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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청년 작가들이 풀어낸 정체성과 역할…기획단체전 'CHARACT-ER'

전북에서 활동하는 청년 작가 8명이 ‘캐릭터’를 주제로 사회 속에서 스스로 만들어낸 정체성과 역할을 시각화했다. 관람자에게 단순한 개성이나 인물을 넘어 자신을 형성해 나가는 주체로서의 자아를 다양한 장르로 표현한다. 서신갤러리 별관에서 열리는 7월 6일까지 열리는 ‘CHARACT-ER’단체전은 박현진 작가의 기획으로 김의진, 김한비, 노진아, 박현진, 이길빈다, 조민지, 최혁, 한준 작가 등이 참여했다. 이들은 ‘캐릭터’를 만화 이미지로 보지 않고, 사회 속 자신의 정체성과 역할을 투영해 작품화했다. 지금까지의 모습에 도달하기 위해 그동안 어떤 선택을 해왔고, 어떤 캐릭터가 되었으며 어떻게 되고 싶은지의 과정을 작품에 녹여낸다. 실제 최혁 작가의 작품 ‘호작도’는 검은 눈동자의 호랑이가 나무 기둥에 락카 스프레이로 ‘LUCK’이라는 단어를 쓰고 있다. 나뭇가지에는 행운을 상징하는 까치가 동전까지 물고 있지만, 흑백의 그림은 어딘지 스산한 분위기를 풍긴다. 나무 기둥에 글씨를 쓴 호랑이는 누군가를 바라보며 놀란 얼굴을 짓는다. 아기자기한 그림체와 달리 묘한 분위기의 작품은 그래피티가 예술이 아닌 낙서로 치부되는 사회적 시선을 은유적으로 보여준다. 이렇듯 작가들은 각자의 언어와 관점으로 ‘캐릭터’를 재해석하고 그 과정에서 새롭게 개념을 제시하기도 하는 등 다양한 실험을 담아냈다. 전시에는 서양화, 한국화, 조형, 그래피티 기반의 회화, 설치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로 빚어진 캐릭터 작품을 관람할 수 있다. 또한 작가들은 전시 주제인 캐릭터를 각자의 개성과 연결해 고유의 로고 이미지도 제작했다. 로고 이미지는 개인이 하나의 ‘브랜드’의 성격을 갖는다는 점을 보여주며 작품만이 아닌 요소들을 기획해 조금 더 직관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구성했다. 본능적인 욕망과 타인의 시선 사이에서 감당할 수 있는 타협점을 찾으며 살아가는 삶의 모습까지 나타낸다. 기획자 박현진은 이번 전시에 대해“거울 앞에서 마주한 당신의 캐릭터는 그동안 어떤 선택을 해왔고, 마지막엔 어떤 존재로 각인되고 싶은지 유추할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CHARACT-ER’전시는 한옥마을에 위치한 서신갤러리 별관에서 진행된다. 관람 시간은 13시부터 18시까지이며 매주 월요일과 화요일은 휴관한다. 전시 관람은 무료.

  • 전시·공연
  • 박은
  • 2025.06.29 09:40

[전통예술의 심장이 뛰는 무대] (하) 전주대사습의 내일과 우리가 할 일

“요즘은 전주대사습놀이 판소리 명창부 장원 수상자 나이가 많이 어려졌어요. 나이가 어리다고 실력이 떨어진다는 건 아니지만, 연륜에서 우러나는 공력은 무시할 수 없잖아요.” 지역의 한 원로 국악인이 전한 말처럼, 전주대사습놀이에서 장원자의 연령이 점점 낮아지는 현상에 대한 우려가 국악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젊은 층의 진입은 세대교체의 흐름으로 볼 수 있지만, 판소리가 연륜과 함께 깊어지는 예술이라는 인식과 충돌하면서 이른바 ‘공력 논란’도 함께 불거지고 있다. 이에 대해 류영수 전주대사습청 관장은 “요즘은 예술중·고 등에서 전문 교육을 일찍부터 받기 때문에 성장 속도도 빨라졌다”며 “단순히 나이로 공력을 판단하기보다는 실제 무대 경험과 표현력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반세기 넘게 이어져 온 전주대사습놀이는 지금, 전통의 무게를 어떻게 이어갈 것인지 고민하는 전환점에 서 있다. 이를 위해 전주대사습놀이보존회는 최근 국가무형유산 등재를 위한 TF팀을 구성하고 본격적인 실무 작업에 착수했다. 2021년 출범한 TF는 국악과 문화유산 분야 전문가 5인으로 구성돼 있으며, 지난 2월부터 역대 수상자 이력 정리와 자료 아카이빙 등을 진행 중이다. 내년 대회 전까지 ‘등재 기반 보고서’ 발간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다만, 국가등재 전략을 놓고는 내부 조율이 한창이다. 전북특별자치도 무형유산 단계를 거쳐 순차적으로 추진할지, 곧바로 국가등재를 목표로 할지 여부를 두고 논의가 진행 중이다. 류 관장은 “자료는 충분히 쌓였지만, 스토리텔링이 약하다는 지적이 많다”며 “초기 대사습의 시민 중심 심사제도 등 전주만의 문화적 특수성을 입증하는 작업이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축제 운영의 어려움도 과제다. 전주세계소리축제 등 유사한 전통문화 행사에 비해 예산이 부족한 편이며, 올해 역시 일부 예산이 감액돼 축제 진행에 어려움을 겪었다. 현재 전주대사습 운영 예산은 지자체 지원 외 민간 후원에 크게 의존하고 있으며, 매년 1억 원 이상을 기부하는 기업 후원자들의 꾸준한 지원이 운영의 핵심 동력이 되고 있다. 보존회는 시민 참여를 확대하기 위한 축제형 전환도 모색하고 있다. 기존 ‘경연 중심’에서 벗어나 ‘전통문화제’로의 확장을 꾀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학술포럼과 야외무대, 한옥마을 연계 공연 등을 통해 ‘지나는 시민도 자연스럽게 무대를 인지하게 만드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류 관장은 “대사습이 진행 중인지도 모르는 시민이 여전히 많다”며 “경연과 축제가 균형을 이루는 새로운 운영 모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원 수상자에 대한 사후관리 시스템도 강화되고 있다. 대사습청은 장원자에게 상설공연 기회를 제공하고, 심사위원으로 적극 등용하고 있다. ‘수상자에게 무대를 계속 제공해야 국악 생태계가 유지된다’는 판단 아래, 젊은 예술인에게 실질적인 경력 기반을 마련해주려는 취지다. 전주대사습놀이는 여전히 수많은 국악인의 목표이자 자부심이다. 하지만 그 무대가 다음 세대에도 같은 의미로 남기 위해서는 단순히 ‘지키는 방식’이 아닌, ‘살려 잇는 방식’이 필요하다. 무형문화재 등재, 축제형 전환, 디지털화, 국악 생태계 재설계까지. 전통은 과거를 기억할 때가 아니라, 오늘을 살고 내일을 이어갈 때 살아 있는 법이다. ‘이어야 산다.’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한편 제51회 전국대사습놀이 전국대회 판소리 명창부 장원 경연은 오는 30일 낮 12시 20분 국립무형유산원 대공연장에서 펼쳐진다. 전야제로 예정된 ‘대회 축하공연’은 오는 28일 전주시청 노송광장에서 열릴 예정이었으나, 우천 예보로 인해 잠정 연기됐다. <끝>

