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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이지 않는 전기차 충전 구역 위반 행위

전기차 충전 구역 내 일반 차량 주차 등 관련 법규 위반 행위가 해마다 늘어나면서,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친환경자동차법) 제11조의2에 따르면 전기차 충전 구역에서 일반차량이 주차하거나 충전을 방해하는 행위, 완속충전기 구역에 14시간을 초과해 주차하는 행위 등에 대해 과태료 10만 원이 부과된다. 23일 전주시에 따르면 최근 3년(2023~2025년)간 친환경자동차법 위반 건수는 2023년 2993건, 2024년 4100건, 지난해 4716건 등 매년 증가하고 있다. 충전 구역 관련 위법 행위가 잇따르면서 전기차 이용자들의 불편도 커지고 있다. 지난 22일 오후 8시께 찾은 전주시의 한 아파트 전기차 충전 구역에서는 전기차가 아닌 일반 승용차와 승합차가 충전소 앞에 주차된 모습이 확인됐다. 또 다른 차량은 충전기 이용이 어려울 정도로 주차선을 침범해 주차돼 있어 충전소 이용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이와 함께 충전이 끝난 뒤에도 차량이 장시간 자리를 차지하는 사례가 적지 않아 전기차 이용자들이 충전기를 이용하기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기차를 보유 중인 김모(42) 씨는 “아파트 단지 내 충전기는 대부분 완속기라 주민들이 밤새 충전기를 꽂아두고 아침에 출근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 때문에 아파트는 물론 공공기관에서도 충전구역 이용이 원활하지 않아 불편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주시 관계자는 “일반차량이 충전 구역에 주차하거나 충전 이후에도 공간을 점유하는 행위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계도와 단속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는 단속만으로 친환경자동차법 위반을 근절하는 데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며 전기차 충전소 운영 방식을 바꿔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일반 차량의 충전구역 주차보다 장시간 충전 점유를 막기 위한 보완책이 필요하다”며 “충전이 완료된 전기차에 대해서는 누적형 주차요금제를 도입해, 주차요금은 아파트 관리비나 공공시설 운영비로 활용하면 위반을 줄이고 이용 편의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올해 3월 기준 전주시의 전기차 등록 대수는 9962대로 집계됐으며, 올해 상반기에도 전기자동차 764대를 보급할 계획이다. 이상구 수습기자

  • 사회일반
  • 이상구
  • 2026.04.23 20:24

무허가 외국어선 벌금 최대 15억원···불법조업 처벌 강화한다

배타적 경제수역(EEZ)에서 외국 어선의 불법 어법에 대한 처벌이 대폭 강화된다. 무허가 어선에 대한 벌금 상한액을 기존 3억 원에서 5배인 15억 원으로 높이는 법률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해양수산부는 해당 내용의 ’배타적 경제수역에서의 외국인어업 등에 대한 주권적 권리의 행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2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고 23일 밝혔다. 이는 외국 어선의 EEZ 내 불법조업에 따른 경제적 이익을 차단하려는 조치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업무보고에서 중국 불법 어선에 강력 대응하라고 지시한 이후 해수부는 지난 2월 국무회의에서 벌금 상향 등의 내용을 담은 대응 방안을 보고하고 후속 조치를 준비해왔다. 해수부는 단기간에 법 개정을 완료해 외국 어선 불법조업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대응 의지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했다고 밝혔다. 해수부는 외국 어선 불법 어업에 대한 현장 단속도 강화하고 있다. 어업관리단과 해양경찰이 함께 기동전단을 구성해 불법 어선을 나포하는 등 단속을 강화하고 무허가·영해 침범 등 중대 위반 어선은 해상에서 중국 해경에 인계해 이중 처벌하도록 조치하고 있다. 황종우 해수부 장관은 ”불법 어업 근절을 위해 단속과 제도 개선을 지속 추진하는 등 가능한 모든 노력을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공식 집계에 따르면 2024년 기준 불법 조업으로 군산해경에 나포된 외국 어선은 11척이며 인천 서특단, 목포와 함께 가장 많은 나포 수를 기록했다. 문준혁 인턴기자

  • 사회일반
  • 문준혁
  • 2026.04.23 20:23

[줌] 천일염에서 장학사업까지…현장경영으로 지역 살리는 ‘상생 리더십’

고창 해리의 갯벌에는 바람이 스치면 소금꽃이 피어난다. 그 소금처럼 묵묵히 자리를 지키며 지역 농업을 일으켜 세운 인물이 있다. 김갑선 조합장이다. 그는 화려한 구호보다 현장을 택했고, 성과보다 사람을 먼저 바라보는 길을 걸어왔다. 1954년 해리에서 태어나 농협에 몸담은 그는 최연소 전무를 거쳐 조합장에 오른 ‘현장형 리더’다. 2015년 취임 이후 지금까지 그의 경영 철학은 단순하다. “농협의 주인은 조합원”이라는 원칙이다. 이 한 문장은 해리농협의 방향이자, 그가 지켜온 약속이었다. 그의 리더십은 전국 무대에서도 증명됐다. 해리농협은 지난 8일 제38회 NH농협생명 연도대상에서 사무소 그룹별 2위를 차지하며 경쟁력을 인정받았다. 작은 지역 농협이 거둔 성과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깊다. 현장 중심 경영과 내실 있는 운영, 그리고 사람에 대한 투자가 만들어낸 결과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천만금 천일염’이다. 고창 갯벌의 가치를 담아낸 이 브랜드는 대통령 추석 선물로 선정되며 전국의 주목을 받았다. 더 나아가 대형 유통망(코스트코) 입점과 해외 수출까지 이어지며, 지역의 소금이 세계로 나아가는 길을 열었다. 김 조합장은 “판로가 곧 농가의 삶”이라는 신념으로 유통 혁신에 힘을 쏟아왔다. 성과는 고스란히 조합원에게 돌아갔다. 배당금 확대 지급은 물론, 벼와 고구마, 양파 등 지역 농산물 전량 수매와 판매를 통해 농가 소득을 안정적으로 뒷받침했다. 여기에 두릅 등 신소득 작목을 발굴해 새로운 기회를 만든 것도 그의 성과다. 농민들은 이제 농협을 ‘거래처’가 아닌 ‘버팀목’으로 부른다. 그의 시선은 늘 미래를 향한다. 10년 넘게 이어온 장학사업은 수백 명의 지역 청년에게 희망을 건넸다. 아이들의 꿈을 지키는 일이 곧 농촌의 미래를 지키는 일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또한 반찬 나눔과 김장 봉사 등 꾸준한 사회공헌 활동은 농협을 지역 공동체의 중심으로 세워가고 있다. 김갑선 조합장은 말한다. “모든 성과는 함께 흘린 땀의 결과입니다.” 짧은 말이지만 그 안에는 수십 년 현장의 시간이 담겨 있다. 천일염에서 시작된 변화는 이제 사람으로, 미래로 이어지고 있다. 김갑선 조합장이 이끄는 해리농협의 길은 크지 않지만 단단하다. 그리고 그 길 위에서 고창 농업의 내일이 조금씩 밝아지고 있다.

