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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책 읽기] 책과 노는 사람들 - (중) 작은도서관

주민 재능기부 문화사랑방 역할 톡톡 / 학습 지도까지 교육공동체 자리매김

전주·익산시와 완주군이 ‘책 읽는 문화·지식도시’를 선포했다. 정부와 전북도가 시·군 중심으로 책 읽는 도시를 확산하겠다는 복안에서 나온 것. 그 일환으로 작은 도서관 설립을 통해 책 읽는 전북이 조성되고 있다.

 

현재 전북지역 작은 도서관은 총 119곳이다. 여기에 교회·아파트 등에서 자발적으로 마련한 작은 도서관까지 합하면 그 수는 훨씬 웃돈다. 전북도는 최근 작은 도서관 활성화를 위해 사서들의 인건비와 문화체험교실 운영 비 등을 지원하고 있다. 이로 인해 아파트 상가, 주민센터 등에 모습을 드러내는 이 작은 도서관들은 공부방 차원을 넘어서 아이들의 놀이터이자 동네 사랑방, 주민 커뮤니티 공간으로 변신 중이다.

 

△글마루, 문화쉼터 안착

   
▲ 고창 글마루도서관.

고창글마루작은도서관은 전북지역의 작은 도서관 중 특별한 경우다. 2008년 작은도서관이 들어서기 전까지만 해도 아파트 주민들은 사회복지법인 고창행복원을 껄끄럽게 바라봤다. 고아원에 관한 선입견 때문이다. 고창행복원은 고민 끝에 주민들에게 개방되는 작은도서관 공모사업에 도전했다. 2006년 연면적 188㎡에 건립된 3층 도서관에는 현재 1만여 권이 넘는 장서가 마련됐으며, 20개가 넘는 프로그램이 쉴새없이 돌아간다.

 

이처럼 글마루작은도서관에 관한 우려를 기대로 뒤바꾼 비결에는 전문인력이 상주하면서 주민들의 자발성을 독려했다는 데 있다. 일본어·영어·한자수업을 비롯해 연극·미술·공예교실 등이 주민들의 재능기부로 채워지면서 도서관은 문화사랑방 역할까지 소화하게 된 것.

 

하지만 이곳은 책장 넘기는 소리만 들리는 일반 도서관과는 다르다. 아이들이 떠들더라도 놀게 놔두면 자연스럽게 책을 읽게 되기 때문에 ‘책 놀이터’를 지향하고 있다.

 

김용완 글마루작은도서관 담당자는 “집에서 10분 거리에 도서관이 있는 것 만큼 행복한 일은 없을 것”이라며 “부족한 공공도서관을 대신해 작은 도서관이 지속되려면 주민들의 관심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대덕교회, 교육공동체 구축

   
▲ 완주 대덕교회 대덕꿈도서관.

완주 대덕교회의 주일 예배엔 늘 ‘보따리 장수’가 등장한다. 책의 대출·반납을 점검하는 사서들이다. 완주·임실·정읍 등 26개 마을 주민·아이들이 이곳까지 달려오는 건 대덕꿈도서관 덕분이다.

 

농촌교회 개척을 위해 2003년 부임한 박순진 목사는 농산어촌 회복을 교육공동체 구축에서 찾았다. 박 목사는 “아이들이 많지도 않은데, 공부라도 잘하면 모두 전주로 보내는 현실이 싫었다”고 했다. 첫 부임 때부터 도서관 건립을 주장한 박 목사는 일단 컨테이너 박스를 도서관으로 만들고, 책들을 기증받았다. 그로부터 3년 뒤 연면적 151.8㎡ 의 박 목사의 사택 겸 도서관이 생겼다. 박 목사는 “오랜 꿈이 실현되는 순간이었다”고 기억했다.

 

도서관 활성화는 결국 운영인력에 좌우된다고 확신한 박 목사는 젊은 집사 4명에게 “장학금을 줄 테니 아동독서지도사 자격증을 따보라”고 권했다. 1년 만에 자격증을 취득한 이들은 도서관 활성화에 팔소매를 걷어부쳤다. 우량도서 지원사업 등 각종 공모사업을 공략한 덕분에 책들이 차츰 불어났다. 미국 시민권을 가진 집사들의 재능기부로 영어수업이 이뤄졌고 독서토론 등이 뒤따르면서 학부모들의 사교육 걱정도 덜어냈다. 박 목사는 “사교육비 안 들이고 중고등과정을 마칠 수 있는 곳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도서관의 운영비는 교회 예산으로 충당된다. 박 목사는 “도서관과 연계시킨 주일학교 덕분에 작은 농촌교회에 이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린다”며 뿌듯해했다. 박 목사의 실험이 이 일대 학생수 증가로 이어지는 이유다.

 

● 박순진 완주 대덕교회 목사 "주민 이용 독려위해 발품, 주일학교가 사다리 역할"

   

박순진 완주 대덕교회 목사(52)가 2003년 처음 도서관을 짓겠다고 했을 때 주민들은 하나같이 “이게 왜 필요하냐”고 물었다.

 

“아이들이 적기도 하거니와 조손가정 아이들도 많기 때문에 부모들이 도서관에 올 수 있는 확률이 적더라고요. 그러니 도서관이 생소할 수밖예요.”

 

2006년 처음 도서관을 만든 뒤 그는 찾아가는 도서관을 주창했다. 일대 마을에 위치한 7~10집을 찾아다니며 도서관 이용을 독려했다. 도서관 활성화의 사다리 역할을 해준 것은 주일학교였다. 문제는 예산과 인력이었다. 박 목사는 후원자·봉사자 그룹을 구상했다. 아이들의 꿈을 찾아주자는 프로젝트가 전국발(發)로 추진되면서 후원금이 모아졌고, 봉사자 그룹이 생겨난 것. 이들이 소외지역을 찾아가 악기수업·영어교실 등을 열면서 주민들의 관심은 더욱 커졌다.

 

“이곳은 완주군에서도 가장 낙후된 지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아이돌봄서비스조차 모르는 이들이 많아서 교회가 대신할 정도입니다. 하지만 교육공동체만 제대로 구축돼도 이곳이 활기를 되찾을 거라 확신합니다. 경쟁적인 교육환경을 싫어하는 젊은 부부들이 이곳으로 학교를 보내는 경우가 늘고 있거든요.”

 

현재 그의 간절한 바람은 사택을 옮기는 것이다. 박 목사는 “(내가) 사는 2층 도서관 풍광이 너무 좋아서 아이들 데리고 온 엄마들이 차 한 잔 마시고 쉬다 가면 좋겠다”고 수줍게 웃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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