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end news
온라인 서점과 대형 체인의 공세 속에서 지역 서점들이 살아남기 위한 특별한 전략을 펼치고 있다. 단순한 책 판매를 넘어, 감성과 문화를 입힌 인문학 프로그램과 개성 넘치는 굿즈로 독자들을 사로잡고 있는 것. 과연 이들 서점은 어떻게 위기를 기회로 바꾸고 있을까? △우리 이웃이 직접 추천하는 책 큐레이션 일부 서점에서는 유명 작가나 평론가가 아닌, 지역 주민들이 직접 책을 추천하는 큐레이션 코너를 운영하고 있다. 전주시 인후동에 위치한 서점 ‘잘익은 언어들’은 책방의 단골 독자들이 각자의 취향에 맞춰 추천하는 책을 전시하고, 추천 이유를 손 글씨로 적어 소개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이지선 잘익은 언어들 대표는 "전문가가 아닌 이웃의 추천이기에 더 친근하고 현실적인 공감을 얻을 수 있다"며 ”또 2달마다 전시될 책을 교체하기 위해 모이는 자리에서도 왜 그 책을 추천하게 됐는지에 대해 이야기하다, 서로의 호기심을 자극해 그 속에서도 책이 판매되는 재밌는 상황이 펼쳐진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또 이 활동을 통해 매번 독자들에게 흔하게 소개되는 베스트 셀러 코너 속 책만이 아닌, 아무도 몰랐던 새로운 책들을 골고루 발굴하고, 소개할 수 있어 독자분들의 반응도 좋다“고 설명했다. △다양한 자체 기획 프로그램으로 독자와 소통 전주의 한 독립 서점인 ‘물결서사’는 매달 철학, 문학, 역사 등 다양한 주제의 강연을 열고 있다. 또 이들은 다음 달 1일 지역 출신 작가 방우리 작가와의 만남의 자리를 기획하는 등 이제 막 새싹을 피운 신인 작가와 더불어 미처 알지 못했던 작가를 조명하는 공익적인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책방지기 임주아 작가는 “지역에서 책과 관련한 지원 사업이 많아지고 있지만, 지역 서점을 방문하는 독자들의 수의 증가율은 더딘 실정”이라며 “책방도 엄연한 자영업으로 차별화된 기획 프로그램으로 더 많은 독자를 모객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러한 프로그램은 독서 모임과 연계되어 방문객들의 유입을 증가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며 “실제 인문학 프로그램을 홍보하는 SNS 게시글을 보고 공간을 찾아 주시는 새로운 분들을 발견할 때마다 보람을 느끼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지역 서점 ‘책방 토닥토닥’에서는 운동·페미니즘·기후 위기와 같은 사회적으로 대두되고 있는 사회 문제를 주제로 독서 모임을 개최하며 차별화 전략을 펼치고 있다. △개성 넘치는 굿즈로 서점만의 색깔 강조 일부 서점들은 자체 제작한 굿즈를 통해 브랜드 정체성을 확립하고 있다. 시집 전문 서점 '조림지'는 책방 주인의 개성을 그대로 담은 반소매 티셔츠와 후드티셔츠를 제작해 판매하고 있다. 그 중 특히 인기를 끄는 제품은 ‘2025 신춘문예 탈락자’라는 글씨가 새겨진 후드티로 서점만의 감성이 담긴 디자인과 한정판이라는 희소성이 더해져 방문객들의 구매를 유도하고 있다. 또 이 책방은 방문객이 제시한 제목에 맞춰 즉흥시를 써주는 이벤트도 진행하고 있어, ‘즉흥시를 써주는 책방’으로도 입소문이 나 있다. 즉흥시의 가격은 소비자가 만족한 정도만 지불하는 독특한 방식으로 많은 이의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다. 시집 책방 조림지의 공간 지기 천기현 씨는 "굿즈 제작에 있어 딱히 큰 뜻은 없었다. 재미로 만들어본 굿즈가 SNS 속에서 홍보가 많이 돼, 굿즈를 통해 조림지라는 서점을 처음 접하고, 찾아주시는 분들이 꽤 늘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재미로 만들어본 굿즈들이 시를 사랑해, 시를 쓰는 이들의 공감을 건드리게 되며. 이처럼 좋은 결과를 받아 볼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최국순 사진가가 7년 간 전국을 돌면서 발견한 우리의 우물을 살펴볼 수 있는 시간이 마련된다. 서학동사진미술관에서 18일부터 23일까지 최국순 사진가의 ‘우물, 정(井)’ 전시회를 연다. 최 작가는 도시개발과 수도시설 보급으로 주거문화가 변화하면서 자연스럽게 사라진 우물을 찾기 시작했다. 전통적인 생활방식이 사라지면서 그 안에 담긴 이야기들도 함께 사라져가고 있음이 안타까웠기 때문이었다. 이미 사라진 후엔 재생할 수 없는 풍경이기에 작가는 우물을 쫓아 애틋한 풍경들을 포착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마을 공동체의 중심에 있던 ‘우물’부터 단순한 생활용수가 아닌 삶의 중심이자 문화가 샘솟던 공간으로서의 모습들이 담긴 24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최 작가는 “우리나라 우물의 가치변화와 문화양식 생로병사를 담아내고자 했다”며 “우리 고유의 전통과 풍속이 남아 있는 흔적을 찾고, 이러한 것들이 새로운 창의적 씨앗이 되었으면 한다. 고유문화를 향유하고 새로운 문화가 깃들어 가기를 희망한다”고 작가노트를 통해 밝혔다. 순천대 대학원에서 사진 예술학 석사과정을 마친 최국순 작가는 한국 사진작가협회 정회원이다. 지난 2021년 개인전 우물 이야기, 사진으로 그리다를 개최한 바 있다.
