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국제영화제 '2013 디지털 삼인삼색' 선정 발표…日 고바야시 마사히로·中 장률·印尼 에드윈 감독 초청
새로운 사람들로 채워진 전주국제영화제(집행위원장 고석만·4월25일~5월3일)의 시선은 '이방인'으로 모아졌다. 지난해 길고 긴 몸살을 겪어야 했던 전주영화제와 인연을 맺은 이들에게 이곳은 다소 낯선 곳. 전주영화제의 간판 프로그램'2013 디지털 삼인삼색'은 아시아 이방인이 겪는 조용한 혼돈에 주목하기로 했다.
디지털을 화두로 실험적인 영상 미학을 탐구하는 '디지털 삼인삼색'은 전주영화제 상영과 국내·외 배급을 목적으로 작품당 5000만원의 제작비가 지원되는 프로젝트. 연륜이나 경험 보다는 새로운 미학을 우선한다는 점에서 고석만 집행위원장의 말처럼 "디지털 삼인삼색은 전주영화제의 보물이자 자산"이다.
올해 주인공은 일본 고바야시 마사히로 감독(58), 중국 장률 감독(40), 인도네시아 에드윈 감독(35). 전주영화제를 오가며 이름만으로 신뢰를 확보한 세 명의 감독들이 경쟁하듯 풀어낸 '이방인'에 대한 3인3색 답안지는 그래서 흥미롭다.
아들은 영정 사진 주인공으로, 아내는 연출을 맡게 하는 등 고바야시 감독의 가족이 총 동원된 '만날 때는 언제나 타인'은 부부 사이에서도 냉담한 벽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사랑의 예감' 이후에 여타의 이유로 오랫동안 미뤄둔 작품"이라는 감독은 부부 사이의 용서와 화해를 얼마나 실험적 미학으로 표현되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릴 듯. 로테르담국제영화제 프로젝트 마켓에 들고 나갈 이 기대작 외에도 감독은 한국 배우들이 한국어로 연기하는 작품까지 욕심을 냈다. 칸국제영화제(1999~2001)에서 연속 초청을 받으며 급부상한 감독은 '사랑의 예감'(2007)으로 로카르노국제영화제 골든 레오파드(대상)을 비롯한 4개 부문을 휩쓸어 파란을 일으켰으며, 고요한 일상에 잠복된 광기의 징후를 포착해오며 각본과 제작까지 도맡아 14편의 장편을 쏟아낸 '살아있는 전설'이다.
장률 감독은 올해 디지털 삼인삼색의 큰 공헌자. 이상용 전주영화제 프로그래머는 장률 감독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서 '이방인'이라는 주제로 가닥이 잡혔다고 귀띔했다. 그의 첫 다큐멘터리'풍경'은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방송영화 교수로 지내면서 풍경으로 존재하는 군상을 다룬 기대작. "나는 이방인이다. 누군들 이방인이 아니겠는가?"라는 고백에서 알 수 있듯 출생지로 재단해온 사회와 이를 쓸쓸한 악전고투로 경험해온 외국인 노동자들의 풍광을 읽어낸다. 중국 조선족 출신으로 칸국제영화제 비평가 주간 프랑스독립영화배급협회상을 받은 '망종'(2005), 베를린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한 '경계'(2007), 같은 영화제 제너레이션 부문에 초청 받은 '두만강'(2009) 등을 통해 '경계에 선 인간'을 오랫동안 탐구해온 감독은 그러나 윤동주 시인을 다루는 차기작에선 이질감이 아닌 동질감을 찾고 싶다고 했다.
'누군가의 남편의 배에 탄 누군가의 부인'만 놓고 보면 에드윈 감독은 인도네시아에서 태어난 게 커다란 재앙이자 축복이다. 늘 바다가 두려운 그에게 어딜가나 울렁거리는 바다를 마주하는 것은 고역일 테지만, 해변에서 영화를 찍는 모험 감행은 인도네시아에서 살지 않았다면 시도하지 못했을 일이다. 가족에게 도망쳐 바다에서 자신의 욕망을 찾으려 한 여인을 통해 로맨스에 관한 숨바꼭질을 유도해냈다.
에드윈 감독은 '카라, 나무의 딸'(2007)로 인도네시아 단편 최초로 칸국제영화제 감독 주간에, '상처로의 여행'(2007)과 '날고 싶은 눈먼 돼지'(2009)는 로테르담국제영화제에 초청되는가 하면, '동물원에서 온 엽서'(2012)로 베를린국제영화제 황금곰상 후보에 올라 '인도네시아 영화의 미래'라는 칭호가 따라붙는 신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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