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 갤러리도 함께…문화사랑방 역할 할 것"…오픈 스튜디오, 가난한 작가들의 대안
화가 심홍재(47·한국행위예술가협회장)씨가 전주 한옥마을에 오픈 스튜디오(전주한옥생활체험관과 공간 봄 사이에 위치)를 차렸다. 대문엔 그의 손글씨가 담긴 팻말에 전화번호가 적혀 있다. 예약하고 방문해달라는 부탁과 함께. 작업실에 들어서니 소담한 나무탁자가 눈에 들어왔다. 방문객과 담소를 나누기 위해 손수 제작한 것이라고 했다. 골방 한 켠엔 한참 작업하다 둔 듯한 서양화 도구가 있었다.
"오랫동안 고민했던 일이에요. 오픈 스튜디오가 가난한 작가들에겐 대안이 될 수 있겠다 싶었죠. 작업도 하고, 전시도 하는."
작업실엔 '배게 시리즈'가 걸려 있었다. 그의 과거와 현재를 알 수 있는 공간이었다. '배게'는 그가 오랫동안 고민했던 주제. 1990년대 후반 전북예술회관 일대에서 퍼포먼스 바(bar)를 운영했던 그는 새벽이 되어서야 잠을 청할 수 있었다. 그에게 베게는 어머니 품 속 같은 따뜻하고 안락한 매개체였다. 평화와 안식, 자유를 꿈꾸는 작가의 고뇌가 편안하게 다가오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십자가로 형상화된 새와 짙은 암갈색 말은 미지의 세계로 안내하는 매개체다.
"새 한마리가 와서 초췌한 모습으로 웅크린 나를 아득한 곳으로 데려가는 꿈을 꿨습니다. 몇 년 후엔 조랑말이 꿈 속에 나타났어요. (조랑말은) 커다란 말로 변해 내가 휘파람만 불면 어디선가 달려와 나를 태워갔습니다. 작품에 대한 선몽이었던 것 같아요."
그의 작품에 보여지는 점은 12간지와 동서남북을 형상화한 장치. 화려한 오방색은 명상적인 캔버스에 변화를 가져다준다. 행위예술가이기도 한 그는 평면에서 한계를 느낄 때 행위예술로, 행위예술에서 2% 부족할 때 평면으로 돌아온다. 자신과 작품, 행위예술이 삼위일체가 되는 순간을 꿈꾸고 있다.
"삼위일체를 다루는 종합 축제 성격을 띈 전시를 해보고 싶습니다. 인간의 생로병사를 함께 하는 배게를 통해 인간성 회복의 메시지를 던지는 그런 전시요."
대화가 끝나기도 전에 그의 휴대폰은 쉴새없이 울렸다. 이곳을 방문하겠다는 지인들의 전화였다. 미니 갤러리도 겸하는 오픈 스튜디오는 조만간 예술가들의 사랑방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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