 서양악기가 동원돼 산만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고 국악과 양악의 인위적 결합에서 오는 부자연스러움도 있었다. 음악적 스펙트럼은 넓어졌지만, ‘전북도립국악원 관현악단’이 지닌 예술성을 제대로 보여줬는지는 미지수다. 지나치게 외부를 지향하기보다 진중하게 내공을 쌓고 제2의 도약을 시도할 필요도 있어 보인다.

  • 문화일반
  • 박은
  • 2025.09.21 18:50

박세혜 '전주장', 제31회 전국한지공예대전 '대상' 영예

박세혜 작가의 '전주장'이 제31회 전국한지공예대전 대상을 차지했다. 전주시와 전주문화재단(대표이사 최락기), 제31회 전국한지공예대전 운영위원회는 지난 19일 심사위원회(위원장 신탁근)를 열고 부문별 수상자를 선정했다. 올해 공모에는 전통 32점, 현대 51점, 문화상품·기타 20점 등 총 103점이 접수됐다. 심사 결과 △대상은 전통부문 박세혜 작가의 ‘전주장’ △최우수상은 현대부문 박경희 작가의 ‘My Collection’ △우수상은 전통부문 박인숙, 현대부문 손연화, 문화상품·기타부문 이수빈 작가 △장려상은 김성란·권효선·허부용·배나현·정지교 작가가 각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문화상품·기타 부문 최우수상은 손미애 작가의 ‘미니경대’에게 돌아갔다. 대상작 ‘전주장’은 유물 고증을 바탕으로 한 골격 위에 안방 가구 비례를 맞추고, 고운 색지로 모란·나비 문양을 정교하게 시문했다. 다양한 색한지 배접과 옻칠, 백동 장석 마감이 조화를 이뤄 완성도와 깊이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신탁근 심사위원장은 “전통부문은 유물 기반의 정형미와 색한지의 품격이 돋보였고 현대부문은 전통기법을 바탕으로 한 창의적 시도가 활발했다”며 “문화상품·기타부문은 한지의 견고함과 부드러움을 살린 기능성 작품이 눈에 띄었다”고 총평했다. 시상식은 내달 2일 오후 6시 2025 전주국제한지산업대전(전주한지문화축제) 개막식이 열리는 한국전통문화전당 특설무대에서 진행된다. 상금은 대상 1200만 원, 최우수상 500만 원, 우수상 200만 원이 각각 수여될 예정이다. 입상작 전시는 10월 2일부터 28일까지 한국전통문화전당 3층 기획전시실에서 관람할 수 있다.

  • 문화일반
  • 박은
  • 2025.09.21 09:38

제15회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국내·해외·청년 그랑프리 작가 선정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조직위원회는 제15회 그랑프리 수상자 3명을 선정했다고 21일 밝혔다. 심사는 총 1231점의 출품작을 면밀히 검토한 후 토론을 거쳐 심사위원 전원 합의제 방식으로 수상작을 결정했다. 제15회 그랑프리 국내작가 부문에는 최민렬(75·한국)의 작품이 선정됐다. 최민렬의 작품은 한글서예 필획의 태세와 완급, 글자의 바름과 기울어짐 등 다양한 변화를 통해 자유롭게 전개하면서 전통과 개성을 조화롭게 구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미래 한글서예 발전에 귀감이 되는 작품이라 호평했다. 해외작가 부문에서는 정라이더(69·중국)가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작품은 강한 필획과 장단 변화가 만들어내는 리듬감 넘치는 선율, 먹의 농담과 거친 붓결의 조화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조형 변화를 자유롭게 구사하여 예술적 생동감이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올해 처음으로 신설된 청년 그랑프리 부문은 김상년(47·한국)에게 돌아갔다. 한문과 한글서예를 두루 겸비한 탄탄한 기량을 바탕으로 절제된 자유로움과 균형 잡힌 결구, 필획 운용이 돋보였다는 평가다. 정도준 심사위원장은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주제와 취지에 걸맞게 전통과 창의를 조화롭게 구현한 작가들을 선정했다"며 "선정작들은 서예술의 현재와 미래를 함께 보여주어 앞으로 한국 서예의 세계적 위상을 높이고 한글서예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 추진에도 중요한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총평했다. 한편 제15회 2025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는 오는 26일, 한국소리문화의전당에서 개막식을 갖고 한 달간의 대장정에 들어간다.

