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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호 전북도립국악원 교육학예실장 전통문화바라보기] 판소리 독공獨工

판소리는 참으로 어려운 예술이다. 평생을 해도 마음대로 나오지 않은 것이 소리이다. 판소리는 입문하여 먼저 스승에게 소리를 익히고 많은 복습과 철저한 다듬어진 소리가 될 무렵 혼자서 오랜 수련 시간을 갖는다. 이것을 보통 독공獨工이라 하고 혼자서 소리 공부의 길을 떠나기도 한다. 소리의 길을 험난하다. 그래서 홀로 많은 시간을 자신과의 싸움에 보낸다. 우리는 영화의 한 장면처럼 소리꾼 홀로 폭포수 아래 정좌하고 소리하는 모습을 흔히 찾아볼 수 있다. 이는 소리에 입문하여 어느 정도의 시간과 습득의 시간을 가진 후 찾아오는 자신만의 독공으로 이러한 수련은 보통 보름, 100일 등의 기한을 정한 후 깊은 산이나 절에 들어가 집중적으로 소리 공부하는 것을 말한다. 근대 5명창으로 불리던 송만갑은 100일 공부를 할 때 하루에 춘향가를 세 바탕씩이나 불렀다고 한다. 이는 춘향가 한바탕 보통 6시간 소리 합해서 자그마치 18시간 이상의 소리 공부로 참으로 엄청난 분량의 연습 시간이었다. 이렇듯 소리꾼은 많은 시간을 할애하여 자신의 성음을 갈고 닦아 스스로가 생각하고 소원했던 명창으로 새롭게 탄생한다. 소리꾼이 계곡이나 절에 들어가 100일 독공하는 궁극적인 이유를 살펴보자. 그것은 첫째 득음을 하기 위해서이다. 득음이란 판소리에서 필요로 하는 쉰 듯한 목소리 즉 수리성을 찾아내어 자신만의 음색을 만들어 자유자재로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이러한 기능을 얻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의 노력이 필요한데 소리꾼은 단기간의 시간을 효율적으로 많은 양의 연습을 통해 이러한 효과를 얻어냈으며 현시대에도 많은 소리꾼이 그러한 방법을 이용하여 실력을 연마하고 있다. 두 번째 자기만의 소리를 찾기 위해서이다. 이는 독공으로 통해 얻은 득음이 자신만의 특별한 소리로 재탄생하여 세상 어디에도 찾아 들을 수 없는 목구성으로 존재성을 만드는 것이다. 그러한 독공은 어느 계곡의 폭포수 아래에서, 어느 깊은 굴속에서, 어느 시골 암자에서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함께 어우러져 완성된다. 조선 후기 많은 전승의 어려움 속에 이어온 판소리. 이러한 판소리는 수많은 사람에 의해 창작되어 스승에서 제자로 구전심수口傳心授<입으로 전해주고 마음으로 가르침>되어 전해진 우리 전통예술의 꽃이다. 서양음악처럼 악보가 존재하여 쉽게 접할 수도 없었고 득음이란 어려움에 가까이 두고도 범접할 수 없었던 우리의 판소리. 하지만 우리 서민의 정신과 애환을 담고 있기에 이제는 우리 삶에 가까이 있으며 어느 곳에 가도 한 대목, 단가 한 곡 부를 수 있는 곳이 많이 갖춰진 우리 생활의 일부가 되었다. 무더운 2021년 8월. 많은 판소리 학도들과 명창의 길을 원하는 소리꾼이 폭포와 절을 찾아 독공이 행해지고 있다. 여름날 모두의 건강과 득음이 함께 하기를 소원하며 그러한 우리의 판소리가 세계 속의 성악으로 재탄생하기를 다시금 기원한다.

