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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 주고 약 주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지난 6월 5일 환경의 날에 맞춰 새만금환경생태단지가 문을 열었다. 총공사비 557억 원을 들여 785,892㎡에 습지, 야생동물서식지, 자생종군락정원, 전망대, 산책로 등을 조성하는 사업을 매듭지음으로써 개장하게 된 것이다. 2단계 생태환경용지 조성사업도 2,288억 원을 투입하여 2027년까지 3.57㎢를 조성할 계획이라고 한다. 새만금 간척사업은 1991년 공사 시작 당시부터 말이 많았다. 장밋빛 희망을 제기하는 측에 대해 환경파괴와 오염을 낳는 골칫거리가 될 것이라는 비관론이 맞섰다. 논란 속에서 2010년에야 방조제를 완공했으나 이후에도 개발은 지지부진이고, 환경파괴 논란도 사그라지지 않았다. 2012년에는 새만금특별법을 제정했고 2013년에는 새만금개발청을 설립했으나 여전히 획기적인 진척은 없다. 2023년 세계 잼버리대회가 새만금을 세계에 알리는 데에 큰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 속에 개장한 새만금환경생태단지가 앞으로 많은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새만금환경생태단지 홈페이지에는 “자연이 스스로 회복하고 인간과 자연, 동물과 식물, 현재와 미래가 조화를 이루는 새만금환경생태단지…”운운하는 홍보영상이 올라와 있다. 막무가내로 파괴해 놓고서 ‘자연이 스스로 회복’하기를 기대하며 환경생태단지를 조성했다는 설명의 이율배반성 때문에 적잖은 허탈함을 느꼈다. 환경생태단지 개장을 반대하거나 비판한다는 뜻은 결코 아니다. 잘한 일이기 때문에 축하하고 지지한다. 다만, 본래 자연과 인간이 함께 하는 삶의 터전이었던 풍요로운 갯벌과 바다를 없애고, 자생하던 온갖 식물과 동물을 다 쫓아낸 후에 다시 557억 원이나 들여 환경생태단지를 조성했다는 아이러니가 허탈할 뿐이다. 완전히 ‘병을 주고서 약을 주는’ 꼴이 되었기 때문이다. 번영과 행복을 위해서는 개발도 당연히 필요하다. 이왕에 막대한 공사비를 들여 추진한 사업이니 번영과 행복을 가져다주는 성과를 냈으면 좋겠다. 그런 바람을 가지면서도 그 옛날 청정했던 해창 갯벌에서 캐던 바지락과 위도 앞바다에서 건져 올리던 참돔이며 농어, 조기 등 싱싱한 생선과 아름답기 그지없던 변산 해수욕장의 은빛 백사장이 자꾸 떠오르는 건 왜일까? 착공 당시부터 많은 전문가들이 “개발보다 자연을 보존하는 게 미래에 더 큰 이익을 줄 것이다.”라고 했던 주장에 더 수긍이 가는 건 나만의 잘못된 계산일까? 새만금 개발의 득실 계산은 아직 이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사업의 상당부분이 병을 주고 난 후에 약을 주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노태우 정부의 섣부른 정책입안과 개발이익의 환상에 젖을 수밖에 없는 대중심리가 이런 ‘병 주고 약 주는’ 사업을 낳았다. 2022년, 대통령도 바뀌고, 지자체의 장들도 새로 뽑혔다. 위정자는 역사에 자신의 흔적을 크게 남기려는 과욕을 버리고 먼 미래를 내다보며 진정으로 국가와 민족을 위하는 정책을 입안해야 한다. 국민들도 당장의 이익이나 ‘사이다 속 풀이’에 현혹되지 않아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윤석열 정부가 연일 쏟아내고 있는 ‘북한에 대한 단호한 대처’의 속내도 주의해 봐야 한다. ‘단호한 대처’의 상승작용은 자칫 전쟁을 야기할 수 있는데 전쟁이라는 병에는 약이 없기 때문이다. 다시는 이 나라에 ‘병 주고 약 주는’ 어리석은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김병기 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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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6.13 13:49

남원제일고등학교, 2022년 KICC 국제요리&제과제빵 경연대회 석권

남원제일 남원제일고등학교(교장 김한태)의 조리제빵과 학생들이 2022년 대한민국 국제요리&제과제빵 경연대회에서 전원 수상했다. 9일 남원제일고는 이달 4일부터 6일까지 서울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AT센터 제2전시장에서 열린 대회에 총 9팀 28명이 출전했다고 밝혔다. 대회에는 라이브요리 금메달 및 기관장 최우상 1팀, 라이브요리 금메달 1팀, 라이브요리 은메달 3팀, 제과 디저트 전시부문 금메달 2팀, 제과 디저트 미지팬케이크 은메달 1팀, 세계요리전시 레스토랑 부문 은메달 1팀이 수상했다. 또한 KICC국제요리경연대회 상위 20팀 결승전 3위 입상으로 기관장상 및 우수상을 수상해 상금 50만 원을 받았다. 라이브요리 금메달 및 기관장 최우수상 수상자들은(오동윤·이유비·주도훈·박건우 학생) "요리에 자신감을 가지고 선생님들의 지도에 따라 열심히 노력하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고 말했다. ICC국제요리경연대회 상위 20팀 결승전에 참여한 학생들은(박성경·이하늘·이호진·임현준) "군특성화반 학생으로 수상하게 돼 군대에 입대해 조리를 하게 될텐데 이번 수상이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전했다.

  • 남원
  • 신기철
  • 2022.06.09 14:30

성창순 명창의 부채

여름이 오면 성창순 명창이 생각난다. 아주 무더웠던 그해 여름에 선생을 만났다. 선생은 자신이 그동안 여러 형태로 출반했던 모든 음반자료를 책보에 싸서 내게 건네주셨다. 오래된 음반, 카셋트 테이프, CD 음반까지 망라한 것이었다. 당신의 예술세계를 하나로 묶어서 종합음반으로 정리하시고 싶다고 했다. 그때 선생은 내게 우전(雨田) 신호열 선생의 ‘적벽부’ 글씨가 담긴 부채를 선물해 주셨다. 선생이 내게 주신 부채는 우전 선생의 글씨로 소동파의 ‘적벽부’가 촘촘하게 채워져 있었다. 우전이 세필로 단아하게 써서 직접 성창순 명창에게 준 것이다. 우전 선생은 빼어난 한학자이자 섬세한 글씨를 잘 쓴 분으로 이름이 나있다. 나도 대학 다닐 때, 이분에게 <고문진보>와 <시경>을 배운 바 있는데, 선생의 가르침에 수업 때마다 감탄했었다. 선생은 토를 달지 않고 한문을 읽어야 한다고 가르쳤다. 선생은 네 글자씩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낭송하셨다. 지금도 부채를 펼치면 스승이신 우전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 참 경이롭다. 성창순 명창은 은쟁반에 옥구슬 굴러가는 소리를 가졌다. 세상의 모든 이야기를 소리로 그려냈다. 명창이 소리할 때 가질 수 있는 유일한 소품은 부채다. 성창순 명창에게는 탐낼만한 부채가 많았는데, 이당(以堂) 김은호 선생의 장미그림 부채가 기억에 남는다. 성창순 명창은 소리판에서 늘상 장미 그림 부채를 들고 판을 이끌어갔다. 이 그림은 원래 이당이 김소희 명창에게 선물한 것이었다고 한다. 김소희 명창은 이 부채를 두고두고 아꼈는데, 어느날 성창순 선생을 불러 부채를 물려주면서 이렇게 말했다. “아끼던 놈인디 결국 자네에게 주네. 잘 간직허고 좋은 소리허시게”. 성창순 명창은 귀한 <춘향가> 소리판에서만 장미그림 부채를 들었다. 부채를 강하게 펼치면, 붉은 장미에서 내뿜는 진한 장미향이 순식간에 주변에 퍼졌다. 김은호 화백은 20세기 전반기부터 활약한 당대 최고의 화백으로 화조도와 인물 그림에 능한 분이었다. 남원 광한루의 춘향사당에 모셔진 춘향 영정이나, 진주의 촉석루에 모셔진 논개의 초상도 이당의 단아한 화풍의 산물이다. 이당은 우리 음악을 애호하였고, 우리 음악에 대한 조예도 대단히 깊어 인연이 닿은 예술가들에게는 멋진 그림을 선사했다고 전한다. 성창순 명창이 <심청가>를 할 때면 소정(小亭) 변관식 선생의 복숭아꽃밭 그림 부채를 꺼내들었다. 심청이가 살던 곳은 도화동이고, 장승상 부인이 살던 곳은 무릉촌이다. 소정 선생은 바로 그 도화동 무릉촌을 고스란히 그림으로 그려, 성창순 선생에게 증정했다. 소정은 산수화에 특히 빼어난 분이다. 그이의 복숭아 그림은 도원을 지향하는 도가적 세계와, 복숭아밭이 가진 관능적 아름다움을 동시에 보여준다. 소정의 산수화 부채는 명창이 펼쳐만 보아도 시원한 바람이 일어났다. 부채에는 소리꾼의 교양이 담겨 있다. 성창순 명창은 우전 선생에게 서예를 배워 단아한 글씨를 남기기도 했다. 선생은 특히 우아하고 기품있는 자세로 소리판에 임했다. 선생은 부채를 펼쳐 보이는 자태마저도 우아했다. 선생이 직접 소리하는 장면은 이제 다시 만나기 어렵다. 하지만 선생이 남겨준 부채와, 책보에 싸서 내게 건네준 음원자료는 내게 남아있다. 음원으로 만들어 선생께 전해드리지 못한 것이 여전히 내게는 부채다. 그렇지만 이제 선생이 남기는 음원자료를 모두 정리했다. 이 소중한 음원을 국악방송 아카이브에 담아두고, 선생의 예술세계 전모를 세상에 전하고자 한다. /유영대 국악방송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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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6.06 13:57