  • 문화일반
  • 박은
  • 2025.09.21 09:38

김화숙&현대무용단 사포, 창단 40주년 기념 프로젝트⋯공연·사진집·사진전 아우른다

김화숙&현대무용단 사포(이하 사포)가 창단 40주년을 맞아 대규모 기념 프로젝트를 연다. 공연과 사진집, 사진전을 아우르는 이번 기획은 반세기에 가까운 시간 동안 몸으로 기록해온 예술의 궤적을 집대성하는 자리다. 핵심은 기념 공연 '구름이 흐르는 숲'이다. 오는 26~27일 군산 ‘공감선유’에서 열리는 이번 무대는 사포가 2020년부터 이어온 ‘공간탐색 프로젝트’의 네 번째 시리즈다. ‘공간탐색 프로젝트’는 전북자치도의 역사와 문화를 품은 특정 장소를 찾아 춤으로 시간의 기억과 공간의 흔적을 재해석하는 작업이다. 올해는 근대문화 도시 군산의 ‘공감선유’를 배경으로, 소나무 언덕과 대숲, 어머니 산 아래의 고요한 풍경 속에서 받은 위안을 무용으로 풀어낸다. 공연은 갤러리와 정원, 초가집을 무대로 삼아 장소 이동형으로 진행되며, 관객들에게 특별한 체험을 선사할 예정이다. 40주년 기념 프로젝트는 무대에 머물지 않는다. 무용단의 발자취를 사진으로 아카이빙한 사진집 <사포, Out of the stage>가 출간된다. 이 사진집은 1985년 창단 이후 국내외 무대에서 펼쳐진 주요 장면과 무용수들의 일상을 함께 담아냈다. 무대 위 긴장감 넘치는 동작과 리허설 현장의 땀방울, 그리고 공연을 준비하는 숨은 뒷모습까지 포착해 사포의 40년을 생생하게 기록했다. 또 사진전 ‘찰나의 춤, 영원의 몸짓’도 함께 열린다. 전시는 무대 위 순간과 무대 밖 일상을 병치해 ‘춤의 현재와 기억’을 시각적으로 풀어낸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사포의 무대에 꾸준히 함께해 온 민세기 사진 작가의 작품이 공개돼. 오랜 협업의 결실을 보여줄 예정이다. 사포는 1985년 창단 이래 지역과 시대를 아우르는 독창적인 레퍼토리로 한국 현대무용의 지평을 확장해왔다. 단체는 37회의 정기공연을 통해 거의 매년 새로운 창작품을 발표햇으며, 단원들의 역량을 키우기 위한 소극장 시리즈를 선보이며, 지난 40년 동안 이들은 실험적인 무대, 지역 공동체와의 협업, 국제 교류를 통해 한국 현대무용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왔다. 이번 40주년 프로젝트는 단순한 기념이 아니다. 무대 예술의 본질이자 한계를 넘어, 춤을 기록하고 남기는 또 다른 시도로 주목된다. 김화숙 예술감독은 “40년을 돌아보니 사포의 무대는 언제나 지금 여기의 삶과 긴밀하게 연결돼 있었다”며 “앞으로도 몸의 언어를 통해 새로운 세대와 대화하는 무대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 전시·공연
  • 전현아
  • 2025.09.18 16:46

행복과 사랑, 따뜻함 가득…송지호 개인전 '일상의 선물'

동글동글한 몸집에 반달 눈웃음을 지으며 꽃을 한아름 안고 있는 토끼, 어깨동무한 채 환하게 웃고 있는 토끼, 악기를 연주하고 연주소리를 듣고 있는 토끼…. 송지호 작가의 그림은 언제나 사랑스럽다. 보는 이로 하여금 절로 미소를 짓게 한다. 행복과 사랑, 따스함이 가득해 주목받는 전시로 꼽힌다. 이른바 ‘행복토끼’ 작가로 유명한 송지호 초대 개인전 '일상의 선물'이 30일까지 기린미술관에서 열린다. 작가의 작품 속에 주로 등장하는 토끼 캐릭터는 작가 자신과 딸을 상징한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가족에 대한 사랑과 유대를 시각화한 작품 35점을 사랑스럽고 익살스럽게 표현해 선보인다. 그의 대표작 ‘기분 좋은 하루’를 비롯해 ‘너라는 선물’, ‘설레임’ 등 작가 특유의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본 일상의 풍경과 희로애락의 순간을 만날 수 있다. 특히 아기자기하고 섬세하게 표현된 토끼와 일상의 감정을 동화적 상상력으로 풀어내 전시 몰입감이 준다. 사랑과 우정, 희망 등 순수한 감정 중심의 세계관이 차곡차곡 쌓여 관람객들에게 서사적 감동까지 선물한다. 송 작가는 작가노트를 통해 "이번 전시는 소소한 순간들을 모아 '일상의 선물'이라는 이름으로 담아냈다"며 "화려하지 않아도 충분하고, 시시해 보여도 소중한 그 모든 평범한 날들이야말로 삶이 건네는 가장 큰 선물임을 나누고자 한다"고 밝혔다. 원광대학교 한국화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한 송지호 작가는 다수의 미술대전 심사위원으로 활동했다. 전북도립미술관 서울관, 누벨백미술관, 인사아트센터 등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사단법인 한국미술협회, 우진문화재단 청년작가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 전시·공연
  • 박은
  • 2025.09.18 16:43

전주 야경과 어우러진 특별한 영화여행, '전주씨네투어X산책'

전주국제영화제(공동집행위원장 민성욱‧정준호)가 전주시와 함께 야외 무료 영화상영 ‘전주씨네투어×산책’을 10월 25일까지 진행한다. 전주시의 야경을 배경으로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 저녁에 열리는 이번 프로그램은 총 31편의 독립영화와 다채로운 작품을 무료로 선보인다. 19일 오후 7시30분 남부시장 천변 주차장 싸전다리 부근에서 상영되는 영화는 백승화 감독의 '걷기왕'이다. 다음날인 20일에는 김혜영 감독의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를 관람할 수 있다. 오는 26일과 27일에는 덕진공원 야호맘껏숲놀이터로 자리를 옮긴다. 이날은 특별단편영화 프로그램을 상영한다. 26일에는 실험적이고 창의적인 4편의 단편영화를 한데 묶어 상영한다. 영화 '몬스트로 옵스큐라', '뉴-월드 관광', '음어오아', '근본 없는 영화' 등을 만날 수 있다. 27일에도 단편영화 '찾아라! 데스티니' , '나에게 다가오면', '짱뚱이네 똥황토' 등 3편의 단편영화가 관객들을 기다린다. 10월에는 더욱 특별한 작품들이 준비되어 있다. 10월 10일 세병공원에서는 전 세계가 사랑한 음악가 류이치 사카모토의 마지막 연주를 담은 다큐멘터리 '류이치 사카모토 : 오퍼스'가 상영된다. 10월 11일에는 상반기 우천 취소로 아쉬움이 컸던 고양이의 모험을 담은 애니메이션 '플로우'를 관람할 수 있다. 10월 넷째주에는 덕진공원에서 '전주씨네투어×산책'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10월 17일 금요일 오후 7시 30분에 상영될 영화는 축구를소재로 한 '수카바티 : 극락 축구단'이다. 10월 18일과 10월 24일에는 4∼5편의 단편영화를 묶어 상영한다. 10월 25일 이성일 감독의 영화 '선데이리그' 상영을 끝으로 올해 전주씨네투어×산책 상영이 마무리된다. '전주씨네투어X산책'의 상영작과 상세 일정, 장소 정보는 전주국제영화제 공식 홈페이지와 전주씨네투어 홈페이지 공식 SNS에서 확인할 수 있다. 별도의 예매 없이 상영 당일 해당 장소를 방문하면 누구나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 영화·연극
  • 박은
  • 2025.09.18 16:42

