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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금 걷어 정부예산 편성한다니…

▲ 양 복 규

 

학교법인 동암학원 이사장·명예교육학 박사

1948년 헌법이 만들어지기 전에는 크고 작은 사건에 대해 경국대전(經國大典)과 대전통편(大典通編)을 중심으로 해당 원님(지금의 지방 단체장)이 판단해 처리했다. 원님이 처리하는 건은 살인·강간·대도(大盜)·상존(傷尊:어른에게 불경) 등 비교적 대형 사건였으며, 황소 한 마리 정도의 시비는 촌장이 향약의 규범에 의해 해결했다. 향약의 규범은 예기(禮記)에서 간추린 것으로서 본인 스스로 판단해 범법행위를 않도록 돼 있다.

 

헌법제정과 함께 육법전서가 만들어지고 전문법조인이 많아지면서 법망이 너무나도 촘촘해 일상생활에서 법망을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이를테면 도시의 경우 하루 80회 이상 CCTV에 찍히고 있으며, 교통법규에 있어서 좌우측 통행과 경범죄에서 침한 번 뱉는 것 까지도 법망에 걸리지 않는 것이 거의 없다. "재수 없는 놈만 걸린다."거니 또는 "법대로 하는 놈만 손해를 본다."는 항설도 없지 않다.

 

서인 세력의 반정으로 갑자기 물러나게 된 광해군(光海君)을 따라 많은 궁녀들도 이동을 하게 됐는데 대부분의 궁녀들은 다시 인조(仁祖)를 모시기로 결심했지만 유독 한보향 궁녀만은 두 임금을 모시는 것은 예법에 맞지 않는다며 주변의 권유를 물리치고 속인으로 돌아갔다. 소크라테스도 억울한 법망에 걸려 사형죄를 선고받고 교도소에서 사형집행을 기다리고 있을 때에 그의 많은 제자들이 찾아와서 "억울한 사형을 피해 도망을 가시라"고 권유했으나 "악법도 지켜야한다."면서 끝내 죽고 말았다.

 

요즘에는 교통법규를 위반하는 차량을 촬영해 당국에 고발하고 포상비를 받는 전문가나 쓰레기를 불법 투기하는 것만 고발하는 전문가 등도 있다. 정부산하 50여개 부처에서 포상비를 내걸고 파파라치로 하여금 고발하도록 하고 있으니 간접적으로 불법을 독려하고 있는 느낌이다.

 

2013년도의 정부가 편성한 예산안은 금년도 342조 5000억 원에 4%의 성장률을 예상해 5.3%를 증액했다고 발표했다. 이와 같이 세출안을 만들어 국회에 제출했지만 세수가 절대로 부족할 것으로 예측되자 벌과금·과태료·과징금 등 불법의 대가로 받는 벌금을 금년대비 12%(3조 원)를 증액해 세수의 일부를 보완한다고 한즉 불법을 저지르고 벌과금을 많이 내는 사람이 국가의 유공자가 될 것 같은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국가의 존립목적은 국민을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하고 불법을 하지 않도록 잘 선도를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불법을 줄이기는 고사하고 오히려 조장하고 있는 것과 무엇이 다를까?

 

법은 일단 만들면 좋든 나쁘든 꼭 지켜져야 한다. 그러기에 만들 때에 신중해야 함은 물론 많은 의견을 들어서 제정공포 해야 한다. 세상사 모든 것은 상대성이 있기에 아무리 좋은 법을 만들더라도 이해득실에 따라서 찬반논란은 따르게 마련이다. 그러기에 합리성에 맞도록 처리하라는 것이다.

 

때에 따라서 임기응변식으로 법을 고치거나 만들면 그 여독으로 국민의 정서나 경제에 미칠 피해가 적지 않을 것임을 알아야할 것이다. 한비자(韓非子)의 '분수를 지키면 편안할 것이라.'는 고사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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