언제쯤 편견과 차별 없는 평등세상은 도래할 것인가

올해의 봄은 느낄 겨를도 없이 우리의 곁을 쏜살같이 빠르게 지나가버렸다. 특히 아름다운 5월은 선거 유세차량의 확성기소리와 현수막에 가리어서 그렇게 지나갔다. 출마한 후보들은 공약(公約)인지 공약(空約)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사자후(獅子吼)를 토해내면서 봄을 앗아갔다. 그런데 자치단체장이든 지방의원이든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모두가 신분에 관계없이 차별 없고 평등하게 그리고 평화롭게 잘살 수 있는 지역을 만들겠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생각해 보면 동서양을 막론하고 인류는 어느 시대든지 이유 없는 억압으로부터 자유를 얻고자 하는 갈망을 가지고 살아왔다. 다만 그 양상은 시대에 따라 달라서 정치적인 억압, 경제적인 억압 등 여러 가지 형태로 나타나고 있을 뿐이다. 이런 생각과 연관 지어 문득 며칠 후, 6월2일부터 5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국내 최초로 막을 올리는 주세페 베르디의 대작 오페라 ‘시칠리아 섬의 저녁기도’가 떠올랐다. 국립오페라단 창단 60주년 기념 공연으로 열린다. 이 오페라는 베르디가 1855년 파리 만국박람회를 기념해 만든 작품으로 1282년 부활절에 일어난 만종사건을 다룬 작품이다. 당시 지금의 이탈리아 남서부인 시칠리아는 프랑스 양주 가문의 혹독한 지배를 받고 있었다. 당시 프랑스인들은 시칠리아 인들을 난폭하게 억압하였고, 프랑스의 억압으로부터 자유를 갈망해오던 시칠리아 인들이 부활절 저녁기도를 알리는 종소리를 신호로 독립을 외치며 투쟁한 작품이다. 이탈리아 출신 연출가 파비오 체레사(41)는 “인간은 정치적 견해나 인종, 직업, 경제력 등 여러 요인에 따라 우위에 서기도하고 열위에 위치하기도 합니다. 오페라의 주 이야기인 두 민족 간의 전쟁은 인간이 우열을 나누면서 벌어진 편견과 배제. 차별의 결과로 나타난 사회적 투쟁에 가깝습니다. 관객 여러분은 작품 속 식민 지배자와 피지배자 간 대립에 스스로 투영해 볼 기회를 얻을 겁니다” 라고 말하고 있다. 현재 우리사회에 만연하는 편견과 차별, 배제의 문제는 심각하다. 대표적인 예로 문화예술계만 살펴보더라도 문화예술계의 블랙리스트는 사회에 많은 충격과 상처를 남겼다.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훌륭한 예술가들이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힘 있는 자들에 의해 배제되어 수년간 작품 활동을 못하고 고통의 시간을 보내야 했으며, 이를 견디지 못해 결국 문화예술계를 떠나가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대선이 끝나고 새로운 정부가 들어선 지금 지방선거가 한창이다. 선택은 자유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편견이나 차별을 하지 않을 사람, 즉 인품과 능력이 뛰어난 후보를 선출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또 하나, 지방분권과 관련이 큰 국정과제는 국정목표 6(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 시대)이라고 할 수 있어 필자는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서는 여. 야를 떠나 특정지역에 대한 그 어떤 편견이나 차별, 배제가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지방 분권은 헌법에서 규정한 지방자치의 이념,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국토와 자원의 균형 있는 개발과 이용, 지역 간의 균형 있는 발전을 위한 지역경제 육성을 위해 보장해야 할 필요불가결한 가치이기 때문이다, 이번에 새로 뽑히는 단체장들이나 지방의원들도 편견과 차별 없는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나가길 바란다. 기대해 본다. /심가희 아트네트웍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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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5.30 14:21

전주국제영화제, VR영화의 가능성 확인하다

지난 7일 막을 내린 제23회 전주국제영화제는 상업성으로부터, 대규모 자본으로부터 또 사회적 통념으로부터 예술의 독립을 지키는 영화제로 자리매김하면서 독립영화, 대안영화들에 대한 가능성을 발견하고 제작자들의 창작정신을 일깨우는 계기를 만들었다는 평가다. 양적으로도 성공적이었다. 열흘간 57개국에서 출품한 217편(해외123편, 국내 94편)을 상영하였고, 입장관객도 지난해 보다 3배가량 늘어 5만 여명이 영화제를 찾았다. 여러 행사 중 산업 프로그램으로 기획된 ‘제14회 전주프로젝트’가 특히 주목을 받았다. 전주프로젝트는 영화를 매개로 한 네트워킹 플랫폼으로써 총25편의 초기작품을 선정하여 멘토링과 기획개발비를 제공한다. 독립, 예술영화에 직접 투자하고 제작을 지원하며, 디지털 시대 XR기술을 적용한 작품 등 창작자들이 원하는 실험이나 도전적 시도를 어떠한 간섭도 없이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한다. 특히 <‘콘텐츠 시대: 영화 XR을 만나다’>라는 제목으로 개최된 전주컨퍼런스는 기존의 영화산업에 VR/XR 기술의 접목 시도와 그 가능성 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김진아 감독의 VR 영화인 <소요산> <동두천>은 큰 인기를 끌며, 전회 매진되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VR(Virtual Reality) 영화는 특정한 환경과 상황을 컴퓨터로 만들고 사용자가 마치 실제 상황과 상호 작용을 하는 것처럼 느끼게 해 준다. 관객이 가상공간 안에 구현된 영화 속으로 들어가 영화가 표현하는 연출이나 줄거리를 따라가며 감상하게 되며, 관객이 때로는 배우가 되기도 한다는 점에서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 또 기존의 영화가 스크린이라는 2차원 공간에 한정되지만, VR영화는 전방위로 구현된 가상공간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관객은 시선의 움직임을 통해 이동하며 관객이 원하는 스토리텔링이 가능하다. VR은 실제 현실과 차단되어 있어서 몰입을 강화 시키고 스크린 범위가 제한이 없다는 점이 VR영화가 갖는 차별점이다. VR영화가 영화의 미래가 될 수 있지만, 현재로서는 기술적인 한계가 있다. HMD(Head Mounted Display)나 손에 쥐는 콘트롤러와 같은 장치가 없다면 작품 감상이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보니, 현재 VR로 제작되는 작품은 많지 않다. 미래 영화의 가능성을 보면서 관련 기술 개발 및 제작환경 제공 등이 필요해 보인다. 새로운 영상기법을 대하는 관객의 적응속도 등에 대한 지속적인 실험도 지속되어야 한다. VR영화만의 스토리텔링을 개발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고 VR만의 고유한 특성과 기존 영화의 흥행요소를 접목하는 과정을 통해 더 큰 발전을 할 수 있을 것이다. VR과 같은 뉴미디어의 발전은 결국 유익하고 흥미로운 콘텐츠를 관객이 얼마나 쉽고 편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해 주는가에 달려 있다. 전주국제영화제는 끊임없이 새로운 도전을 이야기하고 논의하는 과정에서 전주만의 차별성과 흥행을 이어나가야 한다. 아울러 미래 영화의 새로운 발견을 위한 이번 전주프로젝트는 XR 기반의 영화의 미래를 논의하는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으며, 지속적인 기술개발, 인력양성 및 제작 지원이 예정되어 있다. 2023년 전주국제영화제에서는 다양하고, 보다 완성도 있는 VR 영화를 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이영로 전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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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5.23 10:24

‘기린원(麒麟苑)’과 ‘전주동물원’의 사이에서

1978년 6월 10일에 개원한 전주동물원은 과천 서울대공원 동물원, 용인 에버랜드 동물원에 이어 세 번째로 큰 규모를 자랑한다. 희귀동물, 천연기념물을 포함하여 각종 포유류, 파충류, 조류, 어류 등 1,000마리가 넘는 동물들을 사육하고 있다고 한다. 전주 동물원 개원 당시, 한옥형태를 갖춘 정문에 건 ‘기린원(麒麟苑)’ 현판은 한국을 대표하는 서예가 강암 송성용 선생이 중후한 필치로 쓴 명작이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그 현판은 사라지고 한글로 새긴 ‘전주동물원’이라는 현판이 내걸렸다. 일부 시민이 ‘기린도 없는데 간판은 왜 기린원이냐’라는 지적을 했고, 기린을 들여온 후에는 “동물원에 기린만 있는 게 아닌데 왜 하필 기린원이냐?”라고 물었으며, 혹자는 한글이 아닌 한자로 쓴 간판이니 내려야 한다는 주장을 하여 결국 한자 현판 ‘麒麟苑’을 내리고 ‘전주동물원’이라는 한글 간판을 걸게 되었다고 한다. ‘간판(看板:보는 판)’은 개화기에 일본에서 들어온 말로서 상가의 영업내용을 알리기 위해 써 거는 판을 말한다. 간판이라는 말이 들어오기 전 우리나라 시장에는 간판이라는 게 따로 없고 ‘약(藥)’, ‘주(酒)’ 등 파는 물건 이름을 벽에 써 붙이거나 깃발에 써서 거는 것이 고작이었다. 시장에 벌여놓은 물건 자체가 간판 역할을 했기에 굳이 간판을 걸어야 할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대신 현판문화가 발달했다. ‘현판(懸板“달아 놓는 판)’은 집의 이름을 짓고 그 이름을 써서 건 것으로서 건축의 한 양식이었다. 현판을 걸어야만 하나의 건축물이 완성된 것으로 여겼다. 경복궁의 정문에는 “빛이 사방을 덮고 교화가 만방에 미친다.”는 의미의 “광피사표, 화급만방(光被四表 化及萬方)”이라는 말에서 ‘光’과 ‘化’ 두 글자를 따서 ‘광화문’이라는 현판을 걸었고, 종을 울려 시간을 알리는 집에는 ‘믿음을 펼친다(普信)’라는 의미를 담아 ‘보신각(普信閣)’이라는 현판을 걸었다. 궁궐이나 사우는 물론 개인의 집에도 깊은 의미를 담아 이름을 짓고 현판을 제작하여 걸었다. 전주 동물원도 건축양식의 완성과 함께 깊은 의미를 담기 위해 ‘기린원’이라는 현판을 건 것이다. 현판 ‘기린원’의 기린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목이 긴 동물 즉 쥐라프(giraffe)라고 부르는 그 기린이 아니다. 한자문화권에서 말하는 기린은 상상의 동물로서 수컷은 기(麒), 암컷은 린(麟)이라고 한다. 용의 머리에 사슴의 몸, 소의 꼬리에 말의 발굽과 갈기가 있으며 린(麟)은 이마에 뿔이 하나 있고 기(麒)는 뿔이 없다고 한다. 쥐라프를 기린으로 명명한 것은 중국 명나라 때 아프리카로부터 쥐라프를 들여온 이후의 일이다. 전설상의 기린은 덕이 높은 성인의 출현을 알리는 전조(前兆:조짐)로 나타난다고 한다. 중국뿐 아니라 우리 역사에도 기린에 대한 기록이 보이는데 고구려의 건국 시조 주몽은 건국의 대업을 완성한 후 기린을 타고 승천했다고 한다. 전주 동물원 ‘기린원’은 덕망 높은 지도자가 나올 조짐을 전주에서 기린이 나타나 온 세상에 처음으로 알리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지은 이름이다. 지금 우리는 한자를 도외시함으로써 참으로 많은 것을 잃고 있다. 역사와 문화의 깊은 의미가 사라지고, 학생들의 문해력은 날로 낮아지고 있다. 전주동물원에 다시 ‘기린원’ 현판이 내걸리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김병기 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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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5.16 14:33