음악으로 나누는 위로와 공감⋯이음음악협회, '기억의 정원2' 개최

지역 내 치매 가족을 위한 힐링 콘서트 ‘기억의 정원’이 다시 무대에 오른다. 이음음악협회는 오는 20일 오후 5시, 전주문화공간 이룸에서 ‘제2회 치매 가족을 위한 힐링 콘서트-음악으로 물들이는 기억의 정원’을 열고 치유의 메시지를 전한다. 이번 공연은 9월 21일인 ‘치매 극복의 날’을 기념해 마련된 것으로 치매 환자와 가족, 지역사회가 함께 치매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음악을 통해 위로와 공감을 나누는 뜻깊은 무대가 될 전망이다. 올해로 2회차를 맞는 이번 공연은 ‘배움과 치유’라는 두 축을 강화해 돌아왔다. 실제 이날 공연에 앞서 전주병원 신경과장 김지성 전문의가 강연자로 나서 ‘치매 예방과 관리’를 주제로 치매에 대해 올바른 인식을 갖고 일상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는 강연을 펼친다. 이후 무대는 바리톤 석상근, 소프라노 송난영, 테너 심용석, 첼리스트 김인하, 플루티스트 정현진, 피아니스트 박찬근 등 국내외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음악가들의 공연으로 채워진다. 이음음악협회는 “치매는 더 이상 환자 개인과 가족만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 공동체가 함께 안아야 할 과제”라며 “이번 ‘기억의 정원’은 전문의 강연을 통해 치매에 대한 지식을 나누고, 음악 공연으로 정서적 위로를 전달하는 이중적 의미의 무대다. 치매 극복의 날을 앞두고 시민 모두가 함께 공감하고 위로받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번 공연은 전석 초대로 진행되며, 치매 가족과 전주 시민 누구나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공연과 관련한 문의는 문화공간 이룸(063-223-5323)으로 하면 된다.

  • 전시·공연
  • 전현아
  • 2025.09.18 16:37

발랄한 영혼의 위로⋯ 이송희 시인 ‘내 말을 밀고 가면 너의 말이 따라오고’

“네 얼굴은 수시로 표정을 바꿨어/ 내 말을 밀고 가면 너의 말이 따라오고/ 한동안 어지러워서 한 곳을 맴돌았지/ 깍지 낀 연인들이 눈 밖으로 사라지면/ 가끔씩 멀리서 봄냄새가 흘러왔지/ 아침을 지나오다가 납빛이 된 네 얼굴/ 별들이 떨어져도 컵 속 물은 고요해/ 싸늘한 눈빛이 어제를 돌아 나올 때/ 모른 척 낯선 얼굴로 너는 또 문을 민다”(시 ‘회전문’ 전문) 어둠 속에서 발랄한 영혼의 시를 쓰는 이송희 시인이 시집<내 말을 밀고 가면 너의 말이 따라오고>(작가)를 펴냈다. 시집은 모두 4부로 나뉘어져 총 64편의 시조로 구성됐다. 이 시인은 시인의 말을 통해 “세상을 바꿀 수 없다면 마음을 불들이고 싶다”며 “시는 내게 다리 같고, 낡은 책 같고, 지울 수 없는 염료 같다”고 고백하며 시인의 삶과 시 쓰기가 결코 떼어 놓을 수 없는 일체(一體)임을 증명한다. 이번 시집에서도 시적 화자는 어떤 대상을 응시하며 주관적인 기억을 되살리는 작업을 반복하며 시를 쓴다. 눈에 들어온 사물과 풍경은 모두 화자의 개인적인 기억을 자극하는 매개체가 된다. 작품 속 배꼽, 철길, 꽃꽂이 같은 일상의 사소한 대상들은 시인의 내면을 자극하며 ‘나’와 끝내 함께하지 못한 ‘당신’을 불러낸다. 시집 곳곳에는 “우리는 약속처럼 간격을 유지했다”는 고백처럼, 좁혀지지 않는 거리와 어긋남의 슬픔이 번져 있다. 동시에 시인은 네트워크로 대체된 현대의 관계를 응시한다. 블로그의 ‘서로이웃’, 유튜브의 댓글, AI 쇼핑몰 같은 가상적 소통 속에서 드러나는 단절과 허망함을 담담하게 기록한다. 그러나 이러한 고독과 결핍은 오히려 생을 버티게 하는 힘이 되고, 발랄한 영혼의 숨결로 다시 태어난다. 이정현 문학평론가는 “시인의 발랄한 시들을 읽으며 느껴지는 희미한 슬픔은 결국 삶의 필연적 어긋남에서 비롯된다”며 “그럼에도 살아가야 하는 자의 슬픔, 그것이 이 시집이 품은 비애”라고 평했다. 이 시인은 2003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해, 가람시조문학상신인상, 오늘의시조시인상, 제20회 고산문학대산 등을 받으며 왕성한 창작활동을 펼치고 있다.

