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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窓] '갈길 먼' 익산시 쓰레기 문제

엄철호 기자(익산본부장)

‘해는 지는데 갈 길은 멀다’라는 말은 사기 오자서열전(伍子胥列傳)에 나오는 일모도원(日暮途遠)을 그대로 번역 한 것이다.

 

초나라 사람 오자서는 아버지와 형이 평왕(平王)에게 죽음을 당하자 다른 나라로 도망을 친다.

 

뒷날 오나라 왕 합려에 의해 발탁이 되어 초나라 수도를 점령하게 된 오자서는 아버지와 형을 죽인 원수 평왕의 묘를 파헤쳐 시신에 3백번 매질을 하는 복수를 하게 된다.

 

이 광경을 지켜보던 친구가 “죽은 사람에게 너무 지나친것 아니냐”고 지적하자 오자서는 말했다.

 

“해는 저물고 갈 길이 너무 멀어 도리에 어긋난 짓을 했다”고 했는데 여기서 나온 말이 일모도원이다.

 

이 말은 나이가 들어도 할 일이 많다는 뜻으로 해석하기도 하지만 대체로 시간이 촉박하다는 의미로 더욱 많이 사용하고 있다.

 

이한수 시장이 결단을 내렸다.

 

지역 최대 현안 문제로 지역민들에게 커다란 관심을 불러일으켰던 쓰레기 소각로 건설 여부가 지속적인 사업 추진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시장은 지난 8일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환경자원관리시설사업 재검토에 따른 자신과 익산시의 입장을 밝혔다.

 

이 자리에서 이 시장은 익산시의 쓰레기 문제를 더 이상 방치하고 시간을 끌수가 없어 사업을 어쩔수 없이 추진할수밖에 없는 결정 배경을 설명했다.

 

시장 당선 직후부터 이날까지 시민들로부터 다양한 의견을 듣고 입지 선정 과정과 사업 추진 절차 등에 대해 철저히 재검토 했으나 향후의 쓰레기 대란 우려와 주민간의 갈등 심화 등을 해소할 뾰족한 대안이 없어 시민 모두에게 최선의 방법인 사업 추진으로 방향타를 잡을수밖에 없었던 그동안의 고심을 털어놨다.

 

환경자원관리시설이 반드시 필요하면서도 인근 해당 지역 주민들이 우려하고 있는 부동산 값 하락, 환경 오염 걱정과 안전성 여부등에 대해 충분히 이해할수 있어 이번 결정까지의 과정이 더욱 어렵고 힘들었다는 이시장은 회견내내 주민들의 넓은 이해와 어쩔수 없는 선택에 대한 깊은 아량을 당부하는 미안함과 죄송함을 수차례되뇌이기도 해 그동안 얼마나 많은 고심을 했는가 하는 흔적을 곳곳에서 느끼게 했다.

 

정치인 출신 시장으로써 자신의 이번 결정이 향후의 정치 생명에 예기치 않은 어떤 파장을 불러일으킬수도 있다는 주위의 우려에도 이시장은 주민간의 갈등과 쓰레기 악취 피해, 행정력 낭비등의 해소를 위한 어쩔수 없는 선택임을 거듭 피력했다.

 

그것도 영등동과 어양동, 부송동, 팔봉동 등 지역민 절반에 가까운 투표권를 가진 주민들이 살고 있는 동네 주민들이 반대하는 현안 문제를 놓고 이시장은 어렵고 힘든 결정을 내린것이다.

 

결단이란 선택을 의미한다.

 

선택은 하나를 고르고 다른 것을 버리는 일인데 이시장은 주민 인기에 급급해하지 않고 익산시 전체를 바라보는 소신 행정을 택했다.

 

이시장의 이번 선택에 대한 올고 그름은 훗날 평가하겠지만 현재의 익산시 쓰레기 문제는 반드시 해결해야할 과제임이 틀림없다.

 

누군가가 앞장서서 해결해야할 지역 최대 현안 문제이자 과제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어떤 누구도 나서지 않을려고 했던게 사실이다.

 

시쳇말로 빈총도 맞지 않겠다는 고약한 심사였다.

 

이런 상황에서 이사장은 스스로 총대를 자청하고 나섰다.

 

이시장의 이번 결정이 지역민들로부터 앞으로 어떤 평가를 받을지는 아직 모르겠다.

 

해당 지역 주민들로부터 엄청난 반발을 사 시장 출범후 첫 시련을 겪을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인기에 연연하지 않고 고질적인 지역 현안 문제를 몸으로 부딪쳐 적극적으로 나선 소신과 의욕이 높은 평가를 받을수도 있다.

 

아뭏든 갈길이 먼 쓰레기 문제를 막연히 지켜보고 시간만 끌수가 없어 지역 모두에게 최선인 선택을 할수밖에 없었다는 이시장의 이번 결단을 조용히 지켜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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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철호 eomch@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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