  • 문화일반
  • 전현아
  • 2025.06.26 16:50

개관 35주년, 국립전주박물관 '청년정신'으로 새단장

개관 35주년을 맞은 국립전주박물관이 지역과 함께 성장하는 박물관으로 탈바꿈한다. 국립전주박물관(관장 박경도)은 26일 ‘비전선포식’을 열고 전북 대표 박물관으로서 비전을 제시했다. 비전선포식은 지난 35년 동안 멋과 풍류를 지닌 예향 전주에서 어려움을 이겨내고 문화를 꽃피웠던 전북의 역사를 널리 알리는 데 노력해 온 국립전주박물관이 앞으로 지역사회 속에서 호흡하며 지역민에게 더 가까이 다가갈 것을 약속하고 다짐하는 자리이다. 박물관이 이날 제시한 비전은 '깨어있는 역사, 살아있는 문화, 모두에게 열려있는 역동적인 박물관'이다. 이러한 비전을 담은 새 슬로건 '청년정신, 국립전주박물관'과 박물관 정체성을 시각적으로 새롭게 정비한 MI(Museum Identification)도 공개했다. 박물관 관계자는 “박물관은 새로운 비전 아래 ‘지역문화 활성화’와 ‘서예문화 특성화’를 핵심 목표로 설정하고 전북 대표 박물관으로서의 역할과 실천을 보여줄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새로운 비전 아래 기획된 첫 특별전 ‘나고 드는 땅, 만경과 동진’이 27일부터 본관 기획전시실에서 열린다. 특별전은 ‘지역과 함께 성장’이라는 키워드로 기획된 첫 성과물로 만경(萬頃)‧동진(東津) 일대 유적에 대한 고고학적 성과를 바탕으로 전북지역 고대 문화교류의 양상을 조명한다. 초기철기시대부터 삼국시대까지 전북이 어떻게 문화의 통로이자 중심지로 기능했는지 입체적으로 보여주며 전북이 변방이 아닌 동아시아 교류의 중심이자 핵심이었음을 강조한다. 보물 '완주 갈동 출토 잔무늬거울' 등 255건 404점의 박물관 주요 소장품이 전시된다. 특히 정읍 은선리‧도계리 고분군에서 출토된 꽃 모양 금꾸미개 등 보존처리를 마친 73점의 유물이 이번 전시를 통해 최초로 공개된다. 전통 서예를 주제로 한 상설전시관 ‘서예문화실’도 다시 문을 연다. 국립전주박물관은 2021년 서예문화를 특성화 주제로 삼고 전문 전시실을 신설한 바 있다. 이번에 전시실을 옮겨 전시 내용 또한 관람객이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전체 개편했다. 새로 조성된 전시실에는 글씨의 외형과 내용, 작가의 삶과 이야기, 전북 지역의 서예문화 등 주제별 전시로 구성됐다. 상설전시 '서예문화실'에서는 '김정희가 쓴 예서 잔서완석루' 등 29건 48점이 선보인다. 미디어아트가 펼쳐진 독립적 공간에서는 관람객들이 직접 글씨를 써 볼 수 있는 디지털 신기술 융합콘텐츠를 체험할 수 있다. 두 전시는 오는 10월 12일까지 열린다. 박경도 관장은 “멋과 여유가 넘치는 가운데서도 꿋꿋한 심지를 가지고 지역 고유의 문화를 일구어냈다는 점이 전주와 전북의 매력”이라며 "언제든지 편안한 마음으로 찾아와서 그 매력을 흠뻑 느낄 수 있는 박물관을 만들어 가겠다"고 약속했다.

  • 전시·공연
  • 박은
  • 2025.06.26 16:12

창작발레 ‘갓 GAT’ 28일 한국소리문화의전당서 전북관객 만난다

한국소리문화의전당이 오는 28일 소리전당 연지홀에서 창작발레 ‘갓 GAT’ 공연을 개최한다. 이번 공연은 한국 전통 모자 ‘갓’을 서양 예술 발레로 형상화한 작품이다. 공연은 ‘흑립(女)’, ‘주립’, ‘정자관’, ‘삿갓’, ‘패랭이’, ‘족두리’, ‘흑립(男)’, ‘문인화’, ‘모란’, ‘갓일’ 등 총 9개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각 프로그램 주제에 따라 달라지는 여러 갓과 의상, 무용, 군무가 묘미이다. 출연진 역시 화려하다. 공연의 제작 및 예술감독을 맡고 있는 윤별 윤별발레컴퍼니 대표는 우루과이국립발레단 출신으로, 지난해 최고의 발레리노에게 수여하는 한국발레협회 주관 ‘당쇠르 노브르상’을 받았다. 박소연 안무가는 국립 드레스덴 젬퍼오퍼발레단 출신으로, 2023년 ‘뉴웨이브발레 갈라’, ‘2022-2023 콘서트발레 로미오와 줄리엣’, 신데렐라 등 다양한 작품을 연출했다. 이에 외도 지난해 인기리에 방영된 엠넷(Mnet) 프로그램 ‘스테이지 파이터’에서 큰 인기를 얻었던 강경호·김유찬·정성욱 등 국내외 발레단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무용수들이 대거 출연한다. 이번 공연은 (재)예술경영지원센터가 주최하는 ‘2025년 공연예술 지역 유통지원 사업 선정 공연’의 일환으로 진행된다, 관람은 8세 이상부터 가능하며, 공연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소리전당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 전시·공연
  • 전현아
  • 2025.06.26 16:12