전국적으로 공공도서관 이용자 수가 늘면서 도서 이용 에티켓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강력한 규제나 제약 없이 시민 의식에만 의존하다 보니 도서 이용에 불편함을 호소하는 이들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도서관협회가 지난해 발표한 ‘2024년 전국 공공도서관 통계조사(2023년 실적 기준)’에 따르면 공공도서관을 방문한 이용자는 2억 226만 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1억 7500만 명) 대비 15.1% 증가한 수치다. 공공도서관 숫자도 지난해 1271개관으로 늘어 전년 대비 34개관(2.85%)이 많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전북 지역에서도 도서관 66개를 확충한 것으로 파악됐다. 공공도서관 이용자 수는 늘고 있지만, 도서 이용 에티켓은 명확하지 않다. 개관 16년차를 맞은 전북도청도서관에서 최근 집계한 미반납 도서 수는 33권으로 파악됐다. 수십 통이 넘는 사서들의 독촉에도 1년 이상 반납되지 않아 제적 처리된 것들이다. 전주시립완산도서관의 도서 미반납자는 450명(전체 회원 45만 2461명)으로 집계됐다. 전북 지역 한 도서관 사서는 “책 반납일이 늦어지면 도서관에서 연체 안내 문자를 발송하고 책 반납 요청 전화를 한다”며 “대부분은 날짜에 맞춰 책을 반납하지만, 연락이 두절되는 사례도 종종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반납이 늦어졌다고 해서 페널티가 주어지는 게 때문에 반납이 늦는 이용자들은 계속 늦는 편이다”며 “다른 이용자들을 위해서 날짜에 맞춰 책 반납을 요청하는 게 전부”라고 덧붙였다. 도서 훼손 사례도 빈번하다. 전북도청 도서관은 1년 간 약 18권의 책이 찢어지거나 얼룩져 새로운 책으로 교체했고, 전주시립완산도서관 역시 훼손 정도가 심한 책 3권 가량을 새 책으로 교환했다. 전주시립도서관에서 근무하는 한 사서는 “개인 책처럼 밑줄을 긋는 이용자들이 많고, 커피나 물을 쏟아서 훼손되기도 한다”며 “도서 훼손도가 심하면 돈이나 새 책으로 배상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서 “특별히 도서 이용 에티켓이 없다보니 시민 분들이 공공자산이라는 개념으로 깨끗하게 이용해주시길 권장하는 게 전부이다. 책을 아끼는 마음으로 사용해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도서관 정책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도서 훼손이나 분실은 자연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이용자 중심의 도서 정책이 펼쳐져야 한다는 것이다. 도서 이용 에티켓을 규정해 도서관 이용의 장벽을 높이기보다는 책 읽는 인구를 높일 수 있도록 변화하는 게 더욱 바람직하다고 강조한다. 윤정원 전북대 문헌정보학과 교수는 “도서관 이용자들이 도서 이용 에티켓을 잘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유연한 도서 이용 정책도 필요하다"며 “책 반납이 늦어져서 연체료를 내거나 페널티를 부여하기 보다는 이용자들이 도서를 이용하고 싶을 때까지 기간을 늘려주는 등 편의시설로서의 역할을 고민해야 책 읽는 인구도 늘어날 것”이라고 제언했다.
심세보 전주대학교 건축학과 교수의 세 번째 개인전 ‘Hit et Nunc: 시간과 장소’가 20일까지 전주 누벨백 미술관에서 열린다. 전시 주제 ‘Hit et Nunc’는 라틴어로 ‘지금, 여기’를 뜻하며 건축에서 시간과 장소의 본질을 탐구하는 여정을 담고 있다. 심 교수는 과거와 현재의 작품을 통해 건축가로서의 궤적을 되돌아보고, 세월 속에서 다듬어진 철학과 표현을 관람객들에게 전달하고자 한다. 그는 이번 전시에서 20년 전 미국에서의 대학원 시절, 형태적이고 개념적인 도전으로 주목받았던 작품들과 최근 국내외 건축공모전에 출품했던 현실적이고 실현 가능한 작품들을 통해 시간의 흐름이 디자인 철학에 미친 영향을 선보일 예정이다. 심 교수는 “건축은 단순히 공간을 설계하는 작업을 넘어, 시대의 맥락 속에서 어떻게 변모하고 응답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져야 한다”며 “이번 전시를 통해 과거와 현재, 실험과 정교함, 열정과 성찰이 공존하는 공간을 보여드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작품 사이에 존재하는 시간적 간극을 단순한 변화로 표현하는 것이 아닌, 진화와 성장을 반영해 건축언어의 심미성을 보여준다. 또한 개인의 경험과 사회적, 기술적 흐름이 어ᄄᅠᇂ게 창작의 발자취에 녹아들었는지 견고하고 세밀한 작업물로 표현한다. 교수는 이 같은 취지를 살리기 위해 전시공간을 시간과 공간을 교차하는 방식으로 꾸몄다. 관람객들에게 건축을 통해 과거와 현재, 미래를 상상할 수 있는 통찰을 제공한다. 심 교수는 연세대 공과대학 건축공학과에서 공학사, 텍사스대학에서 건축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삼우종합건축사사무소에서 16년간 근무했고 미국 HOK 등에서 다년간 실무경력을 쌓은 이후 현재 전주대 건축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은 멸실 및 훼손될 우려가 있는 민간 소장 유물을 수집하여, 공립박물관인 기념관의 전시 및 연구, 교육 등에 활용할 “2025년도 유물 구입”을 공개 추진한다고 밝혔다. 구입 대상은 동학농민혁명 또는 한국 근대사와 관련된 고문서, 고서적, 삽화․사진 등의 유물은 물론, 동학농민혁명을 주제로 한 예술품과 같은 근현대 자료까지 포함한다. 매도 신청은 오는 3월 18일까지 개인(중종 포함), 기관, 단체, 문화재 매매사업자 등이 수량 상관없이 신청할 수 있다. 도굴품이나 도난품과 같은 ‘불법 유물’은 구입 대상에서 제외한다. 재단 관계자는 “이번에 구입한 유물은 기념관에서 전시와 교육 등에 폭넓게 활용할 계획으로 동학농민혁명의 숭고한 정신을 함양하는 소중한 자료로 삼아, 관람객들이 역사를 더욱 즐겁게 접할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겠다.”고 밝히며, 많은 소장자의 적극적인 참여를 당부했다. 매도 희망자는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 홈페이지에 접속해, 공고문에 안내된 ‘유물매도신청서’ 등의 제출서류를 전자우편(eunji1016@1894.or.kr)으로 제출하면 된다. 문의 전화 063-530-9451.