  • 사람들
  • 박현표
  • 2026.04.23 18:38

[사설] 전주농협 불법선거 큰 경종 울렸다

전주농협 이사 선거 과정에서 불거진 불법행위는 지역사회와 농업인들에게 큰 실망을 안겨줬다. 비단 전주농협뿐 아니라 농협, 축협, 수협 등 조합 전반에 걸쳐 얼마든지 유사 사건이 있을 수 있다는 점에서 커다란 경종을 울린 사건이다. 전주지법 형사3단독은 지난 21일 농업협동조합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1년을, B씨와 C씨에게는 징역 10개월을 각각 선고하고 이들 모두를 법정구속했다. 이들은 지난해 2월 전주농협 이사 선거 기간에 투표권이 있는 대의원들에게 수십만∼수백만 원 상당의 육류와 과일 등을 제공한 혐의로 기소됐다. 사실 지역 농협의 임원 선거는 박스선거라는 특성으로 인해 정도의 차이가 있을뿐 불법이 만연한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았다. 그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형사 처벌을 받고 패가망신했으나 제2, 제3의 금품선거가 나타나 실망감을 주고있다. 그런데 이번 전주농협 사건의 경우 일부 피고인은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한 채 거짓된 변명으로 일관했다고 한다. 오죽하면 재판부가 '엄벌이 필요하다”고 했을까. 조합장 및 임원 선거는 ‘로컬 민주주의’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을 보면 폐쇄적인 구조와 혈연·학연 중심의 네트워크로 인해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우선은 조합장이나 임원에 나선 이들이 보다 확실한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는 점이다. 법을 운운하기 전에 불법과 탈법으로 자리를 산 이들이 어떤 행태를 보일지는 불문가지다. 중요한 것은 금품 제공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One-Strike Out)’을 매우 엄격히 적용해야 한다. 한번 적발되면 다시는 조합 근처에 얼씬 거리지 못하는 풍토가 확립돼야만 유사 범죄가 사라진다. 선관위 위탁 범위를 조합장은 물론, 이사·감사 등 임원 선거까지 넓혀 공정성을 담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계속 제기됐는데 중요한 것은 제도가 아닌 운용과정이다. 지역 사회의 특성상 ‘좁은 바닥’이라는 인식 때문에 불법을 보고도 침묵한다면 우리사회 전체가 좀먹게 된다. 신고자의 신원이 확실히 보장되는 디지털 플랫폼을 활성화하고 불법 선거가 적발될 경우엔 포상금을 파격적으로 높여 내부 감시망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적어도 전북에서만큼은 농·축·수협 주변에서 선거와 관련해 잡음이 나오지 않도록 경각심을 더 가질 때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6.04.23 18:35

[사설] 농어촌 기본소득, 사용에 불편 없도록

인구감소와 고령화 등 우리 농어촌의 구조적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이 올부터 시행되고 있다. 정부 공모사업에 선정된 순창과 장수군을 포함한 전국 인구감소지역 10곳의 주민들은 2년간 1인당 매월 15만원씩을 지역사랑상품권으로 지급받는다. 일찍부터 전국적 관심이 쏠렸고, 주민들의 기대도 컸다. 사업에 선정된 지역은 다른 지자체와 주민들에게 부러움의 대상이 됐다. 그런데 정작 해당 지역 주민들은 불편사항을 지적하며, 사용자 편의성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기본소득 첫 지급 후 사업지역을 방문해 주민 애로사항을 청취한 결과 농어촌 면 지역의 사용처 부족과 실거주 확인 절차의 불편, 그리고 사용 후 카드 잔액 알림 기능 부재 등이 불편사항으로 꼽혔다. 농어촌 기본소득은 단순한 현금 지원을 넘어 농어촌 지역의 지속가능성을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정책이다. 지역을 떠나지 말라는 신호, 농어촌을 지키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 표현이기도 하다. 그러나 아무리 취지가 좋아도, 실제 주민들이 사용에 불편을 느낀다면 제도의 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제도는 시행됐다. 지금 필요한 것은 ‘얼마나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이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이유로 사용처를 제한하고 있지만, 지나친 제한은 오히려 주민의 선택권을 침해하고 불편을 초래해 결국 정책의 취지와 효과를 제한하게 될 것이다. 병원과 약국, 생필품 구매처, 농자재 상점 등 일상과 직결된 영역에서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주민 편의성은 돈의 액수보다 그것을 필요한 곳에 얼마나 쉽게 사용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정책의 목적이 지역을 살리는 데 있다면, 주민이 실제로 자주 이용하는 곳에서 자연스럽게 소비가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이 더 현실적인 접근이다. 아울러 지자체의 정책적 노력도 요구된다. 교통여건이 열악한 지역의 주민을 위해 농협이나 지역 소상공인과 연계해 정기적으로 마을을 순회하며 생필품과 식료품을 공급하는 ‘이동형 점포’를 운영하고, 배송 서비스를 확대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해야 할 것이다. 정부 정책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지역 특성을 고려한 지자체의 세심한 설계와 적극적인 실행이 중요하다.

  • 오피니언
  • 전북일보
  • 2026.04.23 18:34

[오목대] 민주당 공천과 ‘내란 전북’

더불어민주당 공천을 받아 6.3 지방선거에 출마할 전북도지사와 13개 시·군의 시장·군수 후보가 확정됐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들 가운데는 윤석열의 12.3 비상계엄 당시 내란에 동조한 혐의를 받는 고발대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사람이 7명이나 포함돼 있다. 이학수 정읍시장, 정성주 김제시장, 유희태 완주군수, 황인홍 무주군수, 최훈식 장수군수, 심덕섭 고창군수, 권익현 부안군수 등이다. 민주당에서 제명된 김관영 지사와 3선 단체장의 연임 제한으로 출마하지 못하는 심민 임실군수도 내란 동조 혐의로 고발대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전북을 ‘내란의 도시’로 처음 지목한 것은 조국혁신당이다. 조국혁신당 전북도당은 지난 2월 12일 도의회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12·3 내란 당시 청사 출입을 통제하고 폐쇄한 도지사와 기초자치단체장 8명을 내란 동조 및 직무 유기 혐의로 2차 종합특검에 고발한다”고 밝혔다. 도지사와 시장 군수들을 일일이 호명하며 이들이 청사 출입을 통제하고 공공기관의 문을 폐쇄했다고 주장했다. 권창영 특별검사가 이끄는 2차 종합특검은 그동안 전북도청 간부들을 불러 전북도의 내란 동조 혐의에 대한 참고인 조사를 벌였다. 12.3 비상계엄 당시 도청에서 열린 간부회의에 참석한 공무원들이다. 참고인 조사가 마무리 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나부터 먼저 불러 조사해달라”고 요구한 김관영 지사도 다음주쯤 피고발인 조사를 받을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한때는 합당까지 논의했던 조국혁신당의 도지사와 시장·군수 내란 동조 주장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조국혁신당이 내란 동조 혐의자로 지목한 7명의 시장 군수를 공천했다. 내란 동조 혐의가 사실로 확인된다면 부적격자를 공천한 ‘대참사’가 발생할 만한 일이다. 조국혁신당과는 별도로 민주당 도지사 경선에 나선 이원택 의원도 수차례 기자회견을 통해 전북도의 내란 동조를 주장했다. 민주당 도지사 후보로 확정된 이 의원은 앞으로 6.3 지방선거 후보자 등록과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면 조국혁신당으로 부터 내란 동조자로 낙인 찍힌 민주당 시장 군수 후보들과 함께 선거운동을 벌여야 한다. 생각만 해도 아이러니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2차 종합특검이 전북도의 내란 동조 혐의에 대해 어떤 결론을 내릴지 알 수 없지만 지역 정치인들이 스스로 규정한 ‘내란 전북’은 이미 전국에 전북의 명예와 이미지를 크게 실추시켰다. 특검의 조사결과 내란 동조 혐의가 사실로 확인될 경우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이에 상응하는 강력한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 그것이 내란 동조를 반성하고 참회하는 새로운 전북의 출발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특검의 조사를 통해 내란 동조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되면 전북을 ‘내란의 도시’로 전국에 낙인 찍고 오명을 씌운 정치인들의 처절한 반성과 참회가 뒤따라야 한다. ‘내란 전북’은 선거를 핑계 삼은 아니면 말고 식 마타도어로 치부할 수 없는 엄중한 사안이다. 2차 종합특검에 대한민국과 전북의 미래가 함께 달려있다.