'고창 삼태마을숲' 천연기념물 된다...국가유산청 지정 예고

국가유산청이 고창의 전통 마을 숲인 ‘고창 삼태마을 숲’을 26일 국가지정자연유산인 천연기념물로 지정 예고했다. 고창군 성송면 하고리 삼태마을 앞, 삼태천을 따라 약 800여 m 길이로 형성된 이 마을숲은 주민들이 자연재해로부터 마을을 지키기 위해 조성한 곳이다. 바람을 막아주는 방풍림이자, 하천 주변 농경지를 보호하기 위한 제방림(호안림) 기능을 해왔다. 특히 삼태마을 숲은 국내 최대 규모의 왕버들 군락지로, 수령이 오래된 왕버들 노거수 95주가 자생하고 있다. 이 가운데는 수고 10m, 줄기 둘레 3m가 넘는 거목들도 다수 포함돼 있다. 왕버들을 비롯해 버드나무, 팽나무, 곰솔, 상수리나무, 벽오동 등 다양한 수종의 큰 나무 총 224주가 숲을 이뤄, 주변 하천과 농경지, 마을 경관과도 조화를 이루고 있다. ‘전라도무장현도’ 등의 문헌에 따르면 삼태마을 숲은 1830년대 이전부터 존재했던 것으로 추정되며, 당시에도 지역에서 상징적인 숲으로 인식됐던 것으로 전해진다. 국가유산청은 “삼태마을 숲은 마을 공동체의 신앙과 정체성이 깃든 상징적 공간으로, 역사성은 물론 아름다운 경관과 생물다양성 등 자연유산으로서의 가치를 두루 갖췄다”고 평가했다. 이번 지정 예고는 30일간의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친 뒤, 자연유산위원회 심의를 통해 최종 결정될 예정이다.

  • 문화재·학술
  • 전현아
  • 2025.06.26 16:10

예술로 잇다…아트그룹 아띠 '2025 한-프랑스 국제교류전' 참석

아트그룹 아띠(대표 소찬섭)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프랑스 문을 두드렸다. 지난 24일부터 파리 갤러리 아네스 노르(Galerie Agnes Nord, 11 Rue Guenegaud 75006 Paris)에서 열리고 있는 ‘2025 한-프랑스 국제교류전’에 참석해 아띠가 품고 있는 예술성을 보여주고 있다. 29일까지 열리는 국제교류전의 주제는 ‘두 개의 지금’으로 전주와 파리, 각기 다른 도시에서 치열하게 예술가로 살아가고 있는 작가 14명의 작품을 선보인다. 한국에서는 강정이, 강현덕, 김미라, 김선애, 김완순, 문리, 소찬섭, 이보영, 정소라, 황유진 작가가 작품을 출품했다. 프랑스에서는 문민순, 막스 고메스(Max Gomes), 아니타 융(Anita Ljung), 아네스 베이앙(Agnés Veilhan) 작가가 함께했다. 특히 올해는 ‘브라질의 해’를 맞아 프랑스 현지 분위기와 어울리는 작가들도 초대되었다. 브라질 출신의 막스 고메스는 프랑스 예술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에콜 데 보자르’의 아카데미 카달로그를 재료로 활용해 예술가로서의 꿈을 표현했다. 또 브라질에서 오랜 기간 작업해 온 아니타 융은 브라질 원주민을 모티브로 한 판화 작품을 선보인다. 소찬섭 대표는 “예술의 본고장인 프랑스에서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교류전을 이어갈 수 있어 감사하게 생각한다”면서 “한국 현대미술 작가의 작업에 대한 국제미술계의 큰 관심을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고, 이번 국제전을 계기로 각자의 예술영역을 더 넓혀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이번 국제전은 7월 15일부터 27일까지 교동미술관 2관 전시실에서 바통을 이어 받는다. 아트그룹 아띠는 2007년 미술인들이 자신의 재능을 전시를 통해 사회에 환원하고자 설립된 모임이다. 예술을 통한 교류를 목적으로 매년 다양한 전시와 교류행사를 기획하고 있으며 지난 2018년부터 일본 고베전을 시작으로 독일 베를린, 대만 가오슝, 프랑스 파리까지 국제교류전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 전시·공연
  • 박은
  • 2025.06.26 15:22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이진숙 수필가- 김소영 '어떤 어른'

얼마 전 「어른 김장하」 다큐멘터리를 보았다. 그는 한약방을 운영하며 번 돈으로 수많은 장학생을 후원했고 학교를 설립하여 국가에 헌납했으며 인권, 문화, 역사를 위해 평생을 낮은 자세로 섬기면서도 대가를 바라거나 명성을 얻으려 하지 않았다. ‘줬으면 그만이지’라는 철학으로 묵묵히 촛불을 밝혀 온 그분을 보며 ‘나는 과연 어떤 어른이 될 수 있을까?’ 고민을 하던 중 만난 책이 ‘2025 전주 올해의 책’으로 선정된 김소영의 <어떤 어른>이다. 오랜 기간 독서 교실을 운영해 온 김소영 작가는 수많은 어린이를 만나는 동안 ‘좋은 어른’이 되고자 애써왔다. ‘존경받을 수 있는 어른, 닮고 싶은 어른, 때론 기대고 싶은 어른’이 되기를 바라며 노력했다. 작가는 어린이에게 예의를 갖추어 대한다. 아이들에게 물 한 잔을 줄 때도 가장 좋은 컵과 받침까지 준비한다. 어린이에게 비속어를 쓰지 않고 존대를 하며 한 사람의 인격체로 존중한다. 그런 소소한 배려와 넉넉함이 어른의 품격을 만든다고 강조하며 때론 ‘냉정한 비판 속에서도 품격과 유머를 잃지 않는 어른’이 되기 위해 정성을 다한다. 흔히 ‘좋은 어른’이 되려면 큰 업적을 세우거나 세상을 바꾸는 특별한 일을 해야만 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이 책은 화려하거나 위대한 인물이 아닌, 일상 속에서 묵묵히 타인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평범한 사람들에 주목한다. 돌아보니 내 곁의 수많은 어른들은 성실하게 일상을 대하며 소중함을 일깨운 분들이었다. 봄이 오면 쑥버무리나 쑥개떡을 해서 싱그러운 봄을 먹이시던 어머니, 축의금 봉투에 정성스럽게 축하 편지를 써넣던 이웃 언니, 엘리베이터 문을 잡아주던 아저씨, 태풍 부는 날 우산을 함께 쓰며 아이를 집까지 데려다준 아주머니까지. 지금도 그들은 내 마음속 어른으로 살고 있다. 최명희 소설 <혼불>에서 “우리 사람의 정신 속에는 반드시 정신의 눈이라 할 혈이 있을 것이다. 이것이 올바른 곳에 제대로 있고, 그 혈을 보는 눈이 밝은 사람을 세상에서는 어른이라고 한다”라고 했다. 여기서 말하는 ‘정신의 눈’이란 단순한 나이나 경험이 아닌 성찰과 바른 도리, 세상을 품을 수 있는 품격을 뜻할 것이다. 내 주변의 좋은 어른들 또한 묵묵히 자신의 혈을 지키며 세상을 비춰온 그런 존재였다. 나 또한 언젠가 돌아보았을 때 부끄럽지 않을 어른의 모습을 갖추고 싶다. 소중한 일상을 성실히 지키며 살아가는 일. 그런 수많은 작은 일상들이 모여 한 사람의 품격이 빚어지고 그것은 내가 속한 공동체의 품격이 될 것이다. 그렇게 소중히 마음의 혈을 지키며 살아가다 보면, 이웃에, 내가 속한 사회와 국가에 한 줌의 소금 역할을 하는, 조금은 괜찮은 어른이 되어 있지 않을까. <어떤 어른>은 바쁘고 거친 세상 속에서 느리더라도 바른 길을 걷고자 애쓰는 이들에게 건네고 싶은 책이다. 그런 길 위에서 품격 있고 고요히 빛나는 어른이 되도록 안내할 것이다. 다가오는 ‘전주독서대전(2025.9.5.~9.7)’에서 김소영 작가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눌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이진숙 수필가는 전직 국어교사 출신으로 전북일보 신춘문예 수필 부문에 당선됐다. 이후 최명희문학관에서 “혼불” 완독 프로그램 진행하며, <우리, 이제 다시 피어날 시간> 오디오북 출간했다

