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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문학관 지상강좌 - 한국문학의 메카, 전북] ⑬ 가람 이병기의 문학 다시 알기

가람 이병기. 그대로 괴로운 숨 지고 이어 가랴 하니 / 좁은 가슴 안에 나날이 돋는 시름 / 회도는 실꾸리같이 감기기만 하여라 // 아아 슬프단 말 차라리 말을 마라 / 물도 아니고 돌도 또한 아닌 몸이 / 웃음을 잊어버리고 눈물마저 모르겠다 // 쌀쌀한 되바람이 이따금 불어온다 / 실낱만치도 볕은 아니 비쳐든다 / 찬 구들 외로이 앉아 못내 초조하노라 위 작품은 가람 이병기(李秉岐, 1891-1968)의 연시조 시름이다. 전주시 다가공원의 가람시비에 새겨 있는 작품으로 일제강점기를 견디며 살아온 시인의 뼈저린 내면 풍경을 다소나마 헤아릴 수 있게 한다. 시대적 절망감 속, 시조 관련 작업은 그에게 한 줄기 희망으로 다가왔으리라. 시 창작을 주제로 하는 다음 시에서 이를 엿보게 한다. 기쁘거나 슬프거나 가장 나를 따르노니 / 이생의 영과 육과 모든 것을 다 버려도 / 오로지 그 하나만은 어이 할 수 없고나(시마(詩魔) 일부) 가람은 1891년 조선 말기에 전북 익산군 여산면 원수리에서 태어났다. 고향의 서당에서 8세부터 18세까지 한문을 공부하였는데, 이는 차후 수천 권의 고서 수집과 한문학 연구의 기초가 된다. 중국의 사상가인 양계초의 『음빙실문집을』 읽고 신학문에 눈을 뜬 가람은 전주공립보통학교에 입학하여 6개월 만에 마치고(1910년), 그해 서울의 한성사범학교에 입학한다. 1912년에는 주시경의 조선어강습원에서 수강하며 국문법과 신문명에 몰두하게 된다. 1926년 카프에 대한 대항세력으로 국민문학파가 형성되었고, 육당과 춘원을 중심으로 한 시조부흥운동이 일어나게 된다. 그러나 육당을 중심으로 한 시조운동은 계몽적 성격을 띠어 이전 시대의 시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던바, 진정한 의미의 시조부흥운동은 이병기, 이은상, 정인보, 조운 등에 의해 이루어진다. 그들은 시조문학사에서 도구적 언어가 아닌 존재론적 언어의 시 창작을 지향했다. 그중에서도 가람 이병기는 사물 탐구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여 존재론적 진실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 보여주었다. 어떤 이념이나 관념에서 완전히 해방되어 미학적 자유를 획득하게 된 것이다. 바람이 서늘도 하여 뜰 앞에 나섰더니 / 서산머리에 하늘은 구름을 벗어나고 / 산뜻한 초사흘 달이 별과 함께 나오더라(별 일부) 가람은 시조에 대한 근대적인 미의식을 체계화된 논리로 제시하였다. 그의 시조 근대화 노력은 1920~1930년대에 《동아일보》, 《신생》 등에 20여 편의 시조론을 발표하며 구체화된다. 이론뿐 아니라 시조의 창작에서도 현대시의 기본적인 속성 중의 하나인 대상의 정확한 묘사를 매우 중시했다. 그가 이루고자 한 시조의 근대화 노력은 민족이나 이념을 앞세우는 것이 아닌, 시조 자체의 내용과 형식이 지니고 있는 미적 차원의 문학운동이었다. 우리 민족 유일의 정형시 시조를 통한 가람의 실천은 그 자체가 민족적 가치를 띤 작업이었고, 전통의 계승이었으며, 아울러 혁신을 내세워 변화를 시도하는 창조적 수행이었다. 그때는 1930년대 서구의 이미지즘이 도입되는 시기였는데, 이미지즘의 유입은 가람에게도 적잖은 영향을 미쳤으리라 여겨진다. 시조는 혁신하자라는 가람의 여섯 가지 주장과 당시 이미지즘의 주장은 그 일치하는 바가 크다. 가람은 시조 혁신의 여섯 가지 구체적인 방법으로 ① 실감실정(實感實情), ② 취재 범위의 확장, ③ 용어의 변화, ④ 격조의 변화, ⑤ 연작 쓰기, ⑥ 쓰는 법, 읽는 법을 제시하였다. 이를 두 가지로 정리하면, 첫째 도락성(道樂性)의 탈피와 리얼리티의 확립, 둘째 자율적인 감정의 구조와 정형(整形)으로 요약된다. 이는 사물에 본질적으로 접근하여 얻어지는 내밀하면서도 실감 있는 정서를 담아야 한다는 것이며, 이를 위하여 작가 자신의 자율적인 감정 구조에 맞는 가락을 찾아 표현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람의 다음 시조들은 내용의 정밀감과 우리말 고유의 섬세한 가락을 조화시켜 생명의 순수성과 고결함, 인간 내면의 애틋한 정서를 실감실정의 차원으로 형상화한 작품이라 하겠다. 