  • 문화일반
  • 기고
  • 2021.08.05 17:40

[신간] 선거에서 위너는 어떻게 결정되는가

박시영(좌) 김계환(우) 정치컨설턴트 2022년은 대통령 선거와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실시되는 선거의 해이다. 제20대 대선(3월 9일)은 7개월, 제8회 지선은 10개월 정도 앞둔 상황에서 선거에 뛰어드는 지망생들이 읽어야 할 필독서가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박시영김계환 정치컨설턴트가 공동으로 저술한 <위너는 어떻게 결정되는가>(김영사)이다. 책의 제목에서 알 수 있듯, 내용은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한 전략을 담고 있다. 우선 책은 정치에서 승리하는 전제조건을 대중의 마음으로 내세운다. 정치는 어떤 사안에 대해 시시비비를 가리는 일이 아니라 대중의 요구를 파악하고 실행해나가는 일이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민심은 정치적 행위의 중요한 지표가 된다. 좋은 전략도 민심을 읽어내는 것부터 시작한다. 저자는 민심을 토대로 자신과 경쟁자의 특성, 선거지형, 불확실한 변수를 분석한 뒤, 미래를 내다보는 통찰력을 길러야 한다고 당부한다. 민심이 가진 속성도 파헤친다. 민심은 데이터로 증명할 수 있는데, 표심과 향방은 일정한 흐름을 띈다. 한순간에 이리저리 움직일 만큼 가볍지 않다는 것이다. 이런 대중의 마음은 투표지에 고스란히 투영된다. 코로나19로 변화한 시대정신도 제시한다. 함께 잘 살아보자이다. 코로나19 재난이 대중들 사이에 많은 경제적 격차를 발생, 사회 분열을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대선에 나가는 주자들을 향해 어느 때보다 격차 해소와 복지국가 구축에 힘써야 한다고 당부한다. 온라인 언택트 정치로 인한 선거구도 변화도 분석하고 있다. 책에 따르면 과거에는 정당, 조직, 자금 등 오프라인에서 세를 과시할 수 있는 인물이 부상할 수 있었다. 반면 온라인 언택트 정치는 자신의 스토리와 메시지, 정책, 정견, 비전, 감성 등으로 승부를 볼 수 있다. 세가 약한 언더독 후보도 새로운 강자로 부상할 수 있는 구조다.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표적인 사례다. 출마자 개인의 노력과는 무관하게 선거가 흘러가는 사태도 설명한다. 저자는 정치가 거대한 구도에 의해 판이 좌우되거나 작동하는 경우를 사례로 든다. 다만 고정불편의 판은 없다고 한다. 구도의 키를 쥐고 있는 대중의 마음을 흔드는 것은 정치이자 정치인이기 때문이다. 결국 정치에서는 영원한 여당과 야당도, 영원한 승자로 패자도 없다는 게 결론이다. 이런 속성 때문에 정치가 혼탄하고 실망스럽더라도 정치를 외면하거나 멀리해서는 안된다고 당부한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는 희망이 정치에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정읍출신인 박시영은 여론조사 전문가이자 정치 컨설턴트이다. 노무현 대통령 당시 청와대 행정관을 지냈으며, 문재인 후보의 전략컨설팅을 맡았다. 현재 윈지코리아컨설팅의 대표이사로 여론의 흐름에 기초한 정세 분석 및 다양한 선거의 전략 컨설팅을 맡고 있다. 유튜브 박시영TV의 진행자이며, 더 라이브 김어준의 뉴스공장등에 출연하고 있다. 저서는 <19대 대통령>(공저)과 <대통령을 만드는 정치컨설턴트>가 있다. 김계환은 민주당 대표의 연설담당비서관이다. 서울특별시장 연설 및 메시지 비서관, 윈지코리아컨설팅 수석 컨설턴트 등을 지냈으며, 지난 2012년 대선에서 저녁이 있는 삶을 기획하고 슬로건화하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 문학·출판
  • 김세희
  • 2021.08.04 17:31

[이병초 시인 서평] 서릿발 같은 쇳날에 어린 詩

시(詩)는 어떻게 사는가. 문명이 내민 현란한 스펙트럼의 적자로 사는가. 사람을 점점 잃어가는 세태에 거리를 두고 서정의 영토를 개간하며 사는가. 아니면 자신의 존재감을 숯먹(「돌꽃」)으로 갈아서 빛내며 사는가. 김남곤의 일곱 번째 시집 『시장에 나가보면 싼시 짠시가 널려있다』를 읽고 나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시인의 몸에 적힌 일상을 억지로 재해석하지 않는 시편들은 단지 창작물에 그치지 않고 생명체일 것이라는 생각을 갖게 했던 것이다. 길섶에 핀 민들레 한 송이처럼 시(詩) 또한 자신만의 옷을 입고 인간의 시간 바깥에서 나부끼는 셈이다. 삶의 현재를 걸림새 없이 써내려 간 김남곤의 시편들은 토박이말과 우리말을 버무리는데 능숙하다. 시인도 세월을 이겨 먹을 수 없어서 해는 져서 어두운데 찾아오는/ 사람 없는(「하모니카」) 입장이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코로나 바이러스가 창궐한 오늘에도 이슬 따먹기 좋게 환해 보이(「거리두기」)는 봄날을 얻고, 인간사에 편입된 던적스러운(「간치러 간다」) 것들을 엄히 꾸짖고 싶은 욕망을 지나, 좁으장한 마당귀와 미루적거리는 내 그림자(「고산면을 지나며」)를 살뜰하게 보여준다. 오늘이 잃은 것은 사람만이 아니라는 듯 막사발은 저녁 밥상에서 자그락거렸(「막사발」)고, 어린이의 손을 보고싶어서 코쭝배기(「애기똥풀」)를 데려오고 싶으며, 시절이 수상해서일까 왕궁리 피 먹진 수숫대 바람(「왕궁리 바람」)을 만나기도 한다. 누군들 그리움을 파먹고 살지 않으랴만 시인도 눈이 번하(「보리라」)게 보고 싶은 사람이 있었거나 그 사람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목 꺼지게 꺼내지 못(「죽비가 걸려 있는 풍경」)했던 때도 있었을까. 하여 되창문을 밀치고/ 함박눈이 바작으로 빠지기(「겨울이면」)를 바라면서 술밥 친구(「집, 느티나무 산조」)를 오래 기다렸을까. 언어가 물질화되다 못해 더러 무례하기까지 한 풍토에 눈비음하지 않는 그의 시학은 기억 속을 들랑거(「입동일기」)리며 시구를 입에 쩍쩍 들어붙게 한다. 어느 봄날 점심을 먹고 나서 그럴싸했습니다.(「어느 날 점심」)라는 넉살이며, 별똥이 찍하고 떨어(「공허」)진다는 해학, 대팻집 속에 감춰진 서릿발 같은 쇳날(「소목장(小木匠)」) 등의 어구는 단아하다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여기에 잔챙이가지며 딱 엎딘 굴뚝새집이며 됫박소금이며 딸따니 등의 시어들과 어구는 사람의 체취를 간직한 품성을 호출하기까지 한다. 모질게 가난했던 그 시절이 데면데면한 지금보다 삶의 정서가 훨씬 풍요로웠음을 언표하는 것이겠다. 땅에 떨어진 동백꽃을 보고 무량의 너비(「동백꽃 지다」)를 짐작하는 김남곤의 시편들은 품이 넓고 깊다. 시집 제목에 적힌 싼시 짠시 즉 싱거운 시와 짱짱한 시를 차별하고 싶은 생각이 없음은 물론 문명의 이중성에 시달리는 사람들까지 존중하고 싶다. 그러므로 승속을 아우르는 김남곤의 시편들은 존재한다. 그가 선택한 시어들이 운율과 어울려 빚어내는 메타의 생명력은 시(詩)의 얼이 무엇인가를 보여주는데 인색하지 않다. 시인이 꽃이름을 피다지다꽃(「피다지다꽃」)으로 명명하듯 앞으로도 그의 시편들은 토박이말과 우리말 속에 간직된 한국적 정서를 토대로 자신만의 시의 영토를 넓혀갈 터이다. /이병초(시인, 웅지세무대 교수)

