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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窓]정부는 전북을 두번 울렸다

조상진 정치부장

 

부안 방사성폐기물처리장 문제로, 정부는 전북을 두번 울렸다. 한번은 1년2개월전 방폐장 유치신청을 받아줘, 이를 반대하는 주민들을 울렸다. 그러더니 엊그제는 ‘사실상 포기’발표로 찬성주민들을 울렸다.

 

정부는 이래저래 부안주민, 나아가 전북인을 두번씩 우롱한 결과를 낳았다. 일시적으로 한쪽이 환호할 때는 다른 한쪽의 눈물이 담보되었다. 결국 공수(攻守)만 바뀌었을 뿐 전북민심은 갈기갈기 찢기고 말았다. 가난하지만 평온하던 동네를 들쑤셔 놓아 반목을 키우고 자존심을 상실케 한 것이다. 그리고 전북인들에게 ‘전북은 아무 것도 되는게 없다’는 깊은 좌절감만 안겨 주었다.

 

지역낙후를 반전시킬 절호의 기회로 알았던 찬성측이나 안전성 등을 의심하는 반대측이나 골 깊은 상처만 남긴 것이다.

 

이게 누구 때문인가.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돌이켜 보면 부안사태는 예견된 수순이었다. 무소신으로 갈팡질팡한 중앙정부나 그것을 믿고 따른 무능력한 지방정부나 모두 주민들에게 고통만 안겨 주었다. 시민단체 또한 우리가 처한 에너지 수급현실과 안전성에 대한 과학적 진실에 좀더 귀를 기울였어야 했다.

 

특히 이번 사태에서 정부는 18년을 끌어 온 방폐장 문제를 너무 안이하게 접근했다. 안면도, 울진, 굴업도의 기억을 잊고 처음부터 관료적 타성을 버리지 못했다. 산자부 장관이 위도 주민들에 대해 현금보상이라는 말을 꺼내는가 하면 4개 지역 우선 추진, 주민자율에 의한 유치신청, 공모를 통한 주민투표 등 오락가락 정책의 극치를 보여 주었다. 또한 대통령까지 나서 유치신청을 한 부안군수에게 전화를 걸어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정부의 정책은 찬성과 반대, 어느 한쪽으로 부터도 신뢰를 얻지 못했다.

 

그로 인해 부안은 등교거부와 고속도 점거 시위가 들불처럼 번져갔다. 인구 2만여명에 지나지 않는 읍내에 8천명의 전경이 배치되는 살벌한 코미디(?)가 연출되었다. 핵반대 격렬시위로 42명이 구속되는 등 총 358명의 전과자를 양산했고 주민과 경찰 7백여명이 다치는 상처로 얼룩졌다. 부안 경제는 황폐해져 파시(波市) 끝난 후의 썰렁함을 연상케 했다.

 

이를 수습하는 과정에서도 정부는 공조직의 시스템 헛점을 드러냈다. 주무부처인 산자부는 어디로 가고 열린우리당 국민통합실천위와 청와대, 지속가능발전위가 나서 백지화 수순을 밟아갔던 것이다. 이들은 환경단체와 반핵주민대책위 등 44개 단체로 구성된 반핵국민운동과 물밑접촉을 통해 부지선정 일정중단과 사회적 합의기구 구성, 부안 백지화 등에 합의했다. 어찌 보면 정부의 공식기구인 산자부나 전북도 부안군은 삐에로(어릿광대) 노릇을 한데 불과했던 것이다.

 

이번 사태로 얻은 것이 있다면 주민들의 폭넓은 공감대 없이 추진하는 사업이 얼마나 무모한 결과를 남기는가 하는 점이다. 초보적인 민주주의 학습을 위해 엄청난 희생을 치른 셈이라고나 할까.

 

이제 남은 것은 갈등과 분열로 찢긴 지역사회의 상처를 치유하는 일이다. 하루 아침에 될 일이 아니지만 획기적인 민심수습책이 나와야 한다는 말이다. 더불어 지원책도 당연히 따라야 한다. 여기서 정부정책을 믿고있다 발등을 찍힌 지방정부나 반대 주민 모두에게 불이익이 돌아가서는 안된다. 이는 또 다른 불씨를 낳기 때문이다. 그 모든 몫은 당연히 정부의 것이 되어야 한다. 그래서 정부는 전북인을 또 다시 울리지 말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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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진 chosj@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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