가람 문학관. 익산시 여산면 소재 담머리 넘어드는 달빛은 은은하고 / 한두 개 소리 없이 내려지는 오동꽃을 / 가려다 발을 멈추고 다시 돌아보노라(오동꽃 전문), 빼어난 가는 잎새 굳은 듯 보드랍고 / 자줏빛 굵은 대공 하얀한 꽃이 벌고 / 이슬은 구슬이 되어 마디마디 달렸다 // 본대 그 마음은 깨끗함을 즐겨하여 / 정한 모래 틈에 뿌리를 서려 두고 / 미진(微塵)도 가까이 않고 우로(雨露) 받아 사느니라(난초4 전문) 가람은 주시경 선생을 만난 이후 언어를 통하여 민족의 정체성을 찾고자 하였다. 31세 때 조선어연구회를 조직하였고, 40대 이후에는 수년 간 전국을 순회하며 우리말 강연을 하였다. 1942년(52세) 조선어학회사건으로 1년 동안 옥고를 치렀는데, 그의 강직한 성품은 둘째 아들의 회고 글에 잘 나타나 있다. 정직한 분으로 불의를 보곤 참지 못하는 성품으로 관료사상과 권력, 재물에는 무관하셨으며, 조선어학회 홍원형무소 피검자 30여 명 중에서도 끝까지 창씨개명을 않으신 어른이었다. 『가람문선』에 수록된 165편의 시조는 조선어학회사건을 기점으로 전기와 후기로 나눌 수 있는데, 전기 시조(72편)는 선비의식의 서정 미학으로, 민족의 격동기 시인의 목소리가 거칠어지는 후기 시조(93편)는 민족적 휴머니즘의 구현으로 요약된다. 특히 후기 시조에는 암담한 시대 상황 속 인갑답게 살고자 하는 생존의식과 귀거래의 고향의식을 담고 있는바, 다음 국제시장은 625전쟁으로 인한 삶의 비참한 현실과 그런 속에서도 느껴지는 훈훈한 인정미를 그려냈다. 간밤 오던 눈이 두어 자나 쌓였다 / 급행열차가 연착 이십여 시간 / 그 좁은 곳간 속에서 모두 징역을 하였다 // 다시 와서 보니 부산은 국제시장 / 눈 녹은 거리거리 사뭇 수렁이다 / 그려도 어깨를 마구 비벼대며 사람들이 밀어온다 해방 후 가람은 미군정청 학무국 편수관으로 취임하기도 했고, 1946년 이후 4년 동안 서울대에서 후학 양성에도 힘썼다. 6․25전쟁 이후에는 전북전시연합대학에 취임하고(1951년), 전북대 문리대 학장에 피임되기도 하였다.(1952년) 1957년 67세 때 가람은 한글날 기념행사를 마치고 귀가하는 중 뇌일혈로 눕게 된다. 시조부흥운동을 하면서 국어와 신문, 잡지 등의 매체를 기본으로 하여 장르 변화를 이끌어낸 가람은 새로운 대중문화를 선도할 수 있었다. 그는 조선 후기에 부상한 서민문학을 처음으로 주목하였고, 그 문학사적 의의를 적극적으로 부각시켰다. 가람은 『국문학전서』(1957년)에서 다음과 같이 주장하였다. 실사구시의 학풍은 서민층을 발판으로 줄기찬 힘을 뻗기 시작하였다. 그러하매 문학도 자연히 새로운 방향을 개척하기 시작하였으니, 저 허균의 『홍길동전』은 실로 그런 문학의 효시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서민문학의 백미로 극가(劇歌) 즉 판소리문학을 들지 않을 수 없다. 이 극가는 그때 천대를 받던 광대‧기생의 작이요 창이었다. 광대‧기생에는 의협 호방한 천재적인 예술가가 많았다. 가람은 서민정신의 발흥이 근대정신의 시작이며, 근대적인 변화는 곧 서민문학임을 『국문학전서』에서 선도적으로 보여주었다. 가람이 제시한 서민정신과 서민문학 이론은 근대의 기점을 18세기 영․정조대로 끌어올리는 데 큰 기여를 하였다. 즉 우리나라의 근대의식은 서구의 것이 아닌 온전히 우리의 것으로 내재적, 자생적 근대화론에 의해 형성된 것임을 주장한 것이다. 서민문학에 대한 가람의 연구는 서지학자로서 방대한 양의 고문헌 자료를 수집한 그의 내력과 무관치 않다. 그는 판소리 여섯 마당을 정리한 신재효에 비상한 관심을 보였고, 20여 년 동안 많은 노력을 기울여 신재효 관련 자료를 수집하였다. 이는 국문학사에서 신재효의 위상을 확립하는 계기가 되었고, 김삼불을 비롯한 후대의 판소리 연구자들에게 판소리 연구의 초석을 놓아주었다. 가람은 학문 연구에서 천재성보다 공정(工程)을 중시하였다. 이는 평생 시조의 현대화에 심혈을 기울이고, 서지학자로서 큰 활약을 남긴 그의 면모와도 맥이 통한다. 1909년(19세)에 쓴 한시에서 그의 그러한 특성과 포부를 엿볼 수 있다. 만국이 각기 동서로 벌여 있는데 / 큰 학자들은 뜻이 같지 않네. / 단점을 버리고 장점을 취해 천지에 나아간다면 / 육대주 가운데 영원히 홀로 설 수 있으리. /김광원 전북문학관 학예사