  • 문학·출판
  • 기고
  • 2025.06.25 18:57

김소형 시인, 첫 시집 '너는 사각거리고' 펴내

전주 출신 김소형 시인이 첫 시집 <너는 사각거리고>(파란)를 펴냈다. 총 4부로 구성된 이번 시집에는 ‘그냥’, ‘새파란 눈’, ‘머나먼 나무’ 등 시인의 감성이 묻어나는 57편의 시가 수록됐다. 김 시인은 2021년 계간 <애지>를 통해 등단했다. 이번 시집은 등단 이후 언어와 존재, 구조와 감각의 틈을 탐색해온 시인의 문제의식과 시적 사유가 집약된 성과다. 시인은 현실을 규정하는 말의 경계를 의심하고, 그 틈에서 발생하는 미세한 감각을 시적 언어로 포착하는 데 주력한다. 시 ‘초대받았어’는 시집의 지향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사각/ 갑자기 눈앞이 황해졌어/ 나를 찔러 대던 가시들이 얼음처럼 굳더니/ 사각거리고 조각으로 부서졌어” 사각거림은 세계를 인식하는 촉감이자 언어가 도달하지 못한 감각의 파편이다. 시인은 언어의 구조를 해체하며 일상과 사물, 존재와 부재를 새롭게 사유한다. 또 다른 시 ‘그냥’에서는 “그 수백의 반어를/ 그림자와 착각과 무지와 환영과/ 그럼에도 아름다운 것들을/ 단 한마디 말로 눈감아 버리는”이라며 ‘그냥’이라는 단어가 지닌 소거의 힘과 무심함을 성찰한다. 황정산 문학평론가는 해설에서 “시는 말로 말을 부전하고, 말의 한계를 뛰어넘는 일”이라며 “김소형 시인은 이 시집에서 시인의 길이 얼마나 지난하고 괴로운지, 그러면서도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잘 보여준다”고 평했다. 이어 “그의 시어는 타락한 세상의 말들을 태초의 싱싱한 소리들로 바꾸고, 직선과 사각으로 구획된 삶을 둥근 곡선의 화합의 세계로 이끈다”고 덧붙였다. 김 시인은 이번 시집을 통해 언어로부터 파생되는 울림과 진동에 주목하며, 말의 감각을 되살리고자 하는 시도를 이어간다.

  • 문학·출판
  • 전현아
  • 2025.06.25 17:27

세상의 슬픔 헤아리듯 다정한 시편…노유섭 시집 '슬픔을 이긴 기쁨으로'

노유섭 시인의 열두 번째 시집 <슬픔을 이긴 기쁨으로>(인간과문학사)가 출간됐다. 세상사 고달픔 속에 한세월 무르익은 기품이 묻어나는 이번 시집은 총 5부로 나눈 85편의 시를 묶었으며 넓어진 시인의 품을 엿볼 수 있다. 특히 세상을 거두는 일에 대한 긍지를 보여주는 시인만의 성실한 태도는 세상의 모든 슬픔을 헤아리듯 다정하다. “그늘이 있는 당신,/햇빛이 있어 아름답다//온통 밤인 양 어두웠으면/어찌 그늘이 있으리//그늘이 있는 당신,/나무그늘인 양 쉼이 있어/따뜻하고 편안하다//그 그늘에서/그리운 사랑의 편린들을 회억하고/못 가본 슬로시티도 여행한다//하면 그늘이 있는 당신,/앞에는 햇빛이 있기에/대지에 숨어 있어도/풀꽃처럼 아름답게 빛난다”(‘그늘이 있는 당신’ 전문) 시집은 시인이 최근 3년 안에 쓴 작품들로만 채워졌다. 자연경관이나 삶의 현실에 대한 서정적이며 감성적인 접근과 동시에 전쟁과 충돌, 갈등 양상에 대한 비판 의식도 담겨있다. 시가 가진 양가적 면모를 다양한 소재와 깊어진 시적 사유로 섬세하게 표현한 시인은 서정과 감성의 다채로운 시 세계를 펼쳐 보인다. 김종회 문학평론가는 서평을 통해 “노유섭 시인의 눈으로 세상을 읽는 관점에 따라 우리 또한 ‘견자’의 심경으로 각기 시의 면면을 공유했다”며 “그의 시는 목소리를 높이지 않고서도 정문일침을 결행하고, 직접적인 발설이 없이도 진중한 의미를 산출한다”고 소개했다. 광주에서 태어난 노유섭 시인은 광주일고와 서울대학교를 졸업했다. 1990년 ‘우리문학’과 1997년 ‘한글문학’에서 각각 시와 소설로 등단했다. 그동안 시집 <풀잎은 살아서> <희망의 실타래를 풀고> <유리바다에 내리는 눈나라> <아름다운 비명을 위한 칸타타>를 비롯해 소설집 <원숭이의 슬픔> 등을 출간했다.