우리의 소리, 전통 무예, 격동의 역사 등 K-문화를 대표하는 국악과 태권도, 동학을 주제로 한 창작태권소리극이 선보여졌다. 1984년 동학농민혁명을 배경으로 민초들의 삶과 희망을 그려낸 작품 태권유랑단 '녹두'가 그것이다. 공연은 지난 15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연지홀에서 열렸다. 한국소리문화전당이 자체 제작한 브랜드 공연이기도 한 이번 공연은 ‘2036 하계올림픽 전북 유치’를 기원하기 위해 펼쳐졌다. 태권유랑단 '녹두'는 동학농민혁명에서 꽃피우는 민초들의 삶을 그린 창작 태권 소리 극으로 현재와 과거를 오가는 시대적 변화를 통해 전혀 다른 삶을 살아온 현대인에게도 '꿈'이라는 화두를 던져주는 아름다우면서도 서글픈 이야기다. 공연의 내용은 녹두장군 전봉준이 이끌었던 동학농민혁명을 배경으로 민족의 자유와 독립을 위해 목숨 바친 인물들의 진실과 꿈의 의미를 그린 역사 판타지 극으로 전개된다. 특히 공연 속에서는 동학농민혁명의 첫 시작인 고창을 시작으로 부안의 백산 전투와 정읍의 황토현 전투, 전주 입성까지 다루는 등 우리 지역이 지닌 역사적, 문화적 자원을 풀어내고 있어 더욱 눈길을 끌었다. 총 70분 분량으로 진행되는 공연은 농악과 국악 장단에 판타지적인 요소를 더해 남녀노소, 내·외국인을 가리지 않고 사랑하는 우리나라의 전통문화가 지닌 고풍스러운 멋을 그대로 담아내고 있다. 탄탄한 기획과 화려한 무대연출도 이번 무대의 열기를 다루는 중요한 장치로 사용됐지만, 이번 무대의 주인공은 ‘우석대학교 태권도특성화사업단’이 아닐까 싶다. 우석대 태권도 시범단은 다년간의 공연으로 다져진 내공으로 이번 공연에서도 화려하고 역동적인 움직임으로 동학군들의 치열했던 과거 현장을 표현해냈다. 실제 무대에서는 태권도의 각종 품새와 겨루기 동작과 함께, 눈으로 보고도 믿기 어려운 고난도 격파, 아이돌 그룹 같은 칼군무까지 관객들의 이목을 사로잡는 퍼포먼스로 관객들로 하여금 탄성을 참지 못하게 했다. 또 실감 나는 연기력으로 역사 속 인물들이 펼치는 독백과 관객석과 함께 완성해 가는 촛불 연대로 표현한 동학의 불, 신속하면서도 입체적인 무대 공간 연출 등을 만나볼 수 있는 것은 덤이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공연의 시작과 동시에, 미래 시대에 등장한 전봉준 혼(魂)의 등장 등으로 이번 공연은 역사책 속 지루하게 접한 역사적 사실만이 아닌, 우리 시대 더 나아가 미래 세대에게 동학농민혁명을 어떻게 와 왜 기억해야 하는지에 대해 전하고 있었다. 동학농민혁명은 지난해 130주년을 맞이했지만, 아직도 동학농민혁명의 전국화와 세계화를 위한 기반은 턱없이 부족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녹두’는 누구나 쉽고 즐겁게 즐길 수 있는 공연으로, 동학농민혁명에 관심의 불씨를 피워낼 수 있을 것 같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공연이었다. 전북을 발판 삼아 전국과 세계로 뻗어나갈 이번 공연의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된다.
천주교 전주교구 주교좌성당인 중앙성당의 설계도면이 전주한지로 재탄생했다. 한국전통문화전당은 전주 중앙성당의 설계도면을 전주한지로 복본했다고 16일 밝혔다. 전당은 전주시와 함께 지난 2017년 바티칸교황청의 편지 기록물과 2018년 원불교 초기경전을 전주한지로 복본화하는 데 성공한 바 있다. 중앙성당은 1947년에 세워져 1957년부터 천주교 전주교구의 주교좌성당이 됐다. 전통적인 성당 건축양식과 독창성을 함께 지닌 중앙성당은 말뚝지정과 쌍대공 기법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관련 설계도면이 현재까지 보존되어 기록문화유산으로서 높은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이에 따라 전당은 중앙성당 설계도면(7면)을 오랜 시간 동안 보존이 가능한 전주한지에 복본화했다. 이러한 작업은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등재를 앞둔 한지를 통해 세계 각지의 유무형 문화유산 복본화 작업에도 유용한 단초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김도영 한국전통문화전당 원장은 “문화재 보존만큼 관련 기록물의 보존도 중요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전주한지를 활용한 보존화 작업에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전했다.
폭설에 한파, 동토의 땅 툰드라가 따로 없습니다. 입춘 지난 지 일주일이 넘었건만 봄은 아직 기미도 없습니다. 풍패지관(豊沛之館)이 고드름으로 발을 쳤습니다. 눈 쌓인 지붕 위 하늘이 더욱 시립니다. 행여 기지개를 켜려던 모악산 어느 골짜기 개구리 깜짝 놀랐겠습니다. 풍패지향(豊沛之鄕)은 나라를 세운 제왕의 고향입니다. 한나라 유방(劉邦)이 강소성 패군(沛郡) 풍현(豊縣)에서 군사를 일으켜 왕위에 오른 데서 유래하지요. 조선 왕조 태조 이성계는 함경도 영흥 출신이나, 조상 대대로 살아온 전주가 풍패지향이지요. 풍패지관, 귀한 관리나 외국의 사신을 위한 객사(客舍)입니다. 1606년 조선에 사신으로 온 명나라 문인 주지번(朱之蕃), 1593년 북경에 송강 정철의 서장관(書狀官)으로 와 자신에게 큰 은혜를 베풀었던 익산의 표옹 송영구(瓢翁 宋英耉)를 찾았지요. 전주 객사에 묵으면서 망묘당(望墓堂)과 풍패지관(豊沛之館), 두 편액을 썼다지요. 몸도 마음도 춥네요. 뾰족한 겨울 끝에 당도할 봄은 더욱 귀할 터입니다. 산 너머 조붓한 오솔길로 찾아오실 ‘귀한 손님’, 행여 길이나 잃지 않을지 걱정입니다. 아니 아니지요, 여태 봄 거르는 해 없었지요. 분명코 이미 당도한 봄이 저 풍패지관에 유숙하고 있을 것입니다.