  • 문학·출판
  • 기고
  • 2019.11.20 17:48

찬 바람엔…따뜻한 공연장서 감성 충전을

찬바람이 불어올 때면 잔뜩 움츠린 몸과 마음에 기대어 쉴 만한 온기를 찾게 된다. 예술의 향기로 무대와 객석이 하나 되는 시간, 한국소리문화의전당에서 들려오는 따뜻한 공연에 마음을 열어보면 어떨까. △테마가 있는 춤, 중견 무용수의 고뇌와 성찰 담겨 전라북도립국악원의 2019 목요국악예술무대 하반기 여섯 번째 공연으로 무용단이 준비한 창의적인 작품이 21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명인홀에 오른다. 이날 저녁 7시 30분에 시작하는 공연에서는 무용단 이은하, 김지춘, 최은숙, 배진숙, 배승현, 김혜진 단원의 안무로 테마가 있는 작품을 총 네 편에 걸쳐 선보인다. 무용단원들이 직접 창작한 작품인 만큼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지고 단원 개개인의 고유한 색깔과 춤사위가 더해졌다. 중견 무용수들이 들려주는 춤에 대한 고뇌와 성찰도 기대 요소다. 절제된 춤사위로 잔잔한 감동을 선물하는 그대를 사랑합니다로 문을 열고 태평소 시나위의 화려한 가락이 흥과 신명으로 어우러지는 호접樂으로 전통 춤사위를 선보인다. 사랑의 메시지를 나무의 일생에 빗대어 표현한 연리지(連理枝)와 운명의 실에 얽히고설킨 인연(因緣)은 이날 공연의 대미를 장식할 예정. 목요국악예술무대는 무료이며 공연 당일 1시간 전 현장에서 좌석권을 받을 수 있다. △전주시-포천시 하나 되어 부르는 대한독립만세 전주시와 포천시가 음악으로 하나가 된다. 문화예술교류 협약을 체결한 두 지역의 예술인들이 선보이는 합동공연이 오는 21일 오후 7시 30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연지홀을 채운다. 이날 공연은 전주시립국악단 제220회 정기연주회를 겸한다. 포천시립민속예술단과 김무철동촌무용단이 함께 하는 무대로 준비했다. 이들은 앞서 지난 3월, 3.1운동 및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기념해 개최한 창작가무극 대한독립만세 The Story 191913 공연을 통해 호흡을 맞췄다. 1919년 3월 13일 만세운동의 불길이 시작되며 한반도의 만세운동을 이끌었던 대한독립의 열망이 담겼다. 역사적 사건을 배경으로 한 작품인 만큼 그날의 아픔과 순국선열의 희생을 기리는 시간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이 작품을 비롯해 인간의 희노애락을 담은 바람의 날개, 판소리 흥부가의 눈대목을 현대적으로 재구성한 제비노정기, 여러 악기로 다양성을 그려나갈 함께 꾸는 꿈, 민요 아리랑을 환상곡풍으로 편곡한 아리랑환상곡을 선보일 계획이다. △피아노오케스트라 조화로 만나는 북유럽의 음악가 전주시립교향악단이 239회 북유럽의 음악가 이야기를 꺼내놓는다. 22일 오후 7시 30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연지홀. 이번 연주회에서는 닐센, 그리그, 시벨리우스 등 북유럽을 대표하는 음악가들의 오페라, 피아노협주곡, 교향곡을 만나볼 수 있다. 예술감독상임지휘자 김경희와 피아니스트 이혜전이 함께 한다. 가장 먼저, 덴마크를 상징하는 음악계의 큰 별 카를 닐센이 남긴 오페라 가면 무도회의 서곡이 5분간 흐른다. 가면무도회에서 우연히 만나 사랑에 빠진 레안데르와 레오노라가 사랑을 이뤄가는 과정을 담아냈다. 이어 피아노의 명수이자 북구의 쇼팽이라는 별명을 가진 그리그의 대표작 피아노 협주곡이 흐른다. 화려하고 극적인 아름다움이 넘쳐 독주자들 사이에서는 피아노의 연주 기교를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협주곡으로 사랑받고 있다. 시벨리우스가 1901년 2월 이탈리아 라팔로에서 쓴 교향곡 2번 D장조의 작품 43번이 이번 연주회의 마지막 순서를 장식한다. 지휘자 로베르트 카야누스는 이 교향곡을 러시아의 압제에 대한 핀란드의 저항정신과 궁극적인 승리를 그린 작품이라고 규정하기도 했다. 좌석 가격은 S석 1만원, A석 7000원이다. 공연 문의는 063-274-8641.

  • 전시·공연
  • 김태경
  • 2019.11.19 18:20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 20일 ‘프랑스여자’ 특별 상영

전주디지털독립영화관은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된 미개봉 신작을 상영하고 감독과 배우, 전문가를 초청해 이야기를 나누는 전주쇼케이스로 20일 김희정 감독의 프랑스 여자를 선보인다고 밝혔다. 이날 오후 7시 30분 상영 후에는 김희정 감독이 참석해 관객들과 대화의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영화 프랑스 여자는 지난 5월 열린 제20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뉴트로 전주 섹션을 통해 소개됐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40대 여성 미라다. 프랑스 파리에 유학 와서 20년 가까이 살고 있는데 프랑스인 남편과 이혼하고 다시 한국을 방문한다. 김희정 감독은 폴란드 우치국립영화학교에서 수학하고 2007년 열세 살, 수아로 데뷔했다. 이어 2011년 두 번째 영화 청포도 사탕: 17년 전의 약속으로 역량을 인정받는다. 전주국제영화제와는 2015년 설행_눈길을 걷다가 전주시네마프로젝트로 선정되면서 인연을 맺었다. 그의 신작 프랑스여자는 미스터리한 시간의 문을 통과해 쓰라린 자신의 과거와 대면하는 주인공의 섬망을 따라간다. 기습적으로 차 앞에 뛰어드는 물체처럼 불안하고, 부유하는 존재의 정체성을 형상화하는 데 있어 탁월함을 보인다는 평을 받는다.

  • 영화·연극
  • 김태경
  • 2019.11.19 18:20

신기한 볼거리 풍성, 전주의 새로운 복합문화공간 ‘수다작’