  • 문학·출판
  • 전현아
  • 2025.09.17 18:19

홍철기 시집 ‘사랑한 후에 마시는 요쿠르트는 맛있다‘

익숙한 삶의 장면을 낯설고도 새로운 이미지로 포착하는 홍철기 시인이 두 번째 시집 <사랑한 후에 마시는 요쿠르트는 맛있다>(더푸른)을 펴냈다. 첫 시집 <파프리카를 먹는 카프카> 이후 5년 만에 내놓는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서정적 감수성과 서사적 상상력이 어우러진 시 세계를 펼쳐 보인다. 시집에 수록된 56편의 시들은 정밀한 이야기 구조와 구체적인 언어들로 촘촘하게 엮었다. 더욱이 시인의 활달한 상상력은 시적 사유의 발효와 성숙을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섬세한 관찰력으로 별것 아닌 것에서 시작해 끝내 한 편의 아름다운 시가 되는 경이로움이 있다. 특히 시인은 ‘끝’이라는 이미지에 대한 울림을 시를 통해 보여준다. 끝의 실체는 소멸이 아닌 언어적 표현물의 사실과 관련되어 있음을 암시적으로 드러낸다. “끝을 입에 물었다/안에 머물러 나오지 않는 하루를 보낸다//혀를 반쯤 접어/읽지 말아야 할 오늘//그대는/부산행 밤기차를 타고/만날 수 없는 객실 번호를 쥐고 있다//무작정 펼친 치장 사이로 김이 서리고/사라지는 건 풍경이 아닌 이야기//도착 대신 끝이란 말을 적어 본다/물방울로 맺혀 흘러내리는 끝/안부가 그렇게 멀어졌다 (‘끝’ 부분) 시인은 끝의 이미지를 차용해 한 편의 드라마와 같은 전개 방식을 택했다. 단순히 이미지를 보여주는 데서 멈추지 않고 시인의 깊은 사유를 독자들이 오래 곱씹을 수 있도록 유도한다. 황치복 문학평론가는 해설에서 “시인은 다양한 방황과 일탈의 경험을 통해서 어떤 가치에 도달하고 있는데 이러한 현상도 또한 하나의 시적 진화이자 극적 드라마와 같은 현상으로 읽힌다”며 “두 번째 시집이 이룩한 시적 사유의 성숙과 시적 진화의 모습은 인식의 전환에 이르러 새로운 삶의 가능성을 발견한다”고 설명했다. 2012년 전북도민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됐고 2017년 <시와표현>에서 신인상을 받으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현재 한국작가회의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 문학·출판
  • 박은
  • 2025.09.17 18:17

조용한 용기를 건네는 송경숙 시집 '시간의 강 위에 핀 꽃'

계간 표현으로 등단한 송경숙 시인의 첫 시집 <시간의 강 위에 핀 꽃>(신아출판사)이 출간됐다. 자연을 향한 진득한 응시와 인간에 대한 웅숭 깊은 탐색으로 빚어낸 이번 시집에는 송 시인이 독자에게 건네는 ‘조용한 용기’가 담겨 있다. 시인의 시는 감정을 절제하면서도 그리움과 서글픔을 정갈한 언어로 형상화한다. 78편의 시들은 환상과 현실을 부지런히 오간다. 능소화, 민들레, 닥나무 같은 소재를 활용해 생명의 신비로움과 모성을 노래하고, 슬픔을 끌어안으며 인간의 상실과 애환을 담담히 읊는다. 시인이 끈기 있게 써내려간 서정의 세계는 따뜻하고 선한 울림으로 다가온다. “오늘이 내 생일이야/누군가의 축하를 기다리다/깜박 잠이 들었어/꿈속에서 혼자 흐느끼고 있었지//한 때는/나의 뜨거운 숨결을 느끼려/줄을 서서/사람들이 나를 찾아 왔었어//(…중략…)//사람들 손엔 뭔가 들려 있어서/아무도 나에게 귀 기울이지 않았어" ('공중전화' 부분) 시인은 추억을 되새김질하며 그리운 이들에게 편지를 띄운다. 궁핍하고 모질었던 생애와 평화롭던 순간들을 추억하기도 한다. 그렇게 살아온 세월을 돌이켜보며 인간과 자연, 사물과 사물이 교감을 이루는 조화로운 풍경 속에서의 삶의 존재를 파고든다. 평론가 소재호는 해설에서 “송경숙 시인의 시는 맑고 깨끗한 소녀적 정서를 노래하면서도 인생철학을 내재한다”며 “그의 시에서 진실은 서늘한 논변이 되고 목소리는 카랑카랑하게 울려 퍼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감성의 대량 방출은 절제하여 가만히 그리움이나 서글픔 정도의 정조로 시의 맥을 이끈다”고 덧붙였다. 완주에서 태어난 송 시인은 현재 신아문예작가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 문학·출판
  • 박은
  • 2025.09.17 18:17

