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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로 물드는 전주…29일부터 이틀간 오프라인 공연 개최

전주 더 바인 홀(대표 김주환)에서는 오는 29일부터 30일까지 이틀간 예술가와 시민이 직접 마주하고 소통하는 시간을 갖는다. 29일에 열리는 청년 프로젝트 IN ART: 키스 자렛 meet Other Arts는 전주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청년 예술가들이 꾸민다. 이들은 최고의 재즈 피아니스트인 키스 자렛의 음반을 무용과 미술 등으로 재해석한다. 공연의 진행은 김주환 대표가 맡는다. 피아니스트 정영광, 무용수 배병엽과 최경서, 미술가 배정민과 박세희가 무대에 오른다. 예매는 더 바인 홀 카카오톡 채널에서 가능하며, 현재 코로나19 장기화로 지친 시민들을 위해 2만 원 할인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다시 찾아온 즉흥의 미학: 김주환의 우일예담 2는 30일에 열린다. 우일예담은 우리의 일상에 예술을 담다라는 의미다.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이 공연장을 찾은 시민들의 사연을 읽으며, 그 자리에서 작품을 창작하는 신개념 토크 콘서트다. 이날 사연이 채택된 시민에게는 즉석에서 창작한 미술 작품과 향수, 꽃다발 등을 선물로 증정할 예정이다. 공연에는 피아니스트 정영광, 베이스 연주자 김윤성, 드러머 홍지형, 미술가 배정민, 플로리스트 김지훈, 조향사 김지선 등 6명의 예술가가 함께한다. 이 공연은 무료다. 29일 공연과 마찬가지로 더 바인 홀 카카오톡 채널에서 신청이 가능하다. 김주환 대표는 우일예담 콘서트는 이번이 두 번째다. 시민들의 반응이 너무 좋아서 두 달에 한 번씩 이어나가고 있다. 전주에서 만들어낸 이 작은 콘서트를 국내에서 가장 유명한 콘서트로 만들 것이라는 각오로 준비했다고 전했다. /박현우 인턴기자

  • 전시·공연
  • 전북일보
  • 2021.10.25 17:54

[이승우의 미술 이야기] 수석 궁정화가의 개 1

고야(Francisco de Goya 1746-1828)의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그가 천재임을 부인할 수가 없다. 그의 사후에 나온 말들이지만 그의 그림은 표현주의적인가 하면 초현실주의적이고 민중적 요소가 강한가 하면 일상의 매력 있는 초상화가의 면모를 보이기도 한다. 더구나 공간 구성이나 질감에서도 현대의 화가들이 감탄할 만한 그 무엇이 보인다. 그의 유명한 두 장의 마하를 보고 있으면 그 여인은 그림을 바라보고 있는 사람을 다시 농염한 눈길로 보는 까닭에 살아 있는 여인을 보는 듯하면서도 예술의 승화로만 말할 수 있는 미적 쾌감까지 가산되어, 보는 사람을 당혹하게 한다. 여인의 눈길과 온몸이 그러한 자세로 다시 말을 건네 오는 것이다. 우아한 두 다리의 발끝은 오른 편 위쪽에 있는 한 쌍의 눈과 묘한 대응을 이룬다. 나체의 마하의 배꼽에서 무릎까지의 당당한 포즈는 차라리 도발적이기도 하여 매력적이고 주술적이며 마술적이라는 표현이 걸 맞는다. 고야가 살던 당시에 에스파냐는 엄격한 가톨릭 국가여서 신성시 되지 않는 나체를 그린다는 것은 최악이었다. 그래서 나체의 마하 위에 옷을 입은 마하를 겹쳐 그려 걸어두었다 한다. 결국에는 이 그림 때문에 종교 재판에 출두하기도 했다. 누드라는 말은 옷을 벗었다는 말이 아니라 처음부터 아예 입지 않았다는 것이다. 아예 옷을 입지 않았거나 옷을 벗었거나 그것이 그거 아니냐는 말도 할 수 있겠으나, 옷을 벗는다는 것은 부끄러움과 함께 도발적인데 반하여 아예 옷을 입지 않았다는 것은 태초의 생명에 대한 건강함을 상징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런 관점에서 볼 때 마하는 처음부터 옷을 입지 않은 것이 아니라 도발적으로 옷을 벗었기에 그토록 요염한 에로티시즘을 풍기는 것이리라. 멋쟁이 남자를 마호라 하고 멋쟁이 여자를 마하라고 하는데 이 부인은 당시 왕비와 맞서는 기품과 아름다움으로 사교계의 꽃이었던 알바공작의 부인이라는 설이 있기도 하나 신빙성이 조금 부족하다. 다만 확실한 것은 당시의 세도가였던 재상 고도이의 주문으로 그렸다는 것이다.