민화에 나오는 물고기와 꽃, 부채와 나무의 풍성한 이미지들이 병풍 위에서 훌렁거린다. 행렬, 운집한 군중과 같은 비일상적인 사건과 상업·수공업 등의 직업생활을 생생하게 묘사한 모습들도 눈에 띈다. 상상의 세계를 함축시켜 자유로운 채색과 격식 없는 구도로 표현된 이경숙 작가의 민화 작품들은 신선한 감흥을 물씬 풍긴다. 17일부터 28일까지 전북특별자치도청 기획전시실에서 예진 이경숙 '민화 병풍대전'이 열린다. 이번 전시에는 작가 특유의 세밀한 묘사력이 돋보이는 수작들로 꽉 채운다. ‘태평성시도’를 비롯한 ‘부채도’, ‘화접도’, ‘해상군선도’, ‘장막책가도’ 등 전통 궁중 민화 작품을 병풍 형식으로 만날 수 있다. 특히 작품 '태평성시도'는 상당한 공력이 들어가 완성도 높은 수작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무엇보다 한 두세기 전 전통 민화를 작가의 해석으로 풀어내 현대적 감각을 더했다는 점이 새롭다. 작가는 대한민국민화대전 최우수상, 김삿갓문화제 전국민화공모전 대상 등을 수상했다. 한국미술협회 민화분과 이사‧심사위원, 전북특별자치도미술대전 심사위원 등을 역임했다. 현재 예진민화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전북특별자치도립국악원(이하 도립국악원)이 을사년을 맞아 새해 계획을 내놨다. 13일 도립국악원에 따르면 지역 문화자원을 기반으로 한 전통예술로 중심을 잡아 내실을 다지고, 타지역 시군과의 활발한 문화 교류를 통해 외연을 확장할 계획이다. 전년과 비교해 올해 가장 큰 변화로는 △전북특별자치도립국악원 본원 신청사 개원 △창극단·관현악단·무용단의 새로운 정기공연 △타지역 시군과의 문화 교류 등으로 꼽을 수 있다. 도립국악원은 지난 2022년 6월부터 약 3년 동안 공사를 진행해 올해 5월 새롭게 문을 열 도립국악원 본원 신청사를 적극 활용해, 국악 활성화 기여에 나설 방침이다. 도립국악원장실을 비롯한 사무국과 공연기획실, 교육학예실이 입주하게 될 신청사에는 다목적 공연장으로 활용될 ‘권삼득 홀’이 새롭게 들어선다. 권삼득 홀은 100여 명의 관람객을 포용할 수 있는 소규모 극장으로, 단원들과 교육생들의 기량을 뽐내는 공간으로 꾸며질 계획이다. 또 신청사에 함께 입주할 교육학예실의 활동도 활발해질 전망이다. 앞서 교육학예실은 도립국악원 본원 공사 기간 전통문화체험 전수관으로 임시 이전하며, 일부 교육 회차를 줄이거나 일시 중단해 국악 교육을 진행해 왔다. 하지만 오는 5월부터 더욱 개선된 공간으로 자리를 옮기게 될 교육학예실은 4년 전 선보였던 체계적인 교육과정의 형태로 교육을 재개할 계획이다. 도립국악원의 꽃, 예술 3단의 예술성이 돋보이는 정기공연도 도민들과 조우를 앞두고 작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올해 창극단은 판소리 다섯 바탕 중 심청전의 이야기를 다룬 창극, ‘청’을 선보일 계획이다. 창극단은 이번 작품을 통해 심청을 단순히 효녀로서의 면모만을 부각시키는 것에 그치지 않고, 삶의 위기를 극복해 가는 여성 민족 지도자로도 그려낼 예정이다. 관현악단은 2023년부터 선보이고 있는 고정레퍼토리 ‘아르누보’ 시리즈를 이어간다. 올해로 세 번째 이야기의 서사를 쓰는 관현악단 역시 ‘심청’을 주제로 작품을 제작한다. 여기에 ‘굿’ 또는 ‘상엿소리’를 주제로 국악관현악과 대합창을 위한 교향곡도 새롭게 창조해 무대에 올린다. 무용단 역시 2년째 선보이고 있는 ‘이 땅을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 시리즈를 계속해 선보인다. 이번 정기공연은 이번 시리즈의 마지막 이야기로, 진안 마이산의 이야기를 춤으로 풀어낼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와 더불어 도립국악원 소속 단원들의 기량을 뽐낼 수 있는 타지역과의 교류 공연 횟수도 대폭 늘려, 전북 전통예술의 아름다움을 알릴 계획이다. 유영대 전북특별자치도립국악원장은 “전북특별자치도립국악원은 도민과 국악을 이어주는 도민을 위한 단체”라며 “앞으로도 전통예술의 본향으로서 시대를 아우르는 다양한 공연과 폭넓은 교육 기회 제공을 위해 역사적 사명을 다할 것이며, 나아가 전북특별자치도 전통예술의 가치를 높이고, 선도적인 공연예술로 국악이 자리매김할 수 있는 미래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 민족의 산하(山河)를 먹과 색으로 구현한다. 도구는 목판. 여러 장의 목판을 겹쳐 판화로 찍어낸다. 마치 붓으로 그린 것처럼 거대한 산세가 눈앞에 펼쳐지고 아름다운 풍광이 관람객을 압도한다. 1980년대 민중미술부터 현대적 산수까지 진화를 거듭해 온 목판화 거장 김준권 화백이 전주를 찾았다. 한국소리문화의전당(대표 서현석)이 전북특별자치도 출범 1주년을 기념해 오는 3월 30일까지 전당 전시장 전관에서 ‘김준권의 국토-판각장정’을 열고 있다. 우리 땅과 이웃들의 삶을 관찰한 리얼리즘적 풍경부터 백두산과 압록(두만)강에서 바라본 북녘 산천까지 아우르는 대장정의 감성적 서사를 구축해오는 동안, 2018년 남북정상회담이 열리던 판문점 평화의집에 건 ‘산운’은 큰 화제를 모았다. 당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산운을 배경으로 방명록을 썼다. ‘산운’이 먹의 농담을 활용해 산세를 한눈에 볼 수 있게 한다면, ‘이 산~저 산~’은 색의 농담 변화로 자연의 싱그러움을 전달하는 작품이다. 초기작 ‘새야새야’는 동학 지도자 전봉준이 민중들을 일깨우고 있는 모습으로 판화가 아니라고 우겨도 통할 만큼 정교한 기법이 돋보인다. 이번 전시에서는 김준권 화백이 1985년부터 지난해까지 제작한 목판화 250여 점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세부적으로 1985~1991년까지 제작한 흑백목판화, 1992~2024년까지 제작한 유성목판화, 1995~2024년까지 제작한 수묵‧채묵 목판화를 한눈에 감상할 수 있다. 작품들은 작가가 의도적으로 '스밈의 미감'을 살릴 수 있도록 안료를 직접 발색해 시각적 생생함을 살렸다. 이외에도 '판화 찍기 체험'도 운영해 관람객들에게 보는 전시를 넘어 판화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월요일 휴무.