김근 시론집 '다른 시간에 관한 몽상' 출간

김근 시인의 시론을 묶은 <다른 시간에 관한 몽상>(도서출판 기역)이 출간됐다. 시집 <뱀소년의 외출> <구름극장에서 만나요> <당신이 어두운 세수를 할 때> <끝을 시작하기> <Beginning the End> <에게서 에게로> 등 한국적 신화 상상력을 집요하게 파고든 시인의 시작노트와 일상 단상 등이 수록되어 있다. 김근 시론의 핵심은 ‘몸과 마음’이다. 시작(詩作)은 머리로 하는 것이 아니라 몸으로 익히고 마음으로 낳은 말들이라고 정의한다. 서울 변두리 판잣집과 골목, 호수 곁에서 보낸 유년의 기억들은 온통 흐물거리는 시로 가는 머나먼 여정을 풀어놓는 질료가 된다. 김근 시의 가장 큰 특징은 ‘모호성’이다. 시인은 자명하고 확고한 것들이 지금, 여기를 망치고 있다는 사실을 모두가 목도하고 있다고 표현한다. 다만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않고 몸으로 시를 읽고, 의미를 유추할 수 있도록 한다. 또한 쓰는 동안 수 없이 흥분과 좌절과 회의를 반복하면서도 그는 끝까지 쓰기의 우연과 즉흥을 유지하려 한다는 자신의 철학도 고백한다. 책에는 시론과 함께 시집을 준비하며 후배들과 나눈 대화록과 시집 <에게서 에게로> 출간 이후 인터뷰, 시 '분서' 연작을 마친 뒤 시를 모아 소설로 풀어낸 '소설 분서' 까지 다채로운 글들이 담겨있다. 시인은 펴내는 글에서 “시에 관한 산문들을 모았다”며 “시론을 의식하고 시를 쓰지는 않았다. 시론은 언제나 사후적이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시론이 써지는 순간, 시는 또 그 시론을 저만치 벗어나 있다. 이것이 시론의 운명이다”며 “나로서는 지난했던 이 여정 속에서 독자들이 내가 이처 발견하지 못한 것들을 발견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김근 시인은 고창에서 태어났다. 중앙대학교 문예창작과와 같은 대학 대학원을 마쳤다. 1998년 문학동네 신인상으로 등단했고 신화적인 상상력과 위력적인 리듬, 풍성하고 섬세한 시어로 평단과 독자에게 사랑받고 있다.

  • 문학·출판
  • 박은
  • 2025.09.17 18:17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오은숙 소설가-신영복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가도가도 부끄럽기만 한 세상에서 아무것도 뉘우치지 않겠다던, 이름만 대면 알 만한 내 고장 시인이 있었다. 그는 시의 이슬에 튄 몇 방울의 피를 훈장 삼아 문학을 길러냈다. 스물몇 해였던가. 그 마음을 닮겠다고 다짐하였으나 내가 마주한 것은 언제나 늪이었다. 이제 와 돌아보니, ‘자기 위안’만 남는 한계였다. 이럴 때 환기(喚起)의 시간은 어디에서 오는가. 이른 시기에, 내 고장을 거쳐간 수인이 있었다. 전주교도소에 머물며 “녹두장군의 농민군이 전주성을 공략할 때 넘었다던 완산칠봉”을 애정의 눈으로 바라보았다던 실천가이자 사상가. 1968년, 스물네 살에 강단에 선 신영복 선생은 어떤 이유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그해 겨울, 선생은 ‘빙광’에서 희망을 찾았다. 빙광은 얼음에 비친 빛이 공중으로 반사되는 현상이다. 기온이 일정 온도 이하로 내려가야만 자기 숨결로 만들어진, 벽에 달라붙은 성에에 비친 빛을 볼 수 있다. “빙광이 날카로워지면서 파릇한 빛마저 내뿜는 때를 가장 좋아한다”고 선생은 말했다. 선생은 혹한이 주는 고통조차 진실을 마주하는 창으로 여겼다. 날이 풀려 자기 입김이 만들어낸 성에가 “느릿느릿 벽을 타고 기어내리”는 것을 보면 공포스럽다고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첫 장에서 고백한다. 염치없는 ‘자기 위안’이 만연한 시대에 물리적 한계를 넘어 실천적 의지가 만들어내는 용기와 통찰을 느낀다. 진실을 마주하는 자에게 따라다니는 한없이 깊은 사유를 본다. “인간을 사랑할 수 있는 이 평범한 능력이 인간의 가장 위대한 능력이다. 따라서 문화는 이러한 능력을 계발하여야 하며, 문명은 이를 손상함이 없어야 한다.” ‘사랑은 경작되는 것’에서 알 수 있듯 선생은 인간에게서 희망 찾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책을 읽다 보면, 수감자라는 이유가 학문에 대한 열정을 식게 만들 수 없음을 발견한다. 감옥 안에서 서예와 독서를 이어가는 것 또한 마찬가지다. 쇠창살 안에 갇힌 몸이지만 부모, 형제는 물론이고 형수나 계수, 조카와의 소통을 소홀하지 않은 것 또한 페이지 마다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청구회 추억」에서는 아이들과 함께 키워 간 선생의 한없는 인본주의의 극치를 엿본다. 인공지능이 사람의 정서를 대변하는 시대에도 오롯이 느껴질 키득거림과 들뜸, 애잔함이 뒤엉킨 장면에서 느껴지는 선생의 정신은 오히려 더욱 드높다. “기쁨과 마찬가지로 슬픔도 사람을 키운다는 쉬운 이치를 생활의 골목골목마다에서 확인하면서 여름 나무처럼 언제나 크는 사람을 배우려 합니다.” 슬픔 또한 선생을 좌절시키지 못한다. 극한의 추위 속에서도 꺾이지 않는 인간 주체로 남고자 했던 선생에게 어찌해도 지지 않는 의지를 배운다. 세속적⸳물리적 공간에 매인 선생의 환기는 빙광을 통한 무한한 우주로의 사유 확장이었다. “아무것도 뉘우치지 않을란다”던 내 고장 시인과 달리, 선생은 숙고의 시간을 거쳐 자신과 세상의 관계를 새로이 쓰고자 했다. ‘자기 위안’ 대신 날마다 새로운 성좌를 키웠다. 어떤 이에게 희망은 오래된 고성에서나 피어나는 작은 풀, 납작 찌그러진 채 구르는 페트병 같다. 허리를 숙여야만 겨우 닿는다. 선생이 찾은 혹한의 빙광처럼 절박한 환기다. 그것은 냉철한 예지의 날을 세워 선생의 글을 마음에 새기는 용기다. 머리맡에 두고 날마다 실천적 의지를 다지는 책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이다. 오은숙 소설가는 2020년 전북일보 신춘문예에 소설이 당선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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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9.17 18:16