  • 문화일반
  • 기고
  • 2021.10.25 17:41

남북백두대간 최초 종주자 로저 셰퍼드가 전하는 백두대간의 아름다움

교동미술관(관장 김완순)에서는 오는 31일까지 남과 북의 백두대간을 최초로 종주한 로저 셰퍼드의 백두대간 사진전이 열린다. 이번 전시에는 세상 누구에게도 허락되지 않았던 북녘 백두대간까지 오른 로저 셰퍼드가 남북의 봉우리부터 산맥, 사람들까지 모두 카메라에 담은 작품이 전시된다. 전시는 아름다운 남과 북의 백두대간을 간접 체험하고, 한반도가 하나의 줄기로 이어져 있음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로저 셰퍼드는 지난 2006년에 한국의 국립공원 여러 곳을 등산하다가 백두대간을 발견했다. 그가 처음으로 올랐던 곳은 지리산으로, 장엄하게 뻗어 나가는 산맥과 사랑에 빠졌다. 이후 2007년 8월에 한국으로 들어와 다시 백두대간 종주를 시작했다. 지리산부터 설악산까지 등반하고 난 후, 남측의 마지막 봉우리로 알려진 향로봉에 섰다. 그는 산맥이 북을 향해 뻗어 있고 철조망이 가로막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백두대간 남측 구역을 샅샅이 등반한 로저 셰퍼드는 북한 당국의 협조하에 2011년부터 총 12차례에 걸쳐 북녘 백두대간을 등반했다. 이후 직접 촬영한 백두대간을 담은 사진첩을 발간하고, 여러 차례 사진전을 열어 사람들에게 아름다운 백두대간의 모습을 알렸다. 그는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자동차 도장 기술을 배웠다. 고국인 뉴질랜드를 떠나 영국으로 가서 1년을 도장공으로 살았다. 이후 아프리카 남부로 가서 약 9년을 야생동물 농장 관리인, 사파리 가이드 등으로 일했다. 한국으로 들어와 영어를 가르치다가 안정된 직장을 찾아 뉴질랜드로 돌아가서 경찰의 삶을 살기도 했다. /박현우 인턴기자

  • 전시·공연
  • 전북일보
  • 2021.10.24 18:16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대아마을의 사계절…동상 영상 Ⅱ-대아마을의 4계

누군가에게는 추억이 되고, 누군가에게는 아픔이 되고, 누군가에게는 휴식처가 되는 대아댐이 건립 100주년을 맞이했다. 대아댐이 자리 잡고 있는 대아마을에는 대아저수지, 대아수목원 등이 있어 사시사철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이러한 대아마을의 사계절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는 전시회가 문을 활짝 열었다. 연석산 미술관(관장 박인현)은 오는 11월 5일까지 대아댐 건립 100주년을 기념하여 동상 영상Ⅱ-대아마을의 4계 전시회를 연다. 동상 영상의 두 번째 이야기인 이번 전시는 대아마을의 봄, 여름, 겨울의 모습은 사진으로, 가을은 사진으로 한 번, 눈으로 한 번 더 담고 음미할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대아마을의 사계절을 눈으로 담는 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대아마을의 생생한 오늘날의 모습까지 모두 고스란히 담아냈다. 전시에는 고규영, 구만옥, 권구연, 박수인, 박영선, 박영환, 박인현, 백민지, 백송이, 설휴정, 손안나, 송태상, 서진순, 오상아, 오태양, 이보영, 이승현, 임순화, 임진희, 장우석, 재아, 장지은, 정경숙, 정영천, 차태희, 차하린, 차하민, 차하연, 채화성, 하진희, 홍영욱 등 50여 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입주작가, 지역작가부터 미술학도와 어린이, 공무원, 주민 등 동상골에 애정을 가진 사람들까지 모두 대아마을 전시회를 위해 한자리에 모였다. 박성일 완주군수는 아름다운 동상면의 자연을 영상에 담아 펼쳐놓은 대아댐 100주년 기념 전시회 개최를 진심으로 축하한다. 자연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온 동상면 사람들의 꾸밈없고 순수한 모습처럼 대아마을의 아름다운 사계를 담은 사진과 영상이 세상에 빛을 보기를 희망한다고 전했다. 박인현 관장은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고 만물들이 가을 색으로 물들어갈 즈음 드라이브 여행 삼아 자연 친화적인 청정의 오감을 만끽할 수 있는 대아마을을 찾으시어, 평안한 힐링의 시간을 만끽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이 전시는 전북문화관광재단지원 연석산미술관 레지던스와 동상면사무소가 협업하여 진행하는 지역활성화프로그램의 일환이다. 동상 영상 전시회는 자연환경 훼손 관련 사봉리 밤티마을의 석산 개발에 주민들의 강한 저항 의지와 뜻을 같이하고자 연 2020 사봉마을의 여름전으로 시작했다. /박현우 인턴기자

  • 전시·공연
  • 전북일보
  • 2021.10.24 18:16

“가야사 ‘기문’ 논란…지역민 이해구하기 위한 방안 필요”