“가람 이병기 전집은 단순한 자료 수집을 넘어 한국 근현대 문학사의 체계를 정립하고 학문적 유산을 보존해 새로운 연구 지평을 열어주는 중요한 성과라고 할 수 있죠.” 이경애 가람전집 간행위원회 총무는 12일 전북대학교 인터내셔널센터 동행홀에서 열린 ‘가람 이병기 전집’ 완간 기념식 기자 간담회에서 “그동안 가람 이병기 선생에 대한 연구가 부족했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가람 선생에 관한 조명이 활발하지 않았고, 연구자들 역시 가람 선생에 대한 연구가 부족했다”며 “이번 전집 간행을 통해 가람 선생을 제대로 연구하고 한국 근현대 문학사 체계를 정립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30권을 끝으로 완간된 ‘가람 이병기 전집’은 전북대학교와 가람이병기전집 간행위원회 위원들의 집념이 담겨있다. 10년 넘게 가람 이병기 선생이 쓴 시조집과 시조론, 미발표 육필일기와 국문학 개론, 신문‧잡지에 남긴 1300여 편의 글을 바탕으로 선생의 생애와 업적 등을 정리했다. 1권이 2014년에 첫 출간됐으니 11년 만의 완간이다. 전집 간행 작업은 문학 부문 10권이 2014년부터 2021년까지 7년간 진행됐다. 당초 15권 분량으로 예상했던 작업이 진행과정에서 30권으로 늘면서 예산 부족 문제에 부딪히기도 했다.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김익두 가람전집 간행위원장은 “전북대를 중심으로 여러 기관에서 도와줬지만, 어려운 부분이 없을 수는 없었다. 11권에서 15권 발간 당시 예산이 부족했고 김승수 당시 전주시장에게 도움을 요청하러 갔었다”며 “김승수 전 시장께서 ‘그런 일로 왜 여기까지 왔느냐’고 했다. 이후 밤중에 김 전 시장이 전화로 사업비 5000만 원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그게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이번 전집 발간에는 전북대학교를 비롯해 전북자치도와 전주시, 익산시가 뜻을 모아 사업비를 지원했다. 대학 1억9500만 원, 전북도 4500만 원, 전주시 8000만 원, 익산시가 7500만 원을 지원해 총 3억9500만 원의 사업비가 지원됐다. 책은 국문학, 국어학, 서지학, 교육학, 민속학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단행본, 학술지, 잡지와 신문에 실린 글과 함께 육필 노트 등 미간행 자료까지 수록됐다. 특히 원본을 최대한 보존하면서도 가독성과 신뢰성을 높인 편집 방식을 채택해 현대 연구자들이 학문적 정본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서술했다. 한창훈 가람전집 공동 간행 위원장은 “이병기 전집은 이병기의 문학적, 학문적, 사회적 업적을 다각도로 조명할 수 있는 통합적 연구의 기반”이라며 “문학적 감수성과 학문적 통찰, 민족적 사명감이 어우러진 그의 업적은 조선학의 새로운 연구 방향을 제시했고 전집은 한국학을 위한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줄 것”이라고 밝혔다.
전북 근현대 최고 국학자 이병기(1891~1968) 선생의 업적을 정리한 ‘가람 이병기 전집’이 11년 만에 완간됐다. 12일 전북대학교(총장 양오봉)는 대학 인터내셔널센터 동행홀에서 가람 이병기 전집 완간 기념식 및 학술대회를 열고 2014년부터 시작한 간행 사업 소개와 30권의 전집을 선보였다. 전집 완간을 기념하기 위해 마련된 이날 행사에는 양오봉 전북대 총장과 서거석 전북특별자치도교육감, 정헌율 익산시장, 김익두 가람이병기전집 간행위원장, 김호운 한국문인협회 이사장, 조동일 서울대 명예교수 등이 참석해 완간을 축하했다. 1891년 익산에서 출생한 가람 이병기 선생은 윤동주와 함께 유일하게 변질하지 않은 항일 문학가이다. 평생 시조 연구와 작품 활동에 매진해 왔으며, 국문학과 현대문학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전북대는 이병기 선생의 학문적 유산을 보존하고, 한국학 연구의 새로운 지평을 모색하고자 2014년부터 가람전집간행위원회를 꾸려 전집 발간 사업을 진행했다. 가람 선생의 전집은 문학(시·시조·수필·일기) 분야 10권과 국어학‧민속학‧교육학 등 학술논문, 평론, 사진 자료 등이 포함된 20권 등 총 30권으로 구성됐다. 이는 동시대 유명 국학자이자 문학가인 육당 최남선 전집 15권, 춘원 이광수 전집 20권, 만해 한용운 전집 6권 등에 비해 월등하다고 전북대는 설명했다. 내용 면에서도 국어학, 국문학, 국사학, 교육학, 서지학 등 우리나라 국학 인문학 전역을 망라한다. 