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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바른 이름 표기로 자기 정체성을

▲ 이 희 근

 

수필가

국제화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는 외국여행을 하거나 많은 서류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자기 이름을 영어로 표기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자기 이름을 잘못 표기해 무의식중에 딴 사람이 되는 일이 자주 있으니 안타까운 일이다.

 

60년대 초 군사정권 하에서 외무부장관였던 사람이 유럽 순방 중에 이름이 세 가지로 표기됐다. 대사관에 어느 이름이 진짜인지 문의하는 전화가 쇄도해 직원들이 곤혹을 치른 사실이 신문에 대서특필됐다. 또 얼마 전에 유엔사무처 직원들이 사무국장의 성이 '문(Mun)'이 아니라 '반(Pan)'이라고 홍보하느라고 진땀을 흘렸다는 사실도 보도됐다.

 

성(姓)은 한 줄기의 혈통끼리 가지는 칭호[姓氏]이며 이름은 사람의 성(姓) 아래에 붙여 다른 사람과 구별하는 명칭이다. 그래서 모든 서류의 성명(姓名) 난(欄)에 성은 홍이요 이름은 길동을 홍 길동이라고 기록했으나 모든 공문서를 한글로 통일하면서 '성과 이름'을 모두 합쳐 '이름'이라고 통일하고, 이름 난에 '홍길동'이라고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홍길동'이라고 쓰도록 규정하고 시행함으로써 표기된 이름을 보고 외국인들은 성과 이름을 식별할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해 자기의 정체성을 포기하는 꼴이 되어버린다. 그리고 영어로 표기할 경우에는 성과 이름을 따로따로 써야 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어려움을 겪는다.

 

'존 스튜어트 밀턴(John Stuart Milton)'을 예로 들어보자. '존(John)'은 '퍼스트 네임(first name)' 또는 '기븐 네임(given name)'이라고 해 우리의 '이름'에 해당되고, '스튜어트(Stuart)'는 '미들 네임(middle name)' 또는 세례명(christian name)이라 해 기독교신자가 세례를 받을 때 주어지는 이름이며 보통 대문자 첫 자(initial)로 나타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리스도교신자가 아닌 경우에는 세례명이 없어 세례명을 표기하지 않기 때문에 John S. Milton이 아니라 John Milton이라고 표기해야 한다. 뒤에 쓴 Milton은 '라스트 네임(last name)'또는 '서네임(surname' 즉 '성(姓)'이다. 그리고 한국인은 세례명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중간에 이니셜(initial)을 써넣어서는 안 된다.

 

한국 사람이 자기 이름을 '길동 홍(Kil Don Hong)'으로 표기했을 경우, 한국 사람들은 성을 맨 앞에 쓴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외국인이 그 이름을 부를 때 '미스터 길(Mr. Kil)'이라고 부를 수 있다. 그리고 자기들 식으로 부르면 '미스터 홍(Mr. Hong)'이 되지만, 애칭으로는 '미스터 동(Mr. Dong)'도 된다. 위에서 장관의 이름이 셋인 이유였다.

 

한국인의 이름은 한 자(字)의 성(姓)과 한자(漢字) 두 자로 된 하나의 이름이 대부분이다(순 한글식 표기는 다르지만). 각각 뜻이 있는 두 글자를 합성하여 이름으로 지었기 때문에 Kil-Dong처럼 합성어로 표기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Kil-Dong Hong이나 Hong Kil-Dong으로 표기하면 외국인들이 자기를 부를 때 "Mr. Hong"이라고 부르든 "Kil-Dong"이라고 부르든 상관없게 되고, "Mr. Kil"이나 "Mr. Dong"으로 불려져 자기가 엉뚱한 사람이 되는 일이 없게 된다. 자기 이름을 정확히 표기해 정체성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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