남원 유곡리두락리 가야 고분군 세계유산 등재과정을 두고 벌어지는 지역 사회의 소요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이 필수라는 의견이 제기됐다. 고대시기 남원 지역을 <일본서기> 등에 나온 기문(己汶)으로 비정한 가야사 연구자들을 향해 임나일본부설을 따르는 식민사학자로 오해하며 비난하는 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공론화 자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전북 연구자의 학문교류 및 지역학 연구 방향 모색을 위한 제1회 전북학대회가 지난 22일 원광대 숭산기념관에서 열렸다. 이날 전북학대회에 참가한 학자들은 고대사를 계승하는 창조와 혁신등 5개 주제를 두고 심도 깊게 논의했다. 전북 가야사 관련 발표에서는 그 동안 발굴된 역사적 실체 파악과 세계유산 등재 추진 과제에 대한 논의가 오갔다. 이날 전북 지역 가야역사의 부각과 가야 세계유산 등재 추진과 활용을 발표한 조법종 우석대 교수는 전북 지역 가야의 실체에 대해 아직 고대사학계에서 명확한 입장을 정리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전북 일부 학자들은) 동부에서 발견된 봉화로의 종착지가 장수군 장계분지라는 점과 <일본서기>에 나온 봉후 기록을 비교한 뒤, 반파를 장수로 보고 있다며 반면 다른 가야사 전공자들은 봉수의 실체와 <일본서기>가 가진 상징성을 문제로 반파의 위치를 여전히 경상권에서 찾고 있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지속적인 고고학 유적조사와 문헌사학계와의 긴밀한 연구를 통해 전북 가야의 실체와 위상 찾기 노력이 요청된다고 강조했다. 토론자로 나선 유철 전라문화유산연구원장은 남원을 기문으로 비정한 가야사 연구자를 식민사학자로 비판하는 상황은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이런 갈등을 해소하고 지역민들의 이해를 구하기 위한 합리적인 방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남원 고분군의 세계유산 등재와 합리적인 보존관리활용을 위해서는 지역민들의 이해와 협력이 필수적인 요소라고 강조했다. 전북 후백제 연구의 쟁점과 지향점을 발제한 이도학 한국전통문화대 교수는 고려시대에 쓰인 <삼국사기>는 견훤을 천하에서 가장 흉악한 자로 규정하고 있다며 승자의 기록에서 나온 왜곡된 평가인데, 이는 후대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엄밀한 사료 비판과 연구를 통해 악인이란 이미지를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안 도통리에서 발굴된 청자에 대한 시기 규명도 문제로 제기했다. 이 교수는 진안 도통리 외궁리 가마(사적 제551호)는 유일하게 후백제 영역에 속하고, 이곳에선 고려와 후주 외교의 산물인 초기 백자가 출토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곳에서 출토된 청자를 고려청자와 후백제 청자 중 어느 것으로 불러야 하는 지 고민스럽다며 운용주체가 후백제일 가능성이 높은데 논의가 계속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후백제가 존재했던 시대를 구분하는 문제도 대두했다. 곽장근 군산대 교수는 보통 통일신라 후기, 고려초, 나말려초(신라말~고려초)로 구분하는 데 후백제가 존재한 시대를 정확하게 명명할 필요가 있다고 후삼국 시대를 역사 시대구분론에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전북을 중심으로 볼 때는 후백제 시대로 명명하는 것도 시도해 볼만 하다고 했다. 지난 2019년 발의된 역사문화권 정비 등에 관한 특별법이 마한의 역사문화권을 영산강 유역으로 한정하는 데에 따른 문제가 제기됐다. 이문형 원광대 마한백제문화연구소 연구교수는 전북의 관과 학계에서 마한문화권을 영산강 유역으로 한정하는 것에 대해 계속 문제제기를 해왔다며그럼에도 아직까지 국회 문체위에 계류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더해 법안을 대표발의한 도내 국회의원(이상직 의원)마저 활동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상당히 우려스럽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속히 해결하지 않으면 마한이 영산강 유역에만 존재했던 역사로 잘못 인식될 수도 있다며민관학이 함께 법률 개정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고대 마한문화권에 걸쳐있고 관련 유물유적이 발굴된 완주, 익산, 고창, 정읍, 부안에서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북에 있는 마한시대 고분군의 위상 승격도 거론됐다. 이 교수는 마한 고분군은 국가 지정 문화재로서 크게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승격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문화
  • 김세희
  • 2021.10.24 17:03

김판묵 개인전 ‘P E R S O N A : 네가 아는 나, 내가 모르는 나’

집단 사회의 행동규범 안에서 생활하는 나는 내가 맞는 것일까. 스위스의 심리학자이자 정신과 의사인 칼 구스타프 융은 사회속의 자아를 페르소나라고 정의한다. 일종의 가면을 쓴 인격이다. 자신의 내면과 소통하면서 행동하는 자아와는 다르다. 이 개념을 주제로 하는 전시회가 찾아온다. 청년작가 김판묵이 오는 31일까지 군산시 쿤스트 하우스에서 11번째 개인전 P E R S O N A : 네가 아는 나, 내가 모르는 나를 연다. 이번 전시는 다른 사람에게 비춰지는 모습과 내적으로 고민하는 모습을 동시에 드러낸다. 비춰지는 거짓과 감춰진 진실 사이에서 정체성에 혼란을 겪고 있는 상황을 나타낸 것이다. 작가는 어긋나고 모호한 현실을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의 초상을 통해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을 담았다고 설명한다. 김판묵 작가는 작품노트에 나에 대한 질문이 깊어질수록 내가 누구인지 알 수 없게 돼 버린다며 반복된 성찰 속에서 드러나는 것은 타인의 기준으로 존재하는 껍데기라고 회의한다. 그러면서 당신이 아는 나의 모습과 나조차도 짐작할 수 없는 나 사이를 맴돌며 이해할 수 없는 사회와 개인의 아이러니한 현상들을 보여준다고 부연한다.

