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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호의 클래식과 친해지기] (42)르네상스에서 바로크로②

다양한 대비와 조화가 있는 선율…인간적인 문학, 음악에도 많이 활용…독창·기악 함께하는 음악 사랑받아

 

르네상스시대와 바로크시대를 잇는 대표적 작곡가들인 조반니 가브리엘리, 몬테베르디 등은 베네치아 성 마르코성당에서 성가대장, 오르가니스트로 활동하면서 바로크음악의 가장 중요한 특징인 대비(Contrast)와 조화(Concertare)의 음악을 작곡했다. 성 마르코 성당에는 성가대가 여럿 있었고, 파이프 오르간도 성가대 별로 따로 있었으며 기악앙상블도 있었기 때문에 성악 대 기악, 독주 대 합주, 강·약의 대비, 다성음악과 화성음악의 대비 등 다양한 대비와 조화가 있는 음악을 변화있게 행할 수 있었다. 독주와 합주가 대비와 조화를 이루며 변화있게 진행하는 음악인 협주곡도 이런 배경에서 탄생했다. 소리만 있고 말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성경말씀을 전할 수 없다는 이유로 교회에서 용납을 하지않던 악기음악, 기악은 동·서 문화가 병존하는 개방적인 분위기의 베네치아에서는 제약없이 받아들여졌고 교회음악을 위해 중요하게 쓰였다. 성 마르코 성당에는 1568년부터 최고수준의 상설 기악앙상블이 조직되어 있었고 중요한 축제일에는 연주자를 더 고용하여 연주자가 24명도 더 되었다고 한다.

 

한 양식이 절정에 이르면 새로운 변화의 양식이 나타나는 것이 문화사조의 보편적인 흐름이다. 16세기 말 르네상스 다성음악이 최고의 수준에 이르렀을 때 새로운 미학, 새로운 화성개념, 새로운 짜임새를 모색하는 음악이 나타난다. 르네상스에서 바로크로 변하는 것이다. 변하게 되는 몇 요인을 살펴보면 첫째 르네상스 다성음악을 주도하던 알프스 북쪽 플랑드르(지금의 네덜란드, 룩셈부르크, 벨기에 지방) 작곡가들의 다성음악, 대위법적 음악의 복잡함이나 기교적인 면이 솔직담백한 기질의 베네치아 작곡가들에게 달갑지 않았다. 다성음악의 복잡함이 이탈리아 음악가들에게는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이다. 다성음악에서는 가사 내용보다 다성음악의 짜임새를 더 중요시했는데 이탈리아 작곡가들은 감정을 전달하는 가사가 잘 들릴 수 있는 단선율 음악을 더 좋아했다. 따라서 다성음악은 단선율음악 즉 모노디(Monody)로 바뀌는 것이다.

 

두번째 변화는 다성음악을 제일 윗 성부는 노래하고 아래 성부는 악기로 연주하는 경우가 가끔 있었다. 그러다보니 노래하는 성부는 가사가 분명하게 잘 들리고 악기로 연주하는 성부는 음색이 다양하여 재미있으니 그와 같은 연주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게 되고 따라서 독창에 기악이 함께 하는 음악이 사랑받게 되는 것이다. 듣기 좋은 선율에 관심 많은 아마추어들의 악기 연주도 많아지면서 가사가 잘 들리는 순수한 선율에 대한 호기심이 높아지게 되고 이와 같은 유행은 악기 반주가 있는 독창노래 즉, 모노디로 나타나게 된다. 독창노래는 더 재미있고 화려하게 작곡되면서 성악가들을 위한 기교적인 노래로도 작곡되니 다성음악은 이제 옛날음악, 구식음악이 되고 악기 반주가 있는 독창노래가 새음악이 되는 것이다.

 

세번째 변화의 요인은 15세기 이탈리아에서 나타난 인본주의이다. 예술의 중심이 인간인 그리스·로마 시대의 예술을 재탄생시키자는 분위기는 성 아우구스틴이나 토마스 아퀴나스 같은 교부(Church Father)들의 저술보다는 호머, 플라톤, 키케로 같은 인간적인 문학에 관심이 많아지게 되었고 이런 분위기는 음악에도 나타났다. 그러나 문학 작품들이나 기록들은 이해할 수 있고 유용한 자료가 많았지만 소리예술인 음악은 소리가 사라진 지 이미 오래여서 남아있는 자료가 없기 때문에 그리스·로마시대에 행해진 음악을 알 수가 없었다. 설령 자료가 있더라도 미미했고 이해하기 힘들고 모순에 찬 내용이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그리스음악은 시(詩)와 완전히 결합되어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시의 내용을 온전히 잘 표현하는 음악을 연구하기 시작하였고 이와 같은 노력은 이탈리아에 국한되지 않고 인근 나라로 확산되었다. 프랑스에서는 장 안트완 바이프(Jean-Antoine de Baif, 1532~1589)에 의해 설립된 '시와 음악의 아카데미(Academie de Poesie et Musique)에서 그와 같은 문제를 열심히 연구하였다. 독일지역 국가들에서도, 오스트리아에서도 시와 음악이 하나 된 음악에 대해 연구를 했다. 따라서 르네상스 다성음악은 시와 음악이 하나인 음악, 모노디로 변하는 것이다. 모노디는 바로크음악의 핵심이다. 바로크음악 하면 바흐와 헨델을 먼저 떠올리지만 바흐와 헨델은 바로크 말기의 음악가이기 때문에 바로크 초의 음악미학을 대변하지 않는다. 바로크 초기 최초로 오페라를 작곡한 페리(Jacopo Peri, 1561~1633)의 모노디인 극적 라멘토 <당신이 나를 떠난다면, se tu parti da me> 을 들어보면 시와 음악이 하나되어 있는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것을…. 라멘토(Lamento)는 그리스와 로마에서 기원했다고 알려진 탄식노래로서 이탈리아의 대중적인 시(詩)노래이다.

 

/신상호(전북대 음악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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