  • 문학·출판
  • 기고
  • 2021.08.04 17:31

[신간] 전통주 비법과 명인의 술

술을 마시는 자리에서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고조시키기 위해 건배 구호를 외치는 것은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흔히 쓰이던 건배라는 구호 대신 요즘엔 위하여, 지화자 등 우리 고유의 흥겨움이 담겨있는 구호가 많이 쓰인다.(제8장 세계의 음주문화 세계 각국의 건배 구호 중에서) 조정형 이강주 명인과 조윤주 전통식품 요리연구가가 후학에게 전하고자 하는 전통주 지침서를 담은 전통주 비법과 명인의 술<다온북스)을 책으로 발간했다. 신은 물을 만들고, 인간은 술을 만들어 생명의 물이라 했다. 전 세계 어디에나 그에 맞는 술이 있듯, 우리나라 역시 일찍이 술 문화가 발전돼 왔다. 제9호 대한민국 식품명인 고천 조정형 명인과 대한민국 식품명인체험홍보관의 조윤주 관장은 우리 전통주의 전통을 이어가는 명인의 술 자료와 기초개론 자료를 모았으며, 전통주의 역사와 특징, 세시풍속 속 전통주, 술 빚는 도구, 세계의 주류 문화, 대한민국 전통주 식품명인 25인을 소개했다. 두 저자는 전통주를 사랑하는 후학들에게 좋은 지침서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겼으며, 우리 전통주에 관심 있는 모든 독자에게 좋은 안내서 역할과 전통 주류 문화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했다. 이 책은 전통주 역사를 토대로 술 빚기 기초개론부터, 전통주 명인들의 비법과 이야기, 전통주가 나아가야 할 길 등을 소개했다. 〈제1절. 전통술의 기초개론과 〈제2절. 전통주의 역사, <제3절 술 빚는 도구와 용어>,〈제4절. 양조 기법,〈제5절, 명인의 술>, 〈제6절, 가루술_분말주, <제7절. 세시풍속>,〈제8절. 세계의 음주문화>,〈제9절. 세계 각국의 유명 술>, <제10절. 문헌과 참고문헌>으로 구성됐다. 고천 조정형 이강주 명인은 전북대 농화학과에서 발효학을 전공한 후 삼학소주, 보배소주 연구실장, 한일소주 기술고문 등을 지냈고, 전통주 제조에 젊음을 바쳤던 그는 열한 번이나 전세방을 전전하다 결국 이강주를 제품화하는 데 성공하면서 전통주 계승의 발판을 마련했다. 저술한 저서로는 《다시 찾아야 할 우리 술》과 《우리 땅에서 익은 술》, 《그 집에 술이 있다》, 《명주보감》 등이 있다. 조윤주 전통식품 요리연구가, (사)대한민국식품명인협회 식품명인체험홍보관 관장으로, 각종 방송매체를 통해 대중들에게 전통식품을 알리며 우리 전통식품 대중화에 이바지하고 있다. 방송뿐만 아니라, 한양대성균관대홍익대이화여대 등 어학당에서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정기적인 전통체험 활동으로 우리 전통의 가치를 알리고 있다.