  • 오피니언
  • 강인석
  • 2026.04.23 18:34

[청춘예찬] 샤갈! 사랑을 설명한다는 것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입사 지원서’를 작성해 팔복예술공장에서 전시 보조로 4개월간 기간제 근로를 하게 됐다. 사원증도 착용해 보고, 9시에 맞게 출근해 지문을 찍고, 정해진 시간을 지켜 점심도 먹어보며, 프리랜서에게는 생경한 시간들을 보내고 있다. 연차도 있다! 이곳에서는 지난 3월부터 ‘마르크 샤갈 展’ 이 진행 중이며, 주로 전시를 해설하는 ‘도슨트’ 업무를 맡고 있다. 전시장에 있는 작업들이 왜 이런 형상을 띄고 있는지, 이 작가는 왜 이런 작업들을 하게 되었는지, 어떤 방식으로 제작되었는지 등, 작업이 담고 있는 이야기들을 설명하는 일이다. 샤갈의 작업들에는 다양한 사랑과 서정 등이 깊게 담겨 있다. 그러나 그 사랑을 설명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다. 작업은 작가의 삶과 기억, 감각이 뒤얽혀 만들어낸 복합적인 대상이기 때문이다. 샤갈의 화면 속에서 부유하는 연인들, 기이한 마을, 비현실적인 색채들은 분명 사랑을 품고 있지만, 그 감각을 ‘사랑’ 이라는 일상적 언어로 직역하는 순간 품고 있는 여러 겹의 미묘한 레이어가 무뎌져 버린다. 해설을 하며 느끼는 것은, 사람들이 작품의 정보를 습득하게 되는 순간보다, 그 이해를 통해 작가와 연결되는 순간에 반응한다는 점이다. 작품 뒤에 있는 한 사람의 시간과 고민, 감정과 연결되었을 때, 비로소 감상은 경험이 된다. 그 순간, 미술관은 더 이상 낯선 공간이 아니라, 타인의 세계를 알아가는 장소가 된다. 퇴근 후에는 다시 프리랜서로 돌아가 프로젝트들의 기획 회의 등을 진행한다. 가끔, 도슨트와 기획자의 일이 유사하다고 느낄 때가 있는데, 작가들 또한 종종 자신이 만든 그 복합적인 대상을 명확히 설명하지 못한다. 정확히 말하면, 설명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경우에 가까운 것 같다. 그들에게 ‘그것’은 굳이 설명할 필요 없이 너무 자연스럽고 당연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있는 어떤 감각은 분명 존재하지만, 그것을 전시를 통해 타인과 공유 가능한 언어로 번역하는 일은 또 다른 차원의 문제였다. 이 과정에서 나는 계속 질문하게 된다. “이건 왜 이렇게 되었나요?” 혹은 “이 감각은 어디서 근원한 걸까요?” 때로는 작가조차 인지하지 못했던 맥락을 함께 더듬어 가며, 하나의 서사를 구성한다. 그래서 기획자의 역할은 작가와 작업을 심화시키는 것을 넘어 심화된 작업을 문맥화하는 곳에도 있는 것 같다. 이 매개는 번역에 가까워야 한다. 그렇게 될 때, 작가가 무심코 지나친 감각을 붙잡아 언어로 풀어내고, 관람객이 놓칠 수 있는 맥락을 다시 건넬 수 있다. 매개하며 누군가를 이해하려고 애쓰는 일, 그 언어를 나의 언어로 바꾸어보는 일, 한 사람의 세계를 다시 건네는 일. 이 순환 속에서 우리는 서로를 조금씩 알아간다. 영원히 완벽하게 이해할 수는 없지만, 불완전한 시도 사이에서 관계가 만들어진다. 이러한 일들은 결국, ‘사람을 사랑하려는 방식’과 닮아 있는 것 같다. 그 사람과 함께 고민하고, 깊게 들여다보게 될 때, 누군가를 이렇게까지 이해하려고 할 때, 우리는 그 사람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흔히 먼저 사랑하는 사람이 지는 거라고 하던데, 전시를 매개하며 나는 매일 지고 있다. 해설이나 기획이 끝나고 나면 왠지 정이 든다. 사람을 설명한다는 것은, 알아가는 일이자 내어주는 일, 지(知)는 일이자, 지는(負) 일이었다!

  • 오피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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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4.23 18:34

[금요칼럼] 공성이불거(功成而弗居) — 심고, 나누고, 떠나 보내다

넬슨 핸더스의 조언이 오래도록 마음에 소리를 건넨다. “인생의 참된 의미는 자신이 그 그늘 아래 앉을 것이라 기대하지 않는 나무를 심는 것이다.” 처음 이 문장을 접했을 때는 그저 새겨 놓기에 좋은 말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 날 강릉 왕산 산자락에 올라 20여 년 전 내 손으로 심은 과수들이 흐드러지게 가지를 늘어뜨린 장관을 마주한 순간, 비로소 그 조언을 몸으로 체험했다. 삽질 한 번에 허리도 한 번씩 뻐근하던 그 많은 나날들. 솔직히 그 나무들이 이렇게까지 자라 커다란 그늘을 만들 줄은 몰랐다. 그저 심고 싶었을 뿐이다. 먹고사는 문제에 치여 바쁘게 달리던 시절이었지만, 그 바쁜 발걸음을 잠깐 멈추고 흙을 파고 뿌리를 내려주었다. 무심하게 20여 년이 흘렀다. 한 손으로 나를 수 있던 묘목들이 이제 내 키를 훌쩍 넘는다. 지난 여름 뜨거운 햇볕 아래, 나는 그 그늘에 앉아 땀을 식혔다. 20여 년 전의 내가 지금의 나에게 건넨 쉼표였다. 몇 년 전에는 형님들과 친구의 손까지 빌려 엄나무 300그루와 배·살구·복숭아나무를 왕산 산자락에 심었다. 엄나무는 느리다. 가시도 많고 자라는 것도 더디다. 그 더딘 성장 속에 묵직함이 쌓인다. 올 3월 초, 함께 땅을 일구었던 친구, 형님, 제자들과 나무 밑동에 계분 퇴비를 아낌없이 부어 주었다. 이른 봄, 아직 다른 대지가 덜 깨어난 어느 날 두릅순이 끄트머리를 힘차게 밀어내며 올라오는 걸 보고 있자니 괜스레 마음이 설렜다. 나에게만 먼저 봄을 알려주는 것 같아서. 올봄 처음으로 제대로 수확한 엄나무순과 두릅을 무쳐 먹었을 때 그 맛이 어찌나 진하던지. 6년이라는 시간이 그 한 접시에 모두 담긴 것 같았다. 혼자 먹었다면 그 기쁨조차 절반이 채 안 됐을 것이다. 왕산의 과일과 봄나물을 함께 땅을 일구었던 친구들, 제자들, 이웃과 나눈다. 그들과 나눌 때 땅이 선사한 선물의 가치는 몇 곱절이 된다. 택배 상자 하나에 담겨 떠나보낸 봄소식 한 봉지가 카톡 한 줄로 되돌아온다. “맛있어서 눈물 날 뻔했어.” “어디서도 못 살 맛이야.” 로켓배송이 흉내 낼 수 없는 맛이다. 6년의 기다림과 50명의 인연이 빚어낸 맛이니 어떤 시장에도 없다. 이 나무들이 주는 기쁨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내년부터 엄나무순 수확이 본격화되면 그 판매 수익금 전액을 전국대학생가치투자대회 상금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대학생들이 기업을 분석하며 투자 철학을 스스로 확립할 기회의 장을 일군 지 벌써 10년이 훌쩍이다. 6년 전 흙 속에 뿌리를 내린 엄나무가 자라서 내년 봄 첫 수익을 내고, 그 돈이 이름 모를 청년의 상금이 되리라. 그 청년이 훗날 우리 자본시장을 더 건강하게 만들 투자자가 된다면, 한 그루의 나무가 얼마나 더 멀리까지 그 흐드러진 가지와 넓은 그늘을 드리울 수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 그것이 나무를 심는 일의 가장 아름다운 이유일 것이다. 꼭 땅을 파야만 나무를 심는 게 아니다. 아이에게 건네는 한마디, 친구에게 보내는 과일 한 상자, 후배에게 나눠주는 경험과 지혜. 그것이 모두 나무다. “성인은 공을 이루어도 자신의 것이라 자처하지 않는다(功成而弗居).” 노자 『도덕경』의 말씀처럼, 심고 나누고 조용히 떠나보내는 것. 그것이 봄을 사는 법이다. 강릉 왕산에 봄이 오면 나는 또 한 그루를 심을 생각이다. 내가 그 그늘 아래 앉을 수 없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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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04.23 18:33