세 장면

해마다 7월 열 엿새, 할아버지 생신날이면 시골집에 이름난 광대가 와서 소리판을 벌였다. 마당이 넓었고, 김매기도 끝나 이제 농한기였다. 소리판은 밤 여덟시 경, 인근 마을 사람들까지 300명 정도가 잔치집 마당에서 펼쳐졌다. 명창은 풍채가 좋았다. 키가 1미터 80이 넘는 명창이 마당에 서노라니, 윤기 나는 까만 갓과 한산 세모시 두루마기가 도드라졌다. 나는 어려서 그분의 소리를 들었는데, 그 분이 소리하는 세 장면이 아직까지도 생생하게 떠오른다. 첫 번째 장면 : 명창은 ‘범피중류’를 불렀다. 심청이 남경장사 선인배에 올라 인당수에 이르는 도저한 장면, ‘범피중류’를 그야말로 유장하게 소리했다. 고요한 바다를 한참 가다가, 배가 인당수에 이르자, 갑자기 고요한 바다가 심하게 요동친다. 심청은 도사공에게 도화동이 어디쯤이냐고 묻는다. 그리고 심청이 도화동을 향해 합장배례를 하며 말한다. ‘아버지 부디 편안하시오’라고 절을 한다. 큰 키의 명창이 갑자기 심청이처럼 작아졌다. 심청이 ‘아이고 아부지’라고 외치면서 바다로 떨어진다. 키 큰 광대가 부채를 딱 떨구더니 앞으로 꺼꾸러지며 물에 빠지는 형용을 했다. 관중들이 모두 ‘우~’ 탄식하며 앞으로 쓰러졌다. 마을의 처녀와 부인네들이 흐느꼈다. 어린 아이들은 영문도 모르고 따라 울었다. 두 번째 장면 : 한식경이 지났다. 명창은 이번에는 <박타령>을 불렀다. 흥보는 첫 번째 박을 아내와 함께 톱질을 하면서 탄다. 한 많은 흥보씨 집에 경사가 생겨났다. 박통 속에서 쌀과 돈이 많이 나온다. 흥보가 돈과 쌀을 부어낼 때마다 마을 사람들이 모두 어깨를 들썩이면서 좋아했다. “돌아서다 돌아보면 쌀도 도로 하나 가득, 돌아섰다 돌아보면 돈도 도로 하나 가뜩”. 휘모리는 판소리 장단 가운데 가장 빠르고 숨 가쁘다. 큰 키에 세모시 두루마기를 입은 명창은 팔을 딱 걷어 올리더니, 흥보가 되질하는 모습을 형용하면서 노래불렀다. 영낙없이 궤 속에서 돈과 쌀을 되아 내는 형용이었다. 사실 이 노래는 지금은 이 대목을 2분 정도 불러, 돈과 쌀이 그득한 흥보집을 그려낸다. 그런데 명창은 이 대목을 20분 정도 불러서 돈과 쌀을 되아냈다. 자식은 많고 형님에게 쫓겨나서 그렇게 굶주렸던 흥부 내외가, 돈과 쌀을 만났으니 한을 풀기 위해서라도 명창은 노래로 돈과 쌀을 부어냈다. 명창은 팔이 부러질 정도로, 몸이 움직일 수 있는 한도까지는 되아낸다는 그런 느낌으로 노래 불렀다. 휘모리로 돈과 쌀을 부어냈다. 명창이 쓴 갓은 뒤꼭지에 늘어붙어 있고, 속적삼 밖으로 두루마기까지 땀이 철떡철떡 젖어있고, 목이 탁 쉬어서 소리가 안나오고, 기진맥진할 정도까지 되어내다가 주저앉았다. 마을의 모든 사람들도 기진맥진할 지경이 되었지만, 눈앞에 쌀과 돈이 솟아올라 산을 이루는 장면에 흡족했다. 세 번째 장면 : 한식경이 지났다. 명창은 이번에는 ‘적벽강 불지르는데’를 불렀다. 적벽강에서는 주유와 조조 선단 사이에서의 격전이 막 시작되었다. 황개 선단은 북을 울리고 불화살을 쏘아대며 조조의 선단으로 진격했다. 마침 동남풍이 불어왔다. 조조 진영의 모든 배들이 연환계로 묶여서 화염이 충천했다. 명창은 빠른 속도로 불타오르는 적벽 장면을 그려냈다. 명창의 불타오르는 적벽을 따라, 좌중의 얼굴도 모두 지지 벌겋게 익어갔다. 강물은 불빛 천지로 변화했고, 글깨나 읽은 관객들도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명창은 자신이 적벽강에 질러놓은 불길을 끌 생각도 않고, 좌중과 함께 술을 마셨다. /유영대 국악방송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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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5.09 13:51

예술이 삶이되는 아름다운 땅을 꿈꾼다

예술은 삶이다. 코로나19유행이 점차 줄어들면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자 여러 곳에서 기지개를 켜면서 못했던 일상의 일들을 다시 시작하려고 하고 있다. 그 가운데 눈 여겨 볼 것은 공연을 비롯한 예술 활동 들이다. ‘사람이 빵으로만 사는 게 아니다’ 라는 말은 인간의 예술 활동을 염두에 두고 한 말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의 예술 활동은 어느 나라든지 공통적 욕구이겠지만 우리민족처럼 생활의 모든 면에서 기쁨이든 슬픔이든 노래와 춤으로 표현하면서 삶을 영위해온 민족은 지구상에서 흔치 않을 것이다. 이러한 우리민족의 예술적 소질은 오늘날 까지도 우리 후손들에게 이어져 오면서, 세계 곳곳에서 우리민족의 뛰어난 문화 예술적 감각을 유감없이 발휘하여, 세계인을 감동시키고 세계인으로부터 아낌없는 찬사를 받고 있다. 문화 예술을 통하여 우리의 삶과 사상을 표출하며 세계를 향해 크게 소리치는 당당함은 바로 우리 민족의 긍지이자 미래의 국가 자산이라 할 수 있다고 본다. 관광에 있어서도 우리가 문화관광에 눈을 맞추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할 때이다. 그리고 관광객의 대상도 젊은 층을 대상으로 바꾸어야 될 시점이다. 문화관광객은 이미 세계관광기구(WTO)에서 국제관광객의 37%를 넘어섰다고 보고하고 있다. 유럽의 뮤지엄을 방문하는 관광객을 보니 놀랍게도 20대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이 가장 높았다는 의외의 결과를 나타냈다. 이는 여행활동의 양이 가장 왕성하여 소비력이 높고 자신의 여행 경험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전파하는 자발적인 홍보 메신저의 역할을 한다는 측면에서 가장 매력 있는 여행유인 대상으로 여겨지고 있다. 실 예로 살펴보더라도 전주 한옥마을을 비롯한 전주를 찾는 관광객은 대부분이 젊은 층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제는 이 지역을 찾는 이들에게 문화를 가지고 매력을 느끼게 해야 된다. 지역의 문화유산에 정체성 있는 옷을 입히고 그러한 작업을 할 수 있는 젊은 문화예술인들이 지역에 거주하고 작업할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이러한 바탕을 마련하기 위해 지방 거점 도시 형태로 메가시티를 조성해 발전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지역 특성화 정책을 과감히 펴서 메가시티가 수도권과 같이 발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난 4월 19일에는 국내 최초의 특별지방자치단체인 ‘부산, 울산, 경남 특별연합‘이 출범했다. 특별지자체는 복수의 지자체가 공동의 단체장과 의회까지 구성해 단일 경제. 생활권을 만들고 정부가 지원하는 새로운 개념의 균형발전 모델이다. 정부가 작년 10월 도입했다. 해외 선진국에서는 2000년대부터 일찌감치 메가시티를 구축해 왔으며 프랑스는 여러 지역을 모은 상호 공동체적 도시를 구성하는 “메트로폴‘을 운영하고 있고, 영국은 8개 대도시권 중심으로 메가시티를 구성했다. 부울경 특별연합은 2040년까지 현재 790만 명인 인구를 1000만 명으로, 275조 원인 지역내 총생산(GRDP)은 491조 원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특별연합은 지방이 소멸하는 절박한 상황에서 나온 대안이다. 우리 고장 전북도 메가시티 조성이 절실하다. 메가시티 조성으로 지방소멸의 마침표를 찍는 전기가 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이 땅, 전북은 어느 곳보다 문화예술의 DNA를 풍성히 가지고 있는 땅이다. 이 DNA 를 살려서 우리 전북에서 예술을 바탕으로 새로운 시대를 이루기를 소망한다. 예술은 삶이다. /심가희 아트네트웍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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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5.02 13:36