우리의 부력이 우리의 생활을 풍족히 할 만하고 우리가 강력이 남의 침략을 막을 만하면 족하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기 때문이다. 독립운동가 백범 김구 선생(1876-1949)의 자서전 <백범일지>에 수록된 나의 소원 중 내가 원하는 우리나라에 나오는 글귀다. 문화강국을 꿈꿨던 김구 선생의 바람을 핵심가치로 의기투합한 사람들이 전주 풍남문 인근에 복합문화공간 수다작(手多作, 관장 김병선)을 열었다. 전북 문화예술의 영토를 넓히기 위한 도전이다. 1층 수다작갤러리, 2층 고미술품전, 3층 격변의 근대사전 등 3층 규모 건물을 온전히 복합문화공간으로 꾸민 수다작. 이곳은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손으로 만든 작품이 많은 공간 또는 손으로 작품을 만드는 공간이다. 김병선 관장은 많은 분들이 전통문화의 향을 만끽하기를 소망한다며 어려움 속에서도 유물들을 지켜내 전시장에 출품한 한국고미술협회 전북지회와 전라북도전통문화예술품협회 회원에게 감사드린다고 했다. △1층 수다작갤러리 갤러리 입구에는 큼지막하게 걸린 김구 선생의 초상과 내가 원하는 우리나라 글귀가 관람객을 반긴다. 들어서면 회화공예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갤러리가 있고, 전주풀잎문화센터 강사들과 함께 옛 조상들의 신분증인 호패와 문패를 만들어볼 수 있는 체험공간이 마련돼 있다. 한쪽에는 작은 카페도 있어 잠시 앉아 휴식도 즐길 수 있다. 전시 공간에서는 근대 미술가인 김용봉천칠봉한소희 화백이 그린 1960~70년대 전주와 경기전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정재욱 작가의 목공예품과 전주풀잎문화센터 강사들이 공들여 만든 수공예품, 최북 작가의 수채화와 캘리그래피도 만날 수 있다. △2층 고미술품전 고미술품을 전시한 공간. 옛 선조들의 뛰어나고 아름다운 문화유물을 청소년들에게 알려 민족문화의 자긍심을 갖게 하기 위해 마련했다고 한다. 이곳에서는 조선시대 전통 전주장을 비롯해 남원부안 등 지역특색을 가진 고가구, 서예작품, 고지도 등 일일이 셀 수 없이 다양한 고미술품을 선보이고 있다. 눈길을 끈 유물은 조선시대 서당에서 붓글씨 연습용으로 사용했다는 애기 분판. 글씨를 쓰고 물로 씻어 사용하기 위해 분판 표면에 달걀노른자를 여러 번 발라 말려 만들었다고 한다. △3층 격변의 근대사전 (사)전라북도 전통문화예술품협회 전시장으로 동학농민혁명, 일제강점기, 31운동, 625전쟁 등 격변의 근대사를 엿볼 수 있는 공간. 차만근 (주)만훈 대표의 소장품들이 이곳 3층을 가득 채우고 있다. 오래되거나, 신기하거나, 또는 아프고 수치스러운 역사를 간직한 유물들이다. 정조 어의 강명길이 사용한 침통, 호남에서 활동한 대동창의단 의병장 해산 전수용의 일월벼루, 동학농민혁명 때 사용했다는 태극기, 1904년께 사용했다는 3D안경, 조선의 통치권을 빼앗아 간다고 알린 일제의 포고문, 1952년 학도 의용 기동대 사진 등. 특히 구두 구두 내 구두, 고향길을 밟아보자라고 쓰인 구두닦이통이 발길을 붙든다. 625 전쟁 때 부산 남포동에서 구두닦이 소년이 사용했다고. 이밖에도 로봇태권V 포스터나 장난감, 1980년 음료수병 모음 등 어린아이들이 좋아하거나 노스탤지어를 느낄 수 있는 자료가 많다. 정승호 부관장은 전주를 찾는 관광객들은 물론 지역민들도 자주 찾는 문화공간으로 만들고 싶다며 아시아 문화심장에 부합하는 수다작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월요일은 휴관. 입장료는 3000원. 관람 및 체험 문의는 063-284-7600. 010-3684-2855.

  • 전시·공연
  • 이용수
  • 2019.11.19 18:20

“우리 마을이 영화로” 2019 전주우리마을영화제 보러오세요

전주 시민이 직접 제작에 참여한 영화를 선보이는 작지만 귀한 축제가 열린다. (사)전주영상위원회, 전주도시혁신센터, 전주시민미디어센터 영시미, 협동조합 마을발전소 맥이 함께 20일 오후 7시 전주 한국전통문화전당 공연장에서 개최하는 2019 전주우리마을영화제. 이번 영화제는 마을 스토리 발굴과 공동체 정신 발견, 전주시민의 영화영상문화 저변을 확대하기 위해 마련됐으며, 올해는 프레(Pre) 형식으로 진행된다. 상영작은 다섯 번째 멤버, 은영이 마을을 만났을 때, 건지산 그 길을 묻다, 이웃사람 등 마을이야기를 담은 네 편의 단편영화다. 올해 초부터 주관 기관과 마을 공동체 구성원들이 영화 시나리오 단계부터 촬영출연까지 영화 제작전반에 직접 참여해 완성했다. 삼천도시대학과 도시혁신센터의 개별 공동체 구성원들, 송천동 마을신문 등이 참여 주체가 됐다. 다섯 번째 멤버는 수익이 발생하지 않는 일을 하는 사람들을 처벌하는 사회라는 설정 속에서 함께하는 공동체의 가치를 역설한다. 이웃사람과 은영이 마을을 만났을 때는 낯선 이방인이 서서히 마음을 열며 마을 구성원이 돼가는 과정을 따뜻한 시선으로 그리고 있다. 다큐멘터리 건지산 그 길을 걷다는 전주 도시숲건지산의 자연과 문화적 가치, 사람들의 풍경을 담았다. 문의 전주영상위원회 사무국 063-286-0421(내선번호 1).