양오봉 총장은 “이번 전집 완간은 전북대와 지역사회가 협력해 한국 문학과 국학 연구의 중요한 자료를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보존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데 의미가 크다”며 “이를 통해 가람 이병기 선생의 문학적 학술적 유산이 더욱 빛을 발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한평생 각자의 자리에서 땀과 열정을 다하며, 살아온 14명 장인의 삶을 고스란히 담아낸 값진 결과물이 나왔다. 전북특별자치도문화원연합회가 <전북의 맥, 전북 사람Ⅱ>을 발간한 것. 책은 전북의 문화와 역사를 기록하고 미래세대와 이어가기 위한 ‘빛나는 도서관’ 사업의 일환으로 탄생 됐으며, 벌써 그 두 번째 서사를 쓰게 된 것이다. 이번 시리즈의 주인공으로는 전통음악과 민속놀이, 전통 북과 한지 제작. 옹기 공예를 비롯해 궁중 복식 재현, 가야금 제작, 전통 장승 보존, 그리고 지역 음식 문화에 이르기까지 전북의 문화적 자산으로 지역을 더욱 풍요롭게 만든 명인들이 초대됐다. 전주의 대표주자에는 전주기접놀이가 전북특별자치도 무형유산으로 지정되는데 혼신의 힘을 기울인 임양원 전주기접놀이보존회장이 나섰으며, 군산을 대표한 명인으로는 임순옥 전북 무형유산 침선장 보유자가 소개된다. 또 익산에서 가업으로 이어져 온 모필을 만들며 모필장으로 인증을 받은 곽종민 보유자, 정읍에서 김환철류 줄풍류를 계승해 보존하고 있는 정칠환 씨, 60여 년간 수작업으로 전통 옹기를 만들고 있는 장태성 씨의 이야기도 만나볼 수 있다. 이와 더불어 김제의 향토 문화유산 송재권 악기장과 농악인 손현배 씨의 삶 속에 녹아있는 완주 농악, 진안의 매 사냥 보존회의 맥을 이어가고 있는 박정오 응사. 무주 부남디딜방아 액악이 놀이를 계승하고 있는 유재두 씨. 장수녹반석에 홀려 벼루장이 된 고태봉 장인의 일생도 담겼다. 임실에서 활동하는 전라북도무형유산 지장 김일수 보유자, 순창에서 전통 장승을 만드는 윤흥관, 고창 고수도자기 장인 라희술, 부안에서 바지락죽을 만드는 김인경 씨 등 도내 곳곳에 분포된 명인들의 이야기도 소개된다. 한병태 전북특별자치도문화원엽합회장은 발간사를 통해 “이번 시리즈 주인공들의 이야기는 단순히 과거의 기록이 아닌,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지혜를 전하고 미래 세대와 이어지는 귀중한 문화의 다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책의 주인공이신 열네 분의 생애에는 전북특별자치도의 정체성과 공동체를 지탱하는 지혜와 경험이 고스란히 담겼다”며 “이번 책이 많은 분께 지혜와 감동을 전하고, 열네 분의 삶 속 이야기가 세대와 지역을 넘어 널리 퍼지길 소망한다”고 덧붙였다.
생생한 감각과 위트 있는 시어를 구사하는 유순예 시인이 시집 <당신이 그곳에 계시는 동안>(모악)을 펴냈다. 3년 만에 선보인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지극히 일상적인 풍경을 소재로 하여 삶의 단면을 명징하게 보여준다. 지나온 세월을 반추하며 현재 삶을 성찰하고, 미래를 모색하는 시편들은 시인이 힘겹게 세상을 건너온 고투의 흔적들로 역력하다. 세상을 떠난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추억을 특유의 유머와 언어유희를 곁들여 활달하고 개성적인 문장으로 써내려간다. “당신이 그곳에 계시는 동안/당신이 시집올 때부터 죽을 때까지 살던 이 집에서/당신이 좋아하던 고구마를 굽네요/(…중략…)/봄비 같은 겨울비 내리는 오늘/이 딸내미 혼자 낯선 일을 벌이네요/하염없이 내리는 겨울비는 훌쩍훌쩍 젖어드는데요/당신 계시는 그곳은 좀 어떤가요?”(‘당신이 그곳에 계시는 동안’ 중에서) 시인은 무조건적인 감사와 사랑을 나열한 뻔한 사모곡이 아닌 거침없고 직설적인 유순예표 사모곡을 구사한다. 시어들은 직관적이고 담백해서 마음 깊숙한 울림을 전달한다. 삶의 정경을 바라보는 애틋한 눈길과 깊은 연민이 서린 61편의 시들은 시인의 겸손한 마음과 성실한 태도까지 엿 볼 수 있다. 정우영 시인은 서평을 통해 유 시인의 이번 시집은 ‘통이 크고 넓다’고 정의했다. 생전이든 사후든 경계 없이 시 속에 들어와 놀다 가고, 시공간이라는 차원의 벽을 허물었다는 것이다. 정 시인은 “그의 시는 정령들 스스럼없이 끌어들여 정담을 나누고 쓰다듬으며 건사한다. 여기에는 어떤 가식이나 겉치레도 없다”며 “읽다가 울컥울컥 치미는 떨림을 애써 삭이며 고맙다고 가만히 토닥인다”고 밝혔다. 진안에서 태어난 유순예 시인은 2007년 ‘시선’에 시를 발표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는 <속삭거려도 다 알아> <호박꽃 엄마> <나비, 다녀가시다> 등이 있다. 현재 평생학습프로그램 끼적끼적 시작(時作)을 운영하고 있다.
