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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산시의회의 아쉬운 선택

▲ 엄철호 익산본부장
기로(岐路)란 갈림길을 말한다.

 

'기로에 서다'라는 표현은 어느 것을 택할 것인가, 그 판단에 갈피를 못잡을 중대한 입장에 놓일 때 보통 쓰인다. 인생에서 우리는 많은 기로를 만나게 되고 이때는 어설픈 지식이 아닌 명확하고 객관적인 것을 근거로 '이리 가는 게 좋은지, 아니면 저리 가는게 맞은가'를 판단해 최종 선택을 하게 된다.

 

올바른 선택을 한 사람은 행복한 삶을 살고, 그렇지 못한 사람은 비참한 인생을 살아가는 사례를 우린 주변에서 종종 보아 왔다. 그만큼 기로에서의 선택은 중요한것으로 올바른 선택은 결국 밝은 미래를 보장한다.

 

전주시는 지난 25일 전주를 종교관광의 거점도시로 육성키로 했다고 밝혔다. 전주를 기반으로 한 종교의 역사와 정신문화를 통해 정체성을 확립하는 등 한국의 대표적 종교성지로 만들어 나가겠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전주를 종교관광의 메카로 육성하겠다는 전주시의 이번 결정을 지켜보면서 왠지 모를 착잡함이 밀려든다. 그 어떤 지자체는 정책 결정의 갈림길에서 밝은 미래를 내다본 올바른 선택에 나선 반면 그 어떤 도시는 스스로 밥그릇을 내팽겨치고 말았으니 후자의 그 어떤 도시에 사는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정말 울화가 치민다.

 

그 어떤 도시 시민은 다름아닌 익산 시민이다. 비록 원님 떠난 뒤에 나팔 부는 격이겠지만 다시는 울화통 터지게 하는 아쉬운 선택이 없길 바라는 심정에서 익산시의회의 안타까운 정책 결정을 한번 되짚어 봤다. 익산 국제마음훈련원 건립이 무산됐다. 시의회가 국제마음훈련원 건립 지원 사업비 5억원에 대한 승인을 부결처리했기 때문이다.

 

향후 익산발전을 견인할 250억원 규모의 엄청난 국비매칭사업이 지방비 5억원에 발목이 잡혀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특히나 4대 종교의 뿌리가 유독 깊은 익산에 국제마음훈련원이 대규모 국비지원을 통해 건립된다면 익산은 말 그대로 4대 종교가 살아 숨쉬는 명실상부한 종교의 중심도시이자 주도적인 선도 종교도시로서 보다 확고한 뿌리를 내릴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익산은 스스로 다 된 밥 콧물 빠뜨리기에 나섰으니 정말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속이 터진다. 더구나 그 밥그릇 차기가 명색이 지역발전과 시민을 위해 최일선에서 현장 정치를 한다는 시의원들에 의해 자행됐으니 더 이상 무슨 할 말이 있겠는가.

 

일각에선 그들이 특정종교에 휘둘려 대다수의 시민 여망과 의견을 묵살했다고 지적한다. 심지어 내년 지방선거에서의 표만을 의식해 지역 발전과 엿바꿔 먹었다고 신랄하게 비난하는 이도 상당수다. 익산의 발전과 시민의 이익보다 특정종교를 기반으로 삼아 자신의 정치 미래에 이용하려했다는게 대체적인 시민들의 시각이다. 물론 그들은 말도 안되는 얘기다며 나름대로의 소신에서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항변할것이다.

 

하지만 대다수의 시민들은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며 지금도 비아냥 대고 있으니 차라리 그깟 알량한 자존심에 목숨 걸지 말고 화끈하게 무소신에 대해 사과하고, 정치적 꼼수에 따른 오판에 대해 뉘우치는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더 좋겠다. 종교관광의 거점도시로 발돋움하기 위해 올해부터 본격적인 사업 추진에 나서겠다는 전주시를 그저 멍하니 지켜봐야 하는 시민들의 속이 정말 얼마나 터질까라고 뒤늦게나마 진지하게 생각해본다면 '죄송하다. 진심으로 사과한다. 다시는 그런 어처구니 없는 선택이 없도록 하겠다'는 정치적 판단을 쉽게 내릴수 있을것 같기에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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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철호 eomch@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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