  • 영화·연극
  • 이용수
  • 2019.11.19 18:20

[리뷰-장한나와 트론헤임 심포니 오케스트라 익산 연주] 2시간이 넘는 천상의 하모니와 지휘자 장한나의 변신

내가 장한나에 주목하게 된 계기는 어린 나이에 로스트로포비치 콩쿠르에 우승하여 세계를 놀라게 했던 천재 첼리스트로서보다 음악을 좀 더 메타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하버드대 철학과에 입학했다는 인터뷰를 접하고서부터이다. 단순한 연주기술자가 아니라 진정한 예술의 깊이와 넓이에 천착하려는 그녀의 지향에서 묵직한 울림이 전달됐었다. 뿐만 아니라 그녀가 20대 초반에 연주한 <쇼스타코비치 첼로 협주곡 1번>을 들을 때는 항용 저널에서 띄우는 상투적수사로서가 아니라 이미 한 세계를 구축한 비루투오조적 경지에 가슴이 서늘했었다. 그랬던 장한나가 보우가 아닌 지휘봉을 잡고 포디움에 섰다. 그녀의 음악적 포부는 첼로안에 갇히기에는 너무나 협소했나보다. 비바람이 겨울을 재촉하는 궂은 날씨에서도 만석을 이룬 객석은 장한나가 지휘봉을 들고 입장하자 우레와 같은 함성과 박수로 맞이하여 지휘자 장한나에 대한 기대가 얼마나 충천한지를 알게 해줬다. 장한나와 트론헤임 심포니의 첫 레파토리는 그리그의 페르퀸트 모음곡이었다. 제1곡 <아침의 기분> 어택에서 장한나는 6/8박자를 둘로 나누지 않고 비트를 잘게 쪼갬으로 8분 음표 하나하나 까지 디테일을 놓치지 않고 다 드러내겠다는 의도가 감지되었다. 아니나 다를까, 그녀는 미세한 부분까지 세밀하게 큐를 주며 오케스트라를 통제했다. 2곡, <오제의 죽음>에서 약음기를 낀 현은 북구의 어둡고 음산한 서정을 유감없이 품어냈다. 노르웨이 대지를 깊숙이 파고든 피요르드의 겨울 바람소리처럼 쓸쓸하고 처연한 정서는 공연장의 공기질을 바꾸어놓으며 숨죽이게 했다. 종지부분 모렌도의 페르마타는 충분히 길었고 청중은 호흡을 멈추며 깊게 몰입했다. 히터 돌아가는 소리가 크게 들리는 순간이었다. 역시 본토 오케스트라 다운 사운드였다. 4곡 <산속 마왕의 동굴>에서 첼로와 더블베이스의 피치카토는 그 아티쿨레이션의 억양이 분명하고 크레센도의 진폭이 입체적이어서 인상적이었다. 점점 몰아치며 투티로 폭발하는 부분에서 장한나는 마치 낭떠러지에서 몸을 던지듯 열정적인 몸짓으로 절정을 이끌어냈다. 두 번째 스테이지는 임동혁과 협연하는 그리그의 피아노 협주곡이었다. 어깨부터 손목까지 붉은 선이 내려온 독특한 연주복에서 앙팡 테리블이라 불렸던 임동혁이 저절로 환기되었다. 그랬던 그가 이제는 사십대를 바라보는 나이답게 중후한 연주자로 노련하게 음악을 풀어냈다. 한 치의 어김없이 난타하는 화성적 패시지에서는 남성적 에너지가 폭발하는가 하면 절제된 루바토로 속삭이는 가운데 녹아나는 영롱함은 한숨을 몰아쉬게 했다. 청중의 열화 같은 앙콜에 임동혁은 슈베르트의 <악흥의 순간>으로 응답했다. 거한 밥상을 물리고 깔끔한 후식으로 마무리하듯 섬세하고 투명한 피아니즘은 한 폭의 수채화 같았다. 마지막 스테이지, 차이콥스키 최후의 교향곡 제6번 <비창>은 긴장과 이완이 뫼비우스의 띠처럼 얽히며 전개되는 대서사로 때로는 격렬하게 부서지고 솟구치며 내달리다가 이윽고 기슭에 몸을 부리는 유장한 대하의 흐름이었다. 이 과정에서 장한나는 부지런하고 세밀한 큐로 불굴의 투지를 불사르듯 <비창>을 장대하게 풀어내었다. 그녀의 전신을 투여하는 바통 제스쳐는 누군가에게는 불편함으로 작용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최후의 악장 아다지오에서 저음악기군은 악보상에 주어진 라멘토소(애도)와 pppp를 염두에 두며 가장 무겁고 어둡게, 그리고 긴 음영을 드리우며 탄식처럼 종지된다. 청중은 차마 박수를 치지 못한다. 그렇게 긴 침묵의 시간이 흐른 후 장한나가 움직이자 기다렸다는 듯 공연장은 떠나갈듯 박수와 함성으로 가득 찬다. 여기저기서 기립하며 청중의 고조된 흥분은 좀처럼 진정되지 않았다. 페르귄트 4곡 <산속 마왕의 동굴>을 재연하는 것으로 2시간이 넘는 천상의 하모니는 그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이리하여 지휘자 장한나의 변신은 완성된 것이다. /지성호 작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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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11.18 19:47

전주문화재단 노-사, 임금협약 놓고 ‘줄다리기’

전주문화재단 조직 쇄신을 놓고 노사 양측이 줄다리기를 이어가고 있다.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전북문화예술지부 전주문화재단지회(지회장 김창주, 이하 재단 노조)는 임금교섭을 주장하며 지난 4일부터 전주시청에서 1인 피켓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노조의 요구 사항은 △임금 호봉제 전환 △명절 상여금 지급 △청소운영직 차별 철폐 등 크게 세 가지다. 피켓 시위는 애초에 이달 15일까지 2주간 계획했지만 지난 14일 열린 1차 조정회의에서 협의점을 찾지 못해 1주 연장했다. 김창주 재단 노조 지회장은 업무 특성상 휴일근무가 잦고 행사현장에서의 협업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성과 연봉제 보다는 근무 연수에 맞춘 호봉제가 적절하다며 한벽문화관의 경우 청소운영직 인력이 2명으로 빠듯하게 운영되고 있다. 이들은 정규직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직종과 수당체계가 달라 차별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재단 노조는 이 기간 전주시청뿐 아니라 한옥마을 등 지역 명소를 찾아다니며 문화시설 운영에 대한 시민의 여론을 듣고 있다. 김 지회장은 문화예술계 목소리를 전달하기 위한 쟁의 행위에 대해 노조원들과 찬반투표를 진행했는데 약 88%가 찬성했다며 그동안 한옥마을과 한벽문화관 등 전주시민의 문화공간을 아름답게 가꿔온 기획자들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현실에 눈물 흘리며 떠나갔다. 열심히 일한 사람들이 그만큼 보상받는 환경이 정착되길 바랄 뿐이다고 강조했다. 전주문화재단 측은 내년도 예산이 10억 가량 삭감돼 사업 추진에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정정숙 대표이사는 단체협약과 관련해서는 12일 매듭을 지었으며, 오는 26일 체결식을 진행하게 된다며 임금은 곧바로 예산이 수반되는 문제여서 출연 감독기관인 전주시와 협의를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 대표이사는 직원들이 잘 대우받으며 일하는 것은 가장 바라는 일이다며 노조가 만들어진 후 결실이 있을 수 있도록 시 문화정책과와 협의해 최선의 안을 찾겠다고 말했다. 전주시의 입장도 같은 맥락이다. 황권주 전주시 문화체육관광국장은 노조측이 주장하는 수당문제와 임급협상에 대해 합리적으로 접근하려고 한다며 호봉제는 도입할 경우 검토해야 할 사항이 많아 당장은 어렵겠지만 기획조정국과 협의할 수 있는 부분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2차 조정회의는 오는 21일 열린다. 이 자리에서 노사 양측이 협의점을 찾을 경우 임금협약을 맺고 일단락되지만 어긋날 경우 갈등이 장기화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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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태경
  • 2019.11.18 18:59