  • 문학·출판
  • 이강모
  • 2021.08.04 17:24

[전북문학관 지상강좌 - 한국문학의 메카, 전북] (51)분단의 비극을 피흘림으로 풀어낸 시인 김영

김영 시인 김영(본명 김웅)시인은 1929년 9월 전북 순창군 순창읍 옥천동에서 아버지 김동혁과 어머니 손순금 사이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일제강점기에 식자공으로 근무하였으나 1930년 폐결핵으로 사망하였다. 어머니는 김영이 다섯 살 때까지 순창 해동병원 간호사로 근무하였으며 어머니가 병원을 그만두고 행상할 때는 외가댁에서 외할머니에 의해서 키워졌다. 1937년 순창공립보통학교에 입학하여 6학년까지 모두 갑(甲)을 맞아 전교 1등을 차지하였고 1943년 순창농림고등학교(현 순창제일고등학교) 졸업 당시 『여섯 해』라는 시집을 발간할 정도로 문학에 관심이 많았다. 재학 중 줄곧 1등을 놓치지 않아 그는 고향에서 천재로 알려졌고, 1949년에는 연세대학교 국문과에 우수한 성적으로 합격하여 이무영, 염상섭으로부터 창작법 강의를 듣고 작품활동을 하였다. 1950년 6.25전쟁이 일어나자, 그는 고향으로 내려와 좌익계 전국문학예술총동맹 순창군지부 서기장을 맡았고, 혁명극과 시낭독 등으로 순회공연을 하기도 했다. 1950년 9월 28일 이후 인민군이 패퇴하자, 잔류한 좌익세력과 그 협력자들이 회문산으로 들어갈 때 시인도 합류하였다. 김영이 입산한 이유는 『남부군』의 작가로 유명한 이태가 빨치산 동료였던 시인 김영(본명 김웅)을 주인공으로 삼은 실명 소설 『시인은 어디로 갔는가』에서 이렇게 밝힌 바 있다. 연세대 재학 중 고향으로 돌아온 김영은 여순사건 이후 남로당 혐의자에 대한 무차별적이고 탈법적인 처형을 목격하면서 생각을 바꿨다고 한다. 시인은 되는 것은 바쁘지 않다. 먼저 철저한 민족주의자가 되어야겠다. 그는 회문산 입산 후, 전북총사령부 제2정치부에서 전단지 원고 작성과 배포를 도맡았다. 토벌군에 밀려 지리산의 깊은 골짜기로 숨어들었지만, 허기와 추위에 시달리다가 심한 동상과 열병까지 앓다가 1952년 3월 8일 백무골에서 체포되었다. 1952년 4월 광주수용소를 거쳐, 그해 11월 대전형무소로 이감되었다. 그는 전향 거부로 3년간이나 독방생활을 하는 등 고독의 극한과 폐결핵 중증으로 각혈까지 하면서 생사의 경계를 넘나들기도 했다. 이 무렵, 이미 죽었다고 소문이 무성했던 어머니를 재회했고, 고향 출신 국회의원 임차주와 순창교회 박석은 장로 등이 구명운동을 했다. 1958년에는 오로지 살기 위해서 전향서를 쓰고 1960년에 재심을 청구했지만, 5.16 군사 쿠데타로 이마저 기각되고 말았다. 1962년 재소자 문예 작품 전시회에 그의 시 「벽과 인간」이 당선되어 법무부차관상을 받았다. 1964년 12월 19일 마산교도소에서 가출옥으로 세상에 나왔으며, 1965년 9월에는 신동아 논픽션에 「벽과 인간」이 당선되면서 문단의 주목을 받았다. 필자는 그의 자전적 소설 『빨치산의 철장 수첩』(1990)을 읽으면서 시대가 사람을 만든다라는 말을 절감했다. 한 사람의 천재가 시대와 대결하여 무너지고 좌절하면서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모습이 너무 안타까웠기 때문이다. 벽에 부닥쳐 종소리는 머리와 꼬리를 잘라 먹고 뱀처럼 꿈틀거린다. 수건이 마르지 않은 방에서 열병을 앓고 난 신경들이 부딪쳐서 불꽃을 낸다. (중략) 벽에 두개골을 곤두박쳐 스스로 출혈을 마시고라도 보랏빛 새벽을 열어야 한다. 「벽과 인간」 서른여섯의 노총각 김영은 출옥 후, 열한 살 아래의 고향 처녀와 결혼하였다. 순창고등학교의 영어 강사로 교단에 섰지만, 빨치산 경력이 문제가 되어 그만두어야 했다. 그 후 10년간 고향에서 농사를 지으면서 물레방아글모임이라는 문학단체를 이끌었다. 1978년, 겨울에는 서울 영등포 도림동으로 이사하여 고물상과 리어카 행상을 하며 생계를 이어갔다. 1988년 11월에는 『창작과 비평』에 「한 줌의 흙」 등 다섯 편의 시를 기고하였고, 첫 시집 『깃발 없이 가자』를 비롯하여 자전수기 『총과 백합』(1988)과 『빨치산 철장 수첩』(1990), 제2시집 『별난 사람 리어카 시인』(1991), 서간집 『두 하늘에 띄운 그림자』(1991) 등을 연달아 출간했다. 시인은 그의 첫 시집 『깃발 없이 가자』의 서문에서 총소리가 요란한 전쟁터에서 피 묻은 수첩에 쓴 시가 대부분이었으며, 출소 후에도 손바닥에 물집이 잡히도록 땅을 파면서 비닐하우스 안에서 시를 썼고, 행상을 하면서 섬광처럼 스쳐 가는 시상을 리어카 위에서, 때로는 사과 상자 위에서 썼다.라고 밝힌 바 있다. 시인은 음지에서 습지로/독버섯 따 먹고 살아온 인생/이었고, 역사여 입을 열어라/ 누가 이들의 꽃봉오리를 짓밟았는가(「음지-태양 없는 땅」 중에서)라고 올곧게 몸부림치는 삶을 살았다. 그러면서도 그래도 아이들의 울음에 음악이 흐르고/갓난이의 방실 웃는 얼굴은 / 꽃봉오리보다 아름답다// 내일에 이 집의 주인 /내일 피는 해바라기/(「기저귀」 중에서)에서 보듯 밝고 아름다운 내일을 꿈꾸며 살았다. 시인은 1995년 10월 파란만장한 삶을 마감했다. 시인의 시에는 평이성과 현장성이 두드러진다. 시인은 시란 우리 시대 다수가 읽고 이해하고, 감동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듯 그의 시편은 평이한 시어로 우리가 당면한 현장을 잘 그려냈다. 그리하여 민족적 양심에 호소하면서 분단의 벽에서 벽돌 한 장이라도 헐어내기를 갈망했다. 장교철(전북문인협회 부회장)은 김영의 시 세계는 체험이 직서적으로 드러난 통한의 목소리다. 그러면서 그는 문학의 궁극적인 목표를 개성과 인간의 해방을 근력하고 있다.라고 정리한 바 있다. 참고 : 장교철 「우리 분단의 슬픈 역사를 피울림으로 통곡하더니」(순창문학 제2호) 김 영 『빨치산 철장수첩』(1991) 외