재택근무와 기업문화의 변화

우수한 인재의 확보와 유지가 지역 경쟁력의 핵심이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얼마 전 만난 지역의 한 국립대학 컴퓨터학과 교수에 따르면 졸업생의 90% 이상이 수도권의 기업으로 간다고 한다. 이유는 지역 내 일자리 수가 적고, 있다 해도 그들의 눈높이에 맞는 기업이 거의 없다보니 대부분 소위 큰물에서 놀려고 상경을 택한다는 것이다. 지역의 인재 유출은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덮어놓고 있을 일도 아니다. 그들의 눈높이를 맞추는 방법 중의 하나는 일하고 싶은 좋은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구직 또는 이직 시장에서 기업선택의 중요 변수로 떠오르고 있는 재택근무(유연근무)에 주목하는 이유이다. 소위 잘나가는 기업들도 그들 간의 리그에서 뒤지지 않으려고 재택근무를 내걸고 인재 유치에 공을 들인다고 하니, 이참에 우리지역을 재택이나 원격근무의 선도도시로 만들어 보는 것도 좋겠다. 국내 굴지의 인터넷플랫폼인 N사가 자사직원 대상으로 새 근무제도에 대해 조사한 결과, 사무실 출근과 재택근무 병행을 선택한 직원이 90%가 넘었다. 더 놀라운 점은 주5일 내내 재택근무를 선호하는 비율이 40%를 상회했다고 한다. 주5일 사무실 출근은 2% 수준에 그쳤다. 또 다른 조사에서는 재택근무자의 80%가 재택근무에 만족한다고 답했다고 한다. 미국의 글로벌 IT 기업들도 슬금슬금 재택근무를 철회하려다 역풍에 시달리고 있다. 절반이 이직을 검토하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코로나 19 기간 동안 기록적인 수익을 올렸고, 이제는 기술의 발달로 일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국내 IT기업들의 다수는 재택근무를 기본으로 하되 필요한 경우에만 출근한다. 제조업의 대표기업인 삼성전자 조차도 재택근무 비율을 최대 50%까지 가능하게 했다. 한 클라우드 기업은 영구 주4일 재택으로 인재를 유치하고 있다. 향후 입사 또는 이직을 준비할 경우, 재택근무 시행 여부가 입사 조건에 영향을 미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특히 과반수의 응답자가 입사 또는 이직을 준비할 경우, 재택근무 시행 여부가 입사 조건에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다. 직장선택도 이젠 재택여부가 중요한 요소가 된다. 붙여 주기만 하면 충성을 다하겠다는 시대가 서서히 저물고 있는 것이다. 특히 신세대 직원들을 중심으로 유연한 업무환경을 더 선호하는 추세다. 경기연구원의 조사에 의하면 코로나19 종식 이후 재택근무 빈도로 주 3회를 가장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근로자 10명 중 8명꼴로 같은 근로조건이라면 재택근무를 할 수 있는 직장을 원하는 것으로 보아, 재택근무 가능여부를 중요한 복리후생으로 인식한다. 우리 지역에서도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닐 것이다. 지역의 중소기업의 경우 재택근무 시행이 어렵다 보니 갈수록 인력난이 심화할 우려가 있다. 중소기업의 재택근무 확대를 위해 재택근무 도입에 관한 종합컨설팅 제공, IT 관련 인프라 비용과 재택근무 관련 간접비용 지원 확대 등이 필요하다는 경기연구원의 연구 결과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IT 기업뿐만 아니라 비 IT기업도 디지털 전환을 촉진하기 위해 근무 체제를 유연하게 적용하되, 이에 필요한 원격근무 인프라 투자와 근무지원시스템 비용은 일정부분 정부나 지자체가 지원하면 좋을 것이다. 굳이 수도권에 살지 않아도 주거환경 좋은 지역에서 원격으로 근무하는 게 일상이 되는 시대가 머지않아 올 것이다. 팬데믹을 거치면서 예상보다 빠르게 세상은 변하고 있다. 어차피 가야할 길이라면 한발 앞서 가는 게 좋다. /이영로 전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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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4.25 13:57

‘도로묵’, ‘도로무공(徒勞無功)’이 되어서는 안 된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통속어(通俗語) 가운데 ‘말짱 도로묵’이라는 말이 있다. 국어사전은 “아무 소득이 없는 헛된 일이나 헛수고를 속되게 이르는 말”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말짱’은 ‘속속들이’, ‘모두’라는 뜻을 가진 부사로서 ‘도로묵’을 수식하고 있으므로 ‘도로묵’이 ‘헛된 일, 헛수고’라는 뜻을 가진 말임을 알 수 있다. ‘도로묵’의 어원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있으나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조선 선조임금으로부터 비롯되었다는 설이다. ‘묵어’라는 볼품없는 물고기가 있었는데 임진왜란 피난길에 허기졌던 선조가 맛있게 먹은 후, 격을 높여 ‘은어’라고 명명했다고 한다. 전쟁이 끝난 후, 옛 생각이 난 선조가 은어를 다시 먹었는데 맛이 전과 같지 않자, “도로 ‘묵어’라고 하라”고 한 것이 오늘 날 ‘도로묵’ 혹은 ‘도루묵’으로 굳어져 ‘말짱’이라는 부사와 결합하여 ‘완전히 헛된 일이나 헛수고’라는 뜻으로 쓰이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항간에 떠돌아다니는 이야기일 뿐 근거가 될 만한 문헌기록이 있는 것은 아니다. 필자는 ‘도로무공’이라는 말이 와전되어 ‘도로묵’이 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도로무공’을 빨리 읽다보면 ‘도로묵’으로 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도로무공’은 한자로 ‘徒勞無功’이라고 쓰며 각 글자는 ‘한갓(헛될) 도’, ‘수고로울 로’, ‘없을 무’, ‘공 공’이라고 훈독한다. “헛되이 수고했을 뿐 아무런 공적이 없다”라는 뜻이다. 중국 남송시대 성리학자인 주희(朱熹)가 『시경』의 「보전(甫田)」시에 주석을 붙이면서 “작은 일을 싫어하면서 큰일에 힘쓰고, 가까운 것을 홀시하면서 먼 것을 꾀하면 헛되이 수고할 뿐 공이 없다.(厭小而務大, 忽近而圖遠, 將徒勞而無功也.)”라고 한 말에서 비롯된 4자 성어이다. 발밑에 놓인 현실적인 일은 하지 않고 원대한 꿈만 꾼다면 매사가 헛수고라는 뜻이다. ‘도로묵’이라는 말과 같은 뜻의 통속어로 ‘도로아미타불’이라는 말도 있다. ‘나무아미타불’은 “완전히 아미타 부처님께 귀의한다.”라는 다짐의 주문이다. 불교에 처음 입문하면서 외우기 시작하여 평생 외우는 주문이다. ‘도로 아미타불’은 그렇게 수십 년 동안 외운 ‘나무아미타불’의 공덕이 전혀 없이 헛수고가 되었다는 뜻이다. 파계한 스님을 두고 하는 말이었다. 개인이든 국가든 매사를 잘 가꿔나가야 공이 쌓인다. 성실한 노력이 없이 원대한 꿈만 꾸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도로무공이고, 한 순간의 실수로 오랜 동안 쌓아온 공적이 와르르 무너져 내리는 것은 허망한 도로무공이다. 전자든 후자든 도로무공이 되어서는 안 된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우리 국민들은 왠지 불안하다. 애써 쌓아올린 경제성장과 민주화의 공든 탑이 대통령 한 사람의 잘못된 가치관과 판단으로 인해 무너져 내리는 꼴을 여러 차례 경험했기 때문에 국민들은 불안한 것이다. 4.19의 숭고한 정신이 5.16쿠데타로 퇴색해버렸고, ‘1980년의 봄’이 신군부의 등장으로 다시 싸늘해졌으며, ‘지못미’의 통곡을 낳은 노무현 대통령의 갑작스런 서거와 탄핵을 맞은 박근혜 정부의 불행을 보면서 우리는 ‘도로묵’, ‘도로무공’의 허탈감과 배신감을 너무나 많이 경험했다. 다시는 대통령이나 정부가 ‘도로묵’이나 ‘도로무공’의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 국민의 감시가 필요하다. /김병기 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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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4.18 11:39