제27회 전라북도공예가협회전 ‘공예, 시대를 교감하다’

공예는 인간의 일상생활에 필요한 물건을 만드는 일입니다. 그래서 사람이 사용하고, 함께해야 의미를 지닐 수 있고, 사람이 없이는 공예는 의미를 지닐 수 없습니다. 전라북도공예가협회(이사장 유경희)가 제27회 전라북도공예가협회전을 연다. 19일부터 24일까지 전주 교동미술관, 초대일시는 19일 오후 5시 30분. 전라북도공예가협회전은 회원들이 한 해 동안 전북 공예가 나아갈 길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그 해답을 찾기 위한 작품활동의 결실을 선보이는 자리다. 이번 전시에서는 공예, 시대를 교감하다를 주제로 현대 공예문화를 읽고, 과거현재미래의 일상을 교감할 수 있는 도자금속섬유목칠전통공예 작품 50여 점이 준비됐다. 공예의 품격을 높이는 실험적인 작품,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작품들이다. 금속공예 김경숙김선애 작가 등 8명, 섬유공예 김완순김이재 작가 등 12명, 목칠공예 김종연심기란 작가, 전통공예 김선자김옥영 작가 등 14명, 도자공예 강정이권오영 작가 등 12명이 참여했다. 유경희 이사장은 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 동시대가 공감할 수 있는 일상 속의 공예의 가치를 보다 많은 대중들과 이야기하고 싶었다. 또한, 우리의 공예가 먼 이야기가 아닌 누구나 교감하고 공감할 수 있는 우리 일상의 한 부분이라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다며 공예가 제대로 된 모양과 색을 찾아 담아질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990년 창립한 전라북도공예가협회는 전통공예의 오래된 가치를 보존하고 이어가는 장인부터 현대공예의 또 다른 새로움을 모색하는 전북을 대표하는 중견작가들이 모여 공예의 다양성을 제시하고 있다.

  • 전시·공연
  • 이용수
  • 2019.11.18 18:59

한국의 도시는 어떻게 만들어지나, 통영서 답을 구하다

문화관광의 새로운 시도를 통해 도시의 탄생과 성장과정을 만나볼 기행이 마련됐다. 사회적기업 마당은 도시문화기행으로 오는 23일 통영의 도시재생 현장을 찾는다고 밝혔다. 전주시 도시재생지원센터와 공동으로 기획해 진행하는 이번 2019 마당 도시문화기행에서는 신아sb폐조선소 재생사업을 비롯해 준공된 통제영 복원사업과 연계한 통제영거리 조성사업을 둘러볼 예정. 신아sb조선소는 1946년에 설립돼 통영의 지역 경제를 견인해 왔지만 조선업 침체 여파로 2015년 11월 26일 문을 닫았다. 그로 인해 5000여 명의 실직자가 발생하고 경제가 급격하게 가라앉으면서 지역에 큰 상처를 입힌다. 그리고 지난 2017년, 조선업 붕괴로 꺼져가던 지역 경제를 살릴 새로운 대안이 떠오른다. 바로 파산한 신아sb조선소 부지를 활용해 새로운 문화관광단지를 조성하는 폐조선소 도시재생사업이다. 이와 더불어 6여 년에 걸친 설득에 힘 입어 올해 초 통제영거리 조성사업이 첫 삽을 뜬다. 낙후된 마을에서 통영을 대표하는 관광 명소로 거듭난 동피랑 벽화마을, 강구안 골목 등 통영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나아갈 미래를 짚어 보며 한국의 도시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살펴볼 수 있다. 참가자 모집 인원은 선착순 15명. 이번 기행은 오는 23일 오전 8시 전주종합경기장에서 출발한다. 기행 참가 신청 및 문의는 마당 기획팀(063-273-4823~4) 또는 마당 홈페이지(http://jbmadang.com) 여행상품 예약 코너를 통해 할 수 있다.