  • 문학·출판
  • 박은
  • 2025.06.25 16:51

지나온 흔적을 기록하다…양인섭 수필집 '쇠똥구리 궤적'

“왜 글을 써야 하는가, 요즘 들어 세월의 속도감이 빠르고 변화가 심한 느낌이 들 때가 많아서이다. 여태껏 허겁지겁 살아온 나의 인생이 허송세월을 살아온 것은 아닌지 스스로 의문을 가지기도 한다” 양인섭 수필집 <쇠똥구리의 궤적>(신아출판사) 서두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 저자는 인생이라는 거센 풍파 앞에서 문학이라는 동반자를 만나 자신의 인생을 '글'로 기록해야 하겠다고 다짐한다. 긴 세월 글을 가까이에 두고 지내왔지만, 왜 글을 써야하는지에 대해서는 미처 알지 못했다. 칠순이 되어서야 자신의 인생을 기록하기 위해 펜을 집어든 저자는 집요하고 끈질기게 되물었다. '왜 글을 써야 하는가'. 그렇게 거듭된 질문 끝에 찾아낸 해답들을 역동적인 언어들로 엮어 수필집 <쇠똥구리의 궤적>으로 펴냈다. 저자는 이번 수필집에서 자아도취나 주관성에 함몰되기보다는 외부 현실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자신의 감정을 끝까지 추척해 표현했다. 주관적 언어들을 최대한 배제하고 객관적 사실들을 켜켜이 쌓아 하나의 서사로 구축해낸다. 책은 총 7부로 구성되어 있다. 어머니에 대한 사랑과 기억, 아버지와 6‧25 전쟁에 대한 단상 그리고 어린 시절 추억과 교육‧문화에 대한 담론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가감 없이 펼쳐낸다. 그리고 그 이야기 속에는 삶의 의미와 교육·문화 현실에 대한 비판 등 세상을 향한 메시지들이 빼곡히 담겨있다. 어느 것 하나 허투루 쓰지 않고 직접 경험하고 실천한 것들만 간추린 글이기에 더욱 큰 울림을 준다. 짧지 않은 시간을 통해 작가가 확신하게 된 것, 그래서 세상에 널리 퍼트리고 싶은 메시지를 분명하게 전달한다. 작가는 “지금까지 살아온 나의 인생역정이 최선을 다하고 알차게 살아왔는지 스스로 일일삼성 하듯이, 매년 정월 초하루 날에 나 자신을 성찰한다”며 “쇠똥구리의 궤적처럼 지나온 세월의 흔적이 점점이 남아 있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저자는 정읍에서 태어났다. 충북대 농과대학을 졸업하고, 전북대 교육대학원을 수료했다. 전주고, 전주생명과학고, 정읍제일고 교사로 근무했으며 퇴직 후 글을 쓰며 수목원을 운영하고 있다.

  • 문학·출판
  • 박은
  • 2025.06.25 16:04

고향산천에 대한 애정 듬뿍…김응혁 시집 '씨눈' 출간

간명한 언어와 따스한 서정의 삶의 의미와 시대의 진실을 노래하는 김응혁 시인이 시집 <씨눈>(신아출판사)을 펴냈다. 생을 관조하는 깊이 있는 성찰로 울림을 주는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삶과 문학의 시원에 관한 내용을 단정한 언어로 보여준다. 짧은 서정 속에 담긴 긴 서사들은 깊은 울림으로 가슴에 와닿는다. 시집은 총 5부로 구성됐다. 1부 여명, 2부 마의의 고혼, 3부 한길 50년의 멍에, 4부 별빛을 주제로 한다. 5부에는 5편의 시평과 후기가 담겨있다. “전라도 햇강아지같이 혀를 내미는 들/김제, 만경, 진봉, 광활/해가 운장산 꼭대기에 두둥실 떠올랐다/심포항 바닷속으로 쏘옥 빠지는 들/얼음판 고랑 밑에도 물은 흐르고/지독한 추위 속에서도 들풀은 살아 있나니/IMF의 한파가 아무리 무섭다 하여도/고개를 들고 다시 일어서는 것은/이름 없는 들풀이니라/(…중략…)/언제 가진 사람들이/앞장서서 이 땅을 파본 일이 있더냐/일어서거라/밟히고 밟혀서 뿌리가 내리듯/힘차게 일어서거라, 둘풀들이여”(‘빈들4’ 부분) 이번 시집이 특별한건 시의 소재를 발견하는 시인의 눈길이 남다르기 때문이다. 시인은 시집 전반에 걸쳐 고향산천에 대한 기억을 하나의 공간에 빗대어 표현한다. 여기에 학자로서 습득한 지식과 깨달음을 쉽고 편안한 시어와 어법으로 전달한다. 고향과 가족에 대한 기억은 지역의 사회적 문화적 문제의식으로 확장되어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잇는 시편으로 승화됐다. 이 때문에 김 시인의 단단한 시적 사유를 찬찬히 따라 가면 인생의 불가해한 이면을 마주하게 된다. 시인이 표현한 문장들은 어딘지 낯설지만 비유와 이미지가 명징하게 그려져 매력적이다. 김현정 세명대 교수는 서평을 통해 "그의 시에는 삶과 문학의 시원에 관한 내용이 자주 등장한다. 자신의 정체성을 찾기 위한 우직한 발걸음을 통해 시인은 생의 근원을 파악하고 역사와 현실의 이면을 엿보게 된다"며 "자신의 정체성을 탐색하는 일이 역사와 현실, 문학의 길과 맥이 닿아 있음을 인지하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1936년 완주 삼례에서 태어난 김 시인은 전북대 국어국문학과 재학 당시 신영토 동인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대학원 재학 중 완주 삼례 하리 초포고등공민학교를 인수하여 석전고등학교로 교명을 변경하고 지역사회에 봉사했다. 이후 전주 신동아학원, 익산 남성학원 등에서 후학을 지도했다.