  • 문화일반
  • 기고
  • 2021.08.03 17:44

지역 청년작가들 작품 한 자리에 모은다

전주문화재단이 지역 사립미술관인 교동미술관과 누벨백미술관, 전주미술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청년작가들의 작품을 한 자리에 모았다. 지역 청년작가를 발굴해서 지원하고 있는 사립미술관을 널리 알리기 위한 취지다. 전주문화재단(대표 백옥선)은 2021년 전주사립미술관 청년작가 소장품전 확산 Diffusion을 15일까지 팔복예술공장 A동 전시실에서 연다. 이번 전시에서는 전주시내 1종 사립미술관에서 소장해 온 작품들을 소개한다. 교동미술관은 레지던시에서 활동했던 김미라김판묵김현진박진옥서완호유시라이광철이보영이주원임희성정소라 작가의 작품을 선보인다. 누벨백미술관과 전주미술관은 청년작가 기획전에 참여했던 작품을 소개한다. 전자는 김경모김승현김하영박지예송지호양순실윤대라차유림 작가의 작품, 전주미술관은 강승우이민지장시재최무용 작가의 작품을 내세운다. 백옥선 대표이사는 이번 전시를 계기로 전주문화재단은 앞으로도 지역의 문화공간과 작가들의 협치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사전 예약 없이 현장방문으로 전시 관람이 가능하며, 관람료는 무료이다. 관람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며, 매주 월요일은 휴관이다. 자세한 사항은 팔복예술공장 창작기획팀으로 문의하면 된다.

  • 전시·공연
  • 김세희
  • 2021.08.03 17:30

코로나로 변화된 일상…사진·연구·봄 사진전

10여년 이상 함께 사진을 연구하는 단체 사진연구봄이 일상을 주제로 사진전을 연다. 이 단체는 사진의 전통성을 기반으로 완성도와 실험정신을 담은 기획전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전북도립미술관(관장 김은영) 서울관(인사아트센터 6층)은 3일부터 9일까지 사진연구봄 사진전을 연다. 전시회는 김경숙김양희박성민서혜영송경미송정란염기숙우미유석상이미경이종숙이화정정회선홍철표 작가가 참여한다. 이들 작가는 전시에서 코로나19로 인해 변화한 낯선 일상속에서 삶을 유지해가는 나의 시선을 투영한 작품을 선보인다. 평범했던 지난 일상의 소중함과 그 때로 돌아갈 수 없는 서글픔, 새로운 일상에 적응해가는 내 모습을 다양한 시선을 투영한 사진으로 보여준다. 작품을 설명할 때도 각자의 시선을 반영한다. 송정란 작가는 우리는 초대장 없이 같은 숲에 모여들었다며 우리는 지금 여기가 아닌 곳에서만 안심한다고 표현했다. 이어 이 세상에 없는 숲의 나날들을 그리워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부연했다. 염기숙 작가는 너를 못 구해서 힘들었고, 너를 만나기 위해 줄을 섰으며, 이제 네가 없으면 나는 외출할 수 없다며 너의 이름은 마스크라고 표현했다. 이종숙 작가는 숫자가 나에게 명령한다며 허용된 숫자 안에서 나는 새로운 규칙을 지키며 나의 일상을 영위한다고 설명했다.