  • 전시·공연
  • 김세희
  • 2021.10.24 17:03

[2021 전주세계소리축제 리뷰] 부포의 간섭을 떠난 쇳소리들의 격투

사금이란 제목처럼 네 명의 꽹과리 주자가 주인공이었다. 웃다리 농악의 임광식, 남원농악의 유명철, 정읍농악의 유지화, 김천금릉빗내농악의 손영만. 두 분이 80세를 넘겼고, 한 분은 그 문턱에 다다랐다. 출연진을 보고 나는 해바라기의 영근 씨앗을 떠올렸다. 고령의 스승들이 여문 씨앗으로 중심을 떠받치면, 반주를 맡은 제자들이 젊은 기운으로 초록의 잎과 노란 꽃잎을 피워 올릴 것이라고 예상하며 공연장에 도착했다. 공연 전에 만난 조세훈 연출자는 이번 기획 의도가 농악의 소리에 집중하는 것이라고 했다. 꽹과리 연주와 노랫소리에 초점을 두려고 부포 상모조차 쓰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까만 전립에 연꽃송이나 연꽃봉오리 모양의 깃털 부포나 한지를 잘게 자른 종이술을 달아, 뱅뱅 돌리기도 하고 곧추 세우기도 하고 끔쩍거리기도 하며 재주를 보이는 것이 부포 상모 놀음이다. 꽹과리 연주는 부포를 움직이는 목과 하반신의 리듬과 연결되어 있어서, 상모를 쓰면 빠르기는 몸이 따라갈 수 없을 정도로 빨라지거나 부포를 돌릴 수 없을 만큼 느려질 수가 없다. 부포 상모는 상쇠의 몸과 꽹과리 가락 전체를 지배한다. 이제 상모를 벗어버렸으니 한층 자유로운 몸동작과 쇳소리를 만날 터였다. 네 명의 상쇠는 상모도 삼색띠도 없이 흰 바지저고리 위에 조끼만 걸치고 무대에 올랐다. 전체 출연진의 입장굿으로 한 차례 시끌짝한 뒤 유명철, 임광식, 손영만, 유지화 상쇠가 반주단과 함께 순서대로 올랐다. 무대 양 옆 객석에서 지켜보는 다른 팀들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숨길 수 없는 승부욕으로 정수리 끝이 팽팽해지고 주름진 눈꺼풀 사이로 형형한 안광이 뿜어졌다. 비록 노구이지만, 농악이 무형문화재나 문화유산이라는 상징권력을 부여받기 전 오로지 기술만으로 승부를 봤던 상쇠들끼리의 대결이었다. 30년쯤 연배가 차이 나는 젊은 상쇠는 공연 신발인 미투리를 벗어던지면서까지 이 세 선배들에게 대적했다. 잰지래 잰지래, 땅그랑 땅그랑, 뚜르땡 뚜르땡, 차부랑 차부랑, 쇳소리는 각기 달랐지만 부포의 간섭으로부터 벗어난 4인의 꽹과리는 리듬의 스펙트럼을 넓히며 한껏 자유로웠다. 자갈자갈 나긋나긋하니 멋을 내다가 어느 순간 천장을 꿰뚫듯이 빠르고 강하게 치달아 올랐다. 한여름 소나기가 물방울을 튕겨내듯 몰아치는 손놀림과는 달리 입가에는 미소가 은은했다. 한창 꽃기운 돋을 나이의 체구 좋은 장구잽이와 북잽이는 알 굵은 땀방울을 후두두둑 떨어뜨리는데, 머리칼이 하얀 상쇠는 앞줄 관객과 눈을 맞추며 자꾸만 방싯방싯 웃었다. 무섭기로 소문이 자자한 파마머리 상쇠의 얼굴에도 자꾸 미소가 번졌다. 나 오늘 쪼까 신났어!라는 흥겨움 가득한 한 마디에 꼼짝없이 앉아만 있던 마스크 쓴 관객들도 파하~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참을 길 없는 탄식 같은 추임새가 터져 나오고 안으로만 차오르던 흥과 신명이 박수소리로 쏟아졌다. 사각의 무대는 축제판이자 아레나였다. 1시간 10분간의 공연은 끝이 났고, 격한 흥분의 오르내림으로 나의 정신은 멍해져 버렸다. 해바라기 꽃밭인 줄 알고 구경을 갔다가 이빨 사나운 맹수들이 가득한 사파리를 체험하고 나온 기분이었다. 전북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하였다. <여성농악단 연>, <여성농악 예인구술집, 향기조차 짙었어라>, <농악 현장의 해석>(공저) 등의 저서와 신체기억을 매개로 하는 공통되기의 활동, 농악,나금추 부포놀음에 나타나는 세습무, 권번, 극장 문화의 혼효 양상. 정동 이론으로 본 농악의 공감각적 현존과 신체 운동 등 다수의 연구 논문이 있다.

  • 전시·공연
  • 기고
  • 2021.10.21 17:01

현대 공예가들이 꾸미는 CHROMA - 공예의 언어展

전라북도를 대표하는 여성 현대 공예가 5명이 오는 31일까지 교동미술관(관장 김완순)에서 기획초대전 CHROMA-공예의 언어를 연다. 이번 전시회의 주제는 CHROMA로, 색의 3속성 중 하나인 색의 선명도를 나타내는 채도를 의미한다. 이는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이 모두 다른 소재와 주제로 작업하지만 같은 채도의 색상처럼 현대 공예를 함께한다는 공통점에서 찾아냈다. 전시에는 시대에 따라 작품의 소재와 제작 방식, 형태적 특성과 개념 등을 달리한 공예 작품 40여 점이 전시된다. 전시에 참여한 작가는 강정이, 김완순, 김이재, 송수미, 유경희 등 5명의 현대 공예가다. 강정이 작가는 원형에서 영감받아 백지조형토를 활용해 작품을 만들었다. 그는 원형에서 돌아봄, 내면을 향한 다독거림과 시공간을 초월하는 우주의 상징과 염원을 발견했다. 김완순 작가는 한지의 물성이 좋아서 한지 작업을 끊임없이 시도했다. 그가 이번에 한지가 아닌 가죽을 활용한 것은 현 사회구조에서 흔들리지 않는 자아를 가지기 위해서다. 김이재 작가는 전통과 현대인의 감성이 함께 어우러진 작품을 냈다. 한지와 실크 프린팅의 만남, 아크릴물감과 한지, 면사, 노방, 구리의 만남 등 다양한 재료를 활용했다. 송수미 작가는 김이재 작가처럼 다양하게 재료를 조합했다. 주로 밝은 색보다는 무채색을 사용했다. 사람, 자연, 우주와의 인연 속에서 느끼는 감정을 아날로그적 감성으로 표현했다. 마지막으로 유경희 작가는 누에의 원형에서 삶의 단면을 봤다. 선의 형태로 길이를 유지하고 있는 소재를 사용해 접고, 주름을 잡고, 비틀고, 볼륨감을 주어 변형했다. 김완순 관장은 이번 전시를 통해 공예를 매개로 우리의 일상 속 가치와 동시대인들의 고민을 공감하고 표현하는 5인의 현대 공예가들의 의식 세계를 공유하고자 한다. 더 나아가 전시를 감상하는 시간이 작품에 공감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현우 인턴기자