  • 문학·출판
  • 박은
  • 2025.06.25 15:44

40년 공들인 기록⋯김정길 수필가, '공들이기' 출간

“한 나라나 민족에 있어 문화가 곧 국력이고 역량입니다.” 일제가 왜곡한 전통 지리서 ‘산경표’의 복원과 모악산 클린 운동에 평생을 바쳐온 김정길 수필가가 여섯 번째 수필집 <공들이기>(청어)를 펴냈다. 첵 제목 ‘공들이기’는 유년 시절부터 “매사에 탑을 쌓듯 공들여야 한다”는 어머니의 가르침을 되새기면, 지난 40여 년간 우리 산하를 발로 누비며 문화 역사를 서사시로 써온 작가의 신념을 오롯이 담고 있다. 책은 총 6부로 구성됐다. 먼저 1부 ‘우리 땅, 전라도 천년의 풍상’에서는 전라도 정도 천년을 맞아 선조들의 삶과 숨결이 서린 고장을 직접 찾아다니며 기록한 이야기를 전한다. 2부 ‘금강산아, 내 소원 풀어다오’는 북한의 금강산과 백두산, 동북공정에 잊혀진 고구려 땅을 둘러보며 그 역사와 문화를 재조명한다. 이어 3부 ‘금강, 내 삶의 이정표’에서는 금강과 섬진강, 만경강, 동진강, 인천강 등 지역에서 발원하는 하천을 직접 답사해 일제강점기 왜곡된 발원지와 문헌들을 바로잡고, 강을 중심으로 한 지리 문화사를 정리했다. 4부 ‘깨달음의 성지 모악산’은 모악산지킴이 회장을 맡아 봉사해온 작가가 모악산의 유래와 인물, 자연환경, 문화유산 등을 총망라한 글이다. 5부 ‘전주의 문화의 꽃 바우설화’는 전주 일대의 거북바우, 장군바우, 각시바우 등 9개 바우에 얽힌 비보풍수와 세시풍속 설화를 담았다. 마지막 6부 ‘공들이기’는 공을 들인다는 삶의 태도를 바탕으로 한 서정적 수필로, 작가의 체험과 철학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작가는 “전북이 낳은 문화는 백성을 위한 문화이자 온 겨레의 문화”라며 “풍요롭고 훈훈한 인정과 우아한 예(禮)와 학(學)의 고장에서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어 보람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더욱이 일제가 왜곡한 전통 지리와 잊힌 고유지명을 재조명해 ‘전북의 산하’를 시군별로 엮는 사명감이야말로 가슴 뿌듯한 일이 아닐 수 없다”며 “문화 유산의 산실인 전북이 2036년 하계올림픽 국내 후보지로 선정된 것처럼, 앞으로도 역사문화의 정체성을 살려가는 데 힘을 보태고 싶다”고 밝혔다. 작가는 2003년 <수필과 비평>으로 등단했으며, 전북문인협회 수석부회장, 영호남수필문학협회 전북회장, 행촌수필문학회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는 한국문인협회 이사로 활동 중이다. 저서로는 수필집 <어머니의 가슴앓이>, <울림> 등 6권과 교양도서 <전북의 백대명산을 가다>, <전라도 천년의 숨결> 등 10여 권이 있다. 수상 경력으로는 제21회 한국문협 작가상, 제28회 전북문학상, 2021 새전북신문 문학상 대상, 제5회 한국문학신문 수필부문 대상 등이 있다.

  • 문학·출판
  • 전현아
  • 2025.06.25 15:34

[전통예술의 심장이 뛰는 무대] (중) 전통을 진흥하다-법과 현장의 만남

2023년 제정된 국악진흥법이 올해로 시행 1년을 맞았다. 국가가 국악의 보존과 진흥을 위해 마련한 첫 번째 법률이라는 점에서 제도적 의미는 분명하지만, 현장에서는 “법보다 먼저 진흥을 실천해온 무대가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바로 전주대사습놀이다. 1975년 ‘국악 진흥과 전통 계승’을 기치로 출범한 전주대사습놀이는, 국악진흥법 제정보다 반세기 앞서 국악 생태계를 현장 중심으로 구축해온 대표 무대다. 장원을 배출하며 명인을 길러내고, 청소년부와 신인부를 통해 다음 세대를 무대 위에 세워온 이 대회는 그 자체로 ‘살아 있는 국악진흥법’이라 불릴 만하다. 하지만 전통예술 현장에서 활동하는 이들은 “법이 있다고 현장이 살아나는 건 아니다”라고 한목소리로 말한다. 국악진흥법은 △국악 진흥 기본계획 수립 △국악 교육 활성화 △공연 지원 △국악방송 확대 △국악인의 권익 보호 등을 골자로 한다. 이를 근거로 전국의 국립·지방 국악원이 정비되고, 국악 교육도 학교나 문화센터 등에서 단계적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그러나 법의 취지가 현장의 기대에 얼마나 부합하느냐는 질문엔 여전히 물음표가 남는다. 김용호 정읍시립국악단장은 “법적 틀이 있다는 건 의미 있는 변화지만, 그 실효성에 대해선 냉정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국악진흥법이 지속 가능한 법으로 기능하려면, 제도적 기반을 넘어 구체적인 정책 실행력과 대중의 참여가 함께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국악은 단지 전통을 보존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대사회와 호흡하며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예술”이라며 “그중 전주대사습놀이는 600여 년의 역사와 전국 최고 권위의 경연 무대라는 점에서, 국악 진흥의 가장 이상적인 현장”이라고 강조했다. “단발적인 지원을 넘어 교육·문화산업·기술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통합적 정책 설계가 절실하다”고도 덧붙였다. 무대 위 예인의 목소리는 더욱 절실하다. 전주대사습놀이 판소리명창부 장원 출신인 왕기석 명창은 “예전에는 장원에 오르면 방송이든 공연이든 자연스럽게 이어졌지만, 요즘은 수상 이후 활동이 이어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국악을 전공한 우수한 후배들이 생계 문제로 타 장르로 이탈하는 일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최근 정부가 국악인의 권익 보호를 위해 국악진흥법을 제정하고 ‘국악의 날’도 지정했지만, 여전히 실질적인 노출 전략은 미흡하다”며 “지역 국악인들에게 필요한 건 일회성 지원이 아닌 관객과 직접 만나는 무대”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전주대사습놀이는 명망 있는 대회지만, 대통령상만으로는 먹고살 수 없는 게 현실”이라며 “법이 예술인의 삶에 닿지 않는다면 껍데기에 불과하다”고도 덧붙였다. 실제 2018년 국립국악원이 발표한 논문집 ‘인구절벽에 따른 예술인력과 관람객의 변화 분석’에 따르면, 국악 인구는 점차 감소하고 있으며, 전문예술인의 이탈률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국악 인재 양성 - 경연 등용문 - 무대 및 교육 현장 진출’이라는 선순환 구조가 약화되고 있다는 분석도 뒤따른다. 전주대사습놀이는 지금도 매년 수백 명의 국악인이 장원을 목표로 도전하는 무대다. 그러나 장원 이후의 길을 이어줄 제도적 사다리는 여전히 부족하다. 국립국악단체 진출, 방송 출연, 교육기관 강사 채용 등 후속 기회는 여전히 제한적이며, 생계를 보장할 구조도 마련돼 있지 않다. 국악진흥법 1년, 전주대사습놀이 51년. 법은 늦게 왔고, 무대는 먼저 있었다. 이제는 법이 무대를 외면하지 않도록, 무대가 법의 실효성을 견인할 수 있도록 간극을 좁히는 진짜 진흥의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 문화일반
  • 전현아
  • 2025.06.24 17:14