  • 전시·공연
  • 김세희
  • 2021.08.02 17:34

[이승우의 미술 이야기] 비평이란 무엇인가2

루돌프 아른하임 예술가가 사회의 존경받는 위치에 설 수 있는 것은 바로 예술가가 사회 모두의 사상과 감정을 대변하는 우리의 대표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미술 표현은 새로운 사회 질서를 발견하고 시각적 형태로 제시하는 것을 예술가의 사명으로 보고 있다. 비평가는 이러한 예술가의 새로운 질서 발견을 돕는 협력자이기 때문에 작가의 예술 표현이 개인의 정서 표현을 초월하여 그 사회의 새로운 진로나 질서를 찾았는지, 그것은 왜 가치가 있는 새로운 질서인지를 제시해야 하며 이 때 비평가의 언어적 진술은 예술가의 시각적 한계를 보완해 준다는 것이다. 아른하임(Rudolf Arnheim 1904~2007) 또한 미술이 눈에서 눈으로 전달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보았고 시각적 구조는 언어적 방법에 의하여 보완 설명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미술 표현의 언어적 설명은 시視감각이 전할 수 없는 부분까지 보완해줌으로써 논리적 뼈대를 구축하며 좀더 효과적으로 체계있게 의사를 전달해 주는 미술 비평을 필수 불가결의 조건으로 보고 있다. 이제 비평의 태도에 관하여 말해보자. 비평이 필요한 것이란 것은 알았다. 그렇다면 비평은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가? 비평가의 유형에는 귄위자 형, 법관 형, 번역가 형, 인상주의 형 등이 있다. 권위자 형은 자신이 생각한 이사에 따라 작가의 의도르 난도질하는 지극히 자기 만족형의 부류이고, 법관 형은 자신이 습득한 지식에 따라 몇 가지 법률을 만들고 거기에 작가의 의도를 맞추어 비평을 하는 부류이다. 반대로 번역가 형은 나는 감히 무엇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나는 단지 작가의 성격, 시대와 환경을 작품의 이미에 반영하고 분석해서 감상자로 하여금 분명하게 보는데 일익을 담당할 뿐이다라는 식의 부류이며 인상주의자 형은 비평 자체를 자신의 기호를 표준으로 하는 사람들로 번역가 식의 비평은 과학적이며 객관적이어서 싫고 법관 형의 비평은 너무 보편적이어서 싫은, 다시 말하면 자신의 비평이 반드시 예술적 예술적이고 주관적이어야 한다고 믿는 사람들의 유형이다.

  • 문화일반
  • 기고
  • 2021.08.02 17:34

남원가야 고분군 유네스코 등재, “일본서기 ‘기문’ 지명 삭제하라”

남원지역 등 시민사회단체가 남원가야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위해 제출한 해설 부분에 기문국이라 명시된 용어 삭제를 촉구했다. 남원시민단체와 전국의 280여 개 시민문화단체는 2일 남원시청 앞에서 성명서를 통해 남원가야를 기문국으로 표현하는 근거는 유일하게 일본서기의 임나일본부설이 기원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대상 가야고분군 대부분은 한국사의 본래 가야지명으로 등재했지만 남원의 유곡리두락리 고분군과 합천의 옥전 고분군만 일본서기의 임나지명인 기문국과 다라국으로 왜곡 해설 등재하려해 국민이 분노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남원유곡리, 두락리 고분군으로 등재하되 해설에 기록된 기문국과 관련된 모든 표현을 삭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체는 또 남원은 나라와 민족을 위해 목숨을 바친 만인 의사가 잠들어 있는 충절의 고장이다며 더 이상 기문이라는 말은 삼가고 빠른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와 관련해 지난달 청와대 국민청원에 임나일본부설 강화하는 가야 고분군 유네스코 등재 전문 재검토하라라는 글이 게재돼 2일 기준 5400여 명이 동의했다. 해당 글은 남원이 기문국을 주장한다면 왜군의 통치를 받았다는 일본 서기의 거짓 기록을 사실인걸로 인정해주는 꼴이 된다며 국민들은 임나의 후손으로 각인되는 영원히 지울 수 없는 역사의 상처를 받을 것이라는 등의 내용이 담겨있다.