[2025 전주세계소리축제 리뷰] 선명(善鳴)한 소리꾼들의 존재증명

당대의 명문장가 한유가 친구 맹교에게 보낸 「송맹동야서(送孟東野序)」에는 음악 또는 소리란 무엇인가 하는 그의 통찰이 드러난다. 그런데 그 통찰이 너무도 그럴듯하다. “음악이란 것은 가슴 속에 답답한 것이 있어서 밖으로 새어 나온 것이니, 그중 소리를 잘 내는 것을 선택하여 이것을 빌려 소리를 내게 하였다.” 하늘은 선명(善鳴), 곧 ‘잘 우는’ 자(것)를 선택하여 울도록 하였다. 한 사람의 소리꾼은 그저 재주가 뛰어난 것이 아니라, 곧 잘 울기에 하늘이 선택하여 울도록 한 것이다. 2025년 전주세계소리축제 ‘성악열전’ 시리즈에 선택된 범패의 동희 스님, 가곡의 조순자, 경기민요의 이춘희, 그리고 순창 금과들소리는 그 표현이 적실한 소리꾼들이다. 특히 세 분의 여성 가창자들은 각 장르에서 최고의 어른이지만, 전성기가 지나고 있기에 예전만큼 짱짱한 소리가 나올까 하는 염려도 있었다. 하지만 당대 최고의 예인들과 한 공간에서 같은 공기를 공유한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값어치가 있는 것 아니겠는가? 범패는 불교의례 음악으로, 고도의 학습이 필요해 이를 전문으로 하는 ‘재승(齋僧)’ 또는 ‘어산(魚山)’ 집단이 존재한다. 전통적으로 이 집단은 남성 중심이었는데, 이곳에서 동희 스님은 최고의 어산, 이른바 ‘어장(魚丈)’에 오른다. 범패의 명인이었던 송암 스님에게 배운 소리를 당대 최고의 경지로 끌어올렸다. 전주세계소리축제에서 그의 무대는 치열한 예매 경쟁 끝에 소수만이 경험할 수 있었으며, 정교하고 엄정한 소리로 종교음악의 극치를 보여주었다.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이자 창작 성악곡으로도 활용되는 가곡의 최고 명인은 영송헌 조순자이다. 소녀 같은 성품과 목소리를 지닌 그는 80대에도 맑은 소리를 구사하며, ‘풍류방 한바탕’ 무대로 옛 가객들의 소리판을 재현했다. 세세한 뜻을 몰라도 한 음 한 음을 수놓듯 만드는 소리에 관객은 깊이 감동했다. 대중적 성악곡인 경기민요의 대표 명창은 이춘희다. 꽹과리를 치며 부른 ‘회심곡’은 세월이 더해져 더욱 깊은 맛을 냈고, 스승 안비취의 소리를 떠올리게 하였다. 함께 무대에 오른 제자 강효주와 채수현의 소리 또한 경기민요의 전승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앞서 3명의 개인 여성 성악과 대조적으로 순창농요 금과들소리는 집단, 남성의 소리로, 실내가 아닌 마당에서 몸짓과 함께 공연됐다. 농요, 이른바 들소리는 선소리꾼이 메기고 여럿이 받는 방식이다. 하지만 1970년대 이후 기계화와 이농으로 실제 농삿일을 하며 부르는 시대는 지나고 이젠 공연예술화 되었다. 소중한 지역 문화유산으로 그 명맥이 유지되고 있는 순창 금과들소리는 그 가치만큼이나, 젊은 선소리꾼의 옹골차고 정감있는 소리가 매우 탁월하였다. 제법 소리를 하는 사람은 많지만 그것을 극도로 잘하는 이는 손에 꼽힌다. 바로 그 손에 꼽히는 자가 한유가 말한 선명(善鳴), ‘잘 우는 자’일 것이다. 하늘이 내놓은 그들과 함께한 2025 전주세계소리축제의 ‘성악열전’은 그야말로 뜨거운 소리 전시판이어서 내년의 성악열전을 더더욱 기대케 한다. 김형근 학자는 민속학과 무형유산학을 연구하는 학자이다. 무속을 주전공으로 하여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전 국가유산청 무형문화재 전문위원으로 활동하며 전통연희 분야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였다.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한국의 탈춤’ 등재 신청서를 작성하는 등 국내외 무형유산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다. 전북대 무형유산정보연구소를 거쳐 현재는 국립경국대(구 안동대) 문화유산학과(민속학과)에 재직 중이다.

  • 전시·공연
  • 기고
  • 2025.09.16 18:51

전북서 처음 열린 '미술저작권' 교육, "미술창작자 권리 첫 걸음, 활성화 필요"