올 1월, 우연한 기회로 서울에서 미디어 아트 전시회에 참여했다. 텍스트를 입력하면 그림을 생성하는 '미드저니'를 활용해 만든 개인 작품들을 전시하는 행사였다. 이전 화가들이 자신의 취향이나 의지에 기반을 두고 자신만의 그림을 그렸다면 이제는 프롬프트를 이용하여 그림을 그리고 노래를 만드는 시대가 도래했다. 작업 시간도 얼마 걸리지 않지만 최종 결과물의 완성도는 전문가도 놀랄 수준이다. AI 덕분에 언감생심 평생 동안 그림 전시회는 꿈도 못 꾸던 이들도 전시회를 하고, 사랑하는 이를 위해 축하 노래를 만들 수도 있게 되었다. 끊임없이 등장하는 다양한 AI 프로그램도 놀랍지만, 그들이 만들어내는 결과물은 날이 갈수록 더 정교해지고 있다. 프롬프트 한 줄만 넣으면 동영상까지 만들어주는 시대를 살다 보니 몇 년 후에 우리는 어떤 변화를 맞이하고 있을까 궁금해진다. 단이나 출판을 꿈꾸면서도 망설이던 이들도 이제는 쉽게 자신의 이름을 새긴 책을 만들어낸다. 챗GPT나 Claude AI의 도움을 받으면 자신이 쓰고자 하는 책 한 권을 하루에 쓰는 일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는 그렇게 만든 책으로 작가라는 이름을 얻었다는 사실에 뿌듯해하는 이들이 제법 많다. 가끔 그런 사람들을 보면 그동안 긴긴밤 고뇌하면서 글을 썼던 시간이 그리워진다. 글이라는 세계를 안 후 세상과 만나는 일은 얼마나 큰 축복과 행복을 주었던가. 분노가 나를 휘감을 때, 슬픔이 몰아칠 때, 감동이 나를 사로잡을 때 그 모든 순간마다 글이 내 곁에 있었다. 돌이켜 보면 내 인생에서 가장 잘 한 두 가지는 여행과 글쓰기를 만난 일이다. AI의 도움을 받아 책을 쓴 이들은 만약 AI가 없다면 제대로 된 글 한 줄 쓰기가 버거운 이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제목이나 키워드만 넣으면 시를 가래떡 뽑아내듯 쏟아내는 모니터 화면을 보고 있노라면 여러 생각이 든다. 저 사람들은 자기가 썼다는 시를 기억이나 할까? 만약 다른 이들의 작품과 섞어 놓는다면 자신의 작품을 구분도 못할 것이다. 가끔 그들에게 글쓰기는 과연 어떤 의미를 지닐까 궁금해진다. 『인공지능, 말을 걸다』라는 이 책의 기본 화두도 “가장 인간적인 기계가 던지는 질문”이다. 이 책이 나올 때만 하더라도 챗GPT와 같은 대화 전문 인공지능 챗봇이 없었다. 그래도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저자의 기본적인 고민들은 오늘날에도 개발자와 사용자들에게 여전히 가치를 지닌다. 가장 좋은 가전제품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는 말처럼 우리가 기술의 발달 속도를 따라잡을 수는 없다. 나는 사람들이 AI를 외치는 시대일수록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AI가 주는 공허함은 단순한 기술 발전만으로 채울 수 없는 문제다. 많은 사람들이 AI가 업무의 효율성과 처리 속도를 높여준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그렇게 해서 남는 시간을 우리는 어떻게 쓰고 있는가 의문이 든다. 나는 요즘 자연에서 그 해답을 찾으려고 노력 중이다. 자연 속에서 우리의 작은 존재를 깨달을 때, 시야는 넓어지고 사고는 깊어진다. 오늘은 잠시 매체에서 벗어나 자연 앞으로 한 걸음 더 다가서는 것은 어떨까? 그게 자신만의 방식으로 AI시대를 슬기롭게 살아가는 생존법이리라. 장창영 작가는 전주 출신으로 2003 전북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됐다. 불교신문·서울신문 신춘문예에도 당선돼 창작활동을 하고 있으며,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지원사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시집으로 <동백, 몸이 열릴 때> 와 문학이론서 <디지털문화와 문학교육> 등을 펴냈다.
전주세계소리축제가 전통 예술을 중심으로 한 축제의 경쟁력을 높이며, 지역과 세계를 잇는 매개 역할에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전주소리축제조직위원회는 11일 신년 기자 간담회를 열고, 지난해 거둔 성과와 더불어 ‘2025 전주세계소리축제’의 개요와 나아갈 방향을 발표했다. 이날 조직위 측에 따르면 올해 축제는 지난해와 같이 오는 8월 중순, 한국소리문화의전당과 한옥마을, 전라감영 등을 무대로 5일간의 여름 축제로 펼쳐질 예정이다. 올해 소리축제는 지역 예술인들의 참여를 높이고, 대한민국을 넘어선 세계적인 축제 자리를 굳건히 다진다는 계획을 세웠다. 소리축제는 지역에서 활동하는 예술인과 더불어 문화 기획자 등 도내 문화예술인들의 참여 기회를 확대시켜, 이들의 활동이 세계로 뻗어갈 수 있도록 플랫폼 역할을 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지역에서 활동하는 문화기획자 간담회를 열고 이를 통해 축제의 발전 방향 기초자료를 수집하고, 지역 참여 워크 그룹을 형성해 현실적이고 효율적인 지역 예술인의 참여를 이끌어 낼 계획이다. 축제의 세계화의 일환으로 ‘2025 전주세계소리축제’의 포문을 열 개막 공연에 국립극장과 지난 3년 동안 협력해 제작 중인 ‘심청’을 올린다. 작품은 조직위 출범과 동시에 국립극장과 구상한 작품으로 올해 소리축제의 개막공연으로 세계 초연되며, 이후 국립극장의 해오름극장을 거쳐 유럽 무대로 진출해 전 세계 각국에 우리 ‘판소리’의 멋과 흥에 대해 알릴 예정이다. 또 올해 축제는 대중음악과 클래식 장르 공연의 비중을 줄이고, 전통 예술을 기반으로 한 공연 프로그램을 추가 편성하는 등 축제의 전통성도 강화한다. 김희선 전주세계소리축제 집행위원장은 “올해로 25회차를 맞는 소리축제는 전통 예술을 기반으로 하는 여러 축제 중에서도 어떤 축제도 지니지 못한 브랜드를 가지고 있다고 자부한다”며 “실제 소리축제가 최근 2024 베스트 페스티벌 어워드에서 2위를 기록하면서 타 월드뮤직축제와 비교해 탁월한 성과와 배려를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올해 축제를 더불어 앞으로의 전주세계소리축제가 더욱 발전될 축제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선 보다 전문적인 공연예술제로의 방향을 가지며, 관객들을 계속해서 개발하고 여기에 충성된 관객들을 확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지난해와 비교해 올해는 좀 더 공격적으로 또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어내며, 좀 더 글로벌화된 방식을 만들어야 할 것 같다. 