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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칼럼] 번뇌와 열반 - 도영

도영(송광사 주지·전 조계종 포교원장)

고통의 원인을 번뇌라고 한다.

 

그런데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들을 불교적 입장에서 보면 번뇌스러운 것들이 너무나도 많다.

 

무언가 혼란스럽고 번잡한 것들을 좋아하는 것이 보통사람들의 취향으로 바뀌어 지고 있는 것 같다. 한 자리에서 잠시도 멈출 줄도 모른다. 한번쯤 뒤돌아보며 뉘우치기도 하고 혹은 부족했던 점들을 보충하기도 하는 그런 모습은 어디에서도 찾아볼래야 찾아볼 수가 없다.

 

서로 큰 이유도 없이 부딪치는 일이 많아졌고, 전혀 상대방을 배려할 줄도 모르는 엉터리들의 이기주의가 판치는 세상으로 바뀌어져가고 있다.

 

자신도 모르게 만약 어떤 잘못을 저지르게 되어도 뉘우치기는커녕 여건을 탓하거나 감추고 침묵하기가 일수이다.

 

이처럼 심각한 자기모순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는 사려가 깊어져야 하고 자신이 정말 부족하고 참으로 자신이 못난 사람이라는 사실을 깨달아야한다.

 

모든 것이 영원하지 않기에 주어진 시간들을 보다 값지게 활용할 줄 알아야 하겠으며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도 뒤돌아보면 한없이 아름다운 추억으로 기억될 수 있도록 처신하는 일이 더욱 중요한 일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리고 언어생활이 제대로 갖추어져 있어야 한다.

 

삶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시피한 언어생활이 엉망진창에 가까운 현대인들의 삶은 혼돈의 삶이라고도 할 수 있겠으며 문화 그 자체가 실종되어버린 삶이라는 단적인 표현도 가능하다고 생각된다. 다시 말하면 이 시대 우리들의 언어에는 이웃들을 존중하는 마음과 사랑하는 마음이 내면 깊이 깔려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단순하면서도 자극적이고 복잡하면서도 깊이가 없어서 그 어떤 의미도 부여할 수 없는 이 시대 우리들의 메마른 언어문화가 어디에서부터 비롯되고 있는지 그 원인을 철저히 규명해서 바로잡아 나가지 않으면 안 되겠다.

 

우리들로부터 이미 멀어져 버렸거나 아예 사라져 버리고 만 소중한 것들을 찾아주는 사람을 양성하고 일깨워 주는 일들이 곧 우리 종교인들의 몫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모든 번뇌가 소멸되어서 모두가 열반적정을 누릴 수 있도록 명상도 하고 한없이 걸어보기도 하는 마지막 12월이 될 수 있기를 간절히 염원하는 바이다. 부질없이 자신의 삶에 채찍질만 했던 다급함도 내려놓고 여유롭게 쉬어가는 사람이 되어보자.

 

얄밉고 보잘것없던 것들 모두가 얼마나 소중한 것들이었는지 사무치게 깨닫고 몸부림칠 수 있는 성숙된 사랑으로

 

마지막 남은 잎 새 하나에도 우리들의 추억과 사랑이 가득 젖어있도록...........

 

언제인가 모두가 다 똑 같다고 말씀하시던 주름살 깊은 어머니의 언어가 곧 가장 고귀한 하늘의 소리임을 감사하는 크리스마스를 나는 간절히 축원하고 있다.

 

/도영(송광사 주지·전 조계종 포교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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