  • 문화일반
  • 김선찬
  • 2021.08.02 16:35

최지영 작가 개인전 '마음에 비유하다'

전주 삼천 천변을 걸으며 사계절을 만나고 저변의 피고 지는 꽃의 소소한 이야기를 화폭에 담아봤습니다.(최지영 작가노트) 그림을 읽어주는 지영씨로 잘 알려진 최지영 작가가 전주 문화공간 기린토월에서 5일부터 15일까지 마음에 비유하다를 주제로 9회 개인전을 갖는다. 이번 전시는 천변에서 만난 치고 지는 꽃이란 테마로 꽃을 마음에 비유한 작품이다. 전시작품은 총 22점이다. 최 작가는 삼천 천변을 걸으며 사계절을 만나고 천변의 피고 지는 꽃을 화폭에 담았다. 어느 들꽃도 이름이 있고, 잡초도 이름이 있지만 굳이 그 이름을 알려하지 않고, 그 순간을 눈으로 포착하고 그 느낌을 그림으로 옮겼다. 손으로 옮기는 순간 눈으로 본 것과 다름을 마음에 비유해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다. 또 1일부터 31일까지 전주 문화통신사 3층 글마음조각가의 한뼘 미술관에서 전시도 병행한다. 한 평의 작은 공간에 해변의 수직 구름 작품 한 점이 걸리지만 그 한 점에서 뿜어져 나오는 아우라는 대단하다. 해변의 수직 구름 작품을 통해 김승일 시인이 가사를 붙이고 전북 뮤지션인 추니오빠가 작곡과 노래를 맡았다. 관람객들은 노래와 함께작품을 관람할 수 있다. 최 작가는 원광대와 예원예술대학원을 졸업한 뒤 강의와 그림읽어주는 지영씨란 이름으로 미술인문학을 강의하고 있다. 전북도 전북의 재발견 전문필진으로 전북지역 작가 및 미술관과 문화공간을 소개하고 있다. 또 2020년부터 예술분야 네이버 인플루언서로 활동하고 있으며, 지역 내 전시와 공연등 예술분야 관련 글을 네이버 인플루언서 창에 기재하고 있다.

  • 전시·공연
  • 이강모
  • 2021.08.01 17:34

혼불기념사업회, 천주교 · 동학농민혁명 주제 문학기행 성료

혼불기념사업회와 최명희문학관이 지난달 31일 전주 일대에서 천주교와 동학농민혁명을 주제로 문학기행을 다녀왔다. 문학기행은 책을 현장에서 낭송낭독하면서 그 의미를 살피는 문화재 기행이다. 이날 읽은 작품은 김근혜의 청소년소설 <유령이 된 소년>과 최기우의 희곡 <들꽃상여>. <유령이 된 소년>은 1867년 초록바위 아래에서 순교한 홍봉주의 아들을 이야기의 한 축으로 삼고, 서사과정에서 치명자산, 전동성당, 풍남문, 서천교, 전주천변 천주교 순교 상징물 등을 담고 있다. 김근혜 작가는 단 하나뿐인 목숨을 내걸고 이 땅에 천주교라는 씨앗을 심어 싹을 틔우고 꽃피어 열매 맺은 순교자들의 행적을 따라 걷는 길은 신자가 아니라고 해도 가슴이 먹먹해지면서 영혼이 깨끗이 씻기는 선연한 체험이라고 소개했다. 희곡 <들꽃상여>는 전주, 동학농민혁명, 집강소를 소재로 연극을 준비하는 극단의 단원들이 이름 모를 동학농민군 지도자의 유골이 2019년 125년 만에 전주에 안치된다는 기사를 보고, 이름과 한 두 줄의 행적만 남긴 동학농민혁명 참가자들의 사연을 담구하며 혁명의 역사를 알아가는 내용이다. 이날 기행 참가자들은 동학농민혁명군 천주교 신자들과 동학농민혁명군의 발자취를 따라 전라감영과 경기전, 남부시장, 초록바위 등을 둘러본 뒤, 동학농민혁명 녹두관에 들러 동학농민군을 위해 헌화했다.

