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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창] 정치르네상스는 오는가

이경재 편집국장

 

학창시절 학교 앞 분식집은 되게 짰다. 라면 그릇당 가격도 만만치 않았고 반찬 가지수도 형편없었다. 주인의 말투는 퉁명스러웠고 사람이 들어오고 나가는 도중에 인사하는 법도 없었다. 한마디로 고객에 대한 서비스가 엉망이었다.

 

한참 뒤에 인근에 분식집이 하나 더 생겼다. 내부 인테리어는 깔끔하게 단장됐고 주인은 상술일 망정 상냥한 말솜씨로 학생들에게 관심을 쏟았다. 학생들의 입소문은 무척 빨랐고 새로 문을 연 분식집에 몰렸다. 원조 격인 학교 앞 분식집이 나중에 이런 소식을 전해듣고 서비스를 크게 향상시킨 건 물론이다.

 

독과점 시장 소비자 들러리

 

두 분식집의 사례는 시장경제의 원리를 잘 설명해 주고 있다. 독점 또는 독과점적 지위에 있는 경우는 소비자들에 대한 서비스가 대체로 소홀하다. 자본을 투입하거나 머리를 쓰지 않아도 수익성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쟁체제에 있는 경우는 가격을 내리고 품질과 서비스를 강화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 상품 하나를 팔기 위해선 고객을 감동시켜야 한다는 말까지 나오는 마당이다.

 

정치도 분식집 논리와 하등 다를 바가 없다. 국회나 도의회가 어느 특정 정당에 지배된다면 독과점적 지위가 형성되기 때문에 소비자인 주민들에 대한 서비스가 제대로 될 리 없을 것이다.

 

전북의 정당정치는 정당이라는 기구만 존재했지 실제로는 정당간 경쟁이라든지, 국회의원간 능력에 의한 경쟁을 찾기 어려웠다. 그 때문에 유권자는 선거때만 주인행세를 했을뿐 선거가 끝나고 나면 서비스를 제대로 공급받지 못하는 들러리로 전락하곤 했다.

 

전북의 정당정치가 독과점적 시스템에서 편협되게 운영돼 온 것은 지난 역사가 웅변해 준다. 지난 88년 제13대 4.26 총선에서 DJ(김대중)의 우산 아래 평민당이 싹쓸이를 한 뒤 15년여 동안 특정정당의 독점적 지배가 지속돼 온 게 오늘날 전북 정치의 현실이다.

 

92년 총선에서는 14석중 황인성씨(진 무장)와 양창식씨(남원)가 민자당 후보로 당선되고 나머지 12명은 모두 민주당이었다. 96년 15대 총선에서는 강현욱씨가 신한국당으로 당선됐고 나머지 13석이 모두 국민회의 소속이었으며 16대 총선에서는 이강래씨가 무소속으로 당선됐을 뿐 모두 민주당이 차지했다. 총선은 4년마다 계속됐지만 국회의원은 특정정당의 독과점적 형태가 되풀이돼 정치공론의 장은 구두선에 그쳤다.

 

그러나 최근 민주당이 분당되면서 전북에서도 독점적 지배정당 구조가 분화현상을 보이고 있다. 현역의원 10명중 절반이 넘는 6명이 통합신당으로 돌아섰고 뿌리인 민주당은 4명의 의원이 지키고 있다.

 

그 조직원과 지구당 사람들, 도의회 의원은 물론 내천형태를 띠는 시군의원과 그에 딸린 동지들이 정치적 이념과 이해관계에 따라 앞으로도 속속 분화될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독과점적 시스템이 무너지면서 정치인과 정당이 경쟁국면을 맞게 되고 소비자에 대한 서비스가 향상될 것이라는 점이다.

 

냉소보다는 참여와 비판의식을

 

또 하나 부가시킨다면 지금까지는 '그렇고 그랬던' 정당의 정책과 이념이 차별성을 띠게 되고 소비자들의 정치적 견해와 선택의 폭이 넓어짐으로써 다양한 정치스펙트럼이 펼쳐지는 이른바 '정치르네상스'가 우리 지역에서도 활짝 열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다.

 

정치인과 정당이 경쟁시스템으로 가는 길은 주민들이 주인으로 행세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우리는 국회와 국회의원을 비웃고 냉소주의에 빠지는 정치혐오증을 갖고 있지만 이제 정작 필요한 것은 참여와 비판의식이다.

 

이런 의식을 통해 값싸고 질 좋은 상품을 내놓는 정치인(정당)과 그렇지 못한 정치인(정당)을 선별하는 것이 정치수준을 업그레이드시키는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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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재 kjlee@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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