윤진철이 소리하다가 울었다

토요일 국립극장에서 윤진철 명창의 완창 <심청가> 공연이 펼쳐졌다. 이 공연은 오후 세시에 시작해서 여덟시까지 꼬박 다섯시간을 채웠다. 윤진철은 격조있고 우아한 소리를 연행하면서, 청중을 상대로 우스갯소리를 통해 소리판을 사로잡았다. 윤진철의 목소리는 수리성으로, 단단하고 질러내는 상청도 추종을 불허하지만 중하성의 연행도 아주 멋들어지게 풀어내는 당대의 소리꾼이다. 그의 목소리는 극적인 대목을 제대로 연출하여 맛있게 표현하며, 특히 찐한 진계면을 실감나게 노래하는 것이 최고 장기이다. 윤진철 명창은 언제나 자신의 소리에 온갖 정성을 다한다. 나는 윤진철이 무대에서 혼신을 다해 소리하는 모습을 볼 때면, 저렇게 소리하다가 정말 죽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여러번 들었다. 그는 높이 질러내는 소리를 내기 위하여 특별한 기교를 갖고 있다. 단전에 힘을 모으려고 몸을 앞으로 수그려 잔뜩 웅크린 자세를 보이다가, 몸을 펼치면서 터트려 질러낸다. 그렇게 질러내는 고음에 나는 여러번 진저리 쳤다. 윤진철은 그가 이번 무대를 혹시 자신의 마지막 무대로 생각하고 임하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한방울의 기운도 남기지 않고 모두 소모해버리는 진정한 소리꾼이다. 그런데, 윤진철 명창이 소리를 하다가 울었다. 심청이 인당수로 떠나기 전날 밤의 정황을 그려내는 노래, ‘눈어둔 백발부친’을 부르다가 울었다. 행선날을 하루 앞두고, 죽음을 마주한 심청이 잠든 아버지를 바라보면서 부르는 처연한 대목이다. 처음에 울먹울먹하다가 아예 어깨를 들썩이며 흐느끼듯 노래를 이어갔다. 노래부르다가, 문득 병원에 계셔서 면회도 어려운 어머니 생각과 겹쳐서 주체할 수 없었다고 한다. 그는 그런 와중에도 소리를 제대로 이끌고 갔다. 판소리가 울음소리와 완전히 하나가 되었다. 그 소리는 오장육부에서 쏟아져 나오는 통곡처럼 다가와서, 나도 안경 너머로 눈물을 닦아내다가 아예 안경을 벗고 그냥 따라서 울었다. 윤진철의 진정성을 따라서 관객들도 동조해가면서 흐느꼈다. 흔히 인터미션이 지나면 관객 일부가 빠져나가 객석이 비는데, 이날 공연에서는 한 사람도 나가지 않고 자기 자리를 지켰다. 그리고 광대 윤진철이 소리를 마치자, 당연하게도 모든 관객들이 윤진철을 향해 일어나 환호작약하면서 박수를 쳤다. 이런 찐팬들이 있다면 소리꾼은 얼마나 신이 날까. 공연을 마치고 나가는 관객들이 나를 향해 말한다. “역대급 공연이었어요”, “이런 공연은 10만원으로 봐도 안 아까워요.” 어떤 분이 나를 향해, “아까 우시던데요!”라고 놀렸다. 그래서, “선생님도 우셨잖아요?”하니까, “어떻게 아셨죠. 펑펑 울었어요.”라고 대답하고 산뜻하게 극장을 나선다. 소리판은 마치고 그와 함께 늦은 저녁을 먹었는데, 윤진철 명창은 지금까지 48년 소리하면서 이렇게 일순간에 관객이 기립박수를 치는 것은 처음 경험이라고 기뻐했다. 그런데 좋은 공연을 본 다음 날인 지금, 나는 몸이 몽둥이로 마구잡이로 맞은 듯 뻐근하다. 예전부터 좋은 소리를 들으면 다음날 몸살이 날 듯 아프다고 했는데 그 말이 잘 들어맞았다. 좋은 소리를 듣고서, 다음날 몸이 기운을 잃고 멍하니 있게 되는 현상을 ‘소리몸살’이라고 부른다. 소리를 부른 사람에게도 몸살이 오지만 관객도 광대가 부르는 다섯 시간의 소리 흐름을 따라 마음을 죄었다 풀었다 하느라고 저절로 굳게 되는데, 그 몸살이 여태까지다. 그러나 이런 유쾌한 몸살이라면 얼마든지 아파도 좋다. 그걸로 다른 설움을 풀게 되니까. /유영대 국악방송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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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4.11 14:47

이 시대의 화두 - 갈등 넘어 화합의 하모니를 기대한다

지난 2월 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세계전역에서 우려와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이러한 전쟁은 얼른 생각하기에는 정치적인 문제이거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방편으로 생각할 수 있고 우리와는 거리가 먼 이웃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고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오늘날의 세계는 말 그대로 지구촌이라는 말이 실감 날 정도로 우리와 무관 할 수 없게 돌아가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일들은 단순히 정치적이거나 그에 부수적으로 경제적인 문제로 번져서 원유 값이 오르고 그에 따라 우리에게도 피부로 와 닿는 피해를 느낄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이뿐만이 아니라 문화 예술계에도 그 영향은 크게 나타나고 있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 러시아의 대표적인 지휘자 발레리 게르기예프를 비롯한 친(親)푸틴 인사들의 공연계 퇴출이 잇따르고 있고, 러시아 최고 발레리나로 꼽히는 올가 스미느로바(30)는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판하며 볼쇼이 발레단을 탈퇴해 네델란드 발레단으로 옮겼다. 한편 러시아의 침공을 받은 우크라이나에서는 문화유산을 지키기 위한 우크라이나인들의 노력도 눈물겹다. 1905년 설립된 국립 안드레이 셰프티츠키 박물관에선 러시아의 공습이 시작된 직후, 소장품을 겹겹이 포장해 안전한 장소에 숨기고 있지만 그럼에도 문화유산 파괴는 갈수록 늘고 있다.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전 세계의 반 러시아 문화전쟁은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지난 2월25일 미국 카네기홀에서는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빈 필하모니 오케스트라와 협연을 선보였다. 당초 이날 무대에는 러시아출신인 지휘자 발레리 게르기예프와 피아니스트 데니스 마추예프가 설 예정이었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지휘자 야닉 네제세겡과 조성진으로 급히 변경됐다. 조성진의 “깜짝 대타” 공연은 난도 높은 곡을 암보(暗譜)로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선보였고, 세계최고라는 빈 필이 받쳐주며 하모니를 이룰 수 있었다. 필자는 1991년 한.러 수교 전, 공연차 러시아를 방문한 적이 있다. 일정을 마치고 모스크바 볼쇼이 극장과 레닌그라드(상트 페테르부르크) 고리키극장, 푸쉬킨 박물관을 방문해 발레공연과 예술작품을 감상하며 큰 감동을 받았다. 그러던 중 어느 토요일 갑작스럽게 화폐개혁이 일어나 혼란을 겪으며 은행 앞에 장시간 긴 줄을 서서 당혹해 하던 러시아인들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귀국 후 그해 12월 단 한 장의 간단한 성명서와 함께 소련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당시 러시아를 다녀 온 뒤 필자는 그 때의 영향을 바탕으로 “유리벽” 이라는 작품을 구상하여 국제무용제에 출품하였다. 그 작품의 한 부분을 옮겨 본다면 나누임으로 황폐된 하나의 모습은 갈라진 몸과 마음/ 너와 나의 기호를 더듬는 두 세월이었다./어린 날의 아름다운 기억도/ 젊은 날의 빛나는 사랑도/너 나를 찾아 헤매는/ 나 너를 찾아 헤매는 여울이었을 뿐/ 유리벽 앞에선 오늘이 없다./저 만나질 듯 엇갈리는 유리벽 무너뜨려 하나가 되는/찬란한 신명은 영영 오지 않을 것인가?/ 절규하며 벼랑위에 흔적을 남긴다. 어쩌면 러시아의 침공으로 일어나고 있는 오늘의 사태는 우크라이나인들에게 이러한 모습으로 살게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국제적으로나 국내적으로나 정치․사회적으로 어수선한 현실들이 갈등을 넘어 화합의 하모니를 기대해 본다. /심가희 아트네트웍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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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4.04 13:08

메타버스와 문화예술 공간의 확장

코로나19의 끝이 요원하다보니 해외여행이라는 용어자체도 이제 생소하게 느껴진다. 되돌아보면 불과 몇십년 전만 해도 태어난 지역도 못 벗어나고 생을 마감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우리는 미래세대가 써야할 지구자원을 무분별하게 소비한 마지막 세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가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는 이제는 가상환경으로 대체 가능한 인간의 활동은 굳이 거리이동과 시간을 소비하면서까지 에너지를 소비 하지마라는 것이다. 실제로 가상환경의 편리함과 효과성을 체험한 세대를 중심으로 코로나 이후에도 계속 온라인 활동에 잔류하고자 하는 부류가 있을 것이다. 지역의 문화예술 및 관광업계도 방문 또는 직접참여 중심에서 벗어나 온오프라인을 넘나드는 자유로운 생산, 소비체계로의 전환을 적극 추진할 시점이 된듯하다. 우리지역 고유의 차별화된 문화예술 체험 및 소비를 디지털공간에서도 동일하게 하도록 관심을 가져보자. 굳이 메타버스를 언급하지 않아도 현실과 가상의 장점을 살리면 과거에는 없는 새로운 서비스의 구현이 가능하다. K-팝 콘텐츠와 같은 대중성이 강하고 다수의 관객층을 확보한 서비스는 통신사 또는 엔터테인먼트사를 중심으로 자체 XR 스튜디오 등을 구축하여 빠르게 가상환경으로 전환함으로서 오프라인 공연과는 별개의 새로운 수익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전통문화예술을 포함한 지역의 문화산업 분야는 별도의 메타버스 환경의 컨텐츠 제작을 위한 시스템을 구축할 여력이 없고, 특히나 자생력이 취약한 지역의 소규모 또는 개인 창작자를 위한 메타버스 플랫폼은 아직 시작도 못한 상황이다. 우리지역의 상징적인 문화 관광 자산을 메타버스 환경의 가상화 공간에서도 동일하게 구현하여 체험하게 하고, 그들 중의 일부는 직접현장을 방문하게 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면 지역의 전통 이미지도 새로운 세대의 취향에 맞게 변화한다. 전주역 첫마중길에 위치한 전북 VR/AR제작거점센터를 중심으로 관련 교육, 체험 시설이 운영되고는 있지만 온라인으로 직접 제작, 편집 및 활용이 가능한 플랫폼은 부재한 상황이다. 정보기술의 활용에 익숙치 않은 지역의 문화 예술인에게 쉽고 편리하게 창작 및 제작환경을 제공하기 위한 공통 플랫폼이 필요하다. 이를 통하여 문화예술 공급자와 소비자 간의 연결을 지원하고 새로운 산업으로 발전시키면 전통문화에 첨단기술이 융합된 새로운 지역 이미지 생성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우리지역에는 우수한 공공문화시설이 있지만 실감미디어시대에 창의력 있는 1인창작자에 대한 맞춤형 지원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일례로 음악공연, 사운드다큐멘터리 등 뮤직장르(KㆍSound) 분야를 대상으로‘나만의 가상공연장’을 제공하면 도시의 새로운 활력소가 될 수 있다. 제작자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도 참여하는 개방형 메타버스 공연서비스 환경의 구축도 일반인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할 것이다. 창의적인 문화예술인이 자유롭게 가상환경에서 창작활동을 하게하고, 기존의 잘 만들어진 공공 문화예술 인프라를 활용한 XR융합형 문화공유 플랫폼을 구축하면 시너지 효과도 기대된다. 1인창작자가 직접 XR콘텐츠를 촬영 편집하고, SNS와 연동된 NFT 기반의 상업적 거래환경 구현도 생각해 볼만하다. 1인창작자의 활동 및 작품이 대중적 지지를 받으면 메이저급 미디어 시장으로의 진출도 가능하게 된다. /이영로 전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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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3.28 14:15