전북거점형양성평등센터, 전북 여성 농업인 구술생애사 작업 추진

전북여성가족재단 여성정책연구소 거점형양성평등센터(원장 전정희)는 24일부터 전북 지역 여성 농업인을 대상으로 구술생애사 채록 작업에 착수한다. 전북 여성 농업인 구술생애사 사업은 전북 도내에서 오랜 시간 농업에 종사해온 여성 농업인 6명을 주요 구술자로 선정하여 이들의 생애 경험과 지역 농업의 변화, 가족과 공동체 내 여성의 역할을 심층적으로 기록하는 데 초점을 둔다. 특히 농촌 가부장제 속 여성의 노동과 삶, 여성 농업인으로서의 주체적 경험을 살펴보는 것을 중심으로 채록이 진행될 예정이다. 전북거점형양성평등센터는 2023년 여성 생애구술사 기록 전문가 17명을 양성하는 특화사업을 추진했다. 2024년에는 채록 분야의 우선순위를 도출하기 위해 전문가 포럼을 진행한 바 있다. 이번 사업은 지난 포럼에서 제안된 주제 중 하나인 ‘농민’을 중심으로, 여성들의 삶을 기록하고 지역성과 젠더 관점을 담아내는 연속 특화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된다. 향후 구술 기록은 책자 발간, 디지털 아카이브 등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될 계획이다. 전정희 원장은 “개인의 기억을 넘어 여성의 시선에서 본 전북지역 농촌의 역사와 농업을 기록하는 귀중한 기초 작업이 될 것”이라며, “앞으로도 여성의 목소리로 지역의 역사를 기록하는 작업에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라고 밝혔다. 한편, 전북 거점형 양성평등센터는 전북특별자치도의 성평등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성주류화 제도 지원과 양성평등 의식·문화 확산, 지역 모니터링 사업, 지역 특화 사업 등을 통해 지역 내 성평등 가치 실현을 위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 여성·생활
  • 박은
  • 2025.06.24 15:59

한글이 숨쉬다…서화 8인전 'FontArt 모색'

“월화수목금토일 날마다 좋은 날이어라” 전주현대미술관 JeMA에서 24일부터 열리는 ‘한글이 숨쉬다 FontArt 모색’ 특별기획전에 출품한 취석 송하진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조직위원장의 ‘월화수목금토일’ 이다. 그는 화선지에 정자로 새긴 한글서예 작품을 전시에 내놓았다. 이기전 전주현대미술관장은 문자와 그림을 융합해 시각화한 작품 ‘봄날은 간다’ 등을 선보인다. 전주현대미술관 JeMA 특별기획전으로 열리는 ‘한글이 숨쉬다 FontArt 모색 書*畵(서*화) 8인전’은 2025년 국가무형유산으로 지정된 한글서예의 우수성을 알리고, 세계문화유산지정에 한층 더 기여할 수 있도록 마련됐다. 전시에는 김춘선, 송하진, 이기전, 이동근, 이성재, 이일청, 장석원, 최동명 등 8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이들은 이번 전시에서 문자예술과 시각예술이 교차하는 지점에서의 새로운 창작 가능성을 실험하고 제시한다. 600년에 가까운 한글의 역사 속에서 한글서예는 궁체와 훈민정음체, 현대자유서체 등으로 끊임없이 발전해왔다. 기획전에 참여한 8명의 작가들은 한글을 소재로 한 예술이 과연 ‘서예’에만 해당하는가에 의문을 시각적으로 풀어냈다. 글씨와 그림은 뿌리가 같다는 ‘서화동원’의 차원에서 지속적인 작업을 통한 미적 모색을 한 것이다. 한자에 비해 한글은 글자의 획과 형태가 단순하다. 이 때문에 형상의 표출과 조형성 추구가 어렵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하지만 작가들은 이번 전시에서 우리 한글의 점과 획, 결구와 장법을 현대적으로 해석하고 감각적으로 표현해 미적 예술을 구현한다. 장준석 미술평론가는 전시서문을 통해 “이번 전시는 우리의 전통한글 서예를 중심으로 한다는 점에서 더욱 가치가 있다”며 “한글 서예와 한글 조형 예술이 새로운 변화와 새로운 비전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한글과 연관된 창작뿐만 아니라 서예계에도 변화가 있으리라 기대한다”고 밝혔다.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조직위원회가 후원하는 이번 전시는 오는 7월 13일까지 진행된다. 전시는 무료로 관람할 수 있으며 오픈식은 6월 24일 오후 5시다.

  • 전시·공연
  • 박은
  • 2025.06.23 17:22

[전통예술의 심장이 뛰는 무대](상) 51년 역사 전주대사습놀이, 왜 특별한가

올해로 제51회차를 맞은 전주대사습놀이는 단지 ‘국악 경연대회’라는 틀에 가두기엔 그 역사와 무게가 결코 가볍지 않다. ‘소리의 고장’이라 불리는 전주에서 반세기 넘게 이어져 오고 있는 이 무대는 전통예술의 계승, 공정한 경쟁, 그리고 전통 예인들의 꿈이 교차하는 현장이다. 본보는 이번 기획을 통해 전주대사습놀이의 현재와 미래를 조망하고자 한다. 무대를 지켜온 명인들, 전통예술의 제도권 현장, 그 안에서 소리를 잇고자 애쓰는 이들의 목소리를 세 차례에 걸쳐 돌아봤다. <편집자 주> 오정숙·조상현·성우향·성창순·이일주·최난주·최승희·조통달·김일구·전정민·김영자. 이름 석 자만으로도 국악계의 권위를 드러내는 이 명창들에게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전주대사습놀이 판소리 명창부 장원자로 대통령상을 받았다는 점이다. 1975년 ‘국악 진흥과 전통 계승’을 목적으로 부활한 전주대사습놀이는 반세기 넘는 세월 동안 국내 최고 권위의 전통예술 경연대회로 자리매김해 왔다. 올해 역시 판소리 명창부, 농악부, 무용 명인부, 민요 명인부, 고법 명고부, 가야금병창 명인부, 기악부, 무용 일반부, 판소리 일반부, 시조부, 무용 전공부, 고법 일반부, 궁도부 등 총 13개 부문에서 전국의 국악인들이 모여 기량을 겨루며 ‘장원’의 영예를 놓고 경쟁을 벌인다. 이 가운데 단연 가장 상징적인 부문은 대통령상이 수여되는 판소리 명인부의 ‘장원’이다. 수많은 소리꾼 중 단 한 명에게만 주어지는 이 타이틀은 단순한 수상 경력을 넘어 국악 명인으로 가는 공식적인 관문으로 여겨진다. 제11회 전주대사습놀이 판소리명창부 장원 출신인 김영자(74) 명창(국가무형문화재 판소리 심청가 예능보유자)은 “요즘 대통령상이 다소 남발되는 분위기지만, 전주대사습 장원은 여전히 예술계에서 무게감 있는 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장원은 소리꾼이라면 누구나 꿈꾸는 목표이자 상징”이라며 “이 무대에서의 수상은 곧 공연, 강단, 전수 교육 등 국악인의 길을 여는 결정적 계기가 된다”고 회고했다. 실제 그가 장원을 꿰찬 1985년 당시 시내 행진과 더불어 방송 출연, 전국 순회공연 등으로 국악인의 위상을 체감할 수 있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이처럼 영예로운 장원에 오르기까지의 여정 또한 녹록지 않다. 치열한 예심부터 깐깐한 본심까지 고강도 심사를 통과해야 하며, 3~5년 이상 꾸준히 도전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전국 각지에서 실력 있는 소리꾼과 전통 예인이 모이는 만큼, 단순한 실력 이상으로 ‘무대 위 공력’을 증명해야 하는 자리라는 말도 나온다. 명맥 깊은 대회가 전주에서 열린다는 점도 상징성을 더한다. 조선 후기부터 명창과 소리꾼을 꾸준히 배출해 온 전주는 국립무형유산원, 전북도립국악원 등 국악 관련 기관이 밀집한 전통예술의 중심 도시다. 유영대 전북도립국악원장은 “대사습은 이제 전주의 고유명사처럼 굳어진 경연의 상징”이라며 “조선조 숙종 때 이어온 사습 놀이 문화가 전주에서 전국화됐고, 그 명맥이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후 남원과 순천, 보성 등도 국악의 중심지를 자처하고 나섰지만, 전주는 역사성과 축적된 전통, 그리고 축제성을 갖춘 무대를 통해 명실상부 국악 중심지의 위상을 지켜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더불어 전주대사습놀이는 재출범 이후 8년 만인 1983년부터 학생부 부문을 신설하며 국악 꿈나무들의 첫 공식 경력을 쌓는 무대로도 기능해왔다. 최근에는 예선 일부를 일반 관객에게 공개하고, 유튜브 등을 통한 영상 중계로 대중의 접근성을 넓히고 경연의 공정성을 높이려는 시도도 이어가고 있다. 전주대사습놀이는 여전히 전통예술의 중심에 서 있다. 그 무대 위에서 울리는 소리와 전통 예술은 단순한 경연을 넘어, 오늘의 명인과 내일의 예인을 잇는 다리다. 명인들의 등용문, 젊은 전통 예인들의 꿈의 무대인 전주대사습 놀이는 오늘도 전통예술의 심장을 뛰게 한다.