[금요수필] 돌의 울음

입춘이 되었다. 명색이 입춘인데 이름값을 하지 못하고 한파주의보가 내렸다. 제주도와 서해안 일대는 대설주의보까지 겹쳤다. 요즘 며칠 밤 추위 때문에 산책도 접었다. 아침에 원각사나 다녀오려 길을 나섰다. 묵방산에서 웅크리고 있던 바람이 먹잇감을 발견한 듯 허기진 들짐승처럼 맹렬하게 덤벼든다. 머리끝이 띵해지며 피가 맺는 것 같았다. 마스크 틈을 뚫고 나온 입김이 안경알에 달라붙었다. 사방이 온통 안개로 자욱하더니 곧 어둑어둑했다. 그때 무엇인가 ‘핑’하는 외마디 소리를 내며 발밑을 잽싸게 빠져나갔다. 얼마 후 언덕 아래 콩밭에서 또 ‘핑’하는 소리가 났다. 다름 아닌 돌멩이었다. 날아간 거리와 소리를 가늠해 보니 엄지손 두 배쯤 될듯 싶었다. 최근 피터 싱어가 쓴 ‘동물해방’이란 책을 읽었다. 동물도 우리 신경계와 비슷하게 반응하고 고통을 느낀다고 한다. 동물도 사람처럼 자극을 받으면 혈압이 오른다. 눈이 팽창하며, 땀을 흘리고, 맥박이 빨리 뛴다고 한다. 이 말을 떠올리며 돌이 느낄 고통을 가늠해봤다. 등산화에 짓밟힌 돌은 발톱에 피멍이 시퍼렇게 들었거나, 정강이뼈에 금이 갔을지 모른다. 이가 몇 개 부러졌거나 정수리가 터져 피범벅이 됐을지도 모른다. 인간 같으면 “사람 살려!”라고 외치거나, 응급차에 실려 갔을 것이다. 가슴까지 꽁꽁 언 콩밭으로 날아 떨어진 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세상을 살다 보면 항상 징징대는 사람이 있다.세상 아픔을 마치 저 혼자 감당한 것처럼 칭얼대는 사람이 있다. 나 역시 이런 사람들 이웃에 살고 있다. 이번에 발간할 ‘수필집’ 교정을 마무리하여 출판사에 원고를 보냈다. 내용을 다시 보니 대부분 집안 이야기, 학교 이야기. 삶 이야기로 시시콜콜했다. 나는 그동안 운명처럼 달라붙은 아픔을 탓하며 애창곡 부르듯이 꽤 징징대며 살아왔다. 사물들은 두뇌가 없어 생각할 줄 모르고, 입이 없어 아프다 말하지도 못할까? 고통을 자극하는 신경이 없어 아픔을 느낄 수 없을까? 사물들은 언어를 부릴 줄 몰라 아픔을 표현하지 못할까? 귀를 활짝 열고 우주의 음성을 경청해보자. 그러면 이런 걱정들은 한낱 기우(杞憂)다. 슬픈 사물들이 나지막하게 흐느끼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는 터놓고 내보낼 수 없는 아픔을 꼭꼭 누르는 울음소리였다. “왜 힘없는 자신을 매정하게 밟느냐?“며 항변하는 소리였다. 누군가 내디딘 발에 밟혀 고통으로 우는 사람들이 많다. 암울한 역사의 뒤안길에서 군홧발에 짓밟혀 심장이 찢어지고 숨통 막힌 사람이 되고 말았다. 불평등하고 불공정한 사회구조는 거대한 발이다. 우리 주위에는 이 발바닥에 짓눌려 우는 사람이 많다. 우리 사회는 이들의 울음을 외면하는 난청 사회다. 비민주적 정권에서 더욱 그렇다. 힘 있고 가진 것 많은 사람은, 약하고 허기진 사람을 한낱 돌멩이처럼 여길지 모른다. 이들이 울음을 꾹 삼키며 견디고 있으니 아픔의 깊이와 넓이를 계량할 줄 모른다. 스스로 신은 신발에 밟혀 콩밭으로 떨어진 돌멩이들의 아픔을 생각한다. 이 돌멩이처럼 행여 누군가를 밟은 적은 없었던가? 때로는 혼자 생각에 뾰족한 글이나 험담으로 짓밟은 일이 없었던가? 몇 이름이 떠올라 얼굴을 감추려니 얼굴이 달아오른다. 용서 바라는 방법이 무엇인지 찾고 싶다. 겨울잠 빠진 묵방산이 움칫 깨어났다. 발에 짓밟힌 돌멩이들이 콩밭에 픽 쓰러진다. 발톱, 정강이는 시퍼렇게 피멍이 들고, 갈비뼈는 금이 갔거나, 이빨 몇 개가 나갔을 터인데 아침 거른 들고양이처럼 힘 꺼내 울고, 통증 알아차린 새 떼 닮은 울음으로 날자. Δ최재선 수필가는 월간 창조문예를 통해 수필가로 등단했다. 한국문인협회, 전북수필문학회 회원이며 한일장신대 교양교육원 교수로 재직 중이다. 6번째 수필집 <경전-수필과 비평사>를 펴냈다.

  • 오피니언
  • 기고
  • 2026.04.23 18:33

[병무 상담] 생계유지곤란자 병역감면원 처리기준과 제출시기

생계유지곤란 사유 병역감면원이란 본인이 아니면 가족의 생계를 유지할 수 없는 사람에 대하여 가족의 부양비, 재산액, 월수입이 법령에서 규정한 기준에 모두 부합할 때 병역감면 처분(전시근로역)되는 제도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가족의 범위는 부모, 배우자, 직계비속 및 미혼의 형제자매이며 생모, 부모의 직계존속, 배우자의 직계존속, 기혼의 형제자매나 그의 배우자 또는 직계비속 등 사실상 생계를 같이하고 있는 사람을 모두 포함합니다. 생계유지곤란 사유 병역감면원 처리기준 중 부양비에 대해 설명드리겠습니다. 부양비는 부양비율과 연령으로 나눠지는데 부양비율은 남자 부양의무자 1명에 피부양자 3명 이상, 여자 부양의무자 1명에 피부양자 2명 이상, 가족 중 부양의무자가 없고 피부양자만 있을 때입니다. 부양비 연령 요건은 부양의무자는 만 19세 이상에서 만 59세까지, 피부양자는 만 18세 이하 및 만 65세 이상, 자활가능자는 만 60세 이상에서 만 64세까지입니다. 다만, 위 연령 요건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질병 또는 심신장애의 정도에 따라 예외적으로 피부양자나 자활가능자로 인정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재산액은 ‘26년 기준 가족 구성원의 총 재산액을 합하여 9,856만원 이하여야 합니다. 다만, 부양의무자가 여자만 있을 경우 30% 가산, 부양의무자가 없는 경우 및 부양의무자가 있으나 중증장애인(장애인연금법)·만 6세 미만의 취학 전 영유아가 있는 경우는 50% 가산, 중증장애인(장애인연금법)·만 6세 미만의 취학 전 영유아만 있는 경우와 중증장애인(장애인연금법)·만 6세 미만의 취학 전 영유아 이외의 잔여 가족이 피부양자만 있는 경우는 100% 가산합니다. 월수입액은 ’26년 기준 1인 가구 1,025,695원, 2인 가구 1,679,717원, 3인 가구 2,143,614원, 4인 가구 2,597,895원, 5인 가구 3,022,688원, 6인 가구 3,422,381원, 7인 가구는 3,806,060원을 초과해서는 안됩니다. 다만, 질병 및 심신장애의 정도에 따라 30% 가산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생계유지곤란 사유 병역감면원 제출 가능 시기는 아래와 같습니다. 현역병 입영 대상자(모집병 합격자는 제외)는 현역병입영통지서를 받은 후 입영일 5일 전까지, 현역병(모집병) 복무 중인 사람 및 사회복무요원은 언제라도 제출 가능하며, 사회복무요원소집대상자는 병역판정검사를 받은 다음 해부터(20세 이후 처분자는 그해) 제출 가능하오니 생계유지곤란사유 병역감면원을 제출하시기를 희망하시는 경우 이점 참고하시어 사전에 필요한 서류 및 부양비 기준 등을 안내 받으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전북지방병무청