  • 문학·출판
  • 김세희
  • 2021.08.01 16:57

영화를 나누다, 힐링을 더하다

우디 앨런 감독의 최신작 레이니 데이 인 뉴욕등 다채로운 영화가 무주를 찾아온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영화진흥위원회가 주최하고 사단법인 전국미디어센터협의회가 주관하는 2021 작은영화관 기획전이 무주에서 올해 첫 행사를 개최한다. 이번 행사는 오는 4일부터 7일, 11일부터 14일까지 두 차례에 걸쳐 8일간 열리며, 8개 섹션 14편의 영화를 27회 상영한다. 영화와 연계된 교육 프로그램도 3회 진행된다. 우선 일상의 기쁨과 행복, 힐링 영화, 영화로 떠나는 여행, 영화가 만난 관계의 파동등 섹션에서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지친 주민들에게 일상을 잠시나마 즐길 수 있는 시간을 선사한다. 시끌벅쩍했던 여름방학의 추억을 담은 <남매의 여름밤>을 비롯해 우디 앨런 감독의 <레이니 데이 인 뉴욕>, 안소니 홉킨스 주연의 <더파더>등을 만나볼 수 있다. 특별한 상영작도 마련하고 있다. 애니메이션이랑 놀자 섹션의 <로보카폴리와 함께 배우는 안전 이야기>와 프로그래머 추천작 섹션의 <취생몽사, 소리를 입다>가 그 주인공이다. 전자는 어린이들을 위해 폴리, 로이, 엠버, 헬리가 교통안전에 대한 재미있고도 유익한 이야기를 들려주며, 후자는 무성영화를 판소리를 공연과 함께 즐길 수 있는 공연 상영 프로그램이다. 관객 맞춤형 교육 프로그램도 3회 진행된다. 7일 <취생몽사, 소리를 입다> 관람 후에는 소리로 표현하는 무성영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영화와 소리 이야기가, 12일 <더 파더> 관람 후에는 무주산골영화제 조지훈 프로그래머와 함께하는 시네마토크가 관객들과 만난다. 14일 <봉명주공> 관람 후에는 영화를 만든 김기성 감독과 영화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보는 감독과의 대화 프로그램도 있다. 영화제는 코로나19 방역지침에 따라 운영될 예정이고, 모든 프로그램은 무료로 즐길 수 있다. 관람권은 현장에서 발권이 가능하며, 교육프로그램은 전화 문의로 사전에 신청할 수 있다. 자세한 문의는 무주산골영화관으로 하면 된다.

  • 영화·연극
  • 김세희
  • 2021.08.01 16:57

[김용호 전북도립국악원 교육학예실장 전통문화바라보기] 26장의 대통령상

상장 로고 제목으로 쓴 26장의 대통령상이란 1년간 정부에서 각 전통예술 경연대회에게 주어지는 대통령 상장의 수이다. 다시 말해서 1년에 전통예술 부문 대통령상을 받는 국악인이 26명이란 이야기이다. 또다시 말하자면 전국의 명인명창이 한 해에 26명씩 나온다는 말이며, 2년이면 52명이 존재한다는 이야기이다. 그것은 무려 3년이면 78명. 4년이면 104명이다. 이러한 현실을 기쁘게 생각해야 하나 고민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해야 하나. 알지 모를 아이러니에 빠지고. 우선 필자의 고민은 후자에 두고 그러한 이유의 일장일단을 이 글을 읽는 구독자와 함께 생각해 보고자 한다. 올해 2021년 정부시상 지원 경연대회의 상장을 살펴보면 무용 분야는 총 15개 대회 중 대통령상이 있는 곳은 2곳, 음악 분야는 총 12개 대회 중 대통령상이 있는 곳은 2곳, 연극 분야는 총 8개 대회 중 대통령상이 있는 곳이 총 1곳. 전통예술 분야는 총 86개 대회 중 국립국악원 온나라국악경연대회까지 포함 총 26개의 대통령상을 보유하고 있다. 전통예술의 진흥과 인재 등용을 위해선 꼭 정부가 수여하는 상장이 필요하다. 이는 정부의 공신력 필요를 뜻하며 명예에 걸맞은 공정성과 운영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그러므로 각 지방자치단체의 시군에서는 여러 전통예술 경연대회를 만들어 운영하는 것을 파악하고, 진흥하며 공정성과 더불어 각 특색있는 지역의 명분을 만들어 경연대회를 장려하고 있다. 문제는 그 이후다. 그러한 역사적 좋은 의도의 깊은 뜻을 간직하고 생겨난 각종 경연대회는 전통예술의 진흥과 우수한 국악 인재 등용에 힘써야 하는데 그러한 모습은 후자로 퇴색되고 운영단체나 개인의 경제적 이익만을 추구하는 황금만능주의 악순환으로 순수성이 사라진 안타까운 과거를 본 적이 있다. 이제 그러한 과거의 아픈 기억은 잊어버리고 소중한 우리 전통예술의 등용문인 전통예술 경연대회를 올곧은 신념과 공정, 가치로 무장하고 감사함과 더불어 소중히 이어나가야 한다. 우리나라 최고 정부시상인 대통령상의 수가 무용이나 음악, 연극보다 전통예술 부문에 더 많은 이유는 그 최고의 상이 세계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는 유일한 대한민국의 소중한 가치이며 지켜야 할 우리 선조의 문화유산이기 때문이다. 특히 호남에서는 전통예술 분야 정부시상 경연대회 총 86개 대회 중 37개의 경연대회가 매년 치러지고 있다. 그것은 43%란 엄청난 전통예술의 영향력이며 그만큼 전통예술의 본향은 호남이라는 의미도 내포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더 바람이 있다면, 호남을 비롯하여 전국각지의 경연대회에서 등용되어 매년 나오는 26명의 대통령상 수상자들도 존재가치를 더욱 드높여 그러한 숫자의 자존감을 나타내고 우린 민족의 예술성을 널리 알렸으면 한다.

  • 문화일반
  • 기고
  • 2021.07.29 16:46
문화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