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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호의 클래식과 친해지기] (32)교향곡 이야기③

클래식 마니아 표상 '베토벤 교향곡'

독일 북부 본(Bonn)에서 태어난 베토벤(Ludwig van Beethoven, 1770~1827)이 쾰른 선제후 막스밀리언 프란츠 궁정에서 봉사하고 있을때 그 곳을 방문한 하이든은 베토벤의 음악을 듣고 감탄하였다. 자기가 더 가르치고 싶다며 베토벤을 빈으로 보내 줄 것을 선제후에게 간청하여 베토벤이 하이든의 제자로 빈에 간 1790년대 빈 오케스트라는 클라리넷이 포함된 2관 편성 규모 약 35명 정도였다. 2관 편성은 목관악기가 각 2명씩이라는 의미다.

 

오케스트라는 이와 같이 목관악기의 숫자로 규모를 얘기한다. 현악기는 목관 숫자에 따라 음량을 조절하기 때문에 목관 편성에 따라 더 늘기도 하고 줄기도 한다. 국내외 주요 오케스트라는 거의가 3관 내지 4관 편성으로 60~100명 규모이다. 전주시립교향악단은 2관 편성 56명이니, 1790년대 빈 오케스트라 보다 조금 더 큰 규모인 셈이다. 여하간 18세기 중엽까지 오케스트라의 중심 음향은 현악 앙상블이었고 관악기들은 화성을 중복하거나 강조하는 역할이었다. 18세기 말경에 가서야 관악기도 주선율을 연주하게 되면서 중요하게 쓰이는 것이다.

 

하이든이나 모차르트 교향곡은 네악장 모두 합해서 20여분 정도였다. 그러나 베토벤에게서 두 배 정도 길어진다. 하이든, 모차르트 교향곡은 편하게 들을 수 있지만 베토벤의 교향곡은 집중해서 들어야 한다. 그 이유는 하이든, 모차르트 교향곡은 음악 흐름의 패턴화가 많아 예상하면서 들을 수 있는 데 반해 베토벤의 음악은 예상 흐름에서 벗어나는 경우가 많고 갈등을 느낀 후에야 해결되며 조화로움을 느끼게 해주기 때문이다. 따라서 베토벤의 음악을 듣고나면 큰 일을 해낸것 같은 성취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베토벤은 교향곡 규모도 크게 확대하였다. 특히 교향곡 9번 <합창> 에서는 끝악장에서 관현악과 함께 네명의 독창자와 합창이 실러의 <환희의 송가> 를 노래한다. 교향곡을 독창, 합창과 함께 하는 것은 당시로서는 혁신적인 발상이었다.

 

베토벤의 교향곡은 9곡으로 하이든의 104곡, 모차르트의 41곡에 크게 못미치나 9곡 모두 불후의 명곡으로서 대중과 음악가 모두에게 사랑을 받기 때문에 베토벤 교향곡은 교향곡의 표상이 되었다. 클래식의 위대한 음악가 반열에 오르려면 베토벤의 교향곡 같은 교향곡을 작곡해야한다는 명제가 전통이 된 것이다. 고전시기에 쓰여진 교향곡이 7000곡 이상이라고하니 교향곡은 작곡가들의 엄청난 사랑을 받는 클래식인 셈이다.

 

교향곡은 4악장이 표준이다. 그러나 천재들의 창의력은 자주 표준의 굴레를 벗어난다. 특히 낭만시대 음악가들이 더 그랬다. 슈베르트는 2악장으로 된 교향곡 <미완성> 을 작곡했다.

 

베를리오즈(Hector Berlioz, 1803~1869)는 5악장으로 작곡했다. <환상교향곡> 이다. 교향곡은 표제음악이 아닌 절대음악이라는 전통적 준거를 깨고 이야기가 있는 교향곡, 표제음악으로 작곡했다. '어느 젊은 예술가의 생애와 에피소드'라는 부제를 붙여 자신의 자전적 이야기, 사랑을 얻고싶은 여인에 대한 생각과 환상을 교향곡으로 표현하였다. 베를리오즈에게는 교향곡이 대본 없는 음악드라마였던 셈이다. 하긴 베토벤도 교향곡을 5악장으로 작곡했었다. 6번 교향곡 <전원> 이 5악장이다. <전원교향곡> 의 각 악장은 시골생활의 정경을 나타내는 표제를 갖고있다. 그러나 베토벤 본인이 '묘사라기 보다는 감정의 표현'이라고 얘기했다니, <전원교향곡> 을 표제음악이라고 할 수는 없겠다.

 

20세기 작곡가들은 교향곡을 또 다른 생각으로 접근하였다. 말러(Gustar Mahler, 1860~1911)는 교향곡을 작곡하는 것은 "하나의 세계를 건설하는 것"이라고 하며 4관 편성보다 더 큰 규모의 교향곡을 작곡했다. 교향곡 2번은 거대한 현악기 군에 17개의 목관악기, 25개 금관악기, 6개의 팀파니와 타악기, 4대의 하프, 오르간 그리고 소프라노, 알토의 독창과 대규모 합창이 있는 규모이다. 8번 교향곡은 2번 교향곡 보다 더 큰 규모이다. <천인교향곡> ! 관현악단과 합창, 독창자들을 다 합하면 연주자가 1000명에 이르는 규모인 것이다. 그런가 하면 '예술은 한 아이디어를 가장 명백하고 단순하게, 즉 가장 파악 가능한 형식으로 옮기는 것'이라며 극단적인 집중성과 간결성을 추구한 베베른(Anton Webern, 1883~1945)은 작품 전체가 8분 내지 9분밖에 안되는 교향곡(1928)을 작곡했다. 9개의 독주악기들만이 연주하는 소규모 편성의 교향곡이다. 꼭 해야 할 말만을 해야 한다는 미학에서 한 악기가 한번에 한 음, 혹은 두 세음만 내는 교향곡이다. 하나 하나의 음들이 극단적 중요성을 가지는 고도로 응축된 음악으로서 음(音)을 그림 그리는 점(點)으로 생각하였기에 점묘(點描)음악(Pointilism)이라고도 한다. 소리로 그림을 그렸으니 귀로 그림을 보는 셈이다.

 

/신상호(전북대 음악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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