한국 미술시장의 화두는 ‘미술저작권’이다. 2023년 미술진흥법이 제정되면서 미술창작자들의 창작성을 보호하고, 공정하고 투명한 미술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이런 흐름에 맞춰 16일 오후 전주 교동미술관에서 미술작가들이 창작활동에서 반드시 알아야 할 저작권 지식을 기초부터 실전까지 배울 수 있는 전문교육이 도내에서는 처음으로 진행됐다. 미술저작권에 대한 개념을 미술 창작자들부터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는 취지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추진한 이번 교육은 ‘미술저작권의 기본 개념부터 저작권 침해 및 대응 사례, 저작권 등록과 지원 시스템까지 미술저작권 전반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으로 꾸며졌다. 이날 교육에는 예술작가들과 예술경영지원센터(문체부 산하) 관계자 등 40여명이 참석해 미술저작권에 대한 관심을 실감케 했다. 첫 번째 강연자로 나선 법무법인 광야의 양태정 변호사는 예술인들의 저작권 등록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미술작품은 작가의 사상과 감정이 시각적 형상과 색채로 표현된 저작물로, 저작물이 창작되는 순간 별도의 형식이나 절차 없이 자동으로 권리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양태정 변호사는 “부동산은 등록을 해야만 ‘소유권’이 발생하지만 화가는 그림이 완성되는 순간 저작권이 발생한다”며 “이를 무방식주의라고 하는데, 과정이나 절차를 거치지 않기 때문에 창작자에게 유리한 원칙이다. 하지만 권리 발생에 대한 공식적인 기록이 없어 분쟁이 발생했을 때 저작자를 입증하기 어려운 지점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작권이 자동으로 발생함에도 불구하고 분쟁 예방과 권리 증명을 위해서는 ‘저작권 등록’ 제도를 공부하고 활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온라인을 중심으로 예술품 무단 복제와 작가 표시 누락 등의 피해 사례가 늘고 있는 만큼 저작권 보호를 위한 예방책을 활용해 스스로 권리를 보호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온라인에 자신의 작품을 업로드할 경우 워터마크를 활용하거나 저해상도 사진으로 업로드할 것을 제안했다. 또한 저작권 분쟁 시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제작 과정을 기록해야 한다고 했다. 두 번째 강연자로 나선 이명옥 한국시각예술저작권연합회 회장(사바나미술관장)은 “(한국) 미술시장은 저작권 사각지대라고 불릴 만큼 권리 보호가 미흡하다”고 꼬집었다. 국내 미술 분야는 공식 통계에서도 저작권 데이터가 누락돼 있고, 계약 문화도 제대로 정착되지 않았다고 역설했다. 실제로 출판, 음악, 영화 등은 오래전에 진흥법이 제정됐다. 따라서 현재 다양한 형태로 저작권 시장이 성장한 상태다. 하지만 미술진흥법은 지난 2023년에서야 제정돼 지난해부터 시행 중이다. 이명옥 회장은 “미술진흥법이 없다 보니 (그동안) 저작권과 관련해 이렇다 할 움직임이 없었다”며 “작가들도 작품 판매에만 관심을 두고 있었는데, 앞으로 제3의 저작권 시장이 열리게 되면 다른 구조가 펼쳐질 것이다. 온라인에서 이미지를 사고파는 개념이 커질 수 있는 만큼 제3의 지식재산권에 대한 관심과 관련 교육이 더욱 활발해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 문화일반
  • 박은
  • 2025.09.16 17:29

전주 아침 깨우는 새로운 문화 ‘커피 레이브’ 열린다

MZ세대 사이에서 빠르게 확산 중인 건강한 아침 문화가 전주에 상륙했다. 커피와 러닝, 음악을 결합한 새로운 트렌드 ‘커피 레이브’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이미 자리를 잡은 이 문화는 밤의 클럽 문화를 대신해 아침에 건강하고 활기차게 즐길 수 있는 음악 축제로, 청년들의 새로운 일상 방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 오는 21일 전주시 완산구 피덴스커피에서 ‘피덴스 커피 레이브(FIDENS COFFEE RAVE)’가 열린다. 행사는 아침 러닝으로 몸을 깨운 뒤 카페에 모여 DJ의 음악과 함께 커피를 즐기는 신개념 모닝 이벤트다. 현장에는 DJ 캐시트레이(CASHTRAY)가 참여해 135BPM의 비트로 분위기를 끌어올린다. 135BPM은 운동 시 최적의 심박수와 맞닿아 있어, 음악과 러닝의 리듬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기획됐다. 홍규택 피덴스커피 대표는 “처음엔 러닝의 장점을 알리고 싶어 음료 할인 이벤트만 진행했지만, 더 많은 사람이 함께 즐기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커피 레이브로 확장하게 됐다”고 기획 배경을 설명했다. 단순한 마케팅에서 출발했지만, 그의 고민도 담겨 있다. 그는 “쉼 없이 일하며 몇 년을 달려오며, 더 행복하게 일할 방법을 고민하다 시작했다”며 “작은 아이디어가 선한 영향력으로 확산돼 전주에도 새로운 건강 문화를 퍼뜨리길 바란다”고 말했다. ‘커피 레이브’는 런던과 베를린 등 유럽 주요 도시에서 시작돼, 밤 대신 아침에 모여 춤추고 교류하는 새로운 라이프스타일로 자리 잡았다. ‘웰빙’과 ‘힙한 문화’를 동시에 원하는 세대의 욕구를 충족시키며 세계적 흐름으로 주목받고 있다. 국내에서도 서울을 중심으로 확산세가 두드러졌고, 최근 지역에서도 비슷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6일 전주 효자동 효자다리 인근에서 열린 무료 건강 축제 ‘건전생지’ 역시 이 흐름의 일부다. 이날 현장에서는 체조·줌바·디제잉·커피가 어우러지며 ‘아침에 모여 웃고 뛰며 건강한 에너지를 나누자’는 취지를 전했다. 밤에 나서기 힘든 청년들이 오전 시간대에 음악 문화를 경험하며 큰 호응을 얻었고, SNS를 통해 뒤늦게 소식을 접한 누리꾼들은 “왜 몰랐지?”, “다음엔 언제 열리나요”라며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이처럼 지역에서도 새로운 청년 문화가 형성되고 있다. 단순한 여가 활동과 마케팅을 넘어, 청년들이 건강한 일상과 공동체적 교류를 동시에 추구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커피 레이브 같은 행사는 지역 카페와 청년 창작자, DJ 등이 협업하는 장으로 이어지며 로컬 문화 생태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기대를 모으고 있다. 윤 대표는 “운동과 거리가 멀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1km 정도만 가볍게 뛰면 된다”며 “도심 속 바쁜 일상에서 잠시나마 휴식을 느껴보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어 “타지역에서는 이미 활발히 열리고 있지만 전주에서는 드물었다”며 “이번 커피 레이브를 계기로 비슷한 움직임이 확산되길 바란다. 피덴스커피도 앞으로 다양한 아이디어로 새로운 ‘커피 레이블’을 선보이겠다”고 덧붙였다.