중국의 ‘조선족’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재중동포’이다

적지 않은 뒷얘기를 남기고 2022년 북경 겨울올림픽과 패럴림픽이 끝났다. 올림픽은 끝났지만 우리는 지난 3월 4일 올림픽 개막식에서 한국 고유의 한복과 춤이 중국 소수민족의 옷과 춤으로 둔갑하는 상황이 연출됐음을 기억해야 한다. 우리는 ‘한복 침탈 공정’이라며 발끈했지만, 중국 측은 오히려 혐한을 부추기며 그들의 소행을 정당화했다. 중국은 약 93%의 한족과 55개 소수민족으로 구성돼 있는데 소수민족이 국토 면적의 50~60%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내몽고와 신강(新疆:위구르), 서장(西藏·티베트)의 면적이 크고 인구가 많다. 중국이 그들의 소수민족으로 치부하는 ‘조선족’이란 길림(吉林)·요녕(遼寧)·흑룡강(黑龍江) 등 동북 3성에 주로 사는 우리 한민족을 말한다. 과연 이들이 중국의 소수민족일까? 결코 아니다. 그들은 중국의 소수민족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재중동포’다. 내몽고는 1368년 원(元)나라가 망하면서 진즉에 중국에 복속됐다. 신강은 위구르족이 오랜 역사를 이어왔지만, 1884년 청나라가 새로운 강역(疆域)이라는 뜻에서 신강성(新疆省)을 설치하면서 중국에 흡수되었다. 서장(西藏)도 티베트족이 독자적인 역사와 문화를 이어왔지만 1253년 원나라에 정복당했다. 원나라 멸망 후 잠시 독립을 유지했으나 청나라 때 다시 복속 당했고, 1951년에 지금의 중국이 점령했다. 따라서 위구르인과 티베트족에겐 모국이 따로 있지 않다. 이에 비해, 동북 3성 지역은 역사적으로 고구려와 발해의 영토였을 뿐 아니라, 고려와 조선 시대에도 다수의 한민족이 살았다. 특히 간도(間島) 지역은 조선말까지 조선의 영토였다. 이런 바탕 위에서 일제 강점기에 탄압을 피해 한반도의 조선인들이 간도 등 만주 지역으로 이주했다. 당시 이주한 한민족이 지금 중국 정부가 말하는 조선족의 대부분이다. 이들 한민족은 위구르족이나 티베트족처럼 청나라 이전에 그들의 나라 전체가 중국에 복속된 경우가 아니다. 그들의 모국 ‘대한민국’이 현재 엄연히 존재하고 있는 가운데 생활 근거지만 지금의 중국 영토에 두고 있을 뿐이다. 그러므로 그들은 대한민국의 해외교포로서 ‘재중동포’이지 결코 중국의 소수민족이 될 수 없다. 1992년 8월, 한·중 수교 때 중국 측이 조선족이라고 칭하자 우리도 덩달아 조선족이라고 칭한 것이 화근이 되었다. 당시 중국 정부를 향해 ‘조선족’이 아니라, ‘재중 한국동포’임을 분명하게 밝혔어야 했다. 자랑스러운 모국 대한민국이 건재하기에 ‘재일동포’가 있고, ‘재미동포’가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우리가 줏대 없이 ‘조선족’이라고 부화뇌동하자 중국은 ‘조선족=중국 소수민족’→‘조선족=대한민국의 한민족’→‘대한민국의 한민족=중국 소수민족’→‘대한민국=중국 변방 국가’라는 논리를 세웠다. 이런 논리로 중국은 우리의 역사와 문화를 통째로 왜곡하고 심지어는 ‘속국’이라는 발언도 서슴지 않고 있다. 이런 바탕 위에서 한복과 한국 춤은 중국 소수민족의 옷과 춤이기 때문에 바로 중국의 전통의상이고 중국의 춤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재중동포’라는 말 대신 ‘조선족’이라고 칭한 말 한마디가 가져온 뼈아픈 결과이다. 지금이라도 우리 정부는 중국을 향해 ‘중국의 소수민족 조선족’이 아니라, ‘한국의 재중동포’임을 분명히 밝히고 시정을 촉구해야 한다. /김병기 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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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3.21 14:06

오수바우

일제강점기, 상당히 이름을 날렸던 명창 가운데 ‘오수바우’란 분이 있다. 오수암이라고 불리기도 했는데, <흥보가>를 잘 불렀다. 특히 그가 부른 ‘제비노정기’는 당대 제일가는 기량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평양의 한 부자가 오수암 선생을 초청하여 <흥보가> 판을 벌렸다. 평양 부자는 예술가들을 자신의 집에 초대하여 판을 벌리는 것으로 교양인의 자리에 올랐다. 자신의 집에서 소리판을 벌이고, 마을 사람들을 불러 모아 그 판을 즐기게 했다는 점에서 예술 후원자 대열에 충분히 끼어들었다. 보통 명창을 불러 소리판을 열어주려면 개런티로 1년 먹을 쌀을 주었다고 하니, 이 부자의 예술애호는 높게 평가받아야 한다. 오수암의 <흥보가> 판이 무르익었다. 가난하지만 착한 흥보는 자기집 처마에서 떨어져 다리가 부러진 제비가 안쓰러워, 다리를 묶어서 하늘로 날려 보낸다. 제비는 따뜻한 남쪽 나라 강남으로 돌아가 겨울을 지낸 다음, 이듬해 봄에 박씨를 입에 물고 조선으로 돌아온다. ‘제비노정기’는 강남에서 출발한 제비가 중국의 명승지를 두루 거쳐서 압록강을 지나고, 평양과 한양을 통과하여 흥보 집에 이르게 되는 과정을 서술하는 노래다. 제비가 날아가는 속도만큼이나 노랫말도 빠르게 연행되지만, 그 급한 행로의 끝에 남원 흥보집에 이르러서는 속도를 늦춰 너울거리면서 선회한다. 흥보가 반가워서 제비를 향하여 노래한다. “이리 오너라, 내 제비. 어디 갔다가 이제야 오느냐? 이리 오너라, 내 제비.” <흥보가> 가운데 가장 격정적이면서 시원한 대목 ‘제비노정기’는 이 대목에서 마무리되면서 소리꾼은 큰 박수를 받게 된다. 그런데 사건이 벌어졌다. 명창 오수암의 ‘제비노정기’가 “이리 오너라, 내 제비”에 이르렀을 때 갑자기 이 평양 갑부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이 양반은 갑자기 화를 벌컥 내더니 담뱃대를 휘두르면서 당대의 광대 오수암에게 달려들었다. 영문도 모르고 자신의 소리에 취해있던 오수암은 졸지에 갑부의 담뱃대에 머리를 맞아 피가 철철 흘렀다. 이 평양 갑부가 왜 이리 분기탱천하여 당대의 명창 오수암에게 분노를 터뜨렸을까? 부자가 분을 삭이지 못하고 이렇게 교양머리 없이 화를 낸 이유는 무엇인가? 상황은 잠시 후에 밝혀졌다. 평양 갑부 애첩 이름이 ‘제비’였다. 자신의 애첩을, 이 한갓 광대놈이 손짓하며, “이리 오너라 내 제비, 어디 갔다가 이제야 오느냐?”고 추파를 던지고 농락하는 모양이, 잠시 판소리를 들으면서 낮잠을 즐기던 노인의 귓전에 들리던 순간, 분을 못이겨 담뱃대를 날렸던 것이다. ‘이런 고얀 놈이 어디 있단 말인가? 광대라고 대접하여 초대하고, 소리판 벌려 주고, 따뜻한 밥도 먹이고 든든히 케라를 주어 보내려 했는데······’. 부유층이 예술을 애호하고 예술가를 후원하는 전통은 오래전부터 있어왔다. 부자들의 예술애호와 예술가 후원은 교양과 품격의 상징이었다. 이웃 사람들에게 예술작품을 향유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예술가의 생계에 도움을 주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요즘에도 교양 있는 부자들은 예술가를 후원한다. 부자들은 예술가를 후원할 뿐 아니라 문화예술재단을 만들기도 한다. 부자들이 예술의 애호가가 되는 일과, 예술가의 후원자가 되는 것은 아름답고도 멋진 일이다. 다만, 부자들이 화를 내지 않게 예술가는 조심해야 한다. 예술가는 원래 눈치가 빠르지만, 정말 느닷없이 화를 내는 부자들을 당할 재간은 없으니까. /유영대 국악방송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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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3.14 13:45