  • 문화일반
  • 김태경
  • 2019.11.18 18:59

[박물관 유물로 읽는 옛 이야기] 그림 속 매화의 묵향

매화 그림을 자주 그렸던 석정石亭 이정직李定稷(1841~1910)은 실제 매화보다 매화 그림이 더 좋다고 한 바 있다. 人道眞梅好 사람들은 진짜 매화가 좋다 하지만 吾憐畫更好 나는 매화 그림 더욱 좋아하네 高標看其潔 세속 높이 초월함 이미 조촐하며 未有減容時 용모 감쇠하는 때도 없어라 매화 그림은 실물 매화의 형사形寫를 넘어서서 전신傳神의 경지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먹을 찍어 그은 붓끝에서 묵향이 더해져, 그림은 매화의 고결한 자태를 포착하는 동시에, 이미 형태를 넘어선 정신적인 가치를 전한다. 또한, 호남삼걸湖南三傑로 일컬어지는 해학海鶴 이기李沂(1848-1909)와 석정 이정직이 나눈 글에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나온다. 그대 그림을 본 적 있으시오? 가장 뛰어난 것은 뜻을 그려 신을 전한 것이요[寫意而傳神], 그 다음은 형상을 똑같이 그리는 것[사형寫形]입니다. 꽃과 새를 예로 들자면, 꽃받침, 꽃봉오리, 꽃, 꽃술, 새의 부리, 눈, 깃털, 발톱 등을 꼭 닮도록 그리는 것입니다. 익숙해지고 또 익숙해지고 능숙하고 또 묘해진 이후에야 형사를 벗어나 그 뜻을 그리고 정신을 전할 수 있습니다. 정교한 표현으로 대상을 사실적으로 그리는 것을 넘어서서, 그동안 공부해 온 학습량과 내공을 통해 필력이 충분히 무르익은 후에야 비로소 그 안에 담긴 정신을 전달할 수 있다고 보았다. 얼마나 무르익어야 그 경지에 오를 수 있을까. 그리고 얼마나 노력을 했을까. 이정직이 그린 매화 그림은 똑같은 매화가 하나도 없다. 화면 구성을 자유자재로 하였고, 그렇게 매화의 다채로운 면모를 통해, 매화의 본질과 의미를 찾고자 누구보다 노력했음을 알게 해 준다. 홍매紅梅와 백매白梅를 아래위로 배치하고 빈 공간에 시를 곁들인 이종석 소장 <묵매도>에서는 화면 구성의 묘를 볼 수 있으며, 국립전주박물관 <서화첩>에 실린 14점의 매화도에서는 다채로운 매화의 모습을 담아내고자 끊임없이 연구하고 매진했던 이정직의 노력을 읽어낼 수 있다. /민길홍 국립전주박물관 학예연구사

  • 문화재·학술
  • 기고
  • 2019.11.18 18:54

대세는 1인 미디어, 도민 누구나 ‘크리에이터’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영상을 시청하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많은 사람이 1인 크리에이터의 영상을 시청하고, 크리에이터들은 인플루언서라고 불리며 영향력을 발휘한다. 통계에서도 나타난다. 나스 미디어의 2019 인터넷 이용자조사에 따르면 1인 미디어 시청은 이제 보편적인 현상으로 자리매김했다. 온라인 동영상 이용률은 95.3%이고, 시청시간은 하루 평균 1시간 이상을 차지했다. 이러한 트렌드에 발맞춰 지자체에서도 1인 미디어 육성을 위한 산업 생태계 지원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스마트폰의 대중화로 동영상 제작과 공유의 기술장벽이 완화된 매체환경의 변화에 따라 전북의 콘텐츠를 동영상 플랫폼을 통해 홍보할 수 있는 지원 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주장이다. 전북연구원은 최근 이슈브리핑 전라북도 1인 미디어 활성화 방안에서 1인 미디어 발굴부터 교육, 제작, 창업까지 이어진 지원 시스템 구축을 제안했다. 우선 공모전을 통한 1인 미디어 발굴을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지난 9월 처음 개최된 대한민국 1인 미디어 대전과 정부가 추진하는 전라권 1인 미디어 공모전을 전북으로 유치해 크리에이터를 발굴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전북의 고유한 문화를 소재로 자체 공모전을 개최해 1인 미디어를 통해 전북의 문화관광자원을 적극적으로 홍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연구원은 1인 미디어 교육과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도내에서는 현재 전북문화콘텐츠산업진흥원에서 문화 콘텐츠 아카데미 유튜브 크리에이터, 네이버 블로그 디자인 과정을 운영하고 있지만, 유튜브와 블로그가 혼재돼 있을 뿐 아니라 기초단계의 기술 교육에 머물러있다. 이 때문에 초급부터 고급까지 단계별 전문 교육과정과 다양한 장르가 인기를 얻고 있는 특성을 반영한 장르별 1인 미디어 교육과정을 제안했다. 연구 책임을 맡은 전북연구원 최윤규 부연구위원은 전라북도는 전 세계인에게 어필할 수 있는 가장 한국적인 문화를 간직한 지역이다며 이러한 매력적 콘텐츠를 활용할 수 있는 1인 미디어 지원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문화일반
  • 천경석
  • 2019.11.17 18:34

[전북예총 회장 선거] 전북문협 안도·소재호, 단일화…김상휘 “독주”