  • 오피니언
  • 기고
  • 2026.04.23 18:33

경찰청, ‘경찰의 꽃’ 총경 승진 인사 단행⋯전북경찰 3명 배출

경찰청이 ‘경찰의 꽃’으로 불리는 총경 승진 임용 인사를 단행한 가운데, 전북경찰에서 3명이 승진 대상자로 이름을 올렸다. 23일 경찰청은 총경(102명) 승진 임용 예정자 명단을 발표했다. 전북경찰청에서는 김명겸(55·순경 공채) 전북청 경무과장과 박병연(52·경대 13기) 전북청 강력계장, 그리고 이만석(54·간후 50기) 전북청 감찰계장이 승진 내정됐다. 치안총감·치안정감·치안감·경무관 다음 계급인 총경은 일선 경찰서장과 본청·시도경찰청 과장급 직무를 맡는다. 김명겸 승진 내정자는 익산 출신으로 원광디지털대학교를 졸업하고 1995년 순경으로 경찰에 입직했다. 그는 군산서 생활안전과장과 전주완산서 경비과장, 전북청 교통조사계장·교통안전계장·경무계장 등을 역임했다. 전주 출신인 박병연 승진 내정자는 동암고와 경찰대를 졸업하고 1997년 경위로 경찰에 입직했다. 이후 전북청 마약수사대장·과학수사계장·광역범죄수사대 1계장 등을 지냈다. 전남 강진 출신인 이만석 승진 내정자는 광주진흥고와 전남대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2002년 경위로 경찰에 입문했다. 이후 군산서 경비교통과장·경무과장, 전북청 서해안고속도로 순찰대장·시설계장·기획예산계장 등을 맡았다.

  • 경찰
  • 김문경
  • 2026.04.23 17:45

새만금 매립지 관할권 갈등 재점화…중분위 심의 개최

새만금 매립지 관할권을 둘러싼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올해 두 번째 중앙분쟁조정위원회(이하 중분위) 회의가 23일 개최됐다. 이날 서울정부청사에서 진행된 중분위 심의에서는 군산시·김제시·부안군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는 새만금 신항만 방파제 등 기존 매립지와 신규 해상 매립지의 관할권 분쟁이 안건으로 다뤄졌다. 해당 사안은 지역 간 세수 확보와 행정권 범위 확정은 물론 향후 개발 주도권과도 직결된다는 점에서 각 지자체는 한치 양보도 없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날 회의에는 강임준 군산시장, 이현서 김제부시장, 정화영 부안 부군수 등 각 지자체 주요 관계자들이 직접 참석해 관할권 확보의 당위성을 피력했다. 새만금 신항만 매립지를 둘러싼 주장부터 뚜렷하게 엇갈렸다. 먼저 군산시는 신항이 기존 군산항 기능을 보완·확장하는 사업이란 점을 강조하며, 항만 운영의 효율성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 관할권 확보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특히 항만 인프라와 운영 체계의 연속성을 고려할 때 군산시 중심의 관리가 불가피하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반면 김제시는 대법원 판례에 따른 일관된 기준 적용을 주장하며 맞섰다. 신항이 2호 방조제 전면에 위치해 있는 만큼 기존 판례와 동일한 기준을 적용할 경우 김제시 관할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여기에 만경강과 동진강을 기준으로 한 자연경계, 방조제와 도로를 통한 육상 연결성 확보 등을 근거로 제시하며 행정적 정당성을 강조했다. 부안군은 관광 및 산업 연계성을 중심으로 차별화된 논리를 펼쳤다. 신항이 향후 크루즈 기항지로 활용될 경우 부안 관광레저용지 및 농생명 용지와의 연계 효과가 크고, 식품 수출 거점 항만으로 발전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격포항 운영 경험과 신항까지의 접근성 등도 경쟁력으로 내세우며 관할권 확보 필요성을 주장했다. 이처럼 각 지자체의 입장이 첨예하게 맞선가운데, 중분위는 향후 추가 회의를 거쳐 지방선거 이후인 오는 8월께 최종 결론을 도출할 예정이다. 다만 결과에 따라 이해관계에 있는 지자체의 불복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 정치일반
  • 김영호
  • 2026.04.23 17:16

“또 이런 일이 있을까”⋯청년 이장, 1년 만에 금의환향

“내 살아생전에 또 이렇게 좋은 일이 있을지 모르겠어.” 연이은 수상 낭보를 쓴 본보의 지역소멸 위기 극복 프로젝트 ‘청년 이장이 떴다!’가 따뜻한 결실을 맺었다. 기획 1년 만에 언론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한국신문상까지 받으며 금의환향했다. 윤석정 전북일보 사장은 23일 지난 성과를 나누고자 완주군 고산면 화정마을 주민 40여 명을 초대해 식사를 대접했다. 1년 전 3개월 동안 마을 곳곳을 누볐던 청년 이장들과 다시 마주한 주민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했다. 주민들은 귀가 닳도록 “성공할 줄 알았어”, “우리 이장님들이 최고지”라면서 수상 소식을 축하해 주느라 바빴다. 또 “이제 우리 보러 안 와?”, “우리 마을에 안 올 거야?”라며 아쉬운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지역소멸 위기 극복 프로젝트인 ‘청년 이장이 떴다!’는 본보 20대 기자들이 지난해 1월부터 3개월간 화정마을에서 주민들과 동고동락한 일상을 담은 기획이다. 데이터로만 설명했던 지역소멸 현장을 직접 체험하고, 주민들의 목소리를 담는 데 집중한 것이 핵심이다. 진정성 있는 기획에 수상 소식도 잇따랐다. 전북민주언론시민연합의 시민이 뽑은 2025년 1월의 좋은 기사, 민주언론시민연합의 2025년 3월 이달의 좋은 보도상, 한국기자협회 제416회 이달의 기자상, 2026년 한국신문상 등을 받으며 전국적으로 인정받았다. 처음 주민들과 마주한 윤 사장은 “한 마을에서 이렇게 화목하게 지내는 모습을 보니 부럽고 보기 좋다”며 “본보의 ‘청년 이장이 떴다!’ 같은 프로젝트가 전국적으로 퍼져 나가길 바라는 마음이다. 본보 역시 언론으로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강창현 화정마을 이장은 “3개월 동안 우리 청년 이장님들이 같이 지내면서 많은 추억을 쌓았다. 프로젝트가 끝난 뒤에도 자주 찾아 주고,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다”면서 “전북일보에도 너무 감사하다”고 화답했다.