  • 전시·공연
  • 전북일보
  • 2021.10.21 16:50

보고, 느끼고, 그리는 이재원 작가의 세 번째 개인전

이재원 작가가 오는 24일까지 전주 최명희 문학관 뜰에서 세 번째 한국화 개인전을 연다. 이번 전시에는 이재원 작가가 여행하면서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느끼고, 손으로 그린 작품 20여 점이 전시된다. 그의 과감한 붓 터치는 작품을 돋보이게 만든다. 먹과 다양한 색의 조화와 물을 만나 옅어진 색들이 보는 이들에게 여행 당시의 설렘을 선물한다. 두 번째 개인전(1980) 이후 40여 년 만에 여는 개인전이라 의미가 특별하다. 그는 이번 전시를 경제적으로 어려운 화가들에게 힘이 되는 전시라고 표현했다. 전시회 장소를 미술관이 아닌 전주 최명희 문학관 뜰로 정한 이유기도 하다. 이 작가는 경제적으로 어려워도 작품이 있고, 예술에 대한 열정이 있다면 이렇게 밖으로 나와서 예술을 하면 된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화가들에게 동지애와 용기를 주고 싶었다고 전했다. 이어 예술가는 관람객을 찾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옥마을에 사람이 많기도 하고, 뜻깊은 장소를 모색하다가 최명희 문학관 뜰에서 하게 됐다고 말했다. 서울 출생인 이재원 작가는 전주 문화방송(MBC)에서 30여 년간 근무했다. 현재 한국미술협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박현우 인턴기자

  • 전시·공연
  • 전북일보
  • 2021.10.21 16:50

[신간] 아동문학가 서재균 산문집 ‘멀고도 먼 길’

하근이 떠난 지 벌써 3년이 지났다. 그런데도 아직까지 배시시 웃고 서있는 모습이 생생하다. 세월이 가면 잊힐까 했으나 아직까지 환영이 뚜렷하게 떠오르는 것은 무엇일까? 오늘따라 하근이 보고 싶다.(문학평론가 오하근을 생각하다 일부) 아동문학가 서재균이 동료 문학인들과 쌓은 추억과 그들을 향한 그리움을 담은 산문집 멀고도 먼 길(신아출판사)을 출간했다. 격동의 시대에 교사로, 언론인으로, 문학인으로 살아온 서재균은 동료 문학인들과의 교유를 소중히 여긴다. 때문에 어린 시절 함께 쌓았던 추억부터 이들이 좋아했던 문학인, 고통을 감내하며 탄생시킨 문학작품들, 생을 마감하는 순간까지 많은 순간들을 글 속에 녹여낸다. 특히 50년 우정을 나눈 문학평론가 오하근과의 일화는 현실처럼 생생하고, 그의 스승인 고(故) 천이두 선생(원광대 교수), 소설가 홍석영 선생(원광대 교수), 고(故) 이병기 선생에 대한 회상은 잔잔한 파문을 일으킨다. 또 전이곤 시인과의 일화를 말하는 대목은 그리움이 담겨 있고, 그의 술버릇에 대한 기억은 웃음을 자아낸다.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보는 회상의 글도 있다. 1부 길이다. 이 장에서는 제목처럼 소년시절에 대한 회상, 오랜 친구, 고향길, 담임 선생님에 대한 기억을 수록했다. 이와 함께 자신의 문학작품에 대한 소회도 드러냈다. 어린이들을 여러 가지 생각은 하고 있으나 생각할 만한 글은 과연 한 편이라도 남겨 놓았는지, 또 나의 아동문학의 나이테가 너무 부끄럽지도 않았는지라는 구절은 자신의 문학인생에 대한 반성과 일종의 겸양지덕을 담겨 있다. 이번 산문집은 총 3부로 구성돼 있으며, 개인사가 드러나는 산문을 비롯해 동화 꼭두쇠까지 총 22편의 글이 실렸다. 1935년 무주에서 태어난 아동문학가 서재균은 대전사범학교를 졸업한 뒤 초등학교 교원으로 13년을 지냈다. 이후 전북일보사에 입사해 기자, 차장, 부장을 역임했으며, 전라일보 편집부국장, 논설위원, 편집국장 등을 역임했다. 이와 함께 전북도민일보에서 편집국장과 수석논설위원을 지냈다. 한국아동문학 작가상, 전라북도 문화상(언론), 목정문화상(문학), 김영일 아동문학상 등을 받았다. 현재 전북아동문학회 고문, 국제PEN한국본부 이사, 김환태문학제전위원회 위원장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 문학·출판
  • 김세희
  • 2021.10.20 17:51