이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를 선택한 안도 시인에게 찬사가 이어졌고, 문인들의 총의를 수용해 전북예총 회장 선거에 나서게 된 소재호 시인에게는 응원이 쏟아졌다.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사)한국예총 전북연합회(회장 선기현, 이하 전북예총) 제24대 회장 선거를 앞두고, 전북문인협회(회장 류희옥, 이하 전북문협) 소속 입지자의 후보 단일화를 위해 임시회를 개최했다. 지난 16일 오후 3시 전주 백송회관에서 열린 임시회에는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들 공동 대표들, 전북예총 회장 선거 입지자인 소재호 시인과 안도 시인, 전북문협 소속 문인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 그러나 앞서 참여에 큰 의미를 못 느낀다고 밝힌 김상휘 소설가는 결국 불참했다. 일부 문인들은 전북예총을 이끌 정책 방향에 대해 공개적으로 밝힐 수 있고, 단일화를 모색하는 자리인만큼 김상휘 소설가의 참석을 기대했었다. 이날 임시회는 김정길 영호남수필문학협회장의 사회로 문을 열었다. 임시의장은 김학 수필가가 맡았다. 먼저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공동대표인 김남곤김학서재균서정환윤영근이운룡전선자정군수조기호조미애(이름순) 시인에 대한 소개가 진행됐으며, 입지자 소개, 이운룡 시인의 임시회 취지 설명, 소재호안도 시인의 정책발표가 이어졌다. 이운룡 시인은 전북예총 회장 선거 후보자와 관련해서 전북문협 회원 세 사람이 출마의사를 표명함으로써 단일화 방향을 상의하고자 모였다. 전북문협이 후보 단일화를 위해 움직이지 않고 방관하고 있기 때문에 이 자리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정책 발표에 나선 소재호 시인은 김상휘 소설가, 안도 시인과는 몇십 년간 호형호제하는 사이다. 어떤 결과가 오든 그것은 손상되지 않을 것이다며 김상휘 소설가는 생각이 달라서 참석하지 않았을 것이다. 폄하하지 않기를 바란다. 후배의 의지를 꺾지 말아달라고 강조했다. 이어 손잡고 아름답게 갈 것이다며 전북예총을 어떻게 이끌어갈지 주요 구상을 밝혔다. 안도 시인은 명예 회복을 위해 이 자리에 섰다며 (류희옥 전북문인협회장이 취임하면서 열린 이사회에서)금전출납부를 안썼다. 역사 자료를 싹 버렸다는 말이 있었다. 이미 해명이 된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전북예총 회장을 뽑는데, 과거사를 끄집어내 비방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전북문협은 선후배가 서로 존경하고 화합하고 같이 문학을 위해 똘똘 뭉쳐왔는데 삐걱거리는 소리가 나서는 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이후 후보 단일화 방식을 놓고 무기명 투표방식 등이 논의되는 가운데, 안도 시인이 단상에 올라 전북문협을 위해 뜻을 접겠다며 대승적 결단을 밝히자 단일화는 극적으로 마무리됐다. 소재호 시인은 미안한 마음이다. 예술인이 대접받고, 창작품이 한반도에 출렁거리게 하겠다고 화답했고, 문인들은 아름다운 모습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날 일부 단일화가 성사되면서 소재호 시인은 어깨가 무거워졌고, 김상휘 소설가는 부담을 안게 됐다. 소재호 시인이 흔들림 없이 당선만을 위해 독주를 결심했다는 김상휘 소설가와 평행선을 달릴 것인지, 아니면 두 입지자가 선거를 치르기 전에 또 다른 단일화를 이뤄낼지 관심이 모아진다. 이에 따라 내년 1월 17일 치러지는 전북예총 회장 선거는 이석규 전 전북사진가협회장과 최무연 전북예총 부회장을 포함해 4자 구도가 되거나 3자 구도가 될 전망이다. 한편 전북예총은 오는 12월 13일 이사회를 열고, 제24대 회장 선거관리위원회 구성 및 후보 접수 등 선거 절차에 대해 논의한다.

  • 문화일반
  • 이용수
  • 2019.11.17 17:21

‘작은영화관 가을영화제’ 감성 두드린다

전북지역 장수임실무주부안진안순창의 작은 영화관에서 가을 감성을 일깨울 영화제가 열린다. 작은영화관 사회적협동조합(이사장 김선태, 이하 협동조합)은 18일부터 오는 20일까지 3일간 전국 34개 작은영화관에서 작은영화관 가을영화제를 동시 개최한다고 밝혔다. 작은영화관 가을영화제는 평소 지역에서 접하기 어려운 작품성 있는 영화를 선정해 상영하는 행사로 올해 처음 열린다. 협동조합이 운영하는 전국의 작은영화관에서 영화제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영화 관람 또한 모두 무료로 운영한다. 서울이나 수도권이 아닌 중소도시 지역주민들도 부담 없이 영화제를 즐길 수 있게 하자는 취지다. 전북지역에서는 장수 한누리시네마, 임실 작은별영화관, 무주 산골영화관, 부안 마실영화관, 진안 마이골작은영화관, 순창 천재의공간 영화산책 등 6곳에서 만나볼 수 있다. 이번 영화제 상영작은 총 17편이 선정됐다. △우리집 △벌새 △가버나움 △어른도감 △김복동 △주전장 △허스토리 △세상을 바꾼 변호인△그린북 △콜럼버스 △어느 가족 △언더독 △틴 스피릿 △스코어:영화음악의 모든 것 △씨 오브 트리스 △에델과 어니스트 △돈 워리 중에서 지역별 8편을 선별해 상영한다. 상영작은 작품성과 대중성을 겸비하면서도 평소 중소도시의 작은영화관에서 일상적으로 관람하기 어려웠던 영화를 중심으로 선정했다. 세계 유수영화제 25관왕의 화제작 벌새(감독 김보라)부터 위안부 이슈를 날카롭게 다룬 다큐멘터리 주전장(감독 미키 데자키), 평등을 위한 세기의 재판을 다룬 세상을 바꾼 변호인(감독 미미 레더)까지 다양한 주제를 담은 영화로 관객들을 맞이한다. 김선태 작은영화관 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은 작은영화관이 지금까지 성장할 수 있었던 건 지역주민의 관심과 사랑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좋은 영화를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이에 대한 보답이라 생각해 영화제를 기획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김 이사장은 앞으로 협동조합은 가을영화제와 같은 문화 행사를 통해 지역에서도 충분히 문화의 다양성을 누릴 수 있도록 힘쓸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번 영화제의 상영작과 상영 시간은 각 영화관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단체관람 등 각종 문의 또한 각 지역의 작은영화관 고객센터로 전화하면 된다. 한편, 작은영화관 사회적협동조합은 중소도시의 작은영화관 운영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회적 기업이다. 2014년 문화체육관광부의 설립 인가를 받아 발족, 전국 34개 작은 영화관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 10월 말 기준 200만 명 관람객을 돌파하는 등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2017년에는 지역의 자유로운 문화 향유와 일자리 창출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표창을 받은 바 있다.

  • 영화·연극
  • 김태경
  • 2019.11.17 17:21
문화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