  • 사회일반
  • 박현우
  • 2026.04.23 17:13

국립의전원법 국회 통과…전북 공공의료 인력 양성 ‘전환점’ 기대

전북의 숙원 사업인 ‘국립의학전문대학원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국립의전원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공공의료 인력 양성 체계 구축이 본격화된다. 국회는 23일 오후 제434회 임시회 제7차 본회의를 열고 국립의전원법을 재석인원 166명 중 찬성 158명, 반대 4명, 기권 4명으로 가결 시켰다. 이번 법안은 지난달 1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30일 법제사법위원회를 잇따라 통과한 데 이어 이날 본회의 의결까지 마무리됐으며, 법안이 마련된지 8년 만에 결실을 맺게 됐다. 일단 전북특별자치도는 법 통과를 계기로 올 하반기부터 설립 절차를 본격화할 방침이다. 현재 전체 사업 부지의 절반 이상이 확보된 상태로, 잔여 부지 매입과 함께 설계·인허가 등 행정 절차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국립의전원은 4년제 대학원대학 형태로 설립되며, 학생 전원에게 수업료와 기숙사비 등 학업에 필요한 비용이 전액 지원된다. 졸업 후에는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정하는 공공보건의료기관에서 15년간 의무 복무해야 한다. 정부는 2030년 개교를 목표로 해마다 100명 규모의 학생을 선발할 계획이다. 특히 의무복무 의사의 전문과목을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정할 수 있도록 한 점은 지역 의료 현장의 구조적 인력난 해소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응급의학과 등 필수 진료과 중심의 인력 배치가 가능해지면서 의료 취약지 문제 해결에 실질적인 효과가 기대된다. 또 지방의료원을 교육·실습기관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해 남원의료원을 비롯한 도내 공공의료기관이 교육과 진료 기능을 동시에 수행하는 거점으로 확대될 지 주목된다. 감염병, 정신, 중독, 법의학 등 국가 필수 분야 인력 양성에도 활용될 수 있어 공공의료 전반의 기반 강화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국가가 학생 선발부터 교육, 배치까지 전 과정을 직접 관리하는 공공의료 인력 양성 체계가 법적 근거를 갖춘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의무복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면허정지나 취소까지 가능하도록 해 제도의 실효성도 확보했다. 정부는 그동안 지역·필수의료 인력 확충을 위해 지역의사제 도입과 공공의대 설립을 국정과제로 추진해 왔다. 국립의전원이 설립되면 전국 단위 우수 인재를 선발해 지역 공공의료기관에 안정적으로 배치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다. 전북은 2018년 서남대 폐교 이후 의대 정원 활용을 통한 공공의대 설립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다. 지난 20대와 21대 국회에서 관련 법안이 잇따라 무산되는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22대 국회에서 재추진되며 결실을 맺은 셈이다. 특히 서남대 폐교 이후 장기간 공백 상태였던 지역 의학교육 기반이 제도적으로 복원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김관영 지사는 “국립의전원 설립은 지역 간 의료 격차와 공공의료 강화를 위한 국가적 필수 정책 과제”라며 “도민이 아플 때 걱정 없이 제대로 치료받을 수 있는 의료 환경 조성을 위해 정부 및 국회와 긴밀히 협력하며 도정의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 정치일반
  • 김영호
  • 2026.04.23 17:02

캄보디아 범죄 조직에 내국인 넘긴 30대 ‘실형’

큰 돈을 벌 수 있다고 피해자를 속여 캄보디아 범죄 조직에게 넘긴 30대가 실형을 선고받았다. 전주지방법원 형사 12부(부장판사 정현우)는 23일 국외이송유인 등 혐의로 기소된 A(34)씨에게 징역 2년 8개월을 선고했다. 또 함께 기소된 B(28)씨에게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피해자 2명에게 돈을 벌 수 있다고 속여 캄보디아 보이스피싱 조직에 넘긴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B씨는 피해자 1명이 캄보디아로 출국하기 전 함께 지내면서 감시한 혐의 등이다. 재판부는 “이 사건은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된 중대 사안으로, 피해자들은 캄보디아 범죄 단지에 수개월 동안 감금당한 상태에서 계좌를 빼앗겼다”면서 “피해자들은 현지 범죄 조직원들에게 심한 폭행과 협박을 당하며 보이스피싱 범행을 수행하기도 했으며, 이 과정에서 큰 두려움과 불안감을 느꼈던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다행히 피해자 2명 모두 캄보디아 현지 경찰에 의해 구출돼 국내로 돌아왔다”면서 “피고인들이 이전에는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고, A씨가 피해자와 합의하거나 공탁금을 낸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 법원·검찰
  • 김문경
  • 2026.04.23 16:58

민선9기 출범하면 전북 행정통합 새판 짜여질까

전북 행정통합 논의가 중대 전환점을 맞고 있다. 완주·전주 통합을 강하게 밀어붙였던 김관영 전북특별자치도지사와 우범기 전주시장이 이번 6.3 지방선거에서 동반 퇴장하면서 기존 추진 동력이 사실상 해체된 가운데, 민선9기 출범과 함께 새로운 통합 비전이 재편될지 관심이 쏠린다. 23일 전북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전북 행정통합은 기존 ‘전주·완주’ 중심 논의를 넘어 보다 확장된 권역 재편 구상으로 이동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지역 정치권과 차기 단체장 후보군을 중심으로 전주·김제, 나아가 새만금 권역까지 포함한 광역 단위 통합 필요성이 제기되면서다. 전북은 전통적인 민주당 텃밭으로, 당내 경선을 거쳐 최종 후보로 선출된 이원택 도지사 후보와 조지훈 전주시장 후보가 사실상 차기 도정과 시정을 이끌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두 후보가 행정통합 구상을 어떤 방향으로 구체화하느냐에 따라 민선9기 전북의 행정 재편 논의도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먼저 조지훈 후보는 완주·전주 통합 재추진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우면서도 기존 우범기 시장의 통합 추진 방식과 달리 ‘속도’보다 ‘신뢰와 상생’을 앞세우고 있다. 그는 이날 도의회 기자실을 찾아 “행정통합은 전주가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통합 이전부터 완주군이 실질적 이익을 체감할 수 있는 협력 모델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또 완주에 국한되지 않고 전주 김제 통합도 배제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민선9기 출범과 함께 ‘통합시 비전위원회’를 구성해 시간이 다소 걸리더라도 신뢰를 기반으로 단계별 로드맵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을 전했다. 이원택 도지사 후보는 행정통합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 보다 큰 틀의 재편론을 내놓고 있다. 이 후보는 전북이 ‘5극3특’ 구도에서 독자적 발전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보고, 산업과 문화·관광을 포괄하는 중추도시 육성 차원에서 행정체계 개편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완주·전주 통합을 넘어 전주·김제, 나아가 익산까지 포함하는 더 넓은 범위의 통합 가능성을 거론하며 인구 100만 규모의 중추도시권 형성 필요성도 제시했다. 이 같은 흐름은 민주당이 지난 22일 발표한 지방선거 5대 비전과도 맞닿아 있다. 민주당은 ‘5극3특’ 국가균형발전 전략 속에서 행정통합을 주요 과제로 제시하며 전북의 자립적 성장 기반 구축 필요성을 강조했다. 규제 프리존 조성, 수요응답형 규제 유예 등과 맞물릴 경우 이번 통합 논의가 단순한 행정구역 조정을 넘어 성장 전략의 한 축으로 작동할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전북 정치권에서도 통합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는 적지 않다. 전북이 강원·제주와 함께 ‘3특’ 권역으로 묶이며 상대적 소외를 겪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하는 상황에서, 권역 통합을 통해 규모를 키우고 정책 추진력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에 전북 지역구 의원 모두가 공감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도내 모 행정학과 교수는 “민선9기 전북 행정통합은 새 단체장들이 어떤 비전과 실행 전략을 내놓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릴 것”이라며 “과거처럼 속도전으로 갈지, 숙의와 공론화를 거쳐 단계적으로 재설계할지에 따라 전북의 미래 행정구조도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 정치일반
  • 이준서
  • 2026.04.23 16:45