[신간] 정병렬 시인의 6번째 시집 ‘붉은 지폐와 야근 수당’

꽃 한 송이가 시다. 그 수많은 이파리가 첩첩이 쌓아 올린 이야기, 한 권 소설을 한 편의 시꽃으로 피워 내는 일에 혼신을 다하리라 다짐한다. 인생길 가다가 가다가 꽃밭은 만난다면 행운이겠지요. 이 시집 한 권이 드넓은 초원 어딘가에 꽃밭이었으면 합니다.(시인의 말 일부) 정병렬 시인이 여섯 번째 시집 <붉은 지폐와 야근 수당>(인간과문학사)을 펴냈다. 이 시집은 만찬, 붉은 지폐와 야근 수당, 죽필 받아쓰기, 내가 짊어진 천국, 죽음이 하는 말, 총 5부로 구성돼 있으며 60여 편의 시가 담겨 있다. 정 시인은 세상을 다양한 관점으로 바라본다. 쇠똥구리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기도 하고, 대나무의 말을 들어보기도 하고, 죽음까지도 생각한다. 그는 어렵고 우울한 소재도 재치 있게 표현했다. 온종일 폐지를 줍는 손/굽은 허리 툭툭 치며 바라본 서녘 하늘/그 누가 내놓았나 붉은 노을 황혼이 타네//(중략)//오늘 저녁 치 목숨 고이 받아 안고/발걸음마다 절뚝 절뚝/고삐를 푸는 저녁(붉은 지폐와 야근 수당 일부) 시집의 해설을 맡은 소재호 시인은 이 시집에서 이미지들의 연계는 무한한 상상력을 일으킨다. 붉은 노을은 붉은 지폐로 은유 되는데, 그것 또한 절뚝거리는 남루한 삶의 수당으로 상징되고 있다. 소시민의 눈물겨운 삶이 불타는 황혼으로, 아이러니의 화염으로 귀의하는 형상화의 시는 절묘한 화법이다고 설명했다. 정병렬 시인은 전북 순창 출신이다. 지난 1961년 전북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에 엄동의 계절이 당선됐다. 저서로는 시집 <설원에 서다> 등 다수와 산문집 <희망시 인내동 사랑가>가 있다. 그는 표현 신인작품상, 전북시인상, 전북문학상, 중산문학상 등을 받았다. /박현우 인턴기자

  • 문학·출판
  • 전북일보
  • 2021.10.20 17:23

[신간] 뭍사람 김유석 시인의 제주 이주 여행기 ‘이주 여행자’

김유석 시인의 제주 이주 여행기가 담긴 시집 <이주 여행자>(천년의 시작)가 출간됐다. 이 시집은 우리는 풀밭 옆 돌집을 빌려, 너에게 간다, 화산과 소나기와 돌개바람과, 풍경에 스며, 총 4부로 구성돼 있다. 시집의 첫 장부터 마지막 장까지 내내 생동감 있게 제주도를 노래한다. 너무 멀어 말 막힌 데는 아니게/콘크리트 성곽 에워싼 동네도 아니고/한 번 가면 쉬이 돌아올 수 없는 곳이기에/(중략)//피란처럼/귀향처럼/육지를 떠나왔다/사랑했던 이들을 떠나왔다(이주자들 일부) 전라북도 오수에서 자고 나란 김유석 시인에게 도시 생활은 고향 상실의 상태와 같았다. 제주로의 이주를 피란, 귀향이라고 표현한 것도 그에게 도시는 전쟁터이고 영원한 타향이기 때문이다. 시집의 해설을 맡은 이병철 문학평론가는 내륙의 농촌에서 태어난 이주자에게는 대도시나 제주도나 모두 고향이 될 수 없다. 하지만 위 시의 화자가 제주도를 귀향지로 인식하는 것은 일종의 본향 의식으로 볼 수 있다. 제주도로의 이주는 곧 생명으로의 귀환인 셈이다고 말했다. 김유석 시인은 전북 임실에서 태어났다. 2021년 서정문학, 문학의 오늘에 시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박현우 인턴기자

