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지역 재난 현장에는 이들이 있다⋯시민 지키는 청년들
“전주시 인구 62만 명 중에 4명이 안 움직여도 달라지는 건 없어요. 그런데 우리 스스로 나갈 수 있다는 걸 아는데, 현장에 못 나가면 그게 계속 눈에 밟히더라고요.” 전주시 내 재난이 발생하면 가장 먼저 현장으로 향하는 호남민간재난대응단의 단장 이강현(18) 씨는 보상이나 지시도 없이 출동하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대응단은 청년 15명으로 구성돼 있으며, 재난·재해 발생 시 지역 안전을 책임지는 파수꾼 역할을 하고 있다. 이들은 폭우·폭설 같은 자연재해부터 인파 관리 등 사회 재난까지 다양한 현장을 책임진다. 코드 1(인명·재산 피해), 코드 2(시민 불편), 코드 3(작은 민원) 등으로 상황을 분류해 대응하며, 향후 산불 급수와 진화 지원까지 계획 중이다. 대응단은 이 씨와 지역 경호업체에서 근무했던 동료들이 함께 만들었다. 활동을 시작한 지는 어느덧 5년이 지났고, 지난해 9월 비영리 법인으로 정식 출범했다. 당시 중학교 3학년이었던 이 씨는 몸이 아픈 아버지와 할아버지를 위해 고등학교 진학을 포기하고, 일찍이 일을 시작했다. 어린 나이지만, 그 강한 책임감은 자연스럽게 지역까지 퍼지게 됐다. 이들이 대응단을 만든 건 우연한 계기에서 시작됐다. 실제로 지난 2022년 겨울에 폭설로 백제대로가 막혔을 때 그는 출근하던 길에 차에서 내려 동료들과 함께 교통 정리를 했다. 이 씨는 “근무에 지장이 생길 수도 있다는 생각에 바로 차에서 내렸던 것 같다. 현장 정리가 되고 나서 시민들이 감사하다고 이야기해 주셨는데, 그게 너무 뿌듯했다”고 설명했다. 그 뿌듯함이 지금의 대응단을 만든 것이다. 지금까지 출동했던 대응단 활동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을 묻는 질문에는 지난해 9월 7일 전주시 팔복동 침수 현장을 꼽았다. 당시 주변 지하차도가 침수될 정도로 폭우가 쏟아졌다. 이날 새벽 3시에 출동해 오후 1시까지 수해 대응 20건을 수행했다. 놀랍게도 모두 봉사하는 마음 하나로 움직인 일이었다. 이 씨는 “사실 수익이 있다고 하면 대응단에만 매진하겠는데, 그게 아니다 보니 어려움이 있다. 재난은 특성상 시간을 정해 놓고 일어나는 게 아니다 보니 새벽 2~3시에 나가는 경우도 있다. 본업 없이는 하기 힘들고, 있어도 쉽지 않은 구조”라면서 “정말 돕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을 움직이게 하는 힘은 사명감과 책임감이다. 저마다 본업이 있어도 재난이 발생했다 하면 밤낮없이 출동하는 이유다. 큰 재난뿐 아니라 작은 민원 현장에도 손길이 필요한 곳이라면 누구보다 빠르게 달려간다. 대응단은 앞으로 전주를 넘어 전북 전체로 활동 반경을 넓힐 구상이다. 문제는 아무런 지원 없이 운영하다 보니 장비, 인력, 운영비 등을 모두 사비로 충당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 씨는 “지금 상황은 지휘부 4명이 겨우 대응단을 운영하고 있다. 봉사로 하다 보니 운영비도 사비로 모아서 규모 자체가 작고, 필수 장비를 구비하기도, 인력을 충원하기도 쉽지 않다”며 “그래도 앞으로 활동 범위를 넓히고 전북 각 14개 시·군과 공식 협력이 가능한 조직으로 성장하고 싶다”고 밝혔다. 디지털뉴스부=박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