기후변화에 대한 그린세대의 이유 있는 외침

지구온난화라는 말은 일반 사람들은 자주 들으면서도 지금 현재 나와는 무관하다는 생각으로 지나쳐버리기 쉬운 말이다. 그러나 조금만 깊게 생각하면 이 말은 바로 오늘 나의 문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은 실제로 기후 변화를 느끼며 살고 있다. 겨울에도 눈이 오질 않고 봄, 가을은 느낄 겨를이 없고, 여름에서 곧바로 겨울로 변하는 시대가 이미 되어 버렸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온 상승으로 얼음과 눈이 녹고 토양의 수분이 증발하면서 건조한 조건에서 산불이 예년에 비해 자주 발생하는 것을 보고 있다. 인위적 온실가스 증가에 의해 지구의 기온이 상승 할 수 있다는 가설을 정량적으로 맨 처음 제시한 사람은 스웨덴의 노벨화학상 수상자였던 스반테 아레니우스이며, 그의 이론은 현대의 기후변화 과학의 태동을 여는 중요한 발견이었다. 현재 지구는 온난화로 인해 세계 여러 곳에서 자연 재해가 일상이 되고 있고, 우리 모두 탄소중립이라는 전 지구적인 과제에 적극 동참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점에 와 있다. 그린세대라 함은 환경 보호 운동에 적극 나서는 10대 후반-30대 초반 젊은이를 가리키는 말이다. 이들은 지구온난화로 인한 변화를 피부로 느낀 첫 세대로 환경문제와 기후 변화의 심각성을 알고 SNS와 개인 동영상을 통해 적극적인 환경 운동을 펼치고 있다. 그들은 기성세대의 안이함과 달리 기후위기의 결과를 온몸으로 겪어내야 하는 세대들이기에 각성은 절실하다고 보고 있다. “지금이 아니면 내일은 없다. 기후위기! 지금 말하고 당장 행동하라” 고 외치고 있다. 그린세대의 이유 있는 외침, 그 시작은 스웨덴의 16살 소녀 그레타 툰베리였다. 툰베리는 2018년 8월 스톡홀롬 의사당 앞에서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정책을 요구하며 1인 시위를 벌였고, 이 시위는 청소년들의 열띤 호응에 힘입어 ‘미래를 위한 금요일’이라는 기후파업운동으로 전개되었다. 문화예술인들 중 그린세대들과의 연대를 통해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 들고자하는 이들도 있다. “내가 가진 재능을 가지고 세상 곳곳을 아름답고 깨끗하게 만들고 싶다”며 산을 다니면서 생태정화 활동과 함께 재능기부를 실천하는 미술가가 있는가 하면 환경노래를 작곡해 보급하는 음악가도 있다. 필자가 이러한 기후변화 환경운동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1998년도와 2003년도에 알라스카 한국문화의 해를 맞아 기념공연에 참가하면서 부터이다. 당시 필자가 이끌던 錦林(비단숲)예술단의 작품은 자연환경에 대한 만물의 생성, ‘생동...林’이었다. 공연 후, 주최 측의 초대로 참가자들과 함께 배를 타고 빙하를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는데 아름답고 신비로움에 빠져있던 순간, 빙하 덩어리들이 녹아 떨어져 내려 모두가 지구온난화로 인한 재해를 우려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이러한 우려는 지금 현실이 되어 우리 앞에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의 산과 강, 바다, 습지 등 우리의 산하를 건강하고 아름답게 만들고 더 나아가 핵이나 오염, 지구온난화 등으로 위기에 처한 지구환경을 지키기 위해서는 그린세대뿐 아니라 모두가 나서야 하지만 기업들의 RE 100 ‘재생에너지 (Renewable Energy)100%' 참여와 문화예술인들의 예술 활동을 통해 기후변화에 대한 전 지구적인 과제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심가희 아트네트웍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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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3.07 13:44

지역 소상공인의 디지털 전환 방향

2000년대 초 시작된 급격한 출산율 저하, 최근의 최저임금 인상, 52시간 근로시간제 도입에 따라 노동인력 부족과 인건비 부담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소규모 자영업자들은 사람 구하기가 어렵거니와 비용부담으로 가족이 직접경영을 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주문이나 배송 같은 비핵심 업무는 온라인이나 비대면 방식으로 급격히 전환되고 있다. 패스트푸드점을 필두로 매장내 주문은 이미 비대면주문 방식인 키오스크로 전환된 지 오래고 거기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스마트 폰을 이용한 온라인 모바일 주문이 일상화 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디지털기기에 익숙지 않은 준비되지 못한 기성세대에게는 또 하나의 디지털 격차를 만들어 내고 있지만, 이제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은 디지털 기술로 기존의 경제사회 전반의 프로세스, 문화, 경험을 개선하거나 새롭게 창출하는 과정이며, 기존의 프로세스를 재구성함을 의미한다. 한편 상업적 거래에 있어서 디지털기술을 활용한 거래를 디지털커머스라고 부른다. 새로운 기술 트랜드에 익숙치 않는 소상공인 입장에서는 주문과 배송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플랫폼기업에 의존하게 되고 그러다 보니 지역의 소상공인에게 돌아가는 수익의 몫은 크지 않는 듯하다. 전주, 군산 등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공공배달앱을 통한 소상공인의 부담을 줄여 주는 노력을 하고 있지만, 궁극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한다. 가장 확실한 방법은 소상공인 스스로 디지털기술을 적용하여, 홍보, 주문, 판매, 배송 등을 온라인 매체를 활용하여 스스로 하게 하는 것이다. 최근 1인 미디어를 활용한 모바일 마케팅이 지역의 소상공인에게는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문제는 소상공인 입장에서 콘텐츠 제작 환경 구축이 쉽지 않고, 제작 능력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전주역 맞은편 첫마중길 인근에 전북AR․VR거점센터(JVAR)라고 있다. 주로 디지털기술을 이용한 1인 미디어 또는 컨텐츠 작성에 필요한 교육과 AR,VR 제작시설, 편집 스튜디오를 제공하고 있다. 또 전주시는 전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과 함께 옛 청소년자유센터를 개조하여 농식품, 패션, 지역특화상품 등 분야별 실시간 컨텐츠 제작 및 온라인 주문에 필요한 독립적인 지원센터를 조만간 오픈할 예정이다. 여기에는 실시간 방송을 위한 전문 스튜디오, 컨텐츠 제작에 필요한 각종 음향 및 영상제작 시설, 교육장, 커뮤니티 환경을 갖추고 지역의 소상공인의 온라인 판매활동을 지원한다. 지역의 방송, 결제, 배달서비스 기업과 협업하여 소상공인의 애로를 해결하는 원스톱서비스 제공도 추진할 예정이다. 대부분의 지자체에서 신산업 기업 유치, 창업 및 벤처 활성화에 열심이다. 이에 못지않게 중요하면서도 시급한 일은 기존산업의 디지털혁신이다. 1인 미디어를 활용하면, 지역의 소상공인은 지역의 특산품이나 제품의 판로를 대면방식에서 온라인으로 확장이 가능하고, 또 지역적인 한계를 넘어서 해외까지 판매를 확대할 수 있다. 문제는 소상공인 스스로 디지털 전환에 대한 의지가 있어야 한다. 또 스스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여, 자신의 비즈니스를 새롭게 전환하려고 하는 실행능력을 갖추어야 가능하다. 디지털커머스 지원센터를 통하여 지역의 대부분의 생산을 책임지는 소상공인 및 소기업의 디지털전환이 가속화 되기를 기대한다. /이영로 전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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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2.21 14:11

입춘대길 건양다경(立春大吉 建陽多慶)

입춘이 지나고서도 한 동안 꽤나 춥더니만 엊그제부터 진짜 봄인 듯 날씨가 포근해졌다. 요즈음이야 거의 볼 수 없는 풍경이 되고 말았지만 10여 년 전만해도 입춘날이면 “입춘대길 건양다경(立春大吉 建陽多慶)” 즉 “봄이 들어서는 날을 맞아 크게 길상하시고, 온 세상에 양기가 차오르는 봄에 경사스런 일이 많으시기를.”이라는 뜻의 ‘춘련(春聯)’을 써서 대문에 붙이는 습속이 있었다. 이외에도 다양한 내용을 담은 춘련을 써 붙였다. 두 구절이 짝을 이루는 시문을 ‘대구(對句)’라고 하며 이런 대구를 쓴 서예작품을 대련(對聯)이라고 한다. 대련은 건축물의 기둥에 써 건 주련(柱聯=영련楹聯)으로부터 비롯되었으며 주련의 기원은 ‘도부판(桃符板:부적을 그린 복숭아나무 판자)’에 있다. 중국 사람들은 복숭아나무가 귀신을 쫓는다고 믿어 예로부터 출입문 양편에 복숭아나무 판자를 붙여두고 잡귀를 검열하여 출입을 막아주는 역할을 하는 귀신인 ‘신다(神茶)’와 ‘울루(鬱壘)’의 상을 그리거나 이름을 써서 부적처럼 붙이는 풍습이 있었는데 이것이 도부판이다. 후대에는 귀신 형상 대신 길상어(吉祥語:길하고 상서롭기를 축원하는 말)를 붙이게 되었으며, 특히 입춘날에는 춘련을 써 붙였는데 춘련을 달리 ‘춘첩자(春帖字)’라고 부르기도 했다. 중국 5대10국 시절, 후촉의 황제였던 맹창(孟昶)은 어느 해 섣달 그믐날, “신년납여경, 가절호장춘(新年納餘慶, 嘉節號長春)”이라는 춘련을 써 붙였다. “새해에는 넘치고 남는 경사를 맞아들이고, 좋은 절기에 긴긴 봄을 노래 부르게 하소서”라는 뜻이다. 그런데 이듬해 송 태조 조광윤에 의해 맹창의 후촉은 망하고 조광윤의 부하인 여여경(呂餘慶)이 새로운 통치자로 부임했다. 곧 ‘여경(餘慶)’을 맞아들인 꼴이 되었으니 맹창이 써 붙인 “신년납여경(新年納餘慶)”이란 말이 어처구니없게도 딱 들어맞은 것이다. 뿐만 아니라, 조광윤의 생일을 ‘장춘절(長春節)’이라고 부르며 축제를 벌였으니 “가절호장춘嘉節號長春”이란 구절도 정확히 들어맞았다. 맹창에게는 불행이었지만 써 붙인 춘련의 효험은 100% 증명된 셈이다. 이때부터 사람들은 춘련의 효험을 믿으며 춘련뿐 아니라, 주련도 걸기 시작했고, 방안에도 대련 작품을 제작하여 걸었다. 본인이 쓰면 맹창과 같은 꼴을 당할 수 있다는 생각에 자신의 집에 걸 춘련이나 주련은 대부분 남에게 부탁하여 썼다. 물론 반성과 각오를 다지는 글은 스스로 서예작품으로 써서 걸기도 했지만 복을 비는 춘련은 대부분 남의 글씨로 써 붙인 것이다. 맹창 이후, 송나라 때에는 춘련이나 주련을 거는 습속이 성하였고, 원나라 명나라 때에는 춘련이 세시 풍속으로 정착하였으며, 주련은 하나의 건축양식으로 자리를 잡았다. 청나라 때에는 춘련과 주련뿐 아니라, 서예작품인 대련도 크게 유행하였다. 우리나라에는 조선 초기에 이미 이러한 춘련과 주련 문화가 있었으며, 조선 중기 이후에는 현판(懸板:집의 이름을 써 붙인 판)과 주련이 한옥 건축의 한 양식이 되어 한옥을 지은 다음에는 현판과 주련을 걸어야만 건축이 완성되는 것으로 여겼다. 현대에도 춘련도 써 붙이고, 한옥이면 당연히 현판과 주련을 걸며, 양옥이나 아파트에도 대문 양편에 주련 한 폭쯤 걸고, 집안에 대련 서예 작품 한 점이라도 건다면 우리의 생활이 한층 더 뜻깊고 아름다워 질 것이다. /김병기 전북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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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2.14 14:17