  • 문학·출판
  • 전북일보
  • 2021.10.20 17:23

낙하산 기관장의 공공기관 분투기

공공기관이 처한 현실과 속사정을 보여주는 경영 에세이가 출간됐다. 윤태진 전 한국식품산업클러스터진흥원 이사장은 최근 <낙하산 기관장의 공공기관 분투기>(일월일일)를 냈다. 이 책은 제목이 시사하듯 공공기관 기관장으로 부임한 저자가 3년의 임기 동안 직원들과 좌충우돌하면서 신생기관을 탈바꿈해가는 과정을 현실감 있게 서술했다. 우선 낙하산 기관장이라는 제목이 눈길을 끈다. 낙하산 인사는 대개 부정적인 의미로 쓰이기 때문이다. 실제 저자는 기관장으로 내정되고 익산 한국식품산업클러스터에 부임했을 때, 지역 언론과 주위에서 눈총을 받았다. 저자는 책에 어떤 기준으로 전문성을 거론하는지도 모르겠고, 국가 공공기관 기관장을 임명하는데 왜 꼭 전북 출신이 해야 한다는 사고를 가지고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고 썼다. 지역 연고도 없고 식품 산업에 대한 전문성도 없는 사람이 기관장으로 왔다는 곱지 않은 시선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이런 뒷담화에 개의치 않고 소신대로 기관 개혁을 밀고 나간다.낙하산 인사가 아니라는 사실을 입증하기 일의 성과를 보여주는 게 옳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부임 첫해에 50%에 불과했던 기관 예산의 국비 비율을 90%까지 끌어올리고 첫해 경영평가에서 최고 등급을 받아냈다. 재임 동안 기관 내 지원센터 수와 직원 수를 2배로 늘리고 예산 규모는 4배로 증대시키는 성과를 거뒀다. 저자는 공공기관을 향한 사회적인 시선도 반박했다. 편안한 직장이라는 동경이 피상적인 이해라는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공공기관도 치열한 생존경쟁을 치르고 있다. 특히 IMF 이후 강도 높은 민영화나 기관 효율을 높이기 위한 통폐합이 지속돼, 국민에 대한 서비스를 제대로 못하는 공공기관은 존폐 위기에 처한다. 임직원들은 감독기관과 공무원들에게 시달리고, 자치단체의 간섭에서 자유롭지 못한 게 현실이다. 책은 1장 혁신의 적은 내부에 있다, 2장 낙하산 기관장의 분투, 3장 달리는 말에 채찍을 가하다, 4장 슬기로운 공공기관 생존법, 5장 공공기관의 화양연화는 가능한가 등 총 5장으로 돼 있다. 저자 윤태진은 광주광역시에서 중고를 마치고 단국대학교 지역개발학과를 졸업, 동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대한교육보험, 삼성물산, 한국건설관리공사에서 직장 생활을 했고 2006년부터는 더불어민주당에서 정책실장과 농해수위 수석전문위원,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전문위원으로 일했다. 한국식품산업클러스터진흥원 이사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전북대 초빙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 문학·출판
  • 김세희
  • 2021.10.20 17:18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김영주 작가 - 소리 공책의 비밀

아버지가 군인이었던 이유로 나는 일곱 살 때까지 이사를 열세 번을 다녔다고 한다. 희미한 기억 속에 가득 차다라는 느낌, 두 가지가 있다. 처음으로 본 상여 행렬과 추수 때 집 마당이다. 비가 왔었는지 질퍽한 진흙길 위에 상여는 유난히 느리게 갔다. 가다 쉬고, 가다 쉬고. 상여 뒤를 길게 늘어선 무리만큼이나 시간은 길게 느껴졌다. 상여 위에서 종 치는 할아버지, 상여 뒤를 따르는 상주들의 울음, 마지막 가는 고인을 배웅하는 사람들로 길 위가 가득 찼다. 그리고 추수하는 날은 집채만 한 가마솥에서는 연신 뿜어내는 김만으로 마당은 그득했다. 그때는 뭐였든 서로였고, 함께였던 정서 때문이었을까! 임실에는 그때처럼 모두 함께 하는 필봉굿이 남아있다. 그곳 3대 상쇠였던 고 양순용 보유자의 희생과 노력, 계승 정신이 명맥을 잇는 데 큰 힘이 되었다.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이 마을에 있는 모든 사람과 떡과 술을 나눈다는데, 이는 고인의 유언이었다. 풍물놀이와 그 모습을 지켜보는 관중도 온전히 하나 된 나눔인 것이다. 동화작가 윤미숙의 『소리 공책의 비밀』은 임실의 필봉 농악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이다. 갈등 속 두 소년의 화해와 성장하는 모습은 족히 큰 감동과 긴장감을 준다. 개인적으로 윤미숙 작가는 20년 전에 한 글쓰기 모임에서 만났었다. 늘 조용했고, 무슨 생각인지 깊이 빠져있는 듯 보였다. 그때만 해도 동화작가가 되리라고는 짐작조차 하지 못했었다. 우연히 그가 대교문학상을 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후 한참이 지나서야 작가의 책을 읽게 되었다. 침착하고 잔잔한 그의 이미지답게 꼼꼼한 짜임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읽다보니 묘한 느낌이 들었다. 오랜만에 재회한 인연의 감회였을까! 읽는 내내 몇 번의 소름 돋는 전율을 느꼈다. 즐겨 쓰던 챙 넓은 모자는 사라지고, 멋들어지게 반백이 된 머리색이 스쳐 지났다. 글을 쓰면서 깊은 사색에 빠져 있었을 모습이 겹쳐졌다. 책 속, 진성의 일방적인 갈등은 참 감칠맛을 냈다. 청력을 잃은 먹이의 노력은 보려하지 않고, 천재성이라 단정해 시기 질투하는 진성의 숨겨진 내면은 헝클어졌다. 드러내지 않고 경쟁하는 모습에 갈증이 날 정도이다. 반면에 가장 절박함 속에 이뤄낸 간절함으로 소리를 그려내는 먹이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소리를 그리는 모습은 전통을 잇고자하는 이들의 갈망과 절묘한 맞춤이었다. 간신히 물에서 구한 먹이가 열이 내리는 것을 보고, 마당으로 나와 기원이라도 하듯 임실댁이 소고 없이 춤추는 모습이 나온다. 숨을 크게 한 번 들이쉬었다. 무릎을 살짝 굽히고, 양손을 가슴께에서 한 번 부딪치면서 머리 위로 올린 다음, 얼굴을 스치듯 내려 가슴에 모았다. 두 손을 가슴에서 모았다가 다시 크게 벌렸다. 기도하는 마음으로 천천히 춤을 추었다. 마당을 돌며 당면한 위기로 쌓인 상념을 떨쳐내듯 마음을 정화한다. 마치 의식과 같은 장면이다. 기원을 담은 몸짓을 그려낸 작가의 섬세함이 보이는 대목이기도 했다. 또 글 속에는 나오는 비그이 비설거지라는 예쁜 순우리말은 이야기 흐름에 맞춰 살며시 스며서 자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가 임실 필봉 농악을 실감나게 그려낸 것은 이야기 속 먹이만큼이나 깊이 빠져 있었을 것이다. 전통을 이어온 이들처럼 작가 또한 이야기 내내 흐트러짐 없는 일치가 이 동화의 핵심이 아닐까싶다.