[뉴스와 인물] 정지영 감독 “이름 없는 ‘제주 4‧3’에 제 이름 찾아줘야죠“

1988년 서울의 한 극장가에 느닷없이 뱀이 풀렸다. 미국영화 직접배급에 반대하며 한국영화의 생존권을 지키려던 영화인들의 처절한 저항, 이른바 ‘뱀 투척사건’이다. 투쟁의 선봉에는 서슬 퍼런 기개의 젊은 감독 정지영이 있었다. 당시 투쟁위원회를 이끌던 감독은 모든 책임을 짊어지고 옥고를 치러냈다. 이후 사람들은 그를 ‘투사’라고 불렀고 그의 카메라는 권력의 치부를 들춰내는 날카로운 창이 됐다. 그로부터 40여년이 흐른 2026년. 여든의 세월을 관통한 그가 다시 우리 앞에 섰다. 78여년 전 제주에서 소리 없이 잊혀진 ‘이름들’을 보듬고서 말이다. 김근태 의원의 고통을 통해 시대의 야만을 고발했던 영화 <남영동 1985>가 폐쇄된 공간 속 고문의 밀도에 집중했다면 신작 <내 이름은>은 폭력이 할퀴고 간 역사의 광범위한 ‘상흔’을 응시한다. 궁금했다. 평생 권력의 치부와 사회의 부조리에 날선 카메라를 들이대 온 그가, 왜 지금 가장 아픈 역사의 상처를 헤집을까. 그리고 최고령 현역 감독을 지탱하는 뜨거운 동력의 실체는 무엇일까. 지난 21일 전북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정지영(80) 감독은 물리적인 시간을 훌쩍 뛰어넘는 팽팽한 이야기들을 쏟아냈다. 정제된 문장을 헤집고 들어가 마주한 것은 청년의 심장을 가진 ‘현역 감독 정지영’이었다. -78년 전의 비극인 제주 4‧3을 지금 감독님의 시선으로 다시 꺼내든 이유는 무엇인가요? “너무 늦었지요. 많은 감독이 다큐멘터리로, 예술영화로 4‧3사건을 다뤘지만 대중영화로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그만큼 일반 대중들과 이 문제를 공유하기가 내용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어려웠다는 의미겠지요. 이제는 그 문턱을 넘어 많은 이들과 아픔을 나누고 싶었습니다." -4‧3의 비극은 그간 ‘집단의 고통’으로 그려질 때가 많았습니다. 이번 영화에서 ‘개인의 이름’이라는 지극히 사적인 관점에 집중하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일반 대중들과 함께 호흡하려면 개인사적인 관점에서 출발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기 때문입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구체적인 삶을 통해 집단적인 국가폭력의 문제를 끌어낼 때, 관객들은 비로소 그 비극을 ‘나의 일’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영화 제목이 <내 이름은>입니다. 뒤에 생략된 문장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제목을 통해 누구의 이름을 되찾아주고 싶으셨나요? “뒤에 생략된 것은 이름 석자입니다. ‘내 이름은... 정지영!’ 같은 식이죠. 하지만 또 하나의 의미가 있습니다. 모든 역사적 사건은 다 이름이 있지요. 3‧1독립운동, 5‧18 광주민주화운동 등…. 그러나 4‧3은 여전히 이름을 정하지 못한 채 ‘4‧3사건’이라 부릅니다. 누구는 폭동이라 하고, 누구는 봉기라고 하기 때문입니다. 이제 그 이름을 찾아줄 때가 되었습니다. 그러려면 우리 모두가 4‧3을 깊이 들여다봐야 합니다. 그 출발을 영화 <내 이름은>을 보는 것으로 시작하면 어떨까요?” -수많은 증언과 사료 중에서 영화적 허구를 더해서라도 반드시 관객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단 하나의 진실된 장면이 있을 것 같습니다. “4‧3이라는 국가폭력으로 3만여 명이 희생당했지만 누가 가해자이고 누가 피해자인지를 명확하게 가려내기란 참으로 어렵습니다. 피해자이면서 누군가에게는 가해자가 된 이들, 반대로 가해자인데 깊게 들여다보면 피해자인 이들이 엉켜있는 것이 진실입니다. 그런 생각을 안고 영화를 보시면 제가 말하고자 하는 ‘진실된 장면’을 만날 수 있을 겁니다.” -역사의 비극을 다루며 ‘관객의 몰입’과 ‘희생자에 대한 예의’ 사이에서 가장 고민했던 지점은 무엇인가요? “과거를 찾아가는 미스터리적인 기법을 활용했습니다. 이를 통해 관객의 몰입도를 높이고자 했지요. 일단 영화에 몰입하고 나면 관객은 스스로 희생자의 편에 서서 그 아픔을 공유할 것이라 믿었습니다. 그것이 희생자에 대한 가장 깊은 예의라고 생각했습니다.” -제작비가 시민들의 펀딩으로 모였습니다. 수만 명의 ‘제작자’가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이 감독님께는 남다른 책임감으로 다가왔을 것 같습니다. “책임감이 정말 무거웠지요. 하지만 주어진 여건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제작비를 모아준 시민들에게 보답하는 유일한 길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온 스태프와 연기자가 어느 때보다 열과 성을 다해 임했습니다.” -제76회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영화 <내 이름은>을 관람한 외국 관객들의 반응은 어떠했나요? “국적을 불문하고 마지막 장면에서 모든 관객이 함께 상처를 공유하는 것을 보고 저 역시 감동했습니다.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많은 이들이 전쟁과 폭력에 직면해 있습니다. 4·3이 드러내고 있는 폭력은 모든 나라가 겪었거나 겪고 있는 보편적인 비극임을 깨달았습니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영화를 관람하셨습니다. 이 영화가 우리 사회에 어떤 숙제를 던진다고 생각하시나요? “대통령께서는 국가폭력에 관한 한 징벌에 대한 시효가 있어서는 안 될 범죄라고 말씀하셨습니다. 4‧3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토대로 우리 사회는 비극적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화해와 평화의 길을 찾아가야 합니다. 그것이 이 영화가 던지는 숙제일 것입니다.” -감독님 이름 앞에는 이른바 ‘사회파 감독’이라는 수식어가 붙습니다. 40여 년간 싸우는 영화를 만들어오셨는데, 조금 편안하고 아름다운 풍경을 담고 싶다는 유혹은 없으셨나요? “그렇게 하고 싶어요. 하지만 그러기엔 여전히 12·3 내란과 같은 비극이 반복되고 있네요. 제발 역사가 뒷걸음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랄 뿐입니다." -정지영 감독님을 움직이게 하는 근원적인 에너지가 뭔지 궁금합니다. ‘부조리에 대한 분노’일까요? 아니면 ‘인간에 대한 애정’인가요? “분노는 인간에 대한 애정이 없다면 나오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분노가 없다는 것은 인간에 대한 무관심 또는 외면에서 나오는 것 아닐까요? 그래서 제 분노의 뿌리는 항상 인간에 대한 애정에서 나옵니다." -최고령 현역 영화감독이십니다. 촬영 현장에서 젊은 스태프들과 의견이 충돌할 때도 있을 것 같습니다. 갈등은 어떻게 해결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의견이 다르다는 것은 그만큼 다양한 시각이 존재한다는 것이고, 그건 작품을 풍성하게 하는 영양소입니다. 저는 제 의견을 열어놓고 많은 이들과 토론하기를 좋아합니다. 서로 의견을 나누면서 작품을 만드는 스타일입니다.” - '투사' 혹은 ‘거장’이라는 수식어 뒤에 숨겨진 인간 정지영만의 부드러운 면모가 있다면요? “나를 가까이서 접한 연기자와 스태프들은 제가 겉으로는 냉정해 보여도 더없이 약하고 부드러운 사람이라는 걸 잘 알 겁니다. 투사나 거장이라는 수식어는 사실 정지영의 외피일 뿐이죠." -훗날 사람들이 정지영을 어떻게 기억하길 원하십니까? “치열하지 않게, 그러나 진솔하게 자신의 화두를 많은 이와 나누고 싶어 했던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독보적이고 천재적인 예술가가 아니라, 그저 많은 이들과 함께 호흡하고 싶어 했던 대중을 사랑한 영화감독으로 남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전북일보 독자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정지영은 언제나 여러분과 나란히, 혹은 한 발자국 정도 앞서 걷고 싶어 하는 영화감독입니다. 영화 <내 이름은>을 꼭 보시고 영화가 던진 화두에 대해 마구 비판하거나 동조하며 치열하게 왈가왈부해 주세요.” 정지영 감독과의 서면 인터뷰를 정리하며 인상 깊었던 것은 분노와 애정을 동일시하는 그의 세계관이었다. 80세의 현역 감독은 세상을 향해 뜨겁게 화를 내고 있었고, 그 화의 본질은 ‘사람을 향한 사랑’이었다. 그는 이번 영화를 통해 우리에게 묻는다. 우리가 잊고 지낸 이름은 무엇이며 당신의 애정은 지금 어디를 향하고 있느냐고 말이다. △정지영 감독은 1946년 충북 청주에서 태어났다. 고려대학교 졸업 후 1982년 영화계에 데뷔했다. 영화 <남부군> <하얀 전쟁> 등으로 한국 사회파 영화의 지평을 열며 거장으로 우뚝 섰다. 1988년 UIP 직배(직접배급) 저지 투쟁 당시 ‘뱀 투척 사건’의 총책임자로 옥고를 치르는 등 스크린 쿼터 사수의 선봉에 서기도 했다. 이후 영화 <부러진 화살>과 <남영동 1985>를 통해 날 선 사회적 통찰을 증명하며 시대와 호흡하는 저력을 가감 없이 보여주었다. 현재 대한민국 영화계에서 가장 나이 많은 현역 연출가라는 독보적인 위치에 있다.