또 그동안 해왔던 축제의 흐름도 정리하고 미래를 향해 가는 계획도 구상해 소리축제만의 의제를 발굴해 대한민국을 넘어서 세계적인 공연예술제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전북특별자치도가 장애인 문화예술 활동 지원 정책에 손을 놓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애 예술인 문화예술 활동 지원에 관한 법률과 조례 등에 따라 전북도는 지원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고 하지만, 실제 관련 사업은 3개에 불과한 실정이다. 더욱이 지난해 행정사무 감사에서 장애인 차별이 없도록 지원 확대를 주문하는 도의원의 요구가 있었지만, 신사업 발굴이나 예산 반영은 이뤄지지 않았다. 법률과 조례에는 국가와 지자체의 장애 예술인 기회 보장에 대해 명시해 두고 있다. 문화예술진흥법 15조 2항(장애인 문화예술 활동의 지원)에 의하면 국가와 지자체는 장애인의 문화예술 교육의 기회를 확대하고 장애인의 문화예술 활동을 장려․지원하기 위해 필요한 행·재정적 지원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또한 국가와 지자체가 설치한 문화시설은 장애인의 문화예술 활동 기회를 보장하기 위해 장애 예술인의 공연·전시 등을 정기적으로 실시하여야 한다고 나와 있다. 11일 전북자치도에 따르면 올해 추진하는 장애인 문화예술 활동 지원사업은 △문화예술 공감 콘서트(3150만 원) △전북 어울림 창작활동 지원사업(5000만 원) △장애인 문화예술 교육 지원(4800만 원) 등 3개다. 사업 총예산은 1억 3000여만 원에 불과하다. 문제는 전북도가 장애 예술인 창작활동에 실질적으로 보탬이 되는 예산 증액이나 신사업 발굴에는 미온적인 반응을 보인다는 점이다. 지난해 11월 행정사무 감사에서 전북자치도의회 김희수 도의원(전주 6)이 예산과 계획을 수립해 장애 예술인을 위한 문화예술 활동 지원에 노력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나 전북도는 여전히 신사업 발굴 계획조차 없는 상태다. 해마다 장애 예술인 활동을 위한 예산은 편성하고 있지만, 재원 부족 등의 이유로 다른 예산에 비해서 증액이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장애 예술인만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이 아닌 문화예술 사업에서 장애 예술인에 대한 가점을 확대해 예술 활동을 보장하겠다는 구상이다. 도 관계자는 “장애 예술인을 지원할 수 있도록 사업을 계속 찾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마땅한 사업을 찾지 못한 상태”라며 “장애 예술인들이 일반 문화예술 사업에 진입할 수 있도록 가점 확대 등을 진행하고 있다. 적극적으로 사업을 발굴하고 지원방안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전북특별자치도문화관광재단(대표이사 이경윤)이 ‘2025 공연예술 지역유통지원사업’ 공모에 선정돼 총 8300만 원의 국비를 확보했다고 11일 밝혔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추진하는 ‘2025 공연예술 지역유통지원사업’은 수도권에 집중된 공연시장의 불균형 해소를 목적으로 마련됐다. 이번 공모에서 재단은 연극과 전통예술 장르 총 2개 작품이 선정됐다. 선정 작품은 넌버벌 코믹 마임극 ‘정크, 클라운’ 과 확장현실(XR) 음악극 ‘네 발은 좋고 두 발은 나쁘다’ 이다. ‘정크, 클라운’은 팬터마임 기술과 버려진 고물을 활용한 변형 놀이를 결합한 작품으로, 독창적인 연출과 유머로 관객들에게 즐거운 경험을 제공할 예정이다. 조지 오웰의 소설 동물농장을 기반으로 제작된 ‘네발은 좋고 두발은 나쁘다’는 관객 참여형 XR 음악극이다. 기존 공연 형식을 확장한 새로운 형태의 공연으로 신선하고 낯선 자극을 선사한다. 대중성과 예술성을 겸비한 순수예술 콘텐츠의 두 작품은 오는 6월부터 전북예술회관에서 순차적으로 공연될 계획이다. 이경윤 대표이사는 "수준 높은 공연을 도민들께 선보일 수 있어 기쁘다"며 "다양한 문화예술 사업을 통해 도민이 문화예술 을 접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전주기접놀이보존회가 정월대보름 당일 도심 속에서 즐기는 정월 대보름 굿 ‘망월이야!’를 열고 시민들을 맞이한다. 오는 12일 오후 6시 전수관 시민어울마당에서 진행될 정월대보름 굿은 지난 30여 년 동안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배경으로 5000여 소원지를 매달고 펼쳐지고 있어 시민 모두가 참여하고 있는 등 지역 축제로 자리 잡았다. 특히 올해 달집에 매달 수 있는 액운을 막는 왼새끼는 고령의 임양원(98, 전주기접놀이 명예회장), 유춘수(85, 짚풀공예가)옹 등이 손수 만든 것으로 알려져 더욱 의미를 더했다. 이와 더불어 올해는 앉은 자리에서 인터넷으로 접수할 수 있는 달집에 소원지를 달기 유료 서비스 (https://smartstore.naver.com/gijeopplay/products/11345350305)도 개설해, 더 많은 시민의 참여를 모으고 있다.
윤흥길·박범신·안도현, 세 거장이 불러낸 ‘문학 도시 익산’
한강노벨문학상 수상기념 1주년 시화전 열린다
인문학적 사유를 바탕으로 나만의 사진언어를 제시하다
[2026 전북일보 신춘문예 예심] “다양한 소재와 내면을 살피는 작품 다수…글을 끌고 나가는 힘 아쉬워”
전주문화재단, 2025 탄소예술기획전 개최
정상현 우석대 명예교수 대통령 표창
[결산! 전북문화 2025] ①희비 교차한 전북 미술계
창의와 열정의 주인공…2025 주민시네마스쿨 영상콘텐츠대잔치 시상식 개최
미소로 건네는 작은 평화⋯박종권 사진전 ‘보시니 참 좋았다’
[전북일보 신춘문예 작가들이 추천하는 이 책] 장은영 동화작가-윤일호 ‘거의 다 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