불쌍하고 가련한 사람들

이번 설날에도 판소리 <흥보가>를 여러 번 들었다. 명절이면 가장 많이 듣는 레퍼토리인데, 아마도 흥보가 아내와 함께 탄 박속에서 돈과 쌀이 나와서, 음식도 풍성하게 차리고 비단옷도 입고 좋은 집에서 살게 되었다는 결말 때문인 듯하다. <흥보가>는 형제간의 우애 문제를 다루면서 조선 후기 서민 사회의 궁핍한 정황을 살갑게 그려내고 있는 예술 작품이다. 흥보의 착한 성품과 놀보의 심술궂고 악착같은 성품을 대조하여 보여줌으로써 우리에게 긴장감과 흥미를 이끌어간다. 흥보는 제비의 부러진 다리를 고쳐준 대가로 박씨를 얻는다. 그렇게 열린 박에서 돈과 쌀이 나오고, 비단과 기와집이 나와서 흥보네 가족은 행복하게 살게 된다. 한편 형인 놀보는 일부러 제비다리를 분질러서 부자가 되려고 욕심을 부리지만, 악행을 저지른 것 때문에 오히려 봉욕을 당하고 재물을 빼앗기게 된다. 권선징악의 환타지구조에 충실한 작품이다. <흥보가>는 「흥보 매품을 파는 대목」, 「가난타령」, 「돈타령」 등 눈대목을 통해서 가난한 서민들이 고생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사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흥보가 타는 박에서 밥과 옷과 집이 차례로 나오는데, 이것은 조선 후기 민중들의 의식주에 대한 꿈을 환상적으로 반영한 것이다. <흥보가> 가운데 특히 흥미로운 것이 「돈타령」이다. 흥보는 박속에서 꾸역꾸역 나왔던 돈을 들고 춤추며 「돈타령」을 부른다. 노랫말은 돈의 생김새, 돈의 권능, 돈의 효과 등을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못난 사람도 잘난 돈, 잘난 사람은 더 잘난 돈”이라는 구절에는 돈에 대한 적극적 평가가 나타난다. 돈에 의하여 만사가 좌지우지되는 현실의 모습이 드러나 있다. 지배 양반들은 손에 돈을 만지지도 않는다고 위선을 떠는 데 반하여, 민중들은 그것의 중요함을 솔직하게 구가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돈타령」은 화폐경제의 시작을 알리는 하나의 증거가 된다. 다른 전승에 의하면 이 부분은 “잘난 사람도 못난 돈, 못난 사람도 잘난 돈”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못난 사람도 잘난 돈’은 이해가 되는데, ‘잘난 사람도 못난 돈’이 되는 이유는 선뜻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잘난 사람’은 야유의 표현일 듯하다. 진짜 잘난 사람이 아니라 돈 있다고 으스대며 거드럭거리는 이들을 ‘잘난 사람’이라고 총칭했다. 그러니까 졸부들이 으스대며 쓰는 돈이야말로 못난 돈이 되는 것이다. 흥보네 가족은 박속에서 나온 돈과 쌀로 상상을 초월하는 부자가 되었다. 궤짝을 비워내도 거듭 거듭 나오는 돈과 쌀은 무한대에 가까운 우리의 욕망을 표상한다. 그런데 부자가 된 다음 흥보가 보여준 태도에서, 나는 공동체를 이끌어가는 풍성한 리더십을 찾아낸다. 흥보는 “불쌍하고 가련한 사람들아, 박흥보를 찾아오소. 나도 오늘부터 기민을 줄란다”고 노래한다. ‘기민(飢民)을 준다’는 것은 굶주린 백성들에게 곡식을 나눠주어 배고픔을 면하게 하는 행위다. 부자가 된 흥보는 가장 먼저 불쌍하고 가련한 사람들을 생각했다. 전통사회에서 흉년이 들 때면 부잣집에서는 곳간을 열어, 굶어 죽기 직전에 있는 사람들에게 나눠주어서 모두 함께 살아남았다. 지금 우리 주변은 2년 넘게 지속되는 역병으로 인해, 정상적인 삶의 일상을 빼앗기고, 불쌍하고 가련한 사람들로 가득 차있다. 가장 쓸쓸한 설날을 보냈고 있을 이 불쌍하고 가련한 사람들에게, 흥보는 돈과 쌀을 나눠주겠다고 자기 집으로 부르고 있다. 그야말로 ‘잘난돈’이고, 이런 태도야 말로 공동체를 유지해나가는 힘이다. /유영대 국악방송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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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2.07 19:08

문화강국 KOREA,  세계가 한국을 주목 한다

심가희 아트네트웍스 대표 세계인의 축제가 열리고 있는 2020 두바이 엑스포에서는 지난 16일부터 20일까지 한국의 날과 한국주간을 맞아 특별행사가 열렸다. 16일 열린 한국의 날은 세계엑스포 참가국별로 열리는 국가의 날 공식 행사로서 두바이 엑스포의 심장이라고 불리는 알 와슬 프라자(Al Wasi Plaza)에서 개최됐다. 행사에는 문재인 대통령을 대표로 문승욱 산업부장관, 정의용 외교부장관, 유정렬 코트라사장 등 우리 측 인사 50명과 2020 두바이 엑스포 정부대표인 나흐얀 UAE 관용공존부 장관 등 두바이 측 인사 50명이 참석했다. 문화공연에는 리틀엔젤스 예술단과 태권도 시범단 K타이거즈, UAE 현지 인기그룹인 한국 아이돌그룹 스트레이 키즈가 출연해 전통을 바탕으로 한 역동적인 퍼포먼스로 눈길을 모았다. 문대통령은 이날 연설을 통해 한강의 기적을 이룬 한국과 사막의 기적을 실현한 UAE는 번영의 길을 함께 열어가고 있다며 지속가능한 미래로 가는 길에 한국의 혁신기술과 문화가 힘이 되길 바라며, UAE와 함께 세대와 국경을 넘어 함께 회복하며 함께 도약 할 것을 역설했다. 나흐얀 UAE 관용공존부 장관(두바이 엑스포 총괄책임) 또한 연설을 통해 우리 꿈에는 한계가 없다, 불가능이라는 단어는 없다는 것을 전 세계에 보여주고 있다면서 마음의 연결, 미래창조라는 엑스포 주제로 세계를 연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관은 2020 엑스포 관람객들에게 한국의 신기술을 보여주고 있고 4차 산업 혁명을 체험하도록 하고 있다며 두바이 엑스포를 넘어 한국과 특별한 동반자 관계를 한층 더 격상시켜 상생과 번영을 도모하고자한다고 했다. 우리정부는 두바이 엑스포 내 한국관 건립을 위해 총 471억 예산을 투입해 192개 참가국 중 5번째 큰 규모를 자랑한다. 두바이 엑스포 한국의 날 부대행사로 마련된 K-Pop 콘서트는 두바이 엑스포장 내 가장 큰 야외공연장인 쥬빌리 공원에서 진행됐다. 이날 공연에는 한국관 홍보대사인 가수 스트레이 키즈를 비롯해 싸이, 선미, 여자아이들, 골든차일드, 포레스텔라 등 6팀이 출연해 6천여 명의 관객들로부터 큰 환호를 받았다. 현지 대학마다 한류클럽소속 학생들은 한글을 알리기에 여념이 없었고, 관객들은 모두 한국어 노래를 따라 불렀다. 이번 2020 두바이 엑스포에는 새만금개발청 관계자도 한국의 날과 한국주간에 맞추어 참석했다. 새만금 개발에 총력을 다 하고 있는 새만금개발청 관계자들은 192개국이 참가한 두바이엑스포를 방문해 각 국가관을 둘러보며 최첨단 기술과 세계문화가 한 곳에 모여 있는 엑스포에서의 다양한 컨텐츠를 체험하며, 새만금 문화엑스포 추진계획과 새로운 문화 컨텐츠 개발을 구상하였다. 또 하나의 기적! 새만금의 기적을 기대해본다. 필자는 두바이엑스포를 보며 세계가 한국을 주목하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실감했다. 문화의 힘이다! 예전에는 한국을 알리기 위해서 밖으로 나가야만 했지만, 이제는 안으로의 세계화가 필요한 때이다. 정부는 2023년 새만금세계잼버리 대회 등 대규모 국제 행사나 전시회를 메타버스 이벤트로 개최할 방침이다. 한국의 세계화를 위해서는 눈을 크게. 더 멀리, 시선을 높이 두어야 한다. 한국은 최첨단 정보통신기술(ICT)과 문화가 결합된 새로운 컨텐츠 개발로 더욱 찬란한 문화강국을 이루어야 한다. /심가희 아트네트웍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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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1.24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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