  • 기획
  • 박은
  • 2026.04.23 16:43

“누구에게나 상실의 공간은 있다”…백학기 감독이 띄운 고요한 안부

기자로 20년, 영화감독으로 25년을 보냈다. 45년의 세월을 줄곧 현장에서 보낸 백학기(66) 감독을 23일 전주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그는 거창한 수식어보다는 묵묵히 제 길을 걷는 창작자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가 이번에 선보이는 장편독립영화 <저만치 가까이> 역시 화려한 기교보다는 삶에 대한 깊은 응시에 집중한다. 영화는 진안 마이산과 보성 대원사 등 ‘사찰’이라는 정적인 공간을 배경으로 두 개의 에피소드를 보여준다. 1부 ‘나는 누구인가’에서는 자신을 버리고 출가한 어머니를 찾아가는 20대 청년 윤지의 여정을 그려낸다.2부 ‘가까이’는 상실의 기억을 안고 사찰을 찾은 은퇴한 교수 수현의 치유를 그려낸다. 백 감독은 이번 영화에 대해 “서로 다른 성격의 눈물을 흘리는 두 여자의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자칫 신파로 흐를 수 있는 소재를 시적인 독백과 싱잉볼의 진동 같은 감각적인 연출로 갈무리해 관객이 인물의 내면을 따라가게끔 설정한 점이 돋보인다.ㄱ 그는 지역신문사와 KBS 방송국 홍보실 등에서 일하다 영화계에 데뷔한 후, <공중의자> <이화중선> 등을 제작하며 평단으로부터 ‘한국의 타르코프스키'라는 별칭을 얻었다. 이번 작품에서도 백 감독은 ‘시간 이미지’의 구현에 공을 들이며 영화의 완성도를 높였다. 사건이 급박하게 전개되는 일반적인 대중영화들과 달리, 관객이 스크린 속 시간의 흐름을 직접 느끼며 스스로를 반추하게 만드는 방식이다. 도시의 소음 대신 사찰을 배경으로 삼은 이유도 존재론적 고뇌를 담아내기에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백 감독은 관객들이 이번 영화를 통해 각자의 기억 한 조각 또는 상실의 공간을 마주하는 체험을 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전북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그에게 지역에서 영화를 만든다는 것은 행복하면서도 낯선 일이다. 열악한 인프라는 늘 숙제지만 지역의 산천과 사찰의 풍광을 렌즈에 담을 때 가장 큰 희열을 느낄 수 있다고 말한다. 이번 영화 역시 제작사 103X를 이끄는 딸 백지윤 감독과 진안 마이산, 보성 대원사 그리고 지인들의 도움으로 완성됐다. 엔딩 크레딧을 채운 수많은 이름들은 그가 25년 동안 쌓아올린 영화적 신뢰의 증표이기도 하다. 현재 그는 전주시청 뒤편 선미촌을 배경으로 한 장편 상업영화와 이번 영화의 완결판인 3부 <길 위에서>를 동시에 구상 중이다. “누구나 가슴 한구석에 상실의 공간 하나쯤은 품고 살잖아요. 저는 이 영화가 관객 각자의 기억 속에 묻어둔 공간을 마주하는 작은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마음속에 오래 머무는 영화였으면 해요“ 백 감독의 바람처럼 영화 <저만치 가까이>는 이제 관객의 일상에 고요한 파동을 일으킬 채비를 마쳤다. 상실을 응시하며 이면의 온기를 기록해온 그의 시선은 또 다른 삶의 진실을 향해 묵묵히 발을 내딛고 있다.

  • 영화·연극
  • 박은
  • 2026.04.23 16:42

“문턱 낮추고 퇴출 강화”…지주택 규제 변화, 전북 시장 ‘재편 신호’

정부가 지역주택조합(지주택) 사업 정상화 방안을 내놓으면서, 전북 지역 지주택 시장이 구조적 전환 국면에 들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사업 진입 장벽은 낮아지는 대신, 부실 사업에 대한 정리와 관리·감독이 강화되면서 사업장 간 격차가 더욱 뚜렷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국토교통부는 최근 ‘지역주택조합 피해예방 및 사업 정상화 방안’을 통해 사업계획 승인 요건인 토지 확보 기준을 기존 95%에서 80%로 완화하고, 매도청구권을 확대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소수 토지 소유자의 ‘알박기’로 사업이 장기 지연되는 구조를 개선하겠다는 취지다. 이번 조치로 사업 초기 단계의 진입 장벽은 낮아질 전망이다. 전북처럼 토지 확보가 쉽지 않은 지역에서는 일부 필지 확보 문제로 수년씩 지연되던 사업이 속도를 낼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토지 확보율이 70~80% 수준에서 정체된 사업장에는 직접적인 영향이 예상된다. 다만 규제 완화와 함께 관리·감독은 한층 강화된다. 정부는 업무대행사 등록제 도입, 공사비 검증 의무화, 자금 사용 내역 공개 확대, 경쟁입찰 원칙 도입 등을 통해 조합 운영의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장기간 사업이 지연되거나 운영이 부실한 조합은 인가 취소 등 강제 퇴출도 가능해진다. 이 같은 정책 변화는 전북 지주택 시장에 ‘기회와 위험’을 동시에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전주시를 기준으로 현재 추진 중인 지주택 사업은 6~7곳에 달하고 있지만 실제 사업계획 승인까지 도달한 곳은 일부에 그치고 있다. 사업 단계별 격차가 이미 큰 상황에서, 규제 변화는 이 같은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토지 확보율이 높고 인허가 절차를 일정 부분 마친 사업장은 이번 제도 개편을 통해 속도를 낼 수 있지만, 반대로 내부 갈등이나 자금 문제를 안고 있는 사업장은 정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일부 사업장은 토지 확보 지연과 조합 운영 문제로 사업 중단 상태에 들어간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특히 ‘저렴한 분양’이라는 기존 인식이 약해질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규제 강화로 조합 운영비용과 초기 부담이 증가할 경우, 분양가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전북처럼 수요 기반이 상대적으로 얇은 지역에서 사업성 자체를 흔들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향후 시장의 핵심 변수는 ‘투명성’과 ‘사업 구조’가 될 전망이다. 단순히 토지 확보율이나 입지 조건이 아니라, 인허가 진행 수준과 재무 구조, 정보 공개 여부가 사업 성패를 가르는 기준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 지자체 역할도 중요해지고 있다. 전주시를 비롯한 전북 지자체들은 사업 구조를 선별적으로 검토하면서, 일정 요건을 갖춘 사업장에 대해서는 행정 절차를 신속하게 지원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는 무분별한 사업 확산을 막는 동시에 정상 사업의 속도를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도내 부동산 전문가들은 “진입 문턱은 낮아졌지만, 동시에 생존 기준은 높아지면서 ‘될 사업’과 ‘정리될 사업’이 분명히 갈리는 구조가 형성될 것이다”고 전망했다. .

  • 경제일반
  • 이종호
  • 2026.04.23 16: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