  • 문화일반
  • 전현아
  • 2025.06.23 17:14

전주세계소리축제, 푸드트럭 운영단체 모집

전주세계소리축제조직위원회(이하 소리축제)가 2025 소리축제 기간 ‘푸드트럭’을 운영할 업체를 다음 달 8일 오후 6시까지 공개 모집한다. 올해 소리축제는 축제장을 찾는 도민 및 다른 지역 관객들과 함께 호흡하며, 지속 가능한 친환경 축제를 실현해 나가기 위해 한 걸음 더 나아갈 계획이다. 도내 지역 단체가 중심이 돼 주민들이 함께 참여하고 즐길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고자 하며, 일회용기 대신 다회용기 사용을 원칙으로 운영함으로써 친환경 실천에도 앞장서고자 한다. 이에 따라 이런 소리축제의 방향성과 함께할 수 있는 푸드트럭 업체를 모집 중이다. 모집 대상은 도내에 사업자등록이 돼 있는 도내 협동조합 또는 컨소시엄 운영이 가능한 단체다. 컨소시엄 구성 시 전체 참여 업체 중 도내 업체 비율은 50% 이상을 차지해야 한다. 또 보건증 등 조리에 필요한 각종 위생 및 등록 요건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모집 규모는 1개 팀(최소 6개~최대 8대 내외로 푸드트럭 구성)으로 제한된다. 선정된 운영 업체는 올해 소리축제 기간 (8월 13~17일) 한국소리문화의전당에서 낮 12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운영을 해야 한다. 전기 시설, 다회용 식기, 운영 공간 홍보물 등은 소리축제 측에서 제공한다. 업체는 축제 당일 다회용기 운영 교육에 반드시 참여해야 한다. 접수는 소리축제 공식 홈페이지 내 공지사항에서 신청서를 내려받아 작성한 후 이메일(prideco2019@naver.com)로 보내면 된다. 심사 기준은 △메뉴 구성의 적합성 △비용의 적정성 △친환경 운영 가능성 △관련 경험 및 전문성 등이며 결과는 서류 심사를 거쳐 다음 달 17일 최종적으로 홈페이지 공고 및 개별 통보된다. 이 밖의 자세한 사안은 소리축제 홈페이지 내 공지사항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문의는 이메일(event2@sorifestival.com) 또는 전화(063-252-8356)로 가능하다.

  • 문화일반
  • 전현아
  • 2025.06.23 15:06

임실 강진면에 후백제 견훤의 발자취 '견훤대' 발굴조사

후백제 견훤이 임실군 강진면에서 활동했다는 견훤대(甄萱臺)에 대해 고고문화유산연구원의 발굴 학술 보고회가 최근 현지에서 열렸다. 전북자치도 후백제 문화유산 학술 연구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된 이번 발굴 조사는 지난해 이 지역에 대한 지표와 시굴 조사를 마치고 지난 5월부터 정밀 발굴 조사에 들어갔다. 견훤대는 임실군 강진면 갈담리에 위치, 갈담천과 섬진강의 본류가 합류하는 지점에 자리하고 있어 주변을 조망하기에 매우 탁월한 곳이다. 임실군 최초의 사찬 읍지인 ‘운수지 1675)에는 견훤대가 갈담교 위에 있으며 ‘신라말에 반란을 일으키고 완산에 웅거하면서 여기에 대를 쌓고 강무(講武)하는 곳으로 삼았다’라고 기록됐다. 또 1730년 ‘운수지’에는 견훤이 ‘대 위에서 말 타고 놀았다고 하여 일명 희마대(戱馬臺)라고 하였다’라고 기록하고 있으며 지금은 다래끼봉으로 불린다. 발굴 조사 결과로 견훤대 정상부에는 암반을 다듬은 건물대지가 확인되고 삼국시대 집수시설과 조선시대 회곽묘및 토광묘, 정상부 주변으 석축 등이 조사됐다. 유물은 삼국에서 조선시대에 이르는 토기와 기와편 등이 출토됐으며 기와는 섬진강 유역 백제 기와의 제작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다. 이는 임실군 관촌면의 성미산성과 순창군 대모산성, 광양 마로산성 등과 비슷한 시기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연구원은 설명했다. 학술자문위원인 정상기 무주태권도박물관장과 강원종 세계문화유산연구재단 연구원은 “견훤에 대한 기억이 희미한 작금의 현실에서 의미 있는 발굴”이라고 강조했다. 심민 군수는 “이번 발굴을 계기로 역사성과 중요성을 관광자원과 문화유산으로서 가치를 확대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문화재·학술
  • 박정우
  • 2025.06.23 11:33
문화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