  • 문화일반
  • 전현아
  • 2025.09.16 17:29

[2025 전주세계소리축제 리뷰] 심청을 불사르다, 익숙한 듯 익숙하지 않은 창극

2025 전주세계소리축제 개막공연으로 재독 오페라연출가 요나 김이 연출한 창극 <심청>이 공연되었다. 세계 초연작이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에서 공연되었다는 것은 매우 뜻깊은 일이다. 전 세계적인 한류 열풍 속에서 K-팝만큼이나 중요한 한국 판소리를 널리 알리고 문화적 공감대를 얻는 데에 전주라는 지역이 큰 기여를 한 거라 여겨지기 때문이다. 요나 김은 독일과 오스트리아 오페라 계에서 그 예술성을 인정받고 있는 연출가로, 한국과 독일 문화의 경계에 있는 소수자인 듯하면서도 진취적이고 도전적인 문제의식을 보이며 주류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는 예술가라고도 할 수 있다. 한국 판소리 <심청가>를 독일 문화권의 시선으로 문화번역하면서 심청 이야기를 초국가적인 동시대 소녀들의 수난사로 해석하고 ‘익숙한 듯 익숙하지 않은 창극’을 연출했다. 요나 김은 라이브 카메라 등 영상 매체를 주된 연출기법으로 활용하면서 등장인물들의 숨겨진 이면을 시각화한다. 청각적으로는 익숙한 판소리 <심청가>가 흐르면서 시각적으로는 ‘익숙하지 않은 장면’을 통해 충돌하는 공감각적 이미지를 형상화했다. 유럽의 한 칙칙한 응접실 공간에서 파자마 차림에 썬글라스를 쓰고 등장한 심봉사는 곽씨부인 죽음 뒤 아기 심청을 원망하는 무기력한 내면의 소유자로 형상화된다. 심청에게 공양미 삼백석을 요구하는 이기적인 면모를 보이고 남성으로서의 성욕을 자연스럽게 드러내기도 한다. 그러다 집안 곳곳에 묻어나는 심청의 자취를 감각하고는 끝내 눈물을 터뜨리고 딸을 팔아 눈을 뜨려 했던 자신의 죄과를 고백한다. 피 끓는 심정으로 고백을 한 덕인지 심봉사는 눈을 뜨게 되지만 그가 눈을 떠서 바라보게 된 것은 시각 장애인이었다면 경험하지 못했을 형벌에 가까운 고통이었다. 심청이 인당수에 빠져 죽는 과정에서 인부들에 의해 몸이 묶이고 돌덩이를 달고 입막음 당하며 피 흘리고 쓰러지는 모습을 보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합창으로 구현되는 ‘심봉사 눈뜨는 대목’이 노랫말처럼 기쁨이 넘치는 기적의 순간이 아니라 심봉사와 관객 모두가 잔인한 장면에 고통으로 일그러지게 되는 순간이었다. 심청은 부채 대신 담배를 들고 있으며 자신이 감당할 수 없는 어른들의 요구에 대자로 누워버리는 행동을 보인다. 교복 입은 심청은 인당수에서 죽어 버렸고 이후 그녀처럼 고단한 삶을 반복하는 여성 노인, 소녀, 다양한 국적의 어린이들이 객석과 무대에서 등장하고 사라진다. 그러나 작품 속 심청은 죽었지만 심청과 유사한 처지에 놓여 있는, 즉 집단적이고 사회적인 폭력에 시달리는 소녀들은 진실의 눈을 가렸던 검은 띠를 스스로 풀고 시공간을 벗어나 자신을 구원한다. 심봉사와 더불어 동서고금의 소녀 심청들에게 관습적인 희생을 강요하고 그들의 몸을 유린하며 자본주의적 폭력을 행사하는 것을 묵과하는 모든 이들은 ‘감은 눈 위에 뜬 눈을 붙인’ ‘눈 뜬 시각 장애인’으로 표현된다. 가난을 핑계 삼아 어린 딸을 사고파는 이야기나 심청을 몸 파는 여자의 서사로 다시쓰기한 예술 작품들과 유사한 문제의식을 보이는 듯하면서도 다국적 소녀들의 등장과 동시대 디지털 성폭력 등을 연상시키는 설정 등을 통해 요나 김은 판소리 <심청가>에 대한 새로운 이면을 창극으로 형상화한 것이라 여겨진다. 비극적인 정서 속에서도 막간 타악기 연주자들의 북 퍼포먼스가 역동적인 흥을 불러일으키며 더블 캐스팅 된 김우정, 김율희, 김준수와 유태평양이 각기 다른 몸의 감수성으로 낯선 심청과 심봉사를 연기하는 모습을 보는 재미가 있다. 김향 창극평론가·호서대 교수 현재 호서대학교 창의교양학부 교수이며 한국공연(희곡, 연극, 창극)평론가이다. 한국공연문화학회, 판소리학회, 한국연극학회, 한국연극평론가협회 등에서 이사를 맡고 있다. 저서 『창극의 이면론』(아카넷, 2024)이 대한민국학술원 2025 우수학술저서로 선정되었고 『유희와 치유-김향의 세 번째 공연평론집』(연극과인간, 2016) 등 공연평론집과 다수의 논문을 집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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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09.15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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