  • 문학·출판
  • 기고
  • 2021.10.20 17:18

[신간] 외갓집 추억 담은 ‘외갓집 유자나무’

정읍사문화제 제전위원회 이사장과 성균관 유도회 전북본부 부회장인 조택수 수필가가 첫 수필집을 냈다. 이 수필집은 어린 시절 외갓집에서 보냈던 아름다운 장면을 떠올리며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외갓집 풍경은 한 장의 정겨운 시골 풍경화처럼 구체적으로 그려져 있다. 집은 훈훈한 인생과 따뜻함이 배어있는 추억의 장소로 묘사하고 있다. 우물가의 유자나무는 어머니를 회상케 하는 매개체 역할을 한다. 훗날 외갓집을 다시 찾았을 때는 유자나무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진다. 세대 교체를 상징하는 것으로 이 글 전반의 주제의식이다. 전일환 전주대 명예교수는 작품 해설에서 작가와 작품은 본시 하나라며 작품은 작가의 삶이 그대로 투영된 작가의 철학적 산물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어떤 장르가 되었든 간에 작품에는 작가의 삶이 깊은 우물에 비친 얼굴처럼 심오하게 비쳐져서 거울처럼 영롱하게 반사를 한다고 강조했다. 조택수 작가는 지난 2015년 서울노인영화제에 <회상>이란 영화로 감독상을 수상했고, 3년 후 <시선>의 신춘문예에 시인으로 등단했다. 지난해 6월에는 월간 수필과 비평에 신인상으로 등단했다. 전북대학교 대학원에서 농학석사를 수료하고, 현재 정읍사문화제 제전위원회 이사장, 성균관 유도회 전북본부 부회장, 정읍시 지방재정심의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 문학·출판
  • 김세희
  • 2021.10.20 17:18

[신간]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 최기우 어린이희곡 발간

온 가족이 소리 내 함께 읽으면 좋을 희곡 한 편이 나왔다. 전북일보 신춘문예 출신인 최기우 작가가 쓴 어린이희곡 <뽕뽕뽕 방귀쟁이 뽕 함마니>(문학동네)이다. 매년 두 번 바닷물이 갈라져 길이 생기는 전남 진도의 신비한 현상과 영등할매 설화에서 착안해 쓴 작품으로, 2017년 5월 국립남도국악원에서 초연된 이후 전국을 순회하며 공연된 동명의 국악극을 누구나 읽기 쉽게 다듬었다. 관객들이 무대로만 만나 온 작품을 책으로 접하게 된 것이다. 진도 바닷가 호동마을엔 방귀를 잘 뀐다고 소문난 뽕 함마니가 살고 있다. 어느 날 호랑이 떼가 나타나 마을을 휘젓고 다니자 사람들은 바다 건너 모도로 떠난다. 홀로 남은 뽕 함마니는 방귀 힘으로 호랑이들과 맞서다 친구가 되고, 호랑이들은 그간의 못된 장난을 뉘우친다. 한편, 호동마을을 떠난 사람들은 뽕 함마니를 두고 온 죄책감과 그리움, 배고픔에 괴로워한다. 이 소식을 들은 뽕 함마니는 밤낮없이 간절한 기도를 올리고, 이에 감동한 용왕이 진도와 모도를 잇는 바닷길을 열어 준다. 신비한 현상에 얽힌 설화, 방귀로 호랑이와 맞서다 친구가 되는 반전, 고갯길처럼 굽이굽이 이어지는 호생원의 사연, 너나없이 어우렁더우렁 살아가는 모습은 독자에게 깊이 생각하고 이야기 나눌 것들을 안겨 준다. 또 마당극의 무대 활용 방식과 입방귀연주단의 역할, 풍물과 민요 가락 등 전통극 요소들을 극에 녹여내 멋과 정취를 드러냈다. 특히 진도 지역 사투리의 차진 맛, 밀고 당기듯 주고받는 대사와 몸짓의 신명, 곳곳에 부려 둔 익살과 해학, 노랫말에 가락을 붙여 보는 데서 오는 재미가 아이들을 현대적으로 해석된 전통극의 세계로 성큼 다가서게 한다. 최기우 작가는 어린이들이 희곡 문학을 즐겁게 경험하고, 학교에서 친구들과 쉽고 재미있게 연극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등장인물과 장면을 더하고 다듬었다라면서 전체 이야기는 4막 11장이지만 하나의 막으로도 충분히 독립된 작품이 될 수 있도록 구성했다고 말했다. 최기우 작가는 지난 2000년 전북일보 신춘문예(소설)로 등단했으며, 그 이후 연극창극뮤지컬창작판소리 등 100여 편의 작품을 무대에 올렸다. 저서는 희곡집 <상봉>과 <춘향꽃이 피었습니다>, 인문서 <꽃심 전주>와 <전주, 느리게 걷기>, <전북의 재발견> 등을 냈다. 현재 최명희문학관 관장이다.

  • 문학·출판
  • 김세희
  • 2021.10.20 17:18
문화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