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철호 익산본부장
TV드라마 "야인시대”가 시청자들에게 한때 큰 인기를 누렸다.
독립군 사령관 김좌진장군의 아들 김두한의 일대기를 그린 작품이지만 사람들은 일제시대 장안에 군림했던 주먹패들의 활약상에 더 큰 흥미를 느꼈다.
특히 청소년들은 암울한 시대적 배경이나 나라 잃은 민중의 삶 따위보다는 주먹 세계에서 펼쳐지는 협객들의 대결 장면과 그들의 의협심 그리고 사내다운 배포와 용기등에 더욱 흥미를 느끼며 드라마에 빠져들기도 했다.
종로바닥에 왜놈들이 얼씬거리지 못하게 하겠다는 쌍칼이 일본 야꾸자와 야합한 구마적에게 패하고 주먹패에서 은퇴하는 대목과 김두한이 그 노선을 이어받아 구마적에게 도전하는 대목, 김두한에게 패한 구마적이 깨끗하게 승복하고 만주로 떠나는 장면은 비록 과장된 주먹 세계의 모습이라 하더라도 감동적이었다.
완력을 앞세운 조직이지만 깨뜨릴수 없는 불문율을 조직의 생명으로 여기는 기강과 나아가야할 길을 분명이 밝히고 결코 치사한 야합을 거부하는 기개, 명분없는 싸움을 벌이지 않는 철저한 원칙주의 때문이다.
시청자들은 그런 대목과 그런 장면에서 대리 만족을 한껏 느꼈을것이다.
서로 사생결단이라도 낼것 처럼 무작정 헐뜯고 치고 받으며 싸우는 오늘날의 정치판과 비교해 볼때 대다수의 시청자들은 우리의 정치가 최소한 건달의 의리라도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졌을 법하다.
4.15일 총선을 앞두고 전국 방방곡곡에서 선거 바람이 일고 있다.
선거에 명운과 당운을 걸고 국운을 건 것처럼 세상사 모두가 선거 바람에 춤을 추며 선거 열기에 서서히 녹아들고 있다.
익산지역도 예외는 아니다.
전국 어떤 지역보다 뜨겁게 총선 입지자들의 발빠른 행보가 펼쳐지고 있다.
인구 33만여명으로 선거구가 기존 1개에서 갑과 을로 분구, 2명의 국회의원을 뽑게되자 많은 총선 입후보자들이 과거 어떤 선거때보다 앞다투어 출사표를 던지고 있는 실정이다.
2일 현재까지만해도 무려 20명에 달하는 후보들이 선거 출마를 공식 발표한데 이어 두서너명의 또다른 후보들도 출마를 고려하고 있는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이번 총선을 맞는 익산지역은 한마디로 말해 국회의원 후보 춘추 전국시대를 맞고 있는듯 하다.
그러나 이들 예비 후보군 중에 지역 민심을 모른채 오히려 지역민을 슬프게 하는 일부 정치철새(?)가 있어 현량을 가려내야 하는 유권자의 책임과 의무가 무척이나 중요시되고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수 없다.
4년마다 찾아오는 정치 철새들이 끼어서 가뜩이나 우려되는 총선 열기 과열에 한 몫 거들고 나서고 있는 것이다.
철새들은 생존을 위해 찾아오지만 이들 정치 철새들은 지역 발전을 생각하기보다는 좀 더 나은 개인의 부귀와 영광을 위해 양지만을 찾아 헤매고 있음을 우리 유권자들은 분명 알아야 한다.
익산이라는 지역을 찾아 벌써부터 보금자리를 옮긴 정치 철새들은 오늘도 더욱 확실한 양지를 찾아 비상의 날개짓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바야흐로 철새의 계절임을 보다 실감케해주고 있다.
부끄러움과 뻔뻔스러움도 모르는 그런 정치 철새를 가려내는게 우리 유권자들의 몫이다.
자질과 능력, 인품과 도덕성을 갖춘 후보를 가려 뽑아야 하는 유권자의 슬기가 올 선거에서는 분명 빛났으면 한다.
선거때마다 헤쳐모이는 정치 철새들을 경멸하면서도 여전히 그 철새들을 다시 뽑아 민의의 전당인 국회로 보내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는 염려에서다.
이번 총선에 나선 입후자들도 자신을 다시한번 돌이켜보면서 대내외적 명분은 있는지, "야인시대” 주먹패처럼 최소한의 건달 의리라도